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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꿀벌 집단 폐사 극복 위한 ‘꿀벌자원육성품종증식장’ 개소

예천군 곤충연구소 꿀벌육종연구센터는 최근 기후 변화와 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양봉산업의 안정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북 꿀벌자원육성품종증식장’ 을 오픈했다. 개소식에는 김학동 군수를 비롯해 농촌진흥청 및 경상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 각 도 농업기술원 양봉 담당자, 양봉협회 회장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증식장 조성 경과보고와 함께 축사 및 시설 참관이 이루어졌다. 농촌진흥청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증식장은 국비 등을 포함, 총 24억 원을 투입하여 꿀벌육종연구동, 생산관리동, 통영시 사량도에 위치한 영남꿀벌격리육종장 등을 갖추었다. 이를 통해 예천군은 국내 꿀벌 산업 선진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식장은 수밀력, 질병 저항성, 봉산물 다수확 능력 등이 우수한 꿀벌 품종을 연구하고, 농촌진흥청 등록 우수 품종인 ‘젤리킹’을 비롯한 우량 여왕벌을 대량 증식하여 양봉 농가에 신속하게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전국적인 꿀벌 집단 폐사 및 실종 사태로 농작물 화분 매개벌 부족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 증식장을 통한 우수 품종의 안정적인 공급은 양봉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양봉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학동 군수는 “꿀벌은 미래 농업의 핵심 동력이며, 증식장을 통해 우량 여왕벌을 공급하여 위기에 처한 양봉농가의 경쟁력과 소득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11-18

경주 대릉원 미디어아트 24일간 60만 명 방문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대릉원 일원에서 진행된 ‘2025 국가 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 행사가 총 6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이 중 5만 명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대릉원이 경주의 대표 야간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음을 입증했다. 이번 행사는 ‘대릉원 몽화, 천년의 문이 열리다’를 주제로 신라 역사와 현대 미디어 기술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황남대총·천마총·90호 고분 등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와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신라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관람객의 높은 몰입감을 끌어냈다. 특히 천마총 무료 개방과 함께 고분군과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야간 체험이 인기를 끌었다.   참여형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었다. 얼굴 합성 체험, 스탬프 투어, 종이등 만들기 등 가족·연인 대상 활동과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의 ‘GOLDEN SILLA XR 버스’ 연계 투어는 매회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신라 복식을 입은 도슨트(해설사)와 함께하는 투어도 대표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행사는 APEC 정상회의 개최 시기와 맞물려 경주의 ‘야간 관광도시’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도 거뒀다.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며, 시는 내년에도 국가유산청 공모사업 선정을 통해 행사를 지속할 계획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신라 유산을 현대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했다”며 “품격 있는 야간 관광 콘텐츠를 확대해 시민과 관광객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는 2023년과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대릉원 미디어아트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5-11-18

"한지는 종이가 아닌 자연과 장인이 빚은 문화유산”

문경에서 이어온 천년 한지의 숨결이 서울 도심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경상북도 무형유산 전승교육사 김춘호 작가와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김삼식 장인이 참여하는 특별전 ‘한지의 숨결展’이 21일부터 12월 7일까지 종로구 한지가헌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전시’가 아니라, 문경 전통한지가 걸어온 길,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의 가치, 수백 번의 기다림과 손길이 빚어낸 한지의 본질까지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다. 문경 전통한지는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그래픽아트 부서 팀장이던 아리안 드 라 샤펠의 문경 방문을 계기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전통닥나무 삶기부터 발지, 건조까지의 과정을 직접 지켜본 뒤 “수백 년 이어온 방식 그대로의 종이가 가장 안정적이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 인연은 이듬해 실제 복원지 납품으로 이어졌고, 2023년에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인출용 한지까지 문경에서 제작됐다. 이는 곧 ‘문경 한지’가 단순한 지역 특산품이 아니라 한국 전통 종이의 정수(精髓)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직지심체요절 복제본, 팔만대장경 인출지, 루브르 박물관 수복용지, 국내외 박물관 납품 전통한지 샘플, 문경전통한지학교 수강생 작품 및 제작 과정 영상 등이 공개된다. 특히 문경전통한지학교 학생들의 1년간 제작 과정은 한지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기다림의 공예’임을 관람객에게 보여준다. 김삼식 한지장은 50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장인이다. 그는 닥나무의 성질부터 날씨, 물의 온도, 발지의 속도까지 환경 전체와 호흡하며 종이를 만든다. 그는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만든다는 건 결국 자연을 받아들이는 일이며, 장맛비가 많이 오면 닥나무가 예민해지고, 바람이 심하면 건조 속도가 달라지고,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종이 한 장의 균질함’을 지켜내는 것이 장인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문경의 한지가 왜 세계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 선택받는지, 그 이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춘호 작가는 20년 넘게 김삼식 장인 곁에서 기술을 전수받으며 전통한지 전승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한지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인내와 반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지를 만든다는 건 하루하루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이며, 오늘의 물이 어제의 물이 아니고, 같은 손으로 떠도 어제와 다른 종이가 나온다. 그래서 한지는 늘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향해 수백 번 손을 움직이는 예술”이라며, "이번 전시는 전통한지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것을 지켜온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문경전통한지학교는 장인들의 기술을 체계화하여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교육기관이다. 수강생들은 닥나무 채취, 삶기, 초지(발지), 건조, 마감 공정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전통한지의 원리와 정신’을 익힌다.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학생 작품과 제작 영상은 한지가 단순한 전통품이 아닌 현대적 가치와 가능성을 가진 공예산업임을 보여준다. 전시 공간인 한지가헌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운영하며, 전통 한지의 쓰임을 생활 속에 확장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전시 △강연 △체험 △한지상품 판매 △한지인화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통한지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문경 한지는 단순히 종이가 아니라, 자연과 장인의 손끝이 함께 만들어낸 문화유산이다. ‘한지의 숨결 展’은 그 긴 시간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자리이자,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11-18

청도군 북미 시장 개척단, 캐나다 KFT와 MOU 체결-판촉행사

청도군 북미 시장 개척단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인 최대 식품 유통업체 KFT와 청도 농특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김하수 청도군수, 전종율 청도군의회 의장, 김문재 KFT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KFT 매장인 갤러리아 슈퍼마켓 욕밀점(York Mills점)에서 대규모 판촉 행사로 지속적인 농식품 수출 확대와 상호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행사 품목은 감 가공품과 청도 쌀, 식혜, 홍시 찰떡, 진배기 된장, 김치 등 26개 품목으로 현지 소비자들이 청도의 맛과 품질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신선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연 매출 9600만 달러에 달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는 K-푸드 전문 유통기업 KFT는 캐나다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한인 식품 유통업체로 갤러리아 슈퍼마켓 3개 매장과 창고형 매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 김문재 KFT 대표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우수한 청도군 농특산물이 캐나다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더 많이 수입되길 바란다”며 “청도군과 KFT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김하수 청도군수는 “최근 K-Food 열풍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청도군의 우수한 농특산물이 캐나다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되길 바란다”며 “농가소득 향상과 수출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도군은 캐나다 판촉 행사를 마친 뒤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한인 대표 유통업체인 H 마트에서 추가 판촉 행사를 이어간다. H 마트는 지난 2024년 청도군과 수출 확대 협약을 맺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청도 농특산물의 미국 내 판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청도군 시장 개척단은 시장조사와 외지인 입맛 분석 병행으로 해외시장 네트워크 강화와 수출 기반 구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11-18

