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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인구 10만 지킴과 증가를 동시에… ‘위대한 영천’ 만들 것”

영천시 민선 7기가 1주년을 맞았다.최기문 시장은 “지난 1년간 가장 큰 성과는 인구 10만 사수였다”며 “인구 10만을 지킴과 동시에 계속해서 증가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시민과 함께 영천의 새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최 시장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1년간 시정을 이끈 소회를 밝혀 달라.△시간이 어떻게 지나 간 지 모를 정도로 쉼 없이 달려왔다. 기자간담회 때 시정브리핑을 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지난 1년 동안 많은 일을 해냈다고 자신한다.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저를 믿고 힘이 되어준 영천시민들과 영천시 공직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취임 1년 동안 많은 일을 해냈다고 했는데 취임 당시 영천시의 모습은?△제가 기억하는 영천의 모습은 경마공원, 야사지구, 화랑설화마을 등 대형 사업들의 추진이 지지부진했다.그 어느 때 보다 영천시 공직자들의 각성과 시민들에 대한 신뢰감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었다.인구는 역대 최저치인 10만186명에 그쳤다. 10만이 곧 무너질것 이라는 여론도 지배적이어서 고향 영천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는 누구 보다 강했지만 여러모로 어려운 현실이었다.-시민들과 소통을 통한 스킨십을 늘리는 이유는.△취임 후에도 시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야 했다.매일 이른 새벽에 인력시장, 스포츠센터를 돌며 시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동시에 시민들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꼼꼼히 알기 위해 여러 단체를 초청해 민생 간담회를 이어갔다.그 결과 교통오지에 마을버스와 행복택시를 운영했다. 버스승강장 바람막이와 온열의자도 설치했다. 시민들이 참 좋아했다.지난해 영천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었다. 그래서 올 여름엔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생활하며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버스 승강장에 에어커튼을 설치했다. 살수차와 스마트 그늘막도 운영하고 있다.-공약사업들은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지난 11월 확정된 공약사업들도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각계각층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평가단을 구성했다.체계적인 공약관리로 2019년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약 메니페스토 평가에서 ‘A등급’ 우수를 받아 다른 지자체의 귀감이 되고 있다. 22년 만에 사업이 재개된 야사지구토지구획정리, 자양면 상수도 공급사업, 대구경산 광역교통 무료환승시스템 구축, 망정 우로지 생태공원 명소화 등이 핵심 공약으로 현재 잘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도 시민들과 한 약속을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기업유치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 같다. 성과는.△영천시에는 산업부지가 매우 부족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잇따라 기업 투자유치를 성공시키고 있다.지난해 8월 범시민 기업투자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1월에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고부가가치 전환육성 MOU를 체결했다.강소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뛰어 다녔다. 1년 만에 10개사 767억원 유치라는 큰 성과를 얻었다.이러한 노력들이 바탕이 돼 고용률 67.6%(전국 3위, 도내 1위)를 기록해 2019 전국지방자치단체 일자리 대상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영천시에는 기업들이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광역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지만 알짜기업들이 터전을 잡을 땅과 산업부지가 턱 없이 부족하다.지난 8일 국토부에서 남부동 일원에 투자 선도지구를 지정해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232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화산면·중앙동 일원에 하이테크파크지구도 12월 착공될 예정이다.무엇보다 시장의 권한으로 1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공영개발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0년쯤이면 괜찮은 기업들이 들어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지역 관광산업이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 되는데.△지난 10년간 답보 상태였던 영천경마공원은 지난해 10월 5일 설계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7월 중순경에는 시민들과 약속된 44만 평 규모로 경마공원 조성용 구역 지정 및 실시계획 승인 신청을 할 것이다.시민들이 사업축소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4월 행정안전부와 지방세 감면문제를 잘 협의했다. 영천경마공원은 원안 수준으로 사업이 잘 추진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지난해에는 한의마을을 열어 지역의 명소로 만들었고, 탐나라 공화국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상생협약을 체결했다.보현산 별빛축제가 경북도 우수축제로 선정돼 도비 4천만 원을 지원 받았다. 이로 인해 올해 5만 명이 넘는 엄청난 관광객들이 방문해 지역 축제의 경쟁력을 한껏 높였다.이와 함께 영천시가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가진 청정도시인 점을 십분 활용해, 장기적으로 보현산권 전역을 관광벨트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스릴 넘치는 집와이어, 별빛테마마을, 보현산천문과학관, 산림목재문화 체험관과 함께 2020년 말에 보현산댐을 가르는 출렁다리와 둘레길, 여행자센터가 구축되면 남부럽지 않은 융복합 관광자원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전국이 인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천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복안이 있다면.△수도권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지방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어 지자체 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취업난으로 결혼하고자 하는 청년들도 줄어들어 출생률도 덩달아 낮아지고 있다.영천도 마찬가지다. 자칫 사람들이 줄어들어 지역이 소멸할 수 있겠구나 하는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다.현재 영천시에서는 인구 늘리기를 핵심 현안으로 여기고 여러 지원책들을 펼치고 있다.지난해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분만 산부인과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분만 산부인과 설치가 추진 중에 있다. 출산양육지원금도 대폭 확대했다. 현재는 시의회와 다자녀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조율 중에 있다.특히 인구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교육여건이다. 이에 정부 계획보다 3년 앞당겨 초중고 무상급식을 실시해 인재들의 관외유출을 막아 내고 있다.금호 포은고등학교에 다목적강당 및 급식소를 신축하는 등 명문교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올해 신입생 모집에 정원 22명에 27명이 지원해 5명이 탈락됐다. 그중에 경산 무학중학교 출신 10명이 포은고에 입학한 것을 보면,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이와 더불어 2020년까지 장학금 300억을 조성하고 장학지원도 계속 확대한다면 인재들의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부자농촌 영천 만들기와 농가 일손난 해소 성과도 소개해 달라.△제가 취임할 때, 우리 영천 농산물이 맛도 최고, 품질도 전국 최고였다. 그러나 마케팅과 홍보가 아주 부족했다.가장 먼저 과일포장재와 영천별빛한우 브랜드 개발로 농축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지난해 울산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영천과일 축제를 연데 이어 울산 남구 직거래장터, 대구 낭만한우축제 등 대도시 행사에 참가해 판매와 홍보를 극대화했다.농촌의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 4월 완산동에 농촌인력지원센터를 개소했고, 현재 서부권, 남부권에 이어 동부권에도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구축하고 있어 농가의 걱정을 덜어 주고 있다. 농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굵직한 공모사업들도 선정됐다. 농촌 융복합지구 조성사업 등 4건에 79억5천만 원을 확보했고, 체류형 농업 창업지원센터도 최근 사업을 완료했다.농산물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도 2021년도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추진 중에 있다.-지난 1년간 가장 큰 성과와 향후 시정방향은.△인구 10만 사수가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영천시의 인구는 지난해 7월 역대 최저치인 10만186명이었다. 지난달(6월) 말 기준 인구는 10만2천154명으로 2천여 명이 증가했다.연초 상주시가 인구 10만이 붕괴돼 상복을 입고 출근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영천시는 인구 10만을 지킴과 동시에 계속해서 증가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다.우리 시가 반드시 추진해야 될 과제는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과 하양에서 영천경마공원까지 6차로 확장이다. 특히 지하철 연장은 반드시 이뤄야 한다. 경기도 여주시는 지하철과 롯데아울렛이 들어오면서 5만 명이나 증가했다. 영천시도 지하철이 들어오면 엄청난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이 행복해 하고 위대한 영천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영천/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19-07-09

혈연이 채운 족쇄, 연좌제(緣坐制)

임금이 세종으로 바뀌었다는 바로 그 해, 1418년 12월 초순이었다. 삭풍이 몰아치는 길등재를 넘고 휑한 방산천을 따라 내려와 장기현에 도착한 초로(初老)의 한 선비가 있었다.그의 이름은 이원강(李元綱)이었다. 바로 이조참판이던 이관(李灌)의 숙부이다. 11월 26일 벌어진 강상인(姜尙仁)의 옥사(獄事)에서 이관은 참형(斬刑)에 처해지고 이원강은 장기현으로 유배가 결정되었는데,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이원강이 여기까지 온 내막을 알기 위해서는 세종 즉위년에 피바람 몰아쳤던 그 강상인의 옥사에 대해 짚어봐야 한다.1418년 8월, 태종은 18년간의 통치를 마감하고 세자인 충녕에게 임금 자리를 넘겨준다. 하지만 조선 임금 중 가장 정치력이 뛰어났던 태종이 그대로 물러 날리는 만무했다. 자신이 왕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정적들이 제거되었으니, 이들의 잔여세력들이 공격해올 것이 분명했다. 또 세종은 장자가 아닌 셋째아들이다. 그것도 나이 스물두 살에 왕위에 올랐으니 공신세력과 외척세력들에 의해 휘둘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태종은 임금 자리는 넘겨주지만 자신이 상왕(上王)으로 있으면서 병권과 국가적 대사는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했다. 상왕이란 임금이 생존해 있으면서 왕위를 다음 임금에게 물려주었을 때 물러난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실상 한 나라에 두 임금이 있는 셈이었으니, 과연 정치력 9단의 태종다운 처세였다.그 무렵 중앙무대에는 공신인 강상인과 외척인 심온(沈溫)의 세력들이 버티고 있었다. 강상인은 태종의 최측근 가신(家臣)으로 태종 즉위와 함께 원종공신(原從功臣)이 된 인물이다. 이후 순금사 대호군(巡禁司大護軍)을 거쳐 태종이 세종에게 양위를 선언하기 직전인 7월에 병조참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참판이었지만 병조판서 박습(朴習)과 함께 병조의 일을 총괄하고 있었으니 의심 많은 태종에게는 은근히 걱정거리였다. 심온은 개국공신 청성백(靑城伯) 심덕부(沈德符)의 아들이기도 했지만, 세종의 장인이었다. 현직 영의정이고 왕비 소헌왕후 심씨의 아버지이다. 그를 따르는 육조(六吏曹)의 관리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의 동생 심정(沈泟)은 군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도총제(都摠制)이면서 병조참판 강상인과 뜻을 같이하고 있었다. 이 세력들이 태종에게는 항상 마음에 걸렸다. 태종은 강상인과 심온의 세력들이 제거되어야 앞으로 세종이 제대로 된 왕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태종이 벼르고 있던 참에 두 세력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1418년 8월 15일, 강상인과 도총제 심정 등이 궁궐을 수비하는 금위군의 편제를 보고도 없이 바꾸어버린 것이다. 금위군이란 궁중을 지키고 임금을 호위ㆍ경비하던 친위병을 말하는 것인데, 원래 한 개의 편제이던 군대를 둘로 분리하여 태종이 거처하는 수강궁과 세종이 거처하는 경복궁을 나누어 수비하게 했던 것이다. 이 일은 당연히 병권에 관계되는 것이므로 태종에게 보고하여 처리해야할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세종에게만 보고를 하고 태종을 무시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태종이 전날 강상인에게 병조에 근무할 괜찮은 사람 하나를 천거하라고 했더니 보고도 없이 자기의 친동생 강상례(姜尙禮)를 채용하고 병조 사직(司直)이라는 벼슬을 줘버렸다. 사직은 서울의 각 문(門) 가운데 일부의 파수(把守) 책임을 맡는 등 군사적으로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는 직위였다. 태종이 강상인에게 이 일의 자초지종을 캐묻자 강상인은 세종이 시켜서 한 일이다라며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다.왕권을 양위 한다는 뜻을 밝힌 지 보름도 안 되서 벌써 이들이 병권을 좌지우지하는 기류가 감지되자 태종이 진노할 일이었다. 태종은 그동안 믿고 병권까지 맡겼던 강상인의 마음을 떠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 실험으로 그의 충성심을 관찰해보았다. 결국 태종은 강상인은 간사하고 자신을 속이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제 강상인을 제거해야할 구실만 남아있었다. 이참에 강상인 뿐 만 아니라 왕실의 외척인 심온과 그를 따르는 병조(兵曹)와 이조(吏曹)의 무리들도 함께 제거할 작정이었다.태종은 곧바로 관련자들을 불러 보고도 없이 군대의 편제를 제멋대로 바꾼 일에 대해 심문을 했다. 일이 터지자 반대세력이었던 좌의정 박은(朴訔) 등은 정적들을 제거할 기회는 바로 이때라고 생각했다. 이에 반대세력들은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며 강상인을 비롯한 박습 등 병조 관리들을 모두 중죄에 처하라는 탄핵상소를 계속해서 올렸다. 태종은 어떻게든 이 일에 심온을 끼워 넣어 그를 권력에서 배제시킬 방도도 찾았지만, 이 사건과 심온의 관련성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래서 태종은 관련자들이 원종공신이고 그 동안 자신을 섬긴 노고를 참작해 이번만은 경고차원에서 넘어가려 했다. 하여 강상인과 심정(沈泟), 병조판서 박습의 공신녹권(功臣錄券)과 직첩(職牒)을 회수하고 이들을 모두 고향 근처로 귀양을 보냈다. 하지만 반대세력들은 이정도 처분으로는 분에 차지 않았다. 형조 판서 김여지(金汝知)·대사헌(大司憲) 허지(許遲)·좌사간(左司諫) 최관(崔關) 등이 연합상소를 올려 더 강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태종은 이에 못 이겨 강상인을 다시 함경남도 단천(端川)의 관노(官奴)로 보내고, 박습과 병조정랑과 좌랑 등도 더 먼 극변으로 이배시켰다.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되는가 싶었다.그런데, 또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해 9월 8일, 영의정 심온이 세종 즉위 사실을 명나라에 알리기 위해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그가 중국으로 떠나는 날 연서역에는 실세인 그를 전별하러 나온 관리와 양반들의 마차가 한양거리 전체를 뒤덮을 정도였다.그 사실을 그해 11월경에야 알게 된 태종은 위기를 느꼈다. 외척에 대한 지지 세력이 크다는 것은 곧 왕권이 약해지는 것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래서 태종은 일찍이 자신이 왕위에 오르는데 큰 공을 세웠음에도 처남인 민무구·민무질 형제를 죽여 없애는 비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신하들 중에는 앞으로 청송 심씨 일가의 세도를 염려하고 진작부터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반대세력들은 이때도 놓치지 않았다. 평소 강상인과 심정에게 유감을 품고 있던 병조좌랑 안헌오(安憲五)가 태종에게 이들이 오래전부터 “군사는 마땅히 한 곳(세종)에 돌아가야 한다”며 태종의 병권 장악을 비난해 왔다고 밀고했다. 격분한 태종은 이들이 병권을 이용해 역모를 모의했다고 몰아붙였다. 경남 사천에 유배 중이던 박습과 함경도 단천에서 관노로 있던 강상인을 압송해와 취조를 했다. 박습은 그런 일이 없노라고 부인했다. 강상인은 열흘 넘게 받은 압슬형(壓膝刑)의 모진 고문 끝에 자백을 하게 되었다. 그의 자백은 자신이 심정, 이관(李灌)과 같이 태종은 병권에서 물러나고 세종에게 모든 왕권을 넘겨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종이 바라는 자백은 이것이 아니었다. 외척의 우두머리인 심온과 관련된 진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태종은 강상인에게 또 압슬형을 가했다. 강상인은 고문에 못 이겨 심온도 자신들과 뜻을 같이했다는 취지의 자백을 했다. 태종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노하며 “주모자는 심온이다. 모든 역모는 심온에게서 나왔다” 며 외쳤다. 태종은 전 병조판서 박습을 다시 불러내어 더 모진 압슬형의 고문을 가해 강상인의 진술과 같은 취지의 자백도 받아냈다.이제 태종의 각본대로 모든 그림이 나왔다. 그 각본이란 게 강상인의 옥(獄)을 심온에게까지 연결시켜 심온도 함께 제거하는 것이었다. 1418년 11월 26일, 태종은 백관을 모아 놓고 강상인·박습·심정·이관은 모반대역(謀叛大逆)로 처단하라고 했다. 그때까지 심온은 명나라에 있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일부 신하들은 심온이 명나라에 있으므로 그와 공범들을 대질시켜 심온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고 처단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박은은 대질심문 없이 심온을 모반죄로 처벌하자고 주장했다.의금부 관리들은 백관들이 보는 앞에서 수레에 강상인을 묶어 사지를 찢어 죽였다. 강상인은 죽기 전 수레 위에서 ‘사실 나는 죄가 없는데 고문에 못 이겨 허위자백으로 죽는다’며 울부짖었다. 나머지 사람들인 박습·심정·이관 등은 서대문 밖 근교에서 목을 베어 죽였다.태종은 심온이 명나라에서 수작을 부리고 돌아오지 않거나 아예 도망할 염려가 있으니, 의금부 진무(鎭撫)를 급파하여 압송해 오라고 했다. 심온은 사은사에서 돌아오는 즉시 의주(義州)에서 기다리던 금부진무 이욱(李勖)에게 체포 되었다. 압송 도중인데도 태종은 사람을 보내 수원(水原)에서 만난 그에게 사약을 내려 처형하였다. 죽기 전 심온은 금부진무에게 ‘명나라에 들어 간 뒤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태종을 한번만이라도 만나게 해 달라’고 청을 하였으나, 태종은 사람을 시켜 ‘이미 죽은 사람들인데 누구와 대면하겠다는 말인가’라며 냉정하게 거절했다.이게 강상인 옥사의 전말이다. 강상인의 옥사는 병권을 남용한 그의 개인적인 과오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태종의 병권에 대한 집념 및 외척 경계에서 빚어진 것이었다.‘기재잡기(寄齋雜記)’ 등 야사(野史)에는 심온이 사약을 받으면서 원수지간이 된 박은을 원망하며 자자손손 박씨들과는 혼인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심온의 신도비명에도 이러한 유언을 한 연유가 기록되어 있다. 청송 심씨와 박씨가 서로 혼인을 하지 않는 가승(家乘)은 이래서 생긴 일이다.의금부 제조(提調) 유정현(柳廷顯) 등은 심온의 아내 안씨 또한 천안으로 유배를 보내 종으로 삼기를 청했다. 결국 안씨는 의금부의 여종이 됐다. 이들은 심온의 딸인 왕비 소헌왕후 심씨도 죄인의 여식이므로 폐위해야 한다고 주청을 했다. 그러나 세종이 극구 나서서 말렸다. 태종은 소헌왕후가 많은 자손을 낳았고, 세종과 금슬이 좋다는 이유를 들어 폐출은 시키지 않았다.이 사건은 외척세력이 커짐을 염려한 태종과 좌의정 박은의 무고로 밝혀져 뒤에 문종은 심온의 관직을 복위시키고 안효(安孝)라는 시호를 내렸다한편, 이 옥사에서 참형을 당한 이관은 조선전기의 문신으로 충청도경차관, 사헌부집의, 경기도관찰사, 이조참판을 지냈다. 아버지는 고려와 조선 초기 국가 행정을 총괄하던 정당문학(政堂文學) 이원굉(李元紘)이다. 이 사건으로 이관의 아들 이소인(李紹仁)은 울산(蔚山)으로, 형 이약(李鑰)은 통천(通川)으로 유배를 가 모두 관노가 되었다. 이관의 숙부 이원즙(李元緝)은 평해(平海)로, 조카 이말한(李末漢)은 거제(巨濟)로, 이백장(李伯長)은 장흥(長興)으로 귀양 갔다. 이때 숙부 이원강도 경상도 장기현으로 유배를 왔던 것인데, 모두 범죄자와 일정한 친족관계가 있는 자에게 연대적으로 그 범죄의 형사책임을 지우는 연좌제(緣坐制)의 족쇄에 걸린 것이다조선시대에는 명나라 법률인 ‘대명률’을 빌려 와 사용했다. 이 법은 ‘모반대역죄’를 아주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대역죄를 지은 본인은 능지처참하고 그의 아버지와 16세 이상의 아들은 목을 매달아 죽인다. 그의 16세 이하의 아들과 어머니·처와 첩·할아버지와 손자·형제자매 및 아들의 처와 첩은 공신가(功臣家)의 종으로 삼는다. 또한 모든 재산을 몰수하며, 백숙부와 조카는 동거여부를 불문하고 유 3천리 안치형(安置刑)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다행히 강상인의 옥사에서는 태종도 도리에 어긋남을 알았음인지 관련자들의 아들들의 목숨만은 부지하게 배려를 했다.조선시대 초기부터 일단 모반대역죄가 발생하면 연좌제에 걸린 사람이 수백 명에 이르렀다. 단종복위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이시애사건의 경우는 연좌된 사람이 300여 명에 이른다. 길고도 가혹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연좌법은 갑오개혁 때인 1894년에 와서야 폐지되었다.강상인의 옥사에 연좌되어 피해를 본 인천이씨 집안은 청송심씨 집안보다는 먼저인 1459년(세조 5), 이관의 손자 이우(李祐)의 상소로 신원이 되어 자손들도 관직에 출사 할 수 있게 되었다.역모자의 숙부라는 혈연의 족쇄를 차고, 왕권강화와 외척척결이라는 운명적 이유로 장기까지 온 이원강은 주거마저도 제한 된 ‘안치(安置)’였다. 그의 억울한 유배살이는 두고두고 장기 땅에 한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준 향토사학자

2019-07-08

고래들이 헤엄쳐와 놀다가던 그 곳, 고래불서 넓은 바다로 자유 찾아 떠나는 꿈을 꾸다

누군가 내게 어떤 색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파란색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파란색 중에서도 어떤 파란색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바다의 파란색이라고 할 것이다. 세상의 그 많은 바다 중에서 어느 바다가 그토록 아름다운 파란색을 지녔는지 궁금해 한다면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영덕 바다에 가보라고 말할 것이다.영덕, 이라고 소리 내 발음하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체온이 조금 내려간다. 한 여름 무더위와 열대야로 고생할 때 써먹기 좋은 방법이다. 나는 종종 영덕으로 상상의 피서(避暑)를 떠나곤 한다. 영덕, 이라고 한 번 더 발음하면 푸른 향기와 함께 파도 소리가 밀려온다. 언제나 상상이 현실보다 풍요롭지만, 영덕에서는 전세가 역전된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 상상 속 푸른 향기는 바다와 마주하는 순간 구체적으로 분명해진다. 영덕 바다에서는 시원한 쿨워터 향수의 내음이 난다. 박하 성분이 들어간 샴푸 향기가 나기도 한다. 파도에서는 쌀 씻어 안치는 소리, 연극이 끝난 후의 박수소리가 들린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청포도의 온도와 쪽빛 실크 블라우스의 감촉을 지닌 영덕 바다에서 나는 죄 지은 것도 없이 죄인이 된다. 수평선을 훔친 내 눈이 푸른 수의(囚衣)를 입고 푸르디푸른 감옥에 갇힐 때,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나기도 싫은 자발적 유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영덕에 가면 그 푸름에 그냥 눌러앉고 싶어진다.망망대해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고래의 꿈을 꿨다. 푸른 바다로 뛰어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내 불완전한 욕망이 꿈에서 고래를 통해 이루어진 모양이다. ‘고래’는 오랫동안 희망의 메타포가 되어 왔다. 어민들에겐 지금도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송창식은 노래했다.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고래 사냥’) 가자고. 1975년의 ‘고래’는 잡으려면 잡힐 것 같은 꿈이었다. 피땀과 눈물의 바다 위에 “잘 살아보자”는 뱃고동 소리가 메아리치면, ‘중동 건설 붐’이라든가 ‘수출 100억불’ 같은 신화들이 커다란 고래가 되어 잡혀들었다.그로부터 30년 후, 바비킴은 다시 노래했다. “파란 바다 저 끝 어딘가 사랑을 찾아서 하얀 꼬릴 세워 길 떠나는 나는 바다의 큰 고래. 이렇게 너를 찾아서 계속 헤매고 있나. 저 하얀 파도는 내 마음을 다시 흔들어 너를 사랑하게 해”(‘고래의 꿈’)라고. IMF라는 풍랑이 그친 바다에 ‘자수성가’라든가 ‘내 집 마련’이라든가 하는 고래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2004년의 ‘고래’는 뜬구름 같은 낭만과 사랑의 은유, 거대한 신화에서 작고 앙증맞은 동화가 되었다.그리고 2019년, 두 고등학생 래퍼(강민수, 이진우)는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정호승의 시 ‘고래를 위하여’를 랩으로 개사해 신나게 외쳤다. “넌 내 바다에 놀러와 매일 초음파를 보내. 별이 나를 보며 hello. 아무쪼록 필요해 더 많은 고래… 넌 마음이 너무 탁해. 너를 괴롭히는 시선들을 들춰놔 봐. I don‘t give up! 꿈을 찾아 떠나가 버려”라고.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고래’는 타인의 시선이나 기성세대의 질서가 만든 ‘유리 수족관’을 벗어나 넓은 바다로 “꿈을 찾아 떠나”는 주체적 자아를 상징한다.강산이 네 번 반이나 바뀌는 동안 ‘고래’도 영덕도 다 변했다. 사실 영덕은 고래와 큰 관련이 없다. 물론 영덕에서도 저인망 어선에 밍크고래가 혼획되는 일이 가끔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고래잡이는 울산 장생포와 포항 구룡포에서 주로 이뤄졌다. 장생포에는 고래문화마을과 고래박물관이 있고, 매년 고래축제가 열린다. 그럼에도 영덕 기행문을 고래 이야기로 연 것은 병곡면의 고래불 해수욕장 때문이다. 희고 고운 모래사장이 이십 리나 펼쳐진 그 해안에 대해 말하기 위해 송창식과 바비킴, 고등래퍼의 고래 노래를 들었다.죽변에서부터 봉평, 망양, 후포 해변을 지나 고래불로 가는 길, 포크에서 레게 그리고 힙합으로 장르가 변하는 사이 당진영덕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영덕은 ‘교통 오지’의 오명을 벗었다. 송창식이 ‘고래 사냥’을 노래한 때나 지금이나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인 청춘, 다만 이제는 “삼등삼등 완행열차” 대신 KTX를 타고 서울에서 포항까지 2시간 30분, 포항역에서 다시 기차로 30분을 달리면 영덕에 닿을 수 있다. 영덕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대게지만, 먼 옛날 병곡 바다엔 대게만큼이나 고래가 우글거렸다.고래불이라는 지명은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李穡)에 의해 붙여졌다. 어린 시절 산에 올랐다가 바다에서 고래들이 흰 물줄기를 뿜으며 뛰노는 모습을 보고 “고래불”이라고 외쳤다 한다. ‘불’은 ‘뻘’의 옛말로 고래불은 고래뻘, 즉 고래가 드나드는 해안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고래가 놀지 않는 해안, 하지만 내 눈 앞에 펼쳐진 고래불 바다는 언젠가 돌아올 범고래, 혹등고래, 귀신고래를 향해 싱그러운 손짓을 하고 있었다. 저 수평선은 푸른색의 고향일까, 물결이 끊임없이 새 파랑을 새파랗게 새파랗게 해변으로 밀어 보내면, 백설탕처럼 고운 모래가 파랑을 사랑으로 바꿔 해변을 나란히 걷는 연인의 발뒤꿈치를 달콤하게 적셨다.고래들이 헤엄쳐 와 넉넉히 놀다 가던 고래불에서 사람들은 모두 고래 분수처럼 시원한 웃음을 공중으로 쏘아 올렸다. 그 웃음이 바다를 더 파랗게 물들였다. 연인들은 해변을 걷고, 걷다가 모래 위에 하트를 그리거나 서로의 이름을 적고는 파도가 그걸 지울 때마다 안타까워했다. 그 모습을 부러워하며 해수욕장을 나서자 소나무 숲에 조성된 고래불국민야영장에는 형형색색 텐트들이 만화 ‘스머프’처럼 아기자기한 동화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어른들은 텐트 앞에 모여 앉아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물놀이장에선 아이들의 물장구 사이사이로 무지개가 반짝였다. 연인과 가족, 친구들이 그려내는 여러 사랑의 풍경들이 고래불 해수욕장의 얼굴이다. 어느 책 제목을 빌면, 고래불에서 우리는 ‘바다의 얼굴, 사랑의 얼굴’(김얀)을 볼 수 있는 것이다.영덕군이 동해안을 따라 고래불에서부터 축산항, 대게 공원으로 이어진 해파랑길을 ‘블루로드’라고 이름 붙인 이유를 알겠다. 고래불에서 나와 대탄리의 ‘해맞이공원’으로 가는 내내 차창 너머로 푸른 그림들이 늘어선 화랑이 열린다. 자연이라는 거장의 작품들, 해맞이공원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풍력발전단지의 거대한 풍차가 푸른 바람을 일으킬 때마다 몸이 떠오르고 등에서 날개가 돋아나는 것만 같았다. 영덕 바다의 푸른빛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수평선 끝까지 날아가고 싶게 만드는 아득한 신비감과 황홀감이 있다. 그보다 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는 어디에도 없다.푸른 바다는 넓고 높은 사람을 낳아 기른다. 영덕은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동쪽으로 갈수록 점차 낮아져 동해와 닿는다. 북동쪽에는 태백산맥의 분수령인 칠보산과 등운산이 솟아 있고,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어깨에 바다를 짊어지며 동해를 향해 달려가는 지형이다. 서부산지에서 발원해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과 송천 등 영덕 땅을 흐르는 물줄기들은 영해평야와 영덕평야, 금호평야를 이룬다. 이 천혜의 자연 속에서 목은 이색과 신돌석 의병장이 태어났다. 두 분 다 영덕 출신으로 영해에는 목은 이색 기념관이 있고, 축산에는 신돌석 장군 유적지 및 생가가 있다. 시를 6천 수나 짓고 “붓을 잡으면 곧 써 나가기를 마치 바람 불고 물 흐르듯 하여 조금도 막힘이 없었다”던 천재 문장가와 일본군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태백산 호랑이’의 자취와 숨결을 느껴보는 것 또한 영덕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감동이다.신돌석 장군 유적지에 바윗돌 들기 체험장이 있는데, 제일 큰 돌을 들어 올린다고 객기를 부렸더니 허리가 뻐근했다. 휴식이 필요한 시간, 다행히 강구항으로 가는 길에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아름다운 카페가 있다. SNS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 연인과 함께 데이트하기 좋은 핫플레이스로 소문난 집이다.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칠한 외관이 카리브해의 카페를 연상시키는 ‘카페 봄’에는 통유리로 된 포토존과 야외 데크가 있어 바다를 가까이서 만끽하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기 좋다. 이곳 카페에 오면, 젊은 연인들은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거나 푸른 바다와 함께 보석처럼 빛나는 애인의 얼굴을 바라보느라 커피잔의 얼음이 녹는 줄도 모르고, 어느 노총각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속에서 천불이 나 아이스커피를 원샷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봤다고 한다.헛헛한 속을 달래려 강구항의 한 노포(老鋪)를 찾았다. 청송식당은 1976년부터 장사를 했다. ‘할배 방앗간’과 ‘머리 만들기 미용실’, ‘마법의 빵’ 등 주변 가게들과 끼리끼리 정겹고 정다운 강구시장 안에 있다. 식당이 아니라 오래된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모습, 허름한 마당을 지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기억 속에 자리한 냄새가 풍기는데 그 옛날 시골 할머니 집에 갔을 때 나던 따뜻한 내음이다. 이 집은 미주구리회 전문이다. 경북 지역에서 물가자미를 미주구리라고 부르는데, 뼈회로 잘게 썬 것을 양념초장에 무쳐 먹는다. 주인 할머니께서 미주구리회 한 접시와 특제 양념초장을 내오셨다. 초장을 회에 몇 국자 부어 젓가락으로 부지런히 무쳤다.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안에 들이니 뼈회의 고소함과 양념초장의 새콤달콤함, 그리고 매운 고추의 알싸함, 쪽파와 양파의 아삭함이 한 번에 느껴졌다. 반쯤 먹고 나머지 반은 밥에 비벼 회덮밥으로 먹었다. 밥을 주문하니 “우리 집 반찬 좀 먹어보라”며 김치와 젓갈, 멸치조림, 감자 볶은 것, 된장국을 내어주셨다.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새마을금고에 가 현금을 인출하고 왔더니 주인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마른 등을 쓰다듬고 계셨다. 아까 보았던 고래불의 푸른 파도가 두 눈 가득 차오르는 순간, 시인은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정호승, ‘고래를 위하여’)라고 노래했지만, 나는 확실히 알았다. 영덕 바다는 사랑을 위하여 푸르다는 것을.      /시인 이병철

