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달빛이 환한 밤

정미영 수필가 달빛이 환한 밤이다. 철길숲을 산책하다가 우두커니 앉아 있는 무궁화호 객차를 찬찬히 바라본다. 내 시간의 퇴적층에 기적 소리가 아스라이 얹혀 지는 것 같다. 문득, 처음 기차를 탔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바람결에 풀썩거리며 뛰쳐나온다.그날, 나는 아버지와 함께 동대구역에서 화본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나의 부모님은 서둘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친할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한동안 나를 외가에 보내야만 했다. 혼자 외가에 남겨진다는 속상함 때문에 기차를 탔다는 설렘은 잠시였다.아버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며 내 손에 가족사진 한 장을 들려주었다. 낡고 빛바랜 흑백 사진이었다. 내 손을 잡고 손가락을 꼽아 보이며, 딱 요만큼만 참고 있으면 데리러 오마, 약속했다. 나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한테 가자고 떼를 쓰며 울었다.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아버지의 등에 업혀 있었다. 아버지의 등은 넓고 따뜻했다. 산길을 따라 아늑한 외가에 도착했을 때, 외할머니는 향나무 아래에 있는 샘물을 긷고 계셨다. 그러다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달려오면서 그만 넘어지셨다. 아버지가 급히 일으켜 드렸으나, 외할머니는 자신의 상처를 돌보기에 앞서 나를 끌어안으셨다. 물에 젖은 치맛자락으로 내 얼굴의 땀을 연신 훔치며, 나를 안아 주셨다.외할머니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가 아궁이 앞에 앉았다. 외할머니는 가마솥에 쌀을 안치고, 솔가지를 아궁이 속에 넣어 불을 지피셨다.“영아, 맛난 밥상 차려주마. 정서방은 얼릉 밥상 받고 밤늦기 전에 내려가야제.”아버지는 저녁상을 물리자마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외가를 나섰다. 나는 울면서 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했고, 그런 나를 아버지는 애써 외면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따라가겠다는 나대신 이번에는 달빛이 아버지의 등에 업혀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외할머니 곁에서 며칠을 지내는 동안 차츰 내 울음은 그쳐졌다. 생각 밖으로 하루하루 내 생활은 분주했다. 외양간 송아지를 보러 일찍 일어났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쫓아다니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장독대 옆의 무궁화꽃 그림자가 마당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콩밭 매는 외할머니 옆에서 실컷 흙장난을 했다. 고추밭 고랑 사이사이를 호미로 헤집고 다니다 보면, 금세 시간이 흘러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다 잠이 들고는 했다.그렇게 잘 지내다가도 이따금씩 산 아래에서 사람이 올라오면 내 아버지가 왔나 싶어 냅다 뛰어나갔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아닌 것에 실망하여 눈물을 글썽였다. 부모님이 보고 싶고, 집에 가고 싶을 때는 외할머니와 달에게 소원을 빌었다. 아버지가 지금 당장 나를 데리러오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집으로 데려다줄 아버지가 빨리 올 수 있게 해달라고 달에게 두손 모아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언젠가는 외할머니에게 달이 뜰 때까지 기차역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달빛이 내 몸을 환하게 물들일 때까지 플랫폼을 서성거렸다. 하지만 기차가 도착해 플랫폼에 사람들이 내려도, 그토록 보고 싶은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면 외할머니는 “오냐. 불쌍한 내 강아지. 너그 아비 곧 올끼라.” 내 눈물을 닦아주며 등을 쓸어주었다.철길숲의 철로 주변 꽃들이 바람결에 한들거린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겨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편린이 모기작모기작 꽃잎을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어린 자식의 눈물 젖은 얼굴을 바라봐야 했던 아버지의 가슴은 오죽 답답했을까? 세월이 흘러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며칠간 자식들을 보지 못하면 걱정이 되었다. 기약 없이 자식을 떼어놓아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지금 헤아려보니, 내 가슴이 먹먹하다.오늘은 달빛이 환한 밤이다. 유년 시절의 추억들이 달빛에 흐벅지게 물든다.

2023-07-05

무신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다섯 번째는 무신(戊申)이다. 천간(天干)의 무토(戊土)는 높고 큰 산이며, 바위산이다. 지지(地支)의 신금(申金)은 광물이며, 가을의 결실을 나타낸다. 동물로는 황금 원숭이다.무신일주는 가을 산 속에 광석을 품고 있는 형상이며, 기암괴석이 있는 바위산이다. 넓은 평야에 오곡백과가 여물어 가는 풍경이다. 화려했던 시절은 저물고 고독과 서러움이 다가오는 시기이다. 한 곳에 소속되길 원하며, 친구와 주변사람과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하고 인정이 풍부하다. 대체적으로 성격이 우직한 편으로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려 대인관계가 원만한 게 특징이다.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술자리나 모임을 즐기는 편이다. 먹을 복이 좋아 명예보다 재물 인연이 많다. 학문보다 돈에 관심이 많다. 큰돈을 꿈꾸는 재능이 많은 사업가형 타입이다. 기본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배포가 남다르다. 거기에다 허세와 허풍도 있다. 잘 나갈 때는 통이 크다는 말을 듣지만 실속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포용력과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이 있어 집단 내에서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하지만 태평하고 낙천적인 성격에다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 일을 펼치기를 좋아한다. 허나 독단적인 성격과 배운 지식이 얕기에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 못하고 실수가 잦은 편이다. 충고를 싫어하며 단독으로 쉽게 결정하는 것이 결점이다.한나라 유안이 지은 회남자 수무훈편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어떤 사람이 원숭이를 잡아 요리해서 이웃사람들을 불러서 대접했다. 이웃사람들은 개장국인 줄 알고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 그것이 원숭이 고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먹은 것을 모두 토해버렸다. 이웃사람들은 정말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치에 맞는지를 알고 행동해야 한다. 모르고 먹으면 약이 되지만 알고 먹으면 독이 되는 경우다.무신일주의 남자는 듬직하고 과묵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성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아내에게 잘해주는 형이다. 배우자 복도 괜찮은 편이다. 여색을 밝히는 편으로 주의가 요망된다. 여자는 얼굴이 둥글둥글한 귀여운 상으로 피부가 깨끗하다. 자식을 낳고 나면 배우자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어 고독하게 된다. 남녀 모두 이성에 관심도 많고, 싫증도 잘 낸다. 외도하기 쉬운 성격으로 조심해야 한다.무신일주의 신(申)은 동물로는 재주 많은 황금 원숭이다. 지혜와 재주가 갖추어져 있다. 머리가 좋고, 특히 창의적이며 상상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 호기심이 강하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기에 무언가를 연구하여 창조하려는 욕구가 강하여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다. 기획능력이 탁월하여 윗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늦게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한다.역마의 기질이 있어 돌아다니지 않으면 몸에 병이 난다고 하여 바쁘게 사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교류가 많은 관계로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인정욕구가 남다르다. 정도 많아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고 어울리기 좋아한다. 문제는 남의 일에 참견하고 끼어들어 곤란을 겪을 경우가 있다. 보는 것마다 관심을 가지며 재주도 좋아 잘 배우며 그만큼 실수도 잦다.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바로 잡지 않으려는 고집이 단점이다.무신일주는 항상 여유 있고 넉넉해 보이지만, 감정적인 면이 강하여 남 밑에서 지시를 받는 걸 견디지 못한다. 또한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 하는 성격으로 남의 충고를 싫어한다. 또한 물상으로는 큰 산에 매장된 광맥이다. 산에 매장된 좋은 금맥도 캐내어 제련을 해야 훌륭한 제품으로 생산되듯, 탁월한 재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조력자를 두고 일을 펼치면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다. 그 과정은 험난하지만 기다리고 참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한 덕목으로 작용한다.그와 같은 사례로 줄탁동시(5550啄同時)가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하려면 안쪽에서 부리로 알을 쪼아야 한다. 어미닭은 밖에서 보고 같이 쪼아준다. 알이 갈라지면서 병아리가 수월하게 밖으로 나온다. 만일 어미 닭이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알을 쪼면 병아리가 죽을 수도 있다. 반대로 병아리가 나오려고 안에서 열심히 쪼아대는데 어미닭이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병아리는 죽고 만다.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조력자를 만나는 것도 행운이요 기회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평소에 기량을 키워나가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망설임이 없이 짊어지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청소년 성장소설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1877~1962)의 ‘데미안’이 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가치관이 변화한다. 거기에는 주변인물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주인공 싱클레어는 꿈속에 나타난 새를 그려 친구이자 조력자인 데미안에게 보냈다. 데미안의 답신은 이러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아브락사스는 유대교에서 선의 신을 의미하는 야훼와 악마의 신인 사탄을 합친 개념이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아직 선과 악을 초월하여 자유로운 내적 자아를 찾지 못한 채 금욕과 절제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 친구 데미안은 밖에서 알을 쪼는 조력자로 등장한다.사람은 저마다 성격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개인 고유의 특성이기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고작 수십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수명, 그 중에서도 단기간에 겉으로 드러난 성향과 언행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마치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금방 수긍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을 테니까. 이렇듯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은 그날그날 누구를 만나는가, 어떤 기회와 마주치는가에 따라 들쑥날쑥 변모한다.

