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기획ㆍ특집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게 천혜의 자연을 품었어라

소백산은 영남의 관문이자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다. 영주 지역민들은 소백산을 단순한 산이 아니라 산을 의인화 해 `소백`이라 부르고 있다.소백산은 오래 전 영남권에서 한양길을 나서던 과객, 보부, 혹은 여행객들의 주요 관문으로, 삼국시대에는 국경지역으로 영토 확장을 위해 분쟁이 많았던 애환 서린 곳이다.우리나라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소백산은 산세가 온화해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과 같고, 단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한국의 알프스`라 불린다.해발 1천m 이상 봉우리·고갯길 발달`아고산 지대` 특성 보호가치 높아영주 특산물 생산 기후에도 큰 영향자연자원·환경보전에 행정지원 총력소백산 활용 미래지향적 발전 계획추진◇ 소백산 보전을 위한 영주시의 노력영주시는 소백산의 자연자원과 환경을 보전하는데 많은 행정적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주시는 소백산이 가진 환경과 자연자원 보존을 위해 보존과 복원이 필요한 식생 분포지의 확대를 위해 소백산국립공원관리소 측과 다양한 협의를 바탕으로 자연자원 보존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소백산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소백산은 영주 지역의 주요 특산물인 인삼, 사과, 한우 등 다양한 농특산물 생산에 적합한 기후와 풍토, 일조량, 강수량 등의 자연조절 기능이 탁월하다. 특히 영주시가 소백산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1차 생산에 미치는 영향보다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자연자원 보존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소백산을 활용한 살기 좋은 도시 영주 건설을 위해 미래지향적 계획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이 같은 노력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영주시는 산림치유 효과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 개원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 소백산국립공원은…소백산국립공원은 경북도 영주시 1개 읍과 4개 면, 봉화군 1개 면, 충청권 1개 읍 3개 면에 걸쳐 있다. 1987년 12월 14일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된 소백산국립공원은 총면적 32만2천11㎢로 경북 지역이 16만8천407㎢, 충북권 15만3천604㎢로 분포돼 있다.전체 면적의 78.5%가 국유지며 공유지 5.1%, 그 외 사유지와 사찰지가 각각 14.5%, 1.9%다. 소백산국립공원의 탐방로는 총 20개 구간 100.61㎞이며, 연화봉 자연관찰로, 희방지역 자연관찰로 등 9개의 자연관찰로가 총연장 16.6㎞에 걸쳐 조성되고, 공원의 자연생태계와 자원보호를 위해 지정한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은 15개 지역 총 70만418.01㎡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 소백산의 지형과 지질소백산은 한반도의 강원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태백산맥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어나와 소백산맥을 이루는 산지로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봉우리가 형성되고, 죽령 등과 같은 고갯길이 발달돼 있다.소백산의 지형적 특징은 화강암질 편마암이나 마그마타이트질 편마암이 주를 이루고 일반적인 화강암과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정상부는 해발고도 1천m 이상으로 저지대에 비교해 연중 구름이나 안개가 많고 강수가 잦은 편이며, 이러한 습한 환경은 암석의 기계적, 풍화적 작용을 가속화시켜 풍화토 형성의 조건이 돼 소백산 정상부는 화강암질 편마암 풍화토가 형성돼 두텁게 퇴적된 지형적 특징을 갖고 있다.지질적 분포를 보면 영주시, 충북권 일대는 선캄브리아기의 소백산 변성암복합체를 기초로 해 북서쪽으로 고생대 옥천대 변성퇴적암류, 남동쪽으로는 소백산 변성암복합체를 관입해 형성한 화강암류와 제4기 층으로 구분된다. ◇ 소백산의 식생과 식물 분포소백산국립공원 천문대에서 비로봉 구간은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만 분포하는 아고산 지대의 특성을 나타내는 지역으로 보호가치가 높다. 주봉인 비로봉은 초지식생, 철쭉군락, 주목군락, 구상나무식재림이 분포하고 아고산 생태계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비로봉 북사면에 위치한 주목군락은 1970년에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돼 현재 2천49개의 개체 수가 확인됐다.소백산국립공원 지역은 식물구계지리학상 한반도 온대중부에 속해 대표적인 식생인 낙엽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확인된 식물군락은 산지낙엽활수림인 신갈나무군락, 굴참나무군락, 졸참나무군락 등, 산지침엽수림인 소나무군락 등, 산지습성림인 충참나무군락, 물푸레나무군락, 들메나무군락 등, 아고산활엽수림인 사스래나무군락 등 아고산침엽수림인 주목군락, 분비나무군락, 구상나무군락 등 산지관목림인 철쭉군락, 산철쭉군락 등 인공조림식생, 암벽 식생 등으로 분포돼 있다.식물류는 125과 460속 총 1천20분류군으로 가시오가피나무, 노랑무늬붓꽃, 솔나리, 자주솜대 등 4분류군의 자생지는 큰 변화가 없는 식물로 나타나고, 국화방망이, 등대시호, 모데미풀, 산마늘은 수백 개체 이상이 자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천마는 1개 개체만이 최근 확인돼 증식 등 적극적인 보존활동 및 자생지 보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세잎승마, 태백기린초, 누른괭이눈, 잔털마가목, 가야물봉선, 서울제비꽃, 그늘참나물, 연보라과남풀, 세모부추, 새밥, 지리실청사초, 그늘실시초 등 12개 분류군은 최근 소백산국립공원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멸종위기 야생식물로는 세뿔투구꽃, 산작약, 넓은잎제비꽃, 가시오갈피나무, 기생꽃, 날개하늘나리, 노랑붓꽃, 복주머니란이 있다. ◇ 다양한 포유류의 서식지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야생 포유류는 멸종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개발과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이 서식지의 생태계 변화 및 야생포유류의 생활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 된다.소백산국립공원 내의 중·대형 포유류의 현황을 보면 너구리, 고양이, 삵, 오소리, 족제비, 무산쇠족제비, 담비, 수달, 고라니 등 총 3목 6과 13종으로 나타났다. 이중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된 종은 수달(1급), 삵(2급), 담비(3급), 무산쇠족제비(2급)으로 총 4종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는 종은 수달 1종이다.소형 포유류에는 고슴고치목 고슴도치, 첨서목 땃쥐, 작은 땃쥐, 두더지, 익수목 관박쥐, 집박쥐, 긴가락박쥐, 흰배윗수염박쥐, 검은집박쥐, 우수리박쥐, 큰발윗수염박쥐, 대륙쇠큰수염박쥐, 쇠큰수염박쥐, 관코박쥐, 문둥이박쥐, 안주애기박쥐, 붉은박쥐, 작은관코박쥐, 토기박쥐, 설치목 청설모, 다람쥐, 하늘다람쥐, 등줄쥐, 집쥐, 흰넓적다리붉은쥐, 비단털들쥐 등 총 4목 8과 26종이 확인됐다. ◇ 소백산의 조류와 양서·파충류소백산 조류는 총 13목 36과 91종 7천568개체가 공원 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가운데 법정보호종은 원앙, 참매, 조롱이, 새매,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두견이, 솔부엉이, 소쩍새 등 총 10종이다. 우점종은 붉은머리오목눈이, 박새, 참새, 노랑턱멧새, 멧비둘기, 직박구리 등이다.양서류는 총 2목 5과 6속 9종으로 도룡농과의 도룡뇽, 꼬리치레도룡뇽, 무당개구리과의 무당개구리, 두꺼비과의 두꺼비, 청개구리과의 청개구리, 개구리과의 참개구리, 옴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등이다.파충류는 총 1목 4과 8속 10종으로 도마뱀과의 도마뱀, 장지뱀과의 아무르장지뱀, 뱀과의 누룩뱀, 유혈목이, 구렁이, 능구렁이, 대륙유혈목이, 살모사과의 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구렁이가 서식하고 있다. 이밖에도 담수어류, 곤충, 조소성대형무척추동물, 진정거미류, 고등균류 등의 분포가 고르게 발달돼 있다.영주/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17-05-10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I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첫날이 밝았다. 국내외적으로 산적한 갖가지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야 할 막중한 책임으로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대통령에게 대구와 경북도, 경북의 23개 시·군 단체장들은 어떤 것을 주문하고 있을까? 김관용 경북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한 경북의 지자체장들은 축하인사와 함께 공통적으로 `효율적 지방분권`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 문제와 인구절벽시대를 맞이한 경북 지역의 위기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각각의 지자체가 당면한 만만치 않은 현실과 그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추진 중인 지역 역점사업의 국가적 지원 호소도 경북 지자체장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새로운 대통령에게 보내는 경북 지자체장들의 생생한 메시지를 싣는다.사회 전반 분권 이뤄내야■김관용 경북도지사탄핵정국으로 얼룩진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어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300만 도민과 함께 돕겠다.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전반의 `분권화`다. 우리는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이 가져다 준 폐해를 절감했다.이제 경제, 사회, 복지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분권을 이뤄내 국가를 개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만들어 갈 때다.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분권의 이념과 가치가 충분히 담겨 모든 권한과 책임이 현장으로, 국민에게로 내려올 수 있도록 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원자력클러스터, 3대가속기 사업, 탄소·타이타늄 산업, 중부내륙고속철도 건설, 중앙선복선전철화, 포항~영덕고속도로 건설,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 등 경북의 숙원사업에 관한 지원이 필요하다.국민 대통합 대통령 기원■권영진 대구시장 대통령 당선을 250만 대구시민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한다.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 속에서 당선된 만큼 탁월한 국정운영으로 성공한 대통령, 존경받는 대통령, 국민과 함께 행복한 대통령이 되길 기원한다.이를 위해 먼저 `국민 대통합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경제위기, 안보위기 속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서는 특정지역이나 특정정파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모두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둘째,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셋째, `지방분권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이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지방분권은 시대정신이자 지속발전 가능한 건강한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돼 달라. 250만 대구시민 모두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4차 산업혁명시대 선도할 국가적 지원 기대■이강덕 포항시장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첫걸음을 내딛는 새 정부가 국민들에게 통합과 화합의 길을 열어 대한민국 미래의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항은 환동해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수많은 씨앗을 품고 있다. 그 씨앗들이 건실한 열매를 맺어 수확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포항은 세계 3번째로 보유하고 있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한 첨단과학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신약개발사업과 고부가가치 타이타늄 산업육성을 통한 차세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을 바란다.또한 영일만대교 건설과 풍부한 해양자원을 바탕으로 한 영일만항 배후 국제물류단지가 조속히 추진된다면 대한민국이 유라시아 경제의 거점이 될 수 있다.지방 죽이는 수도권 규제완화 반드시 막아야■남유진 구미시장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방분권개혁과 지방활성화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또 지방을 죽이는 수도권규제완화를 반드시 막아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구미시가 국가산업단지 5공단에 추진하고 있는 탄소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미래먹거리 사업인 탄소산업은 현재 경북도와 전북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탄소산업의 기틀 마련과 더불어 지역을 넘어 동서간 화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중요사업이다. 국가의 지원을 기대한다. 현재 한국은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갈등이 심각하다. 대통합의 정치로 이러한 갈등도 치유해 주길 바란다.김천∼진주∼거제 철도, 중앙정부가 나서야 ■박보생 김천시장지방분권을 실천해줬으면 한다. 실제 지방자치라고 하지만 지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성과 독창성을 갖고 지역 특성에 맞게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지역발전을 위해 김천∼진주∼거제간 철도 개설 등 사업 진행이 조속히 진행될 있도록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달라. 특히, 지방의 병원 인프라 구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 지역민들은 병을 고치기 위해 대도시 큰 병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방에서도 마음 편히 병을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 기반구축에 나서주길 바란다. 또한, 범국가적인 정책에 무조건적 반대를 하는 풍조가 사라질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지방의 내재적 특성 살려 국가 경쟁력으로■권영세 안동시장이번 대선은 국민들이 어둡고 암울한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이제 국민들도 새로운 희망을 품고 더 큰 미래를 열어 가기 위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통 크게 보듬으며 희망이 있는 국가, 진정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갔으면 한다. 자치단체장으로 분권은 빼놓을 수 없다. 분권은 국가권력을 나누는 것이라기보다 국민들과 가까운 곳에서 그들이 만든 권리와 책무를 협의하며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강소 중소기업을 키워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방의 내재적 특성을 살려 다양한 색채를 만들어 간다면 이것이 곧 지방분권이고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 위해 특별법 제정을■최양식 경주시장국민 모두가 원하는 능력과 포용력 있는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먼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가 꽃 피울 수 있는 헌법 및 법령 개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동안 노력을 했지만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그리고, 경주시민 모두가 원하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사업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주길 바란다. 경주는 한국의 뿌리다. 신라왕경 복원사업은 단순한 유적 발굴 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국가사업이다. 국격이 떨어진 지금,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일이 바로 신라왕경 복원사업이다. 신라왕경 복원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정부·중앙·지방이 공존 상생할 수 있기를■임광원 울진군수국민대통합, 지방분권, 일자리창출을 반드시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지방자치의 근간이 될 지방정부와 주민의 손발을 풀어 생활의 작은 문제는 지방정부와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방분권 개헌을 해야 한다. 지방분권의 핵심 목표는 직접민주주의 시대에 가깝게 국민의 참여를 여는 것이다. 지방분권이 정부의 핵심 국가 의제로 추진된다는 것은 국민대통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지역 차원의 대통합은 이번 대선을 통해 갈린 지역 내 이념·세대간 갈등을 속히 봉합하는 것이다. 나아가 지방분권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의 국민대통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정부, 중앙과 지방이 함께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지역간 세대간 갈등 봉합으로 국민역량 결집 ■박노욱 봉화군수국민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다음과 같이 부탁한다. 먼저 오랜 시간 이어져온 국민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데 힘써주기 바란다. 지난 탄핵정국에서 표출된 지역간 세대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의 하나된 지혜와 역량이 필요하다.다음으로 서민경제의 안정과 장기적 안목의 인구정책 추진을 요청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과 함께 저출산시대 인구감소에 적극 대응해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인구절벽, 지방 소멸과 같은 문제 해결에 노력해주기 바란다.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힘있는 나라 만들길■권영택 영양군수먼저 지금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들이 너도 나도 자국의 이익을 내세워 한반도 정세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민들이 튼튼한 안보위에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인구 절벽으로 시·군 소멸론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만큼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들은 이런 상황을 인식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국가적 차원에서 부담 없이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기를 원한다.분열된 마음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 발휘해야 ■이희진 영덕군수그동안 분열되었던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모두가 화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DNA가 있다. 그 마음들을 하나로 모아 전진을 위한 에너지를 집결할 수 있는 리더십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이는 영덕군민의 바람이자 희망이기도 하다.침체된 지역경제는 경북의 지자체를 힘겹게 하는 위험요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덕군도 지역 특성을 살린 관광산업 육성과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길 기대해본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5-10

가족과 함께 한 `하하호호`… “꿈과 희망 담아가요”

제95회 어린이날을 맞아 경북어린이 백일장 및 사생대회가 포항과 경주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포항시와 경북매일신문이 지난 5일 포항 환호공원에서 개최한 제24회 포항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에는 어린이, 학부모 등 5만여 명이 참석해 높은 인기를 실감케했다. 특히 이날 낮 최고기온이 28℃로 초여름날씨를 보이면서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리기 위한 어린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오전 9시 30분부터 진행된 어린이날 기념식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김정재(포항 북) 국회의원,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사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식후행사에는 영일고 댄스팀 `에이블`의 댄스공연, 어린이 가수 박건우 군의 공연 등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또한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아트, 아빠와 김밥만들기, 전통혼례 체험 등 각종 체험행사가 열려 어린이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참여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어린이가 미래이며, 희망이자 꿈이다”며 “앞으로 건강하게 자라서 포항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최윤채 경북매일신문 사장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포항어린이날 큰잔치를 마련했다”며 “미래의 주역이 될 어린이 여러분들이 행사를 통해 꿈과 희망을 가득 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7일 경주 황성공원에서도 제95회 어린이날 기념 2017 경북어린이 백일장 및 사생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5천여명의 어린이들은 운문과 산문, 그리기 등 다양한 장르로 행복한 우리가족, 이런세상을 꿈꿔요, 목소리 연필 손 등을 주제로 글솜씨와 그림 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한편, 이번 백일장 및 사생대회 결과는 입상자명단은 경북매일신문 지면 및 홈페이지에 공개되며 수상자에게는 경북도지사상, 경북도교육감상, 경북도의회 의장상 등 24개 기관 및 단체장상이 주어진다. 어린이날 이모저모 제95회 어린이날을 맞은 5일 포항 환호공원에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이른 아침부터 부모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축제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넓은 잔디와 푸른 숲속 공원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기며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인기가수 공연, 푸짐한 선물까지 더해진 이번 행사는 이날 하루만큼은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을 현재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인공분수대 인기 최고○…이날 포항의 낮 최고기온이 28℃를 기록하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가운데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공원 입구에 설치된 인공분수대에서 물놀이 삼매경.어린이들은 온몸이 흠뻑 젖은 것도 모른 채 해맑은 표정으로 친구들과 물장난을 치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린이날을 만끽.김준민(9)군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힘들었는데 물놀이를 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웃음꽃이 활짝. “나도 소방관이 될래요”○…이날 포항남·북부소방서는 어린이들을 위해 심폐소생술 체험, 응급처치 체험, 화재진압체험, 불조심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특히 직접 소방관이 되어보는 화재진압체험 코너에는 어린이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4분의 기적`으로 심폐소생술 체험에는 학부모, 어린이 할 것 없이 큰 인기.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조유진(42·여)씨는 “심폐소생술을 꼭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고 칭찬. 경찰·소방관 마스코트 인기대결○…이날 행사장에서는 최일선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표 관공서 간 `마스코트`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때아닌 인기대결을 펼쳐 눈길.아이들은 경찰의 상징인 포돌·포순이와 소방의 상징인 `영`이, `웅`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줄을 서면서 인기를 실감. 특히, 오랜 기간 경찰의 상징이었던 포돌·포순이와 비교해 올해 첫선을 보인 소방의 `영`이 `웅`이의 인기가 필적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탈인형계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칭송.김민주(37·여)씨는 “아이가 졸라대서 같이 와봤더니 소방관 복장을 한 눈이 큰 탈인형 앞이었다”며 “매번 포돌이와 포순이 주변만 졸졸 따라다녔던 아이가 이번 행사에서 영웅이를 처음보고 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원 잔디밭 형형색색 텐트 점령○…이날 행사가 열린 환호공원은 흡사 오토캠핑장을 보는 듯한 풍경.화창한 날씨 속에 시민들은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가 열린 행사장 주변에 직접 야외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가족, 친구, 연인과 즐거운 연휴를 향유.안성윤(39)씨는 “어린이날인데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에 갈지 고민하다가 마침 집 근처 환호공원에서 큰 행사가 열린다고 해 행사장을 찾았다”며 “평소 아이들과 함께 캠핑다니는 것을 좋아해 기분도 낼 겸 텐트를 들고와 야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는 예비 해병인”○…행사장에 자리를 잡은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KAAV) 주변으로는 아직은 헐거운 군복을 입고 가슴 한쪽에 빨간 명찰을 달고서 사진을 찍는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머리에 맞지 않은 팔각모와 베레모를 눌러쓴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해병대원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등 관심 집중.김명수(43)씨는 “아이가 빨간 명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나중에 크면 이 사진을 꼭 보여주면서 해병대 입대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박동혁·이바름기자

2017-05-08

세계지질공원 등재 청송 관광의 미래 `활짝`

청송군이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에 등재됐다. 내륙에서는 최초다.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위원회에서 등재권고 된 지 약 5개월만인 지난 1일 오후 4시 30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청송군이 최종 채택됐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전세계 33개국 127개 장소가 인증됐고 청송과 함께 이번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이름을 올린 곳은 프랑스 Causses de Quercy, 이란 Qeshm Island, 스페인 Las Loras 등 6개국 8개 장소뿐이다.국내서 제주도 이어 두번째… 전 세계 33개국 127개소주왕산·청송꽃돌·법수도석 지질명소 등 평가단들 호평郡, 차별화된 미래발전계획으로 지질관광 활성화 노력◇시골의 작은 지방자치단체가 세계에 우뚝청송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또 다른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세계지질공원이 유네스코에서 지원하는 협력프로그램이었지만 지난 2015년 11월 유네스코 정식프로그램으로 등록되면서 세계지질공원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질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을 위한 기여사항 등 가입조건 또한 좀 더 엄격해졌다. 이처럼 청송이라는 대한민국의 작은 시골마을인 자치단체에서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에 우뚝 선 것이다.청송은 지난 2011년부터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해 학술조사를 실시해 지질명소들을 개발하면서 학술적 가치를 발굴했다. 그리고 세계지질공원T/F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박차를 가해 2014년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게 됐다.2015년 11월 말, 새롭게 바뀐 서식에 의거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서와 부속서류를 접수하면서 서면심사를 통해 이듬해인 지난해 7월11일부터 14일간 두 명의 유네스코 평가위원이 청송을 방문해 현장실사를 수행했다. 지질공원 현장실사에서는 지질관광과 교육, 관광인프라, 지역주민의 참여 등 모든 분야를 점검하지만 그중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지질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이다. 유네스코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뛰어난 곳이어야 한다는 것.그렇다면 3박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청송에서는 어떻게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먼저 주왕산국립공원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두꺼운 화산재층으로 구성돼 있고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탐방할 수 있을 만큼 편의시설이 잘 조성된 명소로 경관까지 아름다워 평가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그리고 청송백자 원료산지인 법수도석 지질명소는 지질과 역사, 문화가 융합돼 지질공원이 추구하는 콘셉트에 가장 매칭이 잘된 곳일 뿐더러 세계에서도 10개 미만의 지역밖에 산출되지 않는 리튬-베어링 토수다이트(Li-bearing tosudite)라는 광물이 발견돼 국제적 중요성도 뛰어난 지역이다. 여기에 많은 명소들 중 최고는 바로 꽃돌로 불리는 청송 구과상 유문암이었다. 꽃무늬를 보이는 암석인 구상암은 전세계적으로 약 100여 군데 정도밖에 산출되지 않지만 꽃문양의 크기나 다양한 형태, 아름다운 색상 등은 청송에 비교할 것이 안된다. ◇지질관광 활성화 미래발전계획 마련평가위원들과 국내의 많은 지질공원 전문가들은 지질공원이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청송군은 향후 지질관광 활성화 계획까지 청사진을 그려놓았다. 청송의 대표 자원인 사과는 백악기 한반도 동남부를 크게 뒤흔들었던 화산활동으로 뿜어져나온 분출물들이 쌓여 굳어진 땅 위에 재배된다.토양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들이 사과의 맛을 한층 더 올려주기에 `지질푸드(Geo-foods)`라는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산악마라톤, 모터싸이클 등 청송은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는 험준한 산악지형을 활용한 `지질액티비티(Geo-activity)` 상품이다.또한 슬로시티 정신과 연계한 전통한옥 숙박체험은 청송지역의 지형과 기후에 의해 독특하게 발전한 건축방식과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지질하우스(Geo-house)`다.이처럼 청송지역 관광자원만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의 발굴과 함께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청송군의 미래발전 계획이다. 어느 관광지에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관광콘텐츠가 아니라 오직 청송만의 자원을 활용한 차별화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이란? 유네스코가 인증하는 지질공원으로 미적 가치, 과학적 중요성 및 고고학적ㆍ문화적ㆍ생태학ㆍ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세계유산(World Heritage),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과 함께 유네스코 3대 보호제도에 해당하지만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과 달리 행위 제한이 적고 보호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세계지질공원 운영위원회가 심사·선정하며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정받은 곳만 지원이 가능하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세계지질공원망(Global Geoparks Network) 회원으로 등록되고 4년마다 심사를 받게 된다.▲ 한동수 청송군수인/터/뷰 한동수 청송군수“지질자원 가치 세계가 인정”도내 유일 세계브랜드 3개 획득“세계는 바야흐로 `브랜드와 스토리의 시대`다. 브랜드와 스토리가 없으면 지방자치단체도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뒤처지고 만다. 청송은 세계지질공원(UNESCO 인증), 슬로시티(국제슬로시티 연맹 인증),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국제산악연맹 주관)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3개나 갖고 있는 경북도 내 유일한 자치단체다.”5월 유네스코 청송세계지질공원 등재를 확정지은 한동수사진 청송군수는 등재 의미를 `브랜드 선점효과`로 요약했다. 한 군수를 만나 청송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다음은 일문일답.-세계지질공원 등재에 따른 기대효과는.△청송은 농업 육성과 함께 관광산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관광산업의 3대 요소는 자연 명승지, 문화 콘텐츠, 그리고 관광객에게 주목 받는 브랜드다. 선캠브리아기부터 형성된 청송의 지질자원은 그야말로 지질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주왕산, 주산지 등의 자연 명승지와 객주문학관, 청송백자 및 심수관도자기 전시관, 청송꽃돌·수석박물관, 장난끼공화국 등 풍성한 문화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번 세계지질공원 브랜드 확보로 인해 관광산업의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특히 상주-영덕 고속도로 개통에 따라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대구에서 1시간이면 올 수 있어 청송이 경북 북부권 최고의 `관광메카`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어떻게 세계지질공원에 도전할 생각을 했나?△지난 2010년 제주도가 국내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이후 울릉도가 세계지질공원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주왕산, 청송꽃돌, 국내 최대 면적의 공룡발자국 등 지질자원이 풍성한데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그래서 울릉도 조사 용역을 맡고 있던 장윤득 교수(경북대)와 함께 준비에 착수, 2011년~2013년까지 타당성조사 및 기초학술조사를 완료하고, 2014년 4월 청송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그 후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필요한 후속 보완작업을 거쳐 2015년 11월 유네스코에 세계지질공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추진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실 막막했다. 주민들과 우리 직원들의 뜨거운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세계지질공원 관계자가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본까지 가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인증을 받기까지 `지질 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 `세계지질공원에 대한 청송의 기여도`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그래서 전국의 온갖 연구논문을 다 뒤진 끝에 법수도석에서 전 세계 10개 지역 미만에서 산출되는 리튬 등 희귀광물이 포함돼 있음을 밝힌 연구논문을 찾아냈다. 또 국책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MOU를 맺고, 세계지질공원 현장 평가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5월말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지역 지질공원 개발 심포지엄`을 청송에서 개최해 지질공원에 대한 청송의 관심을 나타냈다.-앞으로의 과제는?△우선 세계지질공원 홍보가 시급하다. 유네스코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적극 홍보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청송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센터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센터는 지질공원 홍보와 국제협력, 지질공원 해설사 양성, 주민교육, 박물관 등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세계지질공원이 활성화된 다른 나라에서는 지질공원센터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세계유네스코 지질공원 등재가 확정되기까지 적극적인 지지를 해준 군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청송/김종철기자kjc2476@kbmaeil.com