2019-07-07

‘격’과 ‘멋’ ‘풍치’를 갖춘 놀음… 1천500년 전 청년들은 대체 어떻게 놀았을까?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1818~1883)에 기대 설명하자면 이것은 ‘토대’인가 ‘상부구조’인가? 아니, 시간을 되돌려 150여 년 전 독일로 멀리 갈 것도 없다. 이 땅의 수많은 역사학자와 사상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혹자는 “충효와 유희가 결합된 한국 정신의 뿌리”라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미륵신앙과 밀접한 한국 종교사상의 주요한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보다 젊은 학자들 가운데는 “최근 아시아는 물론, 유럽 전역을 휩쓰는 한류(韓流)의 출발점”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전 세대에선 화랑도(花郞徒)와 동일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바로 ‘풍류도(風流道)’를 놓고 오가는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사전적으론 풍류도가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원불교 대사전’의 경우 “풍류를 닦던 신라의 청소년 심신수련 조직. 화랑도(花郞徒), 낭가, 국선도(國仙徒)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신라 진흥왕대에 왕과 귀족의 자제로 조직된 이후 국가의 문무(文武) 인재를 이에서 취했다. 그 기원은 민족 고유사상으로 불교·유교·도교 등의 가르침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유습은 고려 이후에도 이어져 문화·예술 및 풍속에 영향을 미쳤다”고 쓰고 있다. 비교적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이다.반면 또 다른 사전은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풍류란 속되지 않고 멋스러우며 풍치가 있는 일, 또는 그렇게 노는 일을 말한다. 그러므로 풍류도라 함은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인격의 도야를 목적으로 하여 멋스럽게 노는 것을 말한다. 즉 노는 것을 ‘도(道)’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린 것을 이르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이해가 어렵진 않지만, 다소 피상적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이와 같은 풍류도를 둘러싼 갑론을박(甲論乙駁)과 설왕설래(說往說來)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속돼왔고, ‘역사 관련 논쟁’이라는 특성상 어떤 학자도 선뜻 어느 한쪽의 견해에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았다.개인적 고백을 덧붙이자면 ‘풍류도’에 관해 쓴 몇 권의 책과 10편이 넘는 학자들의 논문을 꼼꼼히 읽고 검토했음에도 그 맥락과 핵심을 짚어내기가 힘겨웠다.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은 기자의 한계 탓이다. 하지만 이 난감함은 풍류도에 관해선 현재까지도 원체 다양한 이론과 견해가 충돌하고 있고, 아직까지 누구나 고개 끄덕일 ‘100%의 수긍’을 이끌어낸 학설이 없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할 것이다.◆ 사학자 최광식 “풍류도는 화랑도의 지도이념”이처럼 복잡다단한 학계 풍경에서 구구한 부연 없이 ‘풍류도’에 관해 비교적 심플하게 정의하고 있는 역사학자 중 한 명이 고려대학교 최광식 명예교수다. 그는 ‘신라의 화랑도와 풍류도’라는 논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신라시대에 활동했던 화랑도는 신라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그들의 지도이념이었던 풍류도는 신라의 정신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짤막한 문장을 통해 최광식은 풍류도가 토대가 아닌 ‘상부구조’였다고 설파한다.학자에 따라 토착신앙, 불교, 유교, 도교가 화랑도의 사상적 배경이 됐다는 각각의 견해가 분분한 가운데 최광식은 화랑도의 지도이념, 즉 풍류도는 “그 어느 하나의 사상이나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사상과 이념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신라 멸망 이후에도 풍류도와 화랑도는 명칭과 사회적 기능 변화의 과정을 거쳐 고려로 계승됐다는 것이 적지 않은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런 발전적 계승은 ‘신라의 화랑도와 풍류도’의 논거(論據)처럼 풍류도가 토착적 고유 신앙을 기반으로 해 외래 종교인 유교, 불교, 도교에도 개방성과 포용성을 보임으로써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지지기반을 획득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역사학자 김태준 “풍류정신은 화랑도의 바탕 사상”앞서 말했듯 최광식은 “화랑도의 지도이념이 풍류도”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다른 하나의 단어가 자연스레 부각된다. 풍류도 혹은 화랑도와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는 풍월도가 바로 그것. 세간에선 ‘화랑도=풍월도’라고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사학자 김태준은 이런 시각을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요약·정리하고 있다. 그의 논문 ‘화랑도와 풍류정신’을 통해서다.“화랑에 대한 기록이 영성하여 모두 뚜렷한 뜻을 전달하지 못하는 가운데, 화랑의 사적을 전한 기록들이 반드시 ‘풍류’와 ‘풍류도’를 함께 전하고 있어 크게 주목된다. 그런데 이를 ‘삼국사기(三國史記)’는 풍류라 하고,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는 ‘풍월도’라 하였다. 같은 개념의 표현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이를 신라 당대의 상황에 맞춰 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풍류도와 풍월도는 모두 화랑의 사상이자, 국선(國仙·화랑의 리더)의 정신이며, 동시에 나라를 흥하게 하고자 한 이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준은 여기에 이런 주장을 덧붙이고 있다. “유·불·선 삼교를 포함한 정신이며, 사람들을 교화해 인간다운 삶을 살게 만든 사상이 바로 풍류도”라는 것.김태준 역시 ‘화랑도와 풍류정신’에서 최광식과 유사한 어투로 화랑과 풍류도(풍류정신)의 관계를 요약하고 있다. 이런 문장이다.“풍류정신은 화랑도의 바탕 사상이면서 화랑도를 일으킨 정신이었고, 지금껏 이어지는 민족정신의 바탕이기도 하다.”◆ ‘풍류도에 관한 연구’는 곧 화랑도에 관한 연구경주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역사와 문학에 관해 연구해온 강석근 박사는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풍류도는 그 개념의 정리부터가 어려운 문제”라며 “분분한 학설과 다양한 개별 학자들의 주장을 하나의 의미망 안에 묶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들려줬다. 무시무시한(?) 어드바이스였다.하지만 어떤 난제(難題)에도 해답은 존재하는 법. 풍류도에 관한 독서와 논문 읽기, 학자들의 조력(助力)을 받으며 앞으로 이어갈 연재기사의 방향을 대략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다.최광식과 김태준의 학설처럼 풍류도(풍류정신)와 화랑도는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그런 차원에서 접근을 때로는 거시화(巨視化), 상황에 따라 미시화(微視化) 해보기로 한 것이다.일단 가장 먼저 풍류도의 기원에 대해 살필 예정이다. 풍류도는 신라 진흥왕 시절 선발된 원화(源花)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학자들은 “풍류도의 역사가 원화에 앞선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이에 각각의 사학자들이 어떤 근거로 자신의 학설을 펼치고 있는지 소개할 계획이다.풍류도가 고대 신라에서 지녔던 위상과 종교와의 관계도 주요한 취재·탐구 대상이다. 신라는 씨족사회로 상호 협동하는 태도가 다른 어떤 고대국가보다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름다운 정신과 육체를 숭배하는 풍토도 강했다고 한다.대표적으로 가야국과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풍월주(風月主) 사다함은 육체와 정신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인재였다고 알려졌다. 이런 ‘아름다움에 관한 숭배’가 어디에서 연유했는지도 밝혀볼 예정이다. ‘풍류도’와 ‘화랑도’란 어원의 뿌리를 찾아보는 것도 과제의 하나다. 소도제단(蘇塗祭壇)의 무인이 변화해 풍월주가 됐다는 학설과 고조선의 고유 신앙인 부루교단이 풍류도의 모태였다는 주장 등이 이와 관련된 취재 대상이다.풍류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됐는지에 관한 궁금증도 풀어보게 된다. 운영 주체가 민간에서 국가로 변화함으로써 체계적 조직화를 이룬 풍류도는 무리를 이끄는 몇몇 리더 아래 여러 개의 문벌(門閥)을 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품과 함께 덕(德)을 지도자의 으뜸 자질로 본 풍류도의 이념도 더불어 취재하게 된다.‘풍류도’를 지도이념으로 신라사회의 리더로 활동했던 ‘화랑’이 자신들 행동의 금과옥조로 삼았던 ‘세속오계(世俗五戒)’에 관해서도 살피게 된다.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으로 요약되는 세속오계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풍류도, 화랑, 풍월도를 찾아가는 의미 있는 여행특정한 하나의 사상이나 종교에 경도되지 않고 시대의 다양성을 포용함으로써 신라의 청년리더였던 화랑의 지도이념인 된 풍류도. 사학자 김태준은 ‘화랑도와 풍류정신’을 통해 풍류도와 화랑이 당대에 가졌던 위상과 지향을 이렇게 요약했다.“화랑은 20살이 못되는 젊은 소년들이 수련하는 무리였다. ‘국선’이나 ‘성인’으로 존중된 사례들이 역사 기록을 장식하고 있지만, 한편에서 보자면 단순히 젊은 무리들의 수련단체이기도 했다. (리더였던 준정과 남모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원화’의 실패담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젊은 청소년의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으나, 사람을 감동케 하는 인격의 수련과 오랜 순례여행, 거기서 보고 들은 견문과 젊은이들의 우정이 화랑 풍류의 가장 중요한 성격이었을 것이다”1천500년 전 신라를 해석하는 주요한 키워드인 풍류도, 화랑도, 풍월도의 뿌리와 줄기, 꽃과 열매를 찾아가는 흥미로운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됐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 어린 비판을 기대한다.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19-07-04

“경제·스포츠·문화가 공존하는 경산시 건설”

3선의 첫해를 마무리한 최영조 경산시장의 바람은 ‘더 큰 희망 경산의 완성’이다.국내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산업과 경제, 문화, 복지 등 전 분야에 걸쳐 성장하고 있는 경산은 경북 3대 도시의 위상을 확고히 하며 경산지식산업지구 등 대형국책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경산발전 10대 전략으로, 미래 성장기반 구축으로 시민이 행복한 지자체를 만들고자 하는 최 시장의 목소리를 지면으로 옮긴다.-경산시장으로써 남은 3년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국책사업도 중요하지만, 대구도시철도 1호선의 하양 연장과 하양~남산을 연결하는 국도대체 우회도로의 완공, 경산 센트럴파크(상방공원)의 조성이다.-이 사업들을 이루고 싶은 이유는?△대구도시철도의 1호선의 하양 연장은 하양권역의 경제 지도를 바꾸게 될 것이다. 시민의 교통편의 증대와 대구시, 영천시 등이 어우러진 광역생활권이 형성되고 경산지식산업지구, 하양택지지구 등 주변 환경과 맞물려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로 균형 있는 지역발전에 큰 힘을 보탤 것이다.하양~남산을 연결하는 국도대체 우회도로는 국도 4호선과 국도 25호선을 연결하며 장차 남천면까지 확장돼 지역의 유통경제에 한몫하며 좀 더 풍요로운 생활도 보장할 것으로 기대한다.여기에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인 상방근린공원 문제를 해결하고자 민간자본으로 개발할 경산 센트럴파크는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는 애초 목적을 달성하고 시민의 건강과 휴양, 정서생활을 향상시키며 지역실정에 맞는 문화예술회관도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이는 시민들이 원하는 경제와 스포츠,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의 바탕이 될 것이다.-경산발전 10대 전략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지역의 우수한 자원과 인프라를 극대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 경산발전 10대 전략이다.10대 전략을 수행하고자 지난해 전문가 200여 명으로 구성된 ‘경산발전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켜 경산의 백년대계를 위한 미래지향적, 지속 성장 가능한 비전과 전략과제를 발굴하고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공직사회에 힘을 주는 것은 투명하고 정직한 인사정책이다. 앞으로 인사정책은 어떻게 실행에 옮겨지는가?△지금까지의 인사정책이 바뀌지는 않는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성실히 근무한 공직자를 우대하며 조화로운 인사로 일하는 분위기와 시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직사회를 운영할 것이다.-지난 4월 지역에서 개최된 제57회 경북도민체전은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이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제57회 경북도민체육대회는 역대 최고의 대회로 평가할 수 있으며 평가를 받고 있다.차별화되고 특색 있는 ‘스포츠 융복합체전’에 7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높은 시민의식은 도민체전 성공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이러한 단결력과 추진력은 앞으로 경산시가 어떤 일이라도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시의 공무원 인재풀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이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단체장의 역할인데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경산시는 지난해 2018년도에 이어 2년 연속 경상북도 시군평가 최우수상과 지방재정개혁 대통령상을 비롯해 대한민국 지방정부 일자리정책 국무총리상, 아시아 도시경관상, 경상북도 민원행정평가 최우수 등 총 38개 분야에서 기관표창을 받으며 우수한 행정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공직자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시민은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자신의 실력은 남이 먼저 알아주고 감추어도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인재들을 때에 맞는, 역량에 맞는 부서에 배치해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간성을 겸비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먼저 밝혀둔다.-남은 3년도 애써주기 바란다.△현재 추진 중인 현안사업을 차근차근 마무리하고 새로운 미래, 더 큰 희망 경산을 준비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 시민이 행복하고 살고 싶은 경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19-07-03

군민 모두 행복하고 소통하는 청송새 역사 쓰기위해 아직 더 달리겠다

“1년이 어느새 지난간지 모를 만큼 바빴다.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글쎄 군민들의 평가가 어떨지 궁금할 뿐이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취임 후 1년이 정말 빠르게 지난간 것 같다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민선 7기 1년을 맞아 자신을 돌아보고 또 추스렸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군민이 주인인 1등 청송 만들기”를 제1의 목표로 삼고 달려왔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면서 앞으로도 군민들과 함께 더 고민하면서 발전방안을 수립, 집행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최근 포항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윤 군수를 만나봤다.△취임 후 군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업을 5개 분야로 나누었다. 어떤 것인가.첫 번째가 농업인이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희망가득 미래가 있는 부자농업’ 만들기고, 두번째가 군민들의 ‘행복나눔 맞춤복지’ 실현하기다. 세 번째는 군민과 관광객 모두가 행복한 ‘품격높은 문화관광’ 조성, 네번째는 전략적인 투자 유치와 일자리 발굴로 ‘살맛나는 지역경제’ 구현, 다섯 번째는 군민 중심의‘군민감동 열린행정’실현이다.△어느 정도 실현됐는지.아직은 갈길이 멀다. 그러나 열심히 가고 있다. 우선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개선해가며 직원들과 군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있다. 민선 7기 기초단체장 공약 이행 실천계획평가에서 최우수등급(SA등급)을 받았는데, 작은 결과중 하나로 생각한다. 과시형·전시성 행정에 목매지 않고 주민들의 민생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 실현에 더욱 중점을 불 방침이다.△ 지자체마다 요즘 맞춤복지가 한창이다. 청송군은….5대 사업중 한 분야가 ‘행복나눔 맞춤복지’ 실현이다. 지난 1년 동안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어르신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목욕비를 지원하는 천원목욕탕 사업, 고령화 사회에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치매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치매안심센터 건립,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고령의 참전유공자들의 명예와 품위를 드높이기 위한 참전명예수당 및 보훈예우수당 인상, 장애인에게 사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어르신들이 정보를 공유해 화합할 수 있도록 설립한 현서면 장애인·노인 경제자립지원센터 등은 모두 청송군의 취약 계층과 더불어 살고자 추진한 맞춤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것들이다. 중·고등학교의 신입생 교복구입비를 지원함으로써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도 했다. 완공을 앞둔 LH 임대아파트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행복 실현 차원에서 밀어부쳤던 사업이다.△청송은 아무래도 사과 등 농업이 주요 산업이다. 농정시책 추진 방향은.‘희망가득 미래가 있는 부자농업’만들기는 농업인들이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생산에서부처 가공, 유통까지 이어지는 6차 농업이 되도록 농업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산지유통시설 지원을 비롯해 농산물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지역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여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고자 농산물 택배비 지원사업도 시작했다.청송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 품질의 사과 산지다.청송사과의 품질 향상은 물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린 잠실구장에서 청송사과 홍보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청송황금사과’의 상표권을 출원해 브랜드를 선점하기도 했다. 남북평화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청송 고품질 사과 생산 기술이 농업교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남북 농업기술 교류사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청송사과 브랜드가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7년 연속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청송 관광은….청송에는 관광자원이 많다. 주왕산을 비롯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국제슬로시티 등 글로벌 문화관광 브랜드가 적잖다. 지난해 관광객 540여만 명이 청송을 다녀갔다. 7년 연속으로 경상북도 최우수 축제로 선정된 청송사과축제는 지난해 용전천으로 장소를 옮겨 지역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한 바 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 축제는 지역 경제의 직접 매출 효과가 70억 원에 이르러 지역경제 활성화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했다. 앞으로는 ‘산소카페 청송군’이라는 브랜드에 중점을 둘 것이다. 청송의 맑고 청정한 자연환경 이미지에 공간적인 색깔을 입히자는 것이 이 사업이 목적하는 바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일자리와 투자 유치 시책이 궁금하다.전략적인 투자 유치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얼마전에 국내 굴지의 레저 사업자와 1천억 원의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자연자원을 활용한 골프장을 조성해 체류형 관광휴양도시로 만들겠다고 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다른 분야에도 여러가지 투자 유치가 진행중에 있다. 다행히 청송은 자연환경이 국내에서 가장 원형대로 보존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문의가 많다.△ ‘군민감동 열린행정’의 실현 방향은.지역주민들의 뜻에 따라 지난 3월1일자로 ‘부동면’을 ‘주왕산면’으로 명칭 변경했다. 주왕산이라는 대표 관광지를 지역 명에 포함시킴으로써 청송 발전의 브랜드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주민들의 염원이었던 청송소방서 유치를 확정해 2021년 개청을 앞둔 상태며, 군민안전보험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보험을 가입해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의의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군민 모두가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지난 5월에는 포항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환동해권 물류 중심지로 도약하는 포항시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동반 성장과 번영을 누림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도록 상생의 길을 열었다. 청송읍 LPG배관망 사업을 완공해 군민의 에너지복지를 증진시켰고, 청송읍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비 180억 원을 확보해 지역의 잠재력과 고유의 테마를 살려 경쟁력 갖춘 농촌 발전의 거점 도시 또한 육성하게 됐다. 청송군 지방 상수도 현대화 사업비 250억 원을 확보해 주민들에게 보다 맑은 수돗물을 공급함으로써 군민 건강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행정 집행의 우선 순위 결정시 가급적 군민들의 의견을 받아 반영토록 하고 있다.윤경희 군수는 앞으로 직원들과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2019년도 전국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현장중심의 소통행정, 농업 경쟁력 강화, 관광정책 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농어촌 기초자치단체 82개 군 중 종합 2위를 차지한 것과,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4월에 주관한 민선 7기 기초단체장 실천계획평가에서 종합 최우수등급인 SA등급을 받은 것 등은 모두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윤 군수는 “남은 3년도 지난 성과와 발전 기반을 디딤돌 삼아 청송의 새로운 미래 청사진을 군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면서 “솔직히 청송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마음을 모아준 군민들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앞으로 군민과 함께하는 행복청송이라는 대명제 아래 ‘미래를 열어가는 희망농촌, 함께여서 따뜻한 나눔복지, 문화로 꽃피우는 지역경제’의 3대 군정목표를 새로이 설정,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19-07-02

토사구팽 된 외척과 공신(功臣)들

태종 이방원이 왕위에 오른 지 9년째 되는 해였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1409년 10월 초순경, 한양에서 내로라하는 공신(功臣)의 아들 한명이 포항 장기로 유배를 왔다. 10월 2일 장기현으로 유배가 결정되던 날만 해도 그게 어느 쪽에 붙어있는 땅인지도 몰랐다. 한양에서 말을 타고 영남대로를 따라 9일 반이 걸려 도착한 바닷가 고을은 한없이 빈한해 보였다. 살아갈 날이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형조정랑((刑曹正郞))이라는 중앙 관리였지만 지금은 유배객의 신분이 되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의 이름은 이승조(李承祚)였다. 바로 정사공신(定社功臣)과 좌명공신(佐命功臣)으로 우의정이었던 이무(李茂)의 둘째아들이다.이승조가 장기로 유배 온 사연은 우선 태종의 정비(靜妃) 원경왕후 민씨, 제1·2차 왕자의 난, 민무구·무질의 옥사(獄事),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이무의 옥사에 대한 내막을 알아야 풀린다. 옥사란 반역, 살인 따위의 크고 중대한 범죄를 다스리는 사건을 말한다. 옥사가 일어나면 관련자들은 대부분 대역죄로 효수되거나 사약을 받아 죽었고, 가족들은 연좌되어 먼 곳으로 유배를 떠나야만 했다.원경왕후 민씨는 이방원의 정치적 내조자이자 동지였다. 뛰어난 결단력으로 남편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왕위에 오르는데 기여했던 인물이다. 그녀는 이방원이 태종으로 즉위하자, 왕비에 책봉되어 정비(靜妃)의 칭호를 얻게 된다. 1398년 8월에 일어난 1차 왕자의 난 때 민씨는 미리 변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때마침 몸이 불편한 태조 곁에서 여러 왕자와 숙직하고 있던 방원을 자신이 복통이 심하다는 것을 핑계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동생 민무구·무질과 함께 친정으로 빼돌렸던 무기와 사병을 내어주어 정도전· 남은을 기습할 수 있게 했다. 정도전·남은 등을 죽인 방원은 이성계가 기거하던 청량전으로 가 이성계의 둘째부인 강씨 소생의 세자 방석과 세자빈 심씨, 방번, 경순공주 등도 모두 제거했다. 이 난을 성공하게 도와 준 민무구·무질 형제는 이래서 태종조 초기까지만 해도 최대 공신이자 외척으로 대우를 받았다.그런데 태종은 보위에 오르자 생각이 달라졌다. 외척을 견제하기 위해 후궁을 계속 늘리는가 하면, 자신의 즉위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원경왕후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태종과 원경왕후의 불화는 정도에 지나친 투기와 후궁 문제로 인한 갈등에 그치지 않았다. 민무구 형제의 옥사를 계기로 둘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졌고 결국 폐비의 위기에까지 이른다.민무구·무질 형제의 옥은 1407년(태종 7) 7월에 발생했다. 이들이 옥사에 연루된 이유는 원경왕후와 태종의 불화도 있었지만, 이들 형제들의 경솔한 입버릇과 방자한 행동들이 원인이 되었다. 그들은 원경왕후가 낳은 양녕·효령·충녕·성녕의 4대군 중 양녕에게 의탁하여 권세를 탐했다.이들의 행동은 1406년(태종 6) 8월에 난데없이 일어난 선위파동(禪位波動)을 불러왔다. 선위라 함은, 군주가 살아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군주의 지위를 물려주는 일을 가리킨다. 보통 같은 왕조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자신은 상왕(上王)으로 물러나 있는 것을 말한다. 태종은 1404년 양녕을 왕세자로 책봉 후, 건강상의 이유로 13세의 왕세자에게 선위 표명하고 신료들의 충성심을 시험했다. 이때 민무구 형제들이 태종이 놓아둔 덫에 걸려들었다. 민씨 형제들은 ‘태종에게는 세자가 있으니 다른 왕자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함부로 하며 다니다가 협유집권을 도모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쓴 것이다.이들 형제들의 행동은 정부와 대간의 시비로 발전해갔다. 이 일로 1407년 7월, 정부와 대간이 개편되고 하륜(河崙)은 책임을 지고 좌의정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6일 후 민무구 형제의 처벌을 청하는 이화(李和)의 상소로 이들도 결국 투옥되는 옥(獄)이 벌어지게 된다.태종은 교서에서 민씨 형제의 죄목을 10가지로 열거했는데 가장 중요한 죄목이 협유집권의 도모였다. 즉, 1402년 왕이 창종을 앓아 고생하고 있을 때 그들이 몰래 병세를 엿보며 은근히 어린 세자를 세우고 권력을 잡으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신 이무(李茂)의 집에 가서 왕에 대한 불평을 토로했다는 것 등이었다. 두 형제는 대역죄인(大逆罪人)으로 몰려 연안(延安)으로 귀양 갔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원경왕후가 태종의 금령(禁令)에도 불구하고, 친정아버지 민제(閔霽)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 사실이 밝혀지는 바람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태종은 민무구 형제들의 공신녹권까지 박탈해버렸다.태종은 그때까지 생존해 있던 장인 민제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들의 생명만큼은 보전해줬다. 1408년(태종8) 민제의 병이 위독해지자, 태종은 두 형제를 귀양에서 풀어 부자가 만날 수 있도록 했고, 태종도 직접 장인에게 병문안을 갔다. 하지만 사흘이 지난 1408년 9월 15일 민제는 노병으로 죽었다. 태종이 슬퍼하고 친히 상가에 찾아가서 치제(致祭)하였으나, 곧 민무구 형제를 체포하여 제주도로 귀양 보냈다.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409년 10월, ‘이무(李茂)의 난언(亂言)’ 사건이 발생한다. 이무가 주위 사람들에게 “근일에 부산하게 민무구 형제의 죄를 청하는데, 나는 그 의미를 알지 못하겠다. 안순(安純) 등의 무리가 붕당을 만들어 매번 민씨 형제의 일을 선동해 죄를 가하려고 하는데, 상감께서 이를 어찌 알겠는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섣불리 내뱉은 이 말이 태종의 귀에까지 들어가자 큰 문제로 확대되었다. 이무와 친한 관리들이 대부분 잡혀와 역모죄로 몰려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태종은 이 사건을 빌미로 1410년(태종10) 3월 17일, 민무구 형제도 역모로 몰아 사약을 내려 처형하였다. 이를 이무의 옥사라고 한다.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1415년(태종15) 세자 양녕대군이 민무구의 동생인 민무휼·무회 형제를 고발했다. 내용은 두 형제의 언행이 불충하다는 것이었는데, 그들의 불충한 언행이 사실로 밝혀지자, 태종은 1416년(태종16) 이 형제들에도 사약을 내려 죽게 했다. 결국 원경왕후 민씨 집안은 4형제가 참혹하게 죽는 불운한 집안이 되었다. 경솔한 입버릇들이 태종의 무자비하고 의도적인 외척 숙청작업에 빌미를 제공하여 한때 누렸던 영화의 꿈도 일장춘몽이 되어버렸던 것이다.민씨 집안과 연관되어 피해를 본 이무의 집안은 또 어떠한가. 조선 건국과 2차에 걸친 왕자의 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이방원은 처음에는 쿠데타의 주역들을 정사공신(定社功臣)과 좌명공신(佐命功臣)으로 책봉하여 우대했다. 그런데 이들이 새로운 권력집단을 형성하면서 왕권을 위태롭게 하자 태종은 어떤 방법이로든 공신들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역모로 몰아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었다. 이무(李茂)도 그 대상 중 한명이었다.이무와 이방원은 삽혈동맹(6B43血同盟)을 맺은 관계였다. 그런 이무는 1398년(태조 7년)에 이방원의 오른팔이 되어 정도전 일파를 제거하는데 성공하여 정사공신에 오른다. 또 1400년(정종 2)에는 판삼군부사로서 이방원을 도와 2차 왕자의(난방간의 난))을 평정하는데 크게 기여하여 좌명공신에도 올랐다.태종이 이무를 죽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1차 왕자의 난 때 이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중간에 서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무가 태종의 처남들인 민무구 형제와 더불어 어린 세자를 세우려 하였고 그들과 같이 협유집권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명분에 불과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태종이 그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무는 문무를 겸한 문신이었지만, 누구 편도 아니었다. 여말선초의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그는 항상 이긴 자의 편이었다. 위화도 회군 후에 이인임의 무리라고 공격받았으나 회군공신이 되었고, 1392년 5월에 정몽주의 남은 무리로 탄핵받아 파직되기도 했지만, 조선왕조의 개국원종공신이 되었다. 제 1차 왕자의 난 때는 이방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정사공신이 되었다. 하지만 본래 정도전, 남은 등과 좋았는데 중간에 서서 사태를 살피다 승자를 따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무의 이런 어정쩡하고도 승자지향적인 태도는 태종에게 불충으로 비쳤고, 왕권이 제도적으로 안정된 후에는 제거되어야 할 대상 1호로 분류가 되었던 것이다.태종은 ‘장차의 반역을 말한 것도 반역을 실제로 행한 것과 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춘추공양전 금장(今將)의 의리’를 왕권강화의 수단으로 내세웠다. 이로써 공신들이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것을 억지(抑止)하고 세자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의 형성도 미연에 차단하려 했다. 병권을 오래 잡고 있던 이무가 태종에게는 큰 두려움거리였다. 문관으로 입신했으나, 문무를 겸비한 이무는 태조 초부터 죽임을 당한 그 해까지 오랜 기간 동안 병권에 간여하였다. 1396년에는 5도의 병선을 거느리고 왜구의 소굴인 일본의 이키섬(壹岐島)과 대마도를 정벌하였다. 충성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이무가 병권까지 잡고 있으면서 세자의 외삼촌인 민무구 형제들과 연결되어 있었으니, 태종으로 봐서는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었다.언젠가는 이무를 죽여 없애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태종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409년 5월, 우의정겸 판병조판사(右政丞兼判兵曹判事)을 맡고 있던 이무가 태종에게 보고도하지 않고 병조의 인사에 개입하여 민무질 형제와 친한 이지성(李之誠)의 품계와 관직을 올려 줘버렸던 것이다. 그때까지도 병권에 대해 매우 민감해 하던 태종은 1409년 10월 2일 이무를 불러 이제까지 그가 잘못한 일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창원으로 유배를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10월 5일 사람을 보내 쫓아가 이무가 안성군 죽주(현재의 竹山)에 이르렀을 때 목을 베어 죽였다. 결국 태종은 현직 우의정인 이무의 행동을 모반대역죄로 간주한 것이다.태종은 이 옥사에 다른 좌명공신과 원종공신 여러 명도 연루시켜 같이 참수(斬首)했다. 조희민·류기·조박·윤목·이빈·강사덕 등이 모두 이무와 같은 무리로 몰려 죽임을 당한 공신들이다. 이들의 가족과 친족들에게도 연좌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1409년 10월 2일 어렵게 목숨을 부지한 이무의 아들들 중 둘째 아들인 이승조(李承祚)가 경상도 장기현으로 유배가 결정된 것이다.태종이 취한 왕권강화의 희생물인 이무는 뒤에 신원되면서 아들들의 귀양살이도 풀려 다시 벼슬길에 나갔다. 이승조는 태천군수, 온성부사, 가선대부 경상좌도수군 절도사(慶尙左道水軍節度使) 등을 역임하고 남은 생을 마감했다.민무구 형제와 함께 이무를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간 난언(亂言)은 내용으로 봐서는 모반대역이 아니다. 단지 ‘막되고 잡된 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태종은 이를 빌미로 외척과 많은 공신들을 역모로 몰아 죽였다.이 사건은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겨주었다. 첫째는 입놀림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고들 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한번 내뱉은 말은 발 달린 말처럼 퍼져 나가 문제를 일으킨다. 평소 언행만 조심했더라면 이들이 목숨을 잃는 화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 너무 높은 벼슬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거를 보되 진사이상 벼슬은 하지 말라’는 경주 최부자집 가훈은 이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인 것 같다.최부자 집안에서는 왜 진사에 합격하고도 대과를 치르거나 관직을 받지 못하게 했을까. 그것은 정치나 권력자에게는 가까이 가지 말라는 꾸짖음이었을 것이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높은 벼슬을 하는 사람치고 화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다. 왕권도전으로 몰려 죽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색당파에 휩쓸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원한과 재앙을 흩뿌렸다. 사회의 미덕과 가정의 평온도 훼손되기 일쑤였다.공신의 아들 이승조의 장기현 유배는 이런 가르침을 우리들에게 남겨주고 떠나갔다. /이상준 향토사학자

