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OCI미술관 지방순회전, 문예 발전에 건강한 역할 수행 기대

허혜지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연구팀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는 지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고미술 전시 ‘완상(玩賞)의 벽’을 개최하고 있다. 이 전시는 OCI미술관에서 OCI(주)와 함께 추진하여 포항을 이어 광양, 군산을 순회할 예정이다. OCI미술관은 개관 이후, 격년제 전시로 지역민을 꾸준히 찾아왔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4년 만에 전시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다.‘완상의 벽’은 우리의 도자기와 회화를 선보인다. 사실 전시 제목에서 ‘완상(玩賞)’은 ‘어떤 대상을 취미로 즐기며 구경한다’라는 뜻으로, 전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완상 문화를 소개한다. 사실 ‘그릇’은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문인들에게는 완물상지(玩物喪志)를 굳게 지키면서도 일상의 겪을 높이는 물건이었다. 따라서 다양한 도자 그릇들은 부엌의 실용품이자 서가를 장식하는 예술품으로 수집되었다. 결국 완상의 대상은 저마다 가지각색이었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것은 그릇이었고, 이는 공예를 넘어 회화에도 영향을 끼치며 한국의 대표적 완상 문화로 자리 잡았다.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먼저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청자이다. 청자는 특유의 비색(翡色)과 유려한 형태로 고요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사방 연속으로 만자문의 표현이 깃든 ‘백자청화운현명만자문병’은 당대의 수준 높은 미의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시는 회화로 이어지는데, 이는 회화 속에서 그릇이 비중 있는 소재가 되었음을 시사한다.‘완상의 벽’은 한국의 완상 문화를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OCI 그룹의 창업주인 송암(松巖) 이회림 선생이 수집한 작품을 공개하는 자리로서 그 의미 또한 크다. 특히 한 개인이 수집한 사적 취미가 깃든 작품을, 기꺼이 아무런 제약 없이 나누는 것은 예술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OCI미술관은 지방순회전을 꾸준히 기획하여 지방 사업장이 있는 도시에서 다양한 전시를 선보여 왔다. 이는 예술을 매개로 기업과 지역 사회 간의 교류를 증진하고, 문화 향유의 기회를 지역민들과 나누려는 기업의 메세나 정신이다. 더욱이 OCI(주)는 미술관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창작 활동의 기반을 마련해주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기업의 ESG+메세나를 확대해오고 있었기에 기업의 메세나 정신이 더욱 와닿는다. 바라건대 앞으로도 OCI(주)가 문화예술을 통한 창의적이고 선진적인 기업문화의 발전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들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발전에 건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2023-04-17

황리단길 유감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포항과 경주는 지척이다. 경주에 가면 주로 황리단길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신다. 황리단길의 경관은 1960, 70년대에 지어진 구축을 리모델링한 것이 주를 이루지만 일본식 이자까야(주점)나 일본식 라면집, 퓨전 일식집 등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여행 후기를 찾아보면 ‘일본풍 가게가 많다’는 감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가게들의 맛과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반응이 많지만, 기대했던 풍경이 아니었다며 실망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황리단길 유감’이다.황리단길이 소위 ‘왜색’에 물들었다고 단순하게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황리단길에는 일식 외에도 맛있는 식당과 카페, 재미있는 상점들이 많이 있다. 특히 십 원짜리 동전에 불국사 다보탑 문양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십원빵’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진짜 문제는 ‘황리단길 유감’에 내재된 지방에 대한 대상화와 고정관념이다. 서울(수도권)에서 이따금씩 여행 삼아 지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방이 그들이 생각하는 ‘지방다움’을 유지하기 바란다. 경주는 신라 천년고도, 전주는 한옥마을, 부산은 자갈치 시장의 분위기가 나야만 한다. 지자체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지방다움’을 강화하는 사업들을 진행한다.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지나치다 싶은 경우도 많다. 1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인천의 ‘새우 타워’가 대표적 사례다.이러한 기대와 부응의 프로세스는 기존 거주민들을 소외시키기 쉽다. 때로는 주거지역의 관광지화로 기존 거주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워지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 일어나기도 한다. 황리단길이 황리단길이 되기 이전,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황리단길’ 사진들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낙후된 주거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본래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지금의 황리단길은 일종의 테마파크가 되었다. 방문자들은 경주 주민들의 일상과는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거닐며 ‘맛집’과 ‘인스타 핫플’을 즐긴다. 사진만 잘 나온다면 일식이든 한식이든 상관없는 것이다. 지금 황리단길에 투입된 자본은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물론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경주 여행’들이 축적되었을 때, 어떤 헤리티지(문화적 유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이다. 냉정히 말해 SNS에 올릴 사진이 잘 나오는 식당이나 카페를 꼭 황리단길에서 찾아야 할 이유는 없다. 황리단길보다 더 ‘핫한’ 또는 ‘힙(hip)한’ 거리가 나타나 입소문을 타게 되면 지금의 인기는 순식간에 식어버릴지도 모른다. 장소의 헤리티지는 기존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과정이 누적되어 만들어진다. ‘경주 황리단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험은 경주 주민들의 삶, 경주의 다른 장소들과 어떻게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인가? ‘왜색 논란’을 넘어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

2023-04-17

명확하고 공정한 법으로

김규인수필가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 압사 사고, 이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 사고, 모 중공업의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는 아직도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산재로 인한 사망률은 줄곧 상위권을 차지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 작년에도 6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산업현장에선 잠시 방심하면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일어난다. 특히 고층 아파트를 많이 짓는 요즈음의 건설 현장의 추락사고는 사망으로 이어진다. 기본 자재가 중량물이 많아서 운반 시에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중량물을 떨어뜨려서 신체 일부를 다치거나 낙하물에 부딪혀 다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기계를 다루는 산업현장도 회전체에 신체 일부가 감기거나 회전체 사이에 몸이 끼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물건을 운반하는 지게차에 부딪히고 공기가 부족한 공간에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가 질식사하는 경우를 언론을 통해 접한다. 교통사고 없는 날이 없고 이번에는 다리의 인도교가 무너지는 사고까지 발생한다.이러한 와중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를 막지 못한다. 법의 제정 당시에는 경영자의 불만이 많았고 사고가 일어나면 근로자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왜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와 근로자의 부족한 안전 의식도 있지만 중심을 잃은 언론과 급속한 성장에 젖어 결과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자체에 문제가 있다. 사고가 일어나도 남의 일인 양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언론은 흔들리는 눈으로만 본다. 언제나 사고의 본질은 묻힌 채 신문 기사가 나가고 독자들을 모으는 일만 중시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는 사고의 예방과 공정한 법을 만드는 것보다 표를 얻기 위해 지지자만 바라본다. 경영자도 유권자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대재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그런데도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법 조항, 경영자에게 과중한 불공정한 처벌은 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법은 명확하고, 누구에게나 공정하며 합리적이며 실행 가능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외면당하는 법은 힘을 잃고 만다.2024년부터는 5인 이상의 중소기업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다. 대기업은 그나마 조금 낫지만, 정보나 기술이나 자금이 모두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자금과 기술과 시장을 모두 관리하는 대표의 구속은 회사의 존립마저 어렵게 한다. 경영자를 향한 처벌이 나머지 근로자의 생계마저 위협하는 꼴이다. 법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국회에서는 자문해 보아야 한다.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실행 가능해야 법의 생명력이 길어진다. 법을 지켜야 할 국민들이 외면하는 법은 존재 이유가 없다. 고용노동부는 처벌 보다 사업장 스스로 안전 체계를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중대재해 법령을 개선하는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여 6월까지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사고 없는 대한민국은 언제나 가능할까. 안전에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는 안전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지는 한 해가 될 수는 없을까.

2023-04-17

쇠퇴하는 동성로 상권 살리기에 나선 洪시장

코로나19와 경제불황 등으로 최근 급속히 쇠퇴하는 대구 동성로 상권에 대한 점검을 위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4일 직접 동성로 현장을 둘러보았다. 홍 시장은 통신골목에서 시작해 대구역까지의 거리를 둘러보고, 공실 상가와 상인 등도 만나 업계의 애로를 청취했다. 옛 중앙파출소에서 대백 앞을 거쳐 대구역까지 연결되는 0.92km의 동성로거리는 오랫동안 대구를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다. 10년 전만해도 하루 평균 50만명이 찾는 등 서울 명동에 비견될 정도로 사람이 많이 붐볐다. 외지 관광객이면 반드시 들리는 쇼핑관광코스기도 했다.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위주로 바뀐 유통구조, 대구 부심권의 새로운 상권 형성 등으로 동성로 상권은 언제부턴가 급속도로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역에 본사를 둔 대구·동아백화점 본점이 문을 닫고, 롯데영프라자, 호텔 등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동성로에는 이제 빈 상가가 늘기 시작했다.한국부동산원 조사에 의하면 대구 동성로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2018년 2.3%에서 2022년에는 14.8%로 늘어났다. 전국 평균(6.9%)과 대구 평균(8.2%)을 월등히 앞선다.“동성로가 살아야 대구가 산다”고 할만큼 동성로는 대구의 자랑거리이자 시장경제의 중심지다. 쇠퇴하는 동성로를 살릴 묘책이 절실하다. 시대흐름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이벤트 등으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지난해 탈락했던 관광특구 지정을 다시 추진하고, 주차시설 확충 등 도시 재정비 사업도 서둘러야 한다.때마침 홍 시장이 이곳을 둘러보고 “동성로 상권 부활”을 약속했다. “젊은이가 문화와 공연을 즐기고 먹거리가 풍부한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홍 시장은 취임 후 대구 현안에 대한 추진력 있는 사업으로 성과도 많이 냈다. “동성로를 리모델링해 상권을 부활시키겠다”는 그의 약속에 시민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동성로는 대구근대역사길과 대구약령시 등과 맞닿아 있다. 쇼핑과 문화공연 등이 어울려지면 젊은이가 붐비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 ‘젊은이의 거리’ 동성로의 재탄생을 기대한다.

