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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병원 갑니다

등록일 2026-06-03 20:21 게재일 2026-06-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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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접시꽃 잘 핀 길가 화단을 가꾸며
포항에 와서 집필실이라 칭하는 빌려 사는 건물
아래층 식당에
일주일이 멀다 하고 입구에 네임팬으로
서울 병원 갑니다, 쓰여 있어
그 글귀가 수상하여 물었다
남편이 암이라, 서울로 가라고 했단다
짤 눈물 없는 얼굴에서 흐르는 또 다른 절망
죽을 때 죽더라도 최선을 다하자고
평생 번 돈, 치료비 혹은 교통비로
KTX는 너무 비싸 새벽 첫 고속버스 탄다고
그렇게 진료받고 병원 변두리에서 하루 자야 한다고
문제는 살 수 있는 건강이라면 감당하겠지만
끝이 없는 길, 포기할 수 없는 사랑, 혹은 목숨
저 칠십 평생의 저물어가는 삶,
돈으로 지탱이 된다면야 빚이라도 내겠지만
가망 없는 것에 기대는 희망이라는 절대적 이율배반과 무능함
포항의 그 많은 병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치적인 문제는 아니었을까
지방분권의 의지는 있는가,
에라, 나도 그 암에 걸려보자고
핑계로 낮술에 젖는다
천망회회라도 이익과 능력과 이기주의 앞에서는
말짱 도루묵이다, 이런 사실을
모른 척하며 외면하는 나쁜 전문가들,
책임을 회피하고 이익은 공유하는 집단을
반드시 제거해야겠다는 의협심에 젖어가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희망 담을 용도를 상실한 접시꽃이 서울로 길을 나선다.

……….

글 그대로다. 무식한 전문가의 결탁과 외면이 두렵고 무섭다. 명예와 주지도 않았지만, 금전과 생색을 내기 위한 메뉴판에 등장하는 대가로 챙기는 실력은, 도무지 검증할 수 없는, 이런 것들이 난무하지만, 그래서 서울로 간다. 팔아 조지고, 찾아 조지고, 불려다니며 조지고, 기타 등등. 정을병 선생의 ‘육조지’란 소설이 생각난다. 그럼에도 주판알을 튕기는 유력한 정치가들의 생계형 직업에 희생당하고 유린되는 국민은, 바로 내 앞에, 내 사무실 아래에 있다. 벌어봤자 본전도 못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다. 이것을 두고 대략난감이라 해야 하나, 우리 삶이 그렇다. 6억이 성과금이라는 현실에서 본전은 고사하고 까먹을 돈도 없는 우리는 오늘도 서울이라는 병원으로 간다. /이우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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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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