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법이 제 역할을 찾을 때

법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보장적 기능과 보호적 기능이다. 보장적 기능은 법이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지만 그에 저촉하지만 않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보장해 주는 것이다. 보호적 기능은 법이 개인의 권리와 사회 공동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법이 보장적 기능도, 보호적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영역이 있었다.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보아 의료인 아닌 자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왔던 것이다. 필자가 만난 의뢰인 중에 포항 남구에서 미용샵을 운영하던 싱글맘이 있었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술은 눈썹 문신이었다.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 중엔 의사도 있었다. 어느 날 시술을 받고 간 손님 한 명이 부작용이 생겼다며 환불과 치료비를 요구했다. 들어보니 시술 후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염증이 발생한 것이었다. 요구하는 치료비 액수도 터무니 없었다. 환불과 치료비 지급을 거절하자 이 손님은 샵 원장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결국 이 원장에겐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전과자가 됐으니 다음에 또 이런 손님이 나타나 고발을 하면 이젠 징역형으로 처벌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의사들도 눈썹 문신을 받으러 오던 이 미용샵의 사장은 의사가 아닌데 눈썹 문신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범죄자가 되었다. 1992년에 대법원이 문신을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이후 30년 넘게 이런 일은 계속해서 발생해 왔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타투를 받은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 명성의 타투이스트 김도윤씨도 전과자가 된 지 오래다. 다른 잘못은 한 것이 없다. 그러나 타투 시술이 범죄로 취급되는 유일한 나라인 대한민국에선 누군가 신고하면 세계적 타투이스트라도 전과자가 되는 걸 피할 수가 없었다. 현실에선 완전히 보편화 된 문신시술을 법과 법원은 의료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처벌하기만 하니 문신 시술업은 위축되었다. 이 업을 하며 생계를 꾸릴 수는 있었지만 신고하겠다는 고객들이 무서워 돈을 뜯기고 협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생겼다. 여성 타투이스트들은 시술 과정에서 성범죄를 당해도 신고가 두려워 고소를 할 수가 없었다. 타인에 대한 법익침해가 없는데도 법은 문신 시술업자들의 활동을 보장하기는커녕 억압하고 위축시켰다. 법이 보장적 기능을 손 놓은 것이었다.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있었다. 문신을 그저 범죄행위로만 보니 시술 과정에서의 위생 및 감염관리 가이드를 마련할 리 없었다. 무조건적인 불법화는 음성화를 부추길 뿐이었고 결국 법은 문신을 받는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보호적 기능도 하지 못했다. 보장적 기능도 보호적 기능도 하지 못하던 법의 역할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게 됐다. 지난 9월 25일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신사법은 앞으로 2년 후 본격 시행된다. 그러면 이제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가 아니고,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한 문신사라면 할 수 있는 행위가 된다. 시술 과정에서의 위생 및 안전관리 지침과 의무사항도 마련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신 시술을 하는 사람들도, 받는 사람들도 법에 의해 보장과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김세라 변호사

2025-10-09

대구콘서트하우스, ‘앙상블 포르테즈 October Variation’ 공연 개최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오는 14일 오후 7시 30분 챔버홀에서 ‘앙상블 포르테즈 October Variation’ 공연을 선보인다.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대표 기획 시리즈 ‘클래식 온(Classic ON)’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클래식 명곡부터 탱고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피아노 앙상블의 다채로운 편성으로 구성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앙상블 포르테즈’는 피아니스트 한치윤, 심승엽, 박재오로 구성된 팀으로, 1피아노 4핸즈, 2피아노, 1피아노 6핸즈 등 흔하지 않은 편성으로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피아졸라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 1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왈츠(1피아노 4핸즈)를 시작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여섯 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 A장조’, 베넷의 ‘네 개의 모음곡’,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제2번’ 등이 연주된다. 2부에서는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2피아노 4핸즈)와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아디오스 노니노’는 김연아 선수의 소치 동계올림픽 은퇴 무대 음악으로 유명해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 연주자는 모두 계명대학교 음악대학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치윤은 대구음악협회 콩쿠르 1위, 대구시립교향악단 협연 경력이 있으며, 심승엽은 쾰른 국제피아노 콩쿠르 1위, 하노버 쇼팽국제피아노 콩쿠르 3위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박재오는 대구시향, 경북도향 등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전석 1만원이다. 예매는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www.daeguconcerthouse.or.kr) 또는 인터파크(1661-2431)를 통해 가능하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 애호가뿐 아니라 입문자들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피아노 편성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09

대구시교육청,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지속적 성과 내⋯2025년 상반기 지역업체 구매율 76.2%

대구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9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지역업체 구매 비율이 76.2%를 기록하며, 2022년 대비 3.7%p 상승했다. 이는 2022년 10월 관련 방안 수립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온 결과다. 시교육청이 회계 시스템 ‘에듀파인(edufine)’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지역업체 구매율은 2021년 73.5%, 2022년 72.5%, 2023년 74.6%, 2024년 75.0%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학교회계(물품)의 경우 2025년 상반기 78.8%로 전년 대비 8.4%p 급증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회계는 전국 입찰보다 지역업체 선택이 자유로워 교직원들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2022년부터 △지역업체 상생협력 강화 △지역제한 입찰 의무화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우선 구매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6월부터는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대상 확대, 전문건설업 발주 확대 등 추가 방안을 시행하며 지역기업 지원을 강화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지역기업과의 상생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져 기쁘다”며 “앞으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과는 교육기관이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에 기여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향후 학교장터(S2B) 지역쇼핑몰 확대, 대형 인터넷 쇼핑몰 이용 자제 권고 등 추가 정책을 통해 지역업체 구매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09