경주JC “신라금관 6점 경주 상설 전시하라”

2025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에서 출토된 신라금관 6점의 상설 전시를 요구하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주청년회의소는 18일 성명을 통해 “신라 금관은 경주의 정체성과 시민의 자존심”이라며 “상설 전시가 이뤄질 때까지 경주시·시의회·시민단체와 연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유산청에 “금관 반환을 적극 검토하라"고 촉구했고, 관계기관에는 “경주시민의 요구에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금관 6점은 경주를 비롯한 서울·청주 등지에 분산 보관돼 있어 문화재의 ‘출토지 중심 보존 원칙’이 훼손됐다”고 비판 했다. 또 “신라금관 6점은 금관총·천마총·황남대총 등 경주 일대에서 발굴된 신라 문화의 상징적 유물이다”면서 “6점 중 4점은 국립경주박물관에, 2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1점은 국립청주박물관에 각각 전시 중이다”라고 밝혔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출토지 보존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되는 기준”이라며 “경주의 전시·보관 인프라는 이미 국가급 유산을 수용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주시는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문화 행사 운영 역량을 입증했다”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과거와 달리 경주의 전시 환경이 개선됐으며 금관의 영구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특별전이 내년 2월 22일 종료되면 금관 6점이 다시 한곳에 모일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주청년회의소는 “국립경주박물관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지역내 반발이 커지고 있으며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중앙 부처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경주의 대표 박물관이 시민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5-11-18

울릉독도대첩 기념 주간, 독도의용수비대 ‘불굴의 수호정신’ 되새긴다

경상북도 출연기관인 독도재단은 1954년 울릉도 청년들로 구성된 독도의용수비대가 일본 순시함의 침입을 온몸으로 막아낸 ‘독도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17일 월요일부터 21일 목요일까지 ‘2025 독도대첩 기념 주간’을 운영한다. 독도대첩은 맨몸과 소수의 장비만으로 독도를 지켜낸 우리 국민 자주국방의 상징적 사건이다. 당시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은 혹독한 추위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일본 순시함의 무력 시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끝내 독도에 발을 딛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수비대원들은 배 한 척, 탄약 몇 상자에 의지한 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의지 하나로 버텼고, 이 결연한 대응이 일본의 침탈 시도를 물리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념 주간에는 독도의용수비대 활약을 기리는 추모식과 기념공연, 독도 수호 정신을 체험하는 참여 프로그램 등이 마련된다. 독도재단은 재단이 운영하는 K-독도 인스타그램에서 독도 사랑을 표현하는 댓글 이벤트도 진행해 국민 참여를 확대한다. 또한 20일 목요일 오후 1시에는 울릉도 저동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수비대원들의 용기와 희생을 되새기는 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기념 주간의 핵심 행사인 ‘2025 독도대첩 기념행사’는 21일 목요일 오전 9시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에서 거행된다. 행사에서는 당시 상황을 기록한 구술 자료와 사진 등이 공개되며, 생존 수비대원과 유가족을 향한 감사의 시간도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독도재단 관계자는 “독도 수호에 앞장선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의 호국정신은 지금도 독도를 지키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며 “그 정신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 독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1-18

영덕 대진1항•병곡항 준공 앞두고 공사 ‘올스톱’

총 110억 원이 투입되는 영덕군 대진 1항·병곡항 ‘어촌뉴딜300’ 사업이 준공 시한을 눈앞에 두고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올해 준공계획이어서 남은 기간이 불과 몇 달 되지 않지만 병곡항 현장에는 공사 장비 한 대 없이 썰렁한 모습만 보인다. 국책사업이 ‘종이 위 일정’만 채우고 현장은 멈춰 있는 전형적인 부실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 사업은 2022~2025년 4년간 영덕군 주체로 한국농어촌공사 영덕·울진지사가 공사를 위탁받아 진행 중이다. 균특회계 70%, 도비·군비 30%가 투입돼 항만 정비와 어가 기반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병곡항 선양장 보수, 해양레저센터 건립, 공중화장실 신축 등 핵심 공정은 줄줄이 멈춰 있다. 병곡리 주민들은 이미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섰다. 병곡1리 어민 A씨(60대)는 “몇 달째 장비 한 번 못 봤다. 주민 의견 듣는다고 쇼만 하고 세금은 줄줄 새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B씨(40대)는 “보고서만 채워놓고 ‘진행 중’이라고 우기는 걸 더는 참기 어렵다”며 “탁상행정이 따로 없다”고 비판했다. 농어촌공사는 “해역 이용 협의와 주민 요구 반영 과정에서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구간은 설계 변경도 없는 상태에서 방치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행정절차를 핑계로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영덕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영덕군 해양수산과는 “공사 기간 단축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1년 이상 똑같이 되풀이돼 사실상 ‘시간 끌기’로 비치면서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주민들은 영덕군과 농어촌공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쉬운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위탁사업이라는 이유로 공정 지연에 대해 어느 한쪽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이에 정작 불편과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국책사업이 ‘공사 중단–책임 회피–행정 방치’의 악순환에 빠진 채 마무리 조차 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엄정한 점검과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5-11-18

의성군, 2026년 예산 8500억 원 편성... 역대 최대 규모

의성군은 2026년도 본예산안을 8500억 원으로 편성해 17일 의성군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2025년 예산(7200억 원) 대비 1300억 원(18.1%) 증가한 규모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약 6%)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2014년 예산(43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2배 수준이다. 예산 증가는 국가공모사업과 국·도비 보조사업 확보에 따른 결과이다. 2026년 국·도비 사업은 전년 대비 403억 원(16.2%) 증가한 2898억 원을 기록했다. 군은 세출예산 전면 재검토를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AI·재난안전·산불복구 등 미래·안전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을 적용했다. 분야별 예산은 농림해양수산분야 1885억 원(전년 대비 126억 원 증가, 22.2%)으로 가장 높은 비중 차지했다. 이어 사회복지분야1870억 원(22.0%), 환경분야 926억 원(10.9%), 일반공공행정분야 555억 원(6.5%), 국토 및 지역개발분야 467억 원(5.5%) 순이다. 특히, 문화 및 관광분야는 350억 원 증가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는 산불피해 복원사업(고운사·운람사 복원 160억 원)과 성냥공장 문화재생사업(116억 원) 반영에 따른 것이다. 국토 및 지역개발분야도 202억 원 증가했으며, 주거기반조성(도동리행복둥지주택 40억 원 등)과 농업기반시설 정비(소하천정비 85억 원)에 예산이 집중됐다. 군은 대형 산불 피해 복구와 재해 예방을 위해 △고운마을 임대주택 복구(25억 원) △산불피해 조림사업(62억 원) △가뭄대책사업(75억 원) 등에 총 207억 원을 편성했다. 농업지원 분야에서는 맞춤형 농자재 지원사업(80억 원)과 사과스마트농업기술 실증단지 조성(8억 원) 등에 투자한다.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구축(41억 원) △바이오테크 허브센터 신축(42억 원) △LPG배관망 구축(96억 원) 등 에너지 인프라 확충 사업도 추진한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군민 수요에 부합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며 “미래 전략사업을 지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26년 예산안은 의성군의회 심의를 거쳐 12월 11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병길 기자 bglee311@kbmaeil.com

