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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몰염치’ 공화국

안재휘 논설위원4·15총선 전쟁이 시작됐다. 죽기살기식 혈투가 예상되는 이번 총선의 으뜸 화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코로나19’다. 감염공포와 미래에 대한 불안, 일상 파괴의 고통에 찌든 국민을 홀리려는 정부와 여야 정당들의 ‘국고 빚 퍼 돌리기’ 경쟁이 가관이다. 40조니 100조니 하고 불러대는, 감도 안 잡히는 천문학적 금액이 시장판 야바위놀음을 뺨치게 한다. 비극은 그 나랏돈을 메꿀 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낯선 이름의 선거제도가 이 나라 정치의 골치아픈 애물단지가 됐다. 우후죽순 급조된 비례대표 전용 정당들은 물고기를 홀리려고 된장 발라 물속에 던진 통발들을 연상케 한다. 투기성 통발 선거야말로 국민을 피라미로 보는 대표적인 국민모독 정치행태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곳으로 확정되면서 정당투표용지가 48.1cm 길이가 됐다니, 유권자들은 더욱 헷갈리게 됐다.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온갖 소란스러운 행각들을 보노라면, 이 나라 정치꾼들은 국민을 자기들 잔꾀에 무한히 놀아나는 하등동물 취급하는 게 분명하다. 대놓고 위성 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의 행태를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권의 타락한 짬짜미 4+1 다수의 횡포에 눌려 어쩔 수 없이 구경만 하고만 준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항하여 통합당이 위성 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든 속내에는 그나마 동정의 여지도 있다.그러나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술수가 뚜렷한 위성 정당 놀음은 역겨움까지 부른다. 통합당의 위성 정당에 대해 오만 험구들을 다 동원하던 민주당은 재야 진보 인사들이 주축인 ‘정치개혁연합’마저 따돌리고 ‘더불어시민당’을 비례대표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항간에는 ‘경찰차를 빼앗아 타고 도둑질 하는 꼴’이라는 풍자까지 나올 지경이다.그런데 그렇게 끝난 게 아니었다. 검찰에 기소된 전 청와대 요인까지 고삐 잡은 ‘열린민주당’은 또 뭔가. 부동산 투기 장난질이 들통나서 여당의 공천마저 보이콧된 전직 청와대대변인에다가 조국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 떼준 혐의를 받아 재판 중인 비서관까지 거기 얼굴 들이밀고 독설을 뿜어대고 있다. 김의겸의 ‘언론개혁’ 주장도 가소롭지만, 현 검찰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 살생부까지 내돌리는 황의석의 행동은 혀를 차게 만든다.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이기도 한 이낙연의 ‘치욕은 잠깐이지만 책임은 4년’이라는 말 속에 민주당의 추접스러운 본심이 다 들어있다. 청와대와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온갖 정치 장난질은 번번이 허깨비 취급이나 당하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과 황교안 대표의 수치이기도 하다. 민심을 갈라치며 국민을 능욕하는 권력자들의 ‘몰염치’ 행태가 목불인견인데도, 야당의 난장 공천까지 겹쳐 대안마저 마땅치 않은 국민은 참으로 고달프게 됐다. 투표할 때만 겨우 잠깐 ‘주인’ 노릇을 한다던가, 유권자들이 그 찰나의 ‘주인’ 행세라도 제대로 할 채비를 갖춰야 할 텐데…. 과연 잘 돼가고 있나.

2020-03-29

‘벚꽃엔딩’

2012년 발표된 ‘벚꽃엔딩’은 오랫동안 국내 음원차트 1위를 유지한 곡이다. 이 노래의 제작 배경은 화려하게 펼쳐진 벚꽃의 만개한 풍경이다. 이 노래는 매년 봄만 되면 크리스마스송처럼 이 시절에 등장해 음원차트에 다시 진입 한다. 그래서 ‘벚꽃좀비’라 부른다.봄이 되면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벚꽃축제장이다. 벚꽃이 군락을 이뤄 피어있는 모습은 화려하면서 장관이다. 피는 것만큼 떨어지는 모습 또한 꽃비가 내리는 것 같이 아름답다.만개한 벚꽃은 낭만적이며 인상적이다. 그곳은 추억을 남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매년 피는 꽃이지만 벚꽃의 화사함과 아름다움은 보는 이에게 늘 새봄의 기쁨을 만끽케 한다.벚꽃의 꽃말은 순결과 절세미인이다. 꽃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담았다. 그러면서 벚꽃의 피고 지는 과정이 너무 순식간이어서 삶의 허무와도 비유한다. 화려한 젊음의 절정기가 순식간에 지나듯 벚꽃의 피고 짐이 삶의 덧없음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올 벚꽃 개화는 평년보다 3∼8일 정도 빨랐다. 봄철의 따뜻한 기온 탓이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이 봄꽃 개화를 앞당기고 있다.벚꽃의 개화 시기는 기상청 표준목을 기준으로 한다. 표준목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펴야 공식적으로 개화다. 첫눈이 기상관측소에 내린 눈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은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왕벚나무가 기준이다. 올해는 99년 만에 가장 빠른 개화였다. 전국의 벚꽃놀이가 코로나19로 망쳐버렸다. 벚꽃축제가 무더기 취소됐다. 축제장 인근에 대한 봉쇄는 물론 벚꽃을 보고자해도 지자체가 방문을 만류한다. 코로나19가 벚꽃을 만끽할 우리의 봄을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벚꽃엔딩’의 노래가 왠지 쓸쓸하게 들린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29

우리 안에 있는 성장의 씨앗

허진욱 회사원셋째 형은 중학생 시절 권투를 했다. 프로 복서였던 아버지는 못 이룬 챔피언에 대한 꿈 때문에 권투를 시켰지만 형은 권투에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를 거역하면 혼날까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 훈련도 대충, 눈치껏 운동했고 성과도 없었다. 의심을 품은 아버지는 새벽 훈련을 몰래 뒤따라간 일이 있다. 선수 모두가 체육공원을 달리는 훈련이었다. 모두 열심히 뛰는데 형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갔고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화장실로 찾아가 재래식 화장실에서 쪼그린 채 잠들어 있는 형을 발견했다. 아버지는 분노했고 형을 다그쳤다.형과는 반대로 나는 진심으로 권투를 잘하고 싶었다. 부모님께 떼를 쓰다시피 요청해 어렵게 허락을 받았다. 간절히 원하던 권투를 시작한 기쁨에 시키지 않아도 새벽부터 알아서 벌떡 일어나 체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시절 나는 성장을 간절히 원했다. 학교 짱이 되고 싶었다. 한참 예민하던 때라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 공부보다 싸움 잘하는 모습이 더 멋져 보여 시작한 권투는 내게 기술과 체력만 성장시켜준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신력을 덤으로 선물해 주었다. 운동으로 단련한 정신력은 삶의 힘든 시기마다 극복할 힘을 주었다.청소년기에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초가 부족해도, 지식이 없어도 주눅 들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르면서도 배우지 않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행동이라 생각했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일했고 일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배워 나갔다.항상 배움의 목표를 정하고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시기에는 네 시간만 자도 피곤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성장은 저 멀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우쳤다.성장의 씨앗은 이미 내 안에 있다. 성장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결국 내 선택이다. 그 씨앗에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내가 속한 회사에도 성장과 도약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대표이사 취임을 계기로 회사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이전 경영자와 180도 다른 경영을 한다.소크라테스처럼 팀장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머리가 아프다. 정신이 없다. 그러나 그가 전하고 싶은 진심을 나는 알 수 있다. 스스로 성장하라는 것이다. 회사는 이익추구를 위해 혁신과 변화는 필수다. 결국 직원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성장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볼링을 잘하는 직원이 있다. 동호회 경기 때 한 번씩 퍼펙트를 칠 정도로 실력이 좋다. 하지만 볼링을 처음 배울 때에도 잘했고 좋아했는지 질문해 보았다. 답은 ‘아니다.’ 였다. 호기심에 몇 번 해보았는데 재미를 느꼈고, 더 잘하기 위해 방법을 연구하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연습했다고 했다. 실력이 늘고 볼링이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었다. 그는 볼링 레인과 공을 분석하면서 지금보다 성장하기 위해 주도적인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볼링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은 빛난다. 행복해 보인다. 입가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성장의 씨앗을 스스로 잘 키워 퍼펙트를 치는 경지에 올랐다. 이것이 성장 비결이다.지식근로자에게 일과 삶은 분리하고 싶어도 본질적으로 분리가 어렵다. 삶 속에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일을 통해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면 삶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행복하게 하면 삶도 행복해진다. 이것이 우리 안에 있는 성장본능을 꺼내는 방법이다. 삶을 즐겁게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스로 자신의 일을 즐기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놀이처럼 그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과 전 세계가 마비되어 있다. 심각하다.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무너져버린 일상을 복구하고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 성장을 통한 재도약이 절박하게 필요한 시기이다. 온 국민이 단합해 성장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20-03-29

