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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진정한 과학세대 등장 예언한 고전적 에세이

현대 천문학을 대표하는 저명한 과학자인 칼 세이건(1934~1996·사진)은 1980년대에 텔레비전 과학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의 해설자로 나서 생명의 탄생부터 광대한 우주의 신비까지 까다롭고 난해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고 명쾌하게 전달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60여 개 나라에서 방송돼 7억5천만 명이 시청하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고, “까다로운 우주의 신비를 안방에 쉽고도 생생하게 전달했다”는 평가와 함께 권위 있는 에미상을 수상했다.그 프로그램 내용을 책으로 옮긴 ‘코스모스’는 영어판만 600만 부가 팔리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70주 연속 오를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모은 교양서의 걸작이다.이 역작의 출간 40주년을 맞아 그의 과학 에세이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완역본이 국내 첫 출간됐다.‘브로카의 뇌’는 ‘코스모스’보다 1년 앞선 1979년 출간됐다. 칼 세이건이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피직스 투데이’ 등의 과학잡지와 ‘플레이 보이’, ‘애틀랜틱 먼슬리’ 등 대중 잡지 등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경계 과학 또는 대중 과학, 유사 과학, 사이비 과학 등에 대한 비평, 아인슈타인이라는 위대한 과학자에 관한 평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사이 미국 천문학의 역사, 태양계 행성 탐사와 인공지능 로봇의 전망에 대한 논평, 종교에 대한 성찰 등 다양한 이야기를 5부 25장에 걸쳐 다룬다.“만약 과학이 일반적인 흥미와 관심의 주제라면, 만약 그 즐거움과 사회적인 중요성이 학교와 언론, 그리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정규적으로 충분히 논의된다면, 세계의 실제 모습을 배우고 세계와 인간 모두를 향상시킬 가능성을 크게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나를 사로잡는 이 생각은 포르말린과 함께 느리게 움직이는 브로카의 뇌 속에도 여전히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이 책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탄생 100주년에 출간돼 주목받기도 했다. 칼 세이건에게 퓰리처상을 안기고 10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에덴의 용’(1977년)과 ‘코스모스’(1980년) 사이에 출간된 책이다.금성의 대기 환경을 분석하고, 나사(NASA)에서 행성 탐사 계획을 짜던 과학자가 대중 과학 저술가로, 전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과학 사상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제1부 ‘과학과 인간’은 과학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성찰하며, 2부 ‘역설가들’은 임마누엘 벨리콥스키(1895~1979) 등 역설가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어 3부 ‘우주의 이웃’은 행성 과학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4부 ‘미래’는 천문학과 우주 과학, 그리고 우주 탐사 기술의 미래를 다룬다. 마지막 5부 ‘궁극적인 질문들’에서는종교, 우주의 운명, 죽음 같은 큰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저자는 1978년 10월에 쓴 머리말에서 “세상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책의 주제들 역시 서로 연결돼 있다”며 “세계 자체가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외부 현실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적당한 성능의 감각 기관들과 뇌, 그리고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인지한다”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28

금기를 뛰어넘는 사랑 시작도 끝도 없는 여정 방현석 신작 소설 ‘사파에서’

신동엽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인 방현석 작가(중앙대 교수)가 신작 소설 ‘사파에서’(도서출판 아시아)를 펴냈다. 소설은 사파를 무대로 한 아주 독특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사파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해발 1천500m의 산악 지역이다. 소수민족의 도시인 사파에는 ‘사랑시장’이란 금기를 뛰어넘는 특별한 문화와 전통이 있다. 사랑시장이 열리는 매년 3월 27일, 이날은 누구나 자신의 사랑을 찾아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허용되고 이날의 일은 불문에 부쳐진다.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찾아온 정민과 함께 사랑시장이 열리는 3월 27일 사파로 간다. 죽음을 앞둔 정민과 한평생 그녀만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살아온 주인공이 찾아간 사랑시장에는 더 아픈 사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 년에 단 한 번 자신의 사랑을 만나 그리움을 채우는 곳인 동시에 금기를 뛰어넘은 사랑이 허락되는 사파의 몽환적인 밤을 그린 작가 방현석의 문체는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이다.어떠한 위협 앞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낮추지 않는 인상적인 인물을 주로 다뤄 온 방현석의 지난 소설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작품이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이 소설을 통해 방현석은 가늠하기 어려운 사랑의 실체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함께 던진다.이수명 시인은 “‘사파에서’는 한 편의 시 같은 이미지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이러한 세계의 다정한 아름다움만큼이나 두 사람의 묵시적 사랑은 고요하고 치명적”이라고 평했다./윤희정기자

2020-10-28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 : 예술적 상상력

포항시립도서관(관장 구진규)은 10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이해 ‘인문학 인 포항-알아두면 쓸데있는 인문학 백과’의 일환으로 오종우 작가 초청 강연을 개최한다.28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어울마루에서 열리는 이번 강연은 오종우 작가의 2019년 출간된 ‘예술적 상상력’을 주제로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예술적 상상력’은 2020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책나눔위원회의 추천도서로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와 더불어 더욱 깊어진 사유로 예술의 진짜 쓸모를 전하는 책이다. 예술적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며 전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힘으로, 인간의 일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우리 시대에 새로운 원동력이 돼 준다는 메시지를 시민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오종우 작가는 문학, 철학, 예술을 넘나드는 전방위 인문학자로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을 읽어내며,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열어주는 고전의 현재적 가치를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 통해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법과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낸 법을 강의한 ‘예술의 말과 생각’은 성균관대 티칭어워드를 수상했으며, 2015년 ‘예술 수업’으로 출간됐다. 그 밖에 저서로는 ‘러시아 거장들, 삶을 말하다’, ‘체호프의 코미디와 진실’ 등이 있고,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체호프 단편선), ‘벚꽃 동산’(체호프 희곡선) 등을 번역했다.강연은 포항시민 누구나 참석 가능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시행으로 인해 참석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해 진행한다. /윤희정기자

2020-10-27

구미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무대 올린다

구미오페라단(단장 박영국)은 오는 29일 오후 5시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걸작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펼친다. ‘라 트라비아타’는 ‘리골레토’, ‘아이다’, ‘오델로’ 등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사 최고의 작곡가 베르디의 작품으로, 그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공연이다.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알렉산더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원작으로 해 재탄생한 작품으로, 순진한 귀족청년 알프레도와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극중 알프레도가 부르는 ‘축배의 노래’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유명 성악가가 노래를 불러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주요 출연진으로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성악가 ‘비올레타’ 소프라노 유소영 경북대 교수, ‘제르몽’ 바리톤 노운병 경북대 교수 외에 소프라노 채정미, 테너 김은국 등이 출연하며 스칼라오페라오케스트라, 스칼라오페라합창단 등이 합류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구미오페라단은 총감독을 맡은 박영국 단장을 주축으로 한국 최상급 출연진과 스태프가 함께해 원작에 충실한 무대 배경과 음악으로 강렬한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또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객과 공감하는 공연을 위해 자막으로 가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27

