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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TK,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 활력 불어넣기에 총력 ”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유일하게 TK지역 단체장만 한국당이 그 자리를 지켜냈다. 앞으로 도정과 시정을 운영하는데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와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향후 도정과 시정 운영 방침, 중점 추진과제 등을 들어봤다. 일자리 창출·부농 건설·선진복지 실현 ‘안간힘’경북문화관광공사·농수축산업유통공사 설립20조원 규모 투자 유치로 10만개 일자리 창출▥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는 “준비된 현장도지사의 면모로 정면 승부, 경북전체에 활력을 불러 일으키겠다”고 향후 도정운영 철학을 밝혔다.그는 “도지사출정식에서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만큼 △일자리 넘치는 경제 △활기찬 부자농어촌 △따뜻한 이웃사촌 복지 라는 3대 목표 달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우선 ‘일자리 넘치는 경제’를 위해서 경북 역사 이래 최대 규모의 문화관광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라시대 이래 풍부한 역사문화자원, 화랑·선비·호국·새마을 4대 정신, 낙동강 및 백두대간 등 아름다운 자연, 블루오션 동해안 등을 활용해 문화관광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일자리를 쏟아내 경북 전체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이를 위해 경북도는 물론 23개 시군과 민간까지 함께 투자해 경북문화관광공사를 설립하고, 경북 전체가 유기적인 글로벌 문화관광 수용체계를 갖추도록 추진할 계획이다.산업경제 부문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존 산업단지 및 중소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각종 규제를 파괴해 실리콘밸리형의 창의적인 경제 생태계를 탄생시키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기업을 대상으로 20조원의 투자를 유치해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활기찬 부자농어촌’은 생산과 판매, 소득이 걱정 없고 인구가 늘어나는 농어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수기 등에 농촌에 일손이 부족할 때 노동력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와 23개 시군이 함께 경북농수축산업유통공사를 설립해 생산과 판매가 걱정 없는 농어촌을 만들겠다. 또 “농업이 ‘경제안보’의 공공적 성격을 가지는 만큼, 농업인 기본소득을 검토하고 월급제 등 소득 안정화 정책을 확대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령화 및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 도시 청년들을 농촌으로 직접 이주시키는 ‘농촌부활청년대’를 실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이웃사촌 복지’는 기존 복지정책과 다르게 정이 넘치는 공동체 복지를 지향한다. 복지 대상자에게 행정에서의 지원과 함께 이웃과 출향인의 지원을 묶어 패키지로 지원하고, 특히 이웃이 지원하는 만큼 도에서 함께 지원하는 매칭형 복지를 도입해 공동체 정신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돈만 나눠주는 사무적 복지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이 돕는 경북형 복지를 ‘이웃사촌 복지’ 브랜드로 정립하고, 국가의 복지정책이 가야할 방향을 경북에서 먼저 보여주겠다는 각오다.더불어 ‘동해안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 관문’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경북도 동부청사 설립, 동해안축 중심의 네트워크형 국가기간교통망 확충, 환동해권의 새로운 성장거점 ‘스마트 해양도시‘ 건설 등을 통해 국토균형발전에서 소외된 동해안을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저출산 극복을 위해 ‘행복 출산, 육아 천국’, 경북형 육아공동체 육성을 목표로 경상북도출산장려기금 조성, 행복경북카드 발급, 3째 이상 다자녀가정 대상 지원 확대, 신혼부부 대상 직주일체 지원, 경력단절 여성 육아휴직 후 재취업 지원 대책 강화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한 국토균형발전 기반’ 에 대한 철학도 밝혔다. 동해안고속철도, 동해안고속도로, 동서내륙철도 추진, 울릉공항 조기 건설 및 대구통합공항과 연계한 지역공항 활성화, 중부권 동서내륙철도, 남부내륙철도, 영일만 횡단대교 고속도로 건설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대구·경북협력부문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대구와는 ‘협력을 넘어 하나 된 대구경북 위상 확보’를 목표로 대구지하철 경북지역 연장 사업, 대구경북 공공부문 빅데이터 구축, 4차 산업혁명 선도형 ‘대구경북 창의인재’ 공동양성 등을 목표로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이어 ‘세계의 기업을 경북으로, 경북의 기업을 세계로’를 정책기조로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융합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선도 산업단지 혁신기반 강화, 성장주도산업 중심의 글로벌 부품소재산업 벨트 육성, 가속기기반 RD비즈니스 단지 조성,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연구개발지원체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안전하고 품격 있는 자속 가능한 경북’실현을 목표로 1시군 1개 지역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 지진 등 재해·재난 대응역량 강화, 생활안전망 구축, 청소년 친화도시 건설, 스마트 트래픽(Smart Traffic) 및 스마트 에코(Smart Eco) 기반 구축 등을 제시했다.행·재정부문에서 ‘도지사,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현장행정 실천’을 목표로 ‘경북을 하나의 나라처럼’ 자족형 지방분권 실현, ‘출근하지 마라’, 부르기도 전에 찾아가는 현장 행정, ‘클린(Clean) 경북 9.9 실현’으로 전국 최고의 ‘청렴 경북’ 을 실현 하겠다고 밝혔다. 자랑스런 대구 만들기 ‘희망프로젝트’ 본격 가동통합신공항 건설·동촌스마트시티 개발 등 추진미래형 車 선도도시 구축·물산업 허브市 육성도▥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재선시장으로서 ‘자랑스런 대구, 행복한 시민’을 내걸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무엇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공항후적지 동촌스마트시티 개발은 반드시 추진하겠습니다.”‘오로지 시민행복’이라는 정치철학으로 대구를 변화시켜 왔던 권영진 대구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며 민선2기 대구 성공시대를 완성하는 ‘대구 희망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그는 지난 4년전 대구시장에 취임한 후 대구 직할시 승격 36년만에 처음으로 현대로보틱스(주)와 롯데케미컬 등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비롯해 164개 기업, 4조 원 투자 유치, 고용 1만600명 등 창조적 에너지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어 ‘새로운 대구, 그 희망의 싹’을 틔웠다.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및 동촌스마트시티 본격 개발, 4차산업혁명의 선도도시 도약, 청년 희망도시 대구,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와 서대구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 등 민선 2기의 역점사업들의 성공적인 추진이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됐다.권 시장이 가장 역점적으로 추친할 프로젝트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및 동촌스마트시티의 본격적인 개발이다.대구공항 통합이전은 대구·경북 관문공항 및 남부권 경제 물류공항 건설을 통한 남부권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음 피해 및 재산권 침해를 해결하는 동시에 접근성 향상을 위한 공항철도 건설과 4차순환도로망 완전 개통, 조야~동명 광역도로 건설·광역도로 연결교통망 구축·중앙고속도로 확장 등으로 지역 경제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특히 대구공항 이전으로 인한 공항후적지와 금호강, 동촌유원지를 연계한 400만평을 친환경 수변개발을 통해 센텀시티를 능가하는 ‘동촌스마트시티’로 건설해 대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고도제한과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북구, 동구, 수성구 일원 1천만평의 도심을 새로운 도시계획으로 도시 재창조를 추진할 계획이다.권 시장은 “현재 대구공항은 청사, 계류장, 주차장밖에 없지만 이전하는 공항은 12만평을 확보해 1천만 수요의 터미널과 주차장, 계류장, 화물처리장 등 민간 공항 시설이 들어가게 된다. 특히, 장거리 항공물류 공항시설이 안되면 세계적인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며 대구통합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대구경제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 대구를 친환경 첨단산업으로 혁신해 4차산업혁명의 선도도시로 만든다.그동안 전기차 선도도시를 구상해 왔던 대구시의 계획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대구에서도 전기화물차 생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기화물차 생산 설비를 갖춘 (주)제인모터스가 최근 대구국가산업단지에서 신설공장을 준공해 1t 전기화물차 ‘칼마토’를 연간 3천대 이상 생산하는 등 자율주행차 등과 함께 미래형 자동차 선도도시를 구축한다. 또 달성국가산단 물산업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물산업 허브도시 육성, 로봇산업의 메카, 첨단의료산업 및 외국인 의료관광 10만 시대, 기계·부품산업 경쟁력 강화, 제2국가산업단지 조성 및 맞춤형 산업용지 공급 등을 통해 대구 산업 구조를 재편해 대구 경제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또 ‘행복하고 잘 사는 대구’를 만들기 위해 전통시장 등 상권활성화와 50개 골목경제권 조성, 자영업자·중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1조원 지원 및 일자리 지원센터 건립, 사회적경제 기업 발굴 육성 및 판로 지원 등 서민경제 부흥을 통해 청년·중년·노년 모두가 행복한 대구를 만들 계획이다.‘청년 희망도시 대구’ 시책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 4년간 청년정책을 펼쳐온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20~30대 청년인구 유출이 2014년 9천64명에 비해 37%(3천348명)가 감소하는 등 성과를 보여 민선 2기는 맞춤형 청년정책을 마련해 추진한다.생애이행단계별 맞춤형지원시스템인 대구형 청년보장제를 도입하고 청년창업자 발굴 육성, 청년창업펀드 확대, 청년고용실적 우수기업 인센티브 지급 등 청년창업 및 일자리를 지원하고 산학융합 오픈 캠퍼스 조성, 지역기업 맞춤형 인재양성 체계 구축 등 산·학·연·정 컨소시엄을 구축해 지역 청년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250만 대구시민을 상해보험에 가입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대구시는 연간 10억원의 예산으로 대구시민이 일상생활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 신체·경제적 피해를 지원하는 대구시민 안전보험 정책 용역을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아울러 서대구 고속철도역 및 복합환승센터 건립, 염색산업단지 재생사업 등 서대구 역세권 대개발 프로젝트 추진, 도시철도 역세권 용도지역 재지정, 칠곡, 성서 등 대구 도심공간 대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4년 동안 대구 도약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이제 힘차게 나아갈 일만 남았다”면서 “앞으로 4년 동안 꽃을 피우고 열매를 수확해 시민의 삶을 바꾸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이창훈기자myway@kbmaeil.com

2018-06-22

대구공항통합이전과 대구 미래

지난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구공항·K-2 군공항 통합이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권 시장은 14일 새벽 당선자 인터뷰에서도 “민간공항을 두고 군공항만 옮기자는 것에 단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찾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앞으로 4차혁명 시대에 소음피해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등 대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이러한 권 시장의 일성은 ‘대구공항통합이전’ 문제를 두고 선거 기간에 불거진 불협화음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경선에 참여한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과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후보는 ‘대구공항 존치’를 주장하며, 수성구와 동구 여론을 움직이기도 했었다. 경북매일신문은 창간을 맞아, 향후 ‘대구공항통합이전’ 문제를 재점검한다.권영진 시장“군공항만 이전은 불가능한 일통합이전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市,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 수립 등올해말까지 이전 문제 완료국방부8월 이전 부지 선정·계획 수립 공고신청 지자체 중 심의 거쳐12월께 최종 결정군위군 우보면·소보면 일대의성군 비안면 일대 후보지 물망권영진 시장 “흔들림없이 추진”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이 재입성에 성공하면서 ‘대구공항통합이전’의 문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공항통합이전’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대구시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관점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이를 의식한 듯, 권 시장은 지난 14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김해공항은 확장이 되더라도 항공 물류가 (되지 않아)남부권 공항이 되지 않는다. 통합대구공항은 김해, 광주공항이 할 수 없는 항공물류가 되는 남부권 공항으로 1천900만 영·호남 주민을 위한 것”이라며 “올해 연말 최종부지가 결정되면, 그 다음부터 달라진다”고 말했다.그는 “지금 대구공항은 청사, 계류장, 주차장밖에 없지만 이전하는 공항은 12만 평을 확보해 천만 수요의 터미널, 주차장, 계류장, 화물처리장 등 민간 공항 시설이 들어가는 것으로 대구·경북이 원하는 최적의 사업”이라면서 “통합 신공항을 만들어 놓으면 항공사가 오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공항정책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장거리 항공물류 공항시설이 안되면 죽었다 깨어나도 세계적인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특히, “이번 선거 결과로 심판을 받았다”면서 “제대로 안된다면 ‘대구시는 문닫아야(한다)’”라고 강조했다.대구공항통합이전, 왜 추진되나지난 1961년 4월 개항한 대구공항은 57년째 대구와 경북의 유일한 국제교류 중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경산과 영천 등 대구 인근 지역은 30분 이내이며, 경주와 포항 등에서는 90분 이내로 접근할 수 있어 영남권 거점공항으로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특히, 지난 2004년 KTX 개통 이후 100만 명도 되지 않는 이용객은 지난 2013년 108만 명에서 2016년 250만 명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또 지난 해에는 350만 명을 돌파했고, 2018년에는 여객 수용 한계치인 375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처럼 이용객이 늘어난 이유는 저비용항공사 취항, 국외노선 확대, 통행금지 시간(야간운행통제시간) 단축 등으로 항공 공급력이 늘어나면서 노선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처럼 이용객이 늘고 있는 대구공항의 이전을 왜 추진하는 걸까.가장 큰 문제는 도심에 위치한 K-2 군사기지 때문이다. 대구공항이 K-2의 활주로를 빌려 쓰고 있는 상태이며 수시로 활주로를 오르고 내리는 전투기의 소음으로 대구 동구와 북구지역의 주민 수십만 명이 수십 년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실제로 대구공항 이전 문제는 K-2 군공항 이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20일 대구 동구와 북구 피해주민을 주축으로 하는 ‘K-2 이전 주민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K-2 이전’을 선거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특히, 지난 2013년 4월 5일에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대구공항통합이전’ 문제가 현실적으로 대두된 것은 지난 2016년 7월 11일이다. 영남권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고 김해공항 확장이 발표되면서, 성난 지역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었던 정부는 ‘K-2,·대구공항통합이전’을 발표한다. 이에 대구시도 다음 날인 12일 최종 이전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가장 최근인 지난 3월 14일 국방부는 공항 후보지로 경북 군위군 우보면 일대와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일대를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국방부는 앞으로 공항 이전 후보지 2곳에 지원 계획을 세우고 공청회, 주민투표 등을 거쳐 옮길 곳을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이전 후보지인 의성군은 “이전 후보지 지원 계획을 대구시와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주민 기대를 충족하고 정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실제 지원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으며, 군위군은 “후보지 2곳 결정은 통합공항 이전과 관련한 논란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각 기관과 행정 협의 등으로 순조롭게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어떻게 추진되나‘대구공항통합이전’을 두고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던 찬반논란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으면서, 대구시는 올해 말까지 이전 문제를 완료하겠다는 복안이다.대구시의 향후 추진절차에 따르면, 국방부장관과 대구시장은 이전주변지역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군 공항 이전사업 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이르면 8월 국방부는 이전부지 선정을 위해 이전부지 선정계획을 수립 및 공고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전후보지 지자체장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하게 되며, 이전후보지의 지자체장은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한 유치 신청을 해야 한다.모든 절차를 거친 이전부지 선정은 이르면 올해 12월 결정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유치신청을 한 지자체 중에서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전부지를 최종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이전사업 시행(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은 국방부와 대구시, 이전 대상 지자체 등이 논의하게 된다.다만, 대구시가 ‘대구공항통합이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CBS대구방송과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월 2일 발표한 여론조사(성인 남녀 1천631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4%p,응답률은 4.7%)에 따르면, “대구공항통합이전이 공론화를 거쳤느냐”는 질문에 과반을 넘는 55.2%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반면, “공론화 과정­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9%였다.또 공항 이전 방안과 관련, “군공항만 이전해야 한다”는 응답이 40.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민간공항과 군공항 모두 이전해야 한다”는 응답은 27.2%였으며, “공항 이전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12.5%였다.대구공항통합이전 이후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6년 말 ‘대구공항통합이전’ 이후를 조사한 결과, 대구·경북의 생산유발 효과는 12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었다. 또 5조5천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예상되고 12만 명의 취업유발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연구를 맡은 한국교통연구원은 “여러 분석모형 중 현실가능성, 공신력, 활용성이 높은 다지역산업연관표분석모형(MRIO)을 활용해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정량적인 파급효과를 공항 건설단계와 운영단계(건설 후 30년간)로 나누어 산출했다”며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역사회 변화형태, 소음 및 고도제한에 따른 영향 등은 별도로 제시했다”고 밝혔다.특히, 대구는 종전부지 개발사업(5년, 6천363억원) 시행에 따라 약 8천억원의 생산유발, 3천억원의 부가가치유발, 6천여 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예상됐다. 경북은 통합신공항 건설공사(6년, 5조2천625억원)와 주변지역 지원사업 토목·건설공사(6년, 1천393억원) 시행에 따라, 약 7조5천억원의 생산유발과 2조7천억원의 부가가치유발, 5만3천여 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뿐만 아니다. ‘대구공항통합이전’은 접근성을 위한 새로운 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의 필요성을 유발시킨다. 중앙고속도로를 활용한 공항도로는 물론 서대구KTX를 중심으로 하는 공항철도의 건설도 기대할 수 있다.대구 정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공항이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야기하기에는 이르지만, 접근성 개선을 위한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 주변개발 등이 대구와 경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18-06-22

포항 ‘잃어버린 10년’… 도시재생 총력 쏟아 새 돌파구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철강산업에 직격탄을 날린 2009년 이후 철강도시 포항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포항지역 정치인, 지식인, 상공인 등은 머리를 맞대고 위기에 빠진 도시를 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철강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도,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도, 통하지 않았다. 반복된 실패가 이어지고 있던 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은 또 한 번 시련을 맞이했다. 지진이라는 예고없이 다가온 재난으로 도시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다행히 목숨을 잃은 시민은 한 명도 없었지만,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여진이 이어지면서 포항시민들은 역사상 가장 추운 겨울을 보냈다.봄이 오고 지진도 잦아들었다. 지난 3월 31일 새벽, 100번째 여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여진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포항시는 지진으로 흔들렸던 마음을 부여잡고 도시재건을 향한 채비를 마쳤다.구도심인 중앙동 일원과 지진 최대피해지역인 흥해읍이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에 나란히 포함된 것이 강력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본지는 창간 28주년을 기념해 포항시와 시민들이 함께 그리는 포항의 새로운 지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포항 지도가 바뀐다□ 10년 넘게 침체된 포항 ‘시내’, 도시재생이 유일한 돌파구“시내 우체국 앞에서 12시에 만나자.”휴대전화나 무선호출기(일명 ‘삐삐’)가 없던 시절, 포항의 젊은 청년들이 약속장소를 정할 때 주로 나눴던 대화다.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포항의 번화가는 흔히 ‘시내’라고 불린 중앙상가, 불종로 일원이 유일했다.포항 ‘시내’(이하 구도심)는 주말과 휴일이면 친구, 연인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젊은 청년들로 가득했다.그런데 2000년대 들어 구도심을 찾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지난 2006년 구도심과 인접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던 포항시청이 대이동으로 신축·이전하고 2010년대를 전후해 ‘쌍용사거리’, ‘영일대해수욕장(당시 북부해수욕장)’, ‘양덕’, ‘문덕’ 등 부도심에 자리잡은 번화가가 성장한 것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올라가기는 힘들어도 내려가기는 어렵지 않다.쇠퇴기를 맞은 구도심은 순식간에 생기를 잃었다.찾는 사람이 줄어들며 자연스레 상권은 위축됐다.빈 점포는 늘어났지만 대부분 수개월, 수년이 흘러도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한 채 ‘점포임대’현수막 만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포항 중앙상가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매년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중앙상가는 경기회복을 위한 동력자체가 사라진 상태라 암담한 상황이다”며 “포항시에서 중앙상가를 중심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여기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 문화와 청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11·15 지진’이 발생한 지 1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4일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포항시를 포함한 전국 68곳을 2017년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대상지로 의결했다.공공기관(LH) 제안 사업으로 포함된 포항시 북구 중앙동 일원은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일반근린형, 주거지지원형, 우리동네살리기 등 정부가 구분한 5개 사업유형 중 중심시가지형에 포함됐다.여기에 사업지당 30억원씩을 추가 지원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스마트시티형에도 부산 사하, 인천 부평, 세종 조치원, 경기 남양주 등 4곳과 함께 선정됐다.포항시는 이번 도심재생 뉴딜 시범사업 선정을 바탕으로 중앙동 일원의 쇠퇴한 구도심을 되살리고 일대를 새로운 청년·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새로운 도시 재창조의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이번 도심재생 뉴딜 시범사업 선정을 바탕으로 중앙동 일원의 쇠퇴한 구도심을 되살리고 일대를 새로운 청년·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새로운 도시 재창조의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총사업비 1천442억이 투입되는 중앙동 도심재생사업은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 현 북구청 부지, 육거리 및 중앙상가 등을 문화예술허브와 청년창업허브 2개 거점으로 나눠 추진된다.먼저 문화예술허브는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집중적으로 추진된다.포항시는 지난해 2월 중앙초가 우현동으로 이전하면서 같은해 6월 교육청으로부터 이곳 부지를 모두 매입했다.이렇게 확보된 1만8천729㎡에는 △문화예술팩토리(58억원) △주차장(71억원) △북구청 신축건물(108억원) △버스환승장소(5억원) △시청어린이집(50억원) △공공임대주택(120억원) 등이 들어선다.문화예술팩토리는 연면적 1천600㎡에 문화예술인력을 양성하고 창작공동작업이 가능한 공간이 조성된다.이 공간이 마련되면 포항지역 문화예술인 1천100여명이 개인작업에서부터 전시 및 판매, 상호 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지진으로 사실상 건물사용이 불가능하게 된 북구청은 오는 2020년 이전을 목표로 연면적 4천700㎡ 규모로 건립돼 북구지역 주민들에게 민원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아울러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립하는 공공임대주택 120세대와 인근 지역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300면 규모 주차장도 들어설 전망이다.청년창업허브는 옛 북구청 부지, 육거리, 중앙상가 등이 포함됐다.북구청(면적 6천942㎡)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청년창업 플랫폼(27억원) △청소년문화의집(60억원) △환동해 메이커스페이스(43억원) △스마트복합문화광장 및 주차장(46억원) 등이 조성된다.청년창업 플랫폼은 청년들의 기술창업(ICT, 핀테크 등) 특화지원과 청년창업 인큐베이팅 및 지원프로그램 운영 등을 담당하게 된다.청소년문화의집은 진로상담과 토론실, 공연실 등을 제공하는 청소년 아지트 역할을 수행한다.환동해 메이커스페이스는 3D프린트 등 공영장비를 지원하는 시제품 제작 공간과 사무실, 카페 등을 제공한다.육거리 일원을 대상으로는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이 준비돼 있다.8억3천만원이 투입돼 육거리 차량통행 및 보행자들의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한 스마트교차로가 조성된다.이밖에 중앙상가 실개천에 청춘 공영임대상가(16억6천만원), 꿈틀로 일원에 예술문화 창업로(12억9천만원), 중앙동 전체에 스마트시티 조성(50억원) 등이 이뤄진다.포항시는 오는 7월 중에 사업이 착공될 수 있도록 지난 8일 국토부에 신청한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승인절차를 7월 이내에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 포항시와 흥해주민이 함께 그리는 새지도중앙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발표 1주일 전인 지난해 12월 7일, 정부는 제19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포항 흥해읍을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했다.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흥해읍 지역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에 포함시켜 재해복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조치였다.현행법에 특별재생지역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 신설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했다.이에 따라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정재 의원은 이듬해 1월 19일 도시재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2개월여 만인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흥해 특별재생지역은 법적 근거를 얻었다.그동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진 등 대규모 재난에 대한 대응 시스템은 단순히 복구 보조금을 지급하는 ‘긴급복구’ 위주라 기존의 도시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다.법 개정으로 앞으로 단일면적 기준 100만 ㎡ 이하의 범위에서 합계 피해 금액이 100억원을 넘으면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된다.피해항목별 피해금액 기준은 각각 기반시설 20억원 이상과 주택 60억원 이상이다.이 기준을 충족한 흥해읍은 최초의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돼 주택과 도시재생기반시설의 정비와 공급은 물론 피해주민의 심리적 안정대책, 지역거점 육성 대책 등의 특별재생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포항시는 총 6천50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우선 지진피해지역 중 피해가 심각한 주택가를 중심으로 전체 사업비 중 절반이 넘는 3천8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3천억원은 주택 및 공동주택단지를 포함한 사업성이 있는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800억원은 사업성이 부족한 나홀로아파트 등 재건축지역에 투입한다.또 공공편의시설 조성, 소규모주택 정비, 상가리모델링 지원, 지역명소화 사업 등 주거복지실현 도시재생뉴딜사업에 870억원, 소파 및 노후불량 주택 내진보강 사업에 330억원이 책정됐다.아울러 1천억원의 사업비로 30만㎡ 부지에 연면적 1만3천㎡규모로 국립 지진안전교육장을 건립하고 300억원을 투입해 지역 6곳에 다목적 재난 대피시설을 설치한다.지역 내 주요 지점에 지진감시센터 설치와 재난 위험지도 구축, IoT(사물인터넷) 활용 위험예측, 감지, 컨트롤, 분석 등 지진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스마트 안전도시 건설에도 200억원이 들어간다.포항시는 이같은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시에 따르면 지진발생 당시 흥해지역 내 공동주택 130단지 중 재건축이 필요한 노후·불량 공동주택은 115단지(88%)였다.포항시가 지난 3월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민들은 주거안정 부분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으며 대다수가 재개발·재건축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포항시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황과 주민분담금을 낮추기 위해 국가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지역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또한 사업추진시 재산세, 취·등록세, 상·하수도 원인자부담금 감면을 검토하고 있다.포항시는 주민 의견도 적극 수렴하고 있다.우선 ‘주민참여컨설팅단’에 소속된 도시재생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주민들과 만나 마을 부흥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흥해’를 설계한다.또 한동대나 포항대, 선린대 등 지역 대학생들의 집합체인 ‘특별재생 영아이디어 발굴단’을 통해 대학생들이 보고 느낀 아이디어를 수집해 도시계획에 반영한다.아울러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하고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주민 대표모임인 ‘흥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를 지난 5월 24명 규모로 구성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강진으로 흔들린 지반과 노후주택 복구 및 내진보강, 재개발과 재건축을 포함한 모든 사업은 주민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시민공감대 속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박동혁기자phil@kbmaeil.com

