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쓸 수 있다

매일 밤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 쓴다. 뭐가 걸려 올라올지 모르는 채 바다로 나가는 어부가 그럴까. 생계를 위한 하루의 노동을 마치면 정신의 노동이 시작된다. 그것은 생계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해 쓰는지 모르면서 쓴다. 나는 시를 위해 시를 쓰는 것이다, 라고 혼잣말하면서도 시가 뭔지 모르겠다. 20년째 같은 혼잣말을 하고 있다.먼저 모드를 전환해야 한다. 일하던 몸, 먹고 사는 일 앞에 걱정하고 두려워하던 몸, 인사하고 부탁하고 아부하고 싸우던 몸을 시 쓰는 몸으로 바꿔야 한다. 생각에서 감각으로, 이성에서 직관으로, 베타파에서 알파파로 모드를 바꾸기 위해 핸드 그라인더로 커피 원두를 간다. 촛불 냄새, 연필심 냄새, 나무 냄새, 새벽 이불 냄새, 비 내린 저녁 냄새 같은 커피향이 방 안에 진동한다. 호흡이 차분해진다.너무 작아져서 더는 사용하지 않는 비누, 그래서 녹을 수 없는 비누, 거의 소멸됐지만 소멸이 유예된 비누에 대해 쓰고자 한다. 생각이 도무지 나아가지 않는다. 비누를 들여다보고 냄새 맡아보고 손에 쥐어본다. 비누가 말을 걸어오길 기다린다. 비누는 말이 없고, 옆집 변기 물 내리는 소리, 고양이 비명, 담배 연기만 수런거린다. 이 짓을 하고 있다 보면 이상(李箱)이 떠오른다. 시 쓰기는 육체의 일인가 정신의 일인가, 노동인가 아니면 유희인가 생각하는 것이다.“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 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라던 이상의 고백은 가난이 예술가에게 질병과 굶주림이라는 절망을 가져다 줄 때 오히려 정신은 풍요롭다는 역설이다. ‘육체’의 세계인 자본주의 도시, 대중성과 결별하여 정신적 공간인 ‘방’ 안에 스스로 고립되는 순간 예술가는 마침내 ‘천재’를 회복해 “유쾌하다”고, 이상은 말한다. 하지만 나는 시 쓰는 게 유쾌하지 않다.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이후로 시는 언제나 고통이고 절망이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내가 이상보다 12년을 더 살았다. 김유정보다, 기형도보다 10년을 더 살았다. 나는 이미 그들처럼 될 수 없다.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무언가 쓰고 있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이고 싶지는 않다. 천재는 애초에 틀렸고, 박제가 되기 싫다. 잘 살고 싶다. 건강하게, 남들처럼, 돈 벌고, 결혼하고, 주말엔 외식하고, 저축하고, 4대 보험의 혜택 안에서 살고 싶다. 밤마다 세속적 욕망과 문학에 대한 열정이 격렬하게 싸운다. 삶과 문학 사이에서 길항하다보면 삶도 문학도 다 이룰 수 없다는 걸 두려워하면서도.20대에는 시가 돈이 되지 않아도 행복했다. 아무도 걷지 않은 오솔길의 임금이 된 것만 같았으니까. 서른 살이 되자 돈이 되지 않는 시를 계속 붙잡을 수 없었다. 멀리 달아났다. 그런데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시는 더 세게 나를 잡아당겼다. 돌아선 뒤통수에 쏟아지는 시의 따가운 눈총이 괴로워 취해버린 밤도 많았다. 돈 잘 벌고 ‘잘 나가도’ 시 한 편 쓰는 성취감에 비할 바 아니었다. 그래서 돌아왔다. 붙잡혀 끌려왔다는 편이 더 정확하겠지만.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30만원짜리 반지하 월세방에서 10년을 살았다. 많은 시와 평론, 논문을 썼다. 방 세 개 전셋집으로 이사했지만 시를 쓴다는 건 여전히 죄스럽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을 한다는 누명이 억울하기도 하다. 세상의 냉대와 외면, 왜곡과 오해에 떠밀려 마음의 거처는 여전히 반지하에 머무는 날이 많다. 그때마다 시로 무언가를 이뤄야겠다고 다짐한다. 뭘 이룰 수 있는지도 모르면서 뭐라도 이루고 싶다.시 쓰면 굶어죽는 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 있고 건강하다. 등단을 했고, 시집도 냈다. 물론 등단이나 시집이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느 해엔가는 밥벌이를 다 잃고선 글만 써서 즉석밥과 라면을 먹었다. 이런저런 원고료로 전기세, 가스비 내고 방값도 냈다. 이룰 수 없는 문학을 붙잡고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해왔다. 시를 이루다보면 삶도 이뤄지는 기적을 믿을 수밖에 없다.이수명 시인은 내게 “시는 이뤘으나 이룰 수 없으므로 늘 이루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시 쓰기는 언제나 무승부인 싸움, 또는 언제나 내가 지는 시합이다. 도대체 이걸 왜 붙잡고 있냐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질문에 나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면서, 흔들리면서,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어디론가 나아간다.비누를 들여다본다.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2022-04-19

‘대구경북혁신 플랫폼’에 거는 기대 크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규모 국비지원을 받아 지역대학, 기업들과 손잡고 이 지역 미래를 이끌고 갈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18일 ‘2022년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에 ‘대구경북 지역혁신 플랫폼’이 최종선정됐다고 발표했다. RIS는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공동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 중장기 발전목표에 부합하는 핵심분야를 선정하고, 추진토록 교육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구경북 플랫폼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참여하는 복수형 플랫폼으로, 총괄대학인 경북대와 중심대학인 영남대를 비롯해 23개 대학, 14개 지역 혁신기관·연구소, 200여개의 지역 기업들이 참여한다. 사업기간은 5년(3+2년), 사업비는 3천316억원(지방비 30% 포함)이며, 올해 예산은 572억원(국비 400억원)이다.대구경북 플랫폼 구축 첫 단계에서는 학생·학점 공유가 가능한 대구경북 혁신대학(DGM·참여대학 23곳)이 설립된다. 혁신대학에서는 대구경북이 미래성장산업으로 정한 ‘전자정보기기’와 ‘미래차전환부품’ 분야의 인재가 연간 1천100여명 양성돼 구인난을 겪는 지역기업들이 안정화될 수 있다. LIG넥스원, 에스엘, 화신 등 지역 대표 중견기업들이 참여한다. IT분야와 차부품 산업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는 셈이다.RIS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대구경북은 이제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산업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게 된다. 이 플랫폼이 가동되면 이 지역 대학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어 지역경제계의 선순환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 기업과 인재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낙후돼 가는 이 지역산업이 ‘대구경북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인해 재도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RIS사업의 취지는 결국 미래 성장산업에 종사하는 인재를 길러 지역소멸 위기를 막자는 것이다. 이번 사업 유치를 계기로 해서 지자체·대학·기업의 역량을 총결집해 대구경북이 청년들에게 매력있는 도시로 하루빨리 변해야 한다.

