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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실종된 창업수통(創業垂統) 정신

강희룡 서예가본래 조선을 건국할 당시의 건국이념인 유학은 긴 세월 나라를 지탱할 수 있는 탄탄한 논리로 기틀을 이룰 바탕을 갖추고 있었다. 그 논리의 핵심이 바로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움’이다. 무슨 대단하고 고매한 이론이 아니라 사람 하나하나가 본인이 처한 위치에서 주어진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륜의 논리가 국가나 가정을 지탱할 수 있는 원초가 될 수 있으며 사회질서 또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향리에 사창(社倉)을 열어 빈민을 구제하고, 향약을 실시하였던 조선 후기 학자 권구 선생은 그의 저서 병곡집에 당론(黨論)을 기록했다. 권구는 정치에 몸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순수한 학자의 눈으로 중도에서 조선 중기 이후에 발생한 붕당정치가 망국의 원인이 된 핵심을 꿰뚫어보고 정리한 글이 바로 당론이다.그 내용은 ‘조선이 처음 건국하여 예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니 유학자가 배출되고 문화와 교육이 융성했다. 이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도리가 분명해져 성인들이 서로 계승하여 어진 정치는 깊이가 있고 끼친 은택은 두터웠다. …. 안으로는 정권을 장악한 권신이 없고, 밖으로는 함부로 날뛰는 강한 주변국이 없으니 결코 뽑히지 않을 기반과 범하기 어려운 형세는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백성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인심이 오랜 평화와 안정에 오만해져 미래의 안목이 없어지고, 선비의 버릇이 문장의 폐해에 빠져 온화하고 인정이 두터운 기풍이 적어졌단 말인가! ….’선조 때 동인과 서인의 견해 차이에서 시작된 당론은 정치가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에 권구는 붕당정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애당초 누구도 국가에 해악을 끼칠 마음으로 당을 세우고 논의를 주장하여 서로 공격했던 것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권구는 이 글에서 견해를 달리한 당론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게 그 원인을 두고 있다. 독사 같은 무리와 경박하고 조급한 부류가 목전의 은원과 이익에 매달려 당론을 좌우하기 때문에 결국 나라를 그르쳤다는 오명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류들은 오직 자신의 영욕만을 생각하는 자들이다. 자신이나 패거리의 이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상대를 공격하고 법을 비틀고 조작하다보니 결국 물고 뜯는 지경으로 몰아가 정작 옳고 그름과 정사(正邪)는 사라지고 없다. 예나 지금이나 당론으로 인해 정치가 분열되어 나라를 그르쳤다고 모두 입을 모은다.‘맹자 양혜왕장구’에 창업수통(創業垂統)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가의 좋은 전통을 후세에 영원히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지금 당장 혼란스럽고 어려워도 먼 훗날의 국가번영을 위해 정의를 탄탄한 반석에 올리고 바른 정치의 공정함으로 정도를 지켜야 한다.지금 서울, 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자들의 출마의 변은 정책보다 다른 후보의 약점부터 먼저 헐뜯고 나온다. 이젠 성숙된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만이 이런 한심한 부류들을 정치권에서 영원히 몰아내어 국가의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 창업수통이 절실한 시기이다.

2021-01-18

정조의 애민(愛民)과 세금 도둑들

강희룡 서예가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 속에 규장각직제학 정지검이 국왕의 언행을 법에 따라 기록해 후일 반성의 자료로 삼자고 건의함으로써 기록된 책인 일득록(日得錄)이 있다. 이 ‘일득록6’에 ‘백성이 굶주리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를 보면 정조의 애민(愛民)사상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정조는 숙빈 최씨(영조의 어머니)의 묘소가 있는 소령원 부근 논에서 추수한 벼를 대궐 뜰에 가져다가 말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벼를 말리다가 낟알이 자리밖에 떨어져 있으면 내시를 꾸짖으며 하나라도 주워 올리게 하고는 ‘하찮게 보이는 낟알 하나라도 농부들이 갖은 고생하며 키운 것이니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을 때 물에 말아 남긴 것까지도 내시들이 먹기 싫어 땅에 버릴까 봐 배가 불러도 매번 다 먹는다.’ 하였다. 직접 농사짓는 현장을 가지는 못했더라도 한해 농사지은 벼를 손 위에 올려놓고 살피면서 백성들이 겪는 고통을 헤아리는 성군으로서의 정조의 모습이 그려지는 대목이다.백성들이 고생하며 지은 곡식 한 톨 버려지는 것을 아까워한 정조의 자세를 오늘날의 위정자나 고위공직자들에 비추어 볼 때, 이들도 과연 국민들을 그렇게 보고 있을까라는 물음이 든다. 오늘날에는 농산물 대신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생활의 발전을 위해 각자 소득 일부분을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한다. 이 세금의 역할이 분명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여 각종 세금을 만들어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 세금을 태풍에 비유한다면 태풍은 비록 자연과 많은 시설물들을 훼손하고 생명을 앗아가지만 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조현상을 완화시킨다. 세금 역시 강제로 빼앗기는 것 같지만 국가안보나 공익시설 설치, 복지향상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향상시키며 빈부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유럽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세금이라고 한다. 우리 역시 세금을 적대하고 세율을 올린다는 뉴스를 들으면 격렬하게 반응한다. 자기가 번 돈을 스스로가 아닌 정부가 개입하여 일부 가져가면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세금 없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설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세금이 많다고 불평하기 전에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어떤 혜택을 받고 세금이 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본다면 세금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이 조금씩 변화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세금을 가장 아깝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일 안하는 국회다.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영향으로 국민들의 경제토대와 삶이 무너져 피폐해진 이 마당에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 수당은 인상되어 일인당 1억5천만원이 넘으며 구속돼도 월 1천만원 가져간다. 거기다가 8명이 넘는 보좌관 연봉을 합치면 천문학적인 세금을 서로 멱살 잡고 싸우며 도둑질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이 가장 아름다운 기부금으로 여겨질 때, 그 나라는 진정한 민주주의며 선진국일 것이다. 정조가 백성을 사랑했던 애민사상을 위정자들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2021-01-11

빚 갚는 한 해가 되길

강희룡 서예가사람은 소규모 집단인 가족과 친족만으로 형성된 자연적 공동체에서 다수 언어와 다수 인종으로 구성된 대규모 집단의 사회나 국가를 이루고 다양하게 살아간다. 이러한 삶의 유형 속에서 개인이 속한 사회나 국가에 빚이 없는 사람은 없다. 빚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남에게 빌린 물질적인 빚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개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서로 신세지고 도움 받으며 사는 마음의 빚이다. 성현은 도의 가르침을 세상에 세우는 것이 빚이고 학자는 옛 성인을 위하여 끊어진 학문을 잇는 것이 빚이며,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빚이다. 공직자들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빚이고, 출가자들은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빚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빚이 없다는 것은 주어진 책임이나 의무를 이행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같다.한(韓)나라에서 대를 이어 정승 벼슬한 사람으로 장량(장자방)이란 사람이 있었다. 장량은 본래 한나라가 진(秦)나라에 멸망당하자 조국의 원수를 갚기 위해 집안의 재산을 모두 털어 진나라 시황제의 암살을 도모하였다. 후에 한나라 고조를 도와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공을 다 이룬 뒤에는 물욕을 버리고 물러나 신선의 도를 즐겼으므로 세상에 빚이 없는 사람으로 전해진다.시골선비 박수(1864~1918)가 살았던 시대는 지도층의 분열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구한말이다. 지도층의 분열은 외세의 압박을 불러들여 백성들의 삶의 궁핍과 정신적 혼란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박수는 그의 저서 ‘중당유고(中堂遺稿)’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빚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빚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그저 빚을 갚기만을 바라며, 빚이 있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그저 빚이 없는 사람이 될까 염려할 뿐입니다. 저는 마음속에 빚 문서가 수북이 쌓여 있는데 아직 한 푼도 청산하지 못하여 늘 개탄하고 있습니다.’여기에서 박수가 말하는 마음의 빚은 자신과 사회구성원인 백성으로서의 책무이다. 사람은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근원적인 빚을 지고 산다는 의미이다. 박수는 얽히고설킨 사회 속에서 빚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살기가 힘들수록 맹자는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고 했다. 즉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는 뜻이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힘들며 독립적 인격체로 살기가 어렵기에 마음의 빚은 더욱 움츠릴 수밖에 없다. 구한말은 500여 년을 유지해 오던 한 왕조가 스러져가던 때였다. 당시의 백성들은 지배층의 부패와 정치놀음에 그야말로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 삶을 겨우 유지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중산층은 무너지고 실업자는 이중 삼중으로 쌓였다. 정치는 진영논리에 빠지고 부패는 개혁으로 포장되었다. 다수의 횡포는 규정과 법치를 농락하고 있다. 새해에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박수가 원하는 빚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그 빚을 갚기만을 바라며, 빚을 근심하지 말고 빚이 없는 사람이 될까 염려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2021-01-04

