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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착착 일궈온 튼튼한 기반 바탕으로 더 큰 미래 실현 박차”

예산 7천억 시대를 열며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김주수 의성군수는 지난해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올해 ‘마부위침’이라는 새로운 각오로 군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민선7기 중반으로 들어서는 경자년 새해, 김 군수의 힘찬 2020년 군정구상을 들어본다.- 지난해 의성군의 성과를 돌아본다면.△주민자치를 고민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행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개방형 직위로 채용하는 등 변화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학교급식에 지역 농산물이 공급됐고, 현실적인 청년정책과 의성형 복지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쾌적한 일상과 편리한 생활을 가져왔다.더불어 의성만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지역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원조례를 제정했으며, 의성읍과 안계면 두 축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해 나가고 있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각 부서가 전략적으로 대응해 공모사업에 88건이 선정, 국·도비 822억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2020년 마부위침(磨斧爲針)의 각오로 군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로 임하면 결국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군은 지금까지 튼튼하게 기반을 다져왔으며, 이를 바탕삼아 미래를 위한 도약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달리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올해 군정방향은.△2020년 경자년에도 변화·행복·지속의 3대 가치를 뿌리내리기 위해 민선7기 주요 추진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의성군은 주민중심의 지역역량을 강화하고자 2개 읍·면에 주민자치회 전환시범사업을 실시하고, 행복마을만들기 사업도 36개 마을로 확대하겠다. 의성미래교육지구 운영을 위해 16억을 지원해 풀뿌리 지방교육 자치를 추진하며, 복지 분야 데이터 정보센터 플랫폼을 추가 구축하고 현재 관리·운영 중인 98개 시설물에 대한 경영혁신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더불어 지역자원을 활용한 순환경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사회적 경제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지역특화형 마을기업 육성과 예비 사회적경제 일자리 창출로 고용 안정화도 기하겠다.로컬푸드 직매장 설치와 농산물종합가공지원센터 운영으로 지역의 우수한 농·특산품이 지역에서 선순환 되도록 하며, 의성사랑카드 발급과 의성사랑상품권 100억원 규모 확대 발행 등으로 지역상권의 자생력도 키워나가겠다.기업의 지역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건강산업 지원센터와 세포배양 산업 허브센터를 구축하고, 개별입지 단지도 만들겠다. 4차 산업혁명의 선도사업인 드론전용비행시험장을 조성하고, 기숙형 창업허브센터를 설치해 창업자들의 주거문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으며, 의성형 일자리창출 모델 개발과 지역 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으로 160개 사업에서 5천여개의 일자리도 만들겠다.- 농업분야가 중요한데, 여기에 대한 계획도 들려달라.△선순환 농업 실현을 위해서는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대비 농산물안전성 분석실 운영 △친환경농산물 인증비 지원 △토양개량제 공급 등을 통해 친환경농업의 기반을 강화하고, 통합마케팅 중심의 산지유통조직 통합과 농업의 6차 산업화 등으로 농업의 가치를 키우겠다.청년농업인 스마트팜 단지도 조성하고 청년농업인의 창업과 실습훈련을 지원해 청년이 만들어가는 농업·농촌을 실현하고, 490억원을 투입해 동부지역의 농업용수 문제를 해결할 다목적 농촌용수개발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의성형 복지시스템은 어떤 내용인가?△거점별로 보건복지 통합서비스 체계를 구축, 수요자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한 번에 신청·활용할 수 있는 의성형 복지시스템을 시행하겠다. 어르신이 일하는 복지를 위한 2천여개의 좋은 일자리와 맞춤형 돌봄서비스도 지원하겠다.의성읍사무소 부지에 가족센터와 평생학습관, 생활문화센터, 읍사무소를 복합화한 의성읍 온누리터를 조성해 지역사회의 일과 문화, 평생교육, 가족 친화적 보육환경을 개선하고, 봉양면에도 공공도서관과 생활문화센터가 어우러진 봉양면 온누리터를 새로 짓는다.새로 지은 의성군보건소를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치매안심센터, 야간당직의료기관 기능을 수행하는 종합타운형으로 운영해 군민들에게 수준 높은 통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지역가치 중심의 문화관광산업에 대한 계획은?△지역특화 콘텐츠를 활용한 관광통합브랜드를 개발하고, 지역 대표축제인 의성슈퍼푸드마늘축제를 주민이 주도하는 축제로 더욱 발전시키며, 남대천 벚꽃맞이 행사도 새롭게 개최하겠다.의성컬링장을 확충하고 빙계얼음골 오토캠핑장을 준공하며, 복합역사문화공간 조성과 금성산 고분군 복원으로 체류형 관광의 경쟁력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주민 주도의 지역재생 사업은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가.△의성읍과 안계면을 두 축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신활력 플러스사업, 이웃사촌청년시범마을 조성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며, 금성면과 봉양면을 하위 축으로 한 ‘2+2 지역재생 전략’을 수립해 공간과 장소, 공동체가 살아나게 하겠다.-의성은 청년정책이 눈에 띈다. 여기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대표적인 사업으로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조성사업이 있다. 지난해 청년창업·ICT 접목 스마트팜 조성으로 청년귀농인 31명을 유치했다.민·관 가교 역할의 중간지원조직인 이웃사촌지원센터를 활성화했고, 출산통합지원센터의 운영을 시작했다. 의성 펫 월드도 준공돼 올해 개장할 예정이다.이외에 의성형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사업과 지역청년 정착활력화 사업, 의성청년정책단 사업 등으로 지역실정에 맞는 청년 정책을 추진하며, 영미-숙(Young 味~宿) 창업허브센터를 조성해 창업공간과 주거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원스톱 공간도 구성하겠다.군은 앞으로 지역혁신을 주도할 청년리더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할 계획이며, 지역청년과 유입청년 간 상생협력으로 지역과 더불어 성장하는 청년친화도시를 건설하고자 한다.- 주거문제도 신경쓰고 있다고 들었다.△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이 조성되는 지역에 임대방식 중심의 주거단지 총 300세대를 조성할 예정이다. 특화농공단지도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문화·복지 등 ‘서의성 중심’의 복합 공공생활서비스 거점시설인 안계행복플랫폼도 만든다. 군은 이 사업들을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청년들의 생활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년들의 커뮤니티도 중요하지 않나.△ 그렇다. 이를 위해 청년정책단을 운영하고, 청년 예술캠프와 청년 플러스 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공동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청년들이 유입되면 지역에 활력이 생기고, 더불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도 해결된다. 이는 지역자생력을 확보하는 결과로 나타나며,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선순환을 이룰 것이다.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이 성공하면 경북 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도 성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저출산 시대의 해결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의성하면 인구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데, 감소세가 둔화됐다고 들었다.△지난해 인구 감소폭이 평년에 비해 35%정도 줄었다. 평년에 500명 정도가 줄어들었다면 작년엔 300명대로 낮아진 것이다. 반면 출생이 전년에 비해 14%정도 늘어나 인구늘리기 정책 등이 효과를 본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향후 감소가 아닌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끝으로 군민들과 독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지금까지의 성과들은 모두 군민들이 보내준 지지와 성원 덕분이었다. 군이 추진하는 정책에 항상 많은 관심을 갖고 협조해 주신데 감사드린다.2020년은 민선7기 중장기 발전계획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시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올해도 군민들의 변함없는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군도 올해 새로운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독자께서도 변화하고 성장하는 의성군에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2020-01-15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아이들과 함께 배워갑니다”

4년간 8천만 달러(약 928억 원). 연봉으로 환산하면 232억 원. 7년간 1억3천만 달러(약 1천508억 원). 연봉으로 따지면 215억 원.어지간한 중소기업 한 해 순수익을 넘어서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야구선수 류현진과 추신수가 벌어들이는 돈. 사실 처음부터 돈만 보고 야구를 시작하는 선수는 없다. ‘내 아들을 억만장자로 만들어야지’라는 결심으로 자식에게 운동을 시키는 부모 역시 없거나 극히 드물다. 두 선수의 오늘은 어릴 때부터 흘린 고통스런 피땀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대체 어떤 매력이 학생들을 야구로 끌어들이는 걸까? 궁금했다. 2020년 현재 포항시엔 초등학교 야구팀이 하나밖에 없다. 남구 양학천로에 자리한 대해초등학교(교장 박근호)가 바로 그곳. 고교 때까지 육상선수로 활약한 박 교장의 적극적 관심과 후원, 지난해 말 부임한 야구부 정기문 감독의 가르침 아래 ‘또 다른 류현진과 추신수’로 커가고 있는 어린 학생들. 야구라는 스포츠에 어떤 매혹의 포인트가 숨겨진 것인지 알고 싶었다.바람이 찼던 지난주 목요일(9일) 대해초등학교를 찾았다. 야구부 아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훈련에 열심이었다. 박근호 교장의 안내로 정기문 감독을 만나 야구부 운영의 보람과 어려움, 야구인으로서의 꿈과 바람, 지역사회에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를 두루 들었다. 아래 그날 오간 대화를 가감 없이 옮긴다.-나이와 출신지, 경력 등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1983년생이다. 초·중·고교 모두 대구에서 졸업했다. 스무 살 때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대구 내당초등학교에서 2~3년 있다가 수창초등학교로 옮겼다. 거기서 10년 가까이 감독을 하다가 야구부가 학교 사정으로 해체돼 포항으로 오게 됐다. 돌아보니 청춘의 대부분을 학생들과 운동하며 보냈다.-대해초등학교를 새로운 출발지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수창초등학교 야구부가 해체되면서 대구상고 코치를 제의받았다. 그런데 오래 전 잠시 코치를 한 대해초등학교에 대한 애정이 컸다. 야구계 선배의 “힘든 상황이지만 네가 와서 좀 도와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여러 문제로 머리가 아파 쉬려고 했으나, 내가 필요한 곳이 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대구상고 출신이다. 모교의 코치직 제의를 거절하고 포항으로 오게 된 미안함도 있다. 그러니 포항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 게다가 대해초등학교 야구부는 전통 있는 좋은 팀이기도 하고.-포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만족한다. 하지만 선수를 구해 팀을 구성하는 건 너무 어렵다. 발로 뛰고, 선후배와 학부모님들의 도움으로 하나둘씩 학생들을 모으고 있다. 교장 선생님이 야구부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3년간 경상북도와 포항교육청을 설득해 올해는 적지 않은 예산을 확보했고, 운동장에 인조 잔디를 깔 수 있게 됐다.-포항 전체를 통틀어 초등학교 야구부가 1개라고 들었다. 이처럼 줄어들게 된 이유는 뭔가.△포항에는 65개 초등학교가 있다. 그런데 야구부가 있는 학교는 대해초교가 유일하다. 인구가 줄어든 것 등의 문제도 있지만, 학교가 운동부 운영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있다. 운동부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신문이나 TV에 비판적으로 보도가 되고, 학교 운영자로선 이런 게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으니 이해는 된다. 하지만, 단언컨대 우리 학교는 그런 문제가 없다.(웃음)-포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야구부 숫자는.△중학교는 포항중학교와 포항제철중학교 2군데다. 고등학교는 포항제철고 야구부가 있다. 경북 전체를 보자면 초등학교 야구부가 우리 학교를 포함해 3곳이다. 경주와 구미에 각각 한 팀씩 운영되고 있다. 예전엔 문경에도 초등학교 야구부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학교 야구팀을 창단하려고 애는 쓰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무언가.△아직 나이가 많지 않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서 송구스럽지만,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재미있는 동시에 힘들 때도 있고, 웃는 시간이 있다면 울어야 할 순간도 적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야구에 인생이 담겼다. 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면서, 나도 그들에게 인생을 배우고 있다. 내 아들에게도 야구를 권하고 싶다. 단체 생활과 꾸준한 체력 훈련을 통해 협동심과 희생정신을 기를 수 있고, 팀을 위한 자기희생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으니까. 모든 운동에 있어 팀이란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다. 선수들 개개인이 한 덩어리로 뭉쳐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동료애를 몸으로 느낄 수 있기에 야구는 작은 세계다. 요즘 아이들이 이기적이라고 하는데, 야구는 그런 이기심을 넘어설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올해 대해초교 선수 9명이 졸업한다. 선수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지인들, 도와주는 부모님들, 야구계 선후배들을 접촉해 어렵게 부원들을 모으고 있다. 도움 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야구에 관심 있는 아이들의 부모님에게 연락하고, 그분들을 만나고, 설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아이들은 생활환경이 바뀌고 정든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기에 전학을 두려워하는데, 막상 우리 학교로 옮겨오면 씩씩하고 즐겁게 생활한다. 나를 포함한 선생님들 모두가 권위의식을 버리고 그런 따뜻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당신도 한때는 지도자가 아닌 학생이었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야구 스승’은 누구인가.△대구상고 다닐 때 코치였던 이윤효 선생님이다. 키는 작지만 스케일이 크고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학생들을 혼내는 분이 아닌데 아직도 감독님 앞에 서면 떨린다. 존경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내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부상으로 야구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절망했을 때 지도자의 길로 안내한 분이기도 하기에 잊을 수 없다. 이 감독님은 야구만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성실과 긍정의 태도를 가르쳤다.-‘아이에게 야구와 축구 등을 시키려면 많은 돈이 든다’는 선입견이 학부형들 사이에 있다.△음…. 이런 질문을 드려 보고 싶다. 공부나 미술·음악을 시키기 위해 학원을 보내려면 한 달에 얼마나 들까. 듣기로 초등학생의 경우도 50만~60만 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이 아닌 지방 초등학교 야구부의 경우 그 정도로 보면 된다. 상급학교 진학을 하면 더 들겠지만, 어린 시절 아이의 꿈을 위해 투자하기에 아주 부담스런 비용은 아니지 않을까?-최근 각종 언론에 학교 스포츠에 관한 비리가 적지 않게 보도됐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안타깝고 답답하다. 나를 포함한 학교 스포츠 지도자들이 자기가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하고, 가르치고자 했을 때의 초심을 잊지 않는 게 그러한 비리를 없애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류현진이나 추신수 등은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모든 야구선수가 그렇지는 못하다. 그들은 전체 야구선수의 0.01%나 될까? 돈 외에 어떤 매력이 야구에 있는 건가.△그라운드에 섰을 때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백수천 야구팬들의 환호성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과 고통스러웠던 훈련의 시간은 그때 모두 보상된다. 그런 뿌듯한 감정은 돈으로 계산될 수 없다. 사실 대부분의 야구선수들은 돈보다는 팬들의 작은 선물, 따스한 격려에 더 큰 보람과 명예로움을 느낀다.-올해 당신의 계획은 뭔가.△33년의 전통을 가진 대해초등학교 야구부의 명맥을 탄탄하게 이어가고 싶다. 지난해 말 감독으로 이 학교에 왔다. 곧 울산과 김해 등지에서도 야구부 학생들이 전학을 올 것이다. 그들과 기존의 아이들을 잘 융화시켜가겠다. 그게 학교가 원하는 내 역할이기도 하고. 야구계 선후배들이 포항의 초등학교로 간다고 하니 걱정을 해줬다. 하지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 내게는 작지만 버릴 수 없는 꿈이 있다. 아직 젊으니까 노력하면 이곳 포항 대해초등학교가 꿈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교장 선생님, 학부모님들과 함께 야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기본기를 가르치는 동시에, 그들이 예의 바른 청소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학교 체육 활성화를 통해 아이들의 정신과 육체가 고르게 성장할 수 있으려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 관련 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뜻있는 기업들도 커가는 아이들의 미래와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을 후원한다는 차원에서 우호적인 시선으로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포항시는 사회인 야구가 활성화된 지역이다. 그분들이 포항에 하나 남은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미래를 위해 땀 흘리는 어린 후배들에게 보다 많은 애정을 가져줬으면 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0-01-15

떠나야할 이유 딱 한가지만 있어도, 떠나라

◇독만권서 행만리로… 불혹의 꿈불혹이 되면 1년 동안 여행자로 살겠다는 꿈을 꾸었다. 서른일곱 살 되던 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선 인생을 다시 설계했다. 3년 후 마흔 살이 되는 해엔 지금까지 삶을 완전히 내려놓고 다시 출발선에 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가 바로 헌책방을 여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행만리로(行萬里路)’였다.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는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라는 오래된 중국 격언이다. 송나라 학자였던 소철이 말했다고도 하고 명나라의 명필로 이름을 날렸던 동기창의 글에 나온다고도 하나 정확하진 않다. 누가 말했든 그게 무슨 대수랴. 만 권의 책과 만 리의 여행은 인생의 중용을 깨닫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라 생각했다.책으로 쌓은 지식과 몸으로 익힌 경험이 조화를 이뤄야만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옛 중국사람이 여덟 자로 줄여 말한 것뿐. 평생 만 권의 책을 읽기란 힘든 일이니 그만큼 책을 쌓아둔 헌책방을 여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만 리 여행을 떠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불혹이 되면 더는 다른 이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 다짐했고 실천에 옮겼다. 그러기에 마흔은 그렇게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였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천에 옮긴다 해도 아내의 허락을 얻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랴. 남자들의 철없음이 아내의 현명함을 이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아내는 항상 나의 철없음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아마 오래 전에 포기한 것일 수도. 1년을 기한으로 잡고 떠났던 첫 번째 배낭여행(2013년, 7개월)도,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을 돌아보고 온 그때도(2015년, 1개월), 그리고 이번 유라시아 횡단 여행(2019년, 4개월)을 떠날 때도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다. 앞서 떠난 여행과는 다르게 이번엔 “보험은 들어놓고 떠나라”고만 했을 뿐이다.2013년 여행의 종착지는 포르투갈 포트투에 있는 렐루 서점이었다. 1년 동안 중국 칭다오에서 시작해 렐루 서점까지 육로로만 이동하며 서점들을 둘러볼 계획이었다. 행만리로, 처음 떠났던 그 여행은 사정이 생겨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7개월 동안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를 거쳐 싱가포르까지 갔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캘커타 대학 앞에 있는 책 시장을 보기 위해 인도 비자를 준비할 즈음 집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가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었고 아내는 언젠가 다시 떠나라는 말로 위로했다. 결국 렐루 서점까지 가는 여정은 아쉽지만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나고서야 렐루 서점을 향해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그때는 버스와 기차로 이동했으나 이번에는 오토바이로 움직였다. 렐루 서점은 목적지이자 반환점이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오로지 로시(중고로 구입한 오토바이 2011년형 BMW F650G의 애칭, ‘로시난테’의 줄임말)에게 의지해야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유라시아 횡단 여행을 떠나기 위해 꼬박 3년 동안 꿈을 꾸며 준비했다.◇떠나는 날까지 오토바이를 정비하고 짐을 줄이다출발(5월 12일) 보름을 남겨두고 오토바이 통관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보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오토바이(자동차도 마찬가지)를 가져가기 위해선 여러 서류가 필요했다. 임시 수출입신고서부터 세관 사전 신고서까지 모두 일곱 가지 서류를 갖추어야 했다. 선사 담당자에게 ‘문제없다’는 메일을 받고 나서야 드디어 떠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보름을 남겨 놓고도 로시는 여전히 정비 중이었다. 낡은 오토바이다 보니 이것저것 손 볼 것이 많았다. 3년 전 일본 책방 여행을 위해 800만 원을 주고 구입한 로시는 유라시아 횡단을 앞두고 계속 말썽을 부렸다. 주행 중 엔진이 꺼지는 증상(stalling)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전문가에게 맡기면 좋겠지만 비용도 시간도 문제였다. 같은 기종을 타는 해외 라이더들이 남긴 해결 방법을 찾아 부품을 구하고 직접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엔진 실속의 원인이었던 연료 펌프부터 스파크 플러그, 에어필터, 배터리, 엔진오일... 특별한 장비 없이 교체할 수 있는 건 시간 날 때마다 해두었다. 전문가에게 맡기면 비용도 만만치 않거니와 내 손으로 가능한 것 직접 해보아야 여행 중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떠나기 전까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오토바이 카울(플라스틱 덮개)을 몇 번이나 벗겼다 다시 조립했는지 모른다. 서울 성수공업고에서 오토바이 기본 정비를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정비 기술을 익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2017년 성수공업고에서 매년 실시하는 ‘시민을 위한 이륜차 정비교육’을 신청해 2박3일 동안 수업을 들은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스스로 이동수단을 움직여 여행을 떠나야한다면 이동수단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충분히 갖출수록 중도 포기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어쨌거나 떠나는 날까지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로시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짐을 줄이는 것도 큰 과제였다. 여행을 하는데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여행자는 항상 일어나지 않을 일, 의외의 경우를 걱정하며 더 많은 물건들을 챙긴다. 여행의 경험이 늘수록 챙겨갈 물건에 대한 욕심이 줄어들었다. 인간은 부족한 상황에도 적응하기 마련이다. 많이 사용하지 않을 물건을 줄이는 대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는 걸 이전의 여행 경험을 통해 충분히 몸으로 깨달았다. 옷가지, 캠핑용품은 물론이고 특히 전자제품은 최대한 가져갈 물품에서 제외했다. 노트북도 카메라도 과감하게 뺐다. 기록은 스마트폰과 수첩이면 충분했다. 물론 더 좋은 사진과 영상을 찍고 싶은 욕심은 있었으나 그 욕심이 고생으로 이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최대한 짐을 줄였지만 만약의 사태, 오토바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필요한 공구는 줄이기가 힘들었다. 유라시아 횡단 여행을 떠나기 전 장거리 여행에서 문제가 생긴 적은 없지만, 가까운 곳을 다녀오며 난감한 상황을 만났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공구가 있었으면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걸 오랜 시간 불편을 감수하며 달린 적도 있고, 결국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필요한 정비 공구는 경험 많은 라이더들이 추천하는 것으로만 추렸다. 아마존(www.amazon.com)이나 레브질라(www.revzilla.com) 등에서 장거리 오토바이 여행자를 위한 ‘정비 공구 세트 상품’을 팔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목록을 만들어두고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중복되지 않게 하나씩 준비했다.◇ “쓸데없이 뭐한다고 고생을 사서 하네”출발 전까지 무용(無用)한 일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유용(有用)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떠난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을 때 “쓸데없이 뭐한다고 고생을 사서 하네”라고 하셨으니 유라시아 횡단 여행은 무용한 일. 대륙 횡단 여행자가 되겠다는 꿈은 무용한 일이고 그 꿈을 위해 글값을 받고 여백을 채우는 일이 유용한 일인지는 딱 부러지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게으름뱅이 학자, 정신분석을 말하다’에서 “무용이 유용을 앞선다”고 잘라 말했던 철학자 기시다 슈의 주장은 믿었다. 어쨌거나, 유용이든 무용이든 따질 것도 없이 텐트 생활을 최대한 피하려면 ‘당장 돈이 되는 일’(사람들이 유용하다 믿는 일)은 닥치는 대로 해야 했다. 결국 무용이 앞선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전날까지 컴퓨터에 매달려 있어야만 했다. 따져보면 스물셋 의대생이었던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낡은 영국 노턴(Norton)제 ‘포데로사’를 타고 4개월 동안 남미를 여행하며 남긴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도 무용의 기록이었다. 쿠바를 해방시키고 볼리비아 밀림에서 그는 혁명가로 죽었고, 포데로사와 함께 달린 기록은 유용한 일에만 가치를 두는 사람들에게 무용의 우위를 가르쳤다.엔진과 심장의 고동을 맞추고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는 오토바이 여행의 매력, 아니 마력은 그 어떤 여행의 방식보다 강력하다. 혈관의 말초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강력한 무용의 각성제라고나 할까. 무용한 일일수록 끊임없이 되뇌지 않으면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걸 안다. 떠나지 못할 조건들은 충분히 차고 넘치지만, 떠나야 할(떠나고 싶은) 이유가 딱 한 가지만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이번 여행은 2013년에 떠났다 중간에 멈추었던 일곱 달 여정의 연장이었다. 서른일곱에 세웠던 계획을 이어가기까지 딱 10년이 걸렸다. 떠나기 전날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에 마지막 문장으로 썼던, 캄보디아 프놈펜의 디스북스 서점에 걸려 있던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다시 되새김했다.“길 떠나지 않는 이에겐 세상은 한 페이지 읽다만 책일 뿐.”(The world is a book people who don’t travel only get to read one page.)   /조경국