2022-04-19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대구시 등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전국 13개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의 국비 지원을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전국 13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는 건의문에서 “고령화 가속화와 도시철도 노선의 광역화 등으로 법정 무임승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도시철도는 전국적으로 1조6천억원이 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당기 순손실 규모가 50% 이상 증가해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의 국가 보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정부 보전은 이미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된 민원이나 아직도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시철도 무임승차제도는 올해로 38년째 시행되는 복지정책이다. 1984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후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으로 지원범위가 넓어졌다.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도시가 확대되면서 이 제도는 보편적 복지로 이제 자리를 잡았다.그러나 보편복지라는 인식과는 달리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에 따른 정부의 재정지원은 뒤따르지 않았다. 정부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한국철도공사에 대해서는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 일부를 보전해주는 것과는 달리 도심철도에는 지원이 없어 형평이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결과적으로 무임승차 손실분은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자체와 지방 공기업의 몫으로 고스란히 넘어와 지금은 누적적자 폭이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국내 인구의 빠른 고령화로 적자 폭은 앞으로 불가피하게 더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무임승차 제도를 법정화하고 정책 시행의 수혜자가 정부란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손실보전을 해주는 것이 맞다. 한국철도공사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올바른 판단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현 정부가 소극적으로 다뤘던 이 문제는 다음 정부의 몫으로 돌아왔다. 정부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활용하면 예산문제도 해결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인수위가 잘 풀어가길 바란다.

2022-04-19

절대권력 쥔 민주당과 ‘지록위마(指鹿爲馬)’

심충택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남아 있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두 개정안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했으며 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제출됐다. 국가 사법체계의 핵심적인 기구인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률 개정안이 어떻게 민주라는 이름을 내건 정당에서 한 사람의 반대의견도 없이 발의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민주당의 현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다. 중국 진나라 시절 조고는 황제도 눈 아래 둘 정도로 절대권력을 쥐고 있었다. 지금 민주당이 행사하고 있는 입법권력과 마찬가지다.조고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가 사슴을 말이라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 없었다. 조고의 거칠 것 없는 권력 행사는 민생 파탄을 가져오고 결국은 백성의 반란으로 이어졌다.절대권력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민주당이 법률 제·개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다수의석을 가졌다 해서 이를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국민이 민주당에 ‘입법독재’ 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다수결 원리의 전제는 야당과의 절충과 타협이다. 다수의 독재는 1인의 독재보다 더 무섭다.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핵심은 2가지다.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다룬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했다. 또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4조의 조항을 삭제하고 검사의 직무에 대해 공소제기와 유지만 남겼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이 삭제되면서 검사가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사라졌다.최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 2부 부장검사는 사표를 내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 행위, 대기업 시장 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후진적인 병리현상이 판칠 것이라고 예고하는 소리다.민주당 의도대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음달부터 언론사 사회부 출입처에서도 검찰청은 빠지게 생겼다.수사를 하지 않는 검찰은 언론에서도 취재할 내용이 없다. 대신 지금은 갓 수습을 뗀 기자들이 주로 출입하는 경찰서는 중견기자들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기소를 하지 않고 경찰 선에서 내사종결되는 사건들을 추적해서 취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이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공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박 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에게 넘기지 않고 해외출장(23일부터 10일간 미국·캐나다 순방)을 가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검수완박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 간다.

2022-04-19

제로 코로나의 역설

우정구 논설위원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 상하이는 지금 3주째 도시가 봉쇄중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역 봉쇄와 같은 고강도 방역조치를 취해 감염자를 0상태롤 돌린다는 중국 정부의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다.전달 28일 인구 2천500만명의 상하이가 봉쇄된 것을 비롯 중국내에는 다수의 도시가 전면 혹은 부분 봉쇄중이다. 상하이로 유학 간 한국의 유학생 중에는 한달 가량 기숙사에서 나오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으나 봉쇄조치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도시 봉쇄로 상하이 내 중국인들 간에는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필요한 물건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바꿔가며 생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도시봉쇄로 인한 주민 희생이 심각하다. 또 부유층 중심으로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까지 늘고 있다고 한다.정부 당국의 방역정책이 되레 도시민의 생활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특히 소비 감소를 시작으로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올해 중국의 연간 성장 목표율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경제를 질식시키는 이러한 봉쇄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데 상하이 시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중국은 인민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구호와 함께 제로 코로나를 사회주의의 우월성 정책으로 줄곧 내세워 왔다. 따라서 정책의 갑작스런 전환은 지금으로선 어려울 것 같다는 현지 관측이다.중국 내 관영매체는 여전히 제로 코로나가 최선의 방역이라 강조하고 있다. 유행성 독감보다 증상이 조금 더 심한 코로나19에 대응키 위해 주민의 일상을 희생시킨 사회주의 국가의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종결을 지어갈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4-19