2017-05-08

바다가 준 보석같은 자원들 `명품 해양도시` 자양분으로

수십 년간 국내 철강산업의 제1도시로 이름을 떨쳐온 포항은 환동해권 시대를 맞아 과거의 명성을 뒤로하고 포항만의 해양과 대륙을 잇는 지리적 강점을 이용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해저 지질자원 연구와 더불어 해안선을 활용한 관광 인프라 구축과 철강공단 이전의 포항 발전을 이끌어온 지역의 수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상생협력방안 확대까지, 바다에서 길을 찾는 포항의 미래전략 사업은 말 그대로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유일 물리탐사연구선 `탐해2호` 포항에 둥지해저 지질도 작성·석유가스 탐사 등 활발한 연구경북동해안 해안선 38%… 호미반도권둘레길 조성도내 수산물 위판 절반 이상 지역서 이뤄지기도기존 어항에 관광기반 갖춘 해양레저도시 적극 추진□ 해저 지질자원 등 미래자원 확보 기지로고부가가치 해양자원의 보고인 동해의 대표 도시 포항은 향후 미래자원 확보의 중심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국내 유일의 물리탐사연구선인 `탐해2호`가 전용부두 이전으로 환동해 물류 전진기지인 포항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탐해2호는 해저지질도 작성, 석유가스 탐사 등 해저를 살피고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하는 연구선이다. 현재 2천t급인 탐해2호가 한반도 주변 권역을 대상으로 해저탐사를 실시하고, 오는 2018년부터 건조에 들어갈 5천t급 탐사연구선 `탐해3호`는 전 세계를 무대로 연구가 가능해 질 전망이다. 아울러 탐해3호 역시 포항을 전용부두로 활용할 예정이어서 환동해 전진기지 도약을 꿈꾸는 포항시에 매우 소중한 자원이자 주춧돌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포항은 석탄이나 석유의 매장 가능성이 큰 지층인 신생대 제3기층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넓고 두껍게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등 우수한 지형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위치적으로도 한반도 동해안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항로의 조기 개척이 가장 먼저 이뤄질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개소한 국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에는 50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나 2020년 이후 4센터 9실 규모에 150명 안팎의 석박사급 연구진이 근무할 예정이다. 이는 곧 포항의 풍부한 첨단과학 인적 인프라와 어울려 새로운 해저자원 확보 및 융합산업을 창출하는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204㎞에 달하는 수려한 해안선포항은 경북 동해안의 해안선 536.99㎞ 중에서 38%에 달하는 203.71㎞의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다.경북 동해안의 나머지 도시와 비교하면 경주가 44.51㎞, 영덕군이 95.12㎞, 울릉이 81.9㎞, 울진군 111.75㎞로 다른 도시의 최소 두 배에서 네 배에 해당하는 길이다. 이에 해안선을 따라 발달해 여름철이 되면 피서지로 각광받는 명품 해수욕장 역시 `포항`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 상징이 됐다. 현재 화진, 월포, 칠포, 도구, 구룡포와 인기 명소 영일대해수욕장, 예로부터 찬란한 영광을 누렸으나 쇠락해 현재 백사장 복원사업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송도해수욕장까지 지정해수욕장만 총 7곳(123만2천797㎡)이다. 이와 함께 자연발생유원지로 `마니아`들만 찾는 인기 해변도 13곳(13만2천800㎡)이나 분포해 있다. 포항시는 이를 활용해 한반도 최동단지역으로 천혜의 자연경관과 바다를 배경으로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호미반도권 해안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다. 동해면 입암리부터 호미곶 구만리 일대까지 바다를 원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풍광은 포항을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줄 전망이다.또한 부산과 고성을 잇는 동해안 탐방로 770㎞, 일명 `해파랑길`도 호미반도권 해안둘레길과 연계한 소중한 해양관광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의미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경북은 총 4개 구간(포항, 경주, 영덕, 울진) 18개 코스, 거리 약 295km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항은 이 중 6개 코스 총 107.8㎞(L=112㎞)로 장기면 두원리부터 송라면 화진리 일원에 해파랑길을 조성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10년 투·융자 심사를 거쳐 다음해에 본격 조성에 착수했고 내달 말께에는 양포항~구룡포항, 흥환보건소와 송도해변에 이르는 41.6㎞의 정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포항시 관계자는 “204㎞에 달하는 아름다운 해안선을 보유하는 등 천혜의 자연환경 조건을 갖춘 포항시가 앞으로 이를 활용해 다양한 해양관광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탄력받게 될 것”이라며 “포항이 국내를 넘어 환동해권의 관광, 물류 등을 아우르는 해양 산업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수산 자원의 보고철강산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포항은 사실 오래전부터 수산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동해안 제일의 `수산 도시`이기도 하다.특히 포항의 영일만은 대한해협으로 유입되는 대마난류(對馬暖流)와 러시아에서 내려오는 리만해류에 연결돼 함경북도 연안에서 동해 연안을 따라 남하하는 북한한류(北韓寒流)가 어우러져 다양한 어종을 포획할 수 있는 어장이 형성, 수산업의 발달이 이뤄질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한때는 포항 구룡포항이 울산 방어진과 더불어 고래 어장이 성황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고래잡이 어업이 중단됐다. 현재는 청어와 고등어, 가자미 등의 어류와 전복 등의 패류, 미역 등의 해조류 같은 풍부한 수산물이 위판되고 있으며, 이는 경북도내에서도 위판 규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경북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어업인구는 3천120명으로 이는 경북 도내의 어업인구 등록 숫자인 7천490명의 42%에 해당한다. 또한 포항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위판된 수산물은 3만5천573t으로, 1천829억원의 위판액을 기록했으며 경북도의 총 수산물 생산량의 50%를 넘는 위판 실적을 차지하고 있다.아울러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의 어항(漁港)은 총 53개소로 이 역시 도내 어항의 절반가량. 대보항과 양포항의 국가 어항과 지경항, 방석항, 이가리항, 발산항 등 경북도가 지정한 지방어항이 7곳, 이외에 포항시 지정의 소규모어항이 44곳이다.현재 포항시는 산업의 변화와 흐름에 걸맞게 노후화된 어항을 정비하고, 이를 활용해 해양레저스포츠 활성화를 꾀하고자 어항 주변지역의 통합·거점 개발을 통한 소득증대를 위해 어항 시설 개선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이에 시는 최근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두호어항을 해양레저 선박 및 어선이 함께 정박할 수 있는 `피셔리나`로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피셔리나(fisherina)`란 어항에 레저, 레크리에이션 공간 등 어촌관광 기반 시설을 갖춘 다기능 어항을 지칭한다.이를 통해 포항은 기존 어항을 되살리고 부족한 해양레저기반시설도 확충하는 등 어업과 해양레저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도시로 재탄생할 전망이다./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2017-05-04

우아한 찻잔에 `심쿵` 은은한 차맛에 `풍덩`… 원더풀 문경

완연해진 봄의 햇살에 눈이 부셨다. 청정한 문경새재를 넘어온 따스한 바람이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찾아온 관광객들의 얼굴과 손등을 기분 좋게 간질이는 날이었다.화창한 날씨에 황금연휴가 시작된 날이라 많은 이들의 마음을 들떴던 지난 4월 29일. 찻사발축제가 펼쳐진 문경새재 일원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의 축제주제관에서 시작해 사기장(沙器匠·사기그릇을 만드는 사람) 체험을 할 수 있는 새재가마골을 거쳐 특산물 홍보관과 문경도자기 명품관에 이르기까지 꽤 큰 공간이 수만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봄나들이를 겸해 나온 가족이 다수였지만, 젊은 연인들도 적지 않았고, 전세버스를 타고 온 중년의 단체관광객도 많았다. 이들은 한국 전통의 멋을 보여주는 문경찻사발과 도자기의 매력을 만끽하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7년 봄날 한때를 즐겼다.▲ 중국·이란·벨기에 관광객도 함께 즐긴 `문경의 멋`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외국인관광객이었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외국인들이 축제 현장에서 신기하다는 듯 문경의 찻사발과 도자기를 둘러보며, 한국 전통음식과 차(茶)를 즐기고 있었다.중국, 일본, 미국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에서 온 관광객은 물론 `사막과 붉은색 양귀비꽃의 나라`로 불리는 이란, 멀리 서유럽에 위치한 벨기에에서 온 외국인도 있었다. 멋스런 찻사발에 담긴 전통차를 한 모금 맛본 벨기에 관광객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원더플”을 연발했다. 이는 우리의 멋과 맛이 세계적으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흐뭇한 풍경이었다.문경시청의 설명에 의하면 이날 찻사발축제장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은 1천400여 명. 주한 외교사절과 중국의 도예가, 영남대 박정희정책 새마을대학원 유학생과 경북대 국제개발연구원생 등이었다고 한다.이번 축제를 준비한 문경시는 다수의 통역 봉사요원을 곳곳에 배치해 외국인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한 듯했다. 축제준비에 들인 공력이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었다. ▲ 다양한 프로그램 체험관 `꼬마 손님들`에게 인기5만 원 이하의 대중적인 도자기와 다기(茶器)들이 전시·판매되는 문경도자기획전(문경새재 1관문 앞 잔디광장)이 주부들에게 인기였다면, 다도(茶道)에 관한 궁금증을 눈앞에서 해소해준 `다례시연`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관심을 보였다. 또한, 개막식과 더불어 진행된 `아름다운 찻자리 한마당`은 남녀노소,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높은 곳은 `체험행사장`이었다. 도예와 관련된 체험프로그램(노래로 만나는 찻사발·찻사발 그림 그리기·찻사발 풍경 만들기 등)과 페이스페인팅이 진행된 행사장은 문경을 찾은 `꼬마 손님들`을 즐겁게 했다.흙물 속에 숨겨진 구슬을 찾으면 상품을 주는 `흙 속의 진주 찾기`는 특히 인기가 높았다.이와 관련 축제 조직위원회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예전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어린이 대상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이틀만에 6만1천367명 방문… 7일까지 계속문경전통찻사발축제 현장에서 본 색다른 풍경은 또 있었다. 한복을 입은 문경시청 공무원들이 연휴도 잊은 채 관광객을 안내하고, 불편 해소에 분주한 모습이 바로 그것. 매표소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해외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환한 웃음으로 반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성공적인 축제`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문경을 찾아온 분들이 편안하게 관광을 즐기고, 찻사발축제를 좋게 평가해주신다면 이런 수고는 달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경시청 한 공무원의 말에는 진실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개막식이 열린 지난주 토요일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찾은 관광객은 3만312명,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3만1천55명이 문경새재를 찾았다. 이틀 만에 6만1천367명이 즐긴 문경전통찻사발축제.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서의 위상이 실감되는 관광객 숫자다. “문경 찻사발의 꿈, 세계를 담다”라는 슬로건 아래 준비된 이번 축제는 오는 7일까지 계속된다.△관련문의: 054)571-7677 젊은 도예가 강창성 `성주요` 대표“가마 속 나무·흙·불이 만든 요변찻사발이 지닌 무한 매력에 빠져”한국의 전통 장작가마가 일으키는 요변(窯變·불꽃이나 잿물의 상태가 가마 속에서 변화를 일으켜 구워낸 도자기가 예기치 못한 빛깔과 상태를 나타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막을 올린 지난 4월 29일. 전통도자기들이 저마다의 멋을 뿜어내는 문경새재 전시관 현장에서 문경도자기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도예가 강창성(37) 씨를 만났다.서울과학기술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강 씨는 대한민국 도예명장 천한봉 선생에게 사사하고 현재 `성주요` 대표이자 문경도자교육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흙이 가진 본연의 색상과 인간의 힘으로는 조율할 수 없는 불길의 변화가 도자기와 찻사발이 지닌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강창성 대표는 행주공예 디자인대전 대상, 목포 도자기공모전 최우수상, 경상북도공예품대전 장려상, 2016 전국 발물레경진대회 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찻사발은 물론 문경의 전통도자기가 가진 멋과 아름다움, 거기에 도예인들의 삶까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어 그 의미가 작지 않은 행사”라고 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평가한 강 대표는 “가마 속에 장작으로 들어가는 나무, 흙, 그리고 불이라는 시원(始原)의 조합을 통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미래의 목표를 전하기도 했다.청사진인 동시에 `선언`과도 같은 그의 말에서 서른일곱 젊은 예술가의 패기가 느껴졌다./강남진·홍성식기자

2017-05-04

쇼핑하러 백화점 가니? 난 미식 투어 즐기러 간다!

과거 백화점하면 `멋`의 상징이었다. 그 중에서도 식당가는 쇼핑을 다한 뒤 혹은 중간에 식사를 하는 부수적인 공간으로 인식됐다. 그런데 이제는 일부러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맛집을 찾기위해 쇼핑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유명 요리의 `원조`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백화점·유통업체 유명먹거리 유치에 적극 나서지역 건설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양모(32·북구 장성동)씨는 `단팥빵 매니아`다. 취미는 맛집탐방. 주말이면 소문난 빵가게를 찾아다닌다. 서울, 대전, 부산,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유명한 빵이란 빵은 대부분 먹어봤다. 그중에서도 대구 `근대골목단팥빵`을 가장 좋아한다.하지만 꽃놀이도 하루 이틀. 주말마다 교통체증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며 이동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취미를 바꿔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는 최근 “속 시원히 해결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양씨는 “백화점에 평소 좋아하던 단팥빵 매장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면서 “멀리 가지 않아도 집 가까이서 언제든 빵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심지어 평일 퇴근 후에도 빵을 사간다. 힘들게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먹을 수 있어 더욱 맛있다”고 말했다.1일 롯데백화점 포항점에 따르면, 최근 매출 신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식품관 매출은 지난 2014년 -3.4%, 2015년 4.7%, 2016년 6.3%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먹거리 매장으로 꾸린 식품관이 전체 매출 신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이에 포항점은 식품트렌드를 살피고 유명 레스토랑이나 디저트전문점을 매장 내 유치하는데 적극적이다.그중에서도 지난해 8월 지하 1층에 문을 연 대구 근대골목단팥빵은 팥과 호두를 넣어 식감이 좋고 고소한 맛으로 고객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의류·스포츠 매장 등 실적부진에도 식품관 매출 꾸준한 오름세오충균 홍보실장은 “스포츠, 남성의류 매장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식품관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면서 “먹거리가 백화점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매력적 요인인 만큼 어떤 매장을 입점시킬지 심혈을 기울여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요즘엔 마트에도 쇼핑 대신 먹으러 가는 추세다. 각 대형마트가 자체브랜드 경쟁력을 내세워 출시한 피자, 베이커리, 간편 식품을 비롯해 푸드코트 인기도 만만치 않다.특히 이마트 노브랜드는 `이름표 없이 이름값 하는` 먹거리로 인기몰이 중이다. 감자칩, 초콜릿, 젤리, 쿠키 등 주로 간식거리들이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으면서 포항이동점에서도 품절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이처럼 쇼핑몰 먹거리가 소비자 발길을 끄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식품 관리위생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대형마트에서 직접 조리한 식품을 종종 구입하는 시민 A씨는 “최근 마트에서 족발을 사서 집에 갖고 와 펼쳤더니 메뉴판 사진과 너무 다른 실제 음식 모양새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먹으러 쇼핑몰 가는 세상에 식품매장이 경쟁력을 얻고 이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5-02

얘들아, 오늘 `MOM` 놓고 고기먹으며 신나게 놀아볼까?

`엄마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하고 물으면 메뉴는 각기 다를지언정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남이 해준 밥`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집밥이 최고라고 하지만, 주부들은 절대 외식을 싫어하지 않는다.하지만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은 외식 한번 하려면 큰맘부터 먹어야 한다. 최근엔 아이들 출입이 금지된 식당들이 늘어나면서 남이 차려준 밥상 받아먹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이처럼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늘어나는 판국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놀이방을 만들고 심지어 아이를 돌볼 선생님까지 둔 식당이 있다.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돼지갈비전문점 `돈의정`은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향해 손짓한다. `이리 와 고기 한 점 드시게, 아이는 잠시 맡겨두고.`돈의정 식당은 지역 주부들 사이에서 웬만한 키즈카페보다 낫다는 칭찬이 자자한 곳이다. 지난해 5월 영업을 시작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가장 큰 비결은 놀이방 때문이다. 식당 안에 30평 규모로 키즈존을 만들고 최신 놀이시설까지 들여놨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맘껏 뛰어노는 동안 엄마는 맘 편히 배를 채울 수 있다. 그야말로 여심을 제대로 꿰뚫었다. 건물 3층에 자리한 이 고깃집은 위치적 단점을 넓은 공간이 지닌 장점으로 극복했다. 가족, 직장인처럼 단체손님을 겨냥해 구석구석 테이블 34개를 배치했다. 홀에 앉을 수 있는 인원만 해도 160명이다.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여럿이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최대 16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개별룸 3곳도 꾸몄다. 룸을 모두 합치면 최대 50명까지 한 자리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돈의정의 야심작은 어린이 놀이방 `키즈존`이다. 단순히 크고 넓은 놀이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선 지역대학 유아교육과 학생 3명이 평일 오후 5시 30분부터 9시까지, 주말엔 정오부터 저녁 9시까지 일주일씩 놀이방을 지키고 아이들과 놀아준다. 허일환 사장은 “키즈존은 아이를 둔 부모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만든 고객서비스존”이라며 “첫 사업 도전이자 요식업 운영도 처음이지만, 식당 안에 놀이방만큼은 최고로 짓고 싶었다. 건물 리모델링 할 때부터 키즈존을 미리 구상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키즈존에 설치된 CCTV는 식당 내부 벽에 달린 화면과 연결돼 있어 어느 자리에서든 실시간으로 아이 동태를 확인할 수 있다. 허 사장은 “키즈존 소문이 퍼지면서 여기저기서 벤치마킹도 왔다. 포항에서 내로라는 고깃집에서 찾아와 놀이방을 둘러보고 운영방법을 물어가기도 했다. 돌봄 선생님이 상주하는 식당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다. 포항은 물론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자랑했다. 단순히 놀이방 때문에 주부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이것저것 깐깐히 따지는 주부들은 돈의정이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 플레이팅, 청결, 맛까지 칭찬한다.돼지갈비와 칼집삼겹살이 주 메뉴인 이곳은 100% 국내산 생고기만 사용한다. 파 무침에 넣는 고춧가루조차 국내산을 넣어 버무린다. 허 사장은 “놀이방 때문에 우리 집에 온다는 말을 듣거나 손님들이 색안경을 끼고 음식을 평가하지 않도록 식재료에 특히 신경 쓴다”고 말했다.담백한 고기 맛도 일품이지만, 기본 상차림이 무척 알차고 푸짐하다. 담음새도 정갈해 식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에 힘입어 점심특선 3가지 메뉴도 선보였다.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돼지짜박이. 돼지고기를 넣고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끓여 먹는 요리다. 반찬 가짓수만 해도 각종 쌈 채소부터 나물무침, 고등어무조림, 생선구이 등 다양해 집밖에서 먹는 집밥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다 달걀프라이는 무한리필. 이 정도면 거의 자선사업 수준이다.허 사장은 “조선시대 영의정처럼 돼지고기만큼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식당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돈의정이라 이름을 지었다”면서 “특히 아이 때문에 식당주인 눈치 보던 주부들이 우리 식당에서만큼은 여유를 느끼며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아빠들`의 역할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식비도 절감하고 저녁시간도 생겼으니, 이 여유를 가족친밀감 강화를 위해 쓴다면 어떨까./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5-02

단종복위 꾀하다 사사… 충절·의기 후대까지

영주시 순흥면 일대에는 조선왕조 6대 임금 단종의 복위운동을 펼치다 32살의 젊은 나이에 사사 당한 금성대군의 신단이 있다. 또, 유배를 당했던 위리안치지사진를 비롯해 금성대군의 충절과 의기를 숭상해 신앙적 표현으로 전해져 오는 두레골 성황제가 1900년경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의 단종복위 운동 실패에 따라 당시 순흥도호부의 백성들은 역모와 관련해 온갖 고초와 죽음을 맞이했지만,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충절과 의기를 보인 금성대군에 대한 존경심은 오히려 의기의 화신으로 신격화됐다.영주시는 이런 지역 역사에 대한 재조명과 금성대군의 올곧은 충절을 바탕으로 한 역사문화콘텐츠의 구축을 통해 영주를 충절의 교육장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영주시 금성대군 신단 성역화 사업영주시는 금성대군 신단 주변을 성역화해 충절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금성대군 신단 성역화 사업은 충절을 주제로 한 역사문화콘텐츠 구축으로 관광자원화는 물론 지역 역사를 재조명하는 교육장이 될 전망이다.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일대 2만8천120㎡에 2020년까지 103억여 원을 투자해 위리안치 가옥복원, 주변조경 및 탐방로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2012년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에 따라 지난해까지 성역화 사업대상부지 37필지 중 22필지를 확보하고, 올해는 임시주차장 조성 및 종합정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2020년 금성대군 신단 성역화 사업이 완료되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소수서원과 연계한 유교문화벨트 조성과 충절의 교육장으로 활용, 청소년과 국민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시키고, 관광자원의 다양화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지역민들과 금성대군의 관계1457년 금성대군의 단종복위 운동의 실패는 당시 순흥도호부(영주 지역)의 백성들에게 고통과 죽음을 경험해야 했던 지옥같은 시기였다. 현 영주시 안정면 동촌리 피끝마을 지명에서도 당시의 참상을 알 수 있다. 금성대군의 단종복위운동이 실패하자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피가 십리를 흐르다 멈추었다해서 지명이 붙여진 곳이 바로 영주시 동촌면 피끝마을이다.금성대군과 당시 영주 백성들과의 관계를 보면 지역을 몰살케 한 악연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지만,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금성대군은 지역민들에게 지역정신의 지주이자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다.단종복위 운동 당시 참담한 시기에도 지역민들은 금성대군을 원망하지 않고 충절을 높이 받들어 지역정신의 자존감으로 승화시켰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금성대군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앙심의 표현과 같은 정월 대보름 두레골 성황제는 충절과 자존감을 바탕으로 금성대군을 신격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 두레골 성황제두레골 성황제는 충절과 절의의 상징인 금성대군을 신으로 모신다는 점이 특징이다. 두레골은 영주시 단산면 단곡3리 속칭 웃질막에 위치하고 있다. 두레골 성황제는 단종복위를 꾀하다 죽음을 맞은 금성대군의 혈석에서부터 시작된다.조선 후기 순흥고을에 살던 권씨 부인의 꿈에 금성대군이 나타나 “내 피가 묻은 혈석이 죽동 냇물에 있으니 이를 찾아 거두어 달라” 부탁하면서 돌의 모양까지 일러주었다는 것. 다음날 마을 사람들은 죽동 냇가를 뒤져 금성대군이 말한 혈석을 발견해 가까운 죽동 서낭당에 안치했다.일제강점기인 1930년경에는 이 지역에 살던 이화라는 선비의 꿈에 금성대군이 다시 나타나 “이곳에 일본인들이 와서 침을 뱉고 욕을 하니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못 된다”면서 두레골로 옮겨달라 현몽해 현재의 위치로 옮기게 됐다고 전해진다.상민 자치기구인 순흥초군청은 충절과 의기를 보인 금성대군을 신격화하고 매년 정월 대보름에 성황제를 올리는데, 많은 성황제 중 제물로 소 한 마리를 통째로 바치는 곳은 두레골 성황제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성황제를 집전하는 제관의 집에는 금줄을 걸고 잡기의 근접을 차단하는가 하면, 옛날에는 성황제 준비 기간부터 여성의 순흥 방문을 금했다고 한다.또, 정월 초팔일이 되면 제물로 바칠 소 한 마리를 선정하는데 이 소는 의인화해 양반이라 불렀으며, 소를 마련하는 비용은 마을 사람들이 성심을 다해 성금으로 마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관들은 정월 추위에도 두레골 인근 웃질막 목욕소에서 심신을 단정히 하고 제에 임했으며, 이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순흥 지역민들이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금성대군의 충절과 의기를 높이 받들고 신격화하는 것은 `선비의 고장`이란 지역적 특성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두레골 성황제를 주도하는 순흥초군청은 산림자원을 중심으로 한 초군과 토호의 대립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당시 지역의 부호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김교림(1865~1938)에 의해 조직된 민간단체다. □ 1200년 역사를 지켜본 압각수금성대군 신단 옆에 자리잡은 압각수는 수령이 1200여 년이 된 은행나무로 지역의 역사를 지켜본 신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상북도 보호수 제46호로 지정된 나무로 잎이 오리발과 닮았다 하여 압각수라 불리고 충신수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단종복위 운동의 실패로 수많은 백성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지켜본 압각수는 순흥도호부가 혁파되자 나무가 잎을 피우지 못하고 병들어가다 혁파된 지 200여 년이 흐른 인조 21년(1643)에서야 생기가 돌고 껍질과 가지와 잎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있은 후 숙종 8년(1682)에는 나뭇가지가 무성히 자라고 잎이 만개하는 등 변화를 가져오다 다음해인 1683년에 순흥도호부가 혁파된지 226년만에 다시 복권되면서 압각수가 이를 예견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 금성대군은…금성대군은 세종과 소헌왕후 심씨의 여섯째 아들로 이름은 유(瑜)이며 시호는 정민이다. 세종 15년인 1433년 금성대군에 봉해지고, 1436년에 성균관에 입학하며 1437년에 세종의 명을 받아 태조의 8남 의안대군의 봉사손으로 출계했다.정치적으로 조카 단종을 지지했던 금성대군은 왕위를 찬탈한 세조에 대한 반감으로 세조 1년 순흥에 위리안치 되고, 2년 후인 1457년 순흥부사 이보흠과 함께 단종복위 운동을 꾀하다 실패해 32살에 사사된다. 이후 중 종조 때 3대에게 관작을 봉하고 승습의 명이 내려졌으며, 숙종 때에 와서 그의 관작이 복구되며 시호가 내려졌고, 정조 때에 이르러 종친으로 인정됐다./김세동기자kimsdyj@kbmaeil.com

