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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면소법’ 국회 법사위 통과… 與野 설전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게 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허위사실 공표죄의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반대했으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찬성하면서 재석 의원 16명 중 찬성 11명, 반대 5명으로 통과됐다 ‘현행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은 선거 당선을 목적으로 연설·방송·통신 등의 방법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허위사실 공표의 요건 중 ‘행위’를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만약 개정안이 공포되면 해당 내용이 삭제됨에 따라 이 후보는 면소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행위’와 같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는 유권자나 후보자에게 명확한 법 적용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면서 “이로 인해 자의적 법 해석 및 집행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에 대비하기 위한 입법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허위사실공표죄가 무력화하면 결국 거짓말이 판치는 선거판이 되지 않겠나”라며 “(개정안은) 오로지 유권자를 속이는 ‘묻지마 이재명 당선법”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도 “오늘 올라오는 선거법 등은 대법원에 대한 권위를 무너뜨려 헌법재판소 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그런 취지”라며 “이 후보에 대한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했다고 해서 겁박하고 협박하는 취지의 법안을 올린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사법 탄압, 의회 독재”라고 비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5-14

산불 ‘위기경보 심각’에도 묘목나눔 강행… 보여주기식 행정 ‘눈살’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난 3월25일 산림청 영덕국유림관리소는 묘목 나눔 행사를 열었다. ‘위기경보 심각단계’ 속에서 국민 안전보다 보여주기식 행정을 택한 무책임한 관료주의가 민낯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사흘이 넘도록 꺼지지 않았다. 국가위기경보는 ‘심각’으로 격상됐고, 산불진화대와 소방 인력은 밤낮없이 산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긴급 대피령이 내려진 마을도 속출했지만, 정작 같은 날 영덕국유림관리소는 ‘내 나무 갖기’ 행사를 강행했다. 주민을 행사장으로 불러 묘목을 나눠주고, 기념사진까지 찍는 장면이 연출됐다. 바로 인근지역에서는 같은 산림청 소속 진화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불길을 막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이 크게 분노했다. 한 산불진화대원은 “당시 현장은 전쟁터였다. 그런데 영덕국유림관리소는 상황의 심각성 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태평스럽게 행사를 열고 있었다”며 “말뿐인 ‘심각단계’였다”고 실상을 전했다. 영덕국유림관리소는 “주민과 약속한 일정이라 어길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나라가 타고 있는데 나무 나눠주는 게 그렇게 급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시기 산림청은 ‘재선충 방제’ 명목으로 법정 기한을 넘긴 벌목 작업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목재 운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2차 피해 우려를 자초했다. 여러 주민들은 “전국이 타들어가고 있는데도 산림청은 상황 판단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위기 대응 능력 자체가 부재한 조직 문화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5-05-14

국회 법사위 ‘사법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법관 등 증인으로 채택된 16명 전원은 사법부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청문회를 강행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불출석이 위법하다”며 반발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증인들이 다 안 나왔는데, 법원에서 재판할 때 피고인이나 증인을 소환하면 국민들은 다 나간다. 법에 의무로 규정했기 때문”이라며 “오늘 이 자리도 증인으로 소환됐으면 당연히 나와야 하는 거다. 이걸 거부하는 건 법 위반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법사위원장도 "법을 더 모범적으로 지켜야 하는 분들이 불출석했다”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2조를 위반했다. 적절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는 민주당과 혁신당 의원들의 사법부 비판이 이어지다 종료됐다. 국민의힘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긴급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사법부를 압박한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범죄자 이재명의 대권가도를 위해 대법원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겠다는 야만적 의회 쿠데타”라며 “삼권분립을 ‘삼권 장악’으로 바꾸고 말겠다는 이재명식 독재정치의 본격 신호탄”이라고 직격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5-14

국힘, 윤석열 전 대통령 자진 탈당 요구 확산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자진 탈당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중도층 표심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고민하는 당과 김문수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지지층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14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 탈당에 대해 “윤 전 대통령께서 잘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판단을 존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전날인 13일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요구에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탈당에 대해서는 “본인의 뜻”이라며 여지를 둔 바 있다. 양향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전 대통령이 사법적 판단을 받을 동안만이라도 조용히 계셨으면 좋겠다”며 “스스로 (당을) 나가셔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무대에서 끌어내려지기 전에 박수받을 때 떠나라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자진 탈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제적인 조치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윤 전 대통령이 당적 문제를 정리해야 중도 확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0% 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해 이 후보에 반감을 가진 중도층에게 김 후보를 선택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나를 밟고 가라’고 해주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자진 탈당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윤 전 대통령을 설득 중”이라며 “(윤 전 대통령 탈당이) 이번 선거에서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 대통령실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정욱 변호사도 19대 대선을 앞두고 홍준표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했던 것을 언급하며 “당 요구로 밀려나듯이 하면 공멸한다”면서 “모양새가 좋은 건 대통령이 희생적 결단을 먼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출당 등 강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가능성 등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당연히 후보의 뜻도 존중하고 시민들의 생각들도 존중한다. 그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정치이고 김문수식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김 지명자는 15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최종 임명되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 요구 등에 대한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5-14

