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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찾는 리더십

등록일 2020-12-14 18:43 게재일 2020-12-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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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전후 일본사회는 논어의 가치관과 상당히 겹치는 조직을 꾸렸다. 1990년대 이후 일본식 경영시스템이라 부르는 이 풍토는 일본 대기업의 스캔들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그 원인 속에는 관대한 정치, 즉 덕치의 문제가 노출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회문제의 해답을 중국 고대사 속에서 찾는다면 논어의 대립 명제로 한비자를 찾을 수 있으며, 현대의 성과주의로 대변된다고 하겠다. 공자의 인간관에는 상황에 관계없이 교육받지 못한 사람과 나쁜 교육을 받은 사람은 악해진다는 논리가 있는 반면, 한비자의 인간관에는 교육에 관계없이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이기적으로 변한다는 함의가 있다.

한비자는 고분(孤憤)편을 통해 지혜로운 인재가 정치에 등용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리더는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안목과 부하를 다스리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리더는 앞날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미세한 싹을 보고도 장래 일을 알 수 있으며 단서만 보고도 결과를 짐작하는 기술을 적고 있다. 한비자는 신상필벌을 강조하면서도 ‘법불아귀(法不阿貴)‘를 강조했다. 이 말은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국가나 사회가 정의롭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익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 만물문(星湖僿說, 萬物門)’에서 ‘사람을 관리로 쓸 때는 반드시 재주와 능력을 가려서 써야 하며, 아무 하는 일도 없이 녹만 먹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백성을 잘 다스리라고 뽑아 놓았는데 재주와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하는 일 없이 놀고먹기만 한다면 그런 쓸데없는 관리는 곧바로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송나라 때의 소식(蘇軾)이 ‘쥐가 없다고 사냥 못하는 고양이를 기르거나, 도둑이 없다고 짖지 못하는 개를 키워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또한 이어서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낫지, 좋은 머리를 이용해 나랏돈을 빼돌리고 백성을 수탈하는 관리가 된다면 더 위험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며 원(元)나라 정개부가 말한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쥐를 방비하고자 함인데, 탐욕스러운 고양이인 줄 모르고 기른다면, 음식을 도둑맞는 폐해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개를 키우는 것은 도둑을 막아내고자 함인데, 사나운 개인 줄 모르고 키운다면 사람을 해치는 폐단이 더욱 커질 것이다.’ 부패한 관리의 폐단을 적은 것이다.

쥐를 잡으라고 기른 고양이가 반찬을 훔쳐 먹거나 닭을 물어 죽이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도둑 잡으라고 키운 개가 오히려 주인에게 덤비는 사건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선생의 표현대로 이는 이롭기는커녕 재물을 축내고 백성을 못살게 굴어 국가나 국민에게 패악이 되는 상황들이다. 위에서 열거한 이야기는 우화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우리 현실처럼 들린다. 지난 역사 속에는 통치나 삶의 잠언이 수없이 많다. 지도자는 국가를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어떤 시대든 법과 정의가 지켜지지 않고 혼란한 모습도 늘 있었다. 지도자를 비롯한 위정자들이 모든 게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교훈을 잊는다면 국민들만 환란 속에 허우적거린다는 진리는 여전히 의미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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