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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플레이오프 4차전 7-4 역전승

삼성라이온즈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김영웅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한화 이글스에 역전승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갔다. 삼성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한화에 7대 4로 승리했다. 삼성의 선발 원태인은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김영웅이 연타석 3점 홈런을 작렬시키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한화 선발 정우주는 3.1이닝 3안타 1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피칭을 펼쳤다. 이날 경기에선 한화가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한화는 1회 초 1사 후 리베라토가 안타를 치고 진루했다. 이어 문현빈이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적시 2루타로 선취 득점을 하며 1대 0으로 앞서갔다. 한화는 5회 추가 득점을 했다. 5회 초 2사 2, 3루 상황에서 한화 문현빈이 3점 홈런을 날리며 0대 4로 달아났다. 하지만 무득점으로 침묵했던 삼성 타선이 6회 말 살아났다. 삼성은 6회 말 선두타자 김지찬의 3루타와 김성윤의 볼넷에 이은 구자욱이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1점을 따라갔다. 이후 김영웅이 1사 1, 3루 상황에서 스리런 홈런을 쳐내며 4대 4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의 쐐기는 삼성의 7회 말 공격 차례에서 나왔다. 삼성 김영웅은 7회 말 1사 후 구자욱의 사구, 디아즈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1, 2루에 에서 역전 스리런 홈런을 치며 경기를 7대 4로 뒤집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연타석 홈런을 친 건 KBO리그 역대 33번째다. 플레이오프로 한정하면 11번째다. 9회 초 삼성의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실점 없이 이닝을 종료시키며 4차전 승리를 확정 지었다. 한편, 플레이오프 5차전은 오는 24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10-22

대구교육청의 ‘AIDT 강제성’ 질타

국회 교육위원회가 22일 대구시교육청 여민관에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비례대표)은 대구시교육청의 AIDT(AI 교육자료) 도입 및 활용 강요 등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백 의원은 “AI 교육자료가 교과서의 지위를 상실했음에도 대구시교육청은 AIDT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사들이 AI 기술 활용에 얼마나 찬성하고 있는지 지금 확인해 본 적은 있나.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채택된 학교들이 있는지 실태 점검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교육감 협의회 명의로 AI 교육 자료 법안에 대한 반대 건의문을 발표한 것 등으로 인해 국회 교육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고, 교원 단체로부터도 AIDT 채택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으로 고발당한 상태”라면서 “부당 행위 위법 의혹 속에서도 올 1학기 채택률 98.9%를 달성했고, 초등과 중학교는 100%다. 하지만 대구를 뺀 나머지 지역의 평균치는 29.5%였으며, 교육감의 강제 또는 강요가 없다면 불가능한 수치”라고 했다. 강 교육감은 “AIDT 채택을 강요한 적 없다”라며 “지난해 7월부터 교원 연수에 굉장히 많이 투입했다. 대구는 전 교사가 연수를 다 시행했고, 연수 후 그 자리에서 만족도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다른 교육청들은 모두 AIDT 예산을 감축했지만, 대구는 유독 늘렸다. 교육감의 고집이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고 주장하자, 강 교육감은 “2학기 예산 증액은 연간 집행 계획의 일부”라며 “실제 남는 예산은 약 32억 원으로 예상되며, 연말 결산 추경에서 내년으로 이월해 현장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8월 1일 영주 철도고 동급생 폭력으로 피해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철도고의 방관과 영주교육지원청의 무책임 행정이 비극을 낳았다”며 “교육부 특정감사로 부실한 학폭 조사와 심의 점수 고의 누락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가족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글·사진/김재욱·피현진기자

2025-10-22

여권 ‘고가 주택 보유’ 내로남불 논란

이재명 정부의 초고강도 부동산 거래 규제책인 10·15 대책 발표 이후 일부 여권 인사들이 고가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부동산대책특위를 발족하며 대여 공세에 나섰다. 여야가 부동산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이 정부 대책 발표 후 유튜브 채널에서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나아가 이 차관 배우자가 갭투자 방식으로 33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 외에도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도 서울 서초·강남 일대에 전세·대출 등의 방법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수십억원의 시세 이익을 누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위는 22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위 위원장인 장동혁 대표는 여권 인사들의 갭투자를 통한 부동산 보유 상황을 언급하며 “국민은 주거 불안정으로 고통받더라도, 민생이 파탄 나더라도 부동산에 대한 비뚤어진 신념을 기어코 관철하려는 내로남불의 위선이자 오만”이라며 “당 홈페이지에 부동산 국민 고충 센터를 만들고 현장으로 달려가 듣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위는 오는 24일 서울시와 부동산 현장 회의를 열어 서울 부동산 공급 관련 현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은 여론이 부정적 방향으로 결집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화 차단에 나섰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회의에서 이 차관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의 최고위원이자 국토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0-22

대구 찾은 김민석 총리, 지역 현안 논의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대구시청 동인청사를 방문해 대구시와 주요 현안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김 총리에게 대구의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건의했다. 건의한 주요 현안은 △TK신공항 건설 △대구 취수원 이전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문화예술허브 조성 △국립 대구독립역사관 조성 등이다. 김 총리는 “대구시가 현재 추진중인 TK신공항 건설의 예산 문제는 전례가 없는 만큼 대구시가 조금 더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제시해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신공항 관련 건의 및 논의는 기부대 양여 방식의 틀 안에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취수원 이전과 관련해선 “속도감있게 진행하겠다”고 했으며, 문화예술허브 조성에 대해선 “대구와 같은 지방도시에서는 문화예술 산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건의한 현안 사업은 대구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사업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춰 대구의 시정현안을 적극 해결함으로써, 지역의 발전이 곧 대한민국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함께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22

잇단 ‘개인정보 유출’ 경북대, 국감서 몰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글로컬 대학 평가 최하점을 받은 경북대학교가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회의원들에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2일 대구시교육청 여민실에서 경북대와 강원대, 경북대병원, 경북대 치과병원, 강원대병원, 강릉원주대 치과병원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비례대표)은 “경북대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굉장히 자주 일어났다. 보안동아리 학생회 내부 시스템을 무단 검색해서 개인 정보를 검색해 70만 건의 개인정보를 조회했고, 2024년에는 조교의 실수로 대학원생 5000명의 신상정보가 외부로 송신됐다”며 “올해에는 시스템 오류로 7000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는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허영우 경북대 총장은 “총장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2024년 조교 부분에 대해서는 중징계 조치를 시행했고, 시스템의 취약한 부분을 강화하고 사고사례 전파 및 개인정보 캠페인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서울 광진구 을)은 글로컬 대학 평가 결과에 대해 지적했다. 고 의원은 “경북대의 경우 글로컬 대학의 평가 결과로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다. 한번 더 받으면 사업에서 제외되는 상황”이라며 “평가 결과를 보니 예산 집행 실적이 극도로 저조하며, 대구시와의 실무협의도 실적이 미흡하다. 강원대학교의 경우 A등급을 받았는데 실적보고서를 비교해보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게 느껴진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비례대표)은 “교원 인력 세대교체, 우수한 교원 확보 방안, 재정 투자를 통한 인재 유치 계획 등을 어떻게 추진 중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허 총장은 “예산도 중요하지만, 국립대 내부 자체의 자생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좋은 학생들이 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환경 개선, 교육혁신 제도 혁신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22