2019-07-01

차다못해 흘러넘치는 통통한 살을 그 단단한 껍질에 가두느라 게, 너도 참 힘들었겠구나

유년의 추운 겨울밤이었다. 그때는 눈이 참 예쁘게 내렸다. 하얀 스웨터를 짜 입은 아스팔트 골목에 가로등 불빛이 글썽거리고, 저기 모락모락 눈발을 부옇게 지우며 따끈한 김이 피어오르는 곳엔 어김없이 영덕게 용달트럭이 서 있었다. 술 한 잔 걸친 아버지가 게 몇 마리 담은 비닐봉지 들고 휘적휘적 눈길을 걸어 집에 오면 내복 차림의 나와 여동생은 입에 침을 번들거리며 방방 뛰었다. 층간소음이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 게 두어 마리를 아랫집에 가져다주고 밥통에서 지금 막 찐 야채호빵 여러 개를 받아 왔다. 가위로 자르고 젓가락으로 쑤시고 입으로 쪽쪽 빨면서 발라먹는 게살 맛은 정말 황홀했는데,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하고 또 달짝지근한 것이 쫀쫀하다가 몰캉거리다가 이내 입 안에서 사라지면 그렇게 안타까웠다. 엄마는 살 많은 부위를 우리에게 다 주고 뾰족한 끝마디만 입에 대곤 했다. 여섯 식구가 둘러앉아 양은쟁반에 부려놓은 붉은 게를 나눠 먹던 그 겨울밤이야말로 완전한 행복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서울 소년인 내게 대게는 특별한 먹거리였다.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처럼 택배가 쉽지 않고, 수산시장에 가면 “바가지 쓴다”던 시절이다. 골목길 어귀에 찜통을 얹은 트럭이 서는 날에만 맛볼 수 있었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처럼 온 식구가 형광등 아래 앉아 게를 다 먹고 나면 엄마는 남은 껍질로 육수를 내 된장국을 끓였다. 참 알뜰하게 먹었다. 이제는 서울에도 대게 전문식당이 많이 생겼다. 수산시장에 가거나 산지에서부터 당일 택배로 받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유통 시스템이 발전하는 사이 대게는 가족의 별미에서 친구들과의 술안주로, 연인과의 데이트 음식으로 그 위상이 달라졌다. 마룻바닥에 둥글게 모여 앉아 대게를 먹던 가족들은 흙으로 돌아가거나 요양병원에 눕거나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나만 홀로 옛 동네에 남아 반지하방 창틈으로 다시 오지 않는 영덕게 트럭을 기다린다.“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 볶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것들이다”(백석, ‘여우난곬족’)백석은 1920년대 평안도 지방의 명절 풍경을 시에 자주 그려냈다. 콩가루차떡과 고사리와 도야지비계 따위는 명절 때나 돼야 먹을 수 있는 별미였을 것이다. 모처럼 맛있고 푸짐한 식사를 해 즐거워진 가족들은 “웃고 이야기하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는 놀이에 열중하며 “하로에 베 한필을 짜”고, “배나무접”을 하고,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느라 “눈물을 짤 때가 많은” 삶의 고락을 잊어버린다.백석의 시에서 국수, 무이징게국, 곰국, 달송편을 차려낸 식사가 그렇듯, 서울의 어느 가족에게도 대게를 먹는 일은 일종의 축제였다. 따끈한 김과 달큰한 비린내가 함께 피어오르는 쟁반 앞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행위는 특정한 외부 세계의 물질을 똑같이 몸속으로 들인다는 점에서 유대와 결속의 의미를 갖는다. 함께 울진이나 영덕에 가본 적 없지만, 대게를 먹음으로써 나와 부모 형제 몸속엔 붉은 피 말고도 동해의 물빛과 파도와 뜨거운 해돋이가 푸른 피가 되어 똑같이 흘렀던 것이다.‘대게’와 ‘영덕게’는 꽤 오랫동안 동의어로 여겨졌다. 많은 사람들이 대게 하면 영덕부터 떠올린다. 그만큼 영덕은 대게의 대명사로 일찍이 명성을 얻어 지금껏 대게 생산지로 제일 각광받아 왔다. 그 점 때문에 나는 영덕 대신 울진으로 대게 식도락의 걸음을 돌렸다. 시인이므로 기성의 권위와 질서, 상투성을 거부해야 한다는 건 근사한 핑계고, 사실 단순한 이유에서다. 영덕 강구항은 너무 번성한 탓에 수선스럽다. 특히 네온사인을 칭칭 두른 대게 간판과 조형물들이 천지사방 가득해 여기가 지구인지 게에게 침공당한 ‘크랩톤 행성’인지 헷갈릴 판이다. 울진 후포항도 비슷하다. 사람 없고 조용한 곳을 찾다보니 그나마 덜 ‘게판’인 죽변항으로 흘러들게 되었다.큰(大) 게가 아니라 다리 생김이 대나무를 닮아 대게다.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차 살이 단단하면 박달대게다. 즉 박달대게 한 마리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심겨진 셈이다. 영덕과 울진과 포항은 대게의 ‘메카’가 자기네 고장이라고 서로 주장한다. 자망어업으로 잡은 것만 박달대게로 인정할 수 있는데, 영덕과 포항 구룡포에만 자망협회가 있어 ‘협회’가 없는 울진의 대게는 자망으로 잡아도 ‘공식’ 박달대게가 아니라는 이상한 이야기도 들린다. 이처럼 대게 ‘원조’ 논쟁들이 대개 ‘게 소리’다. 한 바다에서 잡아 영덕에서 사들이면 영덕 대게, 구룡포에서 사들이면 구룡포 대게, 울진에서 사들이면 울진 대게가 된다는 것을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더는 다투지 말자.들숨에 게 찌는 냄새가 훅 들어오고, 날숨은 아까시 냄새에 흩어지는 죽변항을 천천히 걸었다. 죽변(竹邊)은 대숲의 기슭이다. 대게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데, 내 나름대로 깐깐한 조건을 두고 저울질했다. 그 조건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소위 ‘스끼다시’로 불리는 곁들임 음식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셋째, 외관이나 장사 수완이 세련됨보다는 투박함 쪽으로 기울어질수록 좋다. 그런 식당이라야 상차림과 가격에 거품이 안 껴 생산지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식당이 세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서 선택이 쉽지 않았지만, 상호명의 콩글리시가 정감을 일으키는 ‘대원대게센타’로 결정했다. 죽변항에서 꽤 유명한 집이다.가게 밖 수조에서 먼저 대게를 골랐다. 주인장이 울진 박달대게를 추천했다. ‘박달’ 완장을 차지 않은 ‘비공식’ 박달대게이지만 씨알이 크고, 살이 꽉 찼는지 배와 다리가 단단했다. 집게발을 거세게 흔들어대는 녀석의 등딱지에는 밤색 난낭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국산의 상급 대게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등딱지에 흰 석회와 따개비가 붙어 있는 것은 보통 러시아산이다. 박달대게 몸값을 익히 알고 있어 꽤 긴장했는데, 주인장은 내 예상보다 훨씬 싼 가격을 불렀다. 격하게 감동해서는 단 한마디 흥정도 없이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일일연속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대게를 찌는 30분이 마치 30년처럼 느껴졌다. 기다림에 목이 말라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기본 상차림은 단출하다. 미역줄기 볶은 것과 콩자반, 생선과 함께 익혀 시원한 맛이 일품인 김치, 도토리묵과 매실장아찌, 그리고 말린 도루묵 조림이 전부다. 경북 바닷가 식당에서는 말린 도루묵 조림이 흔한데, 이게 또 별미다. 천관녀 집으로 가는 김유신의 말처럼, 젓가락이 자꾸 도루묵으로 향하는 걸 겨우 멈추고는 맥주로 입을 헹궜다. 대게가 상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묵언의 수행자가 된다. 바깥의 찜통에서 몽글몽글한 김이 솟을수록 내 간절한 허기는 세월의 자욱한 안개 너머 그 옛날 영덕게 트럭이 서 있던 골목으로 달려간다. 허공에 흩어지는 저 희부연 김마저 달고 고소하구나. 찜통 앞을 지키고 선 사람은 주인장인가 내 아버지인가? “거룩하고 아름다운” 등대지기처럼 보인다. 냄새와 풍경, 추억, 그리고 게 찌는 이의 마음까지를 두루 음미할 때 비로소 게 맛을 알 수 있다. “너희가 게 맛을 알아?”라는 유행어는 그냥 우스개가 아닌 것이다.마침내 대게가 상에 올랐다. 은빛 스테인리스 쟁반 위 크고 아름다운 선홍빛 대게가 내 눈엔 수평선을 가르고 솟아오르는 태양보다 장엄하다. 일일드라마를 보던 며느리가 능숙한 가위질로 먹기 좋게 대게를 손질해주었다. 집게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살이 꽉 차다 못해 흘러넘쳤다. 이 통통한 살을 껍질에 가두느라 게도 참 힘들었겠다. 게 다리를 든 것인지 닭다리를 든 것인지 헷갈려 하면서 게살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달달하고 짭조름한 육즙이 입 안에 팡팡 터졌다. 누가 내 몸에다 게 삶은 육수를 바가지로 들이붓는 느낌이었다. 입 안에 몰아치는 육즙의 해일, 잘못하다간 입 밖으로 질질 흘리기 십상이라 나는 서둘러 ‘육즙주의보’를 발령해야만 했다. 앞니에 처음 닿을 때는 껌처럼 탄력 넘치던 속살이 두어 번 오물거림에 완전히 풀어져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그 어떤 키스도 박달대게와의 입맞춤은 이길 수 없다. 고소하고 담백하고 ‘단짠단짠’하며 슴슴하고 또 쫄깃쫄깃 탱글탱글 살살 녹는 게살 맛에 취해 음미고 뭐고 허겁지겁 게 다리를 빨아먹었다. 게살 한 입 먹고 소주 한 잔 마시다보니 어느새 테이블엔 게 껍질과 빈 소주병만 쌓여 있었다. 대게 등짝지에 눌러 담은 내장 볶음밥과 홍게 된장국까지 다 먹고서야 대게 탐미(耽味)와 탐식(貪食)을 마쳤다.먼 등대불빛을 보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게를 먹던 시절을 떠올렸다. 지난날을 추억해봤자 마음만 축축해진다. 동생에게 집게발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며 게 다리 개수까지 세어놓던 그 때가 뭐 그립다고. 귀한 박달대게를 혼자 배 터지게 실컷 먹으니 얼마나 좋아? 그런데 코끝은 왜 시린 걸까. 바닷가 시골 밤거리를 홀로 걸으면 일찍 불 꺼진 간판들이 내 어느 한 시절 같다. 그리움은 게 찌는 냄새와 고장 난 네온사인으로 오고, 외로움은 아까시 향기와 냉동창고 수은등으로 온다. 죽변항 허름한 모텔을 향해 터벅터벅, 술 한 잔과 게살 한 점이 아쉬워 편의점 들러 맥주 한 캔과 인스턴트 게살을 집어 들었다. 늦봄의 항구에 달빛이 첫눈처럼 하얗게 내려앉고 있었다. 그날 밤 꿈엔 영덕게 용달트럭이 대게 대신 그리운 이들의 얼굴을 가득 싣고 탈탈탈, 엔진 소리를 내며 기어왔다. 꿈속에서도 게 찌는 냄새가 나 코를 심하게 골았다. 잠귀로 들은 용달차 엔진 소리는 내 코 고는 소리였던 것이다.      /시인 이병철

2019-06-30

“대가야의 빛나는 전통·고령 새 역사 세우기 위해 열심히 달려”

고령군 민선 7기가 1주년을 맞았다. 곽용환 군수는 “지역 발전을 위해 성원을 보내주신 군민 여러분과 군 의회, 공직자들께 감사드린다”며 “중단 없는 군정추진으로 대가야의 빛나는 전통과 고령의 새 역사를 세우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곽 군수는 향후 계획으로 “군민 중심시대로의 변화에 부응하고 행정과 사회 전분야에 대한 혁신을 통해 군민이 감동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민선7기 1년을 돌아보며고령군 민선 7기 365일은 숨가쁘게 지나왔다. 지역 청년들과 일자리, 영농창업, 육아 정책에 대한 행복공감 토크를 시작으로 출발한 군정 1년은 각계각층과의 소통과 공감에 주력했다. 군정 방향으로 설정한 ▶활력있는 지역경제 ▶세계속의 문화관광 ▶희망나눔 맞춤복지 ▶소통하는 열린행정에도 역량을 집중했다.국가균형발전과 물류망 구축에 효율적인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엔 고령역유치추진단을 발족했다. 이들은 가장 경제적인 역간 적정거리, 철도간 연계효과 극대화, 인근 지역 접근성 용이 등의 당위성을 피력하며 고령역 유치에 노력 중이다.고령 경제의 큰 축인 낙동강 경제벨트 완성을 위해 동고령·월성·열뫼·송곡 지구에 60만평 규모의 일반산업단지가 조성 중이기도 하다.건강에 대한 관심과 여가시간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고령군의 레저산업도 각광받고 있다. 다산면과 우곡면에 다산 샤인힐 CC, 우곡 로얄파인 CC의 조기 완공으로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는 물론 세수확충을 통한 지역개발 촉진이 기대된다.창업·일자리 허브센터 설치, 공장 설립·등록 인허가 원스톱 서비스 확대, 중소기업 운전자금 확대 등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의 재투자도 유도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고령 대가야시장은 2020년까지 16억원을 투입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육성해 나간다.△대가야의 세계화·대중화고령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지역관광 발전지수 동향분석’ 결과 관광정책역량지수 부문에서 1등급을 받았다. 고령관광의 저력은 대가야의 빛나는 전통과 군민들의 단합된 힘이다.35만 명의 관광객이 다양한 체험을 즐긴 제15회 대가야체험축제는 ‘대가야의 화합’이라는 주제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의미를 담아 주목받았다. 537억원을 들여 9년에 걸쳐 완공한 대가야생활촌 개장은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가야사 국정과제의 중심인 고령군은 대가야 역사복원과 부흥을 위해 지산동 대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공동추진단 발족에 이어 지난해 8월엔 문화재청, 경남도, 전북도, 경북도, 김해시, 함안군, 창녕군, 고성군, 합천군, 남원시, 고령군 등 영호남 3개 도와 7개 시·군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3월엔 지산동 고분군의 작은 무덤에서 직경 5cm의 작은 토제 방울이 출토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령군은 가야금을 통해 대가야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열어가고 있다. 세계 현(絃)페스티벌은 지역의 대표적인 콘텐츠인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화를 위한 디딤돌로 고령군립가야금연주단과 서울대학교 국악과 초청 공연을 비롯한 그리스 전통현악기 연주, 폴란드 현악 4중주 공연 등을 선보여 가야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대가야생활촌과 함께 박물관, 역사테마관광지, 농촌체험특구를 연계해 관광객뿐 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여가활동 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농업과 농촌이 만들어가는 미래 고령농산물의 안정적 판로확보와 산지유통의 조직화·규모화·현대화를 위해 농산물종합유통센터를 확충하고, 농산물 저온저장 시설과 농기계임대사업소를 확대해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과 농업의 생산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안전하고 깨끗한 영농 지원으로 쾌적한 농촌환경도 조성 중이다. 농업기반시설 정비사업을 위해 20억원의 사업비로 영농기반확충정비사업, 재해예방노후수리시설정비사업 등도 펼친다. 새로운 소득원 개발과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 컨설팅을 실시했다.고령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가야농업기술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농업 발전을 선도적으로 이끌 소수정예 전문 농업경영인을 양성하는 과정은 새로운 농업기술 습득, 생산과 가공기술 발전, 6차산업에의 대비를 준비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19년 일반농산어촌개발 공모사업에는 총 5건의 사업이 선정돼 사업비 89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농촌거점기능 강화와 지역자원을 활용한 특색 있는 마을 조성으로 지역의 균형 개발과 살기 좋은 농촌 환경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고령국토교통부가 실시한 2019년 도시재생뉴딜 공모사업에 대가야읍 중심지역이 최종 선정돼 사업비 133억을 확보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현 정부 국정과제로 쇠퇴한 도시를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재활성화시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도시혁신사업이다.국지도 67호선 운수~용암 구간 조기 개통, 지방도 905호선 득성~나정 구간 확장, 개진 열뫼~박석진교~현풍 구간 광역도로 개설 등으로 사통팔달의 편리한 교통인프라를 구축도 준비했다.고령군 상수도 보급률은 96.3%(2018년 말)로 경상북도 군부 중 가장 높다. 40억원을 투입해 대가야읍 고아리~쌍림면 고곡리 구간에 관로 매설을 통해 상수도 사용에 불편을 겪는 1천842가구 3천500여명의 주민들에게 맑고 깨끗한 지방상수도를 공급할 방침이다. 또한 환경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소가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에도 총사업비 87억원을 확보했다. 소가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덕곡면 원송리에서 후암리에 이르는 6.5km 구간에 하천생태복원 시설을 정비하는 것이다.△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생활밀착형 복지2014년부터 시작한 대가야희망플러스는 지역연계 모금사업으로 고령군·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고령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의 협약을 통해 지역민의 기부금을 어렵고 소외된 복지 사각지대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또한 중증장애인과 거동 불편 저소득층 100세대를 대상으로 원격조정 LED 실내등 설치사업을 추진해 장애인들의 생활 속 불편 해소에 도움을 주었다.대가야읍에 영유아를 위한 교육·문화 복합건물인 ‘아이나라 키즈교육센터’는 영유아를 위한 장난감도서관, 놀이공간과 교육실을 설치해 부모와 아이가 교육, 놀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더불어 연내에 출산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원스톱 출산통합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어르신들이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먼저 개소한 치매안심센터는 경증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인지재활프로그램과 돌봄을 무료로 제공한다.올해 400여 명이 참석한 다문화 어울림한마당 개최로 지역주민과의 소통 시간을 가졌으며, 다문화가족 5쌍이 군민들의 축복 속에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군은 이들의 안정적 정착과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방문교육서비스, 한국어교육, 다문화가족 공부방, 언어발달 지원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이런 성과로 2018 의약관리사업 평가 우수기관에 올랐고, 도민건강증진사업에서 2년 연속 최우수기관이 됐다.△변화와 혁신으로 성장하는 고령고령군은 재정자립도 21.47%로 경북 23개 시군 중 8위, 군부 중 2위다. 국비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고령군 개청 이래 최초로 예산 3천억 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국·도정 협력을 위해 중앙부처를 방문해 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피력하고, 중앙부처와의 인적네트워크를 강화했다.고령군의 소통과 공감행정은 지역 현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 군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령군교육발전위원회는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로 목표액인 200억 원을 초과 달성해 교육환경 개선과 우수인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진로진학 캠프 운영, 중국 청소년과의 상호교류, 미국 루즈벨트고·워싱턴 청소년재단의 홈스테이 운영으로 글로벌시대에 맞는 국제적 능력을 갖춘 지역 인재를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이와 관련 곽용환 군수는 “거대한 변혁의 파도가 밀려오는 이때, 우리가 가진 통합과 발전의 핵심자원으로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며 “대가야의 찬란한 문화, 애민과 통합의 얼이 깃든 고령군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군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전병휴기자kr5853@kbmaeil.com

2019-06-30

초록에 맘 씻고, 바다에 땀 씻고… 이곳이 소·확·행

이탈리아 남부 도시 바리(Bari)와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Tirana)는 아드리아해(海)를 사이에 놓고 마주보고 있다.두 도시를 오가는 페리(Ferry)를 타고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채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한나절이 훌쩍 넘는 시간도 지겹지 않다.그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남부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선 수영이나 해양 레포츠를 즐기고, 아드리아해를 건너 알바니아로 가서는 한적한 시골 마을 울창한 숲 속에서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힐링(Healing)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행의 패턴도 바뀌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를 선호한다. 이탈리아와 알바니아를 묶어서 여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그렇다면 한국에서 ‘즐거움’과 ‘힐링’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지역은 어딜까?여름 휴가철이 성큼 다가오면서 깨끗하고 넓은 해변과 초록빛 메타세쿼이아 수천 그루가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숲, 여기에 명상을 통한 치유의 공간까지 갖춘 영덕군이 주목받고 있다.휴가지를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영덕 관광의 보석’이라 할 수 있는 고래불해수욕장,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새로운 인문힐링센터’를 지향하는 여명을 미리 찾아가봤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고래불해수욕장영덕군 병곡면에 길게 드러누운 짙푸른 바다는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내지르게 만든다. 바로 고래불해수욕장.사파이어처럼 반짝이는 물빛의 아름다움이 이탈리아 남부 해변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숙박 시설과 휴게 시설이 잘 정비돼 가족여행에 나선 노인과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해수욕장이니 수영과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 그 외에도 고래불해수욕장은 여러 매력을 지녔다.특히 2017년 개장한 고래불국민야영장이 가족과 연인 단위의 캠핑족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래불해변은 야영장으로 인해 여름만이 아닌 사계절 내내 찾을 수 있는 관광휴양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 영덕군의 설명이다.푸른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란 자연환경에 동물 모양의 귀여운 카라반(Caravan) 등 다양한 숙박 시설과 부대시설을 갖춘 고래불야영장은 상주-영덕간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입소문을 타면서 개장 1년 만에 6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이를 통한 수입도 7억7천만 원.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영덕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주말이면 하루 평균 500여 명이 방문해 인근 시장과 마트 등을 이용하고, 지역민 10명을 야영장 관리인으로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고래불야영장은 주차장과 샤워장 등을 유료 예약자 전용 시스템으로 운영해 편의성을 높였다. 해변과 소나무 숲을 따라 들어선 다양한 캠핑사이트는 엄마의 손을 잡고 영덕을 찾은 아이들의 웃음을 부른다.특히 각종 가전제품이 완비된 25동의 카라반은 성수기면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텐트장(110면)과 오토캠핑사이트(163면) 역시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게 고래불해수욕장의 여름 풍경이다.아동용 물놀이장과 유아 풀장의 인기도 높다. 여름 휴가 때면 최소 3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주한 중국대사도 고래불야영장을 방문했고, KBS 등 방송국의 취재 열기도 뜨겁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5천여 명의 청소년이 참가한 ‘국제 청소년 캠페스트’도 열 수 있었다.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대진해수욕장-고래불해수욕장-병곡면 백석마을’을 잇는 8km 길을 바람과 함께 달려볼 수 있다. 이 구간은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지난해 7월 고래불해수욕장을 찾았다는 지인은 “카라반이 이국적인 풍경을 선물해줬고, 소나무 사이로 들어선 색색깔의 텐트를 보면서 동화 속 풍경을 떠올렸다”며 “모처럼 아이들과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었기에 올해도 가고 싶다”는 방문 소감을 들려주며 웃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둔 현재 고래불야영장 관리사무소 전화기엔 불이 나고 있다. 매일 100여 통의 예약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는 것. 이처럼 인기 좋은 야영장이지만 영덕군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시설 보완과 이용객 편의 향상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바닥분수대와 물놀이장을 해마다 깔끔하게 보수하고, 경관조명을 설치하며, 비를 피할 공간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벤치를 만든 것이 바로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고래불해수욕장을 찾고 있으니, 영덕군 대표 관광지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영덕군의 약속을 기억할 여행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 숲과 명상센터 ‘여명’고래불해수욕장에서 바다가 주는 행복감을 만끽했다면, 이제 영덕의 숲으로 가보자.영해면 벌영리 20만 평의 땅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숲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이 숲에는 메타세쿼이아 외에도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자란다.서울의 한 사업가가 조부의 묘 주위에 한 그루씩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시나브로 지금의 거대한 숲이 됐다.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핫 플레이스’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은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압권”이라는 방문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게다가 별도의 입장료 없이 아름다운 숲을 거닐 수 있어 주머니 가벼운 데이트족들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좋아한다.사유지(私有地)라 별도의 안내판이 없기에 메타세쿼이아 숲을 찾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일까? 원래 길을 헤매는 ‘작은 모험’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닌가.여행과 명상이란 단어를 결합해 만든 인문힐링센터 ‘여명’ 역시 영덕군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 중이다. “현대인의 황폐한 마음을 다스리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한의학 원리에 기초한 기공체조도 경험할 수 있다”고 여명 관계자는 말한다.일단 힐링센터 여명에 들어가면 휴대폰, 인터넷과는 잠시 이별해야 한다. 사용이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물론 수신 자체가 불가능하다.하지만, 휴대폰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을 대신할 소소한 기쁨이 방문자들을 기다린다. 여명에선 음양오행에 맞춘 자연식 건강 식단이 제공되고, 전문 강사들은 몸과 마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울창한 숲 속에 포근히 안긴 듯 만들어진 한옥형 시설인 여명은 각종 워크숍과 세미나 진행도 가능하다.여명을 이용해본 경험자들은 “숲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평소엔 하기 어려웠던 명상을 해보고, 산길을 쉬엄쉬엄 걸으면서 삶을 돌아보는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영덕군 창수면에 또 하나의 ‘힐링 공간’이 탄생했다. 휴대폰과 텔레비전이 어지럽게 만들어내는 ‘디지털의 자극’으로부터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은 여행자들은 분명 이 소식을 반길 것이다.선비의 자태와 그윽한 기품 흠뻑병곡면 칠보산 자연휴양림영덕군이 소개하는 관광지는 고래불해수욕장, 메타세쿼이아 숲, 힐링센터 여명 외에도 많았다. 오염되지 않은 산과 바다가 준 선물들이다.1993년 문을 연 병곡면 칠보산 자연휴양림은 칠보산 동남쪽에 위치했다. 선비의 자태를 지닌 기품 있는 소나무 아래서 즐기는 휴식이 높은 만족감을 준다는 평가다.산 정상에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도 일품이다. 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은 새로움과 희망의 메타포로 사람들에게 다가온다.“칠보산에는 일곱 가지 보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황기, 돌옷, 철, 구리, 더덕, 멧돼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뭘까? 그걸 직접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면 서운하다.칠보산 자연휴양림은 산림문화관, 수련장, 등산로,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등을 갖췄다. 이곳을 찾는 나이 지긋한 관광객들은 근처에 있는 백암온천을 들르는 경우가 흔하다.고려의 빼어난 학자 목은 이색(李穡·1328~1396)이 태어난 ‘괴시마을’도 한 번쯤 돌아볼 가치가 충분하다. 기와가 멋스러운 전통가옥들이 마을을 고풍스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마을 이름을 지은 이색은 ‘고래불해수욕장’도 작명했다.망월봉(望月峰) 자락에 소담스럽게 자리한 괴시마을에선 ‘동해안 3대 평야’ 중 하나로 불리는 영해평야가 가깝다. 수려한 산세와 넓은 들을 두루 갖춘 살기 좋은 땅인 것이다.괴시마을의 집들은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200년 넘는 시간을 의연히 이겨낸 집은 하나의 ‘인격체’로 보이기까지 한다.괴정(槐亭), 영해 구계댁(邱溪宅), 영해 주곡댁(注谷宅), 물소와서당(勿小窩書堂) 등은 문화재이기도 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경험은 무엇보다 귀한 것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9-06-27

“손으로 만든 음식은 입에 남고, 머리로 만든 음식은 몸에 남는다. 가슴으로 만든 음식은 가슴에 남는다.”

