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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고향 포항의 역사와 문화·미래를 조명

`나의 삶 70년, 그리고 포항` 도서출판 새암 刊, 배용일 지음, 384쪽, 1만5천원 “나의 삶 70년은 포항인과 역사학도로서 제 2차 세계대전과 광복,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6·25전쟁, 4·19와 5·16,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련 등 근현대사의 격변을 경험하며 민족적, 시대적 아픔이 컸던 만큼 시련 극복의 희망과 기쁨도 충만했던 보람의 여정이었다. 이 자리를 통해 지난날들을 회고 성찰하며, 앞날의 밝은 삶을 조망하고 싶었다. 나아가 포항시민과 함께 `선진 일류도시, 글로벌 포항` 창출을 위해 광명정대한 개척과 화합의 진취적인 포항정신(일월정신)을 오늘에 계승하여 미래화 하는 염원을 담고자 하였다.”(배용일 교수의 `나의 삶 70년, 그리고 포항`책머리 중)향토 사학자인 배용일(70) 포항대학 초빙교수가 `나의 삶 70년, 그리고 포항`(도서출판 새암 펴냄)을 출간했다.배 교수는 자신의 고향인 포항에서 평생 교직생활을 했고 퇴직 후 고희를 맞은 지금까지 포항의 역사연구에 온 정열을 쏟고 있는 사학자이다. 특히 배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인`박은식과 신채호 사상의 비교연구`를 읽어보면 그의 학문 방향과 연구 성향이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세속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번에 출간한 배 교수의 저서는 민족주의 사학의 대표인 신채호와 박은식 선생의 역사사상을 연구한 역정과 이와 연관되는 사연을 담담하게 서술할 뿐만 아니라 배 교수가 그토록 사랑하고 자랑하는 포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적기(摘記)하고 있다.이 책은 배 교수가 어떻게 역사학자의 길로 들어서서 왕성한 연구활동을 했는 지 전 과정을 숨김없이, 그리고 아주 진솔하게 서술해 놓았다. 어느 면에서 형식과 저서 내용을 일별하면 자서전의 양식처럼 보일 수도있지만 그러한 양식을 저변에 깔고 있으면서 포항의 역사를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제별로 논지를 전개시키고 있다.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사론적 의미가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어 단순한 자서전의 성격을 뛰어넘고 있다.이 책은 내용의 성격에 따라 크게 3부로 구성돼있다. 이 책이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포항의 역사와 미래를 연관 지으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려고 심혈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포항의 현재를 과거의 역사와 문화에서 연원을 찾고 현재의 새로운 포항의 활력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포항 문화의 진취적인 힘을 강조하고 있다.먼저, 이 책의 1부는 배 교수가 어린 시절부터 포항에 정착해서 70년 세월을 교학생활에 전념한 자세한 역정을 서술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요약 부분이 될 것 같다.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첫째, 박은식과 신채호의 역사인식을 연구한 학자답게 민족주의 사관을 저변에 깔고서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애정 어린 시각에서 서술했다.둘째, 포항의 정신적 뿌리를 일월(日月)정신으로 보고, 그 연원을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이 기사를 주목해서 이들이 영일지역 근기국의 인물로 일본에 건너가 길쌈과 제철기술 등 선진문화를 전파하고 그곳에 왕과 왕비가 됐다고 주장한다.저자는 연오랑 세오녀에 대한 연구끝에`영일읍지`(김용제) 자료를 통해 포항시 남구 오천읍 세계리 당평마을에 연오랑 세오녀가 집을 짓고 살았다는 사실을 주장하며 사실에 접근하는 업적을 보이고 있다.셋째,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호미곶을 꼽고 이 해맞이 행사가 포항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축제로 승화되길 기원하고 있다.넷째, 포항에는 제철보국의 기치를 건 포항제철이 자리잡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굴지의 기업으로 발전하였다. 저자는 이 모든 현재의 여건이 역사와 문화의 소산으로 간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에는 인문학의 상황은 열악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다섯째, 우리나라의 향토사 연구가 부진한 가운데 배 교수의 저서가 출간된 것은 사실에 입각한 향토사는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 역사연구와 서술에는 중앙의 역사만이 대상이 아니며 한국사 실상을 바로 알려면 향토사의 연구결과는 필수적이고 근본적인 자료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5-26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꾼 이름없는 고수들 이야기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6권` 창작과 비평사 刊, 유홍준 지음, 456쪽, 1만6천500원 1993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로 시작된 유홍준 교수(명지대 미술사학과)의`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출간과 동시에 일약 화제가 되면서 전국적인 답사열풍을 몰고 온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다. 제1권이 120만부 판매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국내편 세 권과 북한편 두 권까지 모두 260만부가량이 판매돼 우리 출판사상 흔치 않은 기록들을 갈아치운 `답사기`가 10년 만에 신간(제6권) `인생도처유상수`(창작과 비평사 펴냄)로 최근 나왔다. 이와 함께 기존의 제1~5권이 개정판으로 새단장해 출간됐다. 수록사진들을 전면 컬러로 교체하고 본문 디자인을 새롭게 하면서, 내용상의 오류를 바로잡고 변화된 환경에 맞도록 정보를 추가하는 등 전면적인 개정작업을 거쳐 신간과 함께 출간된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의 부제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이다. 옛 시인의 시구 `인간도처유청산(人間到處有靑山)`에서 원용한 이 문구는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고수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삶의 도처에서 숨은 고수들과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언급한다.“답사에 연륜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경구는 `인생도처유상수`였다.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무수한 상수(上手)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의 가치를 밝혀낸 이들도 내가 따라가기 힘든 상수였으며,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필부 또한 인생의 상수들이었다. 내가 인생도처유상수라고 느낀 문화유산의 과거와 현재를 액면 그대로 전하면서 답사기를 엮어가면, 굳이 조미료를 치며 요리하거나 멋지게 디자인하지 않아도 현명한 독자들은 알아서 헤아리게 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오랜 세월 답사를 다니다보니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탐구뿐 아니라,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며 혹은 남들이 모르는 깨달음을 얻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익히 `상수`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저자는 신간 전반에 걸쳐 그들을 소개하고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그려내는 데 공을 들인다. 경복궁 근정전 앞뜰의 박석이 지닌 가치를 발견해낸 경복궁 관리소장, 일반인들은 절대로 알지 못하는 봄나물을 줄줄 꿰고 있는 무량사 사하촌 할머니들, 광주비엔날레 대상 수상작의 의미를 천연덕스럽게 해석해내는 촌로, 노비 출신의 비천한 신분으로 경회루의 대역사를 이뤄낸 박자청 등 학식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경험과 연륜에서의 상수들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답사의 현장에서 만난 고수들과의 에피소드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데서 두 배의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또한 이 책에는 저자가 4년간 문화재청장으로서 재직하면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스며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광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광화문광장 시안을 마련해 정부 부처와 서울시를 바쁘게 오갔던 사연, 문화재 보수에 필요한 박석을 마련하기 위해 박석 채굴 광산을 찾아나섰던 이야기, 광화문 현판글씨에 얽힌 논란과 후일담, 종갓집 맏며느리 간담회 이야기, 개방금지를 능사로 아는 문화재 관리행정을 깨고 경회루 등을 개방한 일화, 전국의 아름다운 돌담길을 선정해 보수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던 에피소드 등이 등장한다. 전권들에서 보여준, 미술사학자로서 문화유산 보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는 입장이 아니라 직접 관리자의 위치에서 경험한 바를 술회하기도 하고 여전히 아쉽고 앞으로 더 개선된 후일을 기약하는 회고의 고백도 담겨 있다.신간에서는 서울의 상징 `경복궁`과 `광화문`에 얽힌 숨은 이야기, 양민학살로만 알려진 `거창`의 진면목, 사계절 아름다운 절집의 미학을 간직한 `선암사`, 고도 `부여` 구석구석에서 발견하는 백제 미학의 정수, 인문정신이 빛나는 달성의 `도동서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경복궁과 광화문 이야기로 시작한다. 조선시대 건립돼 화재로 소실되고,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그 자리와 위용을 잃어야 했던 우리 역사의 곡절을 상징하는 광화문이 오늘날의 모습을 되찾기까지의 과정과, 궁궐로서의 품위와 아름다움을 풍성하게 간직하고 있는 경복궁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의의가 있다.`부여·논산·보령` 편에서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듬뿍 밴 에피소드와 부여 근교 구석구석에 감춰진 백제 미학의 흔적들을 꼼꼼하게 좇는 답사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5도2촌의 생활을 시작하며 부여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아 터전을 닦은 사연, 예순의 나이에도 마을 `청년회원`을 못 벗어난 사연, 봄이면 한껏 풍성해지는 산나물 이야기, 1권 `남도답사 일번지`의 무위사 편에 소개되어 일약 명물이 된 개를 연상시키는 대조사의 꽃사슴(해탈이)과 진돗개(복실이) 이야기 등은 단순히 그 지역 문화유산을 소개하거나 해설해주는 데에 그치지 않는 유홍준 특유의 사람 냄새나는 답사기의 일면을 보여준다. 괴이하고 못생긴 모습으로 지역민들에게 안쓰러움의 대상이었던 관촉사 은진미륵의 조형성을 고려시대 불교미술의 양상과 연관지어 적극적으로 해석해내는 저자의 모습은 지역문화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넘어서 그들과 함께 환경과 문화를 공유하는 아름다운 사례이기도 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5-19