2020-01-14

“과감한 변화·혁신으로 더 잘사는 청도 만들어 나갈 것”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인 청도군이 2020년 새마을운동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도약한다.이승율 청도군수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문견이정(聞見而定)의 마음으로 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 군수를 만나 2020년 펼쳐질 군정을 들어봤다.-지난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특별하게 남는 기억은?△여러 가지 좋은 일도 많았고 다양한 사업도 추진했다.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7월 개최한 100인 토론회다.‘모두가 함께하는 행복한 청도 건설’을 위해 개최된 토론회에서 △행정혁신 △문화관광 △보건·체육·교육 △농업소득증대 △귀농·귀촌 △지역경제 △사회복지 △여성 및 아동복지 △지역개발 △생활안전·환경 등 10대 의제와 이를 바탕으로 한 100대 사업을 도출해 지역의 백년대계의 기초를 놓았다.-2020년은 새마을운동 50주년이 되는 해로 새마을운동 발상지로서 자긍심이 대단할 것 같다. 새마을운동은 지역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새마을운동은 세계가 배우고 싶어 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의 발상지가 청도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긍심이 있다.새마을운동은 후손에게 반드시 물려주어야 할 유산으로 새마을운동 발상지 상표등록과 기념공원, 테마파크 조성,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올해 생명살림 대축제를 제2의 새마을운동의 기회로 삼아 시대에 걸맞은 행사를 개최하는 등 새마을의 향기가 군민들에게 스며들게 할 것이다.-올해 군정 목표는.△역동적인 민생 청도를 목표로 △걱정 없이 농사짓고 농민들이 잘사는 부자 농촌 건설 △보편적 복지증진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복지공동체 구현 △활력이 넘치는 지역경제 구현 △문화·관광자원 콘텐츠의 지속적인 발굴을 통한 문화 가치 창출 △군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및 지역균형개발 가속화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군민 모두가 행복한 청도 건설 등을 추진한다.-부자 농촌과 행복한 복지공동체 구현을 위해서는 어떤 시책들이 도입되나.△먼저 걱정 없이 농사짓고 농민들이 잘사는 부자 농촌 건설을 위해 농특산물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 농업을 선도할 전문농업인을 육성하겠다.이를 위해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지원, 우수 농특산물 수출경쟁력 강화, 맞춤형 농기계지원, 농산물유통 기반구축, 미래축산기반조성 등으로 부자 농촌의 꿈을 실현할 계획이다.또 농산물가공·창업으로 신 소득원 창출, 농기계 임대사업소 택배 사업 시행, 수제 맥주 양조장건립, 친환경 농업육성과 체험을 통한 6차 산업 활성화, 고품질 과실생산 기반 지원, 기후변화에 대응한 신 소득작목 육성, 딸기하이베드단지 조성, 채소·특작 소득증대사업 등으로 미래농업 농촌의 기반을 강화하겠다.군민의 삶이 넉넉한 보편적 복지증진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복지공동체를 위해서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보훈 가족과 참전유공자의 자긍심 고취와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 장애인복지관 운영활성화를 통해 장애인 재활 증진과 자립기반 환경에도 매진하겠다.더불어 시니어복지타운 조성과 연계한 자원봉사센터 건립, 미래세대를 위한 아동복지 지원,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처우개선, 노인 돌봄 서비스, 경로당 행복도우미사업, 평생학습센터와 마을행복학습센터 운영 등으로 군민이면 누구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복지 체감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자치단체장의 최종 목표는 지역민의 행복이다. 지역경제와 지역문화 가치를 살리기 위한 복안은.△활력이 넘치는 지역경제 구현을 통한 민생 청도를 실현하고자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례보증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 금융기관과 연계한 청도사랑상품권 상시 할인판매를 통한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방지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청도시장 주차환경 개선사업 시행과 전통시장 청년 몰 조성 등을 다각적으로 추진해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사회적 경제기업·청년 일자리 창출사업, 우리 지역 여건과 맞는 강소기업 유치, 산동지역의 농공단지 유치, 신재생에너지 복합타운 공모 등을 준비해 일자리 사업 발굴에 전력을 다하겠다.정월 대보름 민속문화축제, 소싸움축제, 반시축제 및 코아페, 한국코미디타운, 청도읍성 관광자원화 사업 등 문화·관광자원 콘텐츠의 지속적인 발굴을 통한 문화의 가치를 창출하고 신화랑 풍류마을, 레일바이크 등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관광객 유치와 체류형 관광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겠다.복합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새마을발상지 기념공원, 유호근린공원, 한재 미나리 먹을거리 등과 연계한 유천 문화마을 조성, 이호우·이영도 생가매입 사업 등을 통해 문화관광벨트화 조성도 진행할 것이다.-지역균형발전도 중요하다. 균형발전을 위한 구상은?△지역균형개발을 가속하고자 지난해 10월 선정된 부처 연계 사업이 포함된 도시재생 뉴딜사업 사전준비에 철저를 기하겠다. 이 사업에는 375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읍사무소 신축과 행복주택·가족센터·건강생활지원센터·영상미디어센터, 청도역 급수탑을 활용한 근대 문화마을 조성 등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CCTV 통합관제센터 운영과 군민안전보험 가입 등으로 재난예방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자연재해예방을 위해 동창천 금천지구·운문지구 재해위험개선 정비사업, 유호지구 우수 저류시설 설치사업, 대곡천 생태하천복원, 이서 풍양지 노후위험 저수지정비사업 등은 국비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겠다.또 청도천 유호지구·풍각천 생태하천 조성사업과 청도천 청도지구·동창천 매전지구 하천정비사업, 고평교 재가설공사를 계속사업으로 이어가고, 농어촌 도로 및 현안도로,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 등 지역개발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종합스포츠 파크 접근로 개설사업과 지역균형발전 전략사업 등 발전촉진형 지역개발사업도 본격 공사에 들어갈 것이다.청도교 확장과 고수 8리 강변도로 확장공사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매전 상평∼금천 김전 간 개발촉진지구사업과 청도 자연휴양림 조성사업은 올해 공사를 마무리한다.운문산 둘레 길 조성사업과 운문 신화랑 달빛 수련길 조성사업 등은 올해 착수하는 등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다.노후관 정비를 통한 유수율 제고 사업으로 선정된 노후상수도 정비사업도 올해부터 시작한다.광역교통망 도로사업인 마령재 터널과 중앙부처 등에 수차례 방문하며 사업비 350억원을 확보한 범곡네거리~보강교차로 간 4차로 확장, 포화상태에 직면한 환경관리센터의 매립시설 증설 사업 등은 자연과 사람이 조화되고 도시민이 자연치유할 수 있는 쾌적한 곳으로 조성하겠다.-행복한 청도를 위해 어떤 시책들이 추진되나.△군민이 행복한 청도를 만들기 위해 우리 지역이 가진 특색을 살려 젊은 층을 유입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농업은 힘들고 돈이 안 된다는 군민들의 고정관념을 바꿔 나가겠다. 청도 미래의 먹을거리 사업발굴을 위해 힐빙그린푸드 산업화 기반구축사업을 준비하겠다.우리 지역의 자원과 민간조직을 활용한 신활력플러스 공모사업이 선정됨에 따라 농촌의 자립적 발전기반 구축을 위한 주민주도형 사업을 전략적으로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변화하는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귀농 귀촌 일체의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담당부서 신설, 군민의 건강생활 증진과 각종 감염병 예방 등을 위한 보건소 2개 과(課)신설, 청도읍장의 직급상향조정 등 행정조직 개편으로 행정 서비스의 질 향상, 군정의 주요 현안사업인 공약사항과 2030비전전략 등에 군정 역량을 결집해 추진해 나가겠다.-이 모든 지표들이 좋은 결론에 이르길 바라며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바닷가재는 더 큰 성장을 위해 감싼 껍질을 스스로 벗어 던지고 새로운 껍질을 만드는 것처럼 청도의 더 큰 성장을 위해 오래 묵은 우리의 껍질을 과감히 벗어 던지도록 하겠다. 5만 군민과 600여 공직자들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돼 주면 좋겠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0-01-14

정적(政敵)은 또 정적을 낳고…

1776년 3월, 영조가 세상을 떠났다. 세손에게 대리청정을 맡긴지 석 달 만이었다. 이제 세손이었던 정조가 마침내 스물다섯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정조가 왕위에 오른 첫날, 그는 여러 대신들 앞에서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천명했다. 편전에 도열해 있던 신하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영조가 죽기 전 남긴 유언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영조는 세손에게 ‘앞으로 20년 동안 사도세자를 언급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역모죄로 다스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정조는 자신이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밝히고 정국을 시작한 것이다.조정은 아직 노론이 장악하고 있었다. 사도세자를 죽인 노론은 ‘죄인의 아들은 임금이 될 수 없다’는 논리로 세손의 즉위를 결사적으로 막은 무리였다. 때문에 영조는 세손을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해놓은 상태였다. 그런 세손이 왕위에 즉위하자마자 세자 시절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노론 벽파에 대해 처벌할 뜻을 비쳤으니, 다들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정조의 정적(政敵)들에 대한 숙청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첫 번째 대상은 홍인한(洪麟漢)이었다. 홍인한은 정조의 외할아버지인 홍봉한(洪鳳漢)의 이복동생이었지만, 세손의 외종조부가 되는 것을 미끼로 안으로는 정후겸(鄭厚謙) 모자와 밖으로는 윤양후(尹養厚)·홍지해(洪趾海) 등과 결탁하여 위세를 부렸다. 형인 홍봉한은 사도세자를 제거하는 데는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으나 결국에는 정조를 도우려는 시파로 돌아왔지만, 작은 외할아버지인 홍인한은 세손의 즉위를 목숨 걸고 반대하는 노론 벽파의 영수로 그대로 남아있었다. 정조는 그런 홍인한부터 고금도에 위리안치시켰다가 사약을 내려 죽였다.정후겸도 화를 피해가진 못했다. 정후겸은 본래 인천에서 어업에 종사하던 서인 출신이었으나, 영조의 서녀(庶女) 화완옹주(和緩翁主: 정치달의 처)의 양자가 되면서부터 궁궐에 자유롭게 출입하게 되었다. 영조의 총애를 받아 16세로 장원봉사(掌苑奉事)가 되고, 1767년(영조 43) 수찬에 올랐다. 이어 부교리·지평을 역임하고 1768년 승지가 되었으며, 이듬해 개성부유수를 거쳐 호조참의·호조참판·공조참판을 지냈다. 성격이 매우 교활하고 간사하였다고 한다. 그는 영조를 등에 업고 당시 세도가였던 홍인한과 더불어 국정을 좌지우지하다가 세손이 대리청정을 하게 되자 이를 극력 반대했다. 동궁에 사인을 비밀리에 보내 세손의 언동을 살피게 하였고, 세손이 금주령(禁酒令) 중인데도 술을 마셨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여기에는 사도세자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화완옹주도 한몫을 했다. 정후겸의 양어머니인 화완옹주는 과거 사도세자의 비행과 실수를 그대로 부왕 영조에게 고해바쳐 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게 하는데 일조를 한 인물이었다.정조는 그런 정후겸을 경원에 위리안치시켰다가 사사시켰고, 화완옹주도 옹주 작위를 박탈하고 서인으로 강등시켜 사가로 내쫓았다.그 다음 척결대상은 숙의문씨(淑儀文氏) 자매와 김상로였다.숙의문씨는 원래 효장세자(진종)의 부인 효순왕후(孝純王后·영조의 첫째아들인 효장세자의 비)의 궁인으로 있었는데, 1751년 음력 11월, 효순왕후가 사망하자 그 빈전을 찾았던 영조의 눈에 들어 승은(承恩)을 입었다고 한다. 이후 문씨는 영조와의 사이에 화령옹주를 낳고 정4품 소원에 책봉되었다. 당시 영조는 승지에게 문씨의 후궁 교지에 어보를 찍으라고 하였는데, 승지 윤광의가 이를 거절하자 다른 승지를 시켜 어보를 찍게 할 정도로 그녀를 아꼈다고 한다. 그 후에도 문씨는 화길옹주를 낳았고, 종2품의 숙의(淑儀)로 진봉되었다.이런 숙의문씨에게 영조의 아들인 사도세자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녀는 1749년부터 사도세자가 대리청정을 시작하자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였다. 그녀에게는 문성국(文聖國)이란 친정오빠가 있었다. 그녀는 오빠 및 노론 세력과 결탁하여 영조와 사도세자의 사이를 이간질시키는데 혈안이 됐다. 이들은 영조에게 사도세자가 ‘침소에 문안도 제때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찬을 살피는 일도 제때에 하지 않고, 심하게는 인명을 살해하고 여색을 지나치게 탐한다’ 고 일러바쳤다. 영조는 이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사도세자를 내쳤다. 결국 이들 형제들이 김상로와 같이 사도세자를 모략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들이었다.정조가 이들을 가만둘 리 없었다. 1776년 3월 30일, 정조는 숙위문씨의 작위를 박탈하고, 저자도(뚝섬)에 위리안치시켰다. 이날 이후 숙위문씨는 ‘문녀(文女)’라 하여 격하된 호칭으로 기록되어졌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1776년 8월 10일, 문녀는 정조의 결정에 따라 사약을 받고 죽었다. 숙위문씨의 어머니도 제주도로 귀양을 보내 노비로 삼았다. 문녀의 동생 문성국에게도 역률(逆律)을 적용했다. 졸지에 역적으로 몰려 노비로 격하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문성국은 그 다음날 부인과 함께 집에서 자살해버렸다. 그의 가족들은 연좌되어 노비로 전락하였고, 재산도 몰수되었다. 이때 문성국의 아들인 문경환(文景煥)이 연좌되어 경상도 장기(長䰇)로 왔다. 그게 1776년(정조 즉위년) 4월 1일이었다.정조가 등극했을 때 김상로는 이미 죽고 없었다. 그래도 정조는 김상로의 관작을 추탈할 것을 명하였다. 그가 영의정으로 있으면서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를 이간질시켰으므로 만고의 역적이라는 것이었다. 1762년 임오화변 때 김상로는 영의정으로 있으면서 사도세자의 처벌에 적극 참여하여 왕의 동조를 얻었다. 그러나 후일 영조는 세손에게 남긴 글 등에서 ‘너의 아비를 죽이게 한 것은 아무래도 김상로다. 그 자야 말로 바로 너의 원수다’라고 지목할 정도로 그때의 일을 후회하면서 그를 청주에 유배보낸 적도 있었다.정조는 할아버지 영조가 유언처럼 남긴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정조는 1776년(정조 즉위년) 4월 4일, 김상로의 재산을 몰수하고 그의 아내와 네 명의 자식들을 모두 관노로 삼게 했다. 이때 김상로의 며느리 효임(孝任)과 손녀 김주옥(金珠玉)이 경상도 장기현으로 와서 노비가 되었다.이 무렵 불꽃이 엉뚱한 곳으로 튀어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었다.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공세에 나섰던 소론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정조가 노론 벽파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자 그때까지 얼마 남아있지 않았던 소론 시파들은 고무되었다. 이들은 일부 온건 남인과 뜻을 같이하며 사도세자를 동정하던 무리였다.소론은 정조가 즉위하자 즉시 상소를 올려 사도세자 문제를 거론하고 나왔다. 상소는 1776년(정조 즉위년) 4월 1일 시골 유생 이일화(李一和) 명의로 올라왔다. 내용은 임오화변에 이르게 한 해당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조재한(趙載翰)이 사주를 한 것이었다.영조 때 승지와 대사간을 역임한 조재한은 소론으로 우의정을 지낸 조현명의 아들이자 조재호(趙載浩)의 조카였다. 아시다시피 조재호는 효순왕후의 오빠였다. 1759년 돈녕부영사로 있으면서 영조의 계비(繼妃) 정순왕후의 책립을 반대한 죄로 임천(부여)으로 귀양갔다가 이듬해에 풀려나 춘천에 은거하였다. 1762년 임오화변 때 사도세자가 화를 입게 되자 그를 구하려고 서울로 올라왔으나, 오히려 홍봉한 등에 의해 역모로 몰려 종성으로 유배, 사사된 인물이었다. 그는 죽었지만 조카 조재한이 배후에서 소론 시파의 핵심인물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일화의 상소에 뒤이어 전 승지 이덕사(李德師)와 전 사간원 정언 유한신(柳翰申)이 똑같은 내용의 상소를 올렸다. 그때까지 명맥을 유지해왔던 소론들의 조직적인 공세였다.이에 대해 정조의 태도는 뜻밖이었다. 오히려 이들의 행위에 대해 ‘어리석은 짓 아니면 미치광이 짓’이라며 크게 화를 냈다. 급기야 국청이 설치되었다. 잡혀온 조재한이 ‘이일화의 상소를 내가 사주했다’고 자백하자 정조는 그를 참형에 처했다. 이어서 이덕사, 유한신도 참수되었다. 이들의 죄목은 사도세자에 대한 언급을 할 시는 대역부도죄로 처단하라는 영조의 유언에 따른 것이었다. 1776년(정조 즉위년) 4월 6일, 조재한의 연좌인으로 그의 조카 조상특(趙尙特)이 경상도 장기현으로 유배를 와 안치되었다.정조가 이런 조치를 내린데는 소론의 성급한 공세가 원인이었다. 겨우 즉위에는 성공했지만 정조의 왕권은 아직 노론에 맞서기에는 크게 미약했다. 게다가 정조뿐 아니라 소론도 사도세자 문제에는 딜레마가 있었다. 사도세자 비극의 정점에 영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세자의 원한을 풀려면 뒤주에 넣어 죽게 한 영조의 처분이 잘못된 처사란 것을 선언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노론이 들고일어날게 분명했다. 이는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영조의 손자인 정조의 태생적 모순이었던 것이다.이 무렵에 들어오면서부터 동해안 땅 끝 고을 장기현의 실상은 참담했다. 바닷가에 고기잡이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 배가 뒤집혀 사람들이 빠져 죽기도 했고, 흉년이 연달아 들었다. 나라에서는 이재민을 구제하기 위해 휼전(恤典)을 베풀기도 했다. 흉년에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하고 숱한 사람들이 기근과 역병으로 죽어나가자 당시 장기현감이 군작미(軍作米)를 풀어 백성들에게 조곡(助穀)으로 내어 줬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사 오히려 벌을 받기도 했고, 감독기관인 경상감사가 파직되기도 했다.이런 사정인데도 경상도 장기현으로 배정되는 유배인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지역의 열악한 살림으로는 넘쳐나는 유배인들을 보살필 여력이 없었다. 유배인과 지역민이 다 같이 굶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세월이 8년간이나 지속되었다. 급기야 조정에서도 이 사실을 보고 받고 유배인들을 분산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8년간 노비로 있던 숙의문씨의 조카 문경환은 1784년(정조8) 3월 2일, 살림이 좀 더 넉넉한 도내의 다른 현(縣)으로 이배되어 떠나갔다. /이상준 향토사학자

