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메멘토 노라`가 보여 주는 가정 폭력, 계급에 따른 분리, 정보로부터의 소외, 끔찍한 현실에 눈감고 고통과 공포 속에서 소비에만 더욱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까운 미래 사회라기보다 현대 미국 사회, 아니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보편적인 현대 사회의 알레고리로 읽힌다.
사회가 사람들, 특히 `약자`들에게 저지르는 폭력에 눈감고 아름다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문 뒤로` 들어갈 수 있었던 노라가, 이제껏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고, 보이지 않았던 세계에 눈떠가는 모습은 아주 흥미롭다.
`메멘토`를 만드는 노라와 미카, 윈터의 `위험한 시도`는 어느 모험 소설에서도 맛보기 힘든 긴장감을 선사하며, `기억하는 쪽`을 택함으로써 고통스럽지만 사회의 본 모습에 눈떠가는 십대 청소년들의 모습은 훌륭한 성장소설의 면모를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순을 맹렬히 비판하는 사회 비판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특히 미카가 노라를 잘 알고 있었던 데 반해, 노라가 TFC를 찾기 전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미카와 윈터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세상과 약자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치부하는 기득권의 상징으로까지 읽힌다.
버지니아 공대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앤지 스미버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인`메멘토 노라`는 `2011 청소년도서관협회 선정 도서`로 뽑혔으며, 청소년문학협회(YALSA) 선정 `2012 최고의 청소년 소설` 후보에 올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