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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 아토피·천식 안심학교 건강교실 운영

의성군은 지난 25일부터 9월 29일까지 관내 학교 4개교(초등학교 3개소, 중학교 1개소)를 선정하여 어린이들의 알레르기 질환 인식을 높이고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돕기 위해 ‘2025년 아토피‧천식 안심학교 건강교실’을 운영한다. 안심학교 건강교실은 학생들에게 아토피‧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건강한 생활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론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론교육은 경상북도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 전문 강사가 진행하며, 아토피피부염 예방을 위한 환경·생활습관 관리 방법을 교육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를 높인다. 체험 프로그램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초등학생들은 오가닉 면 원단과 천연 솜 등 피부 자극이 적고 친환경적인 재료를 활용해 개성 있는 키링 인형을 직접 만들며, 중학생들은 9월 중 아토피 예방 관리 교육과 함께 파우치 제작 체험을 하게 된다. 김주수 군수는 “아토피와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생활 습관과 환경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체험 중심의 건강교실을 꾸준히 확대해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병길 기자 bglee311@kbmaeil.com

2025-08-27

칠곡군 보건소, 심리적 응급처치(PFA) 교육 실시

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역사회 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심리적 응급처치(Psychological First Aid·PFA) 교육을 마련했다. 센터는 최근 관내 유관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재난 및 위기 상황에 대비한 심리 지원 훈련을 실시했다. 심리적 응급처치는 재난이나 사고로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에게 초기 단계에서 심리적·정서적 지지와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는 포괄적 서비스다. 피해자의 혼란과 불안을 완화하고 회복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교육은 단순 이론 강의에 그치지 않고 현장 실무에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들은 △심리적 응급처치의 기본 원칙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심리 지원 기술 △사례 기반 훈련 등을 통해 실제 상황에 적용 가능한 대응 능력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모의 상황을 활용한 실습을 통해 긴급 현장에서 군민의 심리적 안정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익혔다. 교육에 참여한 지역 기관 종사자들은 이번 훈련이 실질적인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기관 간 협력체계를 확인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다. 김미영 칠곡군보건소장은 “심리적 응급처치 교육은 재난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군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지킬 수 있는 대응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08-27

한국농어촌공사 청송영양지사 ‘은퇴직불형 농지연금’ 사업 추진

한국농어촌공사 청송영양지사(지사장 안병연)는 고령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은퇴를 지원하기 위해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과 은퇴직불형 농지연금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은 고령 농업인이 보유한 농지를 공사나 청년 및 후계농업인에게 이양하면 일정 기간 동안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은퇴 이후에도 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다. 특히 은퇴직불형 농지연금을 함께 활용하면 직불금과 농지연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어 노후 생활 기반이 더욱 강화된다. 은퇴직불형 농지연금은 65세 이상 84세 이하의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5~10년간 공사에 임대하고, 기간 종료 후 농지를 공사에 매도하기로 약정하는 방식이다. 가입자는 농지연금(최대 월 300만원), 은퇴직불금(1ha 기준 월 40만원), 농지임대료, 농지매도대금(농지연금 채무액 제외)을 모두 수령할 수 있다. 임대 기간 종료 후 농지는 감정평가액으로 공사에 매도되며, 가입조건은 10년 이상 농업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농업인이어야 하고 3년 이상 보유한 농지여야 한다. 또한 농지는 공부상 지목이 ‘답’으로 되어 있고 경지 정리가 완료된 농지이며, 감정평가액이 ㎡당 19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고령 농업인들의 생활 안정뿐 아니라 농촌의 고령화문제 해결과 청년 농업인의 참여 증가를 통해 농업 구조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담 및 접수는 한국농어촌공사 청송영양지사 또는 농지은행 상담센터(1577-7770)에서 가능하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25-08-27

이춘우 경북도의원,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 취임

경상북도의회 이춘우 운영위원장(영천1)이 전국시도위회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21일 강원 태백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제9차 정기회에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과 함께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춘우 신임회장은 영천시의회 3선 의원으로서 운영위원장과 산업건설위원장을 각각 두 차례씩 역임했으며, 제11대와 제12대 경상북도의회 재선의원으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이춘우 회장은 20여 년간 행정, 경제, 문화, 환경,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고 깊이 있는 의정 활동을 통해 쌓아온 통찰력을 바탕으로 협의회를 지방자치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협의회를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들의 다각적인 시각과 풍부한 경험을 활발히 교류하고 논의하는 생기 넘치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춘우 회장은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의회법 제정, 조직권 및 예산편성권 확보, 정책지원관 채용 확대 등을 강구할 계획이다“ 며 ”중앙정부에 대한 공동 건의를 통해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5-08-27

“마스가 기적 현실로” 李대통령, 한화 필리조선소 안보선 명명식 참석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곧바로 조선소 현장을 방문하면서 조선업 한미 협력 확대에 대한 의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이 더욱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의 명명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조선업이 미국의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조선업 부활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선다. 동맹국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마스가 프로젝트로 미국과 대한민국 조선업이 더불어 도약하는 '윈윈'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이끈 50여척의 군함이 이 곳에서 탄생했고 필라델피아의 앞바다를 가르며 나아간 함정들은 한국전쟁의 포화에 고통받던 대한민국 국민을 구해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함정들이 구해낸 대한민국의 국민이 조선업 강국 대한민국의 신화를 만들었다"며 "이제 필리조선소를 통해 72년 역사의 한미동맹은 안보, 경제, 기술 동맹이 합쳐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제가 트럼프 대통령께 제안한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는 단지 거대한 군함과 최첨단 선박을 건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사라진 꿈을 회복하겠다는 거대한 비전"이라고 말했다. 또 "필리조선소는 최첨단 선박 기술을 보여주는 미국 최고의 조선소로 거듭날 것이고, 미국 해안벨트 곳곳에서 조선업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허허벌판에 'K 조선'의 기적을 일궈냈듯, 한미가 힘을 모아 '마스가'의 기적을 현실로 빚어내자"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를 무대로 펼쳐질 마스가 프로젝트는 대한민국과 미국이 함께 항해할, 새로운 기회로 가득한 바다의 새 이름"이라며 "오늘의 새로운 출항은 한미 양국이 단단한 우정으로 써 내려가는 희망과 도전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은 1801년 미국 해군조선소로 설립돼 1997년 민영조선소로 운영되던 필리조선소를 지난해 12월 인수했다. 이는 한국 조선기업이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한 첫 사례이다. 한화 측은 이후 3억 달러의 가격으로 미국 해양청으로부터 5척의 국가안보다목적선 건조를 의뢰받았고, 이날 명명되는 '스테이트 오브 메인'도 이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동석한 미 정부 인사들에게 한국 기업의 투자가 원활히 진행되고 미국 내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박형남기자