전회 고기, 국수 이야기에 이어,대구, 경북의 노포를 추가로소개한다.이 식당들 역시 ‘30년 이상 된노포들’이다.“손으로 만든 음식은 입에 남고,머리로 만든 음식은 몸에 남는다.가슴으로 만든 음식은가슴에 남는다.”30년 이상 된 노포의 음식은 우리마음과 가슴에 남았다.◇ ‘가슴에 남는 음식으로 기억될 식당들한식은 ‘국과 밥’이 주인공이다. ‘탕반음식(湯飯飮食)’이다. 탕 중에도 가장 귀한 것, 앞자리는 ‘대갱(大羹)’이다. ‘대(大)’는 ‘바탕’ ‘으뜸’이라는 뜻도 있다. 으뜸이 되는 국물, 가장 귀한 국물, 대갱은 고깃국물이다. 고깃국물 중에도 “매실이나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은 국물”이다. 맑은 곰탕이 대갱이다. 경북, 대구는 향교 제사와 손님 접대가 흔했던 곳이다. 곰탕은 늘 가까이 있었다. 전남 나주도 큰 도시였다. ‘나주곰탕’이 유명한 이유다. 곰탕집 옆에는 나주 관아와 객사(客舍)가 있다.영천 공설시장에는 곰탕 골목이 있다. 곰탕 노포들이 줄지어 있다. ‘포항할매집’은 3대 전승, 60년을 넘긴 노포다. 시장통의 허름한 건물이지만, 전국으로 택배도 하는 이름난 맛집이다. 서울 유명 설렁탕 노포들은 메뉴에 곰탕을 넣지 않는다. 곰탕과 설렁탕은 다른 뿌리를 가진 음식인 줄 알기 때문이다. 곰탕, 곰국은 제사에 사용하지만 ‘설렁탕 제사’는 없다. 영천 ‘포항할매집’의 곰탕은 변형된 곰탕이다. 메뉴에 ‘살고기(살코기)곰탕’이 있다. ‘살코기로 끓이지 않은 변형 곰탕’이 있다는 뜻이다. 곰탕은 원래 살코기로만 끓인 것이다.포항 ‘장기식당’의 곰탕도 ‘변형된 곰탕’이다. 머리 고기 등이 주류다. 정갈하게 손질한 머리 고기가 아주 좋다. 운이 좋으면 우설(牛舌)도 한두 점 맛볼 수 있다. 양이 푸짐한 편이고 국물 맛도 수준급이다. 역시 3대 전승, 60~70년의 업력을 자랑한다.‘박소선현풍할매곰탕’도 노포다. ‘현풍면’은 원래 ‘현풍군’이었다가 경북 달성군에 편입된다. 오래지 않아 달성군이 대구로 편입되면서 현풍면은 대구가 되었다. 현풍면 상리에 현풍향교가 있다. 고속도로 공사 당시 인부들을 위한 음식점으로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지만 역시 뿌리는 ‘향교, 관아 있는 곳의 곰탕’이다.대구 육개장 노포는 ‘국일따로국밥’이다. 업력이 70년을 넘겼다(1946년 창업). 곱게 다진 마늘이 육개장 그릇에 얹혀 있다. 상당히 많은 양이지만 ‘마늘 추가’하는 이들도 많다. ‘경상감영공원’이 지척에 있다.‘옛집식당’은 달성공원 부근에 있다. 업력은 70년을 넘겼다(1948년 창업). 시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을 며느리가 이어받았고, 지금은 3대 전승, 아드님이 어머니와 같이 운영 중이다. 고사리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대파의 흰 부분을 사용한다. 푸른 부분을 제거한 대파는 단맛을 강하게 낸다. 인터넷에 ‘영혼을 울리는 맛’이라는 극찬이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다. 방송을 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오시는 손님 맞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야유회 등의 행사에 단체 주문을 하는 손님도 많다.‘만경관’ 옆에 있었던 ‘벙글벙글’ 집도 대구의 육개장 노포다. 업력이 50년을 넘겼다(1964년 개업). 시작은 의성 안계의 장터다. 국물이 달짝지근하고 세련된 맛이다. 반찬 중, ‘쪽파 김무침’은 압권이다. 부순 김 조금에 쪽파를 더하고 무쳐낸다. 반찬이지만 ‘시그너처 메뉴’다. 지금은 달성 화원읍 본리로 이사했다.안동 중앙신시장의 ‘옥야식당’은 육개장과 비슷한 음식이지만 반드시 ‘선짓국밥’이라 부른다. 메뉴도 딸랑 선짓국밥 하나다. 육개장에는 고사리, 토란대 등이 있어야 한다. 술꾼들을 위한 음식이라기보다 식사용이다. 이름은 ‘선지’지만 대파가 많고, 대파의 달짝지근함이 아주 좋다. 모녀가 운영하는데, 친절하고 푸근하다. ‘멀리서 왔다’고 하면 주차비로 1천원짜리 한 장을 되돌려주기도 한다.경주 ‘팔우정해장국골목’의 ‘팔우정해장국’도 노포다. 이 골목의 원조집이다. 주인 할머니의 연세가 많다. 몇 해 전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조미료,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말린 모자반으로 맛을 냈던 집이다.◇ 바다 생선 귀한 곳의 민물 생선서해안은 멀고, 동해안은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다. 안동 간고등어가 생긴 이유다.안동의 ‘물고기식당’은 이름부터 담백하다. ‘물고기’는 민물고기, 그중에서도 은어, 빙어, 피라미 등을 튀기거나 조림으로 내놓는다. 나이 드신 노부부가 운영하는데 음식 맛은 재볼 필요가 없다. 조미료, 감미료를 사용하기 전의 음식 맛이다. 반찬을 12가지 정도 내놓는데 하나같이 맛깔나다. 메뉴의 ‘피리’는 피라미다. 생선조림과 같이 내놓는 청국장도 일품이다.미꾸라지는 천대받던 물고기다. 가난한 시절, 추어탕은 괜찮은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대구 동성로의 ‘상주식당’은 미꾸라지 느낌이 없는 추어탕 전문점이다. 식당 마당 한쪽에는 늘 가지런히 손질한 배춧잎이 줄지어 있다. 미꾸라지를 곱게 간 다음, 걸러서 사용한다. ‘갈추’다. 추어탕이지만 미꾸라지는 찾아볼 길이 없다. 간장 베이스의 곱게 간 추어탕. 남매가 운영한다.다슬기는 이름이 많다.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혹은 올뱅이, 호남에서는 데사리라 부른다. 경북은 남과 북이 부르는 이름이 모두 다르다. 남쪽에서는 고디라고 부르고, 북쪽에서는 골부리, 꼴부리라 부른다.남쪽인 영천에는 ‘영천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이 있다. 고디탕은, 아마 금호강에서 잡은 다슬기로 만들었을 것이다. 추어탕과 다슬기 탕인 ‘고디탕’이 주력 메뉴다. 노포이니 실내는 어둡고 낡았다. 이른 아침부터 식사를 내놓는다. 밑반찬이 짭조름하고 먹을 만하다.안동 길안에는 길안천이 있다. 낙동강의 맑은 상류다. 작은 읍내에 ‘장터분식’이 있다. 가게 주인은 이영란 씨. 가게를 운영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노포 중 하나로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이영란 씨의 골부리 채집 기간이 30년을 넘겼다. 건강 문제로 골부리 잡이를 시작했다. 인근 길안천 바닥에는 고운 자갈이 많다. 골부리 잡이를 하느라 돌을 디디고 다니는 사이 건강이 회복되었다. 그 세월이 30년이다. 비어 있는 ‘장터분식’을 인수했다. 직접 잡은 골부리로 국을 끓인다. 맛의 비결은 간장이다. 조선간장을 고집하고 다른 곳처럼 된장을 넣지 않는다. 간장의 예전 이름은 ‘청장(淸醬)’이다. 장을 담그면 맑은 장이 위로 뜬다. 아래에는 된, 뻑뻑한 장이 있다. 되다고 해서 된장이다. 청장은 맑다. 맛도 간결하고 품위가 있다. 부추가 골부리 맛을 해친다고 아욱을 사용한다. 왜 아욱을 쓰느냐고 물었다. 그저 “고향(경북 영양 청기면)에서 그렇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경산시 하양읍의 ‘중남식당’도 수준급의 집이다. 골부리무침과 한식 밥상을 메뉴로 내세웠다. 골부리 국 혹은 무침이 나오는, 30가지 정도의 반찬이 풍성한 한식집이다. 대단한 반찬이 없으면 ‘백반집’이지만 백반집으로 부르기에는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다. 가격도 싸고 음식도 수준급이다.경주의 ‘숙영식당’도 마찬가지. 보리밥 전문점임을 내세우지만 역시 백반집이다. ‘ㄷ’ 자 집의 마당 한가운데 작은 정원이 있다. 허술한 가정집인데 내부는 깔끔하다. 음식도 수준급으로 깔끔하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음식들의 간이 거친 듯하지만, 아주 좋다.50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안동 월영교 부근의 ‘까치구멍집’도 빼놓을 수 없다. 헛제삿밥이다. 제사 모시고 나서 먹었던 나물 비빔밥이 일품이다. 간고등어를 비롯하여 제사 음식들을 제대로 내놓는다. 음식의 중심은 곰탕(대갱)과 나물이다. 예전에는 댐 건너편 관광지구에 있었다.식당은 아니지만, ‘경당종택’의 아침 밥상을 개인적으로는 최고로 친다. 평범하지만 정갈한 밥상이다. 진귀한 식재료도 없다. 일상으로 만나는 식재료로 손님맞이 상을 내놓는다. 한식의 길이다. 종부 권 순 씨의 시집살이가 50년쯤 된다.중식은 이래저래 경북, 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만두, 짜장면, 짬뽕 등은 중식의 서민 메뉴다.문경 점촌읍의 ‘영흥반점’과 대구 ‘진흥반점’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포다. 만두의 ‘대구 버전’인 납작만두는 미성당이 오래된 가게다. ‘영흥반점’은 탕수육이 유명하다. 튀김의 색깔은 희고, 소스는 맑다. 쫄깃한 찹쌀 탕수육이다. 탕수육 먹으러 왔다가 짬뽕 맛을 보고 놀라는 이들이 많다. 메뉴 중에 ‘야끼우동’이 있다. 화상노포(華商老鋪)다. 대구 ‘진흥반점’은 배춧잎 대신 김치 느낌의 채소를 사용한다. 국물 맛이 뛰어나다.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미성당’의 납작만두는 만두 부침개다. 기름에 얇게 지진 만두가 재미있다. 50년을 넘겼다.포항 토박이들은 “물회 맛은 생선과 고추장 맛”이라고 단언한다. 맹물이나 얼음, 곱게 간 얼음으로 물회를 완성한다. 별도로 만든 육수는 피한다. 상당수가 사이다와 조미료 섞은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물회 노포는 얼마 전 회, 물회 편에서 소개했다.영덕 강구항의 ‘청송식당’도 물회와 곰치국으로 유명한 노포다. 허름한 분위기와는 달리 음식은 정갈하다. 물회 맛을 가린다고 김 가루도 사용하지 않는다. ‘영덕미주구리(물가자미)물회’의 대표선수 격이다./황광해(맛칼럼니스트)

2019-06-26

숲에서… 온천에서… 바다에서 자연이 선사하는 푸짐한 ‘욕(浴)’ 즐겨볼까요

울진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경북 북동쪽 강원도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위치한 울진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순수한 자연과 다양한 매력을 가진 힐링의 공간이 있다. 또한 울진은 ‘욕(?)’을 즐기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울진에서 즐기기 좋은 욕(浴)은 산림욕, 온천욕, 해수(풍)욕으로 일명 삼욕(三浴)이라 일컬어진다.‘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으로 선정된 국내 1호 금강소나무 숲길과 더불어 울창한 산림에서 미세먼지 걱정없이 산림욕을 할 수 있고, 112km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동해에서 해풍(수)욕을, 입소문을 통해 효능과 효과를 인정받은 백암·덕구에서 온천욕까지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울진에는 명품 숲도 있다. 하늘로 곧게 뻗은 자태, 기존의 소나무와는 다른 곧고 붉은 줄기. 모양새부터 남다른 울진의 소나무 금강송이다. 금강송은 예부터 궁궐을 지을 때나 왕실의 관으로 쓰인 귀한 나무다. 특히 울진 금강송숲은 조선시대부터 황장봉산이라 하여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철저하게 보호·관리되었다. 울진에서는 금강송과 함께 할 수 있는 특별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 울진군의 새로운 관광명소 ‘금강송 에코리움’대한민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금강송 숲, 바다, 온천이 공존하는 울진은 청정 자연을 기반으로 특별한 치유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금강송 에코리움은 울진 금강송을 테마로 한 체류형 산림휴양시설로 금강송 테마전시관, 황토찜방을 비롯해 150여명의 숙식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펜션이나 콘도와는 성격을 달리 하는 에코리움은 숲을 통한 쉼과 여유 그리고 치유라는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금강송 에코리움은 울진금강소나무를 소재로 한 치유와 체험위주의 산림생태휴양을 테마로 ‘2011년 문화관광부 3대 문화권 문화·생태관광 기반사업’에 선정됐다.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솔평지) 일원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총사업비 421억원을 투입해 체류형 산림휴양시설을 조성했다.주요 시설로는 금강소나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금강송 테마전시관, 체험객의 안내 및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금강송 치유센터, 그리고 체험객의 편의를 위한 수련(숙소)동과 황토찜질방, 금강송숲 탐방로가 있다.금강송 에코리움은 체험과 휴식이 함께하는 수련시설로 금강송 테마전시관을 제외한 시설들은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울진군은 금강송 에코리움과 연계된 다양한 관광자원도 갖추고 있다. 아래 그것들을 소개한다.◆ 금강소나무숲길과 왕피천생태탐방로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1호 숲길인 금강소나무숲길은 자연 그대로를 살린 친환경적인 숲길이다. 금강소나무 원시림 보존지역으로 가장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세계 자연유산 등록을 추진할 만큼 보존가치가 있는 숲으로 그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숲길탐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백 년 된 금강소나무의 피톤치드로 지친 몸과 마음에 건강과 활력을 불어넣는 에코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일이며, 산불조심 기간에는 산림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 탐방 예약은 최소 3일전 홈페이지 (www.uljintrail.or.kr)를 통해서 하면 된다. 문의는 054-781-7118왕피천 유역은 자연자원과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2005년 환경부로부터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비롯해 멸종위기종 하늘다람쥐, 수달 등과 고란초, 노랑무늬붓꽃, 꼬리진달래 등 다수가 서식·관찰되고 있다. 생태탐방로는 각각의 주제를 가진 4개 구간이 운영 중이며, 주변에는 농업과 임업을 생업으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숨쉬고 있다. 또한 인근엔 천축산 고산습지와 국보를 간직한 불영사, 군립공원인 불영사계곡 등이 산재돼 산촌과 계곡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이름이 높다.◆ 아름다운 울진의 해수욕장112km의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울진의 해수욕장들은 소박하고 깨끗하다.흔히 알고 있는 여름 해수욕장의 분주함 대신 조용하고 평화로운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어느 해수욕장에서든 해수욕과 어항의 풍물, 그리고 배후의 절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망양정해수욕장은 근남면 산포리에 위치한다. 450m 가량 길게 해변이 이어져 있다. 불영사 계곡으로부터 흘러내리는 왕피천을 끼고 있으며, 해수욕장 바로 뒤 나지막한 언덕 위에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이 자리했다.기성망양해수욕장은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뻗은 해송과 4km에 가까운 백사장이 어우러진 곳으로 수심이 비교적 얕고 백사장이 완만한 것이 특징이다. 구산해수욕장은 우거진 송림으로 둘러싸여 있고, 백사장 길이가 400m쯤 되며 모래와 물이 깨끗하기로 소문난 해수욕장이다. 근처엔 관동팔경의 하나인 월송정이 위치해 있다.북면 나곡리에 자리한 나곡해수욕장은 아름다운 바위섬 경치가 해금강을 방물케 하는 곳이다. 20분 거리에 덕구온천이 있으며 규사 성분의 백사장이 600m 가량 넓게 펼쳐져 있다.후정해수욕장은 푸른 소나무와 모래밭이 매혹적인 해수욕장으로 죽변항을 끼고 있다. 봉평해수욕장에서는 야영도 가능하다. 2~3분 거리에 울진봉평신라비가 있고, 죽변항이 인접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후포해수욕장은 울진군에서 가장 남쪽인 후포면 삼율리에 위치했다. 깨끗하고 고운 모래톱이 인상적이며, 해수욕 외에 후포항에서 싱싱한 회와 어패류를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해양레포츠의 천국 울진천혜의 자연 조건을 활용한 울진의 해양레포츠센터는 국내 최대의 스쿠버 풀로 해양스포츠 체험관광지인 동시에 교육훈련장이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문의는 054-781-5115. 후포 앞바다에 위치한 요트경기장은 해양레포츠의 중심에서 코리아컵요트대회, 전국윈드서핑대회 등을 개최했고, 앞으로도 각종 대회가 치뤄질 예정이다. 요트학교에서는 요트를 비롯한 해양레포츠 체험이 패키지로 진행되며,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예약 문의는 054-788-4777.후포 등기산스카이워크는 국내 최대 길이인 135m, 폭 2m, 높이 20m로 조성돼 있다. 강화유리 구간 밑으로 아찔하지만 아름다운 후포 바다를 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설치된 선묘룡 조형물은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일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다. 또 등기산스카이워크가 위치한 등기산공원에는 등대 미니어쳐 공원과 신석기유적관도 자리하고 있다.◆ 빼놓으면 아쉬운 울진의 계곡들울진 덕구계곡은 응봉산(일명 매봉산)에서 온천이 있는 덕구리까지의 계곡으로 중간에 선녀탕, 옥류대, 무릉, 형제폭포 등이 자리했다. 특히 계곡 중간지점에 위치한 용소폭포는 용이 지나간 듯한 꿈틀거림의 흔적이 암벽에 새겨져 있으며, 그 위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신선계곡은 백암산의 숨은 비경이다. 선시골 계곡이라고도 불리며,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하게 덮여있고 계곡 곳곳에 수십 개의 늪과 담이 있다. 물이 맑고 깨끗하며 갖가지 형상을 한 바위들과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자아낸다. 특히 일급수에만 서식한다는 도롱뇽 같은 생물도 간간히 발견할 수 있다.불영계곡은 행곡리에서 금강송면 하원리까지 15km에 이르며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 푸른 물이 절경이다. 1979년 12월 11일 명승 제6호로 지정되었으며, 여름철에는 계곡 피서지로, 봄·가을에는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겨울철 설경 역시 아름답다. 의상대, 창옥벽, 조계등, 부처바위, 중바위, 거북돌, 소라산 등 온갖 전설이 얽혀 있는 절경지들도 많아 관광객의 호기심도 자극하는 곳이다./주헌석기자 hsjoo@kbmaeil.com

2019-06-26

정몽주의 무리이니 경상도 장기현 유배를 명하노라

조선조 맨 처음 포항 장기로 유배를 온 설장수(偰長壽)는 위구르족(Uighur) 출신으로 고려에 귀화한 사람이다.원나라에서는 위구르를 고창(高昌)이라고 불렀는데, 설장수의 아버지인 설손(偰遜)은 고창 설(偰)씨의 후손이다. 원나라에서 중앙관료로 활동하였던 사람들 중에는 고창 설씨 가문이 막강했다. 이는 시조가 칭기스칸에 협조한 공로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문이 유학을 수용하고 자녀들의 교육에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시조인 위에린테무르(岳璘帖穆爾)는 무신이었지만 자식들에게 논어·맹자·사서 등을 공부시켰다. 때문에 그의 가문에서는 과거 합격자가 줄줄이 나왔을 뿐 아니라 설손의 3대 조부는 원사(元史) 열전 중 충의(忠義)편에 기록될 정도로 뼈대 있는 가문이 되었다.설손은 원나라 황실 교육기관인 단본당(端本堂)에서 황태자에게 경전교육을 담당했다. 이 때 고려 충숙왕 둘째 아들인 빠이앤티무르(伯顔帖木兒:공민왕)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고려는 원나라의 강요로 왕자를 원나라에 보내 일정기간 머물게 하고 원나라 공주를 정비(正妃)로 맞아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게 했다. 빠이앤티무르는 원 왕실에 숙위로 와 있는 신분이었으나 설손과 가깝게 지냈다.원나라는 순제(順帝) 치세로 내려오면서 정치적 혼란으로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설손은 이제 원나라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과거 공민왕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모든 가산을 정리하고 식솔들을 거느리고 고려로 왔다. 살길을 찾아 나선 망명이었다. 이때가 공민왕 8년(1359) 12월, 설장수의 나이 18세 때였다.반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던 공민왕은 옛 친구이자 망명객인 설손에게 극진한 예우를 했다. 그에게 고창백(高昌伯)이라는 칭호는 물론이고 전답과 살 집을 마련해 줬다. 이로써 위구르 최고 명문가이던 고창 설씨의 종가(宗家)가 중국에서 고려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고려로 온 설손은 이듬해인 1360년에 설장수 5형제를 남기고 죽었다. 공민왕은 다섯 아들 중 맏이였던 설장수를 특히 아꼈다. 부친의 상중이었음에도 설장수가 과거시험을 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다. 1362년 치러진 과거시험에서 설장수를 포함한 총 33명이 합격했다. 합격자 중에는 조선 개국의 기초를 연 정도전(鄭道傳)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도전과 설장수는 과거시험 동기라는 인연으로 친하게 된다.한편, 설장수의 삼촌이었던 설사(偰斯)는 원나라가 망하자 1367년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에게 귀부(歸附)하였다. 이후 설사는 공민왕 18년(1369년) 4월과 19년(1370년) 5월 각각 고려에 사신으로 왔다. 그는 반원정책을 추진하던 공민왕을 고려왕으로 봉한다는 주원장의 임명장과 옥새를 갖고 와 고려왕에 대한 책봉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공민왕은 명나라 조정 유력자를 숙부로 둔 설장수를 명나라에 보내 외교문서와 선물을 전달했다. 탁월한 외국어 실력과 인맥까지 갖춘 설장수가 원·명 교체기에 중국전문 외교관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그러나 1374년, 공민왕이 피살되고 친원정책을 추진하던 이인임(李仁任)이 정권을 장악하자 설장수의 외교활동에도 검은 구름이 깔렸다. 이인임 일파는 우왕을 추대하면서 명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18년 만에 다시 원나라와의 외교관계를 재개하였다. 이인임 정권의 친원정책은 고려 개혁소장파들로부터 격렬한 반대를 불러 왔다. 하지만 정도전·정몽주·이숭인·김구용·권근 등 개혁소장파들은 고려를 방문한 북원의 사신을 영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가 오히려 유배를 가게 되었다.개혁소장파와 뜻을 같이 했던 설장수도 중앙관계에서 밀려나 원주 목사를 역임하는 등 지방으로 전전했다. 그러면서도 반원파인 정몽주·김구용·박의중·이숭인·박상충·하륜· 정도전 등과는 자주 교류하면서 고려왕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고려후기 대학자 목은(牧隱) 이색(李穡) 계열의 문인들이었다.1391년 설장수는 왕세자 석(奭)이 명나라 황제를 조현(朝見)하러 갈 때 사신으로 갔다. 그런데 이것이 가장 친한 친구였던 설장수와 정도전이 결국 숙적(宿敵)으로 갈라서는 원인이 됐다. 이들의 우정이 지속되었던 마지막 시점은 대략 1391년 9월까지였다. 1389년 이성계·심덕부 등은 창왕을 폐위시키고 공양왕을 왕위에 올린 적이 있었다. 1391년에 와서 공양왕 옹립에 공을 세웠던 9명의 관료들이 ‘정난 9공신’으로 책봉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성계·정도전·정몽주·설장수 등은 생사고락을 같이한 정란 9공신 동료였다. 그러나 정난공신으로 일시적 정권을 장악한 정몽주는 급진 개혁파인 이성계와 정도전을 정계에서 축출해버렸다. 그 무렵에 공양왕의 왕세자 석(奭)을 명나라에 조현(朝見)이라는 명목으로 보내면서 설장수를 특사로 딸려 보낸 것이다.세자의 명나라 조현은 이성계와 정도전이 각각 정계에서 축출됨과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일이었다. 이 시기는 이성계 및 정도전 등 조선 개국세력과의 노선이 구분되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설장수의 외교적 성공은 곧 세자 및 공양왕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데 기여하는 행동이었으므로 이성계·정도전과는 입장이 다른 것이었다. 설장수의 이런 외교적 행위는 새로운 국가의 건설보다는 기존의 고려왕조라는 틀 안에서 개혁을 통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입장에 힘을 실어주었던 것이다. 이 일로 설장수는 정도전과 이성계에게 찍히게 되었고, 역성혁명의 대열에서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분류가 되었다.이러던 차에 정도전 등과 끝까지 대립했던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암살을 당해버렸다. 고려 왕조의 유지를 바랬던 설장수의 정치적 운명도 이때 바뀌게 되었다. 곧 그에게도 화가 미쳤다. 정도전으로부터 이색과 함께 정몽주의 당이라는 탄핵을 받았다.1392년 7월 30일, 이성계는 역성혁명으로 조선왕조를 세우고 태조 즉위교서 반포 직후 설장수를 장기로 유배 보내버렸다. 이색·정몽주·우현보 등과 함께 도당(徒黨)을 지어 내란을 음모하였다는 혐의였으나, 이는 정도전의 건의에 의한 것이었다. 실권을 장악한 정도전은 민개(閔開)를 사주하여 정몽주와 설장수를 탄핵토록 하였다. 민개는 탄핵문에서 설장수가 ‘간교하고 절조가 없는 자로 그저 재산을 불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데도 잘못 등용되어 경상(卿相)의 지위까지 올랐다’고 비판했다.장기에 온 설장수는 6개월만인 1393년 1월, 이성계의 부름으로 유배에서 풀려나 이곳을 떠나갔다. 유배에서는 풀렸지만 이후 그는 정도전의 지속적인 견제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성계는 정도전과는 생각이 달랐다. 설장수의 외교적 능력과 가치를 십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성계는 신왕조의 개창 초기 대명외교관계를 안정시킬 탁월한 외교관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성계의 집권 이후 대명관계는 파란이 계속되었다. 1394년(태조 3) 명의 주원장은 표전문(表箋問)사건을 일으켜 정도전이 이 문서를 작성한 주범이라고 하면서 정도전의 압송을 요구하였다. 표전문은 핑계였고, 정도전이 추진하는 요동정벌론 등이 여러 가지로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러한 난국에 이성계는 정도전의 견제를 물리치고 설장수를 유배지에서 불러내어 새로 설립한 외교기구인 사역원의 제조(수장) 자리를 맡겼다. 이때 설장수는 조선 500년간 이어진 사역원 운영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역관 선발시험을 새롭게 개편하고, 역관들에게 외교실무 수행에 필요한 유교적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사서(四書)와 소학(小學) 교육을 이수토록 하였다. 그는 특히 역관들의 학문적, 인성적 기초로서 ‘소학’(小學) 교육을 중시하였는데, 이를 중국어로 풀어 쓴 ‘직해소학(直解小學)’을 직접 저술하였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역학교재로 오랫동안 사용된 명저였다.이런 설장수에게 이성계는 1396년(태조 5) 계림(鷄林,경주)을 관향(貫鄕)으로 삼도록 사성(賜姓)하였다. 이래서 설장수는 경주 설씨의 실질적인 시조(始祖)가 되었다.1398년 8월 26일 제1차 왕자의 난으로 정도전이 피살되고, 태조에 이어 정종이 즉위하자 설장수는 그해 9월에 세자 책봉사절로 다시 명나라에 가서 이성계의 양위를 고하였다. 명으로 가는 도중에 명 태조 주원장의 부고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진향사(進香使)로 임무를 변경하여 외교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동안 그는 8차례나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는데, 이것이 마지막 외교임무였다. 1399년 6월에 귀국한 설장수는 건강이 악화되어 그해 11월 16일에 59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정종은 그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겨 조회를 정지하고 제사를 내려 주었으며, 관(官)에서 장사를 지내주고 시호를 문정(文貞)으로 내렸다. 그는 언변이 뛰어나며 시와 글씨에도 능했다고 전해지며 문집으로는 ‘운재집(芸齋集)’이 있다. 글씨도 ‘목은집(牧隱集)’에서 볼 수 있듯이 필법이 굳세고 힘차며 법도가 있다.설장수는 여말선초와 원명교체기라는 한반도와 중원의 역사 격변기에 8번이나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훌륭한 외교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한민족의 외교사에서 위구르 출신 이방인이 정치적 난민으로 귀화하여 이처럼 큰 족적을 남긴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이는 우리 민족 외교의 다문화성과 포용성, 개방성을 상징하는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장기에서 6개월이라는 짧은 유배기간을 보냈지만, 유배기간 내내 그의 깊이 있는 유교적 식견과 사상은 장기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자식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가문에서 꼭 해야 할 일이며, 실력을 쌓아놓으면 죽음의 문턱에서도 살아 날 방도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 인물이었다. 만약 그가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능수능란한 외교적 수완이 없었더라면 이성계가 그를 다시는 찾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장기에서 지은 시가 영일객관(迎日客館)의 북쪽 의운정(倚雲亭)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 내용이 ‘영일읍지’(1832)와 ‘조선환여승람’(1938) 등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 시에는 장기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유배객의 심정이 절절이 녹아있다.의운정(倚雲亭)설장수(偰長壽)山肴海錯托珍羞산나물 바닷고기 진수성찬 벌여놓고野榼村醪慰久留들바가지 촌막걸리 오랜 무료 위로하네半夜窮愁侵客夢한밤중 시름겨워 나그네 꿈 잠기는데一襟爽氣在譙樓한줄기 상쾌한 바람이 문루를 스치누나興來落筆詩篇重흥이 일면 붓을 놓고 시편 거듭 읊으며老去傷情涕泗流늙어가는 시름에 눈물자주 흘리네昭雪此寃終有望이 설움 씻을 희망 끝내는 있으련만皇天還肯濟吾不하늘은 나를 알고 구제해 주실런지/이상준(향토사학자)