대구시, 구직단념청년 대상 ‘젊핑’ 단기과정 참여자 50명 모집

대구시가 6개월 이상 미취업 상태인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도전지원사업 젊핑’ 단기(5주) 과정 참여자 5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취업교육, 진로탐색, 수당 지급 등을 통해 청년의 사회 진입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주요 내용은 △진로·적성 검사 △취업 트렌드 분석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 △모의 면접 △구직 네트워크 형성 등 실전 중심의 ‘올패스 취업교육’으로 구성된다. 참여자는 5주 동안 32시간 이상 교육 이수 시 50만 원의 수당을 받으며, 수료 후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추가 지원 사업과도 연계된다. 모집 대상은 만 18~39세 청년으로, 최근 6개월 이상 취업·교육·직업훈련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자립 준비 청년, 청소년복지시설 입·퇴소 청년 등이다. 신청자는 구직문답표 점수와 자격 요건 심사, 초기 상담을 거쳐 선정된다. 프로그램 운영 기간은 오는 15일부터 11월 19일까지이며, 신청은 대구청년센터 홈페이지(www.dgyouth.kr) 또는 청년커뮤니티포털 ‘젊프’(www.dgjump.com)에서 가능하다. 박윤희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은 “이번 사업이 청년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의 미래 설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젊핑’은 ‘젊은+점핑’의 합성어로, 청년의 도약과 사회 진입을 상징한다. 단기과정 외에도 중장기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의 자신감 회복, 사회적 관계 형성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09

대구시, 2026년 통합형 해바라기센터 개소 추진

대구시가 대구의료원과 함께 성폭력 피해자에게 상담·의료·법률·수사 지원을 한곳에서 제공하는 ‘통합형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추진한다. 2026년 개소를 목표로하는 이번 통합형 해바라기 센터는 기존 위기지원형 센터를 전환하며, 새 정부의 성평등 정책 기조에 발맞춘 폭력방지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현재 대구에는 대구의료원(위기지원형, 2006년 개소)과 경북대학교 병원(아동형, 2005년 개소) 등 2곳의 해바라기센터를 타 시·도 보다 선제적으로 설치해 피해자 유형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성인 대상 위기지원형 센터는 초기 응급지원 이후 지속적인 상담과 사례관리가 어려워 타 기관 연계가 필요한 한계가 있었다. 통합형 센터로 전환되면 임상심리 전문가 등 인력을 배치해 상담·심리 치료·회복 지원을 타 기관 연계 없이 제공할 수 있다. 또 전문가 그룹 운영을 통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대구시는 올해 초부터 대구의료원과 공간 마련, 인력 충원 등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박윤희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은 “피해자가 여러 기관을 전전하지 않도록 예산 확보 등 막바지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평등가족부 출범에 따라 실질적인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09

대구시, 외식창업 ‘키워드림’ 아카데미 13기 참가자 모집

대구시가 외식창업 ‘키워드림’ 아카데미 13기 참가자를 오는 15일까지 모집한다. ‘키워드림’ 아카데미는 외식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준비된 창업을 통해 안정적 운영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연중 3기 운영된다. 모집 대상은 외식업 예비 창업자 및 창업 1년 이내 초기 창업자이며, 외식 창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가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교육 과정은 2개월간 주 2회 이론과 실무 교육을 병행하며, △고도화된 상권분석 △개별 창업 아이디어 심층 컨설팅 △트렌드 반영 메뉴 개발 및 실습 △디지털 기반 홍보·마케팅 전략 강화 △현장체험 및 전문가 멘토링 등을 포함한다. 또 맞춤형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이후에도 경영 애로 해소와 창업 네트워크 형성을 지속 지원한다. 신청은 영진전문대학교 산학협력단 누리집(tour.yju.ac.kr)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영진전문대학교 산학협력단(053-940-5380)으로 문의하면 된다. 2022년부터 운영된 ‘키워드림’ 아카데미는 현재까지 258명이 수료했으며, 이 중 72명이 실제 창업에 성공해 약 27.9%의 창업률을 기록했다. 노권율 대구시 위생정책과장은 “외식 분야는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라며 “키워드림 아카데미는 맞춤형 교육과 체계적인 사후관리로 창업자들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09

2026학년도 대구 공립 유·초·특교사 임용시험 평균 3.8대 1 경쟁률 기록

내년도 대구 공립 유·초·특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이 평균 3.8대 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구시교육청은 ‘2026학년도 공립 유·초·특(초)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원서접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시험은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유치원 교사 분야가 12.9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치원 교사는 11명 모집에 142명이 지원해 12.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전년(15.9대 1) 대비 하락한 수치로, 선발예정인원이 1명 감소(12명→11명, 8.3%↓)하고 지원자 수도 49명 감소(191명→142명, 25.7%↓)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초등 교사는 78명 모집에 192명이 지원해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6대 1) 대비 증가한 수치로, 선발예정인원이 5명 증가(73명→78명, 6.8%↑)하고 지원자 수도 73명 증가(119명→192명, 61.3%↑)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학교 초등 교사는 10명 모집에 46명이 지원해 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5.0대 1) 대비 소폭 감소한 수치로, 선발예정인원이 1명 증가(9명→10명, 11.1%↑)하고 지원자 수는 1명 증가(45명→46명, 2.2%↑)했다. 1차 시험은 오는 11월 8일 실시되며, 합격자는 12월 10일 시교육청 누리집을 통해 발표된다. 2차 시험은 2026년 1월 7일부터 9일까지 진행되며, 최종합격자는 1월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시험 관련 세부 사항은 대구시교육청 누리집(www.dge.go.kr/알림마당/시험정보/교원임용시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09