2025-08-27

美, 인도에 추가관세 25%···누적관세율 50%적용

미국 정부가 27일 러시아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고 있는 인도에 25%의 추가관세를 발동했다. 지난 7일에 발동했던 25%의 상호관세에 추가돼 총 누적관세율은 브라질과 같은 최고수준으로 50%에 달한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대인도 추가관세를 명령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간접적으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의 정전에 합의하라는 압박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2차 관세(secondary tariff)’라고 명명했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동부시간 27일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오후 1시 1분)에 발효된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인도가 러시아산 저가 원유를 사들여 제3국에 되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그 초과 이익을 160억달러(약 22조3190억원)로 추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의 원유 수입량이 급증한 가운데, 미·인도 간 통상 협상은 7월 하순 인도 측 협상단 철수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단기간 내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인도와 브라질은 관세부담 회피를 위해 최근 중국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는 오는 8월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7년 만의 방중이다. 미국은 추가 관세 이후에도 인도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경제·군사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25일 양국 고위 외교·국방 당국자가 온라인 회의를 열어 에너지 안보, 민생용 원자력 협력, 방위산업 연계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서는 인도가 일본, 호주와 함께 ‘쿼드(Quad)’의 핵심 회원국이라며, 향후 미·인 관계가 균열되면 일본의 안보 전략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8-27

장 대표 “모든 것 바쳐 李 정권 끌어내릴 터”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장동혁 의원이 선출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의 강 대 강 대치가 격화될 전망이다. 신임 장 대표는 이날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대여 전면전을 예고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은 장 대표가 당권을 거머쥔 순간부터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더불어민주당 정 대표는 지난 2일 당선 직후부터 “내란 세력 척결”,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정 대표는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를 볼 때 국민의힘을 해산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신임 장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선언 당시부터 “계엄은 수단이 잘못됐으나 민주당의 의회 폭거가 사태를 유발했다”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여권과 맞서 싸우는 것이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여야 간 협치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내란특검·김건희특검·채해병특검 연장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을 골자로 한 검찰 관련 법안도 추석 전에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다가올 국정감사와 예산 정국에서도 여야의 거친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8-26

트럼프 “한국서 숙청 일어나” 韓美 정상회담 긴장 속 시작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분위기는 한마디로 롤러코스터였다. 두 정상이 마주 앉기 직전까지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두 사람이 마주 앉은 뒤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정상회담 3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며 “우린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말해 대통령실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 몇일 간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우리 군 기지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특유의 거친 ‘압박 전술’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다행히 회담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기관으로부터 한국에서 교회와 미군 부대에 대한 수색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며 이 대통령에 설명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에 의해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검사가 하는 일은 팩트 체크로,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부대 안의 한국군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 같다”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생각한다”며 수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반부에 이 대통령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전사다"라는 칭찬하기도 했으며, 비공개 회담에서는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언급했다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26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얘기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 농도인 경북도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요구 하는 등 언제든 추후 협상 의제로 오를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후 워싱턴DC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구체적인 숫자나 동맹 현대화 얘기보다는 양 정상이 서로 호감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며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미국이 1, 2차 세계대전 때만 하더라도 조선 강국이었는데 지금은 워낙에 조선에 있어서 만드는 속도나 기술 여러 가지가 한국이 발전해 있는데 도움을 받아야겠다, 이 정도 얘기는 있었다”며 “협상 얘기가 구체적으로 오간 부분은 없고 ‘잘 알아서 하기를 바란다’는 정도로 러트닉 상무장관하고, 그렇게 얘기가 끝났다”고 덧붙였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어떠한 확답도 받지 못해 추가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실제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은 이날 정상회담 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국은 시장 개방을 원한다”며 “저희 농민, 제조업자, 혁신가를 위해 시장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축산물을 포함한 한국 시장의 개방을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강훈식 비서실장은 “트럼프 시대의 통상, 안보 협상의 뉴노멀은 ‘계속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이라며 “과거와 같이 뭔가 하나가 끝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된 협상의 과정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조선·원전·항공·에너지·핵심광물 등에서 다수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 대통령은 우선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의 3가지 방향을 말씀드리겠다”며 △전략산업 분야 협력 강화 △첨단산업 협력 확대 △핵심품목 공급망 안정화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튼튼한 안보야말로 튼튼한 경제의 버팀목”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조선업이 누린 영광을 회복해 군사력 강화까지 이룰 수 있도록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26

‘내부 총질 세력 정리’ 국힘 계파 균형 요동

강경 반탄파인 장동혁 의원이 26일 국민의힘 새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당내 기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내부 총질 세력 정리’를 앞세운 장 대표의 당선은 향후 계파 구도와 지도체제 전반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 내내 “분열을 안고 갈 수 없다”며 강경 기조를 고수했다. 같은 반탄 성향이지만 ‘통합’을 강조한 김문수 후보와 달리, 선명성을 내세워 당심을 결집시켰다. 당내에서는 이번 승리가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 권력 재편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장 대표가 인사에서 누구를 중용하느냐에 따라 계파 세력 균형이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장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등 인선에 대해 “아직 특별히 정해진 바가 없다. 어떤 분이 맞는 분인지 고민하겠다”면서도 “기계적 탕평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기계적 탕평’이란, 계파별로 자리를 나눠주는 형식적인 안배를 지양하겠다는 뜻이다. 눈에 보이는 균형보다는 장 대표가 구상하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핵심 당직 인선을 계기로 당내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반탄 성향 인사들이 대거 중용될 경우 찬탄파는 사실상 ‘인적 청산’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계파 갈등이 격화되면 당의 외연 확장과 민심 확보에도 부담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당심과 민심의 괴리’ 역시 장 대표가 안게 될 숙제다. 당원 투표에서는 장 대표가 우위를 보였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에게 크게 밀린 결과가 확인됐다. 내부 결속을 중시한 전략은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통했으나 차기 지방선거 국면에선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당내 대립이 장기화할 때 국민의힘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처럼 분당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실제로 당이 갈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선거 정국을 앞둔 상황에서 탈당이나 신당 창당은 정치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가 당내 영남권 주류 의원들의 지원을 받았던 만큼, 향후 대구·경북(TK)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 지도부에 TK 출신 인사들이 얼마나 포진할지도 관심사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8-26