2019-06-24

‘구비구비’ 청동물길 따라 ‘울울창창’ 초록협곡 지나니 오색연등 극락풍경이…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서 바다가 푸른 몸집을 불리는 동안 내륙의 금강송 군락은 거대한 초록 성채를 이루는 중이었다. 초록을 향해 걸어갈수록 나는 점점 바닷길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불영사 계곡이 있는 금강송면 하원리는 울진 바다로부터 불과 18km 떨어져 있지만, 천축산 소나무 숲의 울울창창함이 바다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불영사 계곡은 광천과 몸을 합치고, 광천은 왕피천으로, 다시 왕피천은 동해로 흘러든다. 나는 바다와 기수역을 오가는 한 마리 은어처럼 불영사 계곡을 따라 흐르다 왕피천에서 눈을 씻고 망양 바다에 마음을 내어 말릴 작정이었다.그런데 불영사 가는 길, 금강송 군락이 발목을 오래 붙잡았다. 백두대간 소나무들의 침엽이 공중을 찌를 때마다 햇살인지 아까시인지가 톡톡 터지며 달짝지근한 꽃내음 뿜어내는데, 그 달콤한 향기에 취해 있는 동안 오후가 깊어지고 있었다. 바다를 잊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해수욕장과 대게를 떠올리며 울진에 왔을 행락객들은 이미 금강송 두꺼운 껍질이 촘촘하게 펼친 그물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솔가지 사이로 불영사 계곡이 서늘한 빛을 내비치는 순간, 감탄이 바이러스처럼 퍼져 사람들은 하나같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느라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수 만년 솔잎을 삼켜 온몸이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불영사 계곡, 15km에 달하는 청동거울 물길은 웅장함과 세밀한 아름다움을 함께 뽐낸다. 계곡은 그저 바위와 물이 아니라 여울 소리, 물 내음, 새 소리, 나무 그늘, 수면에 비친 하늘, 나비 날개, 돌 틈으로 숨어드는 물고기가 한 몸을 이룬 유기체적 우주다. 불영사 진입로 구간에서는 물가로의 접근이 제한되지만 불영사 일주문을 나와 계곡 중류로 내려가면 누구나 그 차고 맑은 우주에서 탁족과 천렵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살갗에 내려앉는 더위보다 마음에 쏟아지는 속세의 불볕이 더 따가웠기에, 나는 보석빛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 찍고는 마음의 피서를 위해 불영사로 걸음을 재촉했다. 부처의 그림자가 내 안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길 바라면서.길디긴 초록 협곡을 빠져나오자 불영사 너른 마당엔 흰 불두화와 붉은 철쭉이 꽃대궐을 차려놓고 방문객을 맞이했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호랑나비가 꽃덤불로 날아들어 마치 무위사(無爲寺)의 파랑새처럼 극락 풍경 한 폭을 완성하는 동안 나는 경내 한 바퀴를 천천히 걸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절 이곳저곳에 오색 연등이 걸려 있었다. 간절한 마음들에는 색(色)이 있어 금방 눈에 띄는 법일까. 울긋불긋한 저 소원들은 이미 부처에게 가 닿았을 테고, 내 마음은 당신에게 가지 못한 채 허공에 흩어지겠지. 범종이 걸린 범영루 앞 연못에는 부처의 그림자 대신 한 여인의 얼굴만 떴다가 졌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은 평온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부처가 꽃향기로, 햇살로, 약수 한 사발로, 소슬한 바람으로 내 안에 들어온 것이리라.불영사에서 나는 세 번 놀랐다. 우선 사찰 주변의 풍경에 감동했다. 조선 중기 문장가 임유후가 불영사에 머물며 남긴 14수의 5언 절구는 불영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삼각봉(三角峰), 좌망대(坐忘臺), 오룡대(五龍臺), 해운봉(海雲峰), 단하동(丹霞洞), 부용성(芙蓉城), 학소(鶴巢), 향로봉(香爐峰), 청라봉(靑螺峰), 종암봉(鍾岩峰), 금탑봉(金塔峰), 용혈(龍穴), 원효굴(元曉窟), 의상대(義湘臺) 등 14곳의 천혜비경을 노래하고 있는데, “푸른 계곡 반석은 여기 저기 놓여있고”(‘향로봉’) “구름은 금모래 위로 지나가”(‘단하동’)는 절경을 보노라면 누구나 마음에 아름다운 문장 하나씩 품을 수밖에 없겠다. 다음엔 그 규모와 단정함에 감탄했다. 깊은 산중에 그렇게 큰 사찰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풍경에 눈을 뺏겨 자꾸 멈춰 서긴 했지만 경내 한 바퀴를 걷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규모가 큰데도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점이 마음을 흡족케 했다. 미관을 해치는 현수막이나 공사 자재는 볼 수 없었고, 나무와 꽃, 채마밭을 가꿔놓은 섬세함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두 번 놀라고 세 번째, 비구니 사찰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무릎을 쳤다. 구석구석 정갈함에는 다 이유가 있던 것이다. 특히 불영사는 사찰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매년 가을마다 사찰음식축제를 열어 사람들에게 건강한 자연 밥상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불영사에선 스님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음식을 만드는데, 김치와 된장은 속인(俗人)들이 그 비법을 탐낼 정도라고 한다. 절의 회주인 일운스님은 사찰음식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스님께 절밥 한 그릇 얻어먹고 싶었지만, 미련한 중생은 주지육림을 향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한 채 불영사 일주문을 나섰다. 저녁엔 대게 다리를 빨며 소주를 마셔야 하니까.대게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자 그제야 잊고 있던 바다가 생각났다. 초록이 환하게 밝혀드는 천축산에서 나와 바다 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러다 이내 멈춰 섰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쳐가듯 낚시꾼인 나는 민물고기생태체험관에 어쩔 수 없이 이끌리기 때문이다. 경북 민물고기생태체험관은 왕피천과 광천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위치해 있다. 모든 하천은 본류와 지류의 합수머리에서 물고기들의 서식이 가장 활발한데, 체험관은 나름대로 터를 잘 잡은 셈이다. 경북 바닷길이 시작되는 동해안의 허리 울진에서 민물고기 구경이라니, 조금은 생경하지만 웬만한 유명 아쿠아리움 못지않게 공을 들인 수족관에는 형형색색의 우리 민물고기들이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를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군무를 추고 있었다. 황쏘가리부터 갈겨니, 피라미, 납자루, 어름치, 산천어, 각시붕어, 돌고기, 마자, 누치, 꺽지, 모래무지, 쉬리, 잉어, 금강모치, 동사리, 동자개 등등 아름다운 이름들 하나씩 부르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아버지와 함께 금모래 반짝이는 강에서 족대질하던 어린 날의 작고 예쁜 친구들, 그 많던 물고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 기억에서 그 예쁜 이름들이 사라지는 것보다 이 땅의 하천에서 은빛 물고기들이 자취를 감추는 속도가 더 맹렬하다.반가움과 쓸쓸함이 뒤섞인 표정을 수족관 유리에 새겨두고 발길을 돌렸다. 불영사 계곡에서는 지상의 초록빛 축제를 감상했고, 민물고기생태체험관에서는 수중의 알록달록한 빛을 보았으니 이번엔 지하의 색을 만날 차례다. 성류굴은 천연기념물 제155호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관광동굴이다. 얼마 전 신라 진흥왕이 560년에 행차한 것을 기록한 명문(銘文)이 발견되기도 했다. 총 길이 870미터 중 약 270미터가 개방된 ‘지하의 금강산’에는 종유석과 석순, 석주 등이 까미유 끌로델의 조각상과 권진규의 테라코타가 흉내 낼 수 없는 기묘한 자연미를 뽐내고 있다. 머리가 큰 관계로 안전모를 정수리에 얹어두고는 좁고 축축한 동굴 내부로 내려갔다. 동굴 내부는 사철 섭씨 15도를 유지한다. 땅 속의 에어컨에 땀을 식히며, 머리를 부딪치지 않기 위해 한 걸음씩 조심스레 암중모색(暗中摸索)하는 동굴 탐방은 내게 ‘인디아나 존스’가 된 것 같은 모험심을 선사했다. 어둠으로 뒤덮인 지하의 색채는 검정이지만, 조명과 어우러진 신비한 빛이 젖은 몸으로 나를 안아주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다 신기한 광경들, 특히 천장에서 동굴 내부의 호수로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물소리는 그야말로 자연의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사운드였다. 종유석을 쓰다듬어보았다. 부드럽고 반들반들한 촉감이 마치 이제는 만질 수 없는 이의 살결 같았다. 땅 속에서 그리움의 깊이가 더 캄캄해지기 전에 나는 서둘러 동굴을 나서야만 했다.지상과 지하를 두루 다녀온 자에게 울진의 동녘은 차안과 피안이 무화된 세계를 보여준다. 이제 바다와 하늘의 색채를 볼 시간이 됐다. 바다 따로 하늘 따로 볼 필요가 없다. 울진에서는 바다와 하늘이 동색(同色)이기 때문이다. 망양정에 올랐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關東別曲)’에서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라고 노래한, ‘하늘의 끝’ 같은 바다가 울진 망양정에서 바라보는 동해다. 망양정에서 망망대해를 보며 정철은 ‘세상의 끝’, 즉 우주와 저승에 대한 상상을 했던 것이다. 망양정에 오르니 파도가 끊임없이 아까시 향기를 밀어 올렸다. 술 마신 것도 아닌데 향기에 취했을까? 아무리 눈을 씻어도 수평선이 희미했다. 어느 것이 바다고 어느 것이 하늘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16년 전 스무 살 여름, 학과에서 망양정으로 ‘신라의 푸른 길’이라는 문학 답사 기행을 왔다. 푸른 바다 앞에서 그 아이의 웃음은 더 눈부셨다. 그때 미친 듯 짝사랑하던 여학생은 지금 두 딸의 엄마가 됐다. 내가 정말 그 시간을 살았었나? 모든 게 꿈만 같다. 망양정 너머 동해의 부윰한 분홍 저녁이 마음으로 스며들 때 비로소 알았다. 사랑과 미움이 한 몸이라는 것을, 그리움과 기다림도, 어제와 오늘도, 삶과 꿈도 모두 저 분홍 저녁 속으로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을.달이 뜨기만을 기다려 월송정을 찾았다. ‘만 그루 소나무 가운데’ 지어진 아름다운 누각이다. 월나라 소나무가 심겨졌다고 월송정(越松亭)이라는데, 달 속의 소나무 月松이 훨씬 아름답다. 달빛 윤슬을 반짝이며 은백색 파도를 밀어오는 바다, 달빛과 구름과 소나무 그림자가 수묵화를 이룬 하늘, 바람 불 때마다 소슬한 소나무 향기가 살갗에 와서 닿았다. 조선 임금 숙종이 “한번 올라 바라보매 흥겹기 그지없다”고 노래한 정자에서 처마 끝에 걸린 달을 한참 바라보니 내가 바로 세상의 왕이었다. 막걸리 한 잔 생각이 간절했으나 찢어진 청바지와 다 해진 운동화 차림의 거지 왕에게 술상을 차려줄 이는 없다. 월송정의 달빛을 한 겹 걸쳐 겨우 남루함을 가린 채 죽변항으로 향했다. 코끝을 찌르는 아까시 냄새보다 상상 속 대게 찌는 냄새가 더 진해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울진이 펼치는 황홀한 색의 축제는 죽변항에서 마침내 완성된다. 잘 익은 대게의 붉은 등딱지와 17.5도의 소주를 담은 초록 병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시인 이병철

2019-06-23

민선 7기 10개월 만에 살림 규모 사상 첫 3천억 시대 ‘견인’

취임 1주년을 맞은 오도창 영양군수는 그간 현장을 누비며 주민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한 섬김 행정실천을 위해 소통하고 행동하는 ‘군민 최우선의 군정’을 이끌어 왔다.오 군수는 민선 7기의 다양한 공약 사업추진, 그리고 지역경제, 복지, 안전, 교육 등 영양군민의 삶과 생활에 직결되는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변화, 진정한 변화를 바라는 군민의 소중한 꿈과 희망이 이뤄지는 행복한 영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영양군의 행적을 살펴보고자 한다.■예산 3천억 시대와 생활밀착형 행정영양군은 민선 7기 10개월만에 살림규모가 사상 첫 3천억 시대를 맞이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영양군정 사상 최초로 3천억 돌파로 영양의 미래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기반을 쌓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간 영양군은 열악한 재정을 극복하기 위해 교부세 확보와 국도비 보조금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이런 부단한 노력으로 2019년도 보통교부세 수요액이 전년대비 16억원 증가되었으며,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확대 분야에서 1억5천만원, 지방보조금 절감에 따른 27억원 교부세 인센티브 확보로 결실을 맺었다. 또 영양군은 민선 7기 필수 공약사업이자 생활밀착형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종합민원과 바로민원처리담당 신설과 함께 생활민원바로처리반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민원 바로콜센터(680-8585)를 통해 접수된 민원을 현장확인과 민원인 면담을 통해 바로 처리해주고 있다.■생활밀착형 행정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70세 이상 어르신 및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을 대상으로 1인당 연간 12매(월 1매)의 목욕상품권을 지급한다. 관내 목욕업소 5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어르신들의 청결상태를 개선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측면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목욕업소 이용으로 지역상권 활성화 측면도 고려하여 추진하고 있다.지난 4월에는 경북신용보증재단, NH농협은행 영양군지부와 ‘영양군 소상공인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해 소상공인특례보증 및 이차보전 등 금융지원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실제 15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특례보증 시행 1개월 만에 65건, 10억원의 신청을 받는 등 소상공인 재정 부담 완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지역경제 활성화와 축제를 통한 화합영양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과 직원 석회 개최로 직접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그 시작은 올해 1월 유도 종목의 동계훈련지 유치로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크게 기여했다.영양군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1회성 이벤트 행사가 아닌 꾸준히 지속적으로 훈련 선수단 유치를 할 수 있도록 타 종목 협회와도 지속적으로 연계해 다양한 종목의 전지훈련을 유치할 예정이다. 또 도심 중심의 활력을 불어놓기 위한 대책의 또 다른 방안으로는 지난 2월부터 직원 석회를 마친 후 식사를 하는 자리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제15회 영양산나물축제’는 영양 대표 축제를 넘어 전국축제로 발돋음하는 계기가 되었다. 4일간 총 16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영양군 축제 역사상 역대급 기록을 세웠으며, 약 56억원의 직접 경제효과 발생으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에너지 복지의 실현과 행복 영양을 위한 발걸음영양군은 LPG배관망 지원사업을 통해 군민들의 난방비 부담 경감으로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군민에게 에너지 복지 실현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올 하반기에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영양읍 일원 8개리(동·서부리, 현 1리, 황용리) 2천300세대에 LPG 공급을 목표로 30t 저장탱크 3기, 가스보일러(30평형) 설치, 금속배관 교체, 가스 누출 경보기, 타이머 콕 등을 설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살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영양을 만들기 위한 변화도 추진한다. 정이 넘치고 문화가 가득한 행복마을 조성을 위한 도시재생뉴딜사업 추진 등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도시재생전략계획 수립에 따른 사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으며, 주민참여 활성화와 역량 강화를 위한 도시재생 아카데미 운영과 도시재생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통해 예비 코디네이터도 선발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중견기업 교촌에프앤비(주)와 도시재생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해 100년 이상 운영되었던 우리나라 최고 양조장인 ‘영양양조장’을 재생해 지역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의료 사각지대 제로화와 만성적 일손부족 해결육지 속의 섬 영양군 오지 마을의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영양군보건소에서는 보건 의료 혜택이 취약한 38개 리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오지마을 건강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의료취약지역으로 이동진료버스를 이용해 순회 진료를 하며 보편적 군민 의료권 보장이라는 틀 안에서 영양군 자체 사업으로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오도창 군수는 전국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해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는 계절근로자 사업을 올해부터는 확대해 추진하고 있다. 매년 사업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며 올해는 농가당 고용인원 증대와 참여 근로자 연령을 낮춰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부자농촌 건설과 체류형 관광 모색영양군은 땀 흘려 일한 가치를 가격으로 인정받는 영농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노력하고 있다. 전국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 영양고추를 최고의 가격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 기존 1회에서 2회로 수매 가격 결정 횟수를 늘려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또 출하장려금을 kg당 100원에서 금년부터 200원으로 인상함으로써 농가에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구축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농산물 공동브랜드 개발, 통합 유통사업단 발족, 로컬푸드 직매장 개설, 채소 전문단지 유통센터(APC) 건립 등 농정분야에도 발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체류형 관광으로의 변신은 영양이 가진 청정자연과 인문학 가치의 연결로 시작한다. 지난 2018년 4월에 개원한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의 운영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 각종 편의시설 확충과 직원 서비스 역량강화 교육 실시, 표준화된 해설 매뉴얼 제공, 가성비 높은 저렴한 체험여행 상품 제공 그리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특히 지난해 문체부로부터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대상을 수상한 ‘음식디미방’을 활용해 영양다움의 가치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소통과 공감을 향해 나서다오도창 군수는 6.13 지방선거와 과거 대규모 토목사업 등으로 나뉘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고 이를 발전 동력으로 삼기 위해 다양한 소통 방식 마련과 대민접점 확대에 심혈을 기울였다. 읍면 행정을 강화하고, 군정알리미 시스템 구축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소통 행정을 구축할 예정이며, 구성의 민주성과 평가의 전문성, 참여범위의 다양성을 반영한 ‘영양군수 공약 군민평가단’ 위촉으로 군민 다수가 공감하는 정책 입안과 객관적 평가를 지향하고 있다.지난 1년간 영양군은 대내외적인 변화의 흐름과 영양이 지닌 지역적 특성을 살린 차별화에 역점을 두고 군정을 추진했다.이와 관련 오 군수는 “주민의 참여가 지역 발전의 성장동력임을 명심하고, 군민들과의 소통을 기본으로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제도와 틀은 과감히 바꿔가겠다”고 약속했다./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19-06-23

도심 곳곳 숲과 맑은 물… 다음 세대 물려줄 ‘색깔있는 변신’ 시도

포항시는 1948년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 영일군에서 분리돼 시로 승격했다. 70년 전 포항은 일제 강점기의 형산강 제방공사로 만들어진 농경지를 경장하고, 정어리잡이 등의 농수산업이 주요 산업의 근간이었다. 이후 ‘영일만의 기적’이라는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기반으로 형성된 도시형태가 70년 역사를 거슬러 새롭게 변화했다. 포항시는 우리나라 산업화와 근대화를 견인해 온 세계 제1의 철강도시로 명성을 떨쳤다. 명실공히 경북 제1의 도시로 우뚝 선 포항은 최근 들어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길이 없어지고 도시 숲이 조성되는 등 녹색 생태도시를 꿈꾸며 도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그린웨이 (Green Way)전국적으로 웰빙(well-being)과 힐링(healing) 바람이 불고 있다.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리며 건강을 도모하는 행복한 삶이 각광받으면서 포항시도 철강산업도시 이미지를 벗어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포항시는 도심과 숲이 어우러지는 친환경 녹색도시를 모토로 그린웨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땅을 일궈 정성껏 심은 나무 하나하나가 모여서 숲이 되고 그 숲에서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생기는 생태도시를 최종 목표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린웨이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진 이 사업은 친환경 녹색도시를 통해 시민이 행복하고 미래가 풍요로운 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사람과 도시, 생태와 문화, 그리고 산업경제가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된 지속가능한 생태도시의 기반을 마련해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공해와 무분별한 이용으로 시달려온 도시 자체를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가꾸는 것이 도시의 경쟁력”이라면서 “회색 광장과 콘크리트를 맑은 물과 푸른 숲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꾸는 한편,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숲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린웨이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휴식과 건전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도심 속의 공원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개발이 가져다주는 달콤함 때문에 자꾸 늘어나던 회색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로 도심숲이 들어서면서 철강산업도시라는 딱딱하고 강한 이미지가 녹색도시로 점차 순화되고 있다.특히, 포항 효자역과 옛 포항역 사이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가 100여 년간의 철도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도시숲으로 다시 태어났다.옛 포항역에서 효자역까지 4.3km 구간의 철길숲이 준공됨에 따라 먼저 도시숲으로 조성된 옛 포항역 북측 2.3km 구간과 더불어 6.6km의 도심 내 폐선부지가 전부 도시숲으로 변모하게 돼 포항시는 녹색생태도시를 지향하는 그린웨이 프로젝트의 완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이 철길숲은 2015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4년간 258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도시숲으로 조성됐으며, 한국철도공사 및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협의로 철도부지 무상사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약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이와 함께 최근 준공된 송림 테마거리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오어지둘레길 등을 비롯하여 기존 ‘형산강 프로젝트’와 ‘도시재창조 프로젝트’, ‘해오름동맹’ 등과 연계한 30여개 사업이 점차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그린웨이 프로잭트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문화·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재생 및 도심경관의 보전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자전거 활성화 및 녹색교통체계 구축, 도시열섬현상 및 각종 소음 완화, 대기오염물질 저감 등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성과는 각종 수상으로 이어졌다.‘2016년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우수상과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최우수상을 받는 등 지방자치단체 ‘지역개발’ 분야의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새 정부 공약인 ‘미세먼지 없는 푸른 대한민국’ 정책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앞으로 포항시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저해요인으로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생태도시의 기반을 마련하는데도 주력할 방침이다.우선 ‘스마트 에코시티’ 포항 건설을 위한 환경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사람중심의 녹색생태도시와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선도도시, 기후변화에 강한 행복도시, 지속가능한 자원 순환도시 등 4대 목표를 설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또 자연환경과 물 환경, 토양·지하수, 대기, 소음진동 및 유해물질, 폐기물, 산림녹지, 에너지, 기후변화, 연안환경, 건강 및 재난재해, 농수산, 환경정책 등 총 13개 분야의 122개 단위사업을 통해 100세 시대에 걸맞은 사람중심의 도시환경을 마련하고자 단계적으로 시민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친환경생태도시이강덕 시장은 평소 “과거 개발논리로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생태·문화적 자원이 이제는 사람이 모여들고 도시를 살리는 생명의 움직임으로 변화해야 한다”면서 “건강한 생태도시를 조성하여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만큼 시민과 함께하는 환경행정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다.이 같은 이 시장의 신조에 따라 포항시는 미세먼지와 폭염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한 숨을 쉴 수 있도록 ‘미세먼지 저감숲’과 ‘방재형 도시숲’ 등 도심 녹색 벨트를 확충해 나가는 한편, 갇혀버린 도심 물길을 되살려 도시재생은 물론 새로운 수변공간으로 자리 잡게 하는 ‘도심하천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이와 관련해 중금속 오염 논란이 일었던 형산강에 대한 생태복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우선 형산강 환경준설, 공단 유수지 준설, 시내하천 준설, 구무천 준설사업과 연계한 하수도 준설물 분리처리시설을 설치하고 형산강 수생생태계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또한, 환경부로부터 통합집중형 오염지류 사업으로 선정된 3개 사업(완충저류시설 설치사업, 철강공단 하수관거 정비사업, 구무천 및 공단천 생태하천복원사업)과 함께 형산강 본류 하천복원 시범사업 역시도 차질이 없이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포항시는 이와 함께 ‘건강하고 안전한 지속가능한 미래 포항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실질적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의 주요 기업체와 ‘미세먼지 저감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해당 기업들은 주요 도로 담당구역을 정해 저감사업(Clean Road)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특히 전국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이동식 환경측정차량을 운행, 미세먼지 측정 사각지대를 제로화하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수시로 이동 측정해 환경관제센터 시스템과 연계 운영하기로 하는 등 민(民)·산(産)·관(官)이 상호 협력하여 미세먼지 발생량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공단 추진, 시민건강 보호, 친환경 녹색도시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포항시는 이 밖에도 7곳의 환경측정소 확충, 전기자동차에 대한 획기적 투자,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유도, 주요 도로변 진공청소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실제로 최근 포항지역 미세먼지 측정 결과, ‘보통’ 단계를 유지하는 등 ‘그린웨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된 도시숲과 녹색벨트 조성 등으로 인해 고농도 미세먼지의 저감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호평받고 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2019-06-20

신진 등장·세대교체 등 승패 가를 변수 많아 하마평 무성

보수의 본산이라고 불리는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장세용 구미시장이 당선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또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는 오중기 후보가 34%를 득표하며 선전을 벌였다. 대구지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인해 보수진영이 갈라져 여야4당(한국당 8석, 더불어민주당 2석, 대한애국당 1석, 바른미래당 1석) 구도가 됐다. 실제 한국당이 10석이었으나 조원진(대구 달서병),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해 각각 대한애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합류하면서 총 8석만 확보하고 있다. 대구, 경북에서의 21대 총선 관전 포인트는 한국당이 TK지역을 독식할 지, 아니면 정치적 다원주의를 구축, TK가 새로운 열린사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다. 이는 TK가 보수의 텃밭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TK의 정치적 고립과 맞물려 있어 더욱 관심사다. 시류에 발맞춰 대구, 경북의 정치 세평도 점차 드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요즘 TK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속마음이 편치 않다. 중앙당에서 틈만 나면 뒤흔들고 있어서다. 실제, 중앙당이 인재 영입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언제 어디서 판이 뒤집혀질지 아무도 모르는 법. 그래서일까. 지역에서도 신진들의 등장과 세대교체, 현역의원들의 생환 여부 등이 벌써 하마평이다. 경북매일에서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TK지역 중 화제의 지역을 짚어 봤다.고령·성주·칠곡이완영 의원 의원직 상실에“한국당 공천 잡자” 신경전 치열인구 11만 칠곡 민심잡기 ‘관건’일단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이 선거구가 주목받는 것은 이완영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무고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현역이 사라졌다는 것은 신진에겐 더없는 ‘빅 찬스’다. 특히 지역적 특색상 이미 한국당 공천을 노리는 후보들이 줄을 서 있다.경찰서장과 재선 기초단체장을 지낸 후 현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항곤 전 성주군수와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낸 이인기 전 의원, 칠곡 출신의 정희용 경북도 경제특별보좌관,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성주 출신의 홍지만 전 의원, 성주 출신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전화식 전 성주 부군수, 최도열 국가발전정책연구원장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칠곡이 고향인 송필각 전 경북도의회 의장 얘기도 나돈다. 특히 오는 28일 고령에서 특강을 할 예정인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고령·성주·칠곡에 출마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그의 고향은 고령이다. 후보군들이 넘쳐나면서 물밑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가깝다는 친분과시다. 실제 모 인사는 황 대표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지역주민들에게 보여주면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다른 인사도 ‘황 대표로부터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받았다’며 ‘황심’을 내세우고 있다. 모두 팩트를 알 수 없다보니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정말 황 대표와 주고받은 메시지냐는 말까지 나온다.고지 달성은 칠곡 민심을 누가 잡느냐에 달려있다. 4월 기준으로 칠곡의 인구수는 11만8천명, 성주는 4만4천, 고령은 3만2천명이다. 한국당 중앙당 입장에서 볼 때 이곳은 맞춤형 공천이 가능하다. 현역의원이 없기에 당이 제시하는 정체성과 가이드라인에 맞을 경우 내려꽂기가 가능한 것이다. 지역에서는 미래 정치지도자로 키울 수 있는 청년층의 후보를 희망하는 소리도 자주 들리고 있다.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백선기 칠곡군수도 여지가 남아 있다. 그는 칠곡군수를 3연임, 비교적 지지층이 두텁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장세호 전 칠곡군수가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장 전 군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백선기 칠곡군수에게 3.74% 차이로 아쉽게 패배한 바 있다. 민주당도 도내 다른 지역보다 이 선거구는 해볼만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칠곡군수 선거 당시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역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하나의 근거로 들고 있다. 선거를 치러보니 자유한국당을 싫어하는 층들이 예상외로 많더라는 것이다. 실제 칠곡에는 구미에서 직장을 다니는 젊은 층들이 많은데, 이들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상주·군위·의성·청송전·현직 의원, 현 당협위원장 격돌상주시장 재선과 맞물려 ‘이목’청송, 지역구 재편 가능성도 커도내 다른 지역처럼 이 선거구 역시 보수층 지지 경향이 높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의 구도가 어떻게 짜여질지가 더 관심사항이다. 일단은 전·현직 의원과 현 당협위원장 간의 대격돌이 주목되는 격전지다. 현역은 3선의 한국당 김재원 의원과 비례대표인 임이자 의원이다. 초선인 임 의원은 얼마 전 상주로 주소를 옮긴 뒤 상주보 철거 문제와 의성 쓰레기 산 등에 관심을 쏟으며 뛰고 있다. 20대 총선에 당선됐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김종태 전 의원 또한 재도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두 명의 현역 의원에다 전직 의원이 있지만 현 당협위원장은 박영문 전 KBS미디어 사장이다. 이러다보니 현재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당연히 온갖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이 지역은 지난 20대 총선 때도 매우 시끄러웠다. TK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복잡하고 특이한 지역구도가 혼돈의 바탕이다. 20대 총선에서는 친박계 실세인 김재원 의원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주 후보간에 단일화가 추진되면서 김종태 전 의원이 당선됐다. 이후 김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고, 재선거에서 상주 출신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의성 출신인 김재원 의원이 고지를 탈환했다.그러나 3선의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20대 총선 경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후 당원권이 정지되면서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영문 전 KBS미디어 사장이 꿰찼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김 의원이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21대 공천 경쟁이 복잡 미묘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김 의원은 최근 황교안 대표의 측근으로 부각되고 있고, 차기 예결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지역 정가에서는 △김재원 의원의 거취 △황천모 상주시장 재판 △소지역주의 △보수결집 또는 분열 등에 따라 선거판이 출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항간에는 김 의원이 민주당 홍의락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북을로 지역구를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본인과 무관하게 흘러나오고 있어 실제 성사될지가 관심사다. 김 의원이 거처를 옮긴다면 여기도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이 선거구는 내년 총선 선거 때 시장 선거도 같이 실시될 수도 있다. 황천모 시장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는데,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가 되지 않으면 재선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흐름으로 보아 내년 선거 전에 3심까지의 재판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총선과 시장선거가 맞물리면서 판을 후끈 더 달아오르게 할 전망이다.지역의 한 인사는 “내년 총선까지 후보들이 국회의원과 시장을 놓고 합종연횡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역대 어느 때보다 혼탁해지고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후보군 중 일부가 총선이 아닌 상주시장 선거로 방향을 틀거나, 상주시장에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김천시장 출마를 위해 한국당 공천을 신청했던 최대원 후보가 경선 패배한 뒤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500표차로 떨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김영태 지역위원장이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자랐지만 상주 출신인 김 위원장은 2017년 재보궐선거에서 17.58%의 득표율을 올렸다. 다만, 이 선거구는 현 지역구가 유지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청송이 강석호 의원의 지역구인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구로 묶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럴 경우 이곳의 선거구는 상주를 중심으로 재편이 불가피, 지금의 선거구도가 다시 출렁일 수밖에 없다.포항 북, 포항 남·울릉리턴매치 성사 관심사 포항북김정재·오중기 특별법 날선 공방남울릉엔 3선도전 박명재의원과박승호 전 포항시장 신경전 치열포항북 지역은 리턴매치 성사 여부가 관심사다. 지난 총선 당시 한국당 김정재 의원과 무소속 박승호 전 포항시장, 민주당 오중기 지역위원장이 대결을 펼쳤다. 지난 20대 선거 결과를 보면 한국당 김 후보는 43.39%를 득표했고, 박 전 시장은 38.84%, 오 위원장은 12.71%를 받았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최근 주변인사들에게 포항 남·울릉 출마를 시사해, 이번 리턴매치 때는 김 의원과 오 위원장 간의 맞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은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는 등 벌써부터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특히 오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34.32%를 득표한 저력을 바탕으로 한 번 해볼만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김 의원 역시 지난 총선 당시 경쟁을 펼쳤던 박 전 시장이 포항 남·울릉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이상 재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수의 텃밭인 만큼 김 의원은 1차적으로 당내 공천경쟁을 뚫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뚜렷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허명환 강남대 석좌교수, 모성은 한국지역경제연구원장, 이상휘 세명대 교수 등이 김 의원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다.포항남·울릉 지역은 박명재 의원의 3선 성공 여부와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박 의원의 아성을 뛰어넘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박승호 전 시장이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이 선거구 출마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두 사람의 지지측은 이미 신경전이 치열하다. 박 전 시장이 한국당 경선에 나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는 현재 무소속이다. 박 전 시장은 포항북구당협에서는 몇 번에 걸쳐 입당 신청을 했지만 복당이 불허됐다. 따라서 한국당 복당을 점치기가 쉽잖다. 입당된다면 박 의원과 공천경쟁을 펼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지만 복당이 불허될 경우 무소속 신분으로 박 의원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김순견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손발을 맞췄던 서장은 전 일본 히로시마총영사도 남·울릉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검찰 출신의 한 인사의 출마설도 나돈다. 김성렬 전 행정자치부 차관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포항시장 후보로 나선 허대만 지역위원장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강덕 시장에게 불과 7.6% 차이로 패배할 만큼 나름의 인지도와 지지세를 자랑하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19-06-20

TK, 21대 총선 ‘보수 세력 독식 VS 다원주의 구축’ 관심사

21대 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긴 시간 같기도 하지만 선거판 10개월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출마를 위해 움직이는 인사들의 총성 없는 물밑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할 수 있다.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앞으로 여야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석수 확대 및 석패율제 등 다양한 변수는 남아 있다. 또 인구 하한선 미달로 지역구 조정이 필요한 지역도 예상되나, 현재로서는 어떤 지역이 어떻게 될지 가늠이 어렵다. 그러나 ‘승자독식 소선구제’의 총선 룰은 바뀌지 않는다. 총선 후보자들은 한 표 차이로 승리만 한다면 21대 여의도에 입성한다. 총선이 10개월 남았음에도 현역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에 올인하고, 후보자들이 지역에 얼굴을 알리며 인지도 쌓기에 나서는 등 벌써부터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다. 누가 뭐래도 대구·경북(TK) 정치권은 현재 보수 성향이 강하다. 자유당 시절만 하더라도 대구는 야도(野都)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보수의 본산으로 자리 잡혔다. 대구, 경북에서도 경북은 정치성향이 좀 더 독특하다. 경북지역 13석 모두 한국당 의원들이 당선됐을 정도로 한국당 독점구조의 정치지형을 구성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서도 현역의원들은 한국당을 지켰다. 영원히 닫혀 있을 것만 같던 경북의 정치 성문. 그러나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는 많이 열렸었다.북구을3선 도전 민주 홍의락 의원 맞서한국당 최소 5명 공천혈투 예고정의당·무소속 후보도 채비대구 북구을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터를 잡고 3선을 노리는 곳이다.한국당은 오는 총선에서 당차원의 전력투구를 해야 할 곳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내 경선에는 김재원 의원, 박준섭 한국당 법률자문위원을 비롯 주성영·서상기 전 의원 및 이범찬 전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 등 최소한 5명이 출마태세를 갖추고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여기에 정의당은 조명래 전 전국위원과 이영재 북구지역 위원장의 출마 거론되고 무소속의 황영헌 전 바른미래당 당협위원장도 출마태세를 가다듬고 있는 등 다양한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특히 대구시장 3선을 하지 않겠다고 알려진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권 도전에 앞서 이곳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한때 나돌기도 했지만, 해프닝에 그쳤다.최근에는 권 시장 출마 대신 행정·경제부시장 중 한명이 북구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어 한국당 당내 경선에만 최소한 6명이 도전하는 상황이 될수도 있다.김재원 의원은 북구을로의 지역구 변경설에 극구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북구을 지역 의성향우회 등을 중심으로 출마설이 꾸준히 퍼지고 있어 진위를 파악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 의성에서 상주로 주소를 옮길 때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된 바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당안팎의 관측이다.서상기 전 의원의 경우 일부에서 나이 등을 고려해 총선보다는 다른 쪽으로 선회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총선이 가까워져야 당내 경선 참여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경북 울진이 고향인 주성영 전 의원은 북구을에 변호사 사무실을 두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북구을과 고향 지역구 출마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박준섭 변호사는 그동안 북구갑 출마에 이름을 올린 상태이지만, 지역내에서 참신성을 가진 젊은 정치신인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북구을에 도전해도 당내 경쟁 후보는 물론이고 본선에서도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정의당의 조명래 전 전국위원과 이영재 위원장은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로 결정되는 인사가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고 반(反)한국당 정서가 강한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외연확대에 노력하고 있다.무소속의 황영언 씨는 유성걸 전 의원과 함께 한국당 입당이 유보되면서 다시 입당절차를 거치게 되면 당내 도전에 나서고 그렇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수성갑차기 대권주자 김부겸의원 대항한국당 정치 1번지 탈환 사활김병준 비대위원장 차출 등중량감 있는 후보로 빅매치 예고대구정치 1번지인 수성갑 지역 역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지역구로 자유한국당 공략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소홀했다는 평가가 나돌면서 어느 때보다 한국당 측 인사들의 도전바람이 거세어지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장관직을 마치고 곧바로 지역구에 살다시피하면서 주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한국당 도전자들과의 일전채비를 갖춰가고 있다.한국당 당내 경선참여자로는 정순천 당협 위원장과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등을 비롯, 남상석 전 한국당 대구시당 안보위원장과 김현익 변호사, 한국당 복당을 기다리는 김경동 전 바른미래당 수성갑지역위원장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차출설도 꾸준히 나도면서 빅매치로 총선이 치처질 것으로 점쳐지는 지역이다.김 전 위원장은 2개월여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영남대에서 특강을 한데 이어 수성구 지역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가져 수성갑 차출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성주에서 태어나 초·중·고교와 대학을 모두 대구에서 나온 김 전 위원장이 고향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언급했지만, 항상 당을 위해 국민의 원하는대로 희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어 한국당 내 험지에 속하는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만일 김 전 위원장이 출마한다면 경선이 아닌 전략공천을 통해 성사될 것으로 지역 정가는 보고 있다.이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부겸 의원에 대적할 만한 인물로는 현재 당내에서 거론되는 인사들로서는 중량감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 당 내외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미 출마준비를 해온 한국당 내 경선 인사 중 정순천 당협위원장과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은 그동안 수성갑 당선의 바로미터는 지역민과의 친밀감과 밀착력이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과거처럼 낙하산 인사를 공천하게 되면 필패의 카드가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이러한 주장에도 당 내외에서는 수성갑은 대구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과 대구·경북지역 판세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하고 한국당 입장에서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지역이고 여당 후보가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만큼 한국당에서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중·남구초선 강세 전통에 물갈이 기대감10여명 후보군 출마 움직임재선 도전 곽상도 의원 대적한국당서만 5~6명 공략 나설 듯대구 중·남구는 그동안 지역 유권자들이 초선의원만을 배출할 만큼 재선 도전의 무덤으로 유명하다.현재 한국당의 곽상도 의원이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 재선을 노리는 상황에서 당내에는 배영식 전 의원과 임병헌 전 남구청장, 이인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도건우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임형길 전 홍준표 당 대표 특보, 강연재 홍준표 전 당대표 법무특보 등 5∼6명이 한국당 공천 도전자 그룹으로 알려지고 있다.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과 김현철 전 남구의회 의장 등이 준비중이다. 바른미래당에서는 김희국 전 의원과 윤순영 전 중구청장 등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당 경선의 경우 최근 곽 의원이 당내 저격수 역할을 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 면에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당협위원장직은 물론이고 당 공천에도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성사되리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당 경선 참여 예정자들은 당 비대위 시절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판단 아래 당협위원장직과 경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이 중 배영식 전 의원은 황교안 당 대표와 대학 동문인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생애 마지막 총선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지역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임병헌 전 남구청장은 3선의 구청장을 역임하면서 누구보다 지역의 어려운 점을 가장 많이 알고 있어 지역민과의 접촉을 표심으로 연결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민과 소통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이인선 대경경자청장은 청장 임기를 다 채우고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는데 매진하겠다며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지난번 총선때 당내 경선에서 지역구를 옮겨야 하는 아픔을 겪은 만큼 이번 도전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데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도건우 전 대경경자청장은 권영진 시장의 후광을 업고 중·남구에 출마해 권 시장의 시정 행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당협위원장 공모에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임형길 전 특보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당내 중구청장 경선후보로 나섰던 경험과 홍준표 전 당대표와의 인연 등을 강점으로 참신성을 내세우며 오는 총선에 반드시 출마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홍준표 전 당 대표키즈인 강연재 법무특보는 대구 신명여고를 졸업한 지역 출신으로 지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노원구병’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바 있어 중·남구를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민주당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은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지난 2008년과 지난 2012년 무소속으로 총선에 나선 경험이 있고 당내 중량감 있는 후보군에 포함돼 있어 항상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이 차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바른미래당에는 김희국 전 의원과 윤순영 전 중구청장도 총선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김희국 전 의원은 유승민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의원직 탈환을 노리고 있다. 윤 전 청장은 최근 사단법인 ‘여성과 도시’ 초대 이사장에 취임하는 등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2019-06-20