시간의 간극과 존재이상과 현실의 괴리…

“우리는 채우기 위해 비웁니다.고정관념을 버리고습관처럼 지녔던 가치관마저잠시 내려놓습니다.무엇이 옳고무엇이 그름의 판단은지금 당장의 몫이 아니라생각합니다.언제가 될지 모를 마지막그때옳고 그름의 판단은작은 후회와 많은 후회로만남을 테니까요우리는비우기 위해 카메라를 잡습니다.내가 누구이며나는 무엇이며사진은 나에게 무엇인가를고민하며비우고 또 채우고 또 비웁니다.오롯이 나를 비울 때비로소 진정한 나를 알 수 있겠지요.코로나19가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는10월 어느 날지난 1년간의 흔적을 비우려 합니다.아쉬움과 후련함그리고 설렘이 있는비움의 공간을여러분과 공유하려 합니다.”-‘비움 2020 프로젝트 사진전’초대장 중‘비움 2020 프로젝트 사진전’이 오는 11월 8일까지 포항 아트갤러리 빛에서 열린다.비움 프로젝트는 지방에서 느끼는 사진 문화의 구조적 한계와 그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의 제한된 여러 영역을 더욱더 폭넓게 확장함으로 지역 사진 문화를 미래 지향적으로 변화시키고자 시작된 프로젝트다. 지난 2018년 6월 시작된 비움 2018 프로젝트는 참여 작가 개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통해 ‘ME’라는 전시회를 열고 작품집을 제작했다. 또한 충청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공간 전하울의 초대로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열린 ‘집으로 가는 길’ 주제 전시에도 참여했다.이번 비움 2020 프로젝트는 ‘사각지대’라는 주제로 결과를 내놓는다. 결과보다 과정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비움 프로젝트이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고민을 공유하고자 전시하고 작품집을 제작해 관람객을 맞이한다.비움 2020프로젝트 참여 작가들은 인식하지 못하는 심적 상태나 자각이 없는 행위에 해당하는 각자의 무의식 영역에 존재하는 그 무엇을 끄집어내고 대면하기 위해 ‘사각지대’라는 키워드를 설정했고, 지난 1년여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간의 간극, 존재, 이상과 현실의 괴리, 경계의 기준, 눈으로 보이는 소리 등의 여러 화두로 작업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대상과 현상의 대면을 통한 심상의 울림에 몰두했다. 그 울림에 대한 각자의 반응 중에 무엇이 무의식의 표출인지 전의식(preconscious)인지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무의식 영역의 존재와 내가 모르고 있는 또 다른 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강순원, 김만기, 류창호, 박숙희, 박의희, 유병재, 윤현도, 이경진, 이도감, 정만석, 정태용, 지우택, 최경임 등 14명의 작가가 3~6점을 출품했다. 31일, 11월 1일, 7일에는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도 진행한다.정태용 비움2020프로젝트 운영위원장은 “물리적 사각지대에 국한하지 않고 심상에서의 무관심, 무의식, 무감각, 소외, 망각, 상실에 대한 작가들의 사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27

차별화된 미술관 정체성 정립에 주력 스틸 문화 대중화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제10회 애린문화상’수상자로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이 선정됐다.(재)애린복지재단(이사장 이대공)은 27일 오후 2시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시상식을 갖고 김씨에게 상패와 상금 1천만원을 수여한다.애린문화상은 포항지역에서 문화·예술의 씨를 뿌려 착근시키고, 이웃사랑을 실천한 고(故) 재생 이명석(1904∼1979) 선생의 뜻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토양을 가꾸고 정신적 토대를 다지는데 기여한 이들을 찾아내 조명하고 격려하고자 지난 2011년 제정됐다.올해 제10회 애린문화상을 받는 김갑수씨는 1957년 포항에서 출생해 지역 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1998년 포항예술문화연구소를 창립해 연구소장과 이사장을 역임하며 생태·문화지(誌) ‘형산강’과 ‘한권으로 보는 포항의 역사’를 편집·디자인, 문화·예술지(誌) ‘아트포럼’을 발간했다.특히 2008년 포항시립미술관 초대관장을 맡아 미술관 건립과 차별화된 미술관 정체성 정립에 주력해 국내 유일의 ‘스틸 아트 뮤지엄(Steel Art Museum)’으로 정착시켰으며,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과 스틸공방을 통한 스틸문화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애린문화상 역대 수상자로는 제1회 고 손춘익(문학인)·박이득(전 포항예총 회장)씨, 제2회 김삼일(연극인·대경대 석좌교수)씨, 제3회 이영희(문학인·한·일 고대사 연구가)씨, 제4회 신상률(전 경북예총 회장)씨, 제5회 권순남(한국자원봉사문화 포항지부장)씨, 제6회 김두호(화가·제7대 포항미술협회지부장), 제7회 이낙성(포항시립교향악단 초대 상임지휘자), 제8회 김일광(동화작가·전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장), 제9회 이상준(향토사학자)씨가 있다.한편, 애린복지재단은 보건복지부 인가 재단으로 1998년 6월 1일 설립돼 애린문화상은 10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학생들의 문학교육을 감당하고 있는 재생백일장은 21회를 이어가고 있고 이번 제21회에는 359명의 학생과 일반인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고 85명의 우수작품을 선발했다.애린복지재단의 주된 사업인 사회복지·장학·복지선교·문화예술지원 사업 등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매년 약 3억원을 지원해 현재까지 약 53억원을 집행하면서 애린·선린(愛隣·善隣)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26

열정과 순수를 보다… ‘제23회 포항예술고 미술과 정기작품전’

경북 지역의 명문 예술고인 포항예술고(교장 김민규) 미술과 학생들이 한 해 동안 갈고 닦은 예술의 향연을 펼쳐 놓는다.올해 포항예술고 제23회 미술과 정기작품전은 ‘내 마음의 눈’이라는 주제로 26일∼11월6일까지 교내 미술관과 본관 로비에서 열린다.‘내마음의 눈’은 학생들이 평소 지니고 있는 순수한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시각적으로 표출해내는 작업, 즉 자기만의 일기를 마음의 눈으로 이야기하듯 작품으로 승화해 보고자 선정했다.출품작은 1, 2학년 학생들의 평면 110점, 입체 15점 여 등 작품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들의 열정과 그들만의 순수한 자기 내면적인 이야기로 전하는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도 감상의 재미를 더하게 될 것이다.이철진 미술부장은 “1학년은 아직 성숙되지 않았지만 이제 표현의 재미를 느끼는 그들만의 디테일을 지향하는 작품과 2학년 학생들의 자유로운 표현방법 및 다양한 재료의 사용으로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작품까지 지도교사의 어떠한 제약 없이 스스로 표현하고 실험하며 자기의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다양한 작품의 세계를 펼쳐보인다”며 “120여 명의 학생들이 그들만의 눈으로 만든 순수한 작품들로 코로나 여파로 힘든 많은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작은 휠링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26

대구시향 ‘멘델스존 & 슈만’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제467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29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대구시향은 이날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슈만의 ‘교향곡 제4번’을 들려준다.첫 무대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으로 연다.멘델스존의 단일 악장의 연주회용 서곡인 이 작품은 멘델스존이 1829년 스코틀랜드 북서해안에 위치한 헤브리디스 제도의 스타파 섬에서 본 ‘핑갈의 동굴’과 바다의 풍광에 매료돼 작곡한 것이다.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 거친 바위의 모습, 변화무쌍한 바다 등이 절묘한 작곡 기법을 통해 음악적으로 묘사돼 있다.이어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독일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인 멘델스존은 한때 유대계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작품마저 저평가됐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단연 낭만 음악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름다운 선율과 균형 잡힌 형식미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바이올린 협주곡의 여왕’으로 불린다.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은 2019년 세계 3대 국제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만 19세의 나이로 3위를 차지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은 차세대 연주자다.김동현은 만13세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으며, 예원학교 전 학기 수석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에서 과다니니 파르마 1763 바이올린을 지원받아 연주하고 있다휴식 후에는 슈만의 예술혼이 깃든 ‘교향곡 제4번’이 연주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26

“잊고 있던 이데아의 세계로…”