세모와 송년회

강희룡 서예가세밑(歲─) 또는 세모(歲暮)는 한 해가 거의 다 가서 얼마 남지 않아 곧 한 해가 다가는 무렵을 가리킨다. 올 한해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기승으로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운 처참히 무너진 일상으로 우울하게 저물어 간다. 우리가 부르는 세모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일본식 한자라 하여 세밑으로 순화해 쓰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이 단어는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초간본)에 “세모에 음양이 짧은 해를 재촉하니, 하늘가의 상설이 찬 하늘이 개었도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율곡이 지은 연시조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의 제9곡 문산(文山)의 경치를 읊은 부분에 ‘구곡은 어드메오, 문산에 세모(歲暮)커다, 기암괴석이 눈 속에 무쳐셰라’란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조선시대에도 세모란 말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볼 때 세모로 사용해도 틀린 어휘는 아닌 것 같다.우리의 세시풍습은 입춘으로 시작하여 대한으로 끝나는 24절기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시대는 섣달그믐이 되면 고관들은 왕에게 문안을 하고 사대부집안에서는 가묘(家廟)에 절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또 집안마다 어른을 찾아뵙고 묵은세배를 올리는 한편, 친지끼리 특산물을 주고받으면서 한 해의 끝을 뜻있게 마무리하였다. 또한 수세(守歲)라 하여 섣달 그믐날이면 방, 부엌, 마구간까지 온 집안에 불을 켜 놓고 조상신의 하강을 경건하게 기다렸다. 부엌신인 조상신은 1년 동안 그 집안사람들의 선악을 섣달 스무 나흗날 승천해 옥황상제에게 고하고 마지막 날 밤에 하강하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때문에 연말 일주일은 한 해 동안의 처신을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심판받는 기간이었다. 이러한 풍속은 36년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일관된 식민 지배의 탄압과 영구예속화를 위한 고유성 말살 및 우민화정책으로 철저히 왜곡되거나 실종되었다. 해방 후 우리의 고유 세시풍속이 사라진 자리를 ‘망년회(忘年會)’란 이름의 술 파티가 등장한다. 이 망년회는 연말과 연시로 이어지는 일본의 비공식적인 연휴로 신년회까지 이어지는 오랜 풍습이다. 한 해 동안의 온갖 핍박과 수탈을 모두 술로 잊어버리자는 의미로 망년회를 사용하였다. 이 단어를 일본어투의 말이라 하여 90년대에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송년모임 또는 송년회’로 순화했다.사회구조가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현대인들은 직장을 비롯해 여러 갈래 집단 간의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모임들은 연말이면 송년회란 이름을 빌어 본격적인 권주절(勸酒節)을 만들어 간다. 망년회란 의미의 내용은 그대로 두고 겉으로 이름만 송년회로 포장한 이 상품을 우리는 목청 높여 뜻도 의미도 없는 ‘위하여’를 외치면서 건강을 해치고 경제력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해를 맞는 심정은 동서고금이 모두 같다. 지나가는 한해가 안타깝고 아쉽지만 다가오는 새해의 희망과 비전이 있기에 즐겁기만 하다. 이웃을 한번쯤 둘러보면서 서로 갈등으로 반목했던 사람들도 화합과 용서로 바뀌는 것이 바로 새해다. 그래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에 깊은 의미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밝아오는 신축년에는 전염병을 속히 퇴치하고 서로가 소통하는 일상을 찾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2020-12-27

위안부 ‘앵벌이’의 와인파티

강희룡 서예가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문제 중에서 당연히 인간으로써 지켜야 하는 도리나 원리를 우리는 윤리라고 일컫는다. 윤(倫)은 무리, 질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리(理)는 이치, 도리 등을 의미한다. 그 중에 윤의 어원은 사람(人)과 무리(侖)라는 의미를 가진 합성어이다. 그래서 윤리는 무리의 관계로부터 지켜나가야 하는 도리를 의미한다. 우리사회에 지켜야 할 수많은 규범들이 존재하는 것은 윤리라는 두 글자에서 파생된 사회제도이다. 또한 윤리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평가와 잘못된 것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자신과 남의 행동에 대해 옳다 혹은 그르다고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되기에 윤리는 인간에게 인성이나 인생관 형성에 있어서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개에게 물린 사람은 한나절 치료받고, 뱀에게 물린 사람은 3일간 치료받고 나았으나 사람의 언행에 다친 사람은 완치에 기약이 없다.’는 말이 있다. 공자는 칠십이 넘어서야 법도를 어기지 않는다(不踰矩)며 말에 실수하지 않으려면 삼사일언(三思一言)을 심비(心碑)에 새기라고 가르쳤다. 신중치 못한 언행이나 행동은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비수(匕首)가 된다. 공동체 생활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법도로 한번 행동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는 삼사일행(三思一行)은 바로 행동의 신중함이며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닥친 문제를 극복할 힘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일본의 어지러운 나라 사정과 관계가 깊은 몰락한 무사들이나 농민들이 해적이 되어 고대부터 우리나라의 해안지방에 침입해 노략질을 일삼았다. 오죽하면 신라 제30대 임금인 문무왕은 ‘내가 죽으면 용이 되어 왜적을 막겠다.’며 죽은 후 자신이 동쪽바다에 묻혔다. 이렇듯 우리나라와 중국의 해안지역에 걸쳐 약탈을 일삼던 일본 해적을 우리는 ‘왜구’라 부른다. 이 왜구보다 더 악질적이며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인 인간들이 토착왜구다. 이들은 일그러진 신념과 욕망으로 무장된 이중인격자들로 바른 언행이나 부끄러움은 그저 사치품일 뿐이다. 그래서 금수(禽獸)만도 못하다고 지탄받는 것이다. 30여 년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앵벌이도구로 이용하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다며 일상을 잠시 멈춰 달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한 후 당일 본인은 지인 5명과 노마스크 와인파티를 한 사진을 올리며 ‘길(원옥)할머니 생신을 우리끼리 만나 축하하고 건강기원’이라고 적었다. 허나 길할머니 측엔 아예 연락도 없었으며 그날은 정작 음력으로 본인 생일이었다. 악질 토착왜구의 이런 일탈행위는 인간의 이중성이 얼마나 추악한지 잘 보여준 사례이며, 아직도 선(善)의 탈을 뒤집어쓰고 할머니의 통장에 빨대를 꽂아 고혈을 빨고 있는 앵벌이 행태를 계속 하고 있다는 확증이기도 하다. 이 사회에 반윤리적, 반사회적인 위정자들이 득실거리는 환경은 국민들이 만들었다. ‘국가는 반드시 내부의 적으로 망한다.’ 참정권의 권리가 있는 국민들이 냉철함을 잊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스스로 망국의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2020-12-21

