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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천지’ 정체는 명백히 밝혀야 한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초기 중국 우한사태를 보고 ‘설마 우리까지’ 했던 기우가 우리의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다. 전국의 확진자 수가 3천7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중 대구·경북의 환자가 80%를 넘고 ‘신천지’ 관련 감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신천지의 밀집 형태의 종교 집회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신천지 신도 20만2천명의 명단을 제출 받아 방역 당국이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러한 신천지 집단 쇼크는 그들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이미 신천지에 관한 소문은 종교계에서부터 수없이 회자되었다. 정통 기독교는 신천지는 사교(邪敎)나 사이비 종교로 간주하였다. 그들은 ‘조건부 종말론’을 내세워 불안한 사람들을 유인하였다. 교주 이만희는 재림 예수로 칭송되었다. 그들은 요한 계시록에 근거하여 독실한 신자 14만4천명만이 완전한 구원에 이른다고 선전하였다. 이는 소위 12지파의 각 1만2천명을 합한 숫자이다. 현재 등록 신도만 23만 명이 넘고, 그들은 한 때 40만 명이 넘는다고 교세를 자랑하였다. 한국 최대 여의도순복음교회 43만 신도와 비견되는 숫자이다.신천지는 철통같은 비밀 조직을 유지하며 교세를 확장해 갔다. 그들은 포교 대상을 미리 파악하여 교묘한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특히 한국 기성 교회의 맹점을 이용하여 포섭대상을 확대해 갔다. 기성 교인에 대한 소위 ‘추수 꾼’ 포섭전술은 그들 간부의 평가 자료로 활용되었다. 그들은 현대적 경영기법까지 동원하여 경쟁을 부추기고 대변인 제도까지 두었다. 불성실한 일꾼들에게 1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우수 신도 포상금 제도까지 있었다. 그들의 지역별 교육 센터와 복음방에는 비밀주의를 엄격히 적용하였다. 국제화 프로젝트를 통한 중국 우한 지역까지 해외 선교를 확대했음이 드러나고 있다.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가 널리 퍼진 근원에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 정신적 불안 세대는 증가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지났고, 양극화된 사회는 희망의 사다리까지 폐쇄되어버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한 모순을 그대로 고발하고 있다. 신천지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에 교묘히 영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신천지 바이러스의 부정적 시너지로 확대된 결과이다. 물론 오늘날 한국 사회의 기성 교회의 타락과 세속화에도 책임은 있다.오래전부터 지탄받았던 신천지의 정체는 이제 백일하에 드러날 운명에 처해 있다. 신천지는 신도 자료 불성실 제출과 역학조사 방해죄로 검찰에 고발되었다. 코로나 3법이 국회를 통과한 결과이다. 교주 이만희는 사실혼 관계인 어느 여인과의 자금유용 협의로 피소되었다. 신천지 교주는 신천지에서 탈출한 신도 ‘피해자 연대’로부터도 청소년 납치 감금 혐의로 피소되어 있다. 그는 새누리당 당명 제작 선전혐의로도 고발되었다. 교주는 이제 재판정에 서서 자신의 혐의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2020-03-01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1990년대 초 독일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스폰서는 나이키였고, 최상위 기록을 가진 선수들도 대부분 나이키가 후원하고 있었습니다. 대회는 당연히 나이키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경쟁사인 아디다스는 대규모 후원도 할 수 없고, 후원을 하는 선수도 많지 않으니 애가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하지만, 당시 아디다스 마케팅 담당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마라톤을 새로운 각도로 해석한 것입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나이키는 마라톤을 ‘타인과의 경쟁’, ‘시간과의 경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최고의 선수들을 후원했고 그 전략은 잘 먹혀들었습니다. 만약 아이다스가 똑같은 관점으로 마라톤을 바라본다면, 아디다스는 나이키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잘 그는 알았습니다. 나이키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이키의 절대 우위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사실도 간파했습니다.아디다스는 마라톤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마라톤을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해석한 겁니다. 당시로써는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었고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관점의 변화였습니다.아디다스는 캠페인을 위해 힘든 상황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대회에 참가한 최고령 노인을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아디다스가 정한 구호는 이렇습니다.“마라톤은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아디다스는 이 노인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것이 스포츠정신입니다. 아디다스.” 사람들은 아디다스의 관점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획일적인 생각, 동일한 프레임에 갇혀 있을 때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갖추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인재가 아닐까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01

삶은 습관의 합

김현욱 시인올 초 두 여동생에게 예쁜 다이어리를 선물했다.단, “하루 한 줄 일기 쓰기”라는 미션을 주었다. 하루 한 줄도 못쓰겠느냐는 답장이 왔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 두 달이 지났다. 어떻게 됐을까?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다이어리를 잃어버리진 않았단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스마트폰 앱 중에 디지털 일기장 ‘세 줄 일기’라는 것이 있다. 짧지만 깊이 있는 일기장이라고 소개한다. 혼자 쓰는 방식과 같이 쓰는 방식, 공개와 비공개, 커플일기, 독서일기, 육아일기, 일상일기 등의 카테고리도 있다. 작성한 일기는 사진, 이미지 등으로 꾸밀 수도 있고 저장도 간편하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배준호 씨가 아내와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 짧은 후기를 남기기 위해 고민했던 게 ‘세 줄 일기’라는 플랫폼으로 태어났다. 현재 가입자가 4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삶은 매 순간의 합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전부다. 누구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미래로 먼저 갈 수 없다. 책상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이고 진실이다. ‘진실이다’까지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령 두 개를 들고 운동을 한다. 15번씩 3세트를 하려면 이 글을 쓰는 동안 두 번 더 일어나야 한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마도 순간에 충실한 사람일 것이다. 좋은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까, 삶은 습관의 합이다. 그것이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중1 독서습관’을 쓴 김정은, 유형선 부부는 자녀의 독서 습관을 위해 몸소 가족독서토론을 실천했다. 책 읽는 환경을 만들고 부모도 독서토론에 동참한 것이다.아침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 경험을 모아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이라는 책을 펴낸 이태숙 교사는 “매일 아침 20분씩 그림책을 읽어주기만 했을 뿐인데 아이들의 독서습관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독서, 글쓰기 강연 때 많은 학부모가 내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책을 즐겨 읽을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나요?”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라, 가 아니라 하자, 고 하세요. 책 읽어, 가 아니라 책 읽자, 책 읽어줄까, 라고 하세요. 일기 써, 가 아니라 일기 쓰자, 오늘은 뭘 쓸까, 라고 하세요. 같이 하세요. 함께 하세요. 나는 내 것을, 아이는 아이 것을.”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좋은 습관이 아닐까 싶다. 책 읽는 습관, 일기 쓰는 습관, 운동하는 습관, 명상하는 습관, 좋은 음식을 먹는 습관, 봉사하는 습관 등은 그 어떤 재산보다 귀하다. 결코 잃어버리지 않는 영원한 보물이다.우리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물려주려면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금 전에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뭐해?” “응. 아빠 지금 글 써. 습관에 대해서 쓰고 있어. 은유는 오늘 일기 뭘 쓸 거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물려줄 수 있다.

2020-03-01

내 통장은 내가 지킨다

문춘희종합자산관리사작년 말, 본 지면에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필자의 졸고가 실렸다. 강의해 달라는 분도 있었고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격려도 쏟아졌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 글에 관심을 보이셨던 분들 가운데 과연 통장 나누기를 실천에 옮긴 사람은 몇이나 될까?수렁이 깊지 않아 빠르게 방향을 잡은 독자도 있었을 것이다. 굳어버린 소비 패턴에 젖어 수습하기 쉽지 않은 독자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매달 입꼬리가 오르는 순간과 한숨이 푹푹 나오는 순간을 반복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로운 경제 활동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태어나서 무덤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돈’의 굴레를 벗어나 살 수 없기 때문이다.“딩동” 급여 이체 알림 문자가 들려오는 즉시 통장 나누기를 실천한다. 맨 먼저 재정관리 전반의 선순환을 위해 ‘예비비 통장’으로 수입액의 5~10%를 보낸다. 다음으로는 3개월 평균 소비 패턴으로 파악한 지출 금액을 ‘소비 통장’으로 보낸다. 이 통장에 연결한 체크카드로 적정 소비습관을 만들어 간다. ‘고정지출 통장’에는 스쳐 지나는 재정을 이체한다. 자동이체로 빠지는 이 항목 목록은 내 삶의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고 나를 슬프게도 하는 비밀이 감춰져 있다. 통신비, 아파트 관리비, 학원비, 대출금 상환, 보험료 등. 여기까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비슷한 패턴이 아닐까 싶다.필자는 30대 중반, 보도 쉐퍼의 ‘돈’이라는 책에서 “돈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돈은 누군가에게 나누는 것이다. 이 사실을 터득한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대목을 읽고 기부를 시작했다. 아주 적은 돈으로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아이들 후원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한다. 마음 한켠에는 이 기부가 부메랑처럼 더욱 큰 복으로 내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심(私心) 가득하지만, 매년 연말 정산에도 요긴하고 나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임을 느끼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소득에서 언젠가 닥칠 노년을 대비한 내 몫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이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이다. 소득이 줄거나 단절될 때를 위해 최소 10% 이상을 내 몫으로 만들어 가되 수입이 늘면 그 비중을 더 늘려가야 한다. 내 가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수입이 있는 동안에는 평생을 쌓아가야 한다. 내 자식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오직 나를 위한 몫이다.아이가 블록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 몫도 만들어 가야 한다.회사 복지가 최상이고, 다양한 장학 혜택을 받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자영업자나 조건이 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아닐까? 사립대, 예체능, 원룸, 이런 무서운 단어를 만나더라도 미리 준비되어 있다면 흔들림이 없다. 대학생이 되어 독립시킬 비용을 일찍 준비한다면 귀한 내 몫을 뺏기지 않아도 된다.노후를 위해서 준비만 하는 게 삶인가? 아니다. 매달 사용하는 ‘소비 통장’이 지금 나를 위한 몫이다. 그것으로 삶을 위로받기는 너무 부족한가? 친구나 가족들과 해외여행도 가야 하고, 수고한 나를 위한 가치 있는 소비도 하고 싶지 않을까? 일단 지르고 나중에 갚느라 등골 휘는 것보다 나를 위한 특별한 소비 항목을 정하고 미리부터 일정 부분 준비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목적 자금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결혼, 집 구입, 혹은 투자를 위한 종잣돈 마련일 수도 있다. 이 목적 자금 준비가 충실하다면 매달 쌓여가는 기쁨,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종잣돈의 위력을 결국 만날 수 있다. 종잣돈이 커가면서 본인의 투자 성향이 금융 쪽일지 부동산 쪽인지 확인해 깊이 있게 공부해갈 필요가 있다.자산을 쌓는 방법은 수평적 방법과 수직적 방법이 있다. 전자는 수입에서 적절한 비율을 안배해 월급이 오르면 비율을 다시 조정해 가는 방식이고, 후자는 당면 문제부터 해결하고 또 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법이든 최종 목적은 노동 소득과 더불어 종잣돈을 투자해 버는 자본 소득이 공존할 수 있는 수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많은 일을 감당해 내야 하는 사랑스러운 통장. 오늘부터 내 통장은 내가 지킨다!