김만수 시인“이슬처럼 머물다/ 먼 강물 소리에 묻어가는/ 그대를 따라갑니다/ 사랑은/ 아슬한 굽이마다 내걸린/ 희미한 등롱이었지요/ 그대 사랑하는 저녁을/ 여기/ 마디마디 새겨 보냅니다/ 청댓잎 새순으로/ 다시 피어오르시어/ 푸른 마디마다 매단/ 눈물방울들/ 보십시오” - 김만수 시 ‘목간(木間)’포항의 중진 시인 김만수는 ‘자신의 존재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존재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올해 등단 32년을 맞는 그가 최근 새로운 시집을 펴냈다.‘목련 기차’(천년의시작)라는 제목의 이번 시집은 이전 시집들보다 시에 나타나는 지역성과 장소성이 강화됐다는 점 외에도 시집 전반에 걸쳐 서정미가 한층 두터워졌고 문장의 세련미도 향상됐다는 평가다. 해설을 쓴 공광규 시인의 말처럼, “시인에게 가져다주는 문장의 세련미라는 선물을 받기 위해 그동안 쉬지 않고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은 시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김 시인을 만나 새 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지난 2017년 여덟 번째 시집 이후 아홉 번째인데.△그렇다. 세월 속에 훼손돼 가는 주체를 끊임없이 복원해 나감으로써, 잃어버렸거나 혹은 잊고 있던 이데아의 세계로 많은 사람을 인도하고 싶었다고 할까.-이번 시집 ‘목련 기차’는 지난 시집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몇 해 전 문학을 하면서 상처받고 힘들었던 일들이 있었다. 지난 시집이 그러한 나의 내면의 응어리가 분출된 시들과 소외되고 움츠린 사소한 것들의 끈질기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노래한 것이었다면, 이번 ‘목련 기차’는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 오래된 혹은 현재의 시간들에 말 걸기, 내 삶의 주변을 세밀한 눈빛과 마음으로 다가가 말을 걸고 가만히 들은 것들을 기록한 것들이다.-시의 주된 소재와 마음에 드는 시를 소개한다면.△장성동, 여남바다, 포항 지진 같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갔다. 그리고 오래 휘어진 시간 속의 인물들에 대한 소재가 많다. 마음에 드는 시는 16세기 최초의 한글 편지라고 알려진 ‘원이 엄마의 편지’를 제재로 쓴 ‘목간’이라는 작품이다.김만수 시인의 시집 ‘목련 기차’ 표지.-코로나19라는 힘든 시대를 보내고 있다.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일상의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묶임과 닫힘의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근래 트롯 열풍이 일어서 오래 갇힌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 일조를 하듯이 문학 작품은 피폐해져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위안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극복과 되살아남의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감동적인 문학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고 유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앞으로의 계획하고 있는 것이나 바람이 있다면.△더 깊은 서정의 바다에 들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시들은 언어와 정서의 긴장을 추구해 와서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고 공감할 수 있는 편안하고 쉬운, 그러면서도 간절함이 묻어나는 서정시를 쓰려고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김만수 시인은 포항 출신으로 1987년‘실천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시 ‘송정리의 봄’과 시집 ‘소리내기’ ‘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 ‘오래 휘어진 기억’ ‘산내통신’ ‘종이 눈썹’ ‘메아리 학교’ ‘바닷가 부족들’ ‘풀의 사원’ 등을 출간했으며, 해양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20-10-25

혼란의 시대, 쇼스타코비치를 해석하다

무르익어 가는 가을 밤, 국내 최초의 도립교향악단인 경북도립교향악단의 무대가 26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펼쳐진다.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서 늘 새롭고 도전적인 프로그램 구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은 경상북도의 기백을 표현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백진현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쇼스타코비치의 곡들로 채운다.쇼스타코비치는 페테르부르크 출신의 작곡가 및 피아니스트다. 19세 때 제1교향곡을 작곡한 것으로 시작으로 교향곡 15개와 가극·발레곡·영화음악·부수음악 등을 남겼다. 러시아 혁명과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20세기 작곡가다.1부에서는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피아니스트 알렉 쉬친과 트럼페터 드미트리 로카렌코프가 협연한다.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구소련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피아노 협주곡이다. 이 곡은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기교를 요구하는 난곡으로 유명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독주악기 편성이다. 피아노 외에 트럼펫이 보조 독주악기로 등장하기 때문이다.알렉 쉬친은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음악원 최우수졸업 및 연주학 박사를 최우수졸업 했으며, 현재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피아노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드미트리 로카렌코프는 그네신대학 및 차이콥스키 국립음악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부산시립교향악단 트럼펫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다.2부는 장장 1시간이 넘는 대곡인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1번 1905년’으로 채워진다. 서릿발보다 서늘한 파격적인 교향곡으로 러시아혁명을 주제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감상할 수 있다. 혁명의 시발점이 된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그 시대의 러시아 민중들의 고통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며, 총소리와 처참한 학살의 현장 또한 음악을 듣는 동시에 생경하게 묘사된다. /윤희정기자

2020-10-25

목소리, 이웃사랑의 달란트가 되다

아시아 정상급 바리톤이 농어촌과 장애인시설 등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노래로 헌신해온 감동적인 이야기가 도서출판 아시아의 인물 논픽션/픽션 ‘이 사람’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나왔다. ‘극장에서 나간 바보 성악가, 우주호’,책의 주인공은 한양대 음대 겸임교수 우주호. 특이한 이름 때문에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수시로 놀림을 당하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큰 사람이 되라고 지은 이름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임금 우(禹), 두루 주(周), 하늘 호(昊)’에 담긴 큰 뜻 때문인지 그는 평범한 삶과는 궤적이 다른 삶을 살게 된다.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합창단에 있던 우주호는 주변의 권유로 1992년 2월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발터 카탈디 타소니, 파올로 실베리, 카를로 베르곤치 등 당대 대가의 지도를 받으며 유럽 무대의 샛별이 됐다. 프란체스코 칠레아 국제콩쿠르 등에서 1위를 차지했고, 로마 국제오페라콩쿠르 1위를 계기로 로마국립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 역, ‘팔리아치’의 토니오 역으로 데뷔하며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주목을 받았다. 독일 플랜츠부르크극장에서 ‘오셀로’의 이아고 역으로 출연한 후 독일의 저명 음악잡지인 ‘오픈벨트“가 “베르디가 원하는 최고의 바리톤이 나타났다”고 호평할 정도였다.가난한 유학생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음악 인생의 화려한 꽃을 피울 무렵,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어머니마저 치매 판정을 받은 것. 우주호는 유럽의 은사, 지인들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유럽 생활을 접게 된다. 어머니 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우주호는 중학생 때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면서 점심시간에 수돗물로 헛배를 채울 정도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어린 주호는 운명처럼 다가온 성악 공부를 계속 밀고 나갔고, 어머니는 방앗간을 하며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어머니의 희생 없이 아들의 음악은 있을 수 없었고, 아들은 어머니의 황혼을 지키며 새로운 음악 인생을 펼치고 싶었던 것이다.한국에 정착한 우주호는 고향인 포항의 선린애육원을 찾아가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나의 목소리는 나의 것이기도 하지만 나의 것이 아니기도 하니 이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여야 하는 것일까. 눈물 젖은 기도를 들어주던 신에게 보답하는 길은 무엇일까.” 우여곡절 끝에 얻은 물음에 대한 응답을 실천으로 옮겼던 것이다.곧이어 ‘우주호와 음악친구들’을 결성해 농어촌과 장애인시설, 노인복지관, 보육원, 교정시설 등에서 17년간 1천500여 회의 무료 음악회를 열었다. 이 ‘문화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홍사종 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관장,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가 큰 힘이 됐다. 특히 김병종 명예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 정신을 따르기 위해 바보 예수를 화두로 그림을 그려 왔다며, ‘우주호와 음악친구들’도 그 정신을 잇는 ‘바보 음악가’라 부르며 아낌없는 격려를 해줬다.우주호는 2003년 귀국 후 국립오페라단 등의 초청을 받아 ‘오셀로’ ‘라 트라바이타’ 등 주요 오페라에 500여 회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톤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2005년 8월 31일, 남한 오페라 작품으로는 역사상 처음 북한 무대에 오른 ‘아, 고구려 고구려’에서 주연인 광개토대왕 역을 맡았고,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국립오페라단이 기획한 창작 오페라 ‘주몽’에서도 주연인 주몽 역을 맡는 등 역사적 무게가 담긴 중후한 역에서 역량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성악가가 농어촌과 장애인시설을 찾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자신의 음악적 위상과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한양대 성악가 고성현 교수가 추천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위험을 모를 리 없는 우주호가 이런 행동을 지속해온 뚝심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증을 풀어주는 동시에 예술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보여준다.저자 김도형은 이 책이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노래를 부른 바보 성악가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21