2025-11-18

의성군, 산불 초동대응 역량 강화 위한 모의진화훈련

의성군은 17일 관내 18개 읍·면을 대상으로 산불 초동대응 강화를 위한 모의진화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3월 대형산불 경험을 바탕으로 읍·면별 상시 진화인력 체계와 비상대응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훈련은 동부권 9개 읍·면(오전 9시 30분)과 서부권 9개 면(오후 4시)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산불 발생 시 접수부터 초기 진화, 주민 대피, 잔불 정리, 사후 평가까지 전 과정을 실전처럼 재현했다. 특히 유관기관 간 신속한 정보공유와 협력 대응체계 강화, 골든타임 내 초동 진화 가능성 제고에 중점을 뒀다. 훈련에는 읍·면 직원,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 경찰서, 소방서, 의료기관, 마을주민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단계별 대응 역량을 높였다. 군은 자체 평가반을 구성해 진화장비 준비성, 초기대응 신속성, 주민 대피·통제 혼선 최소화 등 핵심 항목을 평가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이번 훈련으로 각 읍·면의 대응체계를 점검할 수 있었다”며 “실전형 훈련을 지속해 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신속·정확한 대응체계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성군은 이번 훈련 결과를 바탕으로 산불 예방 및 초동대응 매뉴얼을 보완하고, 향후 정기적인 훈련을 통해 지역 안전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

2025-11-18

내방가사로 떠나는 근현대 여행

안동에 위치한 국학자료 연구·보존 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하 진흥원)은 근·현대 시기에 창작된 장편 기행가사 다섯 편을 현대어로 번역한 책 ‘어와 벗님네야 구경가자’를 발간했다. 이번 출간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한 내방가사를 현대어로 번역해 단행본으로 발간한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책에는 여성들의 여행 경험을 가사 형식으로 기록한 ‘청량산유산록’, ‘관해록’, ‘종반송별(송별답가)’, ‘관해가’ 등 총 5편의 내방가사가 수록됐다. 원문의 운율과 정서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어 번역을 적용했으며, QR코드를 통해 디지털 원문도 함께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학술적 활용을 위해 원문 교주본과 영인도 부록으로 수록했다. 20세기 들어 여성들이 ‘내방’을 넘어 세상과 교류하며 남긴 기록인 내방가사는 당시 사회의 제약 속에서도 여성들이 경험한 자연, 도시, 문물 등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경북 지역 여성들은 봉화 청량산의 절경부터 경성, 인천, 포항 등 근대 도시 경관과 신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풍경을 노래했다. 이는 한글이 널리 보급되기 전 여성들이 자신의 삶과 감정을 주체적으로 기록한 문학 장르이자, 남성 중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 자료로 평가받는다. 김순석 진흥원 인문융합본부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책은 내방가사의 가치를 현대에 재조명하는 계기”라며 “앞으로도 한글 고전문학의 현대어 번역을 지속해 누구나 쉽게 감상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8

구미서 3D 프린팅 엑스포·디자인박람회 잇따라 개최

구미 전시컨벤션센터인 구미코에서 3D 프린팅 엑스포와 디자인박람회가 잇따라 열린다. 18일 구미시에 따르면 오는 19일 ‘디자인페스타 in 경북 2025’가 먼저 개막한다. 행사는 경북 유일의 디자인 박람회로 인공지능(AI)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을 통한 성과물을 6개 전시관에서 선보인다. 전시관에서는 유명 회화, 동양화, 디자인 작가 5인의 작품을 생성형 AI 기술로 재해석한 작품과 중소기업 우수디자인 약 100여점 및 어린이들이 AI를 활용해 제작하는 ‘AI 동화책’ 체험 등이 마련된다. 디자인페스타는 나흘간 무료로 진행되며 문화심리학자 강연, 디자인·AI 토크콘서트 등도 마련돼있다. 이어 20일에는 ‘제13회 국제 3D프린팅 코리아 엑스포’가 열린다. 이틀 동안 33개 기업과 기관 등이 참가해 금속·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산업혁신 기술을 선보인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는 산업기술과 첨단 제조의 중심도시에서 문화선도산단 지정을 계기로 산업문화도시로 도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자인페스타를 통해 기업과 디자이너, 청년 인재 등이 어우러진 산업디자인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3D프린팅을 비롯한 첨단 제조 산업의 중심도시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승완기자

2025-11-18

육운 산업 35년 지킨 윤기선 대표, 동탑산업훈장 수훈

윤기선 경북자동차검사정비조합 이사장(우신자동차정비공장 대표)이 1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39회 육운의 날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육운(陸運) 산업 진흥과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윤 대표는 김윤덕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았으며, 현재 경북자동차검사정비조합 이사장으로 5년째 활동하고 있다. 1990년 경주에서 자동차 정비업을 시작한 그는 35년 동안 업계 기술력 향상, 회원 간 협력 강화, 신기술 도입 등 지역 정비 산업 발전에 꾸준히 힘써왔다. 그가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은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지역 정비업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사회 활동도 활발하다. 윤 대표는 한국갱생보호공단 경주후원회 초대회장과 경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을 맡아 사회 공헌에 힘썼으며, 이 공로로 2006년 법무부장관 표창, 2010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또한 경주신라컨트리클럽에서 이사·감사·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지역 발전에도 기여해 왔다. 윤 대표는 “정비업의 가치를 묵묵히 지켜온 회원들의 신뢰와 성원이 있었기에 이번 훈장은 제 한 사람이 아닌 우리 업계 전체에 주어진 것”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육운 산업 발전에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육운의 날’은 국가 산업의 핵심 기반인 육상운송 산업 종사자들의 노고를 기리고 산업 발전을 다짐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5-11-18

칠곡군, 제2회 전국 평생학습도시 페스티벌서 2관왕

칠곡군(군수 김재욱)이 2025년 제2회 전국 평생학습도시 페스티벌에서 ‘평생학습도시 좋은 정책상 우수상’과 ‘영상 공모전 최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우수 평생학습도시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전국 205개 학습도시와 74개 교육지원청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로,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와 대전 유성구가 주최하고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이 후원했다. 칠곡군은 디지털 격차 해소와 고령층 비문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도적 노력이 인정받았다. 칠곡군은 기존 문자 중심 문해교육에서 벗어나 디지털 생활 문해 중심 정책으로 전환, 디지털 생활문해 시범마을 운영, 디지털 생활문해 박람회, 미디어 문해 교육 등을 통해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역량을 강화했다. 특히, 행정, 대학, 전문기관, 마을이 협력하는 지역기반 모델을 구축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상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은 칠곡군 금남2리 조민숙 강사가 제작한 숏폼 콘텐츠로, 어르신들이 디지털 기기 활용 경험과 마을 학습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어 현장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장경선 칠곡군 교육문화회관 관장은 “디지털 문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결과가 이번 수상으로 이어졌다”며 기쁨의 소감을 전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이번 수상은 칠곡군이 전통적인 문해교육 성과 위에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시대 변화를 선도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군민들이 일상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며 성장할 수 있는 생활문해 중심의 학습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11-18