인도의 고정관념 깨고 진실을 말하다

`인도에 관한 열일곱 가지 루머` 도서출판 사람들 刊, 이상문 지음, 352쪽, 1만4천원 “복잡하고 다원적인 인도가 쉽게 읽힌다.`인도는 신비하다`는 고정관념이 허물어진다. 해박한 인문학적 상상력이 바탕에 깔린 이야기 문체로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느끼게 한다”오지여행가 이상문씨가 인도인의 삶을 긍정적 시각으로 그려낸 여행 산문집 `인도에 관한 열일곱 가지 루머`(도서출판 사람들 펴냄)가 나왔다. 그동안 출판된 각종 기행서와는 달리 인도의 역사, 문화, 민속의 중요한 장면을 포착해 서술함으로써 인도 사회 전반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저자는 이 책에서 인도에 관한 온갖 선입견을 부정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 `시간이 멈춘 나라`, `명상과 신비의 나라`로 인식된 인도에 대한 선행지식을 모두 부정하고 그 모든 것이 인도인의 멀쩡한 종교적·관습적 일상이라는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예컨대 여행자를 상대로 끊임없이 바가지와 사기를 일삼는 상인들이나 혼자 다니는 여자 여행자를 지분대는 인도 젊은이들의 모습을 생존의 방법론이거나 무료한 일상을 달래는 돌파구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도의 새로운 면과 진실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 책 전체에는 다른 인도관련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가난하고 고단한 인도인의 삶과 낯선 문화와 종교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저자의 가난했던 유년에 대한 기억이 인도 이야기와 수시로 교차하면서 인도인의 현재의 삶을 경험론적 애정으로 싸안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중심에 흐르는 주된 감성은 고통·가난 속에서 허덕였던 과거의 우리와 현재의 인도인에 대한 휴머니즘과 과장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시각을 견지하려는 리얼리즘이다.모두 17개 소주제로 구성된 이 책은 뭄바이, 델리, 콜카다, 바라나시 등 익히 알고 있는 대도시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시각과 리시케쉬, 반바사, 자이살메르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에 대한 문화적 접근이 시도된다. 그래서 여행을 주제로 했지만 단순한 신변잡기가 아니라 재미난 이야기책, 쉽고 해박한 인문학 서적처럼 읽힌다.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에서 만난 거지여인에게 품었던 연정은 한 편의 단편소설과도 같고, 힌두 성지 리시케쉬에 비틀즈가 인도를 방문했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동서양인의 사유세계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 대목은 문화비평론과도 같다.암소와 카스트, 빈곤과 자존 등 인도인의 가장 대표적인 삶의 모습과 태도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각을 견지한다. 전문가의 객관적 주장을 끄집어내 연결함으로써 설득력을 더했고 일부 여행자들이 부풀린 정보를 경계하라는 경고도 서슴없이 날린다.저자 이상문씨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러나 이미 오지만 골라 50개국 이상을 여행한 배낭여행 1세대임을 자처한다. 이 책은 그동안 여행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풀어내는 작업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이 책에는 자신의 장애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엘로라 석굴에서 벌떼의 습격을 받고도 도망가지 못하고 고스란히 당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것이 장애의 탓이 아니라 인간의 오만에서 비롯된 보편적 형벌이라고 항변한다. 저자가 가진 가난과 장애는 인도인의 불편한 삶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그 속에서 고통과 정면 승부하는 인간의 꿋꿋한 의지를 형상화해 내고 있다.언론인 김병길씨는 이 책에 대해 “딱히 편한 곳으로만 떠나지 않고 기록해낸 이상문의 이번 인도 여행 산문집에서 또 다른 세상과 마주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우리의 심신에 `긍정의 힘`이라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인도에 관한 열일곱 가지 루머`에 등장하는 열일곱 가지 이야기는 루머가 아니다. 루머처럼 떠도는 인도에 관한 정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교정하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우리가 평소 생각해 왔던 인도에 관한 온갖 왜곡된 선지식을 바로잡는 새로운 인식의 문이 열리도록 도와준다.저자 이상문씨는 울산제일일보의 취재 1부장으로 현직 기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래서 기자가 바라보는 객관적 관찰력이 돋보이고 가이드북과 차별화된 인도여행의 노하우도 담겨 있어 이미 인도를 다녀왔거나, 인도여행을 계획하거나, 인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5-19

보고 듣고 느낀 삶의 비애 노래

하품 나는 간접의 세계 벗어나고달픈 직접의 세계로 나아간`삶의 시` 이자 `몸의 시` 1998년 `시와반시`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자신의 음역을 넓혀온 유홍준(49) 시인이 세번째 시집 `저녁의 슬하`(창비 펴냄)를 펴냈다. “독자적 인 발성법으로 해체시와 민중시 사이에 새로운 길 하나를 내고 있다” 고 평가받은 첫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로 한국시인협회 제정 제1회 젊은 시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두번째 시집`나는, 웃는다` 로 제1회 시작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껏 물이 오른 시인은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한층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감각으로 우리 삶을 더욱 농밀하게 그려낸다. 삶의 의외성과 돌연성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거침없는 시세계가 대담하면서도 경쾌하다.유홍준의 시는`삶` 자체이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비루한 삶의 비애를 고스란히 시 속에 녹여낸다. 그 중심에는 “눈꺼풀을 밀어버린 눈으로 세상을 뚫어지게 바라”(`유리창의 눈꺼풀`) 보는 시인이 있고, “아무데나 픽 꽂아놓아도 사는/버드나무 같”(`버드나무집 女子`)은 이웃과 가족이 있다.“사람이란 그렇다/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냄새가 난다, 삭아/허름한 대문간에/눈가가 짓물러진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사람을 쬐다`)비스듬한 시선으로 고단한 삶의 풍경을 담아내는 시인은 자신을 “사람의 얼굴을 한 까마귀”(`나무까마귀`), “웃통을 벗어던지고 자는” 고기(`도축장 옆 아침`), “인간의 머리를 달고 온몸을 뒤틀어”대는 지렁이(`붕어낚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몽상가”(`연잎 위에 아기를`)라고 일컬으며 자학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이 참, 지랄 같”기는 해도 일흔네살에 자궁을 들어낸 어머니(`어머니의 자궁을 보다`)나 “분절의 말들”이 굴러다니는 곳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토록 오래, 모여, 밥 같이 먹고 잠 같이 자”(`폐쇄병동에 관한 기록`)고 “목줄에 묶인 개처럼//링거줄에 묶여 화장실 다녀오는”(`오후의 병문안`) 폐쇄병동의 환자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은 애잔하기 그지없다.“내가 입던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백명의 정신병자들,/나는 흠칫 놀라 움츠리곤 한다/아니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너무나 친숙하고 너무나 익숙해서 나는 웃는다/정신병원 복도를 걸어다니는 백명의 나에게/농담을 건네고 악수를 하고/포옹을 한다”(`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자들`부분)뭇 생명을 대하는 시인의 눈길 또한 사람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애틋하다. “성대가 잘려나간” 개(`저녁`), “못 박는 총으로/쏘아//머리에 못이 박힌” 고양이(`네일 건`), 인공수정을 당하는 “멍청하고 슬픈 소의 눈망울”(`인공수정`)을 바라보는 시인은 “쓸모만을 향해 질주하는 세계의 불모성과 폭력성”(손택수, `추천사`)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위로한다.“겨드랑이까지 오는 긴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애액 대신 비눗물을 묻히고/수의사가/어딘지 음탕하고 쓸쓸해 보이는 수의사가/꼬리 밑 음부 속으로 긴 팔 하나를 전부 밀어넣는다//나는 본다 멍청하고 슬픈 소의 눈망울을/더러운 소똥 무더기와/이글거리는 태양과/꿈쩍도 않고/성기가 된 수의사의 팔 하나를 묵묵히 다 받아내는 소의 눈망울을//(…)(`인공수정`부분)유홍준의 시는 “대담하고 활달하고 개구지고 거침없다.”(김언희, `발문`) 그의 시에서 보이는 가벼움과 수월성은 “용암의 뜨거움을 거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가벼움, 제 안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난 다음에야 도달하게 되는 무서운 가벼움”이다. 관념적인 언어로 치장된 사유보다는 의외의 발상과 감각적인 이미지로 삶의 전경을 찍어내는 그의 시는 남다른 감동을 자아낸다.“고인의 슬하에는/무엇이 있나 고인의 슬하에는/고인이 있나 저녁이 있나/저녁의 슬하에는 무엇이 있나/저 외로운/지붕의 슬하에는/말더듬이가 있나 절름발이가 있나/저 어미새의 슬하에는/수컷이 있나 암컷이 있나/가만히/돌을 두드리며 묻는 밤이여/가만히 차가운 쇠붙이에 살을 대며 묻는 밤이여/이 차가운 쇠붙이의 슬하에는 무엇이 있나/이 차가운 이슬의 슬하에는/무엇이 있나/이 어긋난/뼈의 슬하에는 무엇이 있나//이 물렁한 살의 슬하에는 구더기, 구더기, 구더기가 살고 있나”(`슬하` 전문)이전 시집에서 불행한 가족서사와 죽음의 시학을 천착했던 시인은 이제 “지루하고 하품이 나”는 `간접`의 세계가 아닌 “힘들고 고달”프긴 하지만 “재밌고 즐거운” `직접`의 세계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시인의 말`). 그의 시는 머릿속에서 관념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몸 가는 데”로 가는 `삶의 시`이자 `몸의 시`이다. 이제 그 `몸`이 어디로 갈지 자못 궁금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5-12

