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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과 따로 노는 대입

등록일 2020-09-09 18:58 게재일 2020-09-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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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8월이 자신의 색을 거둬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곳이 들판이다. 녹색으로 일렁이던 들판에 노란색이 더 해지기 시작했다. 색이 익어가는 들판의 변화를 필자는 9월 들어서야 봤다. 그토록 눈을 부릅뜨고 다녔지만 왜 그동안 못 보았을까! 두 눈을 뜨고도 볼 수 없다는 것을 필자는 확실히 경험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마음의 여부라는 것도 분명히 알았다.

욕심을 내려놓고 2020년을 겸손하게 마무리하는 들판을 보면서 공자의 말씀을 떠올렸다.

“마음에 없으면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 수가 없다.”

마음먹은 대로 된다는 말처럼 마음은 모든 행동의 근원이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같은 일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심지어 마음은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든다. 기적 또한 간절한 마음의 결과다. 용기, 용서, 사랑, 희망과 같은 말 또한 마음의 소산이다.

마음은 어떤 일의 성공 여부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자기에게 최면을 건다. 개인의 일도 이런데 하물며 회사나 국가 일은 어떤가. 리더십은 곧 지도자의 마음이다. 리더의 마음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가 속한 집단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럼 우리가 속한 사회는, 또 나라는 어떤가?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아서는 리더가 마음이 없거나, 아니면 그 마음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많은 왜곡이 있음이 확실하다. 아니고서야 자연이 노(怒)할 만큼 이 나라가 어쩌면 이토록 불안할까! 지금 우리 사회 모든 리더의 공통된 마음은 탓하기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남 탓하는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이 사회 많은 분야가 그렇듯이 교육계 또한 교육 리더의 마음이 순수하지 않다. 이 나라 교육이 특정 정치이념 재생산의 도구가 된 것 역시 정권의 하수인이 된 교육 관료들의 불순한 마음 때문이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우리 교육은 정상에서 멀어진다. 굳이 비정상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이 말은 지금의 교육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비정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교육과정과 따로 노는 대학교 입시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 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라는 새 교육과정의 목표와 “문·이과 공통 과목”이라는 말에 희망을 가졌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흔히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 과목을 배우는 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라고 (….)”

그리고 위의 기사 내용이 대학교 입시에 적용되어 문과 이과 구분 없이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맞추어 대학교 입시에 응시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나라의 비정상적인 교육계는 이런 학생들의 믿음을 배신했다. 2021 대학교 입시에서 계열 통합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는 얼마나 될까? 버젓이 계열을 구분해 놓은 대학교 입시 요강에 학생들의 마음은 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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