울릉도 섬 청소년들, 도시 용인시로 문화교류 떠났다… 새로운 경험 속에 희망과 용기 키워

울릉도 청소년들이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다른 지역의 또래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돕기고자 도시 교류가 마련됐다. 25명이 15일부터 19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용인시 일원에서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일정의 중심에는 용인의 대표적인 문화 탐방과 활발한 교류 활동이 있다. 청소년들은 용인지역의 주요 문화시설을 찾으며 다채로운 활동을 경험하게 된다. 한국민속촌에서는 전통문화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끼고, 에버랜드에서는 즐거움과 배움을 함께 얻을 예정이다.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았다. 용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미술 전시회 관람과 연극 체험은 울릉도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예술 세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단국대학교 견학과 잡월드 방문을 통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 세계를 직접 보고 느끼며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꿈의 방향을 넓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신갈청소년문화의집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문화교류’ 프로그램은 이번 일정의 핵심이자 가장 뜻깊은 순간이다. 울릉군 청소년들은 용인시 또래들과 함께 여러 활동을 하며 서로의 생활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지역의 차이를 넘어 공감과 우정을 쌓는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오래 남을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신해 (울릉고 3학년)학생은 “용인시 청소년들과의 만남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통해 폭넓은 문화를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이번 문화교류가 청소년들이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울릉군의 독특한 지리 환경과 용인시의 문화적 차이가 이번 프로그램을 더욱 뜻깊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출발 당일 환송식에서도 “지역을 대표해 건강한 교류와 배움을 이루고 돌아오길 바라며, 새로운 경험을 통해 여러분의 꿈이 한층 더 자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한편, 울릉군 관계자는 “이번 교류가 청소년들에게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성장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울릉군은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다양한 지역과 문화를 접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여행은 바다를 건너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울릉도 청소년들에게, 섬의 작은 개구리들이 더 큰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펴는 듯한 희망과 용기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1-18

초록우산 포항후원회, 지역 아동을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 온정

초록우산 경북지역본부(본부장 박정숙)와 초록우산 포항후원회(회장 성상민)가 포항지역 아동들을 위한 김장 나눔 행사를 했다. 초로우산은 지난 15일 포항 라이온 스클럽회관에서 ‘포항후원회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를 가졌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김장나눔 행사는 겨울철 식사 준비가 어려운 취약계층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초록우산 박정숙 본부장과 포항후원회 성상민 회장, 황보관현 명예회장을 비롯한 후원 회원 30여 명이 참여했다. 회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배추 절이기, 양념 버무리기, 포장, 나르기까 지 전 과정을 함께하며 겨울을 대비하는 아이들을 위한 마음을 보탰다. 회원들은 정성껏 담근 김장김치 250포기를 지역아동센터 64곳에 전달했다. 포항후원회 성상민 회장은 “해마다 김장나눔을 이어오며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뜻깊다. 앞으로도 지역 아동의 일상에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나눔 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박정숙 초록우산 경북지역본부장은 “정성으로 준비한 김장김치가 겨울을 보내는 아이들에 게 따뜻한 한 끼가 되길 바란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신 포항후원회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후원회는 자선골프대회, 제주문화체험, 물놀이 지원, 산타원정대 등 다양한 사업을 통 해 포항 지역 내 아이리더, 가족돌봄아동 등 취약계층 아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18

깃대봉에 오르니 ‘성인봉은 암것도 아니네“

나리분지에서 4.4km 오르면 정상… 성인봉보다 더 멋진 풍경 30여분 가파른 길 내려가면 가수 이장희 사는 ‘울릉천국’ 나와 송곳을 세워 놓은 것 같은 추산 용출소엔 하루 2만t 물 쏟아져 △ 숲속에 숨어 있는 용출소 알봉 둘레길 흙길의 끝자락은 내리막길이다. 흙길이 끝나고 보도블럭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추산마을로 가는 길이다. 추산은 송곳산이라고도 하는데 그 말이 그 말이다. 송곳(錐) 산을 한자화 한 것이 추산(錐山)이다. 송곳산이 마을 뒤에 떡 버티고 있어서 추산 마을이다. 송곳산은 해발 430m에 이르는 뾰족한 봉우리가 마치 송곳을 수직으로 세워놓은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어디에서 봐도 그 뾰족한 모양이 신비롭다. 오른쪽은 다시 나리마을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길가 어디선가 우렁찬 물소리가 들린다. 여기는 계곡이 없는 듯한데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두리번거리니 안내판이 서 있다. 추산 용출소에서 쏟아져 내려가는 물소리다. 추산 아래 용출수가 솟아나 만들어진 소라 해서 용출소다. 용출소는 숲속에 숨어 있다. 이 소는 나리분지에 내린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로 흐르다 갑자기 분출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용출소 아래 바위틈에서 하루 2만 톤의 물이 쏟아져 나온다. 엄청난 양이다. 초당 220리터가 솟아오르는 이 물은 도수관을 통해 104m, 143m의 낙차로 두 차례 떨어져 각각 200kW, 1,200kW의 전기를 생산하는 수력 발전소로 만들었다. 1966년 준공 이후 울릉도 전기 생산량의 약 10%를 담당했으나, 2024년부터 용출소 제2 발전소는 생수 사업 전환으로 가동이 중단되었다. 이 용출소는 나리분지의 화산이 함몰되어 호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호수 아래에 투수율 높은 부석들이 퇴적되어 지하수 저장고와 이동 통로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됐는데 갑자기 이 지하수가 단층과 급경사를 만나면서 더이상 흐를 곳이 없자 위로 분출된 것이다. 이 길에서 또 하나 지구의 신비를 배우고 간다. △ 일봉 등산로 희귀종 섬말나리 볼 수 있어 나리분지 초입, 알봉 등산로 입구에는 섬말나리 동산이 있다. 섬말나리는 울릉도에 자생하는 나리다.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강원도 금강산, 함경도 원산·무산령 등지와 만주·아무르·우수리 지방까지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관상용으로 건너간 것이 귀화하여 널리 퍼졌다. 말나리와 달리 꽃이 노랑색으로 핀다. 울릉도에서도 성인봉 일대 4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군락을 지어 서식한다. 나리마을 사람들의 식량으로 쓰일 정도로 흔하던 섬말나리가 1997년에는 산림청에 의해 희귀및 멸종 위기 식물 37호로 지정됐다. 그런데 일본이 울릉도의 섬말나리를 채취해가 증식한 뒤 다케시마(독도)나리로 이름 붙이고 독도가 일본 땅인 양 선전하는데 이용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영남대 김규원 교수가 복원 증식에 성공했고 2003년부터 나리분지에 다시 심기 시작했다. 섬말나리 동산은 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알봉 분화구까지는 왕복 2km, 1시간 30분 정도의 길이다. 정상에 분화구 흔적이 남아 있지만 나리분지나 제주에서 흔히 보는 분화구처럼 뚜렷하지는 않다. 뻥 뚫린 분화구 같은 특별한 기대를 한다면 오르지 않아도 무방하다. 알봉을 발견한 것은 전라도 사람들이라고 전한다. 공식 거주 허가 이전 울릉도로 가장 많이 찾아들어와 삶의 터전을 일구었던 이들이 전라도, 그중에서도 거문도 섬사람들이다. 아마도 이들이 배를 지을 목재를 구하러 나리분지에 왔다가 알봉을 발견하고 알처럼 생겼다 해서 알봉이라 이름 지었던 듯하다. 알봉은 나리분지가 만들어진 후에 형성됐다. 지하의 마그마가 분출해 화산이 만들어지면서 다시 마그마가 수축했고 그로 인해 마그마 위에 있던 화산이 무너져 내려 나리분지가 형성됐다. 그후 다시 나리분지 틈새로 마그마가 분출 했는데 멀리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봉긋한 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알봉이다. 알봉으로 오르는 길은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야산 자락이다. 제법 가파른 길인데 다리가 무겁지 않다. 많이 걸을수록 고단함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가 분출하는 까닭이다. 왜 아니겠는가. 사람은 동물이 아닌가. 움직이는 존재, 움직여야 사는 존재. 움직일수록 되살아나는 존재가 아닌가. 정상에 오르니 데크로 만들어진 넓은 전망대가 있다. 정상 부근은 약간의 경사가 있을 뿐 분화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펼쳐지는 나리분지 풍경은 장관이다. 나리분지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발길이다. 나리마을에서 나물 음식으로 요기를 하고 다시 알봉 둘레길을 걷는다. 이번에는 깃대봉이 목표다. 오늘 벌써 두 번째 걸음이지만 역시나 평온하고 행복한 길이다. 이처럼 걷기 좋은 길은 매일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계절마다 그 길이 다르듯 오전이 다르고 오후가 다르다. 매번 걸어도 같은 길은 없다. 빛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공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걷는 마음이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길을 잘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가는 것이다. 아무리 험한 길일지라도. 두려움 없이 계산 없이 가는 것이다. 다시 투막집을 지나 갈림길. 이번에는 깃대봉으로 향한다. 나리분지에서 깃대봉까지는 4.4km. 5분 남짓 가파른 길을 오르니 그 다음부터는 또 평탄한 산 둘레길이다. 아래서 올려다 봤을 때는 가팔라 보여서 고생 좀 하겠다 싶었는데 의외다. 역시 길은 가봐야 안다. △ 울릉도의 정수 조망할 수 있는 깃대봉 길은 내내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한껏 물들어 있다. 길가에 문득 ‘사유지니 무단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이 걸려있다. 각종 산나물이 돈이 되니 불법으로 채취해 가는 이들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함인 듯하다. 정상 부근에서 길은 잠시 다시 가파르다. 그래도 가파름은 잠깐이고 이내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서자 탄성이 절로 난다.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 나리분지의 전경과 성인봉, 말잔등, 미륵산, 옥녀봉을 비롯한 외륜산 봉우리들과 대풍감, 송곳봉, 노인봉, 공암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울릉도의 정수를 온전히 조망할 수 있는 산봉우리. 이보다 더 빼어난 전망대가 어디 있을까. 가장 높다는 것을 제외하면 성인봉도 깃대봉의 풍경에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높다는 것은 상징일 뿐 보여줄 것 없는 높은 자리도 많다. 참으로 감동적인 풍경이 아닌가. 게다가 이미 가버린 줄 알았던 울릉도의 단풍은 여기에 다 몰려와 있다. 한참 넋을 놓고 서 있는데 노부부가 정상으로 올라온다, 노인들은 올라서자마자 이구동성으로 환호성을 지른다. “성인봉은 암것도 아니네.” 노부부는 도동에서 성인봉을 넘어 깃대봉까지 왔다. 성인봉에서는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섭섭했는데 깃대봉에서 비로소 보상받았다고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노부부는 아쉬운 듯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노부부가 내려가고 또 시간이 지나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데도 나는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찬바람에 손도 시리다. 오늘 8시간을 걸은 끝에 최고의 풍경을 만났다. 해가 지면 위험하니 어쩔 수 없이 하산한다. 그래도 마음은 도무지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30분 남짓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가수 이장희씨가 사는 집, 울릉천국이다. 울릉천국에서 5분을 더 내려가니 평리마을 버스정류장이다. 이제 울릉도의 밤은 깊을 대로 깊었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1-18