2020-01-14

“경제성장 동력확보 더 나은 사회 ‘참 좋은 변화’ 이룰 것”

새해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각 지자체들도 새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발전되고 변화될 모습을 위해 준비된 계획들을 차근차근 추진한다. 이러한 지자체들의 수많은 새해 시정목표들 중 유독 세간의 관심을 끄는 곳이 바로 구미시다. 경북 유일의 여당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이 수장으로 있는 구미시가 이토록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장세용 시장이 그동안 추진했던 ‘참 좋은 변화’의 바람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미시는 이 ‘변화’를 위해 수많은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변화’를 위해 장 시장을 선택한 구미시민들이었지만, 아직 ‘변화’를 두려워하는 세력도 많기 때문이다. 구미는 어쩌면 애벌레가 나비로 탄생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힘겨운 탈피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구미가 2020년을 구미경제 부흥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변화’의 결실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본지는 장세용 구미시장을 만나 그동안 추진한 ‘변화’의 결실인 경제성장 동력확보로 인한 지역경제 회복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소감은.△ 지난 한해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떤 분들은 안좋은 일들만 기억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구미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변화의 과정에 있는 만큼 크고 작은 소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크고 좋은 소식이 훨씬 많았다고 생각한다. 노사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뜻을 하나로 모은 최초의 상생형 구미일자리가 출범했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스마트산단에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선정됐다. 이는 구미가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이를 토대로 구미는 미래 신산업을 선도하는 미래형 산업단지로 도약할 것이다.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여러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항상 구미시를 믿고 지지해 주는 시민들에게 감사하다.- 2020년 새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2020년은 구미에게 아주 특별한 한 해이다. 그동안 준비해왔던 대형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구미의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시정목표를 ‘경제성장 동력확보, 민생경제 안정’으로 정했다. 그 무엇보다도 경제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가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시작은 매우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지난 9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상생형 구미일자리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LG화학과 이행계획을 조속히 마무리 해 연내 LG화학 구미공장이 착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총 사업비 4천461억원(신규사업)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스마트산단 조성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구미는 작년 구미산단 스마트산업단지 환경개선사업으로 200억원의 펀드 조성과 소재부품 융합얼라이언스 구축 사업에 45억원의 국비를 확보해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산업단지 조성은 2조96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천679억원의 부가가치효과, 6천301명의 고용유발효과 등의 경제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다.- 올해도 지역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구미뿐만 아니라 국내외 모두가 어려운 경기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상생형 구미일자리와 구미스마트산단 조성이 구미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하지만 이 두가지로 구미경제가 옛 명성을 찾을 수는 없다. 지금은 구미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지속 가능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구미시도 올해 ‘상생과 혁신의 ICT 융합형 미래 산단’ 구축으로 본격적인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선다. 먼저, ‘5G 테스트베드’, ‘홀로그램 기술개발사업’, ‘로봇직업교육센터’ 구축, ‘탄소산업’ 등 미래 8대 신산업 육성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여기에 지역 기존기업 투자지원요건 완화, 대규모 투자 보조금 한도 폐지, 보조금 지원 대상 업종 확대 등 투자유치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전략적 투자유치 프로젝트를 추진해 5단지 분양률 제고 및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기업지원 통합플랫폼’온·오프라인 운영으로 기업지원 창구를 일원화하고, 구미 중소·벤처기업 육성 펀드 2호 조성으로 기업지원에도 소홀함에 없도록 할 예정이다.이밖에도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 개소, ‘노사상생 파트너십 프로그램’ 지원 등 노동자의 권익 증진과 함께 침체된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200억원 규모의 ‘구미사랑상품권’ 발행, 소상공인 지원 확대와 시민행복일자리 1만5천개 창출로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계획이다.- 제101회 전국체전을 스포츠 축제로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구미에서 열리는 제101회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은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체전,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스포츠 축제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합스포츠센터’ 준공 등 인프라 조성과 분야별 철저한 준비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는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체전의 성과가 지역경제 전체로 파급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체전을 계기로 ‘도봉 국민체육센터’, ‘구미국민체육센터’, ‘고아읍생활체육센터’ 건립,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가족사랑 스포츠교실 운영 등 다양한 생활체육 참여기회 확대를 통해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도시재생 전문가로서 구미의 도시재생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하나.△ 구미는 시민들이 주축이 되는 도시재생과 첨단 ICT 산업기반을 활용한 스마트시티를 연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현재 추진중이다. ‘주민주도형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의 추진으로 시민이 체감하는 도시재생 모델을 구축해 도시재생사업의 동력을 확보하고, 원평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으로 원도심 권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다만, 주민주도형 사업인 만큼 주민들의 참여가 없으면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간혹 지자체가 돈만 투입해 시설을 만들어주는 사업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주민이 참여하지 않은 도시재생은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만큼 주민참여가 없는 경우 사업지원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동안 도시재생에 있어 주민참여가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에 대한 홍보와 교육에 집중해왔고, 올해는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부분을 전문가와 상의해 도시재생으로 탈바꿈 시키는 일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도시 바람길 숲 조성사업’, ‘이계천 생태복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원호산림공원, 학서지 생태공원 준공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건강한 생태공간을 조성해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또 ‘지능형 교통체계(ITS)’ 구축, 악취모니터링시스템 확대, 상수도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 주요 관광지 무료와이파이 구축으로 첨단ICT 산업기반을 활용한 구미형 스마트시티 조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국도대체 우회도로, 북구미하이패스IC, 대구권 광역철도 건설 등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시민 중심의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체계를 구축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구미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새마을운동 50주년인데 어떤 계획 있는지.△ 구미시장 취임 초기 새마을과 명칭 변경과 관련해 나의 취지와는 너무나 다르게 논란을 겪으면서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구미는 새마을운동의 종주도시로 그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다. 나 또한 새마을운동을 높이 평가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만, 그동안 새마을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던 세력들을 배척하고, 새마을운동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는 일을 하고 싶었다. 올해가 새마을운동이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인 만큼 구미시도 종주도시로서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오늘에 맞는 새마을운동 정신을 알리기 위한 시민참여형 행사를 마련해 새마을운동의 참뜻을 되새기도록 하겠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0-01-13

‘나’는 그의 기묘한 행색과 표정에서 ‘조선의 얼굴’을 본다

…그는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선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고” 있다. 같은 찻간에 있는 일본인과 중국인에게 “도코마데 오이데 데스카?”라거나 “네쌍나얼취?”라고 일본어와 중국어로 실없는 말을 건넨다. 그러나 일본인과 중국인은 모두 그와 말 상대를 해주지 않고, 결국 같은 조선인인 ‘나’에게 “어데꺼정 가는기오?”라고 말을 건넸을 때에야, ‘나’의 “서울까지 가오”라는 대답을 듣는다.…현진건(1900-1943)은 김동인, 염상섭과 함께 근대적 단편소설의 미학을 확립한 한국근대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가이다. 그의 단편소설들은 일상에 대한 정확한 묘사와 반어적 기법의 능란한 사용 등으로 독창적인 미학을 정립했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근대적 사실주의 문학의 초석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운수 좋은 날’이라는 작품 하나만으로도 한국인들의 가슴에 뚜렷하게 각인된 작가라고 할 수 있다.대표작이 있는 예술가는 행복하다. 그 대표작을 통해 그 작가는 대중들과 쉽게 만나고 오래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작은 예술가에게 온전한 축복만은 아니다. 그 대표작이 하나의 굴레가 되어 그 예술가가 평생을 기울여 창조해 놓은 세계의 일부만을 대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진건에게는 ‘운수좋은 날’이 축복이자 굴레이기도 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 김첨지를 통해 펼쳐지는 1920년대 경성의 풍경은 참으로 정밀하고도 풍요롭다. ‘동소문 근처의 집-전차 정류장-동광학교-남대문정거장-인사동-창경원-동소문 근처의 집’으로 이어지는 여로를 통해 근대도시의 풍광을 갖춰가던 경성의 모습과 그 속에서 철빈의 나락에 떨어진 하층민의 삶이 자상하게 펼쳐졌던 것이다. 또 하나의 대표작인 ‘빈처’ 역시도 경성을 배경으로 한 것이고, 현진건의 사회생활이 대부분 경성에서 이루어졌기에 현진건의 문학적 공간으로는 서울을 떠올리기 쉽다.그러나 현진건은 대구와도 인연이 깊은 작가이다. 그는 1900년 9월 2일 대구 명치정 2정목(현 중구 계산동 2가)에서 대구부 전보사 주사 등을 역임한 아버지 현경운과 어머니 이정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는 서당에서 한학을 익혔으며, 이후에는 1913년 상경할 때까지 부친이 설립한 대구노동학교에서 신학문을 배우며 자랐다. 현진건이 첫 번째로 문학 활동을 펼친 곳도 바로 대구다. 1918년 일본의 세이조오 중학교를 다니다 귀국한 현진건은 대구에서 이상화, 이상백, 백기만과 함께 등사판 동인지 ‘거화(炬火)’를 발간하며 활동했던 것이다.이러한 그의 삶을 반영하여 대구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바로 ‘고향’이다. 작품의 ‘나’는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맞은편에 앉은 기묘한 차림의 그를 만난다. 한중일 삼국의 특징을 한 몸에 체현하고 있는 그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는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선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고” 있다. 같은 찻간에 있는 일본인과 중국인에게 “도코마데 오이데 데스카?”라거나 “네쌍나얼취?”라고 일본어와 중국어로 실없는 말을 건넨다. 그러나 일본인과 중국인은 모두 그와 말 상대를 해주지 않고, 결국 같은 조선인인 ‘나’에게 “어데꺼정 가는기오?”라고 말을 건넸을 때에야, ‘나’의 “서울까지 가오”라는 대답을 듣는다. 질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했을 때, 즉 일본인도 중국인도 아닌 조선인이 되었을 때에만 그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온전한 한 명의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한중일을 기괴하게 결합한 그의 외모와 언행에는 지나간 그의 삶이 압축되어 있다. 그는 대구에서 멀지 않은 K군 H란 외딴 동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그가 살던 고향은 “넉넉지는 못할망정 평화로운 농촌”으로, 그곳에서 그는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땅이 동양척식회사의 소유로 넘어가자 동척과 중간 소작인에게 모두 소작료를 내야 해서 그의 손에는 소출의 삼 할도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그를 비롯한 백 호 남짓한 주민들은 남부여대하여 타처로 떠나가야만 했다. 그 역시 열일곱 살 되던 해에 서간도로 이주한 것을 시작으로 신의주로 안동현으로 가서 품을 팔다가 일본에 건너가 구주 탄광과 대판 철공장에서도 일하다가 고향에 돌아왔던 것이다. 9년여의 시간 동안 재산을 모은 것은 고사하고 부모님만 모두 잃어서, 그는 무일푼의 혼자가 되었을 뿐이다.‘고향’의 그가 열일곱 살에 떠난 고향을 9년 만에 찾아갔을 때, 고향은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 젖혀놓은 것” 같은 폐허가 되어 버렸다. 집도, 사람도, 개 한 마리도 없는 고향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만난 유일한 고향 사람은 어린 시절 혼담도 오고 갔던 여자 하나뿐이다. 그녀는 열일곱 살 되던 겨울에 아비 되는 자가 이십 원을 받고 대구 유곽에 팔아 넘겼다. 이후 이십 원 몸값을 십 년을 두고 갚았건만 그래도 빚이 육십 원이나 남았었는데, 몸에 병이 들고 나이가 들자 주인 되는 자가 빚을 탕감해주고 놓아 준 것이다. 그녀는 지금 읍내에 있는 일본 사람 집에서 아이를 보며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십 년 동안에 배워 두었던 일본말 덕택에 그 취직자리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유곽에 팔려간 이후의 모진 삶이 일본인과 관계된 것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그와 그녀는 일본 우동집에 들어가서 괴로움에 술만 실컷 먹고 헤어진다.‘고향’을 읽는 포인트는 이 기묘한 행색을 한 ‘그의 얼굴’을 ‘내’가 ‘조선의 얼굴’로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다. 마치 이 작품이 조선일보에 처음 발표되었을 때의 제목이 ‘그의 얼굴’이었다가, ‘고향’으로 제목이 바뀌어 수록된 작품집의 제목이 ‘조선의 얼굴’(글벗집, 1926)이었던 것처럼 말이다.처음 ‘나’는 기묘한 차림에다 일본어와 중국어로 횡설수설하는 그가 밉살스러워서 쌀쌀맞게 대한다. 그러나 그의 사연을 들을수록 “나는 그 신산(辛酸)스러운 표정이 얼마쯤 감동이 되어서 그에게 대한 반감이 풀려지는 듯”해진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차를 탈 때에 친구들이 사준 귀한 정종을 그와 함께 나누어 마시기까지 한다. 둘의 이 조촐한 공감과 연대는 그의 음산하고 비참한 눈물 속에서 “조선의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중에 둘은 취흥에 겨워서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리는 것으로 작품은 끝난다.볏섬이나 나는 전토는신작로가 되고요말마디나 하는 친구는감옥소로 가고요담뱃대나 떠는 노인은공동묘지 가고요인물이나 좋은 계집은유곽으로 가고요실제로 한반도의 어느 곳인들 일제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겠지만, 대구도 그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도시다. 전영권 지리학자에 의하면, 박중양은 일본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해 대구읍성을 허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고종 임금이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1907년에는 대구읍성이 완전히 허물어졌으며, 지금은 그 흔적이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 등의 지명에 남았다는 것이다.(‘대구여행’, 푸른길, 2014, 46쪽) 또한 식민지 시기에는 실제로 수많은 조선인들의 살기 위해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던 때이기도 하다. ‘고향’이 창작된 1926년까지 만주로만 옮겨간 조선 농민들이 35만 명에 달하고, 해방 전까지 만주나 일본 등에 살던 조선인이 40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그의 쓰라린 경험과 행색은 나름의 민족적 보편성을 지니는 것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작가 현진건도 대구노동학교를 거쳐 서울 보성고등보통학교를 중퇴한 후에, 일본의 세이소쿠 예비학교와 세이조 중학교, 중국의 후장대학 독일어 전문부에서 공부하기도 하였다. 물론 현진건이 생계를 위해 일본이나 중국을 전전한 것은 아니지만, 식민지인으로서의 유학생활이 결코 비단길을 걷는 것처럼 편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현진건은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재직하던 1936년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언론계에서 물러난다. 이후에는 생활고로 큰 곤욕을 치르면서도 여러 편의 역사장편소설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무영탑’(‘동아일보’, 1938.7.20-1939.2.7)은 천년고도인 경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석탑의 축조 과정을 통해 아사달의 초인적 예술혼과 민족정신에 대한 작가의 열렬한 옹호를 드러낸 이 작품에서, 아사달의 예술혼인 “신흥(神興)”은 한국인의 고유한 정신에 맞닿아 있으며, 아사달이 모든 것을 바쳐 완성하려 하는 무영탑은 조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무영탑’은 현진건의 여타 역사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시대적 압박에 맞서 우회적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전망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문학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인 병마와 생활고 그리고 그보다 몇 곱절 쓰라린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의연하게 민족의식을 견지했던 현진건의 문학과 삶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대구 두류공원에 1996년 세워진 그의 문학기념비는 그 불굴의 문학적 영혼에게 바치는 대구 시민들의 작은 술잔이다.작가 현진건은…1900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당시 보통의 아이들처럼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다가, 12살 때 일본 세이조중학으로 옮겨 공부를 이어갔다. 조숙했던 그는 1918년 이상화, 백기만 등과 함께 동인지 ‘거화’를 내기도 했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고,‘술 권하는 사회’ ‘운수좋은 날’ ‘고향’ 등의 단편과 ‘무영탑’ ‘타락자’ 등의 장편을 남겼다. 사실주의 작풍을 선도한 그는 ‘근대 한국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문학평론가 이경재