2018-06-22

영천에서 솟아난 노계의 예술혼 조선의 가사문학을 꽃 피우다

고만고만 야트막한 봉우리 사이에서 우뚝한 준봉(峻峯)과 같은 문학적 성취를 이뤘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안타까운 예술가가 한 명 있다. 경북 영천 출신의 그는 송강 정철(1536~1593)과는 ‘조선 가사문학(歌辭文學·시가의 한 장르로 고려 말에 생겨났고 조선 사대부가 확고한 문학양식으로 자리매김 시킴)의 쌍벽’으로, 여기에 한 사람을 더해 고산 윤선도(1587∼1671)가 합쳐지면 요즘 말로 ‘가사문학의 트로이카’로 거명되기도 한다.일본의 침략으로 나라와 백성의 운명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섰을 때는 칼을 든 무신(武臣)으로, 벼슬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인간과 자연, 더불어 세상의 이치와 순리까지를 문학 속에 담아낸 선비로 살았던 사람. 그는 누구일까?답을 미리 알려주면 글 읽는 재미가 사라진다.그러니 이름은 숨긴 채 먼저 그의 생애를 간략하게 살펴보자.글 싣는 순서1. 노계 박인로의 생애와 예술세계2. 노계문학관, 가사문학의 이정표 세우다문·무 겸비한 시대의 예술가임진왜란 의병 참전 ‘원종공신’전쟁 중에도 ‘태평사’ 등 가사 지어‘노계가’는 76세에 짓기도영천시, 박인로 문학세계 복원 위해춘향제·공연 등 다양한 노력 ◆ 열세 살에 한시 쓴 천재… 서른아홉에 무과 급제1561년 영천시 북안면 도천리에서 박씨 성을 가진 한 아이가 태어난다. 집안은 가난했으나 그 가난에 주눅 들지 않고 총명한 소년으로 자랐다. 겨우 열세 살에 칠언절구 한시 ‘대승음(戴勝吟)’을 지어 동네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당시의 풍습에 따라 일찍 결혼해 아들을 낳았고, 책을 읽는 것은 물론 무예 수련에도 게으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30대 청년이었던 그는 분연히 떨쳐 일어나 의병으로 참전한다. 적지 않은 무공을 세웠고 원종공신이 된다. 이어 경상좌도병사의 참모로도 종군한다.화살이 날아드는 전쟁의 와중에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는 1598년 조선 수군(水軍)을 위로하는 가사 ‘태평사(太平詞)’를 짓기도 했다.서른아홉이 되던 이듬해엔 무과에 급제해 수문장과 선전관 등을 지냈다. 마흔한 살에는 우리에게 ‘한음’이란 호로 친숙한 이덕형(1561∼1613)과 평생을 이어질 교류를 시작한다.40대 중반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로 나아가자는 내용을 담은 절창 ‘선상탄(船上歎)’을 쓴 그는 쉰두 살에 ‘조라포 만호’ 벼슬을 마지막으로 관직을 떠나 고향으로 표표히 돌아간다. ◆ 여든둘 세상을 뜨는 날까지 ‘예술을 향한 정열’ 멈추지 않아영천으로 돌아와서는 옛 성인과 현인들의 책을 읽고 그들의 뜻을 마음 깊숙이 새기는 일을 지속했다. 그가 꿈에서 주공(周公·중국 주나라 시대의 정치사상가)을 만나 받았다는 네 글자 ‘성·경·충·효(誠敬忠孝)’. 그는 죽음을 맞을 때까지 이 글자들이 품은 의미를 잊지 않았다고 한다.초야에 묻혀 지냈으나 그의 품성과 문학적 기량을 알아본 인근 벼슬아치들은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면 그를 초청해 시조 한 수를 청하는 낭만적인 풍경도 연출했다.50대에는 ‘독락당’ ‘소유정가’ 등을 지었고, 회갑을 넘겨서도 예술적 정열을 그대로 간직하며 ‘입암이십구곡’과 ‘영남가’ 등을 지었다.‘권주가’와 ‘상사가’는 나이 일흔을 넘겨 쓴 것들이고, 가사문학 연구자들이 “보기 드문 놀라운 성취”라고 이야기하는 ‘노계가(盧溪歌)’는 자그마치 일흔여섯에 지은 것이다.16세기 중후반에 태어나 17세기 중반까지 살았던 그는 당시로선 드물게 여든두 살까지 장수하기도 했다.자, 이제 ‘그’의 이름을 밝힐 때가 됐다. 본관은 밀양, 자는 덕옹(德翁), 호는 노계(蘆溪). 바로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박인로(朴仁老·1561~1642)다.아직도 이 이름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아래 시조를 읽어보자. 중·고교 시절을 지나온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조홍시가(早紅枾歌)’의 첫머리다.한음 이덕형으로부터 조홍감(다른 감보다 일찍 익는 홍시)을 선물 받고는 그걸 가져다줘도 반길 부모가 돌아가시고 없음을 서러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은 즉 하다마는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 ‘노계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박인로의 인품과 학덕박인로는 생전에 시조 67수와 가사 11편, 그리고 다수의 한시를 남겼다. 1831년 목판본으로 출간된 ‘노계집(盧溪集)’에 작품의 대부분이 실렸지만 안타깝게도 소실된 것 역시 적지 않았다.이런 현실을 감안해 지난해 ‘신역(新譯·새로 번역한) 노계집’의 출간을 주도한 (사)노계박인로기념사업회. 사업회는 발간사를 통해 박인로의 삶과 예술세계를 아래와 같이 요약하고 있다.“노계는 전쟁에서의 공과 학덕, 문학적 역량을 숨기고 평생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를 경모하는 사람은 당대에만 그치지 않았다. 작고한 지 60여 년이 지난 1707년 노계의 학문과 덕행을 흠모하던 유생들이 도천리에 도계사(道溪祠)를 세웠으며, 그 후 노계를 우러르는 향불을 꺼뜨리지 않았다.”이 책은 박인로의 됨됨이에 대해서도 짧지만 명료하게 언급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문장을 통해서다.“노계의 인품은 그가 교유한 인물을 봐도 알 수 있다. 한음 이덕형과는 동갑으로 교분이 두터웠고, 한강 정구, 여헌 장현광, 지산 조호익 등 당대의 유학자들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했고, 그들은 노계를 허여(許與·마음으로 허락하여 칭찬함)하였다.”노계박인로기념사업회는 “노계의 문학은 바로 노계가 발붙였던 곳의 문학이고, 현실의 문학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 영천시, 노계 박인로의 ‘예술혼 복원’에 힘 쏟다노계의 고향 영천시는 현실에 기반해 안빈낙도(安貧樂道)와 충효사상을 빼어난 가사와 시조 속에 담아냈던 박인로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뜨거운 예술혼을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그간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지난해 봄에는 ‘2017 영천, 춤으로 물들이다’ 공연을 통해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였던 박인로의 문학세계와 예술혼을 창작무용으로 형상화해 무대에 올렸고, 노계의 작품 ‘태평사’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댄스 퍼포먼스도 펼쳤다. 한국 전통춤의 매력을 박인로의 문학예술과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려 한 시도였다.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엔 영천 지역 유림 등이 참석해 ‘노계 박인로 선생 춘향제’를 봉행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봉진례, 전폐례, 초헌례를 진행하며 용맹한 무신이자 뛰어난 시인이었던 박인로를 추모했다.이날 자리를 함께 한 영천 시민과 유림들은 박인로를 떠올리며 “임진왜란 때엔 위기에 빠진 국가를 위해 칼을 들었고, 영천으로 돌아와서는 먹 갈아 붓을 들어 수백 년을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명문을 쓴 문무겸비(文武兼備)의 선비”라고 입을 모았다.앞서 언급된 여러 사업들에 이어 노계 박인로와 관련된 가장 주목할 만한 기념사업이 현재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오는 26일 개관식을 열고 방문객을 맞을 예정인 ‘노계문학관’과 향후 영천시와 노계박인로기념사업회 등이 힘을 모아 추진할 ‘노계문학공원 조성사업’이 바로 그것이다.지역에서 출생하고 성장해 큰 업적을 남긴 문화인물의 예술혼을 복원시키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영천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6-21

4차 산업혁명시대 이끌 밑거름 ‘차곡차곡’ 쌓는다

인공지능, SW, 사물인넷,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ICT기술’은 기존 산업이나 각종 신기술과 융합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각종 우리나라의 최첨단 ICT서비스를 제공해 세계 각국의 선수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특히 농작물의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재배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팜도 농업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등 ICT산업은 이미 우리 일상과 함께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등 ICT산업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변화에 주목한 포항시는 미래의 고부가가치 신성장산업의 발전을 위한 ICT융복합산업을 육성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경북SW융합진흥센터’ 개소, SW산업 플랫폼 역할 톡톡포항·경주·경산·영천·구미·칠곡 등 하나의 벨트로 이어2021년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등 40개업체 입주 예정인첨단기술사업화센터, 연매출 1천억 ·일자리 창출효과 기대 □ SW융합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신산업 육성‘2016 SW산업 연간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SW시장 규모는 2016년 1조 966억달러 규모이며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4.6%씩 성장해 1조 3천114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SW산업은 생산 및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업종이다. 생산적 측면에서 SW산업 자체뿐만 아니라, SW를 이용해 생산물을 제조하는 관련 타 산업에 미치는 효과로 볼 때,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다.고용적 측면에서도 제조업 평균보다 1.7배 높게 나타나 자리 창출 정책에서 SW산업의 역할과 중요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시는 이러한 SW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SW를 활용한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역에 특화된 산업을 연결하고 지원하기 위해 ‘SW 융합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SW 융합클러스터’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함께 모여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 협업을 통해 신제품 개발 등 RD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지역별 특화된 산업에 SW기술이 결합돼 새로운 기술개발과 창업 및 고용 창출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자생적인 ‘소프트웨어 융합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13년부터 8개 지역에 ‘SW융합클러스터’를 구축해 오고 있다. 이들 클러스터는 지역 산업에 특화된 SW융합 RD 역량 강화, 스타트업 창업 지원 및 SW 인재양성을 위한 다각적인 사업과 프로그램을 수행한다.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 2015년에 포항테크노파크에서 경북SW융합진흥센터 개소식을 갖고 경북도내 타 도시와의 협력을 통해 SW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센터는 오는 2020년까지 포항, 경주, 경산, 영천, 구미, 칠곡 지역을 하나의 벨트로 이어 SW강소기업 50개 육성, SW융합기업 500개, SW융합 핵심기술 100개 개발을 하여 수출 1조원, 5천명의 일자리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ICBM 기반의 ‘커넥티드카’기업육성을 목표로 한다. ICBM은 △IoT △Cloud △BigData △Mobile의 약자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시스템, 빅데이터, 모바일 등 정보통신 분야를 집적해 커넥티드카 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다.커넥티드카는 정보통신기술과 자동차를 연결시킨 것으로 양방향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가 가능한 미래형 차량으로, 일종의 도로 위를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인 셈이다.현대기아차도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할 미래 커넥티드카 전략을 공개하는데 이어, 핵심플랫폼 기술인 차량용 운영체제 개발에 착수하며 미래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포항시 관계자는 “지역 내 RD 역량을 활용해 지역 산업과 SW와의 융합분야를 발굴, 자생적 SW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첨단기술사업화센터 및 포항TP 제5벤처동 건립포항시는 2021년까지 나노융합기술원 옆 부지에 5층 건물규모로 첨단 스마트소재 개발과 제품화 지원시설, 클린룸, KOLAS센터, 국내외 기업 입주공간으로 구성된 첨단기술사업화센터를 구축한다.센터에는 대기업이 지원하는 300억원 규모의 첨단장비도 설치돼 기업 연구개발에 활용될 계획이다.지난해 4월 과기부의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사업에 선정된 유럽 최대의 실용화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도 입주할 예정이다. 40개 업체가 입주할 기업 입주공간에는 74개 업체가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센터가 건립되면 이들 입주 기업의 연간 1천억원 매출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또한 시는 ICT/SW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포항TP 부지에 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2019년 준공을 목표로 제5벤처동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80여개 관련 기업이 입주의향을 보였다. 제5벤처동이 건립되면 지멘스헬스케어 등 글로벌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입주해 지역 ICT산업 발전의 기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지멘스헬스케어도 2020년까지 300억원을 투자해 현재 280명 정도 규모인 포항 사업부 인력을 430여 명으로 확대하고, 사업 확장에 따른 신규인력 고용으로 양질의 지역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항 사업장은 여성 근로자 비율이 절반에 달해 여성 일자리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한국은행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멘스헬스케어가 포항에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생산유발효과 48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328억원, 세수유발효과 26억원 등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연간 83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포항시 관계자는 “첨단기술사업화센터와 제5벤처동 건립으로 글로벌 ICT기업과 SW, 벤처기업을 유치하여 지역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지역 신성장산업 활성화, 지역경제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의ㆍ융합형 인재 육성도 필요미래에는 과학기술 등 특정 분야의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포스텍은 ICT명품인재양성사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마인드를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스마트폰의 개념을 만들어낸 美 MIT 미디어랩처럼 세계를 흔들 기술개발을 목표로, 과학기술과 인문학 상상력을 융합한 인재를 키운다는 것이다.한동대학교도 정부공모사업인 SW중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돼 SW중심사회를 선도할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초중고교에 SW교육지원 외에도 지역 기업에 대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분야의 기술적 지원, 산학공동연구 과제 수행으로 중소기업의 기술 애로사항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시는 우수한 RBD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신성장산업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으며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시대적 트렌드가 지역성장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끝

2018-06-21

“과분한 사랑 깊이 간직하며 시민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3선의 시장을 지낸 박보생 김천시장이 이달 말 49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다.일반산업단지 102만평 추진, 일자리창출 4천100개, 경제효과 2조8천억원, 계분공장 폐쇄, 삼애원 이주민 양로주택건립, 화장장 이전 및 종합장사시설 건립, 신음공원 조성, 국도대체우회도로, 시청-혁신도시 간 도로신설 등이 박 시장이 12년간 김천시장을 역임하면서 이룬 대표적인 성과들이다. 근면, 성실이 몸에 붙어 잠시도 쉴 줄 모르는 박 시장은 퇴임을 앞두고도 여전히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박 시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9급 공무원서 출발해 3선 시장 ‘관록’‘하수정비사업’ 인한 환경 개선 큰 보람“수해에 안전한 도시 마무리 못해 아쉬워”“현실에 안주 말고 항상 미래 생각해야”- 49년의 공직생활 마감을 앞둔 심경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시장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지금도 최선을 다해 업무를 보고 있다. 퇴임은 오는 28일쯤 할 생각이다. 새로 부임하는 시장님이 정리정돈을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조금 일찍 퇴임하려한다. 49년의 공직을 마감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먹먹해 지기도 한다. 김천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을텐데△ 당시 이철우 국회의원이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저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출마를 권고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초단체장이 보궐선거에 나가기 위해서는 선거 40일 전에 사퇴해야 하는데 당의 방침으로 인해 이철우 국회의원이 사퇴를 하지 못하면서 저도 출마를 하지 못하게 됐다. 또 이철우 의원과 협조해 지역을 잘 이끌어 왔는데 보궐선거 문제로 협조체제가 문제가 생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아쉬운 점은 있다. 지방행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오면서 잘못된 제도나 법이 너무 많다는 것을 실감해왔다. 그런 점들을 고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루 빨리 고쳐지길 바랄 뿐이다.- 지방자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한 마디로 실질적인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공단을 조성하기 위한 허가를 받는데 56군데의 결재 과정을 거쳐야 착공을 할 수 있었다. 그 기간이 무려 2년 반이나 걸렸다. 이런 복잡하고 필요하지 않은 제도는 바꿔 지자체가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말로만 중앙권한을 지방에 이양한다고 떠들게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하루라도 빨리 이양해야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하는데 이런 불필요한 규제와 제도로 인해 지방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재임 기간 중 가장 보람된 일이 있다면△ 가장 보람된 일을 꼽으라면 하수정비사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사업으로 인해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업비가 4천300억원 정도 들었는데 그 사업으로 인해 시민분들이 여름철 모기가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사실 하수정비사업이 눈에 띄는 사업은 아니지만 각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오폐수를 한 곳에 모아 정화해서 1급수로 만들어 배출하는 것으로, 그 사업으로 인해 가정집과 음식점 등에 정화조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큰 음식점의 경우 정화조 설치비용만 해도 5∼6천만원 정도인데 이 사업으로 인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사실 아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김천시를 수해로부터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2년 태풍 삼바로 인해 황금동 일대가 물에 잠겨 큰 피해를 입었었다. 그때 한 할머니 댁을 방문한 적인 있는데 겨울 난방용으로 구입한 연탄 500장이 그대로 녹아내린 것을 봤다. 망연자실해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김천시를 수해로부터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퇴임하게 된 것이 가장 아쉽다. 그래도 수해 예방을 위해 1조2천억원을 마련해 부항댐으로부터 감천내의 퇴적토를 제거하고, 구미시와의 경계지역인 배시내의 퇴적토도 제거했다. 또 감천의 약한 제방을 보수하고, 황금동에 배수펌프 2개, 평화동 1개 등 총 6개를 설치해 수해를 예방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하야로비공원, 시청에서 혁신도시까지의 도로 확충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혁신도시로 인해 원도심이 쇠퇴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천혁신도시는 2016년 6월 농림축산검역본부 이전을 마지막으로 12개 공공기관 5천600여명의 임직원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신도시로 거듭났다. 총 380㎡의 규모를 자랑하는 김천혁신도시는 머지않아 2만7천여명을 수용하는 자족도시로의 발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을 통해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한 김천은 이제 혁신도시와 원도심 간의 균형개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도심이 쇠퇴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혁신도시에는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등 변화된 모습이 눈에 띄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천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김천혁신도시지원단을 균형개발사업단으로 부서 명칭을 변경하고 원도심재생계를 신설했다. 이 결과 전국에서 유일하게 5년내 330억원이 투입되는 국토교통부 원도심 재생분야 3대 공모사업인 ‘도시재생사업’, ‘새뜰마을사업’, ‘도시활력증지지역 개발사업’에 선정됐다. 김천시는 혁신도시와 원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보생 김천시장.-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시장 재임중에도 이른 새벽에 나가 일했던 농사 일을 계속할 방침이다. 농사를 짓는게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나의 좌우명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되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이다. 그 좌우명을 계속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봉사단체를 만들어 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 한 달에 두번 정도 진정성 있는 봉사활동을 하며 그동안 시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한다면.△ 그동안 저에게 보낸주신 성원을 잊지 않겠다. 너무 과분한 사랑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앞으로 새로운 시장에게도 많은 사랑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김천의 발전을 위한 일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김천 발전을 위한 대의에 시민들의 뜻을 모아주시길 바란다. 이젠 저도 평범한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가지만, 시민들이 보내 주신 사랑 잊지 않고 지역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김천/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06-21

1천명 넘게 모인 관객… 음악소리 말고는 잡음 하나 없어

# 장면 1.2018년 5월 31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쇤브룬 궁전에서 비엔나 필하모닉 교향악단 (Vienna Philharmoniker)의 야외 연주회가 열렸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1717~1780)가 애지중지한 아름다운 그곳에서 시민들을 위한 무료 음악회가 펼쳐진 것. 연주회 시작 3~4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비엔나의 그날 날씨는 한국의 8월처럼 무더웠다. 그럼에도 연주회장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 중 짜증난 표정을 짓는 이는 없었다. 백발의 노신사부터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열 살 남짓 아이까지 마찬가지. 고등학생 손자와 쇤브룬 궁전을 찾은 루드비히(71)씨는 “나 역시 어린 시절엔 아버지와 함께 비엔나 교향악단 연주회를 찾곤 했다”며 “좋은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두어 시간쯤 기다리는 건 아무렇지 않다”며 유쾌하게 웃었다.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에 의지해 음악회를 찾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 다수의 관객들은 그들을 배려하는 것에 익숙해 보였다. 최소한 비엔나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만큼은 장애인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 장면 2.2011년 7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비엔나 시청 건물에 수십m의 거대한 영사막이 드리워졌다.거기선 녹화된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1813~1901)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가 상영됐다.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야외 객석엔 1천 명이 넘는 관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관객석은 물밑처럼 고요했다. 끼리끼리 떠들거나 깔깔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놀라웠다. 다들 화면에 빨려 들어갈 정도로 오페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비엔나 시민 모두는 공연장에서 지켜야 할 매너를 혹독하게 교육이라도 받는 걸까? 실내와 야외를 구별하지 않는다. 문화공연과 예술가를 대하는 비엔나 관객의 태도는 어디서나 예의 바르고 정중했다. 7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관객들의 서로를 향한 정중함과 매너 ‘예술공연’에 대한 프로의식 돋보여소속된 단체에 문제 있으면 입단 1년차 단원도 지적… 비판정신 투철글 싣는 순서 1. 포항에선 어떤 문화예술 공연이…2.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를 가다3. 비엔나 공연예술가와 관객들4. 젊음 넘치는 ‘서울 홍대거리’ 공연문화5.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포항으로◆ 관객 ‘매너’와 예술가 ‘프로의식’이 만든 비엔나 공연문화공연장에 함께 자리한 이들에 대한 배려와 예술을 향한 흠모와 존중이 비엔나 관객들을 상징한다면, 날카로운 비판정신과 실력에 더불어 인격까지 높여가려는 프로의식은 비엔나 공연예술가의 특징이다.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쇤브룬 궁전, 문화예술기획사 등에서 만난 공연예술 관계자들은 너나없이 “빼어난 프로의식과 비판정신이 오늘날 유럽의 문화와 예술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비엔나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나 클래식 연주자, 연극배우와 발레단원은 자기가 소속된 극장이나 단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그 점을 지적한다. 그러니 입단 1년차 단원이 최고 경영자에게 극장 운영 시스템을 비판하는 상황도 가끔 발생한다. 한국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하지만, 지적을 받는 쪽에서도 비판이 합리적이라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 잘못된 관행을 바꿔나가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고 한다.또 하나 독특한 게 있다면 비엔나의 예술가들은 행정적인 업무에도 능력을 보인다.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합창단 내에는 재무, 서무, 홍보를 맡아보는 단원이 존재한다.성악가가 사무직원의 역할까지 겸하는 것이다. 재무와 홍보 등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없어도 합창단은 원활하게 운영된다.“문화예술을 잘 아는 사람이 그와 관련된 행정업무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비엔나의 공연예술가들에겐 있다. 비엔나를 떠나오던 날. 케른트너 거리를 다시 찾았다. 미려하게 우뚝 선 국립 오페라극장의 분수대 인근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그날도 클래식이나 오페라 공연이 열리는 것인지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멋진 공연과 만날 수 있다면 몇 시간의 기다림이 대수인가”라고 말하는 관객들. 매너와 정중함을 갖춘 그들의 기다림을 설렘으로 바꿀 정도니 비엔나 공연예술가들의 ‘실력’을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2018년 초여름 비엔나.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은 물론, 관객을 기다리는 연주자와 성악가 역시 행복해보였다.비엔나 문화예술기획사 WCN 송효숙 대표한국의 미성숙한 티켓문화 아쉬워재능있는 음악가에 국가관심 필요비엔나의 공연예술과 문화가 지닌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힘이 이 도시를 ‘클래식과 오페라의 고향’으로 자리매김 시켰을까?세계 각국의 공연예술가를 가까이서 만나온 비엔나의 문화예술기획사 WCN(World Culture Networks) 송효숙 대표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아래는 리하르트 바그너가 연주되는 비엔나 시내 카페에서 송 대표와 나눈 이야기다.-비엔나에서 공연기획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1996년 대기업 법인장이었던 남편을 따라 가족 모두 비엔나로 왔다. 2년 후 IMF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됐고, 여러 환경이 잘 갖춰진 비엔나에서 아이들 교육이라도 시키고자 남게 됐다. 여기서 지내다보니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 생동하고 있는 클래식을 자주 접하게 됐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음악가들도 만났고,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WCN이다. 음악을 통해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잇고, 한국의 공연예술가를 유럽에 소개시키겠다는 꿈도 생겼다.”-한국과 오스트리아 관객의 가장 큰 차이가 뭔가.“연령층이다. 한국에 비해 비엔나는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의 나이가 많다. 클래식을 지금의 대중가요처럼 듣던 시기에 그 음악을 사랑했던 중년층 이상이 공연장을 주로 찾는다. 그러다보니 유명한 극장들은 미래의 관객을 위해 청소년들에게는 제일 좋은 좌석을 5유로(약 7천원)에 예약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의 관객 연령층이 낮다는 것은 미래 한국 클래식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WCN을 해오며 보람됐던 순간과 마음 아팠던 순간은.“한국 연주자들이 유럽 무대에 데뷔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기쁘다. 클래식 연주자가 유럽에서 데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력이 좋다고 모두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한국 연주자를 더 많이 유럽 무대에서 소개시키는 것, 이 부분이 우리가 해야 될 일이라 믿고 있다. 비엔나의 많은 유학생들이 좋은 실력을 가졌음에도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해 힘겨워 할 때면 우리도 가슴이 아프다.”-한국 클래식 공연문화는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할까.“한국은 공연에 대한 관심은 상당한데 티켓문화가 아직 덜 성숙된 듯해 아쉽다. 경제적인 어려움 탓에 성장을 멈춘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이 주위에 많다. 국가나 기업이 관심이 기울였으면 한다. 그들이 한국의 이름으로 세계적 콩쿠르에 나가 좋은 결과를 얻어내며 성장한다면 그것이 결국 한국의 이름을 높이는 일 아닌가. 그 옛날 바하, 헨델, 모차르트, 슈만 등 유명한 작곡가들도 모두 가난했다. 그러나 그들 곁엔 후원을 아끼지 않은 귀족과 왕이 있었다. 비엔나 교향악단도 전 세계 기업들의 후원이 단원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힘이 비엔나의 공연예술을 지탱하고 있는지.“축적된 클래식 역사와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엔나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숨 쉬는 아름다운 음악이 그 힘이다.”-비엔나 공연문화예술 관계자들의 특징은.“그들은 약속과 신뢰라는 단어를 소중하게 여긴다. 공연의 기획부터 계약, 그리고 진행까지가 바로 이 약속과 신뢰 아래서 진행된다. 유럽은 한국보다 일의 진행이 많이 느리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이 유럽인들과 함께 일하는 게 때론 어렵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기에 ‘느리지만 정확한’ 유럽 사람들의 태도를 배우기도 한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왈츠와 알프스의 근사한 풍경이 있는 오스트리아는 작지만 멋진 나라다.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 외에도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의 그림과 미적 완성도 충만한 비엔나의 역(驛)들을 설계한 건축가 오토 바그너도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번쯤 비엔나를 찾아 문화예술의 향기를 느껴보시길 권한다.”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WCN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8-06-15