“부산 해양수도” vs “우주항공 특화” vs “금융특구 도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등 대선 빅3 후보들이 14일 부산·경남(PK) 지역을 찾아 표심 쟁탈전을 벌였다. 민주당 이 후보는 이날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부산 지역 유세를 시작으로 경남 창원·통영 등을 찾았다. 이 후보는 부산 서면유세에서 “국민의힘이 대한민국 헌법에 나온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존중한다면 군사 쿠데타에 대해 백배사죄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지금 즉각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 대한민국 해양국가화, 부산의 해양수도화에 가장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라며 "‘해양수산부’만큼은 부산에 옮길 것”이라고 공약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해양강국 도약과 현장 중심 정책집행을 위해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세계적 해운기업인 ‘HMM 본사 이전’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해양수도화의) 핵심은 해운회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해운회사가 HMM인데, 물론 민간회사라 쉽지 않지만 정부 출자 지분이 있다”면서 “회사를 이전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은 회사 직원들인데, 그 직원들이 동의했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HMM 노조위원장과 해운 전문가들을 만나 정책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진주 및 사천 전통시장 등에서 상인과 시민들을 만나고 이후 주요 기반 산업인 우주항공청과 항공정비업체 등을 찾아 ‘경제 살리기’ 공약을 내걸었다. 김 후보는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관심이 많은데 현장을 방문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고,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아서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제조역량을 갖춘 경남을 우주항공산업 특화지구로 지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전폭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우주항공청을 방문한 김 후보는 윤영빈 청장으로부터 우주 항공 관련 정책과 연구 개발, 산업 육성 현황 등을 브리핑받은 후, “우주 항공 부문은 단순한 과학 기술 영역을 떠나서 대한민국 미래 국력에 관련된 핵심적인 산업 분야다. 미국, 중국, 러시아 선진 강국과 겨룰 수 있는 강력한 지원을 해야 한다. 전국가적, 전국민적 과제로 전환하겠다”고 다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동래역 교차로에서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유림회관과 금정구 범어사를 잇달아 방문했다. 그 후 부산대학교를 방문해 대학생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후보는 “홍콩이나 상하이에 있는 많은 기업이 중국 정부의 투명하지 못한 그런 정책과 억압으로 인해 이제 이전할 곳을 찾고 있는데 부산과 같이 바다에 면한 곳들이 당연히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특별법을 통해 부산을 (금융) 특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부산을 확실한 금융도시로 키워내겠다”고 주장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5-14

4월,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은 호조, 수입 감소

4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산업(이하 ICT산업)의 수출은 10.8%(전년 같은 달 대비) 증가했지만 수입은 2.4% 감소해 무역수지는 76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5년 4월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189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8% 증가하고, 수입은 113억 달러로 전년 동월(115억 8000만 달러) 대비 2.4% 감소해, 무역수지는 76억 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월 ICT산업의 수출은 미국의 트럼프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대미 수출 증가 폭은 1~3월중 두 자릿수의 증가세에서 0.5% 증가에 그쳐 크게 둔화하였으나 전체 수출은 3월(9.3% 증가)보다 확대된 10.8%를 기록했다. ICT 분야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4월 한달간 수출실적에서는 종전 최대를 기록했던 22년 4월 실적을 초과하며 역대 최대규모 실적을 달성했다. 주요 품목별 수출은 반도체(17.2%↑), 휴대폰(28.6%↑), 통신장비(3.5%↑)를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디스플레이(△7.6%), 컴퓨터‧주변기기(△11.9%) 등은 감소했다. 이는 반도체의 경우 디램 고정가격의 반등과 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로, 휴대폰은 완제품 수출 반등과 해외 생산기지로의 부분품 수출 견조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또, 통신장비는 차량용 및 5G 장비 수요 호조에 따라 소폭이지만 증가했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수요 부진에 따른 제품 출하 일정 조정 등으로, 컴퓨터·주변기기는 저장장치(SSD)의 충분한 재고 확보로 인한 일시적인 수요 둔화에 따라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동향은 미국(0.5%↑), 베트남(13.4%↑), 유럽연합(14.7%↑), 일본(8.5%↑) 등에서 수출이 증가했지만, 중국(홍콩 포함, △1.5%)은 감소했다. ICT산업의 품목별 수입에서는 컴퓨터·주변기기(13억3000만 달러, 13.3%↑)는 증가했으나 반도체(57억5000만 달러, △0.4%), 디스플레이(3억1000만 달러, △33.4%), 휴대폰(5억6000만 달러, △8.5%), 통신장비(2억5000만 달러, △33.7%)는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일본(12억1000만 달러, 16.8%↑)은 증가했지만 중국(홍콩 포함, -22.1%), 베트남(-2.5%), 미국(-15.6%), 유럽연합(-27.0%) 등 여타 지역에서의 수입은 모두 감소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5-14

국힘, 보수 텃밭 지지율 흔들 민주, TK서 30% 득표율 기대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3일 실시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31%, TK지역 지지율은 45%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51%, TK지역에선 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T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9%, 민주당 지지율은 25%였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이 후보는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후보가 TK에서 30%의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의힘으로서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 TK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국민의힘에서 발생한 김문수-한덕수 후보 단일화, 국민의힘 지도부-김문수 후보 간 갈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또 이 후보가 안동 출신이라는 점도 TK지역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분과 이 후보가 TK출신이라는 점에서 전통 보수지지층이 국민의힘을 이탈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TK지역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단일화 내홍으로 인해 국민의힘에 실망하게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TK는 보수의 성지인 만큼 결국은 단결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역 의원은 “TK민심이 지금은 이재명 후보, 이준석 후보를 두고 고민하더라도 결국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찍겠다는 마음이 돌아올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안철수 후보와의 극적 단일화로 TK에서 72.1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발생한 조기 대선인 만큼, 국민의힘은 보수의 텃밭인 TK에서 지난 대선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김 후보가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대선 승리는 더욱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TK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이 후보를 견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권영진(대구 달서병)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K가 어려울 때는 쳐다보지도 않고 도움을 거절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재명이가 남이가’라며 표를 달라고 한다”며 “너무 염치없는 언행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현재 TK 30% 득표율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간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30%를 넘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김 후보(61%)와의 양자 대결에서 30%, 이준석 후보(53%)와의 양자 대결에서 3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대구 21.6%, 경북 23.6%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TK출신 민주당 김부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대구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지난 대선보다 10% 정도 올리는 게 목표”라면서 “대구가 조금씩 변화된다는 느낌은 있었다. 옛날보다 TK가 딱딱한 벽이 조금씩은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5-14