기업경영과 사학

홍택정문명중·고등학교 이사장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일신프라스틱(주)의 3대 경영을 소개하는 내용이 방송됐다.이날 방송에는 아버지에서 아들과 손자까지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아주 자랑스레 소개하는 내용을 남았다.또한 경영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신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위한 아이디어 보완 등으로 3대의 협업을 부각하며, 그 장점을 PR했다.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문득 사립학교의 족벌경영 운운하는 사회적 비판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의문이 들었다.학교경영도 경영의 기술이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일정자격을 가진 가족들이 경영하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인지, 합당한 반대 이유가 있어야 한다.전직 국회의장은 지역구까지 대물림을 시도하다 여론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더구나 무보수인 이사장과 이사들이다. 설립 時의 재산출연은 물론이려니와 개교는 100% 법인의 투자로 이루어진다.그리고 법인 직원도 아닌 교직원들의 4대 보험 사용자 부담분인 법정전입금과 특정시설 신축 시에 30%의 부담금까지 강요되고 있다.강당이나 체육관, 식당 등 학교시설의 사용자는 교사와 학생들이다.교육부와 시·도 교육감들은 사학의 마지막 보루인 인사권조차 빼앗아 가려고 획책하고 있다. 일부 사학의 채용비리가 이유다.그러나 잘하고 있는 사학조차 위탁채용을 강제하는 초법적인 규제를 시도하고 있다.이러한 채용비리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그 원인을 제거하는 연구에는 소홀하다.무보수와 부당한 법정전입금에 시달리며, 여론몰이에 의한 사회적 비난에까지 직면하고 있는 사학의 순기능적 역할은 간과되고 있다.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로 분리된 모순된 제도를 통합하여 법정전입금 문제와 이사장의 무보수를 해결할 대책에는 무관심하다.사학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고교무상 교육에는 반드시 민법 680조에 명시된 위탁계약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한 사학의 교육시설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을 받아야 한다. 이제 정치권과 교육부의 ‘사학 죽이기’ 식의 잦은 입법 발의와 규제는 지양되어야 한다.기업의 가족경영은 자랑거리가 되고, 사학의 가족경영은 족벌비리로 매도되는 어처구니 없는 풍토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2022-04-18

찰 영(盈)에 돌아볼 권(眷) 길 영(永)에 권세 권(權) <Ⅲ>

명패를 닦은 뒤 안경 닦이 천을 서랍에 다시 넣으며 영권은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인호냐? 나다.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배경소리가 시끄러웠다.-예.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노인 회관에 행사가 있어 나와 있습니다. 조금 시끄럽습니다.영권 대신 지역구 행사에 참석한 모양이었다.-그렇구나. 수고가 많다. 다른 게 아니고 너 최근에 필립 만난 적 있냐? 최만식 회장의 아들 말이다.인호가 대답을 했다.-아니요. 뭐, 특별히 만날 일이 없어서. 딱히 친할 이유도 없고. 아버지와 같이 만날 때 빼고는 따로 만난 적 없습니다. 나이도 저보다 열 살인가 정도 많을 겁니다. 아마.인호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영권은 이마를 찌푸렸다.-그래, 그래. 알겠다. 하여튼, 앞으로는 필립과 연락도 하고 그래라. 아무래도 나 보다는 젊은 너와 더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겠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집안이다. 알겠지?인호와의 통화가 끝난 뒤 영권은 비서관을 불렀다.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중간중간 경찰서에 연락해서 만식의 사건에 대해 확인하라 일렀다. 좀 더 자주 만났어야 해. 영권은 중얼거렸다. 영권과 만식은 일 년에 한 두 번씩 자식들을 데리고 골프를 치거나 여행을 가곤 했다. 자식들끼리 친해지라는 의미였지만, 자식들 사이에도 나이 차이가 좀 났다. 그나마 그것도 최근에는 뜸했다. 아이들 데리고 와 봤자 짐만 돼. 만식은 이렇게 말하며 혼자 왔었다. 둘이 성별이 달랐으면 결혼이라도 시켰을 텐데. 영권은 딸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인공 폐 이식 수술을 받겠다.만식이 필립에게 통보하던 날 그 자리에 안나가 있었다. 필립은 인공 폐 이식 수술을 반대했다.-어떻게 그런 문제를 상의가 아니라 통보를 하는 것입니까?필립의 목소리가 컸다.-그 연세에 마취와 수술을 견딜 수 있을지, 수술하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아직은 견딜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지금 있는 폐로도 충분히 숨 쉴 수 있으신 것 아닙니까? 암에 걸린 것도 아니고 왜 멀쩡한 장기를 인공 장기로 바꾸려 하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얼마나…….필립이 말을 덧붙였을 때 만식은 필립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제 말씀은 다른 뜻이 아닙니다.필립이 설명을 하려 했지만 만식이 말을 끊었다.-나가라. 여기서. 지금. 당장.필립은 방을 나갔다. 만식은 손을 더듬어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방문 쪽으로 집어던졌다. 핸드폰이었다. 소파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만식은 곁에 서 있던 안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소파의 팔걸이에 걸터앉은 안나의 배를 쓰다듬다 안나의 허리에 머리를 기댔다.-우리 아기가 많이 놀랐겠구나. 미안하구나.안나가 만식의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은 인공 장기들 덕분이었다. 그것들이 있어 만식은 안나를 만났고 안나를 안았다. 그것들이 없었더라면 살아있었을까? 젊은 안나를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신체적인 능력이 남아있었을까? 또한 그것들은 안나 뱃속 아기의 탄탄한 인생을 보장해 줄 것들이었다. 오십이 넘은 아들을 쫒아내고 아들의 머리 뒤로 핸드폰을 집어던질 수 있는 팔십 노인의 기세는 뱃속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나 스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지속되어야 했다.-앞으로 사십 년은 더 살아야지. 우리 막내가 결혼할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지. 인공 폐까지 달게 되면 가능할 게야.만식은 안나를 옆자리로 오게 했다. 오른손으로 안나의 머리 뒤 팔베개를 하고 왼손으로는 안나의 잠옷 상의의 단추를 풀며 안나의 귀에 속삭였다.안나가 가진 것 중 제일 좋은 것은 몸이었다. 균형 잡힌 몸매와 탄탄한 근육, 필요한 곳에 자리 잡은 적당한 양의 지방조직들. 아비와 어미가 안나에게 내려준 유일한 우성의 것들이었다. 안나는 좋은 몸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남학생들과 오빠의 친구들로부터 제법 많은 구애를 받기도 했고, 그들 중 일부와는 사랑 비슷한 것을 해보기도 했지만 안나는 그 중 누구와도 미래를 약속하지 않았다. 그들의 숫기 어린 고백과 치기로 가득한 맹세들은 안나가 보기에는 너무 싼 것들이었다.또래의 남자들이 안나의 미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안나가 벌어올 수 있는 약간의 돈과 몸을 원할 뿐이었다. 혼자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찌질한 인생 둘이 모인다고 더 나아지는 건 아니니까. 서로 원망이나 하겠지. 부둥켜안을수록 상처가 깊어지는 것, 난 싫어. 안나는 툭툭 던지듯 말하곤 했다./ 소설가 김강

