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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야기를 현재의 감성으로… 전국 소도시로 여행을”

인구 규모는 작지만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생활의 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도시가 여행목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규모보다는 개성, 속도보다 깊이를 중시하는 소도시여행은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과거의 흔적이 남은 골목과 오래된 시장, 전통문화의 결을 잇는 공간들이 여행자들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고 예술·체험·디지털기술 등과 결합해 다시 살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의 과거 이야기를 현재의 감성으로 되살리며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전국 각지의 소도시로 여행을 떠나보자. 자연과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며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과 영화 속 장소도 ‘눈길‘ 인구는 작지만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생활의 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알찬 여행‘ △ 경북 영양 숲체험 여행 한적한 늦가을 산길을 느릿느릿 걷는다. 울창한 숲을 통과한 햇살이 발밑에 부서지고, 바람에 실려온 솔 향기에 머리가 맑아진다. 푹신한 흙길은 어른 서너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고 평탄하다. 곧게 뻗은 소나무 사이로 사뿐사뿐 걷는 길, 경북 영양 일월산 자락의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이다. 곳곳에 쉼터와 벤치가 있어 쉬어 가기도 좋다. 이 길은 국내 대표 청정 지역인 경북 청송에서 영양, 봉화, 강원 영월을 잇는 외씨버선길의 일부다. 외씨버선길이라는 이름은 조지훈의 시 ‘승무’에 나오는 외씨버선과 닮았다고 붙인 것. 총 연장 240㎞, 13개 구간으로 나뉜다. 대티골 숲길은 7구간 치유의 길(8.3㎞)과 상당 부분 겹친다. 숲길 탐방로는 일월면 용화리 윗대티골에서 시작하는 옛국도길(3.5㎞), 칠밭목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칠밭길(0.9㎞), 옛마을길(0.8㎞), 댓골길(1.2㎞) 등 4코스로 구성된다. 전부 걸을 수도 있고 원하는 대로 골라 걸어도 된다. 옛국도길을 걷다가 칠밭목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외씨버선길이다. 대티골 숲길은 왼쪽 칠밭길로 이어진다. 옛국도길에는 수탈과 훼손의 아픈 역사가 서렸다. 원래 이 길은 영양군 일월면과 봉화군 재산면을 잇는 31번 국도였다. 일제강점기 일월산 광산에서 캐낸 광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마을 주민을 강제로 동원해서 닦았다. 해방 뒤에는 벌목한 나무를 옮기는 임도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새 국도가 생기면서 버려지고 잊힌 것을 최근 대티골 주민들이 정비해 치유의 길로 거듭났다. 길 중간에 ‘영양 28㎞’라는 녹슨 이정표가 이 길이 국도였음을 알려준다. △ 소규모 로컬체험여행 ‘남해외갓집’ 독일마을, 미국마을과 같은 이국적 정취를 자랑하는 유명 명소와 금산 보리암, 다랭이마을과 같은 향토적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경상남도 남해. 2025년 8월 기준 인구수 39,832명,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도시 중 유일한 군 소재지로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오늘도 수많은 여행자가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남해를 찾는다. 남해관광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남해 외갓집’은 소도시 남해를 밀도 있게 만날 수 있는 소규모 로컬 체험 여행 콘텐츠다. 언제든지 남해에 찾아왔을 때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푸근함 속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지은 이름이다. 소박한 일상의 공간에서 현지인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들과 소통함으로써 남해에서의 시간을 특별하게 보낼 수 있다. 남해 외갓집은 현재 세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드로잉화가 안설별 씨가 진행하는 ‘남해 언니네 드로잉 어반스케치 체험’, 도자기공방&카페 ‘티라와 흙꿉노리’에서 진행하는 ‘티라 삼촌네 외갓집 도자기 원데이클래스’, 삼동면 봉화마을의 GAP 인증 농가에서 진행하는 ‘광수 삼촌네 친환경 블랙베리 체험’이다. 각각의 프로그램에 남해 구석구석에서 활동하는 도공, 화가, 농부의 고유한 개성과 감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남해 외갓집 프로그램은 ‘남해로온’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예약 및 구매할 수 있다. 함께 여행하기 좋은 명소로 ‘다랭이 마을’이 있다. 다랭이(다랑이)란 과거 가난했던 시절, 우리 선조들이 농토를 조금이라도 더 넓히고자 바닷가의 가파른 산비탈을 깎고 석축을 쌓아 조성한 계단식 논을 말한다. 작게는 3평에서 크게는 300평에 이르는 700여 개의 계단식 논이 무려 108층의 계단을 이룬다. 이 빼어난 절경을 바라보며 ‘다랭이지겟길(남해바래길 11코스)’을 걷는 것도 좋겠다. △ 걸으면서 즐기는 항구 소도시 묵호 여행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묵호항 일대는 서울에서 KTX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소도시 여행지다. 모든 볼거리가 걸어서 30분 거리 안에 모여 있어 차 없이도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 동해 DMO가 운영하는 ‘뚜벅아, 라면 묵호 갈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자. 묵호 골목을 걷고 마지막엔 바다를 보며 라면을 끓여 먹는 투어로, 개별 포토투어와 가이드 동행 단체 투어로 나뉜다. 개별 투어는 묵호 향기 디퓨저를 파는 소품샵이나 로컬 책방에서 스탬프북을 받아 시작한다. 이후 국내 최초 ‘연필뮤지엄‘에서 3,000여 종의 연필을 보고, 4층 카페에서 묵호 일대를 조망한다. 옛 번화가 발한삼거리와 ‘동쪽바다중앙시장‘, 청년몰 ‘싱싱스‘를 지나면 묵호의 시그니처인 ‘논골담길‘ 벽화마을이 나온다. ‘장화 없이 못 산다’라는 문구 등 묵호의 역사를 담은 골목을 오르면 묵호등대를 만날 수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라면 먹을래요?“가 탄생한 ‘삼본아파트‘도 필수 코스다. 투어의 마지막은 ‘문화팩토리 덕장‘에서 문어, 묵호태 보푸라기 등 해산물 토핑이 랜덤 제공되는 라면을 끓여 먹으며 마무리한다. 이 밖에도 묵호의 스릴을 즐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있다. 해발 59m의 스카이워크와 스카이 사이클이 인기다. 길 건너 ‘해랑전망대‘는 바다 위 산책로다. 먹거리로는 ‘거동탕수육‘의 쫄깃한 문어 탕수육과 문어 짬뽕, 노포 ‘오뚜기칼국수‘의 걸쭉한 장칼국수가 명물이다. △ 시간이 느려지는 꼬부랑길, 슬로시티 대흥 예산군 대흥면 봉수산을 병풍 삼은 고샅길엔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했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하다. 논두렁 밭두렁 걷다 볏단 한번 손끝으로 훑고, 고목 아래 수백 년 세월을 더듬는 곳. 3초마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 대신, 느릿느릿 평온한 마을 풍경은 이 가을의 진짜 ‘비타민’일지 모른다. 큰 예산 없이도 예상 밖의 매력을 선사할 소도시 예산으로 가보자. 첫 목적지는 예산 대흥 ‘의좋은 형제마을’이다. 예산 대흥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 중부권에서는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휘영청 달 밝은 가을밤 형제간 서로 몰래 볏단을 얹어주다 만나 얼싸안고 울었다는 이성만·이순 형제 이야기의 실존 인물이 살던 곳이다. 슬로시티 대흥면을 가장 잘 누리는 방법은 느린 꼬부랑길을 걷는 것이다. 방문자센터를 출발점으로 옛 이야기길, 느림길, 사랑길 등 이곳의 역사와 전통문화,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코스 옛 이야기길엔 1,000년 넘은 느티나무인 ‘배 맨 나무’와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깃들고, 2코스 느림길은 예산군 유일하게 남은 옛 관아 건물인 대흥동헌과 달팽이 미술관, 대흥향교까지 물길 따라 숲길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다. 3코스 사랑길에서는 봉수산 자락과 어우러진 교촌리의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을 볼 수 있다. 대흥슬로시티의 3가지 원칙은 이랬다.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전통문화를 이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며, 주민이 주인이 되는 사업을 하자’다. 일례가 ‘손바닥 정원’이다. 달팽이 조형물을 발견했다면 제 집 앞마당처럼 들어가 구경할 수 있다. 손바닥정원은 마을 사람들이 집 마당에 직접 가꾼 작은 정원이다. 직접 쌓고 심은 돌담과 나무는 마을 고양이들의 안식처다. △ 천천히 깊이 담양 창평서 보낸 1박 2일 공간이 바뀌면 자연스레 삶의 속도도 달라지는 법이다. ‘느려도 괜찮아’라는 토닥임이 필요한 날,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로 향한다. 세 개의 개울이 마을을 가로지른다고 하여 삼지내 혹은 삼지천이라 불리는 이 마을은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유명하다. 고가와 토석담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돌과 흙을 쌓아 만든 옛 담장은 국가등록문화유산에 지정됐다. 담장 따라 걷다 보면 고재환가옥, 고재선가옥 등 국가유산에 지정된 건축물을 비롯해 평범한 살림집, 카페나 민박을 겸한 한옥, 주인 잃은 쓸쓸한 고가 등 다채로운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한옥으로 지은 창평면사무소 뒤로는 이층 한옥을 품은 작은 뜰이 꾸며져 있다. 마을 안 길을 산책하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숙소나 한옥을 개조한 카페, 음식점을 이용하며 느긋하게 머무는 것, 삼지내마을을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이다. 창평국밥과 창평쌀엿, 한과, 석탄주 등 내공 있는 지역 먹거리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하룻밤 묵어가고 싶어 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100여 년 된 고택부터 아담한 민박까지 주민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숙박 시설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술빵 만들기,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으니 체험해 볼만하다. 친척집을 찾듯 재방문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담양에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죽녹원과 관방제림이 있다. 청량한 대숲을 품은 죽녹원에서 산책로를 따라 죽림욕을 즐기고 족욕 체험이나 사운드워킹 투어도 즐길 수 있다. 강 건너편에는 천연기념물인 관방제림이 자리한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림으로, 푸조나무, 팽나무, 벚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져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연출한다. /굴_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사진_한국관광공사 제공