2020-01-13

경북 미래 먹거리 ‘바이오산업’ 육성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

경북도가 지난해 권역별 전략프로젝트 재정비를 통한 경북 과학 산업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고자 ‘5대 권역별 프로젝트’를 구상·발표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산업을 백두대간 네이처 생명산업 벨트와 연계해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국가적 주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인류의 건강증진, 질병예방·진단·치료에 필요한 유용물질과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최근에는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유용물질을 상업화할 수 있는 산업군도 확대되고 있어 생명공학 기술혁신이 의약뿐 아니라 에너지·자원에 이르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 중이다. 정책혁신과 선제적 투자를 진행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국도 선도주자로 급부상할 기회를 맞고 있다.글 싣는 순서1. 배터리 산업2. 스마트 산단3. 바이오 산업또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 등 3대 산업 합계 규모를 뛰어 넘어 급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산업 세계 시장규모는 2013년 330조원(2천620억 달러)이던 것이 올해는 635조원(6천29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평균 9.8%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지역 주력사업의 활로 모색과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산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안동을 백신산업 전략기지로 육성경북도와 안동시는 장기적인 경기침체,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바이오·백신산업의 중심도시 구축 및 중소기업 지원을 다각도로 추진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해 바이오·백신산업 육성을 목표로 2005년부터 바이오·백신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 꾸준히 기틀을 다져나가고 있다.2012년 SK바이오사이언스 유치, 2016년 국제백신연구소 안동분원 유치했다.내년부터 4년간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이 주관하고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참여하는 차세대 프리미엄 백신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2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A형 간염 백신 및 A형·B형 간염 혼합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A형 간염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해 기술이전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경북백신산업클러스터 활성화 가속화를 위해 이번 성과를 토대로 후속 백신연구개발 사업을 확대·지원한다는 방침이다.이들은 또 임상시료 및 백신 생산도 가능한 글로벌 GMP 수준의 대행 시설인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국가 공모사업에 선정된 백신 상용화 지원센터도 1차 년도 구축이 진행 중이다.특히,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가 2021년, 백신상용화지원센터가 2022년 완공되면 안동 바이오·백신 시티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2016년부터 매년 개최한 국제백신산업포럼은 전 세계 백신 관련 기업·기관·단체 등이 참여해 백신산업의 동향과 비전을 공유하고, 범세계적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북 안동 백신 클러스터를 지속적으로 홍보해 왔다.전 세계유일의 국가백신대행시설인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가 세계 백신기업·재단·연구소 및 국내 백신 기업(중소벤처기업 등)으로부터 주목받고 있으며, 대한민국 백신 5대 강국 실현에 중추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기반 신약개발경북도는 포항시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기반으로 한 신약 클러스터 조성과 차세대 그린 백신산업 등을 통한 바이오산업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포항의 바이오산업에 있어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그 가치 또한 높아서 세계에서 오직 5기(미국, 일본, 한국, 독일, 스위스)만 운영 중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선형으로 사용하며, 고휘도의 전자빔 번치를 발생시키는 전자총, 이를 가속시키는 전자가속기, 전자빔 번치가 사행운동을 하면서 방사광을 발생시키는 자석구조의 삽입장치, 방사광을 실험장치까지 유도할 수 있는 빔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위치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지난 2011년부터 4천298억원(국비 4천38억원, 시·도비 260억원)이 투입돼 2015년 말 준공됐다.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사업’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핵심 사업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설립에 국비 229억원을 확보했다.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지난해부터 5년간 총사업비 458억원을 투입해 포항융합산업기술지구에 설립될 예정이다.구체적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가속기신약연구소, 비즈니스융복합센터를 건립하고 신약연구중심병원, 첨단임상시험센터, 동물대체시험평가센터를 유치한다는 복안이다.도는 이 가운데 핵심사업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설립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왔고 이번에 정부사업으로 확정돼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세포막단백질 전문연구소 설립은 독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국내에서는 일부 대학, 연구소 등에서 단편적인 연구는 있었지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위한 국가 단위 연구소는 이번 경북도 세포막단백질연구소가 처음이다.세포막단백질연구소 설립과 연구는 지난 2월 출범한 포스텍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사업추진단이 담당한다. 건물은 포항 융합기술산업지구에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사업단은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설립 △세포막단백질 고해상도 입체구조 규명 및 활성화 메커니즘 연구 △구조기반 항체 및 선도물질 발굴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다.이를 기반으로 2023년까지 항체·신약후보물질 1건, 구조규명 20건, 특허등록 5건, 기술이전 7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경북도와 사업단은 연구소 운영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들어서면 세포막단백질 구조기반 신약 설계(디자인), 기술사업화 등 글로벌 사업화도 모색한다.이를 위해 지난 2월 경북도는 포항시, 포스텍, 포스코와 함께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운영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바 있다. 경북도는 신약개발이 단순한 연구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창업, 기업육성, 일자리 창출 등과 연계될 수 있도록 포스텍 등과 함께 ‘포스텍 바이오 벤처 펀드’를 조성하고 관련 벤처기업체 지원 활성화 사업도 ‘포스코 벤처밸리 사업’ 등과 연계해 본격 확대한다는 방침이다.□영천 바이오메디컬경북도와 영천시는 비전자·소모성 의료기기 분야를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국제 전시회에 참가하는가 하면 국내 산·학·연·관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하는 등 국산화 선두주자로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는 2016년 비전자 의료기기 분야 BMTC를 신설하고 사업비 319억원(국비 포함)을 투입, 바이오메디칼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또 2023년까지 총 65억원을 들여 전문인력 양성, 시제품 개발, 중소기업 지원, 국내외 기업과 대학·의료기관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비전자 의료기기 생산기술 연구기반을 구축한다. 이에 2018년에는 BMTC 이동목 박사와 유승화 박사가 메디칼 몰드 멸균 서비스분야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획득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경북도는 5억원을 투입해 국책사업인 ‘메디칼 몰드 RBD 구축 사업’의 성과 극대화와 지역 기업 기술지원을 위해 ‘바이오메디컬 종합기술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이 사업은 바이오메디칼 기업 유치 및 투자 촉진하고 바이오메디칼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한편 바이오메디칼 글로벌 제조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한편, ‘메디칼 몰드 RBD 구축 사업’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사업비 280억원이 투입돼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BMTC) 및 장비를 구축했다. 앞서 2016년 건축면적 1천386㎡(420평)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바이오메디컬 종합기술센터’가 들어섰다. 이곳엔 영남권 유일의 전자선 조사시설 등을 포함해 44종의 장비가 구축돼 있다.□ 경북도 네이처 생명산업 육성 추진·협력경북 과학·산업 5대 권역 전략프로젝트 가운데 백두대간 네이처 생명산업 벨트와 연계해 주요사업을 구체화하고, 바이오산업을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10월 21일 ‘경북 네이처 생명산업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도내 국가 연구기관(6곳), 지방 연구기관(4곳), 대학(3곳) 등 14개 기관이 정례적인 협력채널을 통해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기관별 업무특성과 전문성에 따라 백신·신약, 식품·생명기술, 한방·테라피·웰빙 등 3개 분야로 운영할 예정이다.참여기관의 전문 연구인력 중심의 사업별 실무지원단을 구성, 신규 사업의 기획단계부터 사업화까지 전주기 지원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이를 위해 네이처 생명산업의 체계적인 육성 및 발전을 위한 협력, 지역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술·정보교류 및 장비활용, 생명산업분야 국가 정책과제 공동개발 및 국비 사업화 지원, 지역 기업과 공동 연구과제 및 상용화 지원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한편,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미래의 인류 난제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이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서 바이오경제 시대의 도래가 예상된다. 고령화, 감염병, 식량안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비용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어 바이오의 중요성 및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삶의 질 추구 및 의료비 증가 등 미래의 소비 측면에서 건강 의료 분야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경북도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경북바이오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바이오생명산업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한다. 이를 통해 바이오산업의 기술개발과 지역기업의 경쟁력 있는 바이오 기업 성장을 유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바이오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20-01-12

“경산 미래 책임질 먹거리 개발로 고른 성장 이룩할 것”

경북 3대 도시로 자리매김한 경산시의 최영조 시장의 바람은 100년을 보장하는 먹을거리 개발과 전 분야의 고른 성장이다. 지난해 고군분투로 도시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하고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최 시장의 2020년 시정구상을 들어본다.-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경산시정을 돌아본다면.△지난해는 심화되는 보호무역과 청년실업, 경기침체 등 서민들의 생활여건은 나날이 힘들어졌지만, 오직 시민의 행복만을 생각하며 전진한 결과, 산업·경제·복지·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고른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지난해를 정리하면 산업기반 인프라의 성공적 추진으로 도시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해 지역의 100년 먹거리를 창출 하고 안전한 생활터전을 조성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이를 시민들에게 쉽게 설명한다면.△경산지식산업지구와 경산4일반산업단지를 차질 없이 추진해 산업단지 300만 평 시대를 앞두고 있다.메디컬 융합소재실용화센터와 철도차량융합부품기술센터, 무선전력전송기술센터 등 2011년부터 추진해 온 6개의 대규모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착공, 경산~대구~구미 대구광역철도 건설 본격 추진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생활소비재 융복합산업 기반 조성과 탄소복합 설계해석 기술지원센터 구축으로 탄소, 패션소재 등 신성장 동력산업을 육성하고 베트남 호치민, 다낭에 이어 중국 인촨, 태국 방콕에 해외 화장품 전시판매장 2개소를 추가 설치해 100년 먹거리 창출의 발판을 마련했다.청년들에게는 창업교육과 콘텐츠 창작공간을 지원했고 치매 안심센터 개소, 스마트 통합플랫폼 구축 등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환경을 만들었다.제57회 경북도민체육대회와 제29회 경북도민생활체육대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는 경산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올 1일자로 압량면이 압량읍으로 승격되는 경사도 있었다. 시민이 함께 시정을 이끌어 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참으로 많은 시정이 추진되었는데 결과는 어떤가?△그간 노력과 성과는 경상북도 시·군 평가 2년 연속 최우수, 보건복지부 노인 일자리 평가 대상, KBS 주관 대한민국 나눔 국민대상 등 36개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모두의 열정과 노력으로 함께 이뤄낸 결실이기에 더욱 값지고 뿌듯하게 느낀다.-올해 사자성어가 공재불사(功在不舍)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성공은 중간에 그만두지 않음에 달렸다는 공재불사는 모든 공직자의 자세일 것이다. 시민을 위해 추진되는 시정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경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사업을 끝까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의미다.-2020년 시정방향은.△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 협력과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밑그림을 그리고자 △미래형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창의지식도시 △일자리 걱정 없는 풍요로운 경제도시 △도시와 농촌이 고르게 성장하는 균형발전도시 △사람중심의 건강하고 안전한 스마트 도시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도시 △품격 있는 문화·체육도시 등을 추진한다.-자세히 설명해 달라.△미래형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창의지식도시를 만들겠다. 이를 위해 사물무선충전(WCoT) 실증 기반 조성사업과 도심형 자율주행트램 부품·모듈 기반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청색기술 선도연구센터 등 4차 산업혁명과 청색기술 중심인 신성장산업으로 미래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첨단 신소재·부품 제조기반 2050 구축사업과 친환경 E-Mobility 글로벌 경쟁력 강화사업 등 바이오, 신소재 산업도 적극 육성하겠다. 디지털뷰티산업과 글로벌 코스메틱비즈니스센터 운영 등 기술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종합적 지원으로 지역 화장품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 화장품 특화단지는 올해 초 착공을 목표로 차질 없이 추진해 대구·경북 화장품 산업의 RD 거점을 구축할 것이다.풍요로운 경제도시를 위해 경산지식산업지구 2단계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경산4일반산업단지를 조속히 마무리해 지역산업의 든든한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일자리의 양적 확충과 질적 제고를 위해 직접 일자리, 직업훈련, 창업지원 등 수요자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창업공간을 제공하겠다. 창업·소통·문화가 어우러진 청년의 꿈이 실현되는 청년 창의지구를 조성하며 경산사랑상품권 발행으로 지역 내 소비촉진과 골목상권 활성화, 지역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에도 나서겠다.-도농 균형발전과 도로망 확충에 대한 복안도 들려달라.△도시와 농촌이 고르게 성장하는 균형발전도시를 위해 인구 40만 명이 살아도 넉넉한 명품 자족도시 정주기반을 탄탄히 다지겠다.남북 간인 남산~하양 국도 대체우회도로 건설과 동서 간의 하대~옥천 도시계획도로 개설로 십자형 도로망을 구축해 사통팔달 교통망을 확충하고 경산역 역전마을 르네상스와 서상 길 청년문화마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쇠퇴하는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귀농인들이 줄을 서는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 농산물 종합가공지원센터 건립, 스마트 팜 기술 보급 및 과수 틈새시장 다변화로 고부가가치 농촌산업도 육성하겠다.-도심 악취를 제거하고 안전한 도시환경도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사람중심의 건강하고 안전한 스마트 도시를 위해 50여 년을 끌어온 경산센트럴파크를 2023년 준공해 자연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질 명품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공공하수처리시설 증설, 클린에너지도시 프로젝트, 클린로드 시스템으로 악취와 불볕더위,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겠다. 경산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과 상수도관망 현대화사업으로 시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다.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 스마트시티 관제센터 고도화, 대기오염 측정망 구축 등으로 각종 재난·재해로부터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문화·복지도시, 소통도시에 대한 비전도 나눠달라.△품격 있는 문화·체육도시와 복지도시, 소통도시를 위해 문화예술회관과 동부동 생활문화복합센터 조성, 시립도서관 증축, 인공암벽장 조성 등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체육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긴급지원과 맞춤형 복지지원을 강화하겠다.경북권역 재활병원을 7월 개원해 시민들에게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인노인복지관 건립,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임신부 지원 확대 등 출산과 육아를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가족친화도시 조성에도 힘쓰겠다.찾아가는 주민 대화와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주민참여 시책으로 시민으로서 제안한 정책을 시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 또 동부동과 남부동 행정복지센터와 시청사 증축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시민이 공감하고 만족하는 최상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4월에는 총선을 실시한다. 국회의원이 공석인지라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준비에 임하는 자세는.△국회의원은 지역의 대변자로 지역실정을 잘 알고 시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인물이 당선돼야 한다는 명제에는 변함 없다. 공직자는 중립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불법선거운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시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공직자와 시민의 지지와 호응이 있어야 한다. 공직자와 시민들에게 부탁할 말이 있다면.△자치단체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공직자와 시민들이 그 그림에 색을 입혀가는 것이 시정이다.아무리 좋은 계획도 혼자의 힘으로는 성취할 수 없고 서로 협력할 때 가능한 것이다. 공직자는 시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시민들도 공직자의 어려움을 알고 서로 격려해주는 2020년이 됐으면 좋겠다.시민들도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전체를 생각해보고 불편하거나 필요한 사항을 의견으로 제시해 주면 좋겠다. 서로 믿음을 가지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2020년이 되면 그 결과는 희망적일 것이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0-01-09

동해를 따라 ‘나의 국토’를 걷는 즐거움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사실에 근거한 빤한 이야기다. 그러나, 바다 곁에 산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낭만적인 일. 그래서다. 이 땅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이라면 ‘바다’와 관련된 추억 하나쯤 없을 수가 없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10대 후반엔 남쪽 바닷가에서 서툰 연애를 하기 바빴다. 거제와 남해,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리 해수욕장을 시간이 날 때마다 갔었고, 또래 여학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를 대며 해변에서 아주 멀리 튜브를 밀어버리곤 했다. 겁을 먹은 걔들이 안겨오기를 은근히 기대하며.20대엔 다니던 학교와 지척인 서해를 자주 찾았다. 갯벌이 끝도 없이 펼쳐진 그 바다엔 조개와 낙지, 새우와 젓갈 등이 넘쳐났고 그것들을 안주 삼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다소 거칠게 보이더라도 20세기 후반에 청춘을 보낸 이들에겐 그런 게 보편이었다.전라북도 부안에 자리한 변산반도. 바닷가를 걷다보면 ‘채석강’이라 이름 붙인 바위 절벽이 나타난다. 1990년대 초반엔 “연인이 채석강엘 함께 가면 한 달 안에 헤어지게 된다”는 끔찍한(?) 풍문이 돌았다.그럼에도 일부러 여자 친구의 손목을 끌고 거길 가기도 했다. ‘세상 무엇도 견고한 우리 사랑을 깨뜨릴 수 없다’는 걸 증명하려고. 무모했기에 아름다웠던 시절.더 나이가 들어서는 해가 뜨는 동쪽 바닷가를 좋아하게 됐다. 동해는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이다.무섭도록 짙푸른 물빛이 그렇고, 세상을 삼킬 듯 몰아치는 높은 파도가 그렇고, 망망대해 속 섬이 드문 막막한 풍경이 주는 쓸쓸함이 그렇다.아기자기 조그만 섬들이 수백 개 떠있는 남해도 물론 아름답고,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널린 서해의 풍요로움도 재론의 여지없이 근사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있는 법. 기자의 취향엔 남해나 서해보다 동해가 맞춤했다.▲동해의 마을마다에서 떠올린 ‘뜨거운 시’ 한 편마흔 살이 넘어서면서 울진과 영덕, 포항과 경주를 찾는 일이 잦았다. 경상북도에 접한 동해는 똑같은 이 나라 동쪽이면서도 강원도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지구 위에서 바다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지중해와 아드리아해, 안다만 등을 빼놓지 않고 가봤다. 그러나 몰랐다. 그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더 아름다운 빛깔의 바다가 있다는 걸.동해안 작은 마을을 꿈결인 듯 산책하면서 소년 시절을 떠올리는 건 ‘한국사람’만의 특별한 권리였음을 늦게 깨달았다.그때 동시에 눈앞을 지나가는 시 한 편이 있었으니 바로 조태일(1941~199)의 ‘국토서시(國土序詩)’였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인 1975년, ‘바다에서의 낭만을 꿈꾸지 못했던 불행한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소개됐던.▲‘불의의 시대’를 의롭게 살아냈던 시인 조태일수줍게 고백하자면 기자는 조태일에게 ‘인간답게 사는 길’과 ‘부끄럽지 않은 시를 만드는 법’을 배운 사람이다. 딱 30년의 나이 차이.조태일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낭만과 서정보다 고통과 분노의 노래가 아름다운 시절을 살아야했다. 당시는 행복한 시인보다 불행한 시인이 많았던 시대였다.1941년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난 조태일은 고등학교 시절 일찌감치 신춘문예에 당선돼 시인이 됐고, 이후 1999년 타계할 때까지 초지일관 시와 조국만을 사랑한 장부였다.올망졸망한 20세기 한국 시인들 사이에서 육척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제 마음 가는대로 소리쳤던 겁 없는 문인.1974년 고은(시인), 염무웅(문학평론가), 황석영(소설가) 등과 함께 해방 이후 최초의 진보문인 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설을 주도했고, 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국토’ ‘가거도’ ‘자유가 시인더러’라는 판매금지 시집을 줄줄이 내놓았다. 스스로를 버리는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긴급조치 9호 위반, 5.17계엄법 위반 등으로 여러 차례 구속됐지만, 결코 자신이 쓰는 시의 방향을 함부로 바꾼 적 없는 조태일.그 시절, 시인 신경림은 “억눌려 살아온 사람들의 모인 힘, 짓밟히고 살아온 대중의 지혜를 찾아 빛나는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말로 조 시인을 격려하기도 했다.그렇다고 조태일의 문학이 ‘저항과 반역’의 길만을 걸었던 건 아니다.살아생전 그는 누구보다 정 많은 의리의 사나이였다. 감옥에 갇힌 후배의 집에 찾아가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겨울을 보낼 쌀과 연탄을 가져다주고 말없이 사라지던 따뜻한 아저씨였고, 아들 또래의 제자들에게 손수 밥상을 차려주던 격의 없는 스승이었다.그래서였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조태일을 지목해 “그의 시는 남성적이면서도 불필요한 것을 모두 걸러낸 과부족 없는 압축과 절제와 여백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상찬했다. 조태일은 시보다 삶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이제 스승은 없더라도... 홀로 동해를 다시 걷는 2020년‘국토서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이 지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었던 가파른 시대. 조태일은 거칠게 갈라진 ‘발바닥이 다 닳도록’ 가녀린 ‘숨결이 모두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의 삶이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기를 원했다. 동해의 차가운 파도를 뚫고 솟아오르는 해처럼.더불어 그는 커다란 덩치와는 무관하게 작고 사소한 것들을 누구보다 아꼈다. 아래와 같은 문장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조태일이 세상을 떠난 게 벌써 20년 전이다. 기자는 그를 잘 안다. 만약 살아있었다면 젊은 시절 그랬던 것처럼 경상북도에서 강원도까지, 푸른 물결을 친구 삼아 동해로 뻗은 길을 성큼성큼 열두 번 걸었을 사람이다. 조태일 시인은.이제 스승은 사라지고, 머리칼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제자만 남았다. 올해는 홀로 동해를 걸어볼 요량이다. 조태일이 들려준 아래와 같은 잊을 수 없는 말을 떠올리며.“나는 시간을 잊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얼마 안 있으면 무슨 무슨 세기는 가고 무슨 무슨 세기가 닥친다는 소문을 들었다. 과연 시간이라는 것이, 시대라는 것이, 세기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시간은 순간순간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영원히 있는 것이 아닌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0-01-09

