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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人의 삶의 애환 뮤지컬로 재조명

등록일 2023-11-29 19:32 게재일 2023-11-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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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계절의 끝자락에 감동의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제법 쌀쌀해진 날씨 속에, 지난 주 포항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열린 이색적인 뮤지컬 공연을 보고 극히 일부겠지만 가슴 훈훈한 예술적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구룡포지역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숨겨진 얘기가 대사와 노래, 율동과 몸동작 등으로 어우러져 파도의 여울로 굽이치고 고래의 울음으로 퍼지는 듯했다. 포구(浦口)의 아늑함과 일제의 잔재인 적산가옥이 있는 구룡포지역을 재조명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투영한 역작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작품은 지역의 손꼽히는 극단 예맥의 제60회 정기공연으로, 지난 여름날부터 거의 매일 연습하고 준비해서 정성껏 무대에 올린 창작 뮤지컬 ‘구룡포 프리덤’이다. 극단 예맥은 지난 1981년에 창립, 포스코 직원들을 중심으로 매년 1~2회의 정기공연을 열면서 근로문화제 대통령상 수상 등 꾸준한 활동을 펼쳐 이번에 60회째를 맞게 됐다. 뮤지컬로는 ‘93년 ‘넌센스’ 작품 이후 30년만에 두번째로, 당시의 파릇한 주연배우가 이번에 다시 중년의 주연배우로 열연, 두드러진 역할을 소화함으로써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구룡포 프리덤’은 ‘고향 구룡포에서 자유를 만끽하다’라는 주제를 담으면서 전체 대사의 95% 이상이 포항말(방언)로 되어 있어서 이채롭고 정겹게 다가왔다. 사라져가는 사투리의 말맛으로 진짜배기 구룡포인의 애잔하고 애틋한 스토리가 엮어져 공연 내내 향수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고나 할까? 또한 무분별한 포획과 불법 어획, 서식지 파괴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한국계 귀신고래가 서식지인 영일만 앞바다에 돌아오길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도 담고 있어서 한결 공감이 가기도 했다.

구룡포를 주제로 한 뮤지컬 공연에 많은 시민과 동호인, 지역민들이 함께하여 아낌없는 갈채와 찬사를 보냈다. 특히 구룡포읍장을 비롯한 공무원, 해당지역 시의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등의 분들이 다수 객석을 채워 열렬히 환호했는가 하면, 연말에 구룡포에서의 앵콜공연까지 논의되는 등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냈다. 흘낏 지나치거나 무덤덤하게 여길 수 있는 일들을 뮤지컬이라는 예술적인 요소를 가미해 테마와 스토리를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풀어낸 걸작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뮤지컬은 연극적인 바탕에 음악과 무용의 요소를 곁들여 주제의 표현과 관객의 공감을 극대화시키는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연극과 오페라의 중간쯤 영역에서 진지함과 차분함, 애절함과 흥겨움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호흡하며 독특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총체적인 연희(演戱)라고나 할까?

이러한 측면에서 ‘구룡포 프리덤’ 뮤지컬은 시대에 투영된 삶의 변화와 굴곡이 극적인 요소와 잘 버물려 표현된 감칠맛 나는 ‘문화 밥상’으로 손색이 없었다. 구룡포인의 삶을 재조명한 극단 예맥의 줄기차고 의미있는 문화 밥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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