데칼코마니

봄기운이 만연한 오후에 산책을 나갔다. 바람은 따뜻하고, 꽃나무들은 봉오리를 터뜨렸다. 길에 꽃잎이 소복이 내려앉아 있어 벚꽃, 개나리, 철쭉 꽃잎을 주워 모았다. 집으로 돌아와 도화지를 반으로 접은 뒤 한쪽 면에 꽃잎을 배치하고 움직이지 않게 풀로 붙였다. 손가락 끝으로 꽃잎을 살짝 눌러보았더니 촉촉한 감촉이 느껴졌다. 아직 물기가 남아 있던 까닭에 도화지에 색이 번졌다. 그 위에 또 다른 꽃잎을 올리자 색들이 서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하나의 색만 지닌 것이 아니었다. 벚꽃은 가장자리가 하얗게 바래 있었으나 안쪽으로 갈수록 미세한 핏줄처럼 분홍이 서서히 퍼져 있었다. 개나리는 단순한 노랑이 아니라 햇살에 물든 금빛을 머금었고, 철쭉은 연분홍 속에 짙은 선홍빛 결을 품고 있었다. 꽃잎에 물감을 두껍게 칠한 다음, 나머지 면을 덮어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눌렀다. 도화지를 펼쳤을 때 나비 한 마리가 있었다. 한쪽 면에 놓인 색과 형체가 다른 면에 대칭적인 무늬로 찍혀 나오는 데칼코마니 기법이다. 여고 시절, 데칼코마니로 작품을 만든 때가 기억났다. 내 손끝에서 태어난 마법이었다. 똑같은 물감을 칠했어도 같은 색으로 다시 찍히는 법이 없었다. 매번 미세한 차이가 있었고,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선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데칼코마니의 묘미였다. 두 면은 서로 대칭이었지만, 종이를 누르는 손의 힘에 따라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색깔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물감을 짜서 문질렀어도 좌우 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채도와 명도가 다르게 표현될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날 때 언제나 한결 같은 마음으로 대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말투나 행동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은 내 마음에 짙은 색으로 찍혔던 존재가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되어 흐릿해졌다. 또한 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옅은 색처럼 여겨졌던 존재가,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안에 점점 더 진한 무늬를 남기며 선명해졌다. 우리 반 친구들의 데칼코마니 작품을 비교했을 때였다. 선이 강한 것도 있었고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된 것도 있었다. 내 짝의 작품은 그녀의 신중한 성격 탓에 연한 선으로 나타났다. 물감을 짤 때도 신중했고, 손끝에 힘을 주어 누를 때도 너무 세지 않도록 조절했기에, 그녀의 데칼코마니는 다른 친구들의 작품보다 훨씬 부드러운 선을 가졌다. 어느 날, 나는 짝에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했다. 좀 더 과감하게 짙은 색의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망설였다. 그러나 내가 재촉하자 진한 색 물감으로 색을 칠하고 도화지를 덮은 뒤 손가락에 힘을 주어 눌렀다. 나는 종이를 펼치는 순간에 이제껏 만들었던 색과 선과 형태가 아닌 새로운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진한 선의 작품이었다. 나는 강한 선을 보며 그녀의 도전을 기뻐했다. 짝이 짙은 물감을 선택했을 때 자신의 평소 이미지도 변경하려고 잠시나마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평소에 내가 해오던 방식대로 살아가면 안전하고 편하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은 내가 원한다고 익숙한 길로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지금껏 생활하면서 낯설고 불편하고 어긋난 길을 수없이 지나왔다. 익숙한 선택이 아닌 낯선 경험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날의 장면을 종종 떠올렸다. 내가 만든 데칼코마니를 들여다본다. 어쩌면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의 데칼코마니일지도 모른다. 상대가 나에게 남긴 색과 내가 상대에게 남긴 흔적이 모여 하나의 무늬를 이룬다. 처음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 것 같지만, 결국은 나 또한 타인이 남긴 색에 물들어간다. 그 모든 것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도화지 위에 펼쳐진 나비의 날개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번지고 스며들며 하나의 무늬를 남길 것이다. /정미영 수필가

2025-05-14

탁발-옛날 중앙로 우체국 풍경

부처와 가섭 존자가 중앙로의 어느 골목 모퉁이에서 오늘 탁발한 것을 적당하게 분배하고 있다 가서 보니 기껏해야 햇빛과 먼지 몇 개의 동전과 비웃음 몇 줌, 생각해 보니 그 보시는 오히려 중생에게 강탈한 진짜 보리(菩提)였는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헌신하자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주고받는 거 없어도 그냥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남는 장사라는 거, 부처와 가섭은 동의했다 하이파이브 했다 노동의 결실의 소주잔에 잠기는, 오늘의 노을이 좋다 카아, 목줄 땡기는 이런 소리는 아무나 뱉지 못한다 풍부한 하근기(下根機)에 배부르고 아늑하다. …. 무던하다고 섬세하지 않을 리 없다. 금(金)은 은(銀)을 이기지 못한다. 남몰래 벼린 칼날 초승달로 내뱉고, 생업(生業) 이루고 나서 돌아서서 말하리라. 참 따스한 세상이라고. 별로 내밀 거 없어도 나에게 헌신(獻身) 했다고 말하리라. 그 마음씀씀이가 너울물결로 이어졌으면 한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5-14

中企 기금형 퇴직연금 ‘푸른씨앗’ 확대

앞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기금형 퇴직연금인 ‘푸른씨앗’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13일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은 5월 1일자로 퇴직연금국을 신설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인 ‘푸른씨앗’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9월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빈곤과 체불임금에 대한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퇴직연금 가입률은 대기업보다 매우 저조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개정해 푸른씨앗을 도입했다. 푸른씨앗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영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지난해 누적수익률 14.67%, 연간수익률 6.52%의 높은 성과를 달성했고, 제도 도입 2년여 만에 기금조성액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해 공단은 푸른씨앗을 집중 육성하여 취약계층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보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으로 퇴직연금국을 신설하는 직제개편을 단행했다. 아울러 공단은 중소기업이 재정부담 없이 푸른씨앗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저소득 근로자(최저임금의 130% 미만)를 대상으로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부담금의 10%를 각각 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운용수수료도 면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업주 2만1000명, 근로자 4만4733명이 170억 원의 지원금과 13억 원의 운용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일례로 월급여가 250만원인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는 1년간 부담금으로 250만 원을 납부하지만 그 중 10%인 25만원을 지원금으로 되돌려 받고, 근로자의 통장에는 사업주가 납부한 250만원 과 그 중 10%인 25만 원이 지원금으로 추가 적립되어 총 275만 원이 쌓이는 방식이다. 한편, 국회에서는 푸른씨앗 가입대상 확대(현행 30인 이하 사업장만 가입 가능)와 플랫폼종사자 등 노무제공자 가입 방안 등을 담은 법안이 제출되어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므로 더 많은 취약계층 종사자가 푸른씨앗에 가입하여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연금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국 퇴직연금운영부장은 “앞으로 워크숍, 학술세미나, 거리캠페인 등 다채로운 푸른씨앗 가입 촉진 행사를 통해 올해 안에 적립금을 2조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5-14