2023-07-05

울릉도 탐방기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주 우리 대학 신문방송사 울릉도-독도 특별취재팀에 동행했다. 울진의 후포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로 입도하여 다시 독도를 다녀오는 3박4일 일정이었다. 취재 일정이 전국적인 비 예보와 겹쳐 출발 전날까지도 마음을 졸였지만, 출발 당일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5시간 동안 배를 타고 힘겹게 도착한 울릉도는 쌓인 피로를 한 방에 날릴 만큼 아름다웠다. 울릉도는 화산 활동으로 조성된 섬이라 평지가 거의 없고 아찔한 도로가 많았다. 가파른 경사의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돌아 나가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숲과 바다의 자태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에메랄드빛 바다의 풍경과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은 잠시나마 현실의 고민을 잊게 했다.그렇게 울릉도의 풍광에 취해갈 때쯤 산의 절반이 깎여 노출된 황토색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비행장 건설 현장이었다. 비행장이 건설되는 지역의 한 평당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다고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울릉도를 찾기 위해 비행기가 꼭 필요한 것은 5시간 배를 타고 오면서 이미 절감한 사실이다. 공항이 완성되면 울릉도민의 삶이 더 나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의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될 것이다.하지만 자연을 개발하여 문명을 만들어냈던 근대화의 방식이 여전히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찜찜한 마음을 거두기 어려웠다. 지금은 세계적인 기후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장되는 시기다. 경제성장=근대화의 논리로 전개된 한국의 지난 50년 역사의 결과,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빈부격차, 가족주의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함축된 것으로, 그간의 성장 논리가 만들어낸 결과이다.취재의 하이라이트 독도에 가기 위해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자 수많은 태극기가 눈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독도와 반일 감정의 연쇄 고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태극기=반일=독도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눈앞에서 확인하니 찜찜했던 마음은 꽉 막혀버렸다. 우리는 왜 특정 순간에만 이렇게 애국자가 될까. 대체 애국이란 무엇일까?최근 대통령은 일본과의 불편한 과거를 정리하고 발전적 미래로 나아가자고 외친 바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식민지 경험을 과감하게 털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과거사 정리를 위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기본이다. 하지만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근본은 경제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과거 일본의 조선 침략도, 대통령의 과거 청산 논리도 모두 경제성장이란 전제 위에 서 있다. 그 논리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건이다.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울릉도-독도는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국가와 국가, 인간과 인간의 경계 짓기가 근대의 방식이라면 그 경계를 거두는 것이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다.

2023-07-05

‘발바닥이 아픈데 이게 디스크인가?’

김영준 포항 약전부부한의원장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 현대 사회에 디스크라는 질환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되었다. 디스크, 즉 추간판탈출증은 말 그대로 척추 간에 있는 추간판이 튀어나와서 신경을 자극하는 증상을 말한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추간판에 큰 압력이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디스크가 변형되면서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신경이 자극되어 증상이 생기므로 대퇴부, 하지부, 족부로 감각 이상이나 통증 등을 겸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 가지 다른 질환들과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이러한 디스크의 증상에 대한 상식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하지부나 족부의 통증을 무조건 디스크나 협착증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 이런 발의 통증을 디스크가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발을 디딜 때 발바닥이 쩌릿하고 통증이 느껴지고 종아리 쪽도 아픈 것 같다는 것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었다.이런 경우 발바닥을 직접 눌러서 압력을 가했을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이것이 상부의 신경 자극 증상인지 발바닥 자체의 문제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발을 손으로 눌렀을 때나 발바닥을 땅에 디뎠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이는 디스크가 아닌 발바닥 자체의 문제인 족저근막염(발바닥근막염)일 가능성이 높다.족저근막염은 말 그대로 족저, 즉 발바닥에 있는 근막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디디는 첫 발에 통증이 심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발뒤꿈치가 아픈 경우가 많다. 원인으로는 평소 하지 않던 운동을 장시간 하게 되거나 불편한 신발을 신고 오래 서 있었던 경우, 장시간 운전을 한 경우 등으로 발바닥 근막에 장시간 장력이 가해져서 미세 손상이 생기고 이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사실 발바닥은 몸 전체의 체중을 감당하는 부위이므로 비교적 튼튼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튼튼한 만큼 한번 탈이 나면 회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족저근막염이 생겼을 때는 2개월 이상 치료하는 것이 권장되는 편이며 6개월 정도는 발바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좋다.종아리 쪽 근육을 침, 부항 등으로 풀어주면서 발바닥의 염증을 줄여주는 치료를 한다.평소 발바닥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테니스 공을 발바닥에 대고 3~5분 정도 굴려주는 방법이나 수건을 발바닥에 걸어서 몸쪽으로 당겨 발바닥과 종아리를 함께 스트레칭 해주는 방법도 좋다.보통 발바닥에 무리가 많이 가는 상황에서는 종아리 쪽 근육도 함께 긴장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스트레칭을 할 때 종아리도 같이 해주는 편이 좋다. 발바닥에 자극이 심한 슬리퍼나 샌들, 하이힐 등을 신지 않아야 하고 모래나 자갈이 많은 등 요철이 심한 곳을 장시간 걷는 것을 피해야 한다.중년 이후에는 발바닥의 지방 패드가 적어지면서 족저근막염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더욱 평소 발 건강 관리에 유념하는 것이 좋겠다.

2023-07-05

국가브랜딩, 살려야 한다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미국의 한 일간지 US News World Report가 세계국가순위를 발표한다. 삶의 질, 사회적 역동성, 문화적 자산, 기업친화성 등 10개 분야에서 객관적으로 취합한 자료를 합산하여 해마다 공표한다. 작년에는 스위스, 독일, 캐나다에 이어 미국이 4위, 일본은 6위, 중국이 17번째에 올라있었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괄목한 발전을 보여온 대한민국은 20위였다. 기업이 물건을 잘 만들어야 하지만, 업체와 상품의 이미지를 효과있게 긍정적으로 알려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오늘처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마케팅과 브랜딩이 점점 각광을 받는 까닭이기도 하다. 국가도 마찬가지다.해외에서는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대한민국은 어디쯤 자리잡고 있을까. 경제력이 성장하였다고 평판이 그대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세계무대에서 선진국의 위치에 근접했다는데, 세계인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는 어디쯤 와 있을까. 세상은 한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기업이 좋은 물건을 팔아도 업체가 하는 일과 상품의 가치를 알리는 일은 특별한 경영수단을 필요로 한다. 이름하여, 브랜딩(Branding). 대한민국이 여러 가닥에서 좋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세계인의 마음에 다가가는 일에는 또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도 브랜딩에 나서야 한다. 나라들 사이에서 교류와 통행이 활발해지면 관광과 여행은 국가경영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산업영역이 된다. 대한민국을 세계인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마음을 사로잡을 ‘국가브랜딩’이 더없이 긴요해진다.우리에게도 법정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있어 지구인들이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는 데에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세월이 흐르면서 위원회가 명맥을 간직하고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아 국가가 나라를 효과적으로 알려내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외형적인 국가경쟁력과는 또 다르게 나라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일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사이몬앤홀트(Simon Anholt)가 개발한 ‘좋은나라지표(Good Country Index)’는 나라들이 다른 나라들을 위하여 끼친 기여도를 평가하여 순위를 매긴다. 2022년 발표에 일본이 34위, 한국 37위, 미국 46위, 중국 69위 등이었다. 세계와 함께 호흡하며 상생과 공존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우리의 모습이 세계인의 인식 가운데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새겨질 수 있도록 전문적이며 적극적인 브랜딩에 착수해야 한다. 효과적인 이미지 개발을 위하여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취지와 기능을 살려내어 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나라가 더 많을 일을 하여 좋은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 만큼, 세계인들에게 이를 잘 알리고 전하여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를 올려내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알리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대한민국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해야 하지만, 더없이 멋진 나라로 알려내야 한다.

2023-07-05

마이스터고의 비상(飛上)

홍석봉 대구지사장 마이스터고는 전문 기능·기술 자격의 최고 수준을 뜻하는 독일의 ‘마이스터’(Meister)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2010년 전국 20곳의 학교가 문을 열었다. 산업계에 맞춤형 인력 제공이 목적이다. 고교 구분은 특목고에 해당한다. 학생은 전국 단위로 선발하며 일반고보다 먼저 신입생을 모집한다. 교과성적 반영비율은 최소화하고 학생의 적성, 성장가능성을 고려, 취업을 원하는 인재를 모집한다. 학비는 무료다.마이스터고는 매년 우수 신입생이 대거 지원했다. 마이스터고는 ‘한국형 기술 명장’을 꿈꾸며 ‘취업 명문’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경북 울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의 경우 탈원전 정책 여파로 신입생 모집에 애로를 겪었다. 기업체의 고졸 인력 채용이 줄면서 신입생 지원이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반도체 등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인재 경쟁이 불붙었다. 기업과 국가들이 인력 확보 전쟁에 돌입하면서 마이스터고가 주목받는다. 삼성과 SK까지 반도체 ‘인력’ 쟁탈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AI(인공지능) 등도 인기다. 반면 기계와 농업 등은 취업률 저조 등으로 외면당해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보인다.대구전자공고와 경북소프트웨어고등학교가 4일 교육부의 마이스터고 신규지정 공모에 선정됐다. 두 학교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 교육을 통해 각종 대회와 취업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마이스터고는 전국에 총 57개가 있다. 그중 대구에 5개, 경북 8개가 있다.마이스터고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 출신 제2의 장영실을 기대해본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05

TK의원 성적표는 예산확보에서 드러난다

국민의힘과 대구시·경북도의 예산정책협의회가 지난 4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열렸다. 긴급한 현안과 내년도 주요 국비예산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여당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송언석 예결위 간사 등이, 시·도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요 간부들이 참석했다. 앞서 열린 호남권 예산회의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참석했지만, 이날은 불참해 뒷말이 있었다. 김 대표는 칠곡·왜관지역 방문 스케줄이 하루 뒤에 잡혀 있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홍 시장은 이날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특별히 요청했다. 신공항 건설과 K2후적지를 일정에 맞춰 개발하려면 연내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야 하는데, SPC를 주도해야 할 LH가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재로선 난제다. 대구시는 이외에도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 제정과 중소기업은행 대구 이전, 도심에 위치한 국군부대 이전 등에 대한 지원사격도 요청했다.이철우 지사는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한 예산제도(균형발전인지 예산제)도입을 건의했다. 이 지사의 지론은 ‘지금까지 국가 정책설계를 하면서 지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자인하다 보니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됐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법 예산 원칙에 ‘예산이 균형발전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예산 편성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이날 외국인광역비자 도입,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등에 여당이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여당 지도부는 이날 시·도의 다양한 건의를 듣고 관련 예산을 적극 챙기겠다고 했지만, 예산확보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윤석열 대통령이 ‘예산 다이어트’를 지시한데다 내년 경제상황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대구·경북 당정은 원팀이 돼서 주요현안이 내년 국비예산에 꼭 포함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아야 한다. 이 지역 국회의원의 역량은 내년 예산확보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2023-07-05