2023-04-17

포항 송도해수욕장의 재탄생

홍석봉 대구지사장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피서지였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개장, 해마다 여름철이면 수 십만 명의 피서객들이 찾는 명소였다. 1980년대 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하지만 1968년 포항 철강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수질이 오염되기 시작했다. 해양환경이 변했다. 태풍으로 인한 모래 유실이 가속화되면서 백사장이 점차 황폐해졌다. 2000년대 들어선 사실상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했다. 많을 때는 12만 명의 방문객이 찾았던 해수욕장이 결국 2007년 문을 닫고 말았다.추억만 남긴 채 그렇게 기억에서 멀어져간 송도해수욕장이 다시 문을 연다고 한다. 폐장 16년 만인 올여름 재개장을 목표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송도해수욕장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포항시는 2012년부터 294억원을 들여 백사장 복원 공사를 벌였다. 그 결과, 백사장 모래 품질과 수질 등이 지정 요건을 갖춰 해수욕장을 재개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주민들은 백사장이 되살아나고 해수욕장이 재개장하면 주변에 새로 조성된 운하와 솔밭 등이 한데 어울려 송도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을 염원하고 있다.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 입점도 희소식이다. 주민들은 이미 유명 커피숍과 카페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일대에 조성된 카페문화거리의 분위기가 더욱 풍성해질 것을 기대한다. 이곳에 자리잡은 카페들은 매장에서 동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 숲, 포스코의 야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층 사이에 카페문화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인생샷’을 찍는 문화가 유행이라고 한다. 또다른 매력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송도해수욕장의 재탄생이 기다려진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17

‘신공항경제권’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지난 4월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공포 후 4개월이 경과한 8월부터 시행된다.언론에서는 이날을 대구와 경북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역사적인 날로 지칭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사업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대구 동·북구 주민들이 군사공항 K2의 소음과 개발제한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시작되었다. 당초에는 군공항만의 이전에서 영남권 신공항건설 백지화로 인해 기부대 양여방식의 군민간공항 통합 이전으로 전환되었다.많은 진통 끝에 군위군·의성군 공동 통합공항 이전 후보지가 결정되고는 통합공항 이전이 순항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법 통과도 쉽지 않았다.그러나 대구경북 미래 50년을 견인할 ‘통합신공항특별법’은 지역민의 염원을 담아 마침내 입법되었다. 당초는 항공기 소음과 개발제한이라는 환경·안보 문제로 인한 군공항 이전 사업이 이제는 국토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제고를 위한 ‘통합신공항 건설과 종전부지개발’로 크게 변모하게 된 것이다.코로나 백신 접종 확대와 국제 여행 규제 완화로 인해 글로벌 항공 여객 수요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앞으로 안전한 여행 환경이 조성되면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화물 시장도 전세계 국제 무역 및 전자상거래 확산, 글로벌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 등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기술 및 항공기 유형의 도입, 저비용 항공사의 확장, 인프라 투자 및 개선 등이 미래 항공화물 시장의 성장을 크게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현재의 대구국제공항 시설은 부지면적의 98%가 군소유이며, 중단거리 운항 항공기만 이용할 수 있는 짧은 활주로만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터미널은 이미 처리용량을 넘어선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여기에다 국제 항공화물은 수도권 인천공항이 무려 국내 항공화물의 98.6%(2019년 중량기준)를 독점 처리한다. 대구와 경북 등 수도권 이외 지역 기업은 촌각을 다투는 수출용 고부가가치 항공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인천공항까지 보내는 내륙운송 물류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첨단 신산업을 영위하는 핵심 기업은 인천공항에서 멀어지지 못하는 것이다.‘공항경제권’은 대구경북 신공항과 같은 대형 공항 주변(10~20㎞)에 신공항도시(Air-City)와 첨단산업단지가 건설되어 국제 및 지역간 교통과 물류 인프라에 의존하는 다양한 기업과 산업이 형성되는 곳이다.이 지역은 교통 및 물류 효율성, 다양한 기업 및 산업 협력, 경제적 효과, 국제화를 통해 지역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한다. 또한 ‘공항경제권’을 핵으로 대구경북 지역과 주변지역 산업단지와 공항후적지를 고속철도와 도심항공교통(UAM)으로 연계한 ‘초광역경제권’ 형성도 촉진한다. 이와 같이 ‘대구경북통합 신공항경제권’은 대구와 경북의 미래 50년 대변화를 이끌 것이다.

2023-04-17

활력잃은 영일만항, TK관문으로 再起하길

‘제2의 영일만기적’을 꿈꾸며 개항한 포항 영일만항이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니 안타깝다. 영일만항 운영주체인 포항영일신항만(PICT)은 최근 적자경영을 견디지 못해 회사 매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PICT의 최대주주는 대림건설(29%)이며, 포스코건설과 코오롱건설 등 국내 6개 건설사, 그리고 경북도와 포항시(각 10%씩 지분보유)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PICT는 그동안 선사와 물류유치 등 다양한 경영개선 노력을 해 왔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 생산물량이 급감한데다, 항만 물동량과 선박입출항이 줄어 경영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적자 누적으로 금융권 차입금이 350여 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해양수산부와 경북도·포항시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경영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 신세가 된 것이다.지난 2009년 8월 20여 년간의 공사 끝에 개항한 영일만항은 포항제철소에 이어 제2의 영일만기적을 이루는 주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개항 당시 영일만항의 목표는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와 정부 북방정책의 물류 거점항만으로 자리잡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5월에 포항시가 영일만항의 항로 다변화를 위해 필리핀 마닐라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과 정기 컨테이너 항로개설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남북경협과 북방교역이 벽에 부딪히고, 부산항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면서 PICT가 경영난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북방교역의 경우, 미·중의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향후 전망도 비관적인 편이다.PICT는 현재 대형선사와 물류전문기업을 대상으로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부채가 걸림돌이 돼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의 특성상 대형선사나 물류전문기업이 PICT를 인수하는 것이 경북도와 포항시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영일만항이 하루빨리 새로운 주인을 찾아 대구·경북이 태평양 연안에 있는 각국과 활발한 경제교역을 하는 관문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2023-04-17

17세기 어느 저명인사에 대한 가짜뉴스의 진실

김령의 ‘계암일록’ 중 8책, 신사년(1641) 일기 수록. /사진출처 : 한국국학진흥원 ‘선인의 일상생활, 일기(https://diary.ugyo.net)’ 21세기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신속한 정보 전달과 의사소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엄청난 편의성과 효율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심각한 폐해도 야기하고 있다. 책임 없는 표현의 자유가 무한하게 허용되면서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정보들이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그 안에 가짜뉴스가 있다. 카더라식 억측 보도를 넘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뉴스, 현재 세계는 이 가짜뉴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가짜뉴스의 최대 피해자는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다. 가짜뉴스를 통해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어 있고 또 그물망처럼 얽히게 되면서, 가짜뉴스의 양산과 유포는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다.조선 시대에도 가짜뉴스는 존재했다. 경상도 예안의 선비 김령(金坽·1577~1641)은 일기에서 이와 관련한 일화를 기록하며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었다.1641년(인조18) 1월 8일의 일기에서 김령은 3일 전 초5일에 여강서원의 사당 참례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가짜뉴스 일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날 권귀중이라는 인물의 성명을 서원 명부에서 지워 버렸는데, 그 이유는 그가 얼토당토않은 말로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1538~1593)을 비난하고 배척했기 때문이었다.권귀중은 평소 떠들고 다니길 1577년 인종(仁宗)의 정비(正妃)인 인성왕후(仁聖王后)가 세상을 떠나 국상(國喪)을 치를 때 그 초기에 김성일이 소를 잡았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그 말의 출처를 따져 물을 때마다 권귀중은 ‘안동의 어떤 사람에게 들었다’라며 누구인지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었는데, 이날 여강서원 사당 참례 때 그 출처가 정유번이라는 인물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백성 전체가 상복을 입는 왕실의 초상에 사가(私家)에서 소를 잡았다는 루머를 퍼뜨렸으니 김성일의 명예가 실추된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김성일은 경상도 안동 출신으로 퇴계 이황의 문인이다. 1568년 문과에 급제해 여러 관직을 역임하였으며,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는 경상우도초유사에 임명되어 의병장들과 함께 전투를 이끌었다. 이듬해 경상우도순찰사를 겸해 도내 각 고을에 왜군에 대한 항전을 독려하다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령은 ‘계암일록’에서 다음과 같이 일기를 이어나갔다.“이때 와서 비로소 그 말이 정유번의 혀에서 나온 것임을 알았다. 정유번은 비루하고 패려궂은 인사로 매우 형편없는 자인데, 권귀중이 그의 말을 곧이듣고 함부로 선대의 현인(賢人)을 비난한 것이다. 대개 섭섭한 감정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 하니, 통탄스럽고 분하다. 정축년(1577) 겨울, 국상(國喪) 초기에 지역이 멀어서 미처 부음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안동 임하의 한 일가에서 일이 있어 소를 잡았다. 그러나 부음을 듣자마자 쇠고기를 다른 곳에 두고 아주 탄탄하게 봉해서 닫아 두었다. 이 당시 학봉[김성일]은 서울에 있으면서 미처 고향으로 돌아오지도 못했을 때였다. 그때에도 와전된 말이 있어서 임하의 온 문중이 이를 변론해 바로잡았는데, 어찌 60년이 지난 뒤에 또 이것으로 학봉에게 누를 끼치려 할 줄을 알았겠는가? 권귀중은 이 땅에 용납될 수 없는 자이다. 소인을 한을 품은 독이 매우 우려스럽다.” -김령의 ‘계암일록’ 1641년 1월 8일의 일기 중에서김성일 사후 60년이 지났음에도 그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렸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김성일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믿지 않는 자들이 있었기에 다행스럽게도 이 가짜뉴스는 결국 진실이 밝혀졌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 물리적 거리에 따라 소통의 원활성이 결정되던 시대에는 정보 수집 자체가 쉽지 않았다. 전달 과정에서 정보가 변형되거나 왜곡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대부분 의도적이라기보다 입소문으로 퍼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인 현상이었다.물론 앞의 사례처럼 여러 가지 이유에서 악의를 가지고 악성 루머를 만들어내는 일도 없지는 않았다. 오보나 허위 악성 루머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파급 범위와 영향력이 막강하지는 않았다.급속도로 발전된 기술력 위에서 가짜뉴스는 생산과 동시에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더욱이 지금은 사적 이익 추구만을 목적으로 처음부터 드러내놓고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실정이다. 출처를 따져 진실을 가린다 해도 시간이 한참 걸리니 가짜뉴스에 현혹된 대중의 관심을 돌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넘치는 정보 속에서 사실과 거짓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팩트체크’가 수반되어야 할 만큼 정보를 걸러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기에, 무엇을 믿고 어떤 것을 의심해야 하는지 반드시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2023-04-17

