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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청춘과 소시민을 위한 희망찬가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1-06 19:59 게재일 2012-01-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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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창비 펴냄, 김미월 지음, 260쪽, 1만1천원

지난해 제29회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하며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서의 저력을 확인한 김미월(35)이 신작 소설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창비)을 펴냈다. 소설집`서울 동굴 가이드`와 장편소설`여덟번째 방`에서 이 시대 청춘들의 아픔과 고민을 보듬어온 작가는 두번째 소설집`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에서 한층 물오른 필력과 젊은 감각, 더욱 깊어진 통찰로 독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김미월의 소설에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사람들이 등장한다.`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을 `남몰래 펼쳐보는` 이 작가의 섬세한 눈길은 남다른 온기를 머금고 있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인생이라고 해서 섣불리 보잘것없는 삶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제는 무시당하기 일쑤인 이 작은 진리를 작가는 차분하고도 곡진한 목소리로 전한다. 표제작에서, 번번이 꿈을 포기하고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편집자 `진수`는 다니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지도 못할뿐더러 계약을 따내기 위해 만난 유명 시인과의 술자리에서 행패를 당한다. 하지만 동갑내기면서도 자신보다 훨씬 유능한 팀장에게 거리감을 느끼던 진수가 자신의 득실은 따지지 않고 위험에 처한 팀장을 구하는 장면에서 독자는 얼뜨기처럼 보이던 진수의 도덕적인 면모와 순수한 용기에 마음이 끌리고 만다. 마찬가지로 `정전(停電)의 시간`에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공원에서 일하는 `병태`는 공기업에 다니고, 치과를 개업하고, 대형 외식업체를 경영하는 소위 `잘나가는` 친구들에 비해 턱없이 가진 것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세면장에 갇힌 귀뚜라미를 딱하게 여기는 마음결과, “동백꽃 한 송이가 제 그림자를 조준하며 천천히 떨어지”(187면)는 순간을 응시할 줄 아는 눈썰미는 김미월만이 찾아낼 수 있는 병태의 귀한 본모습이다.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의 등장인물들은 어딘지 볼품없는 겉모습이지만 작가는 끈기있게 그들을 지켜보고 지지한다. 소설 속 상황과 별 다르지 않은 처지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은 작가의 이러한 태도에, 언젠가 나타날 누군가도 자신을 알아보고 `펼쳐봐`주리라 희망하며 안도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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