2020-03-01

‘코로나19’ 우리는 꼭 이겨낼 겁니다

이강덕포항시장‘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다. 포항시에서는 지난 21일 양성판정을 받은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확진자와 접촉자가 속속 확인되고 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의심환자 조기발견과 집단감염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의 전문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감염병 전담병원을 마련하는 등 방역의료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경찰청, 교육청, 대학, 군부대 및 의사협회, 간호협회, 약사회 등 민·관·군·경이 합심해 긴밀한 협조체계도 구축했다.현재 포항시에는 선별진료소 9개소를 운영 중이며, 신속한 검사와 조치를 위하여 감염이 의심될 경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이 가장 염려하는 신천지교회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신도 1천349명에 대한 전수조사와 교회와 전도센터 등 17곳을 폐쇄한데 이어, 경찰과 합동으로 관련시설물을 찾아 폐쇄조치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도 필요하다.대중교통 시설에 대한 방역과 이용객의 안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 포항역은 매일 두 차례 이상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열화상감지기와 체온계도 비치해 실시간 발열을 체크하는 등 사전 예방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시내 공공시설과 미술관, 도서관과 체육시설, 경로당과 각급 복지시설은 당분간 전면 휴관을 결정하였고 각종 모임과 체육행사들도 취소하거나 연기하였다. 읍·면지역의 5일장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휴장하고 있다.감염병 예방과 생명의 안전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주말동안 16만개의 마스크를 저소득계층과 취약 계층에 대해 공무원들이 직접 세대를 방문하여 배부했다.‘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추진하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하여 2천억 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한편, 관광업계 활성화를 위하여 단체관광객에 대한 인센티브를 타 도시의 2배로 지원하고, 봄 여행주간과 연계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각종 할인행사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민생경제에 활력을 더하고 소비촉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포항사랑상품권’을 당초 1천500억 원에서 3천억 원 규모로 확대 발행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지원 및 자생력 강화사업 확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특화거리 조성에 이어 취약계층을 포함한 단기성 일자리 창출 등 경기부양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하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지방재정을 신속히 집행하기로 하고 상반기 행정안전부의 재정집행 목표인 57%보다 10%p가 높고, 역대 최고 수준인 67%를 목표로 신속한 집행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관급공사의 지역 업체 수주계약도 80%를 달성하기로 했다.지금은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최단 시간 내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 된 마음과 적극적인 실천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선 감염병 차단을 위해서는 개인위생이 가장 중요한 만큼 30초 이상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예절 지키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의료기관에 직접 가지 말고, 가까운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문의한 후 조치에 따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여럿이 함께 모이는 다중이용시설 방문과 다수 집합모임 참석을 자제하고, 당분간 최대한 외부활동은 자제해야 한다.끝으로, 지금도 최 일선 현장에서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의 의료인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많은 의료인들이 과중한 피로감 속에서도 연일 지역의 안전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 거듭 감사드리고 현장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서 포항시에서도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포항시는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상황과 소식을 시민 여러분께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도 잘못된 뉴스와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시와 보건당국의 안내를 믿고 따라 주시길 바란다.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의 건강과 지역 공동체의 안전이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는 마음으로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2020-03-01

포카전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각국의 대학들은 라이벌 전이 있다. 해외에서도 명문 대학끼리 대항전은 두 대학에 신바람을 넣어주는 활력소이다.영국의 명문대학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의 조정경기 대항전은 옥스브리지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스탠퍼드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빅게임이라는 미식축구 경기, 또 일본의 와세다와 게이오 대학의 소케이센은 사력을 다해 이기려는 두 대학 동문들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다.한국에도 연세대-고려대의 연고전의 역사는 일제시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과 같은 형태는 1965년 시작되었다고 한다. 엄청 유명한 라이벌 전이다.연고전이냐 고연전이냐로 명칭싸움도 치열하다. 서로 번갈아 부르기로 했지만 연고전이란 명칭이 고연전보다 더 많이 쓰이기에 고려대에서는 음운학적 분석까지 해 보았다고 한다.2002년 시작된 포스텍-카이스트는 포카전, 카포전으로 불리운다.한국을 대표하는 이공계 대학의 친선경기로 이제 20주년이 다가온다. 또한 서울에 있지 않은 두 명문대라는 것이 흥미를 끈다.연고전이 주로 체육종목에 치우친데 반하여 포카전은 축구 농구 야구 등 스포츠 종목과 해킹, 게임, AI, 과학퀴즈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특징을 띄는 종목이 포함되어 있다. 두 대학의 체력과 함께 두뇌경쟁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그동안 포카전의 승부는 KKPKKPP0PPKKKKPPKP 라고 한다. 0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로 한번 쉰 것이고 17번 시행되었고 현재 전적은 8(포):9(카) 라고 한다. 거의 대등한 결과이지만 카이스트가 학생숫자의 규모상 포스텍의 거의 3배 가까이 된다고 볼 때 포스텍이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한 대학이 계속 이기다가 다른 대학으로 넘어가면 한참동안 지는 패턴이 흥미롭다. 우승의 연속성에는 어떤 패턴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다가 내린 결론은 당시 대학 구성원의 사기와 대학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한 분위기가 단합이나 훈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이것은 단순히 더 잘한다 못한다의 차원을 넘어선 문제로 보여진다.2002년 시작된 포카전은 초반 카이스트의 일방적 독주였다. 여기에 제동을 걸고 포스텍이 2007∼2011년 연승으로 우승기를 영구 보관한 역사가 기억이 난다. 보직을 맡아 백성기 5대 총장과 함께 하던 시절이다. 당시는 한국대학이 달성한 세계 최고랭킹인 세계 28위(2010)를 포스텍이 달성하던 시절이기도 하다.결국 이러한 분위기 조성이 포카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면, 대학의 랭킹과 위상이 무시할 수 없이 구성원들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힘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한 점에서 금년 포스텍의 승리가 주목을 끈다.대학의 랭킹과 위상이 구성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졸업한 졸업생에게도 계속 프라이드로 작동하고 “스스로를 믿는 자부심이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로젠탈 효과’에 의해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면 대학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은 모든 대학이 크게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추구할 일이다.학생, 교수, 졸업생 등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은 대학의 중요한 사명 중에 하나이다.

2020-02-27

낙원(樂園)을 보다

유튜브(YouTube)를 둘러보다가 모처럼 감동적인 영상물을 만났다. 중국 쓰촨성 깊은 산골에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리즈치라는 아가씨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이다. 이십대 후반인 그녀는 어려서 부모가 이혼을 한 데다 아버지가 일찍 사망해서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외지로 나가 식당 종업원, DJ일 등을 하다가 할머니가 병에 걸리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생계를 위해 타오바오(淘)라는 오픈 마켓에서 직접 생산한 물건을 팔면서 홍보를 겸해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집 주변의 정원과 논밭에서 직접 가꾼 농작물이나 산과 들에서 채취한 식재료를 이용해 전통음식을 전통 도구와 방식으로 만들거나, 여러 가지 공예품을 만드는 등 농촌지역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동영상으로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그녀의 동영상이 보여주는 놀라운 점은 한둘이 아니지만 우선은 감동적인 영상미(映像美)를 꼽을 수 있다. 미학적 관점이나 기술적 측면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름답고 아늑한 정경에 빠져들게 한다.주로 보여주는 풍경은 집 주변 산과 들, 온갖 채소와 과일과 화초가 만발한 정원인데, 그 속에 리즈치라는 아가씨가 등장하면 사물이 돌연 유정하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자연과 그녀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시너지효과로 감동적인 영상을 만들고 있다.다음으로 경이로운 것은 그녀의 다양한 소질과 능력이다. 도대체 못하는 게 뭘까 궁금할 지경으로 다재다능(多才多能)하다. 온갖 농사일과 음식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집을 짓고 화덕을 만들고 각종 가구와 공예품, 먹과 종이와 붓과 연적을 만드는 등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다. 그냥 하는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종일 땀을 흘리며 추수를 하고 타작도 한다. 작고 가냘픈 체구에서 괴력에 가까운 힘이 나와 무거운 짐도 거뜬히 들어 옮긴다. 그녀의 일손은 어디 한군데 서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거침없다. 그 모두가 상당히 힘이 드는 노동일 터인데 마치 숙련된 발레리나의 춤동작처럼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한다.수십 편의 동영상에서 수많은 일들을 보여주지만 설명이나 대화가 거의 없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새소리 물소리 등의 자연의 소리와 일하면서 내는 소리 외에는 식사를 하시라고 할머니를 부르는 소리와 어쩌다가 한두 마디 대화가 전부다.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어떤 말도 췌사가 되고 사족이 되는 정경이야 말로 최상의 메시지가 아닌가. 너무나 시끄러운 세상, 난무하는 말의 파편에 상처 입은 현대인들에게 좋은 힐링이 되는 이유다.중국의 농촌현실과는 괴리가 있고 의도적으로 연출을 했다는 것과 상업적 수단이 되어버린 점 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지극히 소박하고 단순한 기획과 연출로 수천만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치유를 안겨줄 수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일이다.아무튼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국에 괴질까지 나돌아 인심들이 불안하고 흉흉한데, 잠시 눈길을 돌려 어떤 삶이 자아내는 잔잔한 감동에 젖어보시기 바란다.