자연과 삶의 이치 담아

시집 `하루 또 하루` 문학과 지성사 刊, 김광규 지음, 136쪽, 7천원 1975년 계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이래, 생활 세계 속의 현실 체험을 바탕으로 `일상 시`의 영역을 꾸준히 개척해온 시인 김광규의 시집 `하루 또 하루`(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시인 김광규는 녹원문학상, 김수영문학상, 편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30년 넘게 꾸준히 시를 창작해온 한국 시단의 거목이다. 이번 시집은 그의 열번째 시집으로,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십진법의 기수에 1을 더한 숫자 10은 두 자리 수가/시작되는 출발점”이기에 “새로 떠나야 할 시점”인 지금, “헌 신발 끈을 다시 조여”매며 각오를 다진다. 시집 `하루 또 하루`는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자연으로부터 얻은 인상, 이제껏 사람들과 맺어온 관계에 대한 반성,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고, 여행지에서의 깨달음, 그리고 별세한 지인들에게 보내는 추모의 내용 등이 담겼다.김광규의 시에 현현되는 자연은 타자로서 관찰되는 대상이 아닌 발화의 주체이다. 그의 데뷔작 `영산(靈山)`과 `유무(有無)1` 등에서부터 일관되게 나타나온 자연과의 합일된 정서는 이번 시집에서도 완만하게 이어졌다. 특히 1부 `푸르미`에 묶인 시 속의 자연물들(뿌리, 달, 능소화 등)은 그 자체가 시인이자 시가 돼 싱싱한 푸름으로 살아나기도 하고(`푸르미`), 외로운 밤 따뜻한 위로(`나 홀로 집에`)로 다가오기도 한다. 시인은 자연을 들여다보는 태도가 아니라 스스로 자연이 돼 삶과 눈을 맞추는 자세를 취하며, 자연으로부터 받는 인상들을 통해 삶의 이치들을 깨우쳐간다.“복실이가 뒷다리로 일어서서창틀에 앞발 올려놓고방 안을 들여다본다집 안이 조용해서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다오후 늦게 마신 커피 덕분에밀린 글쓰기에 한동안 골몰하다가무슨 기척이 있어밖으로 눈을 돌리니밤하늘에 높이 떠오른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본다모두들 떠나가고나 홀로 집에 남았지만혼자는 아닌 셈이다”(`나 홀로 집에`전문)더하여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사람들과 맺어온 관계를 환기하며, 이에 대한 고민들을 조촘조촘 시에 새겨나간다. 김광규 시인 특유의 따뜻한 눈길로 이웃, 친구, 가족 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자신이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상처 주었던 지난날을 아프게 반성한다. 교대역에서 50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 지인과 “서로 바쁜 길이라 잠깐/악수만 나누고 헤어”진 만남이 마지막이었음을(`교대역에서`), 동네 박공집 쓰레기 더미에서 자고 있는 사내를(`전망 좋은 방`), 나이 들어 잔소리하는 아내의 얼굴에서 발견한 누나의 모습을(`다섯째 누나`), 시인은 바라보고 생각하고 또다시 시로 풀어낸다.김광규는 깨어 있는 감각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 또한 잃지 않는다. 시인은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들의 박한 임금(`굴삭기의 힘`), 소형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소외(`나뉨`), 위안부 문제는 외면한 채 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탐욕(`인수봉 바라보며`)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그는 시 속에서 노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논리적으로 똑똑하게 문제 지점을 잡아간다. 문학비평가 오생근이 말했듯 김광규는 “비천한 현실을 파괴하고 해체하기보다는 현실을 적절히 비판하면서 진정한 삶을 긍정”하고 있다.마지막 5부 「쉼」에 이르면 시인이 별세한 지인들에게 보내는 추모의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소설가 홍성원과 함께 페리선 난간에 기대어 찍은 사진을 보며 그리운 마음을 토로하는 `회색 사진첩`, 소설가 이청준과 젊은 날 함께 문학에 대해 논하고 삶의 아픔을 나누던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가는 `미백 영전에` 등이 이러한 시다. 더하여 종심(從心)의 나이에 이르러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초연하게 죽음을 바라보는 노시인의 담담함도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5-05

경맥문인협회 창간호 `경맥문학` 출간

도서출판 경맥 刊, 503쪽, 1만2천원 경북중·고 출신 문인들의 모임인 경맥문인협회(회장 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가 창간호 `경맥문학(도서출판 경맥 펴냄)`을 펴냈다.지난 2009년 10월 창립 이후 첫 동인지를 펴낸 경맥문학회는 대구, 포항, 안동, 김천, 울산, 창원, 부산, 대전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각지와 해외문인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회원 들 중에는 정식 등단절차를 거친 이들도 있고 그런 과정없이 훌륭한 작품을 쓰는 이들도 많다. 전업작가도 있지만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집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이번 창간호는 대구지역 회원들이 주도해 만들었으며 한국 문단에 씨를 뿌린 백기만, 이효상, 이설주 등 초기 경맥문인협회원들의 작품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창간 특별기획`으로 구석본의 `우리시대의 문학`, 하오명의 `경맥문화여 영원하라`, 김유조의 `근-현대 문학의 생성과 발전`, 황을문의 `한국 해양문학의 오늘과 내일`, 박희두의 `의학과 문학의 공통점`, 김성태의 `경맥문학의 원류를 찾아서`등을 실었다.`세계속의 경맥문학`으로 중남미 시인 구광렬을 실었으며 선배 경맥문인작품선집으로 백기만, 이효상, 이설주 시인을 소개했다.`경맥갤러리`에는 경북중·고 출신 화가인 황갑용, 김응곤, 곽훈, 이강소, 권순철, 정종해, 주태석, 이무형, 이윤동, 권여현, 박순국, 강종섭, 박진관씨의 작품을 실었다.또 `경맥문단`에 이원락, 홍종흠, 손장락, 김상훈, 김원길, 김상진, 이정우, 황성길, 이하석, 김우연, 배효전, 안중은, 김건우, 신평, 류정무, 김두기, 하용준, 서종택, 박양근, 이동하, 윤지관, 김범선, 권영재, 김해권, 양선규의 시, 수필, 평론, 단편소설 등을 소개했다.이외에도 모교와의 연대를 위해 재학생코너를 만들어 김종진, 김도훈, 정동우, 조혁수 학생의 시와 산문을 소개했다./윤희정기자