“클래식, 조금만 알아도 즐길 수 있죠”

실력 있는 성악가들이 클래식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진행하면서 클래식 애호가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포항 출신 젊은 성악가 베이스 정하해씨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기대주다.독창회 외에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돈 조반니’ 작품으로도 청중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풍성하고 호소력 짙은 음색과 생동감 있는 연기력 외에도 클래식 음악 강사, 문화기획자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일 그를 만나 열정 가득한 그의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현재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소개 부탁한다.△영남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포항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서 합창지휘자이다. 그리고 예술가와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음악을 통한 편안한 만남을 추구하자는 목표로 다양한 문화기획을 하고 있다.-성악 외 다른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유가 있는가.△독창회나 연주회를 할 때 가장 깊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시민들과 좀 더 가깝게 소통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하였다. 그 고민은 어쩌면 음악인으로서 사명감인지도 모른다.-문화예술교육과 다양한 예술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앞서 말한 고민의 해결책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노래로 소통하며 문화를 전파하는 통일여성합창단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표이자 지휘자로서 북한이탈주민들과 한국여성들을 모아 ‘우리 안의 작은 통일’이라는 목표로 연습을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6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은 서로 음식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자매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그리고 청년예술가들의 활동증진과 연구 성장을 위하여 문화예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두 단체 모두 음악을 매개체로 함께 하고 있다.-포항 문화예술창작지구 내 청포도다방에서 지난해부터 ‘정하해의 클래식음악산책’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인가.△클래식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클래식음악은 조금만 알면 아주 쉽고 재미있는 음악이다. 시민들에게 클래식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함께 풀어내고 만들어보고자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 7시 청포도다방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클래식음악산책’에서는 오페라, 교향악, 합창, 성악, 기초음악이론, 음악감상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10월 진행될 ‘정하해의 클래식음악산책’에 대해 소개해 달라.△가을에 어울리는 우리 가곡과 서양가곡을 편성해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구성된 남성 성악가 3명이 출연한다. 현재 대구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유병민의 강렬한 목소리와 이탈리아 유학파 테너 신동민의 청량한 목소리가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음악가로 문화예술기획자로 향후 바람이 있다면.△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래서 대중과 예술가가 안전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연구 중이다. 또한 올해 초부터 남북교류지원 공모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코로나로 미뤄지고 있다. 통일여성합창단이 UN연주기획공모를 잘 준비하여 전 세계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길 바란다.정하해 △포항 출신 △영남대 음대 성악과 졸업, 미국 Campbellsville University 대학원 음악공연학 석사, 이탈리아 로마시립예술학교에서 합창지휘과·오케스트라과 졸업, 이탈리아 Clivis 아카데미 성악 최고연주자과정 디플롬 획득 △영남대 음대 겸임교수, 통일여성합창단·영덕군여성합창단·군위군합창단 지휘자, 벨라미치문화예술연구소 대표./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20

“고운 최치원 선생의 학문과 사상 새 시대 정신적 자산으로 쓰이길”

정종섭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북지역 학부모와 교원들을 대상으로 통일신라 말기 대사상가이자 당대 최고 문장가로 알려진 고운 최치원(857~?)이 남긴 학문적 업적과 정신적 유산을 짚어보는 인문학 특강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9일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한국학부모총연합회 경상북도지회와 경상북도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관해 마련한 특강에 초청돼 ‘최치원 선생의 학문과 교육’을 주제로 1시간 여 동안 강의했다. 이날 특강에는 유신애 한국학부모총연합회 경상북도지회장과 류세기 경상북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임원 및 지역 초중등학교 교장 등이 참석했다.정 전 장관은 특강에서 “문장가이며 목민관이자 사회개혁자였던 고운 선생은 신분의 한계에 부딪힌 안타까운 인재였다. 그는 나라 안팎의 혼탁하고 정치적으로 위태로웠던 시기에 국가를 유지하는 기본적 자산인 백성들의 생명과 삶의 의지를 지키고자 당나라에서 습득한 지식과 지혜로 변화의 의지를 불태운 인물이었다”고 전제한 뒤 “동아시아 세계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21세기에 유(儒)-불(佛)-도(道) 3교의 사상적 융합을 꾀한 선지자였으며, 한국 한문학의 조종(祖宗)이라 불리며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글을 남긴 뛰어난 문장가였던 고운 선생의 학문과 사상이 적극적으로 재해석돼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정신적 자산으로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운 최치원이 남긴 학문적 업적과 정신적 유산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선생의 앞서가던 시대정신을 더욱 깊이 이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날 특강에 참석한 박지택 대가야고 교장과 최성열 경북과학대학교 교수(교무학생처장)는“법학자이신 정종섭 전 장관님께서 역사와 불교에 이렇게 능통하실 줄 몰랐다. 정말 감동적인 강의였다”, “최치원 선생의 후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게 된 시간이었다”고 각각 소감을 전했다.한편, 정종섭 전 장관은 1957년 경주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연세대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냈다. 1990년 초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후학양성에 나선 정 전 장관은 건국대와 서울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2010년 서울대에서 제25대 법과대학 학장 및 법학대학원장, 제3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제20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20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20

한국 근·현대 미술 걸작 포항 온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근대 미술 걸작을 포항에서 만난다”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미술의 거장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3인의 진품 명작들이 오는 12월 2일까지 포항제철소 본사 포스코갤러리에서 전시된다.‘백년 기업 포스코가 만난 백 년의 예술’이란 주제로 열리는 ‘텡 븨인 들녘 - 김환기·박수근·이중섭’전은 김환기 16점, 박수근 9점, 이중섭 8점 등 총 33점의 회화를 전시한다.이번 전시는 세월이 흘러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위대한 거장들의 예술 작품을 통해 포스코의 백년 도약을 염원하고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마련했다.수화 김환기(1913∼1974), 미석 박수근(1914∼1965), 대향 이중섭(1916∼1956), 대한민국 미술사를 통틀어 ‘최고의’, ‘위대한’,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예술가들이다. 20세기 초반 한국 역사상 최고의 격동기를 살아낸 이들은 전쟁과 이별, 가난과 절망, 이별과 그리움 속에서 나라와 민족, 가족 그리고 자신의 예술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이번 출품작은 모두 개인 소장품으로 구성됐을 만큼 미술계 안팎에서 주목받았던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특히,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 중 국내 작품 경매가 낙찰기준 상위 10위 안에 진입된 작품 총 5점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박수근 작품은‘Under Trees’(1961), ‘나무와 두 여인’(연도미상)이 소개된다.이중섭은 ‘싸우는 소’, ‘아버지와 장난치는 두 아들’(1952∼53) 등이 전시된다.또한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교양을 높이고자 기획된 전시 답게 작가별 작품 구성 역시 다채롭다.현재 세계미술시장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이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온 김환기의 작품은 시대별 특성에 따라 구성됐다.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작품세계의 변화과정을 통해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불리우는 면모를 쉽게 살펴볼 수 있다.‘국민화가 혹은 서민화가’ 박수근은 귀로, 노상, 나무, 여인 등 주제별 구성으로 평범한 서민들의 소박하고 진실한 삶이 담긴 그림을 만날 수 있다.‘소의 화가’로 불리우는 이중섭은 소 그림 중 ‘싸우는 소’을 주제로 한 유화와 은지화 등 2점이 소개되며 동시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삶을 유지해온 작가답게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구성됐다.이번 전시기간 동안 관람객들의 전시 감상을 돕기 위해 전시해설 서비스 ‘도슨트와 함께하는 전시 감상’을 제공한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사전예약(054-220-1010)을 통해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4시 정각에 시작하는 이번 해설은 작가의 삶과 이야기, 한국 근현대 미술 사조 등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료 무료.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19