시간의 음악과 움직임의 음악

정점을 향한 여정에 이제 한 발짝만을 남긴 인물이 있다. 물론 그 정점 너머 또 다른 목표지점이 나타나겠지만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지점의 초입에 다다른 사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초의 여성 지휘자이며, 8개의 말러 교향곡 실황 녹음에 마지막 5번 교향곡 실황녹음을 앞두고 있는 ‘리디아 타르’. 물론 가상인물이다. 베를린 필은 한번도 여성 지휘자를 선임한 적이 없다.영화는 초반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타르’가 쌓아 올린 음악에 대한 업적과 생각, 일관된(절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견해를 듣는다. 이 모든 것들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고난과 극복의 과정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될 앞으로의 계획과 견해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구구절절하지 않고, 단순하며 예리하게 반짝이는 어떤 존재의 강연을 듣는 느낌이다.대개의 경우 성공담이라고 하면 응당 뒤따르는 고난과 극복,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의 단어들이 보이지 않는다.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에 놓여 있는 길,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길이 아닌 밝고, 아름답고, 찬란하게 보이는 길이지만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던 길의 마지막 지점에 가장 근접해 있는 마에스트로의 모습이다. 확고하고 의지에 차 있으며 의심의 여지없이 이미 성취된 것과 같은 미래를 이야기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이렇듯 완고하고 완벽한(?) 정체가 도달한 예술(음악)의 빈틈없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토크쇼가 진행되면서 “요즘 시대에 다양하다는 건 좋은 말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지금은 ‘전문가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종과 성별, 모든 것을 망라한 최고점의 존재로서의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의미로 읽힌다. 여성성을 대변하는 ‘마에스트라’라는 단어의 필요성 보다는 남성성을 대변하는 단어로 인식되는 ‘마에스트로’로 불리우길 원한다. 그래서 타르의 관점은 일관되었으면서 절대 다양하지 않다고 하겠다. 이제 정점의 초입에서 빛나던 존재의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직접적이지 않고, 격정적이지 않다.우회적으로 미세하게 흔들리며 균열을 일으키는 내리막길을 보게 된다. 타르가 했던 말들과 행동, 생각들이 스스로를 향하면서부터 붕괴된다. 그 와중에도 기존의 권위와 명성을 높여가며 범접할 수 없는 지점으로 향해간다.영화 ‘TAR(타르)’는 외연적으로는 차갑지만 그 내부는 뜨겁게 끓어 오른다. 성공의 여정이 아닌 무너지는 지점으로 향하는 과정이 차분하고 냉정하게, 우아하면서 아름다운 악보를 흝는 것과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 ‘타르’는 “음악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시간은 속도다. 정해진 음표 속에서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지휘자의 해석으로 연주된다. 그 속도 속에서 강약이 더해진다.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며 높고낮음을 조절하면서 음악은 진행된다. 타르의 음악에 대한 관점과도 같이 진행되며 사건은 차갑고 우아하며 단조롭게 시작되어 한순간에 그녀의 모든 것들을 무너뜨린다.하지만 견고했던 것을 무너뜨리는 쾌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을 극적이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만 쉽게 그것을 예측할 수 없는 지점에서,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외부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며 임계점으로 향한다. 그리고 심판하지 않는다.추락한 그녀는 고향 집으로 돌아와 오래 전에 보았던 비디오테이프를 꺼내 레너드 번스타인의 “모든건 음악은 움직임에 있으며,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흐르며, 그 움직임은 백만 단어보다 더 많은 걸 말한다”라는 회고담을 들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실존했던 레너드 번스타인은 가상인물 ‘타르’와는 다른 결의 마에스트로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실제 존재했던 20세기 위대한 지휘자처럼 베를린 필하모닉의 ‘황제’ 카랴얀처럼 시작한 타르는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자들의 친구’ 번스타인의 길을 보게된다. 바닥에서 다시 일어날 것인가는 마지막 장면의 해석으로 남는다. /(주)Engine42 대표 김규형

2023-04-17

불법 저지른 후보가 유리하면 안 된다

김진국 고문 신뢰도 조사를 하면 국회가 언제나 꼴찌다. 지난해 전국 지표조사에서 국가기관별 신뢰도를 물었더니 국회는 15%였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는 정치인을 믿는다는 응답자가 3.1%에 불과했다. 역시 바닥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불신이 넘친다. 신뢰를 생명으로 삼는 직업군에도 불신이 쌓여간다. 그렇지만 시공을 넘어 가장 불신받는 게 정치인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정치는 4류”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정치인이 부정과 비리, 특권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억울할지 모른다. 도매금으로 매도할 수 없는 훌륭한 정치인도 있다. 그렇지만 정치인의 비리 사건, 특권의식과 갑질이 수시로 불거지니 여론탓만 할 수도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다. 그런데도 자기 손으로 뽑은 대표를 가장 믿지 못하니 참 딱하다. 정치인을 믿지 못하니 국민의 대표로서 수행한 일들을 믿을 수 없고, 대의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도 어렵다.범죄를 수사할 때 가장 먼저 돈을 추적하라고 한다. 정치야말로 돈을 따라가야 이해할 수 있다. 돈이 이권만 사는 게 아니다. 표도 사고, 권력도 산다. 특히 과거 일본의 파벌정치는 보스가 정치자금을 마련해 돈과 공천을 나눠주고, 충성을 받았다. 우리도 과거 그런 행태를 따라 했다. 3김 정치가 그 시대의 마지막인가 했다. 그런데 아직도 남았다.전두환 정부까지는 여야의 정치자금은 비교가 안 됐다. 집권당이 폭포수를 받아쓴다면 야당의 정치자금은 폭포에서 떨어진 물방울 정도라고 했다. 야당은 정치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야당에 정치자금을 전달한 기업은 세무조사 등 보복을 당하기 일쑤였다. 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받기 위해 일부 나눠주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2년 선거에 3천억원을 썼다고 회고록에 썼다. 그런데 김대중 야당 총재에게 20억 원을 줘 95년 문제가 됐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가능해지면서 야당도 정치자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인기를 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도준(송중기 분)은 할아버지 진양철(이성민 분)에게 여당 후보에게 베팅하라고 조언한다. 진도준은 미래를 알기 때문에 그렇게 조언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미래를 모르는 기업인들도 노태우 후보에게 훨씬 많은 자금을 지원했다. 당장 정권을 쥐고 있어 언제든 보복할 수 있었고, 정권교체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자유당 시절은 물론 박정희 시대에도 막걸리, 고무신이 돌아다녔다. 5당4락이니 하며 선거자금으로 당락을 가르는 말이 나돌았다. 그에 비하면 많이 깨끗해졌다. 깨끗해진 만큼 정치도 자유로워졌다. 그런데도 아직 돈 선거의 잔해들이 남아 있다. 최근에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을 뿌렸다는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현역의원 10명 등 40명 정도가 연루됐다고 한다. 민주당은 기획 수사라고 비난하지만, 녹취록이 나왔다. 녹음파일을 만든 이정근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시인했다고 한다. 부인만 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3만 건이나 되는 녹음파일을 풀고 준비작업을 한 것 같다며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조직선거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돈이 필요하면 정당하게 정치자금법을 손질하는 게 옳다. 불법을 저지른 후보가 더 유리해서는 안 된다. 감춰진 돈에는 악취가 나기 마련이다. 불법 정치자금은 불법 선거로 이어지고, 당원의, 혹은 국민의 뜻을 왜곡하게 된다. 대장동 사건에서 보듯 용적률을 조금만 조정해줘도 수천억 원이 생긴다. 예산을 쏟아붓는 건 공짜 돈 같지만,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윤석열 정부가 아직도 아마추어라고 비판받는다. 잘하는 게 있다면 비리 수사다. 윤 대통령은 과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칼질한 경험이 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시대적 과제가 공정과 정의다. 민주주의가 바로 서려면 독재는 물론 돈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정치가 좀 더 깨끗해질 수 있도록 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업적이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4-16

100세 시대와 운전면허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울시가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시 10만원짜리 교통 카드를 주는 제도를 4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한다.여러 지방자치 단체들이 앞다투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제도의 찬반양론과 함께 이 제도를 둘러싼 잡음도 일고 있다.일부 시·군들이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할 경우 인센티브로 제시한 현금이나 지역 상품권, 교통카드 등을 차일피일 미루며 수개월째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시·군들은 정부가 국비지원을 미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내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소위 ‘고령’이 되는 셈이다.유튜브에는 100세 시대에 젊게 사는 방법 등이 넘쳐 난다.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나이를 20년 세월을 돌려 살아가라는 이론이다. 34세 나이에 미국 하버드대 역사상 최초로 여성 심리학과 종신 교수가 된 엘렌 랑거 교수는 ‘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clockwise)’ 실험으로 유명하다. 그는 1979년 실험에 참여할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남성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오하이오주 지역 신문에 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심리적인 시간을 되돌릴 때 나타나는 사람의 생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었다.연구팀은 시골의 한 수도원에 모였다. 수도원 내부를 20년 전인 1959년처럼 꾸몄다. 1959년 이전에 생산된 TV·라디오·신문·가구·집기 등을 배치했다. TV와 라디오에서는 1959년 당시 드라마·뉴스·쇼가 흘러나왔고 신문도 1959년의 것이었다. 한마디로 1979년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누가 봐도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도록 했다.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고 한다.실험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놀랍도록 좋아졌다고 한다. 랑거 교수는 이를 “정신이 젊어지면 육체도 젊어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논문에 발표하였다. 이 실험은 시니어들의 젊게 사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이들은 ‘노인’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를 거부한다.시니어 전용 영화관에 들른 적이 있다. 티켓에는 ‘노인 할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다. 더구나 그것도 55세 이상 노인 할인이라는 단어였다.문득 ‘노인?’하면서 고개가 갸우뚱 해졌다. 그 하나의 느낌은 왜 55세가 노인인가 하는 생각이었다.평균 수명 80세가 넘고, 그리고 곧 평균 수명 100세가 다가오는 시대에 있어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신문을 보면 “노인들 겨울건강 주의보” “노인 교통사고 급증” 등 기사제목을 보면서 몇 살을 기준으로 노인이라고 하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또 하나의 다른 느낌은 과연 ‘노인’이라는 단어를 꼭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자신이 노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나이가 되면 노인이라는 단어가 별로 유쾌하지 않은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영어권 국가의 예를 보면 노년이란 단어에 해당하는 Old Man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시니어 시민(Senior Citizen)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시니어란 번역한다면 ‘선배’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극장 같은 공공 공연 장소에서 할인을 하는 경우 시니어 디스카운트(Senior Discount)란 단어를 사용한다.나이에 대해 우리가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나이가 들면 마땅히 다 병이 생기고 쇠약하게 되며 외모가 나빠진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노안, 노망, 노환이라는 질병 용어가 생겼고 노쇠하고 노약하다는 표현도 종종 사용된다. 그러나 그러한 선입견을 몰아낸 ‘인턴’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70세 가까운 나이의 시니어가 30대의 젊은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인데,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젊은 사람 밑에서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오히려 내가 그 젊은 사람보다도 더 젊다는 선언이 되는 것이기도 하는 것이다.나이는 숫자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시니어’라는 말도 좋고 ‘선배님’‘선생님’이란 좋은 단어가 얼마든지 있는데 이제 노인이란 단어는 묻어야 한다.이제 100세 시대에 우린 살고 있고 시니어들의 활약도 사회의 중요한 몫이 되고 있다.그런 측면에서 운전면허반납 제도는 여전히 동전의 앞면을 가지고 있다. 시니어들이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큰 관심을 가지고 보도 되는 것도 문제이다. 통계적으로 유의차가 있는 나이가 언제인가를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운전포기는 결국 외출이나 행동반격을 좁히면서 건강에 해롭다는 100세 건강관리 이론도 지지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앞서 언급한 엘렌 랑거 교수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이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젊게 생각하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젊음을 유지하고 싶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건 시니어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100세 시대 운전면허 반납 제도는 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2023-04-16