세계가 인증한 글로벌 물허브 도시 대구

대구시가 2025년 국제물처리 및 재이용 막기술 컨퍼런스(IWA MTC) 대구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달 30일 IWA(국제물협회)는 상하이와 경쟁을 벌이던 막기술 컨퍼런스의 최종 개최지로 대구시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대구시는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 2021년 제17차 국제수자원학회(IWRA) 세계물총회, 올해 제18회 국제 선진 수처리기술 컨퍼런스 개최에 이어 2025년에도 대규모 국제 물관련 행사를 치르게 된다.1999년 설립된 IWA는 세계 140여 개국 1천여 명 물관련 전문가의 모임이다. 매년 40여 개 국제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2025년 막기술 컨퍼런스에도 30여 개국 1천여 명 이상의 물관련 전문가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대구시가 상하이를 제치고 세계 막기술 컨퍼런스를 유치한 것은 그동안 대구시가 물관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대구시가 구축하고 있는 국가물산업클러스트와 한국물기술인증원 등 물관련 인프라를 높이 평가한 때문으로 분석된다.대구시는 오래전부터 하천관리와 상하수도 개선, 오폐수 처리 등 물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 벌여 좋은 성과를 냈다. 2019년에는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단에 물산업클러스트가 완성되면서 물관련 기업들도 많이 입주했다.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앞선 물산업 중심도시로 우뚝 선 것이다.이번 국제콘퍼런스 유치는 물산업 허브도시 대구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하는 결과여서 의미가 상당하다. 세계가 대구의 물산업 수준을 제대로 인정한 쾌거라는 것이다.이제 대구는 물산업 중심 국제허브 도시로 도약을 해야 한다. 국제규모 행사를 통해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지역 물관련 기업의 해외진출도 더 활발해져야 한다. 대구시는 국제컨퍼런스의 성공 개최와 더불어 국제행사를 기반으로 대구시 물산업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는데 총력해야 한다.

2023-07-05

살아있는 깊은 밤

탄탄 스님 용인대 객원교수 죽지도 않았는데 죽었다는 헛소문이 내 인생에서 도합 세 번쯤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돌도 되기 전이었다는데 내겐 기억이 없다. 다만 자라면서 집안어른들에게서 종종 들었을 뿐이다. 그 두 번째는 스물이 훨씬 넘어서였다. 중학교 동창들 사이에서 내가 죽었다는 소문이 났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나머지 세 번째는 미국에 살다가 귀국하여서 종적을 감추고 지인들과의 소식이 뜸했을 때였다. 나이 사십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였다. 난 여태껏 살아오면서 세 번이나 죽었던 사람이었다.죽지도 않았는데 죽었다는 소문이 어찌어찌하여서 났었는지는 통 모를 일이지만, 산 자에게 언제인가 죽을 날은 반드시 온다. 산 자가 누군가를 위해 살고 있다는 말은 한갓 말장난일 뿐이다. 삶은 그저 자기를 위한 것일 뿐이다. 산 날이 죽은 날이 되거나 죽을 날이 산 날보다 가까워져서 점점 나의 삶이 짧아짐을 느낄 때 과연 이 세상 어느 누가 기꺼이 남을 위한 행복을 빌어줄 수 있겠는가?가끔씩 나는 상상한다. 죽지 않는 불사신처럼 죽음의 강을 건너지 않고, 대학병원 입원실에서 서성이지 않고, 세상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홀로된 고독감에 몸부림치지도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해 본다. 사력을 다해 살기 위해서 사는 우리는 정말 죽음이라는 인생의 마지막 큰 숙제 앞에서 과연 얼마나 의연할 수가 있겠는가? 죽음이라는 것은 산 자들로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이다. 결국 죽어봐야 죽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숨을 쉬고 살아 있다는 것, 살이 썩지 않았다는 것, 죽을 병에 걸린 줄 알았는데, 돌팔이 의사의 오진으로 버젓이 살아 있는 것, 이 깊은 밤에 듣는 가장 슬픈 음악도 어쩌면 오히려 잔잔한 기쁨이 되어 행복을 선사받는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내 돈을 떼어먹은 괘씸하기 짝이 없는 자조차 용서할 수도 있는 것이다.세파의 험난한 이 빗줄기도 언제인가는 그칠 것이며 풍찬노숙의 날도 비껴가리라는 어줍잖은 희망을 가진 적이 있다. 그 빗속의 풍찬노숙이 나에게 위안의 말 한마디를 건넨 적이, 나를 용서한 적 있었던가.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 개똥밭을 구르고 있지만 살아 있어서, 살 수만 있다면, 살고 있으니 이토록 신명이 나는 것을…. 깊은 밤이다.

2023-07-04

100개의 우주

전재영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하게 되면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의 분할통치를 받게 된다. 비록 전쟁에서 패배했지만, 나름 평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어떤 필름 하나가 비밀스럽게 돌고 있었다.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증명하는 촬영 장면들이 담겨 있는 필름이었다. 그 필름은 묘한 감정과 수많은 질문들을 불러일으켰다. “연합국이 승리했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 속고 살 수 있다는 말인가?”미국의 SF작가 필립 K. 딕이 1962년에 발표한 한 소설책의 도입부 줄거리이다. 대체 역사 장르에 속한 이 소설은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어쩌면 우리도 우리 삶의 일부분을 이런 형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필터 버블을 들 수 있겠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진보적 성향의 콘텐츠만 보여주고 보수적 성향의 콘텐츠는 걸러내 버림으로써, 정보를 편식하게 하고 균형 있는 사고를 할 수 없게끔 만든다. 버블에 가둬두고, 나에게 지금 보이는 것이 전부인양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계속 접하게 되는 것은 강화학습으로 이어져 자신의 생각을 더욱 더 확고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버블에 사실 꽤 익숙해져 있다.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 있는 MBTI를 보자. 우리를 버블 안에 가둬두고 “넌 이런 사람이야”라고 규정하는 것에 왜 사람들은 그렇게 열광하고 당연시 여기는 것일까? 우리는 그렇게 창조되지 않았는데 말이다.“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우주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빅테크의 알고리즘은 각 개인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플랫폼이 100명에게 각기 다른 100개의 우주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사실, 그 우주는 우리를 가두는 버블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더 위험한 것은, 개개인의 우주에 주입되는 콘텐츠는 개개인의 성향에 맞게 준비되지만, 사실 그 과정 중에 인간의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요소들 또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PSY-OPS이며, Cambridge Analytica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8천7백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프로파일과 온라인 광고를 이용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영국의 Brexit, 기타 브라질, 필리핀, 케냐 등 여러 선거에서 투표자의 행동에 불공정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어쩌면 우리는 프랑스의 양치기들이 사용하던 표현,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해질녘, 낮도 밤도 아닌 모호한 시간의 경계에서,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죽이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런 시간 말이다. 해질녘, 모든 것이 다 그냥 붉게만 보이는 그런 시간 말이다.지금 우리 개개인의 우주에 빅데이터와 AI가 걷잡을 수 없이 들어오고 있다. 붉게 물든 하늘 감상에 마냥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깨어 있는 시선이 필요할 때이다.

2023-07-04

우리 고유의 대중음악, 시조창의 매력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푸른 하늘을 유유히 가르는 백로의 날갯짓이 악보로 흐르는 듯하다. 댓잎에 바람소리와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자연의 음률처럼 들리고, 새소리 풀벌레 소리가 어울림조 합창 마냥 정겹기만 하다. 도시의 온갖 사람들 소리나 자동차 소리, 공장의 기계음 따위의 소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아늑함과 천연스러움이 있다. 소리나 음악, 가락 등은 인간의 감각기관인 귀로 듣고 느껴져 마음의 자극이나 반응을 일어나게 하기에, 지역적인 정서와 문화의 양식에 따라 많은 갈래와 흐름으로 생겨나 유지, 발전되어 왔다.시조창도 그렇게 파생되어 오랜 세월동안 불리워져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시절단가(時節短歌)이다. 시조는 신라향가에 기원을 둔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다. 즉 평시조를 기준으로 3·4조의 음수율을 가지고 3장6구 12음보의 45자 내외로 이뤄진 독특한 정형시의 양식으로, 함축적이고 절제된 언어의 노래 가사로서 문학인 동시에 음악인 셈이다. 이러한 시조시에 가락과 장단을 붙이고 감정을 더해 부르는 노래가 시조창이다. 악기 없이 장구나 무릎장단의 부분적인 연주 속에 슬프고 애타는 느낌을 주는 3음의 계면조(界面調)와 맑고 씩씩한 느낌을 주는 5음의 우조(羽調)로 되어 있으며, 연결성이 발달한 청아한 소리의 음계가 특징적이다. 또한 특유의 기백과 독창적인 소리예술로 풍류와 멋을 더해 전라도를 중심으로 즐겨 부르던 완제(完制)시조는 우리나라 고유의 대중음악이라 할 수 있다.이처럼 우리의 전통가락이자 민족혼이 담긴 시조창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과 움직임이 있어서 고무적이다. 코로나19의 장막이 걷히면서 전국적인 시조창 경연대회가 5, 6월부터 줄을 잇고 있다. 지난 6월 중하순 경에는 성주군과 포항시에서 ‘전국 시조창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열렸고, 7월 중에는 울산광역시와 안동시 등에서 시조창 경연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맵시 고운 한복을 입고 의관을 정제한 전국의 남녀 창자(唱者)들이 독창적인 창법으로 시조창을 즐기며 열띤 경합을 벌이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를 애써 지키고 가꾸는 그 이상의 유익함이 크다 할 것이다.여리고 강하다가 낮거나 높게 끊어질 듯 꺾이다가 부드럽게 이어지는 시조창의 매력은, 느림의 미학으로 일컫는 전통성악의 특이한 음률의 발성과 음악적 경험으로 시조의 품격과 인성을 드높이며 물아일체의 경험과 심신의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유장한 가락으로 율려(律呂)의 다변성을 절묘하게 발성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시조창은, 자연을 닮으려는 정신의 흔적이며 동양전래의 자연관에 근거한 시간성을 형상화한 음악형식이 아닐까 싶다.우리 선조들의 얼과 지혜가 응축된 멋과 가풍(歌風), 질박한 정서가 담겨있는 정악(正樂)이 결코 나이가 들거나 특정계층에서만 누리는 편견에서 벗어나 생활 속 문화가 되고, 풍류가 한류(韓流)가 되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저변확대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조와 시조창은 면면히 이어온 우리 정신의 뿌리요 숨결이기 때문이다.