전기 아끼고 최대 3.5% 금리 우대까지

여섯 달 동안 집안 전기 사용을 줄이면 최대 3.5% 금리를 우대하는 상품이 나왔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사용량을 줄이면 금융기관과 협력해서 추가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건물 부문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이벤트성 금융상품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반년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해 전기에너지를 줄인 절감량에 연동해 최대 3.5%까지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상품이며 이번에는 SC제일은행을 통해 출시된다. 출시되는 상품은 1년 만기로 월 최대 100만 원 이하를 넣을 수 있는 ‘에너지절약 두드림적금’이며 기본이율 2.6%에 우대이율 1.1%로 3.7%의 적금상품이지만 여기에 에너지 절감률 5%를 초과하면 최대 3.5%의 추가 우대이율을 적용한다. 신청은 SC제일은행 모바일 앱을 통해 23일까지 신청해야만 이벤트 상품으로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후 전기사용량의 절감률에 따라 우대금리가 산정된다. 또 자신이 사용한 전기에너지의 정보는 '녹색건축포털 누리집(https://www.greentogether.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신한은행의 건물 에너지 감축 우수기업 ESG상생대출, 신용보증기금의 탄소중립 실천기업 우대보증 등 이와 유사한 상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했던 상품이었고, 이번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에너지절감을 유도하기 위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분기마다 이벤트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홍성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장은 " 이번 이벤트를 통해 국민께서 금융 혜택과 더불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동참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앞으로도 국토교통부의 건물 에너지 통합관리시스템에 구축된 에너지사용량 정보의 활용도를 높여 건물 에너지 절감 문화가 일상화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5-14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사용하고 매주 환급받자

5월부터 매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9월 30일까지 5개월간 추진한다. 13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9월 30일까지 약 5개월간 전국 전통시장 및 골목형상점가 등 취약상권 대상으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예산으로 경기침체로 위축된 취약 상권의 매출 회복과 내수 진작을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오는 5월 11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5개월간 진행되며, 디지털 온누리상품권(모바일·카드형)으로 결제한 소비자에게 회차별 누적 결제금액의 최대 10%를 동일한 디지털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총 20회차로 운영되며, 회차별로 1인당 최대 2만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최소 1만 원 이상 결제시 1000원 단위로 환급이 적용(1000원 미만 절사)되며, 지급은 각 회차 종료 후 약 일주일 뒤부터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예를들어 결제금액별 디지털상품권 환급금액은 결제금액이 1만원이면 1000원이 환급되지만 6만7000원이라면 6700원이 아닌 6000원이 환급된다. 1000원 미만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20만원 이상결제해도 환급액은 2만원이다. 지급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선물하기 등록을 해야하며, 30일을 넘기면 환급액은 소멸된다. 또 보유금액이 200만원을 초과하면 환급액을 수령할 수 없고, 환급액만큼 사용한 후에야 선물하기 수령을 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매주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를 1회차로 정해 운영하며, 회차별 운영 요일을 통일해 소비자의 혼선을 줄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해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매출 회복을 유도한다는 것이 주된 행사의 목적이다. 1회차는 5월 11일~5월 17일, 2회차는 5월 18일~5월 24일 식으로 운영되며 마지막 20회차만 9월 21일~9월 30일까지로 행사 종료일(9월 30일)에 맞춰 10일간 운영될 예정이다. 환급행사에 관한 문의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콜센터(1670-1600)로 연락하면 된다. 평상시 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에 더해, 이번 환급행사로 최대 20%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10만 원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을 9만 원에 구매하고, 환급행사 기간 중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10만 원을 결제해 1만 원 상당의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을 환급받게 된다. 이대건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관은 “이번 환급행사는 5월 동행축제와 연계 진행되는 대규모 소비 진작 행사로 전통시장과 상점가에 실질적인 매출 증대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5개월간 매주 반복되는 환급행사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내수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5-14