특정 종교 단체의 정치 간여 이대로는 안 된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 정치에서 일부 종교 단체의 정치 참여가 도를 넘고 있다. 우리의 양극화되고 분열된 극한 정치에서 파생된 기이한 현상이다. 정치와 종교의 영역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양자는 상호 존중할지언정 지나친 간섭과 투쟁은 우리 정치를 더욱 혼탁케 하고 불안케 한다. 정치의 궁극 목적은 흔히 말하는 국리민복이다.종교는 불완전한 인간이 초월자를 통해 참된 행복과 구원의 길을 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양자는 다른 영역인데 종교는 현실 정치에 야합하여 득을 보려 하고 정치는 종교 세력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있다.서구 기민당처럼 종교의 이상이나 진리가 정강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중세 정교일치도 아닌 현대 사회에서 종교를 정치의 수단화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광훈 목사처럼 정치적 간여나 투쟁행위는 오히려 국민을 불안케 하고 정당정치의 퇴행을 초래할 수도 있다.과거 공산 독재국가나 오늘의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정치를 철저히 종교화하였다. 평양의 거리에서는 ‘김일성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계신다’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이미 김일성 부자는 신격화되어 인민의 우상으로 고착된지 오래이다. 3대 수령에 대한 믿음과 존중은 종교처럼 내면화되었다.주민들은 수령을 절대적 칭송과 흠모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공산권의 개방화 과정에서 공산 독재자들의 동상은 파괴되었다. 러시아 레닌의 동상마저 사라지는데 김일성 동상에는 아직도 참배객이 늘어나고 있다. 수령의 만경대 생가는 성역화되었고, 북한의 가정에는 수령 초상이 걸린 지 오래다.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론은 북한수령을 통해 완전한 생명을 부여 받는다는 ‘사회 정치 생명체론’으로 대치되었다. 결국 북한당국은 정치를 종교화하여 체제 통제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최근 전광훈 목사의 정치 간여는 국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전 목사는 오래전부터 본 회퍼의 이론을 앞세워 광화문 보수 강경집회를 주도해 왔다.그는 줄곧 문재인 정권의 퇴진에 앞장서면서 강경 보수 정치인들을 집회에 끌어들였다. 그는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진보 세력을 용공으로 매도하였다.전 목사는 각종 선거뿐 아니라 국민의힘 당의 당 대표 선출과정에도 노골적으로 개입한 흔적을 남겼다. 그가 지방선거뿐 아니라 차기 총선 공천권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전 목사는 기존 기독교 단체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자기 과시형 언행을 쏟아 내었다. ‘하느님도 내 말 듣지 않으면 그냥두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최근 국힘당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가 자유우파를 통일했다’는 발언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쯤 되면 그의 행태는 목사이기 전 선동 정치인이다. 일부에서 그를 예언자로 칭송하지만 국힘당에서는 그를 시급히 손절하자는 주장이 우세하다.가톨릭정의사제구현단의 활동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어느 신부의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시의 비행기 추락을 위해 기도했다는 발언은 가톨릭의 가르침에도 크게 벗어난다. 가톨릭 성직자의 금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지난주 전주에서부터 출발한 정의사제구현단의 정치 집회에도 곱지 않는 시선이 존립한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반역사성을 규탄하기 위해 전국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여기에도 진보와 보수의 찬반양론이 대립한다. 과거 가톨릭정의사제구현단은 유신 체제 타도라는 명분으로 민주화 운동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암울했던 독재 정권 시절 그들이 고통받는 민중의 선봉에 선 역할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도 안 된 시점의 대통령의 탄핵 주장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따른다. 성직자인 사제의 입장은 정치적 투쟁이 아닌 종교적 신앙적 실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의 활동이 자칫 정치를 더욱 분열을 조장할까 우려된다.결론적으로 종교인들의 정치 간여와 투쟁은 자제되어야 한다. 자칫 이들의 행위가 이 나라의 양극 정치나 진영 정치를 조장하고 갈등과 저주의 정치를 촉발하기 때문이다.물론 전 목사의 정치 투쟁과 정의사제구현단의 행태를 평면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종교와 정치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며 양자의 범주 착오와 침범은 국론분열만 조장한다. 목회자나 성직자들이 정치에 직접 간여하려면 그들의 신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영달이나 지지세 확산을 위해 종교 세력을 정치에 끌어 들이는데도 문제가 많다. 종교인들은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종교와 정치는 상호 범주 착오나 침범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양자 간 애매모호한 영역은 존립한다. 종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 정치는 오직 민생과 복지를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2023-04-16

전기실 안전관리의 기본과 개선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2022년 12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은 남자 80.6세, 여자 86.6세로 남녀 평균 83.6세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도 대비 7.3세가 증가한 나이이며 조선시대 왕의 평균나이 46세에 비하면 무려 2배에 가깝다. 이렇게 과거에 비해 기대수명이 늘어난 대에는 의학기술의 발달과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사회적인 변화도 있지만 청결하고 위생적인 관리가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사람의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것과 같이 생산현장의 설비도 청결하게 유지될 때 수명도 길어지며 작업안전도 확보된다. 사람의 몸도 씻지 않고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세균에 감염되고 병에 걸리기 쉬운 것과 같이 설비 또한 같기 때문이다.그러기에 산업안전보건법 제1편 총칙 첫 구절에서도 ‘사업주는 작업장 바닥 등을 안전하고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청결을 제일 먼저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전기실의 경우 일반 설비에 비하여 더 청결한 관리가 요구된다.필자가 지도한 회사 중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으로 매일 수백t의 가정용 쓰레기를 수거, 이를 소각하여 그 열로 스팀과 전력을 생산 판매하는 현장의 전기실 개선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방문시 전기실 내부는 장시간 청소를 하지 않아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었고 룸내는 밀폐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관리를 하지 않아 외부에서 분진이 많이 유입되고 있었으며 내부에 설치된 각종 Panel과 케이블(Cable) 인입구 사이는 작업후 막음 처리를 하지 않아 그 사이로 쥐들이 드나든 흔적이 많이 보였다. 이런 상태로는 언제 큰 화재나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그래서 제일 먼저 전기실 전원을 차단하고 외부로부터 분진이나 이물질이 유입되는 곳을 모두 막아 청소를 한 번 하면 유지가 오래가도록 오염발생원을 제거하였다. 그리고 청소를 통해 판넬(Panel) 내부에 쌓인 먼지를 불어내고 바닥을 깨끗하게 한 다음 전기실 온습도관리 안전확보 설비점검 작업방법 측면의 모든 불합리를 현장에서 현물을 보면서 도출하여 개선활동을 실시하였다.온습도 관리는 센서를 설치하여 공조기와 연동하여 자동제어 되도록 하였으며 작업안전 확보를 위해 구획선 위험표지판을 보완하고 현장 점검이 필요한 곳은 각종 지시계류에 대하여 이상과 정상을 현장에서 현물로 파악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작업방법은 도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표시하고 조작과 조치 요령을 판넬에 부착, 보이게 하였다. 개선 완료 후는 청결이 유지 될 수 있도록 일상관리가 필요한 청소와 점검 항목에 대하여 주기와 기준을 만들고 담당자를 정하여 표준에 반영하였다.지금도 많은 회사의 전기실 또는 현장의 조작 Panel을 가보면 관리를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여 화재나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설비가 병들기 전에 청결한 관리를 통해 예방하는 활동은 아무리 설비가 첨단화 되어도 필요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2023-04-16

습관인가, 창의성인가

유영희 작가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자기계발은 선택 아닌 필수가 되었다. 자기계발 방법의 부동의 1순위는 바로 습관 만들기다. 자기계발의 목표는 대부분 부자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상위 0.1% 부자들의 루틴 따라 하기, 초대형 1조 부자들의 5가지 습관 등등 습관 만들기 영상이 넘쳐난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들의 습관을 따라 하라는 것이다.그러나 부자들의 공통 습관을 따라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부자가 된 사람 중에는 엄청나게 두뇌가 명석한 이도 있고, 물리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그들만의 환경과 경험이 있다. 그들의 습관은 부자가 되기 위한 한 가지 요소일 수는 있어도 전부는 아니다.여기서 중요한 의문은, 과연 그들의 행동을 습관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습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익혀진 행동 방식 또는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이다. 그러나 이것을 좀 더 파고들어가 보면, 행동의 결과가 좋지 않은데도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습관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는 ‘습관’을 부정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뇌과학자 앤서니 디킨슨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에는 ‘습관’과 ‘목표지향적 행동’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쥐를 며칠 굶기고 표시등이 깜박이는 동안 그 쥐가 레버를 누를 때 먹이를 공급해주면, 쥐는 표시등이 켜질 때마다 레버를 누른다. 이때 배가 많이 고프거나 먹이에 대한 경험이 좋다면 레버를 더 잘 누른다. 그런데 배가 안 고프거나 그 음식을 먹고 배가 아팠는데도 레버를 누른다면 그것은 습관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담배가 도움이 되었다고 해서 기침하는데도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 목표지향적 행동은 그 행동을 처음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기억을 가지고 계속 그런 결과를 내기 위해 하는 의식적 행동이다.일찍 일어나기, 독서, 행복한 상상, 규칙적인 운동, 명상 등 부자들이 한다는 행동이 그들에게 활력을 주고 창의성을 준다면, 그것은 습관이라기보다 목표지향적 행동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들이 목표지향적 행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목표에 대한 인식이 또렷하고 그 행동의 결과를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올해 들어 심신의 안녕을 목표로 뜻맞는 친구들과 매일 5분 이상 명상을 80일째 하고 있고, 매일 A4 한 장 쓰기 모임에 참여하여 글을 쓴 지 60일이 넘었다. 명상이든 글쓰기든 목표가 또렷하기 때문에 하고 있을 뿐,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어쩌랴, 그런 행동이 어떤 유익한 결과를 내는지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것을.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습관이라면 더욱 어렵다.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자기만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표를 또렷하게 갖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찾아서 꾸준히 실천하는 것, 그것이 창의적인 자기계발이다.