2025-11-17

“산불은 인간 활동에 의한 파괴… 다차원적 교육·정책 필요”

“포르투칼 국민이 문제다” 포르투칼 화재와 관련한 직언이다. 포르투칼에서 발생하는 모든 화재 중 98%는 인위적 발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올해 초 방대한 면적의 산간을 집어삼키며 국민들의 속까지 타들어가게 만들었던 대형화재는 성묘객의 라이터불에서 시작됐다. ‘설마’라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작은 행동이 어마어마한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때문에 산불 등 대형화재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과 ‘교육’이 꼽힌다. 인구 대비 인위적인 화재 발생 건수가 불균형적으로 높기로 악명높은 포르투칼 역시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르투칼은 1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7년 대형 산불 이후 AGIF라는 농촌 화재 통합 관리 기관을 설립하고 산불 뿐 아니라 산림과 인접한 농촌까지 아우르는 ‘농촌 화재’를 예방하고 관리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무엇보다 주민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티아고 올리베이라(Tiago Oliveira) AGIF 이사회 의장은 “AGIF는 산불을 단순 자연재해가 아닌, 주로 인간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인재(人災)’로 본다. 비의도적, 반복적, 구조적인 인재가 산불의 주된 원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가 다루고 있는 이 파괴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때문에 더 많이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행동 변화야말로 산불 예방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올리베이라 의장은 다양한 부처가 힘을 모아 기후변화, 산불, 토지 관리, 자원 연계 등을 포괄하는 다차원적 교육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교육은 단순 캠페인이 아닌 정책의 기둥”이라 말했다. 이어 “AGIF는 교육을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캠페인 이상, 정책적으로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로 본다. 이와 관련해 농업·환경·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어린이와 청년 세대에 대한 교육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AGIF는 주민들이 정책을 수용하는 수동적 입장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단속, 홍보 위주로 산불 예방 교육이 전개되고 있는 반면, 포르투칼은 보다 체계적이고 총체적인 교육을 통해 시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실제 산불 발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올리베이라 의장은 “2023년부터는 예방 투자에 따른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AGIF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기 집 주변과 거주지를 관리하는 ‘공동체 기반’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각 마을 단위에서 직접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예방 활동을 주민 주도로 시행하도록 안내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안전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Vilas Seguras)’이 있는데 산불에 취약한 지역의 나무를 미리 없애거나 집 주변 (연소 물질 등)을 정리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포르투칼은 주민들의 의식 고취와 적극적 행동을 위해 주민들이 나무 벌목, 잡초 제거, 위험 지대 정비 등 실제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군경과 시골경찰이 직접 고령자 가구들을 방문해 불법행위 예방과 안전 안내를 실시한다. 지자체는 고령 주민 및 취약계층을 위해 직접 나서 산불 방지를 위한 정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의 경우 AGIF의 기술인력이 직접 투입돼 지역 맞춤형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 공무원 역량 강화 교육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또 성공적으로 화재 예방 시스템이 안착된 지역이 다른 지역과 교류하고 알려줄 수 있도록 하는 워크숍도 진행하는 등 유사한 조건의 지자체가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고 협력하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AGIF는 산불 예방을 위해 주민과 지자체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압력과 인센티브의 병행”을 꼽았다. 단순한 ‘홍보’나 ‘캠페인’이 아니라 강제 및 지원이 결합된 정책을 추진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마을 및 가구 단위로 일정 반경(통상 50~100m) 내 연료 제거 의무를 법제화하고, 이를 위반할 시 실제 수백 유로 수준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사유지의 경우 소유주가 직접 청소를 하지 않을 경우, 정부나 읍·면·동 단위에서 대체 집행 후 비용 청구를 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주민 자원봉사 등을 통해 이들의 실적에 따라 수당이나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등 보상책도 병행하고 있다. 단순한 인식 개선을 넘어 법제화를 통한 강제력과 의무 발생으로 효과를 높이는 방책이다. 이같은 정책은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포르투칼 북부 브라간사(Bragança) 지역이 연료 감소 및 주민 행동 전략을 도입했는데 이듬해 여름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막을 수 있었다. 당시 산불 초기만 해도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지만 마을 인근에서 화재 확산이 차단된 것이다. 해당 화재 후 지역 주민 다수가 “초기에는 불안했지만 처방화(prescribed fire·숲의 연료를 사전에 없애는 전략)가 마을을 지켜줬다”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AGIF는 산불 예방을 위해 명확한 정책 프레임을 구성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술·제도·행정·교육·인센티브 결합을 통해 주민과 주체의 현실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주민이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덕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AGIF는 지금까지의 화재 예방 정책과 방향을 유지·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AGIF 올리베이라 의장은 “기존 정책 방향과 전략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예산확보를 통해 실행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민감 산림 소유자들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한편 정치권의 지원과 지지도 확보해 더욱 효과적인 정책과 제도를 실행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AGIF가 정부와 정책, 지자체와 주민을 활용하는 방식은 국내에서도 배울 점이 적지 않다. 한국 역시 고령화 및 인구감소가 심각한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처럼 안일한 단속·경고 시스템으로는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산불이 발생한 후 진화단계에 대한 대응이 주로 논의되고 있는 단계를 뛰어넘어 산불 예방에 대한 보다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재정적 유인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의식 고취와 능동적 활동을 이끌어내는 제도 시행,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 지역과 지역 간 연계를 통한 효율적인 예방 교육 및 전략 실행 등 다각도에서 대응 전략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7

코레일관광개발, 2025학년도 수험생 감사 특별 할인 이벤트

코레일관광개발(대표이사 직무대행 이우현)이 2025학년도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한 ‘수험생 감사 특별 할인 이벤트‘를 내달 31일까지 실시한다. 이벤트는 수험 준비로 지친 수험생들이 가족,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 재충전할 수 있도록 △국내 기차여행 패키지 할인 △레일바이크 및 증기기관차 할인으로 구성했다. 수험생 본인과 동반인 2인은 연말까지 출발하는 국내 기차여행 상품을 최대 2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할인 대상 상품은 코레일관광개발 여행몰 누리집(www.korailtravel.com)에서 ‘수험생 추천' 표시가 된 13개 상품이다. 누리집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선택 후 전화(1544-7755)로 예약하면 할인이 된다. 여행 당일에는 수험표 등 수험생 인증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코레일관광개발이 운영하는 4개 레일바이크(정선, 강릉, 곡성, 청도) 및 곡성 증기기관차 이용자에게도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오는 14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수험표 또는 수시 합격증(응시표)을 지참하고 레일바이크 및 곡성 증기기관차를 이용하면, 수험생 본인이 탑승한 레일바이크 1대 및 곡성 증기기관차에 탑승하는 본인에 한하여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할인 가능한 레일바이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전국 통합 레일바이크 누리집(www.railtrip.c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우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길고 치열한 입시 과정을 완주한 수험생들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마음을 전하고자 이번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기차여행과 레일바이크 체험을 즐기며, 따뜻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17