2020-02-27

알렉산드로스가 말하는 정의(正義)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스라엘에 원정을 왔을 때 어떤 유대인이 물었습니다. “대왕께서는 금과 은을 갖고 싶지 않습니까?” 알렉산드로스는 대답합니다. “금은보화는 이미 아주 많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유대인 전통과 당신들이 생각하는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오.”마침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있는 곳에 두 사람이 랍비를 찾아왔습니다. 한 사람이 넝마 더미를 샀는데 그 속에서 많은 금화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넝마를 판 사람에게 “나는 넝마를 산 것이지 금화를 산 것이 아니니 이 금화는 마땅히 당신 것이오.”했고 넝마를 판 사람은 “그렇지 않소. 나는 당신에게 넝마를 이미 팔았으니 그 속에 들어 있었던 금화도 당신 것이오.”양쪽 주장을 들은 랍비는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신들에게는 각기 딸과 아들이 있으니까 이들을 결혼시킨 후 그 금화를 그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오.”옆에서 듣고 있던 알렉산드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랍비가 물었습니다. “대왕님의 나라에서는 이러면 어떤 판결을 내리십니까?” 알렉산드로스는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아, 이런 경우라면 판결은 아주 간단하지요. 두 사람을 죽여 버린 후 그 금화를 내가 갖소. 이것이 내가 아는 정의요.”등골이 오싹해지는 가치관입니다. 넝마 안의 금화가 누구 소유냐 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했던 유대인들이 바보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런 낭만적인 양보는 모두 사라지고, 치열하게 자기 이익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을 기르고 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정의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물론 겉으로는 온갖 교묘한 수사를 동원해 포장하겠지요. 2천500년 전 플라톤이 그의 책 국가에서 던졌던, ‘올바름’이란 과연 무엇인지 인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모양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7

시험무대 된 코로나 사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코로나19 사태가 정치권의 리더십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코로나19로 초토화된 대구를 찾아가 특별대책회의를 갖고, 코로나19 전담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과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가 된 신천지교회가 소재한 대구남구청 등을 찾아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코로나19로 흉흉해진 대구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행보였다. 문 대통령의 뒤를 이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역시 27일 대구시청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민심을 헤아려야 할 정치 리더로서 당연한 행보로 읽혔다.반면 대구·경북지역 자치단체장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혹독한 리더십 시험무대를 맞고있다. 특히 코로나확진 환자의 과반이상이 쏟아져 나온 대구를 책임진 권영진 대구시장은 코로나19 방역 대응에서 허술하고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대표적인 것이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권 시장이 대구 신천지 교인들에 대해 유증상자만 검사가 가능하고, 교인들 전부를 검사 대상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일주일이 지난 26일에야 전체 신천지 신도 대상 전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번복한 사실이다. 또 대구시 공무원 내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신천지 교인인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 총괄팀장에 대한 허술한 조치도 구설수에 올랐다. 보건소 감염예방 총괄팀장인 그는 지난 20일 오후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대구시에 통보한 신천지 교인 2차 명단에 포함돼 자가격리를 권고받았고, 다음 날인 21일에야 자신이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도 권 시장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분이 해당 직무를 맡고 있었던 것은 결과이고, 이에 앞서 그 분이‘신천지 신도’였을 뿐인데 이를 문제삼기 어렵다”고 사실과 다르게 비호하려했다. 이처럼 초기 신천지 내 감염 위험성을 심각하게 보지 않은 까닭에 ‘늑장’ ‘뒷북’ 대응이 이뤄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다.코로나19 확진자수 300명을 돌파한 경북도의 수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리더십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6일 이 지사가 도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에 발표에 이어 ‘신천지 신도들에게 전하는 협조 말씀’이라는 공개 서한을 발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 지사는 호소문을 통해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신천지 신도들의 참여와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의 신천지교회 신자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지역감염을 막기 위해 강제력까지 동원해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당한 ‘뒷북’당부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실제로 서울시는 서울 전 지역에서 신천지 집회와 제례 등을 전면 금지하는 긴급행정명령을 발동했고, 경기도도 신천지 집회, 모임을 전면 금지하고 시설을 강제 폐쇄하는 내용의 긴급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25일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에 진입해 교인 명단을 확보하는 강수를 뒀다.위기에 처했을 때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다르게 표출되는 지를 잘 보여주는 듯해 씁쓸했다.

2020-02-27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다. 질병을 하늘이 내린 천벌로 여겼던 당시, 질병을 물리쳤던 히포크라테스의 의술은 괴력의 헤라클래스의 힘과 견줄만 했다. 2천500년 세월동안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사상에 영향을 끼쳤다면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사상에 그만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히포크라테스 전집’은 고대에서 시작하여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서양의학계가 공인한 서적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유명구절도 이 전집에서 나온다. 이 구절은 본래 히포크라테스가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라고 표현했던 것이 와전됐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더 유명해진 글귀다.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지금도 많은 의학도가 의사의 길을 가기 전 가슴에 새기는 글귀다. 히포크라테스가 전한 의사의 윤리 지침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의사로서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선서하는 것 등 의사가 평생 지켜야 할 덕목을 담아놓았다.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인종과 종교, 국적, 정당정파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다고 한 내용이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존중이 의술의 모두라는 것이다.‘밀림의 성자’로 불리는 슈바이처는 서른 살에 의학 공부를 시작하여 의사의 길을 갔다. 더운 아프리카에서 병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고자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그곳에서 질병을 치료하며 평생을 바친다. 신학자, 철학자, 음악가인 그에게 헌신적 삶을 살게 한 것은 바로 인간생명 존중의 가치 때문일 것이다.대구경북 코로나19 현장에 자원봉사 의료진이 속속 찾아온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2-27

대구, 코로나19

대구 사는 박 시인은 내 절친 중에서도 절친, 그래 2월 말에 서울에서 한 번 꼭 만나자고 했다. 한 해 두 해 살아가면서 친구는 점점 더 없어지고 새로 사람 사귀는 일 어려운 것 모르는 사람 없다.만나는 김에 그와 같이 책 쓸 때 함께 했던 황 모도 보자고, 그럼 참 재밌겠다고 해서 우연히 마주친 황 선생에게 약속도 받아냈다.날이 갈수록 사람 사는 일은 점점 더 재미 없어지니 이렇게 세 사람이 서울 은평 하고도 연신내 연서 시장에서 만나 서대구이에 막걸리 한 잔 하면 좋을 것 같다. 거기 똑순이 아주머니 손맛으로 김 구워서 밥도 한 공기씩 하면 더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아 그날은 세상 없어도 꼭 보자고 신신당부 해놓았던 터다.그런데 이 박 시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대구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서 위험하니 약속을 다음으로 미뤄보자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일백 명 안쪽으로 헤아리던 때다. 그게 무슨 얘기냐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는 판에 몇 명 되지도 않는 환자수 때문에 뭐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더니 될 말이냐고 펄쩍 뛰었다. 아니란다. 당장 자기 자신이 보균자일지도 모르는데 기차 타고 서울 가서 슈퍼 전파자 되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참, 걱정도 팔자다,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게 경제 불황이라고, 가뜩이나 자영업자들 생난리에, 가뜩이나 손님들 없어 죽겠는데, 코로나 타령으로 아예 끊겨버리면 어쩔 테냐 말이다. 혹시, 같이들 모여 노는 게 싫어 그런 것 아닌가, 정 떨어진 거야? 하는 농담조 소리를 하고는 올라오지 않겠다는 사람 억지로 청할 수 없었다.친구 중에 정 모라 하는 친구가 실제로 그런 소리를 했다. 코로나19로 죽는 사람 숫자보다 경제난으로 자살하는 사람 숫자가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며칠 전 얘기니까 코로나가 한 사백 명 할 때 이야기다. 그때만 해도 나 역시 박 시인 따라 ‘겁’을 배워 목숨이 중하지 돈이 중하냐 하고 반박을 했지만 우리 정 모는 들을 생각을 안 했다.거, 섭섭하다, 하고 몇 개월만에 한 번 만나려다 무산된 약속을 충분히 아쉬워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급격한 확산세를 보였다. 기하급수라는 말이 이런 때 쓴다는 것이 실감날 정도다. 대구 신천지는 말할 것도 없고 대전에도, 광주에도, 서울에도, 나 사는 은평구에도 성모병원 확진자가 나타났다고 했다.낮에 자동차 고치느라 카센터에 갔는데, 바로 옆 식당이 한낮에도 불이 꺼져 있다. 아예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인건비도 감당할 수 없는 나날이니 한 봐도 사정을 넉넉히 알 수 있다. 큰일이다. 보통 일 아니다.대구서 은평까지 어디 하나 안전한 곳이 없다. 최근에는 포항에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여럿 나와 아리랑횟집도 텅 비어 버렸다. 어떻게들 사나. 어서 썩 물러가기를 두 손 모아 바랄 뿐이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

2020-02-27

불교의 지혜와 자비

효상 스님포항 운흥사 주지불교는 제법(諸法)을 있는 그대로 여실히 알아내는 지혜(般若)를 매우 존중합니다. 왜냐면 그러한 지혜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올바른 종교적 행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믿음(信)만 있고 앎(解)이 없으면 미신에 흐르기 쉽고, 앎만 있고 믿음이 없으면 오만하게 되기 쉽습니다. 불교에서는 믿음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을 합니다.그래서 그러한 믿음과 함께 이지(理智)의 중요성을 또한 크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불교는 매우 지(智)적인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혜를 바탕으로 발현되는 인간애를 불교에서는 자비(慈悲)라고 말합니다.자(慈·maitri)는 어원적으로 ‘우인(友人·mitra)’이라는 말에서 파생한 말로, 진실한 우정·순수한 친애의 마음을 의미합니다. 비(悲·karuna)는 애련·동정 등의 뜻으로써 보통 쓰이고 있는 말입니다.따라서 자비는 ‘남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慈, 與樂), 불이익과 고통을 덜어 주려는(悲, 拔苦)’ 인간애를 의미합니다.불교에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는 교설이 있는데 자(慈)·비(悲)·희(喜)·사(捨)의 네 마음을 일체 중생에 대해서 무한히 가지라는 것입니다.자(慈)와 비(悲)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고, 희(喜)는 남이 즐거움을 얻었을 때 그것을 흔연히 기뻐해 주는 것이며, 사(捨)는 다른 사람에게 애증원친(愛憎怨親)의 마음을 갖지 않고 항상 평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그러면 불·보살이 이렇게 무한한 자비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말해서, 고통 받고 있는 형제자매를 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는 비록 시름과 괴로움을 여의었다고 하더라도, 무수한 중생들이 죽어가는 저 슬픈 울음을 어찌 듣고만 있겠습니까?불교 경전 중 ‘우바새계경’에 나오는 말씀을 조금 살펴보겠습니다.“지자(智者)는 일체 중생이 생사의 고해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건지고자 하므로 슬픔을 일으킨다. 사도(邪道)에 헤매는데도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음을 보고 슬픔을 일으키고, 재물과 처자에 얽매여 빠져 나오지 못함을 보고 슬픔을 일으킨다. 또 중생들이 악업을 짓고 고계(苦界)를 받으면서도 탐착(耽着)을 하는 것을 보고 슬픔을 일으키고, 행복을 구하면서도 그 원인을 닦지 않기에 슬픔을 일으킨다.”이와 같이 불교의 지혜와 자비는 참으로 크고 크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괴로움을 여의고, 깨달음을 얻어, 남을 위해 살고 싶은 사람에게 그 큰 지혜와 자비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는 것입니다.