2011-05-05

상처받은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

`친구와 그 옆 사람` 실천문학사 刊, 이만희 지음, 320쪽, 1만1천원등단 25년의 중견 소설가 이남희가 다섯 번째 소설집 `친구와 그 옆 사람`(실천문학사 펴냄)을 펴냈다. 이남희는 1990년대 대표적인 여성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십 세`의 작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녀가 등단 이후 작품에 담아온 한결 같은 키워드는 여성, 몸, 사랑, 그리고 관계로 귀결된다.심리학에 기초한 자기 치유의 글쓰기에 관한 강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 작가의 상처받은 인간, 삶, 관계에 대한 깊고 따뜻한 애도의 마음이 7편의 작품에 오롯이 담겨 있다.표제작이자 중편소설인 `친구와 그 옆 사람`과 여섯 편의 단편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엿보이는 것은 허무에 가까운 상실감이다.`친구와 그 옆 사람`의 영우는 연하의 연인이었던 김환에게 쓰라린 배신을 당하고, `낯선 이들의 집`의 정님과 `빛의 제국`의 그녀 그리고 `세 번째 여자`의 은정은 모두 이혼녀다. `거미집`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한 후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 이 같은 개인적 상실이 문제적인 것은 시대적 차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한데, 특히 `친구와 그 옆 사람`은 이남희의 소설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1980년대를 지배했던 이념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었던 어떤 열망, 혹은 `이념적 대타자`를 상실한 1990년이 배경인 이 작품은 `살아남은 자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상실감에 허덕이는 자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이들은 그 드러내기 곤란(!)한 상실감을 화투를 치는 것으로 채운다.주인공 영우의 시각으로 대변되는 이들의 상실감의 깊이는 `시커멓게 죽은 얼굴을 하고 화투장을 들여다보는 핏발 선 눈`과 “갓난아기의 눈이 그렇듯, 새파랗고 맑고 선명했”던 눈으로 대비되면서 “1990년”의 피폐한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운동권이었던 동료 부부의 이혼이나 밀란 쿤데라의 소설 역시 급작스럽게 달라져버린 시대를 의미하는 기호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인 김환의 입을 빌려 작가는 인생은 결국 “한낱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위대한 휴머니즘에서 촉발된 공산주의가 역사 속에 구현되는 과정에서” “괴물스럽게 변해갔”다고 말한다.한때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 문까지 잠궈둔 채 벌이는 노름판은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듯 스티븐 킹의 소설 `내 마음의 아틀란티스`가 모티프이다.월남전 참전에 대한 공포를 잊기 위해 포커에 열중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작가는 1990년, 젊은 영혼들이 처해 있던 상실의 현장을 떠올렸다고 적었다.이 같은 상실감에 허덕이는 인물들의 피폐해진 정서는 사막의 이미지로 빈번하게 형상화되고 있다. 이를테면 `친구와 그 옆 사람`에서 김환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영우의 귓속에서는 “수증기를 빨아들인 기압대가 통과해 가버리고 거대한 사막만 남았어”라는 소리만 울릴 뿐이고 `남자와 여자`에서 독신녀 이은정은 “사막을 헤매다 모래구덩이에 빠진 꿈”을 꾼다. `빛의 제국`의 마지막은 “눈앞에 노랗게 메마른 사막이 펼쳐져 있는 것만 같다. 그림자 한 뼘, 물 한 방울 없는 사막. 그녀는 천천히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수분이 증발하듯 그 모습이 서서히 졸아든다”로 끝난다.이 지점에서 우리는 상실감에 허덕이는 이들을 위한 작가의 선택에 주목하게 된다.오랫동안 심리학에 기초한 `치유의 글쓰기`를 연구해온 작가의 혜안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서로를 향한 연대의 부드러운 몸짓”, 바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그 옆 사람” 나아가 `세계`에 가닿는 “애도”의 자세이다.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이경재는 이를 두고 “우리는 이 시대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또 한 명의 멘토를 가지게 되었다”고 극찬하고 있는데 이 소설집을 본 독자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5-05

저탄소 녹색성장, 이론·정책·실천적 내용 담아

`녹색성장과 지식경영` 영남대 출판부 刊, 이성근 외 지음, 473쪽, 2만5천원 “그간 선진국들은 고탄소 이용의 자원효율성 성장국가들로 녹색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실현된 적이 없는 성장모델이다. 따라서 녹색성장은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세계적·국가적 차원의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사회의 전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국가·지역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능동적으로 국가·지역발전의 새로운 기제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녹색성장에 대한 이론적 체계화와 분야별 녹색성장 전략 및 프로그램의 개발과 이해, 그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경제주체들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녹색성장과 지역경영` 들어가는 말 중)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리 사회의 전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적극적 수용을 통한 활용방안들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최근 영남대 출판부가 펴낸 `녹색성장과 지역경영`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지방적 실천을 목표로 학제적, 통합적, 거버넌스적 접근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이론과 정책, 그리고 그 실천적 내용들을 담고 있다.이성근 영남대 행정대학원장 등 저자들은 지구환경변화, 지구온난화와 국제사회의 협력과 대응, 녹색산업, 녹색공간, 순환형 자원시스템, 녹색인프라, 녹색생활의 사회적 실천 등 일곱 가지로 주요 개념을 설정해 접근했다. 또한 각 단원별로 국내외의 다양한 녹색운동 실천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이론을 통한 실천, 실천을 통해 이론이 어떻게 전개·발전돼 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특히 녹색성장의 기본토대를 이루는 이론에 대한 체계화와 분야별 녹색성장 전략 및 프로그램의 개발, 그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경제주체들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생각하고 통합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녹색성장은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성장을 의미하며, 지구환경변화 특히 지구온난화에 대한 범지국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고탄소를 이용한 자원효율성 성장국가들이었기 때문에 녹색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실현된 적이 없는 성장모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세계적·국가적 차원의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리사회의 전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어떻게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능동적으로 국가와 지역발전의 새로운 기제로 활용해야 하는지를 다각도로 검토했다.녹색성장을 위해서는 기본토대가 되는 이론에 대한 체계화와 분야별 녹색성장 전략, 프로그램의 개발과 이해, 그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경제주체들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특정한 분야만 다룬 기존의 출판물과는 달리, 관련된 모든 이론과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통합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또한 저탄소 녹색성장은 글로벌 차원, 국가적 차원, 지방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되어야 하고, 학문분야도 정치·행정, 경제·경영, 사회·문화, 토목·건축, 도시·환경 등 학제적 접근이어야 하며, 실천주체도 개인, 가정, 기업, 단체, 정부부문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는 거버넌스 형태의 추진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저자들은 역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 접근방법으로 녹색 성장전략으로서의 녹색산업, 녹색인프라, 녹색생할에 대한 이론과 실천들을 체계적 정리하였고, 녹색성장실천을 위해 글로벌 국가와 지방 차원의 녹색 거버넌스 관련 이론들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제1편 지구환경변화와 저탄소 녹색성장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사회, 지구환경의 변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제2편 지구온난화와 국제사회의 협력과 대응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국제협약, 지구온난화와 주요국가의 대응, 지구온난화와 한국의 대응, 제3편 저탄소 녹색산업의 성장과 관리에서는 녹색산업, 녹색기술, 녹색농업, 녹색식품, 녹색관광을 다뤘다. 또 제4편 저탄소 녹색공간의 체계적 관리에서는 녹색국토, 녹색도시, 녹색건축, 녹색농촌, 제5편 순환형 자원시스템의 구축에서는 수자원, 녹색산림, 청정해양, 녹색에너지, 도시광산, 제6편 녹색인프라의 구축과 관리에서는 녹색교통, 녹색산업단지, 생태하천, 녹색정보, 제7편 저탄소 녹색생활의 사회적 실천에서는 녹색기업, 녹색생활, 녹색NGO, 녹색거버넌스, 녹색교육을 다뤘다.저자 이성근 교수는 서울대 행정학 박사로 현재 영남대 행정대학원장, 정치행정대학 지역 및 복지행정학과 교수, 한국균형발전연구소장,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기능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그외 저자로는 이관률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서경규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김상곤 경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팀장, 안성조 경북테크노파크 연구원, 김태구 한국농어촌공사 과장, 김종수 제일감정평가법인 이사, 박성환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 기획지원부장, 심상운 한국토지주택공사 차장이 참여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4-28

조선시대 문인 이옥과 김려의 우정 그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창작과 비평사 刊, 설흔 지음, 220쪽, 9천원창작과비평사(이하 창비) 청소년교양서 시리즈 첫 권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는 글에 살고 글에 죽던 조선의 두 글쟁이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창비가 지난해 개최한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교양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고전을 바탕으로 여러 책을 집필해온 작가 설흔이 쓴 이 작품은 외형상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존 인물인 이옥과 김려의 삶과 이들이 남긴 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역사와 소설의 결합을 일컫는 장르인 `팩션(faction)`에 가깝다.이옥은 타고난 문학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정조가 일으킨 문체반정의 희생양이 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의 제목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역시 그의 글에서 따온 것으로, 소설가 성석제가 `맛있는 문장들`에서 멋스러운 문장으로 꼽은 바 있다. 그의 벗 김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역시 조선 후기 문학을 대표하는 문사다. 이 책에서 드러나듯 시정과 백성의 삶을 제재로 해 당대의 생활상을 예리하게 묘파하는 글을 여러 편 남겼다. 게다가 이옥의 글을 문집으로 간행해 후손에 전한 것이 김려임을 감안한다면 우리 문학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할 것이다. 이들은 고문에서 벗어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다 정조의 노여움을 사 과거 응시를 금지당하고 유배를 떠나는 등 고초를 겪는다. 그러나 권력에 굽히지 않고 평생 자신만의 글쓰기를 고집했다. 작가 설흔은 두 고집 센 문인의 삶과 이들이 남긴 글을 토대로 글쓰기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엮어냈다. 여기에 시대 배경과 더불어 이옥과 김려의 문학세계를 짚어주는 한문학자 강명관 교수의 상세한 해설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4-28