2023-07-04

챗GPT, 너 미쳤어?

챗GPT에 대한 기사와 칼럼들이 이미 수없이 쏟아져 나왔는데,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글을 보태보려 한다. 지난주에 강의하는 대학 두 곳의 성적 입력을 마쳤다. 400여 편의 중간, 기말고사 과제 리포트를 읽어보면서 챗GPT가 학생들의 글쓰기에도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걸 알았다.개강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 윤리를 강조할 때 표절, 중복제출, 사적 정보 무단인용 등을 경계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챗GPT도 언급했는데, 인공지능이 써주는 글을 그대로 가져올 경우엔 F학점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어느 정도 참고하거나 지식을 수집하는 데 활용하는 건 괜찮다고 했다. 챗GPT가 가진 백과사전의 기능만큼은 긍정했기 때문이다.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근대’에서 21세기의 영원성 개념은 과거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세기 근대의 영원이 공간을 오랫동안 점유하는 ‘지속성’이었던 데 비해 오늘날 영원의 개념은 짧은 순간에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찰나성’이다. 학생들에게 바우만의 주장을 예시로 들어 챗GPT 같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벼움, 유동성, 속도가 지배하는 ‘액체 현대’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학생들의 과제를 읽어보았다. 대부분 학생들이 자기 힘으로 작문을 했지만, 챗GPT의 힘을 빌린 경우도 더러 눈에 띄었다. ‘GPT체’는 확연히 구분된다. GPT가 써준 걸 자기 문체로 바꾼 경우에도 티가 나는데, 그대로 긁어온 건 너무 심했다. D와 F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자비를 베풀었다. 채점을 하면서 생각 두 개가 떠올랐다. 먼저 인공지능 시대에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기술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신뢰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좋았다. 다음은 좀 웃긴데, ‘챗GPT 이 녀석 순 엉터리에 거짓말쟁이군’ 하는 거였다.학생들이 챗GPT를 참고해 쓴 것으로 보이는 문장들에는 사실관계에 대한 오류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주로 작가의 생몰년이나 활동시기, 작품명 등이다. 그래서 직접 챗GPT에 “백석 시인에 대해 알려줘”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백석(白石)은 대한민국의 현대 시인으로, 김수영(金壽永)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1920년에 경상북도 칠곡에서 태어났으며, 1937년에 동국대학교 문과를 졸업한 후 작문학과를 전공하였습니다. 백석은 한국 전통 시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시는 자연과 인간, 사랑, 삶의 고뇌 등을 다루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시는 자연과 조화로운 미적 표현과 진솔한 감정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며, 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눈물’, ‘벗’, ‘소나기’, ‘고향의 봄’, ‘해바라기’, ‘밤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습니다. 그의 시는 단순하고 은유적인 언어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대중적인 시인으로서 폭넓은 인기를 얻었습니다.”이걸 읽고 나서 “챗GPT, 너 미쳤어?”라고 외쳤다. 백석이 누군가? 한국 현대시 100년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럼에도 본명, 생년, 학력, 출생지, 작품명까지 전부 다 틀리게 말했다. 게다가 김수영, 황순원, 이원수, 조세희 등 다른 문인들에 관한 피상적이고 파편적인 정보들을 조잡하게 취합해 늘어놓기까지 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나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리라는 두려움은 내려놔도 되겠다고 안심했다. 그런데 그 안심은 이내 불안으로 바뀌었다. 챗GPT의 구동원리는 온라인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는 데 있다. 즉 인간이 이미 만들어놓은 정보들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챗GPT는 디지털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됐는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한편, 온라인에 부정확한 정보들, 왜곡된 내용들, 입증되지 않은 가설 등이 얼마나 많은지도 함께 말해준다.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의 오류를 학습한다. 그렇잖아도 가짜 뉴스와 날조, 선동이 판치는 세상이다. 챗GPT는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온갖 거짓들을 근사한 사실로 포장하고, 첨단 기술을 강력히 신뢰하는 현대인들은 챗GPT가 제공한 정보들을 의심 없이 믿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류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핵전쟁이 아니라 온통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인지도 모른다.

2023-07-04

어른의 모양

새콤달콤을 맛별로 많이 사서 하나씩 까먹을 때나, 커다란 토마토를 2~3개씩 잘라 설탕을 잔뜩 뿌려 먹을 때 나는 입버릇처럼 이건 어른의 특권이라 말하곤 한다. 어릴 때 부모님에게 혼날까 싶어 쉽게 할 수 없었던 아주 사소한 몇 가지의 행동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카레에 고기만 쏙쏙 빼먹는다거나 밥 대신 빵이나 과자로 대체하는 것 등, 작은 일탈을 벌이고 나서 이건 어른의 특권이라며 우스갯소리로 웃어 보이는 것이다.최근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정말 다양한 인간상이 있고, 인간이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는 정말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것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매너를 갖추고 있으나 가끔 무례한 사람들 사이에서 불쾌한 일을 겪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또 성숙한 어른이란 과연 어떤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게 된다.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작은 일에 마음 쓰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수용의 자세와 넉넉한 마음의 크기를 지닌 자다. 작은 것 하나에도 손해 보기 싫어하거나, 아주 사소한 말싸움이어도 절대 지기 싫어 부정적인 언어를 더 보태는 습관은 스스로 좁아지는 마음을 택하는 것이다.만약 무례를 범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그들과 똑같이 무분별하게 타인을 비방하기 보단, 그들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옳은 방향으로 설득시키는 우아한 매너를 갖추는 사람이 근사한 어른이 생각한다.두 번 째는 이해할 수 없는 요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헤아리는 자다. 만약 어린 날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삶에 근거한 경험과 통계로 함부로 타인의 삶을 조언하고 참견하지 않아야 한다. 네 나이 땐 다 그래 라는 말로 상대의 힘듦을 함부로 속단하여 무책임하게 무마하려 하지 않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 충분히 멋진 어른이라 생각한다.세상은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모두 다른 삶 속에서 불명확하고 불안정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살아가는 내내 마음가짐은 서툴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좋은 어른이 되기란 쉽지 않기에 정확히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그러한 태도를 지니기 위해선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태도를 갖추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공을 필요로 한다.요즘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고민될 때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머릿속에서만 떠다니던 수많은 말들이 정리되고 정제되어 불필요한 말을 충분히 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이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기 때문에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여태 단 하나의 진실된 문장을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의 본질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덜고 덜어내어 맨 마지막에 남는 문장을 써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그간 생선을 먹기 위해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발라낼 생각만 했으나, 정작 생선살을 모두 바르고 나서 가시만 남은 상태가 진짜 쓰고 싶었던 글의 이야기였다고 해야 할까. 단단하고 날카롭게 존재를 번뜩이고 있는 가시가 글이 될 것이고, 글을 쓰는 내내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조심스레 믿어보는 것이다.최근 이사를 앞두고 있다. 4년간 살던 집에서 떠나 새로운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곳에서의 살림이 미처 정리되지 못했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새로운 방에서의 삶을 그려 본다. 하루 전 멈춘 시계의 건전지를 갈아 새로운 벽에 걸 테고 7월로 넘긴 달력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둘 것이다.그리고선 흰 책상에 앉아 두툼한 생선살이 아닌 뾰족하게 자리한 생선의 가시를 오래토록 볼 것이다. 7월엔 더 나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작고 하얀 방을 명쾌해진 기분으로 그려본다.

2023-07-04

개장하는 동해안 해수욕장, 안전에 만전을

경북 동해안 23개 해수욕장이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개장을 한다. 경주와 영덕, 울진해수욕장은 14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포항해수욕장은 15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운영한다. 코로나19로 3년동안 피서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동해안 해수욕장은 정부의 방역조치가 완전히 해제된 올해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보고 막바지 개장 준비에 한창이다.지난해는 실외마스크는 해제됐으나 실내마스크가 유지되면서 해수욕장 내방객에 대한 안전관리가 비교적 엄격해 전년보다는 내방 피서객이 늘었지만 정상화에는 미치지 못했다.지난 1일 개장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은 첫날부터 10만명, 해운대해수욕장은 5만명이 넘는 물놀이 인파가 몰려 북적댔다고 한다. 예년보다 이른 무더위와 불볕더위로 올해는 많은 피서객이 붐빌 것을 예고하는 현상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관광경기 진작을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와 동해안 해수욕장들도 각종 축제로 관광객 맞이에 나서고 있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은 22일부터 샌드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구룡포해수욕장은 오징어 맨손잡이 행사를 벌인다. 영덕 고래불해수욕장도 7월말부터 비치사커대회를 준비하는 등 해수욕장마다 많은 축제가 준비돼 있다.문제는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해수욕장에 대한 안전관리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난 듯하지만 아직도 종결 단계가 아닌만큼 보건안전 관리는 필수다. 해수욕장 물놀이 중 발생할 익사사고나 해파리 쏘임 등과 같은 안전관리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안전에 대한 충분한 사전 홍보와 관리요원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은 강원도 동해안과 부산 등지의 해수욕장보다 찾아오는 피서객이 상대적으로 적다. 올해는 경북의 유명관광지와 연계해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바가지 상혼이 없고 청결하고 안전한 해수욕장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2023-07-04