新동해안시대 열어갈 물류·관광 대동맥이 뛴다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이는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온 ‘판문점선언’의 일부 대목으로, 이를 계기로 지난 2007년 단 한 차례 임시운행을 끝으로 기억에서 사라진 동해선이 11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통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및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까지 대북제재 해소 등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지만,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와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유라시아 대륙 철도망 구축이 현실화된다는 기대감도 크게 작용을 하고 있다. 특히 동해선(東海線)이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최적의 노선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김종식 포항시 환동해미래전략본부장은 “동해선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노선 가운데 화물의 환적 횟수와 통관 절차가 적어 가장 경제적인 노선”이라면서 “북한이 추진하는 원산관광특구와 함께 나진·선봉경제특구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는 노선”이라고 소개했다.부산~北 나진 연결 한 축 이룰 ‘동해중부선’올해 포항~영덕 44㎞ 구간 개통 이어2020년엔 영덕~삼척 122.㎞ 구간 완전 연결중·러·유럽 이어지는 ‘꿈의 노선’ 한발 앞으로철도 통한 물류비용 절감이 기업유치 효과로접근성 개선으로 해양레저관광지 부상도 기대정부 동해중부선 완전개통 2년 연기 방침에“유라시아 물류시대 개막 늦춰질라” 우려 커□ 동해선, 미래를 여는 철길동해선에 대한 정의는 분분하지만,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동해선은 부산에서 북한의 나진을 연결하는 구간을 말한다. 우선 부산과 울산, 두 광역시와 경북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포항, 그리고 관광도시 경주를 연결하는 노선을 ‘동해남부선’이라고 부른다.여객수요가 많고,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울산과 포항을 지나기 때문에 화물수송에 있어서도 중요한 노선이지만 개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수송에 장애가 되고 있어서, 현재 전 구간에 걸쳐 복선전철화 공사 등 개량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동해중부선’의 경우, 동해선의 미개통 구간인 포항~삼척 구간으로, 올해 초 개통한 포항~영덕 구간에 이어 향후 삼척을 거쳐 북한뿐만 아니라 시베리아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노선의 기점인 포항은 희망의 북방교류를 시작하는 출발도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오는 2020년이면 영덕~삼척 간의 122.2㎞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앞서 개통된 포항-영덕 구간을 합해 166.3㎞의 철도가 연결되면 경강선(서울-강릉)을 통해 삼척과 울진, 영덕, 포항에 이르는 청정 동해를 수도권에서 직접 찾아갈 수도 있고, 부산에서 강릉을 연결하는 철길을 내내 동해와 함께 달릴 수도 있게 된다.여기에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장 먼저 개통될 것으로 보이는 강릉과 고성군 제진역을 잇는 104.6㎞의 ‘동해북부선’까지 개설되면, 포항에서 삼척을 거쳐 북한을 통과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 베를린과 파리·런던 등 유럽으로 이어지는 ‘꿈의 노선’이 완성되게 된다. □ 동해선의 중심 포항특히 ‘동해중부선’이 개통되고 ‘동해선’이 이어지면 포항시의 경우는 환동해경제권의 거점도시로서 일본과 러시아, 중국을 연결하는 무역의 중심지이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요지로 각광받으며, 지역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현재 KTX 고속철도가 명실상부한 국가의 대동맥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동해중부선’의 경우, 포항을 중심으로 북방교류협력을 견인하며 새로운 국가 대동맥을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또한 그동안 L자형 국토개발논리에 밀려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포항과 경주, 영덕, 울진 등의 지역들이 ‘동해중부선’으로 연결되면 U자형 국토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바야흐로 신동해안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이럴 경우, ‘동해중부선’은 신동해안 시대를 열어갈 물류와 관광의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철도를 통해 물류비용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면 그만큼 기업유치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여기에 남해(南海)와 서해(西海)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된 동해(東海)의 경우, ‘동해남부선’과 포항~울산 고속도로 등과 연계를 통한 접근성이 훨씬 개선되면서 새로운 해양레저관광지로 관광객 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조속한 완공 필요 물론 ‘동해중부선’은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권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접근로 역할을 할 것이다.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당초 2020년 완공할 예정이던 ‘동해중부선’의 완전개통을 2년이 지난 2022년으로 연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해당지역 주민들을 비롯하여 관련업계 등이 술렁이고 있다.남북관계가 급속하게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동해중부선’의 철로사업이 연기되면 남북경협에 따른 한반도 동해안의 철로연결망 건설과 유라시아 물류시대 개막 등이 그만큼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동해안 구간은 향후 전개될 북방경제협력 시대를 대비해 북한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물류 중심지로 떠오를 전망으로 국가 차원의 조속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처럼 동해안 주요 사회기반시설의 건설 사업은 언제나 홀대를 받아왔다는 지적이다.예를 들어 현재 포항시의 경우, 북방경제협력사업 발굴을 위해 TF팀을 가동, 철로와 영일만항을 통해 북한은 물론 러시아 등과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막상 이를 받쳐줄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관련 사업들은 그보다 더 미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뿐만 아니라 관련기업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황영만 포항시 건설교통사업본부장은 “포항~영덕 구간의 개통이 ‘끝’이 아닌 ‘시작’이 돼, 동해선이 하나로 이어져서 북한과 러시아까지 철도가 연결돼 포항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을 찾아 열심히 설명하는 등 그동안 기울여 온 노력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해중부선 포항∼영덕구간 역 소개 월포역포항시 청하면 월포리에 자리잡은 월포역은 포항의 바다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형태의 디자인으로 물 위에 떠있는 달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역사 711.15㎡(1층), 연결통로 253.96㎡, 홈지붕 1천360㎡(1홈 2선)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일일 수송수요는 720명(피크시 51명/시, 2030년기준)이다. 장사역월포역 북쪽으로 자리잡은 장사역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규모의 화석박물관이 있는 영덕군 남정면에 건설되는 역사로 단층이 있는 화석의 모습을 본떴다. 열차승무원이 여객을 취급하는 무배치간이역으로, 역사 220.57㎡(1층), 연결통로 230.28㎡, 홈지붕 805㎡(1홈 2선)의 시설규모로 일일 수송수요는 65명(피크시 6명/시, 2030년기준)이다. 강구역장사역을 지나면 영덕군 강구면에 역사 644.12㎡(1층), 연결통로 272.55㎡, 홈지붕 1천190㎡(1홈 1선) 규모의 강구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일 수송수요 303명(피크시 21명/시, 2030년기준)인 강구역은 강(오십천)의 입구에 위치한 ‘강구(江口)’의 지역성을 반영해 구불거리는 강의 물결을 형상화했다. 영덕역일일 수송수요 646명(피크시 46명/시, 2030년기준)인 영덕역은 영덕의 고래불 해수욕장을 형상화해 영덕을 품어안은 형태로 표현됐다. 영덕읍 중앙길 269번지 일원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역사 3천388.09㎡(2층), 승무동 201.58㎡, 연결통로 733.78㎡, 홈지붕 2천720㎡(2홈 6선), 주차장 99대 등 역사 규모가 신규역 중에서 가장 크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8-06-14

수백년 이상 체화된 클래식 문화의 집대성 ‘공연예술의 본향’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아름답다”고 말할 수밖에 다른 표현을 떠올릴 수 없는 올드타운(Oldtown·옛날 도심). 그 가운데 자리한 칼스플라츠(Karlsplatz)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 137m의 아찔한 높이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슈테판성당(Stephansdom)이 보인다.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케른트너 거리(Kerntner Street). 0.6km를 직선으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 양 옆으로 예쁘게 꾸민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고,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그림을 도자기와 티셔츠에 새겨 넣은 기념품점들이 가득하다.해마다 유럽과 북미, 남미와 아시아 관광객 수백 만 명이 찾는 곳. ‘지구 위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그 길의 끝에 ‘무언가’ 있다.구구절절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곳이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Wiener Staatsoper)’이라는 건 누구나 알게 된다. 왜냐? 건물의 사방을 둘러싸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수많은 여행자들 때문이다.사실 오스트리아는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는 음악이 탄생한 곳이라 불러도 무방한 나라다. 초등학생도 그 이름은 알고 있는 모차르트, 슈베르트, 요한 스트라우스, 하이든 등이 태어난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뿐 아니다. 비엔나는 베토벤과 브람스가 수백 년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연주되는 ‘불멸’에 가까운 곡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머물렀던 도시다. 그런 역사가 있으니 그곳에 ‘세계 최고의 공연장’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1869년 객석 2천여석의 극장 완공1년에 300회 가까운 공연 열리고다양한 가격대 입장료에 입석까지예술을 원하는 사람에 차별없어글 싣는 순서1. 포항에선 어떤 문화예술 공연이…2.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를 가다3. 비엔나 공연예술가와 관객들4. 젊음 넘치는 ‘서울 홍대거리’ 공연문화5.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포항으로 ◆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함께 포용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은 클래식 공연과 더불어 관악과 현악, 타악과 노래까지 결합된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메카’라고 부를만한 공간이다.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는 옛 도심의 성벽을 부수고 말의 발굽 모양과 유사한 커다란 순환도로를 만든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은 이때 국회의사당, 시청, 몇몇 미술관과 함께 조성됐다. 극장이 완성된 것은 1869년. 완공 기념으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Don Giovanni)’가 공연됐다. 객석은 그때나 지금이나 2천여 석에 가깝다.클래식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풍문을 통해 한 번은 들어봤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이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규정짓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밀라노의 라 스칼라(La Scala),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Metropolitan Opera House)와 더불어 이 극장을 ‘세계 3대 오페라극장’이라 부른다.네오 르네상스 양식과 고딕 양식이 결합된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은 외부와 내부가 모두 아름답다.극장으로 들어가는 계단 위에 달린 무지막지하게 큰 샹들리에와 보석처럼 반짝이는 로비의 바닥, 짙은 붉은색 관객석과 황금빛으로 장식된 천장화, 거기에 예전엔 왕이나 왕비, 공작과 후작, 백작이나 남작만이 앉을 수 있었다는 멋들어진 발코니까지.그러나 1년에 300회 가까운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이 극장은 이제 ‘선택받은 사람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사실 100년 전만 해도 왕족·귀족과 평민은 좌석만이 아니라 출입구까지 따로 사용했다. 물론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의 비싼 좌석은 현재도 300유로(한화 약 37만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돈이 부족해 좋은 공연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오스트리아의 선진적 문화마인드가 3유로(3천700원)짜리 입석을 만들어냈다.힘들겠지만 두어 시간 동안 서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거나, 베르디의 오페라를 보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의 ‘귀한 관객’이 될 수 있다. ◆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의 비하인드 스토리사실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건 201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여행에선 건물의 외부만을 구경했을 뿐 극장 안으로 들어 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운이 좋았다. 지인이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합창단에서 테너로 활동 중인 송원철(49)씨를 소개시켜줬다. 대구에서 태어난 테너 송원철은 대학 졸업 후 10년 가량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하다가 ‘보다 큰 꿈을 꿀 수 있는 유럽 무대로 가고 싶다’는 열망에 독일 뉘른베르크를 향했다. 그곳에서 열정을 펼치던 송씨가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합창단 테너가 된 것은 2012년 9월.그의 안내로 극장 무대에 오르는 출연자들만이 오갈 수 있는 복도와 대기실, 연습실과 무대 뒤편까지를 두루 돌아볼 수 있었다. 바쁜 일정임에도 2시간 이상을 기자에게 내준 테너 송원철과 함께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의 안내와 설명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적지 않게 알게 됐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지하에는 거대한 터널이 뚫려 있어 에어컨이 없던 시절 여름에도 객석이 그다지 무덥지 않았다는 것, 19세기엔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엄격했던 탓에 남녀 가수와 배우들의 대기실과 연습실이 건물의 정반대 방향에 자리해 있었다는 것, 150년 전에 설계됐음에도 무대에서 객석으로는 소리가 잘 전달되지만, 객석에서는 어지간히 크게 떠들어도 그 소리가 무대에선 들리지 않는다는 것,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은 극장 맨 위층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는 것, 관객이 볼 수 있는 무대보다 2~3배는 더 큰 출연자와 스태프들의 공간이 극장 빨간 장막 뒤에 존재한다는 것 등….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이 지닌 ‘하드웨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 후 테너 송원철과 극장 내에 자리한 휴게실에 마주 앉았다. 이제 ‘소프트웨어’에 관해 질문할 시간. 아니, 그보다 먼저 그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왜 서울시립합창단과 독일에서의 솔리스트(Solist) 활동을 접고 이곳의 합창단원이 됐느냐”고 물었다. 생활과 예술 사이에서 고민한 사람의 진솔한 대답이 돌아왔다.“사람에겐 명예가 중요하지요. 하지만 저는 가족이 더 소중하다고 봅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시스템이 힘들었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명예가 아니라 평생 노래하는 겁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노래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극장 합창단이죠. 좋은 인프라와 누구나 인정하는 높은 수준도 비엔나를 찾은 이유겠지요.”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은 합창단원, 발레단원, 배우 등 300여 명의 예술가를 월급 주며 고용하고 있다. 한 사람만 벌어도 가족 모두가 어렵지 않게 생활할 정도로 금액도 박하지 않다.테너 송원철은 여기서 정년까지 활동할 수 있는 계약을 이미 마쳤다. ‘생활은 우리가 책임질 테니 당신들은 노래와 춤, 연기에 집중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행복감을 주시오’라는 문화·경제적 약속을 흔쾌히 맺어준 것이다.그런 편안함 속에서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기 때문일까? 송씨는 우스개에도 인색하지 않았다.“독일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유럽 극장 관계자들이 물어요.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들 노래를 잘 하는가? 김치 때문인가’라고요.(웃음)” ◆ 비엔나가 가진 ‘문화·예술적 힘’은 어디서…“독일엔 인구가 2만 명 이상인 도시엔 클래식과 오페라를 공연하는 극장이 반드시 있어요. 놀라운 것은 그 극장마다 1명 이상의 한국 성악가가 활동하고 있다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테너 송원철에게 마지막 물음을 던졌다.유럽, 그 중에서도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공연예술의 본향(本鄕)’으로 불리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견해가 궁금했다. 주저함의 시간 없이 현답이 나왔다.“이곳엔 수백 년 이상 체화된 클래식에 대한 지식과 문화가 있어요. 그것들이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로 나타나는 거지요. 거기에다 이곳 사람들은 오페라 한 편을 보러올 때도 많은 공부를 하고 옵니다. 한국의 문화공연 관계자와 관객들에게 한마디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말만은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그럴듯한 흉내’가 아니라 ‘노력 속에서 얻어지는 이해’라고요.”취재와 인터뷰가 끝났다. 예술가의 혜안과 안내자의 꼼꼼함을 동시에 보여준 테너 송원철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그 순간,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수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마리오 델 모나코(Mario del Monaco)와 송씨가 학생 때부터 흠모했다는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가 떠올랐다.남성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역으로 노래하는 테너. 우리는 그들을 “청각적 행복을 위해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송원철 테너가 모나코나 도밍고처럼 ‘최고의 테너’가 되기를 빌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심이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Wiener Staatsoper·Michael Poehn

2018-06-08

바닷속 보물 캐내 해양자원 부국 이룬다

21세기에 들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해양이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도 해양을 국가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인식하고 해양개발 및 산업화를 위해 해양과학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세계 해양산업의 시장규모는 해마다 3.45%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해양플랜트 핵심기술 부족, 해양 기자재 수입의존 등 기술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5∼30% 수준이며 해양레저장비 수입의존도는 63∼100%, 신재생에너지 개발비중은 거의 전무한 상황으로 조사됐다. 이에 천혜의 조건인 바다를 접하고 있는 포항시는 환동해권 해양산업의 전진기지로 도약해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구심점이 되고자 노력을 펼치고 있다. 본지는 포항시가 미래 5대 핵심산업 중 하나로 선정한 해양산업을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했는지 살펴본다.가스하이드레이트 등 ‘광물자원의 寶庫’인 경북동해안 평균수심 1천600m 해양탐사 장비 시험 좋은 조건 갖춰지질자원연구원 해양탐사연구선 ‘탐해 2호’ 뒤이어3D/4D 최첨단연구선 ‘탐해3호’ 영일만항 배치 예정국내 대륙붕 탐사·해저광물자원 조사 등 수행 기대‘포항지질자원연구실증센터’ 3단계 사업 완료땐세계 대양환경 연구 전초기지 구축 ‘한발 앞으로’□ 해저 탐사선 전용부두 마련돼지난 2016년 8월 포항여객터미널 부두에서 3차원 해저 탐사선인 탐해2호의 전용부두 취항식이 열렸다. 그동안 전용부두가 없어 진해시에 임시로 정박해 탐사활동을 하다 포항에 전용부두가 마련됨에 따라 앞으로 탐사선의 영구적인 취항이 가능해졌다.지난 1996년에 건조된 탐해2호는 2천85t 규모로 동해안 해저지질 탐사와 석유가스 자원탐사를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물리탐사선이다.정부는 탐해2호 선령이 노후화되어 성능과 효율이 저하됨에 따라, 해외 탐사수요에 충족하고 해양에서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고자 고기능의 3D/4D 물리탐사연구선인 탐해3호를 건조해 포항 영일만항에 배치할 예정이다.1천7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조되는 탐해3호는 5천t급의 규모로 국내 대륙붕 석유가스 정밀탐사와 한반도 해저지질 연구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극지 등 해외 해양탐사도 수행할 계획이다.탐해3호는 국내 대륙붕 탐사, 해저광물 자원 조사,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해저자원탐사, 북극권 자원조사 등 세계 모든 해역에서 바닷속 자원을 탐사할 수 있는 최첨단 기능을 갖추게 된다.탐해3호는 단면으로만 보던 해저지층을 입체로 보는 3차원(3D) 기능과 시간적 변화까지 보는 4차원(4D) 모니터링 장비도 갖춰 석유가스 광구를 입체적으로 관찰이 가능해 시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국가출연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포항을 세계 대양환경 연구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지난 2016년 3월 흥해읍에 포항지질자원연구실증센터를 개소했다.센터는 현재 7만6천717㎡부지에 해저탐사장비 시험동, 연구실험동을 구축한 1단계 사업이 완료됐다.향후 조성될 석유해저센터와 지질신소재 연구개발센터 등 3단계 사업까지 완료되면 총 23만3천156㎡의 면적에 4센터 9실 150명 규모를 갖추게 돼 포항이 지질과 해양에너지 개발의 메카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실해역 시험·평가시스템 구축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3천t급 시험평가선 건조와 실증센터를 건립하여 수중로봇, 음향탐지방지 등 바다에서 작업하는 각종 해양기기, 시설의 평가와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영일만을 포함한 동해안은 서남해안과는 달리 평균수심 1천600m에 이르러 다양한 해양탐사 장비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장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포항시 관계자는 “세계수준의 해양자원 탐사기술 인프라 구축을 통해 해양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해양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자원의 보고, 포항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독도와 울릉도 주변은 풍부한 수산자원과 함께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 등이 매장된 자원의 보고이다.특히 6억t이상 매장돼 있다고 추정되는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 시 우리나라가 4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심해에는 무연탄, 망간단괴, 텅스텐 등 광물자원이 널리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해저 외에 포항 인근지역은 신생대 3기지역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으로 지질학적으로도 국내 타지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벤토나이트부터 산성백토, 불석, 규조토 등 비금속광 매장량이 풍부하다.특히, 포항지역에서 채굴되는 고품질의 점토광물인 벤토나이트는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은 95%이상 고순도로 해외보다 납, 비소 등 중금속 함량은 낮고 효능은 더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특성을 통해 식의약품 소재 등 고부가 바이오 산업재료로 활용하기 위한 기능성 점토광물 산업도 육성하고 있다.또한 벤토나이트를 의약품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용 생산시설(BGMP)을 올해 준공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 연간 200t 이상 양산할 계획이다.포항시는 고품질의 점토를 홍보하고자 올해 불빛축제 기간동안 ‘제1회 포항시 머드테라피 축제’를 개최해 관광객 유치와 지역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포항시 관계자는 “해양도시 포항이 개발과 활용가능성이 높은 해양·에너지 산업육성을 통해 지역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

2018-06-07

포항의 문화감수성 높여 시민 삶 행복으로 이끌 저력 키운다

클래식 공연 한 편, 대중문화 공연 하나가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사회가 진화할수록, 그 나라가 선진적인 형태를 취해갈수록 문화예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정치·경제·사회적 발전과 더불어 문화와 예술의 향유 욕구도 함께 성장해온 것이 우리의 역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다수의 시민이 다양한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건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본지는 최적화된 환경에서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을 펼침으로써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서울 홍대 인근을 밀착 취재했다. 이번 기획보도로 포항이 공연예술이 활성화된 도시로 나아가는데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자 한다./편집자 주포항문화재단문화진흥 위한 정책 개발예술 다양성 증진 위한 노력 열성포항시립예술단30년간 지역 문화예술 책임져활력 넘치는 문화생태계 구축 최선‘클래식 어렵다’ 선입견 깨고효과적인 공연홍보 방법 고민해야글 싣는 순서 1. 포항에선 어떤 문화예술 공연이…2.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를 가다3. 비엔나 공연예술가와 관객들4. 젊음 넘치는 ‘서울 홍대거리’ 공연문화5.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포항으로‘상대성 이론’과 ‘광양자 가설’로 잘 알려진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1879~1955). 그는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린다.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은 청년시절부터 클래식 공연 보는 걸 즐겼다고 한다.특히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에 관해선 고전음악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문 기자가 “당신은 죽음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답했다. “죽음요? 더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아인슈타인이 보여준 천재성에 클래식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 궁금해진다.송강호와 설경구 등 유명 영화배우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곧잘 등장한다. “학창시절 본 한 편의 대중문화 공연이 내 발길을 연극판으로 향하게 했고,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이처럼 공연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밝혀주는 동시에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세상사를 해석하는 인식의 폭을 넓혀주는 것 역시 공연예술이 주는 선물이다. 그렇기에 대구·경북의 지자체들은 공연장을 만들고,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을 주민들에게 선보이고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포항의 경우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이 지역 공연문화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단체가 최근까지 진행해온 기획·정기공연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현재 포항의 공연예술 현황과 향후 바람직한 발전 방향까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 포항문화재단 “공연작 선정부터 무대 철수 때까지 마음 못 놔” 2017년 1월 1일 “포항의 문화진흥을 위한 주요 시책을 지원하고 수행한다”는 슬로건 아래 설립된 포항문화재단은 지난해 16편의 기획공연을 포항문화예술회관과 포항시청 대잠홀 무대에 올렸다.클래식 공연에서부터 뮤지컬, 무용극, 역사인물 체험극, 아동 음악극, 미술 퍼포먼스, 국악 공연 등 그 장르도 다양했다. 이 기획공연들을 관람한 인원은 모두 1만1천187명.이는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양질의 문화행사를 추진해 포항의 문화 감수성을 높인다는 재단의 설립 목적을 위해 매진한 결과다.재단 출범 직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축하음악회엔 1천여 명의 관객들이 모여 드보르작과 베토벤의 음악을 감상했다. 이날 연주된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과 가수 김조한의 노래 역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안재욱과 정성화 등 인기배우가 출연한 포항문화재단 출범기념 뮤지컬 ‘영웅’도 2천89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 작품은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다. ‘2017 문예회관과 함께 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선정작인 국립현대무용단 공연과 성악가 황수미와 피아노 연주자 헬무트 도이치의 ‘듀오 콘서트’, 역사인물 체험극 ‘소년 이순신, 무장을 꿈꾸다’도 문화예술회관을 찾은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포항문화재단은 한국의 전통 장례 절차인 ‘염’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 연극 ‘염쟁이 유씨’, 아동 음악극 ‘캐나다에서 찾아온 바이올린 할머니’, 매력적인 미술 퍼포먼스 ‘페인터즈 히어로’, 송년기획 ‘꿈드림 콘서트’,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 ‘오픈하우스 콘서트’ 등을 통해 시민들의 예술적 갈증을 해소시켰다. “가득 찬 객석을 바라볼 때, 그리고 관객들이 만족감을 표현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포항문화재단 공연전시팀 문혜정 대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공연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이미 상반기에 무대에 올린 ‘KBS교향악단 초청 2018 신춘음악회’와 넌버벌 코미디 ‘옹알스’, 가정의 달 특집 콘서트 ‘장사익 소리판-꽃인 듯 눈물인 듯’이 호평을 받았고, 앞으로도 가족극 ‘브러쉬’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명품 뮤지컬 ‘시카고’,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국립합창단의 ‘메시아’ 공연이 포항시민들과 만나게 된다. 올해 예상되는 관객 수는 1만3천여 명.포항문화재단 관계자들은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문화예술 창작기반 조성에 힘쓰며, 예술의 다양성 증진을 지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포항시립예술단 “문화도시 포항의 위상 높일 터”“문화예술을 통해 시민의 삶을 행복으로 이끈다”는 목표 아래 30년 간 꾸준히 활동해온 포항시립예술단은 지난해 재도약의 시간을 가졌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합창’ 협연이 주목받았고, 배우와 관객 사이의 벽을 사라지게 한 연극 ‘갈매기’ 또한 좋은 평가를 얻었다.“예술단의 경쟁력 강화, 조직 분위기의 변화, 단원 역량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는 포항시립예술단. 이의 실천을 위해 시립교향악단은 유명 지휘자를 초빙해 곡 해석의 수준을 높이고, 단원들의 연습 강도 역시 높이고 있다.시립연극단은 세계적 극작가 안톤 체홉의 ‘갈매기’와 박조열의 ‘오장군의 발톱’ 등 순수연극을 무대에 올려 지역적 한계 극복을 꿈꾸고 있다. 이런 노력은 전년대비 관객 250%, 공연수익 300% 증가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시립합창단은 음악적 완성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100회 시립합창단 정기공연 ‘봄을 노래하다’는 화려한 의상과 생동감 있는 율동으로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는 관객들의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시립연극단과 제4기 어린이 단원들이 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린 뮤지컬 ‘어린 왕자’도 눈길을 끌었다. 회당 8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린 이 공연은 23명의 어린이 단원들에게 스스로 공연예술의 주인공이 되는 기회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상생, 도약 그리고 비상”을 올해의 비전으로 선포한 포항시립예술단은 활력 넘치는 문화생태계 구축과 문화예술 플랫폼 조성에 진력하고 있다.지난해 11월 15일 포항을 덮친 지진으로 오랜 시간 준비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시립연극단 정기공연 ‘연애의 시대’가 취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 포항시립예술단이 2018년 공연에 임하는 자세는 진중할 수밖에 없다.“시련을 극복하고 예술의 터전 위에서 성숙한 문화시민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포항이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하는데 역량을 모을 것”이라는 게 이와 관련된 시립예술단의 설명이다.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시민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연서비스 제공’ ‘각 예술단의 특성에 맞는 정기공연, 합동공연, 기획공연, 초청공연의 활성화’ ‘클래식의 대중화’ ‘야외공연과 테마공연의 확대’ ‘포항·울산·경주의 해오름 문화동맹을 선포하는 야외 합동공연과 해오름 합창페스티벌 참가’ 등이다. ◆ 공연예술이 가진 ‘긍정적 힘’을 낙관해야…평소 초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이 진행하는 공연을 자주 관람한다는 강민정(39) 씨는 “가까운 곳에서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기쁨과 함께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며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획공연들이 많아졌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입장료도 저렴해서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하지만, 지역에서 꾸준히 좋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어려움도 없지 않다. 아직도 “클래식 공연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존재하고, 공연의 효과적인 홍보 방법도 매번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공연예술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힘겨움 또한 존재한다.하지만 현실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은 “항상 시민들이 좋아할 프로그램과 예술가를 선정하는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공연예술이 가진 긍정적 힘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정도 마음가짐이라면 포항이 열어갈 공연예술의 미래를 낙관해도 좋지 않을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8-06-01

시간을 달리니, 사람이 모이다

최근 포항은 주말이면 한바탕 난리가 난다.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 포항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로 죽도시장을 비롯한 주요 시장과 횟집들이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또 영일대해수욕장을 비롯한 바다에는 벌써부터 요트와 서핑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펼치는 풍경으로 장관을 이룬다.서울에서 서핑을 즐기기 위해 포항을 찾은 전 얼(38·서울 한남동)씨는 “국내에서 포항만큼 서핑을 비롯해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은 드물다”면서 “KTX가 다니면서 한결 부담이 없어진 덕분에 겨울을 빼고는 매월 한두 번씩 포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서 포항까지 2시간 남짓 접근성 높아져2015년 3월 개통 후 하루 평균 6천명 찾아주말에는 7천명 훌쩍 넘어 가파른 상승세‘하나의 생활권’ 이뤄 산업·문화 시너지 효과□ 포항역, 경북 동해권역 성장 견인지난 2004년 4월 국내에서 KTX가 첫 운행을 시작한 이래, 그동안 KTX는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묶으며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사회·경제적으로 전국 각지에 큰 발전의 틀을 마련했지만, 경북 동해안은 유독 고속철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중 고속철의 혜택에서 소외돼왔던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권역에 지난 2015년 3월말 수도권을 연결하는 KTX가 드디어 개통했다. 상대적으로 늦었던 개통 덕분인지 그 효과는 엄청났다. 경제·사회·문화·관광 등 전 분야에 걸쳐 전국 모든 곳과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되면서, 누가 보기에도 경북 동해권역이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이뤄가는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특히 서울과 대구, 부산은 물론 경북 내륙 등과 포항을 연결하는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다양한 산업과 문화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동안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권역은 수도권으로부터 접근성이 열악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천혜의 해양관광지와 다양한 문화유적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계시키는 데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KTX의 개통과 더불어 이런 문제점이 크게 해결됐다는 평가이다.서울역을 출발해서 2시간여를 달리면 호미곶 일출을 볼 수 있고,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죽도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가도 반나절이면 서울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경주와 울릉도, 독도 등 타지역과의 연계까지 이뤄지고 있어서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이다.이처럼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가장 먼저 관광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바다’를 중심으로 한 해양관광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포항시는 관광과 해양레저스포츠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광객들을 맞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 수가 크게 늘고 있다.권용구 포항역장은 “하루 평균 6천명이 KTX를 이용해 포항을 찾고 있으며, 주말의 경우는 7천명이 훌쩍 넘는다”며 “해마다 이용객 수가 크게 늘고 있으며, 전국에서도 포항역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역은 드물다”고 밝히며 향후 증편도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통발달 포항시, 투자에도 이점철도 교통의 변방이나 다름없었던 포항은 KTX 개통을 계기로 전국 반나절 생활권에 편입됐으며, 이는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키움으로써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특히 물류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동해남부선 복선전철과 동해중부선, 영일만항인입선, 중앙선 복선전철 등 5대 철도사업과 순차적으로 연계되고 포항∼울산 고속도로를 비롯한 고속도로에 국내 첫 지역항공사인 ‘에어포항’의 취항 등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권역은 더 이상 교통의 오지가 아닌 사통팔달(四通八達)의 교통 허브가 되면서 발전에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KTX 개통을 계기로 포항시의 투자유치 실적도 크게 나아지고 있다는 것.민선6기가 시작된 2014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포항시의 투자유치 누계액은 3조7천억원으로 어려운 기업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이다. 포항에 투자를 결정한 주요기업으로는 2014년 삼승철강 등 5개 기업을 시작으로 KTX가 개통된 2015년에는 포스로 등 23개 기업으로 급상승한데 이어, 2016년부터는 에코프로지이엠 등 기업의 수는 다소 주춤했지만 투자금액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그동안 세계경제의 어려움에 따른 투자위축과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라 수도권에 대한 기업의 새로운 투자유인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은 포항시의 부단한 노력과 KTX 개통 등 더욱 가깝고 편리해진 교통과 첨단과학 기반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비롯한 양호한 입지조건에 힘입어 많은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포항시 황병기 건설과장은 “KTX개통에 따른 실제 효과는 포항시는 물론 시민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노력한 덕분으로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바탕으로 지역경제가 조화롭게 도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비전을 통해 사람과 기업이 몰려오고 그 혜택을 포항시 전체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교통발달을 성장 동력으로지난 1914년 포항에 처음으로 간이역이 세워진 지 100년이 되던 2015년, 포항시는 KTX 개통을 통해 새로운 100년 역사를 써가고 있다. 또 KTX 개통을 시작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각 분야의 교류를 확대해 북방교류협력의 관문, 더 나아가 ‘환동해중심도시’ 건설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포항시는 우선 산업과 문화관광, 자연환경 등 지역자원을 중심으로 기능을 특화해서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 동해안의 지역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아래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예를 들어 국내 최대의 철강산업 기반과 동해안관광지를 비롯해 울릉도·독도 등에 대한 관광수요, 국토 최동단에 입지한 KTX역, 영일만항인입선 개설을 통한 물류 수송, 수도권에서 단시간에 동해안에 접근이 가능한 점 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문화·관광 콘텐츠 분야의 경우, 포항국제불빛축제와 스틸아트페스티벌, 칠포재즈페스티벌과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와 ‘연오랑세오녀’와 같은 향토문화자원 등을 적극 개발·활성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황병기 건설과장은 “KTX의 개통을 계기로 관광산업이 중요한 지역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면서 “관광 외에도 첨단과학을 비롯한 도시발전의 가속화와 함께 포항이 통일시대를 대비한 북방경제협력의 관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8-05-31