“돈이란, 의미있는 일에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은 ‘아직 기록되지 않은 작은 역사’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가장 유효한 방식이 인터뷰. 하여 누군가를 만나 그의 내밀하고 세세한 사연을 듣는다는 것, 그리고 그걸 문장으로 옮긴다는 건 힘겹지만 즐거운 작업이다. 2020년 본지는 경상북도 각처에서 ‘작은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이러한 인터뷰의 축적은 한 개인의 사사로운 역사를 넘어 경북의 역사를 직관하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질책을 기대한다.   청송 심씨(靑松 沈氏) 심처대의 집안은 조선 영조(재위 1724~1776) 때부터 20세기 중반까지 9대를 이어간 ‘만석꾼’이었다. 단순히 만석꾼이라 하면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진 것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한 번 살펴보자.전통 도량형에 따르면 쌀 만 석은 1천440t이다. 이 정도 양의 벼농사를 지으려면 최소 800000평의 땅이 필요하다. 서울 여의도 면적 3분의1에 해당하는 무시무시한 넓이.일제강점기였던 1930년 조사에 따르면 당시 만석꾼은 지금의 남한과 북한을 통틀어 40명이 되지 않았다. 상위 0.000001%의 부자인 셈이다. 이제 대충이나마 감이 오실지 모르겠다.예전에 청송과 안동을 비롯한 영남 북부에선 이런 말이 떠돌았다.“날아가는 새라면 모를까, 청송에서 남북 100리를 가면서 심부자댁 땅을 밟지 않을 방법은 없다.”세상엔 고약한 부자도 적지 않다. 집에 10kg이 넘는 금괴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 여러 개, 수억 원의 현금을 숨기고 살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 위장이혼을 하고, 가주(家主)의 무덤에 풀이 마르기도 전에 경영권을 두고 재벌 남매와 모자가 다투는 경우를 신문 지상이나 TV 화면을 통해 보는 게 요즘 세태다.◇청송에서 살던 어떤 ‘양심적 부자’ 이야기그렇다면 청송 심부자 집안 사람들은 어땠을까? 아래 문헌을 통해 드러난 몇몇 기록을 잠시 소개한다.고종 31년(1894)을 전후해 나라에선 “이제부터 은화로 세금을 납부하라”는 칙령을 내린다.만석꾼이었던 심호택이 짊어져야 할 납세의 의무는 엄청났고 또한 무거웠다.그러나 꼼수를 쓰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가졌던 논과 밭을 상당 부분 팔아 은화를 마련했다. 의성에서 청송으로 은화를 운반하는 행렬이 족히 3~4km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는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었다.‘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전국에서 의병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경상도도 마찬가지. 이때 청송 일대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눈을 피해 알게 모르게 가장 많은 군자금을 의병에게 전달한 게 심호택이었다는 걸 부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심호택은 신상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일본에서 도입한 차관을 한국인이 갚자는 국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심호택의 아들과 손자였던 상원과 운섭은 1945년 해방 이후 자신이 소유한 땅의 적지 않은 부분을 소작농들에게 나눠주는 파격적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지식인의 최고 가치는 앙가주망(engagement)이고, 부자들의 최종 지향점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돼야 하지 않을까?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사이에 보여준 청송 심씨 일가의 행위는 앙가주망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동시에 실천한 희귀한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석꾼 집안의 11대 주손(胄孫)을 만나다진눈깨비가 가늘게 흩날리던 지난 6일 오후. 심호택의 호를 따 지은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松韶古宅)에서 심호택의 증손자이자 심운섭의 외아들인 재오(65)씨를 만났다.만석꾼 집안의 마지막 시절을 지켜보며 성장한 그는 속된 말로 하면 ‘금수저 중의 금수저’였다.딸만 내리 넷을 낳았던 아버지가 쉰 살을 넘겨 본 아들. 집안의 사랑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 심운섭은 자식에게 엄격했다. 아들의 잘못 앞에서는 회초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말수가 적고 엄했던 아버지는 심재오 씨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세상을 떴다. 적지 않은 땅과 건물, 현금과 송소고택의 보물급 골동품이 스무 살이 채 안 된 재오 씨 앞으로 남겨졌다.거칠 것 없는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받는 월급은 아내 용돈으로 내주고, 자신은 물려받은 돈을 헐어 사람들에게 인심을 썼다.친척과 친구들이 찾아와 “나 너무 힘들고 어렵다. 좀 도와줘”라고 부탁을 하면 거절하지 못했다. 세상의 어두움과 어려움을 보지 못하고 귀하게 자란 만석꾼의 자손. 하지만 부자의 삶이라고 부침(浮沈)과 굴곡이 없을까.심재오 씨가 서른아홉 살이던 때. 친구의 대출 보증과 기울어버린 사업 탓에 130여 필지 100만 평이 넘는 땅과 서울 대치동 아파트, 귀한 골동품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00억 원대의 자산이 닥쳐온 풍파로 인해 허공에서 흩어졌다.그렇게 생의 낭떠러지에 몰렸는데도 곁을 지켜준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스물넷에 재오 씨 집으로 온 아내는 100세 시할머니를 2년, 칠순의 시어머니를 20년간 모시고 살았다.그런데 이 말을 전하면서도 심재오 씨는 담담했다. 조부와 부친이 그랬다더니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감정을 절제하는 건 청송 심씨의 가풍(家風)인 것인가? 조금은 세속적이지만 이렇게 물었다.“그렇게 힘든 시절도 있었군요…. 속되지만 여쭐게요. 지금도 부자이십니까?”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간명한 대답이 웃음과 함께 돌아왔다.“마음이 부자지요.”이 말을 들려주는 심재오 씨의 얼굴은 회갑을 훌쩍 넘긴 나이답지 않게 너무나 순수하고 맑았다. 자신의 귀염둥이 여섯 살 손자를 자랑할 때처럼.◇“돈?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면…”심재오 씨와의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그중 핵심만을 아래 옮겨본다.-증조부 심호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부친과 조부는 원체 말씀이 없는 분들이었다. 그랬기에 증조부에 관한 세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자랐다. 자화자찬을 경계하는 어른들이기도 했다. 의병 봉기 때 군자금을 지원했다는 것과 국채보상운동 청송·영양 지부장이었다는 사실도 나중에 관련 자료와 집안 어르신들의 전언을 통해 알게 됐다. 내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배운 건 ‘항상 행동을 조심해 남에게 욕을 듣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인간살이와 세상살이의 기본이었다.”-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부 부자들의 일탈을 어떻게 보는지.△“부자가 무조건적인 비판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악의적인 방식으로 세금을 피해가고, 도덕과 윤리보다 돈을 더 중시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돈이 넘쳐나도 철학이 부재한다면 그 돈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자식들을 키우면서는 어떤 말을 들려줬는지 궁금하다.△“우리 집안 가훈은 ‘자신의 분수를 알고 검소하게 살며, 선현들의 책 속에서 진리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지키기엔 너무 힘들지 않겠나?(웃음) 그래서 나는 보다 현실적이고 쉽게 이런 말을 딸과 아들에게 하곤 했다. ‘남들 보기에 부끄럽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만석꾼의 자손에게 묻는 질문이다.(웃음) 돈은 뭔가?△“내가 철학자도 아닌데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글쎄… 돈이 뭘까? 도구가 아닐까싶다. 나와 더불어 다른 사람이 꿈을 펼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의미 있고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다. 허세와 과시의 수단은 결코 아니라는 것.”21세기. 돈은 많은 사람들에게 절대선 혹은,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등학생조차 앞뒤 맥락 없이 “장래 희망이 부자”라고 말하는 시대.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가 힘든 현실이다.존경받을 만한 부자를 선조로 둔 심재오 씨의 ‘돈에 관한 생각’을 들으며 기자 역시 상념이 늘었다. 99칸 송소고택 기와를 때리는 비가 더 굵어지고 있었다./홍성식기자

2020-01-08

“복지 확대·저출산 극복… 영양군민 행복 향해 달릴 것”

오도창 영양군수는 7일 2019년 한해 처음 가졌던 약속과 다짐을 잊지 않고 군민이 행복한 영양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고 밝혔다.오 군수는 군정 흐름의 중심에는 ‘1만7천여 영양군민’이 늘 함께 있었기에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그는 “변화를 꿈꾸며 희망의 씨앗을 나누고자 많은 군민들을 만났고 때로는 성난 목소리로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도 마주했지만 다 함께 가야 하는 길이기에 따끔한 질책은 반성과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따뜻한 격려는 행정개선의 밑거름으로 삼아 군민과 약속한 정책들을 기본과 원칙의 토대로 변화와 혁신의 기반을 차근차근 쌓아온 지난 한 해였다”고 자평했다.덧붙여 2020년은 민선 7기에서 진행 중인 사업들이 본 궤도에 오르고,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시설들이 완료되는 해인만큼 군정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도 했다.경자년 새해벽두 오 군수를 만나 올해 ‘함께 누리는 행복 영양’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 갈지에 대해 들어봤다.-군민과 맞닿아 있는 현장 속의 성과가 두드러진 한해였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소개해 준다면.△민선 7기 10개월 만에 선거 전 군민들과 약속했던 2020 비전 3+3+5’프로젝트(인구증가 3천명, 예산 3천억 확보, 농가소득 5천만원) 중의 하나인 예산 3천억 확보에 성공했다. 2020년도 270억원의 국비(지방이양사업 포함) 확보로 민선 7기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게 됐다.지난해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113농가, 256명의 계절근로자가 영양을 방문해 일손 부족을 해결하고 고령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농작업대행반을 첫 시행해 어르신들의 어려운 일손을 덜어줬다.또 체류형 관광지 조성을 목표로 영양의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구축하고자 기존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영양 생태관광지역을 별빛 생태관광 명품화사업과 연계해 영양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해줬다. 16만명이라는 역대급 방문기록을 세운 영양산나물축제와 수도권 소비자의 마음을 훔친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의 대성공으로 영양의 브랜드 가치가 전국으로 퍼져나간 한해였다.영양군민들이 직접 나서 구성한 ‘31번 국도 개량을 위한 영양군민통곡위원회’는 열악한 교통인프라로 인해 겪은 군민들의 울분과 설움을 정부에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2021∼2025)에 31번 국도 선형 개량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수 있었다.공동체가 살아있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속도감 있는 정주여건 개선사업에도 나섰다. 도시재생뉴딜사업과 LPG배관망 지원사업, 새뜰마을사업 확대를 통해 활력 넘치는 영양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로당 시설 확충과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 목욕비 지원사업 실시, 경로당 부식비 확대 등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과 즐거운 삶을 지원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 정식 개소로 원스톱 치매치료 서비스 체계를 갖추는 등 ‘오지마을 건강사랑방’을 운영해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발벗고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민선 7기 핵심 공약사항인 장보기 배송서비스를 실시했다. 영양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별빛 치맥축제를 개최했다. 적은 예산에도 큰 성과를 거둬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영양군 소상공인 금융지원 업무협약’체결로 소상공인 금융지원(특례보증 및 이차보전) 혜택을 확대 시행했다.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동·하계 훈련장 유치와 기존의 직원조회를 직원석회로 변경해 석회 종료 후 직원들이 관내 식당을 찾아 저녁식사를 하면서 지역 경제 살리기에 동참했다. 이 결과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민선7기 기초단체장 공약실천계획서 평가’에서 ‘A등급(우수)’을 받았다. 생활민원바로처리반 추진으로 군민 불편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작년에 얻은 결실로 희망의 싹을 틔우겠다.-올해는 작년 성과물로 희망의 싹을 틔우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복안이 있는가?△귀농인의 예비체험지인 산촌문화누림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실습임대농장’ 운영도 추진하겠다. 이들 시설을 통해 영농 경험이 부족한 청년농업인에게 시설 농업 운영 경험 및 기술 습득의 기회를 제공하겠다.잦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 농가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고자 농작물재해보험의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문제 극복을 위해 ‘영양군 인구증가정책 지원조례’를 제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지역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 제로페이 보급에도 나서겠다. 지역 내 소비에 큰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을 위해 영양사랑상품권 발행도 확대해 많은 군민들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이를 통해 풍요로운 고장을 만들겠다.-군민생활 및 문화 향상을 위한 대책은.△생활민원바로처리반의 확대 운영과 함께 도시재생뉴딜사업과 농어촌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추진으로 정주여건 개선에 나서겠다. LPG배관망 지원사업과 함께 마을단위 소형 LPG저장탱크 지원사업도 확대해 군민 에너지 복지의 범위를 넓혀 갈 예정이다.노후주택개량 및 마을안길정비 등 생활위생지원사업과 안전 확보로 농어촌 취약지구 개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및 농어촌생활용수개발사업 추진으로 안정적인 생활용수를 확보해 쾌적한 군민 생활 여건을 제공하겠다.영양소방서 신설 확정을 계기로 화재 및 각종 안전재난 발생 시 골든타임 내 조치애로사항을 해결하고, 군민에게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맞춤형 소방행정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민선 7기 임기 내 가급적 조기에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인도어 골프장 준공과 파크 골프장 조성으로 완벽한 체육인프라 구축으로 생활체육 공간 정비에도 힘쓸 예정이다.또 관광, 문화, 축제 분야에 있어 매력이 있는 영양을 정립해 보다 많은 관광객 유도로 활기 넘치는 영양을 만들고 결국에는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의 운영방향 재설정과 함께 시설에 대한 운영 내실화도 함께 진행하겠다. 타켓 마케팅 전략을 통해 마이스(MICE) 관광상품 판매(각종 회의, 전시회 유치) 부문에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겠다. 한국 현대 문학의 거장 이문열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 곳에서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문학관 조성사업에 나서 문향고장 영양의 이미지를 높일 예정이다. 기존에 운영해오던 반변천 무료 스케이트장을 온 가족이 즐기는 사계절 수빙(水氷)놀이터 체험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남자현 지사의 삶과 뜻을 공감할 수 있는 추모공간인 기념관 건립을 추진해 호국·보훈·문화·교육의 장을 구축하겠다.-군민들과의 소통 방안과 새해 각오도 들려달라.△주요 군정을 보다 신속하게 알리고 군정 홍보기능까지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군정알리미 시스템을 연초에 구축할 예정이다. 새해에는 현장맞춤 서비스 ‘우리집 행복동행자’ 운영으로 소통행정을 이어가겠다. 전체 세대에 대한 전담공무원을 지정해 세대별 직접 방문과 유선망 연락으로 군민이 필요로 하는 군정정보 제공과 불편사항을 청취할 것이다.출산과 양육의 정책적 지원과 아울러 저출산의 근본적 해결책을 총괄하고 관장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인 영양군 인구지킴이 민관공동체 대응센터 건립사업이 2020년 상반기에 개관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또한 공립형 지역아동센터도 상반기 중에 완공돼 나홀로 아동(방과 후에 보호자 없이 2시간 이상 지내는 아동)에 대한 돌봄 제공 등 초등생 방과 후 돌봄 공백을 해소할 예정이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교육환경 제공과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고 심신발달의 균형을 도모하고자 청소년 수련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 9월 청소년 수련관이 준공되면 영양군 최초로 대규모 청소년 수련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특히 수련관 내 설치되는 수영장 건립은 지역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생존 수영교육장 마련과 원정 수영의 불편을 해소할 예정이다. 명성의료재단과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지정 업무협약을 계기로 영양병원을 공공보건의료수행기관으로 지정해 새해부터는 정식으로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올 해 각종 기관에서 예상하는 우리나라의 전망은 밝지 않다. 침체된 경기로 인해 지역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달 볼 수 없는 초불확실성 시대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보고 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군정 추진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예정이다.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회로 삼아 치열하게 고민해 나간다면 반드시 군민행복과 군정발전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2020년 새해에는 오로지 군민 행복만을 바라고 달려가겠다./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20-01-07