의대교수 잇단 사직 국립대병원 전공의 여전히 태부족 상황

국립대학병원의 전공의가 여전히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2025 국정감사 교육위원회의’에서 현재 의료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비례대표)은 “경북대병원 등 비수도권 국립대 병원에 근무하던 교수들이 잇따라 사직해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이 서울대병원 등 전국 10개 국립대 병원(분원 포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10개 국립대 병원에서 사직한 교수는 217명이다. 경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 포함)은 8명이 사직했다. 강 의원은 “국립대 병원 교수들의 잇단 사직은 지역의료 공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가 국립대 병원 경영난과 의료 인력 이탈을 막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비례대표)은 “전공의 충원율이 의정 갈등 이전에는 85.6%였다가 지금은 60%대로 떨어져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교수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번아웃이 오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은 “전공의들의 처우개선과 교육 방법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고, 의료사고 소송에서 보호하는 방안도 중요하다”며 “의대 증원과 별개로 정규직 교수 정원 증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비례대표)은 “경북대병원이 비정규직(계약직) 의사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채용한 병원”이라며 이유를 묻자, 양 병원장은 “계약직 의사인 진료 교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에 업무강도가 낮고 교육 연구는 배제돼 있는 반면 임상교수, 겸임교수는 업무강도가 높고 연봉은 낮다 보니 진료 교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22

“맞춤 양복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양복업자들은 대개 인물도 몸매도 좋았어요.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근무하니 다들 멋있다고 했죠. 그런데 속은 다 문드러져 있었어요. 선배들 중에 70대에 세상 떠나신 분이 많아요. 양복지(洋服地)에 워낙 먼지가 많으니까요.” 1980년대 이후 기성복 선호 경향이 뚜렷해졌다. 88올림픽 이후 국내 양복의 역사가 맞춤식에서 기성복 시대로 바뀌면서 맞춤 양복점은 쇠퇴기로 들어섰다. 한창때에는 150여 곳에 달했던 포항의 맞춤 양복점은 지금 죽도시장, 중앙동 등에 서너 곳만 남았다. 그 많던 양복 기술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권창화 재단사에 따르면, 포항 시내 양복점 절반 정도는 세탁업으로 전환했다. 손재주가 뛰어난 양복사는 수선을 병행하는 세탁소로 성공하기도 했고, 일부는 프랜차이즈 양복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업종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맞춤 양복업 호황 대기업 뛰어들며 급변 멋진 배우 기성 양복 광고… 고객들 이탈 결정타는 IMF 사태… 업종 사라질 위기 “내 몸에 딱 맞는 옷 어디서도 찾기 어려워” 맞춤 양복을 경험한 이들 그 매력 푹 빠져 기성복과 달리 한 사람을 위한 작품이기에 재단사로 일한 지 올해로 48년째인 권씨 첫 직장이자 지금까지 이어온 그의 인생 “값을 매길 수 없는 정성, 인정받는 날 오길” 맞춤 양복, IMF 때 결정타 맞아 권 재단사는 맞춤 양복업의 호황이 계속될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젊을 땐 술을 좀 했습니다. 해만 빠지면 친구 예닐곱이 가게 앞에서 기다렸어요. 권창화한테 가면 술 얻어먹는단 소문이 돌았거든요.” 당시 그의 가게 앞 풍경은 호황을 상징적으로 알려준다. 권 재단사는 “88올림픽 이후 이삼 년은 그래도 괜찮았다”고 한다. 하지만 LG패션, 반도패션 등 대기업들이 양복업계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텔레비전 광고에 멋진 배우들이 나와 기성 양복을 광고하면서 맞춤 양복 고객이 대거 빠져나갔다. 초기에는 이른바 메이커 양복이 비쌌지만, 시간이 지나자 가격이 역전되고 격차도 벌어졌다. 결정타는 1997년 IMF 사태였다. 맞춤 양복 종사자 수가 급감하면서 업종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매년 발간되는 『한국직업사전』에는 1950년대부터 맞춤 양복 관련 직종이 수록되어 있다. 1980년대 『한국직업사전』에는 맞춤 양복공, 의복가봉공, 맞춤 양복 견습생이 수록되어 있지만, 2000년대에는 양복 관련 직업으로 ‘양복제조원’만 수록되어 있다. 세분화한 양복 관련 직종을 모두 합쳐 부르는 말이다. 2010년에는 ‘양복사’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재단사와 봉재사가 모두 합쳐진 직종이다. 견습생 직종이 사라진 것에서 맞춤 양복의 흥망과 직업 선호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 정붓샘, 「노포의 탄생」, 『100년의 테일러, 종로양복점』, 국립민속박물관, 2014, 130쪽. 1990년대에 기성 양복이 전체 양복 소비의 80퍼센트를 차지하면서, 맞춤 양복업계는 급격히 위축되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복점 1500여 곳이 폐업하고, 업계 종사자 약 18만 명이 이탈했다. 권창화양복점도 예외가 아니어서 IMF 이후 다섯 차례나 자리를 옮겨야 했다. IMF 이후 구 포항역전으로 이전했다가, 2000년에는 건물주가 건물을 매각하면서 구 역전파출소 앞으로 옮겼다. 이후 중앙상가 확장으로 2002년 신흥동으로 내쫓겼다가, 2007년 구 포항전화국 앞 현 위치에 정착했다. 가게를 옮겨다니는 과정에서 상패를 모두 내버렸다. 현실이 팍팍하니 한때의 영광이 부질없어 보였다. “노포가 인정받는 시절이 올 줄 알았으면 남겨둘 걸 그랬어요.” 권 재단사는 지난 20년 동안 양복업을 접을지 말지 수없이 고민했다. 돈이 되는 업종으로 전환해보려고 가족이 나서 신시가지 유동 인구를 조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내에게 큰 병이 찾아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기성복과의 가격경쟁 위해 ‘반맞춤’ 방식 도입 현 위치에 정착한 뒤에야 비로소 숨을 고른 권 재단사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먼저 꺼낸 카드는 고급화 전략이다. 그는 과감하게 이탈리아 명품 원단을 들여오고, 실력 있는 기술자에게 공임을 더 얹어주며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역에서 300만 원에 이르는 맞춤 양복을 구매할 만한 고객층이 두텁지 않았던 것이다. 원단 공급업체는 최소 열 벌 이상을 구입해야만 견본 책자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부담은 늘어갔다. 끝내 판매하지 못한 원단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정도다. 한편으로 기성복과의 가격경쟁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도 도입했다. 재단된 옷감을 전문 재봉회사에 위탁해 제작하는 MTM(Made to Measure) 방식, 즉 반맞춤 방식이다. 이지오더(easy order)라고도 불리는 방식으로 미리 정해진 디자인과 원단으로 체형별 표준 치수에 맞춰 옷을 생산한다. 가봉 과정이 생략되니 신속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권 재단사는 한국기능올림픽과 일본기능올림픽 수상 경력의 재봉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품질 좋은 양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국산 원단 기준 120만∼150만 원대 맞춤 양복을 절반 비용에 제공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베테랑 재단사의 눈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표준 체형은 무리가 없었지만 특수 체형은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재단사의 손이 일일이 닿지 않는 시스템으로는 고객이 100퍼센트 만족하는 양복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맞춤옷이란 좋은 자리를 빛내기 위해 큰맘 먹고 해 입는 옷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허투루 작업할 수 없죠. 고객이 좋은 자리에서 귀한 대접을 받도록 하는 일이니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포항의 최고령 현역 재단사 누군가의 옷을 만들어 입히는 일은 수없이 해온 작업이지만 여전히 신경이 곤두서는 순간의 연속이다. 미세한 주름 하나를 다듬고 고쳐 세우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다. 원단을 재고, 자르고, 꿰매고, 다시 뜯기를 거듭하는 동안 손가락은 늘 얼얼하고 시렸다. 그렇게 50년을 매달려왔지만, 지금도 한 벌 한 벌에 온 힘을 쏟아붓는 긴장감은 변함없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찾아주는 고객들이 있어 힘들고 고된 시간을 잊게 된다. 얼마 전에는 포항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근무했던 고객이 15년 만에 연락을 했다. “이리저리 유명한 곳을 다녀봐도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찾기 어렵다”며 다시 주문을 의뢰한 것이다. 이처럼 한번 맞춤 양복을 경험한 사람은 그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몇 가지 패턴으로 만들어지는 기성복과 달리 단 한 사람을 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오랜 단골손님들을 마주하면 그들에게도 여지없이 흘러간 시간의 흔적을 발견한다. 처음 발길을 했던 청년이 중년으로 접어들고 이제는 장성한 아들을 데려와서 양복을 맞춰주는 모습을 본다. 대를 이어 맞춤 양복의 품격을 입혀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더 정성을 들인다. 재단사로 일한 지 올해로 48년인 권 재단사에게 맞춤 양복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면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군 제대 후 첫 직업이었고 모든 걸 바쳤어요. 지금까지 먹고살아온 것도 양복 덕분이죠. 그래서 정리해야 할 나이인데도 붙잡고 있어요.” 권 재단사에게 양복은 인생 그 자체다. 양복점이 첫 직장이었고 가족을 먹여 살렸고 지금까지도 놓지 못하니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다. 권 재단사는 포항의 현직 재단사 가운데 최고령자다. 그는 돈으로는 값을 따질 수 없는 정성이라는 가치가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권창화양복점을 지킨다. 〈끝〉 글 : 배은정(소설가) 사 진 : 김 훈(작가)