생명 진화서 AI 예측까지 미래를 설계하다

세계적인 화제작 ‘빅 히스토리(Big History)’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신작 ‘빅 퓨처’(북라이프)에서 인류의 미래 예측 메커니즘을 집중 조명한다. 호주 매쿼리대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빅 히스토리’에서 우주론, 생물학, 역사학 등을 통합해 빅뱅부터 현재까지의 138억 년의 시간을 분석했었다. 그는 새 책에서 접근법을 확장해 이번에는 생명의 진화 전략에서 AI 예측까지 다양한 미래 사고법을 제시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21세기 새로운 세계사로 불리는 지구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그가 창시한 빅 히스토리는 우주론, 지구물리학, 생물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통합해 빅뱅(약 138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워크다. 이번 신작에서는 이를 확장해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크리스천은 ‘빅 퓨처’에서 시간의 본질을 과학적·철학적 차원에서 재정의한다. 엔트로피(무질서도) 증가와 같은 물리적 법칙을 통해 ‘시간의 화살’ 개념을 설명하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시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는 환경 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신호전달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식물은 확률적 전략을 통해 생존을 도모한다. 이러한 자연계의 메커니즘은 인류가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자연의 미래 관리 시스템’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생명체의 진화적 적응 방식을 분석한다. 대장균은 유당 부족 시 효소 생산을 중단하고, 파리지옥은 단기 기억으로 먹이 포획 여부를 판단하며, 애기장대는 장기 기억으로 계절 변화를 인지해 개화 시기를 조절한다. 크리스천은 이와 같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인간의 예측 도구(점술, 통계, 과학적 모델링)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크리스천은 30~40억 년 후 태양의 밝기 증가로 지구 생명체가 멸종할 것이라는 천문학적 예측을 제시하며, 일론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 계획을 성간 이동의 초기 단계로 해석한다. NASA와 스페이스X의 탐사 기술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은 시간과 미래에 대해 인도의 경전 ‘바가바드 기타’부터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와 신학자, 인류학자와 과학자들이 고심해낸 가설과 이론을 소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법, 이른바 ‘미래 사고(future thinking)’에 적용되는 근본 원리의 도출을 시도한다. 제1부 ‘미래를 생각하는 법’에서는 시간의 본질부터 파고든다. 제1장 ‘미래란 무엇인가?’는 결정론과 인과관계를 넘어 시간의 화살(엔트로피 증가 등)을 과학적·철학적 관점에서 재정의한다. 이어 제2장 ‘미래를 예측하다’에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차용해 가상의 미래 지형도를 그리며, 예측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한다. 제2부 ‘미래를 관리하는 법’은 생명체의 진화적 전략을 분석한다. 미생물부터 다세포 생물까지, 생명이 환경 변화에 대응해온 메커니즘(예: 대장균의 신호전달 체계, 식물의 확률 기반 생존 전략)을 통해 ‘자연의 미래 관리 시스템’을 조명한다. 이는 인간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때 생물학적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3부 ‘미래를 대비하는 법’에서는 인류의 지적 도구가 미래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추적한다. 언어를 통한 집단 학습, 기술의 발전, 통계적 사고의 등장 등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미래 예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는지 살펴본다. 특히 점술에서 과학적 모델링으로 전환된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미래학’이 가진 실용적 가치를 강조한다. 제4부 ‘미래를 상상하는 법’은 가장 도전적인 섹션이다. 기후 위기, 인공지능, 우주 확장 등을 종합해 2040~2100년의 시나리오, 1000년 뒤 인류의 진화, 우주 종말론까지 세 가지 시간 축에서 미래를 상상한다. “향후 수 세기 동안 태양계의 여러 위성과 행성, 소행성은 물론, 소행성이나 작은 행성만 한 특수 목적 우주선에도 식민지가 세워질 것이다. 아직 지구에 거주하는 인류를 위한 제조업도 그 근거지를 대거 우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351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9

15~17세기 동남아시아는 독자적 문화·경제 체계 가진 역동적 공간

‘대항해시대’를 논할 때 흔히 유럽 중심의 시각에 가려졌던 동남아시아의 진정한 모습을 복원하는 책 ‘대항해시대의 동남아시아’(글항아리)가 출간됐다. 20년 넘게 동남아시아를 연구한 석학인 저자 앤서니 리드(UCLA 동남아시아센터 초대 소장)는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사관의 왜곡을 넘어 15~17세기 동남아시아가 단순한 교역의 경유지가 아닌 독자적 문화와 경제 체계를 가진 역동적 공간이었음을 밝힌다. 그는 ‘대항해시대’ 대신 ‘교역의 시대’라는 용어를 제안하며, 이 지역이 세계사와 상호작용하며 구축한 통합적 역사를 재구성한다. 동남아시아는 지리적·문화적으로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해안선, 울창한 열대림, 풍부한 수자원은 이 지역의 삶의 기반을 이뤘다. 육로 접근은 어려웠으나 해양 교통은 발달해, 계절풍을 활용한 안전한 항해가 가능했다. 이러한 환경은 지역 내 교역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말레이어는 당시 영어처럼 무역 언어로 사용됐으며, 자바인·중국인·인도인 등 다양한 민족이 참여했다. 문화적 공통점도 뚜렷하다. 대다수 언어는 오스트로네시아족에서 비롯됐으며, 쌀·생선·야자를 주식으로 삼고 나무 기둥 위에 지어진 주상 가옥에서 생활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두드러졌는데, 결혼과 이혼이 자유로웠고 처가살이가 일반적이었다. 교역 중심 국가에선 여성 통치자도 등장했으며, 유럽 기록에 따르면 ‘남성들이 여성의 성적 만족을 위해 성기에 방울을 달 정도’로 남녀 관계가 평등했다. 이는 유교적 억압을 받은 동아시아 여성과는 대조적이다. 15~17세기 동남아시아는 세계 교역의 중심지였다. 말루쿠산 향료, 후추 등 고급 자원을 실은 중국·유럽 상선의 유입으로 번영을 누렸다. 1620년대 유럽의 연간 향료 수입량은 정향 300톤, 육두구 200톤에 달했고, 이윤율은 100%를 넘었다. 현지 상인들은 거대한 정크선을 운용하며 해상 무역을 주도했고, 도시들은 활기를 띠었다. 버마의 한 도시는 ‘열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도로’를 갖췄으며, 금화·엽전 형태의 ‘피치스’ 등 다양한 화폐가 유통되었다. 상업 계층인 ‘오랑카야’는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토착 귀족과 경쟁했다. 그러나 17세기 말 이 화려한 시대는 갑작스럽게 종말을 맞는다. 네덜란드동인도회사의 독점,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악화,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이 겹치며 교역은 쇠퇴했다. 동남아시아는 ‘훔치는 것 외에는 생계 수단이 없는’ 빈곤 지역으로 전락했고, 서구 열강의 착취 구조 속에서 저발전의 낙인이 찍혔다. 서구 기록은 종종 동남아시아를 ‘미개한 땅’으로 묘사했지만, 이는 식민주의적 편견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 지역은 창조적 적응력과 개방성으로 변화를 수용했다. 예를 들어, 말레이어는 무역 언어로 확산되며 다문화 교류의 매개체가 됐고, 현지 상인들은 유럽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서구 종교(이슬람교·기독교)의 유입은 여성 문화를 파괴했다. 남성 중심의 경전 종교가 정착되며 여성은 공적 영역에서 배제됐고,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복식으로 전환됐다. 이는 오늘날 ‘동남아시아 여성 인권이 낮았던 것을 서구가 개선시켰다’는 잘못된 인식의 뿌리가 됐다. 리드는 이 책을 통해 동남아시아의 ‘실패한 과거’가 아닌 역사의 자산으로서 교역의 시대를 재평가한다. 그는 ‘동남아시아인들은 변화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며 번영을 일궜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 성과가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짓밟힌 점을 지적하며, 현재의 빈곤을 지역 탓으로 돌리는 시각을 비판한다. 17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은 20년 넘는 연구를 집약했다. 저자는 프랑스어·영어·말레이어 자료를 섭렵하며 파편화된 사료를 통합했고, 국립국어원의 표기 기준이 없는 지명과 용어는 현지 연구자의 자문을 받아 번역했다. 이처럼 철저한 고증은 동남아시아의 복합적 실체를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데 기여했다. 후쿠오카아시아문화상을 받은 학술서로, 발간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명성을 자랑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9

