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사상을 집대성한 철학소설이 바로 ‘의산문답(醫山問答)’이다. 이 책은 중국 동북지방의 명산 의무려산(<6BC9>巫閭山)을 배경으로 벌이는 문답 형식의 글이다. 이 책 내용에 지구 자전설을 흥미롭게 풀어쓴 책의 뒷부분에 이런 글이 실려 있다. ‘무릇 지구는 우주 가운데 살아있는 것이다. 흙은 그 피부와 살이고, 물은 그 정액과 피다. …. 초목은 지구의 머리카락이고 사람과 짐승은 지구의 벼룩(蚤)과 이(蝨)다’. 벼룩이나 이는 사람과 짐승의 피부에 달라붙어 피를 빨고 사는 기생충이다.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움직이며 펼쳐있는 모든 삼라만상이 다 지구를 살리는 역할을 하나 유독 사람과 짐승은 지구에 해가 되는 기생충 존재로 본 것이다.
벼룩은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작은 것의 대명사로 불리고 민첩성이 있기에 잡기가 쉽지 않다. 이슬(蝨)자는 ‘이’를 말하지만 다르게 ‘관(官)의 폐해’를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인간사회에서 소수라도 벼룩이나 이처럼 유해한 기생충 유형의 인간이 정치권이나 고위공직자에 섞여있으면 그 사회는 곧 공정과 정의가 사라지게 되며, 반칙과 불공정이 그럴듯한 궤변으로 정의로 둔갑한 채 활개를 치게 된다. 결국 사회는 병들게 되고 망국을 재촉하게 되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지난달 23일 우원식, 윤미향을 비롯한 의원 20여명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국회에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민주유공자와 그 유가족들과 자녀들에게 입시혜택과 학비지원, 취업혜택, 의료비 감면, 양육, 주택, 금융권의 장기 저리대부 등을 제공한다는 골자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과 여당에는 자칭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자녀가 대학입학과 학비면제, 취업은 물론 금융권 등에서도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선정된 민주화 유공자들에 대해선 이미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져 왔으며 여권 고위층에도 억대의 보상금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민주주의와 사회공정을 외치던 운동권 여당에서 자신들이 포함된 셀프특권법안을 만들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공정한 절차와 과정이 없는 역차별 제도는 헌법이 금지하고 있기에 이 법안은 80년대 운동권이 스스로 사회적 특수계급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직까지도 명확한 유공자선정 기준과 명단을 국민 앞에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겉으로 민주화유공자 몇 명의 이름을 세우고 뒤로는 자신들이 이 법안에 편승하여 가족과 함께 대물림 혜택을 받으려는 꼼수인 것이다.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던 심장이 권력의 단물에 녹아 과거의 가치는 소멸된 민주화의 낡은 세력으로 남아 영욕에 찬 기득권집단이 되어 이 사회에 벼룩이나 이 같은 존재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화운동은 긴 세월 모든 시민들이 함께 투쟁하여 얻은 결과이기에 지금의 민주주의 한국에서 명예로 이미 보상 받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