2020-02-26

교육 백신 5 - 평가를 평가하라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먹먹할 따름이다. 처음에는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1월이 총알처럼 지나고, 2월이 어영부영 물러나려고 한다”라고 쓰려 했다. 그런데 3월을 한 주 남겨둔 지난주부터 1분 1초가 1년보다 길다. 기하급수라는 말이 부족한 이제는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다.前門拒虎後門進狼(전문거호후문진랑)이라는 말이 있다.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으니 뒷문에서 이리가 닥쳐온다”라는 뜻이다.바이러스와 숫자가 주는 두려움과 공포에 사람들은 패닉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또한 우리 국민이 거뜬히 이겨내리라는 것을!필자는 주말에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교복을 찾으러 시내에 있는 교복사에 갔다. 문을 나서려고 할 때 아이가 말했다.“아빠, 코로나 때문에 교복사 앞에서 전화하면 바로 준대. 차에서 내리지 말고 꼭 전화해. 알았지”교복사로 향하는 내내 눈부시도록 맑고 아름다운 하늘이 자신을 봐 달라며 따라왔다. 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뉴스는 사실이었다. 동네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조금 차를 몰고 나가자 바다를 배경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그들을 보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자가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예방수칙을 지키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필자의 면역력까지 높여주었다. 예방이 백신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거리의 많은 상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교복사에 도착할 무렵 도로를 응시하고 있는 어느 상점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생기라고는 전혀 없는 눈, 그 눈에서 기대와 희망을 찾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필자의 오판이었다. 가계를 지나치려는 찰나에 밖을 향해 손 흔드는 그를 보았다. 그 손 흔듦은 필자의 생각이 틀렸음을 말해주는 손사래였다. 도로까지 나와 교복을 건네는 직원의 밝은 미소에서 필자는 희망을 보았다.집으로 가면서 필자는 조수석에 놓인 교복을 보았다. “벌써”라는 말이 소리 없이 터지기 시작한 산수유꽃처럼 터져 나왔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여는 순간 아이는 만개한 봄꽃이 되어 교복을 맞이했다. 그리고 바로 교복을 입고 패션쇼를 했다. 그 모습에 필자의 가족은 코로나의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됐다.그런데 즐거움도 잠시였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느낄 암담함을 필자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학원을 가도 걱정이고, 안 가면 더 걱정이니 어떻게 안 보내겠어요” 개학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시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교육 관계자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제안한다.“수행평가, 서술형 평가와 같은 보여주기식 시험 개선! 지나치게 높은 수행평가 비율 조정!”이 나라 교육이 지금과 같은 혼돈에 빠진 것은 평가 때문이다. 평가를 개선하지 않고는 결코 교육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교육계의 진리이다. 그런데 그 평가가 정권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 예전의 평가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다간 코로나19 사태는 국민의 힘으로 곧 종식되겠지만, 교육계의 혼돈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2020-02-26

1만2천500번의 노크

이그나티우스 피자라는 미국의 한 젊은 박사가 의학 공부를 마치고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베이에서 클리닉을 개원하려 했을 때. 그 지역의 의사 협회는 “이미 클리닉이 너무 많으니 다른 곳에서 개원하라”고 충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굳게 결심한 그는 그날부터 무려 넉 달 동안 새벽부터 저녁때까지 집집이 찾아다니며 노크했습니다.“제가 어디에 클리닉을 내면 좋을까요?” “클리닉 이름은 A와 B중에 무엇이 더 좋을까요?” “제 클리닉 개원식에 초대합니다. 와주시겠습니까?”피자 박사는 당연히 수없이 거절을 당했습니다. 집에 사람이 없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하지만, 그는 지역 사회 1만2천500가구를 모조리 방문했고, 그 중 절반인 6천500명에게 말을 건네는데 성공했습니다. 넉 달 뒤 그는 개원했고, 첫 한 달 동안 233명의 환자를 진료, 7만2천달러의 기록적인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살아가면서 우리는 ‘거절’ 당할까 걱정합니다. 가끔은 그 두려움이 너무 커서 아예 시도 자체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절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생활 일부입니다. 거절당한다 해도 나빠질 것은 크게 없습니다.위신이 떨어진다고요? 창피하다고요? 1만2천500가구의 집 문을 노크해 6천번 이상 거절당했던 미국의 한 박사도 있었습니다.제가 늘 새벽 편지를 쓰는 이곳, 클북이 출판을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습니다. 벌써 여덟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책 출간 이후 다양한 저자들의 반응을 봅니다. 낯가림이 심한 분은 책을 내고도 칩거하는 숨는 분도 있고, 자신이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 많은 분을 만나고 여기저기 노크하는 분도 있습니다.1년에 4만권도 넘게 쏟아져 나오는 새 책의 홍수 시대입니다. 자신의 책을 알리고자 오늘도 애쓰며 노크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저자를 응원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6

우한폐렴과 TK코로나

김규종 경북대 교수‘코로나19’가 극성이다. 코로나19는 애초 ‘우한폐렴’이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리다가 질병관리본부 건의로 코로나19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월 11일 감염증의 정식명칭을 ‘COVID19’로 결정했지만, 영어표현이 길고 생소해 코로나19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구와 경북의 확진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지역 거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70% 가까운 비중을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적잖게 충격적이다.중국 호북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를 막아보자면서 통합당과 보수언론이 줄기차게 주장한 것은 ‘우한폐렴’과 ‘중국인 입국금지’였다. 2015년에 마련된 세계보건기구 명명법 기준에 따르면 특정지역 이름을 따서 감염병 명칭으로 삼는 것은 국제법상 올바르지 않다. 정부는 1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한폐렴’ 대신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명칭을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우한폐렴 명칭을 고수했다.대구와 경북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보수언론은 대구 경북 거주민을 우롱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2월 20일 ‘중앙일보’에 “파장 커지는 TK 코로나”를 필두로 2월 21일 채널A는 “대구 코로나”, SBS는 “대구 고담시티”, 연합뉴스 텔레비전은 “대구발 코로나”를 줄지어 보도한다. 여당 국회의원과 대구시장이 대구와 경북을 모욕하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할 정도로 대경 지역민을 폄훼하고 모독하는 짓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가관인 것은 ‘우한폐렴’을 주장한 통합당 의원이 “대구 코로나” 명칭에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중국에 혹시나 흠이 갈까 봐 우한폐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펄쩍 뛰던 사람들이 이제 아예 대구 코로나라고 부르나”라는 희한한 논리를 전개한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우한폐렴 대신 코로나19를 사용하는 것이 중국 눈치 보기나 사대주의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한폐렴은 되고, 대구 코로나는 안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2월 20일 통합당 원내대표 일갈도 흥미롭다. “국민이 알기 쉽게 맨 처음에 사용했던 우한폐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중국 눈치를 너무 보고, 제대로 대응조치를 하지도 못하면서 중국 심기만 살피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지금 우한폐렴 명칭을 쓰고 있다.” 국민의 낮은 눈높이를 고려하고, 정부의 대중국 저자세를 비난하려고 우한폐렴 명칭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을 오가는 항공기 운항을 금지한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자들의 단견을 웅변한다. 바이러스가 행정적인 국경을 따라 이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엄중한 환란을 맞이하여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과 더불어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2020-02-26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

