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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애민(愛民)과 세금 도둑들

등록일 2021-01-11 18:52 게재일 2021-0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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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 속에 규장각직제학 정지검이 국왕의 언행을 법에 따라 기록해 후일 반성의 자료로 삼자고 건의함으로써 기록된 책인 일득록(日得錄)이 있다. 이 ‘일득록6’에 ‘백성이 굶주리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를 보면 정조의 애민(愛民)사상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조는 숙빈 최씨(영조의 어머니)의 묘소가 있는 소령원 부근 논에서 추수한 벼를 대궐 뜰에 가져다가 말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벼를 말리다가 낟알이 자리밖에 떨어져 있으면 내시를 꾸짖으며 하나라도 주워 올리게 하고는 ‘하찮게 보이는 낟알 하나라도 농부들이 갖은 고생하며 키운 것이니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을 때 물에 말아 남긴 것까지도 내시들이 먹기 싫어 땅에 버릴까 봐 배가 불러도 매번 다 먹는다.’ 하였다. 직접 농사짓는 현장을 가지는 못했더라도 한해 농사지은 벼를 손 위에 올려놓고 살피면서 백성들이 겪는 고통을 헤아리는 성군으로서의 정조의 모습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백성들이 고생하며 지은 곡식 한 톨 버려지는 것을 아까워한 정조의 자세를 오늘날의 위정자나 고위공직자들에 비추어 볼 때, 이들도 과연 국민들을 그렇게 보고 있을까라는 물음이 든다. 오늘날에는 농산물 대신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생활의 발전을 위해 각자 소득 일부분을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한다. 이 세금의 역할이 분명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여 각종 세금을 만들어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 세금을 태풍에 비유한다면 태풍은 비록 자연과 많은 시설물들을 훼손하고 생명을 앗아가지만 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조현상을 완화시킨다. 세금 역시 강제로 빼앗기는 것 같지만 국가안보나 공익시설 설치, 복지향상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향상시키며 빈부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유럽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세금이라고 한다. 우리 역시 세금을 적대하고 세율을 올린다는 뉴스를 들으면 격렬하게 반응한다. 자기가 번 돈을 스스로가 아닌 정부가 개입하여 일부 가져가면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세금 없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설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세금이 많다고 불평하기 전에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어떤 혜택을 받고 세금이 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본다면 세금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이 조금씩 변화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세금을 가장 아깝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일 안하는 국회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영향으로 국민들의 경제토대와 삶이 무너져 피폐해진 이 마당에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 수당은 인상되어 일인당 1억5천만원이 넘으며 구속돼도 월 1천만원 가져간다. 거기다가 8명이 넘는 보좌관 연봉을 합치면 천문학적인 세금을 서로 멱살 잡고 싸우며 도둑질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이 가장 아름다운 기부금으로 여겨질 때, 그 나라는 진정한 민주주의며 선진국일 것이다. 정조가 백성을 사랑했던 애민사상을 위정자들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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