시린 눈보라와 뜨거운 보드카 눈부신 하늘과 푸르른 초원 몽골의 겨울과 여름

몽골을 여행하기 몇 해 전. 조그만 문예잡지의 청탁을 받아 ‘상상 속의 몽골’에 대해 짤막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직접 가보지 못한 몽골의 풍경은 황량함과 쓸쓸함, 그리고 한때 그 땅의 지배자이자 주인이었던 ‘정복자’ 칭기즈칸의 이미지로만 다가왔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 원고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길들여져 고분고분한 야생마들은 더 이상 숨을 토해내며 먼 길을 떠나지 않는다. 정복자는 정복하는 방식을 잊어간다. 어지럼증에 휘청대며 늙어버린 땅을 훑는 황사. 광대한 제국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만 떠도는 전설이 됐고, 언제나 부활의 약속은 아프다. 위성항법장치로 찾을 수 있는 황제의 무덤은 세상에 없다.’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이동식 천막이 펼쳐져 있고, 그 주위에서 양과 말이 뛰놀 것이라는 예측은 몽골의 관문인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한 방에 깨져버렸다. 환하게 빛나는 네온사인과 높이 솟은 빌딩들, 거기에 유목민의 전통의상이 아닌 고급 양복과 양장을 차려 입은 신사와 숙녀들이 수도 울란바토르를 당당히 오갔다. 한국의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저녁 풍경이었다.도착해서 처음으로 밥을 먹은 식당도 깔끔하고 멋스럽게 장식된 곳이었다. 은으로 만들어진 식기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디저트 역시 유럽 레스토랑에서 내놓아도 손색없을 맛있는 치즈케이크이었다. 특별히 비싼 식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음에도.“투구에 물을 끓여 말린 고기와 초원에 지천으로 널린 식용 채소를 데쳐 먹었다”는 13세기 몽골식 저녁식사는 그저 관광객이 품을 법한 환상에 불과한 듯 보였다. 울란바토르는 그만큼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풀이 자라는 곳으로 이동하며 유목생활을 하던 몽골 사람들 중 많은 숫자가 현대적인 도시 생활을 위해 정착한 지역이 바로 울란바토르다.몽골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첫째, 여행자의 상상과 생각 속에 존재하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울란바토르는 없다는 것. 두 번째는 겨울과 여름의 풍광이 너무나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제 기자가 보고 들은 몽골의 여름과 겨울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나라일까…몽골의 겨울 몽골의 겨울은 9월 하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부터 찬바람이 불고, 일부 지역에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는 풍문이 떠돈다. 추위가 한창인 1~2월의 평균기온은 영하 30도 안팎. 그 즈음에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친구의 말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그날 체감온도가 영하 40도였지. 숨을 쉬면 콧속의 물기가 단박에 얼어서 처음엔 숨이 막히더라고. 옷 밖으로 나와 있는 손이나 귀가 얼마나 시린지…. 장난을 좋아하는 동행자 한 명이 으슥한 곳에서 소변을 봤는데 10초도 안 돼서 얼음으로 변했어.” 얼마간의 과장이 섞여들었을 게 분명하다는 기자의 생각은 겨울철 몽골을 여행한 후 변했다. 친구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1~2월의 울란바토르 거리는 10분 이상 걸어 다니기 힘겨웠다. 불어오는 시베리아의 찬바람에 얼굴이 시리다 못해 아파왔다. 몽골이 ‘눈과 혹한의 나라’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그래서였을 것이다. ‘추운 나라에 사는 국민은 술을 잘 마신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이들이 몽골 사람들이었다.식당이나 카페엔 맥주와 포도주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은 잘 보이지 않았고, 테이블을 채운 손님들 대부분이 독주인 보드카를 물처럼 마셨다. 물론 우리 일행에게도 때마다 보드카를 가득 채운 잔을 내밀었고.과하게 마신 낯선 술에 취해 호텔로 돌아가는 길. 눈보라 치는 거리에서 원나라 기병대를 형상화한 얼음 조각과 만났다. 말에 오른 옛날 군인을 깎아 세운 얼음 덩어리는 800년 세월을 뛰어넘어 현실적인 생동감으로 여행자를 압도했다.이미 10년의 시간이 흐른 오래 전 일이지만 그날 몽골에서 겪은 겨울밤의 체험이 쉬이 잊히지 않는다. 뜨거운 보드카와 차가운 얼음 조각으로 새겨 넣은 투명하고 날카로운 울란바토르의 영상. 그리고 맵찬 바람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움츠러들던 기억. ▲ 저리 푸른 하늘은 신(神)의 선물…몽골의 여름7월과 8월은 몽골 여행의 최고 성수기다. 항공권 가격은 치솟고 유명 관광지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인기가 높은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여름의 몽골은 일단 관광객들의 눈을 행복하게 해준다.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만 벗어나면 동화책에나 등장할 듯한 새파란 초원이 일상에 지친 이들을 반겨주고, 올려다보는 하늘은 청옥의 색채로 빛난다. “저 푸른빛은 분명 신이 만들어냈을 것”이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무신론자인 기자 역시 그랬으니까.그 아름다움과 놀라움의 한가운데 자리한 것이 바로 테렐지 국립공원(Gorkhi-Terelj National Park)이다. 드넓은 풀밭과 맑은 물 흐르는 협곡, 웅장한 산맥과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까지 두루 갖추고 여행자들을 반기는 곳.193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그곳은 여름이면 매혹적인 자연환경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몽골 아이들은 시원한 냇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누구나 잠깐의 안전교육만 받으면 승마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물론 게르에서의 캠핑도 가능하다.평화로운 테렐지 국립공원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다 보면 조선시대 단원의 산수화(山水畵)를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그만큼 매력이 넘친다는 이야기.트래킹과 말 타기, 여기에 에델바이스를 비롯한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며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공간이 도심에서 겨우 50km 거리에 있다는 건 축복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여름에 몽골을 여행한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그 말이 마냥 입에 발린 레토릭처럼 들리지 않는다. 울란바토르는 어떤 도시?‘붉은 영웅’ 의미… 몽골인구 절반 거주서울시와 자매결연 ‘서울의 거리’ 조성도‘붉은 영웅’을 뜻하는 울란바토르(Ulaanbaatar)는 몽골 정칟경제·문화의 중심지이자 수도다.오르혼강(江) 지류 인근에 자리한 이 도시의 면적은 4천704㎢. 몽골 인구의 절반 가량이 생활하고 있다.인접한 나라 중국 사람들은 “우란바투오”라고 부르고, 예전 유럽인들은 “우르가"라 칭했다.해발 고도 1천300m쯤에 위치해 있어 여름철 평균기온이 영상 27도로 비교적 덜 덥고 쾌적하다. 하지만 겨울엔 영하 45도까지 기온이 떨어져 그야말로 ‘얼음왕국’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만큼 계절별 기온 차이가 크다. 대륙성 기후 탓이다.1649년 라마교가 생긴 이래 몽골 라마교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했다.18세기엔 러시아와 청나라 사이의 무역을 중계하며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외부인들을 경계하지 않고 쉽게 융합하는 유목민 특유의 기질은 몽골을 찾는 여행자들에 대한 친절과 환한 웃음으로 드러난다.도시는 물론 초원에서 만나는 몽골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편안하게 대해준다. 울란바토르가 몽골의 수도가 된 시기는 1911년 외몽골의 독립과 함께였다. 1921년 혁명이 일어나 라마교 국가가 무너지고 공화국이 성립됐다. 러시아의 영향이었다.이후 나라 곳곳에 남아있던 라마교의 종교적 색채와 흔적은 사라졌다.1934년 구 소련의 적극적인 원조가 공업화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피혁과 모직물 등을 가공하는 공장이 지어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체코슬로바키아 등이 몽골을 도왔다.식육과 유제품 관련 산업 인프라 확충 역시 러시아가 원조했다. 몽골의 종합대학인 울란바토르대학에선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청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농업과 의학 등을 교육하는 전문대학과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도 울란바토르에 자리한다.많은 수의 여행자들은 몽골이라고 하면 이동식 천막 ‘게르’부터 떠올리지만, 울란바토르에선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높이 솟은 빌딩과 주택, 관공서와 박물관뿐 아니라 시원스레 뻗은 도로까지 갖춘 울란바토르는 여느 나라의 수도와 같이 차츰 현대식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도심의 랜드마크는 수흐바토르 광장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정부청사와 국립국장, 몽골 영웅들의 묘지와 관광객을 위한 호텔이 들어서 있다.한국과의 관계는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1995년엔 울란바토르와 서울시가 자매 결연을 맺었고, 이듬해엔 ‘서울의 거리’도 조성됐다. 한국인 관광객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글/홍성식기자사진제공/구창웅

2018-05-25

글로벌 철강경기 악화 타개할 선제적 대처 ‘승부수’ 띄운다

그동안 주력산업인 철강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주도해 온 포항시는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과 건설, 조선 등 철강 수요업종의 저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철강 수요산업의 트렌드 변화는 포항시에 자동차산업의 신소재 확대, 조선산업의 고부가 철강재, 건설산업의 친환경·고효율 소재로의 전환 등에 대응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겨줬다. 이에 시는 신소재 개발과 철강 본연의 경쟁력강화를 통해,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환동해 경제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각종 분야 중에서도 ‘신소재 개발’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항시의 첨단 신소재 개발 산업화 전략을 살펴보자. ■ 타이타늄포항시·경북도·포스코 ‘협업’… 공동연구·시제품 제작 등 적극 지원블루밸리국가산단 기업 유치로 ‘타이타늄산업 클러스터’ 구축 나서■ 에너지 강관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강관시험평가센터’ 조성 적극 추진완공땐 철강사-강관사-고객사 ‘맞손’ 품질 개선·시장 개척 등 기대■ 철강산업 신기술 융합사업비 3천억 투입… 기획위 구성, 기술개발·인프라 구축 ‘잰걸음’7월엔 ‘철강산업 글로벌경쟁력 강화 방안’ 산자부 제출 사업 본격화□ 타이타늄 산업생태계 구축타이타늄은 강철과 비교하면 강도는 2.5배 강하지만, 무게는 43%로 훨씬 가볍고 550℃의 고온에서도 우수한 강도를 유지해 △항공우주 △자동차 △의료 △레저용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이용돼 고성장이 전망되는 소재이다.전 세계 타이타늄 소재 및 부품산업 시장규모는 현재 150조원 수준으로 2025년에는 약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연평균 10%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 타이타늄 시장규모도 2014년 2천426억원에서 2018년도에 4천24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정부의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와 경북도가 선정한 지역전략산업도 타이타늄을 비롯한 신소재산업을 선정해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이에 맞춰 포항시는 경상북도, 포스코와 협업해 타이타늄 기업의 공동연구와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으며,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관련 기업을 유치해 타이타늄 집적단지로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지난해에는 포항에서 경북 권내 타이타늄 생태계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기업들의 기술교류회가 열리기도 했다.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POMIA)이 개최한 이 기술교류회에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한국기계연구원부설 재료연구소(KIMS), 경북대학교의 타이타늄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강연과 토론 등을 펼쳤다.특히 (주)엠티아이지, (주)제앤케이, 승산산업(주), (주)리코디오코리아, (주)티엔텍, 한국멕케이용접(주), (주)SW IND, (주)삼성, 신아기업(주), 인텔철강(주), (주)범비에스티, 삼정캐리월드(주), (주)한동기술화학, (주)삼희스틸 등 주요 회사들이 참석해 △타이타늄 개요 및 신기술 △시험분석평가 및 지원 사례 △타이타늄 스크랩 재활용 기술에 대한 질의와 토론 등이 이어졌다.포항시 관계자는 “경북도 및 포미아와 협업해 경북권 내 타이타늄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타이타늄기업 집적화를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의 큰 몫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수출주력형 에너지강관산업 경쟁력 강화에너지 강관산업은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자원 채굴과 수송에 필요한 강관을 제조하는 산업을 말한다. 세계 에너지 강관시장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나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한 수준이다.포항도 넥스틸, 세아제강, 한국맥케이용접 등 강관기업이 있으며, 이들 강관기업 제품의 품질향상과 시험평가 지원을 위한 ‘수출주력형 에너지 강관산업 기반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운송 수단에 사용되는 강관의 수요 증가와 최근 극한지 자원개발 확대 및 에너지 강관 시장의 경쟁심화에 따른 품질 개선이 요구되면서 지역 강관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이와 함께 POMIA는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에 강관시험평가센터를 구축해 지역 내 강관 제조사들의 품질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다.센터가 들어서게 되면 철강사-강관사-고객사의 협업 및 기술교류 활성화에 기여하고 시험인증, 품질개선, 공정설계, 기술개발 등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또한 에너지 강관기업의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 강관사들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위한 시장 개척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첨단산업 전략소재부품 기반 조성극한 환경 속에서 사용되는 타이타늄과 니켈은 국방, 에너지, 의료분야 등에 적용되는 고부가가치 금속으로 국내에 총 600여개 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험·인증기관 및 인프라 부재로 해외 시험·인증에 의존하고 있다.포항시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경북테크노파크, KIMS(재료연구소)와 함께 첨단산업 분야에 활용되는 소재·부품의 시험평가 및 인증시스템 구축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진입과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이를 통해 그동안 해외 인증기관 의존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국내 관련기업의 부품 국산화와 수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 ‘철강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부사업 기획 포항시는 대통령의 지역 공약 사항인 ‘포항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해 중앙 정부와 연계해 포항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을 기획 중이다.고부가 철강재와 경량 소재의 개발 및 상용화 그리고 기존 철강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한 융합산업 육성이 중점 목표이다. 약 3천억원의 사업비로 철강기업의 관련 기술 개발과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현재 포항시, 경상북도,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테크노파크, POMIA,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재료연구소, 관내 기업 등이 참여하는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세부사업 내용을 작성 중에 있다.시는 발굴된 전략산업이 지역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하게 분석한 후 오는 7월께 산업통상자원부에 ‘포항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출해 사업을 본격화 시킬 계획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글로벌 철강경기 악화와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어 지역 철강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첨단 신소재산업 육성과 산업구조의 개편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급변하는 국내외 산업시장에 기업들의 선제적 대처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상황에서 포항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첨단 신소재산업 육성은 지역기업의 미래 신성장 산업창출에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

2018-05-24

500년 인삼고을… 관광·문화·복지 더해 ‘젊어지는 풍기’ 도약

영남 관문의 알프스로 불리는 소백산. 영주의 기상인 소백산을 품고 있는 풍기읍은 500여년의 인삼향 고을로 발길 닿고 머무는 곳마다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영주시 풍기읍은 미래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금계천 생태하천복원, 2021풍기세계인삼엑스포 유치 추진 등 3대 과제와 함께 소백산 등 자연유산 보전과 관광자원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펼쳐나가고 있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풍기읍의 미래 성장동력을 알아본다.영주 풍기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시동금계천 생태하천 복원·인삼엑스포 유치다계층·다문화 고려한 복지시설 확충 등지역 정통성·도심 활성화 연계 경쟁력 강화 ◇ 풍기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풍기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은 풍기지역의 역사성과 지역적 특성을 재발견하고 정체된 도시 성장을 위해 도심 중심의 문화·복지 기반 및 상권 회복을 통한 기능의 확대와 풍기만의 역사적 배경과 정통성을 살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다함께 누리는 문화·복지, 다함께 즐기는 생활 만족이란 목표로 문화·복지시설의 확충, 다계층, 다문화를 고려한 문화프로그램 도입, 자립적 운영을 위한 주민 역량의 강화와 전통시장 활성화 기반 마련, 근대 건축자산을 활용한 역사성 재발견, 중심지·배후마을 문화·생활서비스 정보 통합 제공 등 다양한 전략을 바탕하고 있다.기본 계획을 보면 성내리 일원에 들어설 풍기통합활성화센터는 풍기읍과 연계할 수 있는 역할과 특정계층을 위한 시설, 동선, 공간 등을 구상해 계획하고 센터 역할과 함께 어울림 마당을 조성해 공간 활용도를 높여 문화 및 여가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문화플러스 나눔센터 조성은 옛 풍기극장 건축면적을 그대로 활용 리모델링 사업으로 시행하고 사무실 및 회의실, 카페, 작은 영화관, 동전노래방, 공용실 등을 설치할 방침이다. 전통시장활성화사업은 문화플러스나눔센터와 연계해 중앙시장 입구 입간판 설치와 보행자우선도로 방식, 보행로 차로 타일구분 포장으로 시장 경관을 조성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로변 불법주정차 방지와 플랜트를 조성한다.풍기읍치둘레길조성은 성내리 일원 연장 1천700m로 옛 우물터 복원, 바닥포장, 쉼터조성, 가로등 및 CCTV설치, 통합안내시스템 구축과 함께 주민주도형 골목경제활성화사업을 연계해 추진하게 된다. 가로경관 개선사업은 성내리 일원 연장 580m에 간판정비, 가로수 및 공공시설물정비, 보도정비, 버스정류장 개체와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연계해 시행한다.풍기알림센터는 풍기를 방문하는 외지인, 지역민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정보는 ICT통합안내시스템을 구축하고 Agri-Turismo 사업을 통해 배후마을과 연계될 수 있도록 조성하게 된다. 총 80억여원이 투여되는 풍기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등 주요 국가사업의 적극적 유치에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 된다. 영주시의 도시 균형 발전은 물론 풍기읍의 문화·복지 기반 및 상권 복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 금계천,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복원금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풍기읍 교촌리에서 동부리 일원까지 2.2km구간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총 사업비 113억원이 투자된다.이 사업은 금계천을 친환경적으로 정비해 향후 소수서원, 부석사 등 지역 문화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 국내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배후지로서의 역할 수행을 위한 환경정비 목적과 금계천과 인접한 경작지, 상업지등에서 유입 되는 오폐수 차단, 시민들에게 생태체험, 휴식 등 건전한 여가선용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금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2017년 2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해 3월 대구지방환경청에 생태하천복원계획 사전협의를 거쳐 11월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된 사업으로 수생태계 및 생물서식지 복원, 맑은 물 공급, 시민들의 휴식 및 여가를 위한 친수 공간개선 등으로 마련된다. 이 사업이 완료 되면 영주시 및 낙동강 상류 수계에 대한 맑은 물 공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 되고 소백산이 품은 청정도시 이미지 제고 및 학생들의 자연학습 체험장으로서도 큰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 2021영주 풍기세계인삼엑스포 유치재배인삼의 최초 시배지인 풍기의 역사적 사실 재조명과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지역별, 단위별 축제가 아닌 고려인삼 종주국의 위상확립과 한국 인삼산업 발전을 위해 세계인삼엑스포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세계인삼엑스포를 통해 인삼산업 역량 결집 및 미래가치 창출로 인삼산업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인삼 주산지 시군간 역량결집을 통해 수출·소비 위축과 지역, 연근, 삼종간 갈등 해소와 인삼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영주시가 세계인삼엑스포 유치에 전념하고 있다.지난 2016년 6월 1일 창립한 고려인삼 시군협의회 창립총회 및 담당공무원 회의시 고려인삼 종주국의 위상확립과 인삼산업 발전을 위해 엑스포 개최를 합의한바 있다. 2021경북영주 풍기세계인삼엑스포가 영주시에 유치될 경우 고려인삼시군협의회 공동참여를 통해 고려인삼 종주국의 위상확립과 생산 및 소비 위축에 직면한 인삼산업의 위기 극복과 미래가치 창출로 인삼산업의 재도약의 기회의 발판 마련은 물론 생산, 고용, 부가가치 창출로 지역 경제 활성화, 국내외 엑스포 참관객 유치와 국제학술대회, 심포지엄 개최로 고려인삼 홍보에 기대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따른 관광산업의 인프라 구축, 관광상품 개발을 통해 인삼산업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새로운 기회 마련과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및 인삼유통 선진화, 인삼류 안정성 확보를 통한 고려인삼의 대중화와 세계화 및 수출 증대를 위한 공동 대응전략 등이 모색 될 것으로 기대 된다.영주시는 세계인삼엑스포 유치를 위해 2018년 기본구상 및 타당성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기본계획 수립과 국제행사계획서를 작성, 농식품부에 제출하고 2019년에는 농식품부 심의 및 국제행사 심사위원회 심의와 기획재정부 승인 및 국비예산 편성과 실시설계 용역을 마칠 계획이다.◇ 풍기읍 연혁-1896.8 : 경상북도 풍기군-1914.4 : 영천군 풍기면-1915.4 : 영주군 풍기면-1973.7 : 영주군 풍기읍-1980.4 : 영풍군 풍기읍-1995.1 : 영주시 풍기읍풍기읍 가 볼만한 곳 △ 소백산국립공원 영주시 풍기읍에 위치한 소백산은 백두대간의 장대함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민족의 명산으로 형제봉을 시작으로 신선봉,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 등 명봉들이 웅장함을 이루고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고 있다.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야생화, 가을단풍과 백색 설화가 만개한 정상 풍경은 겨울 산행의 극치를 이룬다. 특히 1천439m 비로봉 정상의 넓은 초지는 사계절 장관을 이루고 1천349m 연화봉에 자리한 국립천문대는 우리나라 천문공학의 요람이 되고 있다. △ 희방사, 희방폭포희방사는 영주시 풍기읍 수철리에 있는 사찰로, 소백산에 있다. 643년 혹은 883년에 두운(杜雲)이 창건했다. 1850년에 불타 다시 지었으나 한국 전쟁 도중 다시 불타 1954년에 재건했다. 1568년에 새긴 월인석보 권1과 권2의 판목을 보관하고 있었지만 한국전쟁으로 법당과 훈민정음 원판, 월인석보 판목 등이 소실되고 경내에 희방사 동종(경북유형문화재 제226호)과 월인석보 책판을 보존하고 있다. 인근에는 영남 제일폭포라 불리는 희방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 풍기광복공원풍기광복공원은 일제강점기 시설 조국의 해방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룬 선조들의 넋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풍기광복단은 1913년 채기중이 중심이 돼 결성되고 조직의 골격은 1912년 말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초기 참가자는 10여 명의 소수였으나 차츰 규모가 확대 되고 주요 인물은 채기중을 비롯해 유창순·유장렬·한훈·강순필·김병렬·정만교·김상옥·정운홍·정진화 등이었다. △ 정감록 십승지 금계동십승지란 전란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으로 평소에는 생활 터전으로 난세에도 피해를 입지 않는 지역을 뜻하기도 한다, 즉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 말할수 있으며 정감록에서는 그 중 일승지로 현 풍기읍 금계촌을 지목하고 있다. △ 인삼박물관풍기온천휴양단지내에 위치한 인삼박물관은 애니메이션을 통한 우리나라 최초 재재인삼의 시효지인 영주시에 대한 홍보와 죽령 옛길을 형상화한 관람 둘레길, 각종 인삼산업의 발전상과 제품 전시 홍보는 물론 어린이들이 인삼에 대한 이해와 체험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어 가족단위 방문이 늘고 있다. △ 먹거리횡재먹거리한우식당, 약선당, 삼뜨락, 황토골인삼불고기, 서문가든, 영주칠향계, 영주소백산능이버섯칼국수, 서부냉면, 서부불고기, 한결청국장, 미소머금고, 정도너츠 등이 있다.영주/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18-05-23

