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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는 삶이기를

등록일 2026-06-03 20:19 게재일 2026-06-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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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 수필가

찾아오는 제자가 많은 한 여교사의 이야기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 선생과 함께한 동아리 활동을 기억하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 스승을 찾는다. 나의 학교생활도 23년이 흘렀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스쳐 간 제자도 많지만, 나를 기억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몸으로 부딪치며 함께한 여교사의 헌신적인 사랑이 마음을 움직인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방법에서 직접 체험하는 형태로 문화와 교육에 대한 인식의 틀이 바뀌고 있다. 몸으로 체득하는 활동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때문이다. 경제 여건이 크게 개선된 지금 상황에서 보면 당연한 변화이다. 몸에 체득한 것은 신체의 기억으로 남으며,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에 스승과 가까이 지내며 체험한 시간이 길면 마음 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생산성과 실적이 사람을 평가하는데,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느 면에서는 인간다움보다는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관점에 따라 더 좋게 평가받기도 한다. 어쩌면 일의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시하는 사회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속에서도 나를 바로 세우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

삶은 단순하게 보면 하고, 하지 않는 것의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결과에 따라 인생의 방향과 질이 결정된다. 지금은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 또한 현재의 선택에 의존한다. 인생의 가치도 결과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나는 오늘도 보다 나은 선택을 찾아 하루를 보낸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의 갈림길에서 서성인다.

돌아보면 선택은 신념과 철학의 소산이 아니라 단순히 살아가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획일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남과 다른 무엇을 해야 하지만, 온전한 자기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내 삶의 주인으로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으나, 원하지 않는 그 무엇을 강요받는다. 우리는 타협하고 순종하며 이 사회에 길든다.

사람들의 불행은 대개 자신을 잃는 데 있다. 자기 생각대로 행하지 않고,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서 누구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공장에서 생산된 공산품처럼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상품화된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것처럼,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똑같다. 자신이 주인이 된 행동이 줄어든다. 상품화된 삶의 모습이 싫다. 같은 모습을 한 삶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인생은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성장한다. 언제나 그러하듯 삶의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도 주변부 사람처럼 혼자 서성이는 나를 본다. 복잡함과 고단함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꾸 한 발을 빼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항상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지는 않았는지 나를 반성한다.

매끼 식사를 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일한다. 인생에 변화를 줄 한 줄의 글을 만나기 위해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멋진 풍경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더욱 원만한 세상살이를 위하여 사람과의 만남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소중한 이와 시간을 가진다.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더욱 의미 있는 생활을 찾는다.

도로 가장자리에서 피어난 잡초가 묵묵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철이 지나 앙상한 줄기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에서 구도자의 그 무엇을 느낀다. 자신의 길을 떠난 씨앗은 다시 자리를 잡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숙연함을 느낀다.

햇빛만 계속되는 인생은 행복할까?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계속된다면 사막처럼 삭막한 삶이 되리라. 선택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이, 궂은 날과 밝은 날의 조화가 중요하다. 행복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일상에서 항상 우리와 함께한다. 사람과 만남에서 인생의 즐거움과 따스함을 함께 하고자 나는 다시 마음을 다진다.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싶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웃고 살아도 부족한데 찡그리고 사는 날이 더 많은 게 우리 삶이다. 최고가 아니어도 주위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남은 삶을 살고 싶다.

/김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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