대구전업미술가협회 ‘아트페어:SUMMER FESTIVAL’전

대구 지역 전업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사)대구전업미술가협회가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아트페어:SUMMER FESTIVAL’을 개최한다. 1998년 창립된 대구전업미술가협회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업 미술작가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매년 6~7회의 정기 전시와 체험 행사를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는 한편, 지역 작가 간 교류 및 국내외 전시를 통해 네트워크 기반을 다지며 창의성과 개성을 강조한 미술 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나답게 살아간다’는 주제로, 작가들이 자신의 삶과 철학을 작품에 녹여낸 진솔한 응답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 장정희 회장을 비롯한 강인순, 김의창, 도귀록, 박길숙, 박성희, 신영숙, 이영희, 오순덕, 임철종 등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서양화·한국화·공예·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70여 점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일상의 순간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켜 내면의 이야기와 존재 의미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관람객은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작가들의 삶에 대한 애정, 자기 성찰, 세상에 전하는 조용한 위로까지 담아낸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예술과 교감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아트페어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도 주목받는다. 전시장 내 마련된 ‘20만 원~30만 원 소품전’ 특별 부대행사에서는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판매 수익금 일부는 한부모가정 지원시설 ‘도나의 집’에 후원된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예술을 통한 나눔 실천과 참여자의 선한 영향력 확산에 기여하는 기회”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경주서 ‘남·북·미 정상회담’ 성사될까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 달라”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달라”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는 그것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도 “올해 그(김정은 위원장)를 만나고 싶다”고 시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APEC 참여 의향에 대한 질문에 “갈 수 있다고 본다”며 “무역 회의를 위해 곧 한국에 갈 것 같다. 한국이 무역 회의를 주재한다”고 답해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만남이 성사된다면 회담 장소는 10월 31일부터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가 될 전망이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참석 의지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을 전제로 김 위원장에게 어떤 형태로든 초청 의사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온다면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일종의 선후관계가 있는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APEC 회원이 아닌 북한은 원칙적으로 참석 대상이 아니지만, 의장국 주도로 회원 간 논의를 거쳐 비회원 자격으로 초청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주목도가 떨어지는 다자회의에 참석한 전례가 없는 만큼 경주 APEC 정상회의 초청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 정상이 마련한 자리에 끌려 나오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 역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 때처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로 김 위원장를 향해 ‘만나자’라는 메시지를 띄웠고, 북한이 호응하며 전격적으로 예정에 없던 판문점 3자 회동이 성사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APEC 정상회담) 참석은 비현실적”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기를 활용할 필요는 있다”라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26

국힘 새 대표에 ‘강경 반탄’ 장동혁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재선 장동혁 의원(충남 보령서천)이 26일 선출됐다. 신임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6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선투표 결과 강경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노선을 내세워 당심을 파고들며 김문수 후보를 근소하게 누르고 승리했다.<관련기사 4면 > 장 대표는 결선에서 총 22만301표를 얻어 21만7935표에 그친 김 후보를 2366표 차로 제치고 최종 당선됐다. 최종 득표율은 장 후보가 50.27%, 김 후보가 49.73%였다. 결선 투표 결과를 분석해 보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장 후보가 18만5401표(52.88%)를 얻어 김 후보(16만5189표·47.12%)를 앞섰다. 반면 20%가 반영된 ‘일반 여론조사(국민의힘+무당층)’에서는 장 후보가 39.82%(3만4901표)에 그쳐, 60.18%(5만2746표)를 기록한 김 후보에게 밀렸다. 즉, 강경한 대여 투쟁을 바라는 당원들의 지지가 장 대표의 최종 승리를 이끈 셈이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강경한 반탄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같은 반탄 계열이지만 통합을 강조했던 김문수 후보와는 달리, 내부 총질 세력과의 결별과 단일대오 형성을 주장하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한때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됐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반탄계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8-26

‘냉면과 밀면의 전쟁’… 당신은 누구를 응원하는가?

아래 기사는 본지 홍성식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영남 음식’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편집자 주 2000년대 초반 이야기다. 지금은 한국작가회의로 이름을 바꾼 문인단체가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로 불리던 시절. 작가회의 사무실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지척에 있었고, 기자 초년병이던 나는 그 사무실을 아버지 집보다 더 자주 드나들었다. 당시 작가회의 이사장은 소설가 이문구(2003년 타계). 시인 김정환이 상임이사였다. 그날도 요즘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문구 이사장과 김정환 상임이사, 시인 이시영, 지금은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는 소설가 전성태 등이 사무실에 모였는데 누군가 “오늘 점심은 시원하게 냉면 어때?”라고 제의했다. 당시 서른한 살 젊었던 기자가 평양냉면을 처음 맛본 날이다. 업력이 수십 년에 이르는 유명짜한 평양냉면집 을밀대가 마포구 염리동에 있었고, 작가회의에서 도보로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초면으로 인사 나눈 평양냉면은 어땠냐고? “감동스러운 맛 아니었냐” 지레 짐작해 묻는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천만에.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송아지 목욕시킨 물에 거칠게 툭툭 끊어지는 거무튀튀한 면을 담아낸 맛대가리 없는 국수라고 느꼈으니. 평양냉면과의 첫 만남은 별반 유쾌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았다. 근데 왜였을까? 아주 가끔씩 그 밍밍한 국물과 거친 면발이 떠올랐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들이 떠오르는 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듬해엔 10번쯤 그 냉면집을 갔고, 그 다음해엔 20번쯤 갔으며, 경상북도 포항으로 주거를 옮긴 후 볼일 보러 서울에 갈 때면 가장 먼저 서울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마포역 뒤편 염리동으로 갑시다”란 말을 반복했다. 국회의원이며 전 통일부장관인 이인영(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곳도 그 냉면집이다. 수행원 없이 혼자 냉면을 먹으러 온 그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입장해 묵묵히 냉면 그릇을 비웠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후 이인영은 세상 어떤 정치인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 기자가 거의 유일하게 ‘싫어하지 않는 정치인’이 됐다. 국회의원 정도 되면 특권의식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쨌건. 잡설이 길면 추하다. 냉면 이야기로 돌아가자. 냉면의 역사는 유구하다. 800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치적(治績)을 칭송받는 동시에 수많은 아들·딸과 손자·손녀를 둔 행복했던 조선의 왕 세종은 고기와 더불어 냉면을 즐겼다고 한다. 조선이 기울어가던 무렵. 당시 실권세력인 신안동 김씨 일족에 의해 왕으로 ‘픽업된’ 나무꾼 출신의 철종은 보위(寶位)에 오른 후 자신을 호위하는 무인들에게 “더운 여름에 수고들이 많다”며 냉면 한 그릇씩을 하사했다고.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의 기록이다. 내친김에 또 다른 ‘차가운 국수’ 이야기 하나 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영화 ‘친구’를 만든 감독 곽경택이 개봉 직후 한 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오래전 기사지만 이런 대목을 읽은 기억이 선명하다. “밀면과 돼지국밥을 먹어야, ‘아, 내가 부산에 왔구나’라는 게 몸으로 느껴집니다” 운운. 이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공감했기에 그랬다. 밀면과 돼지국밥은 곽경택과 동일하게 부산에 태를 묻은 기자도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는 음식. 사실 평양냉면의 맛에 투항하기 전엔 ‘부산의 냉면’이란 별칭을 지닌 밀면을 매해 여름 10~20그릇씩 먹었다. 밀면은 평양냉면과 달리 면에 메밀을 섞지 않는다. 그래서 면발이 하얗다. ‘화이트 누들’이란 또 다른 별호(別號)가 생긴 이유다. 자, 곧 점심시간이니 정리하고 냉면 먹으러 가자. 밀면도 좋고. 평양냉면은 꾸밈과 자극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무미(無味)에 가까운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에헴” 헛기침으로 폼을 잡는 봉건시대 지주와 닮았다. 그렇다면 밀면은? 시뻘건 양념장과 노오란 달걀지단으로 장식하고, 가능하면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야 제맛이다. 그러니, 차가운 국수 한 그릇조차 오뉴월 호사로 귀하게 여겼던 소작농과 닮지 않았나? 한국에선 여름마다 지주와 소작농의 다툼, 아니 ‘냉면과 밀면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당신은 누구를 응원하려는가?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8-26