‘어느 하루(one day)’

일상이 주는 소중함과 감사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양희성 작가의 작품 30여 점이 관람객을 기다린다.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는 서양화가 양희성 작가의 개인전 ‘어느 하루(one day)’를 20일부터 25일까지 A관에서 개최한다.양희성 작가는 발달장애를 가진 화가로 알려져 있는데, 미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관람객과 소통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밝은 컬러와 따뜻한 느낌의 화풍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전시작은 섬세한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뭉환적인 분위기의 채색화가 주류를 이룬다. 로마, 피렌체, 산토리니, 홍콩 등 세계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그려진 작품들을 비롯해 몇 해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등 작가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을 독특한 화면에 담아 관람객들의 눈길을 모은다. 설치작품 ‘공존의 마을’은 흙으로 제작한 입체 도자 조형물들이다. 백자 토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성형하고 그 위에 유약을 발라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 작품들은 저마다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가옥구조와 형태를 가진 집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신뢰와 배려를 통해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 나가는 현대사회를 입체적으로 묘사해 낸 작품이다.양희성 작가는 대구대 융합예술학부 현대미술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대구대 대학원 미술디자인학과(현대미술 전공)에 재학 중이다. 대한민국 정수미술대전 입상(제14회, 제16회, 제18회, 제19회, 제20회), 제30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특선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19

세계적 화가의 수천억 유산은 누구에게?

대구 봉산문화회관(관장 황종규)과 상주단체 지오 뮤직(대표 구지영)은 올해 첫 상주단체 기획공연으로 연극 ‘유산 게임’을 오는 25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스페이스 라온에서 선보인다.현대 개념미술과 미술시장을 소재로 한 연극 ‘유산 게임’은 지난해 상주단체 레퍼토리 공연으로 초연되면서 현대미술을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만 접해야 한다는 편견을 깬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현대 미술 작가 백화수가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유작을 가장 적확하게 해석하는 자녀에게 3천억 원 상당의 작품들을 남기겠다고 한 유언에 따라 그 유산을 얻기 위해 세 명의 자녀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아버지의 작품을 해석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연극 ‘유산 게임’은 신체에 한계를 설정하고 그 한계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현대미술가 이건용 작가의 ‘신체 드로잉’ 방식을 모티브로 해 쓰여 졌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 방식을 담아 현대미술의 개념을 관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또한 유주희, 권기자, 장준석, 이민주, 김승현 등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술작가 작품을 공연의 소품으로 활용해 공연과 전시가 소통하는 작은 통로를 만들고자 했다.올해 지오 뮤직은 연극 ‘유산 게임’을 시작으로 해 대구 중구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북성로 이층집’, 올해 창작 초연으로 선보이는 판소리 뮤지컬 ‘활극 심청’을 무대에 올린다.한편, 봉산문화회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생활 속거리두기 방역지침을 준수함에 따라 공연장 거리두기 좌석제, 발열 체크 등 관객들의 감염 예방과 안전을 위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19

수성아트피아 ‘2020 바흐 사이클 시리즈’

첼리스트 김호정바흐의 무반주 작품을 연주하는 공연 ‘바흐 사이클 시리즈’가 오는 21일·22일 세 차례에 걸쳐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열린다.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기획한 ‘바흐 사이클 시리즈’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의 생애와 음악을 보다 넓은 시가에서 이해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다. 예술감독은 첼리스트 김호정 경북대 교수가 맡았다.21일 오후 2시에는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이 연주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장혁준이 소나타 1번과 파르티타 1번, 이강원이 소나타 2번과 파르티타 2번, 김수지가 소나타 3번과 파르티타 3번을 연주한다.같은 날 오후 7시 30분에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현악 3중주’와 바로크 실내악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와함께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오케스트라 모음곡’ 등을 바이올리니스트 김나연·송정민, 비올리스트 이수민, 첼리스트 김호정, 더블베이시스트 조재복, 플루티스트 안명주, 쳄발리스트 아렌트 흐로스펠트가 연주한다.22일 오후 7시 30분에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6곡 전곡이 연주된다. 이언이 1번과 6번, 이윤하가 2번과 4번, 김유진이 3번과 5번을 연주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18

‘한국적 성리학’ 서원의 의미와 가치 재조명

지난해 우리 문화가 이룩한 쾌거 중 하나는 9개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였다. 서원은 우리의 보물일 뿐만 아니라, 이제 세계인들의 보물이다. 특히 경주 옥산서원은 회재 이언적(1491∼1553)이 살았던 독락당이 서원 가까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서원들과는 차별화된다.옥산서원을 주제로 한 국제 학술대회가 열려 눈길을 모은다.19일 오전 10시 경주 옥산서원에서 개최되는 ‘옥산서원을 중심으로 본 회재의 위상과 한·중교류’학술대회. 2020 세계유산축전의 행사 중 하나로 2019년 7월 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으로 서원별(9곳)로 이를 축하하는 행사 중 하나이다.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단, (재)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위덕대학교, 옥산서원이 주관하고, 경주시에서 후원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에서 시작된 서원이 한국에서 한국적 성리학으로 발전해 세계유산으로 결실한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한다.김기탁 전 상주대 총장은 ‘세계유산 옥산서원 연구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한다.이날 학술대회는 중극측 발표 ‘한·중교류의 관점에서 본 옥산서원’과 한극측 발표 ‘옥산서원의 위상과 활용방안’으로 나눠 진행된다.서원 문화와 한국 서원의 발전, 이학 배경 하에 무이정사와 옥산서원 주변의 ‘인거환경’비교연구, 조선후기 옥산서원의 위상, 시설콘텐츠 측면의 오산서원 활용방안, 선비들의 시문을 중심으로 한 옥산서원에 대한 시선 등 다양한 주제 발표가 있다.주제 발표는 장핀단 중국 무이대학 교수, 펑홍쉬 중국 복주대학 교수, 이병훈 영남대 연구교수, 신상구 위덕대 교수, 오웅성 홍익대 교수 등 5명의 중국과 한국의 학자들이 논문을 발표한다.종합 토론에는 강태호 동국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권용호 한동대 교수, 이광우 영남대 박사, 이지경 경상대 교수, 김용진 국민대 박사가 참여한다.옥산서원은 경주부윤이었던 이제민을 중심으로 경주지역 유림들의 발의로 1573년(선조 6)에 건립됐다. 그리고 1574년(선조 7)에 사액(賜額)을 받았고, 1871년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9개의 서원 중 하나이다. 옥산서원은 동방오현인 회재 이언적을 봉향하고 있다.이번 행사에 앞서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옥산서원’ 비문 제막식을 거행하고, 본 행사인 학술대회에서는 이지성 옥산서원 운영위원장의 개회사, 이배용 (재)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의 환영사, 주낙영 경주시장과 중국 복건성 위앤차오홍(袁超洪) 남평시장의 축사가 이어진다.특히 이번 학술대회에는 옥산서원이 소장하고 있는 심원록(尋院錄) 중 1573년부터 1603년까지의 기록인(천·지·현·황) 4책을 번역하고, 미발굴 치제문(致祭文·옥산서원 소장) 6편과 경상도관찰사 겸 대구도호부사였던 김도희의 제문(祭文), 그리고 어제문을 봉안할 때의 지침서인 ‘어제봉안시절목(御製奉安時節目)’도 번역해서 발간하고 그 내용을 발표한다.학술회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신상구 위덕대학교 교수(양동문화연구소장)는 이번 학술회의의 의미에 대해 “옥산서원을 비롯한 9개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면서, 서원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기회에 현인을 배향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옥산서원, 서원을 통해서 절차탁마를 통해서 수기(修己)의 삶을 추구했던 선현들의 삶을 상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18

