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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이 없는 정치

등록일 2020-09-07 17:34 게재일 2020-09-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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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조선 후기 학자이면서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던 이의숙 선생은 그의 저서 ‘이재집, 잡설(頤齋集, 雜說)에서 자신의 역량을 헤아리지 못하고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을 이루기 위하여 일생을 허비하고, 뜬구름을 잡으려고 헛된 꿈을 꾸다가 삶을 송두리째 망치는 경우를 예를 들어 기록하고 있다. 그 첫째가 한 동자가 돌을 쌓아 시냇물을 막으려했으나 무너져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마을로 달려가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여 아이들과 풀과 넝쿨을 베어 쌓고 그 위에 흙과 모래로 둑을 쌓아 반나절 정도 되어서 겨우 시냇물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가득 차면서 또 둑이 터졌다. 둑이 터질수록 동자는 오히려 냇물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막았으나 둑은 터졌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역량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음으로 하늘을 날던 연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달려가 주우려고 하였으나 가까이 있던 아이가 먼저 주워 가지고 갔다. 이미 다른 아이가 주워간 것을 모르고 쉬지 않고 달려가다가 간신히 연이 떨어진 곳에 이르러 연을 찾았으나, 연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오히려 하늘을 쳐다보면서 다시금 떨어진 연을 찾아 돌아다녔다. 이것은 한갓 헛수고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아이들이 시장 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기와 조각과 여러 가지 기물을 벌여 놓고 나뭇잎을 따서 돈과 음식을 대신하였다. 서로 오가며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면서 웃고 떠들며 시장놀이를 하였는데 한낮이 되도록 배고픈 줄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가지 않자 아이의 아버지가 와서 나뭇잎과 기와 조각을 내던진 다음 집으로 데려와서 밥을 먹였다. 그러자 아이는 울면서 밥을 먹지 않은 채 그 놀이를 망친 것을 몹시 원망하였다. 이런 경우는 미혹된 것이라고 정리했다.

위 예시 글에는 세 바보 아이의 행동이 나온다. 쉴 새 없이 흐르는 시냇물을 막으려고 한 행동, 다른 아이가 이미 주워간 연을 찾기 위해 온종일 헤매는 행동, 소꿉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밥 먹는 것도 잊은 행동이다. 흐르는 물을 무슨 수로 막으며, 이미 주워간 연을 무슨 수로 찾으며, 소꿉놀이에서 먹은 가짜 밥이 어찌 배를 부르게 할 수 있겠는가! 이 글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펴져 있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천민자본주의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무한이기주의를 읽어낼 수 있다. 이러한 비민주적 사회적 바탕 속에서 한국 정치의 질은 국가의 운영이나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고 권력 및 지위나 이권 획득을 위해 선동과 분탕질이 난무하는 것이다. 정부의 해괴한 정책이나 개혁이란 이름으로 패거리의 비리를 감추려는 행태나 고위직을 이용한 사회 전반에 걸친 갑질의 행태를 기저(基底)로 편견과 오만의 정치가 지금 이 나라에서 국민 앞에 부끄럼도 없이 궤변으로 포장되어 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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