포스코 새 경영이념 ‘기업시민’… 미래 이끌 성장 에너지

“지금 우리는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새로운 성장방식의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지난해 7월 27일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한 최정우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포스코그룹 스스로가 사회의 일원이 돼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시민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포스코’를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내세웠다. 국내 대기업은 어디라고 할 것 없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지만, 포스코의 기업시민 개념은 남다르다. 포스코의 기업시민 개념은 창립 초기부터 이어져온 ‘제철보국’정신을 이어받았다. 단순하게 착한 기업으로서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포스코의 새로운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왜 기업시민인가위대한 기업은 규모, 경쟁력, 핵심역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위대한 기업들을 사업(business)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잘 거두면서도 미래를 위해 사회(society)와 사람(people)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사회는 기업이 뿌리내리고 성장하는 토양이고, 사람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지속 성장을 위해서 늘 관심 가지고 키워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과거 한때 대마불사의 시대가 있었다. 한마디로 큰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인정받는 시대였다. 미국의 글로벌 경제지 포춘지(Fortune)는 1955년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1980년대 들어 순위에 오른 기업들이 계속 머무는 기간이 계속 짧아졌고, 심지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1994년 생존기업 160개로 생존 확률 32%)지면서 더 이상 큰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이에 포춘지는 1983년부터 존경받는 기업(The admired companies)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제 글로벌 경쟁의 시대를 넘어 세계 경제는 지금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생각하는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벌고, 미래 사회를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 지가 중시되고 있다.이러한 트렌드에 맞추어 최근 국내 기업들도 사회적 가치 중시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SK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통해 미래 기업가치를 한 단계 상승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을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로 정하고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포스코는 올해로 창립 5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51년은 한국 경제의 성장에 발맞추고 기여하는데 주력해 왔고, 그 중심에는 제철보국이라는 철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정확히 읽어내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포스코가 앞으로 맞이할 미래에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제적 도전과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미래 50년을 성공으로 이끌 정신과 가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만 다를 뿐이다. 포스코는 창립 이후, 시대적 요구를 회피하려고 하기보다는 지역과 공생하고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서 다양한 공헌활동을 추진해왔다. 남들이 낸 길을 따라 가기 보다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왔고, 혼자 잘 되기보다는 다 같이 잘되기 위한 길을 선택해 왔다. 포스코에는 바로 이러한 기업의 체질 속에서 이미 시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DNA가 자리잡고 있다.□포스코의 기업시민포스코는 지난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이에 따른 경영비전을 ‘위드 포스코(With POSCO), 위아더 포스코(We’re the POSCO)’로 정했다. 지난 50년의 발전 동력이 ‘제철보국’ 이였다면, 미래 50년의 성장 에너지를 ‘기업시민’이라고 정한 것이다.시민이란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과 연대감을 갖고, 상대를 존중하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시민이라 함은 기업에 시민이란 인격을 부여하여 기존 경제적 주체로서의 역할에 더하여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포스코는 창립 이래 꾸준한 성장과 함께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추진해 왔다. 포항과 광양지역의 교육과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고, 제철장학회와 포항공대 설립 등 인재양성에도 꾸준히 매진해 왔다. 또한 포스코청암재단, 포스코봉사단, 포스코1%나눔재단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해 왔다. 이처럼 다양한 공익 활동을 통해 기업사회공헌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했으나, 그 동안의 국민기업과 같은 표현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수동적, 피동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것은 이제 포스코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기업시민으로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자세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선순환 하는 경영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큰 뜻이 담긴 것이다.포스코의 기업시민 개념은,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과 역할 확대에 따라, 기업이 기존의 경제주체 역할에 더하여 사회 이슈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활동을 의미한다.따라서 포스코 기업시민 경영이념은 경영비전과 각 부문의 역할은 물론, 인재상, 임직원 자세와도 일관되게 하나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포스코는 향후 그룹의 모든 경영활동은 기업시민 이념에 부합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며, 임직원들도 일상 업무에서 자연스럽게 기업시민 이념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즉, 기업시민활동이란 포스코그룹 임직원들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부가적인 활동이 아니라 평소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업시민 관점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자신의 행동 중에서 무엇을 바꿔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며 업무를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기업시민 관련 조직신설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지난 3월 15일 포스코 기업시민 경영이념과 기업시민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포스코 그룹의 최고 자문기구로 기업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기업시민위원회는 사외전문가 및 사내외 이사 총 7명으로 구성되며, 경영, 법학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 전문가 3인을 기업시민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함으로써, 기업시민 활동이 기존의 사회공헌적 성격을 넘어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포스코 기업시민위원회는 매 분기별로 개최되며, 향후 포스코그룹 기업시민 전략에 대한 자문과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트렌드 변화에 대한 제언은 물론 기업시민활동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성과점검 등을 맡아 수행하게 된다.포스코는 앞으로도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을 모색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등을 기업시민위원회를 통해 자문을 받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올 초에 신설된 기업시민실은 포스코그룹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사업을 주도해 나간다. 기업시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직원들의 활동 방향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기업시민실은 지난 4월 1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포항시와 함께 환호공원 명소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환호공원이 전국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포스코의 철강재를 이용한 세계적 작가의 철강 조형물을 설치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또 1% 나눔재단을 기부자와 함께하는 활동, 임직원들이 공감하는 사업 중심으로 개편하고, 직원들의 봉사활동은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재능봉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그 첫 활동으로 지난 1월 지난 한 해 동안 봉사와 나눔 활동에 앞장서 온 포스코와 그룹사, 해외법인, 협력사의 임직원 봉사단 및 외부 파트너기관을 대상으로 2018 기업시민 봉사상을 수여했다. 3월에는 기존 러브레터를 기업시민 러브레터로 개편하고 쌍방향 소통을 강화했다. 사회적 이슈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앞으로 포스코 기업시민실은 사회적 니즈에 부합하는 새로운 공헌활동을 추진함으로써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선순환 되는 사회공헌 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지난 3월, 포항공대 융합문명연구원에는 기업시민연구소(Corporate Citizenship Research Institute)가 마련됐다. 이 곳에서는 기업시민 연구와 사회적 가치 연구, 융합적 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술적 연구와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기업시민 연구활동은 학술적 연구 중심으로 수행하며, 기업시민의 개념과 필요성, 역할, 역량, 활동방향 등 개념적인 정의와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9-06-20

설렘 가득 안고 떠나는 ‘경북의 푸른 바닷길’ 1천300리

사파이어 색채로 빛나는 동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해방감과 시원스러움을 선물하는 ‘경북의 보물’이다. 짙푸른 바다를 따라 들어선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마을마다 귀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동해의 푸른 길 537km를 스토리텔링화 한다면 ‘최고의 관광자원’이 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 하다.경북 동해안은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남해와 서해만큼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는다. 경북도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바다와 그곳을 삶의 터전 삼아 살아온 사람들, 동해만의 독특한 문화와 맛깔스런 음식, 해양스포츠 등 다양한 즐길거리와 역사 유적을 찾아내 소개하는 일은 경북이 ‘관광 1번지’로 도약하는데 작지 않은 도움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젊은 시인 이병철이 바로 이 역할을 맡아 ‘경북의 푸른 바닷길’ 1천300리를 독자들과 함께 걷고자 한다. 2020년은 ‘대구·경북 관광의 해’다. 동해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소개할 본지의 기획 연재기사가 ‘대구·경북 관광 활성화’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혹은 내가 투구게처럼 갑갑하게 느껴지고 이 한 줌 하찮은 삶도 갑자기 자갈밭을 갈고 있는 보습처럼 못 견디게 더워져서, 마침내 삶의 화두가 뻗쳐올라와 물집투성이인 얼굴이 되었을 때 다시금 나는 떠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석굴암 본존불상 아미타불과 경주에서 강릉까지 가는 7번국도를 떠올리고 있었다.”윤대녕의 소설 ‘신라의 푸른 길’을 스무 살에 읽었다. 첫 단락만 읽고도 벌써 몸을 떨며 전율한 스무 살 여름, 나는 경주에서 속초까지 가는 7번국도를 여행했다. 경주 감포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에서 출발해 호미곶을 경유하는 동안 두 눈이 파랗게 짓물렀다. 울진 월송정과 망양정에 올라 송강 정철을 생각하고, 동해 추암 촛대바위와 양양 낙산 해변의 일출을 불덩어리처럼 삼켰다. 새벽까지 마신 술 냄새로 숨 쉴 때마다 대기를 오염시키며, 좀비처럼 설악산 대청봉까지 오르기도 했다.지금 돌아보니 꽤나 조숙했던 여행이다. 아니다. 그저 또래들보다 조숙하게 보이고 싶던 지적 허영의 방랑이었다. 그때 고작 몇 줄 주워 읽은 문장, 마구잡이로 눈에 욱여넣은 풍경들, 주머니가 얇아 컵라면 따위로 때운 식사만으로 동해의 바닷길을 다 알았다고 생각했다. 다 안다고 생각하니 시시했다. 그래서 십여 년 동안 그 길에 다시 오르지 않았다. 동해보다는 남해로, 바다보다는 강으로, 영남보다는 호남으로, 국내보다는 국외로 나다니는 사이 나는 서른 중반이 되었다. 포항은 볼락 낚시한다고 자주 드나들었지만 경주와 영덕은 생김새마저 가물가물했다. 철 지난 영화처럼 색이 바란 ‘푸른 길’을 다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로 복원시킨 건 한 편의 시였다.시인은 “화랑세기에 의하면 내 출생지가 사막이라고 기재되었으나/ 앞뒤 문장은 사나운 모래폭풍에 유실되었다”(이경교, ‘모래의 시’)고 고백하면서 ‘화랑세기’ 필사본을 둘러싼 진위논란의 풍문을 주석에 붙였다. 거기서부터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화랑세기’와 관련된 문헌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전래동화쯤으로 여기던 ‘삼국유사’를 다시 들여다봤다. 특히 소설가 김별아의 연재 ‘경주 월성을 걷는 시간’을 탐독한 것은 모처럼 정신을 달뜨게 한 황홀한 독서 체험이었다.그렇게 며칠 밤 ‘신라’로 거슬러 간 내 마음은 결국 십여 년 동안 덮어두었던 ‘신라의 푸른 길’을 다시 펼치게 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 그리고 경주발 강릉행 버스에서 ‘나’와 우연히 동석한 ‘안인숙’은 서른네 살 동갑인데,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나는 그들과 비슷한 감수성으로 ‘신라의 푸른 길’을 소설처럼 걷고 싶어졌다. 그러자 동해 바닷길이 내 내면에서 마치 “꽃다님보단도 아름다운 빛”(서정주, ‘화사’)을 지닌 한 마리 뱀이 되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당위는 충분했다. 경북매일신문이 마침 경북 바닷길 537km 기행문의 연재를 제안해온 것이다.여행과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다시금 떠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갈아입을 옷 몇 벌과 책 몇 권, 그리고 운명처럼 ‘수로부인’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헛된 기대감도 함께 가방에 넣었다. 부산, 통영, 거제, 남해가 얼마나 아름다운 수평선을 지녔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여수, 순천, 보성, 목포가 거느린 남도 음식의 황홀한 맛도 익숙하다. 나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속초와 안면도에 가 일출과 일몰을 보고, 여름휴가는 제주도로 다니는 서울 사람이다. 나와 경북 바닷길 537km는 아직 손도 잡지 못한, ‘썸’ 타는 사이인 셈이다. 경북 바닷길의 ‘맛과 멋’을 탐색하는 여정은 연애와 흡사한 호기심과 설렘을 일으켰다. 그 푸른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순간, 손끝에서부터 내 온몸을 투명하게 물들일 동해의 스킨십을 나는 거부하지 않으리라.설렘은 늘 불안과 함께 온다. 잠이 불편했는지 어깨가 결렸다. 악몽을 꿨으니 그럴 만했다. 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 전날 밤, 달리기 시합을 앞둔 여덟 살 소년의 꿈에 뱀이 출몰했다. 부엌 싱크대 수도꼭지에서 살모사 한 마리가 꾸물꾸물 기어 나왔다. 그 꿈을 꾸고는 1등으로 골인했다. 길몽이었지만, 지금도 생생한 그 꿈의 질감과 색감과 냄새는 분명 불길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뱀은 내게 매혹이자 공포의 원형(原形)이 되었다. 마음에 근심이 가득하면 꿈자리에 꼭 뱀이 기어 온다. 동해안 여행을 앞둔 밤, 거의 30년 전 그 매혹과 공포의 꿈을 다시 꿨다. 어떤 불안이 영혼을 잠식했을까. 아마도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수도꼭지에서 기어 나와 내 허벅다리부터 목덜미까지를 휘감은 것 같다. 수많은 이들이 동해 바닷길을 이야기해왔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모국어 활자로 인쇄되는 모든 매체가 7번국도 기행문을 한 번씩은 실었을 것이다. 이미 지나치게 많이 소비된 그 길을 무슨 재주로 새롭게 노래한단 말인가. 몹시 골똘해졌다.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5월 둘째 주 토요일, 아침 일찍 차에 짐을 실었다. “불현듯 행장을 꾸리고 나는 정말 투구게 같은 모습으로 어깆어깆 길에 오른 것”이다. 낚시 도구들도 빼놓지 않았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가는 이 시기라면 울진과 영덕, 포항에서 농어와 볼락, 성대, 광어 등을 루어낚시로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물고기보다는 풍경을, 이야기를, 사람을, 맛을 더 많이 낚아야 한다. 그걸 실패하면 그때 물고기나 낚으며 답답한 속을 달래볼 심산이었다.서울을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에서 원주 방향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진입해 충주, 문경, 봉화를 차례로 지나는 동안 기행문의 주제와 구성에 대해 고민했다. 6개월 동안 매주 한 편, 여름 초입에서 겨울의 문턱까지 나는 독자들에게 꽤 웃기고 꽤 진지하면서 또 레퍼토리가 다양한, 신뢰할 만한 이야기꾼이 되어야만 한다.그러기 위해서 동해와 그곳에서 삶을 이어온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와 선조들이 남긴 의미 있는 역사를 제대로 알 때까지 거듭 ‘눈이 시린 경북의 푸른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거듭 밝혀두건대 이번 기행은 부산 기장에서 강원 고성까지 이어지는 7번국도 전체 구간을 답사하는 것이 아니라, 경주에서 울진까지 경북 바닷길로 한정했다. 지역 언론의 역할에 부합하고자 함인 동시에 보다 섬세하고 미시적인 시각으로 7번국도의 ‘허리’를 관찰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첫 번째 여정에는 울진과 영덕을, 두 번째에는 포항을, 세 번째에는 경주, 네 번째에는 다시 포항, 다섯 번째에는 울릉도를, 여섯 번째에는 다시 경주를,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에는 단풍에 울긋불긋 물들거나 또는 첫눈이 소담스레 내린 경주에서 울진까지를 두루 걷기로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다. 여행자는 즉흥과 이탈의 아름다움을 늘 사랑해야 한다.울진으로 가는 길, 활짝 열어둔 차창으로 “아까시 아까시 희디흰 꽃 냄새가 홍수로 번지”(김선우, ‘범람’)고 있었다. 7번국도 전체가 아까시 내음을 짙게 뿜어내는 한 마리 짐승으로 몸을 뒤챘다. 그 냄새에 나도 짐승처럼 몸이 달아올랐다. 꽃향기 환하게 밝혀드는 축제가 정신을 나른하게 하는데, 양 옆으로 스쳐 지나는 풍경들이 생경했다. 빽빽한 녹음 아래 새로 지은 펜션과 카페, 모던한 폰트의 간판들, 젊은 남녀들은 최신 유행의 난해한 패션을 걸치고 불영사를 향해 걸었다. 나는 뱀이 허물을 벗듯 새로운 몸짓과 숨결로 생동하는 경북 바닷길을 보았다.“언제까지 ‘신라의 푸른 길’에만 머물러 있을래?”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어떤 각성을 재촉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내 걸음이 너무 늦게 당도했을까. 경북 바닷길 537km는 이미 망양정과 월송정, 영덕대게, 구룡포 과메기, 호미곶 상생의 손,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 등과 함께 ‘힙스터’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핫플레이스 카페와 럭셔리 풀빌라, 대게 피자와 과메기 파스타, 재즈 페스티벌이 공존하는 낯선 차원이 되어 있었다. 동해안을 따라 상하로 구불구불하게 굽은 국도가 어느새 낮게 누워 수평의 길이 되었다. 수평의 길 위에선 시간도 수평이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일직선상에 나란히 병렬되어 시간 구분은 무의미하며,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모두 ‘영원’이라는 초월적 시간 안에 통일되는 것이다. 신라 천년 왕들의 무덤과 젊음의 거리 ‘황리단길’이 마주보고 있는 경주처럼 말이다.이제 나는 그 영원의 길을 걷고자 한다. 금강송 군락이 내 머리에 초록 휘파람을 부는 불영사 계곡으로 첫 걸음을 내딛는다. 저쪽 영원에서 이쪽 영원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무설설무법법(無說說無法法)’의 화두를 내 귓가에 속삭인다. 경전이나 교리가 아니더라도 참선하고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정말일까? 걷다 보니 어느새 극락도 부처도 가깝게만 느껴진다. 오늘은 불영사에 가 부처의 그림자를 보고,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라고 노래한, ‘하늘의 끝’ 같은 바다를 보러 망양정에 올라야겠다. 저녁엔 울진대게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셔야지. 술 한 잔에 파도와 아까시 냄새와 금강송 군락에서 우는 밤새소리를 모두 담아서.날이 밝으면 “대진 지나 명사 이십리의 풍경이 관광엽서처럼 펼쳐진 울진을 지나 양정, 봉평해수욕장을 지난 다음 죽변”에 가야겠다. 경주에서 동해로 가는 윤대녕의 소설과는 반대 방향으로, 봉평해수욕장과 양정, 울진, 고래불과 대진 명사 이십리를 지나 영덕으로 흘러들고자 한다. 그 전에 생대구탕부터 한 그릇 먹을 셈이다. 오늘밤 소주 네댓 병쯤 우습게 마실 테니까. 담백하고 맑은 국물에 겨우 속을 푼 내가 “신라의 길이면서 또한 땅과 바다가 만나는 영원의 길”을 하행하는 동안 수로부인은 경주에서 강릉으로 올라올 것이다.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녀에게 꺾어 줄 꽃이 천지사방 잔뜩 피어 있다.     /시인 이병철시인 이병철은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늘한 슬픔과 뜨거운 열망이 동시에 읽히는 작품들로 주목받는 젊은 시인. 시집 ‘오늘의 냄새’, 산문집 ‘낚;시-물속에서 건진 말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를 출간했으며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등에 여행기와 칼럼을 쓰고 있다.

2019-06-20

시간이 저장된 그 곳, 쌓인 이야기조차 맛깔스럽다

◇ 제사와 맞이에 가장 중요한 고기쇠고기는 귀했다.쇠고기는 ‘우육(牛肉)’이 아니라, ‘금육(禁肉)’이었다. 쇠고기는 제사 모시고, 손님맞이 하는[奉祭祀接賓客, 봉제사접빈객] 필수음식이었다.제사와 손님맞이가 잦았던 경북 지방에는 쇠고기 문화도 발달했다. 직화로 굽는 불고기와 신선한 상태로 먹는 육회 등이다.영천의 ‘편대장영화식당’은 육회로 널리 알려진 노포다.터미널 바로 옆에 식당이 있다. 외부에서 영천으로, 영천에서 외부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는 뜻이다.‘할머니’가 우둔살의 심줄을 일일이 발라낸 후 육회로 냈던 쇠고기 맛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경산시 남산면의 ‘남산식육식당’은 외진 곳에 있다. 경산시 등 인근 주민들이 드나들던 지역 노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경우다. 고기를 손질한 후 남은 자투리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가 일품이다.호남사람들은 ‘육회’와 ‘육 사시시미’를 구분한다.호남의 육 사시미는 영남의 뭉티기 고기다.살코기가 많고 기름기가 적은 부분의 심줄을 걷어낸 후, 듬성듬성 자른다. 고기 두께가 두꺼우니 뭉티기 고기라고 불렀다.쟁반에 담은 다음, 쟁반을 수직으로 세워도 고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감영(監營)이 있었던 대구에는 쇠고기 소비가 많았다.뭉티기 고기가 대구에서 유행한 이유다. 향촌동의 ‘너구리식당’이 뭉티기 고기의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 ‘왕거미식당’도 오래된 뭉티기 고기 노포다.흔히 ‘대구 뭉티기 고기 3대 노포’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손에 꼽는 집이다. 두 집 모두 실내 분위기는 어수선한 포장마차 같다.안동 풍산읍의 ‘대구식육식당’, 경주 아화의 ‘서면식육식당’도 외진 곳에 있지만 권할 만한 곳이다. ‘대구식육식당’은 50년을 넘겼다. 두 집 모두 음식량이나 질이 모두 푸근하다.‘대구식육식당’은 쇠고기로는 보기 드물게 ‘근 단위’로 고기를 내놓는다. 불고기 전문점이다. “돼지고깃값으로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집”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경주 서면의 ‘서면식육식당’ 역시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집이다. 음식의 질도 수준급. 고기를 살 수도 있다.영덕의 ‘아성식당’이나 성주의 ‘새불고기식당’도 불고기 전문점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집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불고기판 위에 시금치가 가득하다. 쇠고기 불고기에 당면 등을 사용하는 집은 흔하지만, 시금치를 얹는 경우는 드물다. 얼마쯤 억센 시금치를 얹어서 익힌 불고기에는 시금치의 단맛이 배어든다.쇠고기 흔한 곳에 돼지고기가 빠질 리 없다.예천 용궁의 ‘단골식당’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순대 노포’다. 토렴한 국물 맛이 아주 강하다. 용궁은 인근의 농, 축산물이 모이는 교통의 요지였다.우시장이 가까이 있었고 물산도 풍부했다. 50년 이상 업력을 지닌 ‘단골식당’이 자리한 이유다.역시 노포인 경주 안강의 ‘승진식당’은 묘한 돼지고기 전골이 재미있다. 간장을 넣은 전골 국물인데 정작 형태는 돼지찌개 식이다. 달싹한 맛이 일품. 기름기가 적절하게 있는 부위를 사용한다. 먹고 난 후, 밥을 볶아도 좋다.경남 밀양과 대구는 돼지국밥의 성지다. 밀양과 대구는 대도시였다.대구에는 감영이 있었고, 밀양은 영남루가 있는 대도시였다. ‘고기 문화’는 감영이나 큰 누각이 있는 도시에서 발달한다. 고기는 향교 등의 제사와 손님맞이의 필수품이었다.대구에는 돼지국밥 골목이 있다. ‘이모식당’은 50년 가까운 업력을 자랑하는 노포. 손님이 주문하면 머리 고기 등을 썰기 시작한다. 막 손질한 고기는 미리 썰어둔 고기와 맛이 다르다.‘성화식당’도 대구의 노포 돼지국밥 맛집이다.신선한 뼈, 고기를 구한 다음, 늦은 밤 피 빼기를 하고 삶는다. 밤새 국물을 곤 후, 다음 날 점심 무렵부터 국밥을 내놓는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부추겉절이도 없다. “고기 맛을 해치기 때문에 부추를 내놓지 않는다”라고 말한다.봉화군 봉성면의 ‘청봉숯불구이’, 김천 지례의 ‘장영선 원조지례삼거리불고기’, 예천 읍내의 ‘동성분식’은 특이한 음식을 내놓는다.‘청봉숯불구이’는 ‘돼지고기+솔잎’이다. 주문을 받은 후, 별도의 공간에서 고기를 굽는다. 굽는 과정에 솔잎의 향을 고기에 더한다. 손님상에 내놓을 때도 고기 접시 아래 솔잎을 깐다. 솔잎의 은은한 향기가 고기에 밴다.인근에 3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집들이 몇몇 더 있다.‘동성분식’은 태평추를 내놓는 집이다. 한적한 골목이다. 메밀묵과 신 김치, 돼지고기를 더한 음식이다. 연탄불 위에 올리고 ‘끓여서’ 먹는다. 김 가루와 고춧가루 정도를 더한 투박한 음식이다. ‘태평추’는 ‘탕평채’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짐작하지만 정확지는 않다.‘장영선 원조지례삼거리불고기’도 업력 50년을 넘겼다.오래전 가정 음식이었던 고추장 돼지 불고기를 내놓는다. 일제강점기에도 있었던 ‘지례의 토종 돼지’ 고기를 사용한다. 재래, 토종 돼지는 개체 크기가 작고 살이 찰지다. 골목 전체가 지례 돼지고기 전문점이다. 그중에서도 노포 맛집이다.소, 돼지 이외에 닭도 대중적인 식재료였다.장계향의 ‘음식디미방’에도 백숙 등 닭요리가 있다.안동의 서부시장은 찜닭으로 유명하다. ‘안동찜닭’으로 부른다. 백숙이나 닭볶음탕과는 달리 간장 베이스다. 각종 채소 등을 넣고 전골 형태로 끓인다. 시장 골목 통에 여러 가게가 있다. 그중 ‘원조안동찜닭’이 노포다.◇ 국수, 귀한 제사 음식으로 시작하다국수를 제사에 사용했다고 하면 믿지 않는 이들이 많다.경북 안동에도 이제 국수 제사를 모시는 집은 드물다.음식점은 아니지만, 안동 임동면의 ‘지례예술촌’에서 제사 국수인 ‘메국수(멧국수)’를 본 적이 있다.‘메국수’는 제사에서 밥(메)처럼 사용하는 국수다. 제사의 메국수는 ‘안동 국시’의 시작이다.제사 국수는 사라졌지만 건진국시, 제물국시, 칼국수는 남았다.안동 서후면의 ‘경당종택’은 조선 중기 유학자 경당 장흥효(1564~1633년)의 후손이 살고 있다.‘음식디미방’의 저자 장계향의 친정이다. 경당은, 퇴계 이황(1501~1570년)-학봉 김성일(1538∼1593년)로 이어지는 학통을 물려받았다.지금도 경당종택에서는 경당 불천위제사(不遷位祭祀)를 모시고 있다. 두어 해 전까지는 종부 권순 씨가 국수를 만들었지만, 몸이 아프니 더 국수를 내놓지 않는다. 경당종택에서 ‘종택 스테이’를 하면 다음 날 아침 ‘반가의 아침밥상’을 만날 수 있다.정갈하고, 소박하면서 품위가 있는 밥상이다. 고사리, 도라지, 콩나물 등 나물과 간고등어, 북어보푸라기, 안동고춧가루 식혜 등이 이채롭다. 전문식당은 아니지만, 종부(宗婦)의 밥상은 50년을 넘겼다.업력은 길지 않지만, 안동의 ‘골목안손국수’는 경당종택의 종손이 즐겨 찾는 건진국시, 제물국시 전문점이다.대구 서문시장에는 여느 경북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칼국수, 수제비 골목이 있다. ‘합천할매손칼국수’가 노포 맛집이다.가게 앞 좁은 골목 한쪽에서 홍두깨로 반죽을 밀고, 칼국수를 만든다. 가격도 낮은 편(4천 원)이고 양도 넉넉하다.대구, 경북의 칼국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국수를 만들 때 밀가루에 적정한 양의 콩가루를 섞는다. 고명으로 사용하는 채소는 채 썬 애호박과 얼갈이배추 혹은 배추를 사용한다.퍼런 배춧잎이 있으면 대부분 대구, 경북의 칼국수다. ‘합천할매손칼국수’도 마찬가지.경주 배동의 ‘삼릉고향칼국수’는 족 반죽으로 유명한 집이다. 반죽 덩어리 위에 신문지와 비닐 등을 덮고 발로 밟아서 다진다.영주 풍기의 ‘서부냉면’은 외부에서 온 음식이 경북에서 자리 잡았다. 업력은 40년을 훌쩍 넘겼다. 국수가 강세인 곳이다. 북쪽에서 유행했던 평양냉면이 자리 잡았다. 특이한 경우다.한때 ‘한강 이남에서 유일한 평양냉면 전문점’이라는 평을 들었다. 고기와 냉면을 내놓는다.영주 순흥 ‘순흥전통묵집’과 포항 구룡포 ‘까꾸네모리국수’, 예천의 ‘전국을달리는청포집’도 권할 만한 노포 맛집이다.‘순흥전통묵집’은 경북 북부의 묵, 두부 음식을 잘 보여준다. 묵밥은 경북의 음식이다. 육수에 메밀묵과 김 가루, 썬 김치 등을 넣고 비빈다. 모두부 한 접시를 더하면 술과 밥이 모두 가능하다.‘모리국수’는 바닷가 음식이다. 잡어탕을 끓인 후, 국수를 넣어 먹는 바닷가의 서민 음식이다. 미처 팔지 않은 잡어를 대중없이 넣고 끓인다. 구룡포 ‘까꾸네모리국수’가 노포 맛집이다.‘전국을달리는청포집’도 노포 맛집이다. 청포(묵)는 황포묵과 뿌리가 같다. 묵은 메밀, 도토리 등으로 만든다. 청포 혹은 황포묵은 녹두로 빚는다. 녹두 청포묵에 치자 등으로 물을 들이면 황포묵이 된다.청포묵은 메밀, 도토리묵과는 달리 ‘포르스름한 때깔’이 품위가 있다. ‘전국을달리는청포집’에서는 탕평채도 맛볼 수 있다. 계속/황광해(맛칼럼니스트)

