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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포항 하면 과메기 먼저 생각… 인천 홍보 내게 맡겨 달라”

겨울철 포항의 대표 음식인 구룡포 과메기 상차림 앞에는 여야도 없었다. 19일 과메기 국회 시식회 및 판매 행사에 참여한 여야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직원, 출입기자 등은 과메기를 시식한 뒤 한결같이 과메기 칭찬대열에 가세했다. 이날 행사에 김무성, 장석춘 의원은 가장 먼저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판매 행사장을 찾아 과메기를 대량으로 구매해 눈길을 모았다.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주영 국회부의장, 이강덕 포항시장, 박명재·김정재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 주호영(대구 수성을), 김광림(안동), 김성찬, 정진석, 신보라, 심재철, 권성동, 김영우, 최교일(영주·문경·예천), 강효상, 윤종필,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경북매일 최윤채 대표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박명재·김정재 의원은 과메기 전문가에 가까웠다. 과메기의 맛과 영양 성분을 술술 말할 정도. 특히 사회를 자청한 박 의원은 과메기 삼행시를 지어 참석자들로 큰 호응을 받았다. 박 의원은 “과연 좋은 포항 과메기. 메(매)우매우 맛있는 포항 과메기. 기똥차게 좋습니다. 포항과메기”라며 ‘삼행시 달인’임을 입증. 김 의원 역시 과메기 도우미를 자청하며 여야 의원들에게 과메기 쌈을 손수 싸서 입에 넣어줬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지역 특산물 홍보 차원을 넘어 포항시민의 어려움과 간절함을 과메기를 매개로 각 지역의 대표인 국회의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포항 지역 경제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역설하기도. 이강덕 포항시장도 “이 자리를 빛내주고 마련해주신 의원님들께 매우 감사하다”며 “어려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 ○…이날 시식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과메기 특유의 감칠맛에 매료돼 엄지척을 연발. 더 나아가 이날 만큼은 여야 의원들 모두가 한마음이 된 채 과메기 홍보대사를 자임. 문희상 국회의장은 “포항하면 첫번째 과메기, 두번째 영일만 친구가 생각난다.또 과메기하면 대구·경북(TK)를 상징하는 동시에 포항도 상징한다”며 “전국민의 과메기가 될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약속. 판매행사장에서 과메기를 구매한 이주영 국회의장은 “가장 좋아하는 안주가 과메기이고, 지금까지 먹어본 안주 중에 과메기가 최고”라고 언급.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다른 일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메기 냄새 때문에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과메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렸다”며 “인천은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요청.그러면서 내심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참석하길 기대렸다는 후문. 그는“과메기 먹고 꼬인 정국을 풀려고 했더니 김성태 원내대표가 안 오네∼”라며 아쉬움을 토로. ○…이날 행사에는 대구·경북(TK) 의원들도 참석해 과메기 특유의 감칠맛에 매료됐다.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은 “국회생활을 10년하는 동안 국회 행사를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면서 “품질을 보니 해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과메기가 서울시 식당가를 주름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로 적극 홍보를 부탁했다.김광림·최교일 의원은 “과메기도 먹고 건강도 챙기고, 포항도 챙겨달라”고 했고, 주호영 의원은 “과메기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행사장에 왔다. 포항은 고향이나 진배없다”고 밝혔다. 강효상 의원은 포항 중앙초등학교를 1년 다녔다며 포항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기도. ○…여성의원들은 과메기가 산후조리와 피부미용에 좋다는 말에 과메기 사랑에 푹 빠지기도. 나경원 의원은 “김정재 의원이 ‘가끔씩 피부가 좋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때마다 하는 소리가 과메기를 먹어서라고 한다’ 말했다”며 “과메기에 오메가3가 많다는 말에 과메기 광팬이 됐다”고. 얼마전 출산한 신보라 의원은 박명재 의원이 과메기가 산후조리에 좋다고 말하자, “과메기 많이 먹고, 산후조리 잘하겠다”고 언급하기도./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18-11-20

뜨거운 온천과 시린 눈처럼, 시인의 슬픔이 내 기쁨을 녹였다

북한의 송이버섯이 왔고, 남한의 제주도 귤이 갔다.미국을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의 엄혹한 제재. 그 속에서 70년을 헤어져 살았던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미래를 위해 ‘화해의 선물’을 주고받았다.송이버섯과 귤의 향기가 핵무기로 인해 얼어붙은 이 땅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누가 있어 쉽게 할 수 있을까.그러나 오래 전 철학자들의 전언처럼 “희망이란 절망의 끝에서 잉태되는 것”이 아닐지. 낙관은 언제나 비관을 가까스로 제압하며 우리의 앞길을 열어왔다.어둠이 없다면 빛도 없고, 밤의 적막이 주는 서러움을 모르는 이들은 햇살 눈부신 새벽의 희망을 노래하지 못한다. 그게 세상 이치다.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라도 희망을 가지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는 것도 타자(他者)를 향한 오만이 아닐지. 인간이 산다는 것은 답하기 어려운 물음 앞에 위태롭게 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홋카이도, 한적한 온천마을에서 맛본 외로움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아름다운 설경(雪景)으로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하다. 도청 소재지인 삿포로에서 해마다 열리는 화려한 눈 축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사할린보다 더 큰 이 설국(雪國)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처럼 ‘절대 고독’ 속에서 얼마간 머물러보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홋카이도의 화산지대와 호수를 둘러보고 나요로 분지(名寄盆地)까지를 확인한 후 조용한 시골 마을로 향했다. 그곳 온천이 좋다고 했다.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40도일 정도로 매우 크고, 건강한 사람도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다는 홋카이도에서 뜨거운 물이 솟는 온천은 부정하기 힘든 매력적인 관광자원이다.그러나 기자의 선택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도착 후 30분 가량 따뜻하고 매끄러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까지는 좋았다. 헌데, 그 이후엔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시간은 겨우 밤 9시. 사방은 불빛 하나 없는 캄캄절벽이었다.한국이라면 초저녁일 그때, 24시간 편의점은 물론 백열등 밝힌 카페나 선술집 하나 찾기 힘든 일본 북부의 촌구석.갑작스레 슬퍼졌다고 말한다면 ‘감정의 과잉’일까. 아주 오래 전 읽은 ‘슬픔’과 ‘쇠퇴’에 관한 시 한 편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런 것이다.슬픔이 기쁨에게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가마니에 덮인 동사자(凍死者)가 얼어 죽을 때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정호승(68)은 바닥을 짐작하기 힘든 슬픔의 서정으로 세계와 인간의 고통을 따스하게 다독여온 시인이다.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적지 않은 시편이 노래로 만들어진 작가이기도 하다.위에 언급한 작품 ‘슬픔이 기쁨에게’는 그가 왜 ‘탁월한 대중적 서정 시인’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해준다.‘겨울밤 귤 몇 개 놓고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삶을 버텨온 할머니’에게 얼마 되지 않는 귤 값을 깎으며 기뻐하는 ‘먹고살 만한’ 우리에게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는 사람, ‘누군가가 얼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들에게 ‘슬픔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사람….단언할 수 있다. 슬픔 없이 사는 인간은 세상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슬픔 외에는 외면하고 사는 경우가 흔하고 흔하다.타인의 슬픔을 함께 울어주기 힘든 세상. 울음을 조롱하는 사회.적요했던 홋카이도의 밤. 여윈 어깨를 안아줄 누구도 곁에 없던 그날의 막막함. 인간이 가진 한계와 얄팍한 자기애(自己愛)를 너무나 명징하게 설파한 정호승의 시는 마음만이 아닌 ‘삶의 뼈’까지 아프게 했다.▲ 고독, 더 큰 절망 혹은 희망 속으로…사실 생각해보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과 ‘남의 아픔에 무신경한 인간’은 비단 정호승의 시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가.프랑스나 오스트리아, 호주 같은 ‘잘 먹고 잘사는 국가’가 아닌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모종의 쓸쓸함과 죄스러움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생겨난 게 아니었을까. 인생 내내 반복됐던 타자에 대한 무관심. 그에 대한 뒤늦은 반성.그래서였다. 적막강산(寂寞江山) 같았던 홋카이도의 밤이 깊어가던 시간. 언제 올지 모르는 새벽을 기다리며 알코올 함량 45%의 일본 보리소주에 취해 아래와 같은 졸시를 썼다.우리는 맨발로 자란다아버지는 매일같이 취해 있었다공장도 가게도 없는 국경의 오지밥을 구하는 건 엄마의 전쟁이었다먹기보다 굶기에 익숙해진 우리동네 오빠들은 열여섯이면 도시로 떠났다누구는 칼을 휘두르는 건달이 됐다 하고몇몇은 레스토랑에서 먹고 자는 웨이터로.유적지로 가는 길이 뚫리며마을에 전기가 들어왔다휘황한 네온사인의 카지노가 들어서고중국인 부자들이 언니 종아리를 힐끔거렸다열두 살 내 친구들은 껌과 담배를 팔았다아버지는 여전히 술을 마셨고누구도 얼굴 검은 주정뱅이를 반기지 않았다.배수 시설이 없는 거리는쏟아지는 폭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때마다 물이 넘쳤고여섯 살 동생은 비를 맞으며 춤을 췄다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온 백인들그들은 웃으며 1유로 동전을 던졌다.나와 동생은 일생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다미키마우스 그려진 샌들을 사온다던 오빠는열대과일 썩어가는 거리에서 칼에 맞았고그 소식 들은 날 엄마는 구걸을 나가지 않았다오늘도 우리는 맨발로 자란다.▲ 남과 북은 ‘무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지금 남한과 북한은 서로에게 얼마만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까.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어온 지난 10년의 남북관계는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서 개선될 수 있을까?북이 남에 선물한 송이버섯과 남이 북으로 보낸 귤에 담긴 함의를 생각해본다.이 선물이 북한과 남한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편견과 증오, 오해와 질시의 그림자를 조금이나마 밀어낼 수 있을지.정호승의 시 ‘슬픔이 기쁨에게’와 기자가 체험한 깊은 밤 홋카이도에서 깨달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신뢰와 애정은 상대에 관한 무관심을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1-16

"세계 최고 원자로 운영 기술 대한민국 탈원전은 ‘불가사의’"

원전의 단계적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에너지 전환시대’가 도래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과 지역 발전의 상생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4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18 경북에너지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원자력 사업과 관련한 쟁점을 논의하고 원자력과 경북도, 경주시의 상생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은 전 원자력연구원장인 장인순 박사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과 교수,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이레나 이화여대 핵의학 과장(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기조연설“‘아름다운 금수강산·원자력 기술’ 후손들에 물려줘야”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1965년 한국이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서글펐던 것은 바로 우리 어머니 누이들의 분신인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이 수출의 주 종목이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소득 60달러 시대에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하고, 국민소득 200불 시대에 한해 국가 총 예산의 4분의 1이 소요되는 상용원자로의 건설을 한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모험이 오늘날 세계 1위 원자력발전 국가로 성장하게 했다.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용량 상용원자로, 전기와 해수 담수를 할 수 있는 스마트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등 3가지 원자로를 수출하는 나라이다.문명을 위협하는 최악의 위험은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라 했다. 인류가 지금 누리고 있는 찬란한 과학문명을 이룬 뒤안길에는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린 희생이 있었겠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천연자원은 물론 에너지 자원 최빈국(97% 에너지가 수입)인 대한민국이 무엇으로 에너지 안보를 이룰 수 있는가. 에너지 부국이면서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구 소련과 미국, 일본이 탈핵·탈원전을 하지 않는데 세계에서 가장 원자로를 잘 운영하는 대한민국이 탈원전을 하는 것은 조롱거리가 될 수 있는 이 시대의 불가사의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인간이 만든 어떤 기계도 완전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교육하고 꾸준히 유지 보수하는 것이다.과학은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 에너지 최빈국인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가야 할 후손을 위해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 조상으로 이 세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땅의 산업화 세대는 허리띠가 양식이었던 시대에 배가 고파 책을 읽고 먹을 것이 없어 꿈을 먹고산 세대이다.이들이 전자산업, 자동차·선박산업, 중화학공업, 토목·건설산업, 원자력산업까지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원자력은 전주기 원자력기술(nuclear fuel cycle)을 완성하면 연료비가 전력 단가의 3% 이하로 그야말로 인간의 두뇌가 만드는 청정에너지이다.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딱 2가지를 물려줘야 한다. 하나는 아름다운 금수강산, 또 하나는 더 훌륭한 원자력기술을 물려줘 후손들이 에너지 걱정 없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이 땅은 조상으로부터 빌린 것이 아니라, 후손들로부터 빌린 것이다”라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격언이 무엇을 뜻하는가?주제발표“폐기물·원전·연구개발 공존하는 경주 원자력단지 조성을”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인류는 진화와 함께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 왔다. 100만년전 원시인이 2천㎉, 10만년전 수렵인이 5천㎉, 600년전 농경인이 2만6천㎉, 150년전 산업인이 7만7천㎉를 사용했고 현대인은 23만㎉라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네덜란드의 화학자로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폴 크뤼천(Paul Crutzen)은 인류의 존재와 미래를 둘러싼 담론으로 인류세(Anthropocene Epoch)라는 용어를 제시했다.지질시대를 연대로 구분할 때 기를 더 세분한 단위인 세를 현대에 적용한 것으로, 시대 순으로 따지면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에 이은 전혀 새로운 시대이다.인류문명이 지구에 끼친 환경적 영향을 지질학적 시대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실제로 최근 엘니뇨·라니냐·라마마와 같은 해수의 이상기온 현상,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물리·화학·생물 등 지구의 환경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정부는 2017년 10월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수립했다.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되고 노후원전 수명연장은 금지됐다. 반대급부로 태양광,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하지만 에너지전환 문제보다 더욱 시급한 문제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한 대응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온은 0.9℃ 증가했으며 해수면은 20㎝나 상승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약 120ppm 증가해 현재 400ppm에 이르고 있다.IPCC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을 순 제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탈원전 보다는 탈탄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원전 가동이 중단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보다는 우리사회가 안심하는 안전기준 합의가 필요하다. 안전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원전은 조기 중단하고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계속 운전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특히 경주지역에 원자력 연구단지를 조성해 과거(폐기물), 현재(원전), 미래(연구개발)가 공존하는 경주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원자력과 신재생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 실증하고 기존 원전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시험하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사용후핵연료 관리, 핵종분리·고속로 기술로 핵변환 가능”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우리나라는 핵연료 설계 및 제조 기술을 국산화해 연간 경수로 550t, 중수로 400t 규모 핵연료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UAE에도 수출하고 있다. 핵연료 집합체 한 다발에서 5만명 도시가 1년 사용하는 전기인 약 15만MWh를 생산할 수 있다.원자로 내에서 우라늄 235의 핵분열 후 4% 정도의 핵분열생성물이 형성된다.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폐기물로서 높은 방사선과 열을 발산해 사용 전과 같이 사람이 직접 다룰 수는 없다.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으로는 △직접처분 △재처리 △결정유보 △중간저장 등이 있다. 이 중 중간저장 시설은 습식저장과 건식저장으로 나눌 수 있다. 습식저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수조에 계속 저장하는 것이고, 건식저장은 수조에서 냉각된 사용후핵연료를 꺼내 금속 또는 콘트리트 용기 내에 넣고 공기 중에서 냉각하는 것으로 이미 독일, 스위스, 미국, 캐나다 등 14개국에서 수십년전부터 실행 중에 있다.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 내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서 열과 방사선을 감소시키며 보관하고 있다. 10년 보관 시 방사능과 발열량이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정도로 감소한다. 12m 깊이의 수조는 방사선을 충분히 차폐하고 있으며, 수온은 60℃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국내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50t 발생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16만t이 관리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발생 및 저장 현황 정보는 매분기 한수원 및 원안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28조에 따라 발전원가에 이미 반영돼 있으며 원자력환경공단에 기금으로 적립되고 있다.한국은 해체와 사용후연료 처분에 세계 최고수준의 금액을 적립하고 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에 대한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2013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각종 토론회, 간담회, 설명회, 설문조사, 온라인의견수렴 등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논의하고 2015년 6월 최종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국내외 연구자들은 현세대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의 독성과 부피를 저감시키려는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핵종 분리 기술과 고속로 기술등을 이용하면 장 반감기의 원소들을 단 반감기의 원소들로 핵변환 가능하다.“방사성물질 영향과 안전한 방사선 활용방안 논의 확대해야”이레나 이화여대 핵의학과 학과장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은 방사성물질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되거나 원전 주변의 주민들이 갑상선 암 발병과 관련해 집단 손배소를 제기하는 등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다.원전이나 핵실험 등 인위적으로 발생되거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이론은 잘 정립돼 있다.예를 들어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이고 방출하는 방사선은 베타와 감마선이며 라돈의 경우 반감기가 3.8일, 방출하는 방사선은 알파선이다. 에너지를 가진 알파·베타·감마선이 인체에 들어오게 되면 물리적으로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는 잘 알고 있다.그러나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올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완전히 정립되지 못한 상태다.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오면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를 죽이기도 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이론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몇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암이 생기는지에 대한 정확한 숫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방사선량이 얼마인지 등에 대해서는 잘 알려졌기 때문에 암 진단과 질병 치료에 방사선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상당히 크다. 방사선을 활용한 치료 시장은 6조원에 달하고 장비 시장도 2조5천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방사선 장비 분야의 기술력들이 축적돼 의료용·치과·산업용 방사선 장비를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각종 연구를 통해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허용량은 1밀리시버트(mSv)지만 방사선 분야 종사자들은 50mSv로 규정돼 있다.적은 양의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얼마만큼의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암이 발생하는지는 아직 미지의 세계다. 이 때문에 암 발생에 대한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방사성물질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방사선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해와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방사성물질과 방사선의 안전한 활용과 관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 못지 않게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신재생 에너지사업 확대 등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전환 계획”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정부는 지난해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재 계획된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하고 노후원전은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로드맵에 따라 월성1호기는 전력수급안정성을 고려해 조기폐쇄하고 2017년 24기인 원전은 2022년 28기로 늘어났다가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점차적으로 줄어들 예정이다.한수원은 에너지전환 후속조치로 지역부문, 산업부문, 인력부문 대책을 마련했다.먼저 지역부문 대책으로는 지자체의 희망사업에 대해 타당성 검토를 거쳐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 소득창출에 효과가 높은 사업에 대해 산업부 및 관련부처 예산지원을 추진한다. 산업부문 대책으로는 20년 이상 장기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설비교체 등에 2022년까지 총 1조9천억원을 투자한다. 인력부문 대책으로 전국 16개 대학에 설치된 원자력 관련학과의 융합교육, 해외취업 지원 등을 통해 신규 인력의 진출경로를 다양화하기로 했다.한수원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신재생 에너지사업을 확대하고 기술력 중심의 단계적 해외사업 진출 등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다.또한 국민 눈높이에 맞춘 원전 안전운영 체계를 확립키 위해 모든 의사결정 및 업무수행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있다.특히 지난 2016년 9월 경주일원에 발생했던 지진이 차후에 일어날 상황을 대비해 원전 안전수준 강화를 위한 지진·지질, 내진성능, 비상대응, 기타분야 등 4대 분야 지진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원전의 지진 안전성 지속강화 및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본사가 소재해 있는 경주지역과의 상생발전을 위한 계획도 수립했다. 한수원은 10대 생활체감형 사업으로 △안심가로등 설치사업 △어르신 심장마비 예방지원 △밝은 눈으로 행복한 세상만들기 △행복나래 집수리사업 △한수원 문화의거리 조성 △문화도시 경주를 위한 메세나 사업 △한수원 문화가 있는날 행사 △행복더함 희망나래 사업 △아인슈타인 클래스 시행 △지역대학 협력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5대 프로젝트로 △원자력 협력기업 유치 △원전현장 인력양성원 설립 △재경장학관 설립 △한수원 여자축구단 창단 △마이스(MICE) 산업 활성화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종합토론14일 열린 ‘2018 경북에너지 포럼’은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을 가졌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미래와 더불어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맞이하는 원자력의 방향 등에 대한 종합토론을 요약한다.△임채영 박사(한국원자력연구원)현 시점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중요하다. 지자체 지역에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거나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 발표에서 다뤘듯 지역에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사안 하나하나에 너무 내몰리지 말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주를 위해서 그리고 경북을 위해서, 원자력 산업을 위해 무엇이 좋을지 지혜를 모아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이레나 교수(이화여대 핵의학 과장)개인적 생각은 원전이 사고가 나면 위험은 있기 때문에 그보다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원이 있다고 한다면 원전 건설을 줄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하지만 거기에는 ‘지금의 원자력 발전소보다 더 안전하고 저렴하고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더 나은 솔루션이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있다.전 정부에서는 원전을 확대하는 쪽으로 많이 앞서나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번 정부는 반대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많다면 아예 짓지 않는 게 아닌 다른 에너지원 개발 등의 정책을 통해서 조절을 했으면 좋겠다.△전휘수 부사장(한국수력원자력)원전은 찬성 반대 양측에서 모두 준비된 답변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일방적으로 충분히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설명되거나 납득을 할 수 있다면 찬·반 논쟁이 치열하지 않았을 것이다.국민들도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떤 주장이 더 합리적인지 정보를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원전이 일본의 후쿠시마처럼 사고가 날 확률이 ‘0’이라 할 수 있냐고 질문을 받는다. 당연 0은 아니며, 완전히 0이라 할 순 없다.하지만 한편으론 가능성이 0이 아닌 것에 대해 ‘선택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질문도 하게 된다. 모두들 더 많은 정보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장인순 박사(전 원자력연구원장)과학은 후퇴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기술 등이 발전해 원자력도 더 안전하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쓰리마일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수로인데 다친 이가 없다. 그만큼 안전한 원자로다.최근 언론에서 중국이 많은 원전을 짓는다고 불안함을 조성하고 있는데 중국도 다행히 경수로를 이용한다.고리, 월성 1호기 등은 아직도 10년 이상 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원전 40%가 수명 연장을 했고 40년 이상 수명을 연장했다고 한다. 우리의 기술도 뒤지지 않는다. 후손을 위해 더 훌륭한 원자력기술을 물려줘 에너지 걱정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송종순 교수(조선대 원자력과)천년고도의 경주 신라시대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아는가. 신라인들은 ‘숯’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처럼 불을 다뤄왔던 경주는 어찌 보면 현대의 ‘불’인 원자력 발전소부터 한수원, 양성자 가속기까지 모여있어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불씨를 이 포럼에 참석한 분들과 전문가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잘 살려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이시라기자sira115@kbmaeil.com/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8-11-15