안동 2018 경북 어린이 백일장·사생대회

경북매일신문이 주최해 지난 5일 안동 탈춤공원과 지난 12일 경주 황성공원에서 열린‘2018 경북어린이 백일장 및 사생대회(안동·경주)’가 지역 어린이 3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안동·경주 대회의 백일장 운문 부문에서 남지원(송현초등 4년) 어린이의 ‘우산’과 최보경(동천초등 3년) 어린이의 ‘숲’이 최우수상의 영예를 각각 안았으며 산문 부문에서는 강재이(안동강남초등 6년) 어린이의 ‘손이 만들어낸 기적’과 서연수(용강초등 3년) 어린이의 ‘포근히 나를 안아준 숲’이 최우수상의 영예를 각각 안았다. 또 백일장 우수상에 서익(복수초등 2년) 어린이 등의 작품 106점이 선정됐다.사생대회 부문에서는 김도희(송현초등 5년)·임휘수(안동강남초등 3년)· 김도현(서부초등학교병설유치원)·김민서(용황초등 6년)·송소윤(월성초등 2년)·차시우(제일어린이집) 어린이가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김미주(용강초등 5년) 어린이 등 249명이 우수상을 수상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운문 최우수상- 남지원 (송현초등 4년) ‘우산’비가 오는 날이면항상 생각나는 친구바로 우산해가 뜨는 날이면현관 앞에 있어도보이지 않는 그림자학교 가는 길마다가지각색 피어나는팝콘 같은 꽃비가 오다 햇님이고개를 내밀면스르르 잠드는 꽃봉오리그러다, 빗방울이 떨어지면또다시 얼굴을 내미는해바라기 같은 꽃망울산문 최우수상- 강재이 (안동강남초등 6년)‘손이 만들어낸 기적’대부분의 사람들은 열 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모두가 열 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몇 년 전, 내가 어렸을 때 ‘스타킹’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이희아라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어린 내가 들었을 때도 정말 ‘장애를 뛰어넘은 연주’라고 말할 만한 감동적인 연주였다. 난 장애를 뛰어 넘은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언니에게 응원의 편지 한 통을 보내고 싶다.To.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 언니 안녕? 난 경북 안동에 사는 6학년 강재이라고 해. 희아 언니! 내가 오늘 언니에게 몇 마디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자 이 편지를 쓰게 되었어. 몇 년 전에 난 TV 프로그램 ‘스타킹’에 나온 언니를 보게 되었어. 처음에는 정말 다른 사람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는데 다섯 손가락 피아니스트가 아닌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더라고. 그 네 손가락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 일반인도 잘 치지 못하는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언니가 새삼 대단해 보였어. TV로 듣기에도 완벽한 연주인데 실제로는 얼마나 더 감동있고 완벽하게 들리는 연주였을까?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었어.언니, 난 사실 언니를 보기 전에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었어. 그 땐 다섯 손가락으로도 쉬운 곡을 잘 치지 못했던 나였었어. 그런데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인 어린 언니를 보고 희망과 기대를 안을 수 있게 되었어. 그 때 피아노 대회를 앞두고 있었거든. 언니는 아마 모두의 희망이 되었을거야.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우리의 품에 안겨주었잖아. 이게 바로 네 손가락 어린 피아니스트가 만들어낸 기적이 아닐까?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언니의 끈기와 노력,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선 용기로 이루어낸 성공은 모두에게 감동을 품에 안겨주었을꺼야. 마치 파릇파릇 꿈과 희망의 새싹이 아니었을까? 언제나 꿈과 희망으로만 가득찬 우리가 되길 바라며 안녕! 2018. 5.5.From 꿈과 희망을 가득 안으며 재이 고학년부 최우수상- 김도희(송현초 5) 저학년부 최우수상- 임휘수(안동강남초 3) 유치부 최우수상- 김도현(서부초등학교병설유치원)입상자 명단□백일장◇운문부△최우수상 남지원(송현초 4-5) △우수상 서 익(복주초 2-2) 권기대(영남초 6-2) 이현영(영토초 3-1) 김사랑(송현초 4-1) 권연우(복주초 1-3) 권나연(송현초 4-1) 황기민(송현초 1-2) 엄예륜(영호초 3-1) 최경현(영호초 4-2) 이승현(송현초 3-6) 이서하(안동강남초 4-1) 김민서(부설초 2-2) 강재호(안동강남초 6-5) 김한선(용상초 2-2) 박규림(영가초 4-3) 이도훈(영남초 3-2) 박조운(영가초 5-1) 이도엽(안동강남초 4-6) 남경진(복주초 3-2)◇산문부△최우수상 강재이(안동강남초 6-3) △우수상 김지수(복주초 6-3) 김은지(풍서초 5-3) 이가영(길주초 5-2) 최승은(영호초 4-6) 김수현(안동강남초 6-5) 김명지(송현초 1-4) 박주연(안동서부초 4-4) 정유인(복주초 6-3) 강희구(일직초 6-1) 정준교(복주초 4-1) 권나현(영호초 2-2) 김광민(영남초 3-2) 황윤슬(영호초 1-4) 장태은(대구교대안동부설초 3-2) 양서현(녹전초 1-1) 김민채(영가초 2-1) 김다희(송현초 3-5) 조민재(복주초 2-1) 정하은(영가초 4-3)□사생대회◇고학년부△최우수상 김도희(송현초 5-4) △우수상 윤서연(안동강남초 6-4) 강휘택(안동서부초 5-3) 전예원(안동서부초 5-3) 황수빈(송현초 4-4) 최은수(안동강남초 5-1) 유예진(용상초 4-1) 임현수(안동강남초 5-4) 김도현(복주초 5-3) 박규림(영가초 4-3) 권도희(영가초 5-1) 김윤현(복주초 5-1) 박조운(영가초 5-1) 김수현(안동강남초 6-5) 이소영(부설초 4-2) 송수민(영호초 6-1) 안재민(영가초 4-3) 임시환(영가초 5-2) 권현서(송현초 6-2) 김예린(복주초 6-2) 김민아(송현초 4-4) 권도윤(용상초 4-1) 유지안(부설초 5-3) 여지윤(영가초 4-3) 김수현(송현초 4-4) 권서은(용상초 5-2) 서 철(복주초 5-4) 김주연(영호초 6-3) 권지원(영호초 4-2) 권나영(복주초 4-1) 유현정(송현초 5-1) 박규림(길주초 4-4) 권승희(영가초 4-2) 강석민(길주초 4-2) 강혜온(영가초 6-2) 권윤하(길주초 4-1) 박지민(부설초 5-3) 이도엽(안동서부초 4-1) 최재혁(길주초 4-2)◇저학년부△최우수상 임휘수(안동강남초 3-4) △우수상 김서영(영남초 1-2) 오채은(송현초 2-3) 유승찬(영가초 1-1) 우지윤(송현초 1-2) 봉태언(용상초 1-3) 조승유(부설초 1-3) 김규리(송현초 3-2) 김수연(송현초 1-1) 이지후(송현초 2-3) 전창민(안동서부초 3-1) 김나은(송현초 2-4) 안동영(영가초 1-1) 유현선(송현초 1-4) 신예원(안동서부초 1-4) 김나현(영가초 1-2) 권대현(길주초 2-3) 이예원(안동동부초 1-1) 권서윤(영가초 1-3) 신수민(송현초 1-2) 박지훈(부설초 1-1)이준서(부설초 1-2) 김시현(송현초 2-1) 김건엽(영가초 3-3) 최라임(영가초 1-2) 권나윤(영가초 1-3) 황지원(영가초 1-1) 문규원(길주초 1-3) 서효원(영가초 3-2) 김장원(풍서초 3-7) 김수연(풍서초 2-3) 권재현(영가초 2-1) 김재린(용상초 1-2) 이경민(용상초 2-2) 김지현(영호초 3-4) 김서연(안동서부초 1-2) 주수빈(안동강남초 1-5) 최민경(영가초 2-1) 임종원(영호초 1-5) 권민지(영가초 2-2) 최승희(길주초 1-3) 송수현(영가초 1-2) 권지은(용상초 1-1) 유수민(용상초 2-1) 김서연(영가초 2-3) 김나경(부설초 3-2) 마지민(안동강남초 2-1) 권아영(영호초 1-3) 권세연(영호초 2-2) 임수현(길주초 2-4) 서지우(영호초 2-5) 김라희(영가초 1-2) 김아민(풍서초 1-7) 강아연(송현초 1-2) 황수민(용상초 1-1) 신예교(길주초 1-1) 이시윤(영호초 2-5) 이예원(복주초 2-2) 조은수(길주초 2-2) 류한무(송현초 3-5)◇유치부△최우수상 김도현(서부초등학교병설유치원) △우수상 김수현(서부초등학교병설유치원) 오채환(강남유치원) 김재연(꿈빛유치원) 백하랑(꿈터유치원) 권승휘(성심유치원) 김나림(송현초등학교병설유치원) 최은종(화북어린이집) 유지민(오상유치원) 안대윤(영재유치원) 송재원(성심유치원) 조수연(세잔느어린이집) 강지원(경북도청어린이집) 권예나(안동유치원) 김지원(오상유치원) 김한윤(혜성어린이집) 서 영(상지어린이집) 윤정우(꿈빛유치원) 조서영(세잔느어린이집) 심승현(해동사유치원) 송민교(길주초등학교병설유치원) 이연우(안동유치원) 정원준(해동사유치원) 김승환(해동사유치원) 강민승(꿈터유치원) 최은아(자연유치원) 김유경(해동사유치원) 최예주(경북도청어린이집) 서효령(영가초등학교병설유치원) 남경수(꿈터유치원) 김수현(동산유치원) 권제민(꿈터유치원) 금지은(꿈터유치원) 강지훈(성심유치원) 최서정(구미늘푸른유치원) 김도현(꿈터유치원) 금한솔(새벗유치원) 금한별(새벗유치원) 조은서(안동유치원) 이수빈(영호초등학교병설유치원) 신하빈(자연유치원) 이민규(해동사유치원) 김지연(꿈터유치원) 권단비(해동사유치원) 김민건(안동유치원) 오지은(해동사유치원) 엄유진(꿈터유치원) 권한솔(영호초등학교병설유치원) 김영훈(해동사유치원) 이희준(상지유치원)

2018-05-18

다시 일어서는 포항… 세계적 ‘지진 극복모델’ 구축이 관건

진앙지 흥해읍 ‘특별재생지역’ 지정7월부터 6천500억 투입, 재생사업 추진‘흥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대학생 ‘흥해 아이디어 발굴단’ 등|지역주민 적극 참여, 공동체 의식 제고한국 제1호 재난대응형 도시이미지로‘지역 명소화 사업’ 추진한반도 방재 ‘랜드마크’ 도약 기대글 싣는 순서 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3.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도시재생 뉴딜(New deal)사업지난해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약을 발표했다. 전국적인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에 따른 도시 쇠퇴가 심각하고, 이에 따른 시민들의 삶의 질 만족도가 저하되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방편으로 뉴딜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그간의 도시재생정책은 주민의 체감도가 낮고 정부지원 수준도 미흡했다. 지난해 8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사업 시행에 들어갔다.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일반 도시재생사업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 개발이익 중심의 전면 철거방식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이다.뉴딜사업은 도시공간을 혁신적으로 활용해 삶의 질 향상 및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마련됐다. 특히, 주민과 지역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가면서 공동체 회복 및 사회 통합에 이바지할 수 있다. 또 노후 주거지를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정비하고 쇠락한 구도심을 혁신 거점공간으로 조성, 지역 기반의 도시재생 경제 생태계 회복과 함께 상가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에도 대응할 수 있다.지난해 12월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에 전국 68곳이 선정됐다. 올해부터 추진전략 및 계획 수립 이후 본격적인 사업 진행에 들어간다. ◇ 진앙지 흥해읍, 특별재생지역으로 새롭게 도시재생사업은 △최근 30년간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기와 비교해 20% 이상 감소한 지역 또는 최근 5년간 3년 이상 연속으로 인구가 감소한 지역 △최근 10년 간 총 사업체 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와 비교해 5% 이상 감소한 지역 또는 최근 5년간 3년 이상 연속으로 총 사업체 수가 감소한 지역 △전체 건축물 중 준공 후 20년 이상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인 지역 등 3가지 쇠퇴 요건 중 2가지 이상 충족돼야만 도시재생사업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재난지역에 대한 별도의 도시재생사업은 없었다.정부는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지진 이후 약 한 달 만인 12월 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국무총리)에서 도시재생특별법 개정 및 ‘특별재생지역’ 신설을 통해 흥해읍에 특별재생 시범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원이 세 가지 조건 중 인구감소 부분만 충족해 현행 도시재생법에 따른 지원이 불가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자유한국당 김정재(포항북) 국회의원은 지난 1월 19일 지진의 진앙지지이자 가장 큰 피해를 본 포항 흥해읍이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도시재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특별재생지역(특별법 제2조 제1항 제8호의 2)이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 중 피해지역의 주택 및 기반시설 등 정비, 재난 예방 및 대응, 피해지역 주민의 심리적 안정 및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재생을 긴급하고 효과적으로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개정된 도시재생특별법으로 흥해읍을 중심으로 한 포항 지진 피해지역은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돼 재생계획에 따라 포항의 새로운 부흥지역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약 6천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다. ◇ ‘관’ 주도에서 ‘민’ 주도로 포항시는 흥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흥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에 참여할 주민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이들은 뉴딜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주민 대표 역할을 한다. 주택정비와 도시 재생 활성화 방안 등 두 분야로 나눠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 추진하는 상향식 모델이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은 흥해읍을, 포항시를 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12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파손돼 시민들이 갈 곳을 잃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재해부흥공영주택을 큰 기둥으로 삼아 주택문제를 해결했다. 말 그대로 재해로 말미암아 주거지가 파괴된 이재민들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어 공급하는 주택이다.가장 중요한 점은, 주택재개발사업과 구획정리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일본정부가 주민들로 구성된 ‘도시 만들기 협의회’ 등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그 결과, 지역의 독자적인 문화가 형성되고, 지역 주민인 이재민들 간의 공동체 의식도 높아졌다.흥해지역 주민들도 직접 도시 설계에 참여한다. ‘주민참여컨설팅단’에 소속된 도시재생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주민들과 만나 마을 부흥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흥해’를 설계한다.또 한동대나 포항대, 선린대 등 지역 대학생들의 집합체인 ‘흥해 아이디어 발굴단’을 통해 대학생들이 보고 느낀 아이디어를 수집해 도시계획에 반영한다.포항시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뉴딜사업을 지원사격한다. 포항시 재난심리지원센터 개소와 함께 지진을 겪은 주민들의 심리적인 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동시에 앞으로 진앙지인 흥해읍 일원에 ‘지역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진을 극복하고 새롭게 일어서는 도시 이미지를 구축, 포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이 외에도 흥해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개소와 함께 주민밀착형 사업 추진으로 ‘대한민국 제1호 재난대응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이재민들의 당면과제인 경제적인 부분은 중앙정부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다.흥해읍은 고령화에 서민밀집지역, 구도심 지역이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이 많다. 새 건축물에 이주한다 하더라도 또다른 빚더미에 앉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이재민들이 떠안아야 할 개인의 재건비용이 많이 들어 문제가 됐었다.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이재민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각도에서 방편을 찾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피해주택복구지원금도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 지자체 조례 등도 개정한다.주택사업과 관련한 각종 규제에 대한 편의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포항시는 문화재, 도시계획, 부당금 등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부분을 최소화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뉴딜구역’에서는 상하수도 요금도 감액한다. 지역 내 건설업체나 원자재 공급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 제도도 구상하고 있다.이재민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의 주거안정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업체와의 협업으로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포항재난지역 특별도시재생 성공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공공기관이 사업성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포항)도시재생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뭔가를 해줘야 한다”며 “국토부를 중심으로 특별재생 T/F팀을 꾸려 현실성 있는 (지진 대책)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도약하는 포항, 한반도 방재 ‘랜드마크’로11·15 포항지진을 겪은 포항시는 가까운 미래, 도시부흥의 선도모델이자 전 세계적인 지진극복모델로 성장하겠다는 야삼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경상북도를 넘어 한반도 대표 방재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다. 전국 처음으로 포항시 행정조직에 지진을 전담으로 하는 ‘지진국’도 신설됐다. 포항시 지진대책국에는 20여 명의 공무원이 배치돼 지진에 대한 수습뿐만 아니라 365일 지진 선제대응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국내 최대규모 지진안전체험관을 비롯해 지진과 관련한 모든 시설들이 집대성한 국립방재공원 건립도 포항에서 추진되고 있다.지진은 물론 태풍, 해일, 화재 등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재난 컨트롤타워인 고베시 ‘인간과미래 방재센터’의 역할과 같다.포항의 경우,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해일이나 지진해일(쓰나미) 등의 위험과도 상당히 맞닿아 있다. 특히, 해발 0m인 일본 오사카시와 마찬가지로 포항 역시 오래전 ‘뻘 지역’으로 지대가 낮다. 따라서 동해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하게 되면 그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또 ‘루사’나 ‘메미’ 등 한반도에 들이닥친 강력한 태풍들의 이동경로에 자리 잡고 있어 태풍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진도 포항에서 발생했다. 모든 방면에서 ‘포항’ 국립방재공원의 건립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국립방재공원이 들어서게 되면 이곳에서 방재전문가를 양성, 재난 상황 발생 시 신속·정확하고 효율적인 조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경상북도 내 안전체험관의 부족으로 체험형 안전교육이 미비했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시는 기존 체험관에 대피기능까지 갖춘 국립방재공원 건립 추진으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 100대 국정과제인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역시 포항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일본 최고의 항구도시이자 아시아 중심(hub)항이었던 고베시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도시로 추락했다.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전국적인 관심에 힘입어 과거의 영광을 넘어선 세계적인 방재도시로 부흥에 성공했다.전문가들을 초빙해 교육하고 방재 비전을 제시하는 등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선두주자로 나아가고 있다.조건은 다 갖췄다. 일본의 성공적인 사례가 이미 있고, 정부와 포항시는 예시대로 모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은 건 실천하려는 의지 뿐이다.‘New deal’은 미국 숙어로 재출발, 대변혁, 또 한 번의 기회 등으로 뜻풀이된다. 포항시는 지진 이후 재출발,“New deal”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New deal’, 혁신적인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끝

2018-05-18

경주 2018 경북 어린이 백일장·사생대회

경북매일신문이 주최해 지난 5일 안동 탈춤공원과 지난 12일 경주 황성공원에서 열린‘2018 경북어린이 백일장 및 사생대회(안동·경주)’가 지역 어린이 3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안동·경주 대회의 백일장 운문 부문에서 남지원(송현초등 4년) 어린이의 ‘우산’과 최보경(동천초등 3년) 어린이의 ‘숲’이 최우수상의 영예를 각각 안았으며 산문 부문에서는 강재이(안동강남초등 6년) 어린이의 ‘손이 만들어낸 기적’과 서연수(용강초등 3년) 어린이의 ‘포근히 나를 안아준 숲’이 최우수상의 영예를 각각 안았다. 또 백일장 우수상에 서익(복수초등 2년) 어린이 등의 작품 106점이 선정됐다.사생대회 부문에서는 김도희(송현초등 5년)·임휘수(안동강남초등 3년)· 김도현(서부초등학교병설유치원)·김민서(용황초등 6년)·송소윤(월성초등 2년)·차시우(제일어린이집) 어린이가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김미주(용강초등 5년) 어린이 등 249명이 우수상을 수상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운문 최우수상- 최보경 (동천초등 3년)‘숲’숲은 우리 가족이랑 닮았다열심히 일하는 개미 같은 아빠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 같은 엄마다람쥐나 청솔모 같이 귀여운 내 동생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새 같은나가족처럼 함께 있어야 숲이 된다산문 최우수상- 서연수 (용강초등 3년)‘포근히 나를 안아준 숲’나는 얼마전 경주로 이사를 왔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황성공원 숲에서 버스킹 연주를 하여 처음 이 숲을 찾았다.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다람쥐, 청설모도 보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하고, 새로운 학교에 적응을 하며 설레이고, 긴장되기도 한 나의 마음에 평온함을 주었다. 봄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따듯한 햇볕 아래 연주는 시작되었다.악기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무의 속삭임, 꽃들의 노래, 새들의 인사,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된듯 숲의 소리와 악기연주는 드디어 하나가 된 멜로디였다. 그동안 경주에 이사와서 긴장되었던 나의 마음을 이 숲이 환영한다고 두 팔 벌려 나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마치 우리 가족과 같았다. 엄마, 아빠는 날 포근히 안아주고, 난 짹짹 거리며 엄마, 아빠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우리 동생은 진짜 강아지처럼 뒤를 졸래졸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가는 것 같았다. 이 숲이 날 편안히 해주는 것 같았다.또 돌멩이 모양이 신기한 것도 찾고 네잎 클로버도 찾으니까 벌써 황성공원 숲과 추억이 생기는 것 같았다. 너가 나를 포근히 안아주었듯이 내가 너를 찾아올 때 너가 나를 웃으며 반겨줄 수 있도록 쓰레기도 버리지 않고 깨끗하게 너를 아끼며 함께 건강할 수 있도록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 보호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어린이가 될께.또 만나자! 오늘 너무 고마웠어. 고학년부 최우수상- 김민서(용황초 6) 저학년부 최우수상- 송소윤(월성초 2) 유치부 최우수상- 차시우(제일어린이집)입상자 명단□백일장◇운문부△최우수상 최보경(동천초 3-4)△우수상 조현준(경주초 4-1) 이수민(유림초 5-4) 김동휘(유림초 4-4) 권민호(경주초 2-3) 김다예(유림초 4-1) 이정민(금장초 3-5) 신승민(용황초 6-7) 김예령(용황초 1-4) 김나경(동천초 5-4) 김도빈(금장초 2-6) 정윤진(유림초 4-4) 임지우(금장초 2-2) 권민혁(경주초 4-6) 최성현(유림초 1-7) 최우진(유림초 1-4) 김민준(유림초 2-6) 김두하(흥무초 3-3) 정민서(황성초 2-3) 이재환(유림초 5-1) 이예승(유림초 2-5) 이유성(황성초 4-3) 정우용(유림초 1-6) 김재우(용황초 4-5) 정지환(용강초 1-1) 손동훈(용황초 6-4) 이준경(용황초 4-4) 성아정(용강초 1-6) 김도원(유림초 6-2) 서진혁(유림초 2-4) 사희성(금장초 5-1) 변서영(금장초 6-6)◇산문부△최우수상 서연수(용강초 3-1)△우수상 이민지(유림초 4-6) 박준석(금장초 3-5) 이예슬(용황초 5-3) 이수연(용황초 3-3) 박지후(용황초 1-1) 강수민(현곡초 4-1) 박가희(용황초 3-5) 설유정(용황초 6-3) 김채영(용강초 1-8) 고민서(용황초 5-2) 안명원(용황초 2-3) 김영성(황성초 5-1) 이지현(금장초 2-4) 조수빈(유림초 4-2) 손유찬(흥무초 2-3) 이동훈(황성초 1-5) 고나현(용황초 3-5) 최광혁(용황초 6-6) 전형빈(용강초 5-1) 이재은(유림초 1-7) 김윤슬(유림초 1-6) 서 빈(용황초 3-4) 구가민(유림초 4-2) 박소율(경주초 2-1) 한소혜(계림초 5-1) 박서연(유림초 1-4) 김채영(유림초 5-3) 차성호(용황초 1-4) 최윤서(용강초 5-2) 강민채(금장초 2-1) 이상우(창포초 1-1) 류하린(유림초 4-4) 이채민(용황초 4-3) 이현아(용황초 3-3) 강경민(금장초 4-1) 이윤서(용황초 4-2) 김동헌(황성초 5-1)□사생대회◇고학년부△최우수상 김민서(용황초 6-1)△우수상 김미주(용강초 5-4) 최예지(금장초 4-7) 이려흔(유림초 5-4) 박지홍(용황초 4-3) 서은빈(유림초 6-4) 권민우(유림초 4-7) 김민서(유림초 4-1) 신유성(유림초 4-2) 한선아(동천초 4-2) 김주하(금장초 4-4) 김현리(용황초 4-3) 이석준(경주초 4-2) 임서연(금장초 4-2) 이나윤(동천초 5-3) 정소은(유림초 4-4) 김다예(유림초 4-1)◇저학년부△최우수상 송소윤(월성초 2-1)△우수상 박현욱(용강초 1-3) 차시은(유림초 1-7) 장도연(용강초 2-3) 도선주(유림초 3-2) 이혜인(동천초 1-1) 김문석(유림초 3-1) 김민지(연일초 3-2) 김도빈(금장초 2-6) 신주하(황성초 3-5) 최예니(동천초 1-4) 신유리(유림초 1-3) 신아영(용황초 2-6) 이수민(경주초 3-2) 한소정(유림초 1-8) 이지현(금장초 2-4) 정다연(유림초 2-3) 김하정(경주초 2-2) 최예람(황성초 1-4) 최윤아(용강초 1-2) 조서희(흥무초 1-1) 김아인(유림초 1-7) 이정민(유림초 3-1) 김태형(유림초 2-4) 임선영(경주초 3-1) 성유정(용강초 2-3) 최유주(효자초 2-6) 양명민(유림초 2-3) 권도희(용황초 3-5) 전서현(흥무초 3-3) 한재선(동천초 1-2) 최지아(유림초 2-7) 조서연(유림초 1-8) 김민예(유림초 1-6) 김가현(동천초 3-1) 최현서(경주초 1-3) 홍서윤(유림초 2-3) 이석훈(황성초 1-3) 이세빈(경주초 2-1) 서정인(유림초 1-7) 임형진(연일초 2-6) 전지혜(용강초 2-1) 위지후(유림초 2-1) 김도현(용황초 2-3) 서미경(유림초 3-7) 이예은(유림초 2-3) 김해민(산대초 1-2) 김한결(용강초 2-2) 신지훈(동천초 1-3) 이소연(동천초 2-2)◇유치부△최우수상 차시우(제일어린이집)△우수상 정단아(계림초등학교병설유치원) 소민서(유강유치원) 황지환(예송유치원) 정진유(용황유치원) 홍은서(현대유치원) 김시아(용황유치원) 이형주(동국대학교부속유치원) 손지우(아화서면어린이집) 이수빈(제일어린이집) 전보은(유림초등학교병설유치원) 서진혁(예송유치원) 김나연(경주유치원) 김민서(신나는어린이집) 황은체(예송유치원) 손현정(아화초등학교서면병설유치원) 안준원(근화유치원) 박수현(불국유치원) 김하진(예원유치원) 김규빈(경주유치원) 김경남(황성초등학교병설유치원) 신도현(동천초등학교병설유치원) 김도영(꿈나무유치원) 장민혁(용강초등학교병설유치원) 이예서(현대유치원) 위지율(신나는어린이집) 이지민(경주초등학교병설유치원) 양희권(새화랑유치원) 김민제(황성초등학교병설유치원) 이하엘(흥무초등학교병설유치원) 옥정민(경주초등학교병설유치원) 안가은(산대초등학교병설유치원) 양해인(현곡초등학교병설유치원) 최가윤(곽민지어린이집) 정지유(솜사탕어린이집) 김한율(원더랜드유치원) 박지홍(황성초등학교병설유치원) 김산욱(불국유치원) 박수연(예원어린이집) 윤기령(신라초등학교병설유치원)

2018-05-18

낙후된 동해권역 번성 이룰 ‘국토 U자형 균형개발’ 시발점으로

“동해선 철도 개통 소식을 듣고 30년 만에 기차여행을 하게 됐다. 기차를 타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지역발전에 기대가 크다”지난 2월, 동해선 철도의 포항∼영덕 구간의 개통을 맞은 영덕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동해선 철도는 경북 포항과 강원도 삼척을 연결하는 길이 165.8㎞의 철로를 말한다. 이번에 개통한 포항∼영덕 구간은 경북의 동해안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유사 이래 최초의 철도로 포항∼월포∼장사∼강구∼영덕 구간을 하루 7차례 왕복 운행한다.포항역에서 KTX로 환승할 수 있고, 대구선, 동해남부선 열차도 탈 수 있어서 경북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 충청, 경남에서도 접근이 쉬워졌다. 동해선 철도 전구간은 오는 2020년에 개통될 예정이다.이렇듯 경북 동해안을 가로지르는 길이 처음 열렸다. 산업도시이자 관광도시인 포항과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 속초부터 강릉, 동해, 삼척까지 이어지는 강원도 대표 관광지 등 동해안의 다른 지역은 오래전부터 고속도로나 철로가 잇고 있었지만 유독 경북 동해안에는 고속도로나 철로가 없었다.이 때문에 국도가 아니면 닿을 수 없는 오지 같은 곳이 경북 동해안이었다. 수도권에서 가장 먼 여행지도 단연 이 지역이긴 마찬가지. 경북 동해안 주민이나 국내 여행자들이 동해선 철도의 개통을 반기는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이유에서 포항~영덕 고속도로에 지역민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포항 흥해읍 곡강리서 영덕 강구면 상직리 30.9㎞ 구간총사업비 1조2천853억 투입… 두 지역 24분 만에 주파주말·휴가철 7번국도 만성적 정체 해소로 관광수요 기대포항·영덕 단일생활권으로… ‘영일만대교’ 건설도 탄력받아부산~울산~포항~영덕~울진~속초 거쳐 북한·러시아 연결통일시대 대비 ‘꿈의 도로망’ 구축 위해 조기 건설 이뤄져야□ 포항∼영덕 고속도로, 본격적인 동해안 교통 인프라 발전의 시작포항시는 KTX와 고속도로, 공항, 항만 등 광역 교통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실제 인접지역 간의 왕래와 외지인들의 유입을 가능하게 하는 교통망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포항과 영덕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포항∼영덕 간 고속도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포항시 북구 흥해읍 곡강리에서 영덕군 강구면 상직리에 이르는 30.9㎞ 구간에 총사업비 1조2천853억원(국비 5천646억원, 도로공사 민자 7천207억원)을 들여 오는 2023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동해선 구간 개통에 이어 경북 동해안을 달리는 두 번째 길이 될 포항∼영덕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두 지역을 24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흥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7번국도의 만성적인 정체 해소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포항∼영덕 간의 고속도로는 우선 낙후된 경북 동해안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관련해서 이미 영덕과 삼척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여러 사전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여기에 남북 7축의 동해안 종축노선을 확보함에 따라 고속도로 연계기능이 강화되고, 관광수요 등 개발여건 변화에 따른 교통수요의 대처와 지·정체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과 영덕, 이웃 아닌 한동네로무엇보다 큰 효과는 역사·지리적으로 밀접한 포항과 영덕지역이 철도에 이어 고속도로가 연결되면 말 그대로 단일생활권이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덕의 경우, 농수특산물이 포항을 비롯한 대도시 등으로 신속하게 운송되고, 의료·교육 등의 혜택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여가휴식을 위한 부산과 울산 등 대도시 주민들의 이동 등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의 성장이 기대된다.이와 함께 ‘영일만대교’ 건설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사업계획적정성 재검토 완료’ 등을 거쳐 현재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변경 승인’에 대한 검토를 기다리고 있는 ‘영일만대교’ 건설 사업은 올해 기본설계비로 국비 10억원을 확보해 사업 추진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영일만대교’가 완공되면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와 포항공항, 영일만항, 철강산업단지 등과의 접근성이 나아져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는 한편, 포항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총 4천5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 동해권역 관광·레저 등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기대포항시는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를 비롯해 동해안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즉 부산을 시작으로 울산, 포항, 영덕, 울진, 삼척, 속초를 거쳐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꿈의 도로망’ 구축이 북방교류 실현을 위한 정부정책에 부합한다는 입장에서 조기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이와 함께 단절된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국토 U자형 균형개발은 물론, 동해권역 관광·레저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현재 공사가 한창인 동해안 고속도로들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해권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위한 과감한 투자지원이 절실하다”면서 “통일시대를 대비해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한 기반시설로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도로를 비롯한 교통망은 지역을 연결하고 소통을 통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전제조건 중 하나이다. 도로는 산업발전과 지역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일부의 반대에도 지난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우리나라가 농업중심에서 중공업시대로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하지만 최근 3년간 사회기반시설(SOC) 구축을 위한 국가예산이 계속해서 축소되는 등 도로건설 사업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현 정부가 균형발전을 국정기조로 삼은 만큼 도로시설 확충이야말로 균형발전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전제조건인 만큼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8-05-17