2025-10-22

천년고도 불국사의 가을, 불국토를 품다

경주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천년고도의 깊은 숨결이고, 그 중심에 우뚝 선 토함산과 남산은 마치 거대한 역사박물관과도 같다. 토함산 자락을 따라 오르면 불국사의 장엄한 기와가 햇살을 받아 빛나고, 다보탑과 석가탑은 천년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지혜의 상징처럼 서 있다. 토함산 정상에서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석굴암은 고요히 부처의 미소를 간직한 채 세상의 번뇌를 감싸안는다. 토함산과 남산은 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신라인의 정신과 예술, 그리고 우리 민족의 혼을 품은 살아 있는 시간의 성전이다. 불국사 가는 토함산 끝자락에 뿌리내려 키 17m·몸둘레 6m·앉은자리 폭 29m 700년 오랜 세월 살아온 마을의 큰 어른 정자·복지회관 품고 사람들 삶 속에 녹아 나누는 담소·두 손 모아 기도하던 간절함 아이들 해맑은 미소까지 고스란히 스며 토함산 자락에 자리한 가을의 불국사는 그 이름처럼 불국토를 옮겨 놓은 듯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이다. 단풍잎이 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어 경내를 수놓으면, 청아한 기와지붕 위로 흩날리는 낙엽은 천년 세월을 품은 고즈넉한 숨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이룬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가을 햇살 속에서 더욱 단단히 빛나며, 경내를 거니는 발걸음마다 신라인이 꿈꾸던 이상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불국사의 가을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불심과 평화의 빛을 일깨워 주는 순간이다. 불국토의 상징인 불국사로 가는 토함산 끝자락 마동 588번지, 하천 변에 뿌리를 내린 느티나무 노거수 한 그루가 살아가고 있다. 그는 700년 세월을 살아온 마을의 어른이다. 키 17m, 몸 둘레 6m, 앉은 자리 폭 29m나 되는 거인의 노인이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는 정자와 복지회관을 품고 있다. 이제는 마을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든 존재가 되었다. 주민들은 그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다. 세 개의 지팡이를 선물하여 노령의 몸을 지탱하게 했다. 그리고 작은 원통형 돌담을 경계로 함부로 접근을 금지했다. 나무 아래 제단을 만들어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동신제를 지내며,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한다. 세월 앞에 조금씩 속을 비워내며 쇠약해지는 듯 보이지만, 느티나무는 여전히 제 역할을 잃지 않는다. 한 줄기에서는 먼저 잎이 돋고 꽃이 피어나고, 다른 줄기에서는 늦게 잎과 꽃이 터져 나오니, 같은 뿌리이되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묘한 대비가 눈길을 끈다. 보기에 따라 한 나무인 것 같기도 하고 두 나무가 하나의 나무로 된 연리목 같기도 하다. 뿌리는 분명히 하나로 연결된 연리근 나무일 것이다. 나무줄기 높이 2미터에서 다섯 가지가 뻗어 올라 서로 얽히고 합쳐진 연리목의 나무임이 분명해 보였다. 주민들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크기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회상하고 있다. 잎의 크기와 무성함이 줄어든 것을 보며 나무의 나이를 실감한다. 비 오는 날이면 줄기 속에서 스며 나온 물이 고여 흐른다는데, 그 빈속조차 생명을 품은 흔적처럼 여겨진다. 불국사가 가까이 있는 이곳에서, 마동 느티나무는 세월의 집, 사람들의 기도를 담아온 신목(神木)으로 남아 지금도 조용히 마을을 품고 있다. 뿌리에서 갈라져도 결국 함께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닮았다. 나무의 곁에 앉으면 자갈이 깔린 바닥 너머로 잔잔히 흐르는 하천의 물소리와 함께 천년고도의 숨결이 들려오는 듯하다. 마을이란 집들이 모여 있는 거주지만은 아니다. 세월의 결을 따라 전통과 기억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공동체이기도 하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노거수는 마을의 얼굴이자 품격을 드러내는 기둥으로, 수백 년 동안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마을의 역사를 증언한다. 지도 위의 작은 점에 불과한 마을은 노거수를 통해 이름과 이야기를 얻고, 외부에 그 존재의 위상을 드러낸다. 노거수가 없는 마을은 제단 없는 의식과 같아 중심이 희미하고, 광장이 없는 도성처럼 모임의 자리가 비어 있다. 그러나 노거수가 있는 마을은 그 자체로 풍경이 되어, 아늑한 그늘과 푸른 수관이 마을을 감싸안으며 사람들에게 안도와 휴식을 준다. 웅장한 수형은 마을의 품격을 한층 높이고, 사계절의 빛을 담아내며 마을 경관을 풍성하고 풍요롭게 한다. 결국 한 그루의 노거수는 마을의 정신을 세우고 삶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문화적 상징이자 공동체의 심장이다. 마을의 노거수는 오랜 세월 한자리에 서서 주민들의 삶을 지켜본 따뜻한 증인이다. 그늘에 모여 담소를 나누던 이들의 웃음소리, 제의를 올리며 두 손 모아 기도하던 간절한 마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까지 모두 나무의 가지와 잎새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노거수는 바람과 비를 막아주는 보호막이자, 사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며 주민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건네는 마을의 큰 품이다. 그 존재만으로도 노거수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준다. 굵은 줄기와 드넓은 수관은 마을의 품격을 높이고, 그 아늑한 그늘은 언제나 열려 있는 쉼터가 된다. 농사일에 지친 어른에게는 평온을, 뛰노는 아이에게는 자유를, 외지인에게는 마을의 아름다움과 따스한 기운을 선물한다. 이렇듯 노거수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공동체의 마음을 한데 모아주는 살아 있는 기둥이자 감동의 근원이다. 노거수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교육적이고 정서적인 스승이 된다. 그 그늘에 어른들은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역사를 전하고, 아이들은 자연의 이치를 배우며 자란다. 세월을 견뎌온 굳건한 줄기는 인내와 끈기를 가르치고, 사계절 따라 변하는 수관은 삶의 무상함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또한 그 아늑한 품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평온을 주어, 마음을 달래고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정서적 균형을 길러준다. 마을 노거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우주이자 생명의 집합체이다. 굵은 줄기의 갈라진 틈은 올빼미와 딱따구리의 보금자리가 되고, 무성한 수관은 여름의 햇볕을 가려 새와 곤충들에게 그늘을 내어준다. 떨어진 잎은 땅으로 돌아가 흙을 살찌우고, 그 속에서 곤충과 균류가 자라나 또 다른 생명의 터전을 마련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품은 공간은 수많은 종에게 삶을 잇는 다리가 되어, 보이지 않는 생명의 사슬을 이어준다. 이렇게 느티나무는 마을 생태계의 심장으로 뛰고 있다. 바람을 흡수하고 뿌리로 물길을 잡아 토양을 지탱하며, 그늘은 미세 기후를 조절해 사람과 생물 모두에게 안온한 환경을 마련한다. 거대한 수형 속에서 이어지는 생명들의 공존은 마치 교향곡처럼 조화롭고 서정적이다. 그래서 노거수 앞에 서면, 생명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거대한 순환과 자연의 질서를 마주하게 된다.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세계가 모여 미래의 협력과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그 무대 뒤에는 천년고도 경주가 품은 자연자산이 살아 있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노거수들은 인간의 문명을 넘어선 생명의 시간과 기억을 간직한 존재들이다. 경주의 노거수와 숲을 세계에 드러내는 일은,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지구 공동의 유산임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언어가 아닐까 싶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노거수의 외과 수술 지역에 잔존하는 노거수는 그 지역 삼림의 임령(林齡)보다도 훨씬 수령(樹齡)이 오래된 경우가 많다. 지역에서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유일한 고령의 잔존 생물체이며, 고령의 생물체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생물 종들에게 유일한 삶의 터전으로 기여하는 핵심 서식처 자원(생물 종과 개체들의 서식을 제어하는 생태적 요소는 조건과 자원이며, 조건이 무제한이라면 자원은 소모되어 버림으로써 제한적 요소임)이다. 올빼미류와 딱따구리류는 노거수를 필요로 하는 조류들이며, 엄청난 수의 분해자들은 노거수에 의존한다. 향토 문화적 요소로서 잔존하는 노거수일지라도 노거수 개체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늙은 개체는 필연적으로 분해자들에 의하여 썩어가는 부위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보다 노쇠한 노거수 개체에서 관찰되는 생태적 메커니즘에 ‘외과수술’이라는 인위적 노거수 관리는 그러한 조류들의 서식을 크게 위협하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민속적 목적에 의한 노거수의 경우 적절한 외과수술이 적용될 수도 있다. 해당 노거수에 대한 주요 생물종의 서식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한 면밀한 생태적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025-10-22