공공기관 유치… 행복영양의 지름길이다

오도창영양군수영양군은 전국에서 울릉도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이다. 열악한 교통·의료·문화 등의 인프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사방으로 막힌 지형은 부단한 노력에도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저해함으로써 이제는 지방소멸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인구를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출산에 따른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지급하는 신생아출산지원금의 성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귀농귀촌민의 유입도 타지자체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는 처지이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영양군의 입장에서는 큰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쉽지 않은 방안이다.물론 제일 좋은 것은 일자리도 발생시키고 많은 외부인을 신규로 유입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기업을 유치하면 되지만 농업이 근간인 영양에서 원활한 인력 공급과 교통 인프라 수준 및 대도시와의 접근성으로 봤을 때는 기업들의 매력을 끌만한 요소가 낮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민선 7기에서는 무엇보다 공공기관이나 유관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역시 타 지자체와의 치열한 경쟁을 각오해야 하지만, 최근 지역 균형과 국민 기본권 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한 영양군민들의 권리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공기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이미 많은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왔다.지난 2018년 10월. 청정 자연의 강점을 앞세워 파괴되고 흐트러진 생태계 균형을 찾기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개원하는 결실을 거뒀다.특히 고무적인 것은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따른 신규로 유입되는 직원이 100여명이다. 여기에 가족까지 이주하는 직원들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인구 증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또한 지난해 12월에는 3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영양소방서 신설이 최종 확정됐다. 2022년에 완공이 되면 각종 재난 및 대형사고 발생 시에 영양읍과 입암면에 위치한 119안전센터에 의한 대처에서 벗어나 신속한 골든타임 확보와 함께 체계적인 현장 대응이 가능해져 영양군민의 인명 및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러한 실질적인 군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와 함께 영양군과 함께 할 이웃인 소방서 직원들도 약 100여명 정도 상주하게 되면서 인구 증대와 함께 지역에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지난 1월에는 무려 22년 만에 영양군민의 숙원사업이던 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청송·영양 사무소 영양분소가 개소했다. 오랜 시간 울진과 청송에서 영양 고유의 농정업무가 수행됐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청송 영양 사무소가 영양분소로 우선 개소함에 따라 균등한 농정서비스 혜택을 제공받게 됐다. 하지만 영양군에 장밋빛 미래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지난해 4월 한국전력 영양지사가 지방조직 개편안에 따른 출장소로 격하되는 결정으로 영양군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되는 내홍을 겪었다. 또한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4년간에 걸쳐 전국 우체국 680여 곳을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대구·경북지역 88곳의 우체국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졌다.특히 이번 폐국 검토 대상에 영양군의 청기우체국이 포함됐다. 택배와 우편업무뿐만 아니라 각종 금융 그리고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수행하던 든든한 시골 우체국의 폐국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가 되고 있다.지난 시간 영양군에는 발전과 성과의 기쁨보다는 퇴보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아쉬움이 컸던 시기였다. 하지만 조금씩 영양군의 근본적인 발전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 공공기관과 유관기관 유치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공공기관 유치를 마중물로 삼아 교육과 의료·문화·질 높은 삶의 조건을 골고루 갖춘 활력 있고 살기 좋은 영양을 만들어 모범적인 농촌도시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민선 7기의 목표이자 나의 희망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의 혼자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많은 군민들의 뜻과 지혜가 우리의 목표가 다 하는 그날까지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2020-03-29

코로나19 속 ‘비례대표’ 난리

지난 24일 하루 76명 증가, 확진자는 총 9천37명. 며칠 사이에 코로나19 감염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 되었다.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등 한다 하는 나라들이 다들 나가떨어진 사이에 한국만은 대폭발에서 비껴 난 듯한 느낌이다.천만다행이다. 하루에 몇백 명씩 사망자가 나는 참극은 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우리는 사재기도 없고, 총을 사두려는 사람들도 없고, 종교적 신념만을 내세우는 사람도 없다. ‘공동체’를 지키려는 마음에서만은 모두들 ‘하나’다.섣부른 전망일지 모르지만 코로나19는 앞으로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문제를 ‘촛불혁명’에서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삶의 혁명’의 일부로 인식할 것을 생각한다. 삶의 혁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보다, 경제보다 삶 자체를, 생명 자체를 근본적으로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혁명이다.촛불혁명 때 고등학생, 노인들이 광장에 많이 나왔는데, 이는 삶의 혁명의 징후였을 것이다. 이제 코로나19가 정치와 경제를 뒤바꾸고 있다. 사람들한테 돈을 공짜로 나눠 줘? 무슨 공산주의 사회야? 하는 식의 논란이 경제 대공황 징후 앞에 쑥 들어가 버렸다. 경제성장이라는 구호도 절박한 생존 문제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자영업자들은 대출금 이자 갚을 능력을 잃어가고 있고 월급받는 사람들은 직장을 잃어버리고 있다. 경제, 경제 했지만 그 경제 밑에 생존이라는 삶의 문제가 가로놓여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천만다행, 이 삶의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나의 ‘난장’이 판을 벌리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소수정당 보호?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서로 남 탓 하며 거대 정당들이 자기 몫 챙기려고 별별 수단 다 쓴다. 코로나19 뉴스 밑으로 시민단체들이 위성 비례정당 위헌이라고 들고나왔다 한다.코로나19는 우리들의 삶이 경제며 정치 이전에 삶 그 자체로서 생명이라는 근본적 가치 위에 서 있음을 입증해 주었다. 모두들 여기에 집중하라고 그 바이러스 군단들이 외치고 있다. 그런데, 안 들리는 모양이다. 일단 숫자 싸움에서 이겨보자는 것이다.선거가 끝나면 코로나19도 사그라들려나? 도쿄 올림픽을 물 건너가게 해놓고도 코로나19는 아직 배가 고픈 모양이다. 선거가 끝나고 요즘 벌어지는 일들은 안 잊었으면 좋겠다. 이건 정치 같지 않다. 삶의 경제가 경제 논리를 차버렸듯 삶의 정치는 이런 식 정치를 무효 처리해야 한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0-03-26

울릉군의 아름다운 선택

김두한경북부울릉군에는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물론 격리자가 없는 청정지역이다.물론 나이 많은 어르신을 모신 요양원은 코호트격리시설이다.울릉군이 코로나19 선제 대응을 위해 나이 많은 어르신을 위해 취한 조치일 뿐이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울릉도가 이 같이 청정지역이 된 것은 의료진들의 땀 흘린 봉사 덕분이라고 했다.말로만 표현한 것이 아니었다.올해 처음 수확한 울릉도 최고 봄철 웰빙나물 명이와 부지갱이 1천400kg으로 정성껏 절임을 만든 2천700통을 대구·경북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료진 및 관계자들에게 선물했다. 이 같은 선물은 전국에서 의료봉사를 위해 모여든 의료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병수 울릉군수의 탁월한 선택을 엿보게 했다.김 군수는 열마 전 전국의 자치단체장 및 향우회 등에게 울릉도산 나물을 구입해 달라는 호소문을 보냈다.울릉도 산채는 지금이 수확 시기고 제철이다. 하지만, 코로나 19사태로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뚝 끊어지고 육지소비자들도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이용하고 싱싱한 산채를 먹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울릉도 농가가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봄철에 나는 산채를 가공해서 보관 판매하면 되겠지만 그 맛과 향기를 음미하려면 제철에 먹는 것이 최고다.울릉군은 지역 산채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참 맛을 제공하고자 가능하면 제철에 판매를 유도해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군수가 의료진들에게 울릉도 봄철 웰빙산채를 선물하는 것은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앞서겠지만 울릉도 농민들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고급 인력들이 울릉도 제철 산채의 오묘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광고는 없을 것이다.의료진들의 노고도 위로하고 울릉도 참맛도 알린다면 일거양득이다.전 국민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울릉 주민들의 어려움은 이들의 어려움보다 몇 배나 클 것이다.울릉도는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고 먹고, 자고, 휴식을 취하는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요즘 울릉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그야말로 울릉 경제가 파산 직전에 처해 있다.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다. 이번 김 군수의 탁월한 선택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울릉도 산채 시장이 한발 더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울릉/kimdh@kbmaeil.com

2020-03-26

가을 학기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코로나19로 각급 학교들의 개학이 한 달 이상 연기되고 있다. 지금쯤이면 벚꽃이 피는 캠퍼스에 새내기들의 재잘거림이 가득하고 물오르는 젊은이들의 싱그러움이 솟아오를 그런 모습이건만 캠퍼스는 고요하고 적막하기 그지 없다.언제 개학이 될지 모를 상황에서 ‘9월 학기제’ 논의가 불을 지폈다. 어차피 개학이 늦어질 바에는 아예 9월에 학기를 시작하자는 주장이다.코로나 바이러스로 개학이 세 차례나 계속 연기되는 상황에서 이 기회에 차라리 한국도 1학기 자체를 천재지변으로 없어진 것으로 하고 2020년 9월 1일부터 2020년도 학사일정을 시작하자는 논리가 나오고 있다.학기란 한 학년을 나눈 기간이며, 학기의 수에 따라 2학기제, 3학기제, 4학기제 등으로 구분된다. 4학기제는 정말 낯선 제도인데 필자는 첫 유학지인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4학기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 학기제를 그렇게 잘게 자르면 짧은 기간 한 과목을 소화하면서 훨씬 학습 진도가 빠르고 더 열심히 공부하는 순효과가 있어 보였다.학년도를 시작하는 달이나 계절에 따라서 학기제라 표현하기도 한다.예를 들어 9월에 신학기를 시작하면 9월 신학기제(또는 가을학기제)라고 하는 식이다. OECD 회원국 중 북반구에서 봄학기제를 채택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북한까지 포함한다면 북반구의 봄학기제는 세 나라뿐이고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미국은 9월 가을 학기제이다.국가별로 학기제가 어떻게 정해져 있느냐에 따라 한 나라 전체의 교육 행정이 결정되기도 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돌이켜 보면, 일제시대 일본식 4월 봄학기제가 정착되었고, 해방이 되면서 미군정에 따라 9월 가을학기제로 바뀌었다가 정부 수립 이후 교육법을 제정하면서 1950년부터 다시 일본식 4월 신학기제로 돌아갔다. 사실상 주소체계, 행정 사법 고시 등 많은 제도가 일본식을 따랐기 때문에 일본식 제도라는 비판도 있었다.이후 5·16 군사정권이 4월이던 신학기를 3월로 변경하여 1962년부터 현행 3월 봄학기제가 확립되었다. 겨울인 1, 2월에 방학을 하여 학교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2011년 7월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대학이 학칙으로 가을학기제 학년도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가을 학기제를 채택한 학교는 거의 없다. 이는 대학입시 등 여러 제도가 아직 봄학기제에 맞추어 있기 때문이다.봄학기제는 한국교육의 국제화 관점에서는 매우 불리한 제도이다. 한국 학생이 외국 학교로 전학하거나 진학하면 한 학년을 건너뛰거나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한다. 외국 학생이 한국에 와도 마찬가지다.대학에선 학년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학기제 변경 논란은 계속될 듯하다.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 시행’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현 정부의 기조로 볼 때 가을학기제는 다시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간다.