수령 천년 `싸움나무` 통해 인간과 현대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한 처절한 묵시록

`천 년 동안에` 문학동네 刊, 마루야마 겐지 지음, 1·2권 904쪽ㆍ각 권 1만3천800원 일본 근대문학의 `살아 있는 작가정신`마루야마 겐지가 1996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천 년 동안에(문학동네 펴냄)`는 총 9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그가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에 이어 새롭게 시도한 환상적 리얼리즘 기법이 잘 나타난 작품으로 수령이 천 년이나 되는 `싸움나무`(인간 세상의 무수한 싸움과 갈등을 상징하는 이름)를 통해 과거 천 년과 현재, 그리고 2020년까지의 미래를 가로지르며 파국으로 치닫는 인간과 현대문명을 질타하고 있다. 타락한 현대사회의 미래를 향해 던지는 처절한 묵시록으로 읽힌다.소설은 세기를 가로지르는 문명 비판의 목소리, 도도한 주의 주장이 소설 저변에 날카로운 송곳처럼 솟아 있으며 인간 문명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에 관해서도 신랄한 비판과 경고를 보내고 있다.겐지가 2년동안 집필한 이 소설은 발표 당시 일본 현지에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뉠 만큼 화제작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일본 문학에서 우뚝 솟아 있다”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겐지 문학의 집대성으로 여겨져왔다.이 소설은 아주 불가사의하고 기이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을 지닌 채 인생에 절망한 한 여자가 숲속에 우뚝 서 있는 거목의 가지에 목을 매달아 자살함과 동시에 남자아이를 낳는다. 아이는 이마 한가운데 별 모양 점을 지닌, 범상치 않은 기적의 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수령이 천 년인 거목인데, `싸움나무`라고 불리는 이 거목은 올해 처음 꽃을 피웠고, 딱 한 개이지만 열매도 맺었다. 소설은 거목에게 비치는 이 아이의 미래가 펼쳐지면서 향후 28년(남자아이가 스물여덟 살이 될 때까지)에 이르는 일본의 역사가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 `너`라는 이인칭 시점으로 그려진다.소설은 거목의 회상으로 그려지는 과거 천 년과 `너`의 삶의 영상으로 펼쳐지는 가까운 미래의 교차적인 구성으로 짜여 있다. 세 시공간의 교차와 전환은 아주 자연스럽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4-28

강물, 들녘이 웃고 산과 하늘이 웃는다

시집 `경쾌한 유랑` 문학과 지성사 刊, 이재무 지음, 7천원 “신(神)은 과거나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다. 신의 거처는 현재의, 일상 속에 있다. 또 신은 외부에 존재하지 않고 우리 몸속에 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는 하루, 하루의 삶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생활은 촛불이다. 언제든 꺼질 수 있다. 촛불이 타오른다. 촛불은 타오르는 동안만 촛불이다.”(이재무 시인의 시집 `경쾌한 유랑` 들어가는 말 중)1983년 `삶의 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윤동주상 문학 대상을 수상하며 시적 기량을 펼쳐온 이재무(53)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경쾌한 유랑`(문학과 지성사)이 최근 출간됐다.시인은 그동안 이향(離鄕)에 따른 근원 회귀의 열망, 현실 천착과 생태적 사유의 결합을 지나 실존적 반성과 자기 탐색의 흐름을 면면히 이어왔다.이번 시집은 이러한 흐름을 완만하게 이으면서도 `스스로 흔들리며 가는 삶`이야말로 가장 자유로운 것이라는 투명한 전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오랜 격정의 시간과 들끓던 내면의 열망을 충분히 가라앉히면서, 중년 이후 삶의 형식을 깊이 묻고 사유하는 반성적 성찰의 기록이 바로 시집`경쾌한 유랑`이다.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돌``빈 항아리``붙박이 나목`등의 자연 사물과 내면 사이의 합일을 일관되게 추구한다. 이는 세계와의 치명적 불화를 발화하는 데 주력하는 최근 일각의 흐름과 대비되는 그만의 시적 화법이라 할 수 있다.“맹렬한 적개심으로 존재를 불태웠던질풍노도의 서슬 퍼런 날들이 가고돌들은 흩어져 여기저기 땅속에 처박혔다돌 속에서 비칠, 어칠 사람들이 나오고비로소 돌로 돌아간 돌들저마다 각자 장단 완급의, 고요한풍화의 시간 살고 있다”(`돌로 돌아간 돌들`부분)이 시에서 등장하는,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돌`은 시인의 세계로 들어와 고요한 “풍화의 시간”을 살아내는 존재로 전환된다. 이재무는 이번 시집에서 사물의 `겉`과 `속`의 긴밀한 유대를 통해 세계의 긍정과 생의 슬픔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러한 시적 작업은 물(物) 속에 숨겨진 은밀한 내부까지 들여다보게 만들고, 시인을 `감각적 현존`이라는 본연의 위치로 회귀시킨다.이렇듯 시인은 존재를 깊이 있게 투시해 그 심부에 내재된 열정을 매개하고 표현한다. 그는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타율적 기제들을 우리의 눈앞에 드러내며, 사물 속에 담겨 있지만 일상의 눈으로는 간과하기 쉬운 견고하고 항구적인 질서와 힘을 풍자한다. 노여워하며 고발하는 것이 아닌 풍자와 자조로, 이재무는 이 세계의 부정성을 전환시키는 경쾌한 유랑을 꾀한다.“웃음의 배후가 나를 웃게 만든다(…)웃다가 웃다가 생활의 목에웃음의 가시가 박힐 것이다(…)가로수가 웃고 도로가 웃고 육교가 웃고지하철이 웃고 버스가 웃고 거리의간판들이 웃고 티브이, 컴퓨터가 웃고핸드폰, 다리미, 냉장고, 식탁,강물, 들녘이 웃고 산과 하늘이 웃는다동심원을 그리며 번져가는그러다가 돌연 사방팔방 안팎에서떼 지어 몰려와두부 같은 삶 물었다 뱉는,가공할 웃음의 저 허연 이빨들웃음의 감옥에 갇혀 엉엉 웃는다(`웃음의 배후`부분)시인 이재무는 웃음에도 배후가 있다고 말한다. 웃음이 계속 비어져 나와 “가로수” “도로” “육교” “지하철” 등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가지만, 그러다가 “생활의 목에/웃음의 가시가 박힐 것”만 같이 느끼는 그다. 이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인의 팍팍한 삶에 대한 회한(`첫인사`)일 수도 있고, 이제 중년이 되어버린 자신의 허무함(「주름진 거울」)일 수도 있다. 살아간다기보다는 살아지는 것에 가까운 삶의 감옥, 즉 “웃음”의 감옥에 갇혀“엉엉 웃는” 시인의 초상은 독자에게 찌릿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웃음의 틈새로 번지는 슬픔의 중압감으로, 우리는 우리가 처한 삶의 폐쇄성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시인은 삶을 지배하는 타율적인 기제들을 새로운 존재로 전환시켜 꿈꾸는 서정적 처방을 내리고자 한다.“새벽 공원 산책 길에서 참새 무리를 만나다저들은 떼 지어 다니면서 대오 짓지 않고따로 놀며 생업에 분주하다스타카토 놀이 속에 노동이 있다저, 경쾌한 유랑의 족속들은농업 부족의 일원으로 살았던텃새 시절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경쾌한 유랑`전문새벽 산책 길에서 만난 참새 무리들. “스타카토 놀이 속에 노동”이 있듯, 힘들고 고단한 삶에도 “발랄 상쾌한 살림 어질고 환하고 눈부시다”. 시인은 표제작`경쾌한 유랑`에서처럼 세계의 부정성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며, 그 자체를 발랄한 놀이로 전환시키는 시의 힘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이재무는 이번 시집에서 정직한 내면 토로와 투명한 사물 묘사를 통해, 서정적 귀환에 골몰한다. 동시에 일상적이고 물리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인의 열망을 이번 시집에 고스란히 담았다.시집`경쾌한 유랑`은 격정의 깊이를 언어 뒤편에 숨긴, 그 내밀하고도 단단한 목소리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자유롭고 경쾌하게 본원으로 귀환하고자 하는 이 `역동의 고요`에, 이제 우리가 귀 기울일 차례이다이재무는 이번 시집에서 정직한 내면 토로와 투명한 사물 묘사를 줄곧 결속하면서, 서정적 귀환을 통한 자기 탐색에 골몰한다. 일상적이고 물리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열망의 기록이 시집 `경쾌한 유랑`이다.시인은 격정의 깊이를 언어 뒤편에 숨긴, 그 내밀하고도 단단한 목소리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자유롭고 경쾌하게 본원으로 귀환하고자 하는 이 `역동의 고요`에, 따사로운 봄날 귀 기울여 봄직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4-21