2023-04-16

울진에서 열리는 제61회 경북도민체육대회

손병복 울진군수 300만 경북도민의 대화합·축제의 장이 될 제61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4월 21일 오후 5시 울진군종합운동장에서 화려하게 개막된다.‘하나되는 화합울진 미래향한 경북체전’이라는 슬로건으로 펼쳐지는 이번 경북도민체전은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울진군 종합운동장 및 종목별 경기장에서 개최된다.울진군은 성공적인 체전 개최를 위해 울진종합운동장을 비롯한 31곳의 보수공사를 했다. 주 경기장인 종합운동장 천연잔디 교체, 입구 게이트 설치, 전광판 교체, 야외화장실 개보수 등 전면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했다.울진군은 이번 도민체전을 문화와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도민체전 성공기원 전야제를 시작으로 미술·사진전, 뮤지컬 ‘가요톱텐’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 예술 공연을 기획했다.울진군은 대회 전날인 20일 저녁 7시 울진연호체육공원 축구장에서 도민체전 성공을 기원하는 화합콘서트로 체전의 개막을 알린다. 이날 콘서트는 멀티미디어쇼, 성화 안치식, 국내 최정상 가수의 축하공연으로 꾸며진다. 울진출신의 아티스트인 송푸름, 방준엽의 식전공연과 함께하는 울진이야기를 시작으로 성화 안치식, 화려한 멀티미디어쇼가 이어진다. 인기가수 축하공연에는 박창근, 에일리, 미스트롯 출신 은가은, 유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노라조 등의 가수들이 초청돼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화합과 축제의 한마당을 펼친다.21일 개회식에는 정동원, 이무진밴드, 스테이씨 등 국내 정상급 인기가수 등이 출연해 울진 도민체전의 개막을 축하한다. 도민체전을 밝힐 성화는 경주 토함산과 망양정 해맞이공원에서 채화해 10개 읍면을 순회하며 봉송에는 100여 명의 각계각층 군민들이 참여한다.또, 체전 기간 내 울진종합운동장에는 부대 행사장을 조성해 23개 시·군 농특산품 전시 부스와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울진군은 울진종합운동장 내에 꽃 조형물을 조성하고 읍면 도로변에 대회 배너기 등 홍보물을 설치해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체전 분위기도 조성했다.울진군은 대회기간 중 울진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깨끗하고 친절한 도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대대적인 환경 정비와 함께 교통질서 확립,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 노점상·노상 적치물 제거, 불법현수막 철거 등 기초질서를 확립한다. 식당과 숙박업소 종사자를 대상으로 친절한 손님 응대를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이와 함께 울진읍, 근남면, 죽변면, 후포면 총 6개 노선 도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우리 동네 반짝반짝 캠페인’을 통해 도민체전 홍보 및 손님맞이 시가지 환경정화활동을 벌이기도 했다.또한, 군은 숙박시설을 전수조사해 시·군 및 경북도 협회 숙소를 예약 완료했으며 도민체전 동안 관람객과 선수단을 지원해줄 자원봉사자도 365명 모집했다. 선발된 자원봉사자는 지난 7일 자원봉사자 발대식과 기본 소양 교육 및 직무교육을 시행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개막식 당일 울진종합운동장 주변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운영하며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개막식장으로 올 수 있도록 셔틀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다.선수단 급식은 숙소 주변 3~5곳 정도 음식점을 안내하고 선수단 규모를 고려해 사전 예약 안내로 불편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식품안전관리 대책으로 식중독 예방 교육 및 캠페인 실시, 접객업소 업주 및 종사자 위생교육, 목욕·다방·이미용업소 및 협회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지난달 21일에는 울진연호문화체육센터 대강당에서 전국모범운전자회 경북지부와 함께 ‘도민체전 성공 개최 기원 교통질서 지키기 실천 다짐대회’를 갖는 등 손님맞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손병복 울진군수는 “경북도내 군 지역에서 유일하게 도민체전 2회 유치의 역사를 이뤄낸 울진군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은 물론 300만 경북도민이 하나 되는 대통합의 장을 만들어 낸다는 비전을 갖고 성공적인 도민체전이 될 수 있도록 5만여 군민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통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3-04-16

흔들리는 봄, 마음의 꽃갈피

이희정 시인 옛말에 꽃싸움에서는 이길 자 없다 했으니그런 눈부신 꽃을 만나면 멀리 피해 가라 했다언덕 너머 복숭아밭께를 지날 때였다갑자기 울긋불긋 복면을 한나무들이 나타나앞을 가로막았다바람이 한 번 불자나뭇가지에서 후드득 흐드득,꽃의 무사들이 뛰어내려 나를 에워쌌다나는 저 앞 곡우(穀雨)의 강을 바삐 건너야 한다고사정했으나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럴 땐 술과 고기와 노래를 바쳐야 하는데나는 가까스로 시 한 편 내어놓고 물러날 수 있었다―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2009), ‘복사꽃’ 전문시집의 서문 격인 시인의 말이 인상적이다. “작품을 정리하다 보니 꽃을 소재로 한 시가 여러 편이다. 고운 봄날 이 거친 시집을 꽃 피는 시집으로 잘못 알고 찾아오는 나비에게 오래 머물다 가진 마시라고 해야겠다.” 나비처럼 꽃에 관한 시를 뒤적이다 덩달아 마음이 흔들렸다. 나비에게는 꽃이, 꽃에게는 나비가 욕망처럼 무섭게 당기는 힘, 그것을 색(色)이라 한다.신의 창조물 가운데 최고의 걸작은 꽃일 것이다. 예부터 ‘미’의 상징이 되어왔던 꽃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대명사다. 고려의 문호 이규보는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되면 너무 좋아 정신이 몽롱해지네”라는 시문을 남기기도 했다. 꽃에 매료되는 것은 현대인도 마찬가지이다. 송찬호 시인은 “꽃싸움에서는 이길 자 없다 했으니”, “멀리 피해 가라 했다”며 짐짓 미혹될까 두려워하는 포즈로 춘심을 드러낸다.우리의 문학작품에서는 미인을 꽃에 비유한 예를 허다하게 볼 수 있다. 위 시에서도 복사꽃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운 여인을 의미한다. 1918년에 발행한 ‘조선미인보감’에는 당시 서울의 권번에 소속된 기생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름에 꽃이 들어간 기생의 수는 절반을 넘었다.시인의 비유처럼 문을 열기 무섭게 “울긋불긋 복면을 한” 화인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야말로 ‘화신(花信)이 곧 춘신이고, 춘신(春信)이 곧 화신’이라는 봄의 정령들이 시인을 에워싸고 있다. 꽃은 그 아름다운 색과 자태, 그리고 그윽한 향기로 인하여 뭇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기 충분하다. 특히 복사꽃은 그 요염한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염부(艶婦)’를 상징하기도 한다.그 열매와 관련해서는 벽사력(僻邪力)을 지녔다고 믿었고, 열매의 씨앗이 일반적으로 다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시인이 마지막 연에서 돌연 “곡우(穀雨)의 강을 바삐 건너야 한다”고 한 연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 봄의 마지막 절기가 아닌가. 그런데 눈부시게 무장한 무사들이 떡하니 막고 있어 다음 행보를 예비하는 데 조바심이 이는 것이 기우는 아닐 것이다. 해서 시인은 그것에 더해 비책을 제시한다. “술과 고기와 노래를 바쳐야”한다며 “가까스로 시 한 편 내어놓고 물러날 수 있었다”라고. 결국 시인의 장기인 노래(詩)를 바치는 것으로 꽃의 무사들로부터 풀려난다. 그런 면에서 이 시는 ‘헌화가’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생명체로서 꽃은 개화하여 번화하고는 시들어서 떨어지는 생리적 구조로 되어있다. 그것은 생로병사의 인간의 삶과 유사하나 꽃은 사람과 달리 다시 개화하는 재생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의 저자 이강엽은 “꽃은 흔히 절정의 한순간으로 꽃다운 청춘이라고 할 때 꽃은 최고의 호시절을 의미하며, 꽃이 피면 마음이 밝아지고 자연스레 흥이 분출하는데 꽃노래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다시 기운을 얻어 재창조할 힘을 주는 리크리에이션(recreation)이다.”라고 했다. 독서 시간 청춘들과 일탈을 감행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교정을 거닐며 난분분 날리는 여린 꽃잎을 취했다. 이어 ‘모비딕’ 같은 두껍고 무거운 책 속에 한 잎, 한 잎 마음 다해 심었다. 다음 생에는 어여쁜 꽃갈피로 재탄생한 그녀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바람이 한 번 불자, 나뭇가지에서 후드득 후드득,”

2023-04-16

세월호 대참사 9주기

김규종 경북대 교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시간이 흐른다. 어제가 세월호 대참사 9주기였다. 참으로 신속하다. 열일곱 열여덟 살 먹은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난 지 9년이 흘러갔다니 실감 나지 않는다. 결코 일어나서는 아니 되는 사건으로 생떼 같은 청춘 250명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자들은 희희낙락하며 절을 찾아다니며 정치 행각을 해대고 있으니 목불인견(目不忍見)이 아닐 수 없다.참혹한 사건이 벌어진 그 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구들방에 장작불을 넣고 있었다. 촌집으로 들어온 지 3주 남짓 시간이 흐른 때였다. 저녁 어스름 무렵 뒷집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차며 당신 집으로 들어섰다. 왜 그러세요, 하는 내 물음에 텔레비전도 안 봐, 하고 대답한다. 집에 텔레비전 수상기가 없던 나는, 안 봅니다, 했다. 그랬더니, 이를 불쌍해서 어쩌누, 하면서 연신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까워하는 것이었다.그날 밤에 나는 알았다. 말도 안 되는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참사가 벌어졌다는 걸! 그 후 강의실에서 나는 경북대 학생들에게 정식으로 사죄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나 같이 나이 먹은 자들의 잘못이라고!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해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 동안 유민 아빠 김영오씨와 동조 단식을 하러 광화문으로 갔다.8월의 후텁지근한 기운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음습하고 뜨거운 열기와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연 속에서 수도승처럼 앉아 있던 그이를 잊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46일 동안 단식을 이어간 그의 초인적인 행동은 놀라운 것이었다. 단 한두 시간만 그런 자세로 앉아 있으면 무슨 말인지 실감할 터다.이듬해인 2015년 4월에 나는 청도에서 출발해 진도 팽목항 분향소에 다녀왔다. 6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진도 남쪽 끝에 자리한 팽목항 분향소 근처는 노란색 물결이었다. 305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던 분향소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영정 사진들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많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저토록 많은 생명을 앗아간 자들은 멀쩡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텔레비전에 나와서 온갖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도는 느낌이었다. 제 나라 백성들을 사지로 몰아넣고도 뻔뻔스러운 낯짝으로 희희낙락하는 정치 모리배들의 파렴치한 철면피는 마치 철가면(鐵假面)처럼 주둥이가 째진 채 허연 이를 히죽 드러내고 웃는 것만 같았다.작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젊은이 159명이 다시 죽어 나가는 참사가 일어났다.지금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뭉개고 있는 정부 여당의 행악질과 후안무치는 전임 정권과 판박이다. 툭하면 선진국 타령하는 인간들의 가증스러운 행태가 되풀이되는 와중에 발생한 대참사였다. 젊은이들과 어린 학생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작태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세월호 9주기의 소감이다. 올해도 조기(弔旗)를 내걸고 젊은 영혼들의 명복을 빌었다.