보스포루스 노을 아래서 형제의 나라를 다시 보다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남동유럽에 걸쳐 광대한 영역을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은 한때 유럽을 위협하는 강력한 패권 국가였다. 2200년을 이어온 로마제국을 무너뜨렸던 그 위엄의 흔적을 따라 떠난 여정, 그 길 위에서 한국과의 의외의 우정,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남긴 찬란한 흔적을 마주한다. 튀르키예는 흑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천혜의 지정학적 요충지로 아시아 대륙 97% 유럽 대륙 3%로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교차하는 독특한 문명적 색채를 지닌 그들은 흥미롭게도 한국을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라 부른다. 그들이 유독 한국에 더 친근감을 보이는 것에는 오랜 역사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와 돌궐(오늘날 튀르키예의 기원 민족)은 동맹관계를 맺고 당나라와 맞서 싸운다. 연개소문 장군이 돌궐 공주와 혼인하면서 양국의 유대는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한국전쟁에 참전, 1000여 명의 전사자를 내며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라는 명칭을 현실로 만든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 관계는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당시 조별리그 튀르키예 vs 브라질 전에서 한국인 주심의 오심으로 튀르키예 선수가 퇴장 당하자 그들은 격분한다. 그들의 분노는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공포에 떨게 할 정도였다. 3,4위전에서 또 다시 만난 한국 vs 튀르키예. 그들은 오심에 대한 앙갚음을 제대로 하리라 벼르며 경기장을 들어서다 무려 5만개의 튀르키예 국기를 흔드는 한국 응원단과 마주한다. 경기에 앞서 그들의 국가가 울릴 때 태극기보다 더 큰 월성기(月星旗)까지 펼쳐지니 그들은 감동을 넘어 충격을 받는다. ‘터키는 1000명의 용사를 잃었지만 5000만의 한국인을 얻었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날 흔들렸던 대형 튀르키예 국기는 지금, 앙카라 국립박물관에 소중하게 보관 전시되어 있다. 실크로드의 종착지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의 전통시장에 들어서면 값비싼 양탄자와 유리공예품, 향신료 등 5000여 개가 넘는 미로 같은 상점들에서 화려한 상업문화를 실감한다. 아디야만 넴루트산 정상에 자리한 고대 콤마게네 왕국의 돌자갈 무덤 위를 붉게 채우던 아름다운 일몰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외심을 안긴다.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인 카파도피아의 버섯바위와 파묵칼레의 석회온천 등 히에라폴리스의 고대유적은 잦은 지진으로 많이 훼손되었음에도 그 흔적만으로 찬란한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로마제국시대 만들어진 1800년 된 다리를 여전히 온전히 사용하고, 537년에 건설되었다는 성소피아 성당의 광대함은 짧은 글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다만 제국이 쇠퇴기에 접어들며 새로 지어진 돌마바흐체 궁전은, 400여 년간 오스만 제국의 정궁이었던 톱카스 궁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웅장함과 화려함의 사치가 극에 달해 제국의 마지막을 암시한다. 황제의 접견실 천정 돔에 드리워진 750개의 전등이 달린 4.5톤의 샹들리에가 눈을 압도한다. 사치와 권력의 상징이던 궁전의 호화로움이 한 제국의 영화가 어떻게 쇠락으로 향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한국인을 반겨주던 튀르키예 사람들. 아름다운 보스포루스 해협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을 보며 ‘역사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나간 자리 위에 쌓인 시간의 흔적’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제국의 영광과 몰락, 그리고 형제의 나라로 이어진 우정이 한데 어우러진 그곳에서 인간의 욕망과 시간의 무게를 동시에 느낀다. 훈훈함이 더했던, 오래 기억될 여행이었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09