한국섬유개발연구원·폴리텍대학 ‘패션산업 AI 인재 양성’ 업무협약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한국폴리텍대 영남융합기술캠퍼스는 지난 21일 ‘대구 패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무 인재 양성과 기업의 성장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AI·디지털·그린 분야의 역량을 갖춘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현장의 기술 수요와 교육 과정을 연계하기 위한 현장 중심의 교육 등 교류 프로그램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수요 기업과 AI 활용 능력을 보유한 인재와의 협업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지역 패션‧봉제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창업지원, 기업지원 사업 발굴 등을 통해 지역 패션산업의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반을 다져 나갈 계획이다. 김성만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은 “AI 전환을 통한 패션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AI 활용 인재의 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한국폴리텍대학 영남융합기술캠퍼스와 공동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중심의 교육과 현장실습으로 AI를 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협약식에는 김성만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과 배한조 한국폴리텍대 영남융합기술캠퍼스 학장, 김지현 대구시 섬유패션과장, 산업통상부 섬유탄소나노과 사무관 등 정부 주요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 패션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토의도 함께 진행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10-22

축의금의 크기와 축하의 크기

사회 전 분야에서의 가파른 물가 상승이 서민의 삶을 갈수록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결혼식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건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하객에게 대접하는 식사와 신부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식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평균 216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경우엔 그 비용이 3509만원이었다. 고비용 결혼식이 일상화되면서 친척이나 친구의 결혼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는 2025년 8월 현재 결혼식 하객 식대의 중간 가격이 6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친구 결혼식에 가서 5만원짜리 한 장을 봉투에 넣으려면 어쩐지 낯이 뜨거워진다. 내가 먹은 밥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 사회 초년생의 푸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결혼식이 많은 봄·가을마다 축의금 고민이 커진다는 중년 남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궁여지책으로 축하 메시지와 축의금만 보내고 결혼식엔 가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얼굴을 마주하고 제2의 삶을 설계할 신랑과 신부를 축하해주려면 두둑한 축의금부터 마련해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일까? 잊을 만하면 보도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결혼식 기사를 보면 수백만 원을 넘어 수천만 원, 심지어 억대의 축의금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무슨 미담인양 담겨 있다. 이런 기사는 5만원의 축의금도 준비하기 힘든 이들을 한없이 주눅 들게 만든다. 축의금의 크기가 축하의 마음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닐 텐데. 어쨌건 없이 사는 사람들은 청첩장이 무서울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22

한국과 중국의 전통 교육 현장을 보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손주들과 고택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한국인성예절교육원에서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초중등학생을 포함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체험프로그램이었다. 작년에 서울의 사촌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떠올랐던지 올해도 참가하고 싶어했다. 한 달여 전쯤 낸 공고를 보고 미리 신청했다. 작년에는 하빈의 육신사 수당정에서, 올해는 달서구의 병암서원에서 이루어졌다. 프로그램명은 ‘선비의 하루’,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첫 시간은 서원의 역사와 서원의 가능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서원 탐방을 한다. 자유 복장에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가 이후의 수업을 들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두 번 째 시간은 선비복 체험. 선비의 옷인 유복을 입고 선비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배운다. 어린 남자아이는 한복에 쾌자를 입고 복건을 쓰고, 여자아이는 치마저고리에 배씨댕기를 머리에 얹거나 족두리를 쓴다. 어른들은 남녀없이 유복을 입고 유관을 쓴다. 입고 벗기가 쉽지 않지만 한복을 입히면 일단 아이들의 처신이 달라짐을 단번에 알게 된다. 옷을 갖춰 입힌 후 공수를 가르치고 나면 앞선 시간에서와 달리 어느새 남자아이는 의젓하고 여자아이는 조신해진다. 절하는 법도 남녀가 다르다는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배우고 익힌다. 한 아이를 앞자리에 불러서 시범적으로 선비의 일생을 가르친다. 붓, 벼루, 먹, 종이, 문방사우를 곁에 두고, 책가도 병풍을 두른 방에서 열심히 공부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할 때 입는 앵삼을 입혀 주기도 한다. 세 번째 시간에는 민화문자도 그리기를 한다. 충효의 의미에 대한 강의를 들은 후, 목판에 한자 ‘충(忠)’과 ‘효(孝)’자가 그려진 문자 그림에 색칠하는 시간이다. 같은 그림판이지만 색칠은 한 것은 제각각인 게 재밌다. 마지막 차 명상 시간에는 차를 마시며 심신을 정화하기도 한다. 네 시간이 순식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참여자들이 모두 흥미로워한다. 수업 후 나올 때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조용하고 음전해졌다.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모은 자세로 경내를 둘러보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어른의 웃는 얼굴을 보게 된다. 며칠 전 중국 복건성의 남평시에 가서 이와 대단히 유사한 광경을 봤다. 남평시는 주자학의 창시자인 주자가 나고 자라, 공부하며 거의 일생을 보낸 곳이다. 현재 그를 배향하는 서원들이 곳곳에 복원돼 있고, 그를 기리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이뤄지는 도시다. 주자의 사상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로 정한 시범유치원 행사에 초대받았다. 유치원 곳곳에 배치된 어린 유치원생들이 저마다의 몫을 앙증스러운 모습으로 소화해 내고 있었다. 뜰에서는 차를 재배하여 말리고 덖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무대에서는 각종 기예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마지막에는 차 마시는 모습을 연극처럼 보여주었고, 가장 마지막엔 주자가훈을 외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행사였다. 과장적 분장에 일사불란하게 잘 훈련되어 정돈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와는 좀 다른 체제와 문화의 향기를 느꼈다. 그러나 전통을 익혀 전승하려는 노력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10-22