2019-06-20

장기에 가면 조선왕조 500년 역사가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장기를 ‘유배지’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심지어 장기사람들을 유배 온 사람들의 후손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이처럼 마치 장기지역 전체가 귀양지인 것처럼 인식된 이유는 조선시대의 형벌제도를 정확히 알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장기는 신라 때는 지답현(只沓縣)이었다.남으로는 경주의 감포 경계까지, 북으로는 현재의 구룡포와 호미곶까지를 관장하던 동해안의 관방요충지였다.고려 태조23년(940)에 장기현(長 縣)으로 이름을 고치고 현종9년(1018)에 경주부의 속현이 되었다.공양왕2년(1390)에 현으로 승격하여 감무(監務)를 두어 다스리게 하였다. 조선 태종 15년(1415)에 동해안으로 들어오는 왜구를 막는 해방(海防) 요충지임을 감안하여 무신으로서 벼슬이 높은 자를 지현사(知縣事)로 파견하였다.관내에는 신라 때에 설치한 시령산성, 만리성 등의 고대 산성들과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토성으로 쌓아 조선 세종 21년(1439년)에 석성으로 개축하였다는 장기읍성이 있다.세종 때는 현감 외에 장기 모포리에 포이포진을 설치하고 종4품 무관인 수군만호(水軍萬戶)를 배치하여 진을 관장토록 했다.유배지에서는 유배인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필수적이다. 장기는 유배인을 감독할 수 있는 감독청으로 현청뿐 아니라 수군만호까지 한 개 더 있다는 점과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연해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 유배지로는 적격이었다. 유형의 종류는 유배의 거리, 죄의 경중, 집행방법에 따라 구분된다. 조선 초기 ‘경국대전’에는 거리에 따라 유 2천리, 유 2,500리, 유 3천리의 세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대명률(명나라 법률)의 규정을 적용한 것이므로, 아무리 먼 곳도 한양에서 2천리가 넘지 않는 조선 땅에는 사실상 이 규정이 적합하지가 않았다.이에 따라 조선에서는 거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돌아가는 곡형제도를 쓰기도 하였으나 뚜렷한 기준이 없었다.후에 태종은 대명률의 유배에 관한 규정을 우리 실정에 맞춰 속전(贖錢·형벌대신 내는 금전)을 내면 거리를 감하여 주는 ‘유죄수속법(流罪收贖法)’을 시행하였으나 이도 문제점이 많긴 마찬가지였다. 이에 세종은 전국적으로 유배지를 단축하고 혹은 우회하여 도착시키는 식으로 변용하여 우리 실정에 맞게 ‘배소상정법(配所詳定法)’을 만들었다.즉 경성·경기에 사는 사람들이 유 3천리 형을 받을 경우는 경상도·전라도·평안도·함길도 내에 있는 30개 역(驛) 밖 빈해(바다에 가까운 땅) 고을로 보내고, 유 2천500리는 25개역 밖, 유 2천리는 20개 역 밖에 있는 각 고을로 보내도록 해당고을을 법으로 미리 정해놓은 것이다.이에 따르면 장기는 경성(京城)에서 유 3천리 빈해(濱海) 지역에 해당되었다. 이로서 의금부에서 죄인의 배소를 지정한 곳을 기록한 ‘의금부노정기’에 유3천리 유배지로 장기가 등재되었고, 조선 내내 유배지로 널리 활용되었던 것이다.영조 때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흑산도와 같이 험한 곳이나 무인도에는 유배를 금지시켰으므로 영조 이후에는 장기로 유배 온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의금부노정기’에 따르면, 경성에서 장기까지 유배길은 한양-남태령-안성(죽산)-충주-문경-상주-함창-의흥-신령-영천-경주-장기로 연결되는 영남대로였다. 이 길은 서울에서 860리 이고 하루 95리를 걸어 9일 반이 걸려야 도착하는 긴 여정이었다. 유배형은 조선후기에 이르면 ‘증보문헌비고’에서 볼 수 있듯이 천사(遷徙), 충군(充軍), 정배(定配), 위노(爲奴) 등으로 세분화 된다.천사는 죄인을 고향으로부터 외방 먼 곳으로 이주시키는 형벌이다. 충군은 군역을 부과하는 것이고, 위노는 관의 노비로 삼는 것을 말한다. 정배는 한 장소를 정해 죄인을 유배시키는 것을 말한다.정배 중에 안치(安置)는 유형중에서도 행동의 제한을 가장 많이 받는 형벌로서 유형지에서 다시 일정한 지역 내로 유거하게 하는 것이다.안치는 유거의 성질에 따라 본향안치, 절도안치, 위리안치 등이 있다. 이외에도 유형의 일종으로서 집행방법에 따라서는 부처(付處)가 있는데, 이것은 유배인의 평소 공로나 정상 등을 참작하여 유배지로 가는 중간지점 한곳을 지정하여 머물러 있게 하는 처분이다. 그래서 ‘중도부처’라 하였다. 위에 열거한 형벌은 용어 자체의 뜻은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유형을 뜻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유배지는 모두 408곳 정도이다.이중 경상도가 81곳으로 가장 많고 전라도가 74곳, 충청도는 70곳이다.실록 등을 분석하면 조선의 대표적인 관직에 나아가 중요 직책이나 고위직에 오른 사람치고 유배길에 오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선시대 유배는 관리들에게 흔한 의식치례였다.조선조 장기로 유배가 결정된 유배인은 대략 220여 명(계속 조사 중, 유동적 임)으로 확인된다.이는 단일 현(縣)지역 유배인 수로는 국내에서 제일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조선 태조 1년에 판삼사사(判三司事:종1품)로 있던 설장수(5070長壽)가 정몽주와 같은 파였다는 탄핵을 받아 장기로 유배 온 것을 비롯하여 세종 때는 개국공신 홍길민의 아들인 대사헌 홍여방, 세조 때는 단종복위 운동에 연루된 박팽년의 가족들이 연좌되어 대거 이곳으로 왔다. 연산군 때(1500년)는 무오사화에 연루된 대사간 양희지가 왔고, 숙종 때(1675년)는 우암 송시열이 제 2차 예송(禮訟) 사건으로, 기사환국(1689년) 때는 영의정 김수흥이 왔다. 경종 1년(1721년)에는 판서 신사철이 신임사화에, 정조 때(1801년)에는 다산 정약용이 신유박해 사건에 각각 연루되어 장기로 오기도 했다. 유배인들이 머물다 간 유배지는 한 선비에게는 말 못할 고통의 장소였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문학의 산실이자 더 높은 문화의 보급 장소이기도 했다.장기지역을 거쳐 간 수많은 유배객들도 그들이 머물렀던 이곳의 풍광과 서정을 주제로 많은 음영과 저술을 남겼다. 특히 다산 정약용은 장기에 머물면서 결코 유배지의 한을 좌절과 절망으로 여기지 않고 학문연구와 시작에 전념하였다.그가 직접 전해들은 이곳 사람들의 애환과 관리들의 부패상을 우화적이고 은유적인 시로 표현함으로써 현실적 설득력을 보탰다. 그런 경험은 후에 그가 ‘목민심서’를 저술하는데도 큰 계기가 되었다.그보다 120여년 먼저 온 우암 송시열은 4년 여간 장기에 머물면서 남인 세력들이 득세한 경상도에 노론계의 학파를 형성할 정도로 후학양성에도 힘을 썼다. 이곳을 거쳐 간 유배인들의 영향으로 장기는 학문을 숭상하고 선비를 존경하며 충절과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풍토가 조성되었다.비록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 작은 고을이었지만 중앙의 올곧은 관리들과 좋은 서적들을 접하면서 지식과 문화교류를 활발히 전개하여 충절과 유현의 고을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것이다.지금 장기에 가면 유배문화의 흔적들이 있다.영의정을 지낸 퇴우당 김수흥처럼 이곳에서 객사한 유배인도 있고, 이시애의 난에 연루된 사람들의 가족들처럼 끝까지 복권되지 않아 지역민으로 살다가 한과 애환을 품은 채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이들의 이야기들을 시대별로 엮으면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무슨 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들은 유배지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지냈으며, 그들이 남긴 사상과 철학은 장기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 녹아있는지를 헤쳐 보려 한다.이 글을 접한 이들이 장기를 찾아 한번쯤은 유배인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영남대 대학원 한국학 전공-향토사학자, 수필가-대표 저서‘장기고을 장기사람 이야기’, ‘영일 유배문학 산책’, ‘포항의 3.1운동사’, ‘해와 달의 빛으로 빚어진 땅(공저)’, ‘포항의 독립운동사(공저)’, ‘포항시사(공저)’ 등 다수

2019-06-20

5G 메카, 투자 촉진형 지역·기업 상생 일자리로 ‘제2도약’

구미시에 두가지 변화가 주목을 끈다. 포항의 철강산업과 함께 전자산업의 메카로 지역경제를 견인해온 구미에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5G산업의 정책 추진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과 투자촉진형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그것이다. 구미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되는지를 알아본다.□구미시 5G산업의 중심이 되다지난 4월 3일 국내 통신 3사가 5G 1호 가입자 탄생을 일제히 알리면서 한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로서 위상을 갖게 됐다. 5G는 방대한 데이터를 아주 빠르게(초고속) 전송하고, 실시간(초저지연)으로 모든 것을 연결(초연결)하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이다. 이러한 미래 신기술의 집약체인 5G의 핵심사업이 이제 구미에서 실현될 예정이다. 구미시는 전 세계 시장에서 5G산업의 메카가 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5G(5세대 미래이동통신: 5th Generation Mobile Telecommunication) 산업은 흔히 ‘4차 산업혁명의 혈관’으로 비유된다. 미래 신기술에 있어 5G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 신기술인 △대용량 콘텐츠를 초고속 전송을 통한 VR 생방송, 홀로그램 통화 혹은 공연 △실시간 제어를 통한 자율주행자동차, 원격수술용 로봇, 치안·안전·측량용 드론 △수많은 센서와 기기 연결을 통한 사물인터넷,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이 모두 5G 기반 위에서 실현된다. 이처럼 5G는 기존 이동통신의 단순한 진화를 넘어 혁신적 융합서비스와 첨단 단말·디바이스 등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다.구미시는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사업인 ‘5G 시험망기반 테스트베드 구축’에 최종 선정됐다. 앞서 3월 5G 연구개발사업(핵심부품 개발사업) 국비 90억 확보에 연이은 쾌거이다. 이로써 구미시는 세계최초 5G 상용화에 맞춰 5G기반 신산업 육성 및 시장 활성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공공 선도투자’·‘민간투자 확대를 통한 테스트베드 조성 및 산업고도화’라는 ‘5G+전략’ 정부 발표와도 부합하는 것이다.‘5G 시험망기반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은 총 사업비 198억(국비 128, 도비 21, 시비 49) 규모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추진된다. 이 사업은 5G 융합제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에게 ‘개방형 5G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것으로,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고가의 5G 시험망 장비를 구축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기업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테스트베드 인프라를 공공의 재원으로 구미시가 선도적으로 구축하게 됐다. 지역 및 국내 중소기업들은 구미의 5G 테스트베드를 이용함으로써 비용절감 및 개발기간 단축, 불량률 감소 등 경제적 효과 창출 뿐만 아니라, 테스트를 거친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주목할 점은 전국적인 5G 원격신호 송출 서비스 지원으로 이용기업이 테스트베드 시설 현장에 직접 오지 않고도 인접 지역에서 시험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한다.그렇다면 5G를 두고 왜 구미가 나섰나. 구미시는 ICT 제조업의 집성지이자, 이동통신기기 및 스마트기기 등 국가 최대의 전자기기 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다. 또 이미 구축된 2G∼4G 시험망 모바일 테스트베드가 운영되고 있어, 융합산업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구미시만의 강점은 5G 융합산업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기업들이 먼저 알고, 구미시와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지난 3월 5G 기술의 선두기업인 (주)KT는 구미시와 ‘5G 산업육성 및 실증환경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구현모 (주)KT 사장이 직접 참석해 체결한 업무협약은 △구미 5G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시험인증 협력 △5G 융합서비스를 활용한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 실증협력 △5G 체험관 및 기업홍보관 구축 협력 △경북지역 기업 RD 역량강화를 위한 5G 산업생태계 조성 협력 △5G 맞춤형 청년인재 양성 및 스마트캠퍼스 조성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5G 융합디바이스 개발 지원하고,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직접 5G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실증환경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장세용 구미시장은 “5G는 공공·사회 전반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 원동력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구미시는 5G 강소기업 육성을 통해 지역경제 혁신성장에 기여하고, 구미시가 5G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투자촉진형 구미형 일자리광주에 이은 두 번째 지역 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인 ‘구미형 일자리’사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LG화학은 구미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5천억 원에서 6천억 원이 우선 투자되고, 1천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이 기대된다. 구미형 일자리가 광주형 일자리와 다른 점은 ‘투자촉진형’이라는 점이다.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투자촉진형’모델이기 때문이다. 광주의 경우처럼 근로자 임금을 낮추지 않으면서, 지자체가 LG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 감면과 공장부지 제공, 행정절차 간소화 등 최대한의 지원책을 동원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인력확보 지원, 직원 사택 등 주거와 근로자 복지 혜택의 구체적인 당근도 제시했다. 노동계가 대기업 특혜를 문제삼고 있지만, 임금 저하에 따른 노조의 반발이 걸림돌이 될 우려가 비교적 낮다. 또 전기차 배터리는 차세대의 고부가가치 성장산업으로 수요 전망이 밝고, 사업의 확장 및 지속가능성도 높다. LG 측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구미형 일자리는 투자촉진을 통해 기업과 지역이 함께 상생하는 모델로, 잘 진행만 된다면 그동안 해외로 나갔던 우리 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LG화학이 구미에 배터리 완성품이 아닌 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키로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관계 기업들은 LG화학이 배터리 원재료 내재화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분석한다.양극재는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과 함께 배터리의 4대 소재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 등을 결정하며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가량에 달하는 핵심소재다. LG화학이 구미에 양극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한 건 완성품과 소재 간 수직 계열 체계를 구축하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이 핵심 소재를 확보하는 게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배터리 양극재 시장이 1년새 2배 이상 늘어나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LG화학이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는 이유이다. 앞서 LG화학은 현재 25%인 양극재 내재화 비중을 2021년까지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구미형 일자리 사업으로 양극재 내재화 비율을 높이겠다는 목표에 가까워질 전망이다.구미시와 경북도는 지난 7일 LG화학에 ‘구미형 일자리 투자유치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짓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구미시는 제안서에서 세금감면, 부지제공, 정주 여건 개선 등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구미시와 LG화학 협상단은 지난 11일부터 2∼3주간 이달 중 조인식을 목표로 구체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이런 와중에 일각에선 LG화학이 배터리 완성품이 아닌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구미시는 구미형 일자리가 이제 시작단계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미시가 궁극적으로 바라고 있는 구미형 일자리는 어떤 것일까. 이는 지난 3월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새경북포럼 상생형 지역 일자리 창출방안 토론회에서 장세용 시장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장 시장은 “시장에 당선되자마자 추진했던 것이 바로 구미형 일자리이다. 전기 자동차, 그와 관련된 배터리 산업 (기업) 몇 군데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구미형 일자리 완성은 전기 자동차 완제품 생산이라는 것이다. 구미시는 기업들이 원하는 정주여건을 만들어 전기 자동차 생산 단지를 만들 계획이다.장세용 구미시장은 “LG화학의 구미형 일자리 사업 투자는 구미에서 전기 자동차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구미에 기업들이 원하는 정주여건을 만들고, 5G사업과 자동차 사업을 접목한 미래형 전기 자동차 완제품을 생산하는게 진정한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다. 구미시민들과 한마음으로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완성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9-06-20

가속기 기반 신약클러스터·차세대 백신산업 ‘풍요로운 미래’

“지금이 우리에게는 바이오헬스 세계시장을 앞서갈 최적의 기회다. 제약과 생명공학 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시대도 머지 않았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이같이 언급하고서 바이오헬스 분야를 시스템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어 “정부는 민간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도록 충분히 뒷받침하겠다”며 “특히 중견·중소·벤처기업이 산업 주역으로 우뚝 서도록 기술 개발부터 인허가·생산·시장 출시까지 성장 전 주기에 걸쳐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국가적 주력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북에서는 포항시가 가속기 기반의 신약 클러스터 조성과 차세대 그린 백신산업 등을 통해 풍요로운 지역의 미래 먹거리가 될 바이오산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포항시의 이러한 준비에 맞춰 대내외적 상황 역시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경북도가 지난 6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사업’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핵심사업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설립에 국비 229억원을 확보한 것.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2019년부터 5년간 총사업비 458억원을 투입해 포항융합산업기술지구에 설립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포항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가속기신약연구소, 비즈니스융복합센터를 건립하고 신약연구중심병원, 첨단임상시험센터, 동물대체시험평가센터를 유치한다는 복안을 바탕으로 바이오산업 육성에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포항 바이오산업은 어떠한 모습을 띠게 될까? 주요 사업들의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아본다.□4세대 방사광가속기포항의 바이오산업에 있어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그 가치 또한 높아서 세계에서 오직 5기(미국, 일본, 한국, 독일, 스위스)만 운영 중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선형으로 사용하며, 고휘도의 전자빔 번치를 발생시키는 전자총, 이를 가속시키는 전자가속기, 전자빔 번치가 사행운동을 하면서 방사광을 발생시키는 자석구조의 삽입장치, 방사광을 실험장치까지 유도할 수 있는 빔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삽입장치 전자석은 3세대 방사광에서 사용하는 것과 구조적으로는 동일하나 인출되는 방사광 밝기가 차이난다. 4세대 방사광은 수십 억분의 1초보다 빠른 광원으로 화학촉매 반응, 분자결합 반응, 생체 반응같은 초고속 자연현상 관측이 가능하며, 화학 반응의 경우에도 4세대 방사광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발생하는 각 과정을 순간 포착할 수 있다. 또한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나노 물질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파장이 짧은 X-선을 이용해야 하는데, 4세대 방사광은 크기가 1m의 10억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나노 및 펨토 크기의 물질을 보는 현미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3세대 방사광과 비교해서도 뛰어난 점이 많다. 4세대 방사광은 3세대 방사광과는 다르게 각각의 전자에서 발생한 빛의 파장이 공간적으로 잘 정렬되며, 이러한 우수한 특성의 빛은 단백질과 같은 작은 물질의 구조 해석에 매우 유용하다. 이 외에도 4세대 방사광은 3세대 방사광보다 1억배나 밝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험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또한 여러 번의 노출로 시료가 X-선에 손상되기 전에 정확하고 선명한 결과가 도출 가능한 장점도 있다. 결론적으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세포의 동적(動的) 현상을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최첨단 연구시설로, 단백질의 기작을 실시간으로 관측함으로써 생명과학분야 및 신약개발 분야에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러하듯 4세대 방사과가속기는 포항시만이 가질 수 있는 큰 장점으로 앞으로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에서 포항을 우위에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위치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지난 2011년부터 4천298억원(국비 4천38억원, 시·도비 260억원)이 투입돼 2015년 말 준공됐다.□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포스텍 바이오분야의 우수한 연구역량과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바이오 벤처, 제약·생명공학 기업유치 및 기반 연구시설 구축 필요성에 따라 마련됐다. 특히 지역 바이오기업들이 포스텍의 우수한 연구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연구소 인근 기업지원시설 구축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 2016년부터 추진돼 온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한 마디로 ‘국내외 신약개발 기업체, 연구기관이 입주하는 신약개발 전용 연구센터’다.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인근 연면적 7천926㎡(지하1층, 지상3층)로 신축되며, 약 212억원이 투입된다. 센터는 바이오분야 기업입주시설, 연구시설, 파일럿 플랜트 등으로 구성되며, 이와 함께 원심분리기, 액체질소 보관통 등 17종 45점의 연구장비 역시 마련된다. 올해 2월 기공식을 개최했으며 연말까지 준공할 예정으로 시는 준공 이후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 및 국제 신약개발 연구소 유치에 힘쓴다는 계획이다.□세포막단백질연구소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건립되는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가속기를 활용한 세포막단백질 구조기능 연구를 수행하는 미래 국가 바이오 신약개발 핵심 인프라다. 즉, 세계적 수준의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질환표적 세포막 단백질 구조를 밝히고, 메커니즘 탐구를 통해 구조기반 신약개발의 국가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포막단백질 구조 분석이 가능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 활용하면 질병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세포막단백질의 구조 규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기존의 대량화합물 스크리닝 방식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신약개발이 가능하고 신약 후보물질 도출에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 우리나라가 1천500조원의 글로벌 신약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밖에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막단백질 구조 규명을 통해 신약개발 연구의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유기적인 공동연구로 막단백질의 주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올해 초 사업추진단이 출범한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첫사업으로,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연면적 6천12㎡(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올해 연말 착공식을 가질 계획이다.□식물백신 기업지원시설현재 우리나라는 구제역, 돼지열병 등 상재성 가축질병으로 최근 4년간 3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국가재난형 가축질병으로 인해 해마다 국가 경제 손실이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기존 백신(유정란, 동물세포배양) 시스템의 가축전염병 대응에도 한계를 보이며 안전하고 신속대응 가능한 신규 백신생산 플랫폼 개발이 시급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식물백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우리 사회를 지켜줄 10대 미래 유망기술’ 중 하나인 식물백신은 특정 병원체의 DNA 도입으로 형질전환된 식물세포나 식물체를 이용해 생산하는 백신으로,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를 직접 배양해 사용하지 않아 병원체 전파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이러한 식물백신 관련 시설 역시 포항에 들어선다. 포항시에 따르면 국내 식물백신 기업 유치 및 그린바이오 신산업군 조성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거점시설로 활용될 식물백신 기업지원시설이 오는 2021년까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준공될 예정이다. 시설은 완전 밀폐형 식물재배시설, 우수 동물용의약품 제조기준(KvGMP) 백신생산시설, 전임상 평가용 시설과 효능평가시설, 기업지원시설 등이 구축된다. 준공 이후에는 동물용 백신-인수공통 감염백신-인체백신으로 개발범위를 확대하고 현재 100% 수입하는 구제역, 돼지열병, AI 등 동물용 백신의 자급률을 2020년까지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9-06-20

대구시민, 文정부에 등 돌려… 64.1%가 국정 운영 부정 평가

경북매일은 창간 29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대구 성인남녀 809명, 경북 성인남녀 814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경기 체감, 향후 경기 전망, 총선 투표 정당에 대한 시도민들의 민심을 알아봤다. 또 대구·경북(TK) 지역의 최대 현안인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여론도 수렴했다. 본지 여론조사 결과 주목할 만한 점은 문재인 정부 및 정부 여당이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 올인하면서 TK지역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정가에서는 ‘TK홀대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TK지역에 출마하려는 여당 인사들마저 TK홀대론이 거세다는 데 일정부분 공감하는 눈치다. 지역민들이 느끼는 경기체감 및 향후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TK시도민들은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내년 총선에서 ‘정부 여당 심판론’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를 외면하는 TK민심을 잡기 위해선 극약처방을 내놓아야할 것으로 보인다.대구시민들은 현재 느끼는 경기 체감에 대해 비관적인 답변이 많았다. 이번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집권 전인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정의 생활 형편이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0.8%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나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17.5%에 불과했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20.3%였다.지역별로 살펴봐도 부정평가가 압도적으로 앞섰다. 동·북 18.9%, 중·남·수성 14.1%, 서·달서·달성 18.3%만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반면, 동·북 61%, 중·남·수성 60%, 서·달서·달성 61.3%는 ‘어려워졌다’고 답해, 대구 시민 10명 중 6명은 체감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도 살펴보면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50대(76.2%), 60대이상(68.2%), 40대(55.4%), 30대(49.7%), 20대(47.1%) 순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민주당 지지자층에선 64.3%가 ‘나아졌다’고 응답했고, ‘어려워졌다’고 응답은 9.5%에 불과했다는 점이다.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도 경제 전망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밝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시민의 52%가 ‘우리나라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21.9%가 ‘비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6.1%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놨다. 무응답층은 10%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 지역에서 응답자의 50%이상(동·북 50.2%, 중·남·수성 56.9%, 서·달서·달성 50.1%)이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만 19세이상 20대 59%, 30대 49.7%, 40대 46.2%, 50대 57.6%, 60대 이상 48.4%가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0대(30.2%)와 40대(23.8%)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을 뿐 만 19세이상 20대(12.6%)·50대(8.2%)·60대 이상(11.1%)은 10% 내외에 불과했다.특히 대구시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중 5명 가량이 탈원전 정책에 반대했다. 탈원전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 데다 지역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대구시민은 52.3%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찬성한다(26.4%)’고 응답한 시민보다 2배나 됐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 15.9%, ‘잘 모르겠다 또는 무응답’ 5.4%였다. 지역별로 구분해보면 중·남·수성 주민들이 57.3%의 반대입장을 나타냈고, 동·북 51.5%, 서구·달서구·달성군 49.4% 순이었다.다만 정당 지지층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당 지지층의 71.5%가 ‘탈원전 정책을 반대한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75.5%는 ‘탈원전 정책을 찬성한다’고 답변해 지지정당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더욱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가 62.5%, 만 19세이상 20대 55.1%, 60대 이상 50.9%, 40대 46.4%, 30대 44.5% 순으로 ‘탈원전 정책을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만 19세이상 20대 25.3%, 20대 38.2%, 40대 37.5%, 50대 19.1%, 60대 이상 17.8%가 ‘탈원전 정책을 찬성한다’고 답변했다.이처럼 극심한 경기침체로 시름에 젖고 탈원전 정책, TK지역 홀대에 염증을 느낀 대구민심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잘하고 있다’ 25.7%, ‘잘못하고 있다’ 64.1%였다. 보통 8.1%, 무응답층은 2.1%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지역 전역에서 긍정평가(동·북 26.7%, 중·남·수성 23.3%, 서·달서·달성 26.3%) 보다 부정평가(동·북 64.4%, 중·남·수성 67.1%, 서·달서·달성 61.6%)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연령별로는 긍정평가가 30대 43.7%, 40대 38.1%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대졸 무렵과 결혼 적령기에 IMF 외환위기, 부동산 폭등,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진보 성향이 강해진 30~40대가 견고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 19세이상 20대에서는 23.2%, 보수성향이 강한 50대·60대 이상에서는 각각 15.4%, 15.8%가 긍정평가했다.이같은 부정적 평가는 내년 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탄핵, 정권 교체 등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시민들이 한국당에 등을 돌리는 듯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TK홀대 등을 반면교사로 보수층이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도 함께 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내일이 차기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투표와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더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 정부의 잘못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60%)가 ‘현 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25.3%)보다 무려 24.7% 더 높았다. 무응답층은 14.7%였다.지역별로 살펴보면 동·북 60.6%, 중·남·수성 62.4%, 서·달서·달성 58%가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연령별로는 50대에서 야당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72.1%로 가장 높았으며, 60대 이상도 68.1%나 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지지층으로 분류되는 40대와 30대에서도 각각 50.9%, 48.3% 가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당 지지성향로는 자유한국당 지지자의 90.7%가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민주당 지지층 89.9%가 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해 대조적이었다.한편, 대구시민들이 파악하고 있는 중점 추진분야는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동·북구 주민들은 대구 통합신공항 이전(30.8%), 중·남·수성구 주민들은 지하철 3호선 연장(22.2%), 서·달서구·달성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23.4%) 등을 우선순위 사업으로 꼽았다.지역별로 살펴보면 동·북 주민들은 대구 통합신공항 이전(30.8%), 지하철 3호선 연장(24.6%)이 20%대 이상을 기록했을 뿐 상수원·취수원 이전, 국가물산업클러스트 조성 사업은 한 자리수를 기록했다. 중·남·수성구 주민들은 지하철 3호선 연장(22.2%), 대구통합신공항 이전(18.2%), 국가물산업클러스터조성(17.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달서·달성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23.4%), 대구시 신청사 건립 예정지 선정(14.9%), 지하철 3호선 연장(13.8%) 등을 언급하면서 달서구와 달성군이 최근 대구 신청사 건립 예정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연령대별로는 만 19세이상 20대의 경우 지하철 3호선 연장(24.4%)을 꼽은 반면에 30대(31.1%), 40대(20.0%), 50대(22.7%), 60대이상(27.4%)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을 선택해 20대와의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조사 개요△의뢰기관 = 경북매일신문 △조사기관 = 모노리서치 △조사대상 및 표본크기 = 대구지역 거주 만 19세이상 성인남녀 809명(남 524명, 여 285명) △조사기간 = 2019년 6월 15∼18일 △조사방법 = 유·무선전화ARS(유선 426건, 무선 383건) △표본추출방법 = 통신사 무작위 추출 가상번호 DB, 인구비례할당 무작위추출 유선전화 RDD △가중치 보정 = 2019년 5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4%포인트 △응답률 = 4.2%/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그래픽 이연흥40대와 50대에서도 각각 50.9%, 48.3% 가