2017-04-28

파리의 연인들, 누구도 거부 못할 낭만 속을 걷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낯선 곳에서 맞는 아침은 어색하다. 평소 살아온 공간으로부터 수천 km가 떨어진 곳. 전날의 과음으로 인해 편치 않은 위장을 달래줄 방식이 한국과는 판이한 프랑스. 콩나물국이나 뜨끈한 새우죽을 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해장 방법을 찾아야했다. 아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을 뜨지 않은 새벽 6시. 허한 속을 달래줄 뭔가를 먹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다행이었다. 가까운 곳에 빵집이 있었다.바게트, 크루아상, 베이글, 샌드위치…. 이른 시간임에도 파리의 제과점은 갓 구운 빵들의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로 가득했다. 검은 머리칼이 한 올도 보이지 않는 은발의 할머니가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와 따스한 웃음이 세련돼 보였다.그런데, 빵을 고르고 값을 치르는 방식이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할머니의 새벽 빵집을 찾은 손님 중 어떤 사람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한 걸음 떨어져 빵의 냄새를 맡아보고, 색깔로 구운 정도를 확인한 후 아주 천천히 몇 개의 빵을 고른 파리 사람들은 전혀 급할 것 없다는 태도로 줄을 서서 자신이 값을 치를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후다닥~` 소리가 나도록 급하게 치즈케이크와 단팥빵을 쟁반에 주워 담고는, “빨리 계산해 주세요”라고 서두르는 `한국적 방식`을 보아온 기자는 조금 놀라웠다.어떤 방식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이런 게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프랑스 사람들의 `여유`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허겁지겁 골라 재빨리 값을 치르고 먹은 어떤 빵보다 자그마치(?) 20분을 기다려서야 먹을 수 있었던 그날의 크루아상이 유난히 맛있었던 게 기억에 남아있다. ▲ 가난한 거리의 연주자들… 그러나 얼굴엔 미소가파리에서 보낸 며칠을 떠올려보면 `한가로움`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소급된다. 프랑스가 지닌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공간인 파리 국립도서관과 퐁피두센터를 찾았을 때다.100m가 넘는 긴 줄을 서있음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조급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 행렬 속에 선 고등학생들은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고, 기자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40~50대 파리 시민들도 손에 든 신문이나 잡지를 들여다보며 나른한 봄날의 햇살을 즐기는 듯 보였다.비단 도서관이나 문화센터만이 아니었다. 파리 거리와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코디언이나 바이올린을 꺼내들고 버스킹(busking)을 하면서도 그들은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 넉넉한 웃음이 그들을 `거리 연주자`가 아닌 유명한 공연장 무대에 선 `인기 뮤지션` 이상으로 멋져보이게 했다.삶은 받아들이는 자들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기엔 궁핍하고 곤궁할 수도 있는 예술가의 삶.하지만, 가난에 굴복하지 않고, 그걸 넘어 삶의 어떤 `궁극`에 닿으려는 노력이 있다면 허름한 입성의 거리 연주자가 연미복(燕尾服)을 갖춰 입은 유명 연주자만 못할 것이 무엇인가. 애초부터 예술은 돈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가난에 주눅 들지 않은 파리 거리의 음악가와 화가들을 보며 이런 물음을 던져봤다. “그들이 곤궁함 속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그건 다름 아닌 자신과 더불어 타자의 삶을 바라보는 `대범함`과 `여유`였다. 물질적 이유만으로 누구를 부러워하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는 당당한 자세에서 오는. ▲ 야트막한 파리 시내, 거기엔 높은 인간적 이상이…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우리가 `프랑스의 장점`으로 인정해온 것들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를 쓴 망명객 홍세화가 말한 `톨레랑스(관용의 정신)`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 2017년 파리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지속적으로 유입된 아랍계 이민자들에 대한 거부감은 적지 않은 프랑스의 청년들이 극우정당 `프랑스 국민전선`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Marine Le Pen)을 지지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과도한 톨레랑스와 여유가 프랑스 젊은이들을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바뀐 세상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먹고사는 문제가 걸리면 모두는 예민해진다. 그건 동양인과 서양인, 젊은 세대와 노년층이 다르지 않다.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밥그릇이 위협받는다고 불합리한 이유와 온당치 않은 방식으로 다른 이들의 숟가락을 빼앗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는 다시 한 번 오래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런 딜레마는 비단 프랑스만이 아닌 한국도 겪고 있는 사회변화의 과정이기도 하다.이러저러한 상념에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려 센 강 주위를 산책하기도 하고, 어둠이 깔린 파리를 배경으로 유유자적 떠가는 유람선에 올라 수천 년을 소리 없이 흘러온 강물을 바라보기도 했다.파리에 도착한지 사흘째였던가? 짙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의 유혹을 피할 수 없었던 날,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처럼 휘청휘청 몽마르트르 언덕을 향했다. 스스로의 그림자가 자신을 놀라게 하는 눈부신 오후.사크레쾨르 성당 앞 난간에 올라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한눈에 들어오는 도시의 풍경.10층 이상의 높은 건물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그 소박하고 야트막한 풍경에서 기자는 보았다. 정체와 퇴행으로 오해될 수 있는 `프랑스의 모든 오류`가 버릴 수 없는, 아니 버려서는 안 될 `인간만의 이상`으로 전이하는 광경을. 그건 분명 취기에 의한 환시(幻視)가 아니었다. `키스`와 `포도주`의 나라 프랑스그곳이 아시아건, 유럽이건, 아프리카건 어느 국가나 그 나라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는 있다.한국의 김치와 일본의 스시(壽司)는 두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인 동시에 그 안에서 국민성의 일부분까지 읽어낼 수 있는 문화코드이기도 하다.아프리카 국가들의 역동성과 이란 사람들의 한없는 친절도 그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역시 나라를 상징하거나 대표하는 것들이 여럿이다.그것들 중 두 가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바로 `키스`와 `포도주`. 앞으로도 오랫동안 `프랑스` 하면 이것들이 자연스레 떠오를 듯하다. ◇ 주야불문, 장소불문… 파리 연인들의 입맞춤40대 중반을 넘어서니 어쩔 수 없이 `애정표현`에 있어선 다소간 보수적이 돼간다. 그런 기자에게 `키스하는 연인들`은 질투심과 부러움의 감정을 동시에 일으킨다.파리를 여행한 7일 동안 키스 장면을 얼마나 봤던가? 골목에서, 카페에서, 강변에서, 심지어 슈퍼마켓 안에서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키스를 하는 프랑스 사람들. 젊은 커플들이 많았지만, 중년도 있었고 60대로 보이는 노인들도 입을 맞추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보수적인 경상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겐 도시 전체가 `로맨스 영화 촬영장` 같아 보일 것이다.파리 사람들은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란 말을 100% 신뢰하는 듯했다. 어둑어둑 해가 저무는 몽마르트르 언덕을 내려오며 보았다. 아시아계 남성과 유럽 여성이 애틋하게 서로를 안고 키스하는 모습을. 아름다웠기에 부럽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는 사랑에 빠지기 쉬운 도시다. ◇ 4유로짜리 와인의 근사한 맛과 향기 백포도주와 적포도주는 물론, 핑크빛 로제 와인과 기포가 입 안에서 시원스레 터지는 샴페인까지. 프랑스엔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수십 수백 종류의 포도주가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가격도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와인을 좋아하는 기자에겐 숙소 인근 조그만 슈퍼마켓의 주류 코너가 천국의 입구처럼 느껴졌다.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작품을 쓰던 카페에서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생떼 밀리옹` 같은 고급 포도주를 마셔보는 호사는 파리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도 걱정할 필요 없다. 구멍가게나 슈퍼마켓에선 4~5유로(5~6천원)면 맛과 향이 썩 괜찮은 포도주를 구할 수 있다. 치즈 몇 조각을 함께 산다면 여행에서 만난 숙소의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사진제공/구창웅/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4-28

고령군, 물과 땅을 다스려 천년 역사 새로 쓴다

비단 현대사회만이 아니다. 도로의 건설과 확충, 치수(治水·물길을 다스려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일)는 행정기관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국민 서비스의 하나다.고대 최대의 왕국으로 불렸던 로마제국과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나라의 경우는 도로 건설과 치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 표면화사통팔달 교통인프라 구축 눈앞상습수해구간 개선사업도 착착로마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뻗어가는 도로를 만들면서 대제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다졌다.진나라의 시황(始皇) 정(政)은 도량형을 통일하고, 관제를 정비하는 동시에 도로를 넓히고, 홍수와 가뭄에 시달려온 백성을 위해 치수에 온 힘을 쏟았다.그랬기에 두 제국은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현대 역사서에 기록되고 있다.오늘날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도 `도로 확충`과 `치수`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고령군도 예외일 수 없다. 1천500년 전 번성했던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은 6가야 연맹을 주도했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땅이다.과거의 영화에만 집착하지 않고, 현재를 직시하며 보다 나은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는 고령군은 군민과 곽용환 군수, 공무원들이 하나가 돼 지역경제 활성화와 군민행복을 위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그중 고령군이 2017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로의 건설과 확충, 치수에 관련된 것들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이와 동시에 “가야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영남과 호남간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공존과 상생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진행 중인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와 `가야문화권 개발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문제도 함께 살펴본다. ◆ 도로 건설·확장 통해 역동하는 지역경제 실현올해 고령군이 사업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건설·확충할 도로 관련 사업은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 ▲국도26호선 확장 ▲국지도 67호선 조기 완공 ▲다사-다산간 광역도로 건설 ▲월성-송곡간 광역도로 확장 ▲지방도 905호선 확장 등이다.이중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은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 현재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철도 가설이 표면화되고 있다.이 철도가 완공되면 김천에서 고령을 거쳐 거제까지가 하나의 철길로 이어지게 된다.다사-다산간 광역도로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 있으며, 우곡면 연리에서 성주군 용암면을 잇는 국지도 67호선 확장공사는 2017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지방도 905호선 확장공사는 다산과 성산의 산업단지간 원활한 물류 이동을 통해 지역경제 규모를 확대한다는 목적 아래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이와 동시에 다산·성산·개진 일대 개발촉진지구의 연계도로도 건설·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령군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도로 건설과 확장사업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시기가 오면 지역경제가 눈에 띄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도로의 건설과 확충은 고령군민들도 반기고 있다.고령군 우곡면 이장협의회 신동우(54) 회장은 “지금은 도로의 폭이 좁아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주민들이 안전을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도로의 확장은 무엇보다 주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 반가운 소식이다”고 말했다.이에 덧붙여 신 회장은 “과속운행 차량과 농기계의 추돌을 막아줄 과속방지턱 설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고령경제 4040 프로젝트` 가속화“4만 군민의 군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고령경제 404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고령군은 민간자본의 투자를 유치해 동고령, 월성, 오곡, 열뫼 등의 지역에 신규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성서공단과 대구국가산업단지가 인접했고, 사통팔달의 교통 인프라를 갖췄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령을 “기업 입지의 최적지”로 지목한다. 실제로도 고령군에선 매년 기업체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동고령, 월성, 오곡, 열뫼지구의 신규 산업단지 조성은 고령의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업이다.이와 관련 지난 2월 착공한 동고령 일반산업단지는 1천73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올해 말까지 준공함으로써 100개 이상의 기업을 입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불황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입지 여건과 저렴한 분양가를 알아본 기업들이 적지 않아 입주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고령군의 설명이다.고령군은 입주 기업들을 위해 각종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다.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양질의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미래 투자가치를 높이 평가하도록 행정·재정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은 고령군의 시정 방침 중 하나이기도 하다.행정절차가 완료돼 보상이 진행되고 있는 월성, 오곡, 열뫼산업단지 역시 기존 산업단지와의 협력과 상승작용을 통해 향후 고령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최근 5년간 지역내총생산(GRDP) 추계 결과 평균 성장률 6.7%를 기록했다”고 설명한 고령군청은 “이는 경북도 1위의 실적이며, 고령이 지속성장 가능한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부연했다. ◆ 지방하천 정비로 `안전한 내 고장``치수` 방면에서도 고령군의 정책은 돋보인다. 상습수해구간으로 지목된 `대가야읍 헌문리~저전리`와 `개진면 신안리~양전리` 구간에선 지난 2012년부터 개선사업이 진행됐다.하천 미개수와 통수단면 부족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 제방이 유실되거나 농경지와 가옥이 침수되던 이 지역은 주민피해가 빈발했다. 고령군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국토교통부에 `수해상습지 개선사업`을 건의해 2016년까지 보완공사를 한 결과 제방 유실과 침수 등의 피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령군은 현재도 쌍림면 용리~고곡리 구간 내 용동천 하천재해예방사업과 대가야읍 고아리~외리 구간 내 안림천 하천재해예방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 두 사업은 각각 2018년과 2019년 공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물길을 다스려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겠다`는 고령의 치수 관련 정책은 “무엇보다 주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것이라 그 중요성이 어느 사업 못지않게 크다”는 것이 곽용환 고령군수의 설명이다. 22개 자치단체 참여가야문화 시장군수협특별법 통과 등 추진가야는 520년이나 지속된 고대 국가다. 빼어난 철기문화와 도예기술을 가졌던 가야인들은 가야금을 만들고, `순장(殉葬)`이라는 특이한 장례풍습을 유지하기도 했다. “가야문화를 통해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공존과 상생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국민대통합을 이뤄간다”는 목표 아래 설립된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2005년 경남 합천군에서 발족된 이 협의회에는 대구와 경상남북도, 전라남북도 5개의 광역시·도와 고령, 성주, 의령, 산청, 남원, 장수, 순천, 구례 등 17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다.앞서 말한 것처럼 영호남 화합과 상생을 위해 지역 특화사업을 발굴하고, 가야문화의 복원과 정비를 통해 광역관광자원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는 그간 `가야문화권 관광개발 계획 수립` `가야문화권 개발 세미나` `가야문화 실체 규명을 위한 학술연구` `가야문화권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협의회가 올해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가야문화권 국회의원 18명이 발의한 `가야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다. 이와 관련 협의회 의장군인 고령의 곽용환 군수는 “가야문화권의 체계적인 정비를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역사·문화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20대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며 “이 특별법은 영호남 상생협력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재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오가며 회의를 열고, 합동 워크숍과 공무원 친선체육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는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2월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공동추진단을 발족하고, 2020년 등재를 목표로 국제학술대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이와 함께 ◆가야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국회 통과 ◆대구-광주 내륙철도 건설 ◆천리길 가야문화 17경 추진 등을 골자로 하는 `가야문화권 전략 프로젝트`도 추진할 방침이다./전병휴·홍성식기자

2017-04-27

운행 멈춘 차가운 선로, 숲과 사람이 함께 온기 나눈다

2011년 유성여고~인포건널목 2.3㎞구간 조성지난해부터는 옛 포항역∼효자역 공사 시작갤러리·기차도서관·음악분수광장·키즈숲 등내년까지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져휴식·기다림·만남의 기능 산책 공간도 마련□ 1차구간 사업 성공사례포항시는 지난 2005년 북구 장성동에 위치한 미군저유소 폐쇄가 결정되면서 포항역과 저유소를 연결하는 철도의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사업비 140억원을 투입해 유성여고~안포건널목을 잇는 2.3㎞구간에 이어진 철로를 걷어내고 이 공간에 도심숲을 조성하는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 1차 구간 공사를 실시했다. 총면적 5만7천㎡에 이르는 1차 구간에는 왕벚나무, 노거수,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나무 4천800여 그루가 심어져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철길을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곳곳에 나무의자, 인공폭포, 분수 등이 설치돼 인근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현네거리와 창포네거리를 잇는 6차선 대로와 옛 철길이 교차하는 지점 아래에는 지하도를 만들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나루여행길`이라는 주제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역의 변천사와 역사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지역특색에 맞춰 구간별 명칭도 달라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유류저장고~여성아이병원 660m 구간은 자연부락 명칭인 불미골에서 따온 불미숲, 여성아이병원~나루끝 640m 구간은 나루끝이라는 고유지명을 따온 나루숲, 나루끝~안포건널목에 이르는 1㎞ 구간은 모갈숲으로 명명됐다. □ 국토교통부 사업선정으로 200억원 절감1차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지 3년 여가 지난 2015년 4월 포항지역에 또 다른 폐철도 구간이 나왔다.KTX 포항노선 개통으로 포항역이 북구 흥해읍 이인리로 이전하게 되면서 기존 북구 대흥동에 위치한 옛 포항역~효자역 4.3㎞ 구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포항시는 이 구간을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의 2차 구간으로 설정하고 국비확보를 위한 노력에 돌입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 해 7월 17일 국토교통부가 `철도 유휴부지 활용지침`을 제정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철도 유휴부지 활용지침은 철도 유휴부지의 체계적 관리와 다양한 개발수요에 대한 효율적 활용을 위해 시행됐다.포항시는 이 지침을 바탕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실시한 `철도 유휴부지 활용제안 시범사업`에 응모해 같은해 12월 21일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당시 포항시를 포함해 강원 삼척시, 경기 수원시, 전남 순천시, 경남 함안군 등 6곳이 명단에 포함됐다.포항시는 대상지의 적합성과 활용협약 체결 후 1년 이내 사업 착수가 가능하다는 점과 2016년까지 52억원의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점, 시민설명회 및 도시녹화위원회를 통한 주민의사를 반영했다는 점 등을 강조해 원하는 바를 이뤄냈다.포항시는 지자체가 철도 유휴부지를 공원, 자전거길, 쉼터 등 주민친화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부지를 매입하지 않고 국유재산법에 따른 기부채납 요건을 갖추면 무상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토부 지침에 의해 총 면적 12만㎡ 사업부지 중 53.3%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전체 사업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약 200억 원의 토지보상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2차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을 본격화했다. □ 시민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심 속 녹색숲 옛 포항역~효자역 4.3㎞ 구간을 도심숲으로 만드는 2차 폐철도부지 공원화 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1~3공구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우선 지난해 7월 착공해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지곡건널목~대잠고가차도(700m) 1공구와 지난해 12월 착공해 오는 10월 마무리되는 대잠고가차도~이동고가차도(1.4km) 2공구에 대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지난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이동고가차도~서산터널(2.2㎞) 3공구 공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018년 7월이면 모든 구간에 대한 공사가 완료된다. 공사가 끝나면 도심숲은 1~4존(Zone)으로 나뉘어 활용된다. 지곡건널목~대잠고가차도를 연결하는 1존(700m)은 가칭 `어울누리길`로 상징·참여·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된다. 어울누리길에는 효자갤러리와 댄싱프로미너드, 어울누리숲, 키즈숲, 기차도서관, 기억의 숲 등 다양한 시설이 배치된다.효자갤러리는 380㎡ 규모의 전시시설로 효자교 교량 하부공간을 활용해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전시를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며 외벽에 슈퍼미러를 설치해 재미있고 특화된 경관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휴식·놀이 기능이 부여된 댄싱프로미너드는 효자교 남측의 선큰부지의 지형을 활용, 지형의 굴곡과 조형마운딩을 도입한 옥외공간이다. 폐객차를 간이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해 어린이들의 정서함양공간으로 조성한 기차도서관은 공원시설과 연계해 공원 속 학습장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대잠고가차도~대잠아델리아 아파트를 잇는 2존(1㎞)은 가칭 `활력의길`로 이벤트·산책·운동이 어우러지는 복합휴게공간으로 조성된다. 1존에서 이어진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등 기반시설과 함께 오크정원, 음악분수광장, 유아놀이숲 등이 배치된다.오크정원은 대왕참나무 단일 수종을 도입해 모던하고 차분한 휴게정원으로 꾸며지며 음악분수광장은 기차 선로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음악분수 및 워터스크린분수를 도입해 놀이·문화행사를 유도하고 특색 있는 야간경관을 연출한다. 대잠아델리아 아파트~용흥고가차도 구간인 3존(1.2㎞)은 가칭 `여유가 있는 띠앗길`로 주민·직장인을 위한 산책공간이 마련된다. 커뮤니티마당과 두럭마당, 생활체육시설, 기다림의 정원 등 선형적 공간 특성을 활용한 산책공간으로 만들어진다. 커뮤니티마당과 두럭마당은 파고라, 정자, 앉음벽, 장식가벽, 안내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기다림의 정원은 학잠건널목 주변 간이플랫폼의 흔적을 모티브로 이용객들의 추억 회상과 휴식·기다림·만남 등의 이용행태를 수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마지막으로 용흥고가차도~용흥건널목 1.4㎞를 연결하는 4존은 가칭 `추억의 길`로 포항역에 대한 주민의 애환과 철길의 기억을 떠올리는 산책공간으로 꾸며진다. 이 곳에는 철도와 연접해 29가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낙후된 주거지를 보상해 공원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나 포항시는 사업투자의 경제성을 고려해 이번 사업에서는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고 계획을 수립했다.이같은 한계 속에서 시는 철길 주변에 잔존하고 있는 부대시설인 기구함, 키로정표, 도움전화, 경적표지판 등을 존치하거나 이용시설로 리모델링해 철길이 가지고 있는 장소성이 부각될 수 있는 산책로로 조성할 방침이다. □ 포항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길이 길에는 포항의 역사가 숨 쉬고 있다.폐철도 도심숲 1차 구간 시작점인 불미숲의 유래가 된 불미골은 과거 마을 남쪽 200여m 지점에 대장간에서 화덕에 공기를 불어 넣는 연장인 `불미`(또는 풀무)의 형상을 닮은 산이 위치해 있었다. 산 아래에는 쇠를 두들기는 쇠판과 닮은 언덕, 달군 쇠를 적시는 물통과 같은 작은 못이 있어 마을 이름을 불미골이라 했다.1차 구간 중간지점인 나루숲 지점인 `나루끝`은 포항시의 과거 모습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형산강은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학산천, 칠성천 등 세 갈래의 지류를 끼고 있는 폭이 매우 넓은 강이었으며 강 하구 쪽 포구인 나루끝은 소형 선박의 왕래가 성행한 교통요충지였다. 그런데 근대화가 시작된 1900년대부터 세 지류가 조금씩 매몰되기 시작, 1920년대 이후 형산강 원류에 둑이 쌓이면서 세 지류는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며 나루끝은 완전히 제기능을 잃게 됐다. 육지로 변한 나루끝은 포항시가 급격히 팽창된 1980년대 이전까지 덕수동과 학산동 일대 중심지 역할뿐만 아니라 7번 국도 및 시가지 우회도로를 통과하는 길목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도심숲 1차 구간 마지막 1㎞를 잇는 모갈숲은 `모갈산`(현 수도산)의 전설에서 착안했다. 조선시대 선비였던 `모갈`은 조선 6대 왕인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쫓겨나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가자 왕위찬탈에 반대해 연일현 북면 포항동(현 중앙동)의 산을 찾아 매일 북쪽을 바라보며 통곡했다. 모갈은 단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자 식음을 전폐하다 숨을 거뒀다. 이 산은 선비의 충절을 기려 모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1920년대 상수도 시설이 들어서면서 수도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2차 구간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던 옛 포항역은 1918년 문을 연 이후 KTX 개통으로 역사(驛舍)를 이전하기 전까지 약 100년간 포항시민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눴다. 일제강점기에는 포항에 주둔한 해군부대와 인접한 포항 학산역까지 노선이 준공되면서 군장병들의 이동수단으로 활용됐고 해방 이후에는 물류 수송통로로 이용됐다. 그러다 포항역은 월남전 발발과 함께 역사적 장소로 거듭났다. 1965년 7월20일 대한민국 정부는 1개사단과 지원 부대를 베트남으로 파병키로 결정했다. 이들은 포항의 해병대 훈련소에서 파병에 앞서 3개월간 현지적응 훈련을 마친 뒤 포항역에 집결, 임시특별열차를 타고 부산항 3부두에 도달해 가장 먼저 파병됐다. 포항역과 역사(歷史)를 함께한 해병 청룡부대는 1972년 2월까지 6년4개월간 수만 명이 월남전에 투입돼 여러 전공을 세웠다. 2차 구간 중간지점에 위치한 용흥동은 6·25전쟁 당시 국가를 위해 적들과 맞서싸운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이 고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용흥동 탑산 정상에는 1950년 8월 9일부터 44일에 걸쳐 벌어진 낙동강 전투에서 최후의 방어선을 지키다 전사한 구국 용사들의 넋을 기려 세운 포항지구 전적비가 있다. 바로 인근에는 6·25전쟁 당시 전국에서 제일 많은 `학도병`이 희생된 포항 학도의용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전몰학도 충혼탑과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이 자리를 하고 있다.2차 구간 마지막 지점인 효자역은 1970년대 포항 산업의 부흥기를 이끈 포항제철(현 포스코) 통근열차가 오간 역사적인 장소이다. 1975년 7월 1일부터 30년간 운행된 대한민국 유일의 기업통근열차인 이 통근열차는 포항역을 출발해 효자역에 정차한 뒤에 방향을 전환해 제철역까지 10.8㎞를 운행했다. 비록 출발역은 포항역이었으나 포스코 직원 대다수가 효자역이 위치한 효곡동에 거주하고 있어 효자역은 평일 오전이면 열차를 타기 위한 포스코 직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운행 초기에는 통근자 전용으로 운영됐으나 K리그 명문구단인 포항스틸러스 홈구장 포항스틸야드로 가는 노선이기도 해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모든 시민들이 승차할 수 있도록 배려해 경기장 접근성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차량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1가구 1차량`을 넘어 `1가구 2차량`시대가 현실화되면서 포스코 통근열차는 폐지됐다.`포항의 역사` 간직한 폐철도 도시숲 구간불미숲 (1차구간 시작점)대장간 연장인 `불미`의 형상을 닮은 산이 위치하고 산 아래에는 쇠를 두들기는 쇠판과 닮은 언덕, 달군 쇠를 적시는 물통과 같은 작은 못이 있어 마을 이름을 `불미골`로 불렸고 그 이유로 `불미숲`의 유래가 됨.나루끝 (1차구간 중간지점)형산강 강 하구 쪽에 위치한 포구. 소형 선박 왕래가 성행한 교통 요충지였지만 1900년대부터 완전히 제기능을 잃고 육지로 변신. 1980년대 이전까지 7번국도 및 시가지 우회도로 통과하는 길목 역할을 충실히 실행.모갈숲 (1차구간 마지막 1㎞)조선 6대 왕인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쫓겨나 영월로 유배를 가자 왕위찬탈에 반대해 연일현 북면 포항동(현 중앙동)의 모갈산(현 수도산)을 찾아 매일 북쪽을 바라보며 통곡한 조선시대 선비였던 `모갈`의 전설서 착안.옛 포항역 (1차·2차구간 만나는 지점)1918년 개장후 KTX 개통으로 역사(驛舍)를 이전하기 전까지 약 100년간 역사(歷史)를 간직. 일제강점기에는 해군장병들의 이동수단으로, 해방 이후에는 물류 수송통로로 이용. 월남전 파병 해병 청룡부대도 이용.용흥동 (2차구간 중간지점)6·25전쟁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이 고이 모셔져 있는 곳. 탑산 정상에는 구국 용사들의 넋을 기려 세운 포항지구 전적비가 있고, 인근에는 전몰학도 충혼탑과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이 있다.효자역 (2차구간 마지막 지점)1970년대 포항 산업의 부흥기를 이끈 포항제철(현 포스코) 통근열차가 오간 역사적인 장소. 1975년 7월 1일부터 30년간 운행된 이 통근열차는 포항역을 출발해 효자역에 정차한 뒤에 방향을 전환해 제철역까지 10.8㎞를 운행./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7-04-27

