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어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 언급한 책들이 읽어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바쁜 생활에 허덕이는 현대인으로선 이렇게 가지치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을 만나면 반갑다. 대개는 남들의 독서일기에서 그런 기회를 찾아낸다. 5권 이상의 독서일기를 펴낸 장정일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남들의 독서일기는 아마추어 독서광에겐 일종의 ‘참고자료(reference)’이기 때문이다.
주로 내게 그 대상은 독서광인 친구이지만 때론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이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개 가지치기를 하는 내 마음은 ‘내가 모르는 걸 저 사람은 알다니’같은 질투다. 그러나 가끔은 사람이 궁금해서 그가 언급한 책을 읽기도 한다. ‘이런 책을 읽다니, 그는 이런 사람인가 봐’추측과 흠모가 더해지며 살살 고양이처럼 활자 뒤를 쫓아다닌다.
이렇게 가지치기를 한 잘 정돈된 내용을 대하게 되었을 때 드디어 내게 필요한 지식으로 쉽게 저장되고 저장된 내용을 필요할 때 잘 꺼내어 쓸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편집자라 부른다. ‘편집자는 세상을 관찰하면서 그것을 질료로 새로운 세계를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단순한 독서광과는 다르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한다. 편집자란 세상을 읽어 내기하는 사람이고 그리고 읽어내는 기준으로서 ’나만의 관심’ 곧 자기다움을 가져야 한다. 이 자기다움은 필요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방식의 개발로 발전된다. 그것이 ‘관점’의 바탕이 된다.
“미세 조정에 능한 편집자, 타인의 지혜를 현명하게 빌리는 편집자, 균형감각과 열정을 갖춘 편집자, 저자를 이끄는 게 아니라 ‘이해시키는’ 편집자가 좋은 편집자다”
기업에서도 누군가는 가지치기를 하여 가려져 있는 가치를 드러내고 중요한 일과 필요한 일을 구분하여 제시하기도 하는 편집자 역할이 필요하다. 이 맘때 각 기업에서는 2024년 목표에 따라 각 부서별 실행계획을 입안하는 시기이다. 이때 각 계획들이 경영목표나 시장의 상황, 조직의 특성과 무관하게 급조된 기획안들이 넘쳐 나기도 하는데 리더들은 편집자가 되어 중장기 회사의 비전을 정확히 읽어서 꼭 필요한 계획들은 남기고 불필요한 내용은 가지치기 하여 실행 과정에 나타날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회사의 편집자가 된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것처럼 직원들이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하고 실행이 되었을 때 성공으로 나타난다는 체험이 되는 신뢰가 쌓여야 회사와 개인의 발전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공정간의 문제를 가지치기 하여 단순화 시켜 과제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부문 간 흩어져 있는 문제를 결합하여 회사의 명운을 건 대형 프로젝트화 시켜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해 내야 한다.
기업의 고도성장 시기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여 기술자 위주로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하였다면 이제는 가려져 있는 문제를 가지치기하고 드러내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문제를 만들어 내는’ 편집자형 인재가 기업에 꼭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