이강덕·최정우, 힘 합쳐 포항발전에 올인하라

포스코 본사 소재지를 두고 갈등을 겪어왔던 이강덕 포항시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0개월만에 공식석상에서 만나 상생협력을 약속했다. 두 사람간 회동은 지난 2021년 11월 포항 환호공원 ‘스페이스 워크’ 제막식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포항에서는 두 사람간 불화원인에 대해 다양한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사회 분위기를 어둡게 했다. 이 시장과 최 회장간 화해분위기는 지난 3일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 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 최 회장이 이 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초청하면서 조성됐다. 공식행사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이 시장이 최 회장에게 포항시청 방문을 요청했고, 최 회장은 박수로 화답했다고 한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그동안 중단됐던 상생협력TF를 다시 가동해 두 사람간 회동 테이블에 올릴 의제와 시기 등을 조율할 계획이다.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포스코그룹이 2030년까지 철강과 함께 2차전지·수소 등에 투자할 121조 원 중 60% 이상인 73조원을 포항과 광양을 중심으로 한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에 배정되는 금액이 얼마나 될지는 이 시장과 최 회장간 재회동 후에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수도권에 집중 투자하는 국내 대기업과 달리,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가 비수도권 지역을 산실로 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포항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포항시민들은 그동안 이 시장과 최 회장이 2년이 다 돼가도록 한번도 공식회동을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큰 실망감을 느껴왔다. 포항발전에 무한책임을 지고 수시로 만나 현안을 논의해야 할 두 사람이 서로 외면하며 만나지 않은 것은, 시민들이 보기에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두 사람은 모두 임기가 끝나면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 개운치 않은 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모두 풀고,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포항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상생의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

2023-07-04

베이비 박스

우정구 논설위원 베이비 박스는 키울 수 없는 어린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베이비 박스가 정부와 상관없이 민간에 의해서만 자체 운영되고 있다.서울의 한 교회 목사가 2009년 처음 만든 것이 시초다. 이 목사는 한 대학병원 의사의 부탁으로 부모가 병원에 버려두고 잠적한 장애아를 거둔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베이비 박스는 원치 않는 아이를 가졌거나 양육이 불가능한 산모가 최후로 선택할 수 있는 보루로 알려진 장소다. 우리나라서는 지난 14년 동안 베이비 박스에 들어온 아이가 무려 2천220명에 이른다고 한다.베이비 박스의 원조는 유럽이다. 중세시대에는 꽤 많았다고 전한다. 공식기록으로는 1198년 교황 이노첸시오 3세가 이탈리아 전역에 베이비 박스를 시행한 기록이 있다. 당시 영아살해 사건이 자주 발생해 원치 않는 아이를 대신 처리하는 방안으로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지서는 지금까지 베이비 박스가 유지된다.베이비 박스 운영을 두고 옳다, 그렇지 않다는 찬반 논란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버려질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박스”라는 주장과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론이 반복 제기되는 것이다.최근 감사원이 미출생 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신생아 유기사건 등이 드러나자 버려진 아이를 받아온 베이비 박스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이가 법률적 유기로 해석되면서 관련 친모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경위야 어쨌던 정부를 대신해 신생아의 생명을 지켜온 베이비 박스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04

총선 9개월전…여당은 혁신안해도 되나

심충택 논설위원 내년 4·10총선이 9개월 정도 남았다. 여야가 한창 외연확장을 위해 혁신안을 내놓거나 인재를 발탁할 시기다. 그런데 의외로 집권당이 조용하다. 민심을 흔들만한 이슈를 능동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민주당을 공격하는데만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내조하는데 만족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역동적이다. ‘김은경(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혁신위’가 중심이 돼 중도유권자의 마음을 끌만한 쇄신안도 내놓고 있다.민주당 혁신위는 조만간 ‘꼼수 탈당’ 방지책을 핵심으로 한 2호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각종 비위 의혹이 터졌을 때 당 차원에서 징계도 받기 전에 탈당한 뒤 슬그머니 복당하는 행위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최근 돈봉투 의혹과 코인(가상화폐) 투자에 연루된 의원들이 조사를 받기 전에 자진 탈당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하다. 민주당 혁신위는 지난달에는 1호 쇄신안으로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걸어 주목을 받았었다. 당내 반발이 심해 무산될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당이 총선에 대비해 외연확장을 서두르는 역동성은 충분히 감지된다.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아직 유권자를 감동시킬만한 쇄신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은경 혁신위’에 대해서는 “혁신위원장 할아버지가 온다고 한들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여당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고 하지만, 당 지도부는 ‘청년에게 인기없는 정당, 특정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주도적으로 극복해야 한다.여당 지도부는 최근 하태경 의원이 TV 대담프로에 출연해 이준석 측근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과감하게 포용해야 한다는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내년 총선의 승패는 수도권과 2030 청년세대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2030유권자 수는 1천400만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한표라도 더 얻으려면 알량한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정책과 공천에서 깜짝 놀랄만한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천아용인’은 지난번 당 지도부 경선 때는 모두 탈락했지만, 수도권과 2030세대 지지를 견인할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일각에선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170석을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판세분석인 것 같은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식으로 자만하면 순식간에 훅 날아갈 수 있다.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30% 안팎이다. 절반 이상이 비토세력이다. 30대 지지율도 20대와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과 2030세대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민주당에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처럼 무력한 집권당 신세를 벗어나려면, 당내에서 ‘민주당 혁신위’ 같은 젊은 쇄신그룹이 활발하게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2023-07-04

7월이 되면 생각나는 이육사 詩 ‘청포도’

“내 고장 7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집 식탁엔 은쟁반에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李陸史) ‘청포도’해마다 7월이 오면 잊히지 않고 떠오르는 시가 하나 있습니다.이육사가 이 시를 지은 것은 1930년대, 그의 나이 30대 초반 무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내 고장’이라 일컫는 곳이 그가 태어나 16세까지 자랐던 고향인 경북 ‘안동’인지, 아니면 형무소에서 나와 친척 형 집에 잠시 머물렀던 ‘포항’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시에 나오는 ‘하늘빛 푸른 바다’와 ‘흰 돛단배’로 미루어 경북 포항이 아니었을까 짐작이 됩니다. 안동에서는 바다를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다른 시들에 비해 시 ‘청포도’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이 시가 지닌 독특한 시각적 효과 때문이기도 합니다.마을에 전해오는 오랜 전설처럼, 푸른 포도가 주저리주저리 열린 바닷가 언덕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하늘과 맞닿은 먼 곳에 수평선이 길게 펼쳐져 있고, 그 수평선을 넘어 흰 돛단배 하나가 바람을 안고 곱게 밀려옵니다.그 배에는 시인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려 왔던 손님이 타고 있을 것이고, 청포를 입고 고달픈 몸을 이끌며 그가 찾아오면 시인은 그와 함께 식탁의 은쟁반에 놓인 청포도를 두 손이 함뿍 젖도록 따먹을 꿈을 꿉니다.이 시가 지닌 시각적인 효과를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게 하는 것은 ‘푸른색’과 ‘흰색’의 조화입니다.‘청포도’, ‘하늘’, ‘푸른 바다’, ‘청포(靑袍)’가 나타내는 푸른색과, ‘흰 돛단배’,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이 상징하는 흰색의 대비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시를 읽는 이들에게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맑고 아름다운 ‘순수(純粹)’를 안겨 줍니다.이 시만으로 이육사를 오직 순수한 서정(抒情)을 추구하는 낭만파 시인으로만 여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열렬한 행동파 독립운동가였습니다. 그는 ‘의열단(義烈團)’의 열혈 단원이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가장 적극적이고 치열하게 맞섰던 독립운동 단체의 행동대원이었지요.이육사가 39년의 짧은 생애 동안 17번이나 감옥을 출입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육사’라는 이름이, 1927년 대구은행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서 복역할 때, 수인번호 ‘264’에서 따온 것이라는 사실은 비교적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요. 독립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생활은 아무런 외부의 지원 없이 궁핍하기 짝이 없었습니다.“형제가 서로 의지하여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으나, 보잘 것 없어서 아침에는 끼니거리가 없고, 저녁에는 잠잘 곳이 마땅치 않으니 한탄스럽기 짝이 없을 뿐입니다.” 대구에서 동생과 살며 신문기자로 일할 때 친구에게 쓴 편지 내용입니다.독립운동을 위해 1943년 베이징에 건너갔던 이육사는 그 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동대문경찰서 형사에게 체포되지요. 피체(被逮) 후 중국 베이징 형무소로 이감되어 대나무로 살점을 도려내는 등의 참혹한 고문을 받다, 결국 1944년 1월 16일 39세를 일기로 그곳에서 순국(殉國)하고 맙니다.죽는 날까지 이육사가 꿈꾸었던 것은 오직 하나, 조국의 독립이었고, 이에 대한 열정은 그의 시들에 ‘기다림’의 표현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시 ‘청포도’의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올 손님’이라든지, ‘광야(曠野)’의 ‘백마 타고 올 초인(超人)’은 그가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애타게 기다려 온 독립된 조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 다른 시 ‘꽃’에도 조국의 독립에 대한 기다림이 절절한 비원(悲願)으로 잘 나타나 있지요.“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눈 속 깊이 꽃망아리가 옴작거려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마침내 저버리지 못한 약속이여.”이토록 애달프게 기다리던 조국의 독립을 못 본채 먼 이역 땅에서 외롭게 숨져간 이육사의 유해는 1960년 그의 고향 안동에 이장되어 비로소 독립된 조국에서의 안식을 얻게 됩니다.많은 이들은 이육사를 낭만적인 시인으로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작인 ‘청포도’가 지닌 아름다운 서정성 때문에 말이지요. 그러나 ‘시인’으로서의 역할은 그의 전 생애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7월을 맞으며, 일제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던 독립운동가로서의 이육사에 대해 많은 분들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의 생애를 짧게나마 되짚어 보았습니다. /경북매일 애독자

2023-07-03

사람값이 제일 싼 나라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온 지난 19일, 경기도 하남시의 외국계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주차장에는 변변한 냉방장치가 없었고, 건물 5층에 마련된 휴게실이 있었지만 5층까지 이동하려면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의 휴식시간이 거의 끝나버리기 때문에 주차장 근무자들은 그 휴게실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주차장은 벽면이 뚫려 있는 구조다. 근무자들은 햇볕과 열기에 그대로 노출된 주차장 구석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사망한 30대 노동자의 업무는 쇼핑카트를 회수해 매장 입구 쪽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매장은 항상 손님들로 붐볐고, 쇼핑카트는 한 시간에도 200여 개씩 쏟아져 나왔다. 그는 섭씨 33℃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철제 카트 수십 개씩을 밀고 다니며 하루 4만3천 보, 약 26km를 움직였다. 해당 대형마트 체인은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대형마트 이름에 ‘추천템’을 더해서 검색하면 수많은 제품들이 검색된다. 공산품, 식품 등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고 한다. 소비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 마트가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에는 사람, 즉 서비스도 포함되어 있다. 행복하게 쇼핑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에게 마트 직원이 카트를 정리해 주는 서비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차장 근무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냉방장치도, 휴게실로 이동해서 휴식할 충분한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사용한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자’라는 공중도덕 차원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아주 저렴하게 구입했다면, 그 상품의 생산-유통-판매 과정 중 어딘가에서 ‘마른 수건에서도 물을 짜내는’ 원가 절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쉬운 원가 절감 방법은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인건비 절감이다. 이 사실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통감하지 못하는 이상 이와 같은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절벽 문제로 국가 소멸이 우려된다고들 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여성이 0.78명의 자녀를 낳는다는 뜻이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비혼율’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소득분위가 낮은(임금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비혼율이 더 높게 조사된다. 무엇이 한국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양질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 지금 한국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자동화·무인화로 대표되는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성장도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로봇과 AI 기술이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키고 인건비를 제로에 가깝게 만든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더 큰 이윤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값을 ‘후려치는’ 풍토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이상, 한국 사회에 미래는 없다.