고전에서 찾는 리더십

강희룡 서예가전후 일본사회는 논어의 가치관과 상당히 겹치는 조직을 꾸렸다. 1990년대 이후 일본식 경영시스템이라 부르는 이 풍토는 일본 대기업의 스캔들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그 원인 속에는 관대한 정치, 즉 덕치의 문제가 노출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회문제의 해답을 중국 고대사 속에서 찾는다면 논어의 대립 명제로 한비자를 찾을 수 있으며, 현대의 성과주의로 대변된다고 하겠다. 공자의 인간관에는 상황에 관계없이 교육받지 못한 사람과 나쁜 교육을 받은 사람은 악해진다는 논리가 있는 반면, 한비자의 인간관에는 교육에 관계없이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이기적으로 변한다는 함의가 있다.한비자는 고분(孤憤)편을 통해 지혜로운 인재가 정치에 등용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리더는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안목과 부하를 다스리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리더는 앞날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미세한 싹을 보고도 장래 일을 알 수 있으며 단서만 보고도 결과를 짐작하는 기술을 적고 있다. 한비자는 신상필벌을 강조하면서도 ‘법불아귀(法不阿貴)‘를 강조했다. 이 말은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국가나 사회가 정의롭다는 것을 강조했다.이익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 만물문(星湖僿說, 萬物門)’에서 ‘사람을 관리로 쓸 때는 반드시 재주와 능력을 가려서 써야 하며, 아무 하는 일도 없이 녹만 먹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백성을 잘 다스리라고 뽑아 놓았는데 재주와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하는 일 없이 놀고먹기만 한다면 그런 쓸데없는 관리는 곧바로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송나라 때의 소식(蘇軾)이 ‘쥐가 없다고 사냥 못하는 고양이를 기르거나, 도둑이 없다고 짖지 못하는 개를 키워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또한 이어서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낫지, 좋은 머리를 이용해 나랏돈을 빼돌리고 백성을 수탈하는 관리가 된다면 더 위험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며 원(元)나라 정개부가 말한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쥐를 방비하고자 함인데, 탐욕스러운 고양이인 줄 모르고 기른다면, 음식을 도둑맞는 폐해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개를 키우는 것은 도둑을 막아내고자 함인데, 사나운 개인 줄 모르고 키운다면 사람을 해치는 폐단이 더욱 커질 것이다.’ 부패한 관리의 폐단을 적은 것이다.쥐를 잡으라고 기른 고양이가 반찬을 훔쳐 먹거나 닭을 물어 죽이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도둑 잡으라고 키운 개가 오히려 주인에게 덤비는 사건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선생의 표현대로 이는 이롭기는커녕 재물을 축내고 백성을 못살게 굴어 국가나 국민에게 패악이 되는 상황들이다. 위에서 열거한 이야기는 우화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우리 현실처럼 들린다. 지난 역사 속에는 통치나 삶의 잠언이 수없이 많다. 지도자는 국가를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어떤 시대든 법과 정의가 지켜지지 않고 혼란한 모습도 늘 있었다. 지도자를 비롯한 위정자들이 모든 게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교훈을 잊는다면 국민들만 환란 속에 허우적거린다는 진리는 여전히 의미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2020-12-14

율곡(栗谷)의 제 3의 길

강희룡 서예가우리의 생각은 대개 흑 아니면 백, 보수 아니면 진보라는 이분법으로 결정짓는데 익숙하다. 나 아니면 남,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 그래서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사람을 회색분자라고 하며 낙인을 찍는다. 하지만 세상의 일이란 대부분 흑과 백을 넘어선 데에 더 나은 길이 있는 법이다. 율곡 선생의 ‘율곡전서(栗谷全書), 증유응서몽학치군설’에 ‘학문이 부족하면서 바삐 벼슬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 학문이 충분하면서 벼슬하지 않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라는 글이 실려 있다.500여 년 전 시대 역시 선비들은 대부분 두 부류로 나누어져 있었다. 선조 8년 인사권을 쥐고 있던 이조전랑 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대해 동인인 김효원과 서인인 심의겸의 대립이 결국 조선의 붕당정치를 가져왔다. 동인은 북인과 남인으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지면서 이후 망국적 행태의 당쟁으로 이어져 결국 민생은 피폐되고 국제정세에 무지했던 관료사회는 임진왜란이라는 화를 불러들인다.혼란한 시국에는 권력자에게 아첨하지 않고 정도(正道)를 지키려는 사람은 학문이 충분한데도 세상을 등지고 살았고, 벼슬하기에 급급한 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려고 하였다. 사람들은 보통 벼슬하기에 급급한 사람을 소인이라고 비판하고, 지조를 굽히지 않고 세상을 등진 채 사는 사람을 군자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율곡은 이런 식의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와 세상이 혼탁하다 하여 모두 다 세상을 등지고 숨어버리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논리를 편 것이다. 그래서 원칙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는 이른바 제 3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이 율곡에게는 다름 아닌 학문이었던 것이다. 논어에서 ‘관직생활에서도 틈이 나면 학문을 익혀야 하고, 학문이 넉넉하게 되었으면 관직에 나아가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학문을 충분히 쌓은 사람은 관직에 나와 자신의 학문을 현장에서 실행하고, 관직 생활을 하는 현장에서도 틈만 나면 계속 학문을 쌓아서 현장 문제에 대한 바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당장 눈앞의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백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어느 정도라도 덜 수 있다. 여기서 학문이란 얄팍한 지식 몇 조각으로 잔머리 굴리며 자신의 욕심이나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민 앞에 궤변이나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바탕으로 한 지식을 지혜롭게 국가를 위해 펼치는 것을 말한다. 옛사람에게 있어 뜻이란 배움이요, 배움이란 성인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선(善)을 따르기는 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들고 욕심을 따르기는 물이 낮은 데로 흐르는 것처럼 쉬운 법’이라는 옛말처럼 뜻이 굳세지 않으면 영욕에 마음이 흔들려 뜻을 빼앗기지 않는 경우가 드문 법이다.더구나 물질적 가치와 권력욕의 추구가 최고의 선인 것처럼 목표로 쉽게 설정되는 요즘 세태에서 옛 학문이 추구하는 목표가 새삼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현실이다. 국민 고혈로 호의호식하는 공복(公僕)들의 정신자세는 선공후사(先公後私)가 아니라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의무만이 어깨에 매달려있다는 것을 새겨야 할 것이다.