2시간만에 만난 파라다이스엔 온화한 푸르름이 넘실댔다

티웨이항공이 지난 2일 대구에서 출발하는 오키나와 하늘길을 처음으로 열었다.대구~오키나와 직항노선이 본격 운항함에 따라 그동안 인천공항이나 김해공항까지 가는 불편을 겪었던대구·경북민들이 2시간의 짧은 비행으로 오키나와를 여행할 수 있게 됐다.특히 최근 사드배치 영향으로 중국관광이 올스톱 된 상황에서 일본 오키나와 직항노선 개설은 대구시가 오키나와 관광청과 함께 관광교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를 마련했다.또 두 도시 간 관광수요 증가뿐 아니라 경제적인 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하게 될 지역민의 편의를 위해 오키나와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천혜의 힐링공간, 산호초와 온천의 고장에메랄드 빛 바다와 산호초의 천국으로 불리는 오키나와에 설렘을 가득 안고 도착했다. 나하공항에 첫발을 내 딛는 순간 화창한 날씨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포근함에다 상쾌한 바람이 반겨 주었다. 마치 한국의 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기후의 경계가 사라진 것 같아 여행의 관건이 날씨라는 점에서 상당한 행운으로 출발한 셈이다. 산호초와 에메랄드 빛 바다가 눈부신 오키나와는 온천에서부터 해양 스포츠까지 누구나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최적의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일본 최남단에 떨어진 오키나와는 동아시아 남서 해역의 160여개 섬으로 이뤄져 있고 길이 112㎞, 너비 11㎞, 넓이 1천199㎢ 규모로 제주도의 3분의 2 정도의 크기다.최저기온 16℃ 연평균 22℃의 따뜻한 기후 덕분에 초목이 늘 푸른빛을 띠고, 겨울철에도 해양스포츠를 비롯해 골프, 온천 등을 즐길 수 있다. 흰 모래밭이 특징적인 해변과 아열대 수목이 무성히 우거진 산악은 태고의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달리는 차 창 너머로 사탕 수수밭이 늘어선 들녘은 충분히 목가적인 풍경으로 다가와 정감 어린 정취를 불러일으켰다. 제주도의 하루방처럼 이곳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시샤는 치우천황을 형상화한 것으로 주택과 상점입구 등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 일본 본토와 다른 식생활로 장수촌 형성슈리성을 비롯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명소들과 세계 최대 규모의 츄라우미수족관, 민속공연과 아름다운 종유동굴을 볼 수 있는 오키나와월드 등은 이미 알려진 관광코스다. 또 인공호수 비오스의 언덕(비오스노오카), 1만명이 앉을 수 있는 천연 잔디밭 만자모, 숨겨진 비경 비세노 와루미 절벽 등 다양한 볼거리도 풍부하다. 이 곳을 한번이라도 찾은 방문객이라면 다양한 힐링 공간으로 인해 또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지금 한창 공사 중인 1km 길이의 아와세 인공비치는 완연한 모습을 갖추게 되면 또 하나의 명소로 탄생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아열대 지방인 오키나와는 식생활 속에 독자적인 소재를 이용해 중국의 영향을 받아 일본본토와는 약간 정취를 달리하는 음식문화의 체계를 정립시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세계 보건기구가 인정한 장수촌인 오기미 마을은 오키나와 북쪽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의 장수 비결 중 하나는 돼지고기를 푹 삶아 기름을 완전히 뺀 육식과 해초를 비롯한 채소류를 주로 먹는 것에 있다고 분석돼 있다. 따뜻한 육수에 두꺼운 면발과 기름을 완전히 뺀 돼지 족발을 넣은 소바는 저렴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해초인 우마부도는 포도송이처럼 생긴 오키나와 특산물로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톡톡 터지는 식감이 매력적이다. 이 곳에서만 생산 판매하는 오리온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맥주보다 진한 맛은 덜 하지만 탄산이 적어 목 넘김이 좋은 오리온 맥주는 무료 시음으로 마신 2잔으로도 갈증해소에 도움을 주었다.어둠이 내리면 선술집이 즐비한 국제거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일본의 소주인 아와모리도 맛볼 수 있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넘치는 오키나와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약 861만명으로 일본본토에서 가장 많이 찾았고 이어 대만이 60만명, 중국 한국이 각각 40만명, 홍콩이 20만명 등이다.□ 옥천동, 30만년이 조성한 대자연의 조화오키나와 첫 방문지로 가라데의 본산이라는 오키나와 가라데 회관을 둘러봤다.현관 입구에 들어서자 선수들의 힘찬 기합소리가 우렁찼고 절도있는 품새도 볼만했다. 이곳 책임자가 안내한 전시실은 일본 가라테의 역사와 당시 수련에 사용됐던 여러 가지 기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돼 있었다. 방문객은 맨손으로 촛불끄기 등 체험도 가능하다. 회관 한켠에는 여행 중 허기진 속을 채울 수 있는 식당도 자리 잡고 있다. 고기에다가 고명을 얹은 소바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인근의 테마파크 오키나와월드에는 오키나와 특산 유리공예 공방을 비롯한 각종 체험 공방, 전통춤 공연, 왕국 역사박물관, 반시뱀 박물관인 하부박물공원, 종유동굴 옥천동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특히 석회암동굴인 옥천동은 30만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대자연의 조화에 저절로 입이 벌어질 정도의 장관을 연출한다. 전체 길이는 5㎞. 방문객이 둘러볼 수 있는 거리는 800여m 정도로 한 바퀴를 돌아보는 데 30분 걸린다. 동굴인데도 서늘함 보단 약간 후덥지근했다. 이어 도착한 곳은 수리성은 450년 동안 오키나와를 다스린 류큐왕국의 왕궁으로 정치와 경제, 문화와 종교의 중심지였다. 왕국의 몰락과 함께 20세기 초까지 폐허로 방치됐다가 1992년 복원이 됐으며, 지난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각 건물을 비롯해 외곽을 두른 성벽 등 오키나와 특유의 건축미를 감상할 수 있다.츄라우미수족관은 가로 22.5m 세로 8.2m로 영화 스크린보다 더 큰 세계 정상급의 수조다. 수조에는 어린이만 한 바닷가재나 사람이 올라타도 될만한 크기의 만타가오리, 아름답고 다양한 산호초와 열대어를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수조가 이어져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야외수조에서 펼쳐지는 돌고래쇼를 관람하는 관광객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자연식물원인 비오스노오카로 향했다.여기는 오키나와의 숲과 난을 테마로 꾸며졌고 초콜릿 향이 나는 난과 다양하고 진귀한 난을 구경 할 수 있어 관람배를 타고 30분가량 숲 한가운데의 호수를 도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 신혼부부·연예인이 찾는 `최상의 포토존` 만자모와 비세노 와루미 절벽 마지막 날 찾은 만자모와 비세노 와루미 절벽. 만자모는 류큐왕국의 국왕이 1만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초원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된 넓은 풀밭으로 코끼리 형상 절벽으로도 유명해 예비 신혼부부의 야외 촬영지로 인기를 얻는 곳이다. 갈라진 바위틈 사이로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이는 환상의 장면이 연출되는 비세노 와루미 절벽은 유명 연예인의 화보 촬영지로 1순위이지만 현지인조차도 잘 모를 정도로 숨겨진 곳이다. 마지막으로 찾은 국제거리. 전쟁으로 초토화된 자리에서 놀라운 부흥을 이뤘다고 해서 `기적의 1마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거리는 백화점, 레스토랑, 카페, 상점 등이 즐비해 오키나와에 오면 누구나 찾게 되는 거리다. 오키나와는 2시간 거리로 가까워져 대구·경북민이 접하기 어려운 아열대만의 독특한 정취를 누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으로 충분하다.오키나와 관광청 관계자는 “대구와 가까워진 오키나와에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않는 휴식 공간과 천혜의 자연이 주는 안락함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며 “수학여행을 온 학생에겐 최고의 차에 최고의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있어 청소년을 위한 여행지로도 최적지”라고 말했다./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17-04-26

투박함 속 은은한 품격… 찻사발에 담긴 문경의 멋

지난해 12월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문화관광축제 등급 심사에서 우리나라 최고 등급의 축제로 선정됐다. 오는 29일부터 문경새재에서 열리는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문경시와 축제조직위원회, 문경지역 도예인들은 어느 때보다 공들여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1999년 처음 열린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문경지역의 전통 도자기를 매개체로 그동안 문경의 문화와 관광자원, 특산물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09년부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세트 건물로 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축제를 열면서 전통 찻사발과 궁궐과 기와집 등 한국의 멋이 잘 어우러진 축제로 호평을 받았다.대표축제 첫해를 맞아 달라진 것은 도예인들의 참여와 관광객 증대를 위한 차량지원을 확대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했으며,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작년 `전국 문화관광축제` 최고 등급도예인 참여 확대·체험 프로그램 강화한·중·일 다례시연으로 다양한 체험도문경 전담여행사 선정해 맞춤형 홍보□ 발물레 시연 등 참여자 만족도 높여발물레 시연 퍼포먼스 프로그램 편성으로 도예인들이 더 가깝게 관람객들에게 다가가도록 했으며, 차인 단체 등 다례시연 관련단체에 70여 대의 차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전담여행사 지정을 통해 내외국인 모객활동을 강화하고, 한복체험장을 매표소 입구에 설치해 전통의 멋을 느끼게 할 방침이다.축제 안내 및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할 찻사발 방송국도 처음으로 운영해 축제의 격을 높인다.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강화했으며, 관람객과 호흡하는 버스킹 공연장도 3곳을 신설해 운영한다.LED 투명유리를 설치한 축제 홍보관과 축제 App을 활용한 축제장 안내시스템을 구축해 관광객 편의를 높였고, `세계를 담는 문경새재국제명상차회`와 `자연주의 효재가 들려주는 차도구 이야기`, 윤용이 교수의 `조선 찻사발의 세계`강의 등 문경전통찻사발축제만의 특색 있는 만남도 준비돼 있다.입장권 구매시 제공되는 체험상품이자 기념품으로 인기인 상평통보 엽전을 올해는 `2017 대표축제 기념주화` 형태로 발행해 소장가치를 높일 예정이다. □ 개막식·공식행사·체험행사올해 축제는 공식행사, 기획전시, 특별행사, 체험행사 등으로 꾸며진다.공식행사는 4월 29일 오전 11시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5월 7일 오후 2시 30분 주공연장에서 열릴 시상식이다.개막식은 식전공연과 주제공연, 퍼포먼스, 아름다운 찻자리가 주된 행사다.기획전시는 문경시의 자매도시인 중국 이싱시의 도예작가 4인의 특별 초대전, 5만원 내외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문경도자기획전, 대한민국 도예명장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명장전, 전통도예작가 40여명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문경전통도자기명품전, 찻사발공모대전,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사극드라마 홍보관이 있다. 제14회 전국찻사발공모대전에서 문경 갈평요의 신석용 씨가 웅천찻사발을 출품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차지했으며, 장려상 이상 수상작을 전시한다. 특별행사는 김정옥과 천한봉 두 원로 도예가가 들려주는 찻사발 이야기, 문경 전통 발물레 경진대회, 아름다운 찻자리 한마당, 고려시대 차 겨루기를 재현한 가루차 투다 경연대회, 한국차인연합회와 일본 우라센케 다도·중국 다예연구중심의 한·중·일 다례시연, 선조도공 추모 헌다례 등이 준비됐다.체험행사는 도자기 물레성형 체험을 하는 찻사발 빚기, 찻사발 그림 그리기, 사기장의 하루 체험, 망댕이가마 불지피기, 축제장 곳곳에 있는 영화 속 주인공을 찾아 경품을 받는 `영화속 주인공을 찾아라`, 찻사발을 주제로 오행시를 짓는 `오행시 장원을 찾아라` 등이 준비돼 있다.알찬행사는 입장권을 추첨해 1천만원 상당의 달항아리 등을 선물하는 경품추첨과 문경온천타운과 점촌 문화의거리에서 열리는 문경 밤사랑 축제, 전국 차인단체 초청 차인의 날, 문경지역 읍·면·동별 장기자랑과 노래자랑 등으로 펼쳐지는 시민의 날, 축제 사진 콘테스트, 축제 후기 공모전, 농·특산물 판매로 꾸며졌다. □ 경북도 최초로 6개 전담여행사 선정유료 입장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축제 마지막 날인 5월 7일 추첨을 통해 경품으로 주어지는 선물은 8대째 전통 도자기를 빚는 영남요 김경식 도예가의 작품인 너비 50㎝, 높이 50㎝ 크기의 철화용문 백자 달항아리다.문경전통찻사발축제의 입장권은 어른 5천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3천원이다. 문경시는 이번 축제 기간 중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시민들이 외국인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카우치 서핑을 도입한다.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인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여행자가 잠잘 수 있는 `소파`를 `찾아다니는 것`을 뜻하는 말로 현지인은 여행자를 위해 자신의 카우치(소파)를 제공하고, 여행자들은 현지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세계를 무료로 숙박하며 여행하는 방식이다.이에 앞서 문경시는 경북도에서 처음으로 수도권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문경시 전담여행사 6곳을 선정했다. 전담여행사로 선정된 곳은 홍익여행사·아름여행사·롯데관광개발·여행스케치여행사·애니원투어·짚라인코리아 등 6개 업체다.이들은 앞으로 1년간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특별한 문경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자사 홍보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모객활동을 펼칠 예정이다.고윤환 문경시장은 “`문경 찻사발의 꿈! 세계를 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차와 도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감만족 프로그램이 준비된 축제”라며 “후회하지 않는 문경 방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7-04-25

신명나는 노년, 차별없는 복지… 활짝 웃는 도시 상주 건설

상주시는 예로부터 광활한 농경지와 풍부한 물산으로 인심이 순후해 살기 좋은 고장으로 불렸다. 역사적으로도 웅주거목(雄州巨牧)의 면모를 면면히 이어왔다.특히, 사회복지와 관련해서는 1602년에 건립된 상주시 청리면의 `존애원`이 역사와 상주 사람들의 철학을 명쾌하게 대변하고 있다.존애원은 임진왜란 이후 백성들의 아픔을 주민들 스스로 덜어주기 위해 탄생한 전국 최초의 사설의료기관이다.`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남을 돕게 된다`는 정자(程子)의 존심애물(存心愛物)에서 따온 존애원은 상주지역 13개 문중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의료와 구휼활동을 펼친 보기드문 박애정신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이러한 역사성 위에 상주시는 사회복지분야에 행정력을 집중하며,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유치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노인 인구 27%… 어르신 복지 지원 총력40억 투입해 578개 경로당·복지관에다양한 건강맞춤 프로그램 시행키로장애인 생활안전 도모해 통합 이끌고저소득층 능력 배양·기술 습득 지원`애국·충절의 도시` 상징성 부각해도시 이미지 제고, 문화운동 발전 추진◇ 어르신들의 노후생활 적극 뒷받침인구고령화에 따라 상주시도 최근 노인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현재 상주시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대비 27%로 이미 고령사회 기준(14%)을 상회했다. 따라서 노인복지는 시의 중요한 시책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3월에는 상주시노인종합복지관을 개관하는 등 노인복지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올해 상주시의 노인복지 예산은 650억여원이다.65세 이상 노인 2만2천500여명에 대한 기초연금 지원과 1천100여명의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또한, 생계가 어렵고 질병으로 보호가 필요한 독거노인에 대해 15억원의 예산으로 노인돌봄서비스, 독거노인 응급안전알림서비스, 식사배달 및 경로식당 무료급식사업 등 다양한 맞춤형 지원시책을 추진한다. 또 노인복지환경 여건 조성을 위해 40억원의 예산으로 지역의 578개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특히 1억원의 자체예산을 들여 건립한 `독거노인 공동거주의 집`은 노인복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받고 있다.노인복지의 과제는 근본적으로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라 보고 상주시는 무엇보다도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따뜻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 행복하고 차별 없는 사회건설장애인복지(handicapped welfare)의 기본이념은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다. 상주시 장애인복지의 비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다.장애인의 맞춤형 복지서비스 지원으로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장애인 시설 및 단체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참여 활동을 증진하면서 사회통합을 이끌어낼 계획이다.올해 장애인복지 예산은 총 126억9천400만원이다. 장애연금 및 장애(아동)수당이 2천671명에 36억5천800만원, 장애인 일자리 지원 60명에 4억5천600만원, 장애인활동지원 130명에 9억7천300만원, 장애인복지시설과 단체 20곳에 86억1천2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또한, 상주시는 중증장애인 등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 콜택시 9대를 운영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맞춤형 복지서비스로 체감온도 올려상주시는 사례관리사업을 읍면동으로 확대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수요자를 발굴하고 다양한 민간자원을 연계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조성에 힘쓰고 있다.시는 지난해 사례관리사업을 추진하면서 각종 상담과 공적 및 민간자원 6천27건을 연계 지원했다.긴급복지제도는 주 소득자의 사망, 질병, 이혼, 실직 등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서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나 중한 질병으로 입원한 경우 생계 및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다.지원기준은 4인기준 소득인정액 335만원 이하, 재산 8천500만원 이하, 금융재산 500만원 이하이며 가구 특성에 따라 주거·교육·연료·장제·해산비를 추가로 지원한다.시는 지난해 408명에게 3억3천9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으며, 올해도 3억4천9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는 `찾아가는 OK주민종합서비스`를 20곳 7천여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했으며, 어르신의 만족도를 높일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다양한 서비스 연계로 시민 삶의 질 향상상주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라 수급자 가구의 욕구에 맞춰 필요한 급여를 제공하는 `맞춤형급여`체계를 운영 중이다.수급권자는 `기초생활보장`을 통합신청 할 수 있으며 본인 선택에 따라 급여종류별로도 신청이 가능하고, 선정기준을 다층화해 소득이 일부 증가하더라도 계속 지원을 하고 있다.또 저소득층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능력 배양, 기능 습득 지원 및 근로기회 제공 등과 함께 국가의 보호에 안주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자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사회보장급여와 관련, 객관성과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복지과에 `통합조사관리담당`을 둬 사회보장급여 확인조사를 한다.조사대상은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차상위장애수당, 차상위자활,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 한부모가족 지원, 청소년특별지원, 우선돌봄 차상위, 타 법 의료급여(북한이탈주민·주요 무형문화재 보유자·국가유공자) 등 12개 복지사업 대상 총 3천159세대다.조사는 대상가구에 대한 소득과 재산 관련 정보를 확인한 후 급여·자격변동사항을 처리하며 변경자에게는 조사의 취지와 탈락사유, 소명방법 등을 통지해 이의신청을 받는다.합리적인 소명처리를 위해 복지관련 부서 등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 지속적인 보완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 애국충절과 호국보훈의 상징성 부각 상주시는 지역의 항일역사와 희생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지난해부터 `상주항일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또, 국채보상운동 사료 발굴과 독립유공자(유족 포함) 의료비 지원사업, 국가보훈세대 방문, 보훈의 달과 연계한 문화공감행사 등도 추진 중이다.6·25전쟁 때 상주시 화서면 상곡리 일대에서 벌어진 `상주화령지구 전투`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1950년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이 전투에서 북한군 제15사단은 2개 연대가 괴멸했고, 아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하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었다.상주시는 이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2009년부터 육군50보병사단과 함께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상주화령지구 전투 전승기념행사`를 개최했다.전승기념식, 시가지 퍼레이드, 전적지 참배 등의 행사를 통해 명품 전승행사로 발돋움함과 동시에 호국충절의 도시 이미지도 부각시키고 있다.또한, 나라사랑 정신계승과 청소년 호국안보 체험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2년부터 121억5천200만원을 들여 `상주화령지구전투 전승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있는데, 2017년 9월에 기념관을 완공하고 2018년 5월에 개관할 예정이다.상주시는 이런 사업들을 통해 호국보훈의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이를 지역의 새로운 정신문화운동으로 승화·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상주/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2017-04-24