누구나 사랑을 경험을 할 때엔 무슨 열병이라도 걸린 듯 가슴은 두근거리고, 속은 울렁거린다. 오직 한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무슨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삶은 일상적 현실 위로 둥둥 떠올라 표류한다. 이런 때에 우리는 그런 비현실적인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기만을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이 바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다.이제는 너무 나이 들어 그런 순간이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심술이 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삶을 조금 더 알게 되어 하는 말이다. 도대체 그렇게 현실감을 잃은 상태가 계속되면, 사람은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몇 날, 몇 주, 몇 달, 몇 년 그렇게 사랑에 빠진 상태를 계속 견디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도 가능할 것 같지 않고, 삶은 그 사랑으로 모두 망가지게 될 것이 뻔하다.“미국 대중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에 빠졌다.”2003년 작고한 미국의 시사 문화 평론가인 닐 포스트만 뉴욕대학교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과학기술에 매혹되어 과학기술이 미국 사회에 끼치는 유의해야 할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미국인들을 향해 이렇게 경고했다. 그는 “과학기술은 파우스트의 거래(Faustian bargain)와 같아서 늘 주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과학기술을 잘 사용하려면, 꼼꼼히 손익을 따져 거래를 하는 것처럼 깨어있어야 하는데 미국 대중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에 빠져 눈멀고 귀먹어 현명한 거래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헌데, 돌아보면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사정도 그리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과학기술에 대한 현대인의 사랑은 강렬하다. 눈멀고 귀먹기에 충분히 달콤하다. 과학기술이 펼쳐 보이는 내일은 항상 희망으로 가득해 보인다. 하지만 그 희망은 결코 내 품 안에 잡혀 차분히 머물지 않는다. “한 발 다가서면, 두 발 도망간다.” 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애정 행각엔 마지막 목적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YOLO! 한 번 사는 인생!”,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Carpe diem! 이 순간을 잡아라!”, “지금 이 순간!”, “부러우면, 지는 거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첨단 과학기술 제품 광고의 끊임 없는 권고,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속 PPL 광고,이 모든 것들의 무차별 폭격 속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현대 과학기술의 산물들에 대한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늘 채워지지 않은 갈망 때문에 굶주린다.사랑에 빠진 연인 간에서 “사랑을 향한 굶주림”이라는 말은, 그 허기가 채워지는 날,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있기에 아름다운 시구가 된다. 하지만 현대과학에 대한 배고픔은 과연 채워지는 날이 올까? “현대 과학기술,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인정할 수 있는 날은 과연 올까?컴퓨터 메모리에서 두 배의 집적도가 가능해진 순간, 네 배로, 다시 여덟 배로의 목표가 세워지는 것은 자동적이다. 생각해보면 기술적 혁신을 이뤄 낸 연구팀을 “이제 이만하면 되었으니, 집에 가세요”라고 연구팀을 해체할 수 없는 노릇이니, 과학기술은 제동장치가 없는 기관차처럼 끊임없이 변화, 발전한다.이런 현상을 보고, 프랑스의 사회비평가 자크 엘륄은 “기술은 자율적이다”라는 주장을 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과학기술이 어떻게 자율적인가? 하지만 과학기술 현상 자체를 볼 때, 그의 주장은 매우 호소력이 있다. 한번 발전이라는 방향을 향해 나선 과학기술은 멈추지 않고 그 발전 방향을 지속하려 한다는 것이다.혹자는 과학기술이 가는 길은 과학기술자의 선택으로 “구성”되어지기 때문에, 결국 과학기술은 인간의 통제 아래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연구할까?”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과연 과학기술인들은 자신이 하는 과학기술에 대해 얼마나 생각할까?“저는 연구실에서 연구만 했기 때문에 그런 건 잘 모릅니다”라는 말은 무지를 드러내는 말이지만, 종종 과학기술인들에겐 자신의 전문가로서의 삶을 은근히 부각시키려는 복심에서 하는 말일 때가 있다. 요컨대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너무나 깊은 사랑에 빠져서, 삶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눈멀고, 귀먹었다는 말인데, 그러니 “제 삶이 부끄럽지 않아요, 저는 사랑에 빠졌거든요”라는 고백으로 들리는 대목이다.마하트마 간디는 우리 시대에 주의해야 할 일곱가지 치명적인 죄악들을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 양심없는 쾌락, 원칙없는 정치, 윤리없는 상거래, 성품없는 지식, 인간성 없는 과학, 노동없는 부, 희생없는 종교적 숭배. 이 일곱가지 죄악 중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와 과학이 분리되는 것이 커다란 오류일 수 있다는 지적으로 현대과학기술의 대세를 볼 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점들을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돌아보면 과학기술은 한국인이 사랑의 대상으로 삼을만하기도 했다.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쓸 때, 경제를 부흥시키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낼 때, 늘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더없이 고마운 친구였다. 지금도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한 혁신을 통해, 또한 세계적 기술 벤처 창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유일한 수단이 과학기술의 추구에 있다는 생각은 아마도 우리 모두의 공감대일 것이다.그렇기에 더욱 이 모든 국가적 기대감을 현실로 만들어 갈 과학기술인들은 지금보다는 좀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으며, 누구의 수고로 내가 누리는 행복이 가능하며, 어떤 미래가 우리, 더 나아가 모든 인류를 행복하게 할 것일지에 대해 고민하는 일에 우리는 좀더 시간을 써야 한다. 더욱더 귀 기울여 듣고, 힘써 공부하고,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어지럽게 격변하는 이 시대에 현대 과학기술을 그래도 한자락씩이라도 이해하는 과학기술인들의 어깨엔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역사적 책임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물론 과학기술인의 손에 과학기술이 잡혀 있기에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과학기술인이 지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학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그 결과물이 거래되는 시장이 결정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이다. 그렇기에 과학기술의 산물을 사고 소비하는 모든 소비자들의 의식이 더욱더 중요한 시절이 되었다.‘인간을 생각하는 경제’라는 부제가 붙은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는 책에서 저자는 “이만하면 되었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중요한 미덕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벌써 반세기가 훌쩍 넘은 오래된 책이지만, 슈마허가 강조한 이 중요한 절제의 미덕은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사회가 될수록 더욱 중요해 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닐 포스트만 뉴욕대 교수.과학기술은 마술처럼 우리를 매혹한다. 과학기술이 펼쳐 보이는 과학기술의 재주는 우리의 삶, 우리의 미래를 내어 맡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그 사랑도 우리를 눈멀고 귀먹게 하도록 내어 버려 두어서는 아니된다.과학기술이 주는 유익은 한껏 향유하면서도 그것이 주는 유익과 함께 따라올 결과에 조금 더 눈을 돌리는 일은 성숙한 시민이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와 그 안의 속한 모든 사람들에게 가져올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혹여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할지 모르는 이웃이 있을지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 살피는 일에 조금 더 마음을 쓰는 것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지혜롭고 성숙한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장수영 포스텍 교수

2020-02-26

정치와 선거는 내려놓기로 하자

장규열 한동대 교수가히 광풍이다.‘코로나19’가 온 나라를 삼켜버렸다. 깊은 우려와 함께 높은 관심이 치솟는다. 날마다 알려지는 확진자 숫자는 위험이 순간순간 내게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걱정하게 만든다. 대구와 경북은 초유의 위기를 만났고, 신천지와 대남병원은 진원이라는 의심을 산다. 초중고 학교들 개학이 연기됐지만, 일주일이 충분한가 의심스럽다. 새 학기를 앞둔 대학들도 개강을 미루거나 온라인강의로 대체하는 등 지혜를 모은다. 우리뿐 아니라 지구적 위기가 되어가는지 이란과 이탈리아, 급기야 미국에도 비상사태에 대비한다는 뉴스가 전해진다.사람은 가장 어려울 때 진면목을 드러낸다. 사회도 마찬가지. 오늘처럼 힘든 일을 만나니 보수든 진보든 이념의 향배가 그리 힘을 쓰지 못한다. 총체적 위기 앞에 정치적 경향성은 별것이 아니었음을 드러내고 만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 앞에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기보다 협력의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 정략으로 혼돈을 거듭할 일이 아니라 전문성으로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시급한 과제는 신천지가 아닌가. 대구와 경북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모든 일에 잘 대처하였는지 평가와 분석은 문제가 지나간 다음에 하기로 하자. 정부도 돌아볼 일이 있을 터이지만, 위기를 정략으로 대하는 당신이 더 문제가 아닌가.정치와 선거는 내려놓기로 하자. 문제 앞에 이념이 힘을 잃듯이, 건강과 생명 앞에 정치와 선거는 또 무슨 소용인가. ‘코로나19’를 넘지 못하면, 국민에게 그 어떤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캐나다의 정치인 마이클 이그나티에프(Michael Ignatieff)는 “세상에는 정치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많다”고 하면서 국민건강 과제는 정치적 담론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애쓰는 의료진의 전문성을 믿어야 한다. 신천지교회가 잘못 대처한 일을 종교의 자유에 연결하는 실수도 문제가 아닌가. 특정교단을 차별함이 아니라 그들이 혹 이 모든 감염과 전파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우려함이 아닌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눈에 보이는 위험과 실수는 반드시 규명하여야 한다.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을 지원해야 하며, 불필요한 정쟁은 거두어야 한다. 언론도 의견의 차이에 집중하기보다 위기극복을 위한 해결책에 집중했으면 한다.위기는 지나간다. 어떻게 지나가게 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하며, 지나간 시간을 붙들고 늘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려움의 터널을 통과한 다음에, 또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잘잘못을 돌아보고 평가해야 한다.‘코로나19’의 가파른 언덕을 넘은 다음, 정치와 선거의 문을 다시 열었으면 한다. 주장과 의견에 휘둘리기엔 심각함이 도를 넘는다. 해결과 극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으기로 하자. 힘내라, 대구경북!

2020-02-26

공포지수

공포지수(fear inde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SP500 지수옵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증시지수와는 반대로 움직인다.이 지수는 1993년 미국 듀크 대학의 로버트 E. 웨일리 교수가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기 위해 개발한 SP 500 지수옵션에 대한 향후 30일간의 변동성에 대한 투자기대 지수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수치로 나타낸 지수다.예를 들면 VIX 30(%)이라면 앞으로 한 달간 주가가 30%의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변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해, VIX지수(Volatility Index)를 ‘공포지수’라고 부른다. VIX지수는 주식시장과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이 지수가 높아지면 주식시장의 변동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는 것이고, 이는 투자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려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후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이러한 VIX지수가 최고점에 이르면 공포심리가 극에 달해 매도세가 소진되면 주가가 바닥을 형성, 증시 반등의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대한 공포로 미국증시의 공포지수도 이틀연속 급등했다. 25일(현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47.72%나 치솟은 25.23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엔 27.91로 11.51%나 더 솟구쳤다.코로나19 공포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26

개, 돼지가 고(告)함

박화진전 경북지방경찰청장‘민중은 개, 돼지다’라는 막말로 비난 여론이 들끓어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곤욕을 치렀다. 잊을만하면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 일반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할 때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을 ‘개, 돼지’라고 빗대는 표현은 말하기 뿐 아니라 듣기도 거북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의식이나 수준을 비하하는 말의 극치다. 개와 돼지의 말을 엿듣게 되었다.개 : 너 인간들에게 잘 못한 거 있냐?돼지 : 글쎄, 특별히 잘못한 거 없는데 너는?개 : 나도 하느라고 했어!개·돼지 : 인간들이란…. ㅠㅠ“살아서는 냄새나는 집에서 열악한 환경마다 않고 주는 대로 불평 없이 열심히 먹어주고 부위별로 육질 좋게 만들어 죽어서 충성하잖아. 고사 상에서는 힘든 거마다 않고 웃으며 분위기 띄워주지. 뼈가 으스러지면서 진국 만들어주는 건 어떻고? 심지어 발이 뚱뚱 부어도 분칠해서 인간들 입 즐겁게 해주고. 어떤 인간들은 껍질이 쫄깃하다며 술 마실 때 꼭 찾잖아. 이 정도면 하느라고 한 거 아니야?” 돼지의 하소연.“참 고생 많네. 나도 마찬가지야. 발가락 날아갈 거 감수하며 비무장지대 지뢰밭 누벼야지, 지진이니 건물붕괴 현장에 코 들이대며 피 냄새 맡아야지, 역겨운 폭탄, 마약 냄새는 어떻고. 심지어 낙하산타고 적진에 뛰어들어 자폭하는 일도 우리 할 일이거든. 꼴랑 사료 한 주먹 챙겨주고는 갖은 포즈로 사진 찍게 만들지. 밖에서 짜증난 일 있는 인간들 집에 돌아오면 내 기분 팽개치고 꼬리 흔들어 줘야지. 보신하겠다고 삶아먹는 인간들은 어쩌고?” 개의 맞장구.말은 그 사람의 품격이다. 무심결에 날린 말들이 칼보다 상처를 깊게 한다. 들녘을 순시 중이던 황희 정승이 누렁이 두 마리가 밭을 가는 것을 보고 농부에게 물었다. “두 마리 중 누가 더 일을 잘하느냐?” 농부가 황희정승에게 다가와 귀에 말로 속삭였다. 멀리서 얘기해도 될 일을 다가와 귓속말을 하는 농부가 의아스러워 물었다. 그러자 농부는 일을 부려먹는데 짐승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으니 귓속말을 해야 된다고 했다. 일개 농부였지만 황희정승은 농부의 사려 깊음에 감탄했다는 익히 아는 일화가 떠오른다. 선거철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무분별한 말 비방이 걱정된다. 특히 품격 떨어지는 말 사용은 안했으면 한다. 정정당당하고 품위 있는 대결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선량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말 못하는 짐승일지라도 따져보면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하물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됐다는 인간을 향해 선거 때문에 상스러운 말을 해서는 되겠는가? 세상을 살맛나게 하겠다는 선량후보자들이 오히려 말 팔매질로 세상을 혼탁하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 그들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은 “우린 이겨 낼 수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위기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은 힘을 합쳐 헤쳐 나갔습니다!”와 같은 말이 아닐까 싶다. 잘들 하시겠지만.“사는 것도 팍팍한데,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할까?”, “아니, 몸도 허해졌는데 보×탕 한 그릇 하지!”개, 돼지라는 말, 사람을 향해 함부로 빗대어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2020-02-25