10월, 다양한 축제 즐기러 봉화로 오세요

가을은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10월의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춥지도 덥지도 않아 홀가분한 옷차림으로 훌쩍 떠나기 좋은 시기다. 들길 질러 산길 돌며 물길 따라가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가을여행은 깨끗하고 수려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봉화가 제격이다. 골마다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고, 청량한 소나무 숲에서는 송이가 익어간다. 송이 향이 퍼지는 가을 산자락과 볼을 붉히며 익어가는 사과밭, 자생하는 꽃들과 전통문화의 축제가 봉화의 가을을 보여준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10월 2일부터 10일간 봉화 자생꽃 페스티벌인 ‘2025년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이 열린다. 평소에 만나기 힘든 우리 산야에서 자라는 다양한 자생꽃을 볼 수 있고, 각종 가을꽃들이 백두대간수목원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10월 12일 백두대간수목원 일원에서는 2025년 외씨버선길 11구간 중 춘양목 솔향길에서 ‘봉화 함께 걷기’ 행사가 개최된다. 로컬 푸드, 버스킹 공연, 호랑이 관람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즐길 수 있다.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는 제29회 봉화송이축제와 제42회 청량문화제가 동시에 열린다. ‘송이 향에 반하고 한약우 맛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송이축제는 전국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 천년의 솔 향을 간직한 봉화송이와 다섯 가지 한약재를 사료에 배합해 키운 한약우를 맛볼 수 있다. 이몽룡 선발대회, 오색 비빔밥 퍼포먼스, 풍류 한마당, 도전 골든벨, 씨름왕 선발대회 등이 열리고, 개막식엔 이수연, 정다경, 최재명 등의 가수가 함께 한다. 제42회 청량문화제에서는 전국 한시백일장, 제27회 경북도민 민속장기대회와 봉화의 고유전통문화인 삼계 줄다리기 재연행사와 봉화 보부상 마당놀이가 펼쳐진다. 10월 18일엔 제5회 봉화보부상 한마당축제가 보부상위령제와 함께 열린다. 80여 년 이어온 애전 보부상 위령제와 울진 봉화지역 장시를 담당했던 봉화상무사의 보존 및 전승을 위한 공연이 지역민과 함께 하는 축제다. 봉화는 1000m 이상의 산이 13개나 있다. 소백산과 태백산이 기둥이 돼 백두대간 32km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천혜의 자연과 남한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청량산의 가을 단풍은 기암괴석의 열두 봉우리가 조화를 이뤄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퇴계 이황을 비롯한 수많은 선비들이 청량산의 빼어난 경관을 시문으로 남겼다. 단풍철이 되면 불쑥불쑥 솟은 바위 봉우리가 가을 단풍과 잘 어우러진다. 청량산의 청량사와 응진전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에선 고요한 가을 속 낭만과 만날 수 있다. 청량산 자소봉과 장인봉 봉우리를 연결하는 하늘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경관 역시 절경이다. 매년 가을이면 가보고 싶어지는 곳 태백산 백천계곡 단풍축제는 10월 하순쯤에 열린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10월. 선선한 바람과 깊은 숲에서 나오는 송이 향,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봉화의 가을축제 현장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09

송도 바다와 함께 달리다

마라톤에 참가했다. 지난 9월 28일 송도에서 열린 ‘2025 포항2차전지 전국마라톤대회’였다. 일주일 전부터는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완주할 수 있을까 괜히 신경도 쓰였다. 함께 참가하는 둘째 아이도 그런 모양이었다. 전날 밤부터 내린 비로 이날 있을 마라톤이 살짝 걱정되었다. 6월에 있었던 ‘2025 포항 철강마라톤 대회’ 접수를 놓쳐 아쉬웠는데 혹시 날씨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걱정은 기우였다. 흐린 날씨였지만 밀려드는 차들과 공영 주차장은 이미 대형버스와 자동차로 꽉 차 있었고 도로 옆으로 줄 선 차들 사이로 경찰의 교통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준비한 기념품 티셔츠를 입고 차 사이로 오가며 빈 도로를 가득가득 채웠다. 7000명의 사람들은 인파를 이루었고 바다의 흐린 색과 반대로 참가자들이 입은 주황색의 티셔츠가 가을 운동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분위기를 돋우었다. 자연스레 그 분위기에 아이와 함께 섞였다. 참가자들은 어린아이와 함께 참가한 가족들, 할아버지 할머니, 학교에서 단체로 참가한 학생들, 마라톤 동호회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온 사람들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라톤 시작을 기다리며 송도 여신상 앞에서 모여 오늘의 마라톤 코스를 이야기하거나 조금 뛰어보기도 했다. 부산에서 온 동호회 사람들은 원을 만들며 마라톤 시작하기 전 몸을 푸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송도의 카페에서는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다 주황색 물결의 마라톤 참가자들의 와글와글한 풍경을 구경하느라 모두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우렁찼다. 오전 9시가 되자 먼저 하프마라톤 참가자들이 출발했다. 축포와 드론과 함께였다. 이어서 10km가 10분 뒤에 출발하고 5km가 마지막 순서였다. 시민기자도 아이와 함께 5km 출발선에 섰다. 5km는 송도 여신상에서 출발해 수협 앞에서 유턴, 포항 운하 육교를 돌아 나오는 코스였다. 다른 코스보다 송도 바다와 함께하는 코스여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출발 소리가 들리자 뛰기 시작했는데 5km는 그냥 걸어도 한 시간 안에 도착하는 거리니 애쓰지 말라는 아나운서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1km쯤 달리니 벌써 반환점을 돌아 나오는 세 분이 보였다. 대단하다 싶어 함께 뛰면서 응원했다. 뛰지 않고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젊은 엄마, 아이를 응원하며 같이 속도를 맞추는 아빠, 이야기하며 걷거나 뛰는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4km가 다가오자 조금 힘들었다. 조금씩 걷는 듯 뛰었다. 그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음료대를 만나 물을 마시고 포항 운하 육교를 지나니 보라색의 결승점이 보였다. 다시 힘이 났다. 아이와 따로 기록을 만들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먼저 결승점에 골인했다. 시간은 38분이었다. 뒤에 도착한 아이는 43분이었다. 무언가 시원한 게 몸속을 흘렀다. 달리는 동안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이라 마라톤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 생각했는데 5km를 뛰어보니 10km도 할 수 있겠다 싶다. 완주 메달을 받은 아이도 처음에 걱정과는 달리 눈을 반짝반짝한다. 송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완주 메달을 받고 기쁜 건 10km를 뛴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다. 불볕더위가 물러가니 남녀노소 달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독서는 물론이고 운동과 친해지기에도 좋은 시간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09