중국 관광객의 빛과 그림자

서울은 물론 경주와 부산, 제주도까지 한국 어디를 가더라도 중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대다. 특히, 이름난 명소나 인기 좋은 여행지 식당에선 들려오는 중국어를 피해 가기 어려울 정도.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 숫자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2년부터 폭증하기 시작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460만 명에 이르렀다. 이는 2023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제도 시행 이후엔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중국인이 더 많아졌다. 서울을 포함한 다양한 관광지를 돌아본 중국 젊은이들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서도 한국 여행에서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세칭 ‘한국병’을 앓는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중국의 미래세대가 한국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문화와 생활패턴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건 나쁘지 않은 신호다. 하지만, 한국인들 사이에선 아직 중국 여행객을 마냥 우호적인 눈길로만 바라보지는 않는 시각이 분명 존재한다. ‘시끄럽고 질서와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로 중국인을 낮춰 보는 것이다. 관광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용변을 보는 등 중국 관광객들의 추태는 잊을 만하면 방송이나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그런 까닭에 중국인이 방문하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기는 카페나 식당도 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 문제도 마찬가지. 여행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를 어디서건 명심해야 혐중(嫌中)이라는 그림자가 걷히지 않을까 싶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1-18

상생페이백 10월분 562만명에 3373억 지급···소비진작 효과 7조원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인 ‘상생페이백’이 10월 소비 증가분에 대해 562만명에게 3373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9~10월 누적 지급액 6430억 원 대비 11배 규모인 약 7조 원의 소비진작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상생페이백은 만 19세 이상 국민이 9~11월 카드 소비액이 지난해 월평균보다 증가할 경우 증가분의 20%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제도다. 환급액은 월 최대 10만 원까지다. 지난 9월 15일부터 접수를 시작해 두 달간 신청자는 1316만명에 달했다. △10월분 562만명 환급···1인 평균 6만30원 11월 9일까지 신청자 가운데 10월 소비가 증가한 대상자는 전체 지원요건 충족자(1295만명)의 43.4%인 562만명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10월 환급액은 총 3373억 원, 1인당 평균 6만 30원 수준이다. △9월 소급 지급 643억···누적 지급액 4016억 지난 10월 15일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112만 명에 대해 총 643억 원의 9월분 소급 환급도 이뤄졌다. 기존 1차 지급(2414억 원)을 포함하면 9월 소비 증가분 환급 총액은 3057억 원, 지급 인원은 527만 명이다. 이에 따라 9·10월 누적 지급액은 4016억 원(소급 포함)이 됐다. △소비증가 효과 7조 원··· 지급액의 11배 중기부는 상생페이백 지급 대상자(중복 포함 1089만명)의 9·10월 총 소비 증가액이 7조 22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9월 소비 증가액은 3조 4117억 원, 10월 소비 증가액은 3조 6103억 원으로 두 달 합산 소비 증가는 지급액 6430억원의 11배로, 중소·소상공인 중심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상생페이백은 백화점·아울렛·대형마트·온라인쇼핑 등은 제외돼 동네 상권 중심의 소비 증가 효과가 반영된다. △11월 말까지 신청 가능···9·10월분도 소급 11월 10일 이후 신청한 국민도 11월 소비 증가분 지급 시 9·10월분을 함께 소급받을 수 있다. 중기부는 “상생페이백 신청은 11월 말까지 가능하다”며 “아직 참여하지 않은 국민은 혜택을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18

