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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뎅기열 치료제 글로벌 임상 개시

베트남 국립열대질환병원(NHTD)과 베트남 보건당국이 공동 추진하는 ‘뎅기 및 유사질환 치료제’ 글로벌 임상 개시 행사가 5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 글로벌 임상 프로젝트의 공식 출발을 알리는 자리로, 임상 스폰서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공식 초청을 받아 참여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행사에서 베트남 임상 개요와 향후 진행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임상은 단일 감염병 치료제 개발을 넘어 뎅기열을 시작으로 유사 바이러스 질환까지 확장 가능한 범용 항바이러스 전략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동남아시아 지역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실제 감염병 발생 지역에서 임상을 수행하고 정부·의료기관·연구기관·기업 간 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감염병 대응의 핵심 임상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행사는 △개회사 및 행사 목적 소개 △뎅기열 현황 및 공중보건 메시지 영상 △국제 협력 기관 발표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임상 전략 발표 △베트남 보건당국 정책 메시지 △국립열대질환병원의 임상 개시 선언 △네트워킹 리셉션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베트남 보건당국 전 장관은 “뎅기열은 동남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공중보건 문제를 일으켜 온 질환”이라며 “베트남에서 시작되는 이번 글로벌 임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감염병 대응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보건부 차관도 축사를 통해 “국립열대질환병원과 국제 협력 파트너들이 함께 추진하는 이번 임상은 베트남의 감염병 연구 역량을 세계에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보건당국도 임상 진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 바이러스가 아닌 여러 바이러스 질환에 대응 가능한 범용 항바이러스 접근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유행 지역에서 수행되는 범용 항바이러스 임상이 향후 글로벌 공중보건 전략 수립에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 스폰서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국방부 산하 MCDC(Medical CBRN Defense Consortium) 정회원 기업으로, 아시아에서 세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참여한 기업이다. 회사의 범용 항바이러스 후보물질 ‘제프티(Xafty·CP-COV03)’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적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임상을 총괄하는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정진환 부사장은 “이번 임상은 뎅기 치료제 개발을 넘어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 플랫폼의 글로벌 검증 과정”이라며 “베트남에서 시작되는 임상이 동남아 감염병 대응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을 신속히 진행해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허가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베트남 보건당국과 협력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3-06

이란 보복공격 걸프 전역 확산···LNG·석유시설 타격에 에너지 시장 긴장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보복 공격을 걸프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 에너지 공급망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걸프 지역 여러 국가를 동시에 공격했다. 공격 대상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오만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이라크·요르단 등 중동 국가로 확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에도 미사일이 날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UAE에는 약 200발의 탄도미사일과 1000기 이상의 드론이 날아든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걸프 지역에 주재하던 외국 기업 직원과 투자자들의 탈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 안정과 치안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던 걸프 지역 경제 모델에도 충격이 예상된다. 에너지 시장에 가장 큰 파장을 준 것은 카타르 LNG 시설 피해다. 카타르 정부는 북부 산업도시 라스라판에 위치한 LNG 시설이 공격을 받아 생산이 중단됐으며, 공급 계약에 대해 ‘포스마주르(불가항력)’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국 가운데 하나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가스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주요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부 라스타누라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2019년 사우디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던 사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당시에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세계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린 바 있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CC 회원국들은 최근 유럽연합(EU)과 긴급 외교회의를 열고 이란의 공격을 강하게 비난했다. 동시에 자국 영토와 국민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최근 지역 패권과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밀착하는 분위기다. 양국 정상은 전화 통화를 통해 공동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중동 외교에도 타격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2023년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충돌로 양국 간 불신이 다시 표면화되면서 중국의 중재 외교 전략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원유와 LNG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산업 전반에서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철강·화학·배터리 소재 등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은 제조업의 경우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3-06

대구·경북 소비자물가 2월 상승세 둔화

2026년 2월 대구 및 경북 소비자물가동향(전년동월대비) 인포그래픽. /동북지방데이터청 제공 대구와 경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에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전월보다 상승폭은 소폭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지방데이터청이 6일 발표한 ‘2026년 2월 대구·경북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대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06(2020년=100)으로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월(1.8%)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경북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97로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경북 역시 상승률이 전월(2.0%)보다 0.1%포인트 낮아지며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대구의 경우 상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으며 서비스 물가는 2.0%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보험서비스료,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경북에서도 서비스 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상품 물가 상승률(1.2%)을 크게 웃돌았다. 외식비와 보험서비스료, 택시요금 등 생활 서비스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생활물가지수는 대구가 전년 동월 대비 1.5%, 경북이 1.8% 각각 상승했다. 반면 기상 조건 등에 따라 변동이 큰 신선식품지수는 대구 -2.3%, 경북 -2.0%로 모두 하락했다. 채소와 과일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품목별로 보면 대구에서는 쌀과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 반면 무와 귤 가격은 하락했다. 경북에서도 쌀과 육류 가격은 상승했지만 배추와 과일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지역경제의 한 전문가는 “외식비와 보험료 등 서비스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2026-03-06

