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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따라 바퀴 따라

등록일 2020-09-08 19:10 게재일 2020-09-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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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바람을 가르며 강변을 달려가는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볼 때면 생동과 활력, 낭만과 여유가 느껴져 누구라도 그렇게 타보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다.

자전거는 엔진 역할을 하는 두 다리의 힘으로 바퀴를 굴리며 두 손으로 잡은 핸들의 방향에 따라 사람이 갈 수 있는 웬만한 곳이면 타거나 끌고 갈 수 있는 유익한 이동수단이다.

자전거는 타는 목적이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가벼운 차림으로 안장에 앉아 느긋하게 동네 한 바퀴를 돌 수 있고,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가서 볼일을 보거나 누구를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출(자전거 출퇴근)하면서 생활 속의 운동으로 삼을 수도 있으며, 휴일의 MTB(산악용자전거) 라이딩으로 질주와 스릴 속에 심신을 단련할 수도 있다. 또한 인천~부산까지의 국토종주나 4대강 종주 등의 원정 라이딩으로 자신의 의지를 불살라 완주의 성취감을 만끽할 수도 있다.

이렇듯 자전거는 인간의 힘을 이용해 움직이는 탈것 중에선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발명품으로 사람의 두 발을 대신해 어디든지 손쉽게 누빌 수 있다. 인류가 끊임없이 진화할 수 있도록 해준 시발점이 되는 바퀴는 인류의 10대 발명품이기도 하다.

필자는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사주신 중고 자전거로 20여리 신작로를 등·하교 하면서 그리도 신나게 즐겨 타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일까? 4~5년 전부터는 거의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가 하면, 아들과의 국토종주, 동료들과의 퇴근 라이딩, 섬 일주 라이딩 등을 즐기며 쏠쏠한 재미에 빠져들고 있다.

80년대 초·중반 신입사원 시절에는 교통사정이 여의치 않아 비바람이나 눈보라를 거침없이 헤치면서까지 자전거 출퇴근을 했어야 했지만, 요즘은 건강과 여기(餘技) 삼아 여유롭게 운동하듯이 타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최근엔 주말에 두 바퀴를 굴려 친구나 지인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는 라이딩’으로 자전거 타기의 또 다른 재미(?)를 누리곤 한다. 한동안 뜸했던 사람을 만나는 반가움 속에 차나 음식을 곁들여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살가운 정이 솟아나게 되고, 어떤 친구는 손수 가꾼 푸성귀를 듬뿍 뜯어 주기도 한다. 이따금씩 기계나 죽장, 청하, 경주 등지에 거처하는 분들을 만나러 가는 들길이나 농로 주위에는 민들레와 금계국, 쑥부쟁이가 환호하듯이 반겨 피고 바람의 결마저 설레어 바퀴가 저절로 굴러가는 듯하다.

숨막힐듯 왕왕거리며 들려오는 봄날의 개구리 울음소리와 초록의 논에서 한가로이 날갯짓하는 왜가리, 너른 들판에서 묻어나는 싱그러운 냄새를 맡으며 바람 따라 바퀴 따라 유유히 자전거를 저어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풍경 속의 주인공이 되는 듯하다. 근교 라이딩으로 사람을 찾아가는 것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길가의 정경을 완상하며 사람의 향기에 젖어 드는, 일종의 도락(道樂)과 교분을 나누는 일이다. 바람 따라 바퀴가 굴러갈수록 마음 따라 교유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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