외국인 주택 이상거래 210건 적발··· 해외불법자금·편법증여 대거 드러나

정부가 외국인 주택 거래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 총 210건의 위법 의심거래(위법 의심행위 290건)를 적발했다. 해외자금 불법반입, 무자격 임대업, 편법증여 등 국내 주택시장 질서를 해치는 사례가 대거 확인되면서 관계부처가 최고 수위의 조치를 예고했다.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 협의회’에서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해외불법자금 반입·편법증여 집중 적발 조사 대상은 2024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외국인이 신고한 주택 이상거래 438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10건(47.9%)에서 위법 의심행위가 확인됐다. 주요 적발 유형은 여섯 종류로 나타났다. △해외자금 불법반입 의심사례는 모두 39건으로 1만 달러 초과 현금 미신고 반입, 환치기(비제도권 외환거래) 활용 등이 포함됐다. △무자격 임대업 적발은 5건으로 방문취업(H2) 등 임대업이 금지된 비자로 체류하며 임대수익을 취득한 사례가 있었다. △편법증여·특수관계인 대여금 문제도 57건을 적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차용증 미작성, 적정이자 미지급 등 증여세 회피 의심사례다. △대출용도 외 유용은 13건으로 운전자금 대출을 주택 취득에 사용한 경우 등이 있었다. △명의신탁 의심은 14건으로 실제 소유자와 등기 명의자가 다른 경우다. △거래가·계약일 허위신고는 162건으로 업·다운계약 등 시장 교란 행위가 집중 적발됐다. 국적별 위법의심행위는 중국 125건, 미국 78건, 호주 21건, 캐나다 14건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88건, 경기 61건, 충남 48건, 인천 32건이 뒤를 이었다. △“임대수익·편법증여·환치기” 다양한 유형 확인 대표적 사례로는 외화를 신고 없이 들여오거나 환치기 자금을 활용해 총 17억 원대 자금을 마련한 해외자금 불법반입 의심 사례, 임대업이 금지된 비자로 체류하면서 임대보증금을 승계해 월세 수익을 얻은 무자격 임대업 사례, 특수관계 법인을 통해 46억 원을 차입해 고가 아파트를 매수한 편법 차입 사례 등이 제시됐다. 또 단기간에 여러 주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중개업자가 매수·매도 자금을 대납하고 실질적 권리를 행사한 정황도 드러나 명의신탁 혐의가 제기됐다. △법무부·국세청·관세청·경찰청, 최고 수위 조치 나선다 적발된 의심거래는 관계기관에 통보돼 법령에 따른 각 부처별로 후속 조치가 진행된다. 법무부는 체류자격 외 임대수익 등 확인 시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 후 소득·증여 누락 여부 세금 추징한다. 관세청은 신고 없이 외화 반입·환치기 적발 시 최대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한다. 경찰청은 명의신탁 시 신탁자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이다. 지자체는 업·다운계약 등 허위신고 시 취득가액의 10% 이하 과태료 를 부과한다. 정부는 외국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제재 수위를 상향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자금조달계획서에 해외자금 조달내역 제출 의무화 등 제도 보완도 추진 중이다. △“시장질서 확립 위해 연말까지 조사 지속” 국토교통부는 이번 조사가 외국인의 불법 부동산 거래 적발에 실효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현재 진행 중인 수도권 주택 이상거래 조사, 외국인 비주택·토지 이상거래 조사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외국인 불법거래 근절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1-18

中·日 불협화음··· 일본 관광·유통업계 아우성..민간외교도 경색

중국 정부가 일본 방문 자제 조치를 발령하면서 올해 ‘2조 엔 규모(약 19조 원)’까지 성장하던 중국발 인바운드(외국인관광) 소비에 경고등이 켜졌다. 관광·유통 업계는 아직 대규모 취소 움직임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경기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간 차원의 양국 대화 행사도 잇달아 연기되는 등 정치적 긴장감이 교류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촉구했다. 고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와 관련해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한 반발이 발단이다. 홍콩 당국도 일본 방문 시 주의를 요구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중국인 방문객의 올해 1~9월 소비액은 1조6443억 엔으로, 연 환산 시 약 2조 엔 규모다. 이는 코로나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의 1조7704억 엔을 넘어선 수치다. 같은 기간 홍콩 방문객의 4021억 엔 소비까지 포함하면 중국·홍콩발 수요가 인바운드 시장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반면, 관련 업계는 당장 매출 급락 조짐은 없다는 분위기다. 중국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항공권의 변경·환불을 무료로 처리하기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여행 취소 확산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제국호텔은 “중국 기업 주최 행사에서 일부 연기·취소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고, 후지타관광은 “개별 여행객 취소는 없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업계도 경계는 하면서도 영향은 제한적이다. 2025년 2월기 기준 면세 매출에서 중국인 고객 비중이 58%에 달하는 다카시마야, 약 66%인 다이마루·마쓰자카야는 “현재로선 뚜렷한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간사이 지역(오사카·교토·고베 등)에서는 일부 취소 움직임이 감지된다. 인바운드 소비의 3할을 차지하는 지역 특성상 충격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리가로열호텔 오사카와 긴테츠 계열 호텔 일부에서는 11~12월 예약 취소가 발생했으나 “영향은 경미하다”는 반응이다. 관서국제공항의 중국 노선 예약도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오사카 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1~9월 오사카부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426만 명으로 외국인 방문객의 33%를 차지했다. 일본 종합연구소는 “방문 경험이 많은 중국인 리피터 비중이 높아 즉각적인 급감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정치·외교 분야로의 여파도 확산되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 ‘언론NPO’는 22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도쿄-베이징 포럼’을 중국 측 요청으로 연기했다. 중국 측은 고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이유로 들며 “교류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라고 통보했다. 양국 공동 여론조사 발표도 두 차례 연기되는 등 민간 외교 채널이 경색되는 양상이다. 17일 밤에는 재중국 일본대사관이 중일관계 악화에 따라 중국 재류 일본인들에게 안전대책을 철저히 하도록 하라는 통지를 냈다. 외출시 수상한자의 접근이나 주변상황에 주의하고 여러명이 함께 행동할 것을 권장했다. 전문가들은 조치가 단기간에 그치면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인바운드 소비 위축이 일본 GDP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인 방문객의 1인당 소비는 동아시아 국가 중 높은 편으로, 쇼핑·외식 비중도 커 지역 유통·관광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조치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일본 관광·유통·숙박업계, 그리고 양국 민간 교류까지 폭넓은 분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일 양국관계의 이러한 흐름과 관련해 국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드배치와 관련한 중국인 관광객의 특수가 국내 관광업계에 큰 타격을 주었고, 그로 인해 중국 단체관광이 일본으로 흘러갔던 경험에 비추어 볼때, 이번 기회는 한국 관광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경주APEC정상회의 이후 ‘한·일·중’을 ‘한·중·일’로 했다는 것에 대해 중국 언론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중국을 앞세웠다고 우호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중국인 인바운드 관광유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18

한덕수 ‘내란 혐의’ 재판 증인 출석한 추경호, 증언 거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구속영장 청구를 이유로 증언을 전면 거부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저의 대학 시절 그리고 2024년 5월 원내대표 취임 시점 이후 계엄 해제 의결 이후까지 구속영장에 기재돼 있다. 부득이하게 일체의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며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상태다. 국회는 27일 체포동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거라는 사실을 선포 전에 알았느냐”, “계엄 당일 한 전 총리에게 전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도 추 전 원내대표는 답변을 거부했다. 한 전 총리 측 반대신문에서도 같은 태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라는 중한 죄로 영장이 청구된 상태라는 사정을 고려해 증언 거부를 수용했다”면서도 “거부하는 건 본인 권리지만 경제부총리도 하셨고, 원내대표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느냐”고 물었다. 추 전 원내대표는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모두 말씀드린 취지로 거부하게 됐음을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증인신문은 약 20분 만에 종료됐고, 서증조사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에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말렸지만, 윤 전 대통령이 ‘준비가 다 돼있어서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본인은 “계엄은 안 된다. 절대 안 된다”고 했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재고해달라”고 말했다고도 진술했다. 재판부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재소환했다. 이들은 앞서 건강상 사유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며, 재판부는 과태료 부과와 함께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법정 질서를 위반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제재 조치를 취하고 과태료뿐 아니라 감치까지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7