오픈AI, ‘GPT-5.4’ 공개···엑셀·PPT 업무 자동화 강화

미국 인공지능 기업 OpenAI가 새로운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GPT-5.4’를 공개하며 기업용 업무 자동화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오픈AI는 5일(현지시간) 새로운 AI 모델 GPT-5.4를 출시하고 이를 유료 이용자와 기업 고객,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모델은 엑셀 등 표 계산 프로그램과 프레젠테이션 작성 기능을 강화해 사무·지식 노동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GPT-5.4는 기업이 사용하는 표 계산 프로그램에서 직접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업 고객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서 챗GPT를 호출해 재무 분석 자료나 보고서를 자동으로 만들 수 있다. 금융 정보 서비스인 FactSet과의 연동 기능도 추가됐다. 오픈AI는 이번 모델이 화이트칼라 지식 노동을 수행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경쟁사인 Anthropic의 최신 모델 Claude Opus 4.6보다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시장에서는 오픈AI와 함께 Google 등이 기업용 AI 모델 경쟁을 벌이고 있다. GPT-5.4는 특히 ‘AI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AI가 컴퓨터 화면을 인식하고 커서를 이동하거나 클릭하는 방식으로 실제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기능을 개선했다. 코드 생성 도구인 ‘코덱스(Codex)’의 처리 속도도 높였다. 이번 모델은 기존 GPT-5.2보다 가격이 인상됐다. 100만 토큰 기준 이용료는 입력 비용이 약 40%, 출력 비용이 약 7% 올랐다. 다만 오픈AI는 작업 과정에서 필요한 토큰 사용량을 줄여 실제 비용 부담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는 GPT-5.4를 ‘숙고형(Thinking)’ 모델로 규정했다. 질문에 즉각 답하는 방식보다 분석과 추론 과정을 거쳐 보다 정교한 답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서 회사는 빠른 응답을 목표로 한 모델 ‘GPT-5.3 인스턴트’도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생성형 AI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앤스로픽은 ‘클로드 오퍼스 4.6’을, 구글은 ‘제미나이 3.1 프로’를 각각 발표하며 기업용 AI 시장 확대에 나섰다. 오픈AI는 최근 United States Department of Defense에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한 문제로 일부 소비자들의 반발에도 직면했다. 미국에서는 ‘QuitGPT(챗GPT 사용 중단)’ 운동이 벌어지는 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3-06

TK행정통합 특별법 놓고 민주당 미묘한 변화 감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류된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에 대한 친명계 핵심 인사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져 주목받고 있다. 애초 민주당이 TK와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TK행정통합 특별법만 통과시킬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친명계 핵심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5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에서는 지역통합의 출발이 대전·충남을 통해서 진행이 됐고, TK를 한 세트로 해서 통과시키는 것이 실제 지역통합을 통한 지방주도성장의 큰 축, 5극 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권)을 선도적으로 해 보자 그런 취지가 있었기 때문에 같이 갔으면 좋겠다라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라면서도 “TK에서 통합 요구가 강하다면 통합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들이 지역통합을 통해서 지역주도성장을 해보자라고 하는 국가 대도약의 축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취지에 맞게끔 고민하고 서로 성찰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면서 “이 문제를 정치적인 유불리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소멸되고 어려워지는 지역의 통합을 우리 정치권이 대통합으로, 사실은 대통합을 통해서 좀 바꿔보자 취지로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 3월 임시국회에서 TK행정통합 특별법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도 “TK를 안해주면 호남에 너무 고립되는 모양새가 된다”며 ‘호남 돈퍼주기-TK홀대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 국민의힘 TK의원들은 이 지점을 벌써부터 파고 들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의 정치공학적 계산 결과로 TK의 백년대계를 막는 것 아닌가. 법사위에서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며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대구 출신이고 이재명 대통령은 경북 안동 출신인데 우리 고향 사람들이 이것을 버렸구나 하는 지역 차별에 대한 울분이 엄청 크다. 전남·광주에 몰아주기 때문에 훨씬 더 후퇴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가 TK와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동시 추진 입장을 고수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유불리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 역학 관계 등이 작용한 이상 TK행정통합 특별법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통 큰 결단을 내리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6-03-05

배현진, 법원의 ‘징계 효력정지’ 결정에 “장동혁 지도부 퇴행 멈춰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이 5일 자신에게 내려진 당원권 정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자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이제 더 이상의 퇴행을 멈추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공당의 민주적 시스템을 지켜달라는 호소를 진지하게 고려해 준 법원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배 의원은 “당의 민주적 질서를 무너뜨린 장동혁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한 달 가까이 멈춰있던 국민의힘 서울시당의 시계를 다시 되돌리겠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서울시당위원장에 복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뒤 “시당에 복귀해 공천 작업을 위한 공관위 준비 과정과 함께 당원자격 심사나 산적한 현안을 위원장들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일정에 참여한 인사들이 윤리위에 제소된 것에 대해서는 “제소했다고 바로 징계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당 윤리위가 정상적이고 건전한 모습으로 운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도 배 의원의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 소식에 “상식의 승리“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곧바로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웬만하면 사법부는 정당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도저히 웬만하지 않은 한줌 윤어게인 세력이 전통의 보수정당과 보수를 망치고 있다.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윤리위는 지난달 13일 서울시당위원장이던 배 의원이 누리꾼과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누리꾼 가족으로 추정되는 아동 사진을 SNS에 게시해 아동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3-05

TK, 2차 공공기관 이전 불이익 받나?…전남·광주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할 것이라고 언급한 날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면서 ‘행정통합 지역 우선 배정’ 원칙을 내세움에 따라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 통합특별시는 큰 수혜를 입는 반면, 행정통합 논의가 답보상태인 대구·경북(TK) 지역은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균형발전을 위한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김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며 “이번 2차 이전은 수도권 1극 체제를 완화하고 인구, 일자리, 자본의 분산을 통해 지역 성장 엔진을 다극화하는 구조 개혁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 1차 이전 시에 얻은 성과와 교훈을 토대로 이전 예외 기준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면서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5극 3특 지역별 특화 산업과 연계하는 등 지역이 실질적 성장 거점이 되도록 집적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상 기관 전수조사와 지방정부 수요 조사 등을 통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면서 향후 이전 대상 예외 기준을 최소화해 이전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높이고 보다 많은 기관이 지방 이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을 밝힌 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전남·광주 통합특별법에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권한을 부여하고 매년 5조 원씩 4년간 20조 원의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우선 배정을 하는 특례조항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큰 이른바 ‘알짜’ 공공기관이 전남·광주로 쏠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여러 차례 행정통합 지역에 대한 우선 배정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 통합하는 곳에 집중해 더 많이 보낼 것”이라고 했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난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행정)통합을 하는 곳에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배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법제사법위원회에 보류된 TK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2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역 정치권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TK지역 한 국회의원은 “전남·광주 지역에서 희망하는 주요 공공기관을 TK지역에서도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 통과로 상황이 더 불리해졌다”며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 역시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 지역 형평성 사이의 조율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6-03-05