2020-12-07

덮으려는 자 밝히려는 자

강희룡 서예가2009년 10월 MBC ‘PD수첩’은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으로 해군 납품 비리 의혹을 고발했다. 계급이 소령인 한 현역 해군장교가 방송에 모자이크 처리 없이 출연해 육해공군 통합기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 간부들이 최소 9억이 넘는 돈을 빼돌린 정황을 군 수사기관에 신고했으나 ‘혐의 없음’이라는 답변만 들었고 관련자들을 징계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방송 이후 재수사로 해군 간부 등 현역과 군무원 등 31명이 사법처리 된 방산비리 사건이다. 이 소령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한직을 전전하고 음해로 인해 뇌물공여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2011년 권익위에서 주요 부패 신고자로 선정돼 훈장까지 받았지만 스스로 전역을 택했다. 2018년 1월 ‘1급기밀’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이 영화는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와 2009년 방산비리를 폭로한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국가라는 이름으로 봉인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 실화극이다.내용은 독도 인근 해상에서 비행훈련 중이던 우리 공군 전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블랙박스와 기체를 수거해 추락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군에서는 정부와 고위 장성까지 얽혀있는 사건이기에 조종사의 음주비행의 과실을 사건의 원인으로 몰아가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 장교에 의해 이 사건과 관련해 군과 미국의 전투기 부품업체 더 나아가 국방부와 미국 펜타곤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방송기자와 함께 언론에 폭로하면서 그들이 감추려 했던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하는 엄청난 방산비리사건이 천하에 드러난 것이다.이 영화는 국익이라는 미명으로 군복 뒤에 숨어 사건을 은폐하려는 집단에 맞서는 용기 있고 정직한 인물이 부조리를 저격하고 적폐청산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보겠다. 생명과 직결된 방위산업비리는 대한민국 군내에 만연한 고질적인 문제이다. 총알 뚫는 방탄복, 휴전선에 군(軍)이 도입한 중국산 CCTV 등 모든 비리 중에서도 방산비리가 더욱 위험한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누군가의 자식이자 연인인 수많은 젊은이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으며, 나아가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국가 안보의 적이라는 결론에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라임 옵티머스 사태, 월성원전 등 현 정권의 굵직한 권력형 비리수사를 더 이상 밝히지 못하게 덮으려는 추미애 법무장관은 급기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모호한 이유를 들어 징계청구,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고, 윤 총장 역시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러한 권력형 대형비리는 패거리의 음모가 그 계략의 얼개를 형성하고 있기에 진실을 밝히려는 자에 대한 임명권자의 최종적인 결정을 보면 그 정부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진실을 덮으려는 발상인 공수처 설치나 검찰개혁보다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는 권력형 비리나 고위직 부패는 반드시 척결해서 반칙과 불공정이라는 신적폐를 청산해 진정한 민주주의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것이다. 진실은 감추려 할수록 더욱 드러난다는 것은 진리이다.

2020-11-30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관상

강희룡 서예가조선후기 실학자 최한기 선생의 이론서인 ‘인정, 측인문(人政,測人門)’에 ‘행사상(行事相)’이라는 관상에 대한 기록이 있다. 관상은 상을 살피는 것으로 그 방법이 다양하며 얼굴의 구성을 살피는 면상(面相), 뒷모습이나 골격을 살피는 배상(背相), 또는 골상(骨相), 마음을 살피는 심상(心相)이 있다.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심상, 즉 마음의 상으로 최종적으로는 마음의 씀씀이가 어떠냐에 따라 길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관상이 별로였던 사람이 많은 선행을 베푼 뒤에는 좋은 인상으로 바뀌어 있더라는 이야기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경우이다.언제부터인가 미신적인 요소로 치부되면서 우리 곁에서 멀어졌던 관상술이지만 실은 오랫동안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일종의 경험과학이다. 관상을 단순히 얼굴 생김새만을 본다면 그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왜냐면, 사기꾼의 상당수가 좋은 인상을 풍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에는 사람의 행동을 가지고 관상을 보는 방법이 있다. 행사상(行事相)을 요약하면, 면상은 배상만 못하고, 배상은 심상만 못하다. 이 심상도 미진한 바가 있다고 생각되므로 행사상만 못하다. 면상, 배상, 심상의 길흉 모두는 반드시 행사에 드러나므로 행사를 버려두고 사람의 상을 살핀다면, 이는 곧 마무리하지 못한 문기(文記)인 셈이다.최한기는 이론에 따라 외면을 살피는 것을 상법(相法)이라고 하고, 이론에다 관상가의 직관이 더해져서 내면을 살피는 방법을 상술(相術)이라 하면서 이 상술의 어려움에 대해 논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적 방법으로 행사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모든 상의 길흉은 그 사람의 행위로 드러나기에 살피기 어려운 심술을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실제 행사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초나라 관상가에게 장왕(莊王)이 그를 찾아가 상법에 대해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신은 사람의 상을 잘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관찰하고 그 사람의 벗을 관찰합니다”. 일상적인 처신이나 인간관계를 통해 그 사람의 상을 보았는데 거의 들어맞더라는 것이다. 결국 인지상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느냐의 여부가 그 사람의 선악과 길흉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인 셈이다. 요즘은 인공지능(AI)이 관상까지 보는 시대다. AI 관상가가 최근 정치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창총장에 대해 분석한 관상을 보면 둘 다 강한 고집으로, 추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의지가 강한 편이나 강한 고집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고, 윤에 대해서는 “의지가 강하고 목표를 세우면 이를 위해 노력과 최선을 다 하는 편으로 고집스럽게 보여질 수 있으나 이는 목표를 이루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상앱의 이러한 결과를 단순 재미로 볼 수 있겠지만, 사람은 삶의 족적에 따라 그 얼굴상이 변한다는 것은 확실하므로, 국민들은 이들의 얼굴상을 보면 누구의 삶이 더 부끄러움이 없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2020-11-23

꿩에서 얻는 교훈

강희룡 서예가부모자식 관계는 농부와 곡식으로 비유된다. 농부가 곡식을 잘못 가꾸면 결국 굶주림의 환난을 겪게 되고,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하면 필경에는 위험한 화란(禍亂)을 초래한다. 곡식을 잘 가꾸고 자식을 잘 가르치는 법을 어찌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조선 초기 대학자였던 사숙재 강희맹은 아들의 교육을 위해 훈자오설(訓子五說)을 짓는다. 아비가 자식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기에 사숙재가 지은 이 글은 오늘날 독자에게 교훈을 전달하는 교술 갈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훈자오설 중 성질이 음탕하고 싸우기를 좋아한다는 꿩에 비유한 ‘삼치설(三雉說)’의 내용이다. 수풀에 숨어서 피리로 암컷소리를 내며 미끼로 삼은 수컷을 움직이면 암컷과 함께 있는 것으로 착각한 욕심 많은 다른 수컷이 화를 못 참아 미혹에 빠지는 경우로 닥칠 재앙을 잊고 다가와 단번에 잡히는 경우이다. 이런 유형은 자신의 내면이 이기심으로만 가득 차 있기에 방탕하며 부모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아, 엄히 가르치지 못하고 마땅히 꾸짖을 수 없으며, 부끄러움조차 없기에 죄의식 없이 잘못을 저질러 스스로 죄의 그물에 걸리는 경우로 평생 지혜를 깨우치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두 번째 경우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유혹하면 못 본 척 하다가 같은 행동의 반복에 결국 욕망을 못 참고 미혹되어 미끼 쪽으로 다가오나 미리 경계심으로 방비를 하기에 완벽하게 속여야 겨우 잡을 수 있는 경우이다. 꿩 중에서 조금 영리하여 자신에게 닥칠 재앙을 미리 짐작하고 있는 경우로, 이미 한두 번 미혹되어 고생하고 뉘우치면서도 오히려 그 감정에 빠져 다시 부끄러움을 잊고 전철을 밟아서 마침내 재앙의 그물에 걸리는 두 번 덮쳐서 잡는 부류이다.끝으로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하늘로 날아올라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경계심이 많은 꿩의 경우이다. 욕심이 적고 경계심은 앞서는 까닭에 사람을 꺼려해서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온갖 술책을 다 써서 겨우 가까이 오게 했을지라도 그 민첩한 모양새가 마치 신과 같아 어떻게 기회를 잡아 술책을 펼 수도 없다. 꿩 중에서 가장 영특해 해로움을 멀리하는 종류이다. 이런 유형은 품성이 단정하고 굳건해 맑게 갈고 닦음을 좋아하고, 음탕하고 황당한 것을 부끄럽게 여겨 멀리한다.위에서 열거한 세 종류에서 첫 번째 인간형은 내면이 일그러진 욕망으로 가득차서 결국 그로 인해 자신이 미혹에 빠졌다는 사실도 모르기에 부끄러움도 없다. 혹시 있다고 해도 고칠 생각이 없는 극우나 극좌의 진영론자, 죄의식 없는 강력범죄자, 직을 이용한 부패나 비리의 공직자나 위정자들, 정의와 공정을 외치며 스스로 정한 규정을 이익에 따라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부류들이다. 미혹에 빠져 후회하면서 또 다른 유혹에 넘어가는 부류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위정자나 관료로서의 자질이 없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끝으로 뉘우쳐 후회할 줄 알기에 유흥을 단절하고 부정한 권력에 굴하지 않으며 올곧은 선비정신을 좇아 날로 새롭게 갈고 닦아 평생 재앙을 모면하는 이상적인 형이다. 이렇듯 15세기 꿩에 비유한 사숙재의 교훈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2020-11-16