스트레스가 위를 망친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장기는 위장이다. 입맛이 떨어지고 밥을 먹으면 잘 체하고 항상 속이 답답하고 트림이 자주 나오거나 속이 쓰린 느낌이 생긴다. 병원에 가서 위내시경을 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기능적 장애로 위의 운동과 분비를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불균형해진 것이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스트레스가 심하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위의 움직임이 억제되고 혈류 공급이 줄어든다.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되기도 하고 반대로 위의 연동이 떨어져 음식이 오래 머물면서 더부룩함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느껴지는 속의 답답함은 단순히 소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의 긴장 반응이 위를 조이고 있는 상태다.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먹어도 마음이 불안하면 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불면, 어깨 결림, 손발 냉증, 두통 같은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교감신경은 몸을 싸움 모드로 부교감신경은 휴식 모드로 만든다. 스트레스 상황이 반복되면 몸은 항상 ‘전투 태세’를 유지한 채로 살게 된다. 혈압이 오르고 위산이 과다해지며 위 점막이 손상되고 염증이 생긴다. 심지어 심한 경우는 위벽이 예민해져서 음식만 들어가도 통증을 느끼거나 공복에도 쓰린 증상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단순한 위장병이 아니라 간과 비위장의 복합 문제로 본다. 간은 기운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기인데 스트레스에 즉각 반응하는 것으로 본다. 스트레스로 간의 기운이 막히면 위장의 소화력도 함께 떨어진다. 기가 울체되면 명치가 답답하고 트림이 나며 배가 더부룩하며 음식이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 비위가 약해져 입맛이 떨어지고 체중이 줄거나 대변이 묽어지는 등 전신적인 허증으로 번진다.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위를 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 한의학에서는 침, 약침, 한약 등을 통해 교감신경의 긴장을 풀고 부교감신경의 회복을 돕는다. 특히 성상신경절 부위나 복부 자율신경총 주변의 약침은 스트레스에 긴장된 신경을 안정시켜 위장의 운동성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한약은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비위장의 소화기와 간 기능을 조절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약재들이 쓰인다. 시호, 향부자, 백출, 감초, 반하 같은 약재들이 대표적이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천천히, 조용한 환경에서 하는 것이 좋다. 과식이나 늦은 야식은 자율신경의 회복을 방해한다. 커피, 에너지음료, 자극적인 음식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므로 피하는 게 좋다. 잠을 충분히 자고 짧은 명상이나 심호흡으로 신경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몸이 이완되면 위도 자연스럽게 따뜻해지고 소화력이 살아난다. 결국 위장은 마음의 거울이다. 마음이 긴장하면 위도 움츠러들고 마음이 편안하면 위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래서 위장병을 치료할 때는 스트레스를 함께 다스려야 한다. 위를 치료한다는 건 단지 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과 감정 몸의 전체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다. 위를 편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약은 결국 이완된 마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10-22

대구 타운홀미팅에 거는 시민 기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대구에서 시민들과 만나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타운홀미팅’을 연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광주를 시작으로 대전·부산·강원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취임 4개월을 맞은 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구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대구시민들은 그동안 타 지역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을 보면서 이 행사가 하루빨리 열리길 기대했다.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현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1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타운홀 미팅 참석을 희망하는 대구 시민은 대통령 페이스북에 게시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고 공지하면서 “첨단기술 융합 메디시티 실현, AI 로봇 수도 조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도시 구축 등 대구의 성장 전략을 시민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운홀미팅의 주요 의제를 예고한 것이다. 현재 대구에서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부분 말고도 긴박한 현안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게 TK 신공항 건설이다. 대구시가 모든 재정을 책임져야 하는 TK신공항 건설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정부가 건설비용 모두를 부담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금지원을 해줘야 한다. 광주처럼 대통령실 주관 TF가 조속히 구성될 필요가 있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도 대통령이 나서줘야 한다. 지금까지 대구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이전하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었는데, 정부가 바뀌면서 돌연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대구시민은 지금까지 구미공단을 거쳐 흐르는 낙동강물을 취수해 수돗물로 사용하면서 항상 불안에 떨고 있다. 식수문제는 대구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 타운홀미팅에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 타운홀미팅은 대통령이 민심을 읽는 자리다. 이 대통령은 정제된 목소리뿐 아니라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을 가감 없이 들을 필요가 있다. 대구시민들도 이 기회를 ‘민원 나열식’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대구의 백년대계가 걸린 현안 해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2025-10-22

경주 APEC, ‘경북 경쟁력’ 세계에 알릴 기회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번 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경북도는 21일 경주엑스포 대공원에서 이철우 도지사 주재로 최종 점검 회의를 열고 마지막까지 챙겨야 할 부분들을 살폈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긴장을 늦추지 말고, 체크리스트를 꼼꼼하게 재점검해 한 치의 빈틈도 없게하라”고 지시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이날부터 정부와는 별도로 9개반(총괄, 문화, 봉사, 환경, 안전, 경제, 의료, 홍보, 교통·숙박) 76명으로 구성된 자체 종합상황실 운영에 들어갔다. 이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특히 경제 성과를 극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산업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APEC 참가국 간의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 그리고 안동 ‘퀸스 로드’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정 성과로 연결해 보라는 아이디어다. ‘퀸스 로드’는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안동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당시 여왕이 관람한 코스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번 APEC 회의에서도 정상 배우자들이 불국사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APEC 정상회의 기간에는 세계 경제·산업계의 시선이 경주로 쏠린다. APEC 경제포럼인 ‘CEO 서밋’이 28일부터 나흘간 경주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CEO 서밋’ 의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도 참석한다. 글로벌 빅테크 거물들도 자리를 같이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참석이 유력하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제인들은 이 자리에서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투자·협력 기회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CEO 서밋’에 참가하는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경북의 저력을 담은 콘텐츠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의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2025-10-22

다문화는 다른 문화일까

‘선생님, 제 이름은 세라예요. 근데 집에서는 ‘사라’라고 불러요.‘ 지역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아이가 자기소개를 한다. 엄마는 필리핀 출신, 아빠는 한국인이다. 한국어는 제법 유창하지만, 교과서 속 단어 몇 개는 여전히 낯설다. 점심시간이 되자 친구들은 자연스레 무리를 지어 놀지만, 세라는 머뭇거리게 된다. 언어보다 더 높은 벽은 ‘섞이지 못하는 낯선 분위기’다. 이런 장면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 아동은 2006년 5천 명 수준에서 지난해 18만 명을 넘어섰다. 20년 사이에 30배 이상 늘어났다. 전국 학생 100명 중 3명은 다문화 가정 출신이며, 특히 농어촌과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그 비율이 훨씬 높다. 한국 사회가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다인종·다민족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경북의 교실도 예외가 아니다. 포항, 구미, 영천 등지의 초등학교에는 베트남·캄보디아·우즈베키스탄 출신 어머니를 둔 아이들이 한 반에 서너 명씩 있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 입학했을 때는 한국말을 거의 못해 교실에서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며 ‘같이 놀고 싶지만 말이 안 통해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경상북도교육청은 이런 학생들을 위해 ‘다문화학생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포항교육지원청은 언어지도 강사를 파견한다. 하지만 현실은 턱없이 부족하다. 포항의 한 언어지도사는 ‘5개 학교를 돌며 하루 한 시간씩만 수업한다’며 ‘담임교사와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개별 맞춤지도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역 간 편차도 심하다. 대도시인 대구나 수도권에는 다문화 예비학교가 여럿 있지만, 경북 농촌지역에서는 찾기 어렵다. 문제는 정책의 시각이 ‘적응지원’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다문화 교육을 ‘결손을 보완하는 복지사업’으로 본다. 필요한 것은 ‘통합 교육’이다. 이주배경 학생이 한국 사회의 주변부가 아니라, 뉴노멀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제도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은 언어교육과 문화이해 교육, 교사 집중연수, 학부모 지원을 통합적으로 운영한다. 한국은 부처별 사업이 따로 놀고, 현장 교사는 행정보고에 쫓긴다. 교사 양성과정에서 다문화 이해교육을 의무화하고, 전문 상담교사와 통역인력을 상시 배치하는 국가 차원의 통합적 시스템이 절실하다. 이주배경 아동의 교육권은 복지의 일부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미등록 체류아동은 여전히 입학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출입국관리법상 부모신분 노출을 꺼리는 탓에 학교 문턱에서 돌아서는 아이들이 생긴다. ‘교육은 인간의 권리’라는 원칙이 서류 한 장에 막히는 현실은 부끄럽다. 교실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이주배경 아동이 차별없이 배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교실이 ‘침묵의 공간’으로 남는다면 한국사회의 미래가 그만큼 닫혀버리지 않을까. 다문화는 더 이상 다른 문화가 아니다. 다문화를 우리 문화로 적극 포용하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선진국의 힘은 배려와 공감에서 나온다. /장규열 본사 고문