李 대통령, ‘유류 최고가’ 신속 지정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중동 사태에 따른 유류 가격 상승을 거론하며 지역 및 유류 종류에 따른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도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며 "국가적 어려움을 이용해 자기 이익만 보겠다는 태도는 공동체 원리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고가격을 일률적으로, 전국적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지역별·유류 종류별로 적용하는 등 현실적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지정하도록 해달라”며 “최고가 지정은 이전에는 잘 안했던 것이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고 현재에 맞게 잘 활용하자”고 밝혔다. 부당하게 가격을 올려 받는 ‘바가지요금’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 제재 수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단속해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다”며 "(이를 제재할) 제도도 신속하게 점검해 만들어달라. 방치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주문했다. 나아가 각 주유소가 매입하는 기름값에 대한 가격정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6-03-05

국힘, 6·3 지선 단체장 공천 경선에 ‘코리안시리즈·오디션’ 도입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후보자 접수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착수했다. 특히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단체장의 기득권을 깨고 신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른바 ‘코리안시리즈식 경선’과 ‘공개 오디션’ 등 파격적인 공천 룰을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5일 회의를 열고 당 소속 현직 광역·기초단체장이 있는 지역구의 경선 방식을 확정했다. 핵심은 현역을 제외한 도전자들끼리 먼저 1·2차 예비 경선을 치른 뒤, 최종 승자 1명이 현역 단체장과 1대1로 맞붙는 방식이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현직 단체장은 4년 내내 활동해 인지도가 높고 조직을 확보한 상태라 며칠 선거운동을 한 신인들이 벽을 넘기 굉장히 어렵다”며 “불공정을 막고 신인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야구의) 코리안시리즈 방식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특정 인물 겨냥 논란에 대해서는 “누구를 찍어내거나 계파를 고려한 적 없으며, 특정인을 겨냥한 제도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와 별개로 공관위가 지정한 일부 광역단체장 경선에는 ‘오디션 방식’이 도입된다. 1·2차 경선 과정에서 당원(40%)과 일반 국민(40%) 여론조사 외에 공모를 통해 모집된 ‘현장 평가단’의 투표 결과를 20%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장 평가단은 6·3 지방선거를 상징하는 의미로 지역별 63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며 이들은 토론 등을 직접 참관한 뒤 현장에서 투표한다. 단, 현역 단체장과 맞붙는 최종 3차 결선은 기존 방식인 ‘당원 50%·일반 국민 50%’ 룰을 따른다. 공관위는 5일부터 8일까지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 신청을 받는다. 광역의원은 10일, 기초의원은 11일까지다. 광역단체장은 9일부터 20일까지 심사를 거쳐 내달 16일 후보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야권이 된 국민의힘의 당세가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은 치열한 경선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현역 단체장이 3선 연임 제한으로 물러나는 포항과 대구 북구·달서구 등에 신청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의 경우 이강덕 전 시장이 사퇴 후 경북지사로 도전하면서 무주공산을 노리는 예비 후보자만 10여 명이 넘는 상황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3-05

국힘, 靑 앞서 ‘사법3법 규탄’ 의총···“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국민의힘이 5일 청와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사법 3법(법왜곡죄 신설·재판소원제 도입·대법관 증원법)’을 규탄하는 대규모 현장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촉구했으나 이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사법 3법을 대한민국 사법 질서를 붕괴시키는 ‘악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에는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70여 명이 집결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에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상복 차림’으로 모여 “사법파괴 독재정치 이재명 정권 규탄한다”, “사법파괴 3대 악법 대통령은 거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장 대표는 현장 의총에서 “이 법들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의 사법 질서와 자유민주주의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고, 대한민국 이재명 독재는 완성되는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3대 악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이재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국민께서 이 악법 통과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대가도 참혹할 것”이라며 “이제 국민이 나서 함께 막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언석 원내대표 역시 “오늘 국무회의에서 사법파괴 3대 악법을 공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고,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사법파괴 3대 악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이 대통령 스스로 대한민국 5000년 역사에 크나큰 죄인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현장 의총을 마친 의원들은 청와대 정을호 정무비서관에게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사법파괴 3대 악법 철회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요구서를 전달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3-05

대구 북구청장 공천 ‘공개 검증’ 놓고 우재준-김승수 의원 충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대구 북구청장 공천을 둘러싸고 지역 당협 간 갈등이 공개 충돌로 번졌다. 북구갑 당협위원장 우재준 의원이 추진하는 후보 공개 검증 절차에 대해 북구을 당협위원장 김승수 의원이 참여를 거절하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다. 검증 방식과 비용 문제까지 겹치며 공천 절차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김승수(대구 북을) 의원은 5일 경북매일과의 통화에서 우 의원이 추진하는 공개 검증 방식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처음에는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를 준다는 취지라고 해서 선의로 해석했다”며 “북구청장인데 북구갑만 하고 북구을은 빠지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해 같이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정도의 의견을 말했다”고 했다. 상황은 비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달라졌다고 했다. 김 의원은 “후보자들한테 특별 당비 500만 원이 든다는 말을 했다고 해서 굉장히 정도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시도 공천관리위원회가 있는데 의원이 마음대로 룰을 정해서 후보를 줄이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공관위에서 공천 절차와 방법을 정하면 거기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우재준(대구 북갑) 의원은 4일 자신의 SNS에 북구청장 출마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토론 등 검증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검증 과정은 개인 유튜브 채널 ‘복현동 우재준’을 통해 공개하는 방안이다. 비용 논란과 관련해 우 의원은 “특별 당비는 대관료 등에 쓰는 것”이라며 “정당 경비로만 할 수 있지만, 공정하게 특별 당비를 납부하고 그 돈으로 경선을 치르자는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비용 논란이 이어지자 전액 사비 부담 방침을 밝혔다. 유튜브 생중계 계획에 대해서는 “언론사는 다 초대할 것”이라며 “아무도 안 오면 적어도 제 채널에서 공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3-05