성선설(性善說)과 백당기(白堂記)

강희룡 서예가노자는 백색의 맑음을 알아야 흙색의 혼탁함을 지키며, 맑음을 지키면서 혼탁함을 조화시키는 것이 온전한 도리라고 했다. 이 흰색의 앎이 귀한 이유는 장차 그 앎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백색은 채색의 바탕이기에 백색이 아니면 채색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백색은 채색을 수용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채색이 끝난 다음에도 백색이 아니면 다시 담박하고 꾸밈이 없는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문장이나 일을 꾸밀 때 ‘희게 하면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색깔로 보면 채색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으나 채색은 반드시 흰색을 바탕으로 시작하고 또한 마무리해야한다.구한말 독립운동가 수당 이남규 선생의 저서 수당집에 ‘백당기(白堂記)’가 수록돼 있다. 이 글은 윤장이 남산 밑에 집을 지어 서재로 삼고 그 처마에 ‘백당’이라는 편액을 달아 내걸면서 수당에게 백당에 대한 기(記)를 써달라고 부탁해 지은 글이다.“일반 사람들은 오로지 채색을 취하지 백색을 선택하지 않는데 그대는 오히려 채색을 버리고 백색을 취했다. 이것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고상한 자질을 알고 숭상해 그 취할 것을 아는 군자라고 할 수 있다. 바라건대, 그 고상한 자질을 온전히 지켜서 백색을 취한 뜻을 잃지 말라. …. 이미 마음이 맑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나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남들의 시기가 모여들 수 있다. 남들의 시기란 세상 바깥의 일이기에 실제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여 어찌 이것을 편안하게 여기고 방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다른 사람의 시기를 받고도 온전히 천성을 지킨다는 것은 성인의 지혜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형산의 옥에 비유하면 바탕이 맑고 찬란해 진실로 천하의 백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박석(璞石·옥돌)에 싸여 땅속에 묻힌 채 세상에 나와도 한 번도 스스로를 드러내 뽐낸 적이 없기에 백색의 맑음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을 드러내고 형체를 노출시켜 스스로 백색의 맑음을 발했다면 거친 자갈과 돌들이 흠을 낼 텐데 어떻게 온전한 모습을 지킬 수 있겠는가. 흰색의 맑음을 지키면서 검정의 혼탁함을 조화시킨다면 그 모습을 온전히 지키는 도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선한 것’이라고 기록된 맹자 등문공상(6ED5文公上)의 성선설을 근거로 볼 때, 천성(天性)의 맑고 깨끗함을 멀리하고 오욕의 혼탁함과 뒤섞여 살고자 한다면 스스로의 삶을 더럽혀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들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위정자를 비롯한 공직자들은 그 속마음을 국민들에게 숨기지 말고 드러내야 하며, 자신의 뛰어난 재지(才智)와 공(功)은 박석같이 바위 속에 숨겨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없게 해야 한다.비리를 감추려는 어설픈 임기응변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위정자가 남은 올바른 삶의 시간을 고민한다면 흰색의 맑음의 유지는 반드시 새겨야 할 좌우명이다.

2020-11-09

일안이구(一顔二口)의 괴물

강희룡 서예가괴물은 인간의 내면에 드리운 욕망과 상상력의 산물이다.고대 로마의 문인이며 정치가였던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나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유니콘, 그리핀 같은 괴물 이야기를 모은 책들이다.눈이 먼 현자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보르헤스(1899~1986)의 ‘상상 동물 이야기’는 서양 괴물 이야기의 집대성을 이루며 그리스 신화의 괴물에서 카프카의 소설 속 크루자에 이르기까지 약 140여 종이 등장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속의 기묘한 이 허구의 존재들은 어쩌면 실제 세계를 더욱 잘 이해하게 해 주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동양에도 이런 고전이 있으니 하(夏)나라의 우왕 또는 백익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산해경(山海經)’이다. 짐승의 몸에 사람 얼굴로 용을 타고 다니는 불의 신 축융(祝融), 뱀의 몸에 사람얼굴로 불꽃처럼 붉은 머리를 가진 물의 신 공공(共工), 범의 몸과 사람 얼굴에 머리 다리 꼬리가 각각 여덟인 천오(天吳), 발 하나에 뿔이 없는 푸른 소인 기(夔) 등 200여 종의 괴물 이야기가 실려 있다.2006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로 ‘괴물’이 있다. 오늘날 기형괴물의 탄생은 환경오염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이 영화는 1천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미 8군 영안실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약병에 먼지가 있단 이유로 수 백병이 넘는 이 약을 모두 하수구에 버리면서 버려진 독약으로 인해 한강의 물고기는 곧 상상을 초월하는 괴생물체로 변하여 평화로운 한강에 재앙을 불러온다는 내용이다.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시위 때 지금의 이낙연 여당대표가 당시에는 야당으로 집회와 시위,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독재정권의 공권력 남용이라며 거리에서 앞장서서 강력히 규탄하더니 지난 개천절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서는 여당대표로서 코로라 방역을 빌미로 설치한 버스 벽 뒤에서 공권력의 강경진압과 무관용 원칙을 경찰에 주문했다. 이 행태를 두고 시무7조로 화제를 모았던 조은산 논객이 그가 지은 ‘산성가’에서 ‘얼굴은 하나요, 입이 두 개인 기형생물’이라고 비판했다. 동물은 환경오염으로부터 기형괴물이 탄생하나 인간은 권력과 영욕으로 오염된 영혼 소유자가 정치판에서 정치를 오염시키고 주변인물과 자신도 괴물로 변하는 것이다.바로 이들을 얼굴 하나에 입이 두 개인 일안이구(一顔二口)의 괴물들이라 일컫는다. 이들은 본인이나 가족 또는 같은 편의 비위사실이 드러날 경우를 우려해 권모술수는 물론 동질사안에 대해서도 아침저녁으로 말이 바뀌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기형생물체들이다. 내로남불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들은 국민이 임기동안 쥐어준 권력을 남용해 진영의 장기집권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국가 탑을 쌓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110년 전 망국의 유령이 지금 이 땅에 떠돌고 있다.