2022-04-18

돈키호테를 위한 랩소디

돈키호테(Don Quixote)라고 하면, 우리는 바로 시대착오의 전형적인 인간을 떠올리곤 하지만,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1547~1616)가 1605년 처음 발표한 돈키호테의 1권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는 말하자면 소설의 원형이자 현대적인 소설의 문을 열어젖힌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아마 독자분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분도 계실지 모르리라. 아동문학전집이나 세계문학전집 사이에 끼워 있던 축약판의 돈키호테를 읽으셨던 분이거나, 비루먹은 말 로시난테를 몰아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기괴함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하지만, 안영옥 선생님이 완역하여 ‘열린책들’에서 출판된 2권 합쳐 천 사오백 페이지에 육박하는 소설 돈키호테를 찬찬히 들춰본다면, 아마도 풍차를 향해 돌격했던 돈키호테의 호쾌함 속에 숨겨진 의미를 얼마간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리라.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1547년 스페인의 마드리드 근방에 있는 역사도시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빚을 지고 재산을 압류당한 아버지때문에 도망다니고 감옥살이까지 하는 등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길가에 떨어진 찢어진 종이라도 주워 읽는 열렬한 독서광이었다고 하는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독서를 통해 접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광만이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었을 것임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이때 그는 당시 가장 유행했던 로망스 장르인 기사로망스를 탐독하고 또 탐독했을 것이다. 어느 시대건 이야기만이 비참한 삶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열쇠이거니와 하물며 번쩍이는 은색 갑옷을 입고 적들과 싸워나가는 기사의 이야기가 삶에 지쳐있는 그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러하듯이 말이다.사실, 소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라만차 지역에 살고 있는 이달고라는 인물 역시 당시의 기사소설, 즉 기사 로망스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그는 이미 나이가 쉰에 가까운 인물이었지만, 1년 중 틈이 날 때마다 기사소설을 읽었고, 자신이 읽고 싶은 기사소설을 구입하고자 물려받은 수많은 밭을 팔아버릴 정도였다.인간은 누구나 낯선 체계와 질서를 갖고 있는 세계에는 자연스럽게 끌리기 마련이라지만, 그의 호기심과 도취는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본래의 삶까지도 내버리고 이야기 세계에 몰입해 있었다. 나아가 그는 단지 이야기 세계에 몰입해 있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그 이야기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칼과 창과 투구를 손질하고, 피부병에 걸리고, 삐쩍 마른 말이나마 챙겨서 ‘로시난테’라고 명명하고,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 세계 속 기사들의 위대한 이름을 본떠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고 붙였다.이 위대한 시작이 바로 ‘돈키호테’라는 신화의 탄생에 해당한다. 그는 스스로 객줏집의 주인을 졸라 그로부터 기사서품을 받고 자신을 기다리는 모험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을, 말하자면 메타버스의 세계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를 둘러싼 세계는 귀족과 기사, 모험과 낭만이 넘치는 곳으로부터 시장과 학교에서 부르주아들이 득세하는 곳으로 넘어가 버렸던 것이다.돈키호테의 모든 행동들이 우스꽝스럽게만 여겨지는 것은 그 세계가 이미 단일한 유니버스가 아니라 쪼개진 세계, 혹은 이미 변화가 일어난 세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돈키호테’는 스스로를 제물로 하여, 기사로망스가 상징하는 한 시대의 가장자리의 봉합선 바깥쪽을 뒤집어 보여준 것이다. 어쩌면, 우리 세계에 우스꽝스러운 돈키호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의미는 시대가 변화해가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홍익대 교수

2022-04-18

능동감시 vs 수동감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19와 관련한 용어 가운데 능동감시와 수동감시의 차이는 뭘까. 우선 수동감시 대상자, 능동감시 대상자는 모두 자가격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수동감시 대상자는 스스로 임상증상을 체크하는 것이고, 능동감시 대상자는 전담 담당원이 배정돼 증상에 관해 유선체크를 하는 게 차이다.감시 강도는 자가격리>능동감시>수동감시 순이다. 여기서 자가격리는 환자가 자기 집에서 알아서 외출을 금하고 외부 접촉을 삼가는 경우를 가리킨다. 가족과도 접촉을 피하고 불가피한 경우 얼굴을 맞대지 않은 채 서로 마스크를 쓰고, 2m 이상 거리를 두는 것이 권유된다.능동감시는 국가에 의해 시설에 격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보건소로부터 상태 등을 확인받는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입국했으나 증상이 조사대상 유증상자에 맞지 않거나, 확진환자와 접촉한 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동감시는 능동감시와 자가격리보다 낮은 감시 수준이다.대상자가 코로나 확진자 밀접접촉시에 자가격리 대신 실시하는 것으로 코로나19 증세가 있으면 스스로 거주지 보건소로 연락해 관할 보건소가 제시한 권고 및 주의사항을 자율적으로 지키면서 코로나19 감염방지에 애쓰는 것을 말한다.일정기간 동안 본인 건강상태 직접 모니터링, 증상이 있는 경우 검사받기, 외출 자제 및 생활수칙 준수하기 정도다. 또 출근하거나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에는 KF94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감염위험도 높은 시설방문을 피해야 하며, 코로나 19의심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의 박멸이 어렵다면 코로나19와 동행하는 세상의 생활수칙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4-18