낙동강 품에서 자란 느티나무… 500년 역사와 품격

경상북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3대 문화권이 있다. 경주를 중심으로 한 불교문화권, 안동을 축으로 한 유교문화권, 그리고 고령을 중심으로 한 가야 문화권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고령의 가야 문화권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어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이 문화권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낙동강 중하류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낙동강은 오랜 세월 동안 영남 내륙을 휘돌아 흐르며 수려한 자연경관을 창조함은 물론 영남의 젖줄로 곳곳에 기름진 땅과 생명이 깃드는 쉼터를 만들어왔다. 그 낙동강을 따라가다 보면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거대한 느티나무 노거수가 마을의 들판과 낙동강을 굽어보고 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그 위용은 한눈에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낙동강의 생명력, 그리고 그 곁에서 반 천 년을 훌쩍 넘긴 삶을 지켜온 나무와 마을 주민들이 얽힌 이야기가 이 마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경상북도청 자연보호 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고령군 다산면 낙동강 변의 모래사장을 찾은 적이 있었다. 때마침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세계적 희귀종, 철새인 흑두루미들이 그곳에서 노닐고 있었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와 몽골의 습지에서 번식한 후, 일본 가고시마의 이즈미 평야로 이동한다. 그 긴 여정의 오고 가는 중간 기착지 중 하나가 바로 이곳, 다산면 낙동강 둔치이었다. 노곡리 ‘새창재’ 꼭대기에 뿌리를 내린 마을의 정신적 중심·수호신 같은 존재 반 천 년 동안 마을과 낙동강을 굽어봐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에서 더위 식히고 정월 대보름이면 나무에 동제를 올리며 공동체 안녕과 마을의 풍년 농사를 기원 다른 새들이 숲속에서 짝을 지을 때, 흑두루미는 공중에서 사랑의 유희를 펼친다. 암컷이 먼저 날아오르면, 수컷이 그 뒤를 따라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 장면은 마치 고요한 자연 속에서만 펼쳐질 수 있는 신비로운 춤사위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흑두루미에게 먹이와 휴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생태적 거점으로, 낙동강의 너른 둔치는 조용하고 안전한 환경 덕분에 해마다 수많은 철새가 찾아드는 생명의 오아시스이었다. 그 강을 바라보고 있는 고령 노곡리 마을 언덕 위에 우뚝 선 한 그루의 나무 앞에 섰다. 바로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장수한 느티나무 노거수다. 1982년 10월 29일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며, 당시 이미 460년의 세월을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지금은 500살에 이른 장수목으로, 다산면 노곡리 산 37번지, ‘새창재’라 불리는 구릉지 꼭대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민들은 이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숲을 가꾸었고, 1986년 4월에는 이를 기념하는 표지석도 세워 두었다. 팔각정자와 풍경 조형물, 나무 의자가 설치되어 쉼터의 역할을 하며, 주위에는 15년생 느티나무 다섯 주와 배롱나무 열 주가 심겨 있어 노거수의 품격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느티나무는 누군가 마을 주민이 인공적으로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오랜 세월 고령의 바람길을 따라 계절마다 다른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느티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마을의 정신적 중심이며 수호신 같은 존재다. 여름이면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정월 대보름이 되면 나무에 동제를 올리며 공동체의 안녕과 마을의 풍년 농사를 기원하였다. ‘노곡동의 유래’에 “느티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유좌묘향(酉坐卯向)’이라 하여 서쪽을 등지고 동쪽을 바라보는 형세다.”라고 했다. 느티나무를 ‘사정수(射亭樹)’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경치가 수려하고 바람이 시원하여, 이곳에서 활쏘기 행사가 자주 열렸다고 한다. 성주 목사가 행차 도중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다. 지금도 나무 아래에 서서 들판을 바라보면, 주변의 형세가 한눈에 들어와 이 같은 전설이 과장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노곡리는 단순한 시골 마을을 넘어, 지형과 역사, 생태와 풍수의 의미가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이다. 마을 입구에 ‘노곡동의 유래’가 새겨진 큰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면“비봉산의 맥이 동쪽으로 뻗어 멈춘 자리이자, 낙동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며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마을의 옛 이름은 ‘영천동(靈川洞)’이었으며, 이후 ‘백자촌(白子村)’으로 불렸다. 백 가지 약초가 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금도 이 일대는 전국 향부자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향부자는 다년생 식물로, 뿌리를 약재로 쓴다. 은은하고 독특한 향 덕분에 한방차나 한약재로 귀히 여겨졌다. 고령 낙동강 변의 모래 둔치는 배수가 잘되고 햇볕이 풍부하여 향부자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곡리는 자연과 생약이 조화를 이루는 풍요로운 땅이 아닐까 싶다. 500년을 살아온 고령 노곡리의 느티나무 노거수는 단순한 경관 물이나 쉼터가 아니다. 그것은 마을의 역사와 공동체의 삶을 지탱해 온 살아 있는 문화재, 자연유산이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마을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장소가 되며, 마을 사람들의 삶과 교류를 이어주는 중심이 되어왔다. 마을 주민들은 나무 아래서 힘든 삶을 내려놓고, 행복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왔다. 나무는 모든 계절과 시간을 견디며, 묵묵히 마을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느티나무 노거수 앞에 서니, 오랜 세월을 버티며 살아온 존재의 기품과 품격을 느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써 내려간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했다. 경북 고령 노곡리의 느티나무 노거수는 우리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지혜와 경외심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느티나무가 건강하게 오래 장수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쉼과 영감을 주는 노거수로 남기를 기원했다. 노곡동의 유래 비봉산의 한줄기 맥이 동으로 달려 멈춘 곳과 낙동강이 북에서 남으로 흘러 서로 만난 곳이 노곡리인데 옛 지명은 영천동(靈川洞)이라 하였으나 그 후 백자촌(白子촌)이라 불렀으며, 백자촌이란 백 가지 생약이 생산된다고 붙여진 이름이며, 한약재인 향부자는 노곡리를 중심으로 전국의 90%나 생산되고 있다. 그 후 답곡동(畓谷洞)으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에 노곡동으로 개칭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산천 정기가 준수하여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것에 앙심을 품은 어떤 사람이 산천 정기를 절맥하고 다녔는데 아시현 고개를 절맥 시 땀이 난다고 하여 땀고개라 불렀으며, 우리 동네 노현고개 절맥 시 이슬이 맺혔다고 하여 이슬고개라 하였고, 우리 동네 동편에 선달산이 있었는데 산이 서서 달아나 강을 막는다고 하여 못 가게 당겨 잡은 손자국 흔적이 바위에 남아 있었는데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하여 손자국이 없어졌다. 노곡리 앞산에 수령 500년 정도의 느티나무가 있는데 경치와 활쏘기에 너무 좋아 사정수(射亭樹)라고도 불렸다. 현재로서는 마을 정자나무 역할을 하고 있다. 옛날 성주 목사가 출두하면 사정수에서 쉬어가기도 했다고 하며 나무가 서 있는 방향이 유좌묘향(酉坐卯向)으로 고개 정상에 서 있어서 삼복더위에 노인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앉아보면 더위를 한 번에 식힐 수 있는 풍광이 좋은 절경이다. 동으로 낙동강이 마을 앞 들판을 감싸 기름지게 하며 마을 뒷산에는 중록당과 할매능이 있어 매년 정월 보름날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 동제를 지내고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5-14

38세 최정, 프로야구 첫 500홈런 주인공

프로야구 2025시즌 초반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최정(38·SSG 랜더스)은 13일 인천 SSG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서 6회 동점 투런포를 날리며 KBO리그 사상 최초의 500홈런 대기록을 세웠다. 20년 전인 2005년 SSG 전신 SK 와이번스에서 데뷔해 줄곧 한 팀에서만 뛰는 최정은 이날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6-3 역전승을 이끌었다. 다리 근육 부상으로 이달 초부터 출전을 시작한 최정은 10경기에서 홈런 5개를 생산하며 여전한 장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날 SSG를 상대한 NC에서는 손아섭(37)이 시즌 타율 0.350(120타수 42안타)을 기록하며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2023년 타율 0.339를 쳤던 손아섭은 지난 시즌 타율 0.285로 내려갔다가 올해 다시 3할대 중반의 고타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NC가 3월 말 홈 경기장인 경남 창원NC파크에서 벌어진 팬 사망 사고로 인해 한 달 넘게 원정 경기만 치르는 상황에서도 매서운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LG 트윈스 필승조 김진성(40)의 '불혹투'가 눈에 띈다. 김진성은 이번 시즌 팀의 41경기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경기에 등판, 1승 1패 11홀드, 평균자책점 2.11로 호투하며 홀드 1위를 달리고 있다.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더블헤더에는 1, 2차전에 모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씩 무실점으로 막고 홀드 2개를 챙겼다. 최정의 팀 동료인 노경은(41) 역시 21경기에 나와 2패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중이다. '불혹타'도 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41)는 타율 0.297에 홈런 6개, 23타점을 기록 중이다. 부문별 상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김도영, 나성범, 패트릭 위즈덤 등 중심 타자들이 돌아가며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상황에서 꾸준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시즌 초반 '고공비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류현진(38)도 올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2.58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3.87에 비해 1점 이상 낮아졌고,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미국 진출 이전인 2012년 2.66보다도 낮다. 지난 시즌까지 선발로 뛰다가 올해 불펜으로 전환한 삼성 백정현(37)은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2.49로 분전하고 있다. 11일 LG를 상대로 ⅓이닝 2실점 하기 전까지 평균자책점이 1.69였을 정도로 성공적인 보직 변경 사례로 거론된다. /연합뉴스