지역 맞춤형 선진기술 도입, 문경사과 명품화 기반 구축

문경사과가 예부터 많은 명성과 품질을 인정받게 된 이유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백산맥을 분수령으로 충청북도와 경계를 이루고 동쪽의 천주봉에서 문경의 주흘산, 가은 희양산, 농암 청화산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산줄기들이 무수히 발달돼 있어 문경은 대부분 준령에 쌓인 작은 분지로 형성돼 있다.이러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한반도 내륙성 기후의 특징인 온난한 기후와 기상재해가 거의 없는 축복의 땅을 갖고 있어 사과재배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문경지역의 사과재배 역사는 길지 않지만 1930년경에 영순의 채홍우씨가 황해도 사리원에서 사과묘목을 구입해 최초로 재배했고 그후 일본인들이 사과묘목을 들여와 문경, 가은, 마성등지에서 재배하기 시작해 점촌, 호계 지역으로 점차 확대됐다. 이 시기의 주 재배 품종으로는 홍옥, 국광, 축, 욱, 인도 등이었다.특히 문경사과는 사과 비대기인 7∼9월 사이 601㎜의 알맞은 강수와 당(糖)의 축적기인 9∼10월의 풍부한 일조량(436.7시간), 주·야간의 일교차는 9월이 10.9℃, 10월이 12.9℃로 타지역보다 3∼4℃ 높아 전국 최고의 사과 생산지로 군림하고 있다.1980년대부터 가장 납품조건이 까다로운 미8군에도 납품하고 있다.이렇게 축복 받은 문경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당도가 타지역보다 1∼2°BX정도 높고, 과즙이 많으며 육질이 단단해 저장을 오래 동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천혜 자연조건 갖춘 사과생산 최적지타 지역보다 당도 높고 육질 단단국내 육성품종 ‘감홍’ 주산지 자리매김연구교육관 신축으로 재배기술 발전한·일 사과재배 기술교류로지역농가 선진기술 조기정착 최선◇문경사과가 맛있는 이유문경사과는 주야간 큰 일교차,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고 있어 과즙이 많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1930년대부터 재배되어 온 문경사과는 2008년도 1천600여 농가가 1천645ha를 재배해 전국 10대 주산지에 머물렀다. 재배품종도 후지, 홍로, 쓰가루가 주를 이뤄 타 주산지와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2013년 말을 기준으로 볼 때 문경사과는 1천871호가 1천873ha를 재배하며 연간 3만5천여t을 생산해 총 생산액이 950억원(추정치)에 이른다. 재배면적으로 전국 6대 주산지로 성장했고 재배품종 중 당도가 제일 높은 국내육성품종인 ‘감홍’의 전국제일의 주산지로 명성이 높다.문경사과의 유통·판매는 주로 문경거점산지유통센터(문경APC), 문경농협을 비롯한 지역농협, 안동공판장 등 계통출하가 75%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사과축제를 통해 소비자직거래(특판, 택배 등) 및 가공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농업 개방화시대에 대비해 지역특성에 맞는 사과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문경사과의 명품화를 앞당겨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2007년 설치계획수립, 2008년 부지매입, 2009년 토목, 건축공사를 거쳐 2009년 9월 30일에 마성면 외어리 769번지 2만2천438㎡부지에 과수포장(약 2만㎡)과 농기계창고(230㎡), 퇴비사(165㎡), 저온저장고(100㎡), 관리사(130㎡)등 4개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국내 육성품종 현지 적응 검정, 경영절감 기술개발, 농업 특허개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공동연구, 현장평가회 등을 수행해 농가의 재배기술발전과 경영절감에 기여하고 있으며 2018년에 연구교육관 신축을 추진해 농업인교육 및 문경사과 홍보역할을 할 예정이다.◇농업인대학에 사과반 운영문경 친환경사과대학은 앞으로 고품질 안전사과 생산만이 대내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사과재배 농업인의 기술수준 향상을 통하여 변화하는 지역과수 산업의 선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수강대상은 귀농인, 여성농업인, 기존 과수재배인 등으로 수준별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있다.2015년까지 1천10명이 수료했으며, 이론 및 현장 위주의 실습교육을 통해 고품질 안전사과 생산을 실현토록 지속적인 정보 및 기술을 지원하는 등 문경사과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고 문경사과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가는 배움의 장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문경사과 재도약의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 지역에 적합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 및 정착을 위해 한·일 사과재배 기술교류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시작된 기술교류는 일본 이바라기현의 사과재배 전문가인 구로다 야스마사씨와 오카다 오사무씨를 문경으로 초청해 우리지역에 적합한 사과재배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일본 현지과원을 방문해 시기별로 재배기술 교육 및 실습을 병행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2015년까지 68차에 걸쳐 일본방문(538명), 문경초청 순회기술교육(1만1천821명), 세미나 16회(4천132명)를 실시해 농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2016∼2017년 2년간 일본견학 3회 76명, 초청교육 2회 2천30명을 실시했고 세미나 2회(424명)를 개최했다.한·일 사과재배 기술교류는 우리지역 사과재배 농가들에게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됐으며 선진기술의 조기정착으로 문경의 사과재배기술을 한 단계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사과 꽃가루 은행도 운영과수의 안정적인 결실 확보와 품질향상을 위해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사과꽃가루은행을 운영해 사과, 배 재배농업인 3천86호가 꽃가루 38만1천159g을 채취해 3천352ha에 인공수분을 실시했으며 2016년 270ha, 2017년 236ha에 인공수분을 실시해 정형과 비율을 높여 문경사과의 품질향상으로 농가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또 문경사과발전연구회를 1996년도 신규 조직해 현재의 문경사과발전협의회 육성했으며 지역사과재배농업인 500여명(사과재배농업인의 약 27%)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생산자단체와 매년 문경사과품평회를 개최해 문경사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있으며, 고품질사과생산을 위한 병해충방제교육, 과원순회 현장지도 등으로 문경사과의 명성을 회복하는 기반을 구축했다.문경사과축제 및 사과학술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청정지역 백두대간 문경에서 생산된 사과의 우수성과 소비자(관광객)와 함께하는 축제를 육성을 위해 2006년부터 문경사과축제를 개최해 시민화합 유도 및 문경의 대내외 홍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하고 있으며 올해 사과축제에서는 45만 3천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13억5천만원의 사과판매를 했다.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07년부터 국내·외 사과관련 전문가를 초청, 사과학술세미나를 개최해 농업인의 기술향상 및 문경사과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문경사과의 성공 모델농업인의 가공수요해결과 가공사업의 효율적인 지원체계 구축, 문경사과의 지속적인 소비창출 및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농식품 특성화사업을 추진해 사과칩, 사과즙 등 가공농가 40호를 육성했으며, 사과생산량의 25% 정도인 8천400여t을 가공하고 있다.문경사과주스플랜트 운영을 통해 지역내 농가를 대상으로 가공원리 및 가공현장실습교육, 위생교육을 실시해 대량창업보육농 52호를 육성했으며 관내 초중고, 유치원에 백설공주 사과즙을 공급해 로컬푸드 급식시장도 개척했다.또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제품시리즈 개발(6종), 농가형 사과즙, 사과와인, 사과식초 표준규격 및 공정도 개발, 창업보육공동브랜드 개발(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 등 창업보육상품화 서비스 연구를 수행하여 생산, 가공, 유통·판매, 체험·관광의 성공적인 6차농업 지도모델도 개발했다.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8-11-12

아름다워서 더 서러운 파타야의 바다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최고”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관광객의 취향에 따라 갈린다. 코끼리 등에 타고 울울창창한 열대의 밀림 속을 돌아보며, 소수 민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자 그 나라를 찾은 사람이라면 태국 북부 치앙마이(Chiang Mai)나 치앙라이(Chiang Rai)가 최고의 여행지로 느껴질 것이다.반면 20~30m의 물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이고, 거기서 붉고 푸른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광경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푸켓(Phuket)이나 코사무이(Ko Samui), 파타야(Pattaya) 등에서의 체험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5번쯤 태국을 여행했다. 그러니, 북부의 산악지대와 남부의 섬 곳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관광객을 위한 인프라가 잘 조성된 태국은 수도인 방콕(Bangkok)에서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치앙마이, 푸켓, 파타야 등으로 갈 수 있다.저녁에 출발해 새벽에 도착하는 기차의 침대칸을 이용해 치앙마이로 가서 치앙라이, 치앙콩, 미얀마 국경지대까지를 돌아봤다.동남아시아 같지 않은 선선한 기후를 즐겼고, 자신이 처한 곤궁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낙관적인 태국 사람들과 자주 어울렸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파타야 해변에서 ‘법성포 바다’를 보다태국 북부 여행을 마치고는 값싼 비행기 티켓을 구해 남부 바닷가로 향했다. 푸켓과 피피섬, 코사무이를 거친 후 “한국 관광객이 부산의 해운대보다 더 많다”는 농담이 떠도는 파타야를 찾았다.찾아간 해변들은 재론의 여지없이 아름다웠다. 푸른 보석의 색깔을 닮은 바다와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하얀 모래, 거기에 멀리 보이는 기암괴석(奇巖怪石) 가득한 섬까지.그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풍경 안에서 유럽과 북미, 중국과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환하게 웃었다. 제가 살던 공간을 떠나온 그들에게 걱정 따윈 없어 보였다.그러나 늦은 밤, 홀로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관광지 밖의 풍경’은 낮에 본 ‘관광지의 풍경’과 달랐다. 너무나 달랐다.거친 바람이 불어오면 곧 날아가 버릴 듯한 조악한 양철지붕의 집들, 시궁창 냄새 진동하는 좁은 골목, 목욕시키지 못한 아기를 안은 10대로 보이는 어린 엄마들….그 ‘가난의 풍경’이 한국의 1960~70년대를 떠올리게 했다. 서러운 시절은 ‘서러운 문학’을 낳는다. 서늘해지는 가슴으로밖에 읽을 수 없는 시편(詩篇)들.남도 민요풍의 탁월한 가락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문병란(1935~2015)의 절창 ‘법성포 여자’ 또한 그런 시 중 하나다. 법성포 여자마이가리에 묶여서인생을마이가리로 사는 여자주막집 목로판에 새겨 온 이력서는그래도 화려한 추억항구마다 두고 온 미련이 있어바다 갈매기만도 못한 팔자에부질없는 맹세만 빈 보따리로 남았구나.우리 님 속 울린빈 소주병만 쌓여 가고만선 소식 감감한칠산 바다 조기 떼 따라간 님법성포 뱃사공은 영 돌아오지 않네.어느 뭍에서 밀려온 여자경상도 말씨가 물기에 젖는데알뜰한 순정도 아니면서철없는 옮살이 바다제비서쪽 하늘만 바라보다섬동백처럼 타 버린 여자야오늘도 하루 해기다리다 지친 반나절소주병을 세 번 비워도가치놀 넘어서 돌아올 뱃사공그 님의 소식은 감감하구나.진상품 조기는 간 곳 없고일본 배 중공 배 설치는 바다에허탕 친 우리 님빈 배 저어 돌아올굵은 팔뚝 생각하면 울음이 솟네.진종일 설레는 바람아하 그리 밤은 긴데촉촉이 묻어오는 눈물여인숙 창가에 서서미친 바다를 보네출렁이는 우리들의 설움을 보네.뱃길도 막히고 소식도 끊기고징징 온종일 우는 바다니나노 니나노아무리 젓가락을 두들겨 보아도얼얼한 가슴은 풀리지 않네.용왕님도 나라님도 우리 편 아니고조기 떼도 갈치 떼도 우리 편 아니고밀물이 들어오면 어이할거나궂은비 내리면 어이할거나.오오 답답한 가슴 못 오실 님수상한 갈매기만 울어미친 파도를 안고회오리바람으로 살아온 여자만선이 되고 싶은 밤마다텅 빈 법성포 여자의 몸뚱이도미친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구나. ‘마이가리(가불)에서 마이가리로 이어지는’ 건조하고 팍팍한 생. 어깨에 기대 울 수 있는 사람 하나 만났으나, 그 역시 ‘가불 인생’일 게 뻔했다.하지만, 알뜰히 그를 기다리는 마음만은 어떤 새색시 못지않은 여자. 그 기다림의 고통과 아픔을 폭음과 울음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그녀. 맞다. 비극적이지 않은 삶이 지구 위 어디에 존재하랴.세상 어디 한곳 몸 붙일 곳 없어 떠돌고, 떠돌다가 결국은 후미진 포구에서 ‘섬동백처럼 까맣게 타버린’ 사람이 어디 문병란의 시에 등장하는 이 여자 하나뿐일까?한국인의 절대다수가 궁핍을 벗어나지 못했던 40여 년 전이라면 ‘법성포 여자’는 ‘포항 여자’가 될 수도 있고, ‘제물포 여자’가 될 수도 있으며, ‘서귀포 여자’나 ‘부산항 여자’도 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그날 밤, 슬픔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괴이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여행지에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가 뭐라고 낯설고 물선 이곳에 와서 가난하지만 선량하게 사는 이들의 삶을 동정하고 평가하려는 것인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그렇다.간난신고(艱難辛苦) 태국의 빈민촌을 목도하고 돌아온 밤. 멀리서 철썩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문병란 시인을 흉내내 아래와 같은 졸시를 쓴 것은 그 미안함과 부끄러움 탓이었을 게 분명하다.우리는 누구인가?놀러온 이들에겐 파타야의 밤이 짧다제 나라 콜라 한잔 값으로 좌충우돌 진행될 흥정이 즐겁다배낭은 무겁지만 삶이란 더없이 가벼운 것일 년 내내 햇살의 세례를 받는 이곳은 천국이 아닐까꾸벅꾸벅 꺾이는 목으로 겨우겨우 버텨내는 밤대체 당신들은 언제가 돼야 잠을 자는가1달러짜리 액세서리는 오늘도 팔리지 않고여동생은 매일 같이 비키니 입고 관광객 앞에서 춤을 춘다썩어가는 과일 향기를 실어온 바람에게 묻는다이 도시는, 이 나라는 대체 누구의 것인가두리안 냄새를 싫어하는 이들로부터 밥을 얻는우리는 대체 누구인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1-09

한방, 첨단의학의 한계를 넘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다

지난 5월 7일 폐막된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는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25만 명 이상의 시민과 관광객이 다녀갔다. 특히 한약사 주관의 ‘한방 환 만들기’와 7가지 한약재를 우린 물에 발을 담그고 힐링하는 ‘한방족욕체험’, 대구 약령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테마한약재 전시 체험관’ 등은 지역 한방의료의 특색으로 자리 잡았다.성황리에 끝난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는 대구시의 미래전략산업인 의료분야에서 한방의료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실제로 대구시 최운백 미래산업추진본부장은 “대구 약령시가 대한민국 한방산업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대구시의 한방의료 현주소를 살펴본다.한방고유 처방 자금정,아토피성 피부질환 효과 입증도라지 사용 동물실험서비만 ·당뇨 치료 효능 발견‘나노 다공성 침’ 이용대장암 치료 가능성 발표◇대구시 미래전략산업 의료, 한방 의료도대구시의 8대 미래전략산업 중 하나인 의료 분야에 한방 의료도 포함돼 있다면, 이를 수긍할 수 있는 시민은 얼마나 될까?당장 “침을 놓거나, 한약을 달이는 한방이 어떻게 미래먹거리가 될 수 있냐”며 타박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것이 물과 미래자동차, 스마트에너지, ICT융합, 기계로봇 등 첨단분야에 비해 한방 의료가 가지는 이미지는 어르신들이 즐겨찾는 구태의연한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대구시의 8대 미래전략산업 중 하나인 의료 분야에 한방 의료가 포함된 것은 주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구시 최운백 미래전략산업본부장은 “최근 한방고유 처방인 자금정이 아토피성 피부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SCI급 논문에 게재됐다”며 “양한방 통합의료 연구의 결과물인 자음강화탕이 미국 FDA로부터 NDI(신규건강식품원료)인증을 받는 등 우리 고유의 한방이 곧 미래산업이 초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한방 의료 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15일 대구테크노파크 한방산업지원센터와 한국브이알에이알콘텐츠진흥협회는 대구테크노파크 한방산업지원센터에서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양 기관은 한방 의료 산업 분야에서의 가상·증강·혼합현실을 위해 △연구용역 진행 △관련 기술 및 사업 자문 지원 △한방산업 관련 콘텐츠 제작 등을 추진키로 했다.뿐만 아니다. 대구한의대학교 의료원은 최근 대구한방병원 세미나실에서 스리랑카와 보건의료 교류 활성화를 위해 스리랑카 보건복지부와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이를 통해, 대구한의대 의료의원 스리랑카 보건복지부의 협력 병원으로 지정됐으며, 스리랑카 이주 노동자들의 의료 혜택 및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 의료 인력의 인적 교류와 보건의료 분야의 활성화를 위한 공동 방안 모색 및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사실상 대구의 한방 의료가 수출을 위한 준비 과정에 나선 셈이다.지난 7월 산업정책분석원이 발간한 ‘한방의료산업의 시장동향과 한의약 이용실태 및 정책 추진방향’이라는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의료복지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화학적인 가공을 통한 약품을 사용하는 서양 의학에 대한 소비에서 한의학과 중의학과 같은 천연물을 이용한 대체의학에 대해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 한방의학은 천연물을 가공시킨 약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학적인 가공을 통한 양약보다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웰빙시대의 추세에 부합하고 있다.대구의 한 한의학 의료진은 “일본관광객들이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한의학 진료가 여타의 양방 진료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방 의료, 성과도 착착대체의학으로 불리는 한방 의료가 발전이 없는 상태라면, 지역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불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한방 의료는 서구의학이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각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지난 7월 경북대학교 식품영양유전체연구센터는 칼로리 걱정없는 대체감미료를 개발했으며, 도라지 등 전통천연물이 비만 예방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는 성과를 올렸다.센터에 따르면, 전분으로부터 얻은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가 체중 및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줄여 비만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16주 동안 사료와 함께 알룰로스를 먹인 쥐(비만 쥐)는 다른 쥐 보다 체중 25%와 지방량 약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아울러 동의보감에 기재된 전통천연물 처방전인 ‘태음조위탕’과 ‘방풍통성산’의 공통 소재인 길경(도라지)을 사용한 동물실험에서도 비만 및 당뇨를 줄일 수 있는 효능을 입증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캐나다, 호주, 미국 특허출원과 녹십자웰빙(주))에 기술이전을 통해 천연물소재의 유용성 확대와 건강기능식품소재 및 차세대 기능성 식품 개발 분야 등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뿐만 아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방을 통한 대장암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면서 “한의약 연구개발을 통해 추진된 ‘나노 다공성 침 개발 및 대장암 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서 주목받았다”고 밝혔다.‘나노 다동성 침’은 전기화학적 나노기술을 적용해 침 표면에 나노미터에서 마이크로미터에 이르는 내부로 함몰된 미세한 구멍을 갖는 한방 침이다. DGIST 인수일 교수 팀에 의해 개발된 이 침을 주기적으로 시침받은 쥐는 대장암 발생의 전조증상 및 진행지표 발현량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노 다공성 침의 시침이 쥐의 대장암 진행속도에 영향을 준 셈이다.해당 연구결과는 지난 해 10월 세계적인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으며, 한방 침 분야에서 유일하게 ‘2017 Scientific Reports Top 100 in onclolgy’에 선정되기도 했다.보건복지부는 “나노 다공성 침 연구 성과는 오랜 역사의 침구의학과 최첨단 나노기술을 접목해 암 치료 분야에서의 그 학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라고 말했다. ◇한방 고유처방 ‘자금정’, 아토피 치료 효과 세계 최초 규명올해 대구 한방 의료가 가장 큰 성과는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센터장 정환석)와 대구 약령시가 공동으로 시행한 ‘한방 고유처방 자금정(紫金錠)의 아토피성 피부질환 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성과를 보였다는 점이다.대구시는 지난 8월 6일 “자금정에 대한 연구 성과가 INTEGRATIVE COMPLEMENTARY MEDICINE(보완통합의학) 분야 상위 20% SCI급 저널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7월 최신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자금정은 한약 가운데 해독약으로는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 전통 한의약이다. 문합(文蛤), 산자고(山慈姑), 대극(大戟), 속수자(續隨子), 사향(麝香)의 5가지 한약재로 제조되며, 동의보감과 방약합편(方藥合編)에 독소의 축적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소개돼 있다.연구에 따르면, 피부각질세포(HaCaT)에 ‘자금정’을 25와 50μg/ml 각각 처리했을 시 아토피 피부질환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염증성 싸이토카인과 케모카인 생성량(RANTES, TARC, IL-6, IL-8)이 유도군 대비 각 20%와 25~50% 이상 감소됐음이 확인됐다. 또 피부질환에서 중요한 전사인자로 작용하는 NF-kB와 STAT-1의 핵내로의 전좌(translocation)를 억제함으로써 ‘자금정’이 아토피 피부염의 억제 및 치유에 효과를 준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됐다.실험쥐(BALB/c 수컷 5주령)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실험쥐의 등과 귀 뒷면에 면역 교란물질 DNCB(2,4-dinitrochloro benzene)를 도포하여 아토피를 유발하고, ‘자금정’100mg/kg을 경구투여 했을 때 ‘자금정’을 먹이지 않은 쥐에 비해 피부의 부종, 홍반, 각질 등의 피부병변이 유의적으로 감소했고, 이상증식 되어 있던 표피 두께가 회복되는 것이 관찰됐다. 특히, 자금정을 식이한 실험쥐에서 어떠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자금정’이 아토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대구시 최운백 미래산업추진본부장은 “한방 고유처방인 ‘자금정’이 아토피 피부질환을 완화 시키고 치유하는데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함으로서, 대구 약령시를 대표할 수 있는 제품개발 활성화와 지역 한의학의 위상을 한단계 발돋움 시켰다”며 “아울러 한방을 통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18-11-05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

그 옛날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기, 학교 과제로 제출하던 발명대회를 기억할 것이다. 친구들끼리 갖가지 아이디어를 발굴해 조막만한 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꿈에 부풀었던 기억이 있을 법하다. 그런데 이제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GIF)’가 열린다. 올해로 4번 째인 GIF는 이미 1만6천88명의 혁신가가 참여해 763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GIF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명해 본다.2016년 시작해 3회 거치며 1만6천88명 참여 763건 아이디어 발굴, 23건 창업으로 이어져오는 9~10일 엑스코서 개최…메이커톤, 아이디어톤, 루키캠프 등 4개 세션 520명 혁신가 선정市 “4차 산혁시대 전 세계 청년 창업가들의 명실상부한 혁신창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GIF란?GIF, 즉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는 대구시와 한국가스공사가 주최하고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글로벌 창의형 인재 및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범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다. 국내·외 이노베이터, ICT 분야 전문가, 투자자, 스타트업이 한 자리에 모여 창업문화를 확산하고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결되며,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창업혁신 플랫폼’이다. 지난 2015년 미래부의 주관으로 제1회 GIF가 진행된 이후 2016년부터 대구시의 자체사업으로 브랜딩했다.GIF에서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실화 시키려는 참가자들을 혁신가라고 부른다. GIF는 지난 3회를 거쳐오면서 1만6천88명의 혁신가들이 참여했고, 763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해 열린 제3회 GIF에서는 총 3천245명의 혁신가들이 참여를 신청해, 분야별 최고 1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7개국에서 63명의 글로벌 인재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었다.GIF의 특징은 여타의 스티트업 페스티벌처럼 우수 스타트업들의 네트워크와 투자유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GIF에서는 미창업자들의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작해,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시키는 단계별 경연으로 이뤄진다.김태운 대구시 창업진흥과장은 “지난 3년 간 GIF에서 총 3천651명이 경진대회 본선에 출전해 763건의 우수 아이디어가 발굴, 23건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나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다?인터넷에서 학교 동문을 찾아주는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가 있었다. ‘아이러브스쿨’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옛 추억’을 함께 했던 학교 친구와 선후배를 찾게 했다. 특히, 단순하게 친구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원들로부터 장학금을 적립해 모교에 기증하는 등의 행사도 진행했었다. ‘아이러브스쿨’은 1999년 10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가운데 최단 기간 500만 명 회원을 보유하는 기록을 세웠다.이러한 ‘아이러브스쿨’이 단돈 150만원으로 시작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했던 ‘아이러브스쿨’은 10억원을 투자받아 성장했으며, 이후 야후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의를 받기도 했었다.핀란드의 스타트업 벤처인 슈퍼셀이라는 기업이 있다. 이들은 모바일게임 제작사로 클래시 오브 클랜과 붐비치, 클래시 로얄, 헤이데이라는 4개의 게임을 제작했다. 슈퍼셀은 단 4개의 게임만으로 3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난 2016년 중국의 IT기업 텐센트에게 10조원의 가치에 매각됐다.이처럼 작은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다면,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지난 해까지 3차례 열린 GIF에서도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며 꿈을 이룬 사례가 있다. 지난 2015년 GIF를 통해 발굴된 ‘참드’와 ‘무아’ 등은 스타트업으로 성장했으며, GIF에 참가했던 혁신가 3명은 회사를 설립해 해외창업(베트남)에 성공했다. 또 지난 2016년과 2017년 GIF를 통해 발굴된 ‘그린앤씨’와 ‘태크’, ‘릴리커버’, ‘(주)코어사이트’ 등은 중국과 아프리카 등에 23만 달러의 투자(수출) 성과를 냈다. ◇올해의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는 어떻게?대구시는 지난 9월부터 10월 29일까지 ‘제4회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분야별로 약 520명의 혁신가들이 선정됐다.‘Startup Rise’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올해 GIF는 대구시와 혁신도시 입주기관인 한국가스공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주관으로 오는 9일부터 10일까지 무박 2일 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무박 2일 동안 진행되는 GIF는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혁신적인 디바이스 및 SW를 개발하는 메이커톤 △주제별 아이디어 및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아이디어톤 △스타트업의 사업계획 및 아이디어를 피칭하는 오디션 △초·중등학생이 서바이벌 경연인 루키캠프가 그것이다. 4개의 세션과는 별도로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을 촉진시키기 위해 ‘스타트업 페어’가 마련됐다. ‘스타트업 페어’에서는 제품 및 서비스를 시연하는 데모 스테이지와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피칭 경연, 성장단계별 엔젤·VC 투자연계, 글로벌 창업전문가들의 멘토링 등이 있을 예정이다.특히‘스타트업 오디션’의 우승자는 유럽 최대 규모의 창업 컨퍼런스인 ‘SLUSH 2018’의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SLUSH 2018’은 전 세계에서 약 2천 개의 스타트업이 참가하며 800명의 투자자와 700명의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컨퍼런스다.이외에도 9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세계적인 테크놀로지 퓨처리스트인 이안 칸(Ian Khan)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대변화와 흐름에 따라 혁신기술을 전망하고 첨단 기술에 대한 트렌드를 신생 기업 및 글로벌 기업들에게 제시할 예정이다. 또 계명대학교의 KMU-GIF LINC 캠프와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대구 스타트업 리더스 포럼 등도 부대행사로 열린다.권영진 대구시장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새로운 영역에서 창업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우리대구를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가 전세계 청년 혁신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실상부한 혁신창업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더욱 힘써나가겠다”고 강조했다.◇스타트업 오디션최고상금 3천만원이 주어지는 스타트업 오디션은 예비 창업자 및 7년 이내의 스타트업 200명 내외가 참여한다. 혁신가들은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을 시연하고 투자연계를 이끌어내야 한다. 올해 행사에서는 중소벤치기업부장관상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 등 창업과 ICT 분야의 정부부처 2곳에서 후원하며, 역대 최대로 펼쳐진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 무대에 올라온 100개팀 200여 명에게는 대회 이후 창업인큐베이팅 공간이 무상으로 제공되고 크라우드 펀딩과 전문가 멘토링이 지원된다. 또 추가 사업화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해준다. ◇메이커톤제한시간 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보는 메이커톤 대회는 올해 KT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대회주제는 IoT 오픈 플레폼을 활용한 세상을 바꾸는 IoT 서비스다. 대상은 교육부장관상이 수여되고, 대구광역시장상과 기관장상 등이 주어진다. 특히 대회 기간 총 2차례의 전담 멘토제를 실시한다.◇아이디어톤아이디어톤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도시·환경 소셜벤쳐, 천연가스와 에너지 두 분야를 주제로 경연을 펼친다. 대상을 포함해 4개의 팀에게는 1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특히, 올해 대회에는 대구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가스공사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천연가스·에너지 주제도 마련됐다.아이디어톤에는 단순 경연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가스공사의 에너지 분야 설명회 및 전문가 멘토링도 마련되어 있으며, 아이디어톤 참가자들에게는 주관기관 창업관련 사업을 진행할 시 가산점을 부여하게 된다. 대상은 행정안전부장관상이 수여되며, 총 7개 팀에서 1천2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루키캠프루키캠프는 ICT 꿈나무들의 상상과 미래를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스타트업 문화의 정착을 위해 중고생을 대상으로 마련됐다. 아울러 대구시 교육정보연구원 주관의 ICT활용 창의성 경진대회도 연계 개최된다. 루키캠프의 대상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이 수여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전국 중고생이 참여하는 루키캠프는 공식 홈페이지 오픈 초기에 참가신청이 마감됐다. 루키캠프를 통해 GIF를 경험한 꿈나무들은 아이디어톤과 메이커톤, 오디션으로 연결이 가능하다./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18-11-02