2020-03-26

인페르노와 바이러스

지난 2016년,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댄 브라운의 영화 ‘인페르노’가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인페르노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이탈리아 원어입니다.이 작품에는 보티첼리의 그림 ‘지옥의 지도’가 등장합니다. 단테가 글로 묘사한 지옥 모습을 보티첼리는 회화의 형태로 표현했습니다. 대단한 작품입니다. 지옥은 총 9개의 거대한 고리 즉, 9환(環)으로서 지구 아래쪽 지하로 내려가면서 점점 깊어지는 구조를 갖습니다. 지구 중심부에 가장 깊은 고리인 아홉 번째 환이 있고 그곳에는 타락한 천사 루키페르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9번 고리까지 내려가는 과정은 음울하고 드라마틱합니다.지옥의 입구에는 이런 유명한 귀절이 적혀 있습니다. 나를 지나는 사람은 슬픔의 도시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영원한 비탄으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망자에 이른다(중략)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지옥편 3곡 1-9행)영화 ‘인페르노’에는 바이러스가 등장합니다. 세계 인구 절반을 줄이겠다고 협박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거대한 음모와 싸우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패닉에 빠진 요즘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장면입니다.굳이 ‘신곡’을 읽으며 지옥을 여행하지 않아도 요즘 세상은 지옥의 모델 하우스 비슷한 느낌입니다. 본의 아니게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 모두가 고통을 받지만 약자와 고령자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벌이는 중입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그 작은 바이러스가 세상을 멈추게 하고 인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인류는 최악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지혜를 발휘해 고비를 넘겨왔습니다. 정신세계 또한 한고비를 넘길 때마다 더 성숙해지고 깊어지는 학습을 반복했음을 믿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26

고요에 대하여

김병래시조시인세상이 시끄럽다.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전염병이 창궐해서 난리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 당리당략을 위해 불꽃 튀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미세먼지 만큼이나 소음이 가득한 세상이다. 온갖 인공의 소리들이 자연의 소리를 삼켜버린다.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나오는 굉음과 자동차의 엔진소리,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음향 기기들이 내는 소리가 끊임없이 청신경을 자극하는 세상이다.인공의 소음에 쫓겨 고요가 사라졌다. 옛날에는 사람의 마을에도 고요가 함께 살았다. 이따금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가 들려도 놀라서 달아나지는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고요가 아니라 아주 미세한 소리까지 잘 들리는 게 고요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 낙엽 지는 소리 댓잎에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이 고요다. 방음장치로 막힌 무성(無聲)의 공간에선 고요도 살지 못한다. 이제는 고요를 만나려면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으로나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아무나 쉽게 고요를 만나지는 못한다. 고요가 사람을 반기지 않는데다 고요를 모르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도시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고요의 존재를 의식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산골 외딴집에서 태어나서 고요 속에 살았던 나 역시 그 때는 고요를 의식하지 못했다. 매순간 호흡을 하면서도 공기를 의식하지 못하듯 고요 속에서도 고요를 느끼지 못했다. 매연 때문에 숨이 막힐 때야 맑은 공기가 절실하듯 문명의 온갖 소리들이 유해한 소음이란 걸 깨닫고서야 고요를 그리워하게 되었다.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처럼 고요도 소중한 자연환경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노이즈 마케팅이 유행할 정도로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득이 되는 현실이다. 방송매체의 오락프로그램도 정신없이 찧고 까불어야 관심을 끌고 시청률이 오른다고 한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이미 소음에 중독이 된 사람들은 고요가 너무 낯설거나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금단현상 같은 거랄까, 늘 도시의 소음에 절어 살던 사람을 갑자기 한적한 산골에 데려다 놓으면 아마도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다. 담배나 술이나 마약처럼 중독이 된다는 건 물론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물이나 공기의 오염이 몸의 건강을 해치는 공해이듯 소음은 정신의 건강을 해치는 공해다. 소음 가득한 세상에선 마음도 소란하고 어수선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요즘은 명상(冥想)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원래는 구도자들의 수련법이었지만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심신의 긴장을 풀고 평온을 얻는 수단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전국 130여 산사에서는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고, 도시에는 ‘명상센터’ 같은 곳도 여럿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따로 ‘고요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깊은 산중에 시설을 지어 2박3일 동안이라도 일체의 말을 하지 않고 명상과 산책을 하면서 자연의 소리에만 마음과 귀를 열어 놓는다면, 좁은 일상과 굳은 관념에 갇혀있던 의식이 드넓은 우주로 확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20-03-26

통합당의 개그공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미래통합당의 공천이 난장판이다. 가장 요지경인 곳이 바로 대구 수성갑과 수성을 지역구다. 대구 수성갑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이 여당 후보로 뛰고 있어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 곳이다. 애초에 이 지역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구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크게 퇴조, 김 전 장관의 당선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문제는 김 전 장관의 여당 내에서의 영향력을 지역 득표력으로 과대평가한 통합당 지도부가 수성갑 지역구에서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을 컷오프하고, 그 자리에 수성을 지역구에서 4선을 한 주호영 의원을 단수공천한 데서 출발했다. 결국 이에 반발한 이 전 구청장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보수표심을 둘로 가르게 돼 수성갑 선거는 통합당 주호영 후보와 민주당 김부겸 후보, 무소속 이진훈 전 구청장의 3파전으로 번졌다. 1대1의 승부가 아니기에 김부겸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수성을 선거구는 더욱 우습게 됐다. 공관위는 느닷없이 수성갑 선거구 예비후보로 뛰고 있던 정상환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대구 수성을로 재공모해 옮긴 후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와 경선을 붙였다. 이 전 부지사가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이번에는 홍준표 전 대표가 컷오프에 반발해 이 지역구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격전이 예상된다.경북 경주의 공천 역시 모양새가 우습다. 당초 현역인 김석기 의원이 컷오프되고,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과 김원길 서민경제분과위원장이 경선을 치러 박 전 의원이 공천을 확정짓는 듯 했다. 그러나 통합당 최고위원회가 경주 공천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고, 공관위는 고심끝에 원안을 고수했다. 그러자 최고위가 다음날 새벽 직권으로 박 전 의원의 공천을 무효로 결정했다. 공천결과를 보도한 대부분의 조간신문들이 오보를 내게 된 이유다. 이후 공관위는 논의 끝에 김원길 위원장을 단수추천하기로 했으나, 최고위원회는 25일 밤 늦게 이를 다시 뒤집어 컷오프 당한 김석기 의원과 김원길 서민경제분과위원장 두 사람의 경선으로 공천을 결정키로 했다. 이런 과정에서 통합당 최고위는 당초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자로 결정됐던 박 전 의원의 공천을 무효로 돌린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당사자의 해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관위가 컷오프한 김석기 의원을 다시 공천대상에 집어넣어 경선에 붙이게 된 이유에 대한 해명이나 설명 역시 없었다. 우여곡절끝에 경선을 하게 된 김원길 위원장은 “역사상 최악의 선거판이 됐다”고 질타했다. 성주·고령·칠곡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김현기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 역시 경선에 배제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막장공천의 폐해를 질타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한 자신을 경선부터 아예 빼버렸고, 재심 청구 역시 거절당했다는 것이었다.개그공천으로 불리는 통합당의 공천,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며 유권자를 우습게 아는 통합당의 행태, 과연 이대로 좋은가.

2020-03-26

포퓰리즘

경제학에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통상적인 상황을 벗어나 1년에 수백% 이상의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초인플레이션이다.상상이 잘 안 되지만 2018년도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1만%를 상회했다. 정부가 빈민구호책을 쓰기 위해 과도하게 돈을 찍어내기 시작해 한달 새 물가가 50% 이상씩 상승했다. 인플레를 수습하기 위해 화폐 단위를 늘리고 또다시 돈을 찍어냈지만 물가상승분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당시 베네수엘라 근로자가 한 달 열심히 일해 봐야 돼지고기 1kg을 사지 못했다. 미국의 블롬버그는 당시 그곳 노동자가 한 달 일해 번 돈으로 커피 두잔 사먹기 힘들다 했다. 의약품을 못 구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인구의 10%는 해외로 탈출했다. 세계 원유매장량 1위인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비극은 1999년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빈민정책이 발단이다. 200만 빈민층에게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고 그들이 사용할 생필품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지원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은 물론이다. 무리한 빈민정책으로 국영석유회사가 망하고 재정은 파탄에 이른다.빈민층 구호라는 차베스의 정책적 선의에 비해 결과는 너무 비참했다. 인기영합에 목적을 둔 포퓰리즘은 대개 경제논리는 뒷전이다. 개혁을 내세우는 정치 지도자의 정치적 편의주의나 기회주의에 매몰되기 때문이다.코로나19 사태가 포퓰리즘을 불러오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재난수당 지급에 앞다퉈 경쟁이다. 경기도가 불을 붙였다. 명칭도 다르고 재원과 지원대상, 규모 등에서도 중구난방이다. 형평성 논란도 크다. 바이러스를 핑계로 정치꾼의 포퓰리즘이 마치 호기를 만난 것 같다. 걱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3-26

역경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정석수 신부대구가톨릭 치매센터 원장“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요한 묵시록의 말씀이 생각난다. “보라, 내가 곧 간다. 나의 상도 가져가서 각 사람에게 자기 행실대로 갚아 주겠다.”일상의 삶에서 혼자 자급자족하기란 쉽지 않다. 그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며 살아가게 된다.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받은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오늘 대구가톨릭치매센터에서 직원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다. 매일 우유 한 통씩과 비타민이 제공된다. 그리고 대노협에서 어르신을 위한 비타민C를 선물 받아 나누어 드리게 되었다. 따뜻한 사랑의 선물에 감동의 물결이 출렁인다. 이렇게 된 것은 코로나19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직원들의 건강이 어르신들의 건강과 직결되기에 서로가 서로를 위한 배려요 돌봄이다.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보면 코로나19 방역을 위하여 한 걸음에 달려와 준 많은 의료진들 덕택에 대구경북은 한 줄기 빛을 찾아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의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이 감염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인으로부터 필요할 때 사용하라며 성금을 받았다.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후배신부님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달할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를 통해서 마스크를 구입하여 전달해 주었다. 약국을 통해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지만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일하는 시간이라 그것도 쉽지 않은가보다.코로나19로 인하여 삶의 조건이 말이 아니다. 일상의 삶이 정지된 듯 시내는 고요하다. 이러한 모습에 외국인의 시선은 신선한가보다. 마트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도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하루 빨리 이 상황이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위기 상황을 극복 하라고 십시일반의 사랑의 후원금도 많이 모이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훈훈해져 온다.의료진의 희생이 빛나는 때이다. 이들 모두의 수고로움에 하느님께서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갚아 주시기를 기도한다. 오상의 비오 신부님은 역경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역경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역경은 영혼들을 십자가의 발아래로 인도하고, 십자가는 그 역경을 하늘의 입구로 지고 가서 그분을 만나게 해 줍니다. 그분은 죽음을 이기시고 역경도 영복의 길로 이끄신 것입니다.”