장동혁 “항소 포기로 7800억 날아가”···국정조사 촉구

국민의힘이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동혁 대표는 “항소 포기로 국민의 7800억 원이 날아갔다”며 “대장동 일당은 뻔뻔하게 추징보전 된 재산을 풀어달라고 당당히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풀어주지 않으면 국가 배상을 하겠다고 협박하는 모습이 마치 두목을 믿고 회칼, 쇠파이프 들고 날뛰는 조폭을 보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라는 뒷배, 용산이라는 백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국민이 모두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민주당이 배임죄 폐지 속도를 내고 있다. 항소 포기를 비판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하겠다고 한다”며 “그래놓고 7800억 원을 범죄자들의 뱃속에 집어넣은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1호기를 타고 해외로 먹튀했다. 돌아오면 기다리는 건 국정조사, 그리고 특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언석(김천) 원내대표도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개발 비리 사건인 대장동 사건으로 무려 7800억에 달하는 천문학적 범죄 수익을 대장동 일당에게 안겨줬다. 항소 포기 외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를 즉각 수용하고, 외압을 행사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진수 법무부 차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용산 대통령실을 시작으로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 및 국정조사 촉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7

여야 지선 공천룰 공개… 민주 ‘당원 1인 1표’•국힘 ‘현역 PT 평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각각 공천 규칙 개편안을 공개하며 공천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에 착수했고, 국민의힘은 현역 단체장에 대한 정량·여론·PT 기반의 성과 평가를 공천에 반영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9일과 20일 이틀간 1인 1표 시대 당원 주권 정당에 대한 당원 의사를 묻는 역사적인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다”며 “국회의원도 대의원도 당원도 1표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몇몇 힘 있는 인사가 공천권을 좌지우지하던 폐습을 끊고 당원이 전면 참여해 당 후보를 공천하는 당원 주권 시대, 권리당원 공천 시대를 열겠다”고도 했다. 전 당원 투표에 부쳐진 개정안에는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표 가치 차등 폐지 △기초·광역의회 비례대표 권리당원 100% 선출 △예비후보자 4인 이상 시 권리당원 100% 예비경선 실시 등이 포함됐다. 투표권은 올해 10월까지 당비를 낸 권리당원 164만7000명에게 부여된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경선 단계 전반에서 권리당원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권리당원 규모가 지역별로 상이한 만큼 호남·수도권과 강원·영남 등 지역 간 경쟁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역 단체장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공천에 반영하는 새 체계를 도입한다. 국민의힘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며 “현역 단체장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 요소가 없었다”며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평가는 △정량지표 50% △여론조사 30% △개인 PT 20%에 가·감점(-10∼+10점)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량지표는 △지역고용률·예산 확보·기업 유치 등 경제 지표 40점 △청렴도·소통·안전 등 리더십 지표 30점 △당 기여 지표 30점으로 구성된다. 단체장 임기 기간의 변화율을 중심으로 평가해 지역별 여건 차이를 고려하며, 인구 소멸 지역과 재정 취약 지역에는 경제지표 가산점이 부여된다. 평가 결과는 공천에 반영하되, 컷오프 여부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최종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정점식 TF 위원장은 “국가기관의 공식 통계와 공신력 있는 평가 자료를 활용해 민선 8기 동안 어느 정도 지역 발전에 기여했는지 평가할 예정”이라며 “단체장이 우리 당의 철학과 국가관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도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장은 개인 PT를 통해 임기 중 주요 성과와 지역 특화 정책을 직접 발표해야 하며, 당은 이를 향후 전체 공약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7

국회 예산소위 첫날부터 충돌… 줄줄이 보류

여야가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 첫 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을 두고 전방위적으로 충돌했다. 각 상임위 예비 심사를 거친 예산안이 예산소위 심사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잇따라 보류되며 난항이 예상된다. 쟁점은 인공지능(AI)과 미래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국민성장펀드, 1703억 원 규모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705억 원 규모의 국가농업 AX(인공지능 전환) 플랫폼 등 정부 국정과제 관련 예산에 집중됐다. 야당은 이 같은 사업이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져 재정 건전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고, 여당은 미래 대비를 위한 필수 투자라며 정부안 유지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1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예산안에 대해 “국가 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 펀드는 매우 위험하다. 정부 보증 채권 아니냐”며 “‘깜깜이 펀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조정훈 의원도 박근혜·이명박·노무현 정부의 관제펀드 사례를 언급하며 “정권이 대규모 펀드를 운용해 대박 난 경우는 없다. 상장 폐지되거나 수백억 원 손실을 남기고 끝났다”고 문제 삼았다. 금융위원회가 목표 수익률과 이자 비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조 의원은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반대했다. 이에 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원안(정부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며 “하루만 뒤처져도 뒤처지는 AI 시대”라고 강조했다. 노종면 의원도 “펀드 조성 목표금액이 100조 원에서 150조 원으로 늘어난다면 내년도 예산안도 동일한 비율만큼 5000억 원 늘어야 한다”며 “민간 참여 독려를 위한 마중물 개념의 투자”라고 엄호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두고도 논쟁이 이어졌다. 조정훈 의원은 “정책 목표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전남·전북 등에서 진행 중인 시범사업이 있다”며 “지자체에서 수백억 원을 들인 시범사업의 결론을 보고 결정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관 의원은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한 사업”이라며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어 다양한 시범사업을 종합해 시행할 때 그 내용이 잘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맞섰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7