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차출론’ 갑론을박··송영길 “결단 못 할 것” 선 긋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시장 출마설이 제기되면서 여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차출론’이 제기되는 반면, 현실성이 낮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선거 구도를 흔들 카드로 김 전 총리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전 총리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대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했고,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62.3% 득표율로 당선된 이력이 있다. 당내에서는 김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대구·경북(TK) 지역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총리가 등판한다고 본다”며 “당 지도부가 설득한다면 구국·구당 차원에서 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출마를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홍의락 전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은 김 전 총리가 결심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 때”라고 밝혔다. 김 전 총리 본인은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이후 공식 정치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실제 출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 전 총리가 지난해 말 모교인 경북고 동기회 행사에 30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출마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출마 예정자의 기부행위가 엄격히 제한되는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사실상 ‘불출마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근 당내 일각에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복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총리 차출론에 대해 “본인이 싫다는데 왜 그렇게 추대하자고 하느냐”며 “우유부단한 사람에게 왜 이렇게 의존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김 전 총리는 이미 대구를 떠났고 결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홍의락 전 의원이 자신 있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3-05

국민의힘 6·3 지선 공천 접수 돌입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후보자 접수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부터 지방선거 후보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은 8일까지 신청을 받고, 광역의원은 10일, 기초의원은 11일까지 접수한다. 광역단체장 후보 접수가 마무리되는 9일부터 20일까지는 공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26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당내 경선을 실시하고, 16일 광역단체장 후보를 확정한다. 광역·기초의원 후보는 20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 권력이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한쪽으로 집중되는 상황을 막아낼 수 있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선거”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가 될 이번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과감하게 도전해 달라”고 밝혔다. 공관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 인재 발굴을 위해 공개 오디션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일반 지원자를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후보군을 100명으로 압축한 뒤 40명을 선발하고, 최종 결선을 거쳐 전국 17개 시·도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17명을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야권이 된 국민의힘의 당세가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치열한 경선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가장 신청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현역 단체장이 3선 연임 제한으로 물러나는 포항과 대구 북구·달서구 등이다. 포항의 경우 이강덕 전 시장이 사퇴 후 경북지사로 도전하면서 노리는 예비 후보자만 10여 명이 넘는 상황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3-05

브릿지대출 경고등 켜진 포항 새마을금고···흔들리는 건전성, 겹쳐진 내부 통제 논란

포항지역 새마을금고가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브릿지(Bridge)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금고에서는 상근 임원 운영과 내부 통제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며 조직 신뢰가 시험대에 올랐다. 재무 리스크와 거버넌스 논란이 동시에 불거진 형국이다.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포항의 26개 새마을금고 가운데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요인으로는 부동산 개발 초기 단계에 단기 자금을 공급하는 브릿지 대출의 연체 증가가 지목된다. 브릿지 대출은 본 PF(Project Financing)로 전환되거나 분양 수익으로 상환하는 구조지만, 사업 지연이나 분양 부진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부실로 전이되는 고위험 여신이다. 문제는 만기 도래 시 차환과 재대출을 반복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 유동성으로 시간을 벌어온 사업장이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연체는 순식간에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여러 금고가 공동 대주단으로 참여한 경우 개별 금고의 리스크 통제력은 제한적이다. 한 곳에서 상환이 지연되면 충당금 부담이 늘고, 이는 곧 손익 악화와 자본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포항은 철강·조선·이차전지 등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 구조를 가진 도시다. 지역 경기 둔화가 길어질 경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상환 능력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의 압박이 금융 건전성 악화로 연결되는 구조다. 브릿지 대출 비중이 높은 금고일수록 그 충격은 배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재무적 위험 위에 내부 통제 논란까지 겹쳤다. 일부 금고에서는 자산 규모에 따라 상근 임원을 1명만 둘 수 있음에도 사실상 2인의 상근 체제가 장기간 유지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비상임 체계를 취했지만, 실제 근무 형태와 권한, 보수 수준은 상근직에 준했다는 지적이다. 규정 취지를 우회한 운영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근 임원 확대 운영은 곧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고액 보수와 조직 운영비 상승이 수익 구조를 압박하고, 이는 결국 적자 전환의 배경이 될 수 있다. 내부 견제와 감시 기능이 충분히 작동했다면 예방 가능했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정 인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굳어질 경우, 고위험 여신 확대와 같은 전략적 판단 오류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A새마을금고에서는 회원 정보 관리 문제와 이사장 해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지며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다. 대의원 총회에서의 충돌, 해임 효력을 둘러싼 가처분 신청 등 일련의 사태는 조직 내 분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경영진 간 대립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핵심 자산은 신뢰다. 출자금과 예금은 지역 주민의 생활 자금이자 생계 기반이다. 그러나 고위험 대출 확대, 임원 운영의 적정성 논란, 내부 갈등이 반복될 경우 예금 이탈과 평판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신뢰까지 흔들리면 회복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감독 체계의 한계도 도마에 오른다.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소관 아래 운영된다. 은행권과 같은 상시적 감독·검사 체계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고위험 여신이 급증하는 국면에서는 보다 촘촘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경보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브릿지 대출 현황과 만기 집중도, 담보 가치 재평가, 충당금 적립 수준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동시에 상근 임원 운영 실태와 이사회 구조,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외부 진단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무 건전성과 지배구조 개선은 분리된 과제가 아니다. 포항 새마을금고의 위기는 특정 금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금융 전반의 신뢰와 직결된 사안이다. 지역 새마을금고들은 더 이상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 브릿지 대출 구조와 고위험 자산 비중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내부 통제와 임원 운영 전반을 스스로 점검하는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동시에 감독 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선제적 건전성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역 금융의 마지막 안전판이라는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위기에 대한 명확한 대응 방안을 조속히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3-05

“포항만의 차별화된 랜드마크, 도시 시스템 혁신 시급”