평양냉면과 밀면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 모두 감칠맛 가득한 시원한 여름 별미인 평양냉면과 밀면. 두 음식은 뭐가 어떻게 다른 걸까? 먼저 평양냉면에 대한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의 설명을 읽어보자.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차가운 국물에 말아먹는 음식이다. 양념을 적게 하여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담백미(淡白味)를 즐기는 게 평양 사람들. 이런 풍토에서 형성된 것이 바로 평양냉면이다.” 여기까지가 평양냉면의 탄생 배경이라면 아래 부연은 제조법에 관한 것이다. “예전엔 꿩을 삶은 국물을 이용하였으나 꿩을 구하기 힘들어진 지금은 쇠고기와 사골을 사용한다.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반반 정도로 섞어 소금·묽은장·식초로 간을 맞춘다. 사리는 메밀가루와 녹말을 섞어 익반죽한 후 틀에 넣고 눌러 국수를 뺀 다음 삶아서 만든다. 배와 얇게 자른 동치미무 등을 올려 먹는 게 보통이다.” 자, 이번엔 밀면에 관한 정보를 알아볼 차례. ‘밀면의 기원’에 관해서 3가지 가설이 있다. ‘위키백과’를 인용해 요약한다.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배고픔을 달래려 만들어 먹었다는 게 첫 번째 가설이다. 북한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난민 모녀가 부산에 식당을 차리면서 생겨난 음식이라는 게 두 번째 가설. 마지막 하나는 진주 밀국수냉면에서 유래되었다는 가설이다. 밀면이 냉면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메밀가루가 아닌 밀가루로 면을 만든다는 것. 영남 사람들이 선호하는 자극적인 맛을 내기 위해 각종 양념이 사용되기에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난다. 이것 역시 슴슴한 평양냉면과 다른 점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8-26

반복되는 지진·폭우·산불… 소중한 문화재 방재 ‘경고등’