2020-03-25

글로컬리제이션

지구상의 모든 인류는 이제 단순히 서로 소통하는 수준을 넘어 ‘초연결성’으로 연결될 것이라 한다. 초연결성은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람과 사물, 더 나아가 사물과 사물까지 서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가는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초연결성으로 연결되어가는 지구촌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편하지만은 않다.하나로 연결된 세계를 생각하면, 모든 의사 소통이 쉽고 자유로워져 누구도 외로울 것 같지 않아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알려져 아무 것도 숨길 수 없는 세상이 되면 정의가 바로 세워진 세상도 앞당겨 이룩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우리 모두가 각자의 좋은 것들을 서로 활발하게 나누게 된다면 세상은 더욱 풍요롭게 될 것도 같다.하지만 하나로 연결된 우리는 우리의 좋은 점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탐욕과 문제점들도 거침없이 드러내어 우리를 큰 위험에 빠지게 할 것 같다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우리 공동체에 매일 쏟아지는 가짜 뉴스와 무책임한 댓글은 이미 우리에게 치유되기 어려운 피해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또한 스팸과 보이스피싱으로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위협 받게 된 것도 어쩌면 우리가 서로 너무 가깝게 연결되었던 것이 화근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어려움도 하나로 묶여진 지구촌이 우리에게 주는 달콤함에 취해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을 보지 않으려 했던 우리의 안일함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돌아보면 14세기 인류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흑사병도 전유럽을 휩쓸었지만 그 피해는 서구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었다. 어떤 한 지역에 닥친 재앙이 대양을 건너 다른 대륙의 구석구석까지 순식간에 번질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로 온 인류가 한 마을을 이뤄 연결되어 소통한다는 지구촌의 눈부신 영광이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예전에도 먼 지구 반대편까지 여행도 하고 희귀한 물건은 먼 곳에서 가져다 쓰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가져온 과일을 집 앞 가게에서 아침 식사로 쉽게 사다 먹을 수 있고, 신혼 여행도 아닌 그저 그만그만한 이유로 한해에도 여러 번씩 수 백 마일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현대 기술 발전과 지구촌으로 묶여진 세상이 주는 이러한 달콤함에 매혹되어 우리는 코로나19, 돼지열병, 사스, 메르스 등의 유행병 때문에 혹독하게 치르게 될 위험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세계화로 인해 지구촌에 닥치는 재난은 전염병에 국한되지 않는다.태국의 바트화에 닥친 위기가 우리나라에 IMF 구제금융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고, 미국의 부동산 관련 대출인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얽힌 금융가들의 윤리적 해이가 미국 경제를 흔들고 세계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으며 한국과 아시아 경제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세계화를 통해 결합된 지구촌 경제를 건설하며, 그것이 주는 달콤함을 헤아리느라 혹시나 겪게 될지 모를 위험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했다.글로컬리제이션은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리제이션과 지역화를 의미하는 로컬리제이션을 결합하여 세계화의 유익은 누리면서 지역화에 담긴 가치도 함께 취한다는 뜻의 말이다. 그런데 세계화가 주는 유익은 획일화를 통해 이루어 내는 경제적 효율성으로 지역적 특성과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지역화의 가치와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개념이다.그러니 글로컬리제이션이라는 말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나 ‘침묵의 소리’와 같은 모순 어법의 말이다. 그렇다면 서로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세계화와 지역화가 모두 담긴 글로컬리제이션이라는 말은 전혀 현실성 없는 이상이거나 신기루 같은 착시에 기인한 허상인 것 같이 들리기도 한다.그런데 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를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 여러 시대적 요청들도 처음에는 말이 안되는 모순으로 우리 귀에 들려왔었다. 미국 흑인 노예의 해방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은 당시 노예들의 노동력에 기반을 둔 미국 경제의 안정과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여성의 사회적 해방을 요구하던 시대적 요청 또한 당시 여성이 맡아 수행하던 전통적 역할과 여성에게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주는 것과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이것을 택하면 저것을 잃어 버리고 저것을 택하면 이것을 잃어 버리는 양단간의 결정으로 보였다.하지만 흑인 해방은 흑인의 노동력에 안일하게 기대어 있던 백인들의 보다 적극적인 경제 참여를 가져와 미국 경제는 더욱 탄탄한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여성 해방도 여성의 보다 활발한 사회 활동을 이끌어 내며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여 보다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기에 처음 듣기에 모순으로 들려 불가능해 보이는 사회적 요청은 어쩌면 그 안에 모순이 되어 충돌하는 듯한 두 가치 모두를 취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보라는 시대적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글러컬리제이션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도 세계화의 유익은 취하면서 지역화가 주는 가치를 성취하라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세계화를 추구하면서도 경제적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편협함에 빠지지 않고, 지역화의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배타성과 지역 이기주의를 멀리하라는 것이 글로컬리제이션이라는 말에 담긴 이 시대의 도전이다. 아직은 수수께끼 같이 들리는 글로컬리제이션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어떻게 답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는 알 수 없다.그저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초연결성을 십분 활용하여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성장하기 위한 협력을 해야 한다. 서로를 돕되 어느 한쪽도 지나친 종속에 머무르지 않도록 늘 각자가 홀로 서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한 각자가 가진 기릴 만한 것들을 나누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서로에게 연결되고 취약한 이웃에게 다가가야 한다.오직 내게 소중한 것만이 가장 가치 있다 생각하는 교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 타인들이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가 낯설어 보여도 이해해 보겠다는 겸손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결국 우리는 보다 성숙한 홀로선 인격의 개인, 사회, 공동체가 되어 서로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이번 학기는 많이 늦어져 5월 1일에 개강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온라인으로 강의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강의준비에 매일 허둥지둥 지내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시작된 일이긴 하지만 어쩌면 온라인 교육이 원래 정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내 지식과 경험 중에 나눌만한 것이 있었다면 애당초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여 온라인으로 널리 나누면 될 일이었다. 내 지식을 나누기 위해 꼭 오프라인의 만남이 지금처럼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초연결성으로 연결되어 소통하되 만남은 최소화 하는 것이 글로컬리제이션의 정신이다. 내 가르치는 일에도 그 정신을 일찍이 따르려 했더라면 기숙사로 강의실로 학생들을 불러 모으느라 높아진 대학 교육비를 반토막으로 만들 묘책을 벌써 찾았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포스텍 교수

2020-03-25

우리는 악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세상이 바뀌었다. 좋게만 바뀌면 얼마나 좋았을까. 온라인과 디지털은 좋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소통과 연결의 도구로 생겨난 사이버 세상에는 선만큼이나 악이 판을 치고 있었다. 여성이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됐다. 도착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돈이 함께 똬리를 틀었다. 여성은 노리개가 되고 노예가 됐다. 이번에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검사가 짙은 의심을 받았는가 하면 언론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문화와 체육, 교육과 재계를 넘나들며 우리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성적 일탈은 심각함을 넘는다. 대한민국은 어쩌다 이다지도 성에 관하여 바른 이해의 결핍과 뒤틀린 호기심의 과다를 겪는 것일까.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탈이 나야만 잠시 나눈다. 평소에 성에 관하여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는다. 왠지 드러내기 거북한 문화적 배경을 이해한다 해도 이만큼 불거진 현상 앞에 우리는 이제 침묵할 수가 없다. 폭행과 범죄로 드러날 당시에만 잠시 문제인 듯 다뤄져도, 성적 일탈이 문제라면 이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가. 딸들과 누이들이 저렇게 피해를 입고 경제적 손실마저 발생할 양이면, 드러나기 전에 이를 막아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드러난 문제 앞에 규제와 처벌은 또 충분했는지. 해외의 유사한 성적 범죄와 비교하면, 우리 사법체계는 턱없이 가벼운 처벌형량을 가졌다고 한다. 범죄로 드러나기 전에도 별 인식이 없다가 범죄로 규정되어도 처벌마저 미미하다면, 우리 사회는 성적 도착을 오히려 키우는 게 아닌가.학교는 성을 가르치는가. 만남과 관계형성에 관해서, 우정과 사귐에 대해서, 사랑과 성에 대해서 바르게 가르치고 있는가. 성적과 등수로 줄은 잘 세우면서 바른 인간으로 키우는 일에는 비교적 소홀하지 않았는가. 주범으로 잡힌 이가 대학에서 학보사 편집국장까지 했다는 청년이라니!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존재적 상이함이 문제로 보여 동성애가 그토록 걸림돌이더니만, 뒤틀린 이성애가 빗어내는 폭력과 범죄는 더 큰 사회악으로 다가오지 않았는가. 교육과 문화의 현장에서 성을 부끄러운 소재로 숨길 일이 아니라 당당하게 표현하고 가르쳐야 한다. 이성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인식과 시선을 바로잡아야 하며, 무섭도록 왜곡된 성적 이해를 수정해야 한다.‘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 범인으로 지목된 그가 이렇게 말했다면, 잘못인 줄을 이미 알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게 아닌가. 뒤에는 26만이나 되는 사용자가 있다고 한다. 충격에 싸여 머물기보다 얼른 고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딸들과 누이들이 더는 말 못할 상처와 고민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깨우쳐야 한다. 잘못 길들여진 성적 호기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분명히 보아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는 나라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사람 사이 관계가 사람다운 곳에야 나라다운 나라도 서지 않을까.