2023-07-03

몸이 쓴 말은 다르다

김규인 수필가 요즈음 대중 매체에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자질을 시비하는 기사가 자주 뜬다. “2019년 심석희 선수 미투와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으로 체육계가 떠들썩했을 때도 장미란 차관은 침묵했다” 어느 국회의원의 말이다. 별로 꼬집을 게 없어서 별걸 다 트집을 잡는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1등을 하고 싶으니까, 상대의 노력을 무시하고 실패하기를 바라는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장미란 교수의 말이다. 인생의 황금기를 무거운 역기를 들고 힘겨운 싸움을 했던 선수의 너무 솔직한 표현이다. 누구인들 왜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조국에 메달을 선물하고, 이후 세계역도선수권 대회를 3연패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2년 마지막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기까지 긴 시간을 세계 역도의 정상으로 자신을 관리했다. 오랜 시간 정상을 유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몸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늦잠을 자며 쉬고 싶은 날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어나 역기를 드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기록을 위해 금지 약물 복용의 유혹에 빠질 때도 역기를 드는 것은 그가 진정으로 역도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학업도 게을리하지 않고 성신여대 석사, 용인대 체육학 박사에 이어 미국 켄트주립대에서 스포츠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장미란재단을 설립하여 비인기 종목 선수와 스포츠 꿈나무를 후원하였다. 그의 따뜻한 마음은 사회 배려 계층을 위해서도 손을 내밀었다.오랜 시간 체육계에 몸을 담아 내부의 일을 누구보다 잘 알며 온갖 어려움에도 자기 일은 소리 없이 하는 사람, 마음은 낮은 데로 향하고 사회의 약자에게 따스한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줄 알고 묵묵히 자신을 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 차관의 적임자가 아닐까.일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사람은 정치인들이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며 실제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득만을 쫓는 무리가 요즈음 정치인들의 행태가 아닌가. 공직자라면 말보다는 몸이 먼저 국민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찾을 줄 알아야 하지 않는가.우리나라도 오른 물가에 살림을 걱정하고,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를 사는 사람들은 떨어진 집값에 맡긴 전세금을 걱정한다.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책상에서 쏟아낸 고집스러운 정책의 결과가 너무나 혹독하다. 너무나 쉽게 헐어버린 곳간을 채우느라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정작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쓰지 못한다. 입이 앞선 공직자의 폐해가 너무 쓰라리다.“자신이 주어진 곳에서 열심히 일상을 사는 것이 애국하는 일이다.” 러시아와 전쟁하는 우크라이나의 한 아주머니의 말이다. 힘든 전쟁의 시간을 겪으며 몸이 하는 말이다. 언제나 입보다 몸이 써낸 한마디는 무게가 다르다. 그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몸으로 말하는 차관의 발탁을 환영한다. 우리에게는 정직하고 몸이 앞서는 공직자가 필요하다.

2023-07-03

열린 마당,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

안동 하회마을에 가면 특별한 가면극이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라 칭하는 이 공연은 본래 마을 수호신을 위한 제의이자 마을 사람끼리의 화합을 기원하던 행사로 대략 10년에 1회쯤 열리는 가면극이었다고 한다. 주로 원시종교 가면극은 대략적인 극의 형태만 정해져 있을 뿐 세세한 각본은 정해져 있지 않고, 광대들이 신의 계시를 통해 당시 사회의 이슈를 다루며 즉흥연기로 하던 공연이다. 그래서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회별신굿탈놀이도 음력 12월 29일부터 정월 보름까지만 치러졌으며, 탈광대들이 장기간 합숙하며, 몸을 정갈히 하였고, 신내림에 의해서만 연행되었다. 대략적인 마당 순서와 내용만 정해져 있을 뿐 세세한 각본은 없었다. 이후 보존회를 통해 복원되면서 무형문화재로서 극본이 마련되었지만 본래 가면극의 기능인 관객과의 소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희자가 공연에 무엇을 담고 무엇을 표현하는가에 따라, 관객이 어떤 장면에 호응하는가에 따라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시대에 발맞추어 열린 공연을 지금도 이어간다.하회별신굿탈놀이는 고려 중엽(12세기)부터 800년을 이어 현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1928년에 열린 별신굿을 끝으로 전승이 단절되었다가 남아있는 채록본을 바탕으로 복원하였다. 1964년 하회탈 국보 121호로 지정, 1973년 하회가면극연구회 창립, 1978년 연행 유경험자 이창희 발굴 등 복원에 힘써오다 1980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97년 상설 공연 시작, 2010년 하회마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보존해야 할 무형 문화유산이자 하회마을의 대표 관광상품이며 동시대성으로 소통과 화합을 유도하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풍물놀이를 시작으로 무동을 탄 각시탈이 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시선을 끈다. 마을에 전해지는 설화에 따르면 이 각시는 마을의 수호신이다. “하회마을의 허도령이 신의 계시를 받아 금줄을 치고 탈막 안에서 탈을 깎았다. 백일 기한으로 깎는데 마지막 날에도 허도령이 나오지 않자 그를 사모하던 김씨 처녀(17세)가 탈막을 몰래 엿보았다. 마지막 탈인 이매탈을 깎고 있던 허도령이 탈의 턱을 완성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다. 이에 김씨 처녀도 번민하다 죽음에 이른다. 처녀가 죽은 뒤 당방울이 날아와 떨어졌는데 그 자리에 서낭당을 세워 서낭신으로 모시고 해마다 당제를 올렸다. 몇 해에 한 번씩 초례와 신방 행사를 치러 서낭신을 위로하고, 탈춤을 추었다.” 하회마을은 고려 중엽 허씨가 자리를 잡고 안씨가 들어왔으며 조선시대에는 류씨가 기득권을 획득한 마을로 알려져 있다. 탈 제작자 허도령이 마을에 처음 안착한 허씨와 성이 같다는 것이 설화의 신빙성을 더한다.다음 주지마당에서는 주지 한 쌍이 마당을 정화하고 풍요와 다산을 비는 춤을 춘다. 주지는 들짐승·날짐승·어류의 습성을 모두 가진 상상의 동물이다. 백정마당은 백정이 소를 죽여 소 생식기를 관객에서 파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는 남자배역은 몽두리춤이라 하여 동작이 크고 땅을 내리찍는 듯이 추고, 여자배역은 오금춤이라 하여 무릎이 서로 맞닿듯이 춘다. 백정은 몽두리춤을 추어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내었다. 중마당에서는 부네를 유혹하는 파계승과 이를 비판하는 초랭이와 이매가 등장한다. 이 마당은 본래 무언극이었으나 현재는 유언극으로 변화하였다. 부네는 작은 첩의 역할로서 분칠한 얼굴, 붉은 입술, 요염한 표정이 특징이다. 각시탈과 함께 턱이 분리되지 않아 가부장 사회에서 말을 쉽게 하지 못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이와 반대로 기득권층인 파계승·양반·선비는 턱이 분리되어 있다. 하인 초랭이탈 역시 턱이 붙어있는데,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는 말처럼 삐뚤어진 입을 가지고 있다. 초랭이와 이매를 통해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적 정서와 바보의 역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이매의 넋두리는 별도의 마당은 아니지만 관객을 마당에 초대하는 장면의 호응이 높아 하나의 마당으로 분리해도 좋을 정도로 시간이 늘어났다. 양반선비마당은 양반이 일방적으로 선비에게 지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백정의 소 생식기를 서로 갖겠다고 싸우다 할미에게 일침을 당하면서 마무리된다. 공연자끼리 말다툼이 많아 지루하여 축소된 부분이 있으며, 과거 공연 때보다 갈등의 전개가 빠르게 진행된다. 공연은 다시 풍물 소리가 들리며 모든 공연자가 어우러져 춤을 춘다. 마지막으로 혼례와 신방마당은 서낭신을 위로하는 마당으로 아무도 보지 못하게 비밀스럽게 진행된다고 한다.하회별신굿탈놀이는 지금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는 액운을 막고,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을 공연에 담았다면 지금은 관객과의 호응과 공감으로 화합을 이루는 것이 주가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하는 동시대성을 지닌 예술이자 800년을 이어온 전통가면극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지금도 열린 공연으로써 우리 곁을 함께하는 문화유산이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최정화 스토리텔러