태풍, 홍수, 산불 등의 재난은 지자체 단위로 되풀이되지만, ‘재난지역 선포’와 같은 사후 조치에 집중됐다. 사전 예방 차원의 체계적 방재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이다. 이번 기획은 지자체 실정에 맞는 문화유산 방재 시스템을 구축 필요성을 제시하고, 농어촌 곳곳의 소중한 유산을 어떻게 지켜낼지를 탐구한다. 고령화 등으로 재난에 더 취약해진 자연 속 국가 유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한국형(K)-문화유산 방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일본의 경험을 토대로 경북은 물론, 전국 차원의 정책 수립에 필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예정이다. 2016년 경주·2017년 포항 강진 불국사·보경사 등 기와 떨어져 훼손땐 100% 원형 복원 불가능 장마에 부여 고분군 토사 유실 작년 국가유산 69곳 직접 피해 한국형 방재 시스템 구축해야 <글 싣는 순서> 1. 산불 등 재난에 취약한 국내의 문화유산 2. 실제 재난으로 소실된 지역별 문화유산 3. 일본의 문화재 방재 연구기관 경험 4. 일본의 문화재 방재 정책 성공 사례 5. 한국형(K)-문화재 방재 정책의 방향성 ◇ 지진이 흔들어 놓은 문화유산의 현장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은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문화재청 조사에 따르면, 당시 불국사 등 목조건축 문화재에서 지붕 기와가 탈락하는 등 비구조적 피해가 확인됐다. 이듬해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5.4) 때도 보경사와 내연산 사찰 등에서 기와 탈락과 구조 부재 손상 등이 이어졌다. 문화재 피해 건수는 31건에 달했다. 복원 과정에서의 취약성도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나라 국보·보물 문화재 10점 중 7점은 파손되더라도 복원에 반드시 필요한 정밀 실측조사 보고서가 없어 원형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국보 24호 경주 석굴암과 보물 1744호 불국사 대웅전은 지진이나 화재로 훼손될 경우 보고서 부재로 인해 100% 원형 복원이 불가능하다. 문화재청 자료 결과, 목조건축 국보·보물 180점 가운데 9점은 ‘정밀실측조사보고서’가 없다. 여기에는 불국사 대웅전 외에도 대구 파계사 원통전, 제주 향교 대성전 등이 포함된다. 석조문화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총 571점 가운데 70% 이상이 자료조차 없다. 경주 석굴암을 비롯해 서울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 충주 고구려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2013년 문화재청 의뢰로 한국지진공학회가 실시한 지진재해 안전성 평가에서도 전국 석조문화재 152점 가운데 30점이 ‘경계’ 등급을 받아 내진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호’는 23점, ‘보통’은 99점에 그쳤다. 이 평가는 지반 조건, 주변 환경, 구조 및 부재 구성, 보존 상태 등을 지표로 삼아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문화재청은 경주·포항 지진 이후 뒤늦게 ‘문화재 내진 보강 종합대책’을 마련해 정밀 안전진단과 보강 공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산불, 불길 속에 사라져간 역사 지난 3월 경북과 강원, 경남을 휩쓴 대형 산불은 한국 문화유산 보존사에서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됐다. 불길은 의성 고운사와 안동, 청송, 영양, 정선, 울산, 하동까지 이어지며 보물 2건을 포함한 문화재 30건을 집어삼켰다. 국가지정문화재 11건, 시·도지정문화재 19건이 피해를 입었다. 의성 고운사의 연수전과 가운루(보물)는 불길에 휩싸여 흔적만 남았다. 수백 년간 불교문화를 품어온 전각 두 채는 이번 산불로 완전히 사라졌다. 관덕동 석조보살좌상, 만장사 석조여래좌상 등 불상 유물도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안동에서는 천연기념물인 구리측백나무숲 0.1㏊가 불에 탔고 만휴정 원림, 백운정, 개호송 숲 등이 잇달아 훼손됐다. 청송 역시 피해가 컸다. 기곡재사, 병보재사 등 수많은 고택과 재사가 불길에 휩싸여 사라졌다. 영양의 천연기념물 답곡리 만지송은 가지 일부가 훼손됐으며 울산 울주군의 목도 상록수림은 0.1㏊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강원 정선의 명승 백운산 칠족령 일대는 0.5㏊가 소실돼 경관이 크게 손상됐다. 하동에서는 고려 장군 강민첨을 기리는 두방재의 부속 건물 두 채가 전소됐고 수령 900년을 자랑하던 두양리 은행나무도 일부가 불에 탔다. 사실 산불은 한국 문화유산의 오랜 적이다. 2005년 강원 양양 산불로 사적 제495호 낙산사가 전소됐고 2008년에는 서울 숭례문(국보 제1호)이 방화로 무너져 내렸다. 2010년 부산 범어사에서는 보물 제1461호 천왕문이 화재로 소실되거나 훼손됐다. 한 승려는 “건물은 다시 지을 수 있어도, 그 안에 깃든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 폭우가 삼킨 성곽과 고분 지난해 장마철 쏟아진 기록적 폭우는 전국의 문화유산을 휩쓸며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산불이 화마라면, 홍수는 또 다른 파괴자였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장마철 국가 유산 피해·조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폭우로 인해 69곳의 국가 유산이 직접 피해를 입었고 9곳의 주변 지가 파손돼 총 78곳에서 풍수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속속 보고됐다. 전북 김제 금산사 미륵전(국보)에서는 막새기와 두 장이 떨어져 나갔고, 강원 철원 한계산성(사적)의 천제단 석축 일부가 무너졌다. 충남 공주 공산성(사적, 백제역사유적지구)은 만하루 누각이 침수되고 성벽 일부가 붕괴됐으며 부여 왕릉원 고분군(사적)에서는 봉분 사면이 일부 무너져 토사가 유실됐다. 또 전남 순천 낙안읍성에서는 담장이 무너지고 내아·동헌의 기와가 떨어졌으며 성벽과 기둥까지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 일본, 고베 대지진 계기 문화재 방재 체계 강화 1995년 발생한 고베 대지진은 일본의 문화재 방재 정책에도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당시 대규모 피해를 계기로 정부는 지진 대응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고 건축물 내진 성능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나섰다. 내진 보강 사업은 문화재를 포함한 주요 건축물까지 확대됐다. 특히 일본은 매년 1월 26일을 ‘문화재 방화의 날’로 지정해 왔다. 이는 1949년 화재로 소실된 호류지 금당(사찰의 중심 전각)을 교훈 삼아 1955년부터 시작된 제도로 문화청 주관 아래 지방자치단체·소방·주민이 함께하는 합동 훈련과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진행된다. 화재를 비롯한 재난으로부터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예방 중심의 체계가 자리 잡은 것이다. ◇ 한국형(K)-문화유산 방재 시스템의 과제 한국 역시 더 이상 복구 중심의 대응에 머물 수 없다. 앞으로는 △문화재별 위험도 평가와 맞춤형 관리계획 수립 △3D 스캔을 활용한 디지털 아카이빙 확대 △지진·산불·홍수에 대응하는 통합 매뉴얼 마련 △주민 참여형 방재단 운영과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진은 기와를 흔들었고, 산불은 사찰을 태웠으며, 폭우는 성곽과 고분을 무너뜨렸다. 자연재해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가차 없이 집어삼키고 있다. 복구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방과 대응, 기록과 교육을 결합한 한국형 문화유산 방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건축물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의 정체성과 기억, 그리고 미래 세대와 이어지는 다리를 지켜내는 일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

바람결에 내려놓다

제주의 하늘은 유난히 낮게 드리운 듯했다. 햇볕은 따스했지만 바람에는 염분이 묻어 있었다. 창문을 열자 멀리서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도시에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리듬이었다. 이 섬에 오면 늘 마음의 속도가 늦춰진다. 어쩌면 이 여행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걸음을 늦추고자 하는 몸과 마음의 요구였는지 모른다. 이번 여행은 특별했다. 딸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몇 달을 숨 가쁘게 버텨내다가 마침내 한계에 이른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냥 좀 쉬고 싶다.”라는 말 속에는 지친 영혼의 무게가 묻어 있었다. 우리는 그 말을 신호로 삼았다. 가족 모두 각자의 시간을 내어 이 섬으로 모였다. 다 성장하여 독립한 아이들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그 마음이 고맙고 뭉클했다. 마치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나도 지친 마음이 달래지는 듯했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파란 하늘 아래 감귤밭이 펼쳐졌다.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던 딸의 얼굴이 조금씩 풀리는 걸 보았다. 직장에서 늘 긴장으로 굳어 있던 표정이 바람 한 줄기에 조금씩 느슨해졌다. 그 모습에 가슴 한 켠이 저릿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아이의 성장만큼이나,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첫날 우리는 바다로 향했다. 파도는 멀리서부터 쉴 새 없이 밀려왔고 아이들은 그늘에 앉아 한참을 바다만 바라보았다. 대화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배가 아프도록 웃음이 터졌다. 함께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바다는 아무 말 없이도 사람을 감싸는 힘이 있었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아무 설명 없이도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 주었다. 숙소도 자연 속에 파묻힌 아주 조용한 곳을 얻었다. 저녁 무렵 숙소 근처를 산책하며 딸이 문득 말했다. “엄마 사실 요즘 내가 너무 버겁더라.”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 많은 날의 고단함이 담겨 있었다. 그 말에 우리는 조용히 걸음을 멈췄다. 조언도, 위로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냥 그 마음이 바람에 섞여 풀 향기 속으로 흩어지길 바랐다. 섬의 시간은 그렇게 모든 것을 느리게 만들었다. 느리게 걷고, 느리게 말하고, 느리게 웃었다. 둘째 날에는 오름에 올랐다. 가파르지 않은 길이었지만 땀이 맺히고 숨이 찼다. 그러나 정상을 밟는 순간 시야가 확 트였다. 사방이 초목과 푸름으로 가득했고 멀리 바다와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딸은 그 풍경을 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업무와 인간관계 속에서 시야가 좁아지고 자신감을 잃어가던 아이가 잠시나마 넓고 탁 트인 세상을 바라보았을 것이라 나는 믿어졌다. 여행이 주는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막혀 있던 시선이 트이고 닫혀 있던 마음에 바람이 스며드는 것.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단순히 휴식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확인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자라고 각자 다른 길을 가더라도,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세상이라는 바다로 나아간 아이들이 잠시 항구로 돌아와 쉬어가는 시간, 그것이 바로 가족여행의 의미가 아닐까. 여행 마지막 날, 바닷가 카페에서 우리는 오랜 시간을 앉아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불었고 파도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여백이 하나 찍히고 바람 한 모금이 스며든 듯 상쾌했다. 딸의 얼굴에도 오기 전보다 한결 가벼운 빛이 돌았다. 바다의 바람이, 시간과 풍경이 함께 만들어 준 선물이었다. 비행기에 오르며 나는 생각했다. 삶이란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같아서 때로는 지치고 흔들리지만 이렇게 잠시 멈추어 서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고. 이번 여행이 딸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그런 시간이 되었기를 바랐다. 가족이라는 항구가 언제나 열려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되기를 바랐다. /김경아 작가