자동차 정비점도 없는 오지로 전락할 영양군

영양군에 하나 남아있던 현대자동차의 서비스 협력업체인 블루핸즈 영양점이 6월이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정비서비스 협력업체인 오토큐 영양점이 간판을 내린 데 이어 현대차 서비스점도 없어지게 돼 이제 군민들은 간단한 차량 점검을 받으려 해도 인근 청송군이나 안동까지 왕복 50∼100km 되는 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영양군 소재 블루핸즈는 지난 2003년부터 19년간 지역의 현대자동차의 리콜대상 차량과 일반정비 AS를 도맡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지난 2년여 지속된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계약해지 대상업체로 전락하게 된 것이 문을 닫는 이유다. 매출감소로 현대자동차 블루핸즈에 내야하는 가맹비와 환경시설개선 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문을 닫아야 하는 경제적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그러나 영양군 내 1만여대의 차량들이 점검과 수리에 있어 불편을 겪어야하는 군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도 당연히 검토되는 것이 옳다. 영양점 관계자는 “오지라는 지역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대도시와 똑같은 가맹비와 환경시설개선 부담금을 내야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다.현대자동차 블루핸즈는 현대차의 공식 협력서비스업체다. 전국에 1천300여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블루핸즈 영양점의 폐쇄에 앞서 지역사정을 고려한 회사 차원의 대책이 별도 있어야 하며 지자체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양군은 섬지역인 울릉도를 제외하면 경북도내 최고 오지마을이다. 2004년에는 도로 신호등이 단 하나만 있던 곳으로 문명의 혜택을 덜 받은 곳이다. 지금도 경북도내 시군 가운데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돼 군의 존폐를 걱정하고 있는 곳이다.군민들은 농촌 특성상 고령의 운전자가 많고 농사철이 본격화되면 수리를 위한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불편이 뻔하고 사고도 우려된다며 벌써 걱정이다. 농촌지역 소비자에게 돌아올 불이익에 대한 보상 차원의 특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2022-04-18

경북과 전남 광역의원 수가 왜 똑같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5일 제8회 전국 동시지방선거 시·도의회의원(광역의원) 선거구 총 정수를 현행 690명에서 729명으로 증원하는 선거구 획정 개정안을 발표하자 경북도의회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각 시·도별 선거구 획정에서 경기는 12석, 강원은 3석, 충북은 2석, 충남은 5석, 전남은 3석, 경남은 6석 등이 늘었지만, 경북은 1석만 증원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광역의회 의원정수는 각 의회의 의원수 14%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번 선거구 획정에서는 조정범위를 충남 19.4%, 경남 16%, 전남 14.6%까지 확대했지만, 경북은 고작 10%의 조정비율을 적용해 1석만 증원한 것이다. 경북도의회는 “3석이 늘어난 전남은 인구수 183만명, 시·군수 22개, 면적 1만2천348㎢인 반면 경북은 인구수 263만명, 시·군수 23개, 면적 1만9천34㎢인 점을 볼 때 1석 증원은 엄연한 지역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정수조정으로 두 지역은 광역의원 수가 55석으로 같게 됐다.경북도의원 선거구별 정수조정내용을 보면, 포항은 8석에서 9석으로 조정됐다. 장량동이 장성·양덕동으로 갈라져 양덕·두호·환여동 1석, 장성동 1석으로 변경됐다. 구미는 6석에서 8석으로, 김천은 2석에서 3석으로 늘어났다. 반면 청도, 성주, 울진은 각각 1석씩 줄어들었다. 선거구가 줄어든 지역의 경우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세 곳 모두 현재 2개 선거구별로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 갑자기 선거구가 없어진 것이다. 국회 정개특위의 선거구획정이 늦어졌기 때문에 생긴 일들이다.광역의회는 국회가 수행하는 기능과 유사한 기능을 지방 정부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선거구별 민의를 대변하는 도의원들의 숫자는 상당히 중요하다. 국회와 마찬가지로 다수결 원칙으로 안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의원 숫자에서 밀리면 해당 지역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지방의원 숫자를 부당하게 줄이는 행위는 해당 주민들의 권리를 뺐는 것과 마찬가지다.

2022-04-18

검찰수사권 폐지논의에 대한 단상

권기욱대구지방검찰청 총무과 검찰주사 최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찰수사권을 폐지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에 나서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각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돌이켜보면, 검찰에서도 과거 권위주의적인 모습에서 탈피하고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면서 잘못된 수사관행을 폐지하고, 피의자와 피해자의 인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검찰에 대한 기대요구가 한층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결국 외부에 의해 검경 수사권조정이 강제적으로 이행됐고 이제 검찰수사권 폐지 논의에까지 이르게 됐다.검찰에서 수사 관련 업무를 20년 넘게 담당해 온 검찰 수사관의 입장에서 지난날 주어진 사건들에 대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몰두에 온 지금까지의 수고가 수사권폐지로 모두 헛되고 부정되는 것 같아 그저 황망할 따름이다.하지만, 지난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검찰권 행사로 인해 작금의 상황이 초래됐음을 검찰에 속한 일원으로서 반성하고 자숙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반면, 검찰수사를 담당해 온 사람으로서 검찰수사권 폐지로 인한 검찰 수사에 대한 순기능마저 없어져 앞으로 형사사법기능 저하에 따른 폐해가 힘없는 일반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앞서게 된다.일반 서민, 경제범죄 관련 경찰 송치사건을 처리하는 검찰청 형사부에 주로 근무한 경험에 비춰보면, 최근 경찰에서도 실체적 진실발견에 부합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수사해 완성도 높은 수사기록이 송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경찰 내 일선 수사부서의 인력부족과 정해진 사건처리기한 등 녹록지 않은 현실 상황에서 복잡하거나 쟁점이 많은 사건에 대해서는 부실하거나 증거관계가 왜곡되는 등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건이 송치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일례로 수사한 경찰송치 사건 중 건설현장에서 함바식당을 운영하던 신용불량자 A씨가 노령의 피해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사기를 친 사건이 있었다.세상 물정에 어두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고, 피의자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명확한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송치됐다.당시 피해자는 노령의 여성으로 평생 모은 전재산을 A씨에게 사기당한 후 실의와 절망감에 병석에 누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고, A씨는 혐의가 없다며 기고만장한 상태였다.검찰에서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면서 추가조사를 진행한 결과, A씨의 혐의가 확인돼 A씨를 상대로 재조사를 진행하자 그때서야 범죄사실에 대해 자백했고 이후 법정에서 실형까지 선고된 적이 있었다.만약, 이 송치사건을 검찰에서 직접 수사할 수 없었다면 송치기록에 드러난 증거자료만 보고 사건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A씨는 현재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다니면서 어디에선가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범죄 수사는 누가 잘하니까 거기 다 맡겨두자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경찰이 잘 할 수도 있고 검찰이 잘 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다.경찰이 일차적으로 수사한 사건을 검사가 다시 한번 검토해 수사한 후 죄가 있는 사람에게 그에 상응한 처벌이 가해지도록 하고, 억울한 사람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검찰수사권 폐지와 관련된 논의는 국민의 관점에서 선량한 국민이 범죄로부터 보호받고 범죄자는 죄에 상응하는 법의 집행을 받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지 지금과 같이 졸속으로 진행돼서는 안된다.