늦가을 정취가 그립다면 '숨은 관광지' 가볼까

늦가을의 정취가 그립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관광지로 떠나면 어떨까? 숨은 관광지는 새롭게 문을 연 명소, 혹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만의 매력을 품은 관광지다. 경북 울진 금강송숲을 비롯한 전국의 숨은 관광지를 두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소나무 원시림의 원형 울진 금강송숲 금강송이 시원하게 뻗어 있는 소광리 금강송숲은 들어서는 순간 시원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소나무의 바다다. 소나무 원시림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했다는 이곳에는 금강송이 100만여그루 이상 자라고 있다. 수령만 해도 200~300년이 넘는다. 금강송은 궁궐 등 문화재 복원용으로 사용되는 최고 목재다. 이 때문에 금강송은 ‘소나무의 제왕’으로 불린다. 속이 황금빛을 띠어 ‘황장목’으로도 일컫는다. 궁궐과 천년고찰의 대들보로 쓰이니 살아서도 영광이요, 죽어서 목재가 돼도 천년을 이어 영화를 누린다. 생태숲 초입에는 최고 금강송인 530년 된 금강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가장 어른 소나무다. 조선조 제9대 임금 성종시대에 태어난 것으로 추측되니 그야말로 조선시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역사 그 자체다. 금강송이 귀한 소나무다보니 예전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했다. 황장금표가 바위에 새겨진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금강송을 1그루만 베어도 곤장 100대에 3년을 복역할 정도였다. 요즘으로 쳐도 중범죄에 해당할 정도니 조선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금강송을 귀하게 여겼는지 능히 짐작이 간다. 울울창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다. 빽빽한 소나무숲 틈틈이 들어오는 햇살이 얼핏얼핏 얼굴에 닿으면 그지없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입구에서 산책로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30분. 숲해설가가 금강송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연이 스스로 쓴 복원일기 운곡 람사르 습지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는 람사르협약에 의해 지정된 습지다. 해당 지역은 원래 계단식 논과 158세대, 36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마을은 1981년 인근 발전소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운곡저수지를 조성하며 사라졌다. 이후로 사람의 출입을 금지했고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2009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운곡람사르습지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을 때,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람이 떠나자 습지가 돌아왔다. 폐경지가 산지형 저층습지로 전환되며 생태가 스스로 회복된 사례로, 람사르 습지의 취지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탐방로를 따라 좁은 덱 위를 걷다 보면 물빛과 바람, 새소리가 감각을 차례로 깨운다. 종점부의 생태공원에는 홍보관과 체험 프로그램, 동양 최대 규모의 고인돌이 있어 ‘생태+문화’의 교육 동선이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손대지 않음’으로 보전한 풍경이 무엇인지를 조용한 호흡으로 전한다. △ 건축과 도자의 만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우리나라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지난 2006년에 개관했다. 미술관 이름인 ‘클레이아크’는 점토와 흙을 뜻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물을 가리키는 ‘아키텍처(Architecture)’에서 따왔다. 전시관은 크게 돔하우스와 큐빅하우스로 나뉘어져 있다. 신상호 작가의 도자 타일로 입면을 완성한 파사드와 20m 높이의 ‘클레이아크 타워’는 공간 자체를 상징물로 만든다. 외벽 전체를 도자 타일 1,000여 장으로 장식한 이 타워는 가을을 머금은 듯 알록달록하고 늠름하게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가장 높은 곳, ‘큐빅하우스’에서는 지금 두 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4갤러리에서는 ‘풍덩, 르네상스 : 살아있는 그림 속으로’라는 전시회가, 5갤러리와 6갤러리에서는 ‘이탈리아 미술관여행전(우피치에서 바티칸까지)’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두 개의 전시회는 2026년 2월 18일까지 운영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17

국토부 관광도로에 경북 제외…제주, 경남 등 6곳 선정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관광도로에 경북도가 포함되지 않아 관광자원 개발에 취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관광도로는 도로변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주변 관광자원이 풍부한 도로로 올해 6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관광도로 6곳은 제주(구좌 숨비해안로), 경남(함양 지리산 풍경길), 전북(무주 구천동 자연품길), 충북(제천 청풍경길), 전남(백리섬섬길), 강원(별 구름길) 등 6개 노선이다. 작년 10월 관광도로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첫 지정 사례로써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국토부는 기대했다. 관광도로는 도로법 제48조의2에 따라 도로관리청이 신청하면 국토교통부가 평가·심의를 통해 지정할 수 있다. 구좌 숨비해안로(24.7km)는 제주 동부 해안의 절경과 해녀 문화가 어우러진 특화 노선으로 주변 해수욕장, 박물관 등 관광자원과의 연계성도 뛰어나다. 지리산 풍경길(59.5km)은 지리산 자락을 따라 오도재, 상림공원 등 관광지가 이어지고, 구천동 자연품길(12.0km)은 라제통문에서 덕유산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전북 내륙 대표 노선이다. 제천 청풍경길(12.9km)은 청풍호를 따라 사계절 경관이 펼쳐지는 드라이브 코스이고 백리섬섬길(23.0km)은 남해안 11개 교량과 10개의 섬을 잇는 해양경관 노선이다. 별 구름길(100.0km)은 강원도 정선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며 삼탄아트마인, 탄광역사촌 등 관광자원과 화암동굴, 태백산 등 자연자원을 하나의 테마로 엮었다. 이우제 국토교통부 도로국장은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지역의 역사, 문화를 담은 다채로운 색채의 도로를 지속 선정할 계획”이라며 “관광도로 주변의 경관 및 편의시설을 철저히 정비하고 다시 찾고 싶은 명품 도로로 가꾸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17

청청갯벌의 선물 꼬막축제 열린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천변 일원에서 지역 대표 음식축제인 ‘벌교꼬막축제’가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열린다. 이번 축제는 ‘청정갯벌의 선물! 벌교꼬막이 답이다!’를 주제로 다양한 공연, 체험행사, 전시회와 꼬막 먹거리 부스를 운영한다. 첫날(21일)에는 농악 길놀이(시가행진), 꼬막주먹밥 1천인분 만들기, 꼬막청소년예술제, 개막식 및 축하공연이 진행된다. 둘째 날(22일)에는 태백산맥 문학관 개관 17주년 행사, ‘아리랑과 함께하는 꼬막음악회’, 불꽃쇼가 열린다. 마지막 날(23일)에는 소설 ‘태백산맥’ 무대 등반, 국악 한마당,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벌교꼬막은 수산물 지리적표시 제1호로 등록된 겨울철 별미로, 단단한 껍질과 붉은 속살, 쫄깃한 식감과 단맛이 특징이다. 2022년 5,749톤이던 생산량은 2023년 3,271톤으로 급감했으나, 지난해 4,279톤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김길두 축제 추진위원장은 14일 “지역 특산물인 벌교꼬막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국적인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발전을 목표로 하며, 꼬막 체험부터 문화행사까지 관광객들에게 폭넓은 즐길 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17

청년 공동체 ‘라텔’, 포항 대학연합축제 체험 부스 운영

포항 지역에서 청년들이 스스로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서는 실험적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청년 공동체 ‘라텔(Ratel)’은 지난 15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시 4개 대학 연합축제 ‘4대문파’에서 ‘무관심’을 주제로 체험형 캠페인 부스를 선보이며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라텔’은 아프리카 벌꿀오소리에서 이름을 따온 청년 집단이다. 이들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에 맞선다는 의미로, ‘BITel(Bite. It is vital)’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문제를 정확히 물어야 해결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청년이 직접 사회 문제에 직면하고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이날 부스는 ‘현대사회의 무관심’을 깨는 과정을 스토리와 체험으로 구성했다. 라텔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캐릭터 ‘라꾸’(수동적 청년), ‘라깡’(능동적 청년), 그리고 현대 사회의 문제를 상징하는 ‘꿀뱀들’이 등장해 청년들의 현실을 은유했다. 특히 사격 게임 체험이 큰 호응을 얻었다. 참여자는 ‘갱스터 라꾸’가 조장한 무관심 상황에 맞서 게임을 통해 문제를 직시하도록 유도받았다. 이후 받은 편지를 타인에게 전달하며 ‘작은 관심의 실천’을 경험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한 참여자는 “편지를 건네는 순간 내가 오늘 무관심을 이겨낸 사람이 된 것 같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부스 벽면에는 6컷 웹툰과 5종의 굿즈가 전시됐고, 스태프들은 라텔의 철학을 설명하며 방문객들과 소통했다. 참가자들은 일상 속에서 무관심의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를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라텔은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청년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꿀뱀’이라는 상징적 소재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라텔 관계자는 “벌꿀오소리가 독을 두려워하지 않듯, 우리도 사회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해결하겠다”며 “‘무관심’은 그 첫 번째 이야기일 뿐이다. 앞으로 포항 청년들이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흐름을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활동은 특정 기관이나 대학이 아닌 포항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 축제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시민과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행동 변화를 촉구한 점도 주목받는다. 시민 이성자씨(47·포항시 북구)는 “청년들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역사회에 전달했다”며 “앞으로도 이들이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11-17