서임중 목사 "코로나 시대 목회는 이렇게"

서임중 포항중앙교회 원로목사는 11일 코로나 시대 공격적인 목회와 역설적인 방법으로 목회할 것을 강조했다.서 목사는 이날 1~3부 주일예배에서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은퇴 후 집에 있으면, 매주 전국에서 목회자들이 찾아와 코로나 시대 목회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서 목사는 “후배 목사들에게 심방할 것을 요구하면 ‘대면예배도 안 되는데 심방이 가능 하냐’고 되레 묻는다”며 “마스크나 라면 한 봉지 등 교회 분수에 맞게 사 가지고 찾아가서 ‘한 달 동 얼굴을 못 뵈니 죽을 것 같았다. 이렇게라도 얼굴을 뵈니 살 것 같다’며 선물을 주고 기도를 해 주면 울음바다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어 “그래야 코로나 시대가 지나면 양들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교회 중직자들이 코로나 시대 한 달, 두 달이 지나도록 교회 출석하지 않은 교인들에게 전화 한통 하지 않는다면 코로나 시대가 지나가면 양들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충고했다.서 목사는 “코로나 시대를 이길 수 있는 공격적인 목회방법이 성경에 잘 소개돼 있다”고 한 뒤 교인들과 함께 “누구든지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라”란 야고보서 1장 26절을 읽었다.서 목사는 “저는 마스크를 쓸 때 이 말씀을 묵상한다. 입으로 죄를 지으면 안 된다. 입만 열면 불평하고 비판하고 정죄해선 안 된다”며 “입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또 “손을 씻을 때마다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던가, 형제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던가, 주의 종들을 얼마나 아프게 했던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그럴 때 역설적인 풍성한 은혜가 임할 것”이라고 했다.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에게 절체절명의 질문도 주어진다고 했다.서 목사는 “그 질문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소욕대로 살 것인가이다”고 했다.서 목사는 “이 질문에 답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으로 인해 사회도, 교계도, 가정도 무너지고 파괴된다”며 “이 같은 일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오늘날 교회가 시끄러운 이유에 대해서도 소개했다.서 목사는 “믿음으로 사는 우리 가운데 왜 분쟁이 있고, 왜 분열이 있느냐”고 묻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란 오늘 말씀의 주제에 있다”고 했다.서 목사는 “신을 벗는다는 것은 내가 종임을, 내 앞에는 하나님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신을 벗지 않고) 목사, 장로, 안수집사, 권사가 될 수 없다. 임직을 받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교회가 고통을 받게 된다”고 했다.그런 뒤 “오늘 임직 받을 자들은 말씀에 기초해 살아왔던 모든 날에 대해 신을 벗고 하나님이 주시는 기름부음의 은총을 입어 사명을 잘 감당하기를 바란다”고 축원했다.이 말씀에 그림처럼 세워진 사람이 모세라고 했다.서 목사는 “히브리민족 백성들의 고통이 절정일 때 애굽 문화가 창달할 때였다”며 “학대를 받을수록 이스라엘 백성들은 점점 더 번성했다. 바로 왕은 이런 이스라엘 백성에게 겁이 났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이 낳는 남자 아이를 모두 죽일 것을 명령했다. 모세의 부모 아므람과 요게벱은 모세를 갈대상자에 담아 나일강에 띄웠다. 그 때 바로 왕의 공주가 목욕하러 왔다가 모세를 발견하고 양아들로 삼았다. 모세는 그 왕궁에서 40년간 애굽의 왕자로 지냈다”고 전했다.서 목사는 “이후 모세는 바로 왕의 공주 아들로 살 것인가, 채찍 맞으며 고난당하는 히브리인으로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마침내 그를 낳아 준 어머니 요게벱 품에 안겼다. 형 아론과 누나 미디안도 만났다. 이것이 우연일까. 아니다. 하나님의 섭리다”고 했다.서 목사는 “모세가 히브리 사람을 괴롭히는 애굽 사람을 죽이고 사막으로 도망쳤다. 낮에는 더웠고, 밤에는 추웠다. 살 수가 없는 곳이었다. 아무도 모세 곁에 없었다. 성난 바람과 모래뿐이었다. 갈증이 더해갔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막막한 사막뿐이었다. ‘산다는 것이 죽는다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앞만 보고 걸어갔다.”고 전했다.그런 뒤 포항중앙교회를 떠나 지낸 6년의 세월을 회고했다.서 목사는 “저는 지난 6년 동안 (모세처럼) 그렇게 살아왔다. 아프고 지치고 외로웠다. 화려했던 포항중앙교회 원로목사도 아니었다. 고통스런 광야 같은 길을 앞만 보고 갔다. 저의 성의(옷)에는 계란세례가 터졌다. 말로 다할 수 없는 조롱을 당했다. 침 뱉음을 당했다. 그 침을 닦지 않고 앞만 보고 갔다. 인격은 걸레가 됐다. 아름다웠던 30년 목회는 시궁창이가 됐다. 제게는 불평할 힘조차 없었다. 한 발작 걸어갈 힘조차 없었다. 가장 사랑했던 제자 가롯 유다에게 배반당하고 매를 맞고 모진 아픔을 겪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 주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죄송하지만 은퇴한 뒤 (그 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아픔으로 인해서 내 마음의 파도가 나를 더 이상 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성의(옷)가 찢겨졌다. 영적 파괴를 느낄 때 마귀가 곁에 왔다. ‘차라리 죽어라’고 했다. 아무도 없는 모래밭에서 아내가 ‘죽으면 안 된다’고 (나를) 일으켜 세워줬다. 지금은 여전히 여기에 서 있다. 이게 우연일까? 아니다. 하나님의 섭리다”고 고백했다.서 목사는 “그 시간은 벌거숭이로 태어났을 때로 돌아가게 하신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나에게 남아 있는 힘이 산산조각 나는 시간이었다. 하나님이 개입하신 시간이었다. 그게 우연일까. 아니다. 하나님의 섭리다”고 했다.서 목사는 “인간적으로 볼 때 모세는 광야에서 살 수 없었다. 그런데 미디안으로 갔다. 이드로(미디안의 제사장)의 딸을 만났다. 십보라와 결혼을 했다. 40년 동안 이드로의 양을 쳤다. 이게 우연일까. 아니다. 하나님의 섭리다”며 설교를 이어갔다.서 목사는 “그러던 어느 날 모세는 호렙산(시내산)에서 불꽃을 보고 다가가 하나님을 대면했다”며 “그곳에서 ‘모세야, 모세야 너는 거룩한 땅에 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모세가 황급히 엎드려 신을 벗었다”고 전했다.서 목사는 “하나님은 이런 모세에게 은혜를 주셔서 40년간 장인 이드로의 양을 쳤던 그의 지팡이를 바꾸어 히브리 민족을 인도하는 지팡이가 되게 하셨다”고 했다.서 목사는 “40년간 왕궁생활, 40년간 이드로의 양을 친 생활, 40년간 히브리민족을 이끌었던 모세의 여정을 보며 무엇을 느끼느냐”고 물었다.서 목사는 “하나님은 살아계신다. 여러분이 우연히 여기에 앉아 있는 것 같이 느낄 지 몰라도 그렇지 않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이 자리로 인도하셨고, 축복의 자리에서 예배 드리게 하셨다"고 했다.여기서 중요한 관점 하나를 놓치면 안 된다고했다.서 목사는 "모세는 애굽의 바로 왕에게 가서 10가지 재앙을 통해 430년간 노예생활을 했던 히브리(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했다"며 "애굽을 나와 가나안 땅으로 가던 이 백성들은 홍해 앞에서 모세를 향해 불평했고, 하나님을 원망했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내민 모세의 지팡이로 홍해가 갈라져 홍해를 건넜다. 추격해 오던 애굽 군대는 수장됐다"고 전했다.서 목사는 "수르 광야 3일길을 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목이 마르자 또 모세를 향해 불평했고, 하나님을 원망했다. 홍해의 기적을 경험했는데도 말이다. 모세는 마라의 쓴물을 달게 바꾸었다. 백성들은 그 물을 마셨다. 배가 고프니 또 원망하고 불평했다. 하늘에서 만나가 내려왔다. 이 모든 것을 체험하고도 고기가 먹고 싶다며 또 그렇게 불평하고 원망했다. 하나님께서 메추라기를 보내주셔서 고기를 먹게 했다.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셨다. 모세가 백성들을 잘 인도하기 위해 시내산에 십계명을 받으러 간 사이 금송아지로 우상을 만들어 하나님 앞에 범죄했다"고 한 뒤 "왜 그랬을까를 물었다.서 목사는 "사무엘 12장에서도 이와 같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며 "백성들은 왕을 달라고 했다. 사무엘이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하나님께서 '저들이 너를 싫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싫어하는 행위를 하는구나'라고 하셨다. 사무엘이 고별설교를 했다. '내가 누구의 소를 빼앗았느냐. 누구의 나귀를 빼앗았느냐. 누구를 속였느냐. 누구를 압제하였느냐. 내 눈을 흐리게 하는 뇌물을 누구의 손에서 받았느냐'고 백성들에게 물었다. 백성들은 '당신은 우리를 속이지 아니하였고 압제하지 아니하였고 누구의 손에든지 아무것도 빼앗은 것이 없나이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서 목사는 "모세가 이 상황에 와 있다"고 했다.이어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에게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왜 그렇게 모세를 힘들게 할까, 모세를 대항할까"를 물은 뒤 "민수기 16장에 그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서 목사는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 온이 족장 250명을 부추겨 작당을 했다. 좌우를 분별하지 못한 백성들은 고라를 따라 갔다. 모세를 죽이라고 했다. 하나님이 화가 나셨다. 좌우를 분별하지 못하고 고라를 따라 가던 250명이 땅이 갈라져 솟아나온 불로 모두 죽임을 당했다"고 들려줬다.서 목사는 "아벨 곁에 가인이 있었고, 요셉 곁에 열 형제들이 있었고, 다윗 곁에 사울 왕이 있었고, 엘리야 곁에 아합 왕이 있었고, 예수님 곁에 가롯 유다가 있었고, 사도바울 곁에 구리 장수 알렉산더 등이 있었다"며 "누가 승리를 했나. 아벨과 요셉, 다윗, 엘리야, 예수님, 바울이 이겼다"고 전했다.서 목사는 "모세 곁에는 고라가 있었다"며 "모세가 승리했다"고 했다.서 목사는 "오늘 임직 받는 귀한 종들은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란 말씀으로 옷을 갈아 입고 임직을 받기를 축원한다. 오늘 예배 드리는 모든 성도들도 주님 앞에서 다시 신을 벗기를 바란다"고 권면했다.그는 "하나님께서 담임목사에게 들려 준 지팡이를 탈취하려 하지 마라, 담임목사에게 쥐어준 지팡이를 떨어 뜨리려 하지 마라. 담임목사에게 들려준 지팡이로 사역 못하게 방해하지 마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그런 뒤 교인들과 함께 "이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그 알지 못하는 것을 비방하는 도다. 또 그들은 이성 없는 짐승 같이 본능으로 아는 그것으로 멸망 하느니라. 화 있을진저 이 사람들이여, 가인의 길에 행하였으며 삯을 위하여 발람의 어그러진 길로 몰려갔으며 고라의 패역을 따라 멸망을 받았도다. 그들은 기탄없이 너희와 함께 먹으니 너희의 애찬에 암초요, 자기 몸만 기르는 목자요, 바람에 불려가는 물 없는 구름이요, 죽고 또 죽어 뿌리까지 뽑힌 열매 없는 가을 나무요, 자기 수치의 거품을 뿜는 바다의 거친 물결이요, 영원히 예비된 캄캄한 흑암으로 돌아갈 유리하는 별들이라"란 유다서 1장 10~13절을 합독했다.그는 "포항중앙교회는 사랑 덩어리로 73년을 이어왔다"며 "사랑 덩어리를 훼파하는 악한 영들이 더 없기를 기도한다"고 했다.그는 마지막으로 "우리의 후손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 여호수아와 갈렙 같은 아름다운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그 나라를 향해 가는 포항중앙교회인줄 믿는다"고 축복했다.