검소와 겸손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몇 달 전의 일이다. 밀려드는 업무로 정신없어 한동안 못 나간 친목 모임에, 이번에는 새로운 얼굴도 있고 하니 꼭 와 달라는 간청이 있어 잠시 짬 내어 뒤늦게 합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 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그날따라 왠지 싸늘한 느낌이 감돌았다. 그래,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말석에 앉아 있다 보니, 아하! 바로 이 때문이구나하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그 새로 왔다는 인물의 ‘자랑’. 그 자랑은 남편이 사준 알파카 코트에서부터 시작해 명품백, 명품 보석으로 신나게 이어지더니 급기야 전세 대출금 이야기하는 사람 앞에서 새로 산 건물 자랑으로 마무리하며 ‘왜, 다들 부러우세요?’라는 말로 최정점을 찍었다. 그야말로 3종, 4종 세트로 자랑질을 해댔으니, 다들 처음에는 그냥 듣다 나중에는 말없이 음식만을 꾸역꾸역 먹게 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옛말에 복은 검소함에서, 덕은 겸손에서, 지혜는 고요히 생각하는 데서 생긴다는 말이 있다. 물론 요즘은 자기 피알시대라, 어느 정도의 자랑은 귀엽게 봐줄 만도 하고 어느 정도 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나친 자랑은 오만함으로 이어지고, 오히려 주변 사람을 잃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어리석은 자는 배우지 못하고 무식해서 산뜻한 옷에 좋은 갓을 쓰고 좋은 안장에 날랜 말을 타는 것으로 위풍을 떨치려 한다.’면서 ‘어리석은 자는 그러고 나서 남들이 부러워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부러워하기는커녕 도리어 미워하게 되니, 자기의 재산을 축내고, 자기의 명예마저 손상시킨 데다 남의 미움까지 사게 되니, 어리석은 짓 아닌가?’라 한 바 있다. 그러면서 사치를 통한 자랑으로 어리석은 자가 되기보다는 검소함을 통한 겸손으로 제대로 된 인간이 될 것을 강조하였다.중국 송대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사학자인 사마광 역시 ‘家範’에서 겸손과 검소함은 인간의 덕을 기르는 기초이기에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자녀교육의 핵심이어야 한다 했고, 조선 시대 정조는 이를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즉위년(1776) 3월 16일, 궁중의 내시와 궁녀들을 대폭 축소하는가 하면, 재위 기간(24년) 동안 12첩 수라상 대신 하루에 두 끼, 그리고 한 끼에 다섯 가지 반찬만 먹기를 실천했고, 곤룡포·강사포를 제외한 옷들을 비단 아닌 무명으로 지어 입거나 심지어 구멍 난 버선을 실로 꿰매 신기도 했던 일이 그 대표적이다.우리 선조들이 이처럼 검소함을 강조한 것은 사치할 돈이 없어서이거나 그럴 능력이 없어서가 결코 아니었다. 검소함에서 청렴함이 생겨나고, 자랑할 마음은 사라지며, 스스로 절제하는 데서 겸손함이 획득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덕이 자연스럽게 생겨나 타인을 포용할 수 있게 되고, 마침내 한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장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2월 말이다. 이 겨울의 끝자락에, 사치와 자랑으로 치장한 ‘어리석음’ 대신 검소와 겸손으로 무장한 ‘현명함’으로 한겨울을 마무리하고 새봄맞이 마음을 한번 다져보면 어떨까?

2020-02-25

한 청년의 독특한 버릇

20세기 초, 이탈리아에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독특한 버릇이 있었는데 ‘동전 던지기’를 통해 고민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선택을 결정하는 습관이었습니다.그에겐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습니다. “파리 적십자사로 전근을 가느냐, 디자이너 가게에서 일하느냐.”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디자이너 샵으로 뒷면이 나오면 적십자사로 전근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결과는 앞면이 나와 디자이너 샵으로 진로를 결정했지요. 이 인연으로 청년은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였던 크리스찬 디오르 문하에서 일을 배웁니다. 디오르가 죽고 후계자로 지명된 그는 또다시 동전을 던집니다. “회사에 남아 그의 뒤를 이을 것인가? 내 브랜드를 단 가게를 시작할 것인가?” 결국, 독립을 택한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우리는 그 브랜드를 “피에르가르뎅”이라 부릅니다.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운이 정말 좋으시네요, 동전을 던져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피에르가르뎅은 대답합니다. “동전 던지기가 좋은 선택을 하도록 한 게 아닙니다. 어떤 선택이든 일단 결정한 후엔 믿음을 갖고 밀고 나갔기 때문입니다.”‘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사르트르 말대로 인생은 태어나서(Birth)부터 죽는 날(Death)까지 선택(Choice)의 반복입니다. 식사 메뉴나 책을 고르는 것부터 직장, 배우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까지 선택에서 자유롭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어떤 결정을 내릴 때 신중하고 사려 깊게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에 우리가 어떤 행동과 실천을 하느냐, 아닐까요?지금 이 순간, 내 선택이 옳을까 혹은 틀릴까 고민하기보다는 한 번 선택한 것은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을 갖고 실천하기로 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5

권력의 교만

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에 나오는 말 가운데 방약무인(傍若無人)이라는 표현이 있다. “곁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할 때 쓰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기고만장(氣高萬丈)이나 안하무인(眼下無人), 오만방자(傲慢放恣) 등을 들 수 있겠다.교만함의 사전적 뜻은 “남을 깔보고 자신을 높게 평가하여 반성함이 없고 우쭐거리는 마음”을 일컫는다. 그래서 교만은 예로부터 군자가 경계해야 할 도리로 여겨졌다. 공자는 “교만한 말과 아첨하는 사람치고 선한 이가 드물다”고 했다.특히 종교적으로 교만은 죄악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성서에서는 교만함은 하나님의 은혜와 도움을 부인하는 최고의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불교에서도 자기 본성을 보지 못하고 헛것에 매달려 교만에 빠지는 것을 두고 어리석음이라 한다. 어리석음은 탐욕과 성냄과 더불어 삼독(三毒)이라 부른다.사람만 교만한 것이 아니다. 권력도 교만해진다. 권력이 교만한 사례는 정치사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독재자들의 말로 등이 그렇다.권력이 교만해지면 몇 가지 공통적 특징을 보인다. 듣기 좋은 말만 듣는다. 비판의 소리를 외면한다. 자기 독선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남 탓으로 돌리는 습성이 생긴다는 것이다.최근 더불어 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던 것이 교만한 행동의 대표적 사례라 할만하다. 비판의 소리를 거부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정치적 망신이다.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 여당의 독선적 결정이 국민보건을 망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력은 민심을 경청하는 겸손함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25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며칠 뒤면 산과 들에 물이 오른다는 물오름달 3월이다. 날이 차츰 풀리면서 봄 기운이 조금씩 감돌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난데없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역사회, 나라 전체, 아니 온 세계가 코로나19로 명명된 신종 바이러스 감염과 여파에 불안해하며 바짝 긴장하고 위축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첨단디지털과학문명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해가는 4차혁명시대에 전염병이 돌연 창궐하다니 믿기지 않은 일 같지만, 근 3개월째 중국 우한에서 발생된 신종 바이러스는 인근의 국가는 물론 세계 30여개 나라에 무서운 전염력으로 퍼져나가 세계인들을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가공(可恐)의 난국이 이어질지 심각하고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구상의 유기체와 구성원들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것은 곧 하나의 생물체처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어서 떼어낼 수 없는 것이며, 생명 현상의 기본은 생물체를 구성하는 물질과 조직화의 과정이 어떤 특정한 질서·결합 상태가 유지돼 고유한 평형과 발전적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예컨대 자연계의 먹이사슬이나 인간의 사회생활 등은 상호 유기적인 조합과 체계로 균형을 이루며 유지된다고나 할까? 이러한 기저에서 어떤 유기체와 구성요소 간의 기능과 역할에 괴리가 생기고 모순이나 흠결로 부조화가 나타나면 결국 생태계의 불균형과 혼돈이 초래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작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균제된 유기체에 대한 교란과 부주의로 파생된 경고로 본다면 필자의 편협한 소견일까?이 세상에는 상보적(相補的)인 관계나 자생적인 노력없이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물 한 방울 공기 한 점도 공것이 없고 흙 한 줌 풀 한 포기도 아무렇게나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런데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당연한 듯한 무관심(?)속에서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순간 하나하나 너무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그저 모든 것들이 그냥 저절로 나타나고 이뤄지고 지나가는 것으로 여기는 지도 모른다.그러나 세상과 자연은 그렇게 만만하다거나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이번의 일련의 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보면서 하루를 무사하고 온전하게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당연하고 무관심하게 여겨졌던 일들도 자신이 상황에 직면해서는 누구라도 긴박하고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수년 전부터 미세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마스크를 쓰던 시민들이 이제는 독감이나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해 마스크를 상용(常用)해야 할지도 모를 판이다.어쨌든 이런 때 일수록 우리는 더욱 신중하고 차분하게 대응체계를 면밀히 세우고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방역과 행동수칙에 적극 협조 참여하고, 이동과 다중 시설 이용 자제, 개인의 위생과 건강관리 등으로 면역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가 자중하고 배려와 지혜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희망의 새봄을 맞이하기를 학망해본다.