시끌벅적, 그러나 낭만적인 파리의 밤

비행기에 오른 지 10시간이 넘어섰다. 견딜 수 없이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멀고도 멀었다. 이전까지 경험한 최장시간 비행은 태국 방콕에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까지 날아갔던 8시간 남짓.인천공항에서 파리까지는 그보다 4시간쯤이 더 걸린다고 했다.집을 떠나 길 위에 나선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기내식과 무제한 제공되는 샴페인과 맥주도 서너 시간 정도의 지루함을 달래줄 뿐이었다.황지우의 시집과 프랑스여행 가이드북을 건성으로 뒤적이기도 하고, 비행기 좌석에 설치된 모니터로 영화를 보고,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클래식음악에도 귀를 기울여봤지만….시간은 대체 왜 이렇게 더디 가는 것인지.“인간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시간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속도로 흐른다”란 어느 철학자의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사실 비행기 안에선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좀 야박하게 말하자면 땅으로부터 수백m 혹은 수천m 위에 뜬 한정적인 공간에 수백 명의 승객이 갇혀 있는 꼴이다.형편이 넉넉지 않은 여행자라면 일등석은 물론, 비즈니스석도 언감생심.좁디좁은 이코노미 좌석에 불편하게 앉아 건네주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든 착륙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기자는 183cm에 85kg쯤 되는 체격. 이코노미 좌석에선 차렷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그런데, 옆 좌석에 앉은 백인은 100kg이 훨씬 넘어 보였다.키도 기자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그는 아까부터 죽을상이다.`그래, 참자. 저 사람에 비하면 덜 고통스러울 테니까`라는 혼잣말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 마침내 `샤를 드골 국제공항` 일단 담배부터 한 개비당신이 만약 문학과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프랑스 여행을 꿈꾸었을 것이다.젊은 날 가슴 설레며 읽었던 앙드레 지드와 알베르 카뮈의 책들. 그 작가들의 흔적과 숨결이 아직도 남아있는 곳,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와 영화 `레옹`을 연출한 뤽 베송이 활동한 나라, 거기에 매혹적인 여배우 줄리 델피, 에바 그린, 마리옹 꼬띠아르가 태어난 곳이 프랑스다.프랑스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비단 `예술`만이 아니다. 다채롭고 화려한 요리, 아름답고 매력적인 건축물, 사람들 몸에 배인 관용(tolerance)의 정신까지가 일종의 `관광자원`이다. 거기에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으니 여행자가 몰려드는 건 당연한 일.기자 역시 프랑스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그 기대는 의외의 지점에서 보기 좋게 깨졌으니…. 12시간의 지루함을 견딘 끝에 비행기는 마침내 샤를 드골 국제공항(Charles de Gaulle Airport)에 도착했다. 입국수속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발걸음을 재촉해 공항 밖으로 나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참고 참았던 탓일까. 목으로 넘어가는 연기가 달게 느껴졌다. 파리 시내로 들어가려면 전철을 타야했다. 그런데, 한국의 지하철보다 지저분하고 번잡스러웠다. 정차하는 역들의 플랫폼에도 빈 과자봉지와 담배꽁초 등이 널려있고.기자가 파리를 찾았을 때, `유럽 축구선수권대회`가 한창이었다.초록색 유니폼 셔츠를 맞춰 입은 아일랜드 축구팬과 노란색 유니폼 셔츠로 축구사랑을 과시하는 스웨덴인들 수십 명이 전철 안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조용하고 매너 있는 유럽인들`이란 선입견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기자가 머문 숙소에도 유럽 각국의 축구팬이 20명 넘게 투숙하고 있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호텔 복도에서 큰소리로 응원가를 합창하던 이들은 아일랜드인들이었을까, 스웨덴 사람들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프랑스 축구팬들이었을까? ▲ 환경미화원들의 파업 오물 냄새 진동하는 파리 거리예약한 숙소에서 가까운 브레게 사방(Breguet Sabin)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이건 또 뭔가? 얼마나 오래 방치한 것인지 거리에 쓰레기더미가 가득했다.냄새가 코를 찔렀다. 기자가 품고 있던 프랑스와 파리에 대한 환상이 다시 한 번 무참히 깨졌다.호텔을 찾아가는 길에선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샤워를 마치고 로비로 내려오니 L이 와있었다. 한국에서 신문사를 다녔던 L은 몇 해 전 아내와 함께 공부를 하러 프랑스로 왔다.선배의 소개를 통해 한두 번 전화로 인사한 것이 전부인데, 마치 오래 만나온 사람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게 고마웠다.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L에게 물었다. “파리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이네요. 왜 쓰레기를 며칠씩 치우지 않는 거죠?” 너털웃음을 터뜨린 그가 이유를 알려줬다. “아, 그거요. 지금 몇 주째 환경미화원들이 파업을 하고 있어요. 보통 땐 지금보다는 낫죠. 하지만, 파리가 그렇게 깨끗한 곳은 아니에요. 밤에 센(Seine)강에 가보세요. 거긴 노상방뇨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어쨌건 프랑스에서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건 시끌벅적한 전철과 악취였다. 즐겁고 행복한 첫 만남이라고 할 순 없었다.하지만, L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 해 질 무렵의 몽마르트르 언덕과 환하게 불 밝힌 에펠탑을 둘러보고, 샹젤리제 거리의 조그만 식당에서 포도주를 곁들여 맛있는 요리를 먹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워졌다.건너편 식탁.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은 다른 사람들이 보건 말건 오랫동안 달콤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래, 여기가 수많은 시인들이 “낭만의 절정”이라고 노래한 파리구나. 죽은 에디트 피아프가 부활해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를 불러줄 것만 같은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프랑스는…이탈리아·스위스·독일과 접경`문화·예술의 나라` 명성 자자가장 많은 노벨문학상 수상국유럽대륙 서부에 위치한 국가로 지중해와 대서양 가운데 있다. 정식명칭은 프랑스공화국(La Republique de France).왕정과 제정, 공화정을 반복하다가 1871년 공화정부 수립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이탈리아·스위스·독일과 동쪽 국경을 접하고 있고, 북동쪽에는 룩셈부르크와 벨기에가 있다. 북서쪽 바다를 건너면 영국이다.남부지역은 지중해·에스파냐와 맞닿아 있다.본토는 육각형 모양이고, 마르티니크, 과들루프, 기아나 등이 프랑스령(領)이다.중앙아프리카·콩고·세네갈 등과는 프랑스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수도는 파리(Paris). 인구는 약 6천650만 명. 이 중 230만 명 정도가 파리에 거주한다.면적은 64만3천801㎢로 한국의 2.5배 정도이고, 이는 EU(유럽연합)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이다.중북부 유럽에서 이주한 켈트족과 게르만·노르만계가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라틴계와 아프리카인, 정치·사회적 문제로 입국한 아랍인들도 함께 살고 있다.피레네산맥 북부에는 약 50만 명의 바스크족이 있다. 공용어는 프랑스어.가톨릭교(82%)와 이슬람교(7%)와 유대교(2%)와 불교(1%), 여기에 그리스정교(0.5%)까지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간다.사용되는 화폐는 유로(Euro). 1유로는 현재 한국 돈 약 1천200원이다.약 1만7천 명의 한국인이 현지에서 취업하거나 유학생의 신분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중 1만3천 명 가량이 파리에 산다,아주 오래 전부터 `문화와 예술의 나라`로 불렸다.실제로도 수많은 화가와 음악가, 철학자와 작가들이 태어나고 활동한 곳이다.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로도 유명하다.대부분의 지역이 온대성 기후를 보이지만, 남쪽 일부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를 나타낸다. 원유, 자동차, 석유제품 등을 주로 수입하고, 항공기·우주장비, 향수·화장품 등이 주요 수출품목이다.수도인 파리는 물론, 남부의 해변도시 등에는 해마다 수천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든다.맛있는 음식과 유럽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풍부한 볼거리, 여기에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와 관용의 정신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프랑스에 관한 환상`을 제공하고 있다.청(靑)·백(白)·적(赤) 3색으로 구성된 프랑스 국기는 자유·평등·박애라는 인간적 이상을 상징하고 있다.프랑스대혁명 시기에 만들어진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의 선율도 우리들 귀에 익숙하다.사진제공/구창웅/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4-21

기회의 바다… 환동해 중심도시 도약 꿈이 움튼다

예로부터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라 했다. 자원의 보고이며 무궁무진한 개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바다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인류의 희망이다. 과거처럼 바다가 뱃길 등 해상 교통로의 역할만 하거나 어패류와 소금 등 단순한 식량 공급원이던 시대는 지났다. 이미 해양 선진국들은 미래 국가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다를 지목,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며 저마다 바다가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 내고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포항 역시 역사적·지리적으로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바다와 친밀한 `워터 프런티어 도시`로서의 이점을 살려 힘찬 전진을 위한 이정표를 준비하고 있다.이에 본지는 `해양에서 길을 찾는다-포항의 해양 블루오션` 연중 특별기획시리즈를 통해 환동해의 미래를 주도하는 포항의 비전과 역할을 제시하고, 동해가 품고 있는 해양정신을 소개해 포항의 재도약을 위한 신성장 동력을 찾고자 한다.환동해권~유라시아 대륙 연계 관문경북 동해안 유일 국가항 `영일만항`북극해 자원개발 전초기지 발전 등환동해권 교류 거점·가교 역할 기대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해양관광`울산·경주 등 연계 `산업벨트` 선도영일만항, 국제물류거점항만 조성 등환동해권 거점 도약 전력 기울여□ 경북 동해안의 잠재력한반도의 동쪽이면서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바다인 동해는 한국과 북한, 일본, 러시아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과거 동해는 지리적 폐쇄성을 가진 탓에 활발한 교역이 이뤄지지 않았고 군사적 충돌과 전략적인 경쟁에 시달리며 우리 민족에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그러나 최근 동해가 인접 대양 및 유라시아 대륙과 정치와 경제, 문화 등으로 어우러지는 `환동해권`이라는 권역으로 부상하며 과거 `냉전의 바다`에서 이제는 `기회의 바다`로 변모하고 있다.특히 한·중·일·러로 이어지는 환동해권 국가들은 앞으로도 북미와 유럽 등 거대 경제권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더욱 협력할 것으로 짐작된다.동북아 각 국가 간 무역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며 제조업과 물류, 무역, 관광 등 여러 분야의 상생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므로 동해안을 환동해권의 구심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질 전망이다.아울러 향후 남북한 간 교류 및 협력이 확대될 경우 북한과 유라시아 대륙, 동해안을 중심으로 육로, 해로, 항로가 연결돼 동해안이 환동해권의 교류 거점과 가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지리적 이점 외에도 동해안은 국내 철강산업과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포항과 울산, 경주를 끼고 있으며 여기에 원자력발전소, 풍력발전소 등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또 포스텍, 한동대 등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각종 연구기관도 들어서 있어 해양자원을 연구, 개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다. □ 환동해 시대의 중심, 포항환동해의 중심에 위치한 포항은 지리적으로 환동해권을 연결하는 거점도시이자 환동해권과 유라시아 대륙의 교통망을 연계하는 관문으로서의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아울러 경북 동해안의 유일한 국가항인 포항의 `영일만항`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와 교류할 수 있으며 북극해 자원 개발의 전초기지로도 발전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KTX서울 직결선 및 포항공항, 울산-포항고속도로, 동해남·중부선 등 광역 교통망과의 시너지 효과로 포항이 환동해권의 물류거점도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또한 포항은 근간 산업인 철강업이 국내 최고로 발달해 있고 포스텍 등을 중심으로 하는 RD인프라가 구축돼 수준 높은 연구 환경과 인재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3번째로 준공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첨단 과학기술을 토대로 기존 철강업과의 융복합을 꿈꾸며 산업다변화에 매진하고 있다.특히 해양과학기술(MT)을 활용한 해양과학거점 도시 육성은 포항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이다. 해양기술실증인증센터와 해양로봇 집적 클러스트 조성 등 해양기술의 사업화를 적극 추진한다.또 생명공학(BT) 분야 신산업육성을 위해 해양생물체를 이용한 신약·신소재 개발, 정보통신(IT) 융합을 통한 첨단산업 육성, 해양에너지, 해양바이오에너지를 활용한 환경공학(ET) 기반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을 융합한 신산업 창출한다는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이와 함께 동해안의 아름다운 환경과 더불어 포항운하, 영일대 해상누각, 호미곶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해양레저 등 해양 관광산업 분야에서도 최적지다. 200여km의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갖춰져 있으며 내륙 및 해안의 타 도시와의 교통 연결이 잘 돼 있어 접근성 또한 우수하다.연오랑 세오녀 설화와 동해별신굿 등 해양문화가 이 지역에 빚어낸 풍부하고 독특한 역사문화적 정체성도 미래 발전의 무지개가 한낯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송라면 화진리 골곡포의 임란항쟁지 등 지역민의 국난극복사는 미래의 도전을 감당할 수 지역의 용기와 의지를 상징한다.이 같은 무형 자산의 토대로 향후 울릉공항 개항으로 울릉도·독도의 관광 활성화가 더해지면 포항을 찾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포항이 주도하는 환동해의 미래포항은 수십 년간 국가 발전을 견인하며 지역 경제의 주춧돌이었던 철강 산업이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오랜 시간 침체의 길에 접어들자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지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바다와 친밀한 포항은 돌파구를 `해양`으로 지목, 기존 철강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포항은 먼저 `해양관광`에 눈을 돌렸다. 해양관광의 한 부분인 레저산업은 지역에서도 인기가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시는 두호마리나 복합리조트 조성을 시작으로 북구 환여동 여남지구 일대를 오는 2018년까지 해양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으며, 얼마 전엔 형산강 일원에 경북수상조종면허 시험장을 유치해 해양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불씨를 당겼다.과거 산업화시대에 건설돼 이제는 낡은 송도구항 등 노후항만 리모델링 사업은 관광객은 물론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으로서 포항의 새로운 관광자원이자 정주 여건 개선의 기회로 기대되고 있다.또한 영일만항과 유라시아철도를 연계하는 수송체계를 구축해 동해안의 경제허브로의 거점 기능을 수행할 방침이다. 경북도에서도 대구·경북의 유일한 컨테이너항만인 영일만항을 2020년까지 2조8천463억원을 투입해 환동해권 유일의 `국제물류 거점항만`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영일만항 배후단지에 냉동·냉장창고 건립이 완료되면 농수산물과 가공제품의 수출입 물동량 확보가 가능해지고, 인입철도 완공에 따른 물류비 절감과 항만 접근성이 용이해 항만인프라 확충과 해상네트워크 확대, 사업의 다각화 등 물동량 확대를 통해 항만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포항을 중심으로 울산의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분야, 울진과 경주의 원자력 등 동해안 인근 지역의 주력산업을 융복합화해 동해안 전역이 연계한 산업벨트를 선도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시는 이를 위해 북구 흥해읍 대련·이인리 일대를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로 지정했고 첨단부품과 바이오·의료 지식서비스 산업 등 국내외 첨단산업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포항시 관계자는 “지속발전 가능한 환동해 중심도시 포항이라는 슬로건으로 해양관련 산업에 주목해 미래 발전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포항이 환동해권 물류, 문화, 연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

2017-04-20

“명품 신도시 도약 최적의 기회… `예천 중흥시대` 이룩할 것”

지난해 경북도청이 이전함으로써 예천군은 역사적인 해를 맞이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981년 대구시가 경북도에서 분리되면서 경북도 청사가 대구시의 한복판에 위치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됐다. 1990년대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경북도민들은 도청사가 타 자치단체에 위치한 것에 대한 불합리성과 도민을 위해 일하는 도청직원들이 경북도에 거주하지 않고 대구시에 거주하면서 각종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지적하면서 도청 이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신도시 개발로 인구 급증도청 직통도로 개통으로주변지역 개발 효과도내년 3월께 군 신청사 이전전통·현대 어우러진 건축물지역발전 구심점 역할 기대◇ 이현준 군수, 도청 이전에 앞장경북도의회와 도지사는 도청 이전에 대한 뜻을 모아 도청 이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도청 이전지 결정을 위해 도청이전추진위원회 구성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현 이현준 예천군수는 당시 경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으로 도청이전추진위원회 17인의 위원 중 도의원 자격으로 선정되면서, 이전 대상지 선정을 위한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하는 등 누구보다 도청 이전을 위한 사업에 앞장섰다. 경상북도는 1970년대 국가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발전전략으로 인해 포항, 구미 등 동남·중부권역은 다양한 국책사업의 유치로 비약적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이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블랙홀처럼 강한 흡수력을 자랑하는 수도권은 물론, 전자산업을 기반으로 한 구미와 제철산업을 뿌리로 하는 포항은 일자리가 넘쳐나고 인구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반면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경북 북부지역은 극심한 이농현상으로 인구감소라는 악재에 시달려야만 했다.도청 이전이 논의될 당시 경북의 23개 시·군 중 12개 자치단체가 도청 유치를 신청했으며,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은 도청 유치가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깊이 인식하고 경북도의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춘 유치 전략을 펴 성장을 주장하는 동남권 위원들과 논쟁에서 명분의 우위를 점했다.이를 위해 이현준 군수는 이미 조성된 남악신도시, 내포신도시를 두차례 방문했고 또한, 세종시 조성현장 전반을 견학함으로써 신도시 입안의 모든 과정을 분석해 경북 북부지역의 자연, 환경적 요소, 전통·문화적 요소, 개발 발전축의 문제 등을 추진위원들에게 논리정연하게 설득했다.이 군수의 열정과 노력은 경북도청이 예천-안동지역으로 이전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200페이지가 넘는 회의록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있다.또한 이 군수는 도청 이전지가 결정되고 도청이전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당초 계획된 신도시의 규모를 타 이전지의 사례를 참고해 현재의 300만평 이상으로 확정하고 청사 위치, 관련법 정비 등 도청 이전을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 제2 중흥시대 맞는 예천현재의 예천-안동은 경북의 3대 개발축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경북을 넘어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문화적 전통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 현대와 어우러지는 명품 도청신도시로 탄생하게 됐다.경북도청 신도시 1단계에는 총 8천200여 가구의 공동주택이 신축될 예정으로 지난해까지 1천287가구가 입주했고, 올해 말까지 추가로 3천726가구가 입주하며 2단계 개발사업도 하반기에 착공하게 된다.예천군의 인구는 1965년 16만 명을 넘어선 이후 50년 동안 매년 감소해 왔으나, 도청 신도시 개발로 2015년 말부터 증가해 올해 말까지 1만 명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그야말로 제2의 중흥을 맞고 있는 것이다.도청 이전으로 신도시 주민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예천읍 시가지 중심부에 560m 맛고을 문화의 거리를 조성해 예천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먹거리를 즐기면서 각종 공연도 감상할 있도록 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거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지난 연말 완공된 8.5㎞ 도청 직통도로는 예천읍과 도청 신도시 주민간의 소통의 장이 돼 접근성을 높여 주고 있으며, 직통도로 주변지역 개발도 착착 준비 중에 있다.예천읍 철도이설 주변 부지에 중단기적으로 먹거리타운을 비롯해 특화거리를 조성해 신도시 주민을 유치하고, 개심사지 오층석탑 주변을 역사공원화 사업으로 개발해 군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또 예천군은 경북도청 이전에 따른 도청 소재지의 품격에 걸맞은 행정 도시로의 면모를 갖추고, 도시기능 변화와 시가지의 균형 발전을 위해 군 청사를 이전키로 결정했다. ◇ 예천군 신청사 랜드마크 부상예천군 신청사는 1993년 청사 이전을 위해 매입한 예천읍 대심리 353번지 일대 4만1천㎡부지에 공사 중으로 현재 51%의 공정률로 연말까지 완공될 예정이고 내년 3월께부터 이전을 시작하게 된다.▲ 이현준 예천군수군 신청사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가진 친환경 에너지절감 건축물로 지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랜드마크가 돼 상징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는 물론 자긍심을 고취시키는데도 한몫 할 것으로 전망된다.이현준 예천군수는 “도청이 이전된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 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 도청 이전을 위한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제정했고, 도청이전추진위원회 위원으로서 경북도 균형발전을 위해 도청이 예천·안동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펼친 것을 잊지 못한다”고 밝혔다.그는 또 “현재 도청소재지 단체장으로서 신도시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8.5㎞ 직통도로 주변 개발, 예천읍 시가지 활성화 대책, 예천군청 이전 등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예천/정안진기자ajjung@kbmaeil.com

2017-04-17

양철지붕 아래의 가난, 그러나 얼굴엔 웃음이…

현대인이 일상에서 모험을 즐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여행에서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기자는 여행지에서의 `스릴`을 즐기는 편에 속한다. 그래서일까? 안전성 면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받는 큰 비행기보다 작은 비행기를 더 좋아한다. 소규모 난기류에도 심하게 흔들리고, 대형기에 비해 추락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되는 소형기들 말이다. 여러 차례의 제주도 여행에서도 60인승 정도의 작은 비행기를 탔던 게 가장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필리핀 여행에서도 소형기를 자주 탔다. 필리핀은 대략 7천50개 정도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고, 각각의 섬들을 이어주는 유용한 교통수단이 작은 비행기와 페리(ferry·여객운송선)다. 필리핀에는 에어필리핀, 필리핀항공, 세부퍼시픽, 동남아시아항공 등 크고 작은 항공사들이 여러 개 있다.보라카이 섬의 관문인 카티클란에서 수도 마닐라로 이동했을 때는 동남아시아항공의 비행기를 탔다. 승객이 채 30명도 되지 않았다.물론, 비행기 역시 버스보다 작았다. 객석에 앉으면 조종사의 뒷모습이 보이는 소형기에서 내려다본 필리핀의 바다와 육지 풍경은 때론 아름다웠고, 어느 순간은 남루해 보였다.기자를 태우고 세부공항에서 칼리보공항까지 날아간 세부퍼시픽 항공기 역시 60~70명의 승객만을 태울 수 있는 소형기였다. 필리핀과 독일의 피가 섞인 스튜어디스는 친절한 눈빛과 편안한 미소로 난기류의 울렁임을 두려워하는 노인 승객을 안심시키고 있었다.비행기가 아래위로 요동치는 그때의 상황을 즐기고 있던 건 기자 하나뿐이지 않았을까? 당시 흔들리는 창밖으로 보이던 각양각색의 필리핀 가옥 지붕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질적 단어인 가난과 낭만이 섞인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 여행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여행 또는, 일상에서의 떠남이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자신의 내부`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체험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훈훈한 바람에 실려 오는 한 점 먼지도, 햇살 아래 피어 있는 조그만 보랏빛 꽃 한 송이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시간을 선물 받는 게 여행이지 싶다.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를 인용하자면 “언어란 존재의 집”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어떤 시인은 “언어만이 인간을 문학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언어로 존재의 집을 짓는 게 비단 시인이나 소설가만은 아닐 것이다.우리들 대부분은 자신만의 언어로 수백 년 무너지지 않을 성(城)을 축조하고싶다는 꿈을 아직도 온전히 버리지 못한 존재가 아닐까. 비단 문학청년, 문학소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필리핀 비사야제도를 얼음 섞인 차가운 맥주에 취해 떠돌며 이런저런 상념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던 시간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은 행복했다.“대체 나는 누구에게 존재를 온전히 확인시킬 수 있을까?” “세상의 가난과 불행은 어째서 해결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일까?”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이 과연 절대적일까?”라는 평소에는 하기 힘든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가슴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비단 필리핀 여행만이 아니었다.동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다른 국가를 여행한 후에도 기자는 훌쩍 자라있는 `정신의 키`를 실감하곤 했었다. 평소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나의 내부`를 제3자의 입장에서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작가 한수산이 장편소설 `부초(浮草)`를 탈고한 후 “곡예사들의 유랑과 새로운 출발에 관해 쓰면서 내 정신의 키가 한 뼘은 자랐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고백한 것처럼. ▲ 가난에 주눅 들지 않은 필리핀 서민들을 기억하며네그로스와 발리카삭 같은 적요한 비사야제도의 섬들과 이와는 정반대로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 보라카이, 세부의 해변을 이리저리 헤매 다니던 필리핀 여행이 끝나가던 무렵.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마닐라에 도착한 기자는 가지고 있던 수첩에 아래와 같은 메모를 남겼다.“여기는 한때 `동양의 진주`라 불리던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네온사인 휘황한 화려한 신도시 `마카티`에서 택시를 타고 15분만 달리면 거주자의 절반이 매일 끼니 걱정을 하는 거대한 빈민가 `톤도`가 앙상한 뼈를 드러내는 곳.자비와 긍휼의 구세주가 아니더라도 나 또한 가난한 아이들의 때 묻은 작은 손을 잡아주고 싶구나. 세상과 삶이 불공평하다는 걸 누가 모를까? 그러나, 어쩔 것인가? 한국 역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서의 삶과 철거민촌의 생이 공존하는 땅. 지구는 생겨나면서부터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별이었던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구가 만약 `불평등과 불합리의 별`이라면 우리는 어떤 힘으로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지. 답은 간명할 것 같다. 바로 `서로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아닐까.필리핀을 떠돌 때 기자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서민들이었다. 낡은 버스와 트라이시클을 몰던 기사들, 관광지 거리에서 구운 소시지와 열대과일을 팔던 장사꾼들, 검게 탄 등 위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 힘겹게 나르던 일꾼들…. 그들은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삶을 이어가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필리핀 사람들의 웃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 미소는 남루와 빈한함 속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아껴줄 식구와 이웃을 향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랬다. 어떤 참혹한 가난도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 이게 필리핀 여행에서 기자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필리핀 `길거리 음식`과 만나다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젊은 패기와 모험심을 여비 삼아 떠나는 배낭여행이 `청춘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단기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모은 100~200만원 안팎의 여행경비로 동남아시아 몇몇 나라를 짧게는 1주일, 길게는 3~4주씩 돌아본다. 이들에겐 저렴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지닌 `길거리 음식`이 작은 축복이다. 해물볶음밥이 맛있는 태국과 쌀국수가 유명한 베트남처럼 필리핀에도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 적지 않다. 아래 기자가 마닐라와 세부, 일로일로와 보라카이에서 맛본 것들을 소개한다.◇ `밀크피쉬 구이`에 쌀밥 한 접시필리핀 사람들이 `방구스`라고 부르는 밀크피쉬(Milk-fish)는 남태평양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생선이다. 청어처럼 생겼는데 맛은 한국에서 먹는 고등어와 비슷하다. 주로 구워서 소금이나 간단한 양념을 뿌려 먹는다. 흔한 물고기이기에 비싸지 않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가격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거리의 좌판에서 밀크피쉬 한 마리를 굽고, 여기에 쌀밥 한 접시(필리핀은 밥을 그릇이 아닌 접시에 담아주는 경우가 많다)를 구입하면 점심으로 손색이 없다. ◇ 독특한 향과 맛의 필리핀 소시지한국인들과 비슷하게 필리핀인들 역시 돼지고기를 즐겨먹는다. 비사야제도의 조그만 섬에서 새끼돼지를 통째로 바비큐 해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이 요리를 레촌(Lechon)이라 불렀다. 큰 잔치가 있을 때 준비되는 요리 같았다. 레촌이 `특별식`이라면 소시지는 필리핀 사람들의 `일상식`에 가깝다. 모양과 색깔이 다양한 소시지가 주렁주렁 매달린 노점이나 수레를 세부와 마닐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바게트를 갈라 가운데 소시지를 넣으면 가벼운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달콤하고 새콤한 열대의 과일들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망고스틴, 스타애플, 람부탄, 파파야, 두리안…. 하나씩 이름을 부르다보면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는 새콤하고 달콤한 과일이 지천인 곳이 필리핀이다. 한국에선 꽤 비싼 값에 판매되는 열대과일을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에 맛볼 수 있기에 과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필리핀이 `새콤달콤한 천국`으로 느껴진다. 슈퍼마켓에서 kg 단위로 사는 것도 좋지만, `나 홀로 여행자`라면 노점상 좌판에서 조각으로 썰어 놓은 파인애플이나 두리안을 구입할 수도 있다.사진제공/구창웅/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4-14