2025-08-26

대세르비아주의 독립투쟁사 ①반복되는 탐욕, 역사의 시작

서구 문명에서 소외된 채 오스만트루크제국 지배를 받아오던 세르비아인들은 무슬림 생활양식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동화되어 갔다. 일부이긴 하나 초창기 에니체리 모집의 방식 초심에서 벗어나 무작위 선발로 인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청춘들은 주체할 수 없는 폭력의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한편 정교회로부터 민족정신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세르비아정교회에 스테판 듀산을 비롯해 성인의 반열에 든 18명의 왕족들은 대 트루크제국에 항쟁의 의기로 작용하면서 더욱 탄탄하게 결속해가고 있었다. 대부분 무슬림으로 개종을 택하기보다 세금과 신분 등 약간의 차별을 참아내면서 자신들이 오랫동안 믿어온 세르비아정교의 기로에서 굳건하게 자신들의 믿음을 지켜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 종교 지도자는 현실안주에 만족하고 스스로 무슬림과 자민족 사이에 방패가 되어 무슬림 대변자 역할도 해내는 인물이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향교 조직의 타락과 불교, 기독교 등 친일행각의 종교인, 스스로 일본인인 양 행동한 조선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믿음과는 다르게 종교 지도자 타락은 정신적 타락을 부추겼고, 이는 하층민끼리 응집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들(주로 농민이었지만) 스스로 뭉치기 시작하면서 슬금슬금 항쟁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다. 크네세스라는 농민자치조직이 생겼고, 이들 중 크네즈라 부르는 지도자가 등장하면서 종교 지도자 힘을 능가하게 된다. 세르비아는 농민 항쟁으로 촉발된 에니체리와 대결에서 파생된 일련의 사건들이 오스만터키제국으로서는 골치만 아픈 땅일 뿐이었다. 오스만터키제국은 비엔나 공략 두 번의 실패 이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왕가와 일정 국경만 놓고 이어가는 불안한 평화의 시대에 만족하면서 고인 물이 썩어가듯 지방호족들의 부패가 몰락을 앞당기고 있었다. 민중의 고혈을 짜냈고, 이는 곧바로 민중항쟁, 즉 두 차례에 걸쳐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제국이 넓어질수록 오스만제국 술탄은 지방호족의 반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국 말기로 갈수록 지방분권형 권력이 강성해지면서 중앙정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독자적인 권력이 등장한다. 지방에 파견된 총독 파샤 아래 오스만 용병 시파히(Sipahi)라는 900여 명의 군인 계급이 존재했다. 주로 전쟁에 승리하면 재물보다 땅을 하사받는 중세 봉건기사와 성격이 비슷했다. 시파히 아래 소작농민들은 일정 세금만 내면 대를 이어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시파히 역시 농토를 후손에게 대물림하기 위해 소작농 고혈을 짜내는 일은 없었다. 문제는 이들 시파히와 에니체리 갈등이었다. 발칸반도 지배자 무라트 1세(코소보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는 툭 하면 반란을 일으키는 귀족 출신 친위대 대신 오로지 술탄, 즉 자신만을 위한 맹목적 충성과 술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술탄 외에는 그 어떤 명령도 듣지 않는 용감하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막강 부대를 창설했다. 이들이 바로 누구의 표현대로 가혹하고도 슬픈 피해자 에니체리다. 이들은 그리스와 세르비아,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등지에서 천애고아를 만든 후 어릴 때부터 맞춤교육을 시켜 조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제국의 기운이 소멸되기 시작한 것도 이들 에니체리로부터였다. 막강한 권력을 지녔던 에니체리들이 시파히 땅을 우격다짐으로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감당해야 했다. 18세기 말로 접어들면서 에니체리에 대한 불만이 농민 항쟁으로 촉발된다. 제1차 혁명은 기사 계급 시파히와 농민지도자 크네세스를 중심으로 세르비아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부터다. 분노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결국 막강 에니체리들은 베오그라드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오스만제국의 술탄은 에니체리에 대항하다 잡혀 온 농민들을 사면하면서 에니체리의 분노를 샀다. 도망친 에니체리들은 그동안 누렸던 권력의 달콤함 맛을 잊지 못했다. 결국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베오그라드를 재점령하고, 지방정부 파샤를 뒤엎은데 성공하면서 1801년 베오그라드에는 무인 정권 시대가 도래 했다. 이들이 내건 슬로건 역시 개혁이었다. 가해자가 마치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 행위는 훨씬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민중을 향한 폭력과 압제일 뿐이었다. 이들 에니체리는 최고위급 지도부 네 명의 다이스(Dayis)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한 번 일어난 농민 항쟁은 옥죈다고 해도 반등하기 마련이다. 이를 염려한 다이스들은 기세를 꺾기 위해 죄 없는 세르비아 농민 지도자를 체포해 처형하기에 이른다. 선참후계(先斬後啓), 즉 1866년(고종 3) 권력을 쥔 대원군이 천주교 금압령(禁壓令)을 내려 병인박해(丙寅迫害)를 시작으로 6년간 1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처럼, 다이스들 역시 먼저 처벌하고 나중에 보고하도록 하면서 반체제인사는 체포와 동시에 죽여 버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세르비아인 최초 공식적인 피의 학살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세르비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민중의 생활을 더욱 피폐해졌다.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5-08-26