‘구룡포 과메기 밥상에 오르다’… 장안에서 화제 만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아띠홀에서 개최된 포항구룡포과메기 서울 미디어설명회와 상생상회에서의 홍보·시식 행사는 과메기 첫 출시일이어서인지 중앙 언론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는 등 성황을 이뤘다. 포항구룡포과메기의 서울 홍보·시식행사의 이모저모를 엮어봤다.맛 칼럼니스트도 반한 맛훈제 과메기 생산 당부도김정재 “과메기 먹고 피부 고와” ○…이날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목한 것은 ‘과메기, 밥상에 오르다’라는 슬로건.사회를 본 방송인 이홍렬씨는 “과메기하면 소주 안주여서 술상이 생각나는데 밥상 위로 올리겠다는 발상에 깜짝 놀랐다”며 방향을 잘 잡은 것같다고 덕담을 거듭.황광해 맛 칼럼니스트도 “슬로건을 보고 앞으로 과메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과메기죽은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하다”며 동행한 음식전문가에게 즉석에서 과메기죽 개발을 제의하기도.○…황광해 맛칼럼니스트는 특강에서 “고문헌에 나오는 것처럼 포항에서 훈제로 만든 과메기를 생산해달라”고 당부.그는 “이제까지는 과메기 제조방법이 똑같았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있는지”라고 반문하고 “훈제 과메기가 생산되면 반드시 마니아가 생겨나면서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은 축사에서 “가끔씩 피부가 좋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때마다 하는 소리가 ‘과메기를 먹어서’라고 한다”면서 “실제로 자주 먹고 있고 그 힘으로 3D직업인 국회의원 생활도 잘 버티고 있다”고 나름의 의견을 적극 개진. 이날 시식 행사장에는 타 지역 언론사 청와대 출입기자도 7명이 나와 관심을 표명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행사 시작과 동시에 교통방송 인터뷰로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교통방송은 이날 당초 생방송으로 3분여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 시장의 구수한 말솜씨 때문인지 6분 이상 끌고가며 서울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과메기 홍보에 나서기도.○…이날 초청된 파워 블로거들도 저마다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강덕 시장과 김정재 국회의원은 “과메기가 밥상 위에 잘 올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일일이 악수. ○…미디어 설명회 후 안국동 상생상회를 찾은 이강덕 시장은 “이곳 상설매장에서 연중 포항농특수산품 등을 판매할수 있도록 해달라”고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요청./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2018-11-02

콜로세움 어떤 싸움도 축제가 될 수 없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 도착한 것은 뜨거운 햇살이 거리와 고딕의 건물을 태우는 한여름이었다.알바니아에서 배를 타고 아드리아해(海)를 건너 ‘바리(Bari)’라는 이탈리아 소도시를 거쳐 나폴리에서 나흘을 묵었다. 그 기간 동안 “지구 위에서 가장 근사한 풍경”이라 이탈리아인들이 자랑하는 포지타노(Positano)와 아말피(Amalfi)를 다녀왔다.절벽 위에 만들어진 고풍스런 레스토랑에서 눈이 부시도록 멋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아말피 특산 레몬차를 마시고, 담백하고 맛깔스런 본토 피자를 점심으로 먹었지만 기분은 우울했다. 8개월을 넘어서고 있던 긴 여행이 건강에 이상을 가져왔다.한쪽 눈의 시력이 급속하게 나빠졌고, 심지어 녹색과 파란색이 잘 구별되지 않았다. 찾아간 나폴리 병원에선 “스트레스와 누적된 피로가 이유인 것 같다”는 애매한 진단을 내놓았다. 기자도 이탈리아 의사도 영어가 서툴렀다.말이 통하는 한국의 안과에 가서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알고 싶었다. 여행을 지속할 것인지, 귀국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이탈리아 거리에서 ‘시인 이성복’을 떠올리다나폴리에서 기차를 타고 로마로 가서는 가장 먼저 저렴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수소문했다.‘몇 군데의 여행사와 항공권 발매 대리점을 돌아보고 숙소로 가는 길. 눈앞에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콜로세움(Colosseum)이었다.책에서만 보던 걸 실물로 처음 대하는 날이었지만 정상이 아닌 컨디션 탓인지 가슴을 치는 감흥 따위는 없었다. 그저 고교 시절 읽었던 이성복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 수록된 한 편의 시가 떠올랐을 뿐.어떤 싸움의 기록(記錄)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지는 주먹을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리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그는 또 눈알을 부라리며 이 OO놈아 비겁한 놈아 하며아버지의 팔을 꺾었고 아버지는 겨우 그의 모가지를문 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신발 신은 채마루로 다시 기어올라 술병을 치켜들고 아버지를내리찍으려 할 때 어머니와 큰누나와 작은누나의 비명,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땀 냄새와 술 냄새를 맡으며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 질렀다 죽여버릴 테야법(法)도 모르는 놈 나는 개처럼 울부짖었다 죽여버릴 테야별은 안 보이고 갸웃이 열린 문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라일락꽃처럼 반짝였다 나는 또 한 번 소리 질렀다이 동네는 법도 없는 동네냐 법도 없어 법도 그러나나의 팔은 죄 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시장에서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문 열어 두어라 되돌아올때까지 톡, 톡 물 듣는 소리를 지우며 아버지는 말했다.이성복은 “아픔의 개인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세상 저변에 상존하는 고통과 눈물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학교 불문과에서 공부했다. 서울 몇몇 대학에서 여러 차례 상경을 요청했지만, 그는 대구의 한 대학 강단을 떠나지 않았다.‘어떤 싸움의 기록’은 동서양 철학을 작품 속에 탁월하게 녹여내는 중진으로 진화한 이성복이 젊은 모더니스트였을 때 쓴 시다.이 작품에서 상소리를 내뱉으며 아버지와 다투는 이가 빚쟁이인지, 앙심을 품은 원수인지, 혹은 광기에 휩싸인 혈육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시인은 ‘싸움’이라는 단어가 가진 본질과 싸움의 민낯과 대면한 ‘인간’의 막막함에 문학적 촉수를 밀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삶과 세계의 비의(秘義)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로마 정치가들이 펼친 고대(古代)의 ‘3S 정책’콜로세움은 ‘싸움의 공간’이었다. 그래서였다. 로마의 거리에 서서 기자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세상엔 축제가 되는 싸움도 존재할 수 있을까?”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Amphitheatrum Flavium)이 정식 명칭인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착공해 티투스 황제 때 완성됐다.직경이 180m에 달하고 둘레가 530m에 가깝다. 바깥에 세워진 벽의 높이도 50m에 육박한다.간단히 설명하자면 콜로세움은 ‘커다란 투기장’과 다름없었다.여기선 목숨을 건 검투사들의 시합이 열렸고, 사자와 호랑이, 곰과 하마, 코뿔소와 코끼리 등의 동물을 사형수와 싸움 붙였다.기독교가 박해받던 시절엔 기독교도들을 집단적으로 고문하고 학살한 공간이었다는 주장도 있다.대다수 로마 정치가들은 우매한 대중이 세상사를 비판적으로 자각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콜로세움은 그런 정치가들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무료로 입장해 빵과 포도주를 제공받은 로마의 대중들은 죽고 죽이는 ‘사람 대 사람’ ‘동물 대 동물’ ‘사람 대 동물’의 선혈 낭자한 싸움을 보며 콜로세움을 함성으로 채웠다.어떤 변명을 가져다붙여도 결국 콜로세움은 ‘처참한 싸움의 공간’임을 부정할 수 없다.콜로세움을 만든 로마의 지배계급은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를 통해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과 변혁의 욕구를 차단하는 ‘3S 정책’을 일찍 실천(?)한 선구자였던 것일까?앞서 “축제가 되는 싸움도 존재할까”라는 자문에 대한 자답(自答)을 내놓을 때가 됐다. “그렇지 않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여러분들은 어떤가?▲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 않은 이유는?콜로세움을 돌아본 다음 날은 로마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가게 된다는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를 찾았다.오드리 헵번(1929~1993)이 출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스페인 광장은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갖가지 꽃으로 장식된 계단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여행자들이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뒤돌아서서 동전을 던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트레비 분수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그곳 역시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높이 26m, 너비 20m의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분수는 웅장함과 미적 완성도 두 가지 면에서 주목받는다. 새하얀 대리석이 여름날 태양을 받아 보는 이의 눈을 부시게 했다.교황 클레멘스 12세가 준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은 로마의 건축가 니콜라 살비. 트레비 분수가 완성된 때는 1762년이다.분수 가운데 조각된 바다의 신(神) 넵투누스(Neptunus)와 양 옆에 선 여신의 생동감이 수 세기의 세월을 뛰어넘어 분수를 찾는 이들을 매혹하고 있었다. 오후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자 ‘가톨릭 문화의 성지’로 불리는 바티칸(Vatican City)도 찾았다.그날 왜 기자는 ‘빛나는 로마의 영광’이 아닌 ‘콜로세움에 흥건했던 피’를 먼저 떠올렸을까.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 밤엔 낡은 식탁에 앉아 아래와 같은 형편없는 시를 끼적였다.테베레강(江), 늑대와 만나다캄피톨리오 광장과 스페인 계단을 채운 이방인들베니토 무솔리니와 오드리 헵번이탈리아를 암흑시대로 몰아간 퇴행의 파시즘자전거를 탄 하얀 여배우의 입술에 묻은 젤라또그러나, 무슨 상관여행이 아닌 관광을 온 이들은심각한 생각을 멈추고 바티칸의 비둘기들과 논다이민족 피와 눈물 위에 건설된 로마뻗어나가길 멈추지 않던 영토는인간 욕망의 한계없음을 비명 속에 증명했고불타는 도시를 보며 시를 읊는 미치광이를 만들었다콘스탄티노플이냐? 이스탄불이냐?두 제국 왕의 싸움에 문맹의 노예들만칼날 앞에 쓰러진 풀잎이 되고광포한 노인처럼 허물어진 콜로세움검투사 잘린 팔다리에 흐르던 피 같은붉디붉은 석양이 떨어진다모두가 아픈데 아무도 상처를 찾지 못했다15유로 싸구려 게스트하우스삐걱거리는 낡은 침대에 누워테베레강을 배회하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었다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싶지 않았다.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참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모르겠다. 왜 다른 대부분의 관광객들처럼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 않았는지. 로마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아서? 그게 아니면 슬픈 시(詩)를 불러온 ‘싸움의 역사’가 싫어서?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1-02

시민중심·일등문경 밝은 미래 청사진 완성 위해 쉼없이 달린 100일

“지난 100일은 시민과 소통하며 민선 7기 시정운영의 기틀을 다지고, 문경의 밝은 미래 청사진을 그려낸 숨 가쁜 시간이었다.” 고윤환 문경시장이 취임 100일을 보낸 소감을 털어놨다. 민선 5, 6기에 이어 ‘전국 최고의 모범도시 일등문경’이라는 시정 목표를 정해 쉼없이 달려가고 있는 민선7기의 문경시는 시민과 소통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의 기반 마련은 물론 미래 문경을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고윤환 시장이 100일 동안 일궈 온 주요 성과를 재조명 해 본다.건강힐링도시·명품교육도시·매력도시WISH분야 등 공약사업 구체적 추진화오늘 시민 대상 ‘열린 대토론회’ 진행지방이전 공공기관 맞춤형 전략 수립국내 유일 禪체험센터 착공 등 ‘탄력’美·中 등 자매결연 협약 등 교류 활성화농특산물 브랜드 ‘UP’ 관광경쟁력 강화◇시민들과 약속한 공약사업 이행 구체화시민들과의 약속인 공약사업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민선 7기 공약사항 실천계획을 수립해 새로운 미래 문경비전을 마련했고 이를 10대 분야 63개의 추진과제로 분류하고 예산반영 등 공약 이행을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아울러 임기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갈 3대 WISH 분야(살고 싶은 건강힐링도시, 아이 키우고 싶은 명품교육도시, 또 오고 싶은 매력도시)를 선정,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시민을 위한 공직사회 내외부 혁신에도 박차를 가했다.고 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공직사회의 변화를 약속했다. 지난 7월 9일 개최한 ‘문경시 혁신전략회의’개최를 통해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대내외 혁신과제를 발굴해냈고, 공직자가 개혁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고 불합리한 관행과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동시에 브라운백미팅, 스탠딩미팅 등 자유로운 방식의 회의를 적극 실시하면서 경직된 공직사회의 회의문화를 캐주얼한 분위기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특히 시민 중심의 일 잘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조직진단TF팀을 구성했으며 중복된 기능과 기구를 정비하고 업무를 조정하는 등 조직정비 계획을 섬세하게 수립해 나가고 있다.31일에는 문경시민을 대상으로 ‘열린 대토론회’를 열어 행정의 최우선 관점을 시민 소통에서 답을 찾고 모든 정책에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정으로 탈바꿈해 나갈 계획이다.◇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선제적 대응지난 9월 초 정부 여당대표가 국회연설을 통해 밝힌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과 관련, 수도권 공공기관의 문경 유치를 위해 민첩하고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9월 10일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가장 먼저 지방이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문경시장 명의의 서한문과 홍보자료(PPT)를 발송했고, 9월 28일에는 수도권 공공기관 문경 유치 발대식을 열고 시장을 포함한 공직자 2인1조의 팀을 편성, 총 86개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해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전달했다.문경시는 방문 결과를 바탕으로 공공기관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이고 신속한 유치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또 국내 유일의 선(禪)체험센터인 문경세계명상마을의 첫 삽을 떴다.선이 전래된지 1천2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천년고찰 봉암사에 2021년까지 명상실, 무문관, 토굴, 숙소 등 부지면적 12만230㎡, 건축연면적 1만1천100㎡ 규모의 참선 체험 공간을 조성해 세계적인 선 수행지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시민 주도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실질적으로 시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을 위해 9월 18일 ‘도시재생전략계획 수립 주민공청회’를 열고 활기를 잃은 점촌도심을 도시재생의 핵심거점으로 조성하고 관광인프라와 침체된 도시지역을 연계하는 종합적 재생전략 수립의 기반을 다졌다.이를 위해 중부내륙권 7개 시·군(문경시, 여주시, 원주시, 충주시, 괴산군, 음성군, 단양군)으로 구성된 중부내륙권행정협의회, 전국 폐광지역 행정협의회(문경시, 태백시, 삼척시, 보령시, 영월군, 정선군, 화순군) 운영을 활성화 하는 등 지자체간 광역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아울러 현재 중국 이싱시(자매결연), 중국 우한시(우호교류협정), 베트남 송콩시(우호교류협정)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으며 지난 7월 미국 방문을 통해 뉴욕주 Putnam County(풋남 카운티), 뉴저지주 Bergen County(버겐 카운티), 캘리포니아주 Orange County(오렌지 카운티)와 자매결연을 추진했다.지난 24일에는 미국 오렌지카운티의 사이프러스시와 자매결연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경제·교육·문화 등 민간차원을 포함한 국제 교류의 외연을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다.◇기존 관광자원 연계한 관광경쟁력 확보붕어, 장어, 메기 등 호계 만세지의 풍부한 어족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만세지~오정산 등산로 정비, 만세지 주변 둘레길 조성, 황티기 동굴 관광자원화 등 만세지 주변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해 기존 관광자원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다.또 국내 최초의 오미자테마공원의 개장을 앞두고 숲 속 놀이터 조성, 출렁다리 경관조명, 가족 물놀이장 조성 등 오미자테마공원의 흥행을 위한 세부 계획들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다.문경의 농·특산물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다. 농민 소득을 배가시키기 위해 지역 농·특산물 축제를 더욱 더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대대적인 홍보 전략을 펼쳐온 결과 문경오미자축제와 문경사과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특히 문경사과축제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4%가 늘어난 26만9천372명의 관광객 찾으며 문경의 대표 브랜드 품종인 감홍을 완판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국내 첫 생태영상테마파크, 문경에코랄라 오픈차별화된 콘텐츠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에코타운,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기존 석탄박물관, 가은 오픈세트장을 종합적으로 연계하며 생태, 석탄, 영상문화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 테마파크인 문경에코랄라의 문을 열었다.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가족형 테마파크로서 문경새재, 철로자전거와 더불어 문경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윤환 문경시장 혁신전략회의 모습.◇민선 7기 원활한 시정추진을 위한 기반마련그동안 중앙부처와 국회를 쉴 새 없이 찾아가며 적극적인 예산확보 활동을 펼친 결과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인 18억 5천만 원의 지방교부세를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또 올해부터 경북도시장군수협의회의 회장직뿐만 아니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 대한민국의병도시협의회장의 직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앞으로 시민 중심의 원활한 시정추진을 약속드린다.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8-10-31

‘경쟁 넘어 상생’ 청년들이 이끄는 사회적경제, 지자체 버팀목 역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는 국가·시대별로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구성원 간 협력·자조를 바탕으로 재화와 용역을 생산·판매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의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의미한다.최근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 저성장, 고령화, 고용불안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함에 따라 사회적 가치 실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주거·육아·교육 등 인간 생애와 관련된 영역에서 경쟁과 이윤을 넘어 상생과 나눔의 삶의 방식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하지만 국내에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 부족과 부정적인 이미지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청년 사회적 기업 창업과 같은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사회적 경제 조직에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이 있다. 이들 모두 단순히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으로 사회서비스의 제공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요 특징은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 추구, 영업활동 수행과 수익의 사회적 목적 재투자,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이다.노인돌봄서비스·정보통신·숙박업 등안동 내 사회적 기업 총 17곳지역주민 고용·지역자원 활용 등‘지역밀착형’ 사회적 경제 활성화 견인정부 지원 더불어 시장·금융·인프라 등사회적 기업에 우호적 생태계 조성 시급◇사회적 경제 조직 현황과 지역의 사회적 기업사회적 경제는 프랑스와 벨기에 등 EU 주요국가에서 고용창출 등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EU 전체 GDP 중 10% 정도를 담당하고 있으며 고용비중도 평균 6.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의 경우 고용비중은 10%를 웃돌고 있다.국내의 사회적 경제의 경우 단기간에 빠른 양적 성장을 이뤘다. 2016년 기준, 사회적 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 운영 중인 주요 사회적 경제 기업은 1만4천948곳이며, 총 고용인원은 9만1천100여 명에 이른다.하지만 유럽 선진국보다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사회적 경제 기업의 고용 비중은 1.4%로 EU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또 금융, 판로 등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진출 분야도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경제가 사회의 협력성장·포용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해 질적 성장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적 기업은 요구르트 회사인 ‘그라민-다농 컴퍼니’, ‘피프틴’ 레스토랑, 잡지출판 및 판매를 통해 노숙자의 재활을 지원하는 ‘빅이슈’, 가전제품을 재활용하는 프랑스의 ‘앙비’, 저개발국 치료제 개발 및 판매기업 ‘원월드헬쓰’ 등이 대표적이다.국내에서도 재활용품을 수거·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 지적장애인이 우리밀 과자를 생산하는 ‘위캔’, 폐타이어 등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악기로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을 하는 ‘노리단’, 장애인 모자생산업체 ‘동천모자’ 등이 있다.특히 안동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에는 2008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은 ‘유은복지재단 나눔공동체’가 있다. 이곳은 웰빙 시대에 발맞춘 새싹과 베이비채소 재배 사업 운영을 통한 장애인 일자리 창출 성과가 매우 우수하며 특허 받은 재배 공법으로 경북 농업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이곳은 전체근로자 59명 중 취약계층 47명(장애인 44, 고령자 3)을 지속해서 고용하고 있는 등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기업은 지난해 제1회 경북 사회적 경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최근 경북도가 선정한 스타 사회적 기업에도 선정됐다.이밖에도 안동에는 노인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사회서비스센터’, 정보통신업체 ‘(주)나우’, 고택숙박을 운영하는 ‘(재)행복전통마을’, 사회적 경제 제품 홍보 및 판매장을 운영하는 ‘(주)더나눔’, 선식과 한과를 제조 판매하는 ‘안동여성영농조합법인’ 등 17곳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 예비 사회적 기업 12곳을 합치면 총 29곳에 달한다. 이는 경북 도내에서 가장 많다.◇안동시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성과와 방향사회적 경제 조직은 지역 주민들을 고용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선도하는 조직으로서 ‘지역밀착형’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역 사회의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이에 안동시는 유·무형의 지역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셜비즈니스 설계를 위한 전문성을 배양하고, 지역공동체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법론에 대한 학습과 집중 컨설팅 필요한 시점이다.안동시는 2007년 최초 사회적 기업으로 ‘참사랑보호작업장’을 탄생시킨 후 현재 29곳의 (예비)사회적 기업을 보유 중이다. 인증 사회적 기업은 17곳으로 경북도에서 제일 많다.시는 지역 사회적 기업과 함께 2012년 안동시 사회적 기업협의회를 조직해 사회적기업간의 애로사항을 논의하고, 사회적 기업 제품홍보, 지역사회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특히 지난해 3월에는 취약계층 고용창출과 서비스 확충, 공동체 활성화(농촌 및 도시빈민지역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 주관 사회적 기업 육성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사회적 기업은 일반기업보다 생존 유지 정도가 양호한 편이지만 이는 정부지원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내부구조개선을 비롯한 성장발전을 위한 시장, 금융, 인프라 등 우호적인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사회적 기업이 존속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 우선 경영컨설팅과 원활한 시장진입을 위한 공동판매장 확대, 해외진출지원, 공공기관 우선구매 확대 등의 개선이 절실하다.아울러 사회적기업의 윤리경영과 대외 인지도 향상을 위한 우수사회적기업 광고, 홍보지원, 사회적 기업 관계자 인식개선교육을 비롯한 워크숍 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로 ‘따뜻한 공동체 안동시’를 실현하고자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속 가능한 자립기반 강화 △사회적 경제 기업가 양성으로 사회적 경제 기업 설립 활성화 △사회적 경제 기업 육성에 대한 주민 공감대 형성 △청년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 이를 위해 회적경제 지역주체 양성 및 네트워크 활성화와 민간주도의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 발굴, 사회적 경제 판로지원 및 공감대 형성에 나설 방침이다.◇안동시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위한 지원 사업안동시는 올해 9천700만원(시비 100%)을 투입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펼쳤다.시는 우선 사회적 경제 조직이 지역 주민들을 고용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선도하는 ‘지역밀착적인’ 사회적 경제 요구가 확대됨에 따라 더 많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아카데미’를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진행했다. 또 지난 6월 21일부터 이틀간 도산면 소목화당에선 사회적경제 관계자의 마인드 향상 및 전문가 양성을 위한 ‘사회적 경제 워크숍’이 열렸다.특히 그동안 관주도의 공동체 사업으로 인해 활력이 저하된 사회적 경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민간주도의 창의적이고 선순환 구조의 사회적 경제 모델 발굴을 위해 ‘제4회 안동시민 창안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신세동 할매손두부팀의 신세동 주민공동체가 벽화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따듯함을 기억할 수 있는 집 밥을 대접해 마을을 알리는 식당을 운영하는 ‘500년 손 맛’이 대상을 받았다.우수상으로는 유형과 감자팀의 ‘문화 활동의 장! 함께 만들자!’와 안동 동부초등학교 학부모회팀의 ‘엄마손 만물상회’가 선정됐다. 반짝 아이디어상은 ㈜드론코리아아카데미의 ‘꿀벌을 대신하여 꽃가루를 수정하는 인공수분 드론 Hoeny Bee(허니-비)’와 안동시자원봉사센터의 ‘토요 명품시장, 행복안동 벼룩시장’이 각각 선정돼 최대 1천만원에서 최소 300만원의 아이디어 수행비와 동시에 전문 활동가의 컨설팅을 지원받게 됐다.이밖에도 안동시는 사회적 경제 관계자의 국제적인 감각과 해외 선진 사회적 기업 방문을 통한 견문 확대를 위해 ‘사회적 경제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한편 사회적 기업 이미지 및 제품홍보 등을 위한 ‘사회적 경제 박람회’와 ‘추석맞이 사회적 경제 기업제품 홍보·판촉’ 행사를 추진했다.조명희 안동시 일자리경제과장은 “다양한 사회적 경제 지원 사업을 통해 역량 있는 사회적 기업 전문가를 양성, 지역 내 사회적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사회적 기업화 자원을 신규 발굴해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과 사회적 경제 기조 확산 및 인식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우리는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직 많은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에 기업이 돈 버는 것 외에 사회적 공익 실현을 우선 시 하는 사회적 기업의 취지는 매우 좋다. 그러나 이제 사회적기업도 자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말로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지만 정작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도움을 받기만 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사회적 기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다양하나 자주 회자되는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고용 없는 성장의 탈피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란 국가경제는 전체적으로 성장해 생산이 늘어나는데도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또 사회서비스 수요의 증가가 사회적 기업 등장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복지의 요구가 증대되고 있으나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재원이나,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적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문 기업을 설립한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이러한 국내 사회적 기업의 현주소는 대부분 정부지원금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상태다.29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기준 국내 인증 사회적 기업은 2천30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이 363곳, 경기 344곳에 이어 경북이 129곳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경북도에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사회적 기업(인정, 예비),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포함해 945곳에 이른다. 게다가 매년 사회적 기업 30개, 마을기업 10개, 협동조합 50개가 신규 설립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가운데 정부지원금이 사라지면 15%만 살아남는다는 분석이 나왔다.특히 최근 사회적 기업 활성화 대구네트워크와 대구 YMCA가 세종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대구시민 여론 조사’에서 10명 중 7명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미지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9.3%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4.4%에 불과했으며 14.8%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 창의적, 혁신적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16.6%만 ‘그렇다’고 답했고 50.5%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사회적 경제가 지역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2.2%로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 ‘도움된다’는 응답은 25.9%, ‘보통’ 20.5%였다.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들의 품질에 대해서는 ‘좋다’는 응답자가 30.9%로 ‘나쁘다’는 응답자(19.6%)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7.4%로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에 대해서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정부 주도형, 경쟁적인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시대는 끝났다. 또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돈만 벌려는 일부 기업도 사회적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기여를 하면서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이 시대의 필요한 진정한 사회적 기업이다.◇사회적 경제 활성화 ‘청년정책’으로 푼다정부도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성수동 사회적 경제 창업기업 협업 공간인 헤이그라운드에서 제3차 일자리위원회를 열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이날 문 대통령은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경제”라며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즉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은 성장단계별 특성에 맞는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파급효과가 큰 분야를 집중 육성해 사회적 경제 저변을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이를 위해 △소셜벤처 등 사회적 경제 기업 창업·성장을 위한 금융 인프라 강화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강화 및 저변 확산 △공공기관의 사회적 경제 기업 판로지원 선도 △신재생에너지 등 주요 분야 진출 지원 등이 핵심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다.특히, 정부는 청년 중심의 사회적 경제 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 접근성 제고, 인력양성,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 확대, 소셜벤쳐 활성화, 문화예술 분야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최근에는 후속 계획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이 청년 한 명을 채용하면 연간 최대 2천400만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의결하고 발표했다. 이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조치다.우선, 정부는 사회적경제로 인재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 기업 취·창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청년이 사회적 경제 기업에 취업하면 정부가 2년 동안 청년 1인당 인건비로 연 최대 2천400만원을 기업에 지원한다. 사회적 경제 기업 창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대 2년으로 연장하고 자금, 사업 공간, 판로 등을 체계적으로 밀착 지원한다. 또 정부 지원을 받는 사회적 경제 창업팀을 한 해 1천 팀으로 대폭 확대한다. 지난해 정부 지원 대상 창업 팀은 500팀이었다.한편, 경북도와 안동시도 청년 사회적 기업 창업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에 나서고 있다.경북도는 지난해 경북의 사회적 기업 청년 취·창업 네트워크 공간인 ‘경북 청년괴짜방’ 1호점(경산, 지난해 8월 개소)을 시작으로 디자인센터(칠곡. 지난해 12월 개소), 로컬푸드연구소(상주. 지난해 12월 개소)에 이어 지난 2월 포항에 ‘경북 청년괴짜방’ 4호점을 개소했다.안동시도 청년 사회적 기업가와 취·창업 희망 청년 간 네트워크 구축 및 다른 지역 우수 청년 유입환경 조성의 필요성이 요구됨에 따라 안동시 ‘청년괴짜방’ 조성 사업에 들어갔다.앞서 2015년 안동에선 도내 첫 청년자립조합 ‘바름협동조합’이 출범했다. 바름협동조합은 전국적인 청년 실업문제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지역 청년들이 모여 청년자립과 지역문화공동체를 실현하고 시대의 한계를 청년들 스스로 돌파해 보자는 취지로 출범하게 됐다. ‘바름’은 지역의 올바른 전통을 계승하자는 뜻의 바를 정(正)의 의미와 함께 바람직하지 못한 기성의 비뚤어진 문화 등을 `발라버리자`는 중의적 의미를 함께 담았다고 한다.특히 30년 이내 소멸될 위험이 가장 높은 지자체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7개 지역을 보유한 경북도에선 청년 일자리와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지방소멸 위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비롯한 청년유입 정책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지방소멸의 위기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정책과 해법들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청년들이 함께 뜻을 모아야 할 때다.안동/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8-10-30

