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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안이구(一顔二口)의 괴물

등록일 2020-11-02 19:04 게재일 2020-11-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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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괴물은 인간의 내면에 드리운 욕망과 상상력의 산물이다.

고대 로마의 문인이며 정치가였던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나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유니콘, 그리핀 같은 괴물 이야기를 모은 책들이다.

눈이 먼 현자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보르헤스(1899~1986)의 ‘상상 동물 이야기’는 서양 괴물 이야기의 집대성을 이루며 그리스 신화의 괴물에서 카프카의 소설 속 크루자에 이르기까지 약 140여 종이 등장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속의 기묘한 이 허구의 존재들은 어쩌면 실제 세계를 더욱 잘 이해하게 해 주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동양에도 이런 고전이 있으니 하(夏)나라의 우왕 또는 백익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산해경(山海經)’이다. 짐승의 몸에 사람 얼굴로 용을 타고 다니는 불의 신 축융(祝融), 뱀의 몸에 사람얼굴로 불꽃처럼 붉은 머리를 가진 물의 신 공공(共工), 범의 몸과 사람 얼굴에 머리 다리 꼬리가 각각 여덟인 천오(天吳), 발 하나에 뿔이 없는 푸른 소인 기(夔) 등 200여 종의 괴물 이야기가 실려 있다.

2006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로 ‘괴물’이 있다. 오늘날 기형괴물의 탄생은 환경오염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이 영화는 1천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미 8군 영안실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약병에 먼지가 있단 이유로 수 백병이 넘는 이 약을 모두 하수구에 버리면서 버려진 독약으로 인해 한강의 물고기는 곧 상상을 초월하는 괴생물체로 변하여 평화로운 한강에 재앙을 불러온다는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시위 때 지금의 이낙연 여당대표가 당시에는 야당으로 집회와 시위,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독재정권의 공권력 남용이라며 거리에서 앞장서서 강력히 규탄하더니 지난 개천절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서는 여당대표로서 코로라 방역을 빌미로 설치한 버스 벽 뒤에서 공권력의 강경진압과 무관용 원칙을 경찰에 주문했다. 이 행태를 두고 시무7조로 화제를 모았던 조은산 논객이 그가 지은 ‘산성가’에서 ‘얼굴은 하나요, 입이 두 개인 기형생물’이라고 비판했다. 동물은 환경오염으로부터 기형괴물이 탄생하나 인간은 권력과 영욕으로 오염된 영혼 소유자가 정치판에서 정치를 오염시키고 주변인물과 자신도 괴물로 변하는 것이다.

바로 이들을 얼굴 하나에 입이 두 개인 일안이구(一顔二口)의 괴물들이라 일컫는다. 이들은 본인이나 가족 또는 같은 편의 비위사실이 드러날 경우를 우려해 권모술수는 물론 동질사안에 대해서도 아침저녁으로 말이 바뀌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기형생물체들이다. 내로남불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들은 국민이 임기동안 쥐어준 권력을 남용해 진영의 장기집권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국가 탑을 쌓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110년 전 망국의 유령이 지금 이 땅에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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