아이의 행복한 미래 위해 부모가 바른 길 안내해야

“언제나 학교 공부가 최우선이고, A보다 낮은 성적을 받아서는 안 된다. 수학에서 동급생들보다 두 학년은 앞서 가야 하고, 메달을 딸 수 있는 특별활동만 하되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 에이미 추아가 두 딸을 키우면서 적용한 교육 원칙이다. 중국계 이민 2세대인 에이미 추아는 `더 나은 미래`를 아이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믿음`과 `사랑`을 토대로 `아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정해 줘야 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이러한 교육법의 결과로 에이미 추아 자신과 그녀의 여동생들은 모두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나와 저명한 학자가 됐고, 추아의 큰딸은 카네기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재능을 뽐내고 있다.`타이거 마더`(민음사 간)가 지난 1월 미국에서 출간됐을 때, 이 책은 단숨에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또한 `타임` 표지기사를 장식해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교육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스푸트니크 순간(Sputunik moment)`을 거론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와 점점 뒤처지고 있는 미국을 대조하면서, 아시아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인 엄격한 동양식 교육법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뭐든 잘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재미없다는 것이 중국인 부모들의 사고방식이다. 뭔가를 잘하려면 노력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결정이 아이의 선호보다 우선해야 한다. 항상 처음이 가장 어렵다. 하지만 제대로 시작만 하면 중국식 교육은 선순환 효과를 낸다. 연습, 연습, 또 연습, 끈질긴 연습만이 잘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일단 뭔가를 잘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수학이든 피아노든 야구든 발레든, 아이는 칭찬을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무척 만족해한다. 그때는 자신감이 생기고 한때 재미없었던 것도 재미있는 것으로 바뀐다.”―`타이거 마더`본문 중에서에이미 추아는 아이들은 `알아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들을 위한 길을 함께 모색해 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의 두 딸에게 엄격한 규칙을 적용한다. 큰딸 소피아가 곱셈 빨리하기 시험에서 2등을 했을 때 집에서 나머지 공부를 시켜서 그다음부터는 1등을 놓치지 않게 했고, 두 딸에게 매일 두 시간씩 중국어 공부를 시켜서 두 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에게 무거운 물건을 나르게 하거나 집안일을 시켜서 노동의 소중함도 알게 했다. 그녀는 남들보다 두 배로 더 노력해서 앞서 가는 사람이 되어야 이 치열하고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런 `힘`을 길러 주려고 애쓴다. 이것이 `타이거 마더식 교육법`의 핵심이다.요즘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상처 입을까 봐 두려워서,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할까 봐 무서워서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다. 그 대신 그들은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놔두는 편이 인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유롭게 풀려난 그 아이들은 페이스북이나 컴퓨터게임에 시간을 허비하며 전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그 아이들이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부모가 길을 안내해 줘야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4-14

글쓰기가 꿈이었던 직장인 순수 영혼 주제 소설 펴내

평소 글쓰기가 꿈이었던 직장인이 오랜 탈고의 끝에 순수한 영혼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출판해 눈길을 끈다.화제의 주인공은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계장장비와 변압기 절연유가스분석계를 납품하는 금아산전 김성문 이사.김 이사는 지난 2009년 부산 국제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모던에덴`이 당선돼 등단한 작가다.최근 그가 신간 `어느 봄 그해 여름`을 발표했다.이 책의 줄거리는 3년 전 남편을 여의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던 쉰네 살의 수연은 남편의 묘에 다녀오는 길에 자동차가 고장나는 일을 겪는다. 그리고 수연은 자신을 도와준 윤석주라는 남성과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면서 그동안 성직자의 아내로 살며 애써 잊었던 본래의 열정적인 자신을 되찾고 새로운 인생의 활력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이 책을 통해 김 이사는 “쉰 언저리의 나이쯤 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평생 가슴 속에 품고 살아온 이야기가 한두 가지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이리저리 구르며 살다보니 `나`라는 존재는 어느새 세월에 풍화 돼 다른 모습으로 변했고 아내, 엄마, 며느리의 의무감은 퇴적암처럼 무겁게 가슴을 누르고 있는 우리의 엄마, 이모, 고모 등 여성들의 삶을 통해 젊은 시절의 순수한 영혼을 일깨우고 있다”고 설명했다.김 이사는 “`어느 봄 그해 여름`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닌 간편한 카테고리로 분류하기엔 중년의 여성들이 당면하는 보편적인 질문들이 소설의 곳곳에 녹아있다”고 밝혔다.김성문 이사는 7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평소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남들보다 잘 할 수 있으며 직장생활 은퇴 후에도 꾸준히 찾아서 할 희망의 돌파구는 글쓰기였다고 회상했다.김 이사는 “이번 소설을 쓰는 동안 손위 누이들을 생각했다”며 “누이들을 위해 그들의 발밑에 작은 촛불 하나를 켜주고 싶었고 척박해 보이는 그들의 삶 어딘가에도 사랑이 잡초처럼 끈질기게 뿌리 내리고 있을 것이고 좀 더 자세히 살핀다면 그 부근에 움트고 있는 희망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항태진기자

2011-04-14

신작 시집 `종이`를 펴낸 시인 신달자

`종이` 민음사 刊, 신달자 지음, 124쪽, 8천원 “종이 시집을 내 보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그런데 종이가 사라진다는 목소리가 커져 갔다. 종이가 죽었다는 말도 나왔다. 마음이 급해졌다. 문명은 나를 편안하게 했지만 그만큼 정신은 삭막해졌다. 나는 인간의 선한 본성, 그 아름다움에 종이라는 사물을 대면시켜 보고 싶었다. 따뜻함, 영원함, 영성적 노동, 가득함, 화합, 평화, 사랑, 모성, 순수, 고향, 우직함, 이런 충돌 없이 잘 섞이는 감정의 물질들을 하나의 원소로 종합한 것을 `종이`로 표현하고 싶었다.” (`시인의 말`중)종이책은 수명이 다했다고, 전자책에 길을 내어 주라고 말하는 요즘, 한국 문학의 여성 시를 대표하는 시인 신달자가 `종이`를 주제로 전작 시집을 냈다.시인은 7년 전부터 이 시집을 마음에 품었다. 그에게 종이의 죽음은 곧 인간의 소중한 가치들이 사라지는 것과 같았고, 그 안타까움은 펜을 움직였다. 썼다가 지우고, 넣다가 빼기를 거듭하며 7년, 바로 지금이 종이를 이야기할 때라는 확신으로 마침내 그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시 76편을 거뒀다. 종이가 걸어온 길(`페이퍼 로드`)부터 삶과 글이 하나였던 보르헤스의 삶(`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까지, 시 한 편 한 편에 담긴 종이의 이야기가 다채롭다. 자연의 모든 것에서 종이를 노래하는 그의 시편에는 파괴돼 가는 자연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라져 가는 감수성에 대한 슬픔이 구석구석 배어 있다. 그러나 “다만 이 시집은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그리워하고 그 본성을 되찾아 보려는 한 톨의 씨앗”이라는 말처럼, 시인은 인간 본성의 따뜻함에 대한 믿음만은 결코 거두지 않는다. 모든 것이 빨라지기만 하는 시대, 맨눈이 아니라 스크린으로 세상을 보는 이 시대는 종이가 필요하다. 인간의 향기가 필요하다.이 시집에서 모든 사물은 종이로 수렴된다. 여름 나뭇잎은 바탕이 너무 진해서 붓을 밀어내는 진초록 종이고,(`진초록 종이`) 파도는 마구잡이로 구겨 놓아도 다시 일어서고야 마는 푸른 종이고,(`파도`) 가을 들은 바람도 다소곳하게 지나는 고요한 종이고,(`가을 들`) 폭설은 지상의 검은 종이를 덮어 버리는 하얀 순은의 종이다.(`폭설`) 이렇게 신달자는 하얗고 텅 비어 있고 그래서 무얼 느끼기 어려운, 밋밋하다고 어설피 생각해 버리기 쉬운 종이에 살아 움직이는 감각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생의 모든 것에서 종이를 보는, 생의 모든 것에서 종이의 정신을 느끼는 아름다운 시인의 눈이 경이롭다.종이의 정신은 또한 인간이 회복해야 할 따뜻한 본성, 즉 인간다움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김인환은 종이에 대한 시인의 일관된 애정은 “교환 가치가 절대 가치로 작용하는 마케팅 사회에 종이가 부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기실 종이와 종이의 정신이 처한 사정은 녹록지 않다. 기술에 잠식당한 현실은 `예`나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질문만을 질문으로 인정하고, 시장 논리 외에 다른 삶의 원칙을 알지 못하는 개인은 자신과 자신의 카드를 혼동하며 생활한다. 기계화된 문명 속에서 인간은 감탄할 줄 모르는 맥 빠진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이다.“너무 바빠, 시간이 없어, 말을 줄여글로는 왜 써!그 안에는 마법의 바람 부나그 안에는 인간의 심장을 뇌를영원한 본질을 갉아먹는 이빨이 사나손들엇!쓰러지는 것은결국 우리들의 정신119를 불러라”― `119를 불러라`에서기계 만능, 시장 만능 사회는 겉으로는 번듯하고 잘 정돈된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심장의 고동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죽은 세계다. 이러한 현실을 노래하는 신달자의 목소리는 사뭇 준엄하다. 시인은 우리가 삶의 요청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서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밀번호도, 지문도, 음성도 아닌 “밤낮 열어 두는/ (중략) 정 깊은 사립문”(`아날로그`)에서 살갗과 살갗을 맞대는 직접 체험이야말로 마음속의 내밀한 감성을 깨운다. 그 감성과 상상력은 곧 인간성의 핵심이다.아날로그의 감수성은 종이에도 고스란히 전이된다. “찢기기도 하는 닳기도 하는 퇴색하기도 하는 문자가 흐릿해지기도 하는/ 만져지기도 하는 소중하여 한 번 더 읽으려고 귀를 접기도 하는/ 졸다가 가슴에 얹기도 하는 두어 권 베개로 귀로 읽기도 하는 그 편안한/ 본성”(`종이책`)에서 우리는 어머니의 품 같은 포근함을 느낀다. 어둠까지 끌어안아 더욱 따스하게 빛나는 신달자의 시편들은 각박한 사회에서 피폐해진 우리네 마음을 으늑한 눈빛으로 토닥일 것이다.인생은 글이 적혀 있는 종이다. 사람들은 그 종이에 글을 쓰고 짓고 다시 쓴다. 신달자는 더 나아가서 세상을 커다란 도서관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을 커다란 종이라고 생각한다. 가을 하늘은 하느님의 종이고, 여름 나뭇잎은 너무 진해서 붓을 밀어내는 진초록 종이고, 파도는 아무리 구겨 놓아도 다시 일어서고야 마는 푸른 종이다. 갯벌, 갈대, 습지, 흑두루미,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이 모든 것들이 시인이 읽어야 할 글자들이다. 그는 자연의 부름에 대하여 정성을 다해 응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모든 걸 내어 준 사람의 얼굴에 깊게 파이는 주름은 깊은 계곡과 같다. 그곳에 지어 놓은 절은 물살에도 바람에도 떠내려가지 않는다. -김인환(문학평론가)/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4-07