영천시장학회, 2025년 장학사업 시민보고회 개최… 장학기금 400억원 달성

영천시장학회가 교육 기부 확산으로 장학기금 400억원 달성 했다. /영천시 제공 영천시는 17일 시민회관에서 (재)영천시장학회 2025년 장학사업 시민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장학회 임원과 장학금 기탁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장학사업 운영 현황을 공유하고 교육 기부 확산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방기경 사무국장은 보고에서 “시민, 기업, 단체 등의 지속적인 기부로 올해 2월 장학기금 400억원을 달성했으며, 현재까지 6800여 명의 장학생에게 총 99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한 2026년에는 △군인자녀 모집형 자율형 공립고 지원 △관내 대학 우수 교수 연구비 지원 △신입생 생활비 증액 등 장학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학생 수기 발표에서는 2025년 해외어학연수 장학생으로 선발된 영천중앙초등학교 장은유 학생과, 2017·2020년 성적우수 장학생 최현진 학생이 경험을 공유하며 장학사업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장학금 기탁식도 진행됐다. 수지침봉사회장 이상숙 씨(500만원), 영천시장학회 외부회계감사 엄상철 씨(500만원), ㈜태산(1000만원), 영천시 축산연합회(200만원) 등이 장학금을 기탁하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최기문 이사장은 “장학금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사회에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라며 “기탁자들의 뜻이 장학생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천시장학회는 1999년 설립 이후 23년간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한 장학사업과 교육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해오고 있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5-11-17

울릉군-위덕대, 울릉도지역사회 통합돌봄 구축 맞손… 상호 협력으로 돌봄 취약계층 삶의 질 제고 기대

울릉군은 위덕대학교와 울릉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업무협약 MOU를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울릉군민 모두가 나이가 들거나 건강 상태가 변해도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통합돌봄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식은 울릉군청 군수실에서 열렸으며 남한권 울릉군수, 이성환 위덕대학교 산학부총장을 비롯해 양 기관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울릉군에서는 신정발 주민복지과장을 비롯한 복지 부서장들이 대거 참석하며 이번 협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영유아부터 성인, 노인,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울릉군의 돌봄 대상자들이 자신의 생활 터전에서 건강하게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통합돌봄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연구, 행정, 교육, 인력, 사업 운영 등 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협력 내용은 통합돌봄 정책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울릉군 통합돌봄 사업에 대한 공동 참여,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 협력, 양 기관 전문가 교류 및 네트워크 구축, 지역사회 동행 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 추진 등으로 구성됐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초고령화 시대에 전 생애를 포괄하는 통합돌봄 시스템 구축은 군민의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인 과제”라며 “위덕대학교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돌봄 취약계층은 물론 모든 군민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환 위덕대학교 산학부총장은 “대학이 가진 지식과 인력을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뜻깊은 협약”이라며 “울릉군의 전 생애주기 복지 모델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와 교육, 인력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울릉군과 위덕대학교는 이번 협약을 발판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통합돌봄 모델을 구축하고, 섬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았던 복지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울릉군은 이번 협력이 대학과 섬지역 사회가 상생하며 발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협력 체계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1-17

울릉도 마가목 와인 힘찬 출발…울릉군 공항개항에 앞두고 와인4종 개발 박차

울릉공항 개항을 앞두고 울릉도의 청정 자연 자원을 활용한 가공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의미 깊은 행사가 열렸다. 울릉군은 서면 남양리 농산물가공지원센터에서 지역 특산물인 마가목을 활용한 ‘마가목 와인 오크통 담기 행사’를 개최하고, 울릉공항 개항의 성공을 기원하며 지역발전 의지를 모았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남한권 울릉군수, 남진복 경북도의원, 최병호 울릉군의회의원, 농산물가공창업 아카데미 교육생 2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2028년 상반기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의 성공적 개항을 염원하며 100L 오크통 2개에 마가목 와인을 직접 담았다. 오크통 외부에는 각자의 친필 사인을 남기며 개항 축하식 날 개봉을 약속하는 ‘타임캡슐 퍼포먼스’도 펼쳤다. 특히 이번에 담긴 마가목 와인은 울릉도에 자생하는 마가목 열매와 울릉도의 대표 청정 자원인 우산고로쇠 수액, 울릉용출수 등 울릉 고유의 자연 재료가 더해져 섬 고유의 맛과 향을 품은 ‘울릉도형 프리미엄 와인’으로 주목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농산물가공창업 아카데미 교육생 박모 씨는 “울릉의 청정 자원이 한데 모여 하나의 가치를 이루는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며 “울릉공항 시대를 맞아 울릉산 특산물 가공산업이 더욱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울릉군은 울릉도의 풍부한 자연 자원을 기반으로 한 가공산업 육성을 위해 와인 4종(루비로망, 샤인머스켓, 산머루, 호박), 마가목 증류주, 건강음료 ‘울릉 칡즙’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날 시음회에서는 이러한 제품들이 관광과 연계한 ‘미래 성장 산업’으로서 얼마나 높은 잠재력을 지니는지에 대해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울릉군은 향후 울릉공항 개항과 함께 관광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 청정 자원을 활용한 주류·음료 가공산업이 울릉의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울릉도 고유의 기후·지형·수자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식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울릉도의 자연 자원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며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된다”며 “오늘 오크통에 담긴 마가목 와인이 숙성되듯 울릉공항 개항의 결실도 익어가 울릉의 경제, 관광, 가공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1-17

곽명희 개인전 ‘404: Connection Lost’ 24일부터 토마갤러리

곽명희 작가의 개인전 ‘404: Connection Lost’가 오는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대구 토마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는 현대 사회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감정이 흐르는 방식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곽 작가는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육각형 이론’을 참조해 개인의 성향·능력·조건을 조합적으로 구성해내는 현대적 관계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이는 완전함의 기준을 비판하기보다는, 사회가 관계를 구성하는 방식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어떤 상상력을 불러오는지 탐구하는 관찰의 틀로 기능한다. 작품은 합판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조형적 행위에 기반하며, 여기에 2D RPG 게임 그래픽의 구조와 화면 구성 방식을 적용해 현실 공간을 마치 게임 맵처럼 분절하고 재배치한다. 사회가 설정한 관계의 조건을 ‘게임적 시점’에서 해체·변주(變奏)하려는 시도로, 한지 위로 번지는 먹과 물감의 흔적은 감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드러내며 물질성과 감정의 겹침을 장면화한다. 전시 제목 ‘404: Connection Lost’는 네트워크 오류 메시지에서 차용한 것으로, 연결의 단절을 부정적 사건이 아닌 새로운 관계적 가능성이 열리는 전환의 순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찰나를 2D RPG의 ‘정지된 장면’처럼 포착해 시각적 서사로 확장하며 관람자가 관계의 조건을 다시 감지(感知)하도록 이끈다. 작가는 “관객은 완전함과 불완전함이 교차하는 감정적 구조를 거닐듯 체험하게 된다”며 “제도화된 사랑의 틀을 비튼다기보다, 현대 사회에서 ‘조건이 있는 사랑’과 ‘거래형 관계’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풍경을 탐색하며 관계의 새로운 상상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 곽명희 작가는 경북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수료했다. 2023년 어울아트센터와 대구아트웨이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봉산문화회관·EXCO·갤러리사이 등에서 여러 기획·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개인 전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17

경북교육청,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만족도 ‘역대 최고’ 96.8점 기록

경북교육청이 운영 중인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올해 역대 최고 만족도를 기록하며 교육 현장에서의 긍정적 성과를 입증했다. 17일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월과 10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운영학교 117개교의 학생, 학부모, 교원 등 총 2371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평균 96.8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6.2점보다 상승한 수치로, 사업의 내실화와 현장 중심의 지원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만족도 조사는 사업 만족도, 인적·물적 자원 도움 정도, 복지 환경 도움 정도 등 3개 영역, 총 9~10개 세부 문항을 중심으로 실시됐다. 응답은 5점 척도를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해 분석했다. 주체별 만족도는 학생 95.3점, 학부모 96.2점, 교원 98.9점으로, 모든 참여자에게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영역별로는 사업 운영 96.8점, 복지 환경 96.4점, 인적·물적 자원 94.5점 순으로 나타났으며, 학생과 학부모, 교원 모두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교우 관계 향상과 교사와의 관계 개선, 교육복지사 지원 활동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교육복지실과 교육복지사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두드러졌다. 한편,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취약계층 학생에게 맞춤형 복지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형평성과 공공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 사업이다. 경북교육청은 2006년 4개 지역 37개 기관을 시작으로 사업을 도입했으며, 현재는 117개 학교와 11개 교육지원청 등 총 128개 기관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육복지사를 중심으로 위기학생을 조기에 발굴하고, 학교를 거점으로 한 지역 기반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학생 개별 문제를 넘어 삶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을 확산하고, 교직원 간 협력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복지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이번 만족도 조사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과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17