붉은 지붕·눈부신 해변으로도 감출 수 없는 비극의 역사

CF가 보여주는 것보다 멋진 크로아티아, 그러나…최근 한국의 한 항공사는 새로운 상업광고(Commercial Advertisement)를 만들어 TV에 올렸다.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와 그 해변 풍경에 고풍스러움을 더하는 성벽, 거기에 아드리아해(海)의 보물 흐바르(Hvar)섬에 몽환적인 꽃을 피운 라벤더를 보여주는 영상이다.그 CF의 배경은 3~4년 전 30~60대 여성 연예인 몇 명이 단체로 다녀온 여정이 케이블방송 전파를 타면서부터 부쩍 한국인 방문객이 늘어난 나라 크로아티아다.거기서 보여지는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자그레브와 플리트비체를 화이트 와인에 취해 느린 발걸음으로 헤맨 적이 있다. 크로아티아 대부분의 도시는 재론의 여지없이 아름다웠다.그러나 왜 기자에겐 ‘아름다움을 지워내는 어두운 그림자’가 먼저 보였는지 모르겠다.가파른 산을 깎아 만든 마을의 붉은 지붕이 눈부신 두브로브니크의 푸른 해변. 거기서 떠올린 것은 낭만적인 시(詩)나 소설이 아닌, 노(老)시인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절망적인 문장이었다. 이런 것이다.문의(文義) 마을에 가서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거기까지 닿은 길이몇 갈래의 길과가까스로 만나는 것을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문득 팔짱 끼어서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한 죽음을 받는 것을끝까지 사절하다가죽음은 인기척을 듣고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모든 것은 낮아서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시인 고은(85)에겐 너나들이로 지내던 선배 시인 신동문(1928∼1993)이 있었다. 1960년대 어느 날. 신동문의 어머니가 죽었다. 당시는 선후배나 친구 모친의 죽음을 자신의 일처럼 슬퍼했던 시대였다. 당연지사 많은 문우(文友)들이 신동문의 상가를 향했다.충청도의 어느 호숫가 조용한 마을. 동료들과 어머니를 잃은 신동문의 슬픔을 함께 나누던 고은은 만취한 채 홀로 밤거리로 나선다. 거기서 시인은 본다.‘죽음을 껴안는 삶’과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는 인간의 슬픔’을. 어떤 방법으로는 비껴갈 수 없는 ‘길’과 그 길에 쌓이는 차가운 ‘눈’, 거기에서 돈오(頓悟·갑작스런 깨달음)로 발견한 ‘삶의 본질’을 목도한 시인은 이렇게 절규한다.“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길“ 바라지만,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고.그랬다. 시인 고은이 새하얗게 눈 내린 아름다운 충청도 시골마을에서 죽음의 습한 그림자를 목격했듯, 크로아티아의 현대사와 그 역사를 비극으로 만든 요소인 ‘인종’와 ‘종교’가 가진 그림자를 본 사람이라면 두브로브니크의 푸른 바다와 흐바르 섬의 보랏빛 꽃밭을 마냥 낭만적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법. 삶과 죽음, 희극과 비극은 멀리 있지 않다 흐바르 섬에 머물렀던 사흘. 싱싱한 도미를 구워 저녁으로 먹고 라벤더가 핀다는 어두운 꽃길을 산책하고 돌아온 밤이었다. 기자는 아래와 같은 졸시를 썼다.신(神)들만 알지 못한다눈이 시린 아드리아 물결 아래로비극의 그림자가 검게 일렁였다쪽빛 비키니의 소녀들은 꽃을 흔들고그을린 피부의 소년은 이방인에게 조개를 건네는데붉은 기와와 짝을 이룬 푸른 바다는아름다움에 둔감한 이들마저 입 벌리게 만들고누구나 행복해져 먼 나라 라틴의 춤을 추는데민박집 아저씨는 밤마다 술추렴이다“나는 아이들 여덟 명을 죽였다”멀지 않은 시간의 저편화해하지 못한 종교와 인종에 불이 붙었다팔열지옥이 그들을 스쳐갔다화염의 거리에서 어제의 이웃을 도륙한 이들도그마는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아들을 제 손으로 묻고 견딜 수 없는 증오에광기의 총을 들었으나죽음으론 죽음을 덮을 수 없는 법아들보다 제가 죽인 아이 얼굴이 더 자주 떠올랐다어두움 내린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안다이 도시는 학살된 이웃의 피로 붉다는 걸아무것도 모른 척 춤추는 처녀와하얀 포말 일으키며 바다를 가르는 소년그들도 안다모르는 건 그들이 섬기는 신뿐이다. 사실 크로아티아는 다른 발칸반도 국가와 함께 불과 20여 년 전 지독한 비극을 겪은 나라다. 수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인종’과 ‘종교’라는 해묵은 도그마 탓에. 1990년대 초반. 소련 연방이 붕괴한 후 유고슬라비아(크로아티아가 포함됐던 연방) 군대가 들불처럼 타오르던 독립국가의 열망을 진압하기 위해 크로아티아로 들어왔다. 탱크를 앞세우고. 종교적으론 세르비아 정교와 가톨릭·이슬람으로, 인종적으론 크로아티아계와 세르비아계 등으로 갈라져 있던 국민들은 어제 밥을 나누어 먹던 이웃을 종교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였다. 그것도 말과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잔인한 방식으로.적지 않은 문학작품과 영화로 만들어진 이 ‘처참함의 역사’를 다시 입에 올리는 건 두려운 일이다. 관련된 소설과 드라마를 찾아보라고 말하기도 저어될 정도다. 어쨌건 발칸반도는 이제 민족의 분포에 따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등으로 분리·독립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종교와 인종이 야기한 비극의 불씨가 발칸반도에선 온전히 꺼진 것일까? 이 질문에 시원스럽고 명확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아름다움 속에 내재한 고통, 웃음 속에 숨겨진 눈물을 피해갈 수 없는 인간. 크로아티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류태규

2018-10-26

IT기술 입은 낙동강, 구미공단 첨단산업 이끈다

‘폐수무방류시스템’으로 수계 보전구미산단 5단지에 국내 최초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 구축낙동강의 풍부한 수량·깨끗한 수질구미공단 발전에 큰 젖줄 역할△ 낙동강 수계 보전 위한 폐수무방류시스템 도입구미시와 환경부는 낙동강 전체 수계를 보전하기 위해 구미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폐수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폐수무방류시스템 도입은 대구지역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 검출로 인해 물 파동과 관련해 구미공단에서 발생하는 폐수가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조치이다.폐수무방류시스템은 오염된 폐수를 처리한 뒤 방류수를 외부로 흘러보내지 않고 재사용하는 시스템으로, 구미시와 환경부는 구미공단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정화한 뒤 공장에서 다시 재활용하고, 부유물 등은 고체화시켜 폐기한다.하지만, 많은 이들이 폐수처리수를 용도에 맞게 재처리해 수요처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재이용시스템’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폐수처리수 전량을 재처리해 이용한다는 점은 전혀 다르다.기존 하수처리 재이용 시스템은 농축수를 적정처리한 뒤 법정방류수질에 맞춰 방류하지만, 무방류시스템은 농축수를 적정처리한 뒤 폐수처리시설로 전량 보내거나 고체화 시켜 폐기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구미시와 환경부는 구미공단 폐수무방류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 2천500억원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간의 조달방법과 도입 시기 등을 논의한 뒤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 할 방침이다.물론 일각에서는 폐수무방류시스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폐수무방류시스템이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한 사례가 없고, 기술면에서도 아직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용화 되지 않았지만 미국 애리조나주 파운턴 힐(Fountain Hill)지역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설용량 1만1천㎥/일로 운영하고 있다.구미시와 환경부는 폐수무방류시스템이 구미공단에 도입이 되면 1991년 낙동강 폐놀사태 이후 줄곧 대구취수원 이전을 주장하는 대구시와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 구축 진행구미국가산업단지는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이 깨끗한 낙동강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하지만 경기침체 등 여러 요건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구미시는 낙동강을 이용한 구미공단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그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낙동강 물을 고순도로 처리해 구미공단에 공급하는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 구축’사업이다. 고순도 공업용수란 제품생산, 제조공정에서 원료나 세정수로 사용하는 불순물이 없는 공업용수를 말한다.세계 고순도 공업용수 사업은 2010년 29조 원에서 2025년 68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에서도 2010년 1조1천억 원에서 2020년 1조7천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국내 고순도 공업용수 사업은 설계에서부터 운영까지 대부분 외국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구미공단은 LG디스플레이, LG전자, 도레이첨단소재, 매그나칩반도체, 아사히글라스 등 대기업들만 자체적으로 설비를 구축해 고순도 공업용수를 사용하고 있다.구미시는 기업 자체적으로 고순도 공업용수 시설을 구축할 경우 별도의 부지 마련과 운용 인력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과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안정적인 고순도 공업용수 공급이 힘들다고 보고, 구미산단 5단지에 국내 최초로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구미5단지에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가 구축되면 기업들의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에게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돼 중소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이 사업은 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혼합물을 분리하는 ‘멤브레인’기술을 가진 기업들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정부도 미래 먹거리을 위한 물산업 육성 차원에서 구미공단에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시설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지난 2월 예비타당성 평가를 신청했다.예비타당성 평가가 통과되면 구미산단 5단지에 총 사업비 984억원을 투자해 하루 3만㎥의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시설 및 하루 300㎥의 실증화시설(Test-Bed), 건축면적 2천500㎡의 진흥시설(분석·진단·교육센터)을 구축하는 고순도 클러스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낙동강에 IT기술을 입히다.구미시는 국내 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 육성과 협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22일 금오테크밸리에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상용화지원센터’를 설립했다.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과 융합을 통해 인체에 부착하거나 착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전자기기를 말한다.구미시가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상북도와 공동으로 투자(국비 75억, 지방비 86억)해 구축한 이번 상용화지원센터는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제품 설계부터 개발·창업지원 및 해외시장 진출까지 상용화 전과정을 지원한다.제작된 시제품에 대해 전자파 적합성 측정, 이동통신망 연동시험 등 다양한 성능시험과 함께 디바이스 제품화를 위한 제작 공정도 함께 제공하고,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인증 취득도 지원하게 된다.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장세용 구미시장,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전우헌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관계자 및 산·학·연 전문가 등 100여명은 상용화지원센터 시설을 둘러보고 산업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시간도 별도로 가졌다.구미시는 그동안 국내 최대 전자·IT산업도시에 걸맞게 지역기업이 개발한 웨어러블 및 스마트기기에 대한 실증화시설(Test-Bed)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특히 수변공원과 낙동강체육시설에 각종 센서 등의 기반시설을 구축할 방침이다.지역기업이 개발한 웨어러블 및 스마트기기 신제품을 지역주민들에게 임대해 실제 활용을 통한 제품 실증 테스트를 함으로써 기업들의 신제품에 대한 실증 테스트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 사업은 국내오히 바이어들에게 쉽게 체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잠정과 지역 시민들이 첨단 신제품을 활용한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또 시민들이 임대한 첨단기기 장비를 착용하고 운동이나 레저활동을 한 뒤 그에 대한 정보를 통합관리센터로 전송받아 자신의 정확하게 진단된 건강상태를 받아 볼 수 있어 국내 최첨단 도시의 이미지도 부각시킬 수 있다.구미시는 현재 이러한 시스템 구축과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낙동강구미공단은 낙동강이 있었기에 조성될 수 있었다. 풍부한 수량과 깨끗한 수질로 인해 구미공단은 첨단산업단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시대의 변화에 낙동강 또한 그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공단조성으로 인한 강둑 건설로 원래의 강물의 길이 바뀌기도 했고, 4대강 사업으로 강폭이 넓어지기도 했다.넓어진 강둑으로 인해 체육시설과 레저시설을 들어서 시민들에게 큰 안식처가 되고 있다.사람뿐만 아니라 철새에게도 낙동강은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다.말 그대로 낙동강은 구미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다.이제는 구미시와 시민들이 낙동강에 받은 선물에 대한 보답을 해야할 때이다.낙동강은 영남의 젓줄이면서 구미에게는 생명줄과 같다. 낙동강 보존을 위해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끝

2018-10-26

일자리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 ‘읍’에서 ‘시’로 파격적 발전 이끌어

1978년 구미읍·칠곡군 인동면 합쳐 구미시로 승격작은 읍에 불과했던 구미, 공단조성으로 ‘인산인해’1971년 고용인구 1천여명에서 1979년 4만명 달해 30배 증가2000년대 들어서 정주여건 개선에 총력낙동강 이용 레저문화 구축, 국내 최고 수변공원 조성 목표△구미공단, 구미읍을 시로 승격시키다구미시가 인구 43만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구미공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구미시의 연혁을 한번 살펴보면 신라 초 일선군(一善郡)으로 불리다가 616년(진평왕 38) 일선주로 승격했고, 757년(경덕왕 16) 숭선군으로 불렸다.고려시대인 995년(성종 14) 선주(善州)로 승격되었다가 1143년(인종 21)에 일선현으로 강등되기도 했다.조선시대인 1413년(태종 13) 선산군으로 고쳐 부르고, 그후 인접한 해평현과 합병돼 도호부로 승격했으며, 1896년(고종 32) 18개 면을 거느린 선산군으로 개편됐다. 1914년 부(府)·군(郡)·면(面) 통폐합으로 9개 면이 되었고, 1963년 구미면이 읍으로 승격됐다.1978년 2월 구미읍과 칠곡군 인동면(仁同面)이 합쳐져 구미시로 승격·분리됐다.1979년 5월 선산면이 읍으로 승격돼 선산군은 1읍 7면이 되었다. 1988년 해평면 일선리를 신설하고, 1995년 3월 구미시와 선산군이 다시 합쳐 현재의 도농복합형(都農複合型)의 통합시가 됐다. 작은 읍이었던 구미가 어떻게 선산군을 두고 시로 승격될 수 있었을까. 바로 구미공단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1969년 6월부터 구미공단은 전자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산업단지의 확충과 수출 진흥을 통한 지역 간 균형발전 및 국민경제 향상을 위해 조성됐다.구미공단 제1단지는 1969년부터 1973년까지 약 4년간의 공사를 거쳐 조성되었고, 2단지는 1977년부터 1982년까지 약 5년간의 공사를 거쳐 조성됐다.공단이 조성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자연히 작은 읍이 불과했던 구미는 시로 승격된 것이다. △구미공단의 고용증대구미공단 제1단지 조성된 1973년부터 1979년까지의 기간은 난관도 많았지만, 구미공단의 고용효과는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73년 한 해만 하더라도 전년에 비해 4배 가량의 고용증가를 보였고, 고용인구가 1973년 기준으로 6천790명에서 1979년에는 6배에 가까운 3만9천456명으로 증가했다.단지건설 초기인 1971년 총 고용인구가 1천313명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30배가 증가한 것이다.1980년 9월에 집계된 구미공단의 고용인구를 보면 가동업체수가 69개인 전자부문이 2만2천832명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하고, 가동업체수가 87개인 섬유부문이 1만5천275명으로 39%, 12개 업체인 기타부문이 2%로 나타났다.전체적인 고용증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1973년 석유파동의 여파로 구미공단의 고용은 잠시 감원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1979년까지의 고용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하지만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공장자동화로 인해 생산직 근로자가 급감하게 된다. 경영 합리화를 위한 생산설비 자동화, 경기부진으로 인한 신규채용 축소 등의 영향으로 구미공단근로자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관리 사무직에 비해 생산직 근로자수가 많이 감소했다. 1993년 기준으로 사무직은 전년에 비해 4.5% 정도인 651명이 줄었으나, 생산직은 전년대비 6.7%인 4천178명이나 줄었다.당시 구미공단은 전년보다 가동업체수가 10개나 증가했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근로자수는 6만4천264명으로 1천870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또 인건비를 낮추려는 기업들로 인해 외국근로자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하지만 구미공단이 지속적으로 조성되면서 구미의 전체 인구수는 계속 증가했다. 구미인구는 2008년 39만9천989명, 2009년 39만6천419명, 2010년 40만4천920명으로 처음으로 40만 인구시대를 맞았다.이후 2014년 42만320명, 2016년 41만9천890명을 기록하다 2018년 1월 42만2천10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이는 국가산업단지 5단지 준공에 따른 대규모 주건단지 조성이 큰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낙동강의 변화1990년대 구미공단 자동화로 인해 고용인구가 줄어들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첨단산업으로 공단의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자, 구미시는 첨단산업의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정주여건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도농복합도시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산업도시, 회색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그 중에서도 천혜의 자연자원인 낙동강을 이용한 정주여건 개선 사업을 시작해 큰 효과를 거둔다.구미시는 4대강 사업으로 한층 넓어진 낙동강 둔치를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을 조성했다.2009년 3월 착공해 2012년 5월 7일 준공한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는 별도로 국비 350억원을 들여 도심과 가까운 낙동강하천둔치에 산책로, 초화원, 체육시설, 생태습지 등 친수와 복원을 병행해 조성한 수변휴식공간을 탄생시켰다.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종합경기장 1면, 천연잔디 축구장 10면, 야구장 2면, 인라인스케이트장 1면, 인조잔디 풋살장 5면, 게이트볼장 4면, 농구장 5면, 배드민턴장 10면, 족구장 10면 등 총 9종 48면의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여기에 산책로 15㎞, 자전거도로 11㎞, 이벤트 공간, 피크닉장 등 다양한 휴식공간이 있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특히, 구미낙동강체육공원 개원 첫 해인 2012년에만 14만여명이 이용했고, 그 다음해에는 30만여명이 이용했다.현재는 연 평균 50∼60만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구미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이와함께 구미시승마장, 구미캠핑장,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등으로 구미시는 산업도시,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수상레포츠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 △구미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구미시가 낙동강을 이용한 레저문화 구축을 위해 ‘구미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동락, 양호, 지산, 해평, 강정, 구미보, 옥성 등 7개 특화지구와 남구미, 비산, 구미보, 선산, 도개, 옥성 등 6개 수변시민공원으로 나눠 202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추진될 예정이다.수변시민공원 조성 특화 전략은 △윈드서핑, 카누, 조정 등 수상레포츠 체험 공간 조성 △물놀이장, 오토캠핑장 등 가족테마 체험 공간 △다양한 레포츠 시설 도입과 공간 조성 △익스트림 체험을 위한 공간 조성 △낙동강 인접지역의 낙후된 경관 개선 △둔치 내 쾌적한 쉼터 공간 조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구미시는 현재 230억원을 들여 1단계 사업으로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구미 캠핑장 △낙동강 체육공원 △낙동강 실버 그린볼 파크 △강바람 물놀이장 등을 조성했다.이어 2단계 사업은 2020년까지, 3단계 사업은 2025년까지 총 660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의 수변공원 조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25