2019-06-20

도민 52.9% “文정부 탈원전 정책 반대”… 찬성 21.4% 불과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을 잘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경북도민 중 64.1%가 ‘매우 잘 못하고 있는 편(39.3%)’또는 ‘잘못하고 있는 편(24.8%)’이라고 답했다.‘매우 잘하고 있는 편(13.0%)’과 ‘잘하고 있는 편(5.5%)’을 합친 긍정평가 비율은 18.5%에 불과했다. ‘보통’ 15.1%, ‘잘모름·무응답’ 2.3% 순이었다.권역별로 구분해보면 동남권(경주, 경산, 영천, 청도)의 ‘부정평가’가 69.0%로 가장 높았고 내륙권(안동, 영주, 문경, 예천, 상주, 군위, 의성, 청송) 65.7%, 동부권(포항, 울진, 영덕, 봉화, 영양, 울릉) 62.4%, 서남권(구미, 김천, 칠곡, 성주, 고령) 59.5% 순이었다.반면 권역별 ‘긍정평가’는 내륙권이 13.3%로 가장 낮았고 동남권 16.7%, 동부권 21.2%, 서남권 22.0% 순으로 나타났다.지지정당별로 살펴보면 자유한국당 지지자 중 83.8%가 문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2.8%만이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75.6%가 긍정평가를, 9.6%가 부정평가를 내렸다.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 중 71.9%가 문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봤고 60대 이상 69.4%, 30대 63.0%, 만 19세 이상 20대 55.5%, 40대 52.5% 순으로 부정평가 비율이 높았다. 긍정평가 비율은 반대로 40대가 31.8%로 가장 높았고 30대 24.2%, 만 19세 이상 20대 19.0%, 50대 17.8%, 60대 이상 9.3% 순이었다.체감경기를 묻는 ‘문재인 정부 집권전인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생활형편이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에는 ‘다소 어려워졌다(32.6%)’와 ‘매우 어려워졌다(33.1%)’를 합친 부정여론이 65.7%에 달했다. 이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64.1%)보다도 1.6% 높다. ‘매우 나아졌다(6.4%)’, ‘다소 나아졌다(5.6%)’ 등 긍정여론은 12.0%에 그쳤다. 이외에 ‘비슷하다’ 19.9%, ‘잘모름·무응답’ 2.4% 순이었다.권역별로 살펴보면 동남권이 경기상황에 대한 ‘부정여론’이 71.1%로 가장 높았고 내륙권 69.6%, 동부권 61.8%, 서남권 61.0% 순이었다. ‘긍정여론’은 서남권 16.6%, 동남권 11.1%, 동부권 10.2%, 내륙권 9.7% 등이었다.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느끼는 경기상황은 특히 심각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 중 87.2%가 현 경기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고, 단 1.3%만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부정적인 의식을 지닌 응답자가 16.6%로 낮은 반면 경기상황이 나아졌다는 응답자 49.2%, 비슷하다는 응답자 30.3% 순으로 나타났다.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 74.4%, 60대 이상 71.5%, 40대 58.8%, 만 19세 이상 20대 57.1%, 30대 56.5% 순으로 경기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향후 우리나라 경제가 현재와 비교해 어떠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좋아질 것이다(11.6%)’는 응답자보다 ‘나빠질 것이다(55.6%)’는 응답자가 무려 5배에 달해 경기전망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슷할 것이다’ 21.6%, ‘잘모름·무응답’ 11.2% 순이었다.권역별 경기전망은 동남권의 부정여론이 58.0%로 가장 높았다. 동부권 57.4%, 서남권 54.2%, 내륙권 52.8% 순이었다.연령별로는 50대에서 ‘나빠질 것이다(60.9%)’는 응답이 ‘좋아질 것이다(10.6%)’는 응답의 6배에 달했고 60대 이상은 ‘나빠질 것이다’는 응답이 58.3%로 50대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좋아질 것이다’고 응답한 도민이 4.4%에 불과해 격차는 더욱 컸다. 미래세대 주역인 30대(55.8%)와 만 19세 이상 20대(50.3%)도 ‘나빠질 것이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고 40대는 ‘나빠질 것이다’ 48.7%, ‘좋아질 것이다’ 19.5%로 두 항목간 격차가 가장 적었다.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52.9%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찬성한다(21.4%)’고 응답한 비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는 19.0%, ‘잘 모르겠다 또는 무응답’은 6.7%였다.권역별로 구분해보면 원전이 밀집해 있는 동부권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권역에서 반대 여론이 50%를 넘었다. 동부권은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47.0%,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24.6%로 유일하게 반대가 찬성의 2배를 넘기지 못했다. 서남권 58.2%, 내륙권 53.8%, 동남권 51.9% 순으로 반대입장을 나타냈다.지지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68.3%가 ‘탈원전 정책을 반대한다’고 답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62.0%는 ‘탈원전 정책을 찬성한다’고 응답해 대조를 이뤘다.연령별로는 50대가 가장 높은 65.5%의 반대 의견을 나타냈고, 30대 56.6%, 만 19세 이상 20대 49.6%, 60대 이상 48.8%, 30대 45.4% 순이었다.‘내일이 차기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어느 후보에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경북도민 중 61.1%가 ‘현 정부의 잘못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현 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도민은 3분의 1 수준인 20.9%에 그쳤다.권역별로 살펴보면 내륙권 응답자 중 야당 후보 투표 의사를 밝힌 비율이 69.8%에 달했고, 동남권 62.7%, 동부권 57.2%, 서남권 55.9% 순이었다.지지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 지지자 중 87.6%가 현 정부의 잘못을 심판하고자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79.9%가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바른미래당 지지층 가운데서는 야당 후보 투표 의사를 밝힌 응답자가 51.0%로 절반을 넘었지만 잘모르겠다는 응답자도 39.0%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의당 지지자들은 56.7%가 야당이 아닌 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연령별로는 60대 이상에서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72.8%로 가장 높았다. 50대는 71.0%로 60대 이상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30대(50.0%), 40대(47.5%), 만 19세 이상 20대(47.2%) 등 타 연령층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경북도가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응답한 도민이 40.1%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경북형 일자리 창출’ 20.6%,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15.7%, ‘탈원전 정책 후속정책 수립’ 8.5%, ‘인구소멸 대책’ 7.7% 순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권역별로 살펴보면 동부권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8.2%로 타지역에 비해 높았고 서남권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34.5%)와 경북형 일자리창출(28.0%)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했다.내륙권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38.3%) 다음으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22.1%)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남권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40.1%)를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는 가운데 경북형 일자리창출(16.5%)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16.3%)의 경중을 비슷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번 조사는 지난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경북 성인 남녀 81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조사 개요△의뢰기관 = 경북매일신문 △조사기관 = 모노리서치 △조사대상 및 표본크기 = 경북지역 거주 만 19세이상 성인남녀 814명(남 577명, 여 237명) △조사기간 = 2019년 6월 15∼18일 △조사방법 = 유·무선전화ARS(유선 452건, 무선 362건) △표본추출방법 = 통신사 무작위 추출 가상번호 DB, 인구비례할당 무작위추출 유선전화 RDD △가중치 보정 = 2019년 5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4%포인트 △응답률 = 4.4%/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그래픽 이연홍

2019-06-20

“양질 일자리창출 1차년도 초과 달성”

이철우 경북도지사이철우 경북지사가 새롭게 도정을 이끈지도 1년여다.취임 후 구두 대신 운동화로 갈아 신고 경북 23개시군과 중앙부처를 바쁘게 뛰어다니며 역동적으로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 지사는 “사업의 성격상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등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제 어느 정도 초안을 잡은만큼 속도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도정의 최대화두이자 저출산극복, 투자유치 등과 거의 맞물려 있는 최대 현안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젊은층이 유입되고 이에 따라 결혼과 더불어 인구가 늘어나고 투자유치도 이루어져 도시가 활성화되는 등 모든 어려운 면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일자리창출을 위해 ‘잡(job)아(兒)위원회’를 만들고 “투자유치 20조원 달성, 좋은 일자리 10만개 창출로 일터 넘치는 부자경북”과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아이 행복한 젊은 경북”을 주축으로 하는 민선7기 도정운영 4개년 계획을 확정했다.6월 현재 4만1천개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1차년도 목표 3만1천개를 초과달성했다. 특히 행정안전부의 공모사업인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공모에 29개사업(일자리 2천843개)이 선정돼 전국 시도중 최고액인 국비 270억원을 확보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경북형 일자리 모델의 현장 적용을 위해 시·군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다양한 모델사업을 발굴해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우선적으로 검토되는 사업으로 구미 국가 5단지에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유치하는 ‘구미형 일자리 모델’, 기존 투자기업(에코프로)의 추가투자를 촉진하고 신규투자(포스코케미칼)를 유치해 배터리 파크를 조성하는 ‘포항형 일자리 모델’, 기업 협의체 구성을 통한 전기 상용차를 생산하는 ‘경주형 일자리 모델’등이 있으며, 추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저출산극복은 국가에서도 하기 힘든 일이다. 도가 너무 무리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아닌가.△취임 두달 뒤인 지난해 9월 경상북도 저출생 대응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중앙정부도 하기힘든 일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극복하기 위한 첫 시동을 걸었다. 어려운 일임은 알지만 중앙정부한테 맡겨놓을수 만은 없다. 경북이 저출생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것은 경북의 경우 매년 젊은층 인구가 6천여명 이상 타 시도로 유츨되고 있고, 전국적으로 인구감소 등으로 소멸위기에 처한 곳이 가장 많은 등 현재 인구감소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이다. 5대 분야에 걸쳐 37개 과제 발굴 및 인구감소대응T/F 확대 등을 주요 골자로 해 전문가 54명으로 경북도 저출생극복위원회를 출범하고 저출생극복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홍보활동 등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저출생극복과 동시에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의성 안계면에 창업 시 자금을 지원하는 시범마을 일자리사업을 실시한다. 이 사업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투입돼 일부에서 투자대비 효율성면과 향후 성공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농촌을 살리고 청년인구를 유입하는 사업을 처음으로 시행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일희일비 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는 사업인 만큼, 섣부른 판단보다는 이 모델이 정착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포항블루밸리공단을 비롯해 구미5공단 활성화 등 투자유치가 시급한데.△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투자유치로 인한 공단활성화가 필수인 만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유치 기반조성을 위해 경상북도 기업 및 투자유치촉진 조례를 지난달 개정해 투자기업 보조금 지원한도를 폐지하는 등 기업환경 개선에 나섰다. 취임 후 올해 4월 기준으로 투자유치 목표금액 7조5천억원, 신규고용 9천명에 실적은 61개사 4조6천677억원으로 목표대비 62.2%를 달성했다. 신규고용은 6천843명으로 목표대비 76%다. 이중 순수 도체결 MOU 실적은 16개사, 2조2천519억원(신규고용 3천445명)이다. 현재 장기적인 경기불황에다 기업들의 투자관망 추세 등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향후 주요 대기업(LG화학, 포스코케미칼 등 주요 앵커기업) 과 이차전지 및 수소연료전지, 전기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유치 추진을 비롯, 관광 서비스업 중심의 투자유치를 계획중이다./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19-06-20

“대구 동서균형발전 원동력 마련”

권영진 대구시장권영진 대구시장은 경북매일 창간 29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미래도약의 기반을 구축했던 민선 6기를 바탕으로 민선 7기에는 시민이 가시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시민체감형 결과물을 만들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 맞는 지역산업구조 대전환을 통해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선 7기 1년 성과가 있다면.△시민이 행복한 자랑스러운 대구 건설을 위해 민선7기 지난 1년간 열심히 달려왔다. 민선 6기부터 이어져 온 혁신의 노력과 시민들과 함께 일궈낸 긍정 에너지의 결과로 대구에는 기분좋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7월 본격 가동하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유치해 대구가 국가 물산업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됐다. 서대구 고속철도역 공사 착공으로 동서 균형발전의 원동력을 마련했다. 또 답보상태에 있었던 낙동강 물 문제, 깨끗한 취수원 확보 문제가 국무총리 주재 관련기관 업무협약 체결로 갈등해결 방안의 전기를 마련했다. 대구·경북 재도약의 발판이 될 통합신공항 건설 또한 정부의 연내 최종 이전부지 선정 약속으로 통합신공항 이전이 본궤도에 진입했다.- 4차산업혁명을 대비한 5+1 신성장 산업으로 대구의 경제체질이 바뀌고 있다. 분야별 향후 계획이 있다면?△물산업분야에서는 물산업클러스터 내 세계 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 신흥국 물시장 선점을 통해 2025년까지 세계적인 물기술 10개, 수출 7천억원, 신규 일자리 창출 1만5천개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미래형자동차는 구축된 자율차 실증도로와 실증환경을 바탕으로 생산과 보급을 잇는 전기차 생태계 조성 및 대구 전지역의 자율차 테스트베드화를 통해 신비즈니스 모델창출 등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선도도시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의료산업분야에서는 국책기관(14개)과 우수 의료기업(129개)이 집적된 첨복단지를 중심으로 집중투자해 혁신역량을 제고하고 유전체 연계 정밀의료, 뇌질환, 줄기세포 등 3대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 갈 것이다. 로봇산업은 국내 유일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로봇 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 추진하고, 미래신성장산업과의 접목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대한민국을 선도해 나가는 로봇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 에너지산업분야는 2030년까지 대구 필요전력(2.5GW)을 청정에너지로 자체 생산해서 전력에너지 100% 자립, 대구전역을 최첨단 스마트 그리드로 연결하고, 수소콤플렉스 유치를 통해 수소산업도 육성하겠다. 스마트시티분야에서는 수성알파시티에 구축된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 조성’이라는 목표 아래 지속 가능한 시민 체감형 스마트시티 선도모델을 구축하겠다.- 지역 최대의 현안은 신공항, 취수원, 신청사가 아닐까 한다. 지역의 3대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최종 이전부지를 연내 확정토록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따라 사업이 앞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다. 신청사 문제는 지난 4월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의 발족·활동과 함께 신청사 유치를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이 뜨겁다. 향후 사전조사, 시민의견 수렴 등을 통해 후보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오는 12월 시민평가단의 공정한 평가를 거쳐 최종입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취수원 문제는 관련기관 업무협약에 이어 환경부에서는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정부용역 2건(낙동강유역통합물관리, 구미국가산단 폐수무방류시스템 적용)을 발주, 낙동강 수질확보를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민선 7기 남은 3년 대구시정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민선 7기 목표는 행복한 대구 공동체 실현이다. 누구든지 마음껏 꿈을 펼치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도시, 온정이 넘치고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도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쾌적한 도시, 시민의 삶 속에 문화와 예술이 녹아 흐르는 즐거운 도시, 250만 시민 모두가 대구의 주인이 되는 참여의 도시를 만들어 시민이 행복한 대구 공동체를 반드시 실현할 것이다. 앞으로 시민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 기울여 시민들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대구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이곤영기자@kbmaeil.com

2019-06-20

천년 전 신라시대의 포석정, 현대 한옥과 만나다

“중국과 일본의 전통가옥을 둘러보면 가는 곳곳마다 석재로 조성한 마당 공간 조경이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지요. 이는 프랑스나 영국 등 서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통일신라시대 유물인 경주 포석정(사적 대한민국 사적 1호)을 활용해 한옥에 접목할 수 있는 유상곡수 조경석재를 처음으로 개발한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김태완 대표의 말이다.김 대표는 ‘우리 한옥을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으로 전통 문화사업 창업자답게 한옥 조경에 남다른 애착심을 갖고 있다. 그는 “통일신라시대 석조유물들을 보면 우리나라도 한때는 정원을 꾸미는 조경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었다”면서 “하지만 외세의 잦은 침략과 약탈로 조경기술 발달이 정체된 점이 무척 아쉬운 마음에 포석정 유상곡수 조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포석정을 한옥 조경 소재로 활용“한옥과 마당 조경은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집을 아무리 잘 지어 놔도 마당 조경을 제대로 꾸지미 못하면 한옥의 아름다움은 빛을 잃게 되지요.”김 대표는 지난해 안동시 정상동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 한옥 콘텐츠를 활용해 포석정 유상곡수 상설전시장을 조성했다. 국내 조경업계로부터 눈길을 끈 그는 한옥 조경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지난해 전국 조경업자들을 초청해 유상곡수 경제시공 발표회를 연 후 포석정 설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고안해 낸 유상곡수 조경석재는 20여 토막의 통돌로 제작돼 튼튼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 질감도 문화재 포석정보다 더욱 미려(美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수로 바닥 석재와 벽체 석재를 모두 60여 조각으로 이어 붙여 만든 경주 문화재 포석정과 달리 바닥과 벽체가 한 덩어리인 20여 개의 통돌에 수로 홈을 파서 제작했다. 이 때문에 한옥 마니아들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다.개발된 유상곡수로는 경주 포석정과 똑같은 1대1을 비롯해 1/2, 2/3 등 대·중·소 3가지 크기가 있다. 또 이음새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둥글게 조성된 곡수로를 수평으로 길게 펼 수 있는가 하면 ‘ㄱ’자 또는 ‘ㄴ’, ‘ㄷ’자처럼 모양을 구부릴 수도 있다. 따라서 마당 모양에 따라 유상 곡수로를 자유자재로 설치할 수 있는 등 한옥 조경용 석재로서의 기능성을 다양하게 부가해 두고 있다.특히 곡수로엔 단순히 물만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야간에는 LED를 이용한 무지갯빛 수중조명도 구사할 수 있다. 물이 유입되는 입수구와 나가는 출수구엔 제작자의 이름은 물론 설치의미 및 설치연도도 새길 수 있다.◇ 생활 접목 가능한 전통 문화콘텐츠“석재로 만든 유상곡수는 통일신라 당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도 유행했습니다. 웬만한 집안이면 설치해 둘 정도로 구불구불한 석재 곡수로는 정원을 친수공간으로 꾸미는데 매우 탁월한 소재라는 것을 한·중·일 3국이 공유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김 대표는 “전복의 모양을 따서 곡수로 형태로 물을 흐르게 한 포석정은 왕궁 등 특정 지배계층의 전유물만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포석정이 설치될 당시는 선덕여왕과 진성여왕 등 여성 왕이 탄생될 정도로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최고조에 이른 시대라는 것. 따라서 그는 “포석정이 부족국가 남성 지배계층의 연희를 위한 장소가 아니고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위상을 상징하는 씨족사회 석재 조형물로 특별한 날 의례를 올리는 사당(祠堂)의 의미가 더 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래 우리 민족은 여성을 존중해 왔다”며 “여성의 사회적·국가적 가치는 존중의 의미를 넘어 숭배였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최근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난 이유는 외세의 침략으로 번번이 무력화된 한반도의 남성이 여성의 권리를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옥 기와지붕 조경소재도 연구개발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의 한옥 조경 소재 개발 사업은 포석정에 그치지 않는다.최근 국내 최고의 목조건물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 마당 3층 석탑(경북도 문화재 제 182호)을 비롯해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제 17호)을 모델로 한 한옥 조경 석재 개발에도 착수한 것이다.김태완 대표는 “우리 전통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한옥 조경석재 개발은 수년 전부터 국적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싸구려 조경 석재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전통문화 정체성을 제대로 묘사해 낸 석재가 없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최근 ‘경무기업’이라는 석재 조경공사 시공 전문 업체도 창업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김 대표는 “포석정이 우리나라 여성문화를 상징하는 유일한 석재 조형물이라고 하면 탑과 석등 등은 남성문화 조형물로 이들을 함께 배치하면 음양의 조화로움이 잘 어우러져서 입체적인 석재 조형물을 완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경석재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석재표면에 이끼가 끼고 자연스러운 색감이 나타나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욱 잘 살아난다”고 덧붙였다.한옥마당 석재조경 예찬론자인 그는 또 “중국과 일본의 전통가옥 지붕 조명은 일반화돼 있는데 아직도 한국은 벽체만 조명하고 한옥 멋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붕은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석정 유상곡수 조경석재 개발에 이어 최근에는 한옥 기와지붕의 아름다운 자태를 밤에도 볼 수 있도록 전통 기와지붕 조명장치를 개발하는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한편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은 1998년 전통식품을 소재로 한 문화상품 안동간고등어 개발을 시작으로 2000년 영덕∼안동간 고등어길 길놀이 풍물재연, 2002년 임금님 진상품 안동은어를 부각시키기 위한 안동석빙고장빙제 시연 및 낙동강누치잡이 강촌마을 풍물재연, 안동간고등어축제, 전통방패연날리기대회, 안동병산탈춤 복원, 안동종가음식 유통사업 문화 콘텐츠 개발 등 문화산업 창업 소재용 전통문화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해 오고 있다.(시공문의 경무기업 054-854-7200)조상들이 이룩한 찬란한 문화현대 후손들의 창의적 개발 필요“무거운 석재를 소재로 하는 조경공사는 하자 발생 자체가 재공사라는 큰 부담감 때문에 공사 초기부터 무결점·무하자 공사가 필수조건입니다.”안동 예미정 별채에 조성한 포석정 전시장에서 만난 김태완(51)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대표는 유상곡수로 시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이 사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김 대표는 “유상곡수로를 깔 위치에 지하 전기 선로와 상하수로를 점검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다음으로 기초를 파고 석재 곡수로를 지탱할 콘크리트 기초공사와 함께 급수·배수 설비부터 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수로를 지하에 설치하는 만큼 이물질이 들어가 막힐 우려가 없도록 가능한 한 직선으로 배수로를 설치한다”며 “배수구는 연못이나 집수조에 연결해 곡수로를 흐른 물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덧붙였다.본격적인 유상곡수로 설치는 콘크리트 기초 위에 곡수로 통돌을 차례차례 이어가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곡수로의 수평 유지는 필수다. 물을 토해 내는 거북이돌에 지하수 또는 상수도를 연결해서 구불구불 물이 흐르도록 유상곡수를 연출해 내는 것이 최종 마무리 작업이다.현재 그가 시공한 유상곡수로는 전국 14곳에 이른다. 그는 최근 이 석재 조경물에 LED조명장치를 설치하는 부품 개발사업에도 몰두하고 있다.1천년 전 포석정에 흐르는 물 위를 아름다운 술잔이 떠다녔고, 1천년 후 지금 포석정 유상곡수에 예쁜 유등이 떠다니도록 하고자 기획한 이번 사업에 대한 그의 자세는 진지하다.이를 위해 그는 경주 배동에서 1천년 전 포석정을 놓던 그때 그 석공들처럼 유상곡수로를 만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김 대표는 “뉴밀레니엄이 시작된지 20여 년이 된 이 시점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전통문화를 더욱 새롭게 창달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조상이 이룩한 찬란한 전통문화처럼 우리도 우리의 문화를 창의적으로 개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9-06-18

짜릿한 손맛으로 아로새겨진 포르투갈 라고스

불확실성과 우연성, 낯섦과 새로움은 낚시의 매력인 동시에 여행의 기쁨이기도 하다. 특히 외국의 강과 바다에서 즐기는 낚시는 여행을 몇 배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트립 어드바이저(Trip Advisor)’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외국 여행지의 숙박업소와 맛집, 관광명소 등은 물론이고 낚시를 포함해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강이나 바다를 낀 여행지에는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는 낚시 투어 상품들이 있다.지난겨울, 포르투갈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라고스(Lagos)에 가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리스본에서 남쪽으로 400㎞ 가량 차로 달리면 라고스에 닿는다. 포르투갈 남부에 위치한 휴양지로 북대서양을 끼고 있는데, 총천연색 바다와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그 보석 같은 해안도시에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대서양에서 낚시하는 꿈을 이루고자 ‘트립 어드바이저’를 통해 현지 낚싯배 업체에 선상 낚시 예약을 했다. 라고스에는 낚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러 선사(船社)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페스카마르’와 ‘블루샤크’ 두 팀이 활발하다.두 업체 모두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체험 낚시부터 전문 낚시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어, 돛새치 등 대형 어종 낚시까지 고객의 수준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두었다. 나는 최소 비용으로 대서양의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는 근해 체험 낚시를 선택했다.라고스에서 낚시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여행 자랑 좀 해야겠다. ‘세상의 끝’으로 잘 알려진 호카곶(Cabo Da Roca)의 석양을 볼 땐 시간이 정말 멈춘 것만 같았다. 절벽까지 솟아오른 파도가 야생 백마가 되어 달려드는 아제나스 두 마르(Azenhas Do Mar)의 장관은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포르투갈 중부 산악지대의 옛 요새마을인 몬산토(Monsanto)에 가 중세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한 지붕들로 내려앉는 저녁해에 마음을 내어 말렸다. 모로코 마라케시(Marrakech)에서부터 만년설 쌓인 아틀라스 산맥을 지나 뙤약볕이 쏟아지는 사하라 사막을 낙타 타고 이동했다. 사막에서의 밤,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모닥불 피우고 술을 마셨다. 고개를 들면 사막 모래보다 더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어둠보다 별이 더 많은 밤을 태어나서 처음 봤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별빛 아니 별비를 카메라로 담을 수 없었다.여행은 삶에서 잃어버린 감동하는 능력, 감동하는 마음을 회복시켜준다. 익숙한 일상의 자리를 떠나 말도 음식도 풍경도 사람도 생경한 곳에서 철저한 이방인이 될 때의 고립감은 영혼을 위축시킨다. 하지만 조금씩 그들과 동화되어 마침내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부터 ‘나’는 이전의 ‘나’가 아니다.여행의 모든 아름다움들이 처음부터 내게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낯설고 두렵던 이국의 풍경과 사람들이 비로소 내 마음에 들어오게 됐을 때, 세상은 내게 전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곳이 되었다. 낚시도 마찬가지다. 낚시를 할 때면 지루한 일상에서 잃어버린 ‘경이’를 되찾는다. 늘 반복되는 업무, 풍경, 사람, 공간을 벗어나 자연과 만나면 모든 게 다 신기하다.우리 삶은 너무 뻔하다. 일상이라는 것은 보통 예측이 가능하고, 우연함이나 미지의 영역이 없다. 그런데 낚시는, 저 물속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세계가 있는지 모르면서 강과 종일 마주보고, 바다와 대화하는 행위다. 그 대화를 통해 자연과 마침내 동화될 때, 낚시꾼은 더 지혜롭고 내면이 풍부한 사람으로 성숙된다.아침 6시, 리스본 ‘셋 리오스(Set Rios)’ 터미널에서 버스에 올랐다. 전날 먹다 남긴 ‘파스테이스 드 벨렘(Pasteis de Belem)’의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넉넉한 빈 공간에 다리를 쭉 뻗고 한숨 잤다.버스는 포르투갈 최대의 항구도시인 파로(Faro)를 경유해 10시쯤 라고스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에서 나오자 남부 이베리아반도의 햇살이 과즙처럼 쏟아졌다. 12월인데도 5월처럼 화사하고 따뜻했다. 항구와 인접한 어느 바(Bar)에 가서 핫도그와 콜라를 먹었다. 휴양지답게 사방을 활짝 열어둔 개방감과 레게풍의 경쾌한 댄스음악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미모의 웨이트리스와 사진도 한 장 찍었다.사람들은 민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나는 오전엔 작은 보트를 타고 라고스 앞바다의 해안 동굴과 기암괴석을 탐사하는 보트 투어를 체험했다. 신비한 빛으로 일렁이는 라고스 바다, 이런 항해라면 몇 달쯤 표류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생에 신혼여행이 가능하다면 장소는 무조건 라고스라고, 이루어지지 않을 꿈도 잠시 꿔봤다. 헛꿈에서 깨 에메랄드빛 바다 표층을 떼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니 오후에 예정된 선상 낚시가 무척 기대돼 가슴이 쿵쾅거렸다.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네 시간 동안 나만 태우고 출항하는 반나절 독배, 200유로를 지불했으니 독배치고는 무척 저렴한 편이다. 물고기만 잘 잡혀준다면 최고의 가성비를 기대해볼 만하다.선장 루스와 그의 친구 마누엘이 나를 반갑게 맞았다. 둘 다 70세의 노장들, 우리 셋은 영어를 못해 몇 개의 단어와 몸짓으로만 대화했다. 그러나 낚시꾼들에게는 낚시가 만국공용어다. 금방 살가워져서 낚시 이야기로 침을 튀기는 사이 포인트에 도착했다.한국에서 선상 감성돔 낚시에 주로 쓰는 카고낚싯대 비슷한 릴대에 골동품 아니, 둔기 수준인 구형 6000번 릴, 두꺼운 나일론줄에 봉돌을 달아 새우 미끼를 내리는 생미끼 낚시였다. 마누엘이 방법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였다. 루스와 마누엘과 나는 나란히 서서 채비를 내리고 부지런히 고패질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이 들어왔다. 레드 스내퍼, 화이트 브림, 옐로우 브림, 그루퍼 등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런데 마누엘 쪽을 슬쩍 보니 그는 봉돌에 에기 하나를 달아 새우 미끼와 함께 내리는 게 아닌가? 물어보니 대형 갑오징어가 종종 잡힌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에기를 하나 얻어 봉돌에 달았다. 그리고 얼마 후, 큰 입질을 받았다. 엄청난 당길심, 한참을 씨름한 끝에 갑판에 올린 녀석은 초대형 갑오징어였다. 그렇게 큰 갑오징어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그 녀석이 마누엘의 얼굴에 먹물을 뿜어 배는 한바탕 폭소의 도가니가 됐다.이후로도 입질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물고기 입질도 좋지만 사람 입질도 좀 하자며 선장 루스가 병맥주를 건넸다. 푸르디푸른 대서양 위에서 낚시를 즐기면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순간을 영원으로, 이곳을 천국으로 바꿔냈다. ‘태양은 가득히’의 알랭 들롱이 된 기분이 들었다. 뙤약볕을 받아내선지, 맥주 한잔의 취기 탓인지, 프랑스 미남이 된 것만 같은 황홀감 때문인지 얼굴이 붉게 익은 나는 저녁보다 먼저 석양의 표정을 지었다.대서양의 태양이 은은한 금빛으로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낚시를 마쳐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왠지 뭉클해져서는 코를 훌쩍거렸다. 라고스 바다에서 낚시한 오후 반나절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임을, 다시 만날 수 없을 시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늙은 선장 루스와 그의 친구 마누엘, 그리고 나 셋이 함께 블루샤크호 후미에 서서 낚싯대를 드리울 때, 선실에 틀어놓은 올드팝 라디오에선 마침 ‘We are the world’가 흘러나오고, 늦은 오후의 해거름은 대서양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내가 운 좋게 잡은 초대형 갑오징어가 마누엘의 얼굴에 먹물을 뿜던 순간, 루스와 나는 정말 웃다가 눈물을 흘릴 만큼 박장대소했는데, 그건 삶에서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완전한 평화이자 완벽한 행복이었다.천진하고 바보 같은 아이들처럼 “컴온 피쉬!” “피쉬, 피쉬!”를 외치며 낚시하던 우리는 저무는 해를 뒤로 한 채 항구로 돌아왔다. 불과 네 시간이었지만 한 편의 긴 모험이 끝난 느낌이었다.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고 헤어질 때,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했으니까. 그렇게 ‘서로에게 이방인’이었던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여행과 낚시의 가장 아름다운 본질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수십 마리 물고기를 다 가져가라는 걸 극구 사양했다. 허름한 호스텔 공용주방에서 요리하기엔 세 마리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낚시로 잡은 고기 중 붉은 돔 한 마리와 이름 모를 생선 두 마리를 챙겼다.호스텔 관리인에게 잔소리 들을까봐 아예 부두에서 비늘을 치고 내장을 손질했다. 라고스항에서 호스텔은 도보로 10분 거리, 슈퍼마켓에 들러 혹시 고추장이 있을까 찾아봤는데, 병에 한복 입은 여인이 그려진 ‘코리안 스파이시 소스’가 있어 집어 들었다. 간장도 구입했다. 아쉽게도 와사비는 진열대에 없었다.한 마리는 회를 뜨고 두 마리는 구웠다. ‘코리안 스파이시 소스’는 우리가 흔히 피자에 뿌려 먹는 핫소스와 유사해서 회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간장을 찍은 회 맛을 음미하며, 오렌지나무 정원에서 만찬을 즐겼다.필리핀 출신으로 독일에서 여행사를 다니고 있는 ‘엘리’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온 ‘아일라’와 회 한 점, 와인 한 잔을 나눠 먹었다. 둘 다 필리핀과 네덜란드를 대표할 만한 미인이었다. 두 미녀에게 내 시집을 선물하고 한국어 공부해서 꼭 읽으라고 했다. ‘Orange3’ 호스텔의 오렌지나무 정원은 밤늦도록 향기로웠고, 알 수 없는 이국 언어들이 캄캄한 귓가에 작고 예쁜 물고기들처럼 헤엄쳤다. 멋지기보다는 사랑스러운 저녁이었다.포르투갈과 항공 협정을 체결했지만, 아직 인천에서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파리나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이스탄불 등 유럽의 주요 허브 공항을 경유해야 한다. 리스본까지는 경유 포함 대략 1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리스본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4시간 만에 라고스에 도착한다. 사철 온화한 대서양 휴양지, 꼭 낚시가 아니더라도 요트 투어,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패들링 등 다양한 수상 레저와 함께 문어, 바닷가재, 조개, 갑오징어, 농어 등 맛있는 해산물 요리와 포트와인을 즐길 수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라는 점에서 희소성도 충분하다. 지금 바로 당신이 가방을 싸야 할 이유다.

2019-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