김장철 장바구니 부담 덜어줄 환급행사…경북 전통시장서 최대 2만 원 환급

김장철 물가 부담이 커지는 시기, 경북의 전통시장에서 국내산 수산물을 사면 온누리상품권을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행사가 열린다. 고물가로 높아진 장바구니 부담을 덜고 전통시장과 국내산 수산물 소비를 살리기 위한 취지다. 경북도는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도내 6개 시군, 9개 전통시장에서 ‘11월 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운영한다. 환급행사는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마련됐으며, 포항 죽도시장·구룡포시장·영일대 북부시장을 비롯해 경주 감포공설시장, 경산 자인공설시장과 연합시장(하양꿈바우·하양상점가), 영덕 강구시장, 의성공설시장, 문경 점촌전통시장 등이 참여한다. 행사 기간 전통시장에서 국내산 수산물을 구매한 소비자는 카드 또는 현금 영수증과 신분증을 환급 부스에 제시하면 온누리상품권을 돌려받을 수 있다. 3만4000원 이상 구매 시 1만 원, 6만7000원 이상 구매 시 2만 원이 지급된다. 단,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 결제, 정부 비축물량, 일반음식점 구매, 수입 수산물은 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상원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도민들의 김장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전통시장에 활력을 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믿고 찾는 국내산 수산물 소비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1-17

박형수 “영덕~울진~삼척 구간, 국가안전망 확보 위해 시급”

국민의힘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이 17일 ‘남북 10축(영덕~울진~삼척) 고속도로 건설 정책토론회’를 열고 단절된 남북 10축 고속도로의 조기 건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경북도·영덕군·울진군이 공동 주관했으며, 영덕·울진 주민 100여 명도 참석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권영진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등 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했다. 박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7일 포항~영덕 구간 개통으로 국가 간선망 완결의 최종 단계에 들어섰지만, 에너지산업 벨트이자 동해안 관광의 핵심 지역인 ‘영덕~울진~삼척’ 구간이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면서 “한울원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 8km에서 30km로 확대되면서 이 일대가 사실상 유일한 구호수송로가 됐다. 반경 30km 내 수만 명이 거주하는 만큼 국가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남북 10축 완성은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 10축(영덕~울진~삼척) 고속도로 건설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주제로 경북연구원 김근욱 박사가 주제발표를, (사)동북아협력인프라연구원 이성모 원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패널로는 정성봉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한국교통연구원 조한선 박사, 강원연구원 장진영 박사, 국토교통부 김기대 도로정책과장, 강원도 이혜교 도로과장, 경상북도 최병환 도로철도과장이 참여했다. 발표와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비상대피 국가안전망 구축 △동해안 에너지산업벨트 지원 △국가 미래성장축 완성 △국토균형발전 완결 △교통복지 향상을 주요 근거로 고속도로 건설 필요성에 공감대를 모았다. 패널들은 이날 “단순 B/C(경제성) 지표로는 지역 간 균형과 안전형 SOC의 본질적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며, 특히 남북 10축처럼 교통밀도가 낮은 지역사업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전·재난 대응을 포함한 공공안전 기능 △인구소멸 대응 등 국가균형 기능 △동해안 에너지산업 인프라 구축 기능을 평가에 반영하는 ‘정책형 SOC 평가체계’ 도입을 제안하며 제3차 고속도로건설계획(2026~2030) 반영을 촉구했다. 박형수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정책질의에서도 강원·경북 내륙과 동해안 지역의 교통 인프라 소외 문제를 지적하며 남북 9축·10축 고속도로의 조기 추진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당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당 사업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7

정희용 “울릉도 여객선 운항 중단 시 해수부 행정선·군경 자원 총동원하라” 촉구

오는 12월 약 2주간 울릉도와 내륙을 잇는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될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민의힘 정희용(고령·성주·칠곡) 의원이 해양수산부에 대체수송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 의원이 최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기 정비와 수리‧점검, 일부 항로 폐업 등의 사유로 울릉도–내륙 간 여객선이 약 2주간 휴항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여객수송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민간 선사와의 협의가 불발될 경우, 해양수산부가 즉시 행정선과 군·경 자원을 총동원해 포항–울릉 항로의 대체수송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측은 “운항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선사 간 대체선 투입을 놓고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협의가 최종 불발될 경우 운항명령 시행 등 추가 행정조치를 통해 대체선 투입을 적극 독려할 계획”이라면서 “해수부 행정선, 해군·해경 등 군경 수송자원을 동원하여 포항-울릉 항로에 투입하는 방안도 추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울릉도 주민에게 단 1~2주간의 운항 중단도 생필품 수급·의료 접근성 등 생존권과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선사 협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가진 모든 공공수송 자원을 총동원해 단 하루의 운항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앞으로도 울릉도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여객 수송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7

남아공 G20 참석 계기로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7박 10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순방에서는 방산 등과 관련한 여러 건의 양해각서(MOU) 체결과 인공지능(AI), K-문화 산업 등의 협력 방안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순방 일정을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AI·방위산업 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집트로 이동해 20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카이로대학교 강연에서 우리 정부의 중동 정책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방문 후 이 대통령은 22~23일 남아공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에 참석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후변화와 재난, 공정한 미래 등에 관한 국제사회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G20 정상회의 계기로 참여국 정상들과 여러 건의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다변화, 다각해 나갈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남아공은 물론 아프리카에 대한 연대와 협력, 그리고 아프리카 발전에 기여할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를 방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MOU 서명식 등을 소화한 뒤 26일 귀국한다. 위 실장은 “UAE, 이집트, 튀르키예는 중동 핵심국가로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와의 호혜적 협력이 크게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평화 차원에서 한반도, 중동 평화에 대한 상호 지지를 확인하고 국가적인 방산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7

독감 대유행 오나… 작년보다 환자 12배나 폭증

“단순 감기인 줄 알고 약만 먹고 버텼는데, 병원을 가보니 독감이라고 하네요”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심상치 않게 확산하며 고위험군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올해 독감 유행은 작년 보다 두 달가량 빠르게 찾아왔으며, 환자 발생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나 전국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17일 질병관리청의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올해 45주차(11월 2일~8일) 전국 의원급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증상 환자는 50.7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122.4% 급증한 수치이자, 작년 같은기간(4.0명)과 비교하면 무려 1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같은 증가세는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주 독감 증상 환자는 7~12세에서 1000명당 138.1명, 1~6세에서 82.1명 등으로 모두 전주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 질병청은 독감 합병증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고령자, 어린이, 임신부를 중심으로 예방접종 참여를 강조했다. 특히 임신부는 독감 감염시 산모 합병증 및 사산, 조산 위험까지 커진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임신부는 독감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접종받지 않을 때 산모 뿐 아니라 태아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며 “모체 면역을 통해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므로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내년 4월 30일 무료 접종 기간 내에 반드시 접종을 완료해야 하며 항체는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야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독감이 빠르게 유행하면서 검사를 받으려는 환자가 늘고 있지만 독감 검사비가 병원마다 크게 차이나 혼란을 빚고 있다. 독감 확진에 쓰이는 인플루엔자 A·B 항원검사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이다. 이모씨(40대·대구 남구)는 “감기에 걸려 독감 검사를 한 후 결제하니 3만 원의 검사 비용이 들었는데, 친구의 경우 5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며 “병원별로 검사 비용이 다른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음부터는 꼼꼼히 확인하고 병원 진료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독감 검사비는 최소 2000원부터 최대 10만 원까지 무려 50배의 차이를 보였다. 환자들은 병원 방문 전 심평원 누리집 또는 모바일 앱 ‘건강e음’을 통해 검사비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 의료 전문가는 “독감 검사 비용이 의료기관별로 크게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검사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며 “사용하는 키트의 종류나 제조사, 성능에 따라 병원들이 책정하는 가격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의료기관의 종류나 지역적 특성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17

피아니스트 서주희의 깊어진 성숙과 음악 세계로 초대

섬세한 해석과 단단한 음악적 개성을 갖춘 피아니스트 서주희가 오는 21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국내외 무대를 넘나들며 솔리스트·실내악 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로크 이후 현대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자신만의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그를 두고 “매우 음악적이며 응집력 있고 에너지 넘치는 개성 있는 연주”라고 평했고,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페를은 “높은 수준의 테크닉과 음악적 지성, 성숙미를 갖춘 예술가”라고 호평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과 데트몰트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Konzertexamen)을 거친 그는 ARD 국제콩쿠르 본선 진출, 데트몰트 리스트 국제콩쿠르 2위 등 유럽 주요 무대에서 주목받아왔다. 귀국 후에도 그의 행보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독주회, 대구음악제, KBS-FM 실황 연주, 야나첵 현악 4중주단과의 협연 등 다양한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어내고 있다. 2016년부터는 대구청년클래식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지역 음악계 저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경북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파르트의 Variations for the healing of Arinushka로 문을 연다. 이어 베토벤 소나타 ‘열정(Appassionata)’로 고전적 긴장미를 드러낸다. 휴식 후에는 지역 작곡가 이철우의 독주곡 ‘내 안의 아름다운 세상’ 중 ‘위대한 신의 선물’ 네 악장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마지막은 슈만의 Fantasie Op.17로 장대한 감정의 흐름을 완성한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 전석 2만 원이며 예매는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다. 주최는 뮤직플러스, 후원은 이화여대 음악대학 동창회와 독일 프라이부르크·데트몰트 국립음대가 맡았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17