2025-05-14

이정후, 안방서도 넘겼다…시즌 5호 홈런 포함 멀티히트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홈구장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홈런 손맛을 봤다. 이정후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팀이 7-4로 앞선 8회말 2사 1, 2루에 등장했다. 애리조나 벤치는 2사 2루에서 최근 타격감이 좋은 엘리오트 라모스를 고의 볼넷으로 보내고 이정후와 대결을 택했다. 그러자 이정후는 애리조나 왼손 불펜 투수 조 맨티플라이의 4구째 몸쪽 낮은 커브를 정확한 타이밍에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석 점짜리 홈런으로 상대 벤치의 선택이 오판이었음을 입증했다. 맨티플라이의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에 정확하게 들어왔으나 이정후는 마치 실투라도 되는 것처럼 시속 101.2마일(약 163㎞)짜리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107m를 날렸다. 이정후의 시즌 5호 홈런이자, 올 시즌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터진 첫 홈런이다. 오라클파크는 오른쪽 외야에 높은 담이 있어 좌타자가 홈런을 뽑아내기 어려운 곳이다. 앞서 올 시즌 터진 이정후의 홈런 4개는 모두 방문 경기(양키스타디움 3개, 리글리필드 1개)에서 나왔다. 다만 이정후의 타구는 관중석에 안착해 구장을 아예 넘어가 매코비만(灣)에 직행하는 '스플래시 히트'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정후의 홈런은 지난 7일 시카고 컵스전 이후 7일 만이다. 또한 이정후가 오라클파크에서 담장을 넘긴 건 지난해 4월 21일 애리조나전 이후 388일 만이다. 이틀 연속 4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날 이정후의 타격 성적은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이다. 시즌 타율은 0.285에서 0.288(163타수 47안타)로 올랐고, OPS(출루율+장타율)는 홈런 한 방에 0.787에서 0.805로 단숨에 상승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홈런으로 멀찌감치 달아나 애리조나에 10-6으로 승리하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1회 첫 타석에서 내야 땅볼로 물러난 이정후는 3회 두 번째 타석은 선두타자로 등장해 상대 선발 브랜던 파트의 2구째 체인지업을 공략,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5회에는 삼진, 6회에는 좌익수 직선타로 물러났던 이정후는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시원한 장타를 생산해 이달 들어 찾아온 슬럼프 탈출을 예고했다. 이정후의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도 지난 7일 컵스전 이후 7일 만이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김혜성(26)은 대타로 출전했으나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김혜성은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슬레틱스전에 1-9로 끌려가던 8회 무키 베츠 타순에 대타로 등장했다. 김혜성은 오른손 투수 그랜트 홀먼의 스플리터를 공략했으나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이날 경기로 김혜성의 시즌 타율은 0.304(23타수 7안타)로 소폭 내려갔다. /연합뉴스

2025-05-14

책임없다는 정부, 대법원은 응답하라

2017년 11월 15일, 포항을 강타한 지진은 단지 한 도시의 재난이 아니었다. 당시 대학 캠퍼스에서 수업 중이던 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탈출해야 했다.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이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도시는 깊은 공포에 빠져들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정부가 추진한 지열발전소 시추작업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데 있었다.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정부는 지열발전소 시추 과정에서 고압수를 지하에 주입했고, 단층이 자극을 받아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사사례는 해외에도 있었고 국내 학계에서도 촉발 지진 위험이 수차례 경고된 바 있었다. 정부는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밀어붙였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무너뜨린 재난이 무지나 실수를 넘는 정책적 책임의 결과였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포항시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최근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부정하며 ‘예측할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 판단은 타당한가. 이미 유사한 지열 사업에서 지진이 유발된 사례가 있었고 국내 전문가들 또한 가능한 위험을 경고해 왔다. 전문가들의 경고가 무시된 채 사업이 강행되었다면 이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예견된 결과에 가깝지 않은가. 정부의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삶의 토대를 잃고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하고 있다. 어느 책임자도 처벌받지 않았고 피해복구는 아직도 미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스스로 책임을 부정하는 모습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포항 시민들은 여전히 무너진 삶을 복구하지 못한 채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역 경제는 장기간 침체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짓는다면, 이는 포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이 국가인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국민의 삶을 인위적으로 뒤흔든 재난 앞에 ‘책임이 없다’며 뒷짐지는 모습은 모욕적이다. 법적 책임을 포함하여 도의적, 정치적 책임도 면탈할 수 없다. 정부가 연루된 인적 재해의 결과를 바로 보아야 하며 이에 관련된 책임을 분명히 감당해야 한다. 대법원의 판단만 남았다. 사건은 법리 다툼을 넘어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어떤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는 헌법적 쟁점을 내포한다. 대법원은 사건의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 상고심은 절차적 기회일 뿐 아니라 사법부가 사회적 정의를 최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는 정당한 권력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책임 있는 기반 위에 서야 하며 국민의 신뢰는 책임의 이행으로부터 비롯된다. 포항지진은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정당한 질문에 적절한 응답을 끝까지 요구해야 한다. 정부의 실책에 관한 물음에 응답해야 할 시간이 이제 대법원 앞에 온 것이다. /장규열 고문

