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 시인과 촌장의 ‘풍경’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정말로 모든 것들에게는 제자리라는 것이 있다면 그곳으로 돌아가는 모습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싶다. 반대로 무언가가 제자리가 아닌 곳에 위치해 있는 모습은 대부분 썩 보기 좋은 풍경이 아니다. 한동안 거리에 걸려 있던 수많은 선거 현수막과 벽보들, 도로를 누비던 선거 유세 차량들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던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그랬다. 푸르른 녹음을 가린 홍보물들과, 일상의 고요를 헤집던 소음들이 사라지고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선거가 끝난 다음 날 아침, 누군가는 아주 개운한 마음으로 아침볕을 맞이하였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참담한 마음을 애써 가누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선거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을 낳는 일이다. 이긴 사람은 당선자들이고 진 사람은 낙선자들일 거라고 단정 짓기 쉽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는 출마한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뽑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출마자들은 수많은 유권자 중 일부일 뿐이기 때문에 그들의 승패만을 고려하는 것은 다소 편협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라 해야 옳은 말이 되는가.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되었다면 이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진 것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이 언제나 정직한 마음으로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모를까, 그들 안에서도 나쁜 이들을 좋은 이들로 포장하는 속임수가 오가고, 그들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를 속이는 경우들이 있다. 우리가 옳다고 믿고 내린 선택이 정말로 옳은 경우도 있겠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결론을 맞닥뜨리는 경우도 흔하다.
너무나도 뻔한 말일 수 있지만 선거에서 이긴 사람들은 그 선거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모든 사람들이다. 내가 뽑지 않은 사람이 당선되었더라도 그가 나의 삶에 도움을 주는 정치와 행정을 펼친다면 이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진 것이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이 선거의 승자와 패자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당선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당선인들이야 각자 마음먹은 바가 있을 것이고 임기 내내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 노력하겠지만 결국 그들 개개인은 인간이다.
사람의 마음과 신념이란 단단하게 굳어있는 것이 아니고 외적인 요인에 의해 조금씩 다른 형태로 변화하기도 하는 것이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이가 변절할 수도 있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뛰어든 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거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유권자들의 태도다.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들이 바로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후보들 모두 얼마나 절박한 얼굴들이었던가. 그들의 임기를 4년으로 끊어낼지, 아니면 더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도록 허락하거나 더 큰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줄지에 대한 결정은 유권자들이 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선거에 출마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자신들의 입으로 약속했던 것들을 지키려 노력하는지, 아니면 얄팍한 눈속임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 하는지 또렷한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 가는지, 그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면밀히 살피고 기억해야 한다. 당선된 이들은 대부분 다음에도 우리의 선택을 받고 싶어 할 것이고, 낙선한 이들 또한 대부분 다음번에는 다른 결과를 받아들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태도로 인해 선거의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비용으로 4437억원 정도를 지출하였다고 보고했다. 수천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고, 수십만 명의 학생들에게 1년간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돈이다. 게다가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출 외에도 경제적으로 환산해야 하는 유무형의 가치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투입되는 일이다. 이렇게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치른 선거인데,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즐겨 보던 한 드라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정치란 옳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선택을 옳은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 이 선거의 결과를 승리로 만들어 나갈 시간이다.
/강백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