포항 철강산단 완충저류시설 준공···형산강 유역 수질오염 예방

포항시가 형산강 유역 수질오염 예방을 위해 558억 원을 들여 2017년 착공한 ‘철강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이 성공적으로 준공됐다. 2000㎥의 규모의 저류조인 완충저류시설은 5만6800㎥ 규모의 비점오염저감시설, 9.5㎞ 차집관로 , 펌프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산업단지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 오염수를 먼저 받아 외부 유출을 차단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하천 오염과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시는 이번 시설 준공으로 예기치 못한 수질오염 사고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형산강의 수질 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완충저류시설 준공에 따라 포항시는 포항시의회, 포항남부소방서,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경북동부환경기술인협회 등 관계 기관과 환경안전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각 기관은 수질오염사고, 화학물질 유출, 화재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시는 이번 협약으로 산업단지 내 안전관리 공조가 더욱 강화되고, 각 사업장에서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운영이 체계화돼 수질오염 사고 발생 시 초기 대응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항시는 영일만 산업단지,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등에도 연차적으로 완충저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17

“시민의 발 멈추면 어떡하나”···“버스회사 자구책 마련 시급”

포항 유일의 시내버스업체인 (주)포항버스의 운전기사들은 2019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주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도 받지 못한 연장근로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4월 24일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고, 포항버스는 2019~2024년 근무한 운전기사들에게 이자 등을 포함해 25억 원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포항버스는 25억 원의 연장근로수당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포항시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포항시는 표준운송원가에서 정한 가동비 중 운전직 인건비에 2024년도분 연장근로수당 3억8000여만원만 반영했다. 2019~2023년분은 이미 결산이 끝나 지급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23일 열린 버스개선위원회에서 이같은 결론이 났다. 포항시는 시내버스 1대당 실제 운행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표준화된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인 표준운송원가에 비해 운송수입금이 부족하면 손실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반대로 수입금이 많으면 보조금을 반환한다. 버스개선위원회에서는 두 갈래 의견이 있었다. 포항버스가 경영난 등으로 버스 운행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가면 포항시민이 최종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어 2019~2023년 연장근로수당을 법적 테두리내에서 지급할 방안을 고민하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경영개선을 통해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데도 자구책 없이 보조금에만 의존한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포항시는 18일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와 2024년 시내버스 결산 완료 보고를 겸한 간담회에서 버스개선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강정보 포항버스 사업부장은 “2021년부터 3년간 운전직 인건비 실비에 못 미치는 수준의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한 탓에 우리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퇴직금 미적립 상황도 빚었다”면서 “버스회사가 연간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진 상황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는 구조 등을 반영해 2024년분 이전의 연장근로수당도 반영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용 포항시 대중교통과장은 “이미 정산완료된 상황에서 추가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어 2024년분 연장근로수당만 줄 수 있다”면서 “포항시의 표준운송원가는 광역시 수준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결코 인건비 실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할 게 아니라 행정처분과 과징금 등의 지표를 종합해 지급하는 성과이윤, 임원 인건비 삭감을 통한 운전기사 인건비 전환, 친절도 향상 등을 통한 운송수입금 확대 등 자구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고법 제1행정부(곽병수 부장판사)는 28일 오전 10시 포항버스가 포항시장을 상대로 낸 ‘보조금 환수 및 반환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1심 재판부는 2023년 6월 포항시가 포항버스에 한 45억5700여만 원의 시내버스 보조금 환수·반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처분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고, 포항버스가 허위로 실적보고서를 작성했다거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청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17

“가볍게 보며 웃을 수 있는 가족이야기”

포항의 김순희(57) 수필가의 세 번째 수필집 ‘수니일긔’(태백사)가 출간됐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써온 일기에서 비롯된 수필들이다. 200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신문 연재와 저술 활동까지 이어진 그의 글쓰기 원천은 바로 ‘일기’였다. 종이 일기를 2005년부터 네이버 블로그로 옮겨 썼고 2012년 아이패드를 구입한 뒤로는 카카오스토리, 밴드, 인스타그램까지 확장됐다. 그렇게 20년간 쌓인 방대한 기록 중 2017년까지의 에피소드를 추려 이번 책에 담았다. 김 작가는 이번 책을 “가족 이야기가 대부분이에요. 친척이나 친구들도 가끔 등장하죠. 화장실이나 소파 옆에서 가볍게 펼쳐보며 한 번쯤 웃을 수 있는 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소개한다. 책 표지는 고흐의 ‘아몬드 꽃이 피는 나무’다. 많은 이들이 하늘색 배경의 그림만 알고 있지만, 고흐는 붉은 바탕의 그림도 그렸다. 김 작가는 오래전 고흐에 대해 글을 읽다가 붉은 배경의 그림을 발견하고 다음에 책을 내면 꼭 표지로 쓰고 싶었다고 한다. 또 “제목도 세로로 배치해 ‘난중일기’나 ‘문화유산 답사기’처럼 오래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표지가 독특하다는 반응이 많고, 편집과 디자인 모두 직접 했다는 말에 놀라는 분들이 있단다. 3시간 만에 완독했다는 독자부터 초등학생 자녀가 킥킥대며 읽는 모습, 지인이 자신의 가족과 닮은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연락까지 이어졌다. 지난 1일 그림책 서점 ‘책방그린’에서 열린 북토크에선 ‘글쓰기의 진정성’이 화두였다. 그는 “여동생이 죽은 오빠의 초등 1학년 때 그림일기를 모아 책으로 출간한 사례를 보며, 사소한 이야기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신춘문예 당선 직후부터 10년간 습작을 거듭했다. 세 명의 스승을 찾아다니고도 부족한 듯해서, 3년 동안 매일 5매씩 썼다. 첫 책 ‘작가와 비작가’에 이어 6년 만인 2022년 기행문 ‘포항·경북 여행기’를 펴냈고, 올해 10월 예술인복지재단 지원을 받아 세 번째 책 ‘수니일긔’를 완성했다. 역사 교사인 남편은 여행 가이드이자 글의 첫 독자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남편이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재예요. 대화의 90%가 농담이죠. 30년 결혼 생활 동안 다툼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던 건 남편 덕분”이라고 말한다. 두 아들과 오랜 지인들에 대한 감사함도 책 곳곳에 녹아있다. 그는 “현재 글을 쓰는 사람이 곧 작가”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책이 손에서 떠나 독자에게 흘러간 지금, 5년 내에 ‘수니일긔 2’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필라테스로 체력을 기르고 독서 모임에서 낱말을 모으는 중이다. 독자들이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김순희 작가의 수필집 4집을 기대해 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7

“새로운 언어와 기법 탐구···내 자유의 영역”

대구시 중구 이천로 206에 위치한 갤러리CNK에서 오는 12월 27일까지 프랑스 파리 출생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출신 추상화가 탕크(TANC·Tancred Perrot·46)의 개인전이 열린다.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활동해온 탕크는 과감한 색감과 즉흥적인 터치로 유명하다. 탕크의 작품은 기계 음악의 비트와 자연의 색감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 상태에서 밀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표현한다. 아시아 여러 미술관에서도 전시를 가진 그는 동양 철학과 서정성을 담아내 평론가들로부터 ‘동양화의 재해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탕크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도구와 재료로 판타지 피규어를 칠하며 예술적 감각을 키웠다. 청소년기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영향을 받아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그래피티와 레터링을 시작했다. 그래피티는 그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고, 이는 그의 작품에 힘과 리듬, 감정을 더하는 계기가 됐다. 탕크는 최근 자신의 작업의 핵심이 ‘회화의 적용에 대한 탐구’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매체를 길들이고 통제하며, 동시에 우연이 스며드는 과정을 즐긴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언어를 탐구하는 과정이 자유의 공간이라고 믿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탕크의 매체 실험의 결과를 볼 수 있으며, 유화에서 스프레이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 시도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회화와 조각처럼 깎아낸 표면, 긁어낸 질감들로 구성돼 있다. 2019년에는 서울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어 역동적 질감이 돋보이는 오일 페인팅을 포함한 25점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기법과 잉크를 캔버스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탕크는 나비가 화면에 날아들어 서클을 그리듯 손짓을 따라 캔버스 안에 점들을 남긴다. 동양의 절제미를 연상케 하는 여백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층마다 조금 다른 액션의 작품들로 배치된다. 전시장 1층에는 그의 대표적 작품 경향이기도 한 퍼포먼스적인 행위의 작품에 그 이미지들을 다시 재배치하여 또 다른 차원의 공간감을 보여주는 신작들로 채워진다. 전시장 2층과 3층 공간에서는 물감을 흘려내리듯 뿌려서 색의 폭포수와 같은 대형 작품들과 수업 시간 낙서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듯 무의식적인 행위를 반복하며 제작된 그의 또 다른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그리고 그의 액션으로 끝없는 공간감과 깊이를 보여주는 블루 추상 풍경 작품들이 마치 예술 작품이 펼쳐지는 파리의 거리를 거니는 듯 설치돼 있다. 탕크는 “새로운 언어와 기법을 탐구하는 것은 내 자유의 영역이자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다. 반복적 작업은 감금으로 느껴지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그린다’는 생각이 늘 맴돈다. 이번 전시는 유화부터 스프레이 페인트까지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독창적 기법들을 담았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7

