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앞으로 장차관 등 정무직을 제외한 각 부처의 실무 간부 인사를 장관에게 맡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임기 초반에는 정권이 바뀌었던 만큼 청와대가 불가피하게 조율한 측면도 있었지만 이제는 장관의 책임 아래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장관들도 본인의 인사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급 공무원에 대해서는 장관이 추천은 하지만 검증 문제때문에 청와대가 인사에 관여해왔으나, 앞으로는 완전히 부처 자율에 맡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돼 공직사회에 상당한 반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각 부처의 1급 공무원은 280여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교육 개혁과 관련,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사교육이 바로 서민의 부담과 고통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서민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로드맵을 갖춘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마련하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 이 대통령은 이어 “과거에는 없는 사람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었으나 사교육 부담이 커지면서 점점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와 관련해서도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는 경영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평가를 위한 평가에 그치거나 처벌을 위한 평가를 하자는 것이 아니므로 각부 장관들도 노사 문제, 단체 협상 등과 관련해 산하기관의 경영혁신에 대해서도 책임감과 관심을 가지고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개혁드라이브에 대해 이동관 대변인은 “개혁이란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 보니까 세상이 바뀌어 있는 것이 개혁이 아니다”면서 “이 대통령이 늘 강조하듯이 마치 물이 스며들 듯이 자기도 모르는 새에 하나하나 바뀐 것이 모여서 나중에 `아, 이렇게 바뀌었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는 것이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 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철학은 어느 날 갑자기 무슨 깜짝쇼 스타일의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대증요법으로 그때그 때 대응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김진호기자kjh@kbmaeil.com
2009-06-24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3일 “민심을 떠난 정치, 민심을 떠난 행정은 아무 것도 가져올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소속 기초단체장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 모두가 정말 조심해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은 바로 민심”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흔히 정치인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다고 하는데 이 민심이 우리를 띄우기도 하고 가라앉히기도 한다”면서 “여러분이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배라는 생각을 갖고 민심을 열심히 살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혹시 (내년 지방선거) 공천이 걱정된다고 서울을 쳐다보지 말라”며 “서울에 올라와 누구를 만날 시간에 지역주민을 한번 더 만나라. 여러분에게 공천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지역 주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 지역마다 칭송소리가 많이 들리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의 뛰어난 능력과 부지런함, 힘찬 추진력을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스스로 잘 해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을 넘어 중도 성향의 초선모임인 `선진화를 추구하는 초선모임`(선초회)가 23일 결성됐다. 지역의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이철우(경북 김천) 의원, 이두아 의원 등 초선 19명으로 구성된 선초회는 ▲ 신여의도정치 구현 ▲ 탈계파 및 차기 정권 창출 ▲ 보수정당에 걸맞는 쇄신 등 3대 활동목표를 설정했다. 선초회는 이날 창립선언문을 통해 “거짓선동과 불법폭력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수구좌파의 반복되는 책동에 결연히 맞서기 보다는 차기만을 생각하는 파워 게임에 골몰하고 있다”며 고질적인 당내 계파 갈등을 정면 비판했다. 모임은 “작금의 계파갈등은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노선의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며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여전히 보스정치, 줄서기 정치라는 후진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선초회는 친이, 친박을 넘어 친대한민국, 친한나라당의 길을 걸을 것”이라며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탈계파의 입장에서 사안별로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한나라당이 지난 4·29 재보선의 참패를 겪으면서 조기전당대회와 국정기조의 변화 등 당·정·청의 대폭 쇄신을 촉구하고, 이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자기 밥그릇 지키기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즉, 박희태 대표의 사퇴와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장 등을 요구하고 있는 민본21과 쇄신특위의 후면에 존재하는 노림수와 이를 반대하는 친박근혜계 의원들, 그리고 영남을 중심으로 하는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계산은 서로 다른데 있다는 것. 우선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한나라당이)지지기반과 리더십 측면에서 모두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 쇄신특위의 경우, 대부분의 소속 의원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쇄신특위 위원장인 원희룡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의원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으며, 남경필, 정병국 의원 등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재철 의원 등이 속한 `함께 내일로` 의 핵심멤버 역시 수도권에 그 수가 많다. 결국 4·29 재보선의 참패와 조문정국을 거치면서 급격히 떨어진 민심이반에 수도권에 적을 둔 국회의원들의 동요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영남권의 한 의원 역시,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훗날 총선에서 수도권의 3분의2 이상이 물갈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쇄신”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지난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친이계와 막말까지 하며 접전을 벌였던 친박 의원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현재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을 요구하는 수도권 인사들에 맞서 친이계와 공동대응을 하며 박 전 대표의 당대표 취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이는 `박 전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와 연관이 많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가 박희태 대표의 사임과 함께 당 대표에 취임하게 되면, 당장 오는 10월 재보선부터 치러야 하는데 현재의 분위기로는 어렵다는 것.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아무리 선거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10월 재보선을 역전시키기는 힘들다”며 “결국 선거 패배의 책임론이 불게 되면, 대선후보로서의 명성에 흠이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역의 박종근 의원 역시, “박 전 대표의 대표 취임은 내년 3, 4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후 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 회생을 통해, 대권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영남권 친이계의 목적은 약간 다르다. 물론 아직까지 이들의 움직임은 크지 않지만, 지난주 한탄강 일대에서 초선 의원 48명이 비공개 모임을 가지는 등 향후 폭탄선언을 준비한다는 입장. 더욱이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에 지역구를 가진 이들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말도 안 되는 쇄신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흔들지 마라”는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원조 친이라는 닉네임을 획득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뿐만 아니라, 박희태 대표의 입장에서 원외 대표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10월 재보선 출마가 불가피하고, 만약 당 대표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당 공천도 불확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결국 박희태 대표는 물론, 각 의원들의 쇄신을 둘러싼 싸움은 누가 밥그릇을 지키느냐 하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이념·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오는 8월 중에 발족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몇달간 미뤄져 왔던 사회통합위원회 출범을 8월 중에는 마무리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양대 국정 목표의 하나인 국민 통합을 위해 사회 각계에서 분출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올해 초부터 사회통합위를 신설하려 했으나 여건이 좋지 않아 계속 연기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이 사회 분열의 심각성을 여러 차례 지적하면서 출범 시기 확정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연설에서 이념·지역에 따른 분열을 언급하며 “대증요법보다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22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지나치게 좌-우,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구분을 하는 것 아니냐. 사회적 통합은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회통합위는 △사회 갈등 해소 △차별 요소 제거 △양성 평등 구현 등을 목표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관계 부처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위원장은 외부의 덕망있는 학자 출신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50명 가량의 각계 유력 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 산하에 4개 전문위원회와 광역시도별 지역협의회를 두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