블라디보스토크 다양한 음식·문화·역사 찾아 발길 닿는 곳으로

◇러시아 입국이 이렇게 쉬웠다니!공기 속 습기가 얼어 빛을 내며 흩날렸다. 귓불을 지나는 찬바람 매서웠다. 네오 로만티카 호에서 내리자마자 북국의 도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처음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던 날(5월 13일)은 봄이었고 내가 사는 한반도의 남녘이나 블라디보스토크나 따뜻하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12월의 추위는 매서움의 차이가 컸다. 겨우내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곳(경남 진주)에 사니 이런 풍경을 보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다.크루즈 여행의 장점은 입출국 절차가 너무 간단하다는 것. 하선 시간보다 일찍 나와 카페테리아에서 쉬고 있었다. 정복을 입고 키가 훌쩍 큰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샤프카(러시아 털모자)를 눌러쓰고 내 앞을 지났다. 잠시 그들을 보며 직원을 뽑는 기준이 키가 아닐까 생각했다. 복도를 걷고 있는데 모델들의 런웨이를 보는 듯했다. 10명쯤 될까, 그들은 승객들의 여권에 입국허가 도장을 찍기 위해 탄 것이다. 기항지 관광을 위해 하선할 때 승객들은 따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맡긴 여권을 받아 바로 시내 관광을 할 수 있었다. 1200명이 넘는 승객들이 한꺼번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들이닥친다면 거기서 허비하는 시간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5월에 오토바이를 가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을 때는 당연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러시아에서 줄을 서는 건 일상”이라는 이야기를 하도 듣고, 각오해선지 적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줄 서고, 또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라는 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자마 바로 실감했다. 그런데 크루즈를 타고 오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일사천리였다. 배에서 내려 시내 지도를 얻기 위해 여객선터미널에 들어갔더니 공연이 한창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을 한 수병들이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크루즈 입항을 축하하기 위해 (테트리스에도 나오는) 코사크 댄스를 추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앉았다 뛰어오르길 빠른 속도로 반복했다. 코사크 댄스는 보기만 해도 신난다. 수병들이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르고 뛰는 모습은 흡사 초원을 힘차게 내달리는 코사크의 준마를 연상케 한다.러시아를 대표하는 이 코사크 댄스는 원래 15세기 이후 러시아 서남부 지역(오늘날의 우크라이나)에 살며 용맹을 떨치던 코사크족의 전통춤이었다. 유목과 농사를 병행했던 그들은 태생부터 전사였고, 이런 전통은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졌다. 코사크 기병대의 막강한 전투력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을 막아내고 또 후퇴하는 프랑스군을 잔인하게 제압하며 널리 알려졌다. 크림전쟁, 제1차 세계대전에서도 활약한 그들의 무용담은 ‘세상에서 가장 용맹한 기병대’라는 전설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1918년 러시아 혁명 이후 코사크 기병대는 해산되고 일부는 차르의 백군으로 또 일부는 볼셰비키의 적군으로 나뉘게 된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영화 ’전함 포템킨’의 명장면 ‘오데사 계단의 학살’에서 반란군을 잔혹하게 학살하던 병사들이 바로 백군 편에 섰던 코사크들이었다. 주변 이슬람민족인 타타르족과 투르크족에 맞서 땅을 지키고자 했던 코사크들은 어쩔 수 없이 강대국이었던 러시아에 협력할 수밖에 없었고, 또 월등했던 군사적 능력 때문에 이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능력은 러시아가 시베리아로 영토를 확장하는데도 물론 많은 도움을 주었다.◇아시아의 유럽, 과거의 영화가 관광객을 불러들이다여객선터미널을 나오니 풍경이 익숙했다. 출발할 때와 돌아올 때 10일 가까이 이 주변을 돌아다녔으니 그럴 밖에. 블라디보스토크 관광에 주어진 시간 14시간(8시부터 22시까지)이었다. 여행사에서 음식, 문화, 역사… 여러 주제에 맞춰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해 따로 현지 정보를 수집하지 않아도 편히 다닐 수 있었지만 이미 가본 곳들이 많아 편히 자유롭게 다니기로 했다.아시아의 동쪽 끝자락에 있으나 유럽의 모습을 가진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힘이 알래스카까지 미치던 시절에는 알래스카와 연해주에서 생산된 모피가 집결하는 항구였으나 동북아에서 힘을 과시하고 싶었던 알렉산드르 2세 시절(재위 1855-1881) 군항으로 발전했다. 알렉산드르 3세 시절 공사를 시작해 니콜라이 2세 치세가 되어서야 공사가 끝난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연결된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1903년 완공된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시작해 모스크바 야로슬라브 역까지 총 길이가 9288킬로미터. 여객터미널 바로 옆에는 고풍스런 블라디보스토크 역이 있고 승강장으로 내려가면 시베리아 횡단 기념탑을 볼 수 있다.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차르를 반대했던 수많은 이들이 시베리아로 끌려와 노역해야 했다. 그들의 피땀이 블라디보스토크의 영화를 만든 토대였다. 아무리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다 해도 길이 이어지지 않으면 통치할 수 없다. 철도를 연결하고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에 함대를 배치한 이후에야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제대로 힘을 과시할 수 있었다. 유럽 도시를 연상시키는 블라디보스토크의 풍경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이다. 고풍스런 건물이 즐비한 시내를 걷노라면 이곳이 유럽 한복판인지 아시아의 끝자락인지 알 수 없다. 과거 영화를 누렸던 흔적들이 이제 아시아에서 유럽의 향취를 느끼고픈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블라디보스토크가 다시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크루즈선을 타고 온 1200명이 넘은 관광객이 단 하루 쓰고 가는 돈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긴 힘들지만 먹고 마시고 작은 기념품을 사더라도 블라디보스토크의 경제에 도움이 될 건 확실하다. 거리에도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번화한 아르바뜨 거리에는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고, 한글 간판도 쉽게 볼 수 있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 여행을 왔다면 웬만한 곳은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아르바뜨 거리, 잠수함 박물관, 아쿠아리움… 그 외 몇 곳 시내 명승지를 돌아보는 건 하루면 충분하다. 느긋하게 루스키 섬이나 우수리스크, 항카호까지 모두 다녀오려면 일주일도 모자랄 테고. 이번처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다닐 수 있다면 여행 상품을 미리 신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편안하게 버스를 타고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다닐 수 있으니 처음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다면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굴요리전문점부터 북한식당까지… 블라디보스토크의 맛짧은 시간 머무르는 동안 블라디보스토크의 진미를 모두 맛보았다.(전에 왔을 땐 그러지 못했다. 모두 동행했던 선배 덕분이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최근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는 유럽의 풍광을 가진 덕분이었지만,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킹크랩과 대게 등 해산물을 저렴한 비용으로 맛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르바뜨 거리 주변에는 이름난 해산물 식당이 여럿 자리 잡고 있고 우리보다 훨씬 싼값에 메뉴를 고를 수 있다. 시내를 벗어나 현지인들이 찾는 바닷가 식당을 찾으면 싱싱한 킹크랩과 대게를 사서 직접 조리해 먹을 수도 있다. 굴요리전문점에서 와인과 굴찜으로 시작해 북한식당(블라디보스토크에는 세 곳의 북한식당이 있고 대게찜 등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은 고려관이다)에서 러시아 맥주와 녹두전도 먹었다. 금강산식당은 아르바뜨 거리에서 약 2.5킬로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가는 길에 중앙광장, 잠수함 박물관, 개선문, 졸로토이 대교 옆 제2차 세계대전 중 사망한 선원들을 기리는 추모비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블라디보스토크뿐만 아니라 러시아 대부분 도시들은 이런 전몰기념비를 레닌 동상만큼 쉽게 볼 수 있다. 연합국 힘을 합쳤던 서부전선과는 달리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에 홀로 맞섰던 소련은 700만 명 넘는 전사자를 냈다. 독일군 전사자 350만 명 중 80%가 동부전선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얼마나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였는지 알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전쟁이다.금강산식당에서 아르바뜨 거리로 돌아올 땐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 부탁했다. 택시비는 300루블(약 6천 원)이었다. 조금 먼 거리라도 택시를 잘 활용한다면 문제 없이 다닐 수 있다. 카카오택시처럼 얀덱스(Yandex) 어플을 설치해서 사용하면 된다. 아르바뜨 거리에 도착해서 킹크랩 전문점에서 벨루가 보드카 한 잔 마시는 걸로 이번 크루즈 여행의 마침표를 찍었다.아르바뜨 거리 식당에서 불콰한 얼굴로 나와 여객선터미널까지 걸었다. 배에 오르기 전 레닌 동상 앞에서 환하게 불을 밝힌 블라디보스토크항과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차르의 압제에서 농민들을 구하기 위해 일으켰던 혁명은 이제 묵은 과거가 되었고, 그는 상징으로 남았다.만약 그가 살아와 이 자리에 선다면 과연 혁명이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이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깊은 욕망은 압제와 불평등을 벗어나려는 짧은 혁명기에만 잠시 사라진 척할 뿐이라고, 돌아가는 크루즈에 오르며 생각했다.   /조경국

2020-01-07

패초(牌招)를 어긴 죄

폐초(牌招)는 조선시대 임금이 비상사태나 야간에 급히 주요 관원들을 궁궐로 불러들이는 것을 말한다. 도구는 명패(命牌)를 사용하는데, 그 모양새는 둥근 나무판에 붉은 색칠이 되어 있었다. 그 한 면에는 ‘명(命)’자가 씌어 있고 다른 면에는 대상 관원의 관직과 이름, 도착해야할 연,월,일이 적혀 있다. 뒷면에는 임금의 수결(手決)이 찍혀 있다. 임금이 승정원(承政院)에 이 명패를 내리면, 승정원관리는 이를 받아 반으로 나누어 한쪽은 승정원에 보관하고 다른 한쪽은 부름을 받은 신하에게 보냈다.이 패는 왕명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패초를 받으면 지정된 시간 내에 입궐해야 했다. 역사적으로 수양대군이 패초를 사용해 당시 재상인 황보 인(皇甫仁)과 김종서(金宗瑞) 등을 영양위(정종) 궁으로 불러 살해한 것은 유명하다.대전회통의 규정에 의하면, 관원이 명패를 받으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더라도 반드시 궁궐까지 와서 그 명패를 봉납해야 했다. 단 대신(大臣)은 제외된다고 되어 있다. 이를 어긴 자는 2품 이상이면 엄중히 추단하고, 정3품 통정대부 이하이면 의금부에서 추단하여 파직한다. 또 명패를 망가뜨린 자는 곤장 90대를 치고 도(徒) 2년에 처했다.비록 ‘대신(大臣)은 제외한다’는 예외규정은 있었지만, 원래부터 대간(臺諫·사헌부와 사간원의 벼슬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패초해서 오지 않은 예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조선 쇠퇴기인 1700~1800년대에 들어오면 신하들이 패초에 응하지 않은 일이 잦았다. 조정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이다. 왕이 발령을 내면 예를 앞세워 사양하는 척 하며 패초를 어기는 자가 있는가 하면, 이 자체를 스스로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여기는 풍조까지 만연해졌다. 그래서 패초를 어긴 자는 태(笞) 50대를 친다는 규정도 생겨났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 문제는 왕권의 강약, 당시의 정치적 환경 등을 가늠하게 하는 징표가 되기도 한다.영조집권기 후반에 들어오면 패초를 어기는 사건이 더 빈발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관리로 임용이 되면 패초를 받고도 저마다 핑계를 대고 약삭빠르게 피하면서 나오지 않았다. 특히 사헌부나 사간원의 관직에 임명된 대간들이 더욱 그랬다.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가 얽히면서 그 관직 자체가 언젠가는 당쟁에 휘말려 화를 입게 될 것이란 예단에서였을 것이다.1766년(영조 42) 6월 15일 지평(持平·사헌부의 정5품 관직) 윤석주(尹錫周)가 패초를 어긴 죄로 경상도 장기현으로 유배를 왔다. 지평은 사헌부의 기간요원이기 때문에 그 책무는 막중하였다. 때문에 자기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직언할 수 있는 강직한 젊은 엘리트들이 임명되었다. 하지만 윤석주는 임금의 부름에도 시골에 있다며 거짓말하고 나가지 않았다. 후에 이를 알게 된 영조는 ‘신하들이 대간의 추천에만 오르면 모두 말을 타거나 나귀를 타고 달아나니, 도적이 만약 쳐들어오면 이 무리는 모두 장차 달아날 것이다. 그러니 누가 나라를 위하여 절의(節義)를 세우겠는가?’라고 화를 내며 그를 장기(長䰇)로 유배를 보냈다.패초를 어겨 장기현으로 유배를 온 특이한 사람도 있었다. 같은 곳에 두 번이나 유배를 온 송영(宋鍈)이란 사람이 바로 그다. 그는 1753년(영조 29) 정시 문과에 병과로 급제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그의 7대 할아버지인 송석범(宋碩範)은 사신으로 명나라에 여러 차례 다녀왔다. 그가 세 번째 명나라에 갈 때는 위험한 바닷길을 이용했는데, 북경에 도착했을 때가 마침 상원절(上元節·음력 정월 대보름날)이었다. 명나라 숭정황제(崇禎皇帝)는 먼 길을 온 그에게 친히 옥등(玉燈)과 주준(酒樽·술 항아리)을 선물로 내렸다. 이 집안에서는 이를 대대로 가보로 챙겨 내려왔다.영조 때에 이르러, 송영은 주서(注書·승정원의 정7품 관직)로 있었다. 1754년(영조 30년) 2월 24일, 경연에 참석하는 신하들 중에서 누가 송영의 집에 가면 희한한 가보가 있다고 임금에게 아뢰었다. 영조가 궁금하여 송영에게 그것들을 갖고 와서 좀 보여 달라고 했다. 송영의 아버지 송양필(宋良弼)이 등(燈)과 준(樽·항아리)을 가지고 입시(入侍)했다. 임금이 이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기고는 등과 항아리의 이름을 직접 지어주었다. 영조는 송양필에게도 벼슬을 주었고, 7품 주서였던 송영을 특별히 6품으로 승진시켜줬다.조선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항복한 이후 정신적 혼돈에 빠져 있었다. 오랑캐의 나라라고 여기던 청이 명을 무너뜨리고 새 책봉국이 되었지만, 조선 지배층의 의식 속엔 여전히 명나라가 있었다. 유교질서의 종주국이 사라지면서 조선의 지배질서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해있었던 것이다. 목소리만 높았던 북벌론도 기세가 꺾이자, 왕실로서는 명나라에 임진왜란 때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명분론인 ‘존명의리’ 의 이데올로기를 복구할 상징물이 필요했다.그래서 숙종은 임진왜란 때 군대를 보내 조선을 구해준 명나라 신종의 은덕을 기린다는 취지로 궁궐 안에 대보단(大報壇)을 만들어 매년 왕이 직접 제례를 올렸다. 이를 이어받은 영조는 명나라 태조와 의종을 제례의 대상에 추가시켜다. 태조는 조선의 창업을 승인하고 국호를 정해준 왕이었고, 의종은 조선이 남한산성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군을 보내줬으므로 그 은혜를 잊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영조는 송영과 송양필에게 임금이 대보단에 제사지낼 때는 같이 제사를 지낼 수 있는 특권도 줬다. 원래 이 제사에는 삼학사(三學士)의 자손 및 오충신(五忠臣)의 자손으로 관직이 있는 자가 임금을 모시고 함께 제사를 지내 오던 것이었다.아시다시피, 삼학사란 병자호란 때에 청국에 항복함을 반대하고, 주전론(主戰論)을 주장한 세 사람의 학사. 곧 홍익한·윤집·오달제를 말한다. 이들 척화신(斥和臣)들은 청나라에 붙잡혀가서 끝끝내 굴하지 않고 마침내 참혹하게 죽었다. 오충신 역시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항복함을 반대하고 척화를 계속 주장하다가 인조 20년(1642) 12월에 청나라에 붙잡혀 갔던 신익성·허계·이명한·이경여 등을 말한다. 이들의 틈에 송영이 끼인 것이다. 정조는 송영의 가족들이 대보단 제사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황명(皇明)을 위하고, 충절(忠節)을 장려하는 뜻’이라고 했다.영조의 송영에 대한 배려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1772년(영조 48) 5월 9일, 송영은 국가의 의례를 관장하였던 통례원(通禮院)의 통례(通禮·정3품)로 발령을 받았다. 관리로 임용한다는 패초를 받으면 직접 궁궐에 나아가 임금을 뵙고 이름을 아뢰고 공손히 절하여 인사를 올리는 절차가 있었다. 이를 ‘출숙(出肅)’이라고 한다. 그런데, 송영은 패초를 받고도 출숙하지 않았다. 영조는 출숙하지 않은 그를 경상도 장기현으로 유배를 보내버렸다.패초를 어겨 귀양을 보낸 경우는 통상적으로 1~2년 후에는 해배되었다. 이런 경우 임금은 다시 당사자를 불러올려 앞서 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임명한다. 귀양으로 이미 한 차례 명분이 축적된 데다, 시기하는 무리들도 매번 발목을 잡아챌 수가 없어 이때는 큰 저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송영의 경우도 1775년(영조 51년) 11월 17일 대사간에 임명되었다.그런데, 송영은 이번에도 왕이 부르는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영조 말년 당시로 봐서 대사간의 역할은 잘해봐야 본전이라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화가 난 영조는 패초를 어긴 그를 그날 바로 경상도 장기현으로 다시 유배를 보내버렸다. 이래서 송영은 두 번이나 장기와 인연을 맺은 특출한 유배인이 된 것이다. 두 번째로 왔던 그는 2개월도 채 안 된 1776년 1월 5일 싱겁게도 유배에서 풀려났다.그런 송영이 정조 때에는 대사간을 여러 차례 역임했다. 정조 초기인 1780년(정조 4년) 대사간으로 임명된 이래 1788년 1월까지 8년 동안 무려 다섯 번이나 대사간으로 임명되어 직무를 수행하였다. 대사간이란 사간원의 으뜸벼슬이었다. 국왕에 대한 간쟁, 신료에 대한 탄핵, 당대의 정치·인사 문제 등에 대하여 언론을 담당했으며, 국왕의 시종 신료로서 경연(經筵)·서연(書筵)에 참여하였다. 또한 의정부 및 6조와 함께 법률 제정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였으며, 5품 이하 관료의 인사 임명장과 법제 제정에 대한 서경권(署經權·서명하는 권리)을 행사하였다.이처럼 대사간의 임무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선호하는 요직으로 인정되어 학문이 뛰어나고 인품이 강직한 사람 가운데서 선발하였다. 교체 시에도 지방관으로 폄출하지 않았으며, 승진 시에는 파직 기간도 근무 일수에 포함시켜 주었다.송영이 대사간 직에서 물러나는 장면도 이채롭다. 1788년(정조 12년) 1월 5일, 정조가 송영을 대사간으로 삼았다가 등연(登筵) 때 난모(煖帽·겨울에 쓰는 방한모의 총칭)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체직시켜버렸다. 등연이란 임금이 학문이나 기술을 강론·연마하고 더불어 신하들과 국정을 협의하기 위해 신하를 소집하는 것이다. 이런 엄숙한 자리에 모범을 보이고 오히려 이를 규찰해야 할 대사간이 복장불량 상태로 나타났으니, 임금의 미움을 샀던 것이다.그 후로도 송영에 대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여러 군데서 보인다. 병조참판과 형조참판 등으로 임용된 기록이 있는가 하면, 1793년(정조 17) 11월 28일에는 한성부좌윤으로 있으면서 관아에 늦게 이르렀다 하여 파직을 당하기도 하였다. 1796년(정조20) 3월 6일에는 의금부당상으로 있다가 법집행 실수를 이유로 길주에 유배되었다가 같은 해 4월 20일 유배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풀려나기도 했다.임금이 바뀌어 순조 때인 1808년(순조8) 2월 5일, 그는 다시 대사간에 임명이 되었으니 무려 영조,정조,순조 3대에 걸쳐 대사간을 역임한 셈이다. 1812년 5월 대호군(大護軍·조선시대 오위의 종3품 관직)으로 있다가 죽었는데, 그의 죽음에 대한 ‘졸기’까지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희대의 인물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상준 향토사학자

2020-01-07

“진정으로 사랑했던 고향에로의 통로는 오직 기억으로만 존재 할 뿐...”