2020-02-25

정치인과 아수라

강희룡 서예가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시스템의 핵심 동력은 탐욕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탐욕 덕분에 첨단기술 등을 개발했지만 바로 그 탐욕 때문에 도덕을 무시하기도 한다. 신이 아니고서야 사람에게는 양면의 모습이 존재한다. 즉 ‘예의바른 나쁜 인간’이다. 과일을 아무리 얇게 잘라도 그 반대 면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이중성도 여기에 해당된다. 다만 자신의 신앙과 양심 그리고 도덕정신에 따라 선과 악 중 어느 부분이 크게 될 수 있어 나머지 한쪽을 제어하게 되는 것이다. 인도 신화에 ‘아수라’ 라는 신이 있다. 어느 날 자기 여동생을 희롱하던 ‘인드라(인도신 중의 왕)’와 한판 결투를 하게 된다. 그 결투에서 인드라는 패하게 되고 도망을 간다. 아수라는 그런 인드라를 계속해서 쫓자 도망가던 인드라는 자기 발 앞에 지나가는 개미를 밟지 않으려고 잠시 멈추게 되고 그로인해 치명타를 입는다. 그러나 인드라의 임기응변으로 상황은 역전되어 결국은 아수라가 패한다. 이 사건으로 아수라는 나쁜 신이 되고, 문제의 발단을 일으킨 인드라는 쫓기는 입장임에서도 살생을 하지 않기 위해 위험을 자초한 면이 훌륭하게 받아들여진다. 아수라의 지나친 집착과 복수심은 그를 악한 신으로 만들고 흔히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진 두 얼굴의 신으로 불린다. 때문에 한쪽은 악의 얼굴로 한쪽은 선의 얼굴로 표현된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어디서나 그 이중성을 찾을 수 있다. 이 이중성이 진실의 잣대로 실망을 크게 안겨줄 때 상대를 영원히 아웃시켜 기억에서 지우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선행을 할 수도 있고 악행을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인간의 이중성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윤리는 이렇게 인간의 이중성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이러한 사람의 이중성은 정치인에게 가장 많이 나타난다. 겉으로는 서민을 위하는 척 하면서 부와 권력을 대물림 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한 예로 조국의 트위터가 이 이중성에 대한 가장 정리된 지식의 보고(寶庫)이다. 그의 행적과 말은 모순을 통한 유물론적 변증법으로 검찰해체를 시발점으로 궁극적으로는 법치와 국가해체를 구현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위해 단계적으로 천민 부르주아로 일평생 살아왔고 이 시점에는 언행의 불일치를 통해 유물론적 변증법의 중간 단계로서 공산 혁명을 이루고 나아가서는 아나키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지금 나라는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다. 국가 간의 눈치 속에 미온적인 대책으로 방관하더니 전국으로 확산되자 최고대응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허나 이미 늦었다. 5년 전 메르스의 홍역을 앓고도 설마하다 지금과 같은 괴물로 키운 것이다. 보건, 방역의 최일선인 의료 기관부터 정부와 시민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전염병의 사태가 번지는 데 일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와중에 경험과 학습 효과가 있어서 메르스 때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다분하다. 공동체의 안전보다는 자신이나 패거리의 이익만 앞세우는 위정자들과 우리의 이중성이 지금 코로나19를 통해 아수라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020-02-24

천재 수학자의 노력

1707년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난 수학자 오일러는 뉴턴이 발표한 미적분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대수학, 정수론, 기하학 분야에 큰 발전을 이룬 위대한 수학자입니다. 또한, 유명한 삼각 함수의 기호를 창안하고 ‘오일러의 정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뛰어난 업적들은 그의 천재성과 꾸준한 노력의 결과입니다.학자로서 평생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오일러는 인생의 반은 공부에 투자하고 나머지 반은 책을 쓰는 데 보냈습니다. 그러나 열정과 성실이 지나쳤는지, 오일러는 왼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 뒤 오른쪽 눈도 차츰 나빠져 오른쪽 눈마저 실명하고 말았습니다.하지만, 오일러는 이미 자신의 실명을 예상하고, 오른쪽 눈이 나빠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눈을 감은 채 여러 수식을 적고 푸는 연습을 하고,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바르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대비하고 연습했습니다.오일러는 시력을 완전히 잃은 후에도 무려 17년 동안 연구와 저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평생 5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썼습니다. 얼마나 그 양이 대단했는지 그가 죽은 후 45년이 지나서야 그의 저서들을 모두 출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이에 대해 18세기 후반에 발표된 수학에 관한 논문을 모두 모아 놓는다면 대략 3분의 1은 오일러의 펜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지요.우리는 다재다능하고 쉽게 눈부신 결과를 일궈 내는 천재들을 부러워합니다. 수학자 오일러는 인생이란 1퍼센트의 재능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우리에게 보여준 셈입니다.격변의 시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10년 이내에 인공지능이 수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는 이 시대에 무방비 상태로 미래를 맞이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고 성찰하는 새벽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4

나는 세 아이의 엄마다

최미경동화작가나는 세 아이의 엄마다.선생이란 직업도 하지 않으면 불리지 않을 것이고 작가라는 명패도 쓰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지만 ‘엄마’는 내가 아무것도 하질 않는다고 해도 떼어낼 수 없었다.그리고 그 ‘엄마’의 무게란 게 불리는 횟수와 부르는 머릿수에 비례하는 듯해서 첫째를 낳고도 크게 느끼지 못했던 무게가 둘째를 낳고서 조금씩 무거워지더니 셋째가 생기고서는 세 아이가 동시다발적으로 부르는 ‘엄마’ 소리에 나는 고꾸라져 넋을 놓기 일쑤였다. 처녀 적에는 꼴딱꼴딱 잘도 새던 밤샘작업이 엄마가 되고서부턴 꿈도 못 꿀 일이 되었다. 그렇게 뭘 좀 써볼까, 하다 아이들보다 먼저 잠드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한번은 어느 새벽에 홀로 깨어 잠든 아이 셋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나’라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던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그렇다. 나는 세 아이의 엄마였다.돈벌이를 게을리할 수가 없었다. 가르치는 일이 개중 잘하는 일이었으니 수업료의 크고 적음에 관계없이 가르칠 수 있으면 시작했다.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셋째를 맡길 때가 마땅찮아 초등학교 2학년 새학기가 막 시작된 첫째에게 학교를 일 년만 쉬면 어떨까, 라고 물었던 때도 있었다.사내아이만 셋이라 먹는 양도 횟수도 달랐다. 눈만 뜨면 “배고파, 엄마.”라고 했으니 달걀은 서른 개짜리 다섯 판이 기본이고 20kg 쌀은 두 주면 바닥이 났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입에서 “배불러”라는 말이 나오면 모든 엄마 역할을 다 한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옷은 어떤가. 아니 양말부터. 10켤레에 만 원 하는 모양 무늬 똑같은 시커먼 양말 다섯 뭉치를 사다 놓으면 열일곱 살, 열 한 살, 열 살. 세 놈이 번갈아 신어대서 어떤 놈이 구멍을 냈는지 모르는 오른쪽 양말이 다음 주가 되기 전에 다른 놈 왼쪽 발에 신겨 있었다.그러니 일주일에 한 번 빨래를 돌리면 다섯 식구 양말이 35켤레, 다섯 식구 팬티가 35장이었다. 그래서 빨래 개는 걸 도맡아 하던 첫째의 제안에 따라 몇 년 전부는 옷장에 개어놓지 않고 빨래건조대에서 걷어입고 있다. 물론 첫째의 업무는 빨래 개기에서 세탁기 돌리기로 이전되었다.그렇다. 나는 세 아이의 엄마다.하지만 꾸역꾸역 밀려오는 이미지와 심상은 시어와 어휘는 ‘엄마’라는 말에 폭삭 젖어있어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전전긍긍 댔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몸이 아팠다.그래서 막내가 예비 초1이 되었던 그해부터 개학 1주일 전 아침 식탁 앞에서 ‘새학년맞이’ 덕담을 가장한 일관된 부탁의 말씀을 줄줄이 읊어댔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전국 모든 유치원, 초·중·고 개학이 1주일 연기되었다는 소식에 한숨을 토해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올 한 해 무조건 건강할 것”이젠 뭘 좀 아는 것 같은 열일곱 첫째와 아직 뭘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은 열한 살 둘째와 아무것도 몰라도 될 것 같은 열 살 셋째가 나란히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을 조금 쉬고 세 아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셋째가 발랄하기 묻는다.“아침 뭐 먹어?”그렇다. 나는 세 아이의 엄마다.

2020-02-24

매혹하는 언어들과 그것이 일으키는 파문

그래도, 여전히 한국 문학에서 ‘이상(1910~1937)’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지금은 조금 퇴색한 것이 되고 말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중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이상이라는 천재의 시와 소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며, 그래서 독해 불가능한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열렬하게 강조하시던 문학 선생님의 목소리를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 터이고, 난해하기로 악명 높다던 시 연작 ‘오감도(烏瞰圖)’를 두고 내가 그것을 해석해 보겠노라 호언하셨던 분도 계실 것이다. 아마도 한국 문학 작가들 중에서도 이상만큼 많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예술적 파문을 남겼던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감수성이 예민했던 어린 시절 한번 들여다보고 매혹된 예술적 대상이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우리가 어느 시기 접했던 어떤 언어는 우리의 주의를 끌고, 예술적으로 매혹한다. 우리를 매혹하는 언어들은 이미지와 달라, 그 언어를 품고 있는 소리나 문자가 우리 앞에서 사라지더라도, 훨씬 오래 동안 우리의 마음에 각인되어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의도치 않은 어떤 순간에 나타나 우리의 마음을 잠식한다.어린 시절, 나 역시 이상의 그 ‘악명 높은’ 시 연작 ‘오감도’를 열어 보고 그만 그 낯선 언어에 매혹되었다. 그 속에는, 그 무렵의 어린아이 치고는 책 좀 읽어 보았다는 나의 자만을 깨어버릴 만큼의 낯선 언어들이 천연덕스럽게 들어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불안을 일으키는 언어이면서 한편으로는, 갇혀 있는 의식을 해방하는 언어였다. 그렇게 나는 이상이라는 낯선 언어에 매혹되어 버렸다. 그 매혹의 경험이 나로 하여금 지금까지 문학에 대한 기대감을 못내 거두지 못하게 하는 원천일 지도 모르겠다.우리가 알고 있는 시 연작 ‘오감도’는 조선중앙일보에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15호가 연재됐다. 원래는 30호의 기획이었으나 중도에 독자들의 비난이 빗발쳐서 그만뒀다. 이상은 정지용, 이태준과 함께 구인회 활동을 함께 했는데, 이 때의 인연으로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이태준이 학예부장으로 있었던 조선중앙일보에 시 연재를 하게 됐다. 정지용은 분명 당시의 식민지였던 조선에서도 이러한 정도의 시는 발표되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했겠지만, 의외로 반발이 대단했던 것이다. 아마도 추천을 한 쪽이나 받은 쪽이나 당황스러웠을 터였고, 나중에 이상은 다른 지면에서 당시 ‘오감도’의 연재를 중단하게 된 경위를 밝히며 그 몰이해를 한탄하기도 했다.당시 ‘오감도’에 대한 독자들의 반발이라는 것은 사실 지금 생각해도 독특한 현상이었다. 그것은 좋고 싫음 같은 취미의 차원이나 이념적 분쟁의 차원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언어가 버젓이 신문에 실려 있는 것에 대한 집단적 불안 반응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연재 당시 이상이 원고교정과 인쇄를 살피기 위해 신문사에 왔을 때에는 신문사의 모든 이들이 도대체 이상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생겼는가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고 하니, 당시의 독자들은 그의 언어가 싫어 그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모두 그의 언어에 매혹되어 불안의 상태로 빠져버렸던 셈이었다. 마치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생물을 보거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면 판단 이전에 겁부터 집어먹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그렇게, 가장 이상다운 파문을 일으키며 문학계에 등장한 이상은 그 뒤로 한참 동안 한국 문학에서 가장 특별하고 독특한 자리를 차지했다. 매혹의 순간에 대한 경험은 그것을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설명할 수 있는 만큼 그 경험은 빛을 잃어버린다. 내 주위를 둘러싼 언어들이 더 이상 빛나지 않을 때, 이상의 시 연작 ‘오감도’의 15편을 다시 열어보시기를. 그 속에는 새로운 매혹의 계기들이 들어 있을 지도 모르니 말이다./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0-02-24