사과가 더 붉을까 단풍이 더 붉을까

낙엽이 물드는 가을이면 생각나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다. 그 중에서도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누구나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문경사과. 제철을 맞아 맛있고 영양도 풍부한 사과 맛을 보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할 수 있는 문경사과축제가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는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라는 주제로 예년보다 더욱 풍성한 볼거리로 준비했다. 올 가을 가족, 연인과 함께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를 한번쯤 맛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13일부터 28일까지 16일 동안 단풍이 짙어지는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문경사과축제’ 현장을 가본다.28일까지 문경새재도립공원 일원서 열려개장 9일만에 26만명 관광객 찾아… 역대 최다사과 낚시·사과 다트·사과 활쏘기·사과탑 쌓기 등색다르고 다양한 체험행사 큰 인기문경 비옥한 토지서 자란 감홍·후지 품종당도 특히 뛰어나… 사과 특판장도 연일 북새통◇ 문경새재 거닐며 즐기는 축제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빨간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문경사과’라는 슬로건으로 마련된 다양한 체험행사다. 사과밭 도서관에서 자연과 함께 독서하고 글짓기를 통해 베스트 글귀를 선정, 게사하는 사과나무아래 도서관이 교보문고와 함께 마련됐다.또 어린이 미술 교실 등 문경사과스쿨과 문경사과 낚시, 문경사과 다트, 문경사과 활쏘기 등 가족단위 행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이밖에도 사과 높이 쌓기, 사과 길게 깍기, 사과 바구니 게임, 사과 옮기기, 사과 빨리 쪼개기, 동네방네 콘서트 등 사과와 관련된 전시·판매·체험·특별행사도 풍성하다. 공식행사(개·폐막식)를 제외하고는 전 프로그램이 행사장 일대 거리에서 펼쳐지면서 문경새재의 가을도 만끽할 수 있다.축제를 위해 제1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영남 제1관문 앞 잔디광장까지 이동 구간 도로로 설정하고, 모든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전시관을 도로 주변 공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른 축제와는 달리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관광객들이 직접 문경새재를 거닐며 천혜의 자연 공간에서 축제의 자유로움을 추구할 수 있어 해마다 문경사과 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 개장 9일만에 26만명 돌파 역대 최다문경사과축제는 지난 13일 개막한 지 이틀만에 8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했고, 축제 2주째를 맞는 21일에는 하루에만 5만9천12명이 축제장을 찾아 역대 최다 관광객을 기록했다.지난 21일까지 누적 관람 인원도 26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 522명 보다 무려 124%가 늘어난 것이다. ㅂ올해 축제는 문경새재 단풍 성수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행사장인 문경새재도립공원은 주말이면 도로가 차량으로 뒤엉키고, 주변 음식점이 연일 만원사례를 이룰 정도였다. 문경사과축제추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축제 입장객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위해 무인 계측기 등을 설치해 일반 축제의 통계와 달리 객관적인 계측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문경시와 문경사과축제추진위원회는 16일 간의 일정을 마치는 이번 주말 4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축제기간이 문경새재 단풍 성수기와 겹친 것도 있지만, 추진위원회가 축제를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으로 준비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즐기는 축제문경사과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문경새재 제1관문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사과홍보관은 △재미있는 사과이야기, 맛있는 문경사과 이야기 △유용한 사과이야기, 역사가 있는 문경사과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 △문경사과 품평회 출품 사과 전시 등으로 구성해 문경사과에 대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 등으로 문경사과의 인기를 날로 높아지고 있다.문경새재관리사무소 앞에 마련된 사과특판장에서는 사과 품종 가운데 문경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감홍이 일찍이 완판 되는가 하면, 문경지역 사과 판매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문경시는 지난 17일 감홍사과를 명품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감홍사과 6천개를 사과축제장과 문경새재 방문객에게 홍보용으로 나눠주기도 했다.전국 최고의 사과 주산지인 문경은 경상북도 서북부에 위치한 분지로 연평균기온 8~10℃, 생육기평균기온 15~18℃, 생육기 강우량 630~740mm로 맛좋은 사과를 생산하는 데 최적지다.특히 한반도 내륙성 기후의 특징인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주야간의 큰 일교차 등으로 맛좋은 사과를 생산하는데 최적지로 꼽힌다. 또한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는 다른 자연조건과 더불어 천혜의 사과재배 적지로, 다른 지역보다 문경사과는 과즙이 많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꿀사과’로 불리기도 한다. ◇ 비옥한 땅에서 자라 당도도 높아주요 품종은 조생종 쓰가루, 선홍, 중생종 홍로, 홍장군, 감홍, 양광, 요까, 히로사끼, 미시마, 미안마, 시나노스위트, 만생종 후지(부사) 등이 있다.이중 감홍과 후지는 대표적 품종이다.감홍은 과피색이 매우 짙은 초콜릿색이며 당도 15~16도, 산도 0.4%로 특유의 사과향이 있다.후지는 노란색의 바탕에 붉은 줄무늬로 단단해 저장성이 좋으며 과즙이 풍부하고 아삭아삭해 풍미가 좋고 당도도 높다.1930년경부터 재배해온 문경사과는 친환경자재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으며 문경사과의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예부터 문경사과는 달콤한 향의 냄새가 나고 꼭지 반대편에 녹색빛깔이 거의 나지 않는 사과로서 손가락으로 두드렸을때 경쾌한 소리가 나는 좋은 품질의 사과로 알려져 있다.사과는 식이섬유, 칼륨, 비타민C 등이 풍부해‘기적의 과일’로도 불린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에 따르면 사과는 피부미용에 좋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함암, 뇌졸중 예방, 심장 보호 등의 효능도 있다고 알려졌다.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크게 떨어져 10도 이상 일교차가 벌어질 때 사과를 섭취하면 급격한 기온 변화에 따른 인체 저항력이 높아져 감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현재 280㏊인 감홍사과 재배면적을 앞으로 5년간 400㏊로 확대하기 위해 국비 등 70억원을 투입하고, 유통교섭력 강화와 재배기술 확립을 통해 농가소득 극대화를 꾀할 방침이다.문경사과의 특징은 당도가 높다는 점이다. 문경사과 맛이 특별한 이유는 문경의 비옥한 땅에서 정성으로 키워 냈기 때문이다.문경에는 2천29㏊의 면적에 1천870여 농가가 연간 4만1천395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고, 특히 당도가 높은 감홍사과는 전국 최대 생산지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18-10-24

발 끝을 물들이는 붉은 단풍빛… 안동, 가을色에 취하다

발길 닿는 곳곳 오색빛깔이 사뿐히 내려앉은가을이다.안동 낙동강변의유려(流麗)한 물길 옆으로크고 작은 산 능선에 물든알록달록 단풍길과너른 황금들판 사이의 오랜 가옥그리고옛길이 이룬 고즈넉한 가을이여행객들의 발길을사로잡고 있다. ◇ 이국적인 풍경 ‘낙강물길공원’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이 주를 이룬 안동댐 수력발전소 입구는 10월 말이면 울긋불긋 색깔의 향연을 펼친다. 특히 발전소 입구 좌측에 자리한 낙강물길공원(구 안동폭포공원)은 초록의 수련이 짙게 깔린 인공연못 위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드리워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연못의 징검다리는 물론 나무 아래 곳곳의 벤치가 여행객들로부터 사랑받는 포토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안동댐까지 에두른 산책로와 월영공원까지 이어지는 수변데크가 있어 평상시 산책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 옐로우 카펫 따라 거니는 ‘월영공원’국내 최장 목책교로 안동호를 가로지르는 월영교의 월영공원 은행나무 길은 짙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단풍이 드는 절정에 이르면 파란 하늘에 걸린 황금빛 오로라가 일렁이는 가을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변을 따라 100여m가 넘게 조성된 은행나무 길은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의 단풍잎들이 월영공원 길 위로 소복이 내려앉을 때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단풍 숲길 ‘안동호반나들이길’안동댐 보조호숫가를 따라 도는 호반나들이 길은 호수 속에 반영된 단풍과 고요한 숲 내음으로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토경관디자인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이력만큼 누구나 걷고 싶은 수변문화공간으로 안동 인근지역에서도 많은 여행객이 찾는 장소다.특히 숲속 길에서 바라보는 월영교는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신비감을 자아낸다. ◇ 안동호를 품에 안은 ‘안동민속촌’안동호가 내려다보이는 성곡동의 안동민속촌은 또 하나의 작은 안동이다. 안동댐으로 수몰된 민속 문화재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 그 의미로도 남다르지만 안동호의 풍광을 안고 에두른 8만여 그루의 나무가 안동민속촌의 가을을 붉게 물들여 지나는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한다. ◇ 천년사찰 세계유산 ‘봉정사’ 천년사찰인 세계유산 봉정사는 늦가을 정취가 만연할 때 고즈넉함이 더욱 깊어진다. 봉정사의 고목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의 품위에 걸맞게 고혹적인 붉은 단풍으로 자태를 뽐낸다. 특히 붉게 물든 산 아래 아침 안개가 드리운 봉정사의 새벽녘은 봉황이 곧 날아오를 듯 그 유래만큼이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 퇴계와 나란히 걷는 ‘도산서원’ 도선서원 진입로의 진 붉은 빛깔 단풍나무는 물론 도산서당과 전교당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서원의 곡선미와 함께 더욱 화려해진다. 시사단을 마주하고 앉아 나지막이 내려다보이는 풍광은 퇴계의 사색을 잠시나마 벗하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다.◇ 하회마을의 가을세계유산 하회마을에 가을이 오면 제방을 따라 심긴 벚나무와 전통가옥, 그리고 집안에 심어진 감나무 등이 단풍에 물들어 각각의 색깔을 뿜어내며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마을 뒤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은 더욱 평화롭고 고즈넉한 목가적 분위기로 잔잔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 갑시다, 나랑. 나랑 같이 ‘만휴정’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 자리한 만휴정은 조선 중기 문신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 1431∼1517)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즐기던 곳이다. 가파른 기암에 흐르는 송암폭포 곁으로 자리한 아담한 정자가 눈에 띄는데, 바로 만휴정이다.최근 종영한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 장소로 입소문이 퍼져 만휴정으로 들어서는 다리는 인생샷 명소로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 가을에 핑크샤워 ‘핑크뮬리 그라스원’ 탈춤공연장 앞 낙동강변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울긋불긋 익숙한 가을단풍 대신 조금은 특별한 나들이를 찾는다면 바로 핑크뮬리 그라스원을 추천한다. 영가대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포토존을 담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핑크뮬리는 실물로도 고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사진에 담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살짝 밝은 필터를 적용하면 어디서나 이른바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8-10-23

어린 여직공들에게 지식과 교양을… 배움의 열망 채워준 ‘오운여상’

△ 기능근로자 수요 증가구미공단의 산업활동이 가시화 됨에 따라 기능근로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공단 내 기능근로자양성소 설치 등 적극적인 수급대책이 절실히 요구됐다.1973년 노동청이 집계한 지방 사무소 관하 23개 공업단지의 1973년 7월말 근로자 수는 1만6천여명으로 나타났다.하지만 1976년까지 입주업체의 증가에 따라 20만7천명의 근로자가 확보돼야 했기에 3년간 11만1천여명의 새로운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이 같은 기능근로자 수요는 대부분 가발, 전자제품, 완구 및 선반 등의 분야에 집중됐다. 특히, 공업단지는 동일업종의 업체들이 많이 몰려있어 기능근로자 부족 현상이 야기될 경우 업체간 스카우트 과열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하지만 기능근로자양성소 설치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면서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특히, 영세한 직물공장이 집단으로 들어서자 직공들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이직자가 속출했다. 대부분 인근 회사에서 숙련공을 스카우트를 하면서 회사끼리 사이가 좋을리 없었다. 회사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다른 회사 직원들의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임금은 오르고 생산율은 떨어져만 갔다.결국에는 건축한지 얼마되지 않은 공장을 팔겠다는 기업주까지 나왔다.근본적인 기능근로자 수급대책이 절실했다. 기업들은 스스로 자체양성소를 만들어 필요한 인력을 수급해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 기업들 직접 기술양성소를 짓다공업단지관리청은 전국 주요 공업단지의 급증하는 전문 기능근로자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방안으로 1975년까지 노동청과 하브이해 마산, 창원지구 및 주안, 이리지구 등 3개소에 공공직업훈련소를 설치키로 했다.당시 구미공단은 공단 인근에 기술계 학교가 많고, 대구 및 구미지역의 기존 공대, 공고 또는 전문기술학교에서 배출되는 졸업자로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또 단순 기능근로자는 적령의 취업자에 대한 단기간의 자체훈련으로도 양성할 수 있어 각 공단 관리기간으로 하여금 취업희망자를 등록 시켜 입주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기업체 스스로가 자체양성소를 통해 양성하도록 했다.자체양성소를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입주업체를 위해 각 공단별 단기양성소를 하나씩 설치하도록 했다. 구미공단은 전자공단이 1977년 초까지 설치토록 했다. △ 근대산업유산으로 지정된 오운여상기업체가 직접 기술양성소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되기 시작했다.거기에 섬유업체에서는 대부분 어린 여자 직공들이 대부분이다보니 학교 교육에 대한 목마름도 거세지고 있었다.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1977년 2월 28일 산업체 근로청소년의 교육을 위한 부설학교 설치 기준령(대통통령 제8426호)이 제정됐다.그해 3월 1일부터 특별학급 및 산업체 부설학교를 설치 운영할 것을 각 기업체에 권장했고, 3월 16일 교육부령 제406호로 동령 시행 규칙이 제정됐다.이에 구미공단에서는 코오롱과 동국방직이 각각 오운여상과 동국여고를 개교했다.당시 코오롱 구미공장은 화학섬유 제조업체로 2천여명의 종업원이 종사하고 있었고, 그 중 중학교만 졸업한 여사원 중 90%이상이 고등학교 진학을 원했다.이에 코오롱은 공장 내 교지 667평, 체육장 시설 690평을 마련하고, 난방시설을 갖춘 보통교실 4실, 특별교실 6실, 시청각실, 도서실, 음악실, 미술실, 상담실, 양호실 등의 시설을 갖춘 코오롱 부설 실업고등학교(1981년 오운여상으로 명칭 변경)를 1979년 3월 개교한다.초대 교장은 당시 코오롱 대표이사였던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취임했다.교감 1명, 교사 8명으로 어느 학교 못지 않은 교사진과 시설을 완비하고 신입생 280명이 입학했다. 입학생들에게는 재학 중 학비 전액을 무상으로 하고 전교생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했다.오운여상은 ‘참되게 배워 바르게 일하고 슬기롭게 살자’라는 교훈을 바탕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여성이 될 수 있는 교양과 지식을 교육했다. 이는 당시 코오롱 명예회장이던 오운 이원만 선생의 남다른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명예회장은 오운여상 개교 당시 “여사원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앞으로 이나라의 주부가 될 여성으로, 교양 있는 여성이 되도록 교육해야 한다”면서 서예와 수예 재봉, 꽃꽂이, 음식 조리, 예절 등의 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쓸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오운여상은 여성 직공들이 3교대 작업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망과 꿈을 위한 공간이었다.이러한 오운여상도 시간이 흘러 개교 20년만인 2000년 2월 마지막 졸업생 24명을 배출하면서 역사의 뒤로 모습을 감췄다.하지만 경상북도는 향토뿌리기업 및 산업유산 지정 사업을 펼치면서 2013년 오운여상을 근대산업유산으로 지정했다.현재 오운여상 건물 입구에 산업유산 현판이 걸려있다.당초 경북도와 구미시는 오운여상을 조극근대화 산업역사관으로 복원하고, 근대화 산업유산을 교육체험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고 했으나, 여러 이유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20년간 3천116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오운여상은 비록 폐교가 되긴 하였지만, 한국의 근대산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산이기에 지금이라도 보존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낙동강은 근로자들의 안식처구미공단이 급속도록 발전하면서 근로자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공업화로 인한 인구 급증은 주택난이라는 심각한 문제까지 낳았다.주택 보급이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돈이 있어도 셋방을 구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기업들이 기숙사를 만들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근로자들은 강 건너편에 있는 마을에서라도 숙식을 해야만 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출·퇴근 하는 근로자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근로자들에게 낙동강은 출·퇴근을 힘들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지만, 낙동강이 있었기에 구미공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주말이면 낙동강 나루에서 배를 타고 유희를 즐겼다. 당시 구미는 정주여건 등이 미비해 근로자들이 마땅히 쉴 곳이 없었기에 낙동강 둔치는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였다.이후 1995년 지방자치 이후 정주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낙동강도 변하기 시작한다.4대강 사업으로 한층 넓어진 낙동강 둔치를 체육공원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개발한 것이다.특히, 구미시가 시민들의 레저와 관광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구미 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명소들이 생겨났다.그 중에서도 구미승마장, 구미캠핑장,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등은 구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이러한 명소는 공단 근로자들에게도 큰 각광을 받고 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19

어떤 풍경화가 이토록 강렬할까… 섬, 빛과 색으로 물들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21세기를 특정 짓는 키워드 중 하나다. 한국 역시 홀로 생활하는 이들이 세대와 관계없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인 메뉴를 내놓는 식당이 늘어나고, 혼자서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는 이들이 더 이상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여행업계도 이런 상황을 재빠르게 받아들였다. 가족, 친구, 연인을 겨냥한 여행상품과 함께 ‘나홀로 여행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 것. 사실 10년 전 쯤부턴 틀에 박힌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을 피해 혼자 계획을 세우고,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한 후 국내외 관광지로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럿이라면 더욱 즐겁겠지만 제주도는 혼자 여행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주를 종횡 또는 일주하는 버스 노선이 그물망처럼 형성돼 있고, 혼자서 밥을 먹거나 맥주 한 잔을 즐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홀로 떠나온 젊은이들은 스쿠터로 해변도로를 달리거나, 게스트하우스 등 저렴한 숙소에 머물며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혼자서 제주도의 가을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독자들을 위해 기자의 ‘나홀로 제주여행’ 경험을 소개한다. 김해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제주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기분 때문일까?공항을 나서자마자 감귤 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3박4일의 ‘나홀로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못하기에 이번 제주여행은 순전히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해야 했다. 불편하지 않을까?그러나 그런 걱정도 잠시. 공항 앞에서 여행자를 안내하는 50대 자원봉사자 한 분이 친절하게 버스 환승법을 알려주며 노선도까지 한 장 건넨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관광가이드로 일했다는 그분의 미소가 선량해 보였다. ▲ 함덕해수욕장에서 ‘청춘의 기억’을 떠올리다어렵지 않게 첫 번째 목적지인 함덕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이 해수욕장은 하얀 모래밭과 짙푸른 바다 빛깔로 유명하다.공항에서 동쪽으로 14㎞ 정도 떨어진 함덕해수욕장은 경사도가 완만해 아이들이 수영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또한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되는 터라 제주시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공간이다.터무니없이 심장만 뜨거웠던 20대 초반. 연인과 함덕해수욕장에서 이틀을 묵었다. 인적이 드물어진 자정 무렵. 그녀는 함께 해변을 걷다가 취한 목소리로 읊었던 박재삼(1933~1997)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이 좋다고 했다. 돌아보니 벌써 25년 전이다. 아득한 기억을 떠올려 옮겨본다.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저것 봐, 저것 봐네보담도 내보담도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가을 햇볕’ ‘가을 강’ ‘바다’라는 간단한 단어를 통해 생성과 소멸, 그리고 정신적 부활이라는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시인의 문장이 세월을 뛰어넘어 이제는 중년이 된 ‘나홀로 여행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스물셋 그날 밤처럼. ▲ 협재해수욕장을 지나 대평항으로…그녀와 또 다른 추억을 새긴 한림읍 협재해수욕장까지의 거리는 함덕해수욕장에서 50km. 버스를 갈아타면서 2시간 가까이 달렸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제주의 해변을 지나는 코스가 많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버스가 지나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선 오징어를 말리고 있었다.수심이 얕고 백사장 폭이 넓은 협재해수욕장은 검은색 바위로 달려와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근사하다. 붉은 물감을 뿌린 듯 타오르는 일몰 풍경 또한 멋지다.협재해수욕장 바다 건너편 비양도를 가리키며 “여기서 저기까지 헤엄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20대 청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호언장담(豪言壯談)에 낯을 붉히며 환하게 웃던 그녀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꿈꾸는 것만으로도 우리 앞에 다가올 생이 두렵지 않았던 청춘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래서였을까? 홀로 바닷가 주점에 앉아 해삼을 안주 삼아 마시는 소주가 평소와 달리 달콤하지 않았다.맞다. ‘나홀로 여행’이 나쁠 건 없지만, 때론 이렇게 견디기 힘든 외로움 앞에 마주서기도 하는 것이다.숙소로 정한 대평항 민박까지는 또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2시간을 가야 했다. 제주도의 길과 하늘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서귀포 시내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조그만 촌락.겨우 한나절 만에 제주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자락까지 부지런히 헤매 다닌 것이다. 그것도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당연지사 피곤했다. 반가운 지인을 만나 칼칼한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으며 피로함을 달랬다.그분이 이야기해 준 ‘제주에서의 삶’이 때론 유쾌하게, 때론 쓸쓸하게 들렸다. 하기야 어느 곳에서의 생이 마냥 유쾌하거나 쓸쓸하기만 하겠는가. 우리는 모두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란 대극(對極)의 단어를 동시에 품고 사는 존재다.잠시 대평항 밤거리를 산책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조용한 포구에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가 울었다. 낭만적인 자장가였다.여행자는 언제나 새로운 체험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에 온전한 ‘새로움’이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또한 여행자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여행은 삶의 모순과 부조화를 가르치는 선생이다.홀로 떠났던 제주 가을여행에서 기자 역시 ‘여행’이란 이름을 가진 선생의 혹독한 가르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 한라산을 오르는 ‘나홀로 여행자’를 꿈꾸며 대평항의 아침이 밝았다. 잠이 줄어서일까. 오전 7시가 채 못 돼 눈을 떴다. 부지런히 짐을 챙겨 서귀포시 동홍동을 향했다. 정방폭포 아래서 먹는 삶은 문어와 멍게의 맛이 기막히다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이른 시간임에도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폭포 아래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은 젊은 엄마,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착한 손자,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듯 다정하기 짝이 없는 연인들….그 가운데서 해산물 한 접시를 주문해 바위 위에 앉았다. 다행히 혼자 정방폭포를 찾은 여행자도 드물게 있었다.사실 제주는 슬픈 역사를 지닌 섬이다. 70여 년 전 ‘이데올로기’라는 괴물이 수많은 섬 주민들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이른바 ‘제주 4·3 사건’이다.시인 이산하(58)는 시집 ‘한라산’을 통해 “제주에 핀 아름다운 유채꽃에는 비극의 칼날이 물려있다” “우리가 만나는 제주의 유명 관광지는 한때 죽음의 공간이었다”고 노래했다.정방폭포 역시 그런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곳일까라는 의문이 이어졌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아침부터 마시는 술의 양이 늘어날 게 분명했다. 상념을 떨쳐내며 일어섰다. 한라산이 보고 싶어서였다.제주도를 처음 찾았던 건 스물한 살 때다. 허름한 여인숙에서 함께 묵었던 선배들 모두는 한라산에 올랐다. 몸살을 핑계로 등산에 빠진 것은 기자 하나였다.이후에도 열 번 정도 제주도를 여행했지만 이상스럽게 한라산은 단 한 번도 온전히 올라보지 못했다. 요즘 말로 ‘저질 체력’과 ‘의지 부족’이 문제였다.사실 ‘나홀로 여행’을 떠난 그때도 ‘한라산 등반’을 중간에서 포기하고 내려왔음을 고백한다. 그랬기에 백록담은 아직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다.가을이 완연해지고 있다. 다시 제주 바다와 한라산이 그리워진다. 작은 배낭을 꾸려 훌쩍 비행기나 배에 오르고 싶은 날들.이번에 가게 된다면 기필코 한라산 정상에 서보리라. 백록담을 마주하고 제주의 역사와 제주 사람들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0-19