선제적 방재대책 추진·형식 아닌 실질적 대응시스템 마련 ‘착착’

‘지진 안전지대’ 안심하던 대한민국경주·포항 지진 당시 전국민 불안 떨어정부, 지진대응 체계 ‘대수술’ 착수내진설계 의무대상 확대·인증제 도입전국 단위 지진대피 훈련 실시도포항시, 지진방재 선구도시 목표현장중심 대응능력 고도화에 최선글 싣는 순서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3.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 헛돌았던 지진방재대책경주지진의 정부 대응은 참혹했다.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경주시 남남서쪽 8.2㎞ 지점,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약 한 시간 뒤인 오후 8시 32분, 본진인 규모 5.8의 강진이 경주를 휩쓸었다. 이날 발생한 지진은 1978년 국내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였다. 경주는 물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진동을 느낄 만큼 강력했다. 행정안전부 추산 부상자 23명, 이재민 54세대 111명, 약 11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대한민국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아무도 지진임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정보전달이 신속·정확하지 않았다. 이날 지진 이후 전 국민들에게 보내진 긴급재난문자는 8분이나 늦었다. 일부는 이 연락조차 받지 못했고, 최초 지진 이후 16분이 지난 오후 8시가 다 되서야 각 시민의 휴대전화에 발송됐다. 충분하고 신속한 설명자료 없이 5천만 대한민국은 원인도 모른 채 늦은 저녁 집 밖으로 나와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물론 TV에서도 재난안내를 수분이 지난 뒤 짧게 내보냈을 뿐이었다.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모든 전산망이 마비됐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런 땅의 흔들림에 놀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었지만 모두가 불통이었고, 문자, SNS 등을 비롯한 모든 연락수단이 멈췄다. 일부 지역에서는 약 2시간 가량 전화 연결이 안되기도 했다. 지진을 관측하고 예보하는 기상청 홈페이지도 먹통이긴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한반도는 지진에 그저 방치돼 있었을 뿐이었다.대피소도 마땅치 않았다. 주변에 대피소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국민들이 대다수였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 역시 지정된 대피소와 재난 임시 주거시설도 마련돼 있었지만, 전쟁이나 풍수해 등에 대비한 시설이었다. 지진대피소는 없었다. 대한민국은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전까지 지진 안전지대라고 모두들 알고 있었다. 갈피를 못 잡던 주민들이 취할 수 있었던 행동은 건물 주변에서 떨어져 본능적으로 넓은 곳을 찾아 삼삼오오 모이는 것 뿐이었다. 숱한 방재정책이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간 건 없었다. □ 형식에서 실질적인 대책으로경주지진 이후, 중앙정부는 지진 대응의 모든 부문에서 ‘대수술’에 들어갔다.우선 지난해 12월 기존 내진설계 의무대상 기준을 3층 또는 연면적 500㎡에서 2층 또는 200㎡ 이상 건축물 및 모든 주택으로 확대했다. 법적으로 강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개인 소유 건축물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내진 설계를 적용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재산세와 취득세 등 지방세 감면율을 최대 100%까지 확대했으며, 소득세와 법인세 등 국세는 최대 7%(내진투자금액의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7%) 공제해 준다. 내진설계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축물 대장 및 부동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내진성능을 표시하도록 했다. 또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제’를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시설물 인증제는 민간 건축물과 시설물 등의 소유자·관리자가 필요한 경우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을 신청해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고, 인증표시를 시설물 등에 부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 느끼고 있는 지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방편이다. 이 외에도 교량이나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 SOC시설의 내진보강은 오는 2019년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학교시설 내진보강 소요기간 역시 지진 예산을 투입해 기존 83년에서 34년으로 단축했다. 거센 비판을 받았던 지진재난문자 송출체계를 지진 이후인 지난 2016년 11월 기상청으로 일원화했다. 기존에는 조기경보를 기상청이, 송출은 행정안전부가 담당해 차례를 거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기상청은 이동통신사(SKT·KT·LG U+)와 지진·지진해일 긴급 재난문자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신속·정확한 재난안내를 하기로 약속했다. 오는 6월부터는 규모 6.0 이상 지진 발생 시 강제 수신기능과 지진에 대한 행동요령을 포함하는 재난문자 발송 등의 서비스도 함께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지진조기경보 시간은 50초에서 25초까지 당겼다.혼란을 가중시켰던 지진대피소 위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옥외대피소 8천155곳, 실내구호소 2천489곳을 구분해 지정했으며,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 지도와 T-map 등에서 대피소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전엔 없었던 전국단위의 지진대피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학교 안전관리사 제도 도입 및 안전교육·훈련 실시도 의무화했다.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장소와 상황별 구체적인 국민행동요령을 마련해 책자나 리플릿 동영상을 통해 상시 홍보하고 있다. 주택피해 지원기준 마련과 지진대응 전개양상을 반영한 매뉴얼 개선, 중앙과 지자체 모두 지진분야 전담조직을 확대했으며, 전문가 양성과 지진에 대한 학계의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지진방재 전문인력 양성기관(고려대, 강원대, 충북대, 전남대, 부산대)을 지정해 운영하면서 지진대응역량강화를 준비중이다. 또 미지의 구역이었던 한반도 활성단층 조사·연구에 착수했다. 총 5단계 1천175억원을 들여 오는 2041년까지 25년간 추진하기로 했다. 범정부 지진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중앙부처 및 지자체의 조직과 전문인력을 102명(중앙부처 45명, 지자체 57명)으로 보강하기도 했다. □ 방재대책에 앞장서는 포항최근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11·15 포항지진’의 피해 규모가 총 3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직접 및 간접 피해액으로 나눠 포항지진 발생에 따른 자산 손실액을 추계한 결과다. 직·간접적으로 포항은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아직도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포항지진은 규모가 경주보다 작았지만 피해는 오히려 더 컸다.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께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포항시가 집계한 피해액은 현재 668억 2천 5백만원이고, 복구비용은 1천억원을 넘겼다.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명됐지만, 한반도에서는 처음으로 액상화현상이 나타나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이 집중됐다. 계속된 여진은 지난 3월 30일자로 100회를 기록한 뒤 멈췄다. 하지만, 지진이 끝난 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모로 포항지진은 경주지진보다 심각했다.포항지진이 남긴 가장 큰 문제점은 이재민이었다. 포항지진이 포항 도심지를 강타했고, 발생 깊이가 얕았기 때문에 주거지의 피해가 심각했다. 특히 대성아파트는 30년이 넘은 아파트였다. 진앙지 주변으로 내진설계가 없었던 오래된 건축물이 많았던 것도 포항지진에 큰 피해를 입은 이유로 지적된다. 포항시는 전파·반파·소파로 나뉜 피해규모에 따라 우선적으로 재난지원금과 의연금을 지급하는 한편, 지진의 여파로 현 주거지에서 생활이 불가능한 이재민들의 이주작업을 진행했다. 국민임대아파트 172호와 다가구 128호 등 총 300호의 물량을 지원받아 현재까지 653세대 이재민 중 95%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월 임대료는 경북도와 포항시가 각각 50%씩 나눠 부담하며, 전세임대 신청자에게는 LH의 지원을 받아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강력한 지진을 겪은 포항시는 현재 ‘365 선제적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통해 지진방재 선구도시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우선 4대 계획(△예측·예방 △사전대비 △지진발생시 대응 △조사·복구)을 마련해 추진하면서 현장 중심의 지진대응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데 목표를 뒀다. 주민 방재지도자 육성, 지진감지 센서와 방사선 감지기 추가설치, 기상청 및 교육청과 조기경보 협약 등을 통해 지진 예측·예방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재난방송 송출협약, SNS 상황전파단 운영, 주민소통 현장채널 개설, 이재민 관리 전자인증 시스템 도입 등을 마련해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정착시키기로 했다. 빠른 조사와 복구를 위해 원스톱 주거안정 시스템 마련, 이재민 주거안정협의회 구성, 포항 해비타트운동 전개, 심리안정 현장지원센터 및 국립 트라우마 치유센터, 국립지진방재센터 유지 등도 현재 진행 중이다.그동안 형식에 지나지 않았던 지진대피훈련을 수정해 실질적인 방안을 담았다. 읍면동 권역별 순회교육을 통해 지역 내 초·중·고 126개교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이론·체험교육 등의 종합교육을 실시한다. 기업현장지원단을 활용해 개별 기업의 지진 대응계획 수립 및 대피훈련 실시 여부를 확인하고, 미수립 기업에 대해 자체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읍면동별 시범 마을·아파트를 지정해 자체 대피훈련을 정기적으로 추진하고, 학교·기업·다중밀집시설 등도 기관·장소별로 적합한 자체 매뉴얼을 수립해 정기적인 대피훈련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photokid@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8-05-11

흔들리는 재앙 ‘震災’ 기억하고 복구하고 대비하는 ‘재난 제어탑’ 역할 충실

한신·아와이 대지진 이후 당시 현장의 모든 기록 저장재해 경험·교훈 ·정보 총망라지역내 모든 관공서 연계재난종합방재정보시스템 구축매달 지진 정보 연재하는 언론 등‘방재 생활화’ 위한 노력 계속글 싣는 순서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3.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 학계고베시 한가운데 있는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재해의 경험과 교훈을 계승하고, 방재 및 감재사회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시설이다. 건물 안에는 전시 자료와 지진 당시의 영상, 지진 재해 체험자의 체험담을 통해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재해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또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전의 거리와 이후의 모습들, 재해부터 도시의 부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등 모든 자료들도 저장돼 있다.특히, 센터는 단순 기념 시설을 떠나 방재 연구와 전문가를 육성하면서 일본 재해·재난의 제어탑 역할을 한다. 30년 앞을 전망하면서 △재해대책행정대응 △응급피난대응 △정보대응 △지역경제대응 등 10가지로 연구분야를 나눠 일본의 방재를 이끌어가고 있다.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자 등을 연구원으로 채용해 방재전문가로 육성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실제 이들은 지난 2016년 일본 구마모토 지진(일본 기준 진도 6, 한국 진도 9 수준) 당시에도 현장에 투입돼 많은 활약을 하기도 했다.오사카시에 있는 ‘오사카시립 아베노 방재센터’는 다가올지 모르는 대재앙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본은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 앞으로 30년 안에 진도 8의 대지진이 일본 본토에 들이닥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00∼200년마다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하곤 했다. 단지, 어느곳에서 어떻게 지진이 발생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곳에는 일본에서도 아직 경험해본 적 없는 진도 8의 대지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코너’를 마련해 놓고 있다.□ 언론일본의 가장 큰 신문사 중 한 곳인 마이니치 신문은 매달 17일마다 지진 관련 이야기를 신문에 담아내고 있다.올해로 23년째 연재 중이다. 지진 피해상황과 함께 재난민에게 생활 정보를 전하는 ‘희망신문’과 ‘재난특집’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 1월 17일 이후부터 시작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목적으로 언론 역시 재난을 극복하고 또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또 일본에서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표기할 때 ‘한신·아와지 대진재(大震災)’로 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진(地震)’이 아니다. 이를 가장 먼저 사용한 곳 역시 마이니치 신문이다. 이 신문은 지면기사를 통해 ‘한신 아와지 대지진’을 ‘진재(震災)’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자연의 재앙은 거스를 수 없지만, 반대로 이를 극복해서 이겨내자는 의미에서 ‘지신(지진, 地震)’이 아닌, 강조의 의미를 담은 재앙을 단어에 담아 ‘신사이(진재, 震災)’를 썼다”고 말했다. 이 단어는 오늘날까지 일본 전역에서 통용되고 있다. □ 관공서일본 내 모든 관공서들은 재해·재난 발생 시 각자의 메뉴얼대로 움직이도록 시스템화돼 있다. 일본 여행지 중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오사카시는 재해·재난 발생 시 시민들의 대피장소에 53만명이 사흘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양의 식사와 물을 비축해 두고 있다. 이곳은 해발 0m 지대로, 해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공업용수로 많은 양의 지하수를 퍼올려 쓰면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오사카시는 지진과 해일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층 빌딩을 ‘쓰나미빌딩’으로 정해 비상시 시민들의 피난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또 재난종합방재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소방국, 경찰 등 모든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동체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재해가 발생하면 오사카 시내 전역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신속하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오사카시에서는 일반인이 아닌 고령자나 장애인 등이 재해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가까운 병원과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피난소’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는 자주방재조직(자율방범대, 유년소방클럽, 소년방재클럽, 부인방재클럽)을 통해 지방방재능력의 향상 및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낙오자가 없도록 자주방재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 자원봉사자정부나 학계, 언론 등 모든 기관에서 재해·재난 발생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자원봉사자’로 꼽는다.지진 이전, 일본에서 ‘자원봉사자(Volunteer)’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 의미가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려진 때가 바로 1995년이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고베시에는 전국적으로 구원의 손길이 모였다. 공무원들이 동원돼 물질적인 피해를 복구하는 동안, 이들은 공무원들이 신경 쓰지 못한 이재민들의 모든 아픔을 함께 나누고 봉사했다. 방재와 관련한 모든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통해 고베시를 포함한 지진 피해지역이 신속하게 복구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재난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지진이라는 아픔을 겪고 나서, 일본에서 ‘자원봉사자’라는 의미가 정착했다. 자원봉사활동이 발전하면서 지난 2006년 고베시가 있는 효고현 내 NPO(특정비영리활동)법인이 1천개를 넘어서면서 전국 6위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진으로 많은 것을 잃은 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시라이시 히데토시부센터장 인터뷰방재는 재해를 상상해서 하는 대비준비만 잘하면 80%는 해결된 것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이 가장 중요고베시와 효고현, 일본 정부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고베시 한 가운데서 방재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지진을 겪은 이들은 예방하고, 지진을 극복하기 위해 미래를 설계 중이다. 일본 방재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시라이시 히데토시 부센터장을 만나 지진에 대한 진짜 이야기와 일본 방재의 현주소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를 소개 한다면△방재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연구원들을 교육시키는 곳은 많지만, 전문가 양성을 할 수 있는 곳은 일본에서 우리 센터뿐이다. 물론 지진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 1월 17일 이후 당시 그 누구도 고베에서 지진이 발생할 줄 몰랐다. 실패를 딛고서 교훈으로 삼자는 의미에서 고베시에 방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7년 만인 2002년에 완공됐다. 당시 국비 30억엔과 지방비 30억엔을 합해서 60억엔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은 지진 교육과 앞으로 일본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구원들이 상주하면서 방재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연구원들이 실제 재난 발생 시 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2년 전 ‘구마모토 지진’ 당시에서 이곳 연구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많은 대처를 했다. 중국에서도 방재 교육을 위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일본은 지진을 예측하고 있는 수준까지 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일본에서도 지진을 예측 가능하다는 말이 많이 있었다. 지금은 전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예측을 전혀 할 수 없다. 지진이 어디에서 일어날 지도 모른다. 지진 발생 이후 또 다른 어떤 상황이 닥칠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땅이 운동하면서 수많은 건물이 붕괴됐다. 그런데 구마모토 지진도 땅이 분열됐는데, 큰 피해가 없어서 사람들이 안심했었다. 하지만, 방심한 틈에 두번째 지진이 연이어 와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같은 원인의 지진이어도 발생 이후 현상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수가 없다. 또 동일본 대지진처럼 지진으로 인한 1차 피해가 아닌 지진해일(쓰나미)로 피해를 많이 입은 사례도 있다.-일본의 방재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우선 방재는 큰 재해가 발생할 경우를 상상해서 사전에 대비하는 것 또는 준비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준비만 잘 해 놓으면 80% 해결된 것과 같다. 가장 쉽게 접하는 부분이 내진설계인데, 일본은 1986년 건축법 개정으로 진도 6까지 건물이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강제했다. 일본은 진도 7이 최대치다. 진도 6이면 한국 기준으로 9∼10 정도다. 지진은 사실 ‘운’이다. 집에서 있을 수도 있고, 밖에 외출한 상태로 지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어디서든 큰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살아남았다면, 전력을 다해 도망가라.-지진 발생 이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무엇인가△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건물 재건을 비롯한 물질적인 부분은 100% 복구됐다. 다만, 처음에 내세웠던 ‘고베 부흥’의 목표 설정이 어디까지인지 미묘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순 없을 거 같다. 지진 트라우마 등 인간관계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하다.사람에 대한 대처, 사람들이 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험상 재난이 발생하면 공권력이 상황을 추스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버린다. 온 국민들이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해결은 어렵다. 같이 협조하고 지원하고, 구조활동을 해야 한다. 지진 이후에는 소통하려고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전에 준비를 잘 해야 한다는 것. 한국사람들에게 꼭 이 말을 해 주고 싶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photokid@kbmaeil.com

2018-05-04

투박한 찻잔에 머금은 그윽한 茶의 향기… 세계가 반한 문경 찻사발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2018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개막 사흘 만에 관광객 6만여명을 돌파하며 5월 가족의 달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문경 찻사발의 꿈! 세계를 담다’라는 주제로 열린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찻사발 명품경매, 중국·일본·전국 차인단체 다례시연, 영국황실 홍차시연 등 기획전시, 특별행사, 체험행사, 알찬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오는 7일까지 문경새재 일원에서 펼쳐진다.지난달 28일 열린 개막식은 식전행사인 찻자리의 품격과 차림새 등을 겨루는 ‘아름다운 찻자리 한마당’과 경북도립국악단의 대북공연에 이어 주제관 테이프컷팅, 망댕이가마 불지피기,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백산 김정옥사기장과 도천 천한봉 도예명장의 핸드프린팅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또 일본 미야자키현 에비노시 무라오카 다카야키 시장 일행이 행사장을 찾아 문경전통찻사발축제을 통한 한국의 멋과 전통문화를 체험했다.문경시와 축제조직위원회는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올해 20주년 맞은 만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가족·연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찻사발 경매도 전문 경매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마당 축제로 승화시키기로 했다.7일까지 ‘2018문경전통찻사발축제’中·日 다례시연, 영국황실 홍차시연 등알차고 다양한 프로그램 ‘대박’ 조짐 □ 우리나라 최초의 다완박물관 개관우리나라 최초의 다완(茶碗) 전문박물관이 찻사발의 고장 문경에서 문을 열었다.지난달 29일 개관한 문경시 문경읍 하리 관음요 갤러리 지하 1층에 자리한 ‘한국다완박물관’은 462㎡의 부지에 2개의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문경읍 관음요에서 8대째 가업인 도자기를 빚고 있는 김선식(48) 도예가의 오랜 소망이자 선친의 꿈이었던 다완박물관이 완공된 것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고대의 다완에서 부터 수억 원을 호가하는 중국 대가의 작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 젊은 작가들의 작품 등 2천500여점을 수집해 그 중 700여점을 전시해 놓았다. 앞으로 기획 전시나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수장고에 있는 나머지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제1전시관에는 김선식씨의 선친인 김복만 선생의 작품 등 문경에서 활동하다 작고한 도예가들의 작품과 전국 각지의 다완 전문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제2전시관에는 젊은 도예가들의 다완과 다기세트 등을 비교해서 감상할 수 있다. 또 다완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방법이나 다완의 종류 등을 실물과 비교하며 다완에 대해 배울 수도 있다.김선식씨는 “상설전시관이나 특별 기획전을 통해 한국 찻사발의 문화를 향유하고 글로벌 도자문화연구의 거점 역할을 하는 것이 다완박물관의 목적”이라며 많이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다완은 막사발 등으로 불리다 임진왜란 이후 붙잡혀간 조선 도공들에 의해 일본에서 다도가 크게 성하면서 다완으로 정착된 이름으로 알려졌다. 주로 가루차(말차·抹茶)를 마시는 그릇인 다완은 가격이 비싸고 멋을 알기가 쉽지 않아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차 도구다. □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위한 축제 한마당문화관광부 최우수 축제인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지난달 28일 개막 이후 축제장을 찾은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체험행사와 특별공연으로 준비해 한마당 축제를 연출했다.축제추진위는 이날 하루 ‘은한’ 해금연주,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 밸리댄스, 문경지역 전통농요인 모전들소리 등의 공연과 찻사발 3종 경기, 찻사발 명품경매 등 관람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이벤트도 함께 마련돼 축제 분위기를 북돋웠다. 가족단위 관광객들도 축제장 곳곳에 마련된 찻사발 빚기, 찻사발 그림그리기, 흙속의 구슬찾기, 망댕이가마 소원던지기, 다례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특히 KBS ‘역사저널 그날’과 EBS 한국사 강사로 유명한 최태성 선생의 세계를 담은 찻사발이야기라는 주제로 한 역사강연 시간을 마련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올해 20주년을 맞은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국내 대표축제에 걸맞은 축제로 성장하면서 개막일인 지난달 28일 2만1천442명, 29일 2만9천712명, 30일 1만3명 등 총 6만1천157명이 다녀감으로써 우리나라 대표 축제라는 명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 전국 차인 60개팀 참가한 찻자리 경연장대한민국 최우수축제인 문경전통찻사발축제 개막 행사 일환으로 열린 ‘아름다운 찻자리 한마당’에서 다도대학원의 박은영(경남 김해)씨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문경의 전통 찻사발과 차, 그리고 사람이 만나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 이번 행사에는 전국각지의 차인(茶人) 60팀이 참가해 찻자리의 아름다움을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찻자리에 가지런히 놓여진 찻사발과 다기 등 차 도구에 담긴 차향을 맛보고 ‘원더풀’을 연발했다. 수상자들에게는 문경지역 도예가들이 만든 찻사발 1점씩이 수여됐다. □ 가족의 달 5월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올해 20주년으로 성년을 맞은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관광객들을 위한 알찬행사와 체험프로그램을 크게 늘리면서 차 문화와 더불어 지역의 색다른 행사들을 함께 선보여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은은한 차향과 아름다운 찻자리, 차인과 관람객과 함께하는 차(茶) 축제가 열리고 있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내 광화문과 왕건집에는 다례시연과 전국 차회 접빈다례 및 체험다례행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차의 맛과 멋을 음미하며 차향을 선사한다. 또 광화문 앞 찻자리에는 영남다림 진다례, 묵상다례, 화랑다유회 등 다례를 시연하고 있다.축제추진위원회는 세트장 내 왕건집에서 테마별 한국차 체험, 중국차 체험, 영국황실 홍차체험, 일본차 체험과 효월 선생과 함께하는 차덖기 체험, 다식만들기 체험, 다도 체험, 외국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가루차 체험을 진행한다. 체험프로그램으로 △축제장 곳곳에 설치된 QR코드 과거시험지를 요장 곳곳을 찾아가며 미션을 통과, 장원급제자에게 선물을 주는 차담이 어드벤츠 △자신의 소원을 한지에 적은 나무를 던지는 망댕이가마 소성 체험 △사기장의 하루 △흙속의 진주찾기 △흙놀이터 등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또 야간축제로 문경온천지구 신북천 인공폭포 앞 특설무대에서 열리고 있는 ‘별이 빛나는 신북천’과 점촌 문화의 거리에서 열리고 있는 ‘夜밤의 한사발’에도 버블쇼, 찻사발경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흥겨움을 이어가고 있다.김억주 축제추진위원장은 “올해로 성년을 맞은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모든 국민들이 전통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5월의 대표 축제이자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8-05-04