해담길에서 만나는 울릉도…화구 안에서 다시 분출한 알봉과 용암 둘레길

△ 일본인들이 입항했던 왜선창이 예선장으로 여객선이 기항하는 울릉도의 관문은 3곳이다. 저동항, 도동항, 사동항이다. 기항지에서 대중교통으로 나리분지에 가려면 일주버스를 타고 천부에 하차한 뒤 나리분지를 오가는 셔틀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천부는 북면의 중심지다. 저동-섬목 간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는 울릉읍에서 가장 먼 곳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교통이 편리해졌다. 천부는 1883년 울릉도에 공식 입도가 허락된 뒤 개척민들이 처음으로 들어왔던 포구다. 그 선창이 예선창이다. 공식 입주 허가 이전에도 조선인들과 일본인들이 몰래 들어와 살고 있었고 그 시절 천부는 주로 일본인들이 입항하던 포구라 해서 왜선창이라 불렸다. 왜선창이 예선창으로 변이되어 불리게 된 것이다. 일본인들은 불법으로 울릉도에 입도한 뒤 벌목해서 배를 건조하고 해산물들을 채취해갔다. 개척 시기 울릉도를 탐사했던 울릉도 검찰사 이규원의 검찰일기에도 왜선창으로 기록되어 있다. 천부라는 이름은 후일에 생겼다. 당시에는 조선 본토에서 온 사람들도 울릉도에 거주하며 배를 짓고 어로를 했다. 나리마을 출발 초입부터 우산고로쇠·섬단풍나무 숲터널 이뤄 눈이 많기로 유명한 나리분지 12월부터 4월까지 3~4m씩 폭설 개척민 살았던 전통가옥 투막집 4채·너와집 1채 문화재로 보존 △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 나리분지 나리분지는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다. 동서길이 약 1.5km, 남북길이가 2km 남짓 된다. 나리분지는 1만5000~2만년 전 일어난 화산 폭발 당시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성인봉(984m) 북쪽의 화구원(火口原)이다. 면적 198만㎡. 알봉마을 분지까지 포함하면 330만㎡다. 나리분지는 화구 안에서 다시 분출한 알봉(611m)에서 흘러내린 용암에 의해 형성된 알봉분지까지 두 개의 화구원으로 분리되어 있다. 북동쪽의 평지인 나리분지에 나리마을이, 남서쪽의 평지인 알봉분지에 알봉마을이 있다. 지금은 알봉분지에 주민이 살지 않고 나리분지에만 산다. 분지는 외륜산(外輪山)으로 둘러싸여 있다. 화산에서 중앙의 분화구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산을 외륜산이라 하는데 성인봉은 외륜산의 최고봉이자 울릉도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개척 초기부터 개척민들이 들어와 농사를 짓고 살았지만 땅이 척박해 농사가 잘 안되면 근방에 널려있던 섬말나리를 캐 먹고 굶주림을 면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나리마을이 됐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도 눈이 많기로 유명하다. 12월부터 4월까지 눈이 내린다. 3-4미터씩 쌓이는 폭설이다. 눈이 쌓이면 마을은 고립무원이다. 더러는 5월까지 눈이 내리는 해도 있다. 나리분지는 울릉도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다. 섬이지만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는 완벽한 산촌, 분화구 속의 마을은 성수기 때면 탐방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늦가을이라 마을이 조용한 편이다. 그래도 점심시간이면 울릉도 특산 나물 음식들을 맛보기 위해 찾아드는 여행객들로 식당들은 북적인다. 기근을 면해주었던 구황식물, 산나물들이 이제는 건강식으로 각광받으며 주민들의 큰 소득원이 됐다. 화구 안의 산, 이중 화산으로 형성된 까닭에 알봉(538m)은 마치 분화구 안에 하늘이 낳아 놓은 알처럼 둥그렇게 놓여있다. 그래서 이름도 알봉이다. 알봉의 둘레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트레일은 5.5km.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걷기에 좋다. 입구는 두 곳이지만 버스 종점에서 성인봉 가는 방향으로 걷는 것이 더욱 편안하다. 나리마을에서 출발해 다시 나리 마을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둘레길 초입부터 길은 온통 숲 터널 길이다. 길은 더없이 평화롭고 고즈넉하다. 단풍도 거의 끝물이라 낙엽으로 뒤덮인 길바닥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푹신하다. 흙길에서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촉감이 부드럽다. 몰두해서 걷다 보면 어느새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길손에게 숲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바람이수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내가 문득 숲 안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첩첩산중, 숲속의 바람에서 바다 냄새가 묻어난다. 동해를 건너온 바람이 바다의 안부를 전해주는 것이다. 울릉도의 바람은 바다의 소식을 전해주는 전령이다. 이 숲길에는 유독 단풍나무들이 많다.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우산고로쇠와 섬단풍나무들이다. 사람들은 우산고로쇠나무로부터 수액을 얻어먹었고 섬단풍나무는 주로 땔감이나 농기구 재료로 쓰였다. △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등 꽃들의 잔치판 알봉 마을 조금 못 미쳐 울타리가 처진 빈터 하나가 있다. 옛날 집터라도 되는 걸까 싶어 다가가니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의 서식처다. 지금은 꽃들이 거의 지고 없지만 초가을 꽃 시절이면 꽃들의 잔치판이다. 특히 섬백리향은 그 향기가 백리까지 갈 정도로 향이 강하다 해서 백리향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늘을 싫어해서 나무들이 자라지 않는 곳에 작은 군락을 이루는데 대체로 울릉국화와 이웃해 살아간다. 섬백리향은 낮에는 향이 약하고 밤에만 유독 강한 향을 내뿜는다. 무엇일까? 곤충도 없는 한 밤중에 굳이 향을 풍기는 이유는. 누구를 유혹하자는 것일까. 혹시 이 꽃들의 매개자는 곤충이 아니라 달빛일까? 알봉 마을 부근 숲 가운데는 큰 밭이 하나 있다. 밭에는 두 분의 할머니가 나물을 심고 있다. 경작하지 않고 버려진 밭에 울릉군이 관상용 나물 단지를 조성하는 중이다. 부지깽이 모종을 심는다. 두 분은 나리마을 분이 아니고 저동에서 품을 팔러 오셨다. 알봉 마을에도 본래 20여 가구가 살았었다. 옥수수, 감자, 보리농사를 많이 지었다. 지금은 모두가 떠나 폐촌이 된 마을. 그들이 살던 투막집 두채가 보존되어 있다. 투막집은 울릉도 전통가옥의 하나인데 둥근 통나무를 우물 틀(井) 모양으로 쌓아올려서 벽을 삼은 집이다. 강원도 산간지대에서는 ‘귀틀집’, 평안남도에서는 ‘방틀집’ 또는 ‘목채집’, 평안북도에서는 ‘틀목집’이라고 부른다. 투막집 벽은 고래솔·마고마·솔송나무·너도밤나무·칭칭목·마가목·회솔목 등으로 만들었다. 집 주위는 추위를 피하기위해 띠로 엮은 우데기를 둘러쌌다. 지붕 처마 안쪽에 여러 개의 기둥을 돌아가며 세운 다음 띠로 엮은 자리를 둘러친 것이 우데기다. 방의 투막 벽은 내벽, 우데기는 외벽에 해당한다. 초입의 투막집은 문화재로 지정됐다. 중요민속문화재 257호였다가 2017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승격됐다. 문화재란 것이 처음부터 문화재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삶을 담았던 일상의 건축물에 세월의 더께가 쌓여 문화재가 된 것이다. 투막을 지어 띠로 지붕을 덮고 살던 가난한 집이 이제는 문화재가 됐다. 4칸짜리 1자 형태의 이 투막집은 1945년 지어진 것인데 울릉도 개척 초기 개척민 주택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보존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울릉도에도 몇 채 남지 않은 원형의 집이다. 현재 나리분지, 알봉 분지 내의 전통가옥은 투막 집 4채와 너와집 1채인데 모두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산봉우리 위로 먹구름이 몰려든다. 어느새 산봉우리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산마루를 감싸고도는 신령한 구름들. 산을 내놓기도 하고 삼키기도 하는 구름들. 신비로움이란 저처럼 안개나 구름에 쌓인 산자락 같은 것에 불과하다. 안개와 구름 걷히면 평범한 야산일 뿐.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신비를 추구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허망한 줄 몰라서가 아니다. 신비가 없다면 더이상 삶은 신비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봉 마을 터에 남은 두채의 투막집을 둘러보고 다시 길을 걷는다. 투막집에서 1km 정도를 가면 갈림길이다. 앞길은 그대로 나리마을로 가는 둘레길이고 왼편 산길은 깃대봉을 올랐다가 평리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두 길 다 탐나는 길이다. 나리마을을 이미 둘러봤다면 그대로 깃대봉으로 올라도 후회 없다. 두 길을 온전히 다 걷고 싶다면 그대로 나리마을까지 갔다가 다시 반 바퀴 돌아서 깃대봉을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 길은 몇 번을 다시 걸어도 좋은 길이다. 나그네는 후자를 택하기로 한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