2025-10-22

정부,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듀레이션갭 규제방안‘ 확정발표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과 ‘듀레이션갭 규제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보험건전성기준(K-ICS) 안착을 위해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보험사 건전성 부담을 완화하되, 자산·부채 관리(ALM) 역량 강화 유도가 골자다. 우선 보험부채 할인율 산정 시 반영하는 최종관찰만기(국고채 실제금리 반영 구간)를 기존 23년에서 30년으로 늘리되, 2026~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단계적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계획(2025년 일괄 적용)을 다시 조정한 것이다. 금융위는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이 지속되고, 2026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시 장기물 금리 하락이 우려된다”며 “일시적 충격을 피하기 위해 점진적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만기가 30년으로 늘어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기준)이 평균 19.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돼, 완만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2027년부터 듀레이션갭 규제를 도입한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부채 가치의 민감도를 뜻하며, 듀레이션갭은 자산과 부채 간의 차이로 금리변동 시 순자산 변동 폭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는 이 지표에 대한 직접 규제가 없었으나, 새 제도 시행 이후 금리하락기에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로 인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자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융위는 2027년부터 경영실태평가에 듀레이션갭 항목을 추가하고, 일정 수준을 넘으면 금리리스크 평가 등급을 낮게 부여할 방침이다. 또한 듀레이션·듀레이션갭 정보를 경영공시 항목에 포함시켜 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 제도 시행 전에도 금리리스크가 큰 보험사를 대상으로 즉시 실태점검과 밀착관리에 들어간다. 올해 6월과 9월 기준으로 각 보험사의 듀레이션갭 현황을 점검하고, 갭이 악화된 회사에는 개선계획 제출과 경영진 면담을 요구하며, 필요시 최고경영진 간담회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건전성에 기반한 신뢰금융–생산적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0-22

가을 하늘

살다보면 흐린 날 속에 가끔 무지개가 뜨는 날도 있습니다. 지나가는 누군가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어 입이 저절로 달싹입니다. 얼마 전에 딸네에 다녀왔거든요. 현관문을 들어서자, 사위가 요리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내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을 음식을 해 주고 싶었다고 하네요. 외국여행지에서나 맛볼만한 음식입니다. 이름이 낯설어 들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지만, 마음이 담긴 그것은 특별했습니다. 와인까지 준비했더군요. 식사가 끝나자, 꼬맹이 손자가 피아노 실력을 보여주려 한껏 폼을 잡습니다. 음표에 몰두할수록 아이의 입이 자꾸만 벌어집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습니다. 박수소리에 한 살 터울의 형아가 일어나 태권도 시범을 보입니다. 제법 진지합니다. 쳇지피티와도 대화하는 아이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제 다 컸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옵니다. 집안을 둘러봅니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펜트리도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이젠 장난감으로 어질러진 거실이 아닙니다. 딸의 마음을 보는 것 같습니다. 연년생 아기를 끌어안고 울던 딸이 조금은 여유롭게 보여 안심입니다. 딸과 사위의 찌그럭거림도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 여겼지만, 그 과정을 보는 내 마음은 늘 무거웠거든요. 친구에게 전화를 겁니다. 자연스럽게 딸네 다녀온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위가 차려준 밥상 얘기가 나오다 목에 걸립니다. 사위가 실직해 걱정이라는 친구의 말이 퍼뜩 떠올라서입니다. 이야기가 설렁설렁 겉돕니다. 이제 조금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더라는 말로 얼버무립니다. 길에서 친한 언니를 만났습니다. 딸네 잘 다녀왔냐고 묻습니다. “손자들 많이 컸지?” 라는 언니에게 나는 장난기가 심할 나이라는 말로 끝을 맺습니다. 언니는 꽤나 잘 나가는 아들이 마흔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거든요. 지인들이 손자 얘기에 열을 올릴 때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던 언니입니다. 내 마음이 흐린 날, 눈물 콧물 닦으면서 풀어놓아도 좋을 친구와 언니들. 미주알고주알 내 놓으면 마음을 안아주던 그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좋은 일은 내 놓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요즘 자주 느낍니다. 슬픔은 들어주면서 내 위안도 되기에 조금 더 쉬운 걸까요. 나 또한 자랑을 온전히 받아주지 못했습니다. 이제 직장인이 된 아들이 용돈 주더라는 동생의 전화에 그때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지요. 그런데 그 화살이 제 살기에 급급한 아들 녀석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동생의 자랑이 은근히 아들에게 비난의 잔소리가 되었던 거지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누군가의 기쁨을 진심으로 받아주는 일도 마음의 여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요.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딸네의 얘기를 마음 놓고 얘기해도 되는 나의 대나무 숲은 누구일까. 문득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아이가 첫 걸음을 떼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백점 맞은 시험지도, 상장도 엄마 앞에서는 마음껏 떠들 수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마치 천재 인 냥 자랑해도 엄마는 당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맞장구쳤습니다. 엄마는 나의 자랑꺼리가 더 있기를 바라셨지요. 그랬던 나의 대나무 숲은 이제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대나무 숲도 화를 낼 때가 있더라고요. 예전, 여동생이 아기를 업고 친정 왔을 때였습니다. 동생은 가끔 시어머니 얘기를 했습니다. 농사지은 것들을 챙겨주신답니다. 뒷손이 가지 않게 파를 다듬어서 신문지에 싸 아래 위를 노끈으로 묶어 한 가닥씩 빼 먹기 쉽게 해서요. 그 얘기를 몇 번 들었던가봅니다. 엄마가 벌컥 화를 내셨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요. 동생과 나는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시집가서 잘 살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왜 화를 내셨는지, 그땐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더 줄 것이 없어 미안함이 화로 번질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압니다. 자식들의 무지개가 내 하늘입니다. 대나무 숲에 자랑하던 나는 이제 자식들의 대나무 숲입니다. 그들의 자랑으로 내 하늘은 무지개가 가득합니다. 주변인들의 무지개까지 다 품을 수 있는 나의 하늘을 가졌으면 합니다. 가을 하늘은 참 넓습니다. /윤명희 수필가

2025-10-22

“소규모주택정비사업 규제 대폭 완화된다”