대구·경북 6월 금융기관 수신 2조521억 증가···비은행 중심 확대

대구·경북지역 금융기관 수신이 6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큰 폭 늘었다. 그러나 여신은 예금은행 증가폭 둔화와 비은행권 감소폭 확대 탓에 감소로 돌아섰다. △수신···비은행권 증가폭 확대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26일 발표한 ‘2025년 6월중 대구경북지역 금융기관 수신 및 여신 동향’에 따르면 6월 지역 금융기관 수신은 2조521억원 늘어 전월(1조5085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예금은행 수신은 7581억원 증가해 전월(1조2723억원)보다 둔화됐다. 정기예금이 10억원 증가에 그쳐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지만, 금융채·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중심의 시장성 수신은 7571억원 늘며 감소세에서 증가로 전환했다. 전국 예금은행 수신은 39조9409억원 늘어 전월(7조8484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비은행기관 수신은 1조2940억원 늘어 전월(2362억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커졌다. 신탁회사는 9037억원 늘어 감소세에서 증가로 전환됐고, 상호금융도 3689억원 증가하며 전월(3097억원)보다 확대됐다. 전국 비은행권 수신은 11조1152억원 감소해 전월(40조5452억원 증가)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했다. △여신···기업대출 부진에 감소 전환 6월 대구·경북 금융기관 여신은 493억원 줄어 전월(3020억원 증가) 대비 감소세로 전환됐다. 예금은행 여신은 793억원 늘어 전월(3489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기업대출이 은행권의 신용리스크 관리 강화로 1155억원 감소하며 증가에서 하락으로 돌아섰다. 반면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2044억원 늘어 전월(1226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대구·경북 주택매매 거래량은 4월 6900호, 5월 7100호, 6월 7300호로 꾸준히 늘고 있어 이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국 여신도 가계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출이 줄어 증가폭이 1조8381억원으로 전월(14조4,376억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비은행기관 여신은 1286억원 줄어 전월(469억원 감소)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상호금융은 2177억원 늘었지만, 새마을금고(-1684억원)를 비롯한 나머지 비은행기관은 모두 줄었다. 전국 비은행권 여신도 기업대출 감소 영향으로 2조8037억원 줄어 전월(1조860억원 증가)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됐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8-26

철강 혁신기술·미디어 아트 융합… 새로운 예술을 만나다

‘제어를 예술로, 기술을 감각으로. 조율하고 창조하다’ 지난 22일부터 오는 9월 17일까지 포항 스페이스298에서 열리는 ‘2025 기술의 미학-CONT.ROLLING_컨트롤링’ 전은 산업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 협업 프로젝트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포항의 철강 산업기술과 장인 정신이 쌓아온 역사를 재해석하며, ‘제어’라는 키워드로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기술의 미학’ 시리즈는 포항의 산업기술, 장인 정신, 삶의 기술이 진화해 온 과정을 탐구하고,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획이다. 지난해부터 포항문화재단의 대안공간인 스페이스298의 기획전시로 진행됐으며, 올해 전시 역시 산업 현장의 혁신 기술과 미디어아트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한민국 명장 권영국과 데이터 기반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은이 머리를 맞대고 공정(工程)의 정밀함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공간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피드백 시스템’과 ‘제어 기술’이다. 권영국 명장과 김희은 작가는 각각 철강 산업의 정밀한 제어 과정과 이를 감각화하는 창작 방식을 결합해 관람객이 기술과 예술 사이를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권영국 명장은 포스코의 연연속 열간압연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안정화시킨 주인공이다. 44년간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엔들리스 롤링’ 작품을 통해 철판의 두께와 형태를 조절하는 제어 기술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그의 작품은 마치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리듬을 전달하며, 관람객에게 산업기술의 정교함을 체험케 한다. 김희은 작가는 데이터와 사운드를 매개로 열간압연 기술 공정의 복잡한 메커니즘과 미학적 순간을 예술적 체험으로 재구성한다. 전시장에는 ‘손끝의 알고리즘’이라는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작품 ‘조율 인터페이스’, ‘쌓인 알고리즈’, ‘데이터 탐색기’, ‘흐르는 알고리즘’ 등 네 개가 선보인다. 각 섹션은 서로 다른 감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공정의 단계를 시각적·청각적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람객이 아이패드로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증강현실(AR) 화면이 활성화된다. 화면 속 3D 모델은 권 명장의 작업실을 재현한 가상 공간으로, 관람객은 손가락 제스처로 압연기의 회전 속도나 온도 조절 장치를 가상으로 조작하며 공정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기술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제어’라는 주제를 통해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 역학을 질문한다. 권영국 명장은 “제어는 단순히 기계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수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김희은 작가는 “데이터는 차가운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손길과 결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기술의 미학’ 시리즈를 통해 포항의 철강 산업 도시로서의 자부심을 예술적 체험으로 승화시켜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며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9월 5일 오후 4시에는 ‘오픈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술의 비가시적인 과정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번 작업의 의미를 나누고, 산업기술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포항 숲강아지, 유기견 입양∼사후 관리까지 ‘희망의 다리’ 역할

포항시 산림조합 마당에 숲강아지 센터가 있다. 26일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촬영이 이곳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자랑거리가 많다고 연락이 왔다. 센터가 처음 열렸을 때 방문하고 오랜만에 찾아가니 새로운 것이 더 생겼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이 강아지를 보살피느라 바삐 움직였다. 문을 들어서니 낯선 사람이 방문해서인지 강아지 한 마리가 유독 짖었다. 한 마리는 앞발을 들고 초롱한 눈으로 쳐다보아 보호자를 기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휴가 기간이 지나고 센터에 들어오는 유기견이 늘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휴가 기간에 반려견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집을 장기간 비우면서 관리하기가 힘들어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8월에 버려진 유기견이 전체의 45%라 한다. 그렇게 사람에게 버림받아도 사람이 다가가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숲강아지 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미 해군, 포스텍, 한동대, 세명고, 포항여고, 에코프로 등에서 찾아와 목욕을 시켜주고, 센터 청소며 유기견 산책까지 봉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버리는 이도 사람이지만 돌보는 이도 사람이다. 이렇게 센터에 봉사하러 왔다가 입양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방울이를 입양한 김나래(18)씨도 봉사와서 산책시키며 정이 들어 부모님을 설득해 가족이 되었다. 보통 성견이 아닌 아기를 많이 입양하는데 방울이는 4세 정도 추정되는 성견이었다. 지금은 기다려, 손, 산책, 밥 먹자 등 보호자와 소통이 가능해 함께 잠자며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사는 ‘찐친’이라고 했다. 오빠들이 있어도 방울이를 데려오자고 한 자신이 책임지고 돌보는 중이라고 말하는 김나래씨는 어린 나이지만 목소리에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한 생명을 보살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또 그것을 지켜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포항 숲강아지 센터는 입양을 보내고 난 후 사후 관리도 잘하는 센터였다.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또 센터에 방문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반려인들에게 친정 같은 입양처가 되어 주었다. 김나래씨도 방울이를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오면, 방울이가 직원들에게 달려가 안기며 센터에서의 시간을 기억한다니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숲 강아지 센터 개린이의날 행사에 반려견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포항시 산림조합 잔디마당에 여러 개의 부스가 차려졌고 펫 푸드 부스나 기본 미용해 주는 부스, 한쪽 부스에서는 훈련사 선생님이 강아지 행동 교정 상담도 해주셨다. 행사 중간에 숲강아지 센터에서 반려견을 입양 받은 분들은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입양 전 미리 친해져 볼 수 있는 기회 같다. 이날 행사는 반려견 가족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동반하지 않고 유기견 입양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많이 참석했다. 숲강아지 센터 내부에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여러 마리 있었다. 이곳에 있는 친구들이 끝이 아니라 포항시 유기견 센터에도 많은 친구들이 있다. 포항시 유기 동물 입양 정보는 포인핸드 앱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혹시 가족을 입양하실 생각이라면 동물 사랑 배움터에서 두 시간 수업을 듣고 수료증을 받고 난 뒤 입양 신청할 수 있다. 입양 후 안부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행사도 진행하고 연락도 꾸준히 하시는 거 같아서 더욱 보기 좋은 포항시 유기견 센터였다. 포항시 유기 동물 입양센터인 숲강아지 센터 건물이 산림조합 잔디마당과 맞닿아서 자리하고 있어서 처음엔 나무 사러 왔다가 숲강아지 센터에 있는 유기견을 발견하고 들어왔다면 이젠 숲강아지 센터에 왔다가 산림조합에 볼일을 보는 경우도 늘었다. 서로 상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

