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환자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젊었을 때는 체중 조절이 어렵지 않았는데 나이 들면서 노력해도 살이 빠지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줄어들고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호르몬의 불균형이 생겨 내장지방 등의 축적이 빨라지는 것을 나잇살이라고 한다. 이 나잇살은 못 빼는 걸까 안 빼는 걸까?
중년이 되면서 콜레스테롤 약을 먹는 분이 많다. 콜레스테롤에는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비만의 주범인 지방에도 나쁜 지방(백색 지방)과 좋은 지방(갈색 지방)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갈색 지방은 백색 지방이 공급해주는 연료(포도당)를 사용해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동물이나 어린 아이에게 많고, 어른에게는 거의 없다. 사람은 신생아시기에 가장 많은 갈색 지방세포를 가지고 있어서 운동량이 적어도 체온 유지를 잘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갈색 지방 세포는 줄어들다가 없어지니까 나잇살은 못 빼는 걸까?
하버드 의대 연구진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운동할 때 우리 몸에서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백색 지방세포에 작용하면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처럼 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처럼 변한 것을 ‘베이지색 지방세포’라고 한다. 이 베이지색 지방세포 60g은 1년에 4kg 정도의 지방을 태운다고 한다. 즉, 우리가 운동 등을 통해서 백색지방 세포 60그램을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바꾸기만 하면 1년에 4kg은 그냥 빠진다는 말이다. 아이리신 호르몬은 운동할 때 나온다. 저강도의 지속적인 운동이나 고강도의 짧은 운동에 상관없이 나온다. 다만 저강도의 지속적인 운동에서 좀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걷기 달리기 등산 수영 등 어떤 운동이든지 꾸준히 하는 것이 나잇살을 없애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자.
또 다른 실험에 의하면 베이지색 지방세포가 증가하는 또 하나의 조건은 조금 추운 상태에서라고 한다. 16도 이하에서 베이지색 지방세포의 활성도가 많이 증가하고 27도 이상에서는 활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고 한다.
음식 중에서는 녹차에 많이 함유된 카테킨을 12주 이상 꾸준히 복용한 경우에 베이지색 지방의 밀도가 증가하고 근육 세포의 지방 함량이 줄었다고 한다.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이나 파프리카에 많은 캡시노이드 성분을 6주 이상 먹었을 때도 베이지색 지방의 활성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탄수화물의 섭취량을 줄이고, 신선한 야채를 곁들인 식사를 하는 것이 나잇살을 없애는 식단이라는 뜻이다.
한방에서는 비만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방풍통성산 같은 처방들로 연구한 결과 백색 지방세포의 크기가 줄고 베이지색 지방세포의 활성도가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족삼리 천추 등의 혈자리에 맞는 전침 역시 백색 지방세포가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의 다이어트, 나잇살 빼기 방법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꾸준하게만 하면 1년 뒤에는 날씬하고 건강해진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