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No man is an island’

등록일 2020-09-07 18:30 게재일 2020-09-08 16면
스크랩버튼
17세기 영국 시인 존던의 얼굴 사진과 그의 시 구절 “No man is an island.”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다시 재 확산되고 있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 설립 이후 세 번째 팬데믹(Pandemic) 공포가 전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나는 친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소에 참석하는 것조차 불편해지고, 고인에게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보내는 쓰라린 슬픔을 겪었다. 고인의 장례식에 참석을 하지 못하고 집콕하며 가슴 아파하던 중에 어떤 글귀가 나에게 왔다.

“No man is an island.”(존던, John Donne)

해석을 하면 “인간은 섬이 아니다. 아무도 혼자인 사람은 없다.”이다. 17세기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 르네상스 문학을 대표하는 동시대 시인이자 성직자인 존 던이 쓴 기도문 형식의 산문에 나오는 일부이다. 존 던이 살았던 영국의 그 당시에도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존 던이 살던 마을에도 많은 사람이 전염병으로 죽었고, 그 때마다 교회에서 종을 울리게 했다. ‘종이 울렸구나, 누군가 죽었나보다.’ 그러던 어느 날 존 던마저 전염병에 걸려 병석에 누워있던 중에 그 종소리를 다시 듣게 되었고, 그 때 존 던이 느꼈던 그 종의 울림이 바로 자신일 수 있음을 깨닫고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 시의 뒷부분에 “그 어떤 이의 죽음도 나를 작아지게 한다. 왜냐면 난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매스컴에서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자 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통계수치로만 읽었고, 그저 나와 내 가족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맞고 장례식장조차 가지 못해 집에서 슬픔을 온전히 껴안게 된 경험을 하고서야 타인의 죽음이 마음으로 다가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나는 마치 하나의 섬 같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람도 섬으로 존재할 수 없고, 우리의 죽음도 예외일 수 없듯이, 그 어떤 누군가의 죽음도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나에게 상주는 온라인으로 장례식의 영상을 보내주었고, 생전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사랑하는 고인을 보냈다. 바야흐로 언택트(Untact)에서 온택드(Ontact)시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섬처럼 있는 나를 ‘연결(on)’하여 분리된 섬이 아니라, 서로를 연결하는 군도(群島)임을 느끼게 되었다. /김예원(경북 경주시 양북면)

시민광장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