2020-10-16

톨스토이가 가르치는 삶의 대혁명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 우리는 그를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을 남긴, 19세기 말, 20세기 초가 낳은 위대한 작가로만 인식한다. 실제로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여전히 사랑받으며 걸작이자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톺아보면, 그는 세상의 변혁을 꿈꾼 ‘혁명가’이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응시한 ‘사회사상가’이기도 했다. 또한 귀족이자 대지주로서 자신이 가진 사회 경제적 기반과 자신이 실천하고자 하는 소박한 삶 사이에서 오는 모순적 상황에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온 인물이기도 했다. 톨스토이가 남긴 다양한 주제의 산문들은 그의 이러한 고민과 성찰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인생과 철학은 물론 교육과 종교, 예술과 문화, 사회개혁 등 다양한 주제의 산문을 남겼는데 그 철학과 사상을 몸소 실천하고자 몸부림친 ‘실천가’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바다출판사)는 평생 무신론자로 살다 나이 오십이 넘어 기독교를 믿게 된 레프 톨스토이가 종교 관련 저술 작업을 하게 된 사상적 뿌리이자 후기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열쇠가 되는 산문이다. 톨스토이는 수년에 걸쳐 옛 히브리어로 된 성경과 유대교 율법, 각 언어로 번역된 성경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연구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반전과 평화, 비폭력과 희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단순 명료하고 의심할 바 없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떻게 평안과 행복을 얻게 됐는지 스스로 변화된 삶을 고백한다. 톨스토이는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를 집필하면서 자기 신앙이 어떤 신앙인지 스스로 정리해 보는 계기를 가졌고 이책으로써 일반 신앙인들에게 그리스도 가르침의 실천을 강조하고자 했다.톨스토이는 신약성경 복음서의 산상수훈 부분에서 자신의 기독론을 확립했다. 기독론은 톨스토이의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톨스토이의 모든 작품에서 나타나는 주제인 ‘악을 선으로 갚아라’는 주장의 출처인 것이다. 그밖에도 이 부분에서 톨스토이는 그리스도의 5계명을 재해석해 진정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내놓았다.책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빛을 가리는 ‘교회의 가르침’도 폭로한다. 그는 믿음 중심의 교의에 도전해 실천 중심 교의로 회귀할 것을 제안했고 전혀 그리스도적이지 못한 교회의 여러 기만, 이를테면 교회의 의례적 측면들을 비판한다.톨스토이는 자신의 책 마지막 장에서 다음과 같이 쓴다.“나는 믿는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바로 이에 나의 신앙이 있다. 나는 믿는다.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할 때, 오직 그때에만 이 땅에서의 나의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이 가르침이 온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나를 필연적 사망에서 구원할 것을, 그리고 여기서 최고의 복을 줄 것을, 그래서 난 이를 실천하지 아니할 수 없다….” /윤희정기자