금 한 돈 80만원 시대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바글바글”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금 시세도 연일 상승하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경기 침체 속에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인기가 높아졌다. 최근 국제 금값은 올해 3월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인 4000달러선을 돌파했다. 국내 금 시세 또한 심상치 않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 순금 한 돈(3.75g) 기준 70만원을 넘어선 뒤 불과 한 달 만에 80만원을 돌파하며 수시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금은방에서도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9일 찾은 포항시 북구의 한 금거래소는 오픈 직후부터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시세를 묻는 전화 또한 이어졌다. 3년째 매장을 운영 중인 이모씨(60대)는 “최근 한 달 사이 금반지보다 순금 골드바를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문의 전화가 말도 못 하게 많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계속 오르니 ‘지금 사도 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지만 투자 목적인 고객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100만원은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꾸준히 적립식 구매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은방 상황도 비슷했다. 포항시 북구에서 70년간 3대째 운영 중이라는 매장의 업주 박모씨(45)는 “요즘 정말 문의가 많다. 특히 골드바를 찾는 손님들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박씨는 “명절 대목에 지출이 많아서 그런지 이번 연휴 기간 동안에는 사는 분들보다 팔러 온 분들이 특히 많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금값 급등에 ‘이때다’ 싶어 금제품을 팔러 온 손님도 있었다. 이날 매장을 찾은 김모씨(60대)는 “매일 뉴스에서 금값이 올랐다는 얘기가 나오니 지금이 팔 기회인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금값이 상승하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어쩌면 한 돈당 금값 100만원 시대가 빠르면 올해 중에 달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약 5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글·사진/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

2025-10-09

산업부 “철강 산업 경쟁력 제고”… 4000억 수출보증상품 신설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철강 관세 강화에 대응해 철강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종합 대책을 이달 중 내놓는다. 정부는 품목별 수출 전략과 통상 방어, 저탄소 전환 투자 확대 등을 담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마련하고, 약 4000억원 규모의 수출보증상품도 신설한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9일 인천항을 방문해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10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 차관은 이날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수출입 물류 현장을 점검하며 현대제철 수출용 철강 적재시설을 둘러봤다. 그는 “미국과 EU의 관세 조치로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업계와 금융권이 함께 참여하는 수출보증상품을 신설해 약 4000억원의 지원 효과를 낼 것”이라며 “기업들의 애로를 상시 발굴해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가 준비 중인 철강 대책에는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한 품목별 전략 수립 △불공정 수입에 대한 통상 방어 강화 △수소환원제철·특수탄소강 등 고부가·저탄소 전환 투자 확대 △안전관리·상생협력 강화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단기적 수출 환경 악화에 대응함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산업 체질을 고도화하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문 차관은 이어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을 찾아 수출 동향을 점검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은 최근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시장 다변화와 제품 경쟁력 강화에 힘써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정부는 ‘수출은 멈추지 않는다’는 각오로 통상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필요한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는 지난달 25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를 계기로, 추석 연휴 기간 주요 전산시설의 장애 대응체계를 특별 점검했다고 전했다. 무역안보관리원은 전략물자관리시스템 중단에 따른 기업 불편과 복구 현황을 점검했고,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각각 가스공급 계통과 비축유 통제체계 등을 살폈다. 산업부는 “소관 공공기관들과 함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해 대국민 서비스가 중단 없이 제공되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0-09

해양경찰, 젊은 인력들 줄줄이 이탈

해양경찰청에서 최근 5년간 재직기간 5년 이하의 젊은 해양경찰 426명이 조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실에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재직기간 5년 이하의 해양경찰 퇴직자는 총 369명에 달했으며, 올해 9월까지 추가로 57명이 퇴직해 누적 426명에 이르렀다. 이들 대부분은 자발적 퇴직인 의원면직으로 조직문화에 대한 적응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연도별 퇴직자 수는 △2020년 37명 △2021년 42명 △2022년 86명 △2023년 97명 △2024년 107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20년 대비 2024년 퇴직자 수는 약 3배 가까이 늘어나며 조직 내 젊은 인력의 이탈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퇴직자 중 자발적 퇴직을 의미하는 의원면직자는 △2020년 36명 △2021년 34명 △2022년 78명 △2023년 90명 △2024년 99명 △2025년 9월까지 44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약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인사 이동이나 외부 요인보다 조직 내부의 문제로 인한 이탈 가능성을 시사한다. 퇴직자의 평균 연령은 △2020년 30.9세 △2021년 33.7세 △2022년 32.9세 △2023년 34세 △2024년 33.5세 △2025년 9월까지 32.1세이다. 대부분이 30대 초반의 젊은 인력으로 해양경찰 조직이 젊은 세대의 안정적인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미애 의원은 “해양 영역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불법 외국 어선의 증가와 해적·마약 밀수 등 해양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양경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 신규 인력의 지속적인 유출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양경찰 조직의 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근무환경과 조직문화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09

경북도 ‘모이소’ 앱, 디지털 행정서비스 혁신 이끈다

경북도가 공공 마이데이터 기반 모바일 앱 ‘모이소’를 통해 디지털 행정서비스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모이소’는 블록체인 기술과 행정안전부의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접목한 앱으로, 2023년 출시 이후 가입자 수 13만 명을 돌파하며 도민 편익을 높이고 있다. 이 앱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모이소-경상북도’를 검색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모이소’ 앱을 이용할 경우 도민은 ‘도민증’(타 시도민은 ‘행복증’)을 발급받아 행정서비스 이용 시 본인확인과 서류 제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특히 자녀가 아플 경우 ‘아픈아이 병원동행 서비스’를 통해 전담 돌봄 교사가 병원 진료부터 귀가까지 안전하게 동행해주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또한, ‘교복·입학준비금 지원 서비스’를 통해 학부모가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입학 준비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출산지원금, 보육료, 주거지원 등 정보를 각 부처나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찾아야 했던 불편을 해소한 ‘돌봄 통합정보 정책안내’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 돌봄 관련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공하며, 이용자의 거주지·가구형태·나이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혜택을 안내한다. 이 밖에도 경북도는 최근 공공서비스 시스템 중단으로 인한 국민 불편 사례를 계기로 ‘모이소’의 안정적 운영과 장애 대응 역량 강화에도 나서 농어민수당, 도민증 발급 등 필수 서비스의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선 복구 체계를 마련하고, 비상 연락망도 보강할 계획이다. 최혁준 경북도 메타에아이(AI)과학국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대민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도민 중심의 맞춤형 디지털 행정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09