2023-04-16

쓴소리 정치

우정구 논설위원 사람들이 하는 말을 상황에 따라 우리는 여럿 말로 표현한다. 쓴소리, 단소리, 군소리, 헛소리, 볼멘소리 등등 아주 많다. 그 중 쓴소리는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국어사전에도 “듣기에는 거슬리나 도움이 되는 말”로 설명한다.반대로 단소리는 듣기 좋은 말이다. 하지 않아도 좋을 쓸데없는 말을 두고 우리는 군소리라 부른다.우리 속담에 듣기 싫은 소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하나 있다. “익모초 같은 소리”다. 익모초(益母草)는 한자말로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인데, 산전산후 질병치료에 좋은 풀로 전해져 있다. 그럼에도 이 풀이 듣기 싫은 소리에 비유된 것은 지독히 쓴맛 때문이라 한다.중국 고사에 양약고구(良藥苦口) 충언역이(忠言逆耳)라는 말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 이롭다”는 뜻이다.진시황제가 죽고 난 후 궁궐을 점령한 유방이 금은 보화와 꽃같은 궁녀가 셀 수 없이 많자 그곳에 머물 것을 생각하다 부하 장수의 충언에 깨달음을 얻어 다시 전쟁터로 되돌아갔다는 일화가 있다.쓴소리는 듣기가 거북하지만 잘 새겨듣고 깨달음을 얻으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잦은 정치발언과 당내 비판에 국민의힘이 당 상임고문직을 해촉해 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홍 시장은 “그렇다고 잘못되어 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겠냐”며 반발을 했다.내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 것은 대의정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다. 쓴소리, 단소리 심지어 별별소리까지 다 들어야 한다. 그 속에 민의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쓴소리도 듣는 포용력 있는 정치를 보여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16

마약 음료 공포…지방도 안전지대 아니다

서울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 이후 지방도시에도 동일한 수법의 범죄가 일어날까 봐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서울에서 일어난 마약 음료 사건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 방식의 범죄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마약류를 음료화해 미성년인 학생에게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속여 마시게 하고 부모에게는 자녀가 마약을 먹었다고 협박하는 수법은 보이스피싱보다 죄질이 훨씬 사악하다.입시에 매달린 수험생에게 기억력이 좋아지는 음료라고 권하는데 받아먹지 않을 학생이 없다. 입시와 학교성적에 간절한 그들의 심리를 노린 신종범죄인 것이다.대구 경북도 얼마든지 같은 수법의 범죄가 유행할 수 있다는 상상이 가능해 수험생을 둔 부모 사이에 불안감과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길거리 홍보를 하는 곳에서 자녀가 과자 등을 받아먹은 경험이 있다”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거리 홍보물 선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통계에 따르면 10대 마약 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에는 48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 10대 비중이 2017년 0.8%에서 2022년은 2.6%로 증가했다. 10대 마약 사범이 늘어난 것은 SNS를 통한 주문과 암호화폐 사용, 비대면 거래 등 다양해진 거래망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등지서 값싼 마약류가 반입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마약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 백서에 의하면 마약사범 2명 중 1명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형을 받고 풀려나고 있다고 한다. 솜방망이 처벌이 지속하는 한 마약류 범죄는 줄지 않는다.우리나라는 이제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서울 학원가에서 일어난 마약 음료 사건이 대구와 경북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학부모가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약류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동대처 노력이 필요한 때다.

2023-04-16

신공항특별법 제정, TK재도약의 기회

TK신공항특별법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2018년 공항후보지 선정에 관련 단체장들이 합의한 후, 수많은 난관을 거쳐 5년여만에 특별법이 제정된 것이다. 신공항은 오는 2030년 개항을 목표로 군위·의성군 지역에 건설된다. 특별법에 기부 대 양여 부족분에 대한 국고 지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각종 인허가 지원 등이 포함돼 있어 공항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신공항 주변에는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며, 항공물류단지와 항공산업클러스터, 농식품산업클러스터 등도 입주한다. 대구공항이 빠져나가는 후적지(K2부지)는 두바이식 개발을 통해 첨단산업·관광·상업 중심 도시로 조성된다.특별법 제정의 1등공신은 이 지역 여야 정치권과 대구시, 경북도 공직자들이다. 특히 대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주호영(수성갑)·김상훈(서구)·강대식(대구 동을) 의원이 많은 공헌을 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8월 신공항 특별법을 대표발의한데다, 야당을 상대하며 특별법 통과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이제 TK신공항의 성패는 접근성 확보에 달렸다. 현재 대구공항(동구 지저동)이 도심에 있어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것처럼, 공항을 도시 외곽으로 옮겨도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망이 확충돼야 한다. 최대현안은 수도권과 호남권 여객, 물류를 유치할 수 있는 철도망을 조기에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구시와 광주시가 오늘(17일) 대구 광주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에서 달빛고속철도(대구∼광주 1시간내 연결) 특별법을 공동 추진하기 위해 협약을 맺기로 한 것은 발 빠른 조치다.지금 대구·경북은 모든 사회·경제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경북의 상당수 기초자치단체는 초등학교 입학생이 몇 년째 없을 정도로 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 세계 곳곳으로 수출입 물량을 수송할 수 있는 하늘길이 없어 기업들이 비수도권 입주를 꺼리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신공항을 조기에 건설해서 이 지역이 재도약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2023-04-16

학폭 대책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 늘려야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열고 학폭 근절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마련한 학폭 근절대책은 2026학년부터 모든 대입 전형에 학폭 이력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했고, 학교폭력으로 전학조치 등을 받은 가해자 학생의 학생부 보존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했다.현재 주로 대입 수시전형에서만 반영되는 학폭 기록이 수능 정시와 수시논술, 예체능계열 등 모든 입시에 반영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징계 조치가 심한 경우 학폭이 당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말했다.그러나 학폭 근절대책은 엄중해야 하지만 엄벌주의로 치중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처벌 위주로 간다면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한 불복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현장의 소송남발 사태를 자초할 수 있다. 특히 소년범보다 가벼운 학폭의 문제로 가해 학생이 더 무거운 제재를 받는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될 소지가 충분하다.학교폭력의 문제를 법의 잣대로 대응한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제재조치와 더불어 학습현장에서의 인성교육을 확대하는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사람끼리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은 교육의 기본이다. 학폭 문제가 자주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정에서의 사랑과 관심이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가 모두 학폭사태에 대응하는 인성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특히 ‘교육의 수도’라 자처하는 대구교육이 학교폭력과 인성문제에 더 능동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선학교 교사들은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인성교육에 대한 정보나 자료가 부족해 현장 접목에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교육청은 선진 인성교육 프로그램 도입과 세미나 등을 적극 권장해 인성교육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노력들을 이뤄가길 바란다.

2023-04-13

경북도청후적지, 제2의 대구혁신도시 되나

대구시가 지난 12일 현재 산격청사로 쓰고 있는 경북도청 후적지를 1조7천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수도권에서 이전할 공공기관 집적지(도심융합특구) 등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시 계획에 의하면, 도청후적지(14만㎡)에는 앞으로 대구경제의 동력이 될 앵커기업과 혁신기업, 글로벌RD 기관이 들어선다. 그리고 당초 국립근대미술관과 뮤지컬콤플렉스가 입주하기로 돼 있던 공간에는 2차로 이전할 국가 공공기관이 들어선다. 정부는 올 상반기중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마무리한다. 대구시가 유치 욕심을 내는 공공기관은 미래산업 RD기관과 ABB(AI·블록체인·빅데이터)산업, 혁신 창업과 연관된 기관이다. IBK기업은행, 한국벤처투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 20여 곳이 물망에 올라 있다. 도청후적지는 지난 2020년 12월 이미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됐었다. 다만 이곳이 대구시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도심융합특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특별법은 발의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국토교통위)에 계류중이다. 대구시는 이 법이 조속히 제정되도록 같이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된 부산, 울산, 대전, 광주와 공조할 방침이다.도청후적지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산격청사가 이사할 대구시 신청사 건립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달서구 두류정수장 부지에 짓기로 한 신청사 건립사업은 대구시의회에서 신청사 예정부지 일부를 민간에 팔아 청사건립비용으로 충당하려던 대구시 계획에 제동을 거는 바람에 4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현재로선 사업 재개 시점도 불투명하다.도청후적지 주변에 사는 북구 주민들도 그렇지만, 대구시민 모두가 도청 후적지 개발사업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경북도청이 안동·예천지역으로 옮겨간 후 이 일대 상가들이 눈에 띄게 활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유수기업과 정부 공공기관이 들어서면 기존 인프라인 경북대, 삼성창조캠퍼스와 함께 북구 전체가 대구발전의 핵심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23-04-13

전광훈 덫에 갇힌 국민의힘

홍석봉 대구지사장 “정치인들은 권력을 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그 사람들이 자기통제가 불가능하다. 다음 총선에서 200석 서포트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다” 최근 전광훈 목사가 한 말이다.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의 덫에 갇힌 채 허우적대고 있다.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한 모임에서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추켜세운 게 발단이다. 이 발언이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국민의힘과 전 목사의 관계가 주목받게 됐다.당이 극우 성향의 전 목사에게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광훈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당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전 목사와 사랑가와 이별가를 번갈아 부르며 가까와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태극기 부대’의 힘이 필요하면 전 목사를 찾았다. 그가 문제를 일으키면 거리를 뒀다.전 목사는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황교안 대표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는 진보의 ‘개딸들’ 못잖은 인원 동원력과 투쟁력으로 무기력에 빠진 보수당에 힘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태극기 집회 등에서 세를 불린 강성 보수층에는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당원 가입도 도왔다. 추종자들을 독려, 당원 불리기에 큰 힘을 보탰다. 당 안팎에선 전 목사의 권유로 가입한 당원이 20~30만 명에 이른다는 설이 나돈다.지도부의 잇단 실언과 정책혼선으로 당 지지율은 자꾸 떨어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성 보수’ 성향의 전 목사와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 목사를 차기 총선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 전 목사를 손절매하고 나섰다. 급기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그 사람(전 목사)은 우리 당 당원도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홍준표 대구시장과 국민의힘 일각에서 차기 총선을 위해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을 요구했다. 홍 시장은 전 목사를 비판하면서 전 목사를 숭배하는 자는 국민의힘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그는 책임당원 전수조사를 거쳐 이중 당적자를 퇴출하자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전 목사 추천으로 가입한 당원 상당수가 전 목사가 관여하는 정당의 당적을 중복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한 중진은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여지는 당이 돼선 안 된다”는 말까지 했다. 당 주변에 전광훈의 그림자도 기웃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며 전 목사 추종자들의 지지를 받은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공천 과정에서 전 목사가 “과도한 요구를 했다”며 당에서의 축출과 단절을 요구했다. 전 목사의 영향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180석, 200석을 얻게 해주겠다며 보수 정당이 환상을 갖게 했다. 잘못 코가 꿰였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전광훈에 약점 잡혔나는 말까지 들어야 했던 국민의힘이다.이제 전광훈과 절연해야 한다. 분위기는 조성됐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국민의힘에 다음 총선은 없다.