2022-04-18

최순실, 조국, 정호영뿐인가

윤석열 정부가 선보인 인사에 감동이 없다. 윤석열 당선인은 “능력과 인품을 겸비해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능력주의’를 인사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간단치 않다.윤 당선인은 “공동정부라는 것은 훌륭한 사람을 함께 찾아서 임무를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식의 내각 할애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관심을 보인 보건복지부 장관에도 정호영 후보자를 내정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40년 지기’에 대한 ‘의리 인사’다. ‘아빠 찬스’ 의혹도 제기됐다.정권 교체의 가장 큰 배경이 ‘공정’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내내 정권 교체 여론이 절반을 넘었던 것은 ‘공정’ 가치를 훼손한 ‘내로남불’ 탓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를 2년이 넘도록 끌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조국 장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윤석열 당선인도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의혹만으로 교체하라는 건 사실 무리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자의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의혹을 검증할 책임은 임명권자에게 있다. 나중에 사실로 드러나면 결국 임명권자가 짐을 떠안아야 한다. 조국 전 장관의 의혹은 법원이 사실이라고 확정했다. 문 대통령이 개인적 ‘마음의 빚’에 얽매여 망설이다 ‘20년 집권론’은커녕 ‘10년 주기설’도 채우지 못했다.윤석열 정부는 민주당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진 정부다. 문재인 정부가 ‘최순실 사건’의 충격으로 정권을 거저 주운 것과 비슷하다. 그럴수록 민심을 잘 살펴야 한다.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민심이다. 정호영 후보자에게 쏟아진 의혹은 조국 전 장관의 경우와 너무 닮았다는 게 부담이다.박근혜 정부를 뒤집는 결정적인 방아쇠는 최순실 씨 딸의 대학 입학 특혜 의혹이었다. 공정 문제를 건드려 젊은 층이 일어섰다. 전 국민이 국정 농단 의혹을 ‘내 문제’로 실감하게 됐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조국 전 장관 의혹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반성하지 않으면 동정심을 가진 사람조차 돌아선다.그 덕분에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도 같은 길을 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의혹이 제기되면 바로 공직 후보자를 교체했다. 그러했기에 후보자의 도덕성이 정권에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 정 후보자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상당히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이 충분히 이해하느냐다.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억울해도 그만둬야 한다. 그게 정 후보자를 발탁해준 윤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다. 야당이나 언론의 문제 제기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검증하고, 책임을 물을 때 정권의 도덕성이 유지된다.사실 더 큰 문제는 제도다. 어떻게 내리 세 번의 정권에서 비슷한 의혹이 불거지나. 전임 정권이 민심을 잃는데 가장 큰 원인이 되었던 일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의 첫 번째 인사를 위해 철저히 검증해도 막지 못한다. 정 후보자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정도면 상류층의 고질적인 적폐로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일반 서민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좁은 진학과 취업의 문 앞에 선 젊은이들이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을 했다고 증명하고, 쓰지도 않은 논문을 썼다고 이름을 올리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정 후보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하지 않는 아이들은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기 싫어서 포기하는 건가. ‘돈도 실력’이고, ‘아빠 찬스’ ‘엄마 찬스’도 실력이라고 인정하고, 좌절해야 하는가.입시제도는 흙수저가 계층 상승할 유일한 사다리다. 사교육이 판친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복잡한 제도들이 결국은 ‘찬스’를 위한 샛길로 이용된 꼴이다. 최순실, 조국, 정호영 씨의 의혹이 사실이건 아니건, ‘아빠 찬스’ ‘엄마 찬스’가 개입할 여지가 너무 많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겨우 남은 이 사다리마저 걷어차지 말아야 한다. 김진국 고문 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본사고문

2022-04-17

능력있고 정직한 사람을 선택하자

안의종 전 청송군수 우리나라에서는 왕비를 선택할 때마다 전국에 왕비 간택령을 내려 우수한 반가의 규수를 왕비로 간택을 했다.이번에도 왕비 간택령이 내려지고 이에 따라 전국의 규수들이 모여들었다.대왕대비 마마는 전국에서 모여온 규수들에게 쌀을 1되씩 나누어 주면서 앞으로 한 달 동안 이 쌀로만 밥을 지어 먹고 한 달 후에 이 곳에 다시 모이라고 지시를 했다.이 명에 따라 한 달 후에 모인 규수들은 하나같이 비쩍 말라 있었으며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몰골을 하고 있었으나 한 규수만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씩씩한 걸음을 걷고 있었다.이를 이상히 여긴 대왕대비께서 그 규수를 불러 그 이유를 물으니 그 규수의 대답인즉 슨 ‘대왕대비 마마께서 주신 쌀 1되를 가지고 떡을 만들어 시장에서 팔아 그 돈을 가지고 다시 쌀을 사서 떡을 만들어 파니 쌀 1되가 2되가 되고 2되가 4되가 되고 하여 삼시세끼 밥을 배불리 먹고도 돈이 남아 돈을 가져왔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이 답변을 들은 대왕대비 마마께서는 무릎을 치면서 “네가 과연 이 나라의 국모감이다”라고 하시면서 만조백관들이 보는 앞에서 이 규수를 왕비로 선택하는 결정을 내렸다.같은 방식으로 영국의 스코틀랜드에서도 왕비를 간택하게 되었다. 대왕대비께서는 왕비가 되기 위하여 운집한 많은 규수들에게 해바라기꽃 씨앗을 한 알씩 나누어주면서 이 꽃 씨앗을 잘 길러서 3개월 후에 가져오는 자 중에서 꽃을 제일 잘 키운 규수를 왕비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이에 씨앗을 받은 모든 집안에서는 씨앗을 심고 3개월 동안 정성을 다해 해바라기를 길러서 3개월 후 해같이 아름다운 꽃을 들고 왔는데 유독 한 규수는 해바라기가 없는 빈 화분을 들고 있으며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다.이에 대왕대비 마마께서는 다른 화려한 꽃을 든 규수들은 다 물리치고 꽃이 없는 빈 화분을 든 이 규수를 왕비로 선택한다는 결정을 선포했다.이에 많은 대신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자 이 대왕대비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 스코틀랜드는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왕비로는 정직한 사람이 요구되고 있다. 내가 3개월 전에 나누어준 해바라기 씨는 모두 삶은 것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싹이 날 수 없다. 따라서 해바라기를 들고 온 규수들은 양심을 속인 자들이기 때문에 왕비가 될 수 없으며 해바라기가 없는 빈 화분을 들고 온 이 규수를 왕비로 선택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우리는 지방화시대를 맞이하여 다가오는 6월1일에는 우리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우리는 지도자로서 쌀 1되를 가지고 떡을 만들어 배불리 먹고도 돈을 남긴 처녀와 같이 융통성 있는 능력의 소유자를 원한다.청송은 농촌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되의 쌀을 갖고 한 달을 살기 위하여 죽을 쑤어먹거나 미숫가루를 만들어 먹는 지도자보다는 작은 예산이지만 융통성을 발휘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가진 지도자를 원한다.모두들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퇴임 후에는 모두들 챙길 것은 다 챙기고 양심을 속이고 물러나는 정직하지 못한 지도자들을 많이 보아 왔다.우리는 이번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누가 우리 지역의 지도자로서 적합한지 잘 살펴서 위의 두 왕비같이 능력 있고, 정직한 사람을 우리의 지도자로 뽑는 지방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2-04-17