경북도 APEC 정상회의 앞두고 K-POP으로 세계와 연결 한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10일 오후 6시, 경주 황성공원 시민운동장에서 ‘APEC 뮤직페스타’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K-POP을 통해 대한민국 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문화외교의 일환으로 엔시티 위시, 빌리, 예나, 온앤오프, 원어스, 위아이, 유스피어, 이즈나, 정대현(B.A.P), 킥플립, 하성운, 하이키, 하츠투하츠 등 총 13팀이 참여해 약 2시간 동안 화려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회는 개그우먼 이수지와 아티스트 츠키(빌리), 예나가 맡는다. 무대는 경주의 상징인 첨성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꾸며진다. 첨성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이번 무대는 과거 천년의 역사와 미래 천년을 잇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어 APEC이 지향하는 ‘연결, 혁신, 번영’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으며, 경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에 각인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공연이 열리는 황성공원은 경주의 중심에 위치한 역사·문화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장소다. 숲과 녹지가 잘 보존된 이곳은 근현대 경주의 역사와 시민 문화생활이 켜켜이 축적된 공간으로, 이번 행사를 통해 경주의 고유한 역사성과 현대적 활력을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행사장에는 천년 신라복 체험, 퍼스널 컬러 in 신라 등 K-컬처 체험존과 K-푸드존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돼 축제의 열기를 더할 전망이다. 공연 실황은 유튜브 KBS K-POP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KBS 2TV와 KBS WORLD를 통해 녹화 중계로도 방영된다. 이철우 지사는 “이번 APEC 뮤직페스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경주와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의 장이 될 것”이라며 “첨성대 모양 무대에서 울려 퍼질 음악의 울림이 미래 세대의 내일을 여는 에너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09

대한법률구조공단, 직장내 괴롭힘 사건에서 사업주 책임 인정 판결 이끌어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직원을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최근 시내버스 운송업체 모 법인과 배차과장이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전 직원 A씨에게 공동 손해배상금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가해자와 동등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이다. A씨는 모 법인 소속 버스 기사로 근무하며 노후 차량 배정 및 불리한 근무 스케줄 등 차별을 겪었고, 배차과장에게 항의했으나 개선되지 않자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노동청은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고 시정을 지시했으며, 배차과장은 퇴사했다. 그러나 A씨는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모 법인과 배차과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사업주 책임을 주장한 반면 모 법인측은 배차과장의 개인적 행위였다고 맞섰다. 결국 법원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을 주도한 오동현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서 사업주의 책임이 가해자 보다 축소되는 관행을 깬 의미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모 법인은 판결 내용에 대해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09

경북도 올해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중심지로 도약

경북도가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폐배터리의 재사용 및 유가금속 회수를 통한 재활용 산업이 미래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경북은 선제적 대응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은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핵심 원료의 공급망 안정화와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다. 경북도는 2019년부터 포항에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를 운영하며, 회수·성능평가·등급분류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왔다. 특히, 2021년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를 개소하며 지방재정 100억 원 이상을 투입했고, 2023년에는 포항 영일만 일반산단과 블루밸리 국가산단이 각각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특화단지로 지정되며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2025년에는 이 같은 준비가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3월 환경부·경북도·포항시는 배터리 순환이용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급증하고 있는 LFP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경북에 유치했다. 또한, 연내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가 들어서며, 재활용 핵심기술 개발(R&D), 실증 테스트베드 운영, 기업 지원 등 국가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여기에 12월에는 ‘사용 후 배터리 인라인 자동평가센터’가 개소돼 하루 평가 능력이 기존 1대에서 150대로 확대되며 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국제 교류도 활발하다. 오는 11월 3일부터 5일까지 포스텍에서는 ‘제1회 국제 배터리 엑스포 2025 포항’이 개최된다. 경북도는 이번 엑스포에서 EU 배터리법 시행에 맞춰 독일·노르웨이·핀란드 등 유럽 주요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탄소중립과 글로벌 표준에도 선제적으로 대응라는 등 배터리 선도 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은 아직 부족하다”며 “경북은 미래를 내다보고 착실히 기반을 닦아온 만큼, 앞으로 쏟아질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선점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050년 사용후 배터리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정부와 업계는 국정과제 반영, 법·제도 정비, 투자 확대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09

경북도 공중보건의사 감소 대응 종합대책 추진

경북도가 공중보건의사 감소로 인한 의료 취약지의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 강화 종합대책’을 추진한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공중보건의사는 의료 취약지에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이지만, 최근 여학생 비율 증가와 36개월 복무기간 부담 등으로 지원자가 줄며 인력 감소가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경북 지역의 의과 공중보건의사 수는 2022년 287명에서 2025년 153명으로 47%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이로 인한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진료 공백도 커지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지역 주민의 기본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6년부터 의료 취약지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의료지원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2024년부터 시행 중인 ‘보건소 진료 의사 인건비 지원사업’을 확대해 1차 진료 기반을 강화해 올해 5개 시·군에서 12명의 의사를 채용했으며, 2026년에는 채용 규모를 20명으로 늘려 현장 진료역량을 보강할 예정이다. 또 ‘보건진료소 진료역량 강화 시범사업’을 통해 진료직 공무원과 간호사를 대상으로 6개월간의 이론 및 임상실습 교육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건강증진과 돌봄 기능을 통합한 모델을 도입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공중보건의사 부족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격 협진 사업’도 확대해 보건지소 및 보건진료소와 의료기관간 비대면 실시간 협진을 통해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의료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주요 대상은 노령층 만성질환자, 경증 치매 환자, 재활치료가 필요한 주민 등이다. 이철우 지사는 “취약지 주민에게도 기본 의료가 보장될 수 있도록 보건소 의사 채용 확대, 보건진료소 진료·건강 증진·돌봄 통합모델 정착, 만성질환 중심 원격 협진 확대를 축으로 의료안전망을 촘촘히 하면서 경북형 기본 의료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09