이발사의 슬픈 사랑 품은 비산나루터, 아이들 웃음소리로 되살아나다

△ 물류기지 역할을 하다예로부터 구미는 낙동강이 중앙으로 가로 흐르면서 지역에 있던 나루는 물류기지 역할을 해왔다.위치상 낙동강 중간 기착지로서의 기능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곳이다. 그렇다보니 구미지역 낙동강에는 나루가 많았다. 염창나루를 비롯해 연산, 원흥, 월림, 이곡, 도방, 신풍진, 태조, 용산, 여진, 고도진, 도부진, 강창, 새도방, 강정, 양진, 계동, 비산, 동락, 감천 등 22개의 나루터가 운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고대부터 근대까지 수십 개의 나루가 시대에 따라 존폐를 거듭해 왔기에 정확한 사실은 알기 어렵다. 이들 강나루는 조창(漕倉)이나 사창(社倉), 염창(鹽倉)을 지어 세곡이나 곡물을 비롯한 필요 물픔을 받아들이거나 출하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나루를 통해 각 지역의 주요 산물이 출하되고 상선들이 외지산 거래 산물을 실어와 물품을 거래하면서 나루 인근에는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비산나루와 강정나루, 계동나루, 이곡나루가 대표적인 곳으로 외국 사신 접견과 영접지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그 중 여진나루는 선산부의 관문에 월파정을 만들어 사신들을 직접 영접한 곳이다. 교통의 중심지라는 특성상 국가적인 위난이 닥쳤을 때 도하를 위한 요충지이기도 해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기도 했었다.22개의 구미지역 나루, 예로부터 나라의 주요 물류기지 역할근대엔 주민·공단 근로자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돼수많은 사연과 애환 서려있는 구미지역 나루터향토문화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문화축제’ 열어옛 향취 물씬… 구미 대표 문화행사 자리매김△소통의 중심지 비산(飛山)나루비산(飛山)의 원래 이름은 지역의 흙이 붉다고 해서 비산(緋山)이었다고 한다.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비산(飛山)으로 개칭된 것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지금의 비산은 신라시대부터 선산부(일선군)소속으로 남부지역 운하와 동서 교통의 요충지였다. 사서에는 신라 명장 김유신이 백제 정벌을 위해 660년 병사 5만명을 거느리고 군위, 효령, 장군동을 거쳐 구미 비산나루를 지나 지산을 거쳐 진군을 했다는 기록이 있어 예로부터 중요한 교통의 요지였음을 알 수 다.특히, 근대로 넘어오면서 구미지역의 동서안을 건너는 소통의 중심 나루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강동지역의 양포동, 거의동, 옥계동과 산동, 장천 등지의 주민, 학생, 근로자, 농민들이 많이 이용했다. 그 중에서도 공단으로 출·퇴근을 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고 한다.비산나루는 주민들과 근로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교통이면서 일상이었다.농부는 각종 곡물과 채소, 가축 등을 배에 실었고, 영농 철이면 농사를 짓기 위해, 겨울철이면 땔감을 구하기 위해 강을 건넜다.1970년대에는 구미공업단지로 인해 외지에서 구미로 온 근로자들이 주말에 배를 이용해 유희(遊戱)를 즐겼다. 특히 주말이면 400∼5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양호동 강가 버들 숲을 찾기 위해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근로자들이 이 곳을 찾으면서 나루의 전통 식품 매운탕을 하는 식당들이 많이 생겨났다.지금도 비산나루 인근에는 매운탕 식당들이 전통의 맛을 이어오고 있다. △젊은 이발사와 공단 아가씨의 슬픈 사랑 이야기오랜 세월을 지낸 나룻가는 숱한 사람들의 사연과 애환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비산나루터 역시 6.25 비산전투를 비롯해 빈수골 총각 사랑 이야기, 물놀이 사고, 나무지게를 지고 얼음 위를 걷던 이야기, 홍수 때 소·돼지 등을 건져올렸던 이야기, 공단 근로자들의 버들숲 유희놀이 이야기 등이 수도 없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그 중에서 빈수골 총각과 공단 아가씨의 사랑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1981년 어느 여름, 강변에서 발생한 일이다. 용수골에 살던 조씨(당시 28세)는 군대를 마치고 이발관을 운영하고 있었다.조씨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비산나루터를 자주 이용했다. 그러다 같은 마을에 살던 한 아가씨를 좋아하게 됐다. 20대 초반이었던 이 아가씨는 구미공단에서 일하고 있어 비산나루터에서 배로 출·퇴근을 했다. 이 아가씨 역시 조씨의 잘생긴 외모에 반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이 두사람의 사랑은 성사될 수 없었다. 그러던 여름 어느날 밤 10시 경 두사람이 함께 비산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귀가를 하게 됐다. 당시 아가씨와 올케,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는 이발사 4명이 타고 있었다.배가 강 한 가운데에 이르자 조씨는 자신이 아가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증명하겠다며 신발과 예비군 옷을 벗고 강에 뛰어들었다.어두운 밤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조씨의 일행이었던 이발사들은 평소 조씨가 헤엄을 잘 했기에 약간의 시위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씨는 끝내 강물에서 나오지 않았다.조씨는 다음날 칠곡 석적에서 발견됐다. 이 이야기는 사랑의 진실을 몸소 보여준 비운의 사랑이야기로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나루의 퇴진과 동락 신나루낙동강의 나루는 1894년 갑오경장으로 조선시대 공부제도가 현물에서 금납제로 바뀌고, 1905년 경북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급격한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구미지역의 나루 역시 1967년 용산 나루터에 일선교가 건설되고 이어 여러 대교들이 들어서면서 그 모습이 사라져갔다.다만, 용산나루터, 비산나루터, 동락나루터 부근에 아직까지 강나루 매운탕 식당들이 지역음식을 이어가고 있어 이 곳이 나루터가 있었던 자리였음을 짐작케 할 뿐이다.구미시는 사라져가는 나루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보전하기 위해 2015년 4월 동락공원 일대에 ‘동락 신나루 문화벨트사업’을 완료했다.이 사업은 구미시가 2011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옛 나루문화 활용을 통한 강변관광문화 개발계획에 따라 사업비 48억원으로 비산나루를 중심으로 추진하다 사업부지 및 진입로 확보가 어려워 동락나루로 변경한 것이다.기존에 조성된 동락공원과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와 연계해 수변 문화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동락 신나루는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나룻배 형상의 전망대, 돛을 상징하는 조형물, 야간조명이 어우러진 바닥분수, 구미과학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다. 또 안에는 옛 나루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나룻배가 전시돼 있다. △ 비산나루문화축제나루가 사라지면서 이를 추억하기 위한 노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비산동은 비산나루의 문화를 기억하기 위해 2010년 6월 19일 제1회 비산나루문화축제를 열었다.축제는 그네뛰기, 널뛰기, 씨름, 나룻배 진수식, 나룻배 체험하기 등 다행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주민들이 직접 나서 비산나루의 옛 문화를 살리기 위해 추진했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주민들은 “나룻가는 향토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깃든 곳”이라며 “그 중에서도 비산나루터는 비산향교와 낙서정의 선비문화, 갈뫼시장의 시장문화, 강나루의 나루문화, 당산의 동제문화, 강변 전통음식문화, 공단문화 등 여러 문화가 혼재한 곳인 만큼 그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러한 이유로 주민들이 직접 나서 비산나루문화축제를 열고 있다.이 축제는 지금까지 매년 열리면서 구미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문화인 나루문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바램이 실천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18

어디를 바라보아도… 한라산, 돌 그리고 감성 충만한 바다

한국에서도 연가(年暇)의 사용이 여름 한 시즌에만 몰리지 않고 있다. 자신이 필요한 시기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투명한 햇살이 구슬빛으로 환한 10월. 가을의 낭만을 제주도에서 즐기려는 이들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익숙한 음식과 눈에 익은 산과 바다의 풍경, 여기에 해외처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제주로의 가을여행이 적지 않은 이들의 관심사다.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해도 좋고 요사이 트렌드가 된 ‘나홀로 여행’도 어색하지 않은 아름다운 섬. 기자가 겪은 ‘친구와 함께’ 그리고 ‘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행복한 가을 휴가’를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세상이 강제하는 규범과 틀을 거부하는 경우가 흔하다. 매일 같은 업무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의 일상은 세상 누구에게나 “지겹다”는 한숨 섞인 넋두리를 하게 만든다.사실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과 하는 일에 관한 회의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다. ‘정말 좋아서 사는 사람’은 세상에 없거나 몹시 드물다. 그중에서도 글을 쓰는 것으로 밥을 버는 이들은 항상 발 딛고 선 땅에서 날아가고 싶어 한다. 지향점 불분명한 비상(飛上)의 욕망.도시에서는 바다를 꿈꾸고, 바다로 가서는 또 다른 이상향을 그리워하는 대책 없는 철부지들이 바로 소설가와 시인이다. 몇 해 전. 그 철부지 중 하나인 소설가가 또 다른 철부지 둘에게 ‘매혹적인 일탈’을 권유했다.“제주도 갈래?”장편소설 ‘아버지’를 써서 수백 만 권을 판매하고 책을 낸 출판사가 빌딩을 올리게 만든 김정현. 조직폭력배와 도둑을 잡던 강력계 형사에서 작가로 이름을 바꾼 그가 소설가 J와 형편없는 시집 한 권을 낸 기자에게 제주로의 여행을 권유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거기로 가서는 ‘육지’에서의 지루한 일상을 버리고 ‘즐거운 제주도민’으로 살고 있는 또 다른 소설가 Y를 만나기로 전화를 넣어뒀다. Y와 J는 한 살 터울로 문단에서 유명한 막역지우(莫逆之友)다.“제주로 태풍이 몰려온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협박처럼 들려오던 날. 그 협박을 무시하고 비행기가 이륙했다. 기내에 오르자마자 환해지는 얼굴들. 일행 셋 모두는 전생이 길짐승이 아니라 날짐승이었던 듯 땅에서 발을 떼자마자 즐거워하고 있었다. 일상탈출의 유쾌함이 온몸을 흥분시키던 주말 오전이었다. ◇ 지상에서 꿈꾸는 천상... 제주도를 향해침대에서 담뱃불에 타죽은 오스트리아 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Ingeborg Bachmann·1926~1973). 그녀는 “추락만이 인간이 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맞다. 추락하는 자만이 비상의 공포와 희열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추락하더라도 지금 ‘이곳’이 아닌 미지의 ‘다른 곳’으로 가고자 열망하는 사람들. 여행은 그런 인간의 욕망을 해소시키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아닐까.그래서였다. 그날 1시간이 채 못 되는 짧은 비행시간 속에서 승무원이 가져다준 커피의 향은 그 어느 때보다 향기로웠다. 공항에서 만나는 익숙하지 않은 열대의 풍경 또한 반가웠다.제주 출신의 소설가 현기영(77)의 ‘순이삼촌’과 ‘바람 타는 섬’을 읽었던 건 열여덟 시절. 그 아득한 기억을 떠올리며 섬세해지는 마음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서정적인 문장과 매혹적인 문체로 독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설가 Y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문학평론가 김윤식(82)은 Y를 향해 “나는 그의 소설 속에서 존재의 시원(始原)을 보았다”고 극찬한 바 있다.우리는 Y의 ‘화끈한’ 운전 실력에 놀라워하며 제주 이곳저곳을 쏘다녔다.“얼마 전에 한적한 제주 내륙 도로를 달리다가 시비가 붙어 창문을 내리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근데 상대방이 ‘새 책은 언제 나와요’라며 웃더군요. 그때 이후론 어지간하면 양보운전 하려고 합니다”라는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한라산을 제외하고는 제주에서 가장 높다는 송악산 꼭대기에 올라 대한민국 최남단 가파도와 마라도를 안타까운 눈길로 마주한 순간. 일행은 할 말을 잃고, 역사를 압도하는 풍광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초지를 내려다보며 먹었던 데친 문어와 동동주의 맛이라니…. 술이 아니라 제주 바다와 푸른 초원이 우리를 취하게 했다.◇ 마라도, 가파도, 송악산, 서귀포 그리고 쓸쓸함한국의 어떤 도시와도 다른 환경 탓에 폭우와 햇살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제주도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서귀포항으로 향했다. Y는 변덕스런 제주의 날씨마저 자랑했다. “여긴 비가 오면 보통 이렇게 오더군.” 말끝에 달리는 웃음이 그가 온전한 제주 사람이 돼있음을 짐작케 했다.도착한 서귀포항. 발령된 폭풍주의보 탓에 무리 지어 정박한 어선들. 그 어선들마다에 걸려있는 만선(滿船)을 기원하는 깃발. 깃발의 미세한 떨림이 한 인간의 전 생애를 아프게 돌아볼 수도 있게 한다는 생경한 깨달음에 가슴이 시렸다.왜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도 이토록 외로운가? 왜 인간은 결국 각각의 섬일 수밖에 없는가?쓸쓸한 마음은 사내 넷의 발걸음을 술집으로 향하게 했다. 길을 되짚어 올라와 도착한 제주항. 바다를 향한 통유리창이 시원스런 횟집에 들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라는 제주의 저녁놀이 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제주 바다가 선물한 도미와 보말, 등이 붉은 해삼과 옥돔구이, 거기에 성산포에서 태어났다는 인심 좋은 주인이 “남자들에게 좋다”며 서비스로 가져다준 청각으로 차려진 술상. ‘한라산물 맑은 소주’의 비워지는 속도가 빨랐다. 이윽고 찾아온 만취. 어느새 바다는 먹물 닮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 제주 밤바다, 그가 물었다 “당신도 외롭지요?”자리는 Y의 단골집이라는 제주 시내 한복판 재즈카페로 옮겨졌다. 페르시아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검은색 벨벳드레스를 입은 마담이 캐롤 키드(Carol Kidd)의 ‘웬 아이 드림(When I Dream)’을 멋들어지게 불렀다.어두운 카페를 울리는 피아노와 색소폰 소리. 그 견딜 수 없는 분위기에 젖은 소설가 Y가 기자를 돌아보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홍형도 사는 게 외롭지요?”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김윤식을 포함한 문학평론가들이 상찬한 Y의 소설이 지닌 매력을. 그것은 다름 아닌 ‘뼈가 아플 정도의 외로운 문장’이었다.결국 문인이란 자신의 상처를 덧내 타자를 위로하는 존재, 소설가란 인간으로선 견디기 힘든 거대한 절망과 고독을 짊어지고도 웃는 얼굴로 살아가는 슬픈 사람이 아니었던가.제주에서의 두 번째 날. 숙취는 끈질기고 지독했다. 먼 바다에서 물을 끌어다 만들었다는 노천 해수탕에 잠시 몸을 맡긴 후 서귀포시에 자리한 이중섭기념관을 향했다.“생전의 예술적 영예란 덧없는 허깨비”란 명제를 자신의 온몸으로 보여준 불우했던 화가의 삶이 고스란히 새겨져있는 현장.가난 탓에 아내를 친정으로 보내고, 제주바다의 암초처럼 외롭게 연명했던 화가의 그림자가 현실인양 앞으로 다가섰다. 개펄을 기어 다니는 게와 해초로 먹을거리를 해결했던 빈곤. 이중섭 또한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때다. 전날 밤 Y가 던진 물음이 다시 떠오른 것은. “홍형도 외롭지요?”대답해주고 싶었다. 자본의 절정 프랑스 파리를 떠나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다리를 잘라야 했던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1854~1891)의 문장을 인용해. “지상에 외롭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돌아가고 싶지 않던 일상을 향해 억지로 발을 옮기는 길. 제주공항으로 가는 내내 모두는 말이 없었다.심장 속 미망(迷妄)을 온전히 떨치지 못한 가여운 영혼들. 얼마나 더 살아야 “외롭지요”라는 물음에 “그렇지 않소”라고 답할 수 있을지. 그런 날이 올 수는 있을지….안개를 뚫고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북쪽을 향해 날았다. 제주도에서 발을 떼는 바로 그 순간, 다시 제주가 그리워지고 있었다. 바다, 파도, 그리고 일생 몸의 일부로 안고 살아야할 외로움까지가 그리워지고 있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0-12

공장 만들며 생겨난 지산샛강의 낙조와 고니… 한 폭의 수채화

◇ 철새들의 낙원 ‘지산샛강’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낙동강변에 진행된 제방 공사로 낙동강 물길이 바뀌면서 기존에 흐르던 강물은 습지로 바뀌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구미 지산샛강이다. 지금은 지산샛강 생태공원으로 지정돼 있다.구미시는 지난 2009년 58억여원을 들여 연꽃단지, 산책로, 야외무대, 전망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지산샛강이 보기 드문 도심의 습지였기 때문에 보존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곳 지산샛강은 일명 ‘고니(백조)공원’이라고 불리울 만큼 많은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가 겨울을 보내는 곳이다.겨울이면 이 곳에는 큰고니 수백 마리가 강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해 이를 보기 위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지산샛강에는 큰고니뿐만 아니라 수배 마리의 청둥오리와 쇠기러기, 왜가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흑고니(Black Swan)’의 모습이 포착돼 큰 관심을 불러 일이키기도 했다.하얀 큰고니 수백 마리가 노니는 곳에서 몸 전체가 검은빛을 하고 있는 흑고니가 쉽게 눈에 띄면서 더 관심을 받았던 것이다.흑고니는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사는 텃새임이 알려지면서 흑고니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지난해 흑고니로 인해 국내에서 사진을 좀 찍는다는 사람들에게 구미 지산샛강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구미시, 2009년 58억 투입연꽃단지·산책로·전망대 조성지산샛강 생태공원으로 지정겨울철 찾아오는 철새 보호 등도심 속 습지 생태계 보존 위한주민들의 숨은 노력도 한 몫마을주민들이 직접 기획·진행매년 여름 ‘생태문화축제’ 개최시민 휴식공간·생태체험장 각광 ◇철새와 생태 보존을 위한 노력구미시와 지산샛강보존회는 지산샛강이 여름에는 연꽃 군락지로, 겨울철에는 철새들의 월동지로 이용됨에 따라 그에 맞는 보존방안과 활용방안을 강구하고 있다.처음부터 철새인 큰고니가 지산샛강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정확한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낙동강 수심이 깊어지면서 낙동강변의 모래밭이 없어지자 철새들이 지산샛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0여년 전 지산샛강을 찾은 큰고니 등 철새의 수는 고작 수십마리에 불과 했으나 매년 그 수가 늘면서 2년전에는 650여마리가 지산샛강을 찾았다.지산샛강에서 월동하는 큰고니들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지산샛강 주변 생태환경이 좋은 것도 한 이유겠지만, 지산샛강보존회와 환경보호단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이들은 겨울을 나고 산란지인 시베리아 등으로 떠나는 큰고니를 위해 고구마, 볍씨, 식빵 등의 모이를 주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또 생태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산샛강에서 발견된 청둥오리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자 주민들은 구미시와 함께 예찰활동과 소독을 강화하고 가금류 이동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주민 노력으로 일궈낸 생태공원지산샛강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기 까지에는 지산동 주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주민들은 지산샛강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이들은 지산샛강보존회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지산샛강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지역 시의원과 시청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지산샛강의 생태계 보존의 필요성을 알렸다. 생태학자를 초빙해 도심 습지의 특성과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직접 알리기도 했다.또 지산샛강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는 것이 결정되자 전국 습지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2011년에는 지산샛강 연꽃단지 조성을 위해 충남 부여 서동공원, 전남 무안 회산백련지, 부산 삼락공원 등 3곳을 벤치마칭 했다. 이들은 당시 연꽃뿐만 아니라 각종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테크, 주민편의시설, 수상유리온실, 야외수변무대, 홍보관 등 다양한 시설로 조성된 3곳을 둘러보면서 현재 지산샛강 생태공원의 밑그림을 그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꽃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시설관리에 대한 사항 등을 꼼꼼이 챙겨 현재의 지산샛강 생태문화축제의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지산샛강보존회는 샛강 한켠에 다양한 연꽃 수종을 심어 샛강을 더욱 빛낼 연꽃 수종도 연구하고 있다.또 이들은 지산동과 매월 샛강생태공원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통해 샛강 보존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이밖에도 매년 여름에 지산샛강 생태문화축제를 개최해 도심의 습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마을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 축제는 공연, 체험, 참여, 전시마당 등 20여개의 콘텐츠를 구성해 다채롭게 꾸미면서 매년 3만여명이 축제장을 찾고 있다.특히, 지산샛강 생태습지와 대규모 연꽃군락지 등 지산샛강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축제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특히, 송어잡기 체험과 경북무형문화재 제27호 발갱이들소리 공연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지사샛강 생태공원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연꽃 군락지의 자연환경으로 생태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안강호 지산샛강 생태보존회 회장 인/터/뷰“주민도 잘 모르는 ‘구강습지’ … 불법 매립 등으로 훼손돼 안타까워 ”“도심 습지인 구강에도 관심을 좀 가져주세요.”지산샛강 생태공원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지산샛강 생태보존회 안강호(66)회장의 첫 마디다.경북도 무형문화재 제27호인 구미발갱이들소리보존회 이사장이기도 한 안 회장은 지산샛강과 발갱이들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안 회장이 말한 구강은 지산샛강과 불과 200여m 떨어진 습지로, 구미공단 조성을 위한 낙동강 제방공사로 물길이 바뀌면서 지산샛강과 함께 습지로 남게 된 곳이다.안 회장은 “지산샛강은 생태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보존이 되고 있지만, 구강은 시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지 전혀 보존이 안되고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도심 습지가 더 훼손되기 전에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안 회장과 함께 찾아간 구강은 인근 논과 밭으로 가려져 있어 그 위치를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좁은 농로를 가로질러 풀숲을 지나서야 구강을 만날 수 있었다.안 회장은 “구강 주위에 논과 밭이 들어서면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여기 사는 주민들도 구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구강도 샛강처럼 연꽃 군락이 조성돼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게 생태계 보전을 위해 더 좋은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회장은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구강에 대한 관심이 없다보니 일부 사람들이 구강을 매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매립이 되다보면 구강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기에 더이상 매립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구강에는 샛강과 마찬가지로 큰고니 등 겨울철새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 강을 매립하는 행위로 인해 물길이 좁아지면서 강물 흐름이 여의치 않아 물이 오염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불법으로 강을 매립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까지 생기고 있다. 지금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곧 사라질 수도 있는 도심의 습지인 구강을 살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안 회장은 “지산샛강과 구강은 구미공단 조성을 위한 개발로 인해 만들어진 습지이긴 하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도심의 자연습지로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런 도심 습지를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인간이 침범한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12

풍부한 일자리·명품교육·문화복지 조화로 ‘중단없는 김천발전’ 견인

▲ 김충섭(오른쪽) 김천시장이 송편을 빚으며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더 큰 김천, 더 강한 김천, 더 행복한 김천을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충섭(64·사진) 김천시장의 시정 포부다.김 시장은 청도 부군수, 김천시 부시장, 구미시 부시장 등 42년간 다진 공직생활을 경험으로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후 항상 시민의 뜻을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해 온 김 시장은 지난 8일로 100일을 맞았다. 김 시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감과 앞으로의 시정계획에 대해 들어봤다.혁신도시와 원도심 조화·균형발전에 최선농촌 인력지원센터 활성화·첨단 스마트팜 등농업생산 소득 늘려 ‘부자농촌’ 만들 터- 취임 100일을 맞았는데…△ 할 일이 많아서인지 눈 깜짝할 사이에 100일이 지나간 것 같다.취임식을 하기도 전인 7월 1일, 태풍 쁘라삐룬의 북상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렸고 김천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수해위험지구부터 먼저 살피러 나갔었다.배수펌프장, 감천·직지천 둔치, 수해취약시설을 점검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하루하루가 귀중하고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실과소 업무보고와 읍면동 초도방문을 통해 시정전반을 두루 파악할 수 있었고, 전통시장, 경로당, 기업체 주요기관단체 등의 방문으로 밑바닥 서민들의 고충도 알았다.지역경제의 어려움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일자리친화형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결실을 거두도록 하겠다. - 민선7기 시정목표와 운영방향은△김천시가 안고 있는 현안사업과 미래를 준비하는 신 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해 ‘중단없는 김천발전’을 견인하겠다.지역발전의 연속성을 이어받아 ‘더 큰 김천, 더 강한 김천, 더 행복한 김천’을 만들겠다.이를 위해 △일자리가 풍부한 경제도시 △더불어 잘 사는 균형발전 △미래를 대비하는 명품교육 △삶이 여유로운 문화복지 △시민이 중심되는 열린행정을 시정의 5대 방침으로 세웠다.또 김천이 새로운 도약의 시점에 있는 만큼,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을 추가 유치하고 연관 기업 및 연구소 유치를 통해 더욱 발전시키겠다. 원도심 재생사업과 도시보강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혁신도시와 원도심이 서로 상생 발전하도록 해 전국에서 가장 으뜸가는 균형 잡힌 조화로운 도시로 만들겠다.이와 함께 김천1일반산업단지(3단계) 조성을 마무리 짓고 부품소재산업벨트 및 자동차 튜닝기술지원 클러스터 조성으로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 시티투어 등 문화·관광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확충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김천이 되도록 하겠다.국내외 기업 유치와 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김천 청년 허브 설립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늘리기 정책을 펼치겠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추가 유치 상황은△지난 9월 4일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수도권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을 적합한 지역으로 옮겨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이에 김천시는 큰 환영의 뜻을 표하고, 공공기관 추가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9월 6일 추가이전 공공기관 유치 TF팀을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으며, 또한 경북도도 9월 11일 TF팀을 구성하는 한편, 9월 14일에는 김천시와 합동으로 국토교통부 혁신도시 발전추진단을 방문하는 등 추가이전 공공기관 유치업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대경연구원에 ‘추가이전 공공기관 선정 및 유치방안 연구’를 의뢰해 유치대상 공공기관을 분류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이미 이전한 공공기관의 의견을 반영한 유치기관 확정을 앞두고 있다.이러한 활동을 통해 추가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 이전 파급효과가 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혁신도시에 이미 이전한 공공기관의 기능별 연계성을 반영한 10여개 기관을 추가로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유치하면 혁신도시 조기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김천시는 이번 공공기관 122개 추가이전 발표를 계기로 기존에 입주해 있는 공공기관과 연계한 공공기관, 지연산업을 육성하고 선도해 나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공공기관을 유치해 김천혁신도시의 추가확장을 통해 산학연 클러스터 조기구축과 자족도시로의 발전을 앞당길 계획이다.- 농업과 농촌 활력화를 위한 방안은△농업경제 활성화와 농촌 활력화는 무엇보다 농업생산 소득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본다.농부가 도시 근로자의 평균 연봉 3천360만원 못지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부자농촌이 되면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농업과 농촌지역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농촌일손 인력지원센터를 활성화하고, 첨단 스마트팜, 농업의 6차산업화, 친환경농업 육성, 농촌체험 프로그램 및 축제 활성화, 농기계임대은행 서비스 확대 등 농민들이 변화하는 농업경영 방식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또 원예작물 냉해·폭염 등 기상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김천형 ICT 융복합 스마트팜 모델 정립으로 노동력 절감과 정밀농업기반을 구축하겠다.시설포도 첨단 스마트팜은 스마트폰 연동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장치를 통해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시설원예작물 ICT 장비 보급사업은 농장원격제어, 병해충 무인방제, 실시간 환경 모니터링 등을 제공하고, 정밀약제 살포용 드론과 자율자행형 트랙터 도입을 통해 노동력 절감형 농장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현재 5개소에 운영 중에 있는 농기계임대은행을 1개소 추가 신설해 농기계 구입부담을 낮추고 농업 기계화율을 높이도록 하겠다. 또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농기계 기종을 확대 구비·보급해 농기계임대은행의 이용도와 효율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여기에 찾아가는 농기계수리 기동반을 신설해 농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김천시는 지난달 31일 경북 농식품수출정책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상사업비 4천만원과 시상금 200만원을 수상했다.또한 2017년 6개국(미국, 캐나다, 네들란드, 호주, 독일, 말레이시아)에 새송이 버섯 906t, 289만9천달러(32억3천만원)를 수출했으며, 포도(거봉, 샤인머스켓 등)는 10개국(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태국 등)에 284t, 184만7천달러(20억6천만원)의 수출성과를 올렸다.- 김천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지방자치의 핵심가치는 주민참여와 투명행정이다.민생현장의 소리를 가감 없이 생생하게 듣고 시정에 반영하면서, 결과에 대한 평가도 직접 시민들에게 받을 방침이다.또 기존 행정의 틀을 깨고,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변화하는 행정수요에 맞춘 조직진단을 통해 연말까지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고, 시청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겠다.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통해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 공무원의 존재이유가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행정’임을 실감토록 하겠다. 그리고 혁신도시 활성화와 원도심 재생사업이다.도시의 균형개발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혁신도시와 원도심이 상호 상생하는 지역발전의 모델을 만들겠다.혁신도시가 2만7천명의 자족도시로 발전하도록 첨단산업과 산업단지를 연계한 국가혁신 클러스터를 조기에 조성하겠다. 보건소, 정신보건센터, 치매안심센터, 건강증진센터의 기능을 통합하는 가칭 통합보건타운을 원도심에 건립해 맞춤형 보건서비스를 제공하겠다. -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튼튼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시장’, 말과 마음이 잘 통하는 ‘소통시장’, 따뜻한 배려와 행복을 더하는 ‘복지시장’,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신뢰시장’이 되겠다.‘경제, 소통, 복지, 신뢰’라는 시정운영 철학을 가지고 오직 시민의 뜻으로, 시민과 함께, 김천인의 꿈을 활짝 꽃 피우겠다.김천시정의 중심에는 오직 시민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시민중심의 행정으로 지역 정체성, 문화, 시민의식, 가치관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 넣겠다.땀 흘려 노력한 만큼, 가을들판이 풍성해 지듯이 1천여 공직자와 함께 중단없는 김천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11