경북 인구의 절반을 품은 핵심 도시 포항. 하지만 구도심 쇠퇴와 신도심 분산이 겹치며 ‘도시 발전의 중심’을 잃었다. 포항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을 펴오고 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랜드마크 건축·도시재생 전문가인 조관필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로부터 포항의 도시재생의 현실과 문제점, 해법을 진단해 봤다. □ 섬처럼 흩어진 자산을 하나로 엮어라 조 교수는 포항의 위기를 “결핍이 아닌 해석의 부재”에서 찾았다. 죽도시장과 육거리, 대학 캠퍼스, 산업단지, 해안 등 포항의 주요 자산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각각의 섬처럼 존재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와 관련해 “20세기 기능주의가 남긴 효율 중심의 분리 정책이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포항이 가진 학문, 산업, 해양의 축을 연결해 “우연한 만남과 교류가 일어나는 경험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시대에 사람들은 온라인 정보보다 현장에서의 체험을 더욱 갈구하기 때문에 도시 재생은 “장소가 주는 물리적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 빌바오에서 배우는 랜드마크의 진짜 의미 도시 재생의 상징으로 꼽히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사례를 들어 조 교수는 랜드마크의 본질을 설명했다. 그는 “빌바오의 성공은 미술관 자체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준비된 시스템 덕분이었다”고 진단하고 교통망과 문화 프로그램, 지역 커뮤니티가 함께 작동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포항이 추진하는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특급호텔 프로젝트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도시의 동선과 경제, 문화를 어떻게 재편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랜드마크는 “포항만의 이야기를 담은 물리적 증거”여야 하며, 건축가의 철학, 공공과 민간의 협력 과정 자체가 도시 브랜딩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구도심은 추억이 아닌 미래의 자산 조 교수는 포항시의 청년 천원주택, 영국 학교 유치 등 정책을 언급하며 “구도심 재생과 산업 재편을 연계한 특단의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도시 기반을 구축하려면 주거 환경 개선뿐 아니라 경제·문화적 활력을 동시에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도시장 활성화 사례로 일본 오사카의 신사이바시 상점가 공실률이 2024년 2월 0%를 기록한 것을 들며 “죽도시장도 이 사례를 도입해 활성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도시의 영혼을 되살리는 작업 조 교수는 포항의 도시 재생 방향으로 “구도심을 ‘과거의 흔적’이 아닌 ‘미래의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관광 인프라와 산업 재편을 연계해 경제적 순환 구조를 구축하며, 시민과 방문객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조 교수는 “철강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문화와 혁신이 공존하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포항의 랜드마크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시의 심장이 뛰려면 정책의 실행력과 시민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단기적 개발 계획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포항의 미래는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철학과 비전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다. 포항이 어떤 도시로 나아갈지, 그 선택은 이제 포항의 시민들과 리더들에게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3-05

대구지검 안동지청, 선거사범 대응 강화…선관위·경찰과 대책회의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이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범죄 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협력체계를 가동했다.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은 5일 안동지청 2층 중회의실에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이 참여한 가운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비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선거사범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검찰 선거전담 검사 2명과 안동·영주·봉화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3명, 안동·영주·봉화 경찰서 및 경북경찰청 수사팀장 등 경찰 관계자 4명이 참석했다. 참석 기관들은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범죄 유형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선거 관련 폭력행위와 허위사실 유포 및 흑색선전, 선거 관련 금품수수, 공무원·단체 등의 선거개입 등을 중점 단속 대상 범죄로 정하고 공조 수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선거 관련 폭력행위로는 후보자나 선거사무장, 연설원, 자원봉사자 등 선거관계자에 대한 폭행과 협박, 선거 관련 공무원이나 종사자에 대한 폭행·협박,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폭력, 선거 벽보와 현수막 등 선전시설 훼손 등이 포함된다. 허위사실 유포와 흑색선전과 관련해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나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가짜뉴스 제작, SNS를 통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 여론조사 조작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또 정당 후보 추천 과정에서의 금품수수나 선거운동·경선운동 관련 금품 제공,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금품 제공·요구 등도 엄정 대응 대상에 포함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선거 개입, 공무원의 경선 또는 선거운동, 불법 사조직 설치 등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검찰과 선관위, 경찰은 24시간 비상연락 체계를 유지하고 수사 초기 단계부터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실시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청장을 반장으로 하는 선거전담수사반을 편성하고 단계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끝나는 오는 12월 3일까지 특별 근무체제를 유지하며 선거범죄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3-05

TK통합 무산 책임론, 지선 최대 이슈로 부상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가 사실상 무산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 TK지역으로선 특별법 처리시한에 쫓겨 일분일초가 아쉽지만, 여권은 계속 불가능한 전제조건을 내걸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다. 여권은 이미 TK행정통합 성사여부가 지방선거 판세에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현재 TK통합법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지방선거 일정상 3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2일이 법안 처리를 위한 마지노선이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TK통합법은 충남·대전통합법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호남권 통합법을 처리한 후 TK통합법에는 온갖 조건을 추가하면서 버텨왔다. 민주당이 조건으로 내건 TK통합법과 충남·대전 통합법 병합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충남·대전 통합법의 경우 단체장, 시·도의회가 모두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할 수가 없다. 여권에서는 TK통합법만 국회에서 통과시킬 경우 충남·대전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지난 4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열린 ‘TK통합법 국회통과 결의대회’도 통합법 처리 무산에 따른 책임론으로 흐르는 분위기였다. 장동혁 대표는 “소수 야당의 마지막 투쟁 수단인 ‘필리버스터’까지 중단하며 TK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고 했고, 추경호(달성군) 의원은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대구·경북 통합을 거부한다면 500만 시도민은 국가균형발전을 회피한 이재명 대통령과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법사위 빗장을 걸어 잠근 추미애 위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행정통합 무산에 따른 책임론은 TK지역 지방선거의 주 이슈로 자리 잡게 됐다. 아마 주 타깃은 행정통합을 주도한 현직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산적한 대구·경북지역 현안해결을 위한 공론의 장이 돼야 할 이번 지방선거가 소모적인 책임론으로 오염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26-03-05