경북도 미래차 산업 생태계 구축 박차

경북도가 전통 제조업 중심의 자동차 부품 산업 구조를 미래 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의 상용화로 친환경화·지능화·서비스화라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 산업도 근본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전기차의 핵심 동력원인 전자제어장치(ECU) 개발을 중심으로 한 ‘미래차 전자제어 부품 산업 고도화 기반구축사업’을 경산에 200억 원 규모로 진행 중이다. 이번 사업은 반도체사와의 연계를 통해 개방형 연구 공간을 조성하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및 검증 장비 구축, 제품화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국내 전자제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김천에서는 245억 원 규모의 ‘전기차 전환 통합 안전 기술개발 및 튜닝검사 실증사업’을 통해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차 전환 기술 개발과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튜닝부품의 성능 및 안전성 평가 장비 구축과 함께 기술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경북은 전국 3위권 규모의 자동차부품 생산기지로, 경주·영천·경산을 중심으로 1813개 업체가 자동차부품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차체, 엔진, 조향장치 등 완성차 제조에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을 생산해 국내외 완성차 업계에 납품하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 생산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재·장비 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미래차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 자동차임베디드연구원, IT융합산업기술원 등 연구기관과 포항공대, 영남대, 금오공대 등 대학을 통한 전문 인력 공급 기반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경북도는 중소·중견 자동차부품 기업의 친환경차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 재편, 연구개발, 설비투자, 금융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AI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3대 연구센터 설립과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조성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내연기관 부품기업 종사자 대상 재교육과 대학 연계 신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차 교육 기반을 마련하고, 대구·경북 초광역 협력사업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전략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최혁준 경북도 메타AI과학국장은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국가 자동차산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09

산업·관광·물류·생활 ‘동해 혈맥’ 뚫린다

포항~영덕 고속도로는 단순한 도로교통망 확충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이 고속도로의 완공은 동해안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다. 동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뻗은 국가 물류축을 형성하며 동해경제권의 숨통을 틔우는 새 동맥으로 평가된다. 산업과 관광, 물류와 생활을 하나로 엮는 ‘동해 광역경제벨트’의 완결판이다. 이 고속도로는 대구와 포항 영일만항, 영덕 강구항, 울진 원전산단, 강원 삼척 산업단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영덕~대구 간 이동시간은 1시간대로 단축되고 물류 효율성은 50% 이상 향상될 전망이다. 포항시는 이번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영일만항 배후단지와 블루밸리국가산단, 철강산단을 연계한 ‘해양·물류 복합도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영덕군 역시 관광객 접근성 개선으로 지역경제 회복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덕 강구항, 삼사해상공원, 장사해수욕장 등 주요 관광지가 포항과 한 생활권으로 묶이는 부분은 영덕군 입장에서 볼때 호재 중에서도 백미이다. 개통 효과를 분석한 경북도가 동해안 관광벨트 구축 그림을 다시 들여다 볼 수도 있다. 고속도로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국토교통부는 이동거리 단축으로 인한 연간 사회적 편익이 약 42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영일만항과 강구항을 중심으로 한 ‘해양 물류 트라이앵글’이 가동되면 경북동해안은 산업과 관광이 공존하는 복합 성장권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영덕 고속도로는 포항과 영덕 등 경북동해안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러나 경북도와 지역정치권의 줄기찬 노크에도 불구하고 그간 번번히 좌초 돼 왔다. 그러던 중 2008년 포항 출신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때맟춰 포항북이 지역구인 이병석 전 국회의원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영덕이 지역구인 강석호 전 국회의원도 국회에 입성했다. 경북도는 이때가 기회라고 보고 이 사업을 재차 밀어부쳤다. 이병석·강석호 전 국회의원들도 정부부처를 설득하고 나서는 등 앞장섰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예비타당성 통과가 벽이었다. 이·강 두 의원들은 해당 사안에 대해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여러차례 해결 방안을 건의했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국가 기간도로망 계획을 수립했고, 여기에 포항~영덕 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65호선 구간) 사업도 포함되면서 길고 긴 현안이 햇볕을 보게 됐다. 이 사업은 이후 박근혜 정부(2013년~2017년) 시절에 기본 및 실시설계 완료를 거쳤고 이어 문재인 정부(2017년~2022년) 때 착공했다.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이 고속도로 성사를 위해 경북도와 포항시, 영덕군 등도 남다른 노력을 했다”면서도 최종 순간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고속도로 건설공사가 2016년 첫 삽을 떴지만, 이후에도 도로가 본격 개통되기까지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공사는 문화재 발굴과 환경보전 문제로 수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현재 이 고속도로를 둘러싼 일부 지역민의 시선도 엇갈린다. 포항 북구 흥해읍의 한 주민은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마을 한가운데를 고속도로가 가로질러 논이 반으로 갈라졌다”며 “차단벽 높이나 농로 복구 등 현실적인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통 이후 환경·안전 관리 강화를 강조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소음 저감시설과 농로 복구, 배수로 정비 등을 도로 개통 후 보완할 방침”이라면서 “정기 점검과 긴급 대응체계를 상시 가동해 도로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10-09

국립경국대, 의대 유치 향한 범시민 열기 확산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경북 북부권의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국립경국대학교가 의과대학 유치 행보에 돌입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전무하고 응급·전문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 현실을 개선해 지방 의료 균형발전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9일 안동시에 따르면 시는 국립경국대의 의과대학 설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위원회에는 지역사회, 학계, 의료계,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하며,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설립의 당위성을 건의하고 전국적인 여론 확산 활동을 주도할 예정이다. 시는 추진위원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안동시는 하반기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농축특산품 직거래 장터에 홍보부스를 운영하며 수도권 시민을 대상으로 의대 설립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이번 활동은 안동을 넘어 전국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안동시는 ‘2025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 동안 의대 유치를 주제로 한 거리 퍼레이드와 홍보부스를 운영해 시민 참여형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축제 기간 1만여 명이 서명운동과 응원 메시지 작성에 참여하며 지역민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국립경국대학교 의대 설립은 경북 북부권의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고 지방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핵심 과제”라며 “시민의 뜻을 모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