2023-07-03

과연 글쓰기는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빌렘 플루세르. 미디어 학자인 빌렘 플루세르(Vilem Flusser)는 “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 하고 질문했던 적이 있다. 물론 플루세르는 이 글쓰기를 책이라는 미디어와 더 관련시켜 논의하고 있긴 하지만, 글쓰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감각적 이미지의 저장장치와 전송속도의 발전으로 인해 어떤 인간의 감각과 다른 인간의 감각 사이를 연결하는 추상적인 형태의 글쓰기는 사실 그 매개로서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카페나 대중교통 안에서 글쓰기가 아닌 영상으로 사유를 배운 유튜브-네이티브들이 모두 제각기 스마트폰을 쥐고 영상에 열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순간 다가올 미래에 대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책의 시대를 빠져나가고 있으며, 글쓰기의 미래 역시 그리 낙관할 수만은 없다.새로운 미디어의 발달은 글쓰기가 갖는 매개의 불투명한 영역을 삭제하여 모든 인간이 다른 인간의 직접 경험에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자유를 부여한다.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서라면, 우리가 글쓰기로 어떻게 해도 다가가기 어려웠던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 감각, 그리고 일상에 직접 접속할 수 있다. 그러니 메타적이고 추상적인 문자와 그 연결로서 글쓰기라는 논리를 통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소통은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입지를 갖기 어렵다. 조만간 우리는 글쓰기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어떤 대상이 갖고 있는 권위가 땅에 떨어진 뒤에야, 우리는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직시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책과 글쓰기가 가진 의미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시기는 어쩌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에게 글쓰기는 무엇이었을까.한때 글쓰기는 인간이 가진 사유의 형태와 색깔, 그리고 그 깊이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좀 더 어려운 말로 해본다면, 피와 살을 가진 구체적인 감각을 영위하는 인간에게 메타적 인지와 사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추상적 개념의 문자화와 그 연쇄로서 글쓰기는 인간의 사고를 확장시켜주는 매개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문자와 글쓰기에는 아무런 감각적 이미지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것은 인간이 가진 감각과 감정,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회로를 작동시킨다. 여전히 대학에서 신입생에게 앞으로의 대학 강의를 듣기 위한 도구로서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아마 글쓰기가 가진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리라.어쩌면 글쓰기가 갖고 있는 불편함이란 바로 글쓰기가 갖는 가치에 해당한다. 눈을 가린 채, 그것이 상상력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강변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구체의 것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그를 통해 사유의 힘과 상상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니, 그것에 가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감각과 감정과 사유를 기록할 또 다른 미디어적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면, 그토록 불편한 글쓰기가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을까.물론, 우리 인간이 글쓰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날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읽기와 쓰기는 불편하지만 인간다운 행위이다. 소설가 이태준과 시인 박목월이 제각기 시대에 썼던 ‘문장강화’를 열어본다. 문자에 대한 충만한 신뢰가 그 속에는 들어 있다. 글쓰기가 주는 아름다움도 들어 있다. 글쓰기는 분명 물성을 가진 존재이면서, 인간의 사유를 확장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글쓰기가 저물어가는 시대에 여전히 읽고 쓰는 존재들이 어딘가에 있다./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3-07-03

‘하수도 분류식화’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지난 2022년 8월에는 중부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되었으며, 총 328세대 4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침수로 반지하에 갇힌 일가족 3명 전원이 사망하였다. 서초구 서초동의 맨홀에 50대 전후의 남매가 빠져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졌다. 9월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1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냉천이 범람해 옆 아파트를 덮쳐 지하 주차장에서 주민 9명이 고립되어 7명이 사망했으며, 포항제철은 창사 54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 생산 중단으로 2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2023년 6월 23일 현재 기상청의 3개월(7~9월) 장기 전망자료를 보면 강수량은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 이하이고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30~40%로 올해도 예년보다 많은 강수량을 예보하고 있다. 특히 8월에는 발달한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 때문에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다고 예보했다. 올해도 작년의 집중호우가 재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도시화 지역이 비도시화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도시화 지역에 집중호우로 인해 높아지는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하수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수는 사람의 생활이나 경제활동으로 인하여 오염된 물(오수)과 하수도로 유입되는 빗물(우수)·지하수를 말한다. 그리고 하수도는 하수와 분뇨를 유출 또는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되는 하수관로와 하수처리시설 및 하수저류시설 등의 총체를 말한다. 하수도는 평상시에는 하수를 수집하여 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하여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정화한다. 집중호우 시에는 급격히 늘어난 빗물로 인한 침수피해를 예방하는 기능을 추가로 담당한다.하수도의 하수관로는 ‘합류식’과 ‘분류식’으로 나뉘는데, ‘합류식’은 오수와 하수도로 유입되는 빗물·지하수가 함께 흐르도록 하며, ‘분류식’은 이들이 각각 구분되어 흐르도록 한다. 하수처리시설에서 오수만 처리할 수 있어 처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강우 때 급격히 증가하는 빗물을 대용량 저류시설과 연계하여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신설지역에는 대부분 ‘분류식’으로 설치된다. 2020년 12월 기준 ‘하수도통계(환경부)’를 보면, 전국의 ‘분류식화율’은 74.2%인데, 대구시는 43.9%로 서울시(11.9%) 다음으로 낮다. 세종시와 울산시가 각각 94.5%와 100%인 것에 비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포항시의 ‘분류식화율’은 51.5%로 전국 대비 매우 낮았는데. 작년 태풍 힌남노의 집중호우로 일부 지역이 일시에 물에 잠긴 것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12월 환경부는 침수 피해와 수질 악화 우려가 큰 지역에 지정하는 ‘하수도정비중점관리지역’으로 포항지역을 대거 포함하여 ‘분류식 하수관로’와 저류시설을 설치할 것이다. 올해 집중호우는 어디로 올지 모르니 대구와 경북 취약지역 ‘하수도 분류식화’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2023-07-03

대구어린이회관의 재탄생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어린이회관이 40년 만에 옛 껍질을 벗고 새 모습을 선보였다. 2년 간 리모델링을 마치고 ‘대구어린이세상’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어린이회관은 1983년 대구 수성구 황금동 14만7천㎡ 넓이에 건립된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어린이 시설이다. 특별한 놀이시설 등이 없던 시절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단골로 찾던 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와 빈약한 전시콘텐츠 등으로 이용률이 뚝 떨어졌다.게임 및 놀이동산 등 다양한 오락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백화점에만 가도 갖가지 수중생물이 헤엄치는 아쿠아리움에서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놀이동산에서 탈 것들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옛 어린이회관은 이미 시대흐름에 뒤처진 유물과 박제가 된 셈이다.대구시는 2021년부터 시비 345억원을 들여 어린이회관을 리모델링했다. 전시 위주의 기존 시설을 체험형 가족 놀이·여가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꿈누리관은 포토존, 섬유놀이터, 영유아를 위한 놀이공간과 자연 테마의 체험공간, 교육공간으로 조성했다. 꾀꼬리극장은 설비와 객석을 전면교체하고 북카페를 추가, 복합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야외에는 자연 지형을 활용한 숲속 놀이터와 바닥분수 등 각종 체험형 놀이시설을 설치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어린이세상은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유사시설 등 운영 경험이 많은 계명문화대가 운영기관에 선정됐다. 어린이세상을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맘껏 펼치는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면 더욱 좋을 터이다. 시설과 콘텐츠 등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소중한 도심 속 어린이 전용 공간이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03

인력양성 시동 건 구미시 반도체 특화단지

경북도가 지난달 30일 구미에서 경북 반도체산업 초격차 전문 인력양성 사업의 출범식을 가졌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반도체산업 전문인력 양성은 도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경북 반도체 사업 육성 계획의 일환이다. 정부가 선정하는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 대응해 반도체 전문인력을 2031년까지 2만명 육성하는 계획이다.특성화고와 대학, 대학원 교육과정에 맞춘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지역의 대학과 협의해 대학에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를 개설토록 하고, 지역기업과 연계해주는 인력육성 사업이다. 국가적으로 부족한 반도체 전문인력을 지역에서 일부 담당하고 궁극적으로 구미시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되도록 하는 데 목표가 있다.반도체산업은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 미래의 중요한 사업 분야다. 국내 수출의 20%, 설비투자의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시장 규모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가간 반도체 전쟁에 우리나라도 총력전을 펼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미 국제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등이 이를 두고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구미시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국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첨단전략산업의 영역에 구미가 포함되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구 지정에 따른 세제 등 각종 지원뿐 아니라 구미시가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국제적 메카로 성장할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경북도와 구미시가 추진하는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지역의 대학과 기업이 호흡을 잘 맞춰 순조롭게 진행되고 그 효과도 배가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이달 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산업부 선정의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인력양성 계획이 실효성 있게 진행돼야 할 것은 물론이다.구미시는 최근 방산혁신클러스터에 최종 선정되면서 국방분야 반도체 생산에도 영역을 확대하는 특화단지로서 요건이 강화되고 있다. 이제 시동을 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이 특화단지 지정에 힘을 보태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2023-07-03

심각한 인구절벽, 획기적인 출산율정책 없나

전국 기초자치단체 80%가 사망자보다 출생아가 적은 인구자연감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충격적인 통계다. 도시와 농어촌 할 것 없이 국가전체가 인구절벽으로 인해 침몰돼 가고 있다는 신호다. 경북도를 보면, 지난 2011년 23곳의 시·군 가운데 17곳에서 자연 인구 감소가 발생했지만, 2021년에는 22곳으로 늘어났다. 강원과 전북은 도내 모든 시·군에서 자연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인구 자연 감소를 기록한 곳은 182곳(79.8%)이다. 지난해는 전국 17곳의 시·도 가운데 세종시를 뺀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지난 2020년에 첫 데드크로스(사망자수가 출생아수 초과)현상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불과 1~2년만에 인구 자연감소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쓰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지방소멸 위기의 원인은 자연감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된 데 따른 ‘사회적 감소’도 한몫한다.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각 시·도에 고루 분포돼 있는 반면, 하위 10개 지역은 전부 대도시다. 비수도권지역 청년들이 학업,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다.저출산 문제는 다른 어떤 현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급한 과제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치면 손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된다. 그렇다고 정부의 의지만으로 해결책을 찾기도 힘들다. 결혼과 출산은 지극히 자율적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기존 출산율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근본 원인을 철저히 점검한 뒤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청년들이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일과 육아 병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마음놓고 키울 수 있는 획기적인 경제적·시간적 육아 지원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2023-07-03