오어사 자장암(慈藏庵)… 내가 사는 이곳이 피안

상큼한 겨울날, 반쯤의 물만 채운 오어호는 공사중이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흔들다리나 오어사의 아침 풍경은 등산객들로 어수선하다. 그들의 한량없이 가벼운 웃음과 대화들이 내 귀를 자극한다. 그들에게 오어사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길목에 있을 뿐이다. 개발의 편리함이 빚어낸 풍경을 나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옛날의 오어사를 자꾸만 그리워한다.운제산은 신라사성(新羅四聖)으로 불리는 자장, 의상, 원효, 혜공이 수도한 명산이다. 오어사를 중심으로 골짜기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원효암, 가파른 바위산에 아슬아슬하게 자리잡은 자장암, 두 암자의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전설 속의 스님들은 구름을 사다리 삼아 서로 왕래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구름 운(雲), 사다리 제(梯)자를 써서 운제산이라 부른다.오어사의 아침 예불소리는 인파 속에서 외로운 배경이 되어 흐르고, 절은 관광지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왁지지껄 절을 구경한 뒤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느라 정신이 없다. 커다란 동종 앞에서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게임을 하듯 동전을 던지며 환호성을 지른다. 예불소리 홀로 대웅전 근처를 맴돌 뿐 경건한 산사의 아침풍경은 고대할 수가 없다. 휴일에 산사를 찾아나선 나의 불찰이다.오어사 뒤쪽 산 위에 앉아 있는 자장암이 보인다. 접근조차 쉽지 않은 천상의 세계, 마치 영겁의 시간을 안고 살아갈 것만 같다. 아픔과 괴로움, 시끄럽고 번잡한 세속을 뒤로하고 살아가는 자장암의 눈빛을 만나고 싶다. 자장암은 오어사(吾漁寺)의 산내 암자로, 신라 진평왕 (578년) 자장율사와 의상조사가 수도한 곳으로 오어사와 함께 창건된 절이다.이십여 년 전 가파른 산길을 미끄러지며 올라갔던 기억을 더듬으며 산을 오른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면 간간이 나무그루터기에 앉아 숨 고르며 일상 속의 나를 만나는 것도 좋다. 부도밭을 지나자 대나무 숲길이 바람을 품고 일렁이며 길을 연다. 뜻밖에도 가파른 경사길 마다 나무계단이 친절히 놓여 있다. 옛것을 그리워하면서도 편리한 나무계단 앞에서 좋아하는 부조리한 내 몸을 읽는다.산길은 인적 없이 고요하다. 한 마리 까마귀가 정적을 깨며 지나갈 뿐, 겨울 햇살이 잡목 숲의 주인이다. 숨이 찰 때마다 산 아래 풍경을 돌아본다. 나뭇가지 사이로 어른거리는 호수의 풍광보다 얼마큼 올라왔는지 가늠해 보는 뿌듯함도 크다. 숨소리가 거칠어질수록 소음은 멀어지고 나는 숲의 일원이 된다. 북적대는 둘레길에 비해 자장암 오르는 산길은 여유로 넘친다.외롭고 적적할거라 여겼던 산길은 아늑했지만 아쉬울 정도로 짧았다. 자장암과 인사를 건네기가 무섭게 세찬 바람이 안겨들어, 나만의 특별했던 의례도 이내 끝이 나고 말았다. 고즈넉한 암자를 예상했는데 산 너머로 이어지는 차로를 이용한 차들이 벌써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제를 지내는지 사람들로 북적대는 설법전을 지나쳐 무심의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벼랑 끝에 서 있는 대웅전으로 향한다. 애초의 목적지도 그곳이었다. 대웅전은 허공 속에 가려진 동해의 푸른 바다를 더듬고 있는 듯하다. 높은 곳에 서면 내 눈도 높고 먼 곳을 향할 줄 알았는데 눈길은 자꾸만 아래로 향한다. 내가 올라온 길을 더듬고 둘레길을 걷던 낯선 사람들의 소란함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반짝이는 오어호의 윤슬과 낮은 자세로 침묵을 지키는 오어사가 유난히 아름답게 보인다. 흔들다리를 구르며 장난을 치던 남자들의 행렬도 시끌벅적함을 이끌고 산모롱이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유치한 행동들조차 이곳에 서니 정겨운 것으로 변한다. 눈을 감고 바람결에 귀를 기울인다. 멀리 오어호의 은빛 물결이 내 안까지 밀려들어와 찰랑거리는 아침이다.조낭희 수필가뒤늦게 자장암의 의연함도 눈물겹다는 것을 알았다. 햇살을 품은 대웅전의 온화한 앞모습과 달리 그 뒷덜미는 겨울바람에 한없이 떨고 있었다. 높은 곳에서 맞는 바람은 더 차고 세다. 대웅전 뒤편 사리탑 옆에는 어린 홍매가 꽃을 피운 채 심하게 휘청인다. 홍매의 화려한 시련이 절벽 위의 자장암과 닮았다. 멀리서 볼 때 피안처럼 여겨지던 이곳에도 그만의 아픔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름다움은 결코 그저 얻어지지 않는다.소란과 번잡함에 휘둘리지 않고 수행하듯 흔들림없이 깨어있는 오어사, 호수의 파란들이 일으키는 쉼없는 재잘거림과 삼삼오오 둘레길에 피어나는 건강한 수다들, 공사를 하는 중장비의 모습조차 정겹고 사랑스럽다. 어쩌면 우리가 갈망하는 피안의 세계는 차안의 세계 안에 있을지 모른다. 멀어져간 것들이 그립 듯,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우리의 주변과 일상이 혼탁하고 힘들수록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아침,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외출을 삼가며 불안에 떨고 있는데 이웃에서 과일이며 채소가 든 보따리를 대문간에 두고 갔다. 함께 마음 모아 위기를 이겨내자는 문자 하나 남기고. 어수선한 마음에 햇살이 퍼진다. 코끝이 찡하다.모두가 힘들 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곳은 살 만한 세상, 바로 피안이 아닐까.

2020-02-24

문재인 정부의 정의란 무엇인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하버드대학 샌델(M. Sandel) 교수는 그의 저서 ‘정의(正義)란 무엇인가’에서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공리주의나 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한 ‘공동체주의적 정의’이다. 정의로운 공동체 건설에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는 물론이고,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국민들도 명심해야 할 관점이다.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정의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가? 문재인 정부의 정의는 진영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나는 천사, 당신은 악마’라는 선과 악의 이분법은 나만의 정의, 즉 독선(獨善)에 빠지게 한다. 정치적 경쟁자를 적폐청산의 대상자로 인식함으로써 갈등을 부추기고 공동체를 황폐화시킨다. 공동체 건설을 위한 공동선의 추구가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는 독선을 정의라고 강변하고 있다. 건전한 공동체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없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청와대에 방마다 걸려있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액자는 정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불의를 감추기 위한 장식품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의 30년 친구가 당선한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으로 전·현직 비서관 등 13명이 무더기로 기소되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는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편의적 정의가 아니라면 대통령은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하였다. 또한 한변 소속 변호사들은 “대통령의 울산선거 개입이 확인되면 탄핵 사유”라고 했으며, 심지어 진보진영인 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도 “명백한 대통령 탄핵사유이며 형사처벌 사안”임을 지적하였다. 진영에 관계없이 모두가 정의를 짓밟고 있는 무법 정권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정의를 수호해야 할 정의부(법무부)장관 추미애의 행태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좌천시켜 인사 학살하더니, 무엇이 두려운지 국회가 요구한 검찰의 공소장 공개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공소장이 언론에 공개되어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이번에는 또 다시 수사검사와 기소검사의 분리를 기도하고 있다. 추 장관의 행태는 청와대와 여당의 범죄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방해와 기소방해를 의심케 한다. 이에 대해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전 부장검사는 “이것은 형사사법 정의가 아니라 엿장수 형사사법”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를 수호’해야 할 정의부장관이 ‘정권의 수호’에 혈안이니 나라꼴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이다.불의를 합리화하여 정의로 둔갑시키고, 검찰 수사에 개입하여 수사를 방해하면서도 민주적 통제라고 강변하는 철면피들은 국민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나와 내 편밖에 모르는 정치꾼들의 오만과 독선은 ‘정의를 요구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으로 결국 파멸했다는 역사의 교훈을 명심하기 바란다.

2020-02-24

코로나 포비아 vs 코리아 포비아

코로나 포비아가 코리아 포비아로 바뀌고 있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전파로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단계로 격상했기 때문이다.정부가 심각단계를 발령한 것은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11년만이다.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올리면 국제사회에서 입국이 거절당하는 등 ‘코로나19오염국가’로 취급받게 된다.실제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크게 늘자 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을 막거나 한국인의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가 점차 늘고 있다.24일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6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잠복기인 14일 이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코로나19 미발생국에서 14일을 지내고 건강검진을 받은 뒤 입국하도록 하고 있다.이밖에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도 한국인에 대해 입국보류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또 한국에서 입국한 이들을 일정 기간 격리하거나 건강 상태를 관찰하는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브루나이, 영국,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마카오, 오만, 에티오피아, 우간다, 카타르 등 9개국이다.미국 역시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조정했고, 대만정부도 한국정부에 대한 여행경보를 ‘1급주의’에서 ‘2급 경계’로 격상했다.코로나19가 코리아 포비아로 확산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힘과 지혜를 한데 모아 대처해나가야 할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