백만 원의 행복

둘째가 첫 월급을 탔다. 하고 싶은 게 많은지 저축은 몇 달 뒤부터 하겠단다. 설레하는 아이를 보며 수년 전 일이 떠올랐다.첫아이가 아르바이트 한 달 되는 날이라며 기대하는 눈치였다. 주꾸미 집에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을 했다. 처음 며칠은 발바닥이 아프다며 두꺼운 양말을 찾기도 하고, 손목이 저리다고도 했다. 어떤 날은 어린아이 손님이 식당 안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데려온 엄마들은 왜 야단을 안 치냐고 잔소리를 했다. 한 달에 두 번만 쉬니 매일 출근하는 일도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그러다 일주일이 지나니 적응을 하는지, 가게에서 같이 일하는 이모님들과 나눈 이야기도 집에 돌아오면 내게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역시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사장님은 부모님이 식사를 해도 돈을 받는 프로라며 “아버지는 절대로 장사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보탰다. 허투루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아르바이트는 돈만 버는 일이 아니었다. 일을 통해 여러 사람도 만나게 되니 인간관계를 배우게 했다. 가족이 함께 고깃집을 갔을 때였다. 반찬을 가져다주는 아주머니께 큰아이는 감사하다고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평소엔 부끄러워 눈길을 피하던 녀석이 말이다. 모자란 반찬을 더 달라고 종업원을 부르자 시킬 것 있으면 한꺼번에 부탁하란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들더라고 이왕이면 동선을 줄여주라며 배려하는 것이다.그렇게 아들에겐 지루한 한 달이 지나갔다. 아침부터 언제 월급을 주나 싶어 설렜다고 한다. 3시가 되자 돈을 세는 사장님을 보고 오늘은 인사도 더 깍듯하게 해야지 마음속으로 되뇌었단다. 봉투를 받아들고 나와 세어보니 사장님이 이만 원을 더 넣었다며 내게 전화를 했다. 두툼한 봉투에서 느껴지는 그립감이 장난이 아니더라며 걸어오는 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단다. 세뱃돈과 함께 통장에 넣으니 잔액이 백만 원이 넘었다. 어찌나 기쁜지 카드 기계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고 했다. 열심히 고생해서 번 돈이라 그런지 백만 원이 정말 큰돈 같다고 말이다.아들과 같은 나이에 나도 아르바이트 인생이었다. 고3 친구들이 학력고사를 치던 날에도 시험장이 아닌 곳에서 일했었다. 원서를 내긴 했다. 대학을 가지 말라던 엄마 몰래 대학교에 직접 가서 내고 왔었다. 전형료와 그곳까지 가는 차비는 언니가 보내주었다. 하지만 시험날이 되기 전부터 엄마는, 합격했는데 못 보내주면 더 마음이 아프니 시험 치러 가지 말라고 매일 나무랐다. 그러면서 나를 한 사무실에 취직시켰다. 시험날, 하루가 어찌나 길었던지 아는 누군가를 길에서 볼까 봐 사무실 심부름으로 은행에 갈 때도 나는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전기대학은 그렇게 놓쳐버렸다.교사가 되고 싶었던 나는 마지막 방법을 썼다. 집에서 가까운 전문대학 유아교육과에 원서를 썼고 엄마에게 한 번만이라도 시험을 보고 싶다고 졸랐다. 엄마는 도시락을 싸주며, 몇 달 공부를 손에서 놨다 치는 시험이니 떨어질 거라며 혀를 찼다. 하지만 엄마의 바람과 달리 나는 덜컥 합격해버렸다. 학교 다니는 내내 낮에 일하고, 밤에는 공부했다. 졸업 후 첫 직장에서 받은 월급이 십만 원을 고스란히 부모님께 드렸었다.그때의 나보다 부자인 큰아이에게 월급날이니 한 턱 쏘라고 했다. 만 원 이상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통장 잔액을 생각하며 내내 즐거워한다. 내 돈 보태 탕수육을 얻어먹으며 지헌이가 백만 원의 행복을 오래 기억하길 바란다./김순희(수필가)

2022-04-17

TK신공항 국책사업화 반드시 실현돼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국책사업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관련 TF가 꾸려지고 국토교통부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오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TF 첫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최대현안이었던 국비 지원과 공공기관 참여가 긍정적으로 검토됐다. 인수위 통합신공항 TF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인수위 회의실에서 첫 번째 간담회를 열었다. 홍석준·이인선 위원과 대구·경북이 추천한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TF는 통합신공항 건설 로드맵 마련과 중남부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성공적 건설을 위해 지난 11일 신설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TF 위원과 기획재정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부처,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 공무원 등이 참석했다.간담회에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한 국비 지원·국가 공공기관 참여, 종전부지(공항이전후 남은터) 개발 사업에 국비지원과 국가 공공기관 참여, 특별법 제정과 국가계획 반영을 통한 충분한 규모 민간공항 건설 등을 건의했다.대구·경북 건의에 대해 국방부는 현행 기부 대 양여 방식(민간 사업자가 신공항을 지은 뒤 남은 터를 개발해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겠지만, 국비 지원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사업참여 요청 등 시·도 요구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동안 통합신공항 건설에 대해 수동적이었던 국방부와 국토부가 검토의견 단계이긴 하지만 국비지원과 사업참여를 언급한 것은 전향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진다.대구·경북에서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건의하는 것은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의 경우 지난해 2월 이미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토부 주도로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통합신공항 조기 건설’과 ‘K-2 종전부지 국비개발’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구경북 1호 공약이기도 하다. 이 공약은 인수위 단계에서 반드시 국정과제로 선정돼 조기에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2022-04-17

