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게 듣는 포항 근현대사’ 연재가 3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 연재는 지역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18명의 원로로부터 삶의 발자취를 들어보고 글과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이었다. 원로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근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었으며 지역의 정치, 경제, 행정, 문화, 여성, 체육, 의료, 봉사 등의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분들이다. 원로들의 삶을 씨줄로, 지역사를 날줄로 삼아 그동안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했던 지역의 뿌리와 무늬를 입체적으로 복원해보는 것이 연재의 취지였다.
지역 작가 11명은 부모님뻘 원로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대담 형식으로 기록했으며 원로들의 사진 앨범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진을 골라냈다. 원로 중 최고령자는 이봉식 선생으로 1931년생이며 다른 원로도 대부분 80대이다. 작가들은 원로들의 연령을 감안할 때 이 작업이 그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거웠다. 실제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에 원로들의 건강이 악화돼 작가들이 긴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스럽게 원로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작업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200자 원고지 2천 장이 넘는 글과 다양한 사진이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총 100회에 걸쳐 경북매일신문에 실렸으며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포항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다. 근현대로 한정해서 봐도 그렇다. 일제강점기에는 지역의 많은 자원이 수탈당한 아픔이 있으며 6·25 전쟁 때는 폐허가 되었고 1960년대 후반에 포스코가 들어오면서 도시의 지도가 바뀌었다. 산업 및 인구 구조, 도시 공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큰 변화의 물결이 계속 몰려온 것이다. 문제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건너면서 지역사를 생동감 있는 기록으로 남기는 시도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도시는 급격하게 바뀌었으나 역사 자료는 충분치 않으니 도시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지역에 인문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대학이 사실상 부재한 탓이다. 안동과 진주, 목포, 군산 같은 도시는 포항보다 규모가 작지만 국립대학이 있고 여기에 인문학 학과가 있다. 이 학과나 관련 연구소에서 지역학을 연구함으로써 지역의 역사, 정체성, 가치 등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포항의 역사를 어떻게 살려내고 계승할 것인지는 뜻있는 지역 인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그런 맥락에서 ‘원로에게 듣는 포항 근현대사’는 지역사 복원의 한 방법으로 의미가 있으며, 지역 공동체가 공유해야 할 역사적, 문화적 자산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연재를 통해 포항 사람도 몰랐던 포항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많은 독자가 지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보람 있는 성과였다. 3년간의 여정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를 정리하는 시도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