“작가가 바라보는 문중의 모습은 향수(nostalgia)의 프리즘을 통해 이상화되고 낭만화된다. 본래 향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해 발생하는 감정으로서, 상실된 것에 대한 아이러니한 그리움이다. 이러한 그리움 속에서 사라진 과거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다름 아닌 이상화되고 낭만화 된 상념인 것이다. “아, 사라진 것들은 아름다웠느니….”야말로 문중으로 대표되는 고향을 대하는 작가의 기본 태도라고 할 수 있다.”이문열의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는 1980년에 민음사에서 처음 출판되고, 1986년에 나남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온 연작장편소설이다. 문단에 갓 등단한 현우가 귀향하여 겪거나 들은 사나흘 동안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현우는 옛 모습을 잃어가는 고향 암포(岩圃)에서 어림대, 청려당, 옛주막, 벽계학교, 장터, 지서, 고옥, 폐원 등을 방문하고, 그 곳의 주인이었던 입향조(入鄕祖), 교리어른, 정산선생, 종손, 장자(長者) 등을 회상하거나 만난다.암포는 김승옥의 ‘무진기행’(1964)에 등장하는 무진(霧津)이나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1973)에 등장하는 삼포(森浦)처럼 실제 지명이 아니다. 그러나 암포는 이문열의 고향인 경북 영양군(英陽郡) 석보면(石保面)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작품의 주인공인 현우가 등단한 지 얼마 안 된 작가라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그 무렵에 등단한 이문열을 떠올리게 하고, 암포에 대한 묘사 역시 작가가 여러 지면을 통해 설명한 고향의 모습과 통하기 때문이다.이문열은 경북 영양군에 대대로 살아온 재령 이씨로서, 이 문중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갈암 이현일을 들 수 있다. 류철균에 따르면, 갈암은 기해예송 당시 노론인 우암 송시열과 대결한 영남 남인의 대표였고, 인현왕후의 폐비와 장희빈 소생의 세자 책봉을 둘러싼 기사환국 당시에는 남인 전체의 영수였다고 한다.(류철균, ‘이문열 문학의 정통성과 현실주의’, 이문열, 살림, 1993) 갈암 이외에도 조부 운악 이함, 아버지 석계 이시명, 형 존재 이휘일이 불천위(不遷位-덕망이 높고 국가에 큰 공로가 있는 인물을 영원히 사당에 모시도록 국가에서 허가한 신위)로 모셔지고 있다.(장윤수, ‘영덕 갈암 이현일 종가’, 예문서원, 2013) 작가의 산문 ‘이우는 세월의 바람소리를 들으며’(이문열 문학앨범, 웅진출판, 1994)에 따르면, 석계 이시명은 장흥효의 딸과 결혼하여 여섯 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이문열이 고향으로 삼는 영양군 석보면은 갈암 현일의 동생인 항제 숭일이 자리 잡은 땅이다. 이문열은 항제 숭일의 후손이다.이문열이 경북 영양군 석보면에 비교적 장기간 머문 기간은 크게 세 번이다. 첫 번째는 6.25가 발발하고 아버지가 월북하자 살 길을 찾아 1951년 귀향하여 1953년 안동으로 이사할 때까지 머물렀던 시기이고, 두 번째는 밀양중학교를 중퇴한 1961년 귀향하여 1964년 안동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의 시기다. 1948년생인 이문열에게 첫 번째 시기는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준 것 같지는 않다. 고향과의 본격적인 친화는 두 번째 시기에 이루어졌으며, 이문열은 “그때 처음으로 문중이란 것을 알았고, 자연과의 친화를 경험했으며, 노동과 생산을 이해하게 되었다.”(이우는 세월의 바람소리를 들으며)라고 고백한 바 있다. 고향에 머문 세 번째 시기는 스무살 때 내려와서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을 때이다. 이 때 이문열은 고향을 세심한 관찰의 눈길로 보게 되었으며, 이 무렵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라는 소설의 소재 대부분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고향에서 배운 윤리와 삶의 감각은, “나의 뿌리는 고향으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집단의식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의식도 강한 전통 지향성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 삶이 외견상 뿌리 없이 보이고 때로는 극단의 일탈을 보일 때도 나는 그것들을 언제나 한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받아들여 왔다.”(이우는 세월의 바람소리를 들으며)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듯이 이문열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라는 작품이야말로 이문열이 고향에 대해 가진 애정과 영향력을 증거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작가는 이 소설을 발표한 지 6년만에 개작본을 발행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드러내었던 것이다.이렇게 작가가 애정을 쏟는 고향은 ‘후기’의 “내게 있어서 고향의 개념은 바로 문중(門中)”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로 문중(門中)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문중과 非(비)문중’, 공간적으로는 ‘문중이 사는 언덕’과 ‘타성받이들이 사는 장터’라는 이분법이 여러 편의 단편을 가로지른다. 이 중에서 작가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것은 전자이며, ‘다시는 가지 못하는 고향’이란 다름 아닌 문중과 문중의 풍습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1980년대에 창작된 소설에서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만큼 동항(同行), 족인(族人), 숙항(叔行), 질항(姪行), 질서(姪壻), 입향조(入鄕組), 문회(門會)와 같은 유교적 전통의 단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그러나 ‘에필로그’에서 분명히 밝힌 것처럼 “진정으로 사랑했던 고향에로의 통로는 오직 기억으로만 존재할 뿐, 이 세상의 지도로는 돌아갈 수 없다”. 문중은 사라져버린 것이기에, 작가가 바라보는 문중의 모습은 향수(nostalgia)의 프리즘을 통해 이상화되고 낭만화된다. 본래 향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해 발생하는 감정으로서, 상실된 것에 대한 아이러니한 그리움이다. 이러한 그리움 속에서 사라진 과거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다름 아닌 이상화되고 낭만화 된 상념인 것이다. “아, 사라진 것들은 아름다웠느니….”야말로 문중으로 대표되는 고향을 대하는 작가의 기본 태도라고 할 수 있다.‘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의 첫 번째 작품인 ‘롤랑의 노래’에서 문중의 상징과도 같은 어림대(御臨臺)라는 바위를 일제로부터 지켜낸 교리 어른은 “우리들 옛 정신의 권화, 은성(殷盛)했던 시절의 흰 수염 드리운 수호부(守護符)”로 미화된다. ‘正山 先生(정산 선생)’의 정산은 공맹 사상과 조선에 대한 충성의 마음으로 현대를 살다 간 기인이다. 그러나 현우는 정산 선생이 고향의 한 기인(奇人)이 아니라 진정한 스승이었음을 희미하게나마 깨달으며, 마지막에는 “아아 스승이여, 내 스승이여”라는 찬양의 말까지 남긴다. ‘종손’에서는 비록 고향을 떠났지만, “크고 환하다고 밖에 형용할 길이 없는 어떤 인간정신의 아름다움”을 지닌 종손이 등장한다.그러나 이문열은 흔히 말하듯이 양반지향적 상고주의에 맹목적으로 붙들려 있는 작가는 아니다. 작가 역시도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에서 소위 문중으로 대표되는 양반사회의 문제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奇想曲(기상곡)’과 ‘상처’에서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長者(장자)의 꿈’에서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 ‘奇想曲’은 과거 문중의 영광을 뒷받침하기 위해 희생당한 천민이 유령이 되어 나누는 한스러운 노래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이들은 사라진 문중의 어른들이 화려한 의미로 빛나는 것과 달리 아무런 의미도 부여받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실제로는 죽었으나 상징적으로는 죽지 못한 유령이 되어 떠돈다. ‘상처’는 핏줄에 바탕한 양반의식이 낳은 비극을 보여준다. 문중은 “설령 불천위(不遷位)를 열 개나 모시고 있는 집안의 후예라도 일단 떠돌아 들어온 타성은 천민이나 다름없이 여길” 정도로 타성(他姓)에 대해 배타적이다. 따라서 문중의 딸들과 타성의 아들들 사이에서 염문이 돌면, 문중에서는 결코 그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딸의 죽음으로 마감되기도 하였다. ‘상처’는 바로 그 “옛 고향의 치유될 수 없는 상처중의 하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長者의 꿈’의 윤호는 잃어버린 ‘옛 고향을 되찾겠다는 신념’으로 치밀한 준비 끝에 귀향하여 온갖 노력을 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데,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기계가 값싼 노예노동을 대신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윤호의 그 치열했던 노력은 “우리 문화의 정화(精華)”인 양반문화는 ‘노예노동’의 뒷받침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영양군 광산문학연구소를 찾아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소설가 이문열.이문열은 1986년의 개정판에서 ‘암포 신문인협회’를 비롯해 모두 여섯 편의 작품을 새롭게 수록하였다. 새롭게 덧보태진 여섯 편의 작품을 통하여 ‘과거의 고향’과 ‘현재의 고향’이 라는 이분법은 더욱 강렬해진다. ‘암포 신문인협회’와 ‘분호난장기(糞胡亂場記)’는 문중의 가치가 사라진 현재의 고향이 얼마나 비루하고 타락한 것인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문중으로 대표되는 가치와 풍습이 사라진 정도에 비례하여 과거의 것은 더욱 새로운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에서 평생 갓을 만들다 쓸쓸하게 죽은 도평노인은 시대착오적 무능력자나 기인이 아니라 고고한 지사의 모습마저 풍기게 되는 것이다.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이 보편적인 삶의 형태가 되어 가는 오늘날 이문열의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에 나타난 문중에 대한 지향은 긍정보다는 부정의 대상으로 여기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은 문중보다도 더 큰 공동체에 대한 지향이 뒷받침되었을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오늘날 우리의 삶이 ‘과객’에 나오는 것처럼, 부모 자식으로만 이루어진 “지극히 사적(私的)이고 폐쇄적인 삶의 방식”에 머무는 것이라면, 문중에 대한 그 열렬한 그리움을 부정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중에 대한 그 열렬한 지향. 그것은 그 안에 담긴 부정적인 속성까지 포함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사라진 고향’임에 분명하다.  /문학평론가 이경재

2020-01-06

시민 삶 ‘넉넉히’ 도시기반 ‘단단히’

포항시의 2020년 시정 목표는 ‘지속가능한 포항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슬로건으로 민생경제가 활력을 찾고, 미래 신성장 산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통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도시환경과 복지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이강덕 시장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지난 한해는 지역경기 침체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민과 함께 더 큰 도약을 위한 가능성을 만들어냈다”면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지난해의 의미 있는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포항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포항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넉넉하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세계 경기 불황 여파로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경영안정을 돕기 위해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한다. ‘포항사랑상품권’을 2척억 원 규모로 확대 발행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했다.이어 포항의 장기 경제발전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역 혁신성장 플랫폼을 마련하게 될 ‘강소연구개발특구’를 통해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연계한 바이오·신약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관련기업의 창업과 기업을 유치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또한 현재 조성중인 산업단지에 이차전지 핵심기업과 배터리 소재 RD기관을 집적해 최고의 차세대 배터리산업 인프라를 구축한다. 포항벤처밸리를 통해 4차 산업 관련분야의 창업과 RD사업화의 성공모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또 임대료의 50%를 지원하는 전국 최저 수준의 ‘블루밸리임대전용산업단지’을 통한 기업유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결론적으로 국가전략특구추진단을 중심으로 기업 육성과 유치, 혁신 주체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지원 플랫폼 마련과 같은 미래형 신산업 생태계 기반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 시민이 체감하는 경제 활성화와 민생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져 침체한 지역경제에 생기를 채운다는 방침이다.포항시는 이강덕 시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녹색생태도시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혁신적인 도시재생의 기틀을 다지고 녹색생활환경을 조성해 한단계 업그래이드된 ‘녹색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활력을 잃었던 구도심에 도시기능을 복원하고, 무엇보다 도시하천·동빈내항과 해수욕장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변도시로의 도시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특히 전국 최초로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 중앙동·신흥동·송도동 일원의 ‘3대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2조원 규모의 예산 투입을 통한 본격적인 개발을 통하여 주거와 일자리, 도시경쟁력 회복 등 새로운 공동체 가치를 만들어가기로 했다.여기에 시민생활의 가장 큰 가치인 쾌적한 생활환경 개선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하고, 각종 환경위해요소로부터 시민의 건강권을 지켜가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우선 미세먼지 저감(低減)을 위해 도시숲 조성과 도시공원 확대, 철강공단 주변의 완충녹지를 설치해 대기질 개선과 악취근절에도 적극 대응한다. 쓰레기 분리배출을 강화하고 생활폐기물에너지화 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환경오염에 대한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시정을 집중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에도 적극 대비하여 재난피해 최소화에도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문화교육여건 개선과 보편적 복지를 통해 도시의 품격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꿈틀로와 스틸아트공방 등 거점복합문화공간의 활성화와 함께 문화재간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공유해 시민이 참여하고 누릴 수 있는 문화도시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교육은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미래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2030 교육발전계획’을 마련하여 우수한 인재의 유출방지와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교육도시의 청사진을 그려가기로 했다.생활밀착형 복지시설을 확충은 물론 청년과 여성, 어르신 및 소외계층 등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확대와 함께 교통약자의 통행권 보장과 농어촌 벽지지역의 교통 불편 해소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시내버스 노선개편을 오는 7월까지는 완료하기로 하고 교통복지 시스템을 완성할 예정이다.포항시는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시정을 통해 포항의 ‘내일’을 준비한다. 먼저 환동해거점도시회의의 개최를 시작으로 공동거버넌스, 무역상담회 등 후속 성과사업 후속작업을 마련하여 환동해 도시간의 교류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또한 국제여객부두 준공과 여객선터미널 착공에 발맞춰 한·러·일을 왕복하는 여객 정기항로 개설한다. 또한 포항에서 대륙으로 연결되는 아시안 고속도로의 출발점이자 환동해 미래지도의 중심이 될 ‘영일만횡단대교’ 건설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지역의 힘을 모으는 등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환동해 중심도시로서의 미래를 착실히 준비한다.지방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인구’정책도 추진한다. 둘째자녀 이상 출산장려금을 대폭 확대하고, 대학생 주소이전 지원금 지급, 다자녀가구 상수도·주차요금 감면을 통해서 인구감소 극복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포항시가 해결해야할 핵심과제 중의 하나가 지진도시 재건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지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법 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별법제정으로 지진 피해 보상과 지원의 길이 열린 만큼 시민의 지혜와 협력을 바탕으로 국가적 지원을 착실하게 이끌어내고 지역경제의 부흥과 발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우선 실질적인 피해구제 지원을 위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의 ‘지진대책국’을 ‘지진특별지원단’으로 개편하고 ‘피해구제TF팀’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시에 피해구제 범위, 신속한 절차 마련과 같은 피해주민과의 소통지원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또한 현재의 특별재생을 확대하고, 피해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방재인프라를 구축한다. 주거안정을 통한 지역공동체 회복과 안전도시 이미지를 세우고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 부지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이강덕 시장은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도시에 생기를 채우고, 시민의 행복을 늘리는 환동해중심도시 포항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면서 “올 한해는 시민의 심장을 요동치게 할 모두의 꿈과 희망을 담아낼 중요한 시기이자 그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20-01-05

스마트산업단지 된 구미산단, 제조업 르네상스를 꿈꾸다

‘새 먹거리를 찾아라’ 최근 경제계와 정부, 지자체 등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산업경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이러한 가운데 작년 9월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2020년도 스마트 산업단지로 선정했다. 올해 구미공단조성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 온 구미시는 이번 스마트 산업단지 선정으로 제조업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바꿈으로써 재도약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스마트 산업단지 선정은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생산액과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는 구미산단을 새롭게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0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 사업비 4천461억원(신규사업)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 될 예정이지만, 무작정 예산을 투입하던 기존의 사업 방식이 아니기에 기업들의 추진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 제조혁신을 위해 사업추진단과 기업들은 그 지역의 산업구조에 맞는 사업모델로 공모사업에 참여해 국비 등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구미시와 구미산단이 스마트 산업단지에 구상하고 있는 사업모델과 예산확보 전략 등을 알아보고, 산업단지 스마트화를 통해 변화될 구미산업구조에 대해 알아봤다.글 싣는 순서1. 배터리 산업2. 스마트 산단3. 바이오 산업□ 스마트 산업단지란개별기업의 스마트화를 넘어 산업단지 내 기업 간 연결·공유로 동일 업종, 벨류체인 기업들이 스스로 연계, 스마트화 되는 산업단지를 스마트 산업단지라 일컫는다. 산업부가 진행한 2020년도 스마트 산업단지 공모에 구미국가산단이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구미시의 사업계획의 체계적인 구성과 수요조사를 기반으로 한 현실적 과제 제시 등 사업 준비성이 뛰어났던 점과 주력산업인 전기·전자의 중요도가 높은 점, 소재·부품 클러스터 육성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구미국가산단 1∼4단지(2천423만㎡)에 신규사업 4천461억원, 추진연계 되는 사업 6천29억원 등 총 1조490억원(국비 2천991억원, 지방비 1처2천560억원, 민자 4천93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제조혁신 및 신산업 창출을 통한 미래형 산단을 조성하게 된다. 이 사업에는 산단공 대경본부, 경북테크노파크,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구미전자정보기술원 등 경북지역 산·학·연·관 20개 기관이 참여한다.□ 제조업 재도약으로 지역경제 돌파구 찾다미래 신산업 소재부품 경쟁력 선점을 위한 구미 스마트산업단지는 △스마트 제조혁신 산업단지 △청년 친화형 행복 산단 △미래신산업 선도산단으로 나눠 전략적으로 추진된다.이 중 스마트 제조혁신 산업단지는 스마트공장 보급률 20%(400개), 스마트 대표공장 전환율 35%(40개), 글로벌 강소기업 신규 육성 100객 목표로 ‘개방형 양방향 스마트데이터 공유네트워크 구축’, ‘스마트공장 안정적 성장·고도화를 위한 기반 생태계 강화’, ‘미래 융합형 인재공급 체계 고도화’,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한다.이들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현재의 구미산단 중소기업의 저하된 가동률 및 생산성, 낮은 수출 경쟁력, 우수인력 공급한계를 극복하고 스마트 공장 고도화와 대표공장 확산, 제조데이터 공유를 통한 제조유연성 확보, 중소기업 글로벌 경쟁력 향상, 미래융합형 인재양성 체계 구축 등으로 침체된 제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사람중심 행복산단 구축구미스마트산업단지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전·복지·문화가 함께하는 사람중심 행복산단 구축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재난재해 통합안전망 구축, 공유형 스마트 교통체계, 스마트 주차인프라, 청년종합복합 문화클러스터, 맞춤형 주거인프라, 육아종합센터 등을 구축하게 된다. 또 재난·재해와 범죄 없는 안전하고 머물고 싶은 근로자 친화 정주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문화창작소, 스포츠플라자, 청년형 기숙사 등 문화 중심 체험형 복합문화 클러스터와 정주여건을 조성키로 했다.사람중심의 행복산단 구축은 창년 근로자 증가율 120%, 근로자 만족도 75점(25% 개선)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데, 성공적으로 조성이 된다면 구미형 일자리가 포함된 미래 신산업 선도산단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추진되어 온 5G테스트베드 구축 및 연구개발사업, 홀로그램 상용화기술 지원센터 구축사업, 경북산업단지안전 규제자유특구(공모예정), 구미형 일자리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이나 산업 생태계 조성과 연계되면 상호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스마트산업단지 성공 위한 구미시의 노력구미시는 스마트산업단지에 선정된 뒤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구미시는 이미 스마트산업단지에 선정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남 창원스마트산단을 지난달 9일 방문해 추진경과, 사업추진형황 등을 청취했다.이날 방문에는 장세용 구미시장, 구미시 실무진, 산단공 윤정목 대구경북본부장 등이 참석해 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의 구성을 위한 지자체, 지역 내 혁신기관의 협력, 실행계획 수립 과정, 지역 내 대·중소기업과 근로자와의 소통, 지원기관과 언론의 공감대 형성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다.이날 방문에 앞서 구미시청 실무진들은 사전에 두차례에 걸쳐 사업단을 방문해 사업단 구성과 파견 현황, 산단 분석과 실행계획 수립 방법 등을 벤치마킹했다.전통 제조업과 ICT 산업을 융합하고 스마트공장 활성화 및 제조데이터 활용을 위한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구미산단에 접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그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 만큼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산업단지의 실행방안을 알리는 세미나와 사업설명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지난달 19일 구미 IT의료융합기술혁신센터 대강당에서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이 주관하고 경북도, 구미시가 후원한 ‘구미 스마트산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혁신세미나’에도 지역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해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에 따른 구미산단의 스마트화 추진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구미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업들이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스마트산업단지에 시동을 걸다구미시는 올해부터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스마트산업단지 구축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스마트산단 사업추진단을 이달 중으로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이달 11일까지 공모 중인 사업단장이 선정이 되면 나머지 사업단 인적 구성원은 경북도와 관계 기관들과 협의해 이달 중으로 구성원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해 구미산단 스마트산업단지 환경개선사업으로 200억원의 펀드 조성과 소재부품 융합얼라이언스 구축 사업에 45억원의 국비를 확보함에 따라 스마트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특히, 구미 소재부품 융합얼라이언스 구축 사업은 미래 융합 신산업(5G, 지능정보, 이차전지 등) 관련 산·학·연 집적화 및 RD-실증-사업화-글로벌 시장진출 등 전주기 생태계가 조성된 미래 혁신형 클러스터로 구미 특화형 제조 르네상스 달성에 꼭 필요한 사업으로 꼽힌다.이 사업으로 융합형 소재·부품 기업 연구소(50개)와 혁신 지원기관 등 집적화를 통한 ‘연구 중심형 클러스터’가 구축되고, 소재·부품 RD에 필요한 고가의 핵심장비 구축 및 공동활용을 위한 ‘공동장비 활용센터’가 구축된다.이밖에도 산단 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기업 맞춤형 신성장 아이템 발굴·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장세용 구미시장은 “올해부터 스마트산업단지가 본격적으로 조성되는 만큼 조속히 사업추진단을 구성해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구미산단이 재도약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한편, 구미스마트산업단지 조성은 2조96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천679억원의 부가가치효과, 6천301명의 고용유발효과 등의 경제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0-01-05