거리두기 해제, 일상회복 안착에 만전 기해야

오늘부터 거리두기가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고 전면 해제된다.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 25개월 만에 일상회복에 대한 도전이다. 밤 12시, 10명까지 허용되던 사적모임 제한이 없어지고 각종 행사 인원 제한도 사라진다. 영화관, 실내체육시설, 종교시설 등 실내 다중시설의 음식섭취 금지도 25일부터 해제된다. 특히 25일부터는 코로나19가 현재 1급 감염병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되고 4주간의 조정 이행기간이 지나면 확진자 격리의무가 권고로 바뀐다. 재택치료도 없어진다. 오랜 시간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이들 업소는 벌써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직원 구인 등 영업준비에 마음이 바쁘다.정부가 거리두기 전면해제에 나선 것은 오미크론 확진자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60만명까지 치솟던 확진자가 10만명대로 떨어졌으니 확진자 감소세는 분명하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감했다고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른 점이 많다. 하루 확진자가 여전히 10만명 수준에 이르고 1천명 가까운 위중증 환자와 하루 200∼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감기처럼 동네 병의원의 대면치료에 의존하겠다지만 방역체계 변화에 따른 준비가 잘돼 있는지, 주민 불편은 없는지 걱정이다. 특히 고령층 등 취약계층과 고위험군 관리는 준비가 소홀하면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 발생도 여전히 숙제다. 세계보건기구도 방역완화는 이르다고 보고 공중보건 비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엔데믹 국가로 가야 할 이유는 없다. 방역체계를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 일상회복이 안착토록 해야 한다.지난해 11월 우리는 위드 코로나를 단행하면서 불과 한 달 만에 수포로 돌아간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일상회복을 위한 방역체계의 성공을 위해선 국가와 개인 모두가 굳건한 방역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마스크 쓰기, 손씻기, 환기 등 개인 방역수칙 준수는 이제부터 더 중요해진다.

2022-04-17

국힘 대구시장 본경선 ‘黨心’이 승부 가른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선거에서 그동안 선두권을 형성했던 김재원·유영하·홍준표 후보가 1차 컷오프를 통과하고 본경선에 올랐다. 권용범·김점수·김형기·이진숙·정상환 예비 후보는 인지도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 탈락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3명에 한 명을 더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3명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본경선 후보들은 오늘(15일) 후보자 등록 후, 5일간(16~20일) 선거운동에 나서게 된다. 경선 투표와 여론조사는 21, 22일 진행되며,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 50%,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50%를 각각 반영해 23일 최종 후보자가 발표된다.본경선에서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여론이 판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홍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경선에서 민심에서는 이겼으나 당심에서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과 유 변호사의 단일화 가능성도 주요변수로 떠오르지만, 김 전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완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캠프 인사들에게 단일화의 ‘단’자라도 꺼내는 사람은 나가달라는 소리도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1회 이상 TV토론을 개최하기로 한 만큼 TV토론이 변수가 될 가능성은 높다. TV토론은 후보자의 정책과 역량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국민의힘 소속 대구 국회의원들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하나같이 대구의 현안에 대해 잘 모르거나 행정경험이 전무한 후보자가 대구시장 본경선에 오른 것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대구의 사회·경제적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역량있는 인물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데, 경험이나 리더십이 부족한 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될 경우 대구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국민의힘 당원들과 유권자들은 남은 기간동안 본경선에 오른 후보 3명에 대해 원점에서 다각도로 재검토해보길 권한다.

2022-04-14

BTS와 노병(老兵)

정상호경북취재부장(국장대우) 방탄소년단(BTS)의 병역면제 여부가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BTS는 월드 스타다. BTS가 공연 할 때는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한다. BTS를 통해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화되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이로 인해 BTS에 대한 병역면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거론됐다.국위선양을 한 만큼 병역면제를 해주자는 이야기를 일부 정치인들이 제기했지만 성사단계 까진 가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BTS 관계자가 해외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냈다. “병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멤버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국회에서 어느 방향이든 조속히 결론을 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멤버 중 최연장자인 92년생 한 명이 병역법 개정이 불발되면 내년에 입대할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다급해진 소속사가 이 문제를 들고 나선 것 같다.정치권은 즉각 화답하는 모양새다. 여야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이들을 위한 병역특례법처리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찬성하는 의원은 “BTS가 군대에 가지 않고 계속 공연을 할 수 있게 놔두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찬성하는 쪽 만큼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2030세대들은 “국위선양 기준이 뭐냐” “명백한 특혜고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아무리 월드스타라 해도 엄연히 대중가수인데, 돈은 돈대로 벌고 거기에 병역면제 혜택까지 주는 것은 공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참혹한 전쟁을 경험하고 남북으로 갈라져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병역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다.최근 경북매일신문에서는 6·25전쟁 당시 영덕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했던 생존 노병들을 찾아 그들의 잊혀진 전공을 재조명하고 있다.‘장사상륙작전’은 6·25전쟁의 전세를 일거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밑거름이 된 작전이다.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다. 700여 명의 학도병들이 이 작전에 동원됐다. 이들은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전장에 투입됐지만 상륙작전의 임무를 100% 완수해 냈다. 군번이 없기에 훈장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백척간두에 섰던 조국을 내 손으로 지켰다는 가슴속 자부심은 훈장보다 더 값질 것이다. 꿈 많은 앳된 10대 학생이었던 이들 중 지금 남아있는 생존자는 거의 90대다. 어느 참전용사는 100살에 한 살 모자라는 고령이다.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나이가 어려 입대를 피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자원입대했다는 점이다. 이영희 옹(91·전 옥천교육장)은 대구로 피난 온 아버지가 가문을 이어갈 금쪽같은 장남인 자신에게 입대를 권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회고했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조국을 위해 싸우는데, 내 아들만 군대에 보내지 않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고. 수면 위로 떠오른 BTS 병역면제 찬반논란의 와중에 ‘장사상륙작전’ 노병들의 애국심이 새삼 오버랩 된다.

2022-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