사통팔달 뻥~ 뚫린 ‘포항의 혈관’ 지역경제 활성화 희망이 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제국이 가장 번창하던 시대, 로마제국은 새로 땅을 정복하면 반드시 가도(街道)를 놨고, 그 길을 통해 로마 군단을 파견하고 식민지의 물품을 들여왔다. 로마를 중심으로 한 372개의 거대한 도로망은 로마의 경제를 움직이고 지역의 안정을 가능케 하는 ‘제국의 혈관’이 됐다. ‘길’은 로마를 하나로 묶어주는 그물이었고, 이는 물류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오랫동안 교통 오지였던 경북 동해안 지역도 이제는 포항을 중심으로 점점 교통 인프라가 확고히 구축되고 있다. 경북 동해안의 관문 ‘포항’. 여기에는 도로, 철도, 항공, 해운 등 각종 교통수단이 각 방면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접근하기 쉽고 편한 ‘도로’의 역할이 제일 컸다. 바로 ‘대구∼포항 고속도로’와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대표적이다.경북 내륙을 연결하는 대구∼포항 고속도로대구·경북 하나로 묶으며 교두보 역할 ‘톡톡’죽도시장 등 지역상권 부활에도 큰 기여내륙산단과의 경제적 통합 등은 ‘공염불’ 그쳐우리나라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을 비롯해 경부 축으로 집중되면서 지역 간의 불균형은 물론 교통 혼잡,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이는 국가의 균형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경제적 낙후와 투자부진 현상이 지속되는 현상을 가져왔다.정부는 이러한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화 시대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고속도로는 주요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하나로 다른 교통시설에 비해 국가경제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지난 1970년에 건설된 경부고속도로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사회·경제적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여객수송 면에서 도로가 철도에 비해 운행속도나 운행 빈도, 운임 면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화물수송 면에서도 공업화 진전에 따른 제조화물 증가와 도로의 확충으로 트럭운송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승용차의 대중화와 컨테이너를 비롯한 고가화물의 지속적인 증가로 고속도로 중심의 수송구조는 더욱 강화돼 왔다.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고속도로가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4년에 개통된 대구∼포항 고속도로 역시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묶으며 경제는 물론 문화, 사회 등 전반적으로 교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대구와 구미 등 내륙도시는 1시간 이내 거리의 항만도시를 얻게 돼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고, 아울러 포항도 300만의 내륙도시와 함께할 수 있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대구∼포항고속도로는 1조9천632억원을 투자한 4∼6차선 고속도로다. 대구 동구 도동에서 포항시 남구 연일읍까지 68.42㎞의 길이로, 기존국도에서 16.14㎞의 거리가 단축돼 시간 절감(50분 단축)으로 1천935억원을, 차량운행비 절감으로는 668억원을 아끼게 돼 총 2천603억원의 편익을 얻게 됐다. 주요시설로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어주는 대구 도동 JCT 1곳, 청통·화남·기계 IC 3곳, 와촌·청통·영천 등 휴게소 3곳, 9천240m의 터널 8곳, 1만1천310m의 장대교 36곳, 1천650m의 소교량 47곳의 시설물이 있다.한편,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포항지역의 경제력이 대구권역으로 흡수돼 의료와 교육 등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지만, 바다와 싱싱한 해산물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죽도시장을 비롯한 지역 상권은 모처럼 활기를 띠기도 했다. 한때 주말 죽도어시장에는 대구 등에서 온 내륙 방문객만 가득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하지만 당초 고속도로 건설의 취지인 대구를 중심으로 포항과 구미의 산업단지를 연계한 경제적 통합에 주력한다는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고, 영일만항의 차질 없는 추진으로 포항이 환동해권 물류와 비즈니스 중심 도시로 우뚝 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지방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개통 10여년이 지난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크지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 점을 감안한다면 그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제도를 보완해야 필요가 있다.대구∼포항 고속도로는…★사업기간 및 예산 - 지난 1998년 4월부터 2004년 12월 7일까지 6년 8개월간 1조9천632억원을 투자한 4∼6차선도로.★연장 - 대구 동구 도동에서 포항시 남구 연일읍까지 68.42㎞★주요시설 - 경부고속도로를 이어주는 대구 도동 JCT 1곳, 청통·화남·기계 IC 3곳 와촌·청통·영천 휴게소 3곳★ 9천240m 터널 8곳, 1만1천310m 장대교 36곳, 1천650m의 소교량 47곳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울산∼포항 고속도로철 생산·소비지 연결, 물류비 연 1천300억 절감해오름동맹 결성, 200만 초광역 창조경제특구로‘아시안 하이웨이’ 핵심축 동반성장 기회도 얻어지난 2016년 개통한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는 그동안 7번 국도의 상습적인 교통정체 문제를 해소하고, 서남해안 중심의 L자형 개발 축을 U자형으로 변경하기 위한 의지에서 시작됐다. 포항과 울산이 지니고 있는 산업적 특성을 살펴보면 고속도로의 개통은 그 의미가 단순한 통행시간 단축을 넘어선다.포항은 두말할 나위 없는 철강도시이며 첨단산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울산은 자동차산업을 선두로 조선, 석유화학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산업들은 상호연관성이 깊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어 경제 시너지 효과는 날개를 달게 됐다.또한 포항과 울산이 고속도로로 연결된 것은 두 도시의 항만이 고속도로로 이어진다는 의미도 있다. 항만을 통해 두 도시의 산업경쟁력이 커지고 동북아 물류허브로 올라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울산∼부산 고속도로와 연결돼 동해 남부권의 간선축이 완성됨에 따라 우리나라 대표 공업지역인 울산·포항지역과 부산항 사이의 이동이 쉬워져 산업물동량 물류지원체계를 확보하는 등 물류기능도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는 ‘국내 최대의 철(鐵) 생산지 포항’과 ‘국내 최대의 철(鐵) 소비지 울산’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철강업을 포함한 지역산업 전반에서 물류비용이 연간 1천300억원 이상 절감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즉,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가 단순한 교통망 구축이 아닌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통 자체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울산∼포항이 연결된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만큼 울산과 포항의 고속도로 연결이 가지는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포항시와 울산시, 경주시 등은 그동안 행정구역이 달라 협업이 어려웠던 문제점을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털어내고 ‘해오름동맹’을 통한 지역 간 교류를 더욱 강화해 인구 200만 명의 초광역 창조경제특구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관련해서 포항의 첨단소재, 울산의 조선 및 자동차, 경주의 자동차와 조선 부품 등 탄탄한 산업 공급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융·복합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도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가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포항 고속도로는 분명 포항과 울산에게는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특히 부산을 시작으로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속초를 지나 유라시아까지 나아가는 ‘아시안 하이웨이’의 핵심축으로 포항과 울산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과 울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침체의 늪에 빠진 동남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기반 역할을 해주고 있다”면서 “사람과 돈이 모이는 기업하기 좋은 포항, 휴식과 문화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포항, 지역발전의 기운이 뚜렷한 성장하는 포항으로 변모하고 도약하는데 고속도로가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울산∼포항 고속도로는…★사업기간 및 예산 - 지난 2009년 착공, 공사비 2조 원 투입 7년 만에 개통.2015년 12월 29일 전체 53.7㎞ 중 터널공사 중인 일부 구간 제외한 42.2㎞ 우선 개통, 2016년 6월 30일 완전 개통★연장 - 남포항 IC에서 울산 JCT까지 53.7㎞★주요시설 - 분기점(JC) 1곳, 나들목 4곳, 외동·양북 휴게소 2곳, 국내에서 두번째로 긴 양남터널 7.5㎞을 비롯한 터널 23개, 교량 52개/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8-05-03

‘규모 7.2’ 부서진 고베… 그날의 참상을 기억하며 생존을 배우다

고속도로·철로 끊어지고 주택 붕괴지자체의 모든 기반시설 무너지고섬과 日 본토 사이 거리도 1m 벌어져갈라진 땅·붕괴주택 등 지진 잔해 보존정부·지자체 합동 박물관·공원 조성미래세대에 위험성 인식·학습자료 활용글 싣는 순서 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3. ‘신사이(震災)’ 재난을 극복하다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일본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지진은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다.규모는 9.0. 1900년 이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이 지진의 특징은 지진의 규모 자체보다 후발주자인 ‘쓰나미(지진해일)’에 있다.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도호쿠)지방 태평양 해역 해저 깊이 24㎞에서 흔들린 땅의 울림을 시작으로 10m 높이의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을 덮치면서 당시 1만5천890명이 숨지고 2천589명이 실종됐다.이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수소폭발과 함께 방사능이 누출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모두 2만명이 넘는 희생자와 약 182조원의 피해를 낸 최악의 지진이자 쓰나미로 기억돼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 일본 최악의 지진은 물론 1995년 규모 7.2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이다.1월 17일 오전 5시 46분 52초에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에서 ‘7’이라는 숫자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기록된 진도 7 지진이었다.‘쓰나미’가 아닌 땅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일본 전국에서 6천43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4만3천792명이 다쳤다. 약 20초의 흔들림으로 10만4천906채의 건물 전파, 14만4천274채가 반파됐다.화재는 7천36건 발생했다. 한신 고속도로가 끊어지고, 역사가 붕괴해 철로에 있던 기차가 쓰러졌다.당시만 해도 일본 최대의 항구이자 아시아의 중심항이었던 고베시는 이 지진으로 지자체의 모든 기반시설이 무너지면서 일본에서 최고의 부채를 안고 가는 도시로 몰락했다. 고베시의 피해가 가장 커 ‘고베 대지진’으로도 부른다.‘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애초에 지진이 빈번한 나라기 때문에 나름대로 지진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엄청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고베시는 오래전부터 지진이 없었던 곳이었고, 당시 지진 연구기관들도 진원지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만큼 갑작스런 지진이었다.목조건물이 많았던 곳이라 피해는 극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서 내진설계를 포함한 건축기준이 더욱 엄격해지는 계기가 됐다.한편, 일본 기상청이 명명한 정식 명칭은 ‘헤이세이 7년(1995년) 효고현 남부 지진’이지만, 발표에 앞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이 지진을 ‘한신 대지진’으로 보도했다. 아와지섬의 피해도 극심하다는 상황을 고려해 일본 정부는 약 한 달 만에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명칭을 통일했다. □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남은 것들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남서쪽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해협 대교(아카시 대교 또는 명석 대교)’가 나온다.전체 길이는 3천911m, 중앙 지간의 길이는 1천991m다. 이 다리는 1988년 착공 당시 전체 길이가 3천910m로 설계돼 1998년 개통됐는데, 대지진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1995년 1월 17일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땅이 크게 뒤틀리면서 일본 본토와 섬 사이의 거리가 1m 벌어졌고, 보완작업을 거쳐 기존 설계 길이에 추가로 1m를 늘여 공사한 뒤에야 개통됐다. 이 대교에 오르면 멀리 아와지(淡路)섬이 보인다. 섬에 도착해 다시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5분여를 가다 보면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일본 효고현의 작은 섬인 이곳 아와지섬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원지였다. 섬 지표면의 16㎞ 아래인 아카시해협의 활성단층 중 일부가 운동하면서 일본 본토까지 충격이 이어졌고, 재앙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아와지섬에는 총 길이 10㎞에 이르는 ‘노지마 단층’이 생겼다.일본 정부는 1998년 7월 31일 지표면으로 표출된 노지마 단층(185m)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함과 동시에 그 일부인 140m를 ‘북단 지진재해기념공원’에 보존해놨다. 기념공원 안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남아 있다.평평했던 땅이 지진을 겪으면서 층이 생겼다거나, 직선 배수관 중 일부가 45도 기울어지는 등 단층에 의한 다양한 지형변화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진도 7 지진에 모든 건물이 무너질 때 유일하게 형태를 유지했던 고베시 나가타구 와카마츠 시장의 방화벽(일명 ‘고베의 벽’)도 아와지섬 내 기념공원에 그대로 옮겨왔다. 공원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1995년 지진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념공원에서 만난 시즈오카 시민 타키다 아사에(66·여)씨는 “23년 전 고베 지진 당시 고베와 시즈오카는 엄청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흔들림을 느껴 잠에서 깬 기억이 있다”며 “아와지섬에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이 있다는 걸 알고 TV로만 봤던 지진의 실제 모습을 알고 싶어서 방문했다”고 말했다.특히, 이곳은 지진 당시 활성단층 위에 지어져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개인 주택도 파손 상태 그대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직접 이 건물을 사들여 현재까지 유지 및 보수작업을 한다.섬 안에 살면서 지진을 직접 체험했던 생존자들이 매주 이곳에서 방문자들에게 직접 지진체험담을 들려주기도 하며,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도 7을 체험할 수 있는 지진체험관도 기념공원 안에 있다.고베시 주오구에 위치한 메리켄 파크 내에 조성된 ‘고베항 지진피해 메모리얼 파크’에도 고베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었던 잔해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1997년 7월 준공된 이 공원은 기존 메리켄 파크 내 방파제가 지진의 여파로 파괴되면서 그 일부를 지진 당시의 상태 그대로 보존해놓음과 동시에 주변을 기념공원으로 만들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탑을 세웠다. 이 외에도 지진 피해지역 상점가의 빈 점포를 이용해 지역의 지진 기록을 전시하는 ‘지진 박물관’을 만들거나, 상점 주인이 직접 당시의 체험담을 이야기하는 모임 등이 여전히 열리고 있다. □ 참혹한 현장 보존해 교육자료 활용지난해 3월 고베신문은 대지진 재해자의 생활 및 주택 재건과 산업재생 등을 지원하는 공익재단법인 ‘한신·아와지 대지진 복구기금’이 오는 2020년에 모든 사업을 완료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또 재해복구주택의 고령자 돌봄사업 역시 2018년 이후에는 예산 부족으로 효고현이 계승해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피할 수 없었던 자연 재앙을 겪은 일본은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대지진의 참혹한 현장을 보존하기로 했다.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름 아닌 ‘체험’이다. 일본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방재교육을 받는다고 농담 섞인 말을 한다.지진을 겪었던 많은 이들은 당시의 모든 상황을 온전하게 보전해 자라나는 후세에 물려줌으로써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일본 정부는 모든 학교에서 지진체험교육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면서 유치원생부터 직장인들까지 모두가 지진과 화재 시에 대비한 훈련을 많게는 매달 실시한다.지역마다 국비로 운영되는 ‘방재훈련시설’에서는 지진 대비 교육부터 대지진 당시의 상황들을 재연해 가감 없이 보여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 어린아이들부터 진도 7을 체험하고 느끼면서 지진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학습하면서 실제 지진이 닥쳤을 때도 차례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상태다.우리나라에서 의례적으로,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대피교육과 마음가짐부터가 다른 이유는 바로 ‘실제경험’에서 나오는 교육의 차이에서부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포항은,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18-04-27

고령군, 친환경 농·특산물 생산 활발… 귀농·귀촌하기 ‘딱’

딸기, 수박, 멜론, 감자, 참외 여기에 최근 새로운 소득작물로 떠오른 한라봉까지.사람들의 생각 속에 존재하는 고령군은 ‘향기롭고 싱싱한 농산물의 고향’이기도 하다. 크지 않은 도시지만 그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각종 과일과 채소가 많다는 이야기다.사실 고령은 조선 중기의 저명한 실학자 이중환의 저서 ‘택리지(擇里志)’에 주요하게 소개될 정도로 ‘천혜의 환경을 지닌 농업지역’으로 이름이 높다. 이 때문일까? 최근엔 베이비부머 세대의 귀농·귀촌이 활발해지면서 고령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령군은 귀농·귀촌인들에게 농기계 조작법을 알려주고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주택 수리, 도색, LED전등 교체, 독거노인 사랑나눔 봉사활동 등을 통해 귀농인과 지역민들의 자연스러운 교류도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고령군은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를 적극 활용해 딸기와 수박, 멜론과 감자 등 우수 농산물의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추진한 바 있다.이집트 보건복지부 차관은 고령군을 방문해 스마트 팜 형식의 첨단 연동형 딸기하우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를 통해 앞선 농업기술의 해외 수출길도 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령군청은 “향후 우리 군의 농업기술과 시설의 해외 진출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한다.이처럼 발전의 길을 걷고 있는 고령군의 농·특산물 현황과 원예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목표를 모색해본다.‘천혜의 환경’ 지역맞춤형 품목으로수박·딸기 등 과채류 생산 대부분한라봉·무화과 등 신품목 재배농업기술·시설 해외진출도 모색 ◆ 수박, 딸기, 감자… 고령을 대표하는 농산물고령군은 지역의 농산물을 전략품목과 육성품목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전략품은 딸기, 참외, 멜론, 수박, 감자 등이고, 새로운 전략 작목이라 할 육성품목은 호박, 부추, 무화과 등이다.고령군의 경지 면적은 5천937ha. 이중 논이 4천520ha이고 밭은 1천417ha다. 고령 농업의 특징 중 하나는 식량작물 생산에 비해 원예작물의 생산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 특히 과채류 생산액이 전체 채소 생산액의 80%를 차지한다.사과 등 일부 작물을 제외하고는 물량이 많지 않은 편이었으나, 최근 들어 블루베리와 무화과, 한라봉 등의 재배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고령군은 경상북도에서 생산되는 감자의 24.2%, 수박의 38.4%, 딸기의 37.5%, 멜론의 59.85%를 길러낸다. 이들 농산물은 전통적으로 생산 비중이 높은 품목이기에 해마다 꼼꼼한 품질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농가소득을 높이는 새로운 작물로 주목받고 있는 무화과와 한라봉, 부추와 호박 등은 ‘고령군의 새 전략품목’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고령군청 농업정책과는 “품목 다변화를 위해 농가 조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특히 한라봉과 무화과는 아열대성 열대과일로 시설하우스에 재배해 조기 수확이 가능하므로 앞으로 농가소득 증대에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그렇다면 고령군의 이름을 높인 과일은 어느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을까.딸기 재배지는 쌍림면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고령군 전체 딸기 재배 면적의 55% 가량이 쌍림면인데, 최근에는 대가야읍의 재배 면적(20%)도 넓어지고 있다.다산면은 참외가 대표적인 작물이다. 고령군 전체 재배 면적의 75%를 차지한다. 멜론은 철저한 품질 관리와 농가 조직화를 바탕으로 생산량의 88% 정도가 성산면에서 재배된다. 수박으로 유명한 곳은 우곡면과 다산면. 특히 고령군 ‘우곡 수박’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누린다.또한 “감자 재배지는 개진면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고령군의 설명이다.고령군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품질 관리에도 철저하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 등을 통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과일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현재 고령군 유기농 농산물 인증은 18농갇12ha·363t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딸기다. 무농약 농산물 인증 역시 173농갇93ha·2천164t의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이 또한 딸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령군은 친환경 농산물 학교 급식 지원을 통해 지역 농축산물의 안정적 판로 확보와 소비 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이러한 농산물 품질 관리에 대해 고령군 농업정책과는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에게는 초기 소득 감소분과 생산비 차액을 보전해줌으로써 친환경 농업 확산을 도모하고, 농업의 환경보전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화와 마케팅 통해 고령 원예산업 발전을…고령군은 5대 전략품목(딸기·참외·멜론·수박·감자)의 ‘재도약 명품화’와 3대 육성품목(무화과·부추·호박)의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원예산업 육성 목표를 세우고 이를 추진 중이다.기반시설 현대화를 통한 원예농산물의 생산성 확대와 품질 향상, 선진화된 통합마케팅 주체 육성, 농산물 유통 집중화 및 고도화로 도시 근교농업 중심지로서의 역할 수행 등이 세부적인 목표다.이를 위해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할 생산시설 현대화와 농가의 경쟁력 강화, 유통시설 현대화 및 참여 조직 역량 강화, 마케팅의 고도화, 지리적 특징을 활용해 인근 도시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체계 확보 등의 사업이 진행된다.현대 농업에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마케팅과 판로 확보다. 이를 위한 고령군의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딸기의 경우 공동선별과 공동계산을 기초로 철저한 선별 관리를 추진하고, 포장단위의 다양화와 고급화를 진행 중이다. 과일 판매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우곡수박은 높은 소비자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처를 넓히고 있다. 이를 위해 선물용 박스를 제작하고, 우곡수박임을 알리는 스티커도 별도로 만들었다.참외는 부족했던 선별시설을 확충하고 공동선별 기준을 정립했다.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 소량으로 포장함으로써 변화된 유통 환경에도 적응하고 있다. 멜론과 감자도 대형마트 직거래 물량을 늘리고 지역 여건에 맞는 적합 품종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업체로의 시장 확대는 앞으로 남겨진 주요 과제다.무화과, 부추, 호박 등 육성품목의 마케팅과 상품화 계획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무화과와 부추는 공선출하회를 통한 조직화가 추진되는 중이고, 호박의 경우엔 물량 확대에 따른 공선출하가 준비되고 있다. 이와 관련 고령군청은 “육성품목 상품화에 관해서는 향후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런 과정을 통해 생산된 고령의 농산물은 각종 도매시장, 직거래장터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안정적인 가격 협상이 가능한 도매시장과 신규 품목 진입을 계획하고 있는 직거래장터.두 곳 모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고령군은 “앞으로도 농민 중심의 정책과 사업 추진으로 농·특산물 판로 확대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령군, 엄선된 축산물만 유통… “안심하고 드세요”고령은 대구광역시와 성주군에 인접한 지역이다. 농협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축산물공판장이 있어 전국 각지 축산업계의 왕래가 잦다.현재 고령군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약 12만 마리. 경북 23개 시·군 중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한우는 1만6천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고령군은 가축 기르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거점 소독시설을 설치하고, 고령성주축산업협동조합에 위탁관리를 맡겼다. 1993년 개장한 축산물공판장은 하루에 소 230마리와 돼지 1천300마리를 도축하는 게 가능하다. 축산물 판매업소도 100여 개에 육박한다. 고령군은 오래 전부터 축종별 특색을 파악하고 현안을 살피는 등 축산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고령가축시장은 송아지 전문 거래시장으로 명성이 높다. 또한 우수한 암소 보유 두수가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령군은 이를 적극 활용해 한우 개량사업을 통한 우량 송아지 생산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양돈산업도 고령의 현실에 맞는 육성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가축 분뇨로 인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 지원책 수립과 축산산업의 친환경화를 위한 노력 등이 그 실질적인 사례다.고령군 관계자는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축산 기반을 조성하고 축협, 생산자 단체, 행정이 삼위일체가 돼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덧붙여 고령군청은 “대규모 축산물 도매시장과 대구·경북 소 도축 규모 1위 사업장을 가졌기에 깨끗하고 안전한 축산물 유통이 고령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공판장 주변의 지속적인 정비와 축산물 가공·유통의 현대화를 통해 고령 축산물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상품이 되도록 계속해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한편 고령군에서는 소와 돼지 외에도 24만 마리의 닭과 2천800마리의 산양, 사슴, 칠면조, 거위 등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전병휴·홍성식 기자

2018-04-27

기술력 가진 中企 육성, 지역경제 성장 핵심축으로 키운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며 ‘영일만의 기적’을 이뤄낸 성공 신화의 철강도시 포항. 반세기 동안 지역 및 국가의 성장을 견인해 온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산업이 침체기를 겪자, 포항시는 철강일변도의 산업으로는 미래를 대비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에 수년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바이오(Bio)산업 △로봇융합산업 △첨단 신소재산업 △해양자원산업 △ICT융·복합산업 등을 ‘미래전략 5대 핵심산업’으로 선정하고 도시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강소기업 육성을 통해 미래형 산업의 초석을 다질 전망이다.본지는 철강 공단의 기술력과 풍부한 RD인프라, 환동해권의 중심 입지를 이용한 물류 거점 도시로의 도약 등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포항시가 제시한 미래 신성장산업의 청사진을 6회에 걸쳐 살펴본다.4차 산업혁명 대비 2020년까지 100개 기업 육성 목표종합 컨설팅·RD기관 전문가 자문 등 아낌없이 지원지난해 RD수주 24건 112억 등 실적 거둬 성과 가시화시장 다변화시대, 인력·기술력 공급 주도적 역할 기대 □ 포항형 강소기업 육성으로 미래를 준비하다포항시는 우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내실있는 강소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미래형 산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지식기반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탄탄한 강소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이를 위해 민선 6기가 시작된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유망강소기업 정책은, 지역 중소기업 중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들을 유망강소기업으로 선정해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그 이면에는 1천500개가 넘는 강소기업이 뒷받침된 분석도 이러한 정책추진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포항시 유망강소기업 지원 사업은 기초지자체로는 선도적으로 선보인 종합 기업 육성프로그램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유망강소기업 100개 육성을 목표로 시작된 사업이다. 해마다 약 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지역 기업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시는 지난 2015년 17개사 선정을 시작으로, 2016년 15개사, 올해에도 12개사를 신규 지정하는 등 현재까지 총 44개사를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유망강소기업으로 선정되면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선, 유망강소기업에 선정된 1년차 기업에는 종합 컨설팅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외부 전문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재무제표를 비롯한 기업의 전반적인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기업CEO와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 기업이 처해있는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 최종적으로 기업이 향후 나아갈 로드맵을 제시함으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실행이 되도록 지원하고 있다.두 번째로는 1기업당 전문가 1명씩을 배치하는 ‘1사1PM(Project Manager)’ 제도를 운영 중이다. 포항은 지곡연구·개발단지내에 우수한 RD 기관과 연구원이 모여 있다. 하지만 RD 기관이 집적돼 있음에도 지역 기업 입장에서는 여느 중소기업의 공통된 고민거리인 고급 인력 수급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유망강소기업 지원사업은 이 점에 착안해 지역 RD기관의 풍부한 석·박사급 연구 인력을 강소기업별로 1명씩 지정해 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있다.PM에 선정된 전문가들의 역할은 중소기업이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해결 및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기업의 미래 신사업 육성이나 제품 고부가가치화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PM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각종 국책사업 공모와 수행을 지원한다. 실제로 2015년에 유망강소기업으로 지정된 한 관계자는 “고품질 제품생산의 욕심이 있었지만 중소기업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차에 PM의 자문을 받아 품질개선으로 이어져 기업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포항시 관계자도 “포스텍을 비롯한 지곡연구·개발단지의 우수한 RD인프라와 인적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강소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결실 맺고 있는 포항시의 유망강소기업 지원사업포항시가 유망강소기업지원 사업을 시행한 지 4년차를 맞고 있는 현재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우선 유망강소기업의 RD수주실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지원 첫해인 2015년에는 정부지원 RD 수주 실적이 18건에 73억원 정도였는데, 2016년에는 24건 112억으로 53%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강 산업용 부자재 및 마그네슘 전문기업인 (주)인텍(대표 김인술)은 산업부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신규과제에 선정돼 3년간 25억5천만원을 지원받아 부품을 개발하게 된다. 또한, (주)한성중공업(대표 권오을)은 산업부 산업기술혁신 에너지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가스정 생산성 복원 기술개발에 3년 동안 45억원을 지원받게 됐다.포항시는 이와 함께 포화 상태인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지원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해외 수출상담회도 지원하고 있다.지난 2016년 11월에는 베트남 현지 수출상담회에 참석한 유망강소기업 6개사가 총 32건의 수출 상담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강관 전문기업 (주)엠에스파이프(대표 박중호)는 USD 1만4천불 규모의 샘플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연간 90만불 규모의 수출을 진행 중이다. □인력 및 기술력 공급의 원천 ‘강소기업’포항시는 지속적인 강소기업 육성정책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켜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이와 함께 정부의 국정과제 중 가장 우선인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강소기업이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간 융·복합을 통한 시장변화와 산업구조의 재편이 예상됨에 따라 이를 주도해나갈 기술인력 양성 역시 필수이며 강소기업이 인력 및 기술력 공급의 원천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세계는 현재 저성장이 고착화 되는 뉴노멀시대라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지역에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육성해 지역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한편, 2018년도 유망 강소기업 선정은 현재 30개사가 신청했으며 요건심사, 재무건전성 평가, 현지조사 등을 거쳐 오는 6월에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2018-04-26