2023-04-13

도청(盜聽) 세상

우정구 논설위원 도청은 몰래 엿듣는다는 뜻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청취하거나 녹음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수사기관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합법적으로 대화를 엿듣는 것은 감청(監聽)이다.도청과 관련해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역사적 사건은 1972년 발생한 미국의 워터게이트 정치스캔들이다. 당시 공화당 출신의 닉슨 대통령이 비밀공작단을 시켜 워터게이트 빌딩 안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사임하는 사태로 커진다. 닉슨은 임기를 다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각종 비리와 연루된 사건에는 으레 게이트라는 접미어가 붙게 된다.이 사건은 워싱턴 포스트의 두 기자의 끈질긴 활약으로 세상에 전모가 공개되는데, 당시 두 기자는 오로지 이 사건에만 매달려 취재해 끝내 대통령의 퇴진을 이끌어 낸다.정보통신의 발달로 도청은 이제 일반인뿐 아니라 국가기관간에도 치열한 전쟁거리가 됐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만년필, 구두밑창, 손목시계, TV스피커 등에 설치된 기상천외한 장비들이 실제로 시중에 유통돼 개인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세상이 됐다. 심지어 레이저 발사를 통해 맞은편 빌딩에서 진행하는 회의 내용도 도청할 수 있다 하니 도청기술 첨단화가 놀라울 뿐이다.미국 정보기관의 우리나라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시끄럽다. 국가간 정보전쟁의 한 단면으로 짐작되나 우리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오히려 더 궁색해 보인다. 국익에 배치된다면 선을 긋고 해명하는 게 옳다. 첨단화하는 도청기술에 국가나 국민 모두가 노출된 세상이 된 것 같아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4-13

놀랍고도 반가운 비(碑)

강길수 수필가 “저게 뭐지?….”수령이 300년이 넘는다는 강당 앞 고목을 살피고 돌아서다가, 눈에 들어온 커다란 표지석에 나온 혼잣말이다. 정문 안쪽 왼편이다. 가까이 가보았다.참 놀랍고도 반가웠다. 도무지 예상치 못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문학비(碑) 아니면, 기념이나 공적비일 거란 생각은 빗나갔다. 표지석은 바로 ‘국민교육헌장 비’였다. 그것도 지자체나 학교에서 설치한 것이 아니라, 개교 30주년을 맞아 동문 분들이 뜻을 모아 세운 것이었다. 이곳 J 중학교 동문의 깨어있는 마음들이 나를 와락 껴안는 것만 같다. 갑자기 그 옛날, 희망에 가득 찼던 시절로 되돌아간 마음이다.‘국민교육헌장’이 선포되던 무렵, 나는 그것을 외워야 할 학생 신분은 아니었다. 그래도 사회 분위기에 따라 외우다시피 하였다. 지금도 첫 구절이 생생하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국민교육헌장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강산이 다섯 번 넘어 바뀐 지금의 내 시각으로 바라봐도 국민교육 지표로 어느 한 단어, 한 구절 버릴 것이 없다. 휴대폰 사진을 찍었다.1960년대 초 한국은 지구촌 최빈국의 늪에서 허덕였다. 그런 국민 앞에 나선 젊은 새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란 기치를 내걸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라고 외치며 앞장서서 국민을 일깨웠다. 무기력하던 국민 가슴에 ‘우리도 하면 된다!’는 희망을 심었다. 1968년 대통령의 민족사랑 리더십은 마침내, ‘국민교육헌장’을 끌어냈다. 국민교육이 이루어낼 지표다. 뒤이어 새마을 운동도 활기차게 펼쳐나갔다.새마을기가 아직 펄럭이는 곳은 있지만, 국민교육헌장을 게시하거나 싣는 매체를 보지 못했다. 웹사이트에서 국민교육헌장에 관한 검색을 해보았다.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1968년 6월 문교부는 대통령 명에 따라 헌장 제정을 위해 기초위원 26명, 심의위원 48명, 초안 작성 관련 대학교수 20명 등의 인적자원을 구성하였다. 9회의 심의회를 거치고,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후 12월 5일 대통령이 선포하였다.1973년 3월, 헌장 선포일인 12월 5일을 정부 주관 기념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였다. 1993년까지 교육부 주관으로 헌장이념 구현 다짐 기념식, 스승 공경 기념행사, 기념 우표 발행 등도 하였다. 하지만, 문민정부인 1994년부터 기념식과 행사가 중단되고 이후 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국민교육헌장이 지워졌다. 2003년 국민의 정부에서 헌장 선포기념일도 폐지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한국의 국민교육헌장 제정은 당시 자유중국 총통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고, 독일 철학자 볼노브(Bollnow)의 찬사도 받았다고 한다. 한데 왜, ‘민주화’를 표방한 다음 정부들은 이 훌륭한 교육헌장의 정신과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지는 못할망정 폐지했을까. ‘국민교육’이란 나라의 근본을 자기나 자당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소인배적 행태로 그리하지는 않았을까.한 국민으로서, 지금이라도 ‘국민교육헌장 정신’을 계승, 계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국가와 나라 교육이 제대로 발전해 가는 길일 테니까….

2023-04-13

서쪽 하늘과 동쪽 바다의 걱정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봄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갈피를 잡지 못한다. 올 3월은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봄이었다. 평균보다 7~9도 높았고 벚꽃마저 앞당겨 피어 ‘봄의 실종’을 알렸는데 올여름은 또 폭염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저께는 내륙 산간 지역이 영하의 날씨를 보여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어는 등 냉해 우려가 있었다니 꽃샘추위는 저리 가라는 듯하고 낮에는 20도 이상이 되어 갈팡질팡이다. 전국의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동해안은 강풍 특보 속에 초속 15m 이상의 센 바람을 타고 강릉 산불은 민가 100여 채를 태우고 지나갔다.서쪽 하늘에서 황사가 덮여왔다. 중국과 몽골에서 발원한 흙먼지가 전국을 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미세먼지는 ‘매우 나쁨’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잔류 황사가 서해상으로 유입하여 대기 정체로 축적이 되어 농도가 높아진 탓으로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 중 ‘관심’ 단계이고 미세먼지는 평소의 10배인 130마이크로그램 정도여서 외출 시 황사용 마스크 쓰기를 권하고 있다. 우리 집 뒷창문으로 멀리 비학산이 보이고 그 투명한 정도를 보며 미세먼지의 정도를 가늠하곤 하는데 요즘 며칠간은 아예 보이지를 않았다. 꽃 피고 새 우는 아름다운 4월의 하늘에 먼 서쪽 대륙에서 날아온 황사가 우리 한반도를 질식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해진다. 다행히 14일 금요일부터 이틀간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다. 제주 50mm, 남해안과 경북 남부 10mm 정도이지만 수도권과 중부, 경북 북부는 비의 흔적이 적을 것이라고 한다.이렇게 서쪽 하늘이 숨쉬기를 힘들게 하는데 동쪽 바다는 또 다른 걱정을 하게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폐수를 올 6월쯤 방류한다는 소식이다.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파괴된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130여만 톤의 오염수를 수백 개의 탱크에 보관 중인데, 이를 해양 방류하면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돌아 동해안으로 들어오고 해양환경은 물론이고 인체와 수산물에 끼치는 막대한 피해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을 것이란 우려이다.일본 당국은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처리수’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우리 시민 단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저지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매월 범국민 대회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항을 비롯한 경주·영덕·울진·울릉 등 동해안 5개 시·군은 ‘오염수 해양방류 공동 대응’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구성하여 수산물 소비심리 위축과 가격하락 등 수산업계의 고민과 관광·레저업계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편성 등 신규사업도 건의하고 있다. 12일 포항환경운동연합, 포항YMCA 등 6개 시민 단체도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철회 캠페인을 벌였다.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한반도가 어찌하여 서쪽 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하늘이 덮이고 동쪽 바다에서 밀려오는 방사성 해류가 넘실대는 환경을 걱정하게 되었나. 기후변화와 인간의 실수로 말미암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정계에서 소용돌이치는 분탕질 바람부터 잠재우며 현명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

2023-04-13

경북경찰청 경무기획과 교육계 경장 정현수

정현수 경북경찰청 경무기획과 교육계 경장 최근 우리 사회는 고령화·양극화·다문화 등 사회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빈부·세대·지역갈등까지 장기적·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또한, 첨단 기술의 발전은 △딥페이크 △AI·블록체인 이용범죄 △사물인터넷 해킹 △가상현실 범죄 등 경찰의 치안 영역을 끝없이 확장 시키고 있다. 치안환경 급변에 대한 대비가 지체될수록, 국민안전과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은 증대되는 만큼, ‘경찰 교육훈련 혁신’을 기반으로 ‘치안 역량 제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찰의 기본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비한 新지식‧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까? 먼저 경북경찰청은 ‘부서 간’, ‘기관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치안행정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기존 경찰 교육훈련을 ‘융합 교육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였다. ‘범죄예방과 수사’, ‘치안행정과 일반행정’이 서로 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지방종합행정서비스’를 구현함으로써 ‘도민의 기대(눈높이)’에 부응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현장부서 ‘팀별 OJT 내실화’와 ‘도경 기능별 OJT 지원시스템’을 통해 지역현안에 대한 명쾌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기능‧부서별 학습모임’ 운영을 장려하고 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상시토론‧학습을 통해, 현장 경찰의 직무 전문성과 현장 대응력을 제고하며, ‘문제 해결역량’을 배양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과학치안, 과학수사, 글로벌 트렌드 등 전문역량 향상이 필요한 분야에서 훈련과제를 발굴하고 ‘위탁교육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경찰 특화과정의 필요성이 높은 과제들을 중심으로 지역 민‧관‧산‧학‧연이 협업하는 ‘지역 치안거버넌스 조성’에 마중물이 되리라 본다. 사회불안은 필연적으로 ‘삶의 질 하락’, ‘생산력 저하’ 등 사회‧경제적 병폐로 이어지기에, 미래사회의 ‘국가경제’, ‘국가발전’ 역시 ‘안정된 치안’이란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튼실해질 수 있다. ‘경찰 교육·훈련혁신’을 통해 ‘치안행정의 완성도’를 높이고, 미래사회 환경변화에 대비하는 경북경찰에게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며, 도내 민·관·산·학·연의 적극적인 치안거버넌스 동참을 기대해본다.