경주 오아르미술관 ‘올해의 건축 베스트 7’

경주 노서동 고분군 인근에 위치한 오아르미술관(OAR Contemporary Art Museum·관장 김문호)이 2025년 한국건축가협회상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에 선정됐다. 개관 6개월 만에 누적 관람객 18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건축적 완성도와 문화적 상징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한국 건축계의 주요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로 48회를 맞은 한국건축가협회상은 건축가의 창의적 성취와 사회적 기여를 기리는 권위 있는 상이다. 협회는 올해 ‘땅의 해석’, ‘쓰임’, ‘새로운 시도’, ‘완성도’ 네 가지 기준으로 총 72개 작품을 심사했으며, 오아르미술관을 “역사적 풍경과 현대 건축 언어의 정교한 결합”으로 평가했다. 오아르미술관은 신라 시대 다섯 개의 왕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경주 노서동 고분군 일대에 들어선 '왕릉뷰(View) 미술관’이다. 홍익대학교 유현준 교수가 설계를 맡았고, ㈜제효가 시공을 담당했다. 건축 콘셉트는 “왕릉이 미술관의 소장품이 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구현됐다. 유현준 교수는 신라 왕릉과 황리단길 사이의 대지 조건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종이접기 형태의 이중 박공지붕(double gable roof)을 설계했다. 지붕은 대릉원 방향으로 점차 낮아지며 시선을 유도하고, 옥상은 전시 공간으로 확장된다. 관람객은 네 가지 장면을 통해 “장소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교차하는 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 첫째, 가로 30m, 높이 12m의 통유리 창에 고분이 반사돼 건물 자체가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다. 둘째, 내부 대형 파노라마 창을 통해 고분의 곡선이 풍경화처럼 드러난다. 셋째, 1층 커피바 뒤편의 스테인리스 거울에 고분이 비치며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넷째, 옥상 루프탑 테라스에서는 고분과 경주의 전통적 도시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심사위원단은 오아르미술관에 대해 “역사와 일상의 경계에서 현대 건축이 취할 수 있는 태도를 세련되게 구현한 작품”이라 평가하며 “전통적 맥락과 현대적 재료의 조화로 경주의 풍경을 재해석한 건축적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상은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협력한 성과를 종합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7

APEC AI 이니셔티브···포항시,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유치

포항시가 아시아·태평양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선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공식 채택된 ‘APEC AI 이니셔티브’에 한국이 주도해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 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명시됐고, 이차전지와 철강 등 산업 강점을 가진 경북이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삼았다. 포항은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 역령과 방사광가속기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프라 등 최적의 환경을 갖춘 덕분에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와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연구소 등 국제 기초과학·AI 연구기관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점과 AI 산업 육성을 이끌 국가 핵심 연구시설과 포스텍·한동대를 중심으로 한 우수 연구 인재가 모여 있다. 아태이론물리센터는 1996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국제이론물리센터다. 포항은 또, 철강과 이차전지 산업 중심지이자 수소·바이오 등 신산업을 육성하며 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융합·실증 생태계가 구축된 점과 200%를 넘는 전국 1위 수준의 전력 자립률과 안정적인 전력망을 바탕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수용할 수 있는 에너지·인프라 기반을 갖춘 점도 강점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7일 사사키 미사오 아태이론물리센터 소장, 박재훈 막스플랑크연구소장, 박수진 포스텍 연구처장, 유환조 인공지능연구원 부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공동 협력과 지원 의지를 확인했다. 포항시는 앞으로 대학·연구기관장 간담회에 이어 추진위원회 구성, 타당성·기본구상 용역, 비전 선포식 등 단계별 로드맵을 신속히 가동해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한다면 포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정책과 연구 협력 중심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AI 기반 과학도시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은 오픈AI와 NeoAI Cloud(옛 텐서웨이브코리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동남권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건립지로 최종 확정돼 연내 착공이 이뤄질 전망이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17

'고르구드 아버지의 영웅서사시'

아제르바이잔 대사님,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디아스포라청 지원재단의 집행 이사 아크람 압둘라예프, 이만희 한-아제르바이잔 의원 친선협회장, 그리고 서울대와 연세대의 아제르바이잔 유학생들, 또 많은 분들이 오셨다. 사회자 임성희 연구소장이 묻는다. “아제르바이잔은 아직 한국에서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닙니다. 아제르바이잔 문학을 한국의 독자들과 대중에게 어떻게 소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한국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세계 문학의 일원으로 합류한 것처럼 느껴지게 되었지요. 그러나 오랫동안 한국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시인 베흐티야르 와합자대의 퀼리스탄의 시, 또 니자미 간자비의 시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 해체 이전 ‘검은 1월’ 사태 등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지닌 나라입니다. 이러한 배경을 담은 문학 작품을 통해 아제르바이잔인의 삶과 현실적 고민을 전한다면, 한국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 “아제르바이잔과 한국 간의 학술 및 문화 교류의 미래 전망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 “저는 아제르바이잔에 두 번 가보았습니다. 두 번 모두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국제학술대회에서 아제르바이잔 학자분들이 다른 나라 학자들의 논문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이 아주 좋아 보였습니다. 반은 농담이지만, 제가 ‘아제르바이잔 식 토론’이라고 이름 붙인 토론 방식이었습니다. 발표자의 발표 내용에 대해서 단순히 소감을 말하거나 질문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풍부하게 개진하고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학자들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하고 또 흥겹게 노래 부르는 것을 보면서 아제르바이잔은 풍부한 국제적인 문화 유대를 가진 나라임을 실감했습니다. 한국도 그 유대관계 속에 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유라시아 네트워크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의 미래가 열릴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마심리 레일라와 유수진 시인이 함께 번역한 서사시 책에는 우리의 ‘나뭇꾼과 선녀’ 같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아제르바이잔은 투르크 계열의 민족. 초승달과 샛별이 국기에 그려진 나라는 우리와 오랜 연원을 같이 하는 민족이다. 그러고 보니 이 아세르바이잔 같던 때가 1년이 조금 못 되던 때다. 어수선한 나라를 뒤로 먼 나라에를 비행기를 갈아타고 갔었다. 고독은 깊을수록 좋다. 그것이 삶을 새롭게 생성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돌아왔는데 이 ‘고르구드 아버지의 영웅서사시’ 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만 아니고 지난 1년은 극심한 통증 속에서 모든 일을 정신없이 처리해야 했다. 정신을 비워두지도 못한 채 밀려오는 일들에 시달리며 고통을 건너뛰려 했다. 두 사람이 어찌나 ‘닥달질’을 하는지 삼 년쯤 감수했다고나 할까? 이제 책이 나오고 이렇게 출판기념회까지 하게 되니, 새삼 사연 많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어려운 때는 뭔가 잘 보이지 않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2025-11-17

국회 예결소위 가동···‘TK 국비’ 이상없나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증·감액 심사를 본격화하면서 각 지자체의 ‘국비확보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 예결특위는 18일부터 예결소위를 가동해 세부 사업별 증·감액 심사에 들어간다. 예결소위는 사업별 예산을 꼼꼼하게 따져 감액·증액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국회 예산심사의 ‘최종 관문’으로 불린다. 예결소위 의결안이 나오면 종합심사와 본회의를 거쳐 내년 예산이 확정된다. 15명의 예결소위 위원 중 대구·경북(TK) 출신은 민주당 임미애 의원(비례대표), 국민의힘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김기웅(대구 중·남) 의원이 합류했다. 이들 의원들은 TK지역 국비 파이를 키우기 위한 최전선에 서게 됐으며, 여야가 ‘원팀‘으로 예산확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 3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내년도 국비 확보 목표액 달성을 위해 정부 예산안에 미반영 됐거나 추가지원이 필요한 국비 증액을 요청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날 제시한 현안 예산들은 하나같이 중요하다. 대구시는 850억원 이상 국비 증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 혁신 거점 조성 지원과 산업 인공지능 전환 연구원 설립, 동대구벤처밸리 인공지능 산업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재원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TK신공항 건설사업도 내년 예산에 토지 보상비 등 국비 2795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장 사업 착수가 불가능하다. 경북도는 포스트 APEC 사업과 산불 피해지역 구제, 신공항·영일만항 2포트 프로젝트 예산을 증액시키거나 현 수준으로 지켜내야 한다. TK지역 국비확보에는 여야의 대치 국면과 다른 지자체의 견제, 재정건전성 기조에 따른 평가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예결소위 가동 기간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지자체들도 일심동체가 돼 예산 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특히 시·도 공직자들은 사업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담은 치밀한 자료를 준비해서 소위위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2025-11-17

