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부로 구성된 평론집 가운데 주로 시대론과 문학 쟁점을 다룬 1부의 평문들은 문학비평에 관한 저자의 주된 문제의식을 갈무리한 글들로, 특히 2000년대 이후 `창작과비평`을 중심으로 논의돼온 주요한 문학 쟁점들―2000년대 문학론, 근대문학 종언론, 리얼리즘론, 문학과 정치 논의, 장편소설론 등―을 망라하며 창비의 비평적 입장을 주도적으로 가다듬어온 자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과정에서 이 시대 한국문학과 비평의 향방을 놓고 동료 평론가들과 벌인 여러 날카로운 논쟁을 관전하는 것도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문학비평의 주된 임무란 `문학의 진정한 새로움을 가려내는 일`이며, 그것은 곧 어떤 삶과 사회가 더 나은지를 분별하고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를 사유하는 것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 새로운 것과 새로움을 참칭하는 것을 분별하는 작업이 불가결한바, 저자는 그를 위해 무엇보다 이론에 앞서 작품의 문양과 결을 세심하게 읽되 역사적 현실에 열린 비평의 자세를 강조한다.
“문학에서 무엇이 새것다운 새것인지를 가리는 문제는 결국 `오늘을 사는` 행위와,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귀기울이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 작품의 문양과 결을 세심하게 읽되 역사적 현실에 열려 있는 비평은 정교한 이론의 적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평가가 맨몸으로 작품과 시대적 현실을 대면하는 과정이 요구되며, 이럴 때 이론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생기기도 한다. 하여 문학의 새로움은 창조적인 작품에서 발원하되 비평의 분투를 거쳐 우리에게 온다.”(`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