뒤틀린 땅의 에너지,인간을 공격하다

땅이 흔들렸다.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31초, 한반도에서 유래가 없었던 강진이 포항을 덮쳤다. 재산피해만 600억원을 넘겼다. 건물 벽면이 통째로 무너지고 필로티 건물을 지탱하고 있었던 기둥이 으스러졌다. 시민들은 평생을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어버렸다. 불과 1년 전 인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연이은 재앙이었고, 5.4 규모의 포항 지진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땅이 흔들렸다.1995년 1월 17일 화요일 오전 5시 46분 52초. 6천434명이 사망했고 4만3천792명이 부상을 입었다. 10만4천906채의 건물이 붕괴, 7천3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재민 중 3명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방불명 상태로 남아있다. 일본 효고현의 한 작은 섬이 진앙지였다. 아와지섬 땅 속 판이 뒤틀리면서 시작된 강력한 지진은 그 영향이 바다를 넘어 일본 전역에 미쳤다. 7.2 규모의 지진으로 시가지 아스팔트 도로가 절단되고 교량은 속절없이 넘어갔다. ‘한신·아와지 대지진’또는 ‘고베 대지진’으로 불리는 이 지진은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20년이 지난 지금,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은 일본은 지진 복구를 완료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 자원봉사자, 시민들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 이들은 모든 것을 지진 이전으로 되돌려놓는 것 이상으로 발전에 성공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고, 참고 인내하고 견뎌내는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보란듯이 자연의 재앙을 극복해냈다. 대재앙을 겪은 일본은 이제 당시의 상황을 온전히 보전하면서 값진 경험을 후세에 물려주려 하고 있다.이에 본지는 지난해 지진으로 여전히 트라우마에 갖혀 있는 포항시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미래상 등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고베시에서 찾아보았다. 고베시의 과거와 현재 모습과 현 일본 정부의 지진 방재방향, 미래상을 통한 지진 극복방안 등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한다.글 싣는 순서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3. ‘신사이(震災)’, 재난을 극복하다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2017년 11월15일 오후 2시규모 5.4 강진 포항 강타삼국시대 부터 지진 기록 존재해1978년부터 20년간 연 평균 19회3.0이상 지진도 8.8회… 증가 추세구름운 등 전조현상 검증 안돼전문 학계 연구 뒷받침돼야□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불행하게도,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였다.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뉘었던 삼국시대 때부터 지진은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한국의 지진활동 자료는 1905년 인천에 지진계가 설치되기 전까지의 역사지진자료와 그 이후의 계기지진자료로 구분된다.역사지진자료는 삼국사기와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적에는 ‘땅이 갈라지고 샘물이 솟아 올랐다’, ‘담과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많이 깔려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779년(신라 혜공왕 15)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무려 1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역사지진자료를 종합하면 AD 2년부터 약 1천800회의 유감지진(인체로 느낄 수 있는 지진)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본격적인 계기지진관측이 시작된 지난 1978년부터 2000년까지 한반도에는 총 469회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이 발표한 ‘1978∼2000 지진관측보고’을 보면 이 기간 동안 한반도에 규모 4.0 이상 지진도 19번이나 있었다. 규모가 가장 컸던 지진은 1980년 1월 8일 오전 8시 44분 13초 평안북도 의주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의주지진이었고, 진도를 기준으로 하면 1978년 10월 7일 충청남도 홍성에서 발생한 진도 V(5)의 지진이 가장 강한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홍성 지진은 한국 지진사의 변환점이었다. 이날 오후 6시 19분 52초께 북위 36.6도, 동경 126.7도에서 관측된 규모 5.0 지진으로 당시 부상 2명과 건물 파손 118동, 건물 균열 1천여 곳 등 총 1억9천995만5천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지진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던 한반도에서 지진의 위력과 공포를 실감한 사건이었고, 현재의 체계적인 지진관측업무가 정착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기상청의 ‘2017 지진연보’에서는 지난 1978년부터 20년간 연 평균 약 19.2회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규모 3.0 이상 지진은 8.8회였다. 지난 1992년부터는 지진발생 횟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 1999년부터 2017년까지는 연 평균 지진발생건수가 약 67.6회로 급증했다. 3.0 규모 이상 지진도 11.2회로 늘었다. 한반도가 지진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는 반증이자 이전부터 꾸준히 지진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지역적으로는 경상 일대의 경상분지에서 지진활동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충청·경기 일대의 서해안 지역이며, 내륙지역과 북부의 개마고원 지역에서는 낮은 편이다. 한반도의 경우 197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에 발생한 지진의 분포를 보면 추가령단층대, 양산단층대와 포항 영일만-아산만 간 대상을 이루는 진앙지를 갖는 것을 알 수 있다. □ 지진이란 무엇인가지진의 전조현상은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 지진 때마다 퍼졌던 구름운이나 가스냄새, 곤충들의 무리이동 등은 정확히 ‘지진만’의 전조현상은 아니다. 설사 이러한 모습이 보이더라도 지진이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조현상이 관찰되지 않는 상태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지진예보에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본진이 발생하기 전 종종 작은 규모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전진이라고 한다. 대지진에는 전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 때에도 물론 전진이 있었다. 이를 통해 최근에는 지진 예측에 이러한 전진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지진의 전진인지 또는 본진인지 확인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지진이 모두 발생한 이후에서나 알 수 있는 게 과학적 현실이다.지난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 여진은 19일 기준 195회를 기록했다. 포항 지진은 100회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본진이 끝난 후 보통 이보다 작은 규모로 여러 차례 발생하는 지진을 여진이라 한다. 지진은 응축된 에너지가 분출되는 현상인데, 여진은 단 한 번의 본진으로 방출되지 않은 에너지를 모두 해소하기 위해서 발생한다. 본진보다 규모가 작으며, 본진 발생 후 수일에서 수년 동안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여진은 더욱 광범위한 지역에서 보다 긴 시간 동안 잦다. 지진의 크기는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 scale)를 사용한다.지난 경주 지진의 경우 규모는 5.8로 포항 지진(규모 5.4)보다 규모가 컸지만, 피해액은 포항 지진이 668억 2천500만원으로 경주와 비교해 6배나 많았다. 포항에서는 한반도에서는 처음으로 ‘액상화 현상’도 관측됐다. 진원의 깊이를 포함해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이 달랐기 때문이다.규모는 진원에서 방출된 지진에너지의 양을 나타내고 진도는 어떤 한 지점에서 인체 감각, 구조물 피해 정도에 따라 지진동의 세기를 표시한 것이다. 규모는 절대적인 반면, 진도는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을 전국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지역에 따라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진 당시 경북은 최대진도가 Ⅵ(6)이었지만, 거리가 떨어진 전북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인 Ⅲ(3)의 진도로 지진을 ‘체험’했다.지진은 활성단층이 움직임과 동시에 그동안 축적돼 있던 힘이 분출되면서 발생한다. 전체 지진의 90% 정도가 활성단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낙동강 하구에서 부산 을숙도, 양산, 경주를 거쳐 경북 울진 기성면까지 약 200km 정도 이어지는 양산단층을 활성단층대로 추정 중이다. 활성단층이란 최근에 운동을 했으며 미래에 운동을 할 수 있는 단층으로, 쉽게 말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다. 단층은 외부의 힘을 받아 지각(지구의 바깥쪽을 차지하는 부분, 땅)이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지질 구조다. □ 지진 발생 원인지진의 발생원인은 현재 ‘판구조론(Plate tectonics)’으로 설명한다.판구조론이란 지각이 단일 구성이 아닌 십 수개의 조각난 판으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이다. 이 판들은 각각 서로 부딪치거나 밀고 때로는 서로 포개지면서 매년 수cm 정도(손톱이 자라나는 정도)의 속도로 점성이 있는 맨틀 위를 제각기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지각판들이 마주치게 되고, 경계부위가 미끄러지면서 직·간접적으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현재의 정설이다.지진이 잦은 일본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 판 사이, 즉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위치해 있다.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중첩된 지역인 환태평양 조산대다.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한 대형 지진이 모두 이곳에서 발생했고, 실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지진은 이러한 판의 경계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판 내 지역에서는 판 경계지역보다 지진발생빈도가 낮을 뿐더러 규모도 작은 편에 속한다. 유라시아 판 내부에 속한 대한민국은 이러한 이유로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판 경계부위가 아니더라도 큰 지진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제일영 센터장은 “막대기 끝 부분에 힘을 가하면 힘이 약한 부분이 휘어지듯이 판 내부에 있는 한반도 역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계에서도 지진 전조현상을 비롯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18-04-20

곧고 굳은 군자 기상, 오늘의 나와 만나다 역사·현대의 융합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

한국정신문화의 주축을 이루는 선비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매년 영주시가 개최하고 있는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가 5월 4일부터 7일까지 영주시 소수서원, 선비촌, 서천둔치 일원에서 개최된다. 영주시가 매년 개최하는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는 선비정신이 이 시대가 바라는 기본 가치임을 부각시키고 영주가 사라져가는 인성회복의 중심이라는 이미지 제고 및 확산을 위해 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영주시는 선현들의 올 곧은 정신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현대인에게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선비문화축제는 유교문화의 본향인 영주시의 역사적 배경을 재조명하고 한국 정신문화의 중심인 선비정신과, 문화 등 다양한 생활상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갖게 한다. 우리의 전통성과 앞으로 지향해 나아가야 할 가치성을 제고하기 위한 부분에 초점을 두고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5월4일~7일 선비촌 일원서 개최선비·현대문화 접목, 글로벌 문화 생산다양한 교육형 체험 프로그램 운영 ◇ 선비문화 계승·발전 위한 노력 영주시는 한국의 대표적 정신문화인 선비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지고 있는 영주시의 ‘선비문화축제’는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창조적 개발 및 정체성 확립, 지역주민의 공동체 의식함양에 취지를 두고 매년 개최한다.또 현대사회의 다변화한 구조 속에서 문화적, 정신적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데도 그 뜻을 두고 있다.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는 소수서원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을 배경으로 유교문화의 본향에서 선비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적 경쟁력을 갖춘 축제인 동시에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영주시는 유·불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천년고찰 부석사와 소수서원, 자연의 정취가 아름다운 무섬 전통마을, 선비의 숨결이 남아 있는 선비촌, 단종 복위에 연루됐던 금성대군 위리안치지 등이 자리한 고장이다. ◇ 한국선비문화축제 어떻게 열리나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는 선비정신과 문화를 통해 현재까지 이어진 한국적 리더십, 선비정신의 흐름과 의미를 재조명해 현대사회 문화와 접목한 미래지향적 비전 제시와 글로벌 문화를 확산 시키는데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영주시의 대표적 정체성인 2018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축제 기획 및 운영, 다양한 분야의 시민 참여 확대로 시민이 만들어가는 축제를 추진함으로써 지역민들의 자긍심 고취와 지역민간 화합, 관광객 유치증대를 통한 지역 이미지 및 브랜드적 가치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장으로 만들에 가게 된다.2018문화체육관광부 육성축제로 지정된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는 5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의 선비문화란 주제로 영주시 소수서원, 선비촌, 서천둔치 일원에서 영주시와 (재)영주문화관광재단이 주최,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경북도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 청소년 교육형 체험 프로그램 신설 이번 축제는 시민참여형 축제로 지역민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홍보관련 시민 아이디어 제안, 시민기획 프로그램 운영, 시민참여 지역문화예술인 공연자 모집, 축제자원 봉사자 모집, 축제기간 한복착용자 할인혜택 및 우대 등 참여사업자를 모집했다.축제장은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있는 순흥 지역과 영주 시가지 일원 서천둔치에 축제장소를 확대해 운영한다. 소수서원과 선비촌 일원은 한국선비문화축제의 각종 공연, 전시, 체험 및 연계행사를 진행하고 영주시가지 일원행사는 야간 행사 중심으로 개막행사, 소수서원 사액 봉안례 재연 행사, 창작오페라 선비 갈라쇼, 뮤지컬 정도전, 지역문화예술인 공연 등이 열리게 된다.특히 선비상을 제시할 수 있는 청소년 교육 체험프로그램을 확대 신설한 것이 돋보인다. 영주선비문화 골든벨, 어린이 한복맵시 장기자랑대회, 선비음식 체험 및 영주 3대 향교 문화의 재발견 등 다양한 교육형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 과거·현대 접목한 실속형 축제2018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에 신설 되는 프로그램은 교육적 가치와 과거 문화에 대한 고증, 현대와 과거를 접목하는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많아 실속형 축제라는 평가다.대표적인 것으로 450여년전 시행 됐을 사액 봉안의식의 재연은 서적과 치제가 병행되는 것이 상례였던 사액 봉안의식을 재현함으로써 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복원하려는 소수서원 사액 봉안례 재연 행사, 한국 선비정신의 발원지이며 선비정신 실천의 중심무대인 영주를 유교의 성지 및 선비도시임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선비의 도시 영주 인증식 및 유교의 성지 영주 선포식,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선비이야기 여행, 조선시대 향교의 교육 기능을 되살려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생활문화를 현대화 해 특색 있는 고유 문화로 발전 시키기 위한 영주3대 향교 문화의 재발견 프로그램, 선비세상 GO 증강현실 VR체험, 시민 참여 지역문화예술인 공연, 다양한 규방문화 체험을 통한 한국 여인들이 삶을 공유하고 느낄수 있는 선비 규방문화 전시 및 체험, 소백산 여우 체험, 영주 소백산 흙을 사용한 선비문화 도예체험, 선비 예절 피구, 선비 인성 교육 홍보관 등이 마련된다. ◇ 한국 대표 선비 배출 요람 소수서원최초로 국학의 제도를 본떠 선현을 제사지내고 유생들을 교육한 서원으로 풍기군수 주세붕이 유학자인 안향의 사묘를 설립한 후 1543년 유생교육을 위한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시초다. 이후 경상도관찰사 안현이 서원의 경제적 기반을 확충하고 운영방책을 보완했다. 이 시기의 서원은 사묘의 부속적인 존재로서 과거공부 위주의 학교로 인식되고 있었다. 풍기군수로 부임한 이황은 교학을 진흥하고 사풍을 바로잡기 위해 서원 보급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사액과 국가의 지원을 요청해 1550년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하사 받았다.소수서원은 1868년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에도 존속했다. 소수서원은 사적 제55호로 지정되고 보물 제59호 숙수사지당간지주·국보 제111호 회헌영정 등과 141종 563책의 장서가 남아 있다.□ 선비란…유교이념을 구현하는 인격체 또는 신분계층을 가리킨다. 선비는 한자어의 ‘사’(士)와 같은 뜻으로 우리말의 선비는 몽골어에 어원을 둔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는 설이 있다. 한자의 사는 벼슬하다로서 일정한 지식과 기능을 갖고 어떤 직분을 맡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거나 일하다·섬기다로서 낮은 지위에서 일을 맡는 기능적 성격으로 보기도 한다. 사는 주 나라의 봉건사회에서 하급관리에 속하는 계급이었으나 춘추시대부터 사의 인격적 측면이 강조됐다.사는 신분적 의미에서 대부와 결합해 사대부라 일컬어지며 인격적 의미에서 군자와 결합시켜 사군자로 일컬어진다. 사는 독서로 학문을 연마해 관료가 될 수 있는 신분으로서 농·공·상의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서민들과 병칭돼 사·농·공·상 사민의 첫머리에 놓인다. 삼국시대 초기에 유교문화가 수용되면서 선비에 관한 자각과 이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조선 건국 이후 유교이념을 통치원리로 삼으면서 선비는 유교이념의 실천적 담당자로 등장했다.영주/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18-04-19

입체적 광역교통망으로 ‘반나절 생활권’… 포항이 더 빨라졌다

경북 동해안은 수 십년간 국토개발에서 소외돼 왔다. 수도권과 서해안이 한 축을 이루며 사통팔달 변해가는 모습과는 반대로, 경주∼포항∼영덕∼울진은 현재까지도 서로를 이어주는 철도는 물론 고속도로마저 없다. 심지어 경북도의 중심기관인 경북도청마저 멀게 느껴질 정도다.교통허브란 말은 모든 사람과 물자가 모인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한 도시의 발전을 위한 필수 기초인프라가 교통이다. 악조건 속에서 갈길이 멀긴 하지만, 포항시는 나름 경북 제1의 도시라는 위상에 걸맞게 동해안의 교통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공항에서부터 멀게는 대구포항고속도로, 가깝게는 KTX 개통 등을 거치며 이미 경북 동해안과 내륙을 이어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이렇듯 포항은 내륙 및 수도권과 경북동해안 타 지자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평가한다면 그 위상은 점점 흔들리고 있다.영천-상주 고속도로 및 영덕∼상주 고속도로 개통으로 동해안의 차량교통이 분산됐고, 관광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서울∼강릉 KTX 개통을 계기로 수도권에서 가장 빠른 동해안이라는 타이틀 역시 강릉에 넘겨줬다. 어찌보면 교통의 오지 지역에서 독점적인 위치로 얻었던 이점들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반면, 동해중부선과 포항∼영덕고속도로 개통 등 긍정적인 미래 또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런 발전 가능성은 경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부가 러시아와의 스킨십을 넓혀나가고 극동발전에 힘을 쏟기로 한 지금 포항은 그 최적지가 될 수도 있다. 이에 올해로 창간 28돌을 맞은 경북매일신문에서는 포항시가 동해안 교통허브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방향 또한 짚어봄으로써 포항시의 교통허브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한다.국토개발서 소외된 경북동해안의 중심서포항공항·대구∼포항고속도· KTX 운행 등내륙·수도권 이어주는 역할 충실히 수행동해중부선·포항∼영덕고속도 개통 추진에국제여객선 부두 건설 등 광역교통망 확충 ‘착착’지역경제·관광산업발전 ‘장밋빛 미러 기대□ 포항시의 교통 발전지난 1960년대 경제개발로 말미암은 급속한 도시화와 교외화로 인해 주거지와 직장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며 교통의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도로를 비롯한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도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경북 동해권역은 아직도 서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나 철도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도 포항시는 경북 제1의 도시라는 위상에 걸맞게 KTX개통과 전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및 지역항공사 취항까지 동해안 교통허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지난 2015년 KTX의 개통을 시작으로 고속도로와 철도, 항공 등 교통인프라 확충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오랜 기간 안아왔던 ‘교통오지’라는 불명예를 털어내고 동남권 최대의 교통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먼저 KTX의 개통으로 기존 4시간이 걸리던 서울과 포항의 물리적인 거리가 2시간대로 좁혀지면서 포항은 전국 반나절 생활권에 편입됐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사업들이 추진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여기에 포항∼울산고속도로와 포항∼영덕 철도 개통이 최근 완료됐고, 앞으로도 ‘동해중부선 철도’, ‘영일만항 인입철도’,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등의 사업들이 완료되면 전국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동해권역의 도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설립한 지역항공사 ‘에어포항’이 지난 2월 운항을 시작한 이래 제주노선의 탑승률이 평균 70%를 넘어서는 등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고, 영일만항에 위치한 국제여객부두 역시 건설이 본격화되면 포항은 명실공히 철도와 도로, 해상, 항공의 입체적 광역 인프라를 갖춘 교통의 요지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철도 르네상스 시대’ 눈앞에지난 2015년에 개통된 KTX 노선에 이어 올해 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동해중부선 및 영일만항 인입철도가 완료되면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권역은 ‘교통혁명’으로 불릴 만큼 큰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포항과 삼척을 연결하는 동해중부선의 경우, 현재 자동차로 3시간이 넘게 걸리던 거리가 철길이 연결되면 1시간 10분대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우선 포항과 영덕을 잇는 구간은 지난 1월 개통되면서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여기에 포항과 경주, 울산을 연결하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부산을 시작으로 울산과 신경주, 포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기존의 64분에서 48분으로 크게 단축되고 한반도 동남권의 관광 특화 상품으로도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다.이와 함께 KTX 포항역과 영일만항을 잇는 11.3㎞구간의 영일만항 인입철도도 내년 조기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인입철도가 완공되면 영일만항과 배후산업단지의 수출·입 화물의 수송이 용이해지면서 물류비 절감은 물론 물동량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이강덕 포항시장은 “KTX 개통에 이어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와 동해중부선의 연결, 그리고 영일만항 인입철도가 완공되면 포항은 동해안의 교통 요충지뿐만 아니라 동북아 물류중심기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면서 “장기적으로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대역사의 일환이 된다는 측면에서 포항을 중심으로 한 철도의 개통은 포항뿐만 아니라 동해안 일대의 획기적인 발전의 출발졈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더’ 빨라진 포항지난 2016년에 개통된 포항∼울산 고속도로는 ‘국내에서 가장 철(鐵)을 많이 생산하는 도시, 포항’과 ‘국내에서 가장 철(鐵)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도시, 울산’을 30분대에 연결한다는 의미와 함께 두 도시 간의 원활한 산업물동량 이동을 비롯해 인적·물적 자원의 활발한 교류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의 개통은 지금까지 서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L자형 국토개발 추진 형태에서 서해를 시작으로 남해와 동해안으로 연결되는 U자형 국토개발의 첫 삽을 뜨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여기에 동해안 권역의 균형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위한 포항∼영덕 간의 고속도로 건설사업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포항과 영덕을 잇는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지난해 개통된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와 상주∼영천 간 고속도로 등과 연결돼 경북 북부권의 접근성이 한결 편리해지는 한편,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와 연계를 통해 관광 활성화 등 경북 동해권역의 발전에 기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늘 길에 바닷길도 ‘활짝’국내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설립된 지역항공사인 ‘에어포항’이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 50인승 항공기(CRJ-200) 2대로 포항∼김포 간과 포항∼제주 간을 하루 4편 왕복 운항하고 있다. 현재까지 ‘에어포항’의 전체 탑승객은 1만6천여 명으로 63%의 탑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노선의 탑승객은 76%를 넘는 9천여명에 이르는 등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이런 결과가 경북 동해안의 획기적인 교통여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만큼 포항시도 지역항공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입장이다.이강덕 시장은 “에어포항의 취항은 앞으로 교통여건 개선과 더불어 경북 동해안지역의 관광 및 물류산업 발전에 일정 기여를 할 것”이라면서 “우선 그동안 적자로 운영됐던 포항공항을 활성화하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서울과 제주를 연결하는 교통 접근성을 개선해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함께 포항시는 영일만항을 환동해권 북방교역의 거점항만으로 육성하고 해양관광사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 건설 등의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 구체적인 결과물들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국제여객부두가 건설되면 영일만항은 페리선의 운행 활성화와 환동해권을 순회하는 크루즈 노선의 기항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관광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포항이 국제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포항시는 이 같은 입체적인 광역 교통 인프라의 구축을 기반으로 지역중심의 경제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인구 증가와 함께 지역 산업의 클러스터 형성, 포항만의 철강산업 기반과 세계 수준의 첨단과학 기반을 연계한 융합산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광역교통망 확충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포항뿐만 아니라 동해안을 아우르는 지역경제와 관광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업들을 조기에 완공해서 포항이 환동해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8-04-19

바다처럼 짙푸른… 초원을 건너는 나비를 보았다

10년 전쯤이다. 인도 서북부를 여행하며 베나울림 해변에서 사흘을 머물렀다. 태풍이 몰려온다는 풍문이 떠돌았고, 기온은 섭씨 40도를 오르내렸다. 너무 더워서 운신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 기간 동안 한 일이라곤 낮에는 죽은 듯 엎드려 있다가 해 질 무렵 바다로 나가 일몰을 바라본 게 전부다.한껏 달아오른 태양을 집어삼키는 아라비아해(海)는 아름다웠다. 필설로 형언하기 어려운 빛깔을 사람들의 눈앞에 선사했다. 휘황했다.또한 인도의 석양은 그 풍경을 바라보는 이들을 막막한 심정으로 이끌었다.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속으로는 “아… 인간이 살고 죽는다는 건 대체 뭘까”라며 철학자처럼 혼잣말을 했을 것이다.그 막막한 심경을 몇 년 후 몽골의 초원에서 다시 맛봤다. 이번엔 지평선이었다.인간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한계, 그 끝까지 펼쳐진 푸른 풀밭은 아라비아해의 수평선과는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왔다.할 말을 잃고 우두망찰 서 있는 우리 일행 곁으로 콧수염이 근사한 몽골 사내 하나가 다가왔다.멋진 말(馬)들이 많이 태어난다는 초이발산(Choybalsan)이란 도시에서 왔다는 그가 앞뒤를 자르고 물었다.“어때요? 대단하지요? 매일 보는 저도 그래요. 하하하….” 큰 웃음이 호방했다. ▲ 시인 김기림은 막막함 앞에서 시를 만들었고…칭기즈칸과 쿠빌라이칸은 기자가 봤던 초원을 넘어 미지(未知)를 향해 말을 달렸다.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떤 위험과 고난이 기다리는 줄도 알지 못하면서.그 무모한 용기가 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 원나라를 만들었다. 단숨에 끓어오르고 한 번에 차갑게 식어버린 몽골의 역사. 그랬다. 그 역사의 시작은 황무지에 가까운 초원이었다.막막함 속에서의 작은 깨달음은 고교 시절 읽었던 한 편의 시를 자연스레 기억 안으로 소급시켰다. ‘바다와 나비’였다.언제 죽었는지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시인 김기림(1908~?)은 어떤 막막함 앞에서 이 노래를 구상했을까?아무도 그에게 水深(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靑(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처럼 지쳐 돌아온다三月(삼월)달 바다에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식민지였던 조선과 일본 사이의 바다 현해탄(玄海灘)을 건너던 나비.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위를 저 홀로 팔랑거리다 결국엔 살던 곳으로 서럽게 돌아오는 나비의 행로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모종의 서러움으로 독자들을 이끈다.무서운 기세와 몸짓으로 자신에게 저항하는 사람 모두를 무릎 꿇린 칭기즈칸과 그의 손자 쿠빌라이칸이라고 왜 두려움이 없었을까? 공포는 인간 보편의 감정인데.청명한 햇살 아래 평화롭게 펼쳐진 광대한 초원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다른 민족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자기 민족의 나라를 넓혀가는 간다는 것. 그게 우리가 ‘정복(征服)’이라 칭하는 단어의 본질이 아닌가. 이상스런 슬픔이 몸 안으로 먹물처럼 번져갔다. 독한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서쪽에서 말을 타고 달려온 몽골 청년들은 복잡해진 기자의 마음을 알 까닭이 없었다. 그저 반가운 인사를 전하며 조그만 개울을 건너 동쪽으로 사라졌을 뿐. 생소한 풍광 속에서의 진원지 불분명한 막막함은 오래 갔다. 쉬이 떠나지 않는 질긴 감기처럼. ▲ 울란바토르, 몽골 청년과 합석하다칭기즈칸을 형상화한 커다란 조형물과 끝이 짐작되지 않는 초원, 아스라한 지평선, 그리고 몽골 유목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게르(나무 골조 위에 펠트를 덮어 만든 이동식 천막)까지 두루 보고 돌아온 저녁. 울란바토르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한류는 몽골까지 거침없이 들어와 있었고,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와 가수들의 노래는 몽골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덩달아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그 말을 증명하듯 울란바토르의 식당과 술집엔 드라마 ‘대장금’의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 안에선 배우 이영애가 한복을 입은 채 환하게 웃었고.며칠을 연이어 마시다 보니 알코올 도수 높은 몽골 보드카에도 익숙해졌다. 우리 일행은 권커니 잣거니 낯선 도시에서의 밤을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몽골 사람이 말을 걸어온 것은 울란바토르가 깊은 잠에 빠져들 무렵이었다.“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죠? 저 경기도에서 2년 살았어요.”외국의 카페에서 갑자기 들려온 한국어에 다들 반가워했다. 덩치가 좋고 잘생긴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이것도 인연인데 합석하시죠”라는 말이 어렵지 않게 나왔다. 그도 거부하지 않았다. 곧 술자리는 합쳐졌다.한국의 가구 공장에서 일하며 몽골에서의 장사 밑천을 부지런히 모았다는 청년은 “팔목을 다쳐 예정보다 빨리 돌아왔지만, 내겐 소중한 경험으로 남은 한국 생활이었다”며 조금은 쓸쓸하게 웃었다. 기자는 칭기즈칸의 후예인 그가 앞으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그리고 그날 밤. 꿈을 꾸었다. 한국에서 먼 길을 날아온 하얀 나비가 짙푸른 몽골 초원을 유영하는. 몽골 별미 ‘허르헉’ ‘아이락’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에선 쉽게 맛볼 수 없었던 음식을 만나는 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의 하나임을 부정할 수 없다. 방목한 양의 고기와 말의 젖으로 만든 요리는 한국 어디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몽골은 80% 이상의 땅이 초원으로 이뤄졌다. 여름이면 어디를 가도 온통 풀밭이다. 이곳에서 양과 말 등의 가축을 키우며 살아온 게 몽골 사람들이다. 몽골의 산맥과 산맥 사이 분지에선 수천, 수만 마리의 짐승들이 뛰논다.비가 적게 내리고 기온 변화가 극심한 몽골의 겨울은 무섭도록 춥다. 하지만 여름의 온화함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몽골 북부 낙엽송과 소나무 아래서 즐기는 독특한 음식들은 두말 할 것 없이 맛있다.몽골을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먹게 되는 허르헉(Horqhog)은 몽골 특유의 방식으로 도축한 양고기를 뜨겁게 달군 돌의 열기로 요리하는 음식이다. 가죽과 뼈, 살과 내장을 버려지는 부위 한 점 없이 칼로 정확히 재단하는 허르헉 요리사의 솜씨는 보는 이의 경탄을 부른다.우리 일행의 저녁을 책임진 몽골 요리사는 도축에서부터 허르헉이 완성되기까지의 긴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유목민은 손님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자신의 집을 찾은 이들을 식구 이상으로 귀하게 대접하는 건 몽골 사람들이 오래 이어온 전통이다.허르헉은 그 전통의 한가운데 있는 요리다. 양을 통째로 잡아 해체한 후 한국의 가마솥만한 냄비에 고기와 감자, 당근과 양파 등을 넣어 만든다. 일부 지역에선 냄비 대신 양의 가죽 속에 뜨거운 돌을 넣는 방식을 이용하기도 한다는데, 그건 더 맛있을 듯하다.달궈진 돌로 고기와 채소를 익히는 방식은 원나라가 유럽 원정에서 사용한 요리법이라고 한다. 음식을 끓일 도구와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시간이 없었던 군인들에게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간편한 ‘전투식량’이라고나 할까?아이락(Airag) 역시 몽골의 별미다. 중앙아시아의 전통 술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한국의 모주꾼들 눈에는 막걸리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막걸리와 달리 원료가 쌀이나 밀이 아닌 말의 젖이라는 게 다른 점이다.말 젖으로 만들었으니 마유주(馬乳酒)라고도 불린다. 양, 염소, 야크의 젖으로 만든 아이락도 있다고 한다. 기자의 경우엔 말의 젖과 양의 젖으로 만든 걸 함께 맛보는 행운을 누렸다.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몽골인들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아이락을 만든다. 그러니 설령 입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잔쯤은 흔쾌히 마셔주는 게 예의다. 시큼한 그걸 ‘원샷’ 한 후 “맛있다”고 치켜세워주면 그때부터 대접이 더 융숭해진다.사진제공/구창웅/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