2020-03-25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을 상징하는 ‘블루’가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나타난 우울증상을 가리킨다.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는 열이 나는 것 같은 느낌,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를 의심하는 걱정 등 건강염려증을 포함해 불안, 불면, 기침하는 사람 등이 병을 옮길지 모른다는 염려, 감염되면 격리되거나 비난받을까 하는 걱정, 실제 격리로 인한 우울함과 답답함 등을 동반하며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통상 스트레스 반응은 충격의 원인이 없어지면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처럼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이차적인 정서불안을 유도해 더 심한 신체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인간은 기억과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을 기억하고, 지속되는 위험 속에서 재충격의 두려움, 위험이 가까이 있거나 점점 다가오는 것 같은 불안 등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이같은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려면 자신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적극적인 손 씻기, 코와 입에 손대지 않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감염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 감염 공포를 잊기 위해 규칙적인 수면 및 기상 시간을 비롯, 일상생활의 리듬 유지하기, 좁은 실내공간에서 하는 운동보다는 넓은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혼자 할 수 있는 야외 운동을 하며 기분 전환하기, 음악·미술·독서·영화감상, 좋은 사람들과의 통화나 소통 등 자신의 취향에 맞춰 좋은 기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코로나19가 자칫 코로나 블루로 바뀌어 우리들의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25

과정 중심 (수행)평가는 없다!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자연의 꽃 잔치가 시작됐다. 큰봄까치꽃, 산수유, 박주가리에 이어 이제 벚꽃까지 만개를 위한 기지개를 한껏 켜고 있다. 그런데 학교는 꽃 잔치 대신 과제 잔치가 한창이다. 정확히 말해서는 과제 폭탄이다. 3월 둘째 주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위력에 눌려 그 어떤 말도 없던 학교였다. 그런데 갑자기 학습 공백을 줄이겠다며 3월 셋째 주부터 과제 폭탄이 학생들에게 문자로 배달되었다. 그 폭탄이 터트린 것은 학습 의욕이 아니라 학교에 대한 불신이다.과제 폭탄의 작태를 보면서 필자는 이 나라 교육계가 얼마나 일방적이고 권위적인지 거듭 확인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학생과의 그 어떤 공감대도 없이 그냥 문자 한 통으로 과제를 강제적으로 하라고 하면 과연 학생들은 순순히 할까!학습자의 자율권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아직도 이 나라 교육판엔 교육 당국의 일방적인 지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대표적인 것이 수행평가이며, 친절하게 반영비율까지 정해준다.“성적을 산출하는 교과의 수행평가 반영비율은 학기말 배점 기준 50% 이상이 되도록 한다. 이때 수행평가는 과정 중심 평가를 원칙으로 하며 (….)” (‘학업성적 관리지침’ 중에서)지침에서 보듯 수행평가는 과정 중심 평가가 원칙이다. 그런데 묻고 싶다. 과연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 과정 중심 평가가 가능한지? 또 그 평가를 수행할 교사의 능력은 어떤지?과정 중심 평가의 정의다. “과정 중심 평가는 서열과 경쟁을 심화시키는 결과평가에 반한 것으로 개별 학습자의 능력과 학습 발달 정도를 평가하고자 한 것이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정의는 자연의 꽃 잔치보다 훨씬 아름다운 말 잔치이다. 하지만 자연의 꽃 잔치는 현실에서 우리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감동을 주지만, 평가와 관련한 말 잔치는 실현 불가능한 이론에 지나지 않기에 감동은커녕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킨다.얼마 전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학생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하였다. “수행평가는 교사들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데다가 (….)” 과연 교사들은 이 학생의 글에 대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수행평가로 대표되는 과정 중심 평가의 요소는 태도와 결과이다. 태도 평가는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몇몇 과목을 제외하고는 지침으로 평가 요소에서 배제했다. 그럼 남은 것은 결과다. 듣기 좋은 말로 과정 중심 평가이지 결국은 결과 평가, 과제 중심 평가이다.수행평가 원칙은 과정 중심 평가이다. 그런데 실상은 학생들에게 결과에 대한 부담만 더 주고 있다. 물론 과제해결 과정에서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수행평가 현실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기를 쓰고 한 과제를 제대로 평가하고, 피드백해준다면 모를까마는 과연 그렇게 하는 교사가 몇 될까? 피드백은커녕 점수 이의 제기를 권위로 뭉개는 교사가 부지기수인 것이 교육판이다.괜히 학습 결손을 막는다고 학생들에게 과제 폭탄을 던지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수행)평가에 대해 재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2020-03-25

사재기 없는 나라

김규종 경북대 교수논어 ‘위령공편’에 “군자고궁 소인궁사람의”가 나온다. 군자는 어려움을 당하면 굳게 지키지만, 소인은 어려움을 당하면 함부로 행동한다는 말이다.사람의 됨됨이는 어려운 지경이나 곤궁한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사람은 끝까지 어려움을 견디지만, 대다수는 허둥대기 마련이다. 뛰어난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나뉨은 여기서도 선연하다.코로나19로 세계 곳곳이 아우성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감염병이 오대양 육대주로 퍼져나간 것이다. 바이러스는 국경도 인종도 빈부귀천도 가리지 않는다. 외견상으로는 평등세상이 구현된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국민 전체가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경우에는 평등한 면모가 드러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불평등이 극을 달린다.의료 민영화로 인해 의료적 불평등과 아울러 미국에서는 사재기 광풍이 한창이라는 전갈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고 미국인들은 식량과 물, 손 소독제와 마스크, 휴지와 약품을 챙기려고 떼 지어 상점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휴지를 차지하려고 매장에서 주먹다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는 얘기는 예사롭지 않다. 우리를 더욱 경악시키는 미국인들의 행태는 총기와 탄약의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CNN 보도에 따르면, 최근 3주 동안 총기매출은 68%, 탄약매출은 309% 늘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해 정부기능이 마비되면 물자와 식량이 부족해지며, 약탈이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영화 ‘컨테이젼’에 나온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생존을 위해 이웃 사람이 나와 가족을 약탈할 경우를 대비해 총기와 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총기류를 제외한 다른 물품의 사재기 현상은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신사의 나라로 한국인들에게 칭송받는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상파 보도에 따르면 영국인 간호사가 48시간 교대근무 이후 상점에 들렀지만, 사재기 때문에 텅 빈 매대를 보아야만 했다고 한다. 불과 48시간 생존을 위한 최소한도의 식료품 구입도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보니 코로나19가 불러온 심리적 공황상태가 얼마나 우심한지 알 만하다.이런 와중에 영국의 BBC를 위시한 외신이 ‘사재기 없는 나라’로 칭송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한 대구나 청도, 경산 어디서도 사재기 바람은 찾을 수 없다. 그 까닭을 나는 우리 국민의 상부상조 정신과 이웃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대구·경북을 도우려는 전국의 따사로운 손길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2천500년 전에 공자가 설파한 ‘군자고궁’ 정신은 세월이 흘러도 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미덕일 것이다.국경과 인종과 역사와 문화를 떠나 우리 모두 한 형제임을 자각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고 용감하게 극복해나가면 좋겠다.

2020-03-25

단테의 ‘신곡’ 이야기

고전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 떠오릅니다.“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못한 책.” 이 정의에 가장 어울리는 책이 단테의 ‘신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승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 삼아 지옥에서 출발,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사후 세계 여행담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묘사하고 있지요.14세기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는 중세의 끝 무렵에 다다라서 종교적으로 부패하고 타락했으며 정치적으로도 파벌싸움이 극도에 달했습니다. 단테는 35세의 젊은 나이로 피렌체의 최고 지도자 위치에까지 올랐지만, 정적들에 의해 축출당해 국외 망명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신곡’은 3이라는 숫자를 반복합니다. 모든 서술은 한 연이 3행짜리 시구로 이어집니다. 지옥 33곡, 연옥 33곡, 천국 33곡에 서문 1곡 해서 총 100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1행이 모두 11개의 음절로 이뤄진 정형시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한 행은 2개 혹은 1개의 리드미컬한 각운을 띠고 있어서 이탈리아 원어를 낭독하는 유튜브를 찾아보면 아름다운 음악 같은 운율로 시종 리듬감 넘치는 전개가 펼쳐집니다.미국 하버드대학 도서관에서 단테 ‘신곡’을 검색하면 관련 도서가 무려 1만 2천 종류가 뜹니다.인류 역사상 한 지성이 작품 한 편으로 후대에 이토록 지대한 영감과 영향을 끼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사뮈엘 베케트는 인생 말년에 은둔 생활을 하며 오직 한 권의 책만 반복해 읽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것이 바로 ‘신곡’입니다.희망이 사라진 대한민국을 헬(hell) 조선이라 부르는 청년들이 많습니다.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20대 청년의 94%, 30대 93%가 이런 진단에 동의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암울한 시대, 단테의 ‘신곡’ 읽기에 한 번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25

보이지 않는 짐을 들고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독일에서 문학의 교황이라 불리는 폴란드태생 유대인 평론가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바 있는 귄터 그라스가 신작 ‘광야’를 발표했을 때, 독일 슈피겔지는 그 책을 쓰레기라며 반으로 찢는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모습을 합성해 표지에 실은 적도 있습니다.그의 자서전 ‘Mein Leben(나의 인생)’을 필사하고 토론하는 모임을 진행 중입니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비대면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만.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독일의 베를린에서 성장합니다. 우리로 치면 대학입시에 해당하는 아비투어(Abitur)를 치른 후 어느 날 아침, 집으로 불쑥 찾아온 관리에 의해 제대로 짐을 챙기지도 못한 채 쫓겨나다시피 베를린에서 추방당합니다. 그때 소지품은 손수건 한 장, 작은 가방, 발자크의 소설 한 권.아직 게토가 만들어지거나, 유대인 학살이 일어나기 전 상태였습니다. 그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폴란드로 정처 없이 떠나는 기차 안에서 재미없는 발자크 책을 읽으며 무덤덤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기이한 현실을 받아들입니다.무일푼에 손수건 한 장, 책 한 권 들고 낯선 국경을 넘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신이 보이지 않는 짐을 들고 왔음을 깨닫습니다. 그것은 바로 ‘언어’였습니다. 베를린에서 탐닉하며 빠져들었던 독일 문학, 독일 연극 등이 자신에게 선물해 준 언어라는 선물을 두뇌에 한가득 저장해 보이지 않는 짐으로 운반해 온 것을 깨닫지요. 보이지 않는 이 재산은 결국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를 쓸모있는 유대인으로 만들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삶도 언제 어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가득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구축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는 새벽입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24