2020-10-14

옳은 삶을 위한 혁명과 저항에 불멸의 영감을 불어넣다

미국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초월주의자, 시인이자 산문가였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정치관, 사회사상, 인생론과 철학을 결정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대표작이자,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멸의 영감을 끼친 네 편의 에세이를 엮은 ‘시민 불복종’(민음사)이 출간됐다. 1817년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나, 교직 생활을 거쳐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에 대항해 자발적 아웃사이더로서 탐욕적인 국가 체제와 배금주의를 초월하고자 했던 ‘진정한 자유인’ 소로가 남긴 이 네 편의 에세이에는, 가장 널리 알려진 ‘월든’과 ‘달빛 속을 걷다’ 등의 작품에서 보여 준 ‘자연인’으로서의 면모와는 사뭇 다른, 양심적이고 옳은 삶을 성취하고자 분연히 투쟁하는 실천가로서의 모습이 깊이 각인돼 있다.평온한 삶을 살던 소로에게도 인생을 뒤바꿀 만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중 하나는 단연 월든 호숫가에서의 실험이고, 나머지 하나는 1846년에 발생한다. 정부가 반인륜적 노예 제도를 옹호하고, 침략 전쟁 따위를 획책하며 타락한 교회에 봉사한다고 판단한 소로는, 양심적 불복종의 일환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거부한다. 결국 이 선택으로 말미암아 체포돼 감옥에 갇힌 그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 불복종’의 이념을 구체화해 낸다. 최고로 존엄한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소로는, 법을 변명거리로 삼아 사회적 불의를 암묵적으로 지지하지 말고 양심이 부르짖는 진정한 정의를 먼저 실현해야 한다고, 놀랍도록 예리하고 급진적인 주장을 전개하며 ‘노예 제도’, 부와 권력에 도취한 자본가와 정부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14

‘스틸아트’ 시민과 만나다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새로운 축제의 서막을 연 ‘2020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오는 17일부터 영일대 해수욕장 장미원, 철길숲 분수광장, 포항운하 플라워트리광장, 오천 냉천변 광장 등 포항시내 4곳에서 스틸정원을 꾸며 축제와 앱 활용 정보 등을 선보이는 오프라인 축제를 개막한다.“온고지신:새로운 10년을 향해”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올해 축제는 지난 8년간 예술가와 철강기업체가 제작한 177개의 스틸아트 작품을 세척·도색하고, 약 70개 작품을 장소별 콘셉트에 맞게 재배치했다. 특히 오천 냉천변 고수부지와 산책로에는 27개의 작품을 배치하며 오천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고 있다.오프라인 축제 진행의 핵심은 ‘포항 공공미술 다시 읽기와 예술 정보의 민주화’이다. 포항의 예술과 환경 그리고 산업자원 철의 융합으로 시민들에게 문화 환경을 제시한 철길숲 조성 이후 스틸아트 작품에 대한 재인식이 시작됐고, 올해 축제에서는 포항에 녹아든 작품의 위치를 파악하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도슨트나 전문가의 설명 없이 만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을 썼다. 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0년 문예진흥기금 아르코 공공예술지원사업에 선정돼 177개의 스틸아트작품의 위치와 작품 설명 등을 담은 ‘포항스틸아트투어’앱을 개발하게 됐다.2020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올해 새롭게 개발한 ‘포항스틸아트투어’ 앱을 통해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전시 ‘한손특별전’을 제공한다. 177점의 스틸아트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고, GPS 기반으로 작품 위치, 작품 설명 등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앱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으며, 스틸정원에 시민들로 구성된 안내 도우미 ‘스틸나누미(美)’가 배치돼 앱 다운로드와 사용설명을 도와줄 예정이다.녹색 잔디 위에 핑크색 컨테이너와 기존 수장고에 있어 그동안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스틸아트 작품 3점도 정원에 공개한다. 또한 스틸정원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스틸아트 ‘보딩패스’를 만들어 작품과 사진을 함께 찍는 SNS 이벤트를 진행한다. 정원을 찾은 어린이 관객을 위래서는 ‘우리동네 스틸아트 산책노트’를 무료로 배포해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자세한 내용은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steel.phcf.or.kr)와 유튜브 채널, SNS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13

지역 미술사 정립 & 지역 작가 조망의 시간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올해 하반기 기획전시 ‘이점원, 구도(求道)의 일기’전과 제15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이종길 ‘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전, ‘생(生)은 즐거워’전을 14일부터 연다. 이번 2020년 하반기 전시는 지역미술사 정립과 지역 작가를 조망하는 전시들로 이뤄졌다.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적용에 따라 전시 관람은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안전 관람을 위해 전시실별로 시간당 입장 인원수를 30명으로 제한해 ‘거리두기 관람’을 진행한다.◈ ‘이점원, 구도(求道)의 일기’ 展1, 2 전시실 ‘이점원, 구도(求道)의 일기’전은 40여 년간 수행하는 자세로 쉼 없이 작업에 정진해 온 원로 조각가 이점원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추상적 조각부터 현재 구상적 조각까지, 생활민예품이나 버려진 오브제 그리고 작가가 발견한 자연 재료를 사용해 탄생시킨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점원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실천으로 획득한 예술 노동자의 서사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과연 예술이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종길 ‘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 展3, 4 전시실 ‘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전은 제15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이종길의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4점을 포함해 16점의 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이종길은 포항 출신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해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펼쳐왔다.그는 우리 지역 곳곳에 산재돼 있는 일상의 풍경을 작업으로 이끌어내 선보인다. 모호하게 표현된 풍경을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민의 공허하고 불안정한 심리와 작가의 사회적 부조리함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특히, 고향이자 주거지인 포항을 배경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지역민의 공감을 이끌어낸다.◈초헌 장두건관 ‘생(生)은 즐거워’ 展초헌 장두건관‘생(生)은 즐거워’전은 고(故) 초헌 장두건 화백의 작품 6점을 선보인다. 2015년 만 97세의 나이로 별세한 장두건 화백은 1918년 포항시 흥해 초곡리 출생으로 30대 후반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1958년 파리 ‘르 살롱’에서 은상을 받는 등 한국 근대화단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2009년 포항시립미술관 개관을 기념하며 작품 50점을 기증했다. 이를 기점으로 포항시립미술관은 초헌 장두건관을 마련해 소장 중인 작품을 매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자연의 생동하는 아름다움과 삶의 즐거움 그리고 생명의 기쁨을 고스란히 담아낸 장두건 화백의 예술세계를 소개한다. 대표작인 ‘투계(생은 즐거워)’ 연작과 85세에 완성한 대작 ‘학들의 낙원’, 그리고 장두건 화백 특유의 미감과 풍요롭고 따뜻한 한국적 정취가 돋보이는 풍경 작품들을 선보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