2020-11-02

화씨지벽(和氏之璧)의 교훈

강희룡 서예가사냥꾼은 좋은 사냥개를 얻으려 하고 말 타는 사람은 좋은 말만 얻으려 하지 그것이 어떤 새끼를 낳을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치에 있어서도 위정자의 인물 됨됨이가 중요한 것이지 문벌은 그리 중요치 않다. 공자가 위나라 영공의 무도함을 힐난하자 강자가 물었다. ‘그러한데 그 나라는 어찌 망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공자가 답했다. ‘중숙어가 외교를 맡고, 축타가 종묘를 다스리고, 왕손가가 군사를 맡아 다스리니 어찌 망하리오!’ 이렇듯 비록 왕의 됨됨이가 비루하더라도 훌륭한 신하들이 그 임금을 보좌해 백성을 위해 국정을 돌본다면 그 나라는 굳건히 영속할 것임을 공자 또한 알고 있었다.기원전 770년부터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춘추전국시대는 약 550년에 달하는 기간이다. 이 시기는 각자 지역에 근거한 집단이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문화적 풍토를 배경으로 나라를 세우고 왕을 세워 맹주를 다투던 시기였다. 주 왕조의 일방적인 천하지배 구조는 무너지고 지방정권들이 역사적, 지리적 환경에 근거해 자립하면서 초기에는 온건하게 연합과 합병을 거듭하다 재화와 자원, 인재와 기술을 두고 싸움이 시작되면서 철기의 출현은 치열한 경쟁을 더욱 부추겼다. 정치중심의 다극화는 사회불안을 초래했지만, 동시에 가치의 다양화를 낳았고, 대륙에는 옛 체제와 가치관의 붕괴가 진행되는 가운데 유례없는 창조가 태어나게 된다.국가와 정치, 산업과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대적 분위기가 키워낸 사상가와 명신들이 나타났으니, 이들이 바로 유가, 법가, 도가, 묵가, 병가 등으로 불리는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학설을 내세워 문하생을 교육시키고 각국을 떠돌며 자신의 주장을 실제 정치에 반영시키려 했다.병가(兵家)의 손무, 완벽(完璧)의 인상여 등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대륙역사의 한 대목을 대변할 수 있을 정도의 수많은 현자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옛 시대의 사상과 학문을 배우며 과거를 토대로 현재의 자신을 반성하며 교훈을 얻고 있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고대인들의 주옥같은 일화와 교훈은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은 물론 미래에서도 여전히 금과옥조 같이 여겨질 것이다. 초나라 사람 화씨가 다듬지 않은 옥돌을 구해 두 번이나 왕에게 바쳤을 때 옥을 감정하는 관리가 돌이라 결론짓자 왕을 속인 죄로 두 발이 차례로 잘려나갔다. 세 번째 왕이 즉위하자 화씨는 옥돌을 안고 궁문 앞에서 사흘 밤낮을 슬피 울었다.소문을 들은 왕이 이유를 묻자 화씨는 ‘보옥을 돌이라 하고 곧은 선비를 속임수 쓰는 자로 몰아 마구 베는 것이 슬프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왕이 화씨의 돌을 쪼개고 다듬으니 마침내 천하제일의 옥이 드러나자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했다. ‘한비자, 변화편(韓非子,卞和篇)’에 보인다. 화씨는 두 발꿈치를 잃고서야 다듬지 않은 돌을 천하의 옥으로 인정받았다. 지금 우리사회가 절차에 따라 돌을 쪼개 옥을 다듬는 것은 외면한 채 사람 다리 자르는 것은 쉽게 여기지 않는지 깊이 성찰해볼 문제이다.

2020-10-26

주사파와 민주유공자

강희룡 서예가한국은 제1공화국이었던 이승만 정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게 네 번의 민주항쟁을 겪는다. 첫 번째가 1960년 4·19혁명이다. 그 해 이승만정권의 3·15부정선거로 학생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국민까지 확대된 반독재투쟁으로 민주주의 혁명의 뿌리였다. 두 번째로 1979년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독재에 저항해 10월 16일부터 5일간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이다. 셋째가 1980년 5·18광주민주항쟁이다. 전두환과 육사출신 하나회의 신군부가 일으킨 12·12 군사반란이 성공하여 이들이 정치실권자로 떠오르자 광주지역 대학생들이 5월 18일에 김대중 석방과 전두환 퇴진, 비상계엄해제를 외치며 일어나 수 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유혈항쟁이었다. 네 번째가 1987년 6월에 일어난 6·10민주항쟁이다. 서울대 학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연세대 이한열의 죽음이 동기가 된 이 시위로 인해 6월 29일에 당시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가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서 정권교체의 계기와 민주화를 이루는 디딤돌을 만들었다.이 민주항쟁과정에서 1986년 초부터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은 남한의 반체제 학생운동세력인 주사파가 학생운동과 노동 운동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주사파는 학생운동에서 대학별로 ‘반미자주화 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자민투)’를 조직하여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바탕으로 자민투를 앞세워 1987년 주요 대학들의 운동권을 장악한 뒤 각 대학의 학생회까지 장악해 일반학생까지 반미투쟁과 혁명투쟁에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이 학생들이 1987년 선봉에서 6·10항쟁을 이끄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한국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사회주의혁명을 이루려는 운동권의 다수파로 민족해방(NL)의 한 분파이다.노동운동분야에서는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와 이후 국회의원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그 정당을 지지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확립되어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자 활동무대가 확대되고 주도권도 더욱 강화됐다. 이들이 본 한국사회의 기본모순은 한국 민중과 미국 간의 민족모순과 한국 민중과 자본계급 간의 계급모순으로 분류해 두 모순 가운데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민족모순으로 정한 뒤 반미투쟁과 사회주의혁명을 위해 민족해방투쟁부터 우선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의 이중성은 한국사회의 특징이다.일부는 전향했지만 지금처럼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권 중심에 전면적으로 진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없다. 민주화 과정에는 진정한 민주화세력이 있는 반면, 체제전복(顚覆)으로 사회주의혁명을 목표로 하는 세력도 있다. 30년 세월을 거쳐서 지금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이 된 과거 386운동권의 위선이 드러나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내세우는 정치적 정당성도 사라졌다.그릇된 도덕적 우월의식이 자기성찰을 방해해 부끄러움마저 없어졌다.그들은 지금 기득권층에서 민주유공자로 둔갑하여 권력의 중심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역사의 무게를 기억한다면 국민들의 냉철함만이 우리사회에서 가짜들을 솎아낼 수 있다. 나라의 흥망이나 참 민주주의는 결국 성숙한 국민들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2020-10-19

한국정치판의 조슬(蚤蝨)들

강희룡 서예가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사상을 집대성한 철학소설이 바로 ‘의산문답(醫山問答)’이다. 이 책은 중국 동북지방의 명산 의무려산(6BC9巫閭山)을 배경으로 벌이는 문답 형식의 글이다. 이 책 내용에 지구 자전설을 흥미롭게 풀어쓴 책의 뒷부분에 이런 글이 실려 있다. ‘무릇 지구는 우주 가운데 살아있는 것이다. 흙은 그 피부와 살이고, 물은 그 정액과 피다. …. 초목은 지구의 머리카락이고 사람과 짐승은 지구의 벼룩(蚤)과 이(蝨)다’. 벼룩이나 이는 사람과 짐승의 피부에 달라붙어 피를 빨고 사는 기생충이다.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움직이며 펼쳐있는 모든 삼라만상이 다 지구를 살리는 역할을 하나 유독 사람과 짐승은 지구에 해가 되는 기생충 존재로 본 것이다.벼룩은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작은 것의 대명사로 불리고 민첩성이 있기에 잡기가 쉽지 않다. 이슬(蝨)자는 ‘이’를 말하지만 다르게 ‘관(官)의 폐해’를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인간사회에서 소수라도 벼룩이나 이처럼 유해한 기생충 유형의 인간이 정치권이나 고위공직자에 섞여있으면 그 사회는 곧 공정과 정의가 사라지게 되며, 반칙과 불공정이 그럴듯한 궤변으로 정의로 둔갑한 채 활개를 치게 된다. 결국 사회는 병들게 되고 망국을 재촉하게 되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지난달 23일 우원식, 윤미향을 비롯한 의원 20여명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국회에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민주유공자와 그 유가족들과 자녀들에게 입시혜택과 학비지원, 취업혜택, 의료비 감면, 양육, 주택, 금융권의 장기 저리대부 등을 제공한다는 골자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과 여당에는 자칭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자녀가 대학입학과 학비면제, 취업은 물론 금융권 등에서도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선정된 민주화 유공자들에 대해선 이미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져 왔으며 여권 고위층에도 억대의 보상금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민주주의와 사회공정을 외치던 운동권 여당에서 자신들이 포함된 셀프특권법안을 만들려는 것이다.민주주의에서는 공정한 절차와 과정이 없는 역차별 제도는 헌법이 금지하고 있기에 이 법안은 80년대 운동권이 스스로 사회적 특수계급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직까지도 명확한 유공자선정 기준과 명단을 국민 앞에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겉으로 민주화유공자 몇 명의 이름을 세우고 뒤로는 자신들이 이 법안에 편승하여 가족과 함께 대물림 혜택을 받으려는 꼼수인 것이다.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던 심장이 권력의 단물에 녹아 과거의 가치는 소멸된 민주화의 낡은 세력으로 남아 영욕에 찬 기득권집단이 되어 이 사회에 벼룩이나 이 같은 존재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화운동은 긴 세월 모든 시민들이 함께 투쟁하여 얻은 결과이기에 지금의 민주주의 한국에서 명예로 이미 보상 받지 않았는가!

