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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멘토` 聖人 17명에 대한 한 사제의 묵상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12-22 20:31 게재일 2011-12-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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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멘토 나의성인`가톨릭출판사 펴냄, 제인스 마틴 지음, 600쪽, 1만8천원

미국 예수회 사제인 제임스 마틴이 펴낸 `나의 멘토 나의 성인`(가톨릭출판사)은 한 사제가 자신의 일생을 살아오면서 성스러운 인물(聖人)들이 어떻게 하여 자신의 삶에 동행하는 멘토가 되어 주었는지에 대한 묵상서다.

저자 자신이 미지근한 종교인으로 머물러 있다가 직장 생활을 한 뒤 수도회에 입회해 부대끼면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나게 된 성인 17명을 친근하고 가깝게 소개한다.

저자는 성인의 생애를 단순히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성인으로부터 얻은 교훈, 느낌, 영감 등을 진솔하게 전한다. 잔 다르크, 마더 데레사, 교황 요한 23세, 요셉, 토머스 아퀴나스 등이 다뤄진다.

“나는 또한 그들의 우정도 감지한다. 나는 성인들을 알면 알수록 하느님과의 삶을 즐기는 이들이 나를 돕고 있고, 그들은 나의 편이고, 그들은 내가 그리스도인의 삶을 훌륭히 살아내기 바라고 있으며, 그들은 내가 훌륭한 예수회원이요 사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느낀다.”(576쪽)

저자 제임스 마틴은 철저히 현대적인 삶을 산 사람이다. 그는 어렸을 적, 집에서 종교 서적을 한 권도 본 적이 없을 만큼 신앙생활에 미지근했던 가정에서 자라, 가장 취업이 잘된다고 알려진 펜실베이니아 대학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을 졸업하고, 대기업 GE에서 빠른 승진가도를 달리다가 예수회에 입회하여 여러 사도직을 경험한 후 사제가 되어, 지금은 뉴욕 맨해튼에서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미디어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러한 단계를 거칠 때마다 놀라운 친구들과 함께 그 길을 걸었다. 그 친구들이 바로 가톨릭교회의 성인들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성스러운 사람들이 단지 역사적 인물일 뿐이지만, 저자에게 그들은 절친한 벗이었고, 평생토록 함께해 준 소중한 멘토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특히 우리가 성인들과 맺는 관계가 `수호자`형과 `동반자`형이 있다며, 우리 교회가 성인을 수호자로만 모시는 데 대해 안타까워한다.

그러고는 성인들이 우리의 동반자, 우리의 멘토가 되는 분들임을 역설한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성인이 되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다시 상기시키며,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희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성인이 되기를 갈망하기만 하면 된다고 격려한다. 아울러 성인이 된다는 것 또한 다른 위대한 사람을 닮아야 한다는 식으로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되는 것이라 역설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성인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던 저자는 예수회 수련자가 되면서 독서를 통해서 혹은 어떤 계기가 있어서 성인들을 한 분 한 분 알아갔다. 그리고 성인들의 생애나 그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자신과 공통점을 확인하며 친밀감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성인들이 자신과 늘 함께하면서 의견과 조언과 도움을 주는 형이나 누나 같은 멘토가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성인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방식이 `수호자`형과 `동반자`형이 있음을 예리하게 바라본다. 그러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인을 수호자로만 여기지 동반자로 여기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초대교회에서는 성인들이 `수호자`라기보다는 `동반자`에 더 가까움을 일깨워 준다. 그러니까 성화와 성인의 지위가 보다 평등했고, 친구 같은 관계였다. 그러한 예로서, 바오로 사도는 모든 그리스도 신자를 `성인`이라 지칭했음을 들 수 있다.(우리말 성경에서 `성도`라 옮겨서 책의 본문에도 `성도`라고 옮겼지만, 그리스어 원문은 `성인`이라는 뜻의 하기오스 a`gioj를 썼다.-편집자 주) 즉 성인들은 우리보다 앞서 가며 우리를 격려하는 친구이자 신앙 공동체의 형제자매이며 동시에 거대한 `증거자 집단`인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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