아찔했던 대구도심 천공기 사고, 책임 따져야

지난 4일 오전 9시쯤 대구시 수성구 만촌네거리 지하철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중장비인 천공기 전도사건은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다. 높이 21m, 무게 64t의 천공기가 왕복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쓰러졌으나 지나가던 차량이나 사람이 직접 다치는 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쓰러진 천공기를 보고 급정거한 택시운전기사와 승객 등이 다쳤으나 큰 피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만촌네거리는 평소에도 신호대기 차량이 줄을 서고 보행자도 많은 곳이다. 사고가 난 시간대가 출근 시간을 막 넘긴 때여서 큰 사고는 피했지만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만촌네거리 천공기 전도 사고에 대한 노동청, 경찰 등 관계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겠지만 철저한 사고원인을 밝혀내 도심 건설현장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제2의 사고를 막도록 해야 한다. 도심건설공사 현장은 일반공사 현장과 달리 협소한 공간과 상하수도 매설 등 복잡한 작업환경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특히 사고가 발생하면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용인시 전철공사 현장에 있던 길이 44m의 항타기가 쓰러져 인근 아파트 건물을 덮쳤다. 항타기는 땅에 말뚝을 박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천공기와 비슷한 중장비다. 이때 건설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 중장비 사고 예방에 총력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장관이 약속했다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는 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과 건설사의 철저한 안전의식이 병행될 때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노동청 관계자가 사고 당시 작업방식과 안전 준칙 준수 여부, 지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원인을 밝히겠다고 하고 있으나 이를 계기로 도심의 건설 현장 전반에 대한 안전도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사고가 난 현장은 지하철 연결통로 및 출입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나 이 공사도 두 차례나 연기돼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소재를 물어야 한다.

2026-03-05

총과 투표용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정치인들이 하는 일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들은 선거 날 투표권을 행사하며 비로소 강력한 정치적 의사를 발현한다. 국민은 투표를 통해 주권자임을 자각하고, 그 한 표를 잘 행사하기 위해 정치와 사회가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투표권이 있다는 것은 나라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뜻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우리 투표권자의 연령은 만 18세 이상이다. 요즘 선거 연령을 더 낮추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학생들에 대한 정치적 선동과 학교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교육과정은 정치에 대해 가르치는 일을 아예 손 놓아 버린 듯하다. 아이들이 올바른 정치적 의견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조차 하지 않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지난 우리 역사에는 나라의 수호자 역할을 한 많은 청소년들이 있었다. 1960년 3·15 마산 시위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이 얼굴에 박혀 순국한 김주열 열사의 나이는 17세였다. 그의 희생은 4·19 혁명의 촉발제가 되었고, 고등학생 다수가 시위에 참여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는 많은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시위에 참여했다. 새벽 전남도청을 사수하며 죽어간 문재학, 안종필 열사는 16세 고등학생이었다. 일제강점기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3·1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는 16세였고,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을 받다 순국한 나이는 17세였다. 1950년에는 국군의 낙동강 방어선을 유지하기 위해 포항여중에서 학도병들이 북한군과 교전하며 나라를 지켰다. 이 포항여중 전투로 대부분이 전사한 학도병 71명은 모두 17세, 18세의 청소년들이었다. 이렇듯 수많은 청소년들의 피와 희생 위에 독립한 나라에서 민주화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는, 청소년은 나이가 어려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기에 미성숙하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청소년들은 더 용기 있게 나라를 지키고 목숨을 희생했다. 그것은 모두 그들의 성숙한 정치적 결단이었다. 위기의 시기에 청소년들에게 정치적 빚을 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왜 지금이 평화로운 시기라고 해서 청소년을 정치적 미성년자로 그저 단정짓는 것인가. 선거권 연령을 낮춰 무조건 투표권을 쥐여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이 정치를 바로 알고 선동당하지 않으며 정상적인 사고 과정을 거쳐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과정에 관한 정치’를 가르치자는 것이다. 학교에서부터 정치를 ‘커서 하는 것’, ‘지금 너희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성인이 되었을 때 무방비 상태에서 선동과 세뇌를 당하는 일을 초래할 수도 있다. 홀로코스트의 뼈아픈 역사를 가진 독일은 아이들에 대한 정치 교육을 헌법적 사명으로 삼고 체계적으로 정치를 가르친다. 교실에서 정치 토론이 제도화되어 있고, 적극적인 비판과 토론을 통해 극단주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내성을 길러 준다. 민주주의는 중립적 방관 속에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파괴적 선동과 극단주의에 대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정치 교육은 결국 민주주의를 지킨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로부터의 격리가 아니라, 총 대신 투표용지를 들 수 있게 하는 정치 교육이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 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26-03-05

하이브리드 전쟁

잡종으로 해석되는 하이브리드(Hybrid)는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요소가 합쳐진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성질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요소를 합치는 목적은 대개 성능이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 페달과 전기모터가 함께 달린 자전거는 하이브리드 자전거, 휘발유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라 부른다. 미국은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등 정부 요인들이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확히 알고 정밀타격을 가했다. 미국의 정확한 정보력과 미사일의 정교한 타격 능력이 합쳐져 이란의 지휘부는 완전 붕괴된다. 같은 시간 이란 전역의 인터넷 접속은 평소 4% 수준으로 급감했다. 오늘날의 전쟁은 총과 탱크를 앞세운 과거의 전쟁과는 양상이 다르다. 사이버 공격, 여론조작, 경제 제재, 정보전, 심리전 등 보이지 않는 전장이 넓게 전개된다. 이른바 군사적 조치와 비군사적 조치가 총 동원돼 치르는 전쟁이다. 이를 하이브리드 전쟁이라 부른다. 전쟁 학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전쟁이라 명명한다. 군사 충돌 이전부터 사이버 공격으로 정보전이 전개되고 나라 안 여론을 분열시켜 자국 내 혼란을 조장한다. 선전포고가 없는 전쟁이다. 미사일이 날아오기 전 이미 전력망이 마비되고 금융시장과 환율이 흔들린다. 사회 전체가 전쟁터가 된다. 과거 전쟁이 군대와 군대 간의 싸움이었다면 국가시스템과 국가시스템 간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지금 지구촌은 전쟁과 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사회의 현대전을 바라보면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 태세는 어떤지 반면교사 해볼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05