中 `민주화 전사` 류샤오보의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의 詩`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 시선집 `내 사랑 샤에게`(글누림 펴냄)가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류샤오보와 그의 아내 류샤의 시를 함께 실은 이 책은 2000년 홍콩에서 출간된 `류샤오보 류샤 시선` 중 류샤오보의 시만 골라 번역한 책이다. 중국 인권을 위해 투쟁해온 인물인 류샤오보는 지난 2008년 민주화 요구를 담은 `08헌장`발표를 주도했다가 11년 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류샤오보의 투쟁과 문학은 6·4 천안문 민주화 운동과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류샤오보의 시 85수와 `08헌장`·`나는 적이 없다-나의 최후 진술`·`나의 무죄 변론` 등의 글은 모두 6·4 투쟁 정신에 입각해 있다. 류샤오보는 중국 당국이 1970년대 말부터 추진해온 개혁·개방 책이 인간의 권리를 박탈하고 인성을 부식시키고 인간의 존엄을 파괴해온 재난의 과정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자유·평등·인권이라는 인류 공통의 보편 가치에 바탕을 둔 민주·공화·헌정의 현대 정치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당 독재의 특권을 없애자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권을 돌려주자는 정치 개혁을 요구한 것이고, 최종적으로 `국민이 권리를 가지고(民有), 국민이 다스리며(民治), 국민이 권리를 향유하는(民享), 자유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나의 무죄 변론` 6·4 피의 참극에 대한 류샤오보의 분노가 그의 시의 출발점이라면, 그의 아내 류샤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은 그의 시의 모든 것이며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6.4 추모시를 제외하고 그가 쓴 모든 시의 제목에는 아내 류샤에게 바치는 작은 제목이 달려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류샤오보의 모든 시는 아내 류샤에게 바치는 애정시이다. “지금, 나는 감옥에 갇혀 있어 그대의 손발을 녹여줄 수 없다 그러나, 그대에 관한 기억은 모두 빙설(氷雪)과 인연을 맺고 있다….” -`그대는 줄곧 추위에 떨고-추위에 떠는 작은 발에게` 일찍이 루쉰은 지명수배자로서 살아가는 자신과 아내 쉬광핑의 사랑을 `이말상유(以沫相濡)`라는 말로 비유한 적이 있다. `장자(莊子)·대종사(大宗師)`편에 나오는 이 말은 매우 처절하고도 슬픈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가슴 아픈 내용은 이렇다. “샘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땅 위에 서로 함께 놓이게 되는데, 입으로 습기를 서로 불어주고 작은 물거품으로 서로 몸을 적셔준다.” 류샤오보와 그의 아내 류샤와의 사랑도 `이말상유(以沫相濡)`라는 성어보다 더 적절한 묘사의 어휘를 찾기가 어렵다. 앞의 `시서(詩序)`에서 저우중링(周忠陵)이 지적한 것처럼 아내 류샤에 대한 류샤오보의 사랑은 너무나 섬세해 어떤 면에서는 매우 여성스럽기까지 하다. “지금 그대는 하느님의 손아귀에서 꿈을 받길 갈망한다 하나는 초콜렛이 녹아내려 기억의 꿈이 되리라 또 하나는 눈물이 흘러내려 애도의 꿈이 되리라….” -`하느님의 손아귀로부터-아내에게`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1-01-06

맥시조문학회 동인지 30집 `음표로 돋는 새싹`

경북 시조문학의 변천사 한눈에 포항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우리 민족의 고유한 시조의 튼튼한 맥이 되기 위해 부단히 활동하고 있는 맥시조문학회(회장 김두섭)가 동인지 30집 `음표로 돋는 새싹`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회원 신작 시조 76 편과 30집 기념 특집 김우연 회원의 맥시조문학회 30년사 및 연간 활동화보 등을 엮었다. 길섶에 자라는 들꽃에서도 예쁜 꽃이 피어나 각기 다른 냄새와 향기로 아름다움을 뽐내듯 김두섭 회장은 책 머리에서 “우리 맥시조 회원은 3장 6구의 운율 속에서 우리 정형시의 맥을 이어 어여쁜 시어를 발굴하고 개척하며, 서정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면서 황망한 대해를 헤쳐 나아갈 것이다” 고 했다. 김우연 회원은 맥시조문학회 30년사에서 경북문학 100년사를 통해 본 시조문학의 변천사를 논하며 “경상북도는 시조의 발상지로서 고려말~조선시대~개화기~광복 이전을 거치면서 많은 시인묵객이 배출됐으며, 현대 들어 시조 부흥과 등단, 작품 발표, 동인활동 등에 활기를 띠어 현대시조의 모색기, 정립기, 격변기, 혁신기, 확산기의 단계로 성장, 발전되어 왔다”고 전제, 현대시조의 격변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말에 창립된 맥시조(비화)문학회는 `낙강` `나래` `오늘` 등의 단체와 동인활동을 함께 하면서 시조인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해왔다”고 하며, “1990년대부터 가장 활발한 동인활동과 경북시조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맥시조문학회의 새로운 도약과 부활을 꿈꾸며 30년사를 정리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2010-11-26