전쟁의 참혹함으로 얻어진 이 평화의 소중함, 오감으로 직접 체험

남북한은 이제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평화의 시대에는 평화를 위한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역사적 시점에 호국평화의 도시 칠곡군에서 제6회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동안 칠곡보 생태공원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를 총 지휘할 축제위원장인 백선기 칠곡군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본다. 임진왜란·병자호란·6·25전쟁 등대한민국 최대 격전지 칠곡군참전용사·호국용사 기리고그들의 노력과 희생 되새겨국내 유일 호국평화축제다양한 인프라와 스토리로색다른 고품격 축제 자리매김5가지 스토리로 구성된‘평화 로드 투어’국군 최신무기·군 문화 체험 등100여개 넘는 전시 체험 마련12일(금)~14일(일)까지칠곡보생태공원칠곡호국평화기념관 일원-칠곡군이 평화의 도시로 불리고 있는데…△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로 지구촌에 전쟁이 없는 평화가 유지되는 상황을 우리는 ‘세계평화’라고 흔히 칭한다.하지만 현재까지도 세계 여러나라에서는 수많은 내전과 다툼이 어이지고 있다.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항상 불안함이 가득차 있다. 최근 한반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4·27 남북정상 회담과 평양방문으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재 평화의 목소리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준비하는 고장이 있다. 바로 칠곡군이다.칠곡군은 과거로부터 국방의 요충지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전쟁 최대의 격전지이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에도 55일간 혈전이 벌어진 곳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전세를 역전시키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호국평화의 도시다. - 축전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자’다.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기에 앞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평화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함을 알고 감사해야 한다.하지만 오늘의 평화를 위해 희생했던 참전용사의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이 어떠한 노력과 희생으로 나라를 지키려했는 지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 축전에 마련돼 있다.축전에 참여해 많은 것을 보고 느낀 후 우리가 누리는 평화를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모든 것과 가족의 행복까지도 희생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문화대축전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우리 군은 호국평화를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을 6년째 개최해 오고 있다.통상 자치단체는 3년간 중앙정부로부터 축제 경비를 지원받으나 낙동강 대축전은 6년째 지원을 받을 정도로 국가가 인정한 국내 유일의 호국 평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또 칠곡군에는 호국과 관련한 다양한 인프라와 스토리가 있다. 호국평화기념관, 다부동전적기념관, 호국의 다리, 관호산성 등 지금까지 조성해 온 호국 인프라와 앞으로 들어설 한미우정의 공원, 호국문화체험 테마파크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할 계획이다.이렇게 호국 인프라의 유기적인 연계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여기에 스토리까지 입힌다면 살아 숨 쉬는 명품관광의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문화대축전이 다른 축제와의 차이점은?△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먹고 즐기는 먹거리 축제와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다.매년 10월 축제의 계절을 맞아 각 자치단체마다 주민이 화합하고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은 단순 즐기는 축제가 아닌 전쟁의 잔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오감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뜻 깊은 행사다.군민들의 마음가짐 역시 남다르다. 호국의 고장에 걸맞게 우리 군민들은 평화대축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호국과 평화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부여한 신성한 의무이자 책임이라 생각하고,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이번 축제에는 정말 많은 군민들이 축전 홍보를 위해 앞장 섰다.종택 종손, 가정주부, 시장 상인 등 각계각층의 칠곡군민들은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문화대축전 카운트 다운 날짜를 적은 홍보판을 들고 낙동강평화축전 공식 SNS와 개인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이뿐만 아니라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리아 어린이와 6·25전쟁 참전국인 에티오피아 대리 대사까지도 축전 홍보에 나선다.이러한 노력들은 언론에도 많은 주목을 받으며 축전 인기몰이에 기여를 했다.- 6.25 참전용사 엘리엇 중위 자녀 초청으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6.25전쟁 참전용사인 엘리엇 美 육군 중위는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불행히도 그는 1950년 8월 호국의 다리 인근에서 야간작전 중 실종되어 영원히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엘리엇의 부인은 평생 동안 기다렸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자신의 유해를 남편이 잠들어 있는 호국의 다리에 뿌려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지난 2015년 그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아들과 딸이 호국의 다리 아래에서 어머니의 유해를 뿌려 부모님이 사후 만남을 도왔다.이와 같은 사실을 접한 칠곡군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훈하기 위해서 엘리엇 자녀들을 찾고자 주한 미국대사관, 주미 한국대사관,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또 영문으로도 보도자료를 작성한 후 외신에 보도요청을 했으며, 영자신문에도 제공했다.그 결과 그들과 연락이 됐고, 우리의 초청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엘리엇 가족의 슬픈 사연을 알게 된 칠곡 군민들은 이번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에 제임스 엘리엇의 아들과 딸이 방문하면 그의 희생을 기리고 명예군민증을 수여할 계획이다.- 대축전 광고에도 큰 성과가 있다고 들었다△제6회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의 성공적인 개최와 축전의 의미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대학생 평화 광고 공모전을 개최했다. 공모전에는 평화, 통일, 감사의 3가지 주제로 영상광고 40편, 인쇄광고 50편이 접수됐다.그 결과 박새미(22·여)씨 영상광고 대상에 수상됐다. 그의 영상광고는 다수의 케이블 채널을 통해 ‘스팟 광고’로 방송되며 축전을 알렸다.또 인쇄광고로 최우수상을 받은 김도영(25)씨의 작품은 모든 광고인의 꿈이라 할 수 있는 ‘美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광고가 송출됐다.특히 뉴욕 타임스퀘어 축전광고와 칠곡군 로고가 송출돼 군민들이 칠곡군의 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자긍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이번 축전에 놓쳐서는 안 될 것은△5가지 스토리로 구성된 ‘평화 로드 투어’를 순서대로 걸어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평화 로드 투어는 치열했던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현장을 만나보는 미디어 왜관철교로 시작된다.이어 68년 전 기억되길 바라며 사라진 용사들을 AR증강현실로 만나보는 나를 기억해줘 코너를 만날 수 있다.이후 평화의 우산을 쓰고 대한민국과 세계평화를 약속하며 430m부교를 통해 낙동강을 건너는 평화의 행진이 이어진다.낙동강을 건너면 국군의 최신 무기와 군 문화를 체험을 할 수 있는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 코너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평화를 맘껏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안녕! 평화야’ 코너로 평화로드 투어는 막을 내린다.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방부 3대 전승행사의 하나인 낙동강지구 전투전승 행사와 통합 개최되어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특히 430m 부교, 프린지 공연, 헬기고공강하 등 평소에 접합 수 없는 군(軍) 콘텐츠와 낙동강 대축전의 100여개 넘는 전시·체험 콘텐츠가 만나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더욱 알차고 풍성해졌다.또 현역 군인과 함께 병영 문화를 체험하고 우리 국군이 자랑하는 공격헬기를 비롯한 최첨단 무기를 직접 만져 보고 탑승할 수 있다. 실명을 공개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 출신 병사도 깜짝 방문할 예정이다.칠곡/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18-10-08

구릉지·논밭 밀고 한국 최초 전자단지 우뚝… 낙동강 물길을 바꾸다

1971년 구미공단 조성의 첫 주춧돌전자단지 제1공구 총 85만6천㎡ 건설통수 위한 제방·한국 최초 유수지 축조용수처리·여과지·배수지 시설 확장해총 7만㎥ 용수 넉넉히 공단에 공급제3공구 건설때 대규모 제방 축조물길 변화로 오늘날 지산샛강 탄생◇ 전자단지의 조성한국전자공업공단은 창립과 함께 첫 사업으로 구미공단 조성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공업전용단지 건설에 착수했다.1971년 11월부터 조성지의 구릉지와 전답 등 60만5천㎡를 매입하고 이미 입주한 한국도시바(주)가 원상태로 분양받아 조성한 부지를 편입해 총 85만6천㎡의 전자단지 제1공구를 조성했다.제1공구가 조성된 1972년 6월은 이미 완료중이거나 공장건설에 착수한 업체가 늘어나 이 지역의 풍경은 완전히 변해 산업화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자단지 제1공구 조성공사는 제1단지 전체로 보면 북쪽 비산동 일대와 신부동 일대의 구릉지와 전답을 개발해 조성했다.비교적 표고상 골곡이 많은 지역이어서 단지조성 형태는 지형적인 특성으로 야산 절토와 전답 몰입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단계식 소규모의 블록으로 조성해 약 9천920㎡단위의 전자업체를 유치하기 편리하도록 조성됐다.◇공단 조성을 위한 낙동강 제방을 만들다구미공단이 조성되고 산업활동이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지원 수요가 요구되기 시작했다.이 같은 지원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전자단지 제2공구와 제3공구를 함께 건설하게 된다. 1972년 12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구미공업단지 조성에 관한 회의에서 전자2공구의 조성과 일반단지의 확장에 대해 지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와 함께 단지 동편의 하천부지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수자원개발공사에 지시했는데, 이것이 전자단지 제3공구의 시발점이 됐다.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수자원개발공사는 합동조사단을 만들어 단지 동편 낙동강 하천부지 매입을 위한 현지 조사를 마치고 기본계획을 수립한다.이 기본계획에 따라 한국전자공업공단은 수자원개발공사와 단지조성 업무계약을 체결하고 하천부지 매립면허와 공단조성 실시계획의 승인을 얻어 제3공구 조성을 시작했다.제3공구 공사는 당초 462만8천㎡로 계획돼 있었으나 실시계획의 변경으로 계획보다 줄어든 454만6천㎡로 준공됐다. 이유는 당초 계획대로 제방을 축조할 경우 낙동강의 홍수 시 통수(通水)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측량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소용돌이 현상을 억제해 물의 흐름을 빠르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하천단면을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제방은 홍수를 고려해 높이와 안전도를 충분히 주었고, 배수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교적 지형이 높은 구간의 배수는 외각배수로를 설치해 집수면적을 최소화하고 배수로의 하류부분은 유수지를 두고 매립표고를 낮춰 매립토량을 최소화했다.강물의 흐름을 무리없이 해 수위의 평형을 유지하도록 제방설계를 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수지를 축조하다전자단지 제3공구의 제방공사와 함께 22만1천㎡의 유수지를 축조하는 공사를 추진하게 된다. 당시 유수지를 둔다는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공법이었다.유수지는 낙동강의 수위가 홍수로 인해 다소 높아질 경우에 단지내의 자연적인 배수가 곤란해질 것을 대비한 것으로, 인공배수 장치로 여기에 400마력 용량의 대형펌프 3대가 설치됐다.유수지는 담수 용량이 100만㎥ 가량으로, 1천200㎜ 흡인관 3개와 1천800㎜ 배출관 1개를 갖춰 단지 내 자연배수가 어려울 경우 낙동강과의 자연배수로를 차단해 낙동강의 단지 내 역류를 막도록 했다. 또 초당 3㎥의 인공배수가 가능토록 했다.여기에 연장 6㎞의 제방이 높이 8m로 축조됨으로써 발생되는 단지 내 침수지의 배수를 무리없이 하기 위해 하수망(下水網)을 연결했으며, 자연배수를 돕기 위해 부제(副提)를 축조했다. 평상시에는 자연배수로, 유사시에는 인공배수로를 이용하는 이중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그리고 약 3㎞의 고지배수로를 만들어 단지 밖의 농경지와 구미시가지, 단지 서쪽의 제일합섬(주), 제일모직(주), (주)코오롱, 윤성방직(주) 등에서 나오는 유수가 단지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낙공강에 직접 자연하류가 되도록 했다.◇용수 걱정이 없는 구미공단구미공단은 풍부한 낙동강으로 인해 용수시설 확충에 매우 유리한 점을 갖고 있었다.1973년 제1단지가 1천52만9천㎡의 거대한 규모로 확장되면서 초기 계획에 비해 3배 이상의 용수공급 능력이 필요해 용수처리시설과 여과지시설, 배수지시설을 급속히 확장했다.이로 인해 제1단지 입주업체들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1980년 당시 단지 내 급수시설은 하루 최대생활용수가 3만㎥, 공업용수가 4만㎥으로 총 7만㎥를 넉넉히 공급할 수 있게 되었고, 취수펌프도 용량 400HP 3대, 250HP 1대로서 최대취수용량이 7만㎥/일이 됐다. 또한 정수장의 저수능력도 7만㎥/일로서 부족난을 겪은 적이 없었다. ◇구미대교 건설구미대교 건설은 구미공단 제1단지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당시 단지가 조성되면서 산업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교통수단이 없어 제1단지와 강 건너 지역인 인동은 나룻배를 이용해야했다.이로 인해 단지조성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발전이 인동지역 주민들에게는 딴세상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또 구미공단으로 봐서는 칠곡군 지역의 인력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이에 1973년 8월 총 공사비 13억원을 투입해 교량폭 20m, 총연장 688m의 구미대교를 준공했다. 구미대교는 당시 제1단지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불편을 해소함과 동시에 후일에 건설된 제2단지와의 교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했다.이밖에도 군위, 상주, 안동 등 경상북도의 동북지역과의 통행거리를 50㎞나 단축시켜 공업단지의 입지접근을 높였다. ◇공단, 낙동강의 물길을 바꾸다구미공단 조성을 위해 낙동강변에 진행된 제방공사는 기존 낙동강의 물길을 바꾸어 놓았다. 특히 전자단지 제3공구 공사지역은 원래 상습적인 수해지역으로 백사장과 습지가 대부분이었다.이로 인해 대규모 제방을 축조해야 했는데 이 제방은 총 연장이 6㎞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당시 매우 어려운 공사였다.제방은 공단의 입지만 고려돼 진행되었기 때문에 일부 낙동강의 물길은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공단 제방공사로 인한 낙동강의 변화된 물길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구미 지산샛강이다.지산샛강으로 불리는 이 강은 낙동강의 작은 물길이 도심으로 유입돼 강을 이루고 있는 형태로 생태계가 살아있는 습지로도 발전했다.또 지산샛강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샛강과 비슷한 옛 구강으로 불리우는 강이 존재하고 있다.샛강의 경우 지산동의 지산샛강 보존회 등이 생태 습지로의 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학습의 장, 힐링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23만8천760㎡ 규모의 지산샛강은 현재 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매년 지산샛강 생태문화축제와 발갱이들소리공연 등이 개최되면서 도심의 습지로 시민들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옛 구강은 훼손이 심해 관계당국의 보존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05

동해풍 맑은 공기에 맑고 깨끗한 물 공급, 군민 삶의 질 업그레이드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 절대다수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1960~70년대. 정부의 복지정책은 국민이 ‘덜 굶고, 덜 헐벗게 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었다. 그 방침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지속됐다.그리고 2018년 오늘. 높은 교육열과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부모세대의 자기희생과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은 단기간에 나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국토는 좁고, 자원도 풍부하지 않지만 한국은 이제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10위를 오르내리는 국가가 됐다.이런 상황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도 변하고 있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무게추가 옮겨간 것이다.깨끗한 물을 마시고, 오염되지 않은 공기 속에서 숨쉬며, 청결하고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속하는 것들. 또한 이 문제는 일정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대부분의 한국 지자체들과 마찬가지로 영덕군 역시 군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물질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사물인터넷 기반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사업’ 등은 그 생생한 사례다. 실생활에서 주민들의 미소를 부르는 깔끔한 공중화장실 신축도 빼놓을 수 없다.영덕군청이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인다”는 슬로건 아래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관련 사업들을 세부적으로 점검해보고자 한다. ◇ 깨끗한 물의 안정적 공급은 빼놓을 수 없는 복지환경부가 주관한 ‘2018년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대상지로 영덕군이 선정된 것은 지난해 10월. 5년간 총사업비 315억 원을 확보함으로써 시작된 이 사업의 목표는 “지방상수도 관로와 운영 체계를 개선해 효율적인 물 관리를 이뤄낸다”는 것이었다.노후 상수관로 비율, 유수율, 사업의 기대효과, 사업 의지,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영덕군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후 ‘깨끗함 물 공급’을 위한 계획을 단계적으로 수립했다.사업이 완료될 2022년에는 오래된 상수도관이 전면 교체·정비되고 블록시스템과 유지관리시스템으로 선진화된 상수도 체계를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취수원 보호와 가뭄에 따른 주민불편까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사업 대상지 선정 직후 이희진 군수는 “주민들에게 양질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복지”라는 말로 향후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이후 영덕군은 올 초 K-water와 노후 상수도시설 개선을 위한 ‘영덕군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 K-water는 노후 수도관 교체, 블록시스템 구축, 누수 탐지와 복구, 수도관 정비 및 실시간 유량 감시체계 구축 등을 협약에 따라 진행했다.영덕군은 낡은 수도관이 적지 않아 누수가 많았다. 요금 현실화율(37%) 또한 낮았다. 물 전문 공공기관 K-water는 전국 23개 지방상수도를 위탁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수율 향상 등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올해 본격화된 영덕군의 상수도 현대화사업은 영덕읍 등 8개 급수구역 유수율을 사업 완료 시점인 2022년까지 85%(현재 55.9%)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는 수돗물만 줄여도 연간 35억 원의 생산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블록시스템과 유지관리시스템은 ‘물의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이와 관련 영덕군청은 “지방 상수도 현대화사업은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물 복지를 향상시키는 필수 사업”이라며 “사업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K-water와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 블록시스템으로 물 처리시설의 원격 감시·제어 가능영덕군의 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 초봄엔 ‘영덕 상수도 현대화사업소’가 문을 열었고,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첨단 시스템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주민과 맺은 약속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상수도의 유지 및 관리 비용과 수돗물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설의 개선과 재투자’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정착 없이는 사업의 완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덕군은 현재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업추진안에 대한 논의와 토론은 2022년까지 끊이지 않을 듯하다.하성찬 영덕부군수의 “K-water의 축적된 수도 분야 노하우와 기술로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없애고 주민불편도 최소화 해달라”는 부탁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영덕군과 K-water의 노력이 합해진 ‘영덕군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의 성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노후된 상수관과 정수장 등이 개량·현대화됐고, 사업 지역인 영덕군 전역(1읍·8면)의 급수구역을 대블록, 중블록, 소블록의 형태로 계층화했다. 이로써 취수장, 정수장, 가압장 등 물 처리시설의 원격 감시·제어가 가능해진다.블록구축과 관망 정비를 위해 (주)건화 등 4개 업체와 용역계약이 체결됐고, 기초데이터 분석 등의 작업 후 올해 말 실시설계가 완료되면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이와 관련 영덕군 관계자는 “현대화사업소 개소 후 127건의 누수탐사를 시행해 하루 9천326㎥의 누수를 복구했다”는 희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수돗물 절약’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성과였다. ◇ 노력의 결과 드러나는 ‘영덕군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여름이 끝나갈 무렵엔 영덕·영해·병곡 일대의 상수도관 세척작업도 진행됐다. 고질적인 수질 민원의 발생 경로를 파악하고 빠른 대책 수립을 위한 것이었다.통상 상수도관의 기대수명은 40년 정도다. 오래된 상수도관이라 해도 쉽게 녹이 슬거나 이물질이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압이 낮은 상태로 공급될 경우 유속이 느려지면 관 내벽에 이물질이 쌓인다. 이런 찌꺼기를 첨단 세척공법으로 제거한 것.‘영덕 상수도 현대화사업소’는 상수도관 세척작업이 진행된 당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야간작업을 진행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고, 관련 소식을 마을방송과 홍보물 등을 통해 미리 알려 당황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배려했다.이처럼 ‘깨끗한 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영덕군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대하는 군민들이 적지 않다. ‘모바일로 보는 우리동네 공기질’ 미세먼지 대책 적극 추진, 깨끗한 ‘숨’ 쉬는 영덕군오염물질이 섞이지 않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욕구다. 영덕군은 올 2월 군 단위 지자체로는 전국 최초로 KT와 ‘사물인터넷(IoT)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공기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미세먼지 오염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영덕은 읍면사무소 등 20개 주요 지점에 IoT 미세먼지 측정망 시스템을 설치해 시시때때로 변하는 공기질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전광판과 앱(App)을 통한 휴대전화 시스템으로 실시간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이희진 군수는 “미세먼지 문제는 군민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며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을 통해 군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경일 KT 대구 고객본부장 역시 “영덕군이 대기환경 오염 예방을 위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는데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4월 초순 시작된 ‘IoT 기반 미세먼지 측정 서비스’는 미세먼지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타 지역의 주목을 받았다. 1개월의 시험가동 후 5월부터 본격적인 대기 질 측정이 시작됐고, 미세·초미세먼지 상황도 실시간으로 전해졌다.측정된 자료를 빅데이터로 축적한 영덕군은 이를 공기질의 선제적 관리에도 활용한다.또한 미세먼지의 발생을 억제하는 ‘도로 재비산먼지 청소차량’의 구입 계획도 세웠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영덕 지역의 대기환경을 전국에 홍보해 관광객도 끌어들일 예정이다.더불어 영덕군청은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인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사업의 확대와 공사장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사업장 점검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 6월부터는 모바일 앱과 인터넷 홈페이지 연결로 이용할 수 있는 ‘공기질 알리미 서비스’도 시작됐다. 이 역시 전국 지자체 최초다.영덕 주민과 관광객은 스마트폰과 개인 컴퓨터로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물질의 정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영덕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미세먼지’ 메뉴를 누르면 ‘영덕군 공기질 서비스’ 화면에 접속이 가능하다. 이곳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습도, 야외활동 지수 등 실시간 정보가 1분 간격으로 업데이트 된다.영덕군청의 한 공무원은 “깨끗한 공기와 우수한 환경정책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미세먼지 등 대기 정보를 축적해 빅데이터로 활용하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10-05

