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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등록일 2026-05-17 17:42 게재일 2026-05-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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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호 지역문화포럼 따로또같이 대표

요즘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트로트를 빼놓기는 어렵다. 한때는 부모 세대의 음악, 혹은 회식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배경음 정도로 여겨졌던 트로트가 이제는 방송의 중심에 서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탄생하고, 공연장은 팬들로 가득 찬다. 계속되는 이 현상은 단순한 복고 열풍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 안에는 한국 사회가 지나온 시간과 감정이 함께 쌓여 있다. 그래서인지 트로트에는 유난히 사람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한과 흥,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버텨낸 시간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으며, 빠른 산업화와 치열한 경쟁 속을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이러한 정서는 여전히 깊은 공감과 위로로 이어진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저서 ‘구별짓기(Distinction : A Social Critique of the Judgement of Taste·1979)’에서 사람의 취향은 개인의 순수한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트로트는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한국 사회가 지나온 시간과 생활의 감각이 축적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흐름이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미국 코첼라 같은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도 트로트 기반의 무대가 시도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K-팝 중심으로 소비되던 한국 음악이 점차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한국적인 것이 더 이상 오래된 과거의 이미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트로트 자체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의 단순한 구성에서 벗어나 발라드와 록, 댄스와 EDM 같은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있다. 무대 연출 역시 훨씬 세련되고, 공연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이제 트로트는 단순히 ‘옛 음악’이 아니라 현재의 대중음악 환경 속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장르가 되었다.
 

이 변화는 지역 문화 현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역 축제나 기념행사 무대를 보면 트로트 가수가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연장을 찾는 중장년층의 열기는 상당하다. 팬덤 문화 역시 활발해졌고, 이는 침체된 지역 공연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조금 다른 고민도 생긴다. 어느 순간 지역 행사 무대가 지나치게 하나의 장르에 집중되기 시작하면 클래식이나 재즈, 국악, 실험적인 공연 등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관객 역시 자연스럽게 익숙한 장르만 찾게 되고, 새로운 음악을 접할 기회는 줄어든다. “지역 행사에 가면 결국 트로트겠지”라는 예상이 굳어질수록 문화의 폭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문제는 트로트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트로트는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 공연장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 중요한 문화적 힘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트로트의 인기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장르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문화는 익숙함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때로는 낯선 음악과 새로운 경험 속에서 더 풍요로워진다. 
 

/손철호 지역문화포럼 따로또같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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