계간 문학잡지 `아시아` 창간 3주년 기념호 발간

`다문화의 산물` 인도 문학작품 집중 조명 아시아 지역 지식인들의 문화예술적 소통과 연대를 진중하게 모색하는 계간 문학잡지 `아시아`(발행인 이대환 작가) 창간 3주년 호 통권 제13호가 나왔다. `아시아`는 창간 3주년 호를 내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통권 제13호를 시작으로 매호마다 언어 및 문화가 다른 아시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기로 한다. 그 처음으로 `아시아`는 인도로 향했다. 인도는 국민이 사용하는 주요 언어만 해도 20여 개가 넘는 다문화 사회로 언어 외에도 지역·민족·계급의 다양성이 어우러진 사회다. 이러한 인도를 한 호, 한 권에 모두 담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 거대한 다양함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가려는 작가들의 내밀함과 치열함은 양보다는 질에서 담보할만하다. 소설과 시는 물론, 산문과 아시아 교류사 등을 고루 실었다. `작가의 눈`에서는 `문화의 다양성으로 살펴보는 인도의 정체성`을 주제로 수크리타 폴 쿠마르를 소개한다. 수크리타 폴 쿠마르는 `인도의 문화 다양성·다언어, 그리고 언어와 문학의 상호작용`에서 루슈디와 같은 `거장`의 문학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다양성으로 어우러진 인도 문학이 가진 특징과 그 속에 내재된 인도 문학의 긍정적 가능성을 역설했다. 식민지시기를 거치면서 `영어`라는 엘리트 언어가 등장하고, 이에 따른 작가들의 태도와 그 변화가 현재의 인도 문학에서 미치는 영향과 함께 `서발턴 문학`의 등장과 그에 대한 기대를 엿본다. 아시아의 거장을 만나는 이번호 `볼록렌즈`는 인도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거주하는 로힌턴 미스트리의 문학을 조명해 본다. 수록한 단편 `세입자`는 한 주거 단지 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인도인에게 계급과 종교가 어떻게 일상에 내제하는지를 실감있게 보여준다. 닐루퍼 E. 바루차의 `종족의 울타리, 초민족적 공간, 다문화주의`는 로힌턴 미스트리론이면서 동시에 인도계 영문학의 현황과 그에 연관된 현대문학의 제문제를 날카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본에서 불고 있는 고바야시 다키지 읽기 바람을 `전쟁과 문학- 지금 고바야시 다키지를 읽는다`의 저자 이즈 도시히코가 진단했다. 프리터 족을 비롯한 현재 일본 사회에서 `문제아`로 지적 받는 젊은이들에 대해 시종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이들 젊은 세대가 짊어진 현재의 짐이 어떻게 구세대에서 물려졌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은 어떻게 공선과 비교되는지 담담하게 서술했다. 수천 년에 걸친 인도와 중국의 거대 역사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이 조명했다. 전혀 다를 것만 같은 두 나라가 어떻게 오랜 시간에 걸쳐 교역과 교류를 이루어왔는지 흥미롭게 관찰했다. 터키 작가 터키 작가 파트마 카라비이크 바바로소글루와 한국 작가 이시백의 촌철살인과 같은 미니픽션을 함께 실었다. 현재 터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파트마 카라비이크 바바로소글루는 `사랑받기를 예약하는 아이`에서 순진한 어린 아이의 시선을 통해 `바쁨`으로 점철된 어른들의 사회를 비춰준다. 이시백의 `가난한 입`은 수사를 자제하고 단문으로 쓰여, 읽기의 즐거움도 만끽해 볼 수 있다. 한국 박용하 시인의 신작 시와 아랍에미리트 누줌 알가님 시인의 시를 수록했고, 지난 호에 이은 저층서사의 대표소설 `우리들의 길` 연재를 마무리하고 있다. 도서출판 아시아 간.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09-07-16

상업주의에 내몰린 한국문단

포항문인協 `포항문학 30호 기념호` 발간권두기획 `…한국문학을 생각한다` 눈길 포항문인협회(회장 김만수 시인)가 `포항문학` 30호 기념호를 발간했다. 지난해부터 반연간지로 변모를 시도한 `포항문학`은 지난 1981년 창간호 발간 이후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 그 지역의 이름을 달고 발간되는 문학지와는 달리 책의 면모나 내용에서 전국적 문학지를 지향하는 가운데 지역 거주 회원들의 신작도 충실히 담아내면서 정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포항에서 중요한 거점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번 30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오늘의 한국문학을 생각한다`는 권두 기획. 과연 오늘의 한국문학은 새로운 시대적 조건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가, 야합하고 있는가, 아니면 창조적 대응의 가능성을 드러내며 그 길을 열어 나가고 있는가? 이 엄중한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이 기획에서는 현재 한국문단에서 주목 받는 문학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방민호(서울대 교수), 유성호(한양대 교수), 고봉준(`문학수첩` 편집위원) 3인이 오늘의 한국문학이 당면한 심각한 병폐를 진단하고, 이어 한국의 진보적 문학비평을 선도해온 문학평론가 염무웅(전 영남대 교수)과 이번 30호에 특별히 편집책임을 맡은 소설가 이대환의 에세이가 오늘의 한국문학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 존재에 대한 이 근원적 물음에서부터 출발한 방민호의 사유는 1930년대 임화, 김기림, 김환태의 세계를 섭렵한 바탕 위에서 오늘날 한국문학의 커다란 문제로 대두된 인생비평, 문명비평으로서의 비평정신이 작가에게나 비평가에게나 똑같이 고갈 또는 퇴행된 것이라는, 숨길 수 없는 부끄러운 곤혹과 직면하고, 더 나아가 파시즘의 징후들이 다시 출현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직시한다. 이러한 눈으로 읽어낸, 황석영 등 우리 시대의 주요 작가들에 대한 비판은 문학이 왜 총체적인 인생비평과 문명비평이 되어야 하는가를 똑바로 가리킨다. 유성호는 `오늘의 한국 시단에 대한 단상`을 통해 1980년대의 진영 개념이 소멸된 `백가쟁명`의 우리 시단이 개별성과 보편성을 통합적으로 형상화하는 현실 지향의 시정신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비롯해 인간을 배제한 자연숭배의 속성, 인간의 존재 조건에 대한 탐색의 빈곤, 신성한 존재와의 소통 부재 등을 지적한다. 또 그는 텍스트 해석의 정확성 견지·서구 추수성 극복·상업주의(문단권력)와의 밀월관계 청산을 전제로 하는 비평의 적극적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고봉준은 `한국문학의 빅 브러더`에서 지나간 계몽의 시대에 문학이 누렸던 특권적 지위가 해체되고 오히려 문학의 존재 자체에 대한 냉소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이 자본주의 상품시스템 안에서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의 하나로 전락해가는 문학의 운명을 직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문학과 필생의 인연을 맺게 된 사연에서 출발한 염무웅의 `미지를 향한 모험-서구문학의 자장 안에서 돌아본 반세기`는 우리 근대문학에 대한 회고를 넘어 `서구문학의 자장 안`에 갇혀 그 미혹의 감옥에서 탈출하지 못한 우리 문학의 난관에 대한 사색을 담은 귀중한 글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09-06-30

남명학파의 작품세계 연구서

조선중기 퇴계학파와 더불어 영남사림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남명학파. 조식(曺植)으로부터 시작된 학문인 남명학의 세계관과 현실 인식을 남명문학 속에서 살펴보는 책 `남명학파의 문학적 상상력`(역락 간)이 출간됐다. 이 책은 남명문학의 특징, 연구사적 검토, 개별 작가론, 통일적 의식구조를 심도있게 살펴본다. 특히 남명학파의 문학적 상상력이 다양하면서도 통일적 맥락을 갖추고 있으며,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빛깔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명학파는 현실문제에 대해 실천적으로 자각하는 현실에 대한 응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노장사상에 대하여 비교적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부조리한 현실을 강력하게 비판했고, 나아가 대안적 세계를 꾸준히 모색했다. 이러한 남명학파의 사상은 그들의 문학작품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다양한 남명학파의 저작물을 분석함을 통해 현실에 대한 응전력을 기르기 위한 남명학파의 문학적 고민과 그 해결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제1부는 남명학파를 가능하게 했던 조식의 학문적 특성과 그 학파의 대체적인 규모를 살펴 논의의 토대를 마련했고 제2부는 남명학파의 문학이 그동안 어떻게 연구되어 왔으며, 연구자들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검토했다. 제3부는 개별 작가론을 통해 남명학파의 문학적 상상력과 그 행방을 다각도로 추적하여 남명정신의 다기한 계승을 알 수 있게 했다. 제4부는 남명학파의 통일적 의식구조를 당대 문인들의 사물관 및 남명문학에 나타난 현실에 대한 참여와 초월의 이중구조와 결부시켜 분석했다. 마지막 5부는 남명학파를 연구한 대표적 저작물을 들고 이것에 대한 서평을 실었으며, 남명학파에 대한 연구목록을 실어 이 분야 연구자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게 했다. 저자 정우락씨는 “이 책은 남명 조식의 문인집단인 남명학파를 문학적 측면에서 총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단행본”이라면서 “남명학파의 몰락을 의미하는 인조반정(1623년) 이후에도 조식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됐다. 1970~80년대의 민주화운동 등 시대적 현실과 맞물리면서 조식의 우민의식(爲民意識)과 그 문인집단의 실천적 자각은 우리 시대의 유의미한 요소로 특별히 부각됐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09-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