상상이 현실 되는 녹색 포항의 미래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약 200년간 인류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단기간에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환경문제는 도외시했고 푸른 하늘은 순식간에 굴뚝에서 뿜어나온 검은 연기로 덮였다. 20세기 후반 들어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환경과 관련된 이슈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과제로 떠올랐다. 환경을 상징하는 녹색(Green)과 성장(Growth)이 결합된 녹색성장은 어느덧 인류가 지향하는 궁극적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포항시가 추진 중인 그린웨이(Green Way)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한 범시민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녹지, 생태, 경관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생태적 건강성을 상징하는 `녹색`과 포항시 정책의 방향성을 뜻하는 `길`을 하나로 묶어 53만 시민이 함께 뛴다면 진정한 녹색성장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그린웨이가 전하는 포항의 정신문화` 연중 특별기획시리즈를 통해 포항 그린웨이를 따라 숨겨진 지역의 정신문화를 발굴하고 지역 공동체 정신으로 정립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하려 한다./편집자주`사람·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목표문화·자연·인적연대 새로운 도전생태·환경개선 최우선과제 실천철강·회색도시 이미지 탈피 나서도시숲 조성, 도심 녹색벨트 확충204㎞ 해양길·산림권역 재정비 등도시 재창조 `야심찬 전략` 기반자연친화적인 쾌적한 도시 지향□ 그린웨이, 왜 추진하는가1960년대 후반 인구 7만명의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포항시는 포항제철소 건설로 53만 철강도시로 성장했다.포스코와 포항철강공단에서 40여년간 생산된 철강재 덕분에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우수한 품질의 철강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이 만들어지면서 조선업은 세계 1위로 올라서고 중동 플랜트 건설 시장을 호령할 수 있었다.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가 탄생한 것도 세계 최고 품질의 가전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철강제품이 포항에서 생산됐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포항시는 철강과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포항시에 씌워진 철강도시, 회색도시 이미지는 쉽게 극복하기 힘들었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포항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생태·환경개선을 통해 과거 회색도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친환경 녹색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그린웨이 정책은 필수과제가 됐다.시민들이 정성껏 심은 나무가 한 그루씩 모여 숲이 되고, 숲에서 깨끗한 물이 만들어져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되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이강덕 시장은 “이제부터는 과거에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생태문화적인 자원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그동안 철강도시로서 단순히 경제공간으로만 인식된 개념에서 벗어나 문화, 자연, 인적연대를 가진 하나의 복합체로 포항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그린웨이란 무엇인가그린웨이는 사람, 도시, 생태, 문화, 산업, 경제가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돼 시민행복으로 향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도시의 미래상을 위한 정책이다.크게 `직접그린`(Green), `간접그린`, `연계그린` 세가지로 나뉘는데 궁극적으로는 포항이라는 도시에 그린(Green)을 입히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직접그린은 생태적 건강성을 의미하는 그린 본연의 의미로 녹지공간 확대를 통한 자연 회복에 부합하는 사업이다. 포항역~효자역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폐철도부지 도시 숲 조성사업을 주축으로 한 공원녹지 조성과 호미반도 둘레길, 오어지 둘레길 등 휴양림, 탐방로를 중심으로 한 산림확보, 냉천고향의강 사업을 포함한 도심내 하천복원 등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직접사업을 의미한다.간접그린은 그린이 확산되기 위해 도시공간 곳곳에서 건강한 녹색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이다. 녹색건축, 가로경관개선, 담장허물기, 초록마을 만들기 등 도시재생 분야와 대중교통 이용, 자전거도로 활성화, 녹색교통체계 구축 등 교통분야, 대기오염물질 저감, 산불방지 대책, 녹색에너지 이용 등 대기·에너지 분야 등이 포함된 간접사업이다.끝으로 연계그린은 직·간접사업과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 관광, 교육, 복지 등 복합사업을 의미한다. □ 그린웨이 프로젝트란포항시는 `그린웨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실천전략으로 센트럴 그린웨이(Central Greenway), 오션 그린웨이(Ocean Greenway), 에코 그린웨이(Eco Greenway)를 3대 기본축으로 설정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창조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마련했다.센트럴 그린웨이는 도시숲을 동맥으로 하는 도심권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주요 도로변과 교통섬에 수목과 잔디 식재를 통해 도심 녹색벨트를 확충하고 공해방지를 위해 철강공단 주변에 방재림을 조성한다.특히 도심을 관통하는 철길을 걷어내고 시민의 꿈과 희망이 담긴 나무를 심는 폐철도부지 도시 숲 조성사업은 정상궤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이 사업을 통해 도심에 방치된 철도부지를 녹색 친환경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시민의 힐링장소이자 산소공급공장으로 조성할 방침이다.양포에서 화진까지 204㎞에 이르는 해양권역 사업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오션 그린웨이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비롯한 동해안 연안 녹색길 조성을 중심으로 진행한다.이외에도 지역 해수욕장 주변 특화숲 조성, 워터폴리, 포항구항 해양공원, 송도백사장 복구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에코 그린웨이는 자연친화적인 녹색 생명루트를 의미하며 풍부한 산림권역의 재정비와 체계화를 추진한다.포항시는 오어지 둘레길, 내연산 치유의 숲, 형산강 상생문화 숲길조성 등 다양한 테마를 지닌 도심 속 휴식처를 만들어낼 방침이다. □ 2천만 그루 생명의 나무심기 운동그린웨이는 범시민운동으로서 역할도 수행한다.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시민 모두가 동참해 2천만 그루 생명의 나무심기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포항시는 지난 3월 21일 흥해읍 곡강 생태공원에서 2천만 그루 생명의 나무심기 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시민 3천여명이 참여해 무궁화 1천600본을 곡강천 제방 둑 4km 구간에 촘촘히 심고 2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본격 선포했다.2천만그루는 앞으로 10년간 53만 시민이 매년 1인당 4그루씩 심고 가꾸자는 내용으로 민·관·군 모두가 캠페인에 참여해 미래세대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 의지가 담겨있다.생명의 나무심기는 공원조성과 천만송이 장미 식재, 산업단지 녹화 등 공공에서 1천300만본, 기업체의 사내조경, 담장 및 울타리 녹화, 농가의 소득사업 식수 등 민간부문에서 700만본을 식재할 계획이다.지역별 향토수종으로는 △흥해읍 이팝나무 △오천읍 왕벚나무, 이태리포플러 △동해면·호미곶면 모감주, 해송, 중장 △기북면·송라면·장기면 자작, 잣, 낙엽송 △연일읍·청하면 산딸기, 산수유, 모감주 △해안지역 해송, 해국, 해당화, 돈나무 △시가지지역은 플라타너스, 느티나무은행, 중국단풍, 대왕참나무, 노각, 소나무류를 식재하기로 했다.시는 지역별 향토자생 수종을 집중적으로 식재해 향토성을 부각하고 특색있는 공간을 연출해 계절별 아름다운 경관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10년간 지역 내 공원, 녹지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자투리공간에도 담쟁이, 장미를 심어 작은 도시 숲을 조성해 시민이 행복한 친환경 녹색도시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이강덕 시장은 “시민들이 삶의 질 향상과 행복한 생활을 희망하는 만큼 포항시가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자연친화적인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데 힘쓰겠다”며 “시민 모두가 2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에 동참해 포항사랑을 실천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7-04-12

일흔 살 한국 엄마와 열아홉 살 필리핀 엄마

2008년 봄. 엄마는 남편을 잃었다. 38년을 함께 살아온 사내의 간에서 시작된 암이 대장으로 번졌고 수술 등의 치료가 이미 늦은 상황. 담담하게 100여 일을 앓다가 비탄의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조용히 한 줌 재로 사라진 남편.살아오는 내내 말수가 적었던 남편은 이렇다 할 유언 따위도 남기지 않았다. “집이 춥다. 따뜻한 곳으로 옮겨 살아라”란 말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게 더 슬퍼서였을까? 엄마는 소리 없이 오래 울었다.기자 역시 아버지를 안타깝게 떠나보냈지만, 더 큰 아픔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야 할 엄마를 곁에 두고 크게 울 수 없었다. 그저 이런 약속을 했을 뿐이다. “아버지 대신 내가 해외여행도 함께 가고 할 테니 너무 슬퍼마세요.”크건 작건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법. 필리핀은 기자가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은 두 번째 외국 여행지였다. 짙푸른 바다와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엄마는 여행 몇 주 전부터 이미 들떠있었다. 보라카이 해변에서 입을 유행 지난 옷가지를 가방 속에 챙겨두고.마침내 비행기가 필리핀을 향해 날개를 펼치던 날. 창가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아이처럼 티 없이 웃는 그녀를 보며 기자의 기분도 좋아졌다. `아버지도 함께였다면 더 좋았을 걸…`이란 생각에 기자도 엄마도 잠시 서글퍼졌지만, 어쩔 것인가. 죽은 사람과는 관계없이 살아있는 자들의 삶은 어떻게든 이어져온 게 인간의 역사이니.필리핀 중서부 칼리보 국제공항(Kalibo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후 버스를 타고 2시간쯤을 달렸다. 이윽고 카티클란 선착장.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가는 조그만 배들이 줄지어 선 그곳에서 엄마는 놀란 얼굴이었다. 세상 어딘가에는 이처럼 보석처럼 푸르고 맑은 바다도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아왔단 사실이 새삼스러웠을 것이다. ▲ 슬픈 깨달음… `엄마도 새우를 좋아한다`새벽밥을 먹고 부지런히 공항으로 가서 아침 비행기를 탄 덕분에 해가 지기 전에 보라카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푼 우리는 해변으로 나갔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그곳에서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일상을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노인에게나 젊은이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왔다.키가 훌쩍 큰 필리핀 청년 하나가 다가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해 지는 모습을 구경하시죠”라고 청해왔다. 그 정도 말은 영어를 하지 못해도 눈치만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평소처럼 엄마는 걱정부터 했다. “배 타면 돈 많이 달라고 하는 거 아니냐?”하지만, 막상 조그만 무동력 요트에 오른 엄마는 소녀처럼 신이 났다. 보라카이 섬 바람만을 이용해 꽤 빠른 속도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요트 위에서 신발을 벗고 먼 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태평양의 석양 빛깔로 물들어가고 있었다.배에서 내리니 허기가 몰려왔다. 보라카이의 일몰을 뒤로 하고 싱싱한 해산물이 펼쳐진 좌판에서 자신이 먹을 새우나 게, 생선을 직접 고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아기 주먹보다 더 큰 새우를 2kg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잠시 후 새콤달콤한 양념을 뿌려 요리한 새우와 필리핀 전통주 탄두아이, 망고주스까지가 식탁에 차려졌다. 기자는 그날 알았다. 엄마도 새우를 좋아한다는 걸. 사실 한국에서 큼직한 새우나 꽃게는 저렴한 식재료가 아니다. 기자가 어렸던 시절. 수산시장에서 새우나 꽃게를 사올 때면 엄마는 두 아들이 먹기에도 모자란 그걸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엄마가 새우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둘이 먹기엔 지나치게 많아 보이는 새우구이 앞에서 엄마는 음식 취향을 숨기지 않았다.그처럼 많은 새우 껍질이 자신 앞에 쌓여있는 걸 그녀는 몇 번이나 보며 살아왔을까? 진원지가 불분명한 슬픔이 밀려왔고, 이상스레 술이 빨리 취했다. 그랬다. 아들이란 마흔 살이 넘어도 엄마 앞에서라면 철들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엄마`라는 존재가 품고 사는 내밀한 심경을 100%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필리핀 여행에서 돌아온 후 기자는 한국에서도 가끔 엄마와 함께 새우나 게를 요리하는 식당으로 간다. 연인에게는 자주 사줬던 그것들을 엄마에겐 40년 동안 대접해본 기억이 없다는 걸 반성하면서. ▲ 한적한 바닷가마을에서 만난 필리핀 모자(母子)보라카이 섬에서 보낸 나흘. 일흔 살 엄마와 40대 중반 아들은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며 즐거워했다. 이름 그대로 눈이 내린 것처럼 새하얀 화이트 비치(White Beach). 사파이어빛 파도에 몸을 맡긴 엄마는 얼굴이 타는 줄도 모르고 온종일 수영을 했고, 멀찌감치서 그걸 지켜보며 기자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의 책을 뒤적거렸다.그리고, 마지막 날. 우리는 화이트 비치에서 트라이시클(오토바이를 개조한 필리핀 삼륜차)을 타고 보라카이 섬 한적한 마을을 둘러보러 갔다. 화려한 관광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나무로 허술하게 지은 집은 무너져가고, 그 앞에 나와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한없이 어두웠다. 엄마는 또 한 번 놀라는 표정이었다.젖먹이를 품에 안고 나타난 열아홉 살 `어린 필리핀 엄마`가 일흔 살 `늙은 한국 엄마` 앞에서 부끄러운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진 `늙은 한국 엄마`는 지갑을 열고 손에 잡히는 대로 지폐를 꺼내 `어린 필리핀 엄마`에게 건넸다. 그 늙은 엄마 역시 한국에서는 콩나물 값 500원을 깎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그날 엄마가 왜 그랬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그저 가난한 필리핀 모자의 모습에서 자신과 아들의 젊은 날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 필리핀 해변에선 뭘 할까?7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니 필리핀은 눈길 닿는 곳곳이 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세부나 보라카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은 1년 내내 휴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해변 주위에는 첨단시설을 갖춘 호텔과 바닷가재와 커다란 게를 요리해 판매하는 고급 레스토랑도 지천이다.하지만, 필리핀에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해변도 적지 않다.중부 비사야제도에 흩어져있는 섬들이 그렇고, 남부 민다나오 인근의 바다가 그렇다.숨 가쁘게 달려왔던 일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조용한 해변에서 여유롭게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분명 그 의미가 클 것이다. ◇ 선베드에 누워 평소 읽지 못했던 한 권의 책을…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나가게 되면 마음 편히 독서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게 부정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이다.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거운 휴가가 분명하지만, 인적 드문 조용한 바닷가에 드러누워 시인 김선우의 산문집이나 이청준의 소설 한 권을 펴드는 것 역시 멋진 휴양이 될 수 있다.휴가 기간이 한국보다 훨씬 긴 유럽의 여행자들은 2~3주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필리핀 해변에서 보내기도 한다.그들이 하루 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선베드에 누워 두꺼운 추리소설이나 로맨스소설을 읽는 모습은 어떤 측면에선 부럽기도 하다.진정한 휴가와 휴양은 마음은 비우고 머리는 채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 요트 위에서 석양을 즐기는 소박한 호사를…`요트`라고 하면 화려함이나 사치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지중해나 서유럽 해변엔 한 척에 수백억 원이 넘는 호화스러운 요트가 수십 척씩 정박해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만나는 요트는 소박하다. 그러면서도 멋스럽다. 4~5명의 승객을 태우고 돛을 펼쳐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를 30분에서 1시간쯤 항해하는 요트 위에서의 낭만을 한국 돈 1만원 안팎이면 즐길 수 있다. 조그만 요트를 가진 필리핀 청년들은 저물녘이면 해변으로 나와 관광객을 상대로 흥정을 벌인다.“제 요트에 타세요. 당신에게 필리핀의 석양을 선물할게요.” 그 제의를 거부하지 말고 `작고 예쁜 요트`에 올라 잠시나마 태평양 저녁 바다의 낭만을 즐겨보자.사진제공/구창웅/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4-07

영주 선비의 격조와 기개 재조명…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

영주시는 선현들의 올곧은 정신과 문화를 계승·발전시켜 현대인에게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 위해 한국선비문화축제를 매년 이어가고 있다.한국선비문화축제는 유교문화의 본향인 영주시의 역사적 배경을 재조명하고, 한국 정신문화의 중심인 선비정신과 선비문화 등 다양한 생활상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전통성과 앞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부분에 초점을 두고 시행되고 있다.올해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되는 `2017 한국선비문화축제`는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이며 한국 선비정신의 중심적 역할을 이어오고 있는 영주시 순흥면 소수서원과 선비촌 일대에서 영주시와 (재)영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주최해 열린다.영주시의 한국선비문화축제는 올해가 10회째로 이번 축제의 주제는 선비의 사랑이다.5월26~29일 영주문화관광재단 주최영주시 소수서원·선비촌 일대 개최`선비의 사랑` 주제 다양한 프로그램□ 영주시의 선비문화 계승·발전을 위한 노력영주시는 한국의 대표적 정신문화인 선비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지고 있는 영주시의 선비문화축제는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지역의 창조적 개발 및 정체성 확립, 지역주민의 공동체 의식함양에 취지를 두고 매해 이어지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의 다변화한 구조 속에서 문화적·정신적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데도 그 뜻을 두고 있다.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는 소수서원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을 배경으로 유교문화의 본향에서 선비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적 경쟁력을 갖춘 축제인 동시에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도 역할하고 있다.영주시는 유·불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천년고찰 부석사와 소수서원, 자연의 정취가 아름다운 무섬 전통마을, 선비의 숨결이 남아 있는 선비촌, 단종 복위에 연루됐던 금성대군 위리안치지 등이 자리한 고장이기도 하다. □ `2017 한국선비문화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이번 `2017 한국선비문화축제`에선 고유제, 창작오페라 선비 갈라쇼, 사인사색 인문학콘서트, `선비의 사랑` 개막공연, 멀티미디어쇼, 선비의 사랑 개그 퍼포먼스, 선비문화 골든벨,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기부행사, 선비체조 배우기, 순흥 초군청 줄다리기, 소수서원 Est.1543 기념플래시몹, 안향 선생 전국휘호대회, 선비밥상 향토음식 경연대회, 선비 비정상회담, 실경뮤지컬 `정도전`, 경북도립예술단 한국무용공연, 한국선비문화축제 10주년 기념음악회, 마당놀이 `덴동어미`, 선비 어린이 인형극, 버스킹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만날 수 있다. 영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이런 행사를 통해 전통적 선비정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한국의 대표적 선비 배출 요람 소수서원소수서원은 국학의 제도를 본떠 선현을 제사 지내고 유생들을 교육한 장소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유학자인 안향의 사묘를 설립한 후 1543년 유생 교육을 위한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그 시초다.이후 경상도관찰사 안현이 서원의 경제적 기반을 확충하고 운영방책을 보완했다. 이 시기의 서원은 사묘의 부속적인 존재로 과거공부 위주의 학교로 인식되고 있었다. 풍기군수로 부임한 이황은 교학을 진흥하고, 사풍을 바로잡기 위해 서원 보급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사액과 국가의 지원을 요청해 1550년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하사받았다.소수서원은 1868년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에도 존속했다. 소수서원은 사적 제55호로 지정되고, 보물 제59호 숙수사지당간지주, 국보 제111호 회헌영정 등과 141종 563책의 장서가 남아 전해지고 있다. □ 영주가 배출한 대표적 선비는…앞서 말한 것처럼 영주는 수많은 선비를 배출한 학문의 고장이다. 아래 영주를 대표하는 선비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정도전(1342~1398):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학자로 본관은 봉화(奉化),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峰), 시호는 문헌(文憲)이다. 이성계를 추대해 조선 개국의 중심에 있었던 정도전은 대표적 개혁사상가로 고려 말 국가적인 시련과 사회적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으로 양인(良人)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의 건설과 자주국가의 확립을 목표로 했다. 그는 한양 천도를 주도하고, 1395년 정총 등과 함께 고려국사를 수찬하고 경제문감을 저술해 임금에게 올리고 새 궁궐의 이름을 경북궁이라 짓고, 궁내 강녕전, 연생전, 경성전, 사정전, 근정전, 정문, 융문루, 융무루 등의 이름 짓기도 했다.△안축(1287~1348): 고려 후기의 문신이며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당지(當之), 호는 근재(謹齋), 시호는 문정(文貞), 할아버지는 희서, 아버지는 석(碩)이며 어머니는 안성기(安成器)의 딸이다. 경기체가 관동별곡(關東別曲)과 죽계별곡(竹溪別曲)의 작가로, 죽계(지금의 풍기)에서 세력 기반을 다지고 중앙에 진출한 신흥사대부의 한 사람이다. 1347년에 흥녕군(興寧君)에 봉해지고, 순흥 소수서원에 제향(祭享)됐다.△안보(1302~1357): 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원지(員之). 시호는 문경(文敬), 아버지는 석(碩)이며, 형은 첨의찬성사 축(軸)이다. 1320년(충숙왕 7) 문과에 급제, 광주사록(廣州司錄)에 임명되고, 1344년에 원나라의 제과(制科)에 합격해 요양행중서성조마 겸 승발가각고로 있다가 노모(老母)를 위해 귀국해 양광도 안렴사를 거쳐 이듬해 교주도 안렴사를 역임했다. 형인 축과 함께 안향(安珦)을 제향한 소수서원에 배향(配享)됐다.△박승임(1517~1586):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중보(重甫), 호는 소고(嘯皐)다. 퇴계 이황 문하에서 학문을 익혔으며 1540년 식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했다. 승문원, 예문관, 홍문관 등에서 청환직을 거쳤으며, 충언을 담은 1만 여 상소를 올리는 등 정책 결정에 적극 참여했던 인물이다. 박승임의 성리학적 견해는 이황의 학성을 따라서 주리론적 경향이 강했다. 저서로는 `성리유선` `공문심법유취` `강목심법` `소고문집` 등이 있고 영주시 구산정사에 제향됐다. △김담(1416~1464): 조선 전기의 천문학자로 본관은 예안(禮安), 자는 거원(巨源), 호는 무송헌(撫松軒), 시호는 문절(文節)이다. 1435년 정시에 병과로 급제하고 1439년에 집현전 박사가 됐다. 이순지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였던 김담은 세종 때 천문과 역법사업에 크게 공헌했다. 김담은 정인지, 정초, 정흠지, 이순지 등과 함께 `칠정산내편` `칠정산내편정묘년교식가령` `칠정산외편` `칠정산외편정묘년교식가령` `대통력일통궤` `태양통궤` `태음통궤` `오성통궤` `사여전도통` `중수대명력` `경오원력` `선덕십년월오성릉범` 등 천문과 역법에 관한 많은 책들을 번역하고 펴냈다. △황준량(1517~1563):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평해(平海), 자는 중거(仲擧), 호는 금계(錦溪)로 현 영주시 풍기읍에서 태어났다. 이황 문하에서 학문을 익혔으며 1540년 식년시문과에 을과로 급제하고 1557년 단양군수, 1560년 성주목사로 4년간 재임하다 1563년 병으로 낙향해 예천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황은 이를 애석하게 여긴 나머지 제문을 두 번이나 쓰고 특별히 행장도 직접 썼다. 문집으로 `금계집`이 있으며 풍기의 욱양서원과 신령의 백학서원에 제향됐다./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17-04-06

눈동자마저 물 들듯… 사파이어 빛깔 반짝이는 바다

세상엔 `아름다운 해변`이 적지 않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이탈리아의 아말피, 태국의 피피 섬…. 하지만, 청아한 물 빛깔과 새하얗고 고운 모래만으로 이야기하자면 지구 위 어떤 해변도 필리핀 중부 비사야제도에 미치지 못할 듯하다. 개인적 취향을 이야기하자면 기자는 산보다는 강을, 강보다는 바다를 더 좋아한다. 해서 `만약에 전생(前生)이란 게 있다면 아마도 나는 커다란 농어 또는, 나붓거리는 해초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하곤 했다. 어려서부터 사파이어 색채로 반짝이는 바다를 보면 사족을 쓰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적지 않은 나라의 해변을 여행했다. 바다를 편애하는 사람의 필리핀 중부지역 여행은 당연지사 즐거웠다. 비사야제도의 여러 해변을 기쁘게 만났다. 속절없고 바람 같은 인간의 생을 위로해주는 새파란 물결과 일시에 들끓다 허망하게 하얀 포말로 사라지는 파도. 그것들 속에서 울고 웃었다. 원시의 풍광을 지닌 발리카삭 섬, 석양이 기가 막히게 근사했던 팡라오 섬 알로나 비치, 물빛 고운 보홀 항구, 짙푸른 바다와 새파란 하늘이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지는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 관광객들이 만들어내는 북적임과 번잡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세부….그랬다. 위에 열거한 바다를 떠돌던 때 기자의 손에는 600원짜리 맥주 `산 미구엘`과 소다수와 라임즙을 섞은 필리핀 전통주 `탄두아이`(Tanduay)가 늘 들려있었다.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필리핀 비사야제도의 해변들. ▲ 한국 호텔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던 필리핀 청년2번째로 필리핀을 여행했을 때는 수도인 마닐라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많은 이들이 걱정과 우려 섞인 이메일을 보내왔고, 엄마는 여러 차례 국제전화까지 걸어와 “여행을 그만두고 어서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기자는 그때 마닐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일로일로), 다시 쾌속정을 타고 1시간 30분(바콜로드), 거기서 또 네그로스 섬을 횡단하는 로컬버스를 타고 7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도시인 두마게테에 있었다. 폭탄이 터진 지역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테러의 위협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인터넷 속도가 한국의 10분1에도 미치지 못하는 두마게테의 PC방 컴퓨터를 이용해 지인들과 엄마를 안심시킨 후에야 비사야제도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제가 있는 지역은 폭탄테러가 일어난 곳에서 수백 km 떨어져있으니, 아무 염려 마세요. 저는 남태평양의 환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매우 즐겁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이메일 답신을 보내고는 갑자기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스콜(squall·강풍과 천둥을 동반하는 열대성 소나기)에 젖어가는 거리를 바라보며 향기 좋은 커피를 마셨다.그날 밤엔 두마게테의 한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다는 스물한 살 청년과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포켓볼을 쳤다. 기자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 그가 “내 꿈은 한국의 호텔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호텔을 `경영`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호텔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니. 그 말이 이상스레 쓸쓸하게 들렸다.지난 시절. 체 게바라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꿈`에 관해 말했고, 가수 조안 바에즈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꿈`을 노래했다.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하고, 차별받는 이들에게 평등을 선물하는 것이 청년에게 어울리는 꿈일 것인데, 너무나 현실적인 `꿈`밖에는 말할 수 없는 스물한 살 젊은이가 어쩐지 슬퍼 보였다. ▲ 팡라오 섬과 발리카삭 푸른 바다와 만나다여행을 하다보면 슬픔과 쓸쓸함도 경험하게 되는 법. 필리핀 청년의 맑아서 서러워 보이던 눈빛을 뒤로 하고 다음 날 오후엔 쾌속정을 타고 조용한 섬 보홀로 갔다.산호 가루로 형성됐기에 물빛이 사파이어 색채로 반짝이는 알로나 비치와 거기서 조그만 목선을 타고 들어간 발리카삭 섬의 원시적 풍광이 더없이 아름다웠다.발리카삭 섬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전기가 끊기는 곳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여행자 숙소가 하나, 구멍가게가 한둘, 식당이 두어 곳밖에 없는 조그맣고 소박한 섬. 주민이라곤 닭과 돼지를 키우며 관광객들에게 조개껍데기로 만든 기념품을 파는 원주민 수십 명이 전부였다.거기서 하루를 묵었다. 복잡하고 바쁜 한국 도시에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불편을 감수할 만큼 즐거웠다. 잠시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낯설고 새롭게 다가오는 풍광과 순박한 섬 주민들 속에 섞여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먹음직해 보이는 참치구이와 신선한 망고주스로 저녁을 먹고는 동네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조그만 구멍가게에 설치된 노래방 기계를 이용해 팝송도 한 곡 불렀다. 노래 실력에 관계없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던 발리카삭 섬 사람들. 사파이어 색채를 닮아 짙푸르고 투명한 바다, 웃음의 힘으로 가난을 이기며 살아가는 필리핀 시골마을 사람들. 그들과 더불어 미소와 빵을 나눌 수 있었던 `특별하고도 의미 있는 하루`였다. 고등학교 시절 읽은 소설 중에 `팔색조`라는 게 있다. 거기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이렇게 한 번씩 사로잡히고 나면 한참은 괜찮아져요.” 그 문장은 여행의 매혹이 없었다면, 다장조의 동요 같은 지루한 일상을 견디기 힘들었을 기자의 삶을 위로해왔다.여행은 그랬다. 언제나 그랬다. 크고 작은 비행기와 고속 페리, 창문이 없어 바람 속을 달리는 듯한 로컬버스와 매연을 뿜어대는 트라이시클(tricycle·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 인정 많은 기사가 운전하던 지프니(jeepny·지프를 개조한 필리핀 버스)와 에어컨이 고장 난 택시를 타고 떠돈 필리핀 중부 비사야제도에서의 2주일은 행복했다.그 시간이 앞으로도 한참 동안 기자의 단조로운 삶을 견디게 해줄 것임을 믿는다. 돈? 중요하다. 일? 역시 그렇다. 그러나, 그것들이 전생에 와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을 주는 여행지에서의 한 조각 웃음보다 소중할 수 있을까? 필리핀은…7천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전통문화에 스페인·미국문화 혼합아시아 대륙 남동쪽 태평양에 흩어져있는 7천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다.공식 명칭은 필리핀공화국(Republic of the Philippines). 적도 부근이라 대부분 지역이 1년 내내 열대기후다. 1565년부터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1898년 독립을 선언했으나, 이후에도 오랜 기간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로 있었다. 온전히 독립을 쟁취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필리핀해(海), 남중국해, 셀레베스해가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 위치해있다. 면적은 약 30만400㎢. 국토는 북부의 루손과 수천 개의 조그만 섬으로 이뤄진 중부의 비사야제도, 남부의 민다나오로 크게 3등분 할 수 있다.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이기에 태풍의 발생지이며, 환태평양조산대에 자리해 있어 지진과 화산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았다.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타이완과 영토·영유권 분쟁을 겪었고,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해안선을 모두 합치면 자그마치 3만6천289km에 이른다. 수도는 마닐라(Manila)고, 국민의 절반 정도는 타갈로그인(29%)과 세부아노인(15%)이다. 지역에 따라선 일로카노족(9%)과 비사야족(7%)이 다수인 곳도 있다. 필리핀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85%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톨릭교도다. 무슬림국가인 말레이시아와 가까운 민다나오는 지리적 영향으로 이슬람교도가 많다. 이로 인해 남부지역에선 종교간 갈등으로 오랫동안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사용하는 화폐는 페소(Peso). 1페소는 한국 돈으로 약 23원. 물가가 비싼 관광지가 아니라면 50~100페소 정도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인구는 1억 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7천 개의 섬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하는 어려움을 감안하면 정확한 데이터는 아닌 듯하다. 평균수명은 71세.다양한 종족이 만들어낸 전통문화에 스페인과 미국의 문화까지 합쳐진 필리핀의 용광로 같은 `복합성`은 국민의 특성을 몇 마디 짧은 설명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최근에는 한국인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몇몇 사건들이 발생했지만 필리핀은 여전히 동서양의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 깨끗한 바다와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밀림, 환한 얼굴로 웃는 낙천적인 사람들과 신선한 해산물 요리, 거기에 저렴한 물가까지 생각한다면 필리핀 여행이 주는 매혹을 떨치기 어렵다. 유명한 휴양지인 보라카이, 세부, 팔라완에는 사생활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고급 빌라와 호텔도 많다. 적지 않은 신혼부부들이 이곳에서 허니문을 만끽한다. 휘영청 떠오른 달 아래 조용한 해변에서 둘만의 저녁식사를 즐기며.사진제공/구창웅/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3-31