6·25 전쟁으로 무너진 한국 경제, 구미공업단지로 재생의 길 모색

전자공업 육성으로 경제성장 박차1969년 ‘구미공업단지’ 설립 추진도심 중 낙동강 관통, 용수 풍부하고경부고속도·국도 등 교통요건 좋아넓은 평야면서 지내력 좋은 낙동강변국가산업시설 기반 조성에 최적 조건고향인 구미에 조성 정치적 부담에박정희 전 대통령 처음부터 반대이원만 회장 “국가 위해 감수해야” 설득◇ 국가공단의 필요성 제기광복이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한국경제는 말그대로 파탄에 빠져 있었다.외국의 원조를 통한 전후 환경 개선과 수출을 통한 경제 회복해 안간힘을 쏟았지만 녹녹치 않았다.3년간 치러진 6.25전쟁은 민간부문의 시설은 물론, 도로·철도·항만·통신·전력·수도·학교 등 사회간접자본을 포함한 일체의 직간접적인 생산시설과 공공시설을 파괴해 버렸다.외형적인 피해와 더불어 정신적인 타격 또한 심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한국경제는 4.19와 5.16을 거치면서 고도의 성장을 이루는 전기를 마련한다.특히, 5.16 정부는 미국의 원조가 무상원조에서 차관으로 전환해 원조액을 감소시키는 정책으로 바뀌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출경제에 집중하게 된다.정부의 수출지원정책으로 1960년대 수출은 10년동안 23배나 증가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다.하지만 이러한 수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외화 가득률의 저하, 수출상품의 단순성, 첨단기술부재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수출정책은 양적 측면에서 질적 측면으로 변화했다.그러다 일본이 1964년 올림픽 이후 전자산업 육성으로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하는 것을 지켜 본 한국도 전자공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최첨단산업인 전자공업을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1970년대 초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한 선진국들의 무역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이에 정부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전자공업진흥 8개년 계획’을 수립한다.이 계획을 토대로 전국 각지를 대상으로 전자공업과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게 된다.수자원개발공사는 당시 4대강 유역 조사사업 자료를 토대로 구미를 산업기지의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낙동강의 풍부한 수량과 강변의 튼튼한 지반이 산업시설 건설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 전자산업 육성에 최적지전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구미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공단)는 1969년 1월 3일 ‘구미공업단지 설립 추진대회’를 기반으로 같은 해 6월 4일 공업단지사업시행자를 지정함으로써 그 대역사가 시작됐다.구미공단이 조성된 것은 도심 한 가운데 낙동강이 북에서 남으로 관류하고 있어 용수공급에 유리한 자연적인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또 서쪽으로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와 대구와 김천 등으로 연결되는 국도로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금오산 도립공원과 천생산, 청화산, 냉산 등으로 수려환 자연경관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낙동강변이 대부분 넓은 평야로 되어 있어 산업시설기반이 조성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많은 사람들이 구미공단이 모래땅 위에 선 공단이라고 말하는 데 이는 제1단지 총 면적의 10% 정도의 모래땅이 전자단지 제3공구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제1단지 부지의 80% 이상이 전답이었고, 10% 정도가 야산, 나머지 10% 정도가 낙동강 유역과 하상이다.토질을 보면 전답매립지역은 원래 실트(silt)질 점토였고, 그 위에 실트(silt)질 모래로 매립해 지내력이 매우 우수하다.반도체 등의 전자산업에 있어 지내력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다.여기에 낙동강을 비롯해 그 지류인 구미천 등의 풍부한 용수 공급도 장점이다.낙동강의 수질은 Ca+, Mg+의 함량이 비교적 많아 염색에는 약간의 지장이 있는 것으로 판정받았으나, 염색업종이 없는 구미공단의 경우 전 입주업체가 양질의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그리고 구미지역이 내륙지역이기 때문에 전자산업에 최적지로 꼽힌다.전자산업의 특성상 염분이 많은 바람은 부품의 정밀성과 생산공정에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임해지역은 피할 수 밖에 없다.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최첨단 전자업종은 생산공정에서 1㎥당 10개의 먼지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금오산과 천생산 등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구미지역은 중국의 황사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최적의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 구미공단과 박정희 전 대통령한국의 실리콘밸리 구미공단의 유치에 있어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수출지원에 중점을 둔 강력한 경제개발정책의 일환으로 세워진 구미공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철학인 ‘빈곤으로부터의 탈피’와 ‘자립경제의 달성’이라는 이상의 실천 현장이기 때문이다.이에 구미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는데 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하지만 구미지역이 낙동강의 풍부한 수량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러한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오로지 구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에 국가공단이 건설되었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실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공단이 자신의 고향인 구미에 조성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코오롱 창업주인 이원만 회장의 회고록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석에서 구미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구미가 자신의 고향이기에 정치적 부담이 많아 반대했다는 것이다.이에 이원만 회장은 “구미에 공장을 짓는 것은 대통령의 고향이기 때문이 아니라 입지여건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고향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국가를 위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처음 정치적 부담감으로 구미에 국가공단 조성을 받대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구미공단 조성이 결정된 후에는 그 누구보다도 애착을 갖고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공단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이 하나둘씩 지어질 때마다 현장을 찾아 격려했고, 지금의 산호대교가 있는 비산에 영빈관(迎賓館)을 지어 그곳에 머물면서 구미공단 조성을 지켜봤다. ◇ 지역인들의 국가공단 유치 노력구미지역에 국가산업단지가 조성이 결정되자 단지건설 속도는 엄청나게 빨리 진행됐다.구릉지와 야산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공업물들이 들어서는 등 갑작스런 변화는 여러 어려운 문제들을 불러일으켰다.당시 지역민들은 구미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면서도 대대로 지켜온 생활터전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산업단지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지역유지들은 이러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특히 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 지정을 앞두고 용지매입 문제로 난항을 겪던 사안에 적극 개입해 공단측과 지역민의 갈등을 풀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사실 이 문제는 용지 매입가격도 모르는 가운데 단지 조성 설립에 동의하라는 것이어서 주민들의 양보와 희생이 꼭 필요한 것이었다.이에 지역유지들은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밤을 세워 주민들과 좌담회를 여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하지만 단순히 용지 보상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큰 문제였기에 해결이 쉽지 않았다.하지만 지역유지들로 구성된 추진위가 주민 한명한명을 찾아가 설득해 나가면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문제가 해결됐다.이러한 지역유지들의 노력으로 지역민들은 구미공단 건설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고, 경제 성장이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04

발 닿는 곳마다 ‘재미 팡팡’ 색다른 가족테마파크 ‘문경에코랄라’

문경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새로운 테마파크가 문을 연다.3대 문화권 조성사업으로 873억원(국비 611억원, 지방비 262억원)이 투입된 문화콘텐츠 테마파크 ‘문경에코랄라’가 2일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문경에코랄라는 문경의 천혜 자연환경·생태를 뜻하는 ‘에코’와 ‘룰루랄라’의 합성어다.기존의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을 비롯해 새롭게 조성된 에코타운과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통합해 문경이 자랑하는 청정자연과 문경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석탄자원과 영상문화자원을 이제 한 곳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개장에 맞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키즈 플레이 월드’,‘태양의 화가 반고흐 미디어아트전’등 특별전시회도 준비돼 있다.석탄박물관 등 통합, 내일 개장실내촬영·숲 탐험·야외체험 등다양한 콘텐츠로 동심 유혹문경시 대표 관광명소 기대◇ 에코스튜디오 미디어센터(실내촬영체험)에코스튜디오 미디어센터는 영상제작 스튜디오로, 관람객이 직접 영상 촬영의 기획부터 편집까지 감독과 배우가 돼 체험하는 공간이다. 20여 개의 특수카메라로 정지된 동작을 다양한 각도로 연출해 영화 ‘매트릭스’의 슬로우 모션 효과 등을 체험할 수 있다.특히 영화 촬영과 편집을 모르는 초보자라도 이곳 매뉴얼대로 따르면 누구나 영화감독과 배우가 될 수 있다.모션캡쳐 스튜디오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 골룸과 슈렉 같은 괴물로 변신하는 특수효과도 체험하게 된다. 방문객은 편집실에서 이미지 합성, 이펙트, 자막, 사운드 등을 영상에 삽입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완성된 영상은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해 간직할 수 있으며 본인이 원하면 유튜브 등에 올리는 게 가능하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단체 체험에는 총 90분이 제공되며 개별 체험 시는 총 120분이 주어진다. 팀별로 최대 12명까지 구성할 수 있다. 최대 동시 체험 인원은 60명으로, 시나리오는 같지만 편집을 하기 때문에 똑같은 동영상은 나올 수가 없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에코써클과 에코팜에코써클은 백두대간과 문경의 생태이야기를 배우는 주제 전시관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꿈꾸는 숲, 환상의 숲 탐험 공간이다.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에 따라 아름답게 변화하는 백두대간의 주요 산의 모습과 시공간을 초월한 숲 속의 모습이 연출되며 여기에 동화적인 해석과 감상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미된다. 이 곳에서는 생명의 진화를 미디어아트적으로 연출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써클영상, 무빙라이트, 파라이트, 실커튼, 패브릭, 입체음향시스템, 바닥조명 등을 사용해 생생하면서도 압도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에코팜은 첨단 농업기술의 발달과 필요성을 전달하고 식물의 생육 과정, 친환경농업 소개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식물을 기르는 지혜를 전달하는 공간이다. 아쿠아포닉시스템(순환농법), 손쉬운 수경재배, 스마트 화분, 수생식물 정원, 스마트팜, 에어플랜트, 친환경 알기, 파종에서 수확까지, 씨앗이 자라면, 힐링테라피 등 10개의 테마로 구성돼 배우는 재미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 야외체험시설-자이언트 포레스트문경에코랄라의 야외체험시설은축구장 크기로 규모부터 ‘메머드급’이다.문경시의 창작 동화인 ‘거인의 숲’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 놀이시설로, 관람객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 40m 크기의 거인이 등장하는 동화가 증강현실로 구현된다. 체험자는 증강현실을 통해 주인공이 돼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놀이시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영화 한 장면씩을 보여주지만 ‘거인의 숲’은 전체가 하나의 동화로, 동화의 특정장면들을 증강현실로 보여준다. 거인의 숲 시작은 ‘자이언트 포레스트’로, 거인의 숲 입구에 설치된 문자 조형 시설물로 알파벳 모양이 이색적으로 꾸며져 있고, 알파벳 모형으로 사진 촬영 공간, 편의시설, 휴게·놀이시설을 만들어 놓았다.광장을 지나 처음 맞이하는 ‘숲 마을’은 거인의 숲에 사는 친구들의 마을로, 4마리의 동물 캐릭터 집이 마을을 이룬다. 각 동물 캐릭터의 집에서는 ‘거인의 숲’ 스토리를 소개하고 가이드 앱으로 전체 시설의 위치와 에코랄라 전용 앱의 사용방법 등을 설명한다. 또 포토 체험, 동영상 재생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숲 마을을 지나면 거대한 거미 조형물이 압권인 ‘거인의 숲’을 만난다. 거미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조형물을 배치한 어린이 체험놀이터다.나무로 만든 대형거미는 아이들이 타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도전정신과 자신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키즈 짚와이어도 설치했고, 거미줄 형태를 활용한 그물형 놀이이설인 스파이더 놀이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진짜 거인을 만날 수 있는 ‘거인의 언덕’‘거인의 언덕’에서는 진짜 거인을 만날 수 있다. 거인의 스케일에 맞춘 미끄럼틀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거인스케일의 숟가락, 포크, 나이프로 디자인된 미끄럼틀로 마치 거인의 나라에 온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물놀이 과학체험시설인 ‘신기한 수도꼭지’는 말 그대로 신기하다. 대형 수도꼭지 조형물과 물놀이 시설인 물펌프, 수차놀이, 물 끌어올리기, 댐건설, 물레방아 등은 재미가 만점이다. 어린이 물놀이 시설로 대형 종이배 놀이조형물과 미스트 놀이시설, 폭포 등으로 구성된 ‘종이배 연못’도 재미와 흥미가 가득한 체험 공간이다.‘거인의 숲’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단위 콘텐츠가 풍부하다. 거인의 손가락과 대형의자, 미끄럼틀 등의 거인 콘텐츠에선 아이들이 놀 때 부모들이 증강현실 동영상을 찍어주면 놀이와 증강현실 속의 동영상을 동시에 느끼고 보여 줄 수 있다. 물놀이 시설에서는 마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느낌인데, 이곳에도 증강현실이 도입돼 하늘로 배가 날아가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 LED월(Wall)-에코타운 로비에 설치로비에 설치된 LED월은 방문객들에게 전시체험관의 상징성과 이미지를 전달한다.에코랄라 테마영상, 방문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연출되는 인터렉티브 영상, 체험객의 촬영영상 등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천정 지름 20m 스크린에서 360도 써클비전 영상으로 백두대간을 모델로 하는 판타지 영상쇼도 펼쳐진다. 영상주제에 맞춰 특수조명과 특수음향시설이 같이 연동 돼 감동이 배가된다. LED월은 진입로, 석탄박물관 사택촌에서 내려오는 지점, 야외무대 등에도 설치됐다.◇ 리틀 포레스트로비의 ‘리틀 포레스트’는 대형나무와 동물모양의 의자로 조성된 에코랄라 내 숲 속 휴게공간이다. 에코스튜디오 입구홀 및 계단부에 그래픽 등을 이용해 밝고 환한 분위기를 연출해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했다.놀이시설인 동시에 스트리트퍼니처로서의 역할을 하는 조형물을 설치해 포토존이자 휴게공간으로 조성된다. 이 외에도 고흐가 남긴 명작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반 고흐 미디어아트’, 360도 써클비전과 3D사운드·4D효과로 연출되는 ‘메인 영상쇼’, ‘반 고흐클림트 레프리카 전시회’등도 선보인다.문경시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가족형 테마파크로 문경새재, 철로자전거와 더불어 문경시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8-10-01

“나도 인제 이름 쓸 수 있데이”… 호미 대신 연필잡은 어르신들

굳이 수백 년 전 선현들의 말을 새삼 인용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세상의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행위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세상의 지식’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선 가장 먼저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문해(文解)다.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엔 한글을 읽고 쓸 수 없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그들에게 세상은 얼마만한 어두움과 답답함의 공간일까? ‘문해’가 가능한 사람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30년 전쯤으로 기억된다.부산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80대 할머니 한 분이 잊히질 않는다.“해운대로 가는 100번 버스가 오면 좀 알려 달라”는 부탁을 주위 사람들에게 하고 있었다.바로 눈앞에 ‘해운대’ ‘100’이라 쓰인 버스가 와도 그걸 읽을 수 없는 심정, 평생을 문맹(文盲)으로 살아야 했던 그분의 고통을 누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어려운 시절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추진해온 ‘한글 교육’은 드물지 않게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곤 한다.일흔 살 혹은, 여든 살이 되도록 읽고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6개월~1년 남짓 한글을 배워 서툴게 쓴 짤막한 시와 수필이 젊은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것.영덕 역시 지난 2015년부터 ‘성인 문해 교실’을 열어 한글 수업과 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오보리, 영해 사진1리, 덕곡3리에서 시작된 ‘문해 교실’은 이듬해 영덕읍 생활문화교육센터에서 진행되는 합동 교육으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글을 모르고 살았던 평생의 한’을 풀었다.이와 관련 영덕군청 자치행정과 교육지원 담당자는 “해마다 ‘문해 교실’ 수강생이 증가하고 있고, 교육생들의 만족도 또한 어떤 사업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글공부는 마음공부글을 많이 배우고 싶다남한테 안 빠지게 살고 싶다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굽은 허리 유모차에 기대서열 걸음 걷다가 쉬고열 걸음 걷다가 쉬면서글 배우러 온다글 배워서 맘이라도 편하구로. ◇ 심금 울린 아흔두 살 유필순 할머니의 시영덕군 ‘문해 교실’이 해를 거듭할수록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도 많아지고 있다.늦게 시작한 할머니들의 공부 열기로 강의실이 뜨거웠던 지난 2017년.6개월의 교육 일정을 마친 수강생 15명이 수료증을 받았다.수강생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아흔두 살 유필순 할머니는 직접 쓰고 그린 시화 한 점을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아래와 같은 글이었다.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은 아니지만, 유 할머니의 진심이 담긴 이 작품은 영덕문화예술제 작품관에 걸려 방문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손수건을 꺼내 드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공자는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서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이라고 일갈했다.“감언이설과 꾸민 얼굴로는 어진 덕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필순 할머니의 글에서는 감언이설도, 꾸민 얼굴도 발견할 수 없다. 그 솔직함이 사람들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감정을 자극했던 게 아닐까?이날 문해 교육을 마친 15명 할머니들은 “이젠 나도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다. 서툴지만 간판과 이정표도 읽을 수 있어 혼자 힘으로 어디든 찾아갈 자신감도 생겼다. 손자들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주름진 얼굴에서 환하게 피어난 웃음꽃이 보기 좋았다. ◇ 배움에 끝이 없어 ‘100세 시대 맞춤교육’으로올해 역시 영덕군의 ‘문해 교실’은 수강생과 강사들이 함께 기뻐할 경사를 맞았다. 어려서 못 배운 서러움과 뒤늦은 배움을 통해 찾은 즐거움이 행간마다 담긴 할머니들의 시화 작품이 경상북도를 넘어 전국 단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영덕의 이순애(80) 할머니는 ‘엄마의 세월’이라 이름 붙인 시화로 지난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 성인 문해 교육 시화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이에 앞서 9월 초순엔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개최된 ‘2018년 경상북도 문해 대잔치’ 시화전 부문에서 김일리(82) 할머니가 입선하기도 했다.‘경상북도 문해 대잔치’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문해의 날’(매년 9월 8일)을 기념해 문해 교실 수강생들이 이룬 성과를 공유하고, 이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영덕군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경북 문해 대잔치엔 우리 군 수강생 30명도 참석했다. 이분들의 늦깎이 열정이 풍성한 결실을 맺은 것이기에 어르신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고 행사 당일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100세 시대’라는 말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사람의 배움에는 끝이 없고, 공부를 향한 열정은 나이와 무관한 것이 아닐까.영덕군은 내년에도 ‘문해 교실’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분들이 한글을 배우고 익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개발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이 믿음직스럽게 보인다. 노래 부르고 체조하고… ‘행복’ 나누는 행복학습터“우리 지역에 사는 주민 모두가 언제든지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지원함으로써 평생교육을 통한 지역 발전과 주민들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목표 아래 추진됐던 영덕군의 ‘행복학습센터 운영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지난 2015년 시작된 이 사업은 영덕군 마을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가 웃음치료, 스마트폰 사용, 짚풀공예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됐다.‘찾아가는 평생학습’으로 소규모 마을 주민들에게 의미 있고 유익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 사업은 이듬해 ‘찾아가는 마을행복학교’의 치매 예방교육과 음악수업,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의 세라믹 핸드 페인팅과 아로마 손 마사지 등으로 확대됐다. 수강 인원도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영덕군 관계자는 “마을평생교육지도자들의 적극적인 재능 기부에 참여 주민들의 흥미와 관심도가 높아 마을공동체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사업을 평가하며 “행복학습센터가 영덕 주민들의 쉼터이자 문화 향유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이를 증명하듯 ‘도비 보조사업’으로 2015년부터 3년간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영해 행복학습센터’의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는 군비 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다.또한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라는 게 영덕군청의 설명이다.영해 행복학습센터의 평생교육 과정 중 인기 프로그램은 ‘도자기 페인팅’과 ‘풍선아트’, ‘노래교실’과 ‘민요체조’ 등이었다.올 초여름엔 영덕군 강구 행복학습센터 평생교육 과정 개강식이 열려 인근 주민들의 기대감을 더했다. 오는 10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에코백 만들기, 모듬북, 퍼즐게임, 전통 탈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강구군의 행복학습센터 운영사업은 도비 지원 공모사업에 영덕군이 선정됨으로써 그 출발을 알리게 됐다.행복학습센터의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건 마을평생교육지도자들이다.경상북도는 이들을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풀뿌리 평생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8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양성해 왔다. 현재 영덕군에서도 40여 명이 활동 중이다.영덕군 마을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지만수 회장은 “우리 군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이라는 말로 회원들의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9-28

영남서 한양 가는 천리길 고된 발걸음마다 희망으로 이어진 물줄기

일찍이 인류는 강가나 해안가를 중심으로 정착생활을 하며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구미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굽이치는 낙동강 물결을 따라가노라면 신석기시대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옛 선인들의 삶과 문화,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구미는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을 기반으로 내륙 수출산업단지로 거듭날 수 있었고, 그 풍부한 수량으로 산업단지와 농업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었다. 그동안 낙동강은 구미의 산업단지가 발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됨과 동시에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휴식과 낭만을 주는 역할도 해왔다. 구미공단의 50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낙동강 이야기는 구미의 역사이며, 노동자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한결같은 모습으로 고고히 흐르는 낙동강을 통해 구미공단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해 본다.길이 525㎞, 면적 2만3천384㎢한국 4대강 중 가장 길어수월한 물 공급·뱃길 발달해고인돌·대형 고분군 등풍요로웠던 역사 흔적 산재낙동강 길게 끼고 뻗은‘영남대로·낙동나루’조선시대 가장 큰 물자 통로주요 교통요지로 발전◇ 낙동강과 구미강원도 태백시 황지(黃池)에서 발원해 영남일대의 내륙을 깊숙히 흐르는 낙동강은 한강, 금강, 영산강과 더불어 한국의 4대 강으로 불리운다.이 4대 강 중 길이가 가장 긴 낙동강은 길이가 525㎞, 면적은 2만3천384㎢에 이른다. 낙동강 1천300리 중 낙동강이라는 명칭은 상주를 기점으로 작명됐다.조선후기 역사가 이긍익(1736∼1806)이 지은 ‘연려실기술’의 ‘지리고전’편에 따르면 “낙동강은 태백산에서 나와 도의 중간을 그었으며, 남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간다.경상도의 한 도(道)는 모두 한 수구(水口)를 이루니, 낙동강은 상주의 동쪽을 말한다.낙동강의 상·하류는 지역에 따라 이름은 다르지만 통틀어 낙동강이라 부르며, 강의 동쪽은 좌도(左道)가 되고, 강의 서쪽은 우도(右道)가 된다”고 했다.이러한 낙동강 역시 시대의 흐름을 외면 할 수 없었으니 태고의 물의 흐름이 시작되면서 온 천하를 제 멋대로 자유스럽게 흘렀지만, 유역민(流域民)들에게는 기쁨과 아픔을 많이도 안겨다 주었고, 인간이 필요로 하는 식량생산의 손길이 닿으면서 강폭이 좁아지기도 했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대대적인 통제에 의해 물길이 막히고, 없어지기도 했다.하지만, 낙동강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이 지금까지도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있다. 낙동강은 구미에 물을 공급하는 생명줄인 동시에 농업과 공업 등 산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 해평면 낙산리 고분군구미지역은 오랜 옛날부터 낙동강이라는 큰 강을 끼고 있어서 취락의 역사가 길다.그로 인해 이 지역에는 고인돌과 고분들이 많다. 고인돌은 신석기시대에서 금석병용시대에 걸쳐 이뤄진 거석(巨石)기념물로, 구미시 도개면 신림리와 궁기리 지석묘군을 비롯해 해평면 낙산리 월호리, 고아읍 다식리, 선산읍 교리·생곡리·원리 등 여러 곳에 분포돼 있다.가야와 신라시대의 고분들도 구미 전 지역에 걸쳐 산재해 있다. 그 중 해평면 낙산리 고분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1990년 10월 31일 사적 제336호로 지정되었으며, 지정 면적은 22만9천245㎡이다.구미시 해평면을 지나 일선교에 이르는 도로의 좌우에 대형봉토분들이 분포돼 있다. 낙산리 고분은 월파정산고분군, 정묘산고분군, 불로산고분군 등 3개의 군집으로 이뤄져 있다.일제강점기 당시 일부 조사가 이뤄지고, 1987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박물관에 의해 고분군의 분포가 재조사됐다. 당시 고분 20여기가 발굴됐고, 1989년 아 박물관에 의해 다시 몇 개의 묘가 발굴됐다.낙신리 고분들은 확인된 것만 205기에 달한다. 봉토가 유실되거나 고분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은 것들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고분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닥치는 대로 도굴을 해 지금은 대부분의 유적들이 유실된 상태다.비록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훼손이 되었다하더라도 이 곳은 낙동강이 얼마나 지역에 많은 풍요를 안겨다 주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이곳에 남아 있는 고분들의 크기로 미뤄 고분군을 축조한 집단은 구미지역에 존재했던 정치집단의 최고 지배자들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낙동강과 영남대로조선시대 각 지역에서 서울로 가는 9개의 간선로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길이 영남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영남대로이다.960여 리에 달해 ‘천리 길’이라 불리기도 했다. 영남대로는 경상도 58개 군현과 충청도와 경기도의 각각 5개 군현에 걸쳐 있었고, 29개의 주요 지선으로 구성돼 있었다.부산 동래에서 출발하는 이 길은 경남 양산을 거쳐 밀양 삼량진, 청도 팔조령을 넘어 달성군 가창에 이른다. 그리고 대구, 칠곡 다부동, 구미 장천·해평, 낙동나루를 건너 상주로 향한다.상주 사벌에서 함창, 문경 유곡동을 지나 문경새재를 넘어 충청대로의 시작점인 충주와 용인을 지나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이 중 구미지역은 장천, 산동, 해평, 도개를 지나 낙동마루를 건너는 지점으로, 장천의 장터마을과 의우총, 해평 도리사 입구 의구총, 모례마을, 관수루 등이 좋은 구경거리가 됐을 것이다.조선 초기 간행된 ‘경국대전’과 영조 연간에 발행한 ‘속대전’에는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이 대·중·소로만 구분돼 있고, 대로만 명시돼 있어 중·소로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다만 세종실록에 의하면 부산에서 서울 가는 길 가운데 선산 및 인동 지역은 중로의 한 통과지였다. 그 전에는 일본 사절객들은 주로 뱃길을 이용해 상주 낙동에 이르고, 이후 상주읍을 거쳐 조령을 넘어 충주로 나가 한강에 이르는 길을 이용했다.이후 길이 어느정도 정비가 돼 구미 인동에서 상주, 문경을 거쳐 충주로 이동했다. 이렇듯 영남대로 구미구간은 낙동강을 길게 끼고 뻗어있다. 선비와 보부상들이 장천, 산동, 해평, 도개를 지나 낙동나루를 건너 서울로 향했다.낙동강의 수로와 육로가 모두 발달한 것이 구미구간의 가장 큰 특색이다. ◇ 경제 수로였던 낙동강구미는 낙동강 뱃길이 발달해 예로부터 나루가 많았다.특히 낙정마을과 낙동마을을 잇는 낙동나루는 영남 제일의 나루로 꼽혔다. 영남대로를 잇는 주요 나루이자, 소금을 비롯한 각종 물류의 집산기이기도 했다.물자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통로였던 것이다. 영남 각 지역의 세곡(조세로 바치는 곡식)과 부산에서 올라온 소금 등이 이곳으로 모였다.영남대로를 잇는 핵심 나루였던 만큼 조선시대에는 5척의 대형 나룻배와 도선군(渡船軍) 등 16명의 군인을 배치했고, 중앙에서 나루 관리자까지 파견했다고 전해진다.낙정마을은 주요 교통요지로 발전했다. 낙동강 물길을 통해 낙동나루터로 올라온 소금이나 공물(곡식, 특산물)이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역마나 수레가 필요했다.낙정마을은 바로 역마와 마차 등을 갈아타고, 머루르고, 쉬어가는 역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천년을 내려온 낙동강의 뱃길은 철길 개통과 함께 쇠퇴해져 갔다.1905년 초 경부선이 개통되고, 그해 말 마산선이 개통되면서 수운은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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