코로나19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다

조현명 시인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나면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전염병문제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대비하려는 교육당국의 정책이 더 큰 폭으로 변화할 것이다.이번 사태는 사스와 메르스 때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전염력이 너무 높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치사율이 낮아도 기저질환자나 노약자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 학교 등교는 계속 늦추어지고 등교 이후 일어날 집단감염과 지역사회로의 전파에 대해서 공포에 가까운 예측을 하고 있다. 등교가 계속 늦추어지면 결국 해법으로 온라인 교육을 찾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같은 일이 반복돼 일어나면 더더욱 빠르게 전환 될 것이다.이미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곳도 많아 대학들은 발 빠르게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또한 초중고의 온라인 수업비율이 매우 높아질 가능성이 보인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이미 그것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학교 교실과 교정에서만 진행되던 교육과정이 인터넷공간에서도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과정을 가진 사이버 대학같이 온라인 교육과정을 가진 사이버 초중고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AI와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수업은 오프라인의 수업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가능성을 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전염병은 5G와 사물인터넷으로 움직이던 기술을 더욱 촉발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다.생각해보라. 가상현실은 시공을 초월하기 때문에 어떤 곳도 콘텐츠만 잘 만들면 체험 가능한 세계가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교육 명제는 바로 해결된다. 가상체험으로 아프리카나 우주 탐사를 해본 아이보다 지도책으로 아프리카를 배우고 우주를 문자나 사진으로만 보았던 아이가 직관적으로도 나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앞으로 AI가 학교위생을 철저히 감시하고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것을 통해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다. AI가 모든 위험요소와 각종 변화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화해서 학교사고의 위험을 방지하기도 할 것이다. 고도의 인격적인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수업은 AI교사가 수행하게 될 것이다.수학 수업은 AI 교사가 대체할 수업으로 1순위라고 한다. 지식전달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목일수록 AI 교사가 대체해 나갈 것이다. 수업자료는 사물인터넷이 보조할 것이다. 평가는 수업 중에 수시로 일어난다. AI에 의해 객관적이고 공정성이 있는 평가가 진행될 것이다. 교사의 오류와 시험지 유출과 같은 부정적인 사건들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같은 시간에 등교하거나 하교하고 비슷한 교육과정에 의해 교육되지는 않을 것이다. 집에서도 여행 중에도 다양한 곳에서 교육에 임할 것이다.이 모든 게 미래의 교실 같은 생각이 들지만 기술은 진보해서 바로 우리 코앞에 와있다.

2020-03-24

‘문명세계’와 ‘야만세계’

서수백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과내가 맡고 있는 강의 중 책을 읽은 후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하면서 세상과 삶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 수업이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멋진 신세계’는 기계문명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고 그것은 인간성이 말살되는 공포의 세상을 자초한다는 경고를 보내는 공상과학소설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지금, 이 소설의 이야기는 우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1932년에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선견지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작가의 경고는 소설에서 두 가지 상반된 세계를 통해 전해진다. 첫 번째 세계는 ‘문명세계’이다 ‘문명세계’의 인간은 ‘보카노프스키’라는 인공부화로 태어나 철저하게 계급화되어 기계적으로 살아간다. 이 ‘문명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질병이나 노화, 슬픔이나 절망, 삶의 성취나 죽음에 대한 감정도 없다. 언뜻 보면 스트레스를 전혀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것은 마약 ‘소마’로 인한 것이다. 반면에 두 번째 세계 ‘야만세계’의 인간은 결혼과 출산을 하고, 삶의 욕망도 있고 종교도 있으며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읽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 두 세계 중 자신이 살고 싶은 세계는 어떤 세계냐는 질문을 했다. 어느 것도 예상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반응에 나는 조금 놀랐다. ‘문명세계’에 살고 싶다는 학생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문명세계’에 살고 싶다는 학생들은 대부분 너무 편할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설 속 ‘문명세계’ 사람들은 사는 데 아무런 불만도 없으니 말이다. ‘야만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학생들은 인간에게 ‘희로애락은 삶의 가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 되어 ‘암 걸릴 것 같다’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인 이 시대에서 그래도 ‘야만세계’에 살아야 한다는 학생들이 그저 기특하게 여겨지고, ‘문명세계’에 살고 싶다는 학생들에게는 왠지 모를 애처로움이 느껴졌다. 나의 고정관념일지도 모르겠다.기계문명의 발달은 우리를 엄청난 편리함으로 이끌었고 자부심도 가지게 했다. 그 위력에 빠져 우리 스스로 지나간 우리의 삶을 한심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소설 속 ‘문명세계’가 결코 상상의 세계는 아닌 듯하다. 자신의 어머니가 학대받던 ‘야만세계’에 치를 떨며 ‘문명세계’를 향해 ‘오오, 멋진 신세계’를 외치며 떠났던 존에게‘문명세계’는 구역질나는 곳이었다.‘야만세계’의 습관을 버리라는 ‘문명세계’ 통치자 무스타파 몬드와 치열한 설전을 하고 ‘야만세계’로 돌아왔지만 결국 두 세계의 혼동 속에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는 존을 누군가는 심한 향수병을 앓는 인물로, 또 이율배반적인 인물로, 또 기계문명 앞에 안타깝게 희생되는 인물로 이해한다. 나에게도 존은 역시 조금 답답한 인물이다. 나날이 변화하는 세계 앞에 우리의 시야를 어느 한쪽에 가두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허겁지겁 달려가는 인생에서 나는 ‘아차!’하는 순간을 나의 학생들과 함께 하며 또 한번 겪는다.

2020-03-24

이탈리아의 눈물

이탈리아는 유럽 중남부에 위치한 반도국가다. 인구 6천만의 GDP 세계 8위의 경제 강국이다. 수도 로마는 로마제국의 중심지로 고대 유럽문화의 핵심 거점지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세계적 관광대국으로도 유명하다.그런 이탈리아가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한다. 30분에 한 명씩 죽어가는 코로나19 감염자로 이탈리아 전역이 침통, 비탄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통행금지와 함께 모든 공장의 폐쇄를 명령했다. 경제난이 가중되는 어려움이 설사 있더라도 일단 인명피해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다.그러나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는 좀처럼 기세가 잡히질 않고 있다. 오히려 로마 근교 수녀원까지 집단 감염되면서 이 나라 국민을 좌절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이탈리아 북부의 인구 12만의 베르가모시는 죽음의 도시라 불린다. 이곳 병원 영안실은 밀려오는 시신을 감당치 못해 일부 시신을 성당에다 안치하고 있다. 화장장도 턱없이 모자라 군 트럭을 동원해 일부는 원정화장에 나서고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이탈리아인의 코로나19 치사율이다. 한국의 9배에 가까운 9.0%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이를 알리는 그곳 풍습에 따라 지역 일간지에는 연일 10개면이 부고면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이탈리아는 지금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이탈리아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지를 배운다. 이탈리아의 눈물이 결코 이탈리아 사람만의 눈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리는 더 한층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24

드라이브 스루와 던지기 수법

박화진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이번 주말 맞선이 있는데 아직 장소를 못 정했어.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호텔이나 카페에서 하기가 좀 꺼림칙해!”“드라이브 스루로 하면 어때?, 수어 몇 가지 익혀서 주차장 넓은 곳에 차 세워두고 차안에서 창문 조금 열어 둔 채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면 어떨까? 어차피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의사소통은 쉽지 않잖아.”지나친 과장일까? 맥도날드 가게에서 차를 타고 음식을 사는 ‘드라이버 스루’가 역수출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피검사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검사를 받는 것을 미국에서 벤치마킹하겠다고 한다. 피검사자와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효율성과 신속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한민족의 순발력과 현실적응력을 세계에 과시한 듯해 으쓱해진다. 포항지역에서 전국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로 횟감을 사고파는 재치를 보였다. 여러 가지 드라이브 스루 생활 패턴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112순찰차로 순찰을 시작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과 같은 112순찰차 제도가 도입되기 전 경찰의 순찰활동은 주로 도보, 자전거로 이루어졌다. 주민들과 대면 접촉 할 수 있는 도보, 자전거 순찰은 당시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순찰제도였다. 범죄의 기동화, 광역화 추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순찰차 도입이 시급했고 대체로 지금까지 잘 정착된 순찰제도가 되었다. 하지만 순찰차 안에서 차창을 통해서 하는 순찰로는 지역주민과 거리감이 있게 된다. 좀 더 깊이 있게 지역 치안사정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도보순찰을 하면 순찰 중 만나는 지역민과 이런저런 대화로 구석구석의 치안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순찰차 순찰은 이런 점이 다소 소홀해 질 수 있다. 그래서 112순찰차량으로 순찰을 하더라도 일정시간은 차량에서 하차하여 근무하는 형식으로 보완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보순찰의 대면접촉만큼 될 수 없다. 광활한 관할과 기동성 있는 대응을 위해 일찍이 순찰차 제도를 도입한 미국에서는 차창 안 순찰에서 차창 밖 순찰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던지기 수법’이란 마약거래 범행 수법이 있다. 수사기관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대금을 차명계좌로 송금을 하고 물건(?)은 일정한 장소에 두고 매수자에 알려주어 찾아가게 하는 방법이다. 최대한 서로의 접촉을 차단하여 감시의 추적을 피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음식도 현관에 두고 가게 한다고 한다. 앞으로 현관도 안심치 못하겠다며 소독기능이 있는 배달함을 아파트 입구에 설치하고 찾아가게 하는 신종 던지기 배달법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접촉에 대한 공포심 확산이 걱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떤 생활 패턴이 또 생길지 궁금하다. 악수로 반가움을 표시하던 인사가 손등치기나 심지어 발을 치는 농담반 진담반 행동들이 웃픈(웃기면서도 슬프다)현실이다. 엉덩이 치기로 발전해서 혹시 성희롱 문제까지 비화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기우이길 빈다.