2025-05-14

TK, 6·3대선에서는 누구 손을 들어줄까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13일 일제히 대구·경북(TK)을 찾아 6·3대선 첫 유세를 했다. 김문수 후보는 ‘보수안방’을 지키려 했고, 이재명· 이준석 후보는 틈새를 노렸다. 이재명·김문수 후보는 이번 유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집중 거론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나라 산업화를 이끌어 낸 공이 있다”면서도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몹시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과거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했던 이 후보의 발언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젊었을 때는 박정희 대통령에 반대했지만 철이 들어서 가만히 보니까 제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이 지역을 자주 찾는 이유는 안동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TK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50%에 육박한다. TK지역 지지율도 대부분 30%대다. 과거 진보진영 대선 후보의 지지율과는 큰 격차가 난다. 이 후보가 만약 이번에 TK지역에서 30%대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당선확률이 아주 높아진다. 당연히 ‘텃밭 수성’을 해야 하는 김문수 후보의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뿐 아니라, 이준석 후보까지 ‘신(新)보수적자’라고 주장하며 TK 득표전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TK지역은 국민의힘이 후보 교체 내홍을 겪으면서 이번 대선에서 민심이 예전과는 달리 요동치는 경향이 있다. 올해 74세인 김 후보가 13일 하루에만 영남권 3개 도시를 돌며 힘겨운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 탓이다. 이번 일요일(18일)부터 시작되는 TV토론회 등을 거치면 아마 판세는 보수·진보 2파전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TK 유권자들이 이번에 과거처럼 보수후보에게 몰표를 줄지, 아니면 진보후보에게 30%대 이상의 표를 분산시킬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2025-05-14

대구취수원 이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대구시민의 먹는 물 개선을 위한 취수원의 안동댐 이전사업이 제대로 추진될지에 대해 걱정하는 시민이 많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후 대구 취수원을 낙동강에서 안동댐으로 이전키로 계획을 변경하고 사업 추진에 나섰으나 홍 시장의 중도 사퇴와 대선 이후 새 정부 출범 등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구취수원 안동댐 이전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수용키로 공식화 한 바 있다. 작년 12월에는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의 안건으로도 상정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일부 지자체의 반대 의견도 있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대선을 치르고 나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부의 정책과 조율의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 대행은 지난 13일 안동을 방문해 권기창 안동시장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두 기관장은 취수원 이전에 대한 향후 추진 계획을 공유하고, 현재 진행되는 상황이 정치적 여건의 변화와 상관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계기로 대구시민의 가장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 30년 넘은 숙원이지만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다. 홍 전 시장 재임 때 안동댐을 취수원으로 사용한다는 공동의 의견을 도출했지만 안동댐 직·하류에서 대구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110km 길이의 도수관로를 묻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어서 국가 지원이 필수다. 국가가 주도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관련법을 만들고 국가사업의 핵심 절차인 물관리위원회의 심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구 취수원은 맑고 안전한 물을 먹어야 하는 대구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위한 사업이다. 정치적 변수와 무관하게 반드시 마무리돼야 한다. 갈등을 이유로 또다시 논란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선 유력후보들의 공약에 반영시켜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취수원 이전은 대구 숙원을 해결할 뿐 아니라 신공항 배후도시의 용수 공급 등 대구경북 상생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다.

2025-05-14

벌써부터 더위가 무섭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국가’라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요즘엔 안 추우면 덥다. 이제 이 나라엔 겨울과 여름만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며 봄과 가을은 다람쥐 꼬리처럼 짧아졌다. 지난해 여름 극악했던 더위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6월 중순에 시작된 폭염이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말까지 계속됐다. 집집마다 에어컨이 종일 돌아갔고,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에 사는 취약계층은 무더위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랬으니 “더위가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19세기 프랑스 작가 아르튀르 랭보의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기억하는 지인은 “시집 제목이 지난해와 올해 한국의 더위를 예언한 것 같다”는 농담까지 던진다. 실제로 그렇다. ‘올여름 더위도 무시무시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기상 전문가들은 초여름부터 끈적이는 땀을 쏟아지게 만들 무더위가 올 것이라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인도 해양과 열대 서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 때문에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질 것이다. 서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면 한국 여름철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한다. 그렇기에 이번 여름은 시작부터 폭염이 심할 것”이라 부연했다. 지난해 겪은 더위가 무서웠던 탓일까? 벌써부터 에어컨 구매를 예약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직은 5월 중순임에도 거리엔 반팔 셔츠를 입은 직장인과 반바지 차림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다시 ‘공포스런 여름’이 오고 있다. 너나없이 모두들 준비 단단히 해야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5-14

장마철에 심해지는 관절통

비가 오거나 장마철이 오면 진료실엔 관절이 쑤시고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는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기압이 내려가면 바깥 공기가 팽창해 조직 내부의 액체가 상대적으로 밀려 올라오고, 이때 관절낭과 근막 사이에 미세한 부종이 생겨 신경 말단을 압박한다. 서양의학 연구에서도 10헥토파스칼 이하의 급격한 기압 하강은 관절통 발생률을 두 자리 수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한의학은 이런 현상을 풍·한·습 사기가 기혈 순환을 막아 ‘비증(痺症)’을 일으킨 것이라 설명한다. 특히 여름 장마에는 ‘습’이 주도권을 쥐는데, 습기는 묵직하고 끈적거려 상하를 막고 근육을 곤하게 하며, 관절액과 윤활막에 고여 둔중한 통증을 만든다. 비가 올 듯 흐린 날에는 무릎뿐 아니라 손가락·발목처럼 작은 관절까지 욱신거린다는 호소가 잦다. 이는 외부 습기가 모공을 통해 몸속으로 스며들어 이미 존재하던 내부 습담과 뒤섞이며 배출 통로를 막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창출·강활·독활 등이 들어간 강활승습탕이 교과서적인 선택이다. 약재들이 풍·습을 몰아내 관절 주위를 말끔히 건조시키기 때문이다. 부종이 뚜렷하고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이라면 방기황기탕으로 기표를 열어 수분 배출을 도와주고, 관절액이 많아 뻣뻣하면서 무거운 경우에는 의이인과 창출·복령을 주약으로 한 의이인탕 가감으로 수분 배출을 돕는다. 이런 처방들은 몸의 수분을 배출시키기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는 덤이다. 한약 처방만큼 중요한 것이 치료다. 장마에 고여 있는 습은 관절 주위 미세 공간을 막기 때문에 먼저 습부항으로 어혈과 습기를 제거해 아픈 부위를 풀어주고 관절에 침을 놓아 기혈 순환을 촉발하면 관절 내부 압력이 자연스레 떨어진다. 특히 초음파 가이드 약침으로 정확한 곳의 인대와 힘줄 근육을 풀어주면 무릎 통증엔 특히 효과적이다. 특히 반복적 부종으로 관절 간격이 좁아진 중증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에겐 효과가 아주 좋다. 수술을 하기 전에 한번 시도해볼만한 치료다. 치료 효과를 오래 유지하려면 생활도 중요하다. 생강·대추·의이인을 넣어 은은하게 끓인 따뜻한 미음은 몸을 따듯하게 하고 습을 제거하니 아침 식사대용으로 먹을 만하다. 땀을 살짝 내는 것은 효과적이니 40도 이하의 반신욕으로 땀구멍을 부드럽게 열어 체표 습기를 날려주는 것도 좋다. 짠 음식은 조직액 저류를 악화시키므로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운동은 체내 펌프 작용을 유지하되 관절 압박을 줄이는 가벼운 걷기가 좋다. 이때도 땀을 살짝 내자. 날씨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내부 습도 관리는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 장마철마다 찾아오는 묵직한 관절통은 기압 변화라는 자연 조건 위에 습기가 겹쳐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하면, 치료의 관건이 ‘배수’에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습을 걷어내는 한약과 습부항·침·초음파 가이드 약침을 활용하고, 생활 속에서 땀구멍과 소변·배변의 길을 활짝 열어주면 관절의 무게감과 통증은 눈에 띄게 가벼워진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내 몸속 물길부터 정비해 두면, 관절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5-14