2020-10-12

공직자의 공상허언증

강희룡서예가진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거짓말이라 한다. 영국의 정치가며 작가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의 종류를 그럴듯한 거짓말과 빌어먹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정리했다. 거짓말은 그 정도가 심해지면 허언증이라는 정신병에 이르며, 사실을 왜곡해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진실이라고 믿는 심리적 장애를 ‘공상허언증’이라 한다. 이 증세는 주로 타인에게 주목받기를 좋아하며 지나치게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 이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뇌가 스스로 기억을 조작하면서 거짓말의 범위가 확대되고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 이들은 거짓말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불안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부끄러움 또한 없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재미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짓말은 정치인과 제일 가깝다. 그 유형을 보면 흔한 거짓말로는 첫째로 후보자 출마 시 무분별한 공약남발로 인해 선거공약을 다 지키지 못했을 경우이다. 둘째로는 국가나 사회 등 공공이익을 위해 진실을 숨기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은 불리한 전황을 숨기고 호도한다는 이유로 언론으로부터 거짓말쟁이라는 비평을 받았다. 그때 처칠은 ‘진실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거짓말로 보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는 세기의 명언을 남기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처칠의 해학과 진심이 담긴 명언과 연설은 후에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 셋째로 착한 거짓말 또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이것은 정치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특히 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상황을 유리하게 설명하는 경우이다.마지막으로 추한 거짓말 즉 빌어먹을 거짓말(새빨간 거짓말)이다. 정치인이 개인이나 가족의 과오를 숨기거나 은폐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로써, 선진국가에서는 통상 정치생명을 위협 받는 치명적인 일이다. 자신을 잘 보이게 하려는 거짓말은 허세와 허영을 심리적 바탕으로 하지만, 상대를 속이는 악의적인 거짓말은 사기에 해당된다.추미애 법무장관이 언론과 국회에서 27번이나 거짓말을 하였다한다. 보좌관에게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아들휴가 연장 건을 조치하라는 카톡내용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근거로, 야당과 보수언론의 거짓말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또한 자신이 보좌관에게 아들 부대 지원 장교 연락처를 전달한 것은 지시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하리만치 한국은 공직자들의 거짓말 범죄가 많고, 그 수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죄질에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공상허언증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당신은 사람들을 계속 속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을 것이나, 모든 사람들을 계속해서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새겨야 할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이다.

2020-10-05

무경십서(武經十書) 장원(將苑)의 교훈

강희룡 서예가동아시아는 오랫동안 문인사대부가 권력의 중추를 이루었다. 학자가 천하를 다스렸기에 관료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사서삼경(四書三經)의 유가경전을 읽어야 했다.그러나 천하를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서는 문관만 있어도 안 되기에 나라를 지키는 군인인 무관을 뽑기 위한 무과제도가 중간에 등장했던 이유다. 무인 선발을 위한 무거(武擧)제도를 만든 사람은 당나라의 측천무후(則天武后)다. 그의 치세로 인해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했기에 시호에 무(武)가 들어간 배경이다.송나라에 와서 무술뿐만 아니라 무경(武經)에 관한 시험이 덧붙여져 이른바 역대 병서인 손자병법, 오자병법, 사마법, 울료자(尉7E5A子), 육도, 삼략, 당리문대가 무경칠서(武經七書)로 정리된다.이 용어는 11세기 말 북송의 원풍 연간에 기존의 병서를 무학으로 정리해 무과의 시험과목으로 채택한 데서 비롯됐다.문과시험이 사서삼경의 7개 과목으로 정리된 것과 짝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후에 무경칠서에 손빈병법, 장원, 삼십육계를 보태어 중국의 10대 병법서인 ‘무경십경’이 탄생된다. 이 병서들은 명나라를 거치면서 병가(兵家)의 기본 경전으로 자리 잡아 해설서와 묶어 출간하는 것이 유행했다. 조선도 그 영향을 받아 문종 때 수양대군 주관 하에 ‘무경칠서주해’를 펴냈다. 현재 일부 대학도서관에 소장하고 있으나 아직 영인본이나 번역본이 출간된 적은 없다.무경십서는 하나같이 ‘장수가 용병을 잘못해 전쟁에서 패하면 나라의 존망이 갈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무경십서 중 제9서인 장원(將苑) 제1편 논비(論備), 제7장 장지에, ‘나라를 위해 헌신하라’는 기록이 있다. 장지는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지는 위국헌신(爲國獻身)의 의지를 ‘이신순국’으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안중근 의사가 1910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 직전에 남긴 마지막에 쓴 글귀가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다. 위국헌신에 군인본분을 첨언하여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라고 강조했다. 110년 후 추미애 장관 아들이 병영생활에서 엄마찬스로 반칙과 특권을 누렸다는 야당의 의혹제기에 여당 원내대변인은 추 장관의 아들이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했기에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런 기가 막힌 발상을 가진 부류들이 떼 지어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를 왜곡시키며, 독립투사들의 명예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또한 ‘장원’은 지휘관이 군대 내에서 지켜야 할 역할과 품행, 병사지도와 작전실행 시 주의할 점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어 무경 중 상당히 호평을 받고 있는 병법서다.군인 혼이 사라진 가치 없는 별을 달고 개인영달을 위해 권력층의 눈치나 기웃거리며 말잔치로 얼룩진 해바라기 정치군인들은 오천만 국민의 안위를 위해 스스로 군복을 벗고 야인으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1910년 경술치욕의 그림자가 또 다시 이 땅에 스멀거린다.