2020-03-24

길, 길고 질긴 삶의 이랑… 괴산 각연사(覺淵寺)

신라 법흥왕 2년(515년) 유일 스님이 창건하였다는 각연사. 창건설화에 의하면 유일 스님이 사찰을 짓기 위해 칠성면 사동 근처에 절을 지으려고 공사를 시작하는데, 자고 일어나면 목재를 다듬은 대패밥이 남아 있질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스님이 밤잠을 자지 않고 지켜보니 까치들이 몰려와 대패밥을 하나씩 물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이었다. 따라가 보니 까치들은 산 너머 못에 대패밥을 떨어뜨려 메우고 있었다. 그 못에서 이상한 광채가 솟아 들여다보니 석불 한 기가 들어 있었다.스님은 못 있는 데로 절을 옮겨 짓고 못에서 나온 석불을 모신 후 ‘깨달음이 연못 속의 부처님으로부터 비롯되었다(覺有佛於淵)’라는 뜻에서 절 이름을 각연사(覺淵寺)로 지었다. 비로전에 모셔진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못에 있던 그 석불이다. 그 뒤 이 불상에 지성으로 기도하면 영험함을 얻는다 하여 참배자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산봉우리에 둘러 싸여 아늑하게 자리한 각연사는 고려 초 통일 대사가 중창하여 대찰이 되었으며 조선시대와 근래에도 여려 차례 중수되었다. 유서 깊은 사찰 치고는 규모가 크지 않다. 절은 텅 빈 듯 고요하다. 사회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절은 햇살에 감금된 것처럼 적요만 감돈다. 들어서는 나를 지켜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 아담한 전각들이 단을 달리하며 침묵에 싸여 있을 뿐이다.지루한 삶의 고갯길을 넘어가듯 깨끗하게 비질이 된 마당 앞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른다. 대웅전 법당에서 예를 갖춰 보지만 마당 한켠에 있는 감로수도 외로워 보이고 살짝 모습을 드러낸 비로전의 왼쪽 어깨도 시려 보인다. 비로전 앞 커다란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기도하듯 서 있다. 350년이라는 세월동안 비로전이 나무를 토닥이고 보리수나무 긴 그림자가 마당을 내려와 비로전의 굴곡진 심장소리를 들었으리라. 둘은 분명 오랫동안 하나였다.인적이 없는 절간에서는 모든 것이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살집이 갈라진 늙은 비로전 기둥에서 온갖 맑음과 궂음의 순간들이 읽혀진다. 거칠고 척박한 세월을 인고의 힘으로 거너온 조상들의 숨결 같기도 하고, 세상을 등지고 무욕으로 나를 다스리는 고독한 스님의 절제된 모습 같기도 하다. 서늘함이 느껴지는 법당은 너무 고요해서 애잔하다.비로전 안을 지키는 석조비로자나불상은 보물 제 433호이다.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불상과는 달리 크지가 않고 단아하다. 자그마한 체구와 빨갛게 칠한 입술, 왼손 집게손가락을 앙증스럽게 감아쥔 지권인, 삼존의 화불이 섬세히 새겨진 광배까지,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무언지 모를 편안함이 나를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문이 닫혀 있는 법당 안은 과거의 세계로 초대받아 온 느낌이다.높은 봉우리를 끼고 계곡 길을 하염없이 달려서 찾아온 이 곳, 길은 가파르지 않고 평탄했지만 인가에서 멀어지는 동안 무수한 삶의 갈기들을 떠올렸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공양거리를 머리에 이고 걸어서 찾아왔을 가난한 불자들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안온한 절의 풍경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옛 불자들의 불심이 굽은 나무처럼 자꾸만 따라 왔다.각연사 오는 길은 결코 험난하지 않은데 왜 이토록 인간사가 짠해 오는 걸까. 언젠가 전생에서 홀로 걸었을 지도 모를, 처음 오지만 수많은 애환과 시름이 숨 쉬는 생명력 느껴지는 길의 근육을 보고 말았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길을 역동적으로 추체험해 보면 길 자체에도 근육이 있고 반(反) 근육이 있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처럼.조낭희 수필가대부분 사찰로 이어지는 길은 삶과 실존에 대한 몸부림으로 얼룩져 있으리라. 그 옛날 여인들의 애환이 화석처럼 살아 있을 길을 언젠가 조용히 걸어보고 싶다. 한때 여성 불자들의 기복신앙을 못마땅하게 여긴 적이 있다. 자식의 대학입시나 남편의 승진, 사업 번창을 위한 일시적인 기도는 지나치게 가족 이기주의적인 행위로 비쳤기 때문이다.깨달음을 구하겠다는 서원(誓願)을 세우거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용맹정진하며 차원 높은 선의 경지로 몰입하는 자세가 불교의 가장 큰 매력이라 여겼다. 하지만 사찰에서 육신의 고통을 불태우며 철야기도를 하는 여인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자기를 내려놓은 채 불심으로 가족의 건강과 평화를 세우고 공덕을 회향하는 모습은 묵직한 울림을 안겨줬다. 시대가 열악하고 그늘진 환경에서 살아가는 여인일수록 마음의 의지처가 필요했으리라. 여인들의 고달픔과 지난함이 살아 숨 쉬는 길, 산사 가는 길은 길고 질긴 삶의 이랑이다. 무수한 이타행으로 공덕을 쌓은 위대한 인물들도 이런 헌신의 마음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승용차에 몸을 싣고 풍경을 감상하며 안일하게 무언가를 구하러 달려온 내 육신의 호사스러움이 잠시 부끄럽다.창호지 위로 비치는 햇살이 은은히 기웃대고 비로자나부처님의 눈길도 한결 더 친근해졌다. 수천 년의 기억을 헤매다 실낱같은 인연을 찾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천천히 백팔 배를 시작한다. 옛 여인들이 그래왔듯 출렁이는 마음 모두 내려놓고, 내 안에 숨겨져 있는 희미한 길을 찾아 나선다.

2020-03-23

왜 프랑스 파리의 미술가들은 도시 풍경과 사람을 그렸을까?

현대미술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학자들마다 다소 이견은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19세기 중반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이러한 주장에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근거들이 있다. 우선 사회적 측면에서 프랑스혁명과 시민사회의 탄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혁명과 현대미술, 무슨 관계가 있을까? 혁명 이전 유럽은 기독교가 지배하던 귀족사회였다. 종교권력과 세속권력이 대립과 반목 혹은 손을 잡고 민중을 지배하던 계급사회였다. 이런 사회에서 미술을 소비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귀족이나 교회 밖에 없었다. 일반 백성들에게 문화 향유라는 개념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혁명이 해방시킨 것은 계급에 구속돼 있던 민중들만이 아니었다. 미술도 함께 해방이 됐다. 오랫동안 미술은 귀족들의 화려한 대저택 벽면을 장식했다. 화가들은 무슨 내용의 그림을 그렸을까? 겉으로나마 귀족들이 숭상하던 도덕적이고 고상한 가치를 신화의 위대한 인물들에 투영한 그림들이 그려졌다.혁명 이후 여전히 고전적 내용을 담은 그림들은 그려졌지만 예전엔 존재하지 않던 종류의 그림들이 사람들을 당혹케 했다. 고전미술에서 벗은 몸으로 그림 속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여신들뿐이었다. 그런데 몇몇 화가들이 이런 금기를 깨트려 버린다. 거리를 오가며 보았을 법한 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서 그림으로 그려졌을 때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여신들조차도 나체로 등장할 때는 부끄러워 그런지 살짝 시선을 피하고 있건만, 이 현실의 여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감상자와 시선을 교환했다. 에두아 마네의 ‘올랭피아’ (1863)를 떠올리면 된다. 마네의 ‘올랭피아’가 1863년 파리에서 전시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은 같은 해 살롱전에 출품돼 전시되자마자 나폴레옹3세가 구입해 갔다. 그 시대 사람들의 취향에 적합했던 것은 논란의 여지없이 카바넬의 그림이었다. 그런데 우리 중 누가 그 유명했던 화가 카바넬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가? 반면 우리 중 누가 그렇게 형편없는 그림을 그린 마네를 기억하지 못할까? 이것이 바로 미술사의 역설이다.미술이 사회적 통념과 미술은 이래야한다는 고정된 가치로부터 해방되면서 미술가들에게 작품을 위한 주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바로크와 고전주의 미술의 중심이자 현대미술이 꽃피운 파리에서 화가들이 유독 자주 화폭에 담았던 주제가 있다. 바로 파리의 거리 풍경이다. 이 또한 시민사회의 태동과 근대적 도시의 탄생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의 모습은 현대미술이 태동했던 바로 그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1853년에서 1870년까지 진행된 이른바 ‘오스만 남작의 파리 재개발’(Haussmann’s renovation of Paris)이 지금의 낭만적인 도시 파리를 탄생시켰다. 그 이전의 파리는 좁은 도로에 땅은 질퍽이고 곳곳에서 악취가 풍기는 인구가 밀집된 비위생적인 도시였다. 오스만 남작은 넓은 신작로를 닦았고 도시 곳곳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을 조성했다.그 뿐만이 아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을 하며 전에 없던 사회 현상이 관찰된다.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이 생겨났다. 새로운 교통수단이 시간관념을 바꿔 놓았고 삶의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도시와 도시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보다 미술가들의 흥미를 끌만한 것이 또 무엇이 있었겠는가? 넓게 뻗은 길 위에 펼쳐진 도시풍경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미술가들은 매일 같이 이러한 사회적 변화들을 직접 경험했고 이를 작품으로 담았다. 미술사는 현대미술이 시작된 1850년 무렵의 이 새로운 미술에 ‘모더니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술사학자 김석모

