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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처럼 하세요

등록일 2023-11-13 18:12 게재일 2023-1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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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 수필가
김규인 수필가

1천만 관광객이 찾는 행복한 여행지, 순천만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 정원과 람사르 습지에 지정된 것을 계기로 순천시는 생태 브랜드화 이미지를 굳히는 데 힘을 모은다. 눈길을 끄는 것은 흑두루미 수백 마리가 순천만 습지에 왔다는 사실이다. 조심스러운 동물이라 사람이 가까이 가면 늘 경계하고 환경이 나쁘면 찾지 않는다. 흑두루미 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동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는 뜻이다. 지구의 환경이 오염만 되어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동물이 살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신문만 펼쳐 들면 지구가 망가지는 기사가 나온다. 나무가 우거진 지역은 몇 달째 불에 타고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끌 수가 없고,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는 코끼리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나오는 연기는 앞을 보기도 힘들고 우리의 미래도 연기 속에 싸여 실루엣처럼 희미하기만 하다.

바닷물에 떠밀려 해변으로 밀려난 고래의 배를 가르면 플라스틱과 비닐봉지가 쏟아진다. 더는 고래가 살 수 없는 바다에 사람들은 온갖 쓰레기를 쏟아붓는다. 멈추지 않는 인간의 행위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생명을 줄인다. 그런데도 지구를 괴롭히는 인간의 행동은 멈추지를 않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는데도 나는 아직 살만하다고 여기며 그러한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순천은 다르다. 순천시는 흑두루미를 부르기 위해 높이 솟은 전봇대를 지하로 숨기고, 지역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농약을 치지 않고 논의 피를 뽑게 한다. 열심히 지은 농작물을 겨울철 흑두루미의 먹이로 준다. 순천 사람들이 곡식을 주어 흑두루미가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보살핀다.

람사르 습지 지정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습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관청과 주민들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얻고 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주며 시의 정책에 함께하는 계기를 마련한 결과다. 자연 친화적인 생태관광 도시로 만들려는 순천시의 노력 덕분이다.

순천만의 수백 마리의 흑두루미는 노력한 인간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몇 마리에 불과한 흑두루미를 수백 마리로 불려준다. 듬성하던 갈대 군락이 바닷가까지 늘어난다. 갯벌에서 게는 뛰어다니고, 땅이 제대로 숨을 쉬고 땅에 기대어 사는 생물의 수가 늘어난다. 물속에서도 삶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살아있는 것들의 어울림이 주위를 가득 메운다.

“환경을 살리는 생태관광, 지역 주민에게 이익이 되는 지역 기반 관광으로 여행의 콘셉트와 가치가 다른 최고의 순천을 만들어 가겠다”고 한 순천시장의 말보다 앞선 행동이 오늘의 순천만을 만들었다. “순천처럼 하세요”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순천을 돌아보고 느끼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가을은 순천만의 갈대를 보고 싶다. 흥겨움에 겨워 춤을 추는 갈대 사이에서 오염된 자연을 벗어나 자연의 조화를 느끼고 싶다. 순천만의 아름다운 낙조를 보며 절박한 마음으로 지구를 위해 따뜻한 손을 내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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