일자리 창출·제공, 다양한 지원·협력으로 상생의 길 찾아

경북도청이 안동시 풍천면 일대로 옮겨 와 개청한지 일년이 지났다. 바야흐로 천년 도읍지가 온전히 터를 잡아 가고 있다. 청사를 안동·예천으로 안착시킨 경북도는 현재 신도시 2단계사업이 한창이다. 2단계 사업은 도시 활성화 단계로 주거와 상업시설, 종합의료시설, 복합환승센터, 복합물류센터 등을 조성해 인구 10만 자족도시를 만드는 것이다.이렇듯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는 혐오시설 문제가 늘 상존한다.그간 풍천면 일대에 혐오시설이 들어서거나 들어선 부지 인근 주민들과 경북도는 꾸준히 대립했고, 찬반여론이 갈렸다. 주민들은 반대를 통해 편익을 도모하고 경북도는 주민들의 요구를 일부 허용해 사업을 이어가거나 완공해 왔다.현재 풍천면 일대에는 경북북부권환경에너지 종합타운 조성이 한창이고, 이미 지난해 장사공원이 들어섰다. 또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공공하수처리시설도 1단계 사업이 완료돼 2단계 사업을 앞두고 있다.작년 10월 풍천면 일대 `안동 장사문화공원` 본격 가동공원내 편의시설 운영 등 지역주민 일자리창출·소득증대 기여환경에너지 종합타운 ·공공하수처리장 조성도 박차연인원 4만명 일자리 창출효과 기대◇ 경북북부권환경에너지 종합타운 어디까지 왔나경북도내 생활폐기물은 하루 2천361t이 발생되고 있다. 여기에 26.8%인 634t이 매립되고, 31.9% 752t이 소각, 41.3% 975t이 재활용 처리된다.현재는 매립 위주의 처리에서 소각처리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북부지역 11개 시·군의 경우 소각시설이 노후되거나 용량이 적어 매립에만 의존하다 보니 소각률이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이에 경북도는 도청신도시와 북부권 11개 시·군의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해 민간투자사업(BTO)으로 2014~2019년까지 안동시 풍천면 일대에 경북북부권환경에너지 종합타운을 조성한다. 사업비는 총 1천833억원으로 국비 603억원, 도비 222억원, 민간 1천8억원 등이 투자된다.시설규모는 부지 6만㎡에 일일 510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 가연성폐기물을 소각하는 자원회수시설(390t/일)과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하는 유기성바이오가스화시설(120t/일)로 구성된다.특히 소각 후 발생하는 여열과 바이오가스로 3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전기 15MWh를 생산하고,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로는 퇴비를 생산한다.이 시설이 준공되면 경북북부지역에 위치한 11개 시·군(안동, 영주, 상주, 문경, 군위, 의성, 청송, 영양, 영덕, 예천, 봉화)의 가연성폐기물과 음식물류폐기물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데다 이 11개 시·군은 가연성폐기물을 매립하지 않고 소각함으로써 매립장 사용 연한을 늘릴 수 있다.또 향후 20년간 시·군별 처리시설 설치와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2천700억원의 절감효과와 쾌적한 생활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 착공한 종합타운은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앞서 경북도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설명회와 견학, 도지사 면담 등을 통해 에너지타운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완벽한 환경오염방지시설 설치 등으로 주민피해가 최소화될 것을 약속했다. ◇ `장사공원`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기여지난해 10월 안동장사문화공원이 풍천면 일대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이 공원은 현대식 시설로 256억원을 들여 3만1천108㎡ 부지에 건축 연면적 5천673㎡ 규모로 완공됐다. 이곳은 안동시시설관리공단 직원 7명이 화장로 5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카페테리아, 유족대기실, 식당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운영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다만 신축 개원에 따라 기존의 안동화장장보다 화장 비용과 운영비가 올랐지만 깨끗한 시설과 휴식·추모공간 마련으로 유족이나 이용자들의 편의 도모는 물론 기존 화장장 이미지를 탈피하고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공원 신축 당시 `화장장`이라는 혐오 이미지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최신식 공기정화배출시설로 이를 극복해 지금은 지역 주민들에게 우선적인 일자리 제공과 기금 조성 등 다양한 지원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실제 현재는 화장로 예약에 있어 운영 화장로 수가 부족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올해부터 화장로 5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예약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설날과 추석 당일은 제외하고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전화 또는 인터넷상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시스템을 통해 화장일 5일 전부터 전일 오후 4시까지 예약이 가능하다.권천중 안동시 노인장애복지과장은 “개원 후 총 640여 건의 화장 신고 건을 안정적으로 처리한데다 앞으로 화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지역 내 화장 수요를 충족시키고 선진 장례문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공공하수처리시설 2단계 설치경북개발공사는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건설사업에 의한 계획도시와 그 주변지역 사업대상지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공공하수처리시설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2013년 착공해 지난해 12월 완공한 1단계 사업 하수처리구역 면적은 4천904 ㎢이고, 하수처리인구는 2만4천800명이다. 시설 용량은 일일 9천㎥로 530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개발공사는 1단계 사업에 이어 2019년 12월 2단계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2022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2단계 사업은 400여억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하수처리구역 면적은 1단계보다 줄어든 3천245㎢이다. 또 하수처리인구와 시설 용량은 1단계와 같은 수준이고, 약 연인원 4만 명의 일자리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현재 1단계 공공하수처리시설은 경북개발공사가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해 운영 중이고 향후 안동시가 관리를 맡게 될 전망이다.▲ 이경기 경북도 환경정책과장“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인/터/뷰이경기 경북도 환경정책과장“도청 신도시 내 환경에너지종합타운은 꼭 필요한 시설인만큼, 주민건강을 위해 다이옥신을 포함한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첨단시설을 설치하고, 24시간 오염물질 감시 및 정기적인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해 인체나 농작물 오염 등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이경기 사진 경북도 환경정책과장은 “에너지타운은 환경부에서 규정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의 20% 내 배출을 목표로 운영하고, 인근 주민들과 협의해 반입차량 노선과 반입시간을 조절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운영비용은 북부지역 11개 시·군에서 시설에 반입되는 양에 따라 처리수수료를 납부하고, 소각열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한 금액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소각시에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14M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메탄)가스를 이용해 1MWh의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처리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그리고 건설공사에 소요되는 인력은 지역주민을 우선 고용하고 도내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도급 또는 하도급을 실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이 과장은 “에너지타운은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시설이지만 주민 설득 등 힘든 과정을 거치고 첫 삽을 뜬만큼 향후 관리에도 최선을 다해 주민에게 사랑받는 에너지타운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권기웅·이창훈기자

2017-03-30

문화·예술의 융성시대 열어가는 `三白`의 고장 상주

낙동강의 원류가 시작되는 상주는 예로부터 광활하고 비옥한 토지 때문에 물자가 풍요롭고 문화·예술이 잘 발달한 고장이다. 삼한시대에 축조된 상주시 공검면의 공갈못은 상주의 유구한 농업역사와 농경문화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쌀과 누에고치, 곶감이 워낙 유명해 삼백(三白)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상주는 최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농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북도 농업기술원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이러한 기관 유치 등과 관련해 상주시는 지역문화예술 발전과 문화융성을 통한 활기찬 시정 추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문화예술 활성화와 문화향유 욕구 충족, 지역 정체성 회복 및 전통문화도시 구축, 문화유산의 체계적 관리를 통한 문화재 품격 높이기와 지역의 위상 제고 등이 그것이다.시민들의 문화향유권 충족 위해다양한 예술활동 지원`대한민국 한복진흥원` 건립으로관광인프라·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역사·유적·문화재 등 문화유산 보전지역의 품격·위상 강화에 총력◇ 다양한 문화예술 활성화상주시는 다양한 문화예술활동 지원으로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 충족과 동시에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의욕을 증대시키고 있다.지난 한 해 동안 KBS 전국노래자랑, 상주예술제, 캠핑축제, 실경뮤지컬 무인 정기룡, 한여름밤의 축제, 낙강시제 문학페스티벌, 지역문화사랑방 등 140여 개의 크고 작은 문화예술행사를 진행했다.올해도 가족간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세대공감 열린음악회를 비롯해 세계유교문화재단 힐링콘서트 효사랑 음악회, 거리문화예술제 등을 개최해 문화예술 행사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 상주시의 설명이다. ◇ 대한민국 한복진흥원 내년 준공상주시는 한복산업 활성화 기틀을 마련하고 한복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주함창명주테마파크 일대에 대한민국 한복진흥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상주를 한복문화산업의 메카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시작한 대한민국 한복진흥원 건립은 올해 3월까지 설계를 마무리하고, 4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내년 12월에 준공할 예정이다.총 사업비 226억원을 들여 연면적 8천140㎡에 지상2층 규모로 건립되는 한복진흥원 내에는 한복 전시홍보관, 전수학교, 융복합산업관 등이 들어선다.지난해 12월 착수보고회를 통해 한복진흥원 건립에 따른 제반 문제점을 미리 점검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등 우리나라와 상주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대한민국 한복진흥원은 한복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개발·육성하고 관광인프라를 구축함은 물론 한복산업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문화재의 품격과 지역의 위상 강화상주는 고대 사벌국과 고녕가야국을 거쳐 신라시대에는 9주, 고려시대에는 8목 중의 하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경상감영이 200여 년 간 있었던 대도회지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유구한 역사 속에서 전통문화가 발달한 상주는 곳곳에 문화유산이 산재돼 있어 지금도 발굴 조사 등으로 다양하고 귀중한 유물과 유적을 찾아내고 있다.상주는 현재 96종 374점(국가지정문화재 23종 53점, 도지정문화재 73종 321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14건을 국가문화재로, 3건을 지방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이밖에도 지역 곳곳에 산재돼 있는 수많은 비지정 문화재 등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전해 전통문화가 계승될 수 있도록 문화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올해는 27억여 원의 국·도비를 확보해 40여 건의 지정문화재 및 향토유적의 보수정비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특히 시는 문화재방재시설 설치와 문화재지킴이 활동 등을 통해 문화재 훼손 예방과 문화재 보호의식을 함양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문화재 바로알기 투어 프로그램 운영상주시는 지역의 특성 있는 환경과 문화유산 탐방투어를 통해 천년고도 상주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취할 목적으로 `2017 우리지역 문화재 바로알기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올해 처음 시행하는 이 사업은 지역주민과 청소년 등 희망자를 모집해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버스투어로 진행하게 된다.투어에서는 현장감과 재미를 더하고 참여자의 이해도를 높여 문화유산의 가치와 소중함을 올바로 인식시키고 지역의 역사성을 재조명 할 계획이다. ◇ 우수 공연 프로그램 유치로 삶의 질 향상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 상주문화회관은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과 양질의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상주시는 문화회관 시설 보수 및 환경 개선을 위해 1억4천500여만원을 들여 올해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문화회관에서 다양한 장르의 기획공연을 진행했다.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문예회관과 함께 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2천800만원을 지원받아 `가수 안치환, 시인 정호승을 노래하다` 공연을 펼쳤다.또 국비 2천600만원을 지원받은 `재즈파크빅밴드와 유열의 힐링콘서트` 공연도 개최해 시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상주시는 올해도 우수한 공연을 유치해 지역문화 격차 해소와 문화수준 향상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 최신 영화 및 추억의 영화 상영상주시는 지역 내에 영화관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상주문화회관에서 국내 인기 상영작, 우수 작품 등을 매월 둘째, 넷째(금요일~일요일) 격주로 편당 3일씩 6회에 걸쳐 상영하고 있다.특히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추억의 명작영화 또는 발레, 오페라, 뮤지컬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이정백 상주시장은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함은 물론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문화참여 기회를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신장하고 문화예술과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지역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상주/곽인규기자ikkwack@kbmaeil.com

2017-03-29

여행, 낯선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즐거움

나이에 관계없이 낯을 심하게 가리는 사람들이 있다. 성격 탓이다. 그런 경우 여행자로서는 낙제점이다. 다행이랄까? 기자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어렵지 않게 어울리는 인간형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도 적지 않은 낯선 이들과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가격에 비해 시설이 나쁘지 않은 숙소 호스텔모스텔에서 아침과 저녁까지 제공받으며 비교적 잘 지냈다. 익숙하지 않은 치즈와 홍차, 빵과 소시지, 소금에 절인 올리브로 아침을 먹는 것도 곧 익숙해졌다.저녁으로 나오는 스파게티도 한국에선 즐기지 않는 음식이었지만 뭐 어떤가.미국과 영국, 크로아티아와 폴란드에서 온 젊은 친구들이랑 잡담을 주고받으며 달게 먹었다. 일본 친구와 먹은 중국식당의 볶음밥과 양념 돼지고기 구이도 좋았다. ▲ 8개월째 여행 중이라는 한국인 여행자와의 만남 그 숙소에서 지낸 마지막 날. 한국을 떠나 중국과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8개월째 여행 중이라는 20대 중반의 사내와 만났다.그때는 기자의 배낭여행도 6개월을 지나고 있었기에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오랜만에 만난 같은 나라 사람이 그리웠을 시기다.스물여덟이라고 했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에게 선배로서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었다.“세상엔 저 외에도 긴 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군요. 아무래도 형편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내가 나을 테니 저녁을 살게요. 뭐 먹고 싶어요?”돌아온 대답이 재밌었다.“아… 네. 여기도 KFC가 있던데, 그걸 보니 학교 친구들과 먹던 닭튀김에 시원한 맥주가 먹고 싶었어요.”모처럼의 식사 제의에 겨우 통닭이라니…. 그의 소박함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의 수도 서울과 달리 시끄러움과는 거리가 먼 도시 소피아. 우리 둘은 수령(樹齡)이 족히 수백 년은 넘어 보이는 가로수들을 뒤로 하고 불가리아 KFC를 찾아나섰다.한국어를 하며, 한국인과 걸어 다녔으니 그곳이 외국인지 내 나라인지 헷갈렸다.어제 내린 비 탓에 부쩍 떨어진 기온. 한국의 초봄 날씨를 보이는 거리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고 프라이드치킨과 콜라, 감자튀김 등을 잔뜩 주문했다.이제는 오래 알아온 동생 같아진 스물여덟 후배가 말했다.“여행은 고칠 수 없는 병(病)인 것 같아요. 저도 15년 후쯤엔 선배님처럼 또 다른 도시를 떠돌고 있겠지요?”마치 시인 같은 그의 어법에 기자의 답변도 장황해졌다.그날, 우리 둘은 자정까지 숙소인 호스텔모스텔로 돌아가지 않았다.왜냐고? 술은 그런 날 마시라고 있는 것 아닌가.▲ 벨기에 걸스카우트 6인방, 요즘 앤트워프는 어때요?“여행이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다름없다”는 말을 믿는다.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믿음이다. 만약 기자가 다시 길고 먼 여행을 떠난다면 그건 새로운 땅과 새로운 바다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일 것이다.소피아에서 만난 `스물여덟 사내` 외에 떠오르는 이들이 또 있다.불가리아를 떠나 도착한 다음 여행지는 마케도니아. 거기엔 막 청소를 끝낸 유리창처럼 맑고 깨끗한 호수가 아름답게 펼쳐진 오흐리드라는 그림 같은 마을이 존재한다. 그곳에 머물 때다. 벨기에 앤트워프에 산다는 발랄한 여고 졸업반 소녀 여섯 명을 만났다. 한 달 후면 대학생이 될 열여덟 살 아이들.스카우트 대원인 그 애들은 대학에 다니는 선배 둘의 인솔 아래 이른바 `어드벤처 캠핑(모험여행)`을 왔고, 기자가 묵었던 숙소 근처에 텐트를 치고 있었다. 친절하고, 싹싹하며 나이답게 순수한 소녀들과의 더듬거리는 영어 대화가 더없이 즐거웠다. 벨기에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쓰는 나라다.그럼에도 모두가 영어도 잘했다. 기자와 같은 숙소에 있던 열여덟 네덜란드 소년 루벤 역시 신이 난 눈치다.왜 안 그렇겠나? 열여덟 소녀를 싫어하는 열여덟 소년은 지구 위에 없다.형이 한국 유학생과 친한 탓에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를 봤다는 루벤에게 슬쩍 물었다.“걸스 제네레이션(소녀시대)과 쟤들 중에 누가 더 예뻐?”어색하게 웃으며 우물쭈물 말끝을 흐리는 루벤. 맞다. 열여덟은 그런 나이다. 부끄러우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시간들…인상적이었던 건 그 벨기에 소녀들 중 매우 뚱뚱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전혀 기죽어 보이지 않았고, 누구도 그 아이를 따돌리는 기색이 없다는 거였다.`왕따`라는 단어가 신문 사회면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의 상황이 동시에 떠올랐다. 너나들이로 어울리고, 평등하게 마음을 나누는 듯한 그 아이들을 보며 벨기에 교육의 어떤 면이 `왕따`를 막아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소녀들은 낮에는 산에 오르거나 배를 빌려 섬으로 소풍을 갔고, 해가 질 때면 돌아와 텐트촌에서 콜라나 우유를 마시며 서툰 솜씨로 요리를 했다. 누구랄 것도 없었다. 모두가 너무 귀여웠다.2유로(약 2천500원)짜리 선글라스를 호수에 빠뜨렸다고, 하루 종일 물가에서 놀았더니 피부가 햇볕에 타서 벗겨졌다고 칭얼대던 그 소녀들도 이젠 어엿한 대학생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금빛 머리칼이 곱던 벨기에 쌍둥이 자매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왕따`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고 자랐으니, 교사가 돼서도 그렇게 가르치겠지.푸른 보석 사파이어보다 환하게 웃던 여섯 명의 벨기에 스카우트 소녀들. 앞길이 구만 리 같은 그 친구들의 청춘에 축복의 말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쳇바퀴의 일상 속에서만 살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다소 지루했던 불가리아 소피아에서의 여정을 즐겁게 바꿔줬던 스물여덟 한국 청년과 오흐리드에서 만난 벨기에 앤트워프 꼬마숙녀 6인방.그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아저씨는 너희들의 행복과 건강을 빌어줄 것이다. 진심을 다해. 소피아를 제대로 즐기는 2가지 방법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도착해 찾아간 숙소.가장 먼저 들은 말이 “좀도둑에 주의하고, 가방과 지갑을 조심해라”는 것이었다.불과 며칠 전에도 프랑스에서 온 여성 여행자 한 명이 시장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정보와 함께였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사람살이의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재래시장은 도시의 어떤 곳보다 매력적인 장소다. 해서, 그곳을 피해갈 수 없었기에 용감하게(?) 길을 나섰다.다행히 운 좋게도 기자는 좀도둑과 소매치기를 만나지 않았다.넉넉한 인심을 지닌 불가리아 사람들의 따스한 미소로 기억되는 공간 소피아의 재래시장. 이와 함께 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여러 종교의 교당(敎堂)도 기억에 남는다. 이전 여행기에서 언급했듯 소피아엔 이슬람교도, 불가리아정교도, 가톨릭교도, 기독교도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고 있다.◇ 달콤한 과일과 싱싱한 채소가 한국의 반값소피아의 재래시장은 화려한 색채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체리와 사과, 살구와 수박 등의 과일이 붉고 푸른 저마다의 빛깔로 달콤한 향기를 뿜어낸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새콤한 체리가 아기 주먹 크기다. 부드러운 식감의 살구 맛도 잊을 수 없다.토마토와 가지, 각종 녹색 채소 역시 새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천막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재래시장의 인심은 한국이나 불가리아나 크게 다를 바 없어서 “깎아주세요”라는 요구도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 인심 좋은 상인은 덤에도 인색하지 않다.게다가 가격도 한국의 절반 정도로 저렴하니, 소피아를 찾는 여행자들은 꼭 재래시장에 들러보길 권한다. 물론, 좀도둑을 조심하면서.◇ “저건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교당일까?”소피아엔 역사적·종교적으로 의미가 큰 건축물이 적지 않다.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 성 니콜라스 정교회, 성 게오르기 교회 등. 이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교당만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조그맣고 낡은 가톨릭교회, 이슬람성당, 불가리아정교회당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종교인이라면 더 좋겠지만, 종교를 가지지 않은 여행자도 풍경을 즐기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예쁘게 꾸며진 정원에 들어선 작은 교당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어 보는 것은 유의미한 체험이다. 주말엔 교당에서 젊고 아름다운 불가리아 신랑과 신부의 결혼식도 열린다. 만약 용기가 있다면 초대받지 않은 이방(異邦)의 축하객이 돼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사진제공/류태규/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3-24