정부가 노후·저층 주거지의 자율적 정비를 촉진하기 위해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제도 전반을 손질한다. 국토교통부는 22일부터 12월 1일까지 40일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주택정비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 9•7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 어려운 노후·저층 주거지를 1만㎡ 미만 단위로 신속히 정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개정안에는 △사업구역 지정기준 완화 △신탁업자 참여요건 완화 △용적률 특례기준 명확화 △임대주택 인수가격 세부기준 마련 △통합심의 위원회 구성 등 폭넓은 제도개선 사항이 담겼다. △가로구역 기준 완화••• ‘예정 기반시설’도 인정 현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설치 예정도로 포함)와 기반시설로 둘러싸인 구역에서만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원•공용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새로 계획하는 경우도 사업구역으로 인정받도록 기준이 완화된다. 사업시행구역의 토지소유자가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 ‘예정 기반시설’ 계획을 내면 가로구역으로 간주된다. △신탁업자 사업시행자 지정요건 완화 현행 제도는 신탁업자가 소규모정비사업 시행자로 지정되기 위해 토지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신탁받아야 하지만, 신탁 기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따라 토지 신탁 요건은 삭제되고, 대신 토지소유자 절반 이상의 추천을 받거나 조합설립 요건(가로주택정비 75%, 소규모재건축 70%, 소규모재개발 75%)을 충족하면 시행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개선된다. 이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신탁업자의 참여 활성화가 기대된다. △기반시설제공 시 용적률 특례 적용 법 개정으로 사업구역 인근 토지 또는 빈집 부지를 기반시설용지로 제공하면 법정상한용적률의 최대 1.2배까지 건축 가능한 특례가 신설됐다. 시행령에는 이 특례 적용을 위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된다. 인근 토지가 사업구역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0m 또는 도보거리 1000m 이내일 경우 특례 적용이 가능하며, 해당 시설의 면적 비중에 따라 용적률을 산정하게 된다. △임대주택 인수가격 ‘기본형건축비 80%’ 소규모정비 관리지역 및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 특례로 공급되는 임대주택 인수가격 기준도 표준건축비 → 기본형건축비의 50% 이상으로 변경된다. 시행령에서는 이를 구체화해 인수가격을 기본형건축비의 80%로 정하고, 건물 구조·형태 등에 따라 추가비용을 가산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시행자는 용적률 상향분의 절반 이하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통합심의공동위원회 구성 명문화 개정 법률은 기존의 건축심의·도시관리계획 외에도 경관심의, 교육환경평가, 교통·재해영향평가 등을 통합심의 대상으로 확대했다. 이에 맞춰 시행령에는 통합심의 공동위원회 구성방법과 분야별 최소 위원 수가 새로 규정됐다. 위원회는 위원장·부위원장을 포함해 최대 40명 이내로 구성된다. 김배성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도심 내 노후주거 개선•공급 속도 모두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0-22

농해수위 해경 국감, ‘순직 경사·서해 피격’ 놓고 여야 총체적 부실 질타

22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최근 발생한 ‘고(故) 이재석 경사 순직 사건’ 부실 대응 의혹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 결과 번복 논란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고 이 경사 사건을 보면 차라리 해경을 해체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임 의원은 “영흥파출소는 구조거점파출소로 24시간 잠수구조요원이 대기해야 하지만 출동하지 않았다”며 “당시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발견해 신고한 것도 인천시가 1억2000만 원을 주고 계약한 민간 드론업체였다”고 밝혔다. 이 경사는 지난달 11일 새벽 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 고립된 70대 남성에게 구명조끼와 장갑을 건넨 뒤 맨몸으로 수색에 나섰다가 실종됐으며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경사와 함께 사고 당시 당직을 섰던 팀 동료 4명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파출소 전 팀장 A 경위로부터 6시간 휴게를 지시받고 사고 당일 오전 3시까지 쉬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이번 사고의 본질은 ‘2인 1조 근무 수칙’ 위반 여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현장에는 애초에 6명이 근무하게 돼 있는데 실제로는 2명만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두 사람이 근무 중이었으니 팀장이 파출소에 남아 있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만희(영천·청도) 의원은 해경의 업무 수행체계, 대응 방식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영흥파출소 근무인원이 소장을 포함해 28명이다. 아무리 야간이라 하지만 근무자가 2명이라는 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0-22

산불 견딘 ‘청송 송이’ 생산량 작년 대비 195%↑

산불의 상처를 견딘 청송의 숲이 송이 향으로 가을을 맞이했다. 예상 밖의 풍작에 지역 임업인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이 번지고 있다.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우려됐던 청송 송이 작황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연의 선물로 불리는 송이가 산불의 상처를 이겨내고 잦은 가을비 덕분에 풍작을 이뤄내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는 윤달의 영향으로 송이 출하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은 이달 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초 평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생산량은 기대를 훌쩍 넘어섰다. 산불피해를 입은 청송읍과 파천·진보면 등 일부 지역은 채취가 어려웠지만, 주왕산면과 부남면, 현동·안덕·현서면 등 삼남지역에서는 송이가 대량으로 생산돼 ‘풍년 송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청송군산림조합에 따르면 22일 현재 송이 총 생산량은 6092㎏, 거래금액은 12억2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066㎏, 4억9000만원 대비 195% 증가한 수치다. 산불피해지를 제외한 지역의 임야에서는 송이가 쏟아져 나오며 임업농가들이 모처럼 ‘가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에 산림조합 공판장은 송이를 납품하려는 채취자와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로 연일 붐비며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수확철에 잦은 비가 내리면서 향과 품질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소비자 만족도는 오히려 높은 편이다. 청송공판장을 찾은 이용대(68·대구 수성구)씨는 “산불이 크게 나서 송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많고 품질도 괜찮아 구입했다”고 말했다. 현동면의 한 임업 농가는 “산불 피해를 비껴 다행히 많은 송이를 채취할 수 있었다”며 “작년보다 수익이 늘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청송산림조합 공판장 관계자는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송이 출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청송사과축제(11월 2일까지)를 전후로 송이철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1일 기준 송이 공판장 경매가격은 1등품 ㎏당 43만9600원, 2등품 37만9600원, 정지품 33만1100원, 개산품 25만3000원, 등외품 14만6300원으로 형성됐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25-10-22

영일대해수욕장 공영주차장에 포항 첫 특급호텔···‘노보텔’ 브랜드 26층 규모

영일대해수욕장 공영주차장 부지에 포항 최초의 특급호텔이 들어선다. 포항이 해양관광과 마이스(MICE) 산업이 결합한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로 도약할 동력을 얻게 됐다. 포항시는 영일대해수욕장 공영주차장 부지 6869㎡를 활용한 도시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포항오션포스트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특급호텔 건립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올해 협약 체결 후 내년에 특수목적법인(PFV) 설립을 마치고, 2027년 착공할 계획이다. 프랑스 아코르(Accor) 그룹의 ‘노보텔(Novotel)’ 브랜드가 입점하는 26층 규모의 특급호텔은 221개 객실, 연회장·회의실·인피니티 풀·스카이라운지 등 고급 편의시설을 갖춘다. 영일대해수욕장과는 ‘퐝퐝브리지’를 통해 연결해 바다를 걷는 듯한 관광 동선도 제공한다. 주변에는 49층 랜드마크 주상복합과 공영주차장(317면)이 조성돼 영일대 일대가 포항의 새로운 해양관광 허브로 재편된다. 여기에다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와 연계해 국제회의·전시·관광·레저를 아우르는 마이스(MICE ) 기반도 완성된다. 포항시는 특급호텔 건설단계 951명, 운영단계 198명 등 총 1100명 규모의 고용 창출과 지역 식음료·쇼핑·교통 등 관련 산업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역 인력 우선 채용과 지역기업 참여 확대, 환경·교통 영향 최소화 등 시민 체감형 상생 방안도 협약에 담는다. 도정현 포항시 도시계획과장은 “'찾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만들어줄 특급호텔 건립을 계기로 포항이 명실상부한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0-22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 신중년특화과정 입학식 개최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학장직무대리 조성문)는 20일 리사이클링센터 세미나실에서 ‘2025년 신중년특화과정 입학식’을 열고, 중장년층을 위한 맞춤형 직업교육의 새 출발을 알렸다. 이번 입학식에는 조성문 학장직무대리를 비롯해 행정처장, 산학협력처장, 담당 교수진, 교육생 등이 참석해 미래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실무형 인재 양성 의지를 다졌다. 올해 신중년특화과정은 △산업안전 △전기공사 △전기설비 △드론조종 기초 등 총 4개 과정으로 구성됐다. 만 40세 이상 중장년층의 직무역량 강화와 재취업 지원을 목표로 2개월간 운영되며, 주간·야간 및 주말반 형태로 개설돼 재직자와 구직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산업안전’ 과정은 제철시스템과 박춘기 교수가 산업안전관리와 기술을 중심으로 실무 교육을 맡고, ‘전기공사’와 ‘전기설비’ 과정은 전기제어과 박철순 학과장이 자격증 취득과 실습 중심의 훈련을 병행한다. 또한 ‘드론조종 기초’ 과정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드론 조종, 항공촬영, 안전 운용 등 실습형 교육을 실시하며, AI 디지털리터러시 과목을 통해 최신 기술 활용 능력도 함께 배운다. 특히 이번 교육은 올해 새롭게 문을 연 ‘뿌리산업특화교육센터’에서 진행된다. 센터는 산업 현장의 흐름에 맞춰 최신 실습실과 장비를 갖추고, 지역 주력산업에 특화된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교육생들은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을 습득하고, 산업안전·설비·전기 등 기반 기술 분야의 숙련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받는다. 조성문 학장직무대리는 “중장년층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직업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산업과 연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재취업과 직무전환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는 오는 11월 1일부터 △기계시스템과 △융합산업설비과 △전기과 △이차전지융합과 △제철시스템과 등 5개 학과의 1년제 직업교육과정 신입생 모집을 시작한다. 해당 과정은 전액 국비 지원으로 교육비가 무료이며, 기숙사도 제공된다. 학교는 이를 통해 현장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0-22