토론의 자격

부정선거를 주창하는 극우 인사들과 군소 정당 대표의 토론이 화제가 된 모양이다. 실시간 접속자 30만 명, 누적 조회수는 60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솔직히 한심하다.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부정선거 따위를 외치며 정치 선동을 일삼는 자들에게 공론장에서의 발언권을 주면 어쩌자는 건가? 토론을 성립시킨 그 저의 역시 의심스럽다. 서로가 서로를 정쟁의 수단쯤으로 생각한 것 아니겠나. 토론은 민주주의의 미덕으로 자주 찬양되지만 모든 주장이 토론의 자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토론에도 최소한의 요건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가령 토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사실 기반을 인정해야 하고, 합리적 근거와 증거를 제시할 의무를 수용해야 한다. 또한 반박될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어야 하는데, 이 조건이 무너지면 토론은 ‘공적 숙의’가 아니라 ‘선동의 무대’로 전락하게 된다.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관용의 역설’에 관해 논한 바 있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요하지만 그 관용은 무제한적일 수 없다는 논의였다. 한 사회의 관용이 불관용에 대한 관용까지 포함하게 되면 결국 불관용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어 관용적인 사람들과 실천마저 제거된다는 것이다. 관용의 역설이란 관용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관용에 대해 불관용할 권리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토론은 단지 말의 교환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가 동일한 규칙을 공유한다는 암묵적 합의 위에서만 가능하다. 예컨대 선거관리기관의 절차, 사법부의 판결, 검증 가능한 통계 자료 등은 논쟁의 전제가 돼야 한다. 만약 어떤 집단이 이러한 공적 장치 전체를 불신하며, 그 불신을 증명할 책임조차 지지 않는다면, 그들과의 토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경우 토론은 진실을 가리는 과정이 아니라, 허위 주장에 공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효과를 낳는다. “양쪽 의견이 있다”는 형식적 균형은, 사실과 허위를 동일한 수준에 놓는 오류를 범하게 한다. 부정선거와 같은 근거 없는 음모론을 공적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순간, 민주주의는 두 가지 위험에 직면한다. 하나는 허위 정보의 확산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에 대한 신뢰의 붕괴다. 제도를 부정하면서 동시에 그 제도의 보호 아래에서 발언권을 행사하는 태도는 자기모순이다. 이런 모순을 비판 없이 수용하거나 자기 정치를 위해 동원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말을 허용하는 체제가 아니라, 공통의 규칙을 존중하는 말만이 정치적 힘을 갖는 체제다. 그 규칙을 인정하지 않는 주장과의 토론은 숙의가 아니라 소모일 뿐이며, 때로는 민주주의의 토대를 잠식하는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런 와중, 거대 야당 대표는 부정선거 토론을 통해 “선거 관리 부실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선거시스템TF’를 구성하겠단다. 봐라, 이런 토론은 없어야 한다는 사실의 반증이 여기 있다. 토론에 참여한 자나 그를 이용하려는 자나 매한가지 아니겠나. 자기 정치를 위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을 도구화할 뿐인 자들을 어찌해야 할까. 한국 보수의 현재와 미래가 이렇다. /허민 문학연구자

2026-03-05

사라진 가장놀이

애처가와 공처가 차이를 묻는다. 난 대답했다. 그런 질문 자체가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내 팬티는 내가 알아서 빨면 공처가이고 내 팬티 빨 때 마누라 팬티도 같이 빨면 애처가라는 말은 이십여 년 전부터 나돌던 이야기다. 주위에 힘없는 가장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음식물 쓰레기통 앞에서 서로 묵례하면서 겸연쩍게 웃는 모습이 남자들의 자화상이다.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던 반딧불이 세대는 이미 한참 지나간 이야기다.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가 무엇인가 하면 장사꾼은 물을 많이 뜨기 위해 양동이만 늘리고자 힘쓰지만, 사업가는 한꺼번에 다량의 물을 퍼 올리는 양수기부터 준비한단다. 근본 생각부터 차이가 나야 한다는 말이다. 집안에 가장 노릇도 마찬가지이다. 권위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냥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권위가 생기는 시절이 아니기에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대통령 꼴이 말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존경받아야 할 자리임에도 탄핵당하고 형사소추 당하고 있으니, 나라가 어디로 갈지 자못 걱정스럽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양아치들의 계급 놀음인 보스가 아니다. 일종의 리더십이 있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위치이다. 보스는 사람들을 몰고 가지만 지도자는 그들을 이끌고 간다. “가라”고 명령하지 않고 “가자”고 권고한다. 따라서 보스는 권위적이지만 지도자는 그렇지 않다. 보스는 음흉하게 비밀리에 일을 꾸미고 들키면 발뺌하거나 다른 이의 탓으로 돌려버린다. 남을 절대 믿지 않으며 겁을 주는 폭력에 의한 공포심을 심어주어 복종만을 요구한다. 아버지는 보스였다. 그게 남자라고 믿었다. 가끔 소리도 지르고 밥상도 한번 엎고, 술 드시고 늦게 들어와 자는 애들 깨워서 일장 연설도 하고. 그래도 절대 탄핵당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집에 가장으로서 존경받지 못하고 늘 뒷전이거나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은 젊은 시절 할아버지나 아버지 흉내 내면서 힘으로 짓누르려고 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 김두한 시절 흉내 내던 보스 기질이 그대로 살아남았으리라. 농사짓던 시절 아버지의 권위는 하늘 이상이었다. 나라에서도 군사부일체니, 뭐니 하면서 아버지 권위를 부추겼다. 덕분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대에는 잘 먹고 잘 놀다 가셨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우리 세대까지는 어떻게 세력 유지하면서 버틸 줄 착각했다. 꿈은 바로 깨졌다. 대통령은 탄핵당하기 일쑤이고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 기계가 됐다. 요즘 젊은 애들은 남자도 음식을 한단다. 서로 맞벌이가 많아 청소나 설거지도 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작업구역으로 변모했다. 우리 때는 여자 일로 규정되어 있어 조금이라도 거들어 주면 칭찬받았는데, 이젠 안 하면 바로 지적당한다. 다행히 아들이 없어 며느리에게 구박받으며 사는 아들 꼴을 안 봐서 다행이지만, 사위가 내 딸에게 잡혀 사는 것도 별반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내 딸이라 못 본 체할 뿐이다. 안사돈은 자신이 낳아 좋은 음식만 갖다 먹여 키워놓은 자식이 저 지경으로 사는 걸 보고는 천불이 나 어쩔 줄 모르고 신세 한탄만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병철 수필가