찬란하고 아름다운 역사 품은 고령… `가야문화특별시` 꿈꾼다

지역에 소재한 문화·관광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개발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프로젝트가 어느 지자체 할 것 없이 진행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문화와 관광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홍보함으로써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중세시대 축조된 미려한 성당과 역사책에 등장하는 고대 유적이 로마와 아테네 등의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다. 두 나라엔 해마다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의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이를 통해 얻는 사회·경제적 수익이 천문학적이다.멀리 유럽까지 갈 것도 없다. 동남아시아 빈국인 캄보디아의 시골마을 시엠립은 1천여 년 전 왕조시대에 만들어진 `앙코르와트(Angkor Wat)`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그 석조사원을 보려고 독일과 스웨덴, 네덜란드와 중국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시엠립을 방문한다. 이들이 거기서 사용하는 돈이 캄보디아의 경제를 지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본지는 문화와 관광을 통해 미래를 가꿔가는 고령군의 오늘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유네스코 등재 고분군·유적·암각화 등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역사·문화 활용해 관광 접목 적극 추진`가야국 역사루트 재현사업`에 총력520년 대가야문명 정통성 잇고과거·현재·미래의 역사교육장 마련◆ 고령, 아테네와 시엠립 같은 문화·관광도시로고령군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화·관광사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화의 향기 가득한 관광도시 고령”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해왔다.고령은 고대왕국 대가야의 520년 역사와 전통의 향기를 간직한 유서 깊은 도시다.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 대상으로 선정된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의 역사유물을 집적해 전시하는 `대가야박물관`, 선사시대의 미술양식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유적 `장기리 암각화`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기도 하다.올해도 고령군은 이러한 역사·문화 유적들을 적극 활용해 관광에 접목시키는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새로운 관광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휴양`과 `레저`에도 방점을 찍어 “단순히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고 싶은 문화·관광·휴양·레저도시 고령”이라는 미래 청사진을 의욕적으로 그려갈 예정이다.`세계 속의 가야문화특별시`를 지향하는 고령군이 2017년 추진할 주요 문화·관광사업은 △가야국 역사루트 재현사업(사업비 573억원) △부례지구 낙동강 레저휴양 공간조성사업(95억원) △2017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26억원) △워터파크 조성사업(민간투자 400억원) △대가야 종묘 건립사업(35억원) △모듬내 캠핑장 및 관광자원 개발사업(63억원) 등이다. ◆ 숨 쉬는 역사와 함께, 즐거움과 더불어, 환경을 생각하며…먼저 올해 고령군 문화·관광사업의 핵심이라 할 `가야국 역사루트 재현사업`은 “가야문화권을 대표하는 광역관광거점 육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다.지난 2010년 출발을 알린 이 사업은 2018년까지 고령군 대가야읍 고아리 안림천변 일대에 대가야생활촌을 조성하고, 연계자원인 장기리 암각화 또한 관광자원화 사업에 포함키는 프로젝트다.여기에 이용될 부지 면적만도 10만2천㎡. 공방촌과 나루터, 고고학 발굴체험장과 주산성 전시관 등도 `가야국 역사루트 재현사업`을 통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게 된다. `대가야 종묘 건립사업`은 고령군의 정체성 확립과 대가야 역사와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이미 고령은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행정구역 명칭 변경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사업의 내적 토대도 마련했다. 이 사업은 대가야읍 지산리 인근에 추모사당과 스토리전시관을 건립하고 각종 휴게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사는 올해 10월 시작될 예정이며 201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와 관련 한중석(57) 고령군 문화유산추진단장은 “대가야는 서기 42년에 건국돼 520년간 지속된 나라다. 어느 국가나 시조왕과 선왕에 대한 제사가 있었다. 대가야 종묘 건립사업은 이런 측면에서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며 “왕실의 사당인 종묘를 건립해 대가야 문명의 정통성을 잇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진 역사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2017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은 고령군이 강릉시, 광주 남구와 함께 “관광 여건이 좋고, 차별적인 관광 콘텐츠를 지녔으며, 잠재력이 큰 지자체”라고 평가받으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한중석 문화유산추진단장고령군은 “이 사업을 통해 대가야 고령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사업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전문가 컨설팅과 세부 실행계획 수립과정을 거친 상태다.고령군 관광진흥과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국내외에 문화·관광도시 고령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지역 경제상황도 한층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드러냈다.이외에도 친환경 레저공간을 지향하는 `부례지구 낙동강 레저휴양 공간조성사업`과 `워터파크 조성사업`, `모듬내 캠핑장 및 관광자원 개발사업`도 준비된 계획에 따라 착착 진행 중이다.산악 어드벤처 체험시설과 바이크텔, 풋살장 등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여가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부례관광지(우곡면 예곡리)는 이미 많은 군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이곳을 찾은 김홍철(58·덕곡면)씨는 “앞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새가 노래하는 조용한 공간에서 취미생활인 암벽 등반을 즐기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 군관광협의회 출범과 `2017 대가야 체험축제`위와 같은 문화·관광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미래 관광 진흥을 위해 고령군관광협의회(회장 이상용)도 지난 2월 출범했다.관광사업자, 관광 관련 단체 관계자, 주민 등 9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고령군관광협의회는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고령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협의회는 앞으로 `2017 대가야 체험축제`를 시작으로 특산품 판매와 캠핑 페스티벌, 고령 알리기사업과 관광 아카데미사업 등의 진행에 도움을 준다는 각오다. 이상용 회장은 “농촌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관광과 문화의 도시 고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회원과 군민 모두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령에서는 곧 `대가야 체험축제`가 열린다.오는 4월 6일부터 9일까지 대가야박물관 일원에서 진행될 이 축제에는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대가야 문화의 부흥을 기대한다”는 고령군민들의 염원이 담겼다.고령군 관계자는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 다양한 먹을거리가 가득한 역사와 문화의 고장 고령으로 4월 가족여행을 오신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고령은 오늘도 기억에 남는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지속하고 있다.`2017 대가야 체험축제`에 관한 궁금증은 홈페이지(http://fest.daegaya.net)를 찾아보거나 054-950-6424(고령군관광협의회)로 문의하면 된다. 수학여행지로도 최고의 조건 갖춘 고령 고대유적·선현들 흔적 곳곳에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유적지와 역사현장을 둘러보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나누는 수학여행은 학창 시절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다.많은 중고교생들이 수학여행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령은 고대 유적과 학문으로 이름 높았던 선현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고, 다양한 박물관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있어 수학여행지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거기에 깨끗하고 저렴한 숙소도 여러 군데다.고령군청 관광진흥과는 고령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과 대가야박물관, 대가야 왕릉전시관과 우륵박물관, 개실마을 등을 꼽았다.대가야읍 지산리에 위치한 지산동 고분군은 700여 기의 고분이 작은 산처럼 솟아있어 장관을 이룬다.여기서 출토된 토기와 철기 등의 유물은 인근 대가야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듣는 대가야의 역사가 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준다.가야금 연주의 대명사처럼 이야기되는 우륵의 생애를 한눈에 확인해볼 수 있는 우륵박물관과 순장무덤을 재현해놓은 대가야 왕릉전시관도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영남학파의 거두인 문충공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문향이 살아있는 개실마을에선 민박체험도 가능하다.미숭산 자연휴양림 주변에 자리 잡은 역사적 공간 신리마을 거쳐 `경북의 비경`으로 불리는 상비리계곡을 지나 대가야 농촌체험특구 원두막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것도 권장할만한 코스다.또한 고령에선 평소 해보기 힘든 특별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개실마을의 엿 만들기 체험과 떡메치기 체험, 가얏고마을의 가야금 연주 체험, 감자와 고구마 캐기, 딸기 수확, 모내기, 콩 타작, 손두부 만들기, 다슬기 줍기, 산나물 캐기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각각의 계절마다 진행된다.역사를 품은 관광지를 돌아보고 농촌체험을 마친 여행자들은 덕곡면 예마을이나 생비원, 또는 미숭산 자연휴양림에 위치한 숙소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전병휴·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3-24

전국 유통망 확대로 고품질 농특산물 판매 `富農 문경` 올인

문경시는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해 문경농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농업소득배가 프로젝트, 농업의 6차업산화 등 차별화된 시책으로 경쟁력을 높여 `농업인이 잘사는 부자농촌`을 건설하는데 주력해 왔다.특히 지난해에는 농업의 다각화를 통한 농업소득배가 시책의 성공적인 정착과 사과, 오미자, 쌀, 콩 등 대표 농산물의 융복합 산업화, 농산물의 유통과 판매를 위한 적극적 지원으로 문경의 농업과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문경사과가 `2016년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수상, 문경오미자는 2008년부터 9년 연속 친환경농산물 부문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수상, 2016 귀농귀촌시책평가 최우수상, 2016 경상북도 농정평가 우수상 수상 등의 성과를 거뒀다.903억 예산 투입 경쟁력 강화농업 다각화로 소득배가 성공사과·오미자 등 대표 농산물 산업화농작업 기계화 등 체질 개선에 총력□ 농업예산 903억원…농촌을 위한 꿈과 열정문경시는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농업인이 잘살고, 농사짓기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903억원을 지원해 농업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문경시 농업·농촌예산은 그 동안 800억대에서 증감을 반복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900억대를 넘어섰다. 이는 2016년 795억원 대비 12.7% 증가한 것이다. 올해 문경시 전체 예산증가율이 7.2%이고, 문경시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복지예산 증가율이 4.5%임을 감안하면 문경시의 농업분야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알 수 있다.□ 농업소득 배가로 행복한 농업고윤환 시장은 취임 후 시정목표를 `새로운 도약, 일등문경`으로 정하고 농업인이 잘사는 부자농촌 건설을 위해 `농업소득배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체 경작면적의 49%를 차지하고 있는 쌀, 콩, 감자, 양파 등 식량작물 및 밭작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모작 재배 확대와 우량종자 보급, 농작업의 일관기계화로 노동력과 경영비는 줄이고 농가소득은 높이는 구조로 문경농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문경의 대표 작목인 사과, 오미자는 생산에서부터 가공·유통에 관광을 더한 6차산업화를 통해 소득을 높인다. 이를 위해 농식품 가공산업과 농·특산물의 유통지원을 강화하고 국내 농산물 시장을 넓혀가고자 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지역특산품 중 최초로 다국적기업 음료시장을 개척한 스타벅스 문경오미자 피지오, 최초의 오미자와인 오미로제,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 가공품 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들로 연간 1천억원의 소득을 올려 `문경농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했다.□ 천혜의 사과 생육지문경은 백두대간의 크고 작은 산줄기들이 지나는 평균 해발 300m 이상의 분지형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사과 비대기인 7~9월 사이 알맞은 강수와 평균 일조량이 7시간 16분으로 풍부해 맛과 빛깔이 빼어난 사과를 만든다. 평균일교차가 12.9℃로 타 지역보다 3~4℃ 높아서 문경사과는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토양은 배수가 잘되는 경질양토와 사질양토가 풍부해 병치레 없이 잘 자란다.문경은 2016년 기준 1천878농가에서 1천931ha에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는 4만2천t의 사과를 생산해 1천63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지난해 농가 한 가구당 평균 5천400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 사원의 수입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문경시에 따르면 43t 이상 생산하는 농가는 소득이 1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시 통계를 분석한 결과 170~220가구가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사과농가의 10%가 억대소득 농가다.□ `최고브랜드` 문경사과를 만든 사과산업 전략문경시는 고품질 사과 생산과 판매를 위해 행정 및 재정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의 경영불안을 없애고자 농작물 재해보험료를 지원하면서 경영안정을 가져왔다.시는 지난해 73억원(지원금 90%·자부담 10%)을 투입해 태풍과 우박,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사과와 오미자, 쌀, 콩 등 29개 품목의 농작물 재해보험을 지원했다.이를 통해 가뭄 등의 재해를 입은 212농가에 9억6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시는 230여억원이 투입된 FTA기금사업을 통해 품종갱신과 관수시설 등도 지원하고 있다. 수입사과에 맞서 국내 사과재배 환경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해마다 사업비를 책정해 농가에 지원한다. 또한 올해 문경읍 평천리에 과실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해 엘리트 생산자단체 육성으로 문경사과의 경쟁력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농·특산물 직거래 매출액 74억원 지난해 문경사과 등 농특산물 직거래 매출액이 74억1천500만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문경사과와 오미자가 인기를 끌면서 문경새재와 고속도로 휴게소 양방향에 설치한 농특산물직매장 매출액이 크게 늘었고, 문경사과축제 등 4개의 인기축제를 통한 직거래, 대도시 직판행사, 로컬푸드 꾸러미사업 등으로 농산물 직거래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문경새재에 설치한 농특산물 직판장은 지난해 매출액이 19억7천400만원으로 2015년 14억8천만원보다 33% 증가했으며, 신선농산물의 취급으로 입점 농가수가 크게 늘었다. 이는 문경시의 시설확장과 홍보·판촉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문경사과축제 등 각종 축제와 수도권 등에서 개최한 직거래 장터의 매출액도 46억원으로 증가했다.문경새재에서 개최한 문경사과축제에는 32만명이 다녀갔고 문경사과 25억원, 지역농산물 5억원 등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미자축제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시는 지난해 고속도로 상·하행선에 휴게소 규모로는 전국 최대의 문경시 로컬푸드 행복장터를 신축했고, 문경새재에 있는 농산물직판장도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새롭게 단장해 매출액이 2배 정도 증가했다.고윤환 문경시장은 “농산물 생산농가와 생산자단체, 시청, 관련기관의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품질 좋은 문경 농특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해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와 농업인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이어 “오는 4월 29일부터 시작되는 `문경 전통찻사발축제`에서도 다각적인 마케팅을 펼쳐 축제가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17-03-23

모로코에서 벽화를 그리고 싶다던 일본인 아카시

불가리아는 기자가 여행한 첫 번째 유럽국가다. 보통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의 서유럽을 즐겨 찾는 것과 달리 조금은 특별한 선택이었다.그래서였을까. 불가리아로 입국하기 하루 전 조그만 노트에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그간 살아온 아시아가 아닌 낯선 대륙을 향한다는 일종의 설렘 때문이었을 것이다.`불가리아 소피아로 가는 열차 출발시간이 1시간 50분쯤 남았다.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빨라서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거쳐 터키에 도착한지도 벌써 1개월이 넘어서고 있다.막상 떠나려고 마음먹고 보니 매일 보던 이스탄불의 석양이 유난히 슬프고 아름다워 보인다.이제 배낭을 정리해 숙소와 15분 거리인 시르케지(Sirkeci)역에서 기차를 타면 내일 낮 불가리아에 닿는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유럽이라는 다른 공간, 다른 인종, 다른 거리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생경함 때문일까? 기분이 묘하다. 이런 감정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지금 마음으론 기차를 타고 프랑스까지 쭉 올라가볼 생각인데, 그게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 ▲1980년대 한국의 시골풍경을 떠올리다 14시간이면 도착한다던 기차는 3~4시간을 연착해 오후 늦게서야 기자를 불가리아 소피아역에 내려놓았다.터키 이스탄불을 어젯밤 10시에 출발했으니 적지 않은 시간을 기차에 머물렀다. 그러나, 편안한 침대칸을 예약했고, 같은 칸에 머문 유쾌한 핀란드 아저씨 덕택에 여행은 지루하지 않았다.아침에 일어나 기차 창밖으로 내다본 불가리아의 풍경은 한국의 1970년대 혹은, 1980년대 시골과 닮아있었다.붉은색 기와를 소재로 만든 야트막한 집들과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 넓이를 가늠키 힘든 감자밭과 옥수수밭, 거기에 낡은 트랙터로 농사짓는 사람들까지.수도인 소피아도 규모로만 보자면 한국의 소읍(小邑) 수준이었다. 낡은 트램(노면전차)이 덜컹거리며 오가고, 사람들은 동구권에서 오래 살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소피아 근교엔 소비에트연방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공장이 창문이 깨지고 벽이 허물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불가리아 사람들은 이방인을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길로 그저 묵묵히 바라봤고, 아이들은 동양인을 신기해하며 힐끗거릴 뿐이었다.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가지고 `호스텔모스텔`이란 저렴한 숙소를 찾아갔다. 머물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백인이고, 동양인으로 보이는 건 기자를 포함해 3~4명에 불과했다. 일본 사내 하나, 중국계 미국인 여자 한 명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때 만난 서른두 살 일본인 아카시는 정말이지 독특하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아카시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자.도착하자마자 허기가 밀려왔다. 다행히 호스텔모스텔 근처에도 조그만 식당이 적지 않았다.눈에 띄는 식당 중 한 곳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갓 구운 빵과 오이냉국 비슷한 차가운 수프, 포크커틀릿처럼 생긴 고기튀김을 먹었는데 다 맛있었다.불가리아 이전 여행지였던 터키와 이란에선 국 비슷하게 생긴걸 구경도 못했는데….냉국에서 요구르트 맛이 나긴했지만 오랜만에 국물을 맛보니 피곤함이 사라지고 기분까지 좋아졌다.기자 또한 “국과 밥이 최고”라고 말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 모양이다.머물 곳으로 정한 호스텔모스텔도 마음에 들었다.하루에 1만원 가량인 숙박비에 비해 공동침실과 샤워실 등의 시설이 나쁘지 않았다.게다가 간단하게나마 아침과 저녁까지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어 여행경비를 아낄 수 있었다.시원한 해장국만은 못하지만 공짜로 먹는 것이니 치즈와 홍차, 소시지와 염장한 올리브로 차린 아침식사도 나쁘지 않았다.저녁에는 파스타와 맥주까지 넉넉하게 먹을 수 있으니 젊은 배낭여행자들이 모여드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끊임없이 지구를 떠돌고 싶은 사람을 만나다 앞서 말한 일본인 아카시를 다시 만난 건 소피아에 도착한 둘째 날 점심 무렵이었다.시내로 산책 나가보니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었다. 한국에서 먹던 탕수육과 짜장면 생각이 나서 얼른 들어갔다.거기에 아카시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앉아있었다.둘 다 혼자였기에 “합석하는 게 어떨까?”라고 먼저 제의했다.흔쾌히 “그럽시다”라고 응수하는 아카시.푸른 눈동자의 백인 주방장이 요리한 볶음밥과 중국식으로 양념한 돼지고기 튀김을 함께 먹었다. 곁들인 불가리아 맥주의 풍미가 좋았다.아카시는 18개월째 혼자서 아시아와 유럽을 여행 중이라고 했다.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아등바등 다녀 졸업해봐야 샐러리맨인데 그렇게 인생을 보내는 건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뒀다고 했다. 그 이후에는 잠시 일을 해서 돈이 좀 모이면 여행을 다니고, 돈이 떨어지면 일본으로 돌아가 다시 일자리를 찾는 과정을 반복해왔다며 깔깔거렸다. 그 웃음에 거짓이 없는 듯해 보기가 좋았다. 한없는 자유를 누리고 사는 것 같아 부럽기도 했다.죽이 맞은 우리는 낮술에 취해 한 나라의 수도답지 않게 고적하고 조용한 소피아를 함께 돌아다녔다.성 니콜라스 정교회를 지나 불가리아 국회의사당 앞에서 담배를 나눠 피웠고, 1천6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성 게오르기 교회에서는 인간의 유한함과 역사의 무한함을 떠올리기도 했다.이튿날 트램을 타고 교외로 나갔을 때는 조용한 공원에 앉아 서로의 첫사랑 이야기까지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각기 다른 `여행의 이유`가 있다.아카시 역시 그랬다. 그가 말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내가 태어난 별 지구를 끊임없이 떠돌고 싶다”고.아름다운 지중해가 펼쳐진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벽화를 그리고 싶다던 아카시의 꿈은 지금쯤 이뤄졌을까? 문득 궁금하다.불가리아는 요구르트보다 빵이 더 맛있다?새로운 볼거리가 곳곳에 있는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오랜 시간을 걷게 된다.육체적 에너지를 일상생활에서보다 많이 소모하게 된다는 이야기다.그래서일까? 배도 자주 고프다. 새롭게 만난 나라와 도시에 싸고 맛있는 음식이 흔하다면 그건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는 어떤 음식을 맛보면 좋을까? 아래는 소피아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맛본 불가리아 음식들이다.◇ 한국과는 달리 짭짤한 요구르트불가리아 사람들은 요구르트를 키셀로 믈랴코(Kiselo Mlyako)라고 부른다. 이를 한국말로 해석하면 `시큼한 우유`가 된다. 불가리아 요구르트는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유명하다. 자연환경이 유산균을 만드는데 최적화돼 있는 불가리아의 요구르트는 여러 나라에서 영양가 높은 음료로 인식돼 있다.그러나, `달콤한 요구르트`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짭짤한 맛이 나는 키셀로 믈랴코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기자의 경우엔 채 썬 오이를 요구르트에 듬뿍 넣어 일종의 수프처럼 만든 요리가 좋았다.◇ 큼직하고 저렴해서 더 맛있는 빵유럽은 지역마다 생산되는 밀의 품종이 다르다고 한다.그래서인지 밀을 주재료로 만드는 빵의 맛도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불가리아 사람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빵을 즐긴다.고급 제과점에서 먹는 비싼 빵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맛있다.하지만, 젊고 가난한 여행자들이 매번 그런 곳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는 없는 일. 다행히 불가리아는 길거리에서 파는 빵도 맛과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과일잼이나 크림이 든 커다란 불가리아 빵 하나면 허기가 금세 사라진다. 가격까지 싸서 금상첨화다.◇ 프랑스 와인만큼 향과 맛이 좋은 포도주불가리아인들은 기원전 6천년 경부터 포도를 먹었다고 전해진다.자연적으로 자라난 것이건 재배한 것이건 포도를 먹었다면 포도주 또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불가리아 포도주의 역사와 전통은 만만찮다. 유럽 사람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도주를 좋아하지만, 불가리아 와인도 이에 못지않게 높이 평가한다고 들었다.소피아의 슈퍼마켓에 들어가면 여러 종류의 불가리아 포도주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1병에 2유로(약 2천500원)짜리 포도주의 향과 맛이라곤 믿기기 않을 정도인 것들이 많다. 주당에겐 큰 즐거움이다.사진제공/류태규/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3-17

EBS와 연계가 중요… 유형별 개념 정리 신경써야

최근 전국에서 치러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는 지난 수능과 유사한 난이도를 보였지만, 국·수·영은 전반적으로 약간 높은 난이도를 보였다. 3월 모의고사의 국어는 전반적으로 까다로웠고, 수학은 체감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또 영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가 처음 적용됨에 따라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 올해 치러질 2017년 국·수·영 수능 학습 대책을 송원학원과 함께 살펴봤다. 국어 영역2018학년도 수능도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2017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의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상향됐기 때문에 2018학년도 수능 국어영역도 당연히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보고있다.특히 국어영역은 1교시라는 특수성으로 인한 심리적 난이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2017학년도 수능 이전에 실시된 3월 전국연합은 대체로 쉽게 출제됐지만, 이번에는 2017학년도 수능부터 어렵게 출제된 기조를 이어가고자 하는 출제기관의 의도가 반영돼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게 출제됐다.이런 기조는 앞으로 실시될 교육청 주관의 전국연합 평가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므로 복합 제시문과 긴 제시문, 문항 수가 많은 유형에 적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제시문 구성에도 흔들림 없는 개념과 독해, 그리고 문제 해결 방법을 익히자2017학년도 수능을 기점으로 독서 영역은 물론 문학 영역에서도 새로운 지문을 구성하고 그에 맞는 문제를 개발해 출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기존의 장르 복합 유형과 시대 복합이나 제제, 주제, 구성 등이 유사하거나 이질적인 제시문들이더라도 얼마든지 조합해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우선 철저하게 장르별 개념과 독해 방법을 숙지하고 이에 근거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어떤 새로운 구성이 제시되든, 아는 작품이든 아니든 간에 문학 작품 독해와 문제 풀이에 필요한 방법을 적용해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법을 철저하게 학습하고 어휘력을 향상시키자수능 국어영역에서 만점 또는 고득점을 받으려면 문법 문제와 어휘 문제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우선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시행 전까지 고전문법과 현대문법을 완벽하게 학습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세트형 문법 문항의 출제가 새로운 유형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충실히 하는 것이 좋다.문법은 짧은 기간 집중해서 노력하면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이다.현대문법의 기초부터 개념을 익히고 실력을 다지면서 고전문법 중에서 중세국어 분야를 탄탄하게 학습하도록 하자.아울러 어휘력은 쉽게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어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지금부터 수능까지 꾸준히 준비를 한다면 어휘력을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모르는 어휘가 나올 때마다 메모나 표시를 해 두고 매일 사전을 찾고 용례를 확인하면서 문맥에서의 쓰임을 파악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자.사전 찾기와 용례확인, 숙지와 반복, 문맥에서 어휘의 의미를 추리하고 파악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휘 능력은 물론 독해력과 문제 풀이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수학 영역가형은 풀이과정이 복잡하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풀어보는 자세를 가져야 사고력 문제 해결력이 높아진다.대체로 어려워하는 경우의 수 문제는 단순히 공식으로 풀려고 하지 말고, 단계별로 문제 상황에 맞춰 구분해 철저하게 따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나형은 상위권의 경우, 실제 수능에서는 21번, 30번 고난도 문제가 대체로 미적분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중위권 학생은 고난도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3월 교육청 모의고사보다 실제 수능에서는 다소 쉽게 출제될 수 있어 이번 시험 결과에 좌절하지 말고 기본 개념과 문제 풀이 학습을 하면 성적 향상이 가능하다.□ 모의고사에 출제된 유형별 개념들을 정리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3 모의고사는 매번 시험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나간 개념에 대해서는 복습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매번 시험을 볼 때마다 빈출되는 유형을 분석해 연계되는 개념들을 정확하게 정리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EBS 연계교재에 출제된 유형별 개념 정리하는 게 좋다.EBS 교재에서 수능의 70% 정도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한다.따라서 EBS 교재의 문항은 반드시 유형별로 정확하게 정리해 보아야 한다.하지만, EBS 연계 교재에서 연계출제 되더라도 똑같이 출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교재에 출제된 유형과 연관된 개념들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리해야 한다.그런 뒤에 시중교재에서 유사유형의 문제를 찾아 풀어봄으로써 EBS 연계교재에 출제된 유형에 익숙해져야 한다.시간이 허락된다면 전 단원 마지막 개념 및 유형도 정리하는 것이 좋다.보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잊게 된 개념 또는 유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따라서 처음부터 개념, 유형정리를 다시 하는 것이 유리하다.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1학기 내신이 남아있기 때문에 내신범위부터 시작하는 것이 올바르며 내신 이외의 범위는 6월 모의평가 전까지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또한, 한번 잊은 개념과 유형은 다시 잊게 될 가능성이 크므로 다시 정리할 때는 이러한 것들을 따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영어 영역전국연합 시험은 EBS 방송교재와 연계되지 않은 시험이며, 학년 초임을 고려해 쉬운 난이도로 출제됐으므로, 이번 시험을 결과로 자신의 진정한 등급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2018수능에서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한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어휘와 구문 실력을 바탕으로 글의 흐름과 주제, 요지 등을 파악하는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야만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상위권은 결국 빈칸과 쓰기 문제에서 승부가 결정되므로, 이 고난도 유형의 문제 풀이를 반복적으로 하면서 문제 풀이 기술을 늘려야 한다.1단계 목표로 6월 모의평가 1등급을 목표로 공부해야 한다.EBS 방송교재를 중심으로 공부하되, 비연계 문항을 대비하는 공부도 지속적으로 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절대평가로 전환됐지만, 출제 유형은 전년도와 같으므로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문제유형을 철저히 분석해 학습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80점대 학생들이 90점대로 점수를 올려 1등급을 받으려면 고난도 지문에 대한 반복학습을 통해 적응력을 높여야 하고 고난도 유형(빈칸추론, 어법, 어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70점대 학생들이 점수를 높여 2등급(80점) 이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휘 구문과 같은 기본기를 충실히 학습하고, 어려운 문제보다는 기본 문제를 중심으로 충실히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아울러, EBS와의 연계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EBS 연계 학습을 철저히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 도움말

201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