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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변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큰금계국의 두 얼굴

등록일 2026-06-03 20:25 게재일 2026-06-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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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종합운동장 옆 형산강 둑에 화사하게 피어있는 큰금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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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형산강 둑에 흐드러진 큰금계국.

포항 형산강변을 따라 펼쳐진 노란 꽃물결이 올해도 초여름을 화사하게 맞이하고 있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황금색의 군락은 마치 누군가 정성껏 꾸며놓은 정원처럼 아름답다. 도로변, 하천변, 공원과 산책길까지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이는 이 꽃들은 어느새 우리나라 초여름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오월의 햇살과 어우러져 황금빛을 띠며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내는 금계국의 무리 속에는 신기하게도 다른 식물들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참 화사하다”고 감탄만 하기에는 주변을 점령하듯 영역을 넓혀 가는 모습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많은 사람이 이 꽃들을 금계국으로 부르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생태계에 위해(危害) 우려가 있는 외래식물 ‘큰금계국‘이다. 큰금계국은 씨앗뿐 아니라 뿌리로도 번식하기 때문에 한번 자리 잡으면 제거가 쉽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큰금계국을 토종 식물의 서식 공간을 잠식할 우려가 있는 외래식물로 지적한다. 결국 자생식물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생태계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외래식물을 이야기할 때 흔히 생태계교란종을 떠올린다. 단순히 외국에서 들여와서가 아니라 외래생물 가운데 토착 생태계를 위협하거나 균형을 무너뜨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종을 말한다.  
 

큰금계국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다. 꽃이 크고 화려하며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과거 전국 곳곳에 대규모로 심어졌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도로변 경관 조성이나 하천 정비 사업에 경쟁적으로 활용하면서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별다른 관리 없이도 번식하니 행정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식물로 여겨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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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포항으로 이어지는 형산강변 따라 금계국과 큰금계국이 화사하게 초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와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노란 꽃물결은 장관이다. 그러나 특정 식물이 지나치게 우세한 환경이 되면 벌과 나비가 특정 꽃에 집중되면서 인근에 자생하는 토종 식물의 수분 기회가 줄어든다. 이는 결국 자생식물의 감소로 이어지고, 곤충과 새, 작은 동물들 역시 기존의 먹이와 서식지를 잃게 된다. 눈에 띄지 않을 뿐, 생태계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어릴 적, 가을이면 등굣길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무리지어 한들거렸다. 친구들과 씨앗을 훑으며 재잘거리던 추억속의 코스모스는 다양한 들꽃들과 어우러져 나름의 색들로 물들어 가는 가을 들녘 풍경을 만들었다. 지금처럼 한 종이 넓은 공간을 독차지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렇다고 큰금계국 자체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무분별한 확산과 관리 부족에 있다. 경관 조성을 위해 식물을 활용하더라도 토종 식물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번식 범위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상 속 관심도 중요하다. 생태계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외래식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고, 대규모 군락이 확산되는 지역은 지자체 관리 여부를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꽃씨가 옷이나 신발에 붙어 다른 지역으로 퍼지지 않도록 털어내는 작은 행동 또한 생태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작은 관심이 자연환경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강변은 분명 아름답다. 그러나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한 종의 독주가 아니라 다양한 생명이 함께 어우러질 때 완성된다. 황금빛 초여름 풍경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 뒤에 숨은 생물다양성의 가치도 함께 지켜져야 한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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