너무 쉬운 쇼핑 말고 수선하는 즐거움

오늘도 휴대폰 속에선 충동구매를 부채질하는 광고가 불볕더위만큼 뜨겁다. 휴대폰을 켜는 순간 개인에 맞추어진 알고리즘 광고는 언제라도 거침이 없다. 시민기자도 손안에 들린 전화기 속 화려한 광고에 혹해서 망설임 없이 클릭하고 만다. 너무 쉬운 쇼핑이다. 이렇게 잠깐의 클릭으로 구매한 바지며 셔츠가 여러 개다. 필요한 거였다고 스스로 변명을 하지만 막상 제품을 받으면 몇 번 입지도 않고 이내 심드렁해진다. 처음 광고에서 느꼈던 감흥은 없어진 탓이다. 온라인 쇼핑은 이런 소비를 부추긴다. 소셜 미디어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클릭해서 바로 구입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가격이 아주 저렴한 탓에 큰 고민 없이 새 옷을 사고 옷이 많다고 하면서도 옷을 산다. 옷이 없어서 옷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렇게 충동구매로 산 옷은 수선하기보다는 몇 번 입어보다 싫어지면 그냥 버리고 다른 새 옷을 구매하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패스트패션의 유행으로 너무 많이 만들어진 옷은 40% 정도는 그냥 버려지고 전 세계 탄소 배출량도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량이 생산량을 미처 못 따라가고 있다. 1초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이 버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잉 소비가 아닌 나에게 정말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옷은 수선해서 오래 입어보는 생활이 필요한 이유다. 수선은 이런 과잉 쇼핑이 아닌 우리의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옷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새로 사는 것과 고쳐서 다시 입는 것 사이에서 늘 고민이 되면서도 수선할 때는 쇼핑할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수선을 즐겨하는 50대 주부 김희연(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평소에 새 물건을 잘 사지 않는 편이다. 고쳐서 오래 사용하는 습관이 있는데 아이들이 셋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수선을 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물건에 생명 연장하는 느낌이 좋다”고 말한다. 수선은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새로 옷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이고 아끼던 옷을 계속 입을 수 있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자연히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다 수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과 장식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즉각적인 쇼핑에서 오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만든 사람의 특별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끔 집에 있는 반짇고리로 단추를 달 일이 종종 생긴다. 아이들 교복이며 원피스의 단추가 달랑달랑할 때 바늘과 실로 새로 단 단추를 보면 간단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즐거움이라는 기쁨이 크다. 아끼던 옷에 얼룩이나 자국이 있을 때는 어울리는 다른 조각으로 덮어서 새로운 옷으로 만드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바지가 치마가 된다거나 하는 스스로 수선이 어려운 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손재주가 없어서 직접 수선할 자신이 없거나 귀찮다면 처음부터 옷을 구매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니면 무심코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시 화면을 끄고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장바구니에 담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

건강한 밥상으로 늦여름 무더위를 이겨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다. 기승을 부리던 파리, 모기가 사라지는 무렵이란 뜻이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때이건만 더위는 여전하다. 연일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다. 이런 더위에는 시원한 음식으로 식도락을 즐기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안동에는 민가 최고의 고조리서 ‘수운잡방’과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이 전해져 온다. 조선시대의 식생활과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수운잡방’은 1500년대 초에 저술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 중의 하나로 조선 중종 때 오천군자리의 탁청정 김유와 문정공 김령이 우리나라의 전통 요리법에 관해서 저술한 책이다. 음식 조리는 물론이고 술 빚기, 김치, 장류, 식초, 채소 저장하기 등 재료의 사용에서 조리, 가공법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식생활 형태를 추정할 수 있는 희귀서이다. ‘음식디미방’은 영남의 신사임당으로 불리는 장계향이 말년에 저술한 한글조리서로 복숭아, 가지, 생포 간수법 등 냉장고가 없던 시절 어떻게 음식을 보관했으며 제철이 아닌 나물 쓰는 법 등을 보면 비닐하우스 재배와 같은 방법으로 겨울철에도 채소와 과일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우리 민족은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해마다 같은 시기에 제철 음식을 먹고 저장하면서 세시풍속을 지켜왔다. 늦여름 무더위에 지쳤을 때는 살얼음 띄워진 시원한 콩 국물에 국수를 말아 한 그릇 뚝딱해도 좋고 달콤한 초장을 얹은 비빔국수에 오이, 삶은 달걀을 얹어 먹어도 별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땅에서 자란 채소로 만든 건강한 음식으로 이 더위를 거뜬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삶아 건져내 간이 슴슴하게 무쳐낸 콩나물,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여름 무 생채,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사리, 마늘을 빻아 넣어 풍미를 더한 시금치, 해독 작용이 뛰어나고 시원한 맛으로 여름 입맛 살리기에 좋은 미나리, 겨우내 말렸던 묵나물, 삶은 호박잎에 갓 캐낸 감자를 쪄내고 거기에 강된장까지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한 상 완성으로 늦여름 무더위 따위야 물러날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