2020-09-21

이율배반적인 관료들

강희룡서예가전국시대 맹자는 유가학파의 분류상 사맹학파로 공자 문하의 적통을 대표하며, 철두철미하게 백성을 근본으로 생각했던 민본주의 사상가이다.전국7웅이 다투는 혼란의 와중에서도 꿋꿋하게 백성을 중심에 놓는 민본주의를 꿈꾸며 임금은 백성과 함께 즐겨야 한다며 민권(民權)을 더없이 높였고 민본사상을 최대로 고취시켰다. 반대로 패도정치는 악덕하므로 오래가지도 못하고 천하를 통일해도 참다운 패자(覇者)가 될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당시 맹자는 이상 사회를 꿈꾼 것이 아니라 그 실현 가능성에도 털끝만큼 의심하지 않았다. 부국강병의 패도주의가 오히려 비현실적인 뜬구름이라며 군주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맹자 이후 2천300여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그가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았던 민본주의라는 이상사회는 실현된 적이 없다. 다만 현대사에서 일컫는 민주주의시대가 열린 것만 해도 인류 역사의 큰 성취로 보아 이를 위안으로 삼아야 할 형편이다. 맹자의 민본주의는 말 그대로 ‘백성을 뿌리’라고 생각하는 사상이다. 맹자가 생각한 백성은 보이지는 않지만 땅 위에 서 있는 큰 나무를 지탱해 주는 뿌리와 같은 존재였다. 비록 정치적인 힘은 없지만 백성이 없으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무의 뿌리가 조금이라도 상하면 나무 전체의 생명이 위태롭기에 백성 역시 하나라도 소외되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다.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최고 법에 명시한 민주주의라는 우리사회를 맹자가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우리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정치가는 국민의 머슴이나 심부름꾼이라고 부르짖는다. 맹자가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주의라는 이름만 듣고는 백성이 주인인 시대가 열렸다고 기뻐하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고는 크게 실망하며 분명 적지 않게 의아해 할 것이다.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머슴이 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머슴살이 시켜달라고 애원하며, 자기들보다 몇 배 더 잘 살도록 돈을 걷어서까지 머슴 월급을 줄 주인이 과연 어디 있단 말인가!이러한 기이한 현상을 보고나면 맹자는 명(名)과 실(實)이 맞지 않으니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고치거나 이름에 맞는 참된 민주주의를 시행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이 주인 노릇을 하는 경우는 선거 때마다 한 표를 던지는 일 밖에 없다. 제도의 한계나 권력추구자의 행태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의(義)가 아닌 이(利)에 눈이 멀어 표밭의 노예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국민들의 정치 선진의식이 깨어있어야 국민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의구심이 가는 검찰개혁추진과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 조국이나 추미애 같은 관료를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것이다.국민이 권력추구자의 정치놀음에 놀아나지 않고 모두가 깨어서 냉철한 눈으로 권력자를 바라볼 때라야 비로소 주인은 국민이 되고 권력자들의 술수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2020-09-14

부끄러움이 없는 정치

강희룡 서예가조선 후기 학자이면서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던 이의숙 선생은 그의 저서 ‘이재집, 잡설(頤齋集, 雜說)에서 자신의 역량을 헤아리지 못하고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을 이루기 위하여 일생을 허비하고, 뜬구름을 잡으려고 헛된 꿈을 꾸다가 삶을 송두리째 망치는 경우를 예를 들어 기록하고 있다. 그 첫째가 한 동자가 돌을 쌓아 시냇물을 막으려했으나 무너져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마을로 달려가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여 아이들과 풀과 넝쿨을 베어 쌓고 그 위에 흙과 모래로 둑을 쌓아 반나절 정도 되어서 겨우 시냇물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가득 차면서 또 둑이 터졌다. 둑이 터질수록 동자는 오히려 냇물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막았으나 둑은 터졌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역량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다음으로 하늘을 날던 연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달려가 주우려고 하였으나 가까이 있던 아이가 먼저 주워 가지고 갔다. 이미 다른 아이가 주워간 것을 모르고 쉬지 않고 달려가다가 간신히 연이 떨어진 곳에 이르러 연을 찾았으나, 연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오히려 하늘을 쳐다보면서 다시금 떨어진 연을 찾아 돌아다녔다. 이것은 한갓 헛수고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아이들이 시장 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기와 조각과 여러 가지 기물을 벌여 놓고 나뭇잎을 따서 돈과 음식을 대신하였다. 서로 오가며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면서 웃고 떠들며 시장놀이를 하였는데 한낮이 되도록 배고픈 줄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가지 않자 아이의 아버지가 와서 나뭇잎과 기와 조각을 내던진 다음 집으로 데려와서 밥을 먹였다. 그러자 아이는 울면서 밥을 먹지 않은 채 그 놀이를 망친 것을 몹시 원망하였다. 이런 경우는 미혹된 것이라고 정리했다.위 예시 글에는 세 바보 아이의 행동이 나온다. 쉴 새 없이 흐르는 시냇물을 막으려고 한 행동, 다른 아이가 이미 주워간 연을 찾기 위해 온종일 헤매는 행동, 소꿉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밥 먹는 것도 잊은 행동이다. 흐르는 물을 무슨 수로 막으며, 이미 주워간 연을 무슨 수로 찾으며, 소꿉놀이에서 먹은 가짜 밥이 어찌 배를 부르게 할 수 있겠는가! 이 글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펴져 있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천민자본주의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무한이기주의를 읽어낼 수 있다. 이러한 비민주적 사회적 바탕 속에서 한국 정치의 질은 국가의 운영이나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고 권력 및 지위나 이권 획득을 위해 선동과 분탕질이 난무하는 것이다. 정부의 해괴한 정책이나 개혁이란 이름으로 패거리의 비리를 감추려는 행태나 고위직을 이용한 사회 전반에 걸친 갑질의 행태를 기저(基底)로 편견과 오만의 정치가 지금 이 나라에서 국민 앞에 부끄럼도 없이 궤변으로 포장되어 난무하고 있다.

2020-09-07

토착왜구는 누구인가!

강희룡 서예가토착왜구(土着倭寇)는 자생적인 친일 부역자를 뜻하는 사어(死語)였다가 최근 들어 여당 정치인들에 의해 다시 활성화된 표현이다. 구한말의 유학자로 일제 강점기에 남원지역에서 항일 운동을 하다가 순국한 이태현 선생의 산문집인 ‘정암사고’에 토착왜구는 ‘토왜’라는 말로 친일부역자란 뜻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태현은 이 말의 창안자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서 자주 쓰다 보니 지식인의 문집에 등재된 것으로 추정된다.이 토착왜구라는 표현이 처음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 토왜천지라는 글이 실려서 토왜를 얼굴은 한국인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로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으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첫째로 일본의 앞잡이 노릇하는 고위 관료층, 둘째로 일본의 침략 행위와 내정 간섭을 지지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셋째로 일본군을 믿고 각 지방에 출몰하여 남의 재산을 빼앗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자들, 넷째로 애국지사를 모함하고 왜구를 원망하면 거짓말을 날조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독을 퍼뜨리는 자들로 정리하고 있다.구한말 개혁의 반대편에 섰던 고종의 개화파제거와 국고는 탕진되고 청의 세력으로 권력을 쥔 민비의 매관매직행위와 그 일가의 5민(五閔) 척족정권은 이미 망국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니 1910년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됨으로서 국권은 피탈되고 조선은 한반도에서 사라져 36년이라는 일제강점기를 맞이하게 된다. 단발령과 창씨개명 등으로 일본어사용이 강요되고 일체 집회가 금지되어 한국의 민족문화는 말살되었다. 당시 기득권층은 국내에서의 항일운동이 어려워지자 상당수 항일민족운동자들은 독립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 만주나 시베리아 등지로 이주 망명하여 항일운동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 지금의 한국과 북한은 이들 항일독립투사들의 투쟁으로부터 얻어진 것이 아니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게 무릎을 꿇자 어부지리로 탄생된 신생국가이다. 여당의 이개호 의원은 지난달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문제로 사의 표명을 한 것을 두고 우리나라 친일파와 토착왜구들의 상실감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라고 했다. 야권을 토착왜구로 특정 짓고 던진 말이다. 이렇게 보수야권에게 씌운 토착왜구 프레임으로 정치적 이득을 많이 본 진보여당의 친일 기준은 일본과의 외교나 무역을 대화를 통해 결정하는 행위는 무조건 친일이고 일본과 적대시하거나 등을 돌리는 행위라야 민족의 반역자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 참여정부시절 대대적인 친일청산 작업 중 당시 홍보수석이던 조기숙의 증조부가 조병갑으로 밝혀지는 사건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신기남, 이미경 의원 등 부친은 일본헌병이었으며, 친일진상규명법 제정에 앞장섰던 김희선 의원 부친은 일본비밀경찰로 독립군을 체포하고 고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민국수립 이래 보수 진보 없이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나 관료들 부모가 친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해방된 지 75년 이 시점에 부질없이 친일척결을 외치는 한심한 정치인들의 적폐행위를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나라 거덜 내는 정치세력이 바로 토착왜구인 것이다.

2020-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