에코프로 창립 27주년 기념식··· “국가대표 기업으로 글로벌 도약 결의”

에코프로가 창립 27주년을 맞아 창업 초기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되새기며 국가대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다졌다. 국내 기업 최초로 헝가리 데브레첸에 양극재 생산공장을 세운 데 이어,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투자 등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K-배터리 소재 국가대표 기업’으로서의 사명감을 강화하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 “다가올 27년은 혁신과 글로벌 리더십의 역사” 22일 충북 오창 본사에서 열린 창립 27주년 기념식에서 에코프로는 오창·포항을 비롯한 국내 사업장과 헝가리,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 해외 거점을 연결하는 글로벌 생산체제 완성을 목표로 국가대표 친환경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동채 창업주는 기념사에서 “지난 27년이 ‘도전과 개척의 역사’였다면, 다가올 27년은 ‘혁신과 글로벌 리더십의 역사’가 될 것”이라며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진정한 친환경 이차전지 선도기업으로 성장하자”고 당부했다. 에코프로는 지주사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광산 투자를 확대하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 제련사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IMIP(모로왈리 산업단지) 내 QMB(9%), 메이밍(9%), ESG(10%), 그린에코니켈(38%) 등 4개 제련소에 총 7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니켈 중간재인 MHP(Mixed Hydroxide Precipitate)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제련소 자회사 편입 등을 통해 연간 약 1800억 원 규모의 이익이 예상된다. 또한 IGIP(인터내셔널 그린 산업단지)에서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PT Vale Indonesia 등 글로벌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2단계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헝가리 데브레첸의 양극소재 공장은 최근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총 44만㎡ 부지 규모로, 연간 5만4000t 생산능력을 갖춘 유럽 현지 첫 양극재 공장이다. 이 창업주는 “27년 전 서울 서초동의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단 한 명의 직원과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세계로 뻗고 있다”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도전의 에너지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창립 초기의 도전 정신으로 100년 기업 이뤄야” 에코프로는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소식을 계기로 환경산업의 미래 가능성을 확신한 이동채 창업주가 1998년 설립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한 그는 주차장 컨테이너를 연구실로 삼아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이 창업주는 “환경사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절대 사업이라는 신념으로 시작했다”며 “무모한 도전과 열정이 새로운 산업의 지평을 열었다”고 회고했다. 케미컬필터 연구 초기에는 부직포에 접착제를 붓으로 바르는 방식으로 직접 시제품을 제작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결국 나노카본 탈취제 상용화, 케미컬필터 및 온실가스 저감장치의 국산화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2004년에는 제일모직과 함께 ‘초고용량 이차전지용 양극소재 개발’ 국책과제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이차전지 산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에는 일본 소니에 양극재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창업주는 “우리는 개척자의 길을 걸어왔다”며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열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이 에코프로의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은 기술력 확보였다. 초격차 기술과 원가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 될 것” 이 창업주는 “오창과 포항, 헝가리 데브레첸 등 우리가 뿌리를 내린 모든 지역의 발전이 곧 에코프로의 성장”이라며 “지역과 함께 상생하고, 지역 인재를 고용하는 대표 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는 전체 임직원의 약 90%를 지역 인재로 채용하며 지방 분권형 인재경영 모델을 확립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변화와 혁신, 도전, 신뢰’라는 핵심가치를 실천해 온 우수사원과 장기근속자에 대한 포상도 이뤄졌다. ‘올해의 에코프로인(人)’에는 경영관리본부 조장훈 이사와 에코프로이엠 품질보증팀 이순렬 책임이 선정됐다. 조 이사는 경영관리 선진화 방안을 제시한 공로로, 이 책임은 품질보증 향상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22일 주식시장에서는 이날 창립기념을 축하하듯 전일대비 15.68%가 상승한 8만7400원으로 마감됐다.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향안정세를 보여왔던 에코프로는 지난 10월 10일 종가 4만6550원에서 22일까지 87.8% 상승했다. /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

2025-10-22

공사 골든타임인데… 잦은 가을비에 멈춘 건설현장

포항 지역의 아파트 및 주요 건설 현장이 예년과 달리 길게 이어진 가을장마로 인해 공정 차질을 빚고 있다. 여름철 폭염과 폭우로 이미 일정이 밀린 상황에서 10월 마저 잦은 강우로 공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각 사업현장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가을은 건조한 기후 덕분에 공사 진행의 ‘적기’로 꼽히는 시기지만, 올해는 맑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불규칙한 강우가 이어지며 ‘현장의 시계’를 멈춰 세우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공사는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여러 차례 공기 연장을 겪은 이 현장은 하천 정비와 구조물 시공 과정에서 토사 유실 위험이 커 강우 시 작업이 전면 중단된다. 최근 잦은 강우로 공사가 진행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연이은 지연으로 인근 주민 불편도 가중되고, 추가 공사비 부담도 늘고 있다. 포항 도심 곳곳의 아파트 신축 현장도 비상이다. 특히 골조 공사 단계는 흙을 다루고 콘크리트를 타설해야 하는 작업이 주류여서 비에 가장 취약하다. 강우 시 장비 투입이 어렵고, 양생(養生) 품질 저하로 구조물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 현장 관계자는 “11월 이후에는 동절기 영향으로 콘크리트 품질 확보가 어려워 10월을 ‘골든타임’으로 본다”며 “하지만 올해는 잦은 비로 인해 타설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포항 북구의 한 아파트 현장 소장 A씨도 “지난주에도 5일 연속 비가 내려 타설을 전면 중단했다”며 “이 시기를 하루라도 놓치면 전체 공정이 밀리기 때문에 현장 직원들 모두 초조하다. 공기 압박은 심해지는데 날씨를 어찌할 수도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 오는 날은 안전사고 위험이 커 인력 투입도 쉽지 않다”며 “기상 악화가 잦아지면 결국 입주 일정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세 건설하도급업체도 울상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장비 임대료, 인력 대기비용 등 간접비가 발생하지만 계약상 기상 화를 이유로 보상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포항의 한 철근콘크리트 전문업체 대표는 “발주처나 종합건설사는 공기 연장 협의라도 하지만, 하도급은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이달만 해도 비로 멈춘 날이 열흘이 넘는다. 이대로라면 도산하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현상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가뭄이나 장마 등 예측할 수 없는 변동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공공공사 계약에 ‘기후 변수 반영형’ 공기 산정 제도를 도입하고, 불가피한 공사지연에 대해선 간접비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차원의 선제 대응도 요구된다. 포항시는 최근 하도급 업체 등의 민원이 잇따르자 대응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포항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기후 리스크가 생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자연재해에 따른 공정 지연은 전국적 현상이지만, 지역 건설경기에 미치는 타격이 커 앞으로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