2023-04-13

카바이드 등

윤명희 수필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녀의 표정이 여느 날과는 달랐다. 할머니는 의자에 앉기 무섭게 하소연을 쏟아낸다.내 말 한 번 들어봐라, 그게 그렇게도 힘드나? 매번 내가 속이 상해. 먼저 태어난 아들이 선수고 뒤따라 나온 게 차수거든. 얼굴은 고사하고 걷는 뒤태도 둘이 똑 같어. 지 식구들이야 알아보겠지만 동네사람들은 지금도 볼 때마다 헷갈리재. 하기야 선수는 눈가에 흉터가 있으니 자세히 보면 알거라. 에이그 그 상처가 참…큰아들 선수는 말이다, 가끔씩 어디 갔다 오는 길이라면서 옥수수를 한 망태씩 사오거든. 그 많은 걸 누가 다 먹나. 그래도 어미 애비 생각해서 사오는 게 고마워서 내가 돈 십만 원을 주머니에 찔러줘. 그러면 길게도 말 안 해 ‘에이 뭘.’ 그러고는 두말 않고 받아. 걔는 뻥튀기도 잘 사오는데 한 비닐포대 갖다 놓으면 심심풀이로 요긴하지. 그러면 나는 또 집에 갈 때 통닭이라도 한 마리 사가라고 찔러 줘.뱃속에서 열 달을 붙어 있다 나왔는데 성질 하나는 어째 그리 다른지. 차수도 가끔 고기를 사와. 장보러 갔다가 생각났던 모양이라. 늙을수록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나. 생각하는 마음이 참해서 슬쩍 지폐 한 장 주머니에 찔러 넣어 줬더니 괜찮다면서 그걸 식탁 위에 그냥 두고 가네. 그것도 내가 보는 앞에서 말이라. 엄마가 뭔 돈이 있냐고 매번 그래.그 것 하나 가지고 내가 이러지는 않는다고. 한 날은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사람은 없고 보따리만 현관문 앞에 있더라고. 뭔고 싶어 조심해서 풀어봤지. 작은며느리가 반찬을 조목조목해서 아들 편으로 보냈네. 아이고, 그것이 코빼기도 안보이고 줄행랑을 친 거라. 들어와 물이라도 한잔하고 가면 될 것을. 섭섭한 마음에 죄 없는 며느리한테 전화해서 쟤는 왜 그러냐고 쉰 소리를 해댔어. 며느리가 그러대. ‘엄니랑 산 세월이나 저랑 산 세월이 비슷한데 엄니가 못 고친 거, 저라고 고칠 수 있겠어요’ 참 할 말이 없데.어제는 말이야, 늙은이 생일이라고 다섯 자식에 손자들까지 다 모였어. 받은 봉투가 두둑했지. 환갑이 다 돼 가는 쌍둥이 생일이 이틀 뒤인데 어미가 되어서 받고 그냥 있을 수가 있나. 봉투를 두 개 만들었디라. 밥을 먹다, 둘한테 똑 같이 봉투를 내밀었지. 내 선물이라면서 말이야. 그래, 할마이가 손자들 앞에서 폼도 좀 잡고 싶었다. 선수는 여느 때처럼 고맙다면서 쓱 지 주머니에 집어넣는데 차수는 또 그냥 쓰지 뭘 주느냐며 몇 번이나 손사래를 치는 거라. 내민 손을 도로 집어넣을 수가 있나. 지 마누라가 내 표정을 보고는 받으라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더라고. 마지못해 받아서는 어쩌는지 알어? 바로 옆에 앉은 지 아부지 주머니에 구겨 넣네.나는 한숨을 푹 내쉬는 할머니에게 안 받으려는 돈을 왜 주느냐고 물었다.걔들이 클 때 못해준 게 생각나서 그렇지. 그 시절, 사람 사는 게 다들 빤했지. 겨우 풀칠이나 할 정도라 노상 아껴 쓰라는 말은 기본이고 돈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니라. 시어른 모시고 다섯이나 되는 자식 건사하자니 그렇게 안 하고는 살 수가 없었거든.살다보니 그것마저 다 떨어 먹고 걔들이 초등학생 때 서부동으로 이사를 갔디라. 그 동네는 전깃불 없는 집이 태반이었거든. 밤만 되면 암흑천지라. 쌍둥이 아니랄까봐 맨 날 천 날 둘이 붙어 돌아다니더니만 어디서 카바이드 등을 구해 온 거라. 카바이드라고 아나? 예전에 포장마차 같은데서 많이 했디라. 그걸 어린 것들이 뭘 잘못 만졌는지 고마 폭발을 하고 말았재. 선수는 눈알이 빠진 거 같고 차수는 머리 한 귀퉁이가 날아간 것같이 피를 철철 흘리면서 나자빠졌는데 아이고,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린다. 어미한테 주고 싶었다는구먼. 그 날이 아직도 내 눈에서 나가질 않네. 차수 지 흉터는 머리카락으로 감추면 내 눈에 안 보이는 줄 아는 모양이재. 그 때 카바이드 등만 켜졌어도…한숨이 삼킨 마지막 말이 할머니 눈에 얼비췄다.

2023-04-12

을미(乙未)

육십갑자 중 서른두 번째에 해당하는 을미(乙未)다. 천간(天干)의 을목(乙木)은 화초나 풀을 뜻하며, 지지(地支)의 미토(未土)는 메마르고 열기가 많은 땅이다. 동물로는 양순한 양이다.을미일주는 물상으로 ‘사막의 선인장’이다. 생명력 강한 화초가 건조한 땅에 놓인 형국이다. 내면에 강한 힘을 갖고 있지만, 발현이 쉽지가 않다. 삶에 고난이 많지만, 외유내강형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끈기와 예리한 촉이다. 부드러운 듯 보이지만 예리한 촉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강한 끈기와 집념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안으로는 재물을 만드는 능력 또는 융통성, 지적 호기심과 남을 설득하는 능력, 자신의 뜻을 현실적으로 풀어가는 돌파력이 돋보이는 일주다. 대체로 자유롭고 씀씀이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의외로 돈을 잘 모으지만 지출이 크지 않은 편이다.을미(乙未)의 미토(未土) 양(羊)은 순(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산양처럼 아주 살벌하다. 절벽에 살고 다리는 짧지만, 싸울 때는 목숨을 걸고 죽을때까지 싸운다. 마음이 급해서 성질이 나면 앞뒤도 보지 않고 누구 말도 듣지 않는다. 그러면 안 되는데도 큰일을 앞두고 대사를 그르친 민비(1895년 을미사변)처럼 자신도 주변도 모두 망가진다. 결국 인화(人和)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다.중국 명나라 육작(陸灼)이 지은 애자후어(艾子後語)에 나오는 이야기다. 애자(艾子)는 뜰 안에다 양을 기르고 있었다. 양은 들이받기를 좋아했다. 사람이 나타나면 쫓아가서 뿔로 받곤 하였다. 애자의 제자들은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어느 날 제자들이 애자를 찾아가서 “선생님의 양들은 모두 수놈이라서 거칠고 사납습니다. 저희들이 양들을 거세하고자 하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성질이 온순해질 것 같습니다”라고 청하였다. 그 말을 듣던 애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들은 아직 잘 모르는군. 임금을 모시는 사람들을 보게. 모두 거세를 당하여 사나이의 성(性)을 갖지 않았지만, 사나이들보다 훨씬 더 거칠고 사납지 않는가?” 명대 환관들의 정치참여를 비판한 것이다. 힘없는 양이지만 권력이 생기면 재물이 들어와서 본분을 망각하여 쉽게 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을미의 특성은 인간관계에서도 낯을 많이 가리는 터라 마음이 잘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의견이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밀어내는 특성도 있다. 이런 기운에 사로잡힐 때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세속적인 욕망과 삶의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지혜가 필요할 듯하다.을미일주에는 백호살이 있다. 백호살이란 과거 호랑이가 불시에 민가로 내려와 사람의 목숨을 위협했던 것처럼 예측할 수 없는 사고의 기운을 뜻한다. 백호는 한 마디로 강한 것을 다루는 재능이 있어 험한 세상에 잘 대처할 수 있는 힘을 내재하고 있다. 능력이 비범하여 자신의 능력을 배로 발휘할 수 있기에 부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살 중의 하나다.부부 사이의 금슬도 좋지 않고 배우자 건강 또는 부모형제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질병과 사고 등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 단순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사고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특히 교통사고다. 한 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숫자가 2백만 명에 이른다.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은 주변 사람들을 고통의 늪에 빠지게 한다.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는 1960년 1월 4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노동자였던 아버지는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다.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가난 속에서 자랐다. 하층민에 속한 아이는 초등교육을 졸업 한 뒤 곧바로 노동자가 되는 것이 그 당시 정해진 진로였다.그렇지만 초등학교 교사 루이 제르맹은 가난했지만 지적 탐구에 강한 호기심을 보인 카뮈를 발탁해 중학교 장학생시험을 치를 기회를 주었다. 카뮈는 당당하게 장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문학과 철학에서 그의 재능을 깨닫게 해 준 장 그르니에 교수를 만났다. 그러한 주변의 도움으로 성장하여 1957년 44세 젊은 나이에 소설이방인으로 노벨문학상 수상했다. 그는 수상 연설을 루이 제르맹 선생에게 헌사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17세 때는 결핵으로 학업도 중단하고, 부조리라고 부르는 비극적인 감정을 가지고 필사적으로 살고자 갈망하였다. 카뮈는 삶의 부조리란 선한 일에는 선한 결과를 얻고, 악한 일에는 악한 결과를 얻는다는 합리적 관점이 적용되지 않는 세계와 그 세계를 향해 합리적인 이해를 얻고자 애를 쓰는 인간 사이에 놓여 있는 거대한 수수께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이해할 수 없지만 인간과 세계 사이에 분명히 자리 잡고 있는 부조리를 평생 탐구했다.1960년 1월 4일, 휴가를 마친 그는 기차로 파리로 갈 계획이었다. 때마침 출판사를 운영하는 친구 갈리마르가 자기 차로 가자고 제안했다. 동승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47세 나이에 죽은 것도 어떤 필연에 의한 것인지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차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죽음, 그러니까 부조리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생을 마친다. 그는 생전에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만큼 부조리한 것은 없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노자 도덕경 5장에 ‘천지불인(天地不仁)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狗)’라는 구절이 있다. 천지는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와 같이 여긴다. 자연은 스스로 정해진 법칙에 따라 운행할 뿐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무관심한 것이다.인간의 합리적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세계, 그러한 세계를 상대로 부조리한 감정을 느끼는 인간은 한마디로 부조리를 느끼는 인간인 것이지 인간이 부조리한 것은 아니다. 카뮈는 부조리란 피하거나 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하고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2023-04-12

스트레스로 스트레스 날리기

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소화가 안되고 배가 아파서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별 이상 없고 신경성이라고 해요” 진료중에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신경성이라고 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원인이다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도 디스트레스(distress·나쁜 스트레스)가 있고, 유스트레스(eustress·좋은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라는 말은 라틴어 strictus(꽉 조이는), stringere(단단히 죄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에 반응해서 신경을 바짝 긴장 시켜서 나의 생존과 안녕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스트레스(stress)인 것이다.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기분 나쁜 일, 억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수시로 겪는다.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인간은 놀람-저항-기진맥진의 단계를 천천히 거치면서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것을 디스트레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받는다고 할 때 그 스트레스다.스트레스는 심장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로서 급성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고혈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증가하고 이의 작용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목덜미가 아프다, 어깨가 쑤신다,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다, 사방이 결린다 등의 만성통증증후군 역시 스트레스 때문에 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슐린 요구량이 증가하여 당뇨병이 악화된다. 간 경화증, 간암 발생이 증가한다. 만성폐쇄성 폐질환, 폐기종, 만성기관지염, 폐암 발생도 증가한다.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기고, 비만을 일으키고, 불감증, 월경불순, 발기불능 등의 성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디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하다.한방에서는 디스트레스를 화병, 울화 등으로 표현한다. 향부자, 황련, 황금, 계지, 소엽 등의 약재를 활용하여 울체된 기를 풀어주는 약을 쓰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수면과 배변 상태 등이 좋아진다. 침과 사혈요법, 추나 요법 등을 잘 활용하면 뭉친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디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각종 통증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정적인 일만 겪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상황이 부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면, 긍정적인 일에는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이것을 유스트레스라고 한다. 어릴 때 달리기 시합 전에 느끼던 (기분 좋은)긴장감, 설렘, 흥분 등이 유스트레스의 대표적인 반응이다. 유스트레스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동기부여와 성취욕을 높이며, 집중력 증가, 신체 활력 증가, 면역 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등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고 할 수 있는 유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자주 만든다면, 기분 나쁜 긴장감인 디스트레스가 쌓일 틈이 없어질 뿐 아니라, 쌓여 있던 디스트레스도 없어진다. 악기 연주, 노래 배우기, 춤 배우기, 외국어 배우기 등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유스트레스가 늘어난다. 등산, 여행, 산책, 수영 등의 운동을 할 때도 유스트레스가 늘어난다.

202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