2026-03-05

부는 행운이 아닌 지속적 노력·습관의 결과물

흔히 부자들을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신간 ‘하루 1% 부의 축적’(21세기북스)의 저자이자 독일의 암호화폐·거시경제 분석으로 유명한 팟캐스트 ‘호스 앤드 호프(Hoss & Hopf)’의 진행자 필립 호프와 독일 기업가 키아라쉬 호사인푸르는 “부의 격차는 지능이나 운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1%의 행동 차이에서 벌어진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저자들은 독일 최대 고객 기반을 보유한 금융시장 분석사 HKCM의 창립자이자 투자 전문가로서, 냉철한 시장 분석 능력과 삶에 대한 열정을 결합해 성공을 일시적 요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법을 제안한다. 진정한 성공은 행운이나 ‘한 방’이 아닌, 매일의 작은 성장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이며, 하루 1%의 미세하지만 꾸준한 노력이 결국 ‘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루 1% 부의 축적’의 가장 큰 특징은 수동적인 관찰자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즉각적인 행동을 강조하며, 각 장마다 ‘아침 루틴 만들기’, ‘부정적인 에너지와의 거리 두기’, ‘재정 상태 점검하기’ 등 하루에 하나씩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질문하고 기록하며 움직이는 과정에서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도록 이끈다. 이 책은 부의 기술적 방법론과 마인드셋을 동시에 다룬다. 또한 365일 동안의 체계적인 여정을 통해 중도 포기를 방지한다. 전반부에서는 성공을 위한 정신적 토대 구축에 집중한다. 저자는 ‘점화 효과’를 언급하며, 자주 어울리는 사람들의 평균이 곧 자신의 미래가 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부정적 에너지를 가진 이들을 정리하고 영감을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부의 추월차선으로 가는 첫걸음임을 강조한다. “모두가 하는 일을 하면 모두가 얻는 것만 얻는다”는 메시지로 남다른 길을 선택할 용기, 즉 ‘비관습적 삶’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중반부와 후반부에서는 구체적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 ‘도요타의 5가지 질문 기법’을 통한 문제 해결, ‘파킨슨 법칙’을 역이용한 시간 관리, 감정과 이성을 분리해 투자와 인생의 결정을 내리는 법 등 비즈니스와 일상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 지혜가 가득하다. 특히 이 책은 위로 대신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택시에서 우는 것이 지하철에서 우는 것보다 낫다”는 현실적 명언은 나태함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행동하는 끈기야말로 재능을 이기는 유일한 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을 바꾸는 1%의 기적은 바로 그 끈기에서 시작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5

경북도, 칠곡경북대병원 양성자치료센터 추진

경북도가 권역책임의료기관인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의 중증·고난도 진료 역량 강화를 위해 양성자치료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5일 경북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권역책임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중환자·중증질환 치료시설 확충과 장비비 지원을 결정하면서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양성자치료센터 건립이 본격화됐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은 지역 내 고난도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권역 의료기관 협력체계를 기획·조정하는 중추 의료기관으로, 중증 환자 치료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양성자치료센터는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7000㎡ 규모로 조성되며 치료와 연구 기능을 함께 갖춘 전문 암 치료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다.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29년까지이며 총사업비는 1494억 원이다. 이 가운데 국비와 도비를 합쳐 300억 원이 투입되며, 올해는 국·도비 120억 원과 자부담 30억 원 등 총 150억 원이 편성됐다. 양성자 치료는 암 조직을 정밀하게 타격해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소아암과 두경부암 등 고난도 암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선 치료 분야에서 고정밀 치료 기술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포항의료원, 동국대학교경주병원, 안동의료원, 김천의료원, 영주적십자병원, 상주적십자병원 등 지역책임의료기관과 협력해 권역 의료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응급·중증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최종 치료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전원·이송·진료 협력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번 지원은 경북도민이 거주지에서 중증·고난도 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지역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권역·지역책임의료기관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전원·이송·진료 연계를 강화해 지역에서 최종치료까지 이어지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3-05

‘어른다움’을 담은 ‘마음 그릇’···말·생각·태도를 깨우다

시대가 혼란스럽고 삶이 버거워질수록 사람들은 ‘어른’을 찾는다. 그들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해주는 ‘영웅’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되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며 역경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존재다. 이들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막연한 동경을 넘어 나를 바로 세우는 삶의 나침반이 된다. 고전연구가 조윤제의 신작 ‘어른의 그릇’(청림출판)은 이러한 ‘어른다움’을 키우기 위한 ‘마음 그릇’의 중요성을 동서양 고전에서 조명한 책이다. 그는 “모든 고전의 핵심은 마음을 다루는 법”이라 말하며 사서삼경부터 다산 정약용의 저작까지 핵심 문장을 선별해 현대적 해설을 덧붙였다. 책은 ‘마음 그릇’을 “생각을 비추는 내면의 틀”로 정의한다. 저자는 고전 속 현인들이 위기마다 마음을 다스려 품격을 지켰음을 강조하며, ‘도덕성’을 마음공부의 중심으로 삼았다. 1장에서는 확증편향과 일희일비를 경계하며 “담대하되 세심하라”는 ‘담대심소(膽大心小)’의 자세를 강조한다. 2장에서는 혼자 있을 때의 신중함(신독·愼獨)과 실패 앞에서의 겸손함을, 3장에서는 분노와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과 공자의 ‘지혜·인자·용기·겸손’을, 4장에서는 고난 속에서 뜻을 잃지 않은 사마천과 다산의 이야기로 독자들을 이끈다. 7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저자는 이번 책에서 ‘1년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각 장을 주 단위로 나눠 매일 고전의 문장을 필사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예를 들어,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도 학문에 몰두한 태도에서 “고난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법”을, 또한 맹자의 “선한 본성”을 강조하면서도 순자의 “악함을 교정하는 마음공부”까지 아우르며 선현들의 태도를 배우도록 이끈다. SNS 시대에 작은 일에 매몰되지 않고 ‘큰 도리’를 보는 법은 디지털 세대에게도 유효한 조언이다. 저자는 “나이 든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지 않는다”며 사회가 진정한 성인 모델을 상실한 시대적 결핍을 지적한다. 책은 독자들이 “타인의 삶을 모방하는 대신, 고전의 지혜로 자신만의 어른다움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마음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물음은 결국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도록 자극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