2020-03-23

매화의 교훈

강희룡 서예가‘오동은 천년을 살아도 그 가락을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조선중기 문인인 상촌 선생 문집 야언(野言)에 기록된 시 구절이다.매화는 이른 봄에 추위를 무릅쓰고 먼저 꽃을 피우고, 난초는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 퍼뜨린다.국화는 늦가을에 첫 추위를 이기며 피고, 대나무는 모든 식물의 잎이 떨어진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한다고 하여 이 네 가지 식물의 특유의 강점을 덕과 학식을 갖춘 전인(全人), 즉 군자(君子)에 비유하여 이른바 사군자로 불린다.조선의 선비들은 송, 죽, 매를 겨울철의 세 벗이라 하여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불렀다. 그 중 매화를 으뜸으로 여겼으며 매화는 사귀(四貴)라 하여 꽃이 무성하지 않고 드문 것을 희(稀), 어린것보다 늙은 노목을 노(老), 살찐 것보다 야윈 것을 수(瘦), 활짝 핀 것 보다 꽃봉오리를 뇌(雷)라 하여 더 귀하게 여겼으며 망울부터 만개, 낙화까지 세 번을 봐야 한다고 했다. 꽃피는 시기나 장소, 색깔이나 그 모습에 따라서도 여러 별칭이 있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고 해서 화형(花兄), 엄동의 고난에 굴하지 않고 봄에 향기로운 꽃을 피워 고우(古友), 눈 속에 피는 꽃이라 하여 설중매(雪中梅) 등으로 불린다. 이렇듯 별칭이 많은 이유는 인간의 삶 속에 극복해야 할 아픔과 일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듯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겨울 추위를 뚫고 피어난 매화의 기개를 높이 평하여 이 같은 의미를 투영하려 했기 때문이다. 향기 또한 ‘귀로 듣는 향기’라 해서 고혹적이라 암향이라 일컬으며 암향부동(暗香浮動)이라 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섬세하게 느껴야 본래의 향기를 알게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일제 강점기 때 개량된 매실나무가 아닌 토종 고매(古梅)는 전국에 대략 200여 그루가 있으나 대부분 노쇠하여 고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매는 전국에서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 구례 화엄사의 화엄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탐매가(探梅家)들에 의해 호남5매, 산청3매, 경북2매로 불리는 고태미가 뛰어난 명매가 있으니, 호남오매로는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담양 계당매, 전남대 대명매, 소록도 수양매를 이르는데 수양매는 태풍에 쓰러져 안타깝게 고사했다고 한다. 산청의 선비들이 심었다는 산청3매로는 산천재의 남명매, 단속사지의 정당매, 남사마을의 원정매가 있으며, 경북 2매로는 도산서원의 도산매, 하회마을의 서애매가 그것이다. 모두 단아하며 품격 높은 기개로 선비정신의 맑은 향기를 품고 있어 그 자태를 더해주고 있다.지금 국민들은 전염병 전파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와 공포증, 사회활동 위축 등 ‘코로나블루(코로나우울증)’로 인한 감염증후군에 걸려있는 상황에서 4·15 총선 공천을 놓고 정당마다 꼼수와 궤변, 편법이 난무하는 ‘진흙탕싸움’은 국민들을 더 힘들고 분노케 한다. 매화가 만발한 계절이다. 권력과 물욕에 찌든 부류들은 지금 자신의 모습을 섭리에 따른 인생무상과 자연의 경외심을 노래하고 있는 매화 앞에서 비추어 보지 않겠는가!

2020-03-23

라조하라낭

김현욱 시인‘라조하라낭’이란 ‘더러운 찌꺼기를 닦아낸다’는 뜻이다.김열권 법사의 책 ‘보면 사라진다’에 쭐라빤다카라는 비구가 나온다. 쭐라빤다카라는 형과 같이 출가했는데 매우 둔하여 법문을 들으면 금세 잊어버렸다고 한다. 붓다는, “쭐라빤다카야, 너는 지금부터 동쪽으로 앉아서 이 수건으로 마루를 닦으면서 ‘라조하라낭’이라고 외우도록 하라”고 이르셨다. 쭐라빤다카라는 열심히 마루를 닦으면서 ‘라조하라낭’을 외웠다. 닦을수록 수건에 먼지가 묻어 뻣뻣하게 변하니 거기에서 무상을 느꼈다.이때 붓다께서 천안(天眼)으로 이를 보시고, “쭐라빤다카야, 비단 수건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도 탐진치의 때가 끼느니라. 이 때를 벗기어 내면 사성제를 깨닫고 아라한이 되느니라.”고 하셨다. 쭐라빤다카야는 몸과 마음의 현상 관찰에서 ‘라조하라낭’으로 탐진치를 닦아내어 아라한이 되었다고 한다.쭐라빤다카의 ‘라조하라낭’ 염송 수행은 만트라 수행법이라고도 한다.‘만트라(mantra)’는 산스크리트어로 타자에게 축복을 베풀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깨달음의 지혜를 획득하기 위해 외우는 진언, 경, 주문, 찬가 등을 나타내는 말이다.김열권 법사에 따르면, “요가에서는 이것이 음성에 의한 수행 방법으로 발전되었고, 대승 불교에서는 제불을 상징하는 문자나 붓다에 대한 찬가, 기도의 형태로 상징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티벳 밀교에서는 만트라를 이용한 수행 방법이 발달되었다”라고 한다.인도의 성자, 라마나 마하리쉬는 ‘나는 누구인가’를 최초의 만트라 염송이라고 했다. 만트라 염송은 사마타(定)를 강화시키고 위빠사나(慧)를 계발한다. 밀교와 선종의 사상을 설한 대승경전인 능엄경 원통장에 따르면, “25가지 위빠사나 수행 방법 중에서 이근원통인 염불식 위빠사나가 말세 중생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전한다.이근원통(耳根圓通)이란, 소리에 집중해 깨달음을 얻는 수행법이다. 티벳 불교의 ‘옴 마니 반메 훔’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만트라를 염송하면서 소리(귀)에만 집중하면 사마타 수행이 되지만, 소리의 변화와 오온을 관찰하거나, 몸과 마음의 변화를 미세하게 관찰하면 위빠사나 수행이 된다.아둔했던 쭐라빤다카는 ‘라조하라낭’을 지극하게 염송하여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 쭐라빤다카의 ‘라조하라낭’을 시작으로 다양한 만트라 염송을 소개하는 이유는 대단한 정신통일이나 깨달음을 바래서가 아니다.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가 휘청거리고 일상은 무너졌다. 뉴스보기가 두렵다. 사람이 무섭다.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결국 개발될 것이다.불안과 두려움보다는 오늘밤 잠자리에 누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세 네 번 반복하며 염송을 해보면 좋겠다. 알다시피,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가족과 친구, 나 자신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말해보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20-03-23

중산층의 기준

며칠 전 일입니다. 생각학교 ASK 강의 준비를 하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과 유럽과 미국의 중산층 기준을 대비한 내용이었습니다. 너무도 극명한 차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직장인들이 생각하는 한국 중산층 기준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부채 없이 30평 이상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가? 월 현금 소득 500만원 이상인가? 2천cc급 이상 중형차를 보유했나? 통장 예금 잔고가 1억원 이상인가? 연 1회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나? 어떠신가요? 이 기준에 모두 통과하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십니까?미국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 기준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자신의 주장에 떳떳할 것, 둘째 사회적 약자를 도울 것, 셋째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정신, 넷째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는가?유럽의 기준을 보겠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시한 영국 중산층 기준은 이렇습니다. 첫째 페어플레이를 할 것, 둘째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셋째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저항할 것, 넷째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 다섯째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지킬 것.조르주 퐁피두 19대 대통령이 제시한 프랑스 중산층 기준입니다. 첫째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함, 둘째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을 것, 셋째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함, 넷째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요리를 할 줄 아는 능력, 다섯째 사회적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여섯째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조선 중기 학자 김정국은 이미 오래전 말했습니다.“멋진 삶은 책 한 묶음, 거문고 한 벌, 의리를 지키고 도의를 어기지 않으며, 나라의 어려운 일에 바른말 하고 사는 것이다.”눈에 보이는 번지르르함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 우리 의식이 바뀌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23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로,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범용 인터넷망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Top’은 TV에 연결되는 셋톱박스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셋톱박스가 있고 없음을 떠나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포괄한다.OTT 서비스가 등장한 배경에는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속도가 보장돼야 동영상 서비스를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OTT 서비스들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은 2005년 ‘구글 비디오’를 출시했으며, 2006년에는 유튜브를 인수했다. 넷플릭스는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은 2007년부터 ‘애플TV’를 선보였다.OTT가 기존 방송 환경의 ‘룰’을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미국이다. OTT 행렬 선두에 선 사업자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한 달에 적게는 7.99달러만 내면 영화와 TV 프로그램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1997년 비디오와 DVD를 우편·택배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료 가입자만 5천700만명에 이르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최근에는 역사적으로 콘텐츠 맹주로 꼽히는 디즈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 3개월만에 가입자 2천860만명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해 관심을 끌고있다.바야흐로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23

품격 있는 대구인 vs 외눈박이 정치꾼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서울에서 업무상 대구에 내려온 한 공무원은 “도시가 마치 동면하듯 조용히 숨 쉬고 있다”고 했다. 품격 있는 대구인들이 코로나와 사투(死鬪)를 벌이면서도 매우 절제된 행동으로 시민정신(civic spirit)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면서도 생필품 사재기를 하지 않는다. 당분간 외출을 삼가달라는 시장의 당부에 따라 며칠 동안 사용할 물품만 구입할 뿐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서서 기다리면서도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서로를 격려한다. 환자들을 위해 고생하는 의료진에게는 도시락·빵·과일을 보내는가 하면, 자택으로 배달해주는 택배기사에게도 마스크와 함께 감사의 손 편지를 건네기도 한다. 자신도 환자이면서 “나는 견딜만하니 더 힘든 사람부터 입원시키라”고 병실을 양보한다. 이것이 바로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도리, 즉 ‘선비정신’을 잃지 않는 대구인의 품격이다. 최근 대구를 취재한 미국의 ABC방송기자는 “이곳에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다. 절제와 교요함만 있다”고 하면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된 지금, 대구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극찬하였다.그럼에도 진영논리에 갇힌 외눈박이 정치꾼과 광신도들은 대구시민을 비하·모욕하고 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은 “코로나 사태는 대구사태이자 신천지사태이며 대구지역이 문제”라고 대구시민들을 폄훼하고 조롱하였다. 한 때 대구 수성구에 출마하면서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했던 유시민은 연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시장을 향해 “권영진 시장이 코로나19를 별로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는 망언으로 시민들을 격분시켰다. 또한 민주당 청년위원회 한 위원은 “대구는 손절(損切)해도 된다.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 감염자가 아무리 폭증해도 타 지역까지 번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하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른 지역은 안전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졌다”고 했다.게다가 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대구·경북에서만 심각한 이유는 미래통합당과 그들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엄청난 무능도 큰 몫을 한다”고 조롱했다. 이들의 망언과 독설은 실로 폭력적이며, 힘들게 버티고 있는 대구시민들을 쓰러뜨리려 한다. 오죽하면 대구시장이 “코로나 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나쁜 정치바이러스”라고 했겠는가.대구와 대구시민을 비하·조롱하는 외눈박이 정치꾼들의 목적은 뻔하다. 다가오는 총선 승리를 위해 대구를 봉쇄·고립시킴으로써 다른 지역과 진보진영을 결집시키려는 것이다. 생각 없는 정치적 광신도들은 대구시민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내면서 소금까지 뿌리고, 진보의 가면을 쓴 ‘쓰레기 정치꾼’들이 내뿜는 악성 정치바이러스는 나라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오직 한 가지, 그것은 바로 ‘품격 있는 대구인의 선비정신’이다.

202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