대구, 미분양 넘쳐도 내집 마련은 아득한 도시

국토교통부가 16일 발표한 2024년도 주거실태 조사에서 대구는 주택구입 부담이 비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의하면 작년 하반기 기준, 대구지역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주택가격 배수(PIR)는 6.7배다. PIR은 가구가 소득을 전액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주택 구입에 소요되는 기간을 뜻한다. 다시 말해 대구시민은 평균적으로 모든 소득을 약 6.7년 정도 모아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것. PIR지수로 보면 대구는 전국 시도 중 서울(13.9배), 세종(8.2배), 경기(6.9배)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도시다. 대구 사는 직장인들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6.7년을 모아야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내집 마련의 꿈을 사실상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면에 이번 조사에서 “주택을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은 86%나 나왔다. 그들은 주거지원이 필요하다(38%)와 지원방법에는 주택구입자금 대출(32%)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다. 높은 집값에도 다수의 사람들은 내집 마련에 대한 의지를 여전히 강하게 가지고 있음도 드러났다. 내집 마련은 모두에게 평생의 꿈이다. 주거가 안정되면 직장생활이 안정되고 자녀 양육에도 큰 도움을 준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수단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서울처럼 지나친 집값 상승은 빈부격차를 키우고 사회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주택정책이 중요한 것은 주택이 가진 재화적 특성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을 유발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는 경제 통계로 보면 잘사는 도시는 아니다. GRDP가 30년째 꼴찌다. 경제적으로 신산업 등이 유입돼 도약을 희망하고 있으나 정책이 실현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찾아 대구로 오는 젊은이가 잘살지도 못하는 도시에 주거비까지 높다면 오던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 대구의 집값이 왜 비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도시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대구시가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25-11-17

GD 그리고 MZ

‘GD’는 싱어송 라이터 권지용이 자신의 성 ‘권’과 이름 지용의 ‘용(龍)’을 영어로 표현한 ‘지드래곤( G Dragon)’의 약칭이다. GD는 조용필, 신해철, 서태지, GD, BTS(방탄소년단)로 이어지는 한국 가요의 맥을 잇는 큰 산맥이자 ‘MZ 세대’의 아이콘이다. MZ는 GD를 통해 자신을 이야기한다. ‘MZ’는 M세대(Millennials)와 Z세대(Generation Z)를 합친 세대다. ‘MZ 세대’라는 용어는, X세대(Generation X· 베이비붐 다음 세대라는 의미), Y세대(Generation Y·X 다음이므로 Y·Millennial과 거의 같은 의미), Z세대(Generation Z·Y 다음 세대이므로 Z)의 X,Y,Z 중 Y·Z를 지칭하는 말이다. ‘X 세대’ (1970~1980년대 청소년기)는 베이비붐 세대 이후 등장한 “정체불명”의 세대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변화를 경험하며 개인의 자아 탐색을 중시했다. ‘Y 세대’(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출생)는 MF 외환위기, 취업난, 주거난 등 구조적 위기 속에서 성장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개인적 목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Z 세대’(1995~2010년대 초 출생)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기본값인 세대로, 유튜브. SNS , 스마트폰과 함께 삶을 시작하였고, 자기표현, 다양성, 개인적 정서를 중시하며 기성세대들의 틀을 완강하게 거부한다. MZ 세대는, 인터넷 모바일 소셜미디어에 친숙한 소위 ‘디지털 원주민’들이다. MZ들은, ‘현실의 자아’와 ‘디지털 자아’ 사이에서 진정한 자아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세대 들이다. 욕망, 불안, 계급, 그리고 ‘나’가 사라진 시대의 자화상들이 MZ들이다. 이들은 자기증명과 계급상승의 강박에 시달리는 세대다. 소비패턴과 이미지가 이들의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GD는 1988년생으로 MZ 세대이다. GD의, 2012년 곡 ‘one of kind’의 가사 중, ‘난 달라, 달라,달라“, 2013년 곡 ’삐딱하게‘의 가사 중, ’난 오늘도 화려한 척해‘ ’모두 나를 미워해. 외로워서 미치겠다‘는 표현들을 보자. 행복한 척, 풍족한 척, 화려한 척, 잘사는 척하는 자신들의 분열된 자아를 고백하고 있다. 겉으로는 화려함을 과시하지만, 안으로는 우울과 고독감을 감추는 디지털 시대의 특징을 예리하게 표현하고 있다. ’SNS의 나‘는, 편집되고, 보정되고, 조합된 하나의 브랜딩 된 자아이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불안하고, 외롭고, 확신이 없고, 명확한 정체성이 없다. 흔치 않은 발라드 2014년 곡 ‘무제(無題)’에서 GD는, ’솔직하게 말할게. 내가 겁이 많은 건지‘라고 고백한다. 외적 화려함 뒤에서 스스로가 느끼는 내적 고갈의 표현이다. GD를 듣노라면 예술과 철학의 경계를 허무는 느낌을 받는다. GD의 노래가 어디 MZ만의 절규일까. X 세대를 포함한 지금의 장년층이라고 다를까. X들이여 GD를 듣자! 세대 간의 무경계를 위하여! /공봉학 변호사

2025-11-17

제1 산업의 쌀, 외면 받다

11월 첫 토요일. 볼일로 흥해 들판 농로를 지난다. 어느새 온 논에 타작 마친 짚만 가지런히 깔려있다. 가을이 깊다. 올해도 쌀 풍년인지 모르겠다. 농촌 출신이어서, 쌀 사랑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DNA가 되었나 보다. 생명 줄의 근원이기 때문이리라. 군 제대 후 첫 직장 포스코에서 인간사회는 쌀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았다. 바로, ‘산업의 쌀 철강’이다. 철강은 건설·자동차·전자제품 등 온 산업의 기초소재이기에 그렇다. 오늘날은 반도체·에틸렌·탄소섬유 등 각 산업에서 핵심 기초소재도 산업의 쌀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들 소재 역시 생산에 직간접으로 철강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철강은 ‘제1 산업의 쌀’이다. 지난 11월 5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자신의 SNS에서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철강은 단 한 차례 언급도 없었다”라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철강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철강을 외면’한 것이 된다. 우리 몸은 생명 줄 쌀이 없으면 살 수 없듯이, 철강 없는 산업이 버틸 수 있을까. 당국은 ‘값싼 외국 철강을 쓰면 된다.’라고 믿는가. 관세 협상 때 한국의 철강 침묵에 이 시장은 국내 시장이 “수입산 철강으로 대체된다면, 경제의 식민지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기초를 잃은 첨단은 공중의 성(城)에 불과하다. 국가기간산업을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이유다. 철강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이유다”라며, “정부가 산업을 포기할 권리 같은 건 없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정부의 과감한 대책과 결단이 필요하다. 그 책임과 행동은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라고 절규했다. 만일, 수입 철강을 써 국내 철강산업이 문 닫으면, 수입 철강값은 치솟을 터. 그러면 우리 철강은 망하거나, 외국에 뺏길 게 뻔하다. 나아가 자동차·전자·반도체 산업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땐, 후회해도 늦다.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현재 50%씩이나 관세를 물고 있는 철강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왜 침묵했을까. 대미 관세 협상 결과 설명에서도 철강 문제를 언급 안 했던 연유는 또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치적 이유 말고는 이해할 길이 없다. 철강산업과 집권세력은 무슨 연결고리를 가질까. 세계가 놀라며 인정하는 ‘한강의 기적’, 한국 경제의 대표 산업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철강이 산업화 정부의 큰 업적이어서 외면하는 걸까. 혹, 정치 입김이 안 먹히는 산업구조를 철강이 가진 걸까. 또는, 과거 정치의 눈부신 성공에 대한 질투 때문이었을까. 이도 저도 아니면, 철강 외면의 까닭은 뭔가. 첫 직장을 포스코 공채사원으로 시작한 때문인지, 이강덕 시장의 절규가 그대로 가슴에 독화살 되어 꽂힌다. 그 봄, 청운의 꿈을 안고 젊은 은빛 자전거 출근대열에 합류하여 형산강 다리 위를 달려가던 첫 직장···. 그리운 날들이 바로 어제다. 한데, 철처럼 굳건하던 제철소 하늘에 사람의 삿된 먹구름이 낀다는 건 포항시민과 국민이 용납할 수가 없다. 부디, 정부가 ‘제1 산업의 쌀 철강’을 살려내는 길에 떨쳐나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길수 수필가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