한국 정치에서 대화가 사라졌다

김진국 고문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히 그 말을 자주 했다. 신호등처럼 빨간불은 정지, 파란불은 통행이라는 식으로 분명하게 규정하는 게 쉽다. 특히나 착한 사람, ‘범생’일수록 가타부타를 분명히 해주는 게 선택을 편하게 한다.법은 분명하게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들여다보면 사안마다 사연이 다르고, 복잡하다. 같은 법으로 같은 죄를 심판하는 재판 결과가 모두 다르다. 좁은 골목길에 마주 달리는 자동차가 서로 자기주장만 하면 모두 손해를 본다. 이해가 부딪칠 때 어떻게든 꼬인 매듭을 풀어낼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정치다.그래서 정치권 농담 가운데 하나로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게 정치’라고 한다. 국제정치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라고 한다. 어물쩍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을 ‘정치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대개는 부정적인 의미다. 그렇지만, 정치인은 욕을 먹더라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능소능대(能小能大)해야 한다.공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논어 위정편)라고 말했다. 특정 재능에 얽매인 한정된 용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틀에 얽매이지 말고, 실용적이고, 창의적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요즘 우리 정치는 어떤가. 거꾸로 행진하고 있다. 뻔히 아는 것도 청개구리 심보로 정적(政敵)과는 반대로 간다. 정치인이 청개구리처럼 움직이니 진영에 갇힌 지지 세력은 눈을 감고 뒤따라 돌진한다. 과거 당쟁이 심하던 시절을 빼닮았다. 한쪽이 생선을 홀수로 올리면, 다른 쪽은 짝수로 올리고, 한쪽이 생선 머리를 오른쪽으로 놓으면 다른 쪽은 왼쪽으로 놓았다. 정치인이야 오기 싸움인지 몰라도 그걸 음양으로 풀어 해설까지 붙여놓으니, 그 진영에 있는 백성은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걸 지키지 못하면 조상 모독이요, 대죄라고 여긴다.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이다. 그중에서도 대화다. 타협이건 대결이건, 대화를 해야 정치가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서 대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방적으로 내지르는 말만있지, 대화는 없다.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말은 독이다. 서로 상처를 내고, 죽이는 무기다. 타협과 합의는커녕 적의만 쌓고, 골만 깊게 한다.정치가 사라진 책임을 어느 한쪽에만 묻기는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힘이 있는 쪽, 권력을 쥔 쪽 책임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국민을 통합하고, 국정을 원활하게 풀어갈 책임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았다.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지 310일째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는 420일째다. 대통령 선거를 한 지도 벌써 478일이 지났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마주친 것을 제외하면 두 사람이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두 사람만 만나는 것은 물론 여러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없었다.검사나 판사는 사건 당사자를 따로 만나는 게 금기다. 만나는 것만으로도 청탁 의심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정치는 재판처럼 선과 악, 이기고 지는 것을 반드시 가릴 필요가 없다. 상생, 윈-윈이 최선이다. 더군다나 정치는 정치고, 재판은 재판이다. 외국 정부와 국제소송이 걸려 있다고 정상회담이나 외교부 장관 회담을 피하지 않는다.대통령과 야당 대표만 안 만나는 게 아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대표도 말로만 서로 만나자고 떠든다. 그래 놓고는 이 구실, 저 핑계로 만나지 않고 있다. 우선 만나야 조건이고, 주제고, 이야기를 풀어가지, 만나기도 전에 무슨 핑계와 비난만 그리 많은가. 그러고 무슨 대화를 하나.야당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귀국하자 이재명 대표와 만나는 문제로 신경전이다. 같은 당에서 전·현 대표 사이에 먼저 만나자고 나서기가 그렇게 어렵나. 대통령 후보 경선한 지는 630일이 지났다. 골은 더 깊어졌다. 한번 경쟁하면 영원한 원수가 되는 건가.정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되는 게 없다. 무능한 탓이다. 민주주의는 착한제도다. 그렇지만 운영은 영악해야 한다. 정치인이 때를 묻히더라도 착한 결과를 만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7-02

대학생들의 글쓰기

김규종 경북대 교수 6월 30일까지 학생들의 성적을 처리해야 했기로 지난 며칠 답안지를 붙들고 씨름했다. 채점할 때마다 절감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의 글 쓰는 능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 어떤 경우에는 아, 이 정도까지 떨어질 수 있나, 하는 자괴감(自愧感)이 찾아오는 수도 있다. 대학생들이 쓴 답안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오류가 곳곳에서 나를 급습한다.2023년 1학기 채점 답안지 가운데서 나를 웃기고 울렸던 몇몇 구절을 소개한다. 지난 학기 강의 제목은 ‘동서 고전의 만남’이었고, 강의 내용은 세계 4대 문명과 초원 문명에서 시작하여 야스퍼스의 ‘축의 시대’를 지나 육상제국과 해양제국, 유라시아와 한반도, 사마천의 ‘사기’와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본의 ‘일본서기’를 살펴보고, 공자의 ‘논어’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한문 원본을 학생들에게 한 문장씩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인상적인 대목은 우즈베키스탄이나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들에겐 한문 쓰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한국이나 중국 학생들도 ‘논어’와 ‘도덕경’ 한문이 어렵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에서 고전 공부를 등한시한다는 자명한 결과와 이런 교육은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결론과 만난다. 최소한의 한자와 한문 교육이 필요한 본보기를 들겠다.답안지 원문과 수정된 문구를 보이겠다. “정책을 체택했다 - 정책을 채택했다”, “항일전쟁 발생이 발생하고 - 항일전쟁이 일어나고”, “중국을 부요케 한다면 - 중국을 부유하게 한다면”, “논-공업 경제정책 - 농공업 경제정책”, “학점을 매게로 - 학점을 매개로”, “모택동의 소련과 다른 중국식 공산주의를 대두하며 혁명 시작 - 소련과 다른 중국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모택동은 혁명을 시작했다”, “폐쇠적인 정책 - 폐쇄적인 정책”, “중국은 흰백묘, 하얀 쥐라도 상관없이 잡는다 - 등소평은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하얀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주장했다”이런 답안지를 채점하는 일은 고문에 가깝다. 대체 중고등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생각하며 글을 쓰게 했는지, 중고교 교사들에게 묻고 싶다. 아니, 학원의 일타 강사들에게 물어봐야 하나?! 이런 엉터리 말고도 우리말조차 제대로 못 쓰는 답지도 흔하다.“집권이 끊나고 - 집권이 끝나고”, “사사로운 일에 얽메이지 말고 - 사사로운 일에 얽매이지 말고”, “모안영도 포함이었으며 - 모안영도 포함되었으며”, “내새우고 있다 - 내세우고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것이 낫다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메뚜기 때 - 메뚜기 떼”, “안좋은 되풀이만 발생했다 - 좋지 않은 일만 되풀이되었다”거점 국립대학교인 경북대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거론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2023년 대한민국의 대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학의 필요성을 다시 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지식 유튜브와 케이무크(KMOOC) 같은 열린 인터넷 강의가 수두룩하다. 결혼과 취직을 위한 대졸자 양성이 대학의 존립 근거인가, 묻는다.

2023-07-02

군위군 대구편입, 이제 신공항 건설에 총력을

팔공산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대구시와 군위군이 7월 1일부터 한 식구가 됐다. 군위를 편입한 대구시는 1천499㎢ 면적을 가진, 전국에서 가장 넓은 광역시로 거듭나게 됐다. 군위군은 이제 미래첨단산업단지와 교통물류 중심의 공항도시로 빠르게 변신하게 된다. 대구시민이 된 군위군민들도 공항건설에 맞춰 교통, 교육, 문화, 정치 등 생활여건 전반의 변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오늘(3일) 오전 11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군위군 대구시 편입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연다. 이 자리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시·도교육감, 지역 국회의원과 군위군민 등 각계 인사 800여 명이 참석한다. 홍 시장은 1일 SNS를 통해 “대구와 경북은 원래 한 뿌리다. 군위군을 대구의 핵심 전초기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TK신공항 성공을 위해 경북 땅을 대구에 내주는 과감한 결단을 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께 감사드린다. 두 번에 걸친 합의서대로 신공항 도시인 의성군의 비약적인 발전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지난 6월30일에는 경북시장군수협의회가 군위군청에서 군위군이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를 열고, 환송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철우 지사는 “군위군이 대구의 보배가 될 것을 확신하고 대구·경북의 상생발전과 협력을 위한 군위군민들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도청 집무실에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에 따른 사무·재산·조직·인력 등 인계사항을 최종적으로 보고 받고, 인계서류에 서명했다.1896년 8월 4일(고종 33년) 조선말 13도제 실시로 경상북도에 속했던 군위군은 127년만에 대구광역시 군위군으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군위군의 넓은 땅과 2만3천여 명의 인구를 편입함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생긴 대구시가 앞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경북도가 군위군을 대구에 내준 조건은 두말할 필요없이 TK신공항의 성공적인 건설이다. 이제 2030년 개항목표인 신공항 건설에 대구경북지역민 모두가 한마음이 돼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2023-07-02

경주 미탄사(味呑寺)

우정구 논설위원 미탄사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절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맛 미(味)자와 삼킬 탄(呑)자가 들어 있어서다. 절 이름과 관련한 사연이 분명 있을 진데 연유는 알 수 없다.미탄사는 신라시대 절로 전해져 오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나 건립연대, 조성 경위 등은 알려져있지 않았다. 고려시대 지은 삼국유사에 최치원의 옛집인 독서당을 설명하면서 미탄사라는 절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이 유일한 단서다. 삼국유사 신라시조 혁거세왕조편에 “최치원은 본피부 사람이나 지금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 남쪽 옛터가 최치원의 집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이 기술을 근거로 1980년 국립경주박물관이 미탄사지로 추정되는 경주시 구황동 일대에 대한 유물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첫 발굴조사에서 기와편과 토기편, 석재 등의 유물을 출토했으나 토층의 교란이 심해 사찰 영역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파괴된 탑재를 모아 삼층탑을 복원한 것은 미탄사의 존재를 알리는 시초가 됐다.이후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발굴조사에서 미탄이라 적힌 기와가 발견되면서 이곳이 미탄사지임이 밝혀졌다. 2017년 이곳 삼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됐다. 8세기 후반 만들어진 탑으로 신라왕경내 현존하는 유일한 탑으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왕경내 귀족층이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추정돼 통일신라시대 왕경사찰 연구의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한다.삼국유사 기록만으로 존재하는 미탄사는 아직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많은 절이다. 지난 주말 미탄사의 규모와 건물배치 방식 등이 확인된 것을 계기로 문화재청이 미탄사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했다.전설속 미탄사의 숨은 역사가 더 풀어지길 기대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