가난한 제자의 선물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단정하고도 조용하신 담임선생님은 피아노를 잘 치시는 음악선생님이셨다. 공부는 제법이지만 가난한 형편인 나를 무던히도 챙겨주려 애쓰셨다. 학급 간부임을 핑계로 학교 가까이 있는 선생님 댁으로 종종 부르시곤 하셨다. 학기 초에는 국어, 영어, 수학 선생님께 새로 나온 참고서를 얻어서 챙겨주셨다. 선생님 어머님께서 챙겨주신 귀한 귤과 크라운산도의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첫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예를 차린다고 소리 내지 않고 녹여 먹으니 깨물어 먹어야 더 맛있다며 웃으시던 선생님이셨다. 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월사금을 내지 못한 나였다. 가난한 부모님께 말씀드려도 속수무책이니 아침 조회시간에 이름이 불리면 감출 수 없는 부끄러움에 고개만 떨굴 뿐이었다. 그해 사월에는 3학년이 모두 수학여행을 갔으나 난 가지 못했다. 선생님께서 비용을 대 주시겠다고 했지만 아프다고 핑계댔다. 3박4일 수학여행 떠난 휑한 교실에 평소와 같이 왔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죽어라 공부했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신 선생님은 날 부르시더니 그 부드럽고 고운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자그마한 거울을 쥐어주셨다. 그달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하여 수학여행 못 간 부끄러움과 슬픔을 보란 듯이 상쇄했고 선생님께 환한 웃음과 기쁨을 드릴 수 있었다. 개교 기념일 즈음이었을 것이다. 운동장 전교 조회 시간이었다. 내 이름이 크게 호명되자 얼떨결에 나갔고,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동창회장님의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장학금을 받기 전과 후에도 선생님께서는 그 어떤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장학금을 내게 주려고 교장 선생님께 여러 번 곡진한 부탁을 하시더라는 2학년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훗날 들었을 뿐이었다. 고마우신 선생님 덕분에 나는 밀린 1분기 월사금을 바로 낼 수 있었고, 그러고도 남은 돈을 엄마에게 드리면서 엄마의 눈물 바람을 슬쩍 훔쳐보았던 것도 같다. 아 그러나 그때 난 참으로 어리석었다. 한 달 뒤 스승의 날이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고, 선생님께 드릴 카네이션 한 송이 살 돈을 챙기지 못한 거였다. 스승의 날 아침, 학급 전체 아이들에게서 모은 돈으로 산 선물을 들고 학교에 갔다. 개인적으로 선물을 마련하지 못한 자책으로 간밤에 잠을 설쳤기에 평소보다 일찍이었다. 교문을 들어서면 바로 등나무 덩굴에 뒤덮인 쉼터가 있었다. 너무 이른 등교라 잠시 앉아도 되었다. 나무 벤치에 털썩 앉아 위를 쳐다보는데, 연보라색 등꽃이 포도송이마냥 주렁주렁 흐드러져 있었다. 예뻤다. 선생님같이 곱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이었다. 벤치 위에 올라 까치발을 하고 꽃을 한 아름 꺾었다. 아찔하고 향긋한 내음이 교복에 묻었다. 교실에서 예쁜 꽃만 다시 추렸다. 선생님 책상 위 둥근 꽃병 가득 등꽃을 꽂았다. 축축 늘어져 처졌지만 꽃병을 가리고 덮을 정도로 가득 꽂으니 뭐 그런대로 볼만했다. 무엇보다 선생님 책상 주위에서 교실 전체로 번진 진한 향기가 선생님께 대한 미안함에 짓눌렀던 내 마음을 감추어 주는 듯했다. 교실로 들어오시면서 무슨 향기지? 라며 환히 미소 띠시는 선생님께 나는 꽃향기보다 더 짙고 진한 감사 인사를 마음속으로 올렸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05-14

신라마을서 펼쳐진 전통예술 향연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신라마을에서 선보이는 상설 공연 ‘일요향악: 가무백희’가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주목 받고 있다. 이 공연은 전통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무대를 통해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1시 30분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신라마을에는 전통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무대를 즐기기 위해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였다. ‘일요향악: 가무백희’는 전통예술 콘텐츠의 가치 확산과 야외 공간 활성화를 위해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두 번째 일요일에 열리는 상설 야외 공연이다. ‘만화방창 화림중’ 이라는 주제의 이번 5월 공연은 대북 오프닝을 시작으로 가야금병창 ‘인생백년’, 심청가 ‘화초타령’ ,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 택견 공연, 성주풀이, 오북춤 등 다양한 무대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연 전부터 신라마을 현장에는 유모차를 끈 가족 단위의 방문객과 사진 촬영을 즐기는 관람객, 박수와 추임새로 공연을 증기는 시민들로 북적이며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문화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2회 차 공연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 주셔서 매우 기쁘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며 “앞으로도 전통예술이 일상 속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꾸준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공연은 오는 6월 8일 오후 1시 30분 같은 장소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신라마을에서 열릴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