2020년, 그래도 ‘희망’은 있다

누군가 “장시간의 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그 답변으로 ‘책’ 외에 다른 게 잘 떠오르지 않는다.이륙 후 안정된 고도에 진입만 하면 비행기는 버스에 비해 흔들림이 덜하다. 마흔다섯 살이 넘어서면서는 이른 노안(老眼)이 온 탓에 덜컹거리는 버스나 기차에서의 독서가 힘들어졌다. 어지럽기 때문이다.기자의 경우 최장 거리의 비행은 ‘인천-프랑스 파리’ 노선이었다. 대략 12시간 30분 남짓.그 이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탄 적이 있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하지만 그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환승을 한 터라 피로와 지겨움이 덜했다. 물론 공항 대기실에서 담배도 두어 개비 달게 태우고.10시간 안팎으로 비행기를 탈 때면 항상 책 2권을 챙긴다. 시집과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다. 시집은 때에 따라 바뀌지만, 트리나 폴러스는 항상 변함없이 여행의 가장 귀한 친구로 역할했다.‘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처음 접한 건 20대 초반. 단순한 문장과 더 단순한 그림만으로 징그러운 애벌레가 날개 고운 나비로 변이(變異)하는 극적인 과정을 지극히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 다시 봐도 놀랍다. 존재를 전이시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희망’을 지키고, 그걸 버리지 않는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만도 아닌 게 ‘존재 전이’.미움에서 사랑으로, 그리움에서 만남으로, 고통에서 희열로, 수난에서 성취로, 저주에서 공존으로, 차안에서 피안으로… 이 모든 변화 과정에서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하는 게 바로 ‘희망’이다.비행기 안. 공짜로 주는 위스키도, 좁은 좌석에 앉아 꾸역꾸역 먹는 기내식도, 이어폰을 끼고 조그만 화면으로 보는 영화도 지겨워질 때면 트리나 폴러스가 꽃과 애벌레, 나비를 통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기자를 위로했다.▲절망과 마주했을 때 더 필요한 게 바로 희망가로와 세로처럼 명확한 반대 개념은 아니지만, 희망의 반대편에 자리한 단어는 절망이 아닐까. 둘은 자웅동체(雌雄同體)처럼 우리의 인식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다. 희망은 절망과 함께, 절망은 희망과 동시에 떠올릴 수밖에 없다.‘꽃들에게 희망을’ 덮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가 있으니, 차가운 북관(北關)의 바람 앞에서도 의연했던 ‘함경도 사나이’ 이용악(1914~1971) 시인의 ‘낡은 집’이다. 행과 행 사이에서 ‘절망’의 삭풍이 뼈아프게 부는. 이런 노래다.▲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희망’을 지키는 2020년이길조선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이른바 영달(榮達)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고위급 친일파’ 몇 명만이 원했던 참혹한 시대 일제강점기. 이용악은 그 시절을 살았다. 시인의 동네 사람들도 마찬가지.시 ‘낡은 집’에선 끝끝내 머물고 싶던 고향을 타의에 의해 버리고 낯선 곳으로 발길을 향해야 했던 당대 민초들의 절절한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100년 전엔 어떤 재산보다 귀했던 아들을 여러 명이나 낳고도 그 아이들이 제대로 커갈 수 없는 세상임을 알았기에 ‘소주에 취한 털보(아저씨)의 눈이 붉던’ 시대, 아이들조차도 ‘가난 속에서 늘 마음 졸이며’ 살던 시대, ‘꽃피는 철이 와도 뒤울안에 꿀벌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참혹한 시대.인용한 이용악의 문장에선 ‘절망의 시린 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뿐일까? ‘낡은 집’에서 절망과 파국의 냄새만을 맡았다면 그건 시를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정들었던 고향 집과 식구나 다름없던 소를 키우던 외양간을 버리고, 물설고 낯선 북쪽 땅으로 쫓기듯 떠나간 사람들. 그래서 살던 집이 흉집(凶家)이 됐지만, 그들은 희망을 버리거나 포기하지 않았다.그 시절 조선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로 떠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문학적 허구’인 시가 아닌 ‘역사적 사실’이 증명하고 있으니까.이용악의 고향 사람들을 비롯한 20세기 초반 한국의 유랑민들은 세상 어떤 정착민보다 뜨겁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살았다. 옮겨간 땅의 자랑스러운 주인이 됐다.식상한 말이지만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징그러운 애벌레도 아니고, 나라를 빼앗긴 서러운 백성도 아니다. 그러니, 왜 희망을 버릴 것인가.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은가.트리나 폴러스와 이용악을 떠올리는 새로운 날의 새 아침. ‘겨울’을 절망의 은유로, ‘새’를 희망의 메타포로 상정해 지난밤 쓴 졸시를 다시 읽는다. 올해는 절망을 이기는 희망을 뜨겁게 껴안기로 다짐해본다.겨울, 그러나 희망이 온다계절 모르고 짓찧고 까불던 새취기에 깨어난 아침새하얀 첫서리에꽁지를 말아 올리며푸르르 떤다언제나 한발 늦게 세상을 깨닫는아버지 닮은 새까막까치 발을 얼리며발갛게 발갛게잃었던 계절이 온다다시 희망의 노래가 들린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0-01-02

대구·경북 관광, 경자년 새해 상생의 길 함께 걷는다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가 밝았다.경북도는 최단기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관광활성화가 최고라고 판단, 경북관광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북도가 올 한해 관광에 거는 기대는 크다. 특히 올해를 대구와 경북의 상생협력사업 중 하나로 대구경북관광의 해로 선포한 만큼,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 국내외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아가 지역 살리기와 더불어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의 인구증가로 연결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이철우 경북지사는 “장기불황으로 국가 전체가 어려운 가운데 특히 지역이 어럽다. 매년 청년들 수천명이 지역을 뜨고 이에 따라 지역인구가 갈수로 줄어드는 등 쇠퇴해가고 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있어야 되는 만큼, 투자유치가 가장 좋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관광이 적격”이라며 관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2020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 사업은 대구경북이 하나가 되어, ‘지방관광 상생협력의 롤 모델 마련 및 동반성장’을 위해 대구의 매력적인 도시관광 자원과 경북의 전통역사 문화자원의 강점을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공동 사업을 통해 글로벌 관광도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국내외 관광객을 대구경북으로 유치하는 상생관광 사업이다.대구경북은 2016년에 ‘중화권 대구·경북 방문의 해’로 선정하고 중화권 관광객 포함 대구·경북에 115만명의 외국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2015년 대비 42%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상생관광의 가능성을 확인했다.향후 대구·경북은 550만명의 시도민이 합심해 대구는 쇼핑, 한류문화 등 도시의 장점을 살리고, 경북은 자연·힐링·전통 문화 등의 특색을 살린다면, 글로벌 메가 관광시티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경상북도는 지난해 11월 대구시와 함께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 및 출향인사의 역량을 모아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 성공 기원 선포식을 개최했다.□2020대구경북 관광의 해 선포식 가져경북도와 대구시는 2020년을 ‘대구·경북 관광의 해’로 정하고,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SITIF2019)’와 ‘2019 대구경북 투어 페스타’를 찾은 세계 각국의 관광 관련 기관·단체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선포식을 가졌다.이날 선포식은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축하하는 세계시민들의 메시지가 담긴 영상물 상영과 세레머니를 시작으로 중국의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인 유펑과 말레이시아 인기 배우 폴린탄(Pauline Tan)를 홍보대사로 위촉한데 이어 대구경북 관광 상품 개발·운영 및 홍보 협력을 내용으로 해외 현지여행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다.이날 행사는 한국관광공사 등 국내외 대표적 관광기구 및 여행업 단체 관계자와 세계관광기구(UNWTO), 태평양지역관광협회(PATA) 대표를 비롯한 각국 대사관들이 자리해 대구경북 관광의 해 개최를 축하하고, 대구와 경북으로 유학 온 대학생들로 구성된 서포터즈 30명이 관광의 해 로고송에 맞춰 신나는 공연을 펼쳐 선포식 축하분위기를 고조시켰다.특히,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전 세계로 홍보하기 위해 글로벌 서포터즈와 대학생, 당일 위촉된 홍보대사와 현지여행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플래시몹을 연출해 유튜브 채널로 송출됐다.이번 선포식에 앞서 경북도와 대구시는 민·관·학이 함께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대구경북의 관광명소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넣은 엠블럼과 시도민의 의견을 담은 ‘oh!오~소so! 대구경북~’슬로건도 만들었다. 또 관광의 해 특별 관광 상품구성을 위해 다양한 테마형 체험코스들을 개발, 전담여행사를 통해 시범 운영하고 상품 확산을 위해 여행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해외관광객 유치 특별판촉단을 구성해 홍보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난 5월 대구시장을 단장으로 태국, 베트남을 돌며 마케팅을 진행했다. 양 시도는 앞으로도 국내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국내관광 순회쇼를 펼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다채로운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2020대구경북관광의 해 엠블럼과 슬로건 선정경상북도와 대구시는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상징하고 관광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대구·경북의 관광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엠블럼과 슬로건을 선정했다. 양 시도는 앞으로 공동브랜드로 활용해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적극 홍보하고 대구·경북의 문화관광 상생협력의 심볼마크로 적극 사용할 계획이다.엠블럼 개발은 대구·경북 상생에 중점을 두고 현대(yellow)와 도심(orange)을 상징하는 대구와 전통(blue)과 자연(green)을 상징하는 경북을 통합한 컬러와 이미지로 표현했다. 또한 컬러풀한 생기와 유서 깊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에 대구·경북의 대표 관광지를 엠블럼에 배치해 양 시도가 하나로 연결되어 더 아름답고 가치 있음을 표현했다.아울러,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대구·경북 상생협력의 비전과 의지를 담은 대표 슬로건도 개발했다. 대표 슬로건인 ‘오~소!(Oh! So!) 대구·경북’은 대구와 경북을 즐기러 여기로 오라는 뜻을 친숙한 경상도 사투리 ‘오소’로 표현했다. 영문으로 사용할 시 ‘대단히, 매우’라는 의미로 한번 오면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대구 경북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주목할 점은 브랜드(엠블럼, 슬로건) 선정 과정에 대구 경북 시도민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네이버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해 시도민에게 브랜드 설문조사를 진행해 시도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 최종 브랜드를 선정했다.양 시도는 엠블럼과 슬로건이 개발됨에 따라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홍보 리플릿, 기념품 개발에도 다양하게 활용해 대구경북의 관광 브랜드와 마케팅에 활용할 계획이다.□ 2020년 16개 과제 추진계획관광의 해는 2019년 실행기, 2020년 성과기, 2021년 안정기의 3개년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에 시도는 14개의 상생관광 협력과제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성과를 목표로 2020년에는 16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9년에 추진한 공동과제로는 공동 슬로건, 엠블럼 제작, 추진협의체 구성, 베트남·태국 공동 현지마케팅, 관광의 해 공동선포식 및 국제관광특별전 공동개최, 해외관광객 유치 특별판촉단 운영, 태국 TV방송 공동드라마 제작 등이다.2020년에는 구체적인 성과를 목적으로 공동과제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4대 전략과 16개의 공동과제를 설정했다.첫 번째 추진전략은 대구경북 관광을 ‘가장 한국적인 거점관광’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 대표 관광콘텐츠를 활용한 체험과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 및 마케팅 지원, 대구경북의 축제와 전통시장 방문 단체여행객을 위한 특별지원 프로그램 운영,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와 인문가치를 간직한 지역정체성과 여행트렌드를 연계한 인문코리아 힐링캠프 공동개최 등을 추진한다.두 번째 전략은 글로벌 대구경북 관광을 지향하는 ‘세계로 열린 글로벌 관광’이다. 세부 실행과제로는 중화권, 일본, 베트남, 태국 등 타깃 국가별 맞춤형 전략에 따른 공동마케팅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해외 현지사무소를 공동 운영하며 현지 미디어 포럼 및 세일즈 콜 공동개최, 공동 관광홍보설명회 등을 추진한다.세 번째 전략은 ‘일자리가 있는 경제관광’이다. 먼저 2020년 대구경북 관광객 집중유치를 위해 대구경북 관광 그랜드 세일을 추진한다. 개별여행객 대상 유치 특별프로그램으로서 모바일 소셜커머스(쿠팡, 티몬 등), 검색포털(네이버, 다음 등)과 연계해 여행객의 방문동기를 유발하는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마지막 추진전략은 ‘지속가능한 관광시스템 구축’으로 대구경북 주요관광지 순회투어패스 개발, 통합여행지원센터, 원포인트 친절안내소, 통합가이드 북 제작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인터뷰 송호준 관광마케팅과 과장“대구·경북 관광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잠재력 갖춰”“올 한해는 경북을 비롯 대구가 관광중심으로 우뚝서는 해가 될 것입니다”송호준 경상북도 관광마케팅과장은 “시도가 공동으로 정한 목표는 경북이 3천만명, 대구가 1천만명 등 총 4천만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민여행조사에서 2018년에 경북을 여행한 횟수가 2천784만회 정도로 나타난 만큼, 충분히 달성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외국인이 경북을 방문한 숫자는 전체의 2.8% 정도로 낮아 인바운드 관광을 위해 더욱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대구와 경북을 합칠 경우 외국인 방문은 6%에 달하는 만큼, 기존인프라와 홍보를 극대화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즉 여행만족도가 경북은 94.6%, 대구는 93.2%로 전국 평균 93.1%보다 높은 수치로 외국인 관광객이 좋아할 수 있는 관광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큰 의미를 부여했다.“대구와 경북이 함께 손을 잡고 관광활성화에 나선다면 상생의 시너지 효과까지 더해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경북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14개 분야의 세계문화유산 중 경북은 4개 분야가 있다. 경주는 도시전체가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안동에는 하회마을과 서원이 한국문화유산을 대표하고 있다. 더불어 대구는 쇼핑과 호텔, 의료관광 등 도시형 관광인프라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시장은 서울의 광장시장에 버금가는 전통시장이며 의료관광도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송호준 과장은 “대구경북의 관광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시도민의 적극적인 이해와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라며 시도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거듭 당부했다./이창훈기자

2020-01-01

영일만항에 고부가가치 물류인프라… 환동해 거점항만으로

포항은 위치적으로 우리나라의 동남부에 치우쳐 있으며, 동해와 접하고 있는 관계로 경북 동해안의 관문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를 품은 이러한 장점은 포항을 설명함에 있어 항만이라는 두 글자를 빼놓을 수 없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특히, 포항항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의 기록으로 보아 신라 초기 때부터 해상의 주 관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짐작된다. 1731년 구 포항시청 일대에 공물의 입출납을 관장했던 포항창이 설치되면서 크게 번성해 그 당시 부산과 북한의 원산항을 잇는 동해안에 큰 항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했다. 이후 1919년 전후 현재의 포항지방해양항만청 일대에 접안시설이 축조되면서 어업과 해운업이 활발하게 진행돼 지금의 포항구항이 항만 기능을 발휘하게 됐다.포항항이 실질적으로 무역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는 포항제철소 공장 조성과 더불어 1970년도에 포항신항 부두를 준공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후 철강제품을 수송하면서 본격적으로 국제 무역항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이어 포항항은 지속적인 항만시설 확충으로 1975년도에 연간 하역능력이 35만t에서 현재 9천100만t으로 늘었으며 접안시설도 선박 55척이 동시 접안 가능한 국제무역항으로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해왔다. 이 중에서도 신항은 1971년도에 첫 부두가 완공된 이후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포스코와 철강공단을 지원하는 철강산업의 중추항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6천600만t의 화물을 처리하는 전국 5위 항만이다. 특히 4천600만t의 철강 물동량을 처리해 국내 2위 철강산업 전용항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신항은 항만시설의 노후화와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또다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신항은 최대 30만t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증개축해 접안능력을 높였다.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안전한 입출항과 신속한 화물수송을 위해 항로 주변해역을 최대 20m까지 준설해 수심을 확보했다. 더구나 2020년까지 기상 악화 시 스웰로 인한 하역작업 지장 방지를 위한 도제 설치, 항내 입출항에 지장이 되는 파제제 일부 제거(100m) 등을 추진해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전천후 항만으로 변신한다.□ 포항항의 생성과 해운업포항시사에 따르면 1900년대에 포항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어업은 포항항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더구나 1919년에 항만이 축조되면서 본격 항(港)의 기능을 발휘하게 됐다. 그 후 한·일 합방으로 일본과의 교통이 빈번해지면서 1923년 4월 1일 지정항(指定港)이 됐다. 해방 후의 포항항 관리는 미군정이 맡았다. 미군정청 교통국 포항 부두국이 1945년 11월 1일 정식으로 개청했다. 1946년부터 행정기구가 보완되면서 일정 말기의 질식 상태에서 해운업체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포항 부두국은 포항항에 출입항하는 선박, 어선의 관리, 행운항만운영에 관한 모든 사무를 전담하는 행정관서로 동해지역 해상업무를 관장했다. 그 후 6·25전쟁이 발발하자 항만의 피해와 더불어 군사전략상의 요충지로서 군사항으로도 이용됐다. 전화의 복구와 더불어 1955년 12월 12일에는 해무청이 포항지방 해무청으로 개편됐다. 직제의 개편으로 종전의 사무에서 항만건설, 조선, 수산에 관한 광범위한 업무를 맡게 돼 포항항의 새로운 건설과 더불어 동해지역의 관문으로 포항항의 위용을 과시했다. 전화에 의한 복구와 포항항의 개발에 의한 항만시설의 확충은 포항항을 지정항으로 유도했다. 1963년 6월 12일에 기대했던 개항장으로 지정·공포돼 국제적인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개항 후 외국선박은 물론 잉여농산물을 운반하는 대형선박이 입항해 경북 일원의 식량공급 보급지 역할을 했으며 선박의 입출항이 나날이 증가했다. 포항항은 원래 어선, 연안여객선, 연안지역선, 관공선 등이 이용하는 항이었다. 1968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가 설립되고 1970년 주공장이 착공됨에 따라 제철소를 지원하기 위해서 항만시설이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적인 면에서 국제항으로 도약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1968년에는 포항제철소 지원항만에 대한 1차 계획안이 확정돼 건설이 시작됐고, 1969년 4월 17일 새로 건설한 신항을 개항장으로 지정 포함함으로써, 과거의 항을 구항으로 칭하게 됐다.□ 영일만항, 새로운 도약지경학적(地經學的) 위치상 포항항은 국제화물 운송체의 기능과 역할이 증대되고 있었고, 환동해권의 중심 상항(商港)으로서 포항항을 이용하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규모 종합화물유통기지의 포항 건설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대북방 교역에 대비한 환동해권의 국제물류 거점항만으로 개발하고, 배후산업단지 지원 및 체계적인 항만배후단지 개발로 고부가가치 물류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일만항 건설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영일만항은 현재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1992년부터 2020년까지 총 2조8천463억원(2018년까지 1조4천408억여원, 2019년 210억여원, 장래 1조3천844억여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 중에서 정부가 투입한 2조3천799억원은 방파제 7.37㎞, 일반부두 420m, 투기장호안 1.14㎞, 배후도로 9.68㎞, 역무선부두 250m, 대체어항시설 1식, 국제여객부두 310m, 연안여객부두 240m, 해경부두 600m 등을 건설하는데 쓰였다. 민자 4천664억원은 컨테이너부두 4선석 등 10선석을 마련하는데 투입됐다.포항시 역시 환동해 물류증심항만으로 성장하고 있는 영일만항을 앞세워 21세기 대한민국 경제 1번지를 꿈꾸고 있다. 영일만항은 21세기 환동해 물류허브 역할과 동북아 및 북방교역의 전진기지 역할을 위해 건설된 항만으로 포항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이자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국가기간시설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합하듯 영일만항은 지난 1992년 첫 삽을 뜬 후 2009년 9월, 3만t급 컨테이너 4선석 규모로 개장한 후 9년 만에 컨테이너 물동량이 100만TEU를 넘어서며 환동해 물류중심항만으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포항시는 그동안 영일만항의 물동량 증대를 위한 항만 배후부지 내에 대형 물류센터와 냉동·냉장화물 물류창고를 유치하고, 동남아 항로 등 신규항로를 개설하는 등 물동량 확보에 적극 나선 덕분에 지난 2009년 개장 첫해 5천TEU를 시작으로 2012년 30만TEU, 2014년 50만TEU를 기록한데 이어 2019년 100만TEU 달성에 이르렀다. 현재 영일만항은 5개 선사에서 7개 항로를 운항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7개국 30개 포트를 기항하면서 철강재와 철강부원료, 자동차, 우드팰릿, 농산물 등 컨테이너 주요 화물도 다변화되고 있다. 포항시는 신북방정책에 앞서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동북아 CEO포럼’을 통해서 영일만항을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육성해 나가고,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인프라 개선사업을 추진하는 등 환동해권의 도시들과 물류·해양관광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즉 동해안 유일의 국제무역항인 영일만항을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환동해 국가들을 연결하고 북극해 자원개발의 전초기지 및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인프라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또한 지금까지 화물 물류기능만 수행했던 영일만항을 관광기능이 더해진 국제항만으로 확장하기 위해 7만5천t급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는 국제여객부두 건설도 추진 중이다.포항시는 여객부두 준공에 맞춰 중국·일본·러시아를 연결하는 항로를 개설해 국제 크루즈 선을 유치하는 한편, 포항∼울릉∼독도와 포항∼부산∼속초를 잇는 연안 크루즈 항로 개설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했던 이강덕 시장은 먼저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크루즈 개설을 시작으로 일본 서안을 연결하는 ‘환동해권 크루즈 삼각벨트’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포항시와 경상북도, 블라디보스토크 시, 연해주가 참여하는 ‘크루즈 항로개설 TF팀’의 운영과 경북관광공사·연해주 정부 관광국 간의 업무협약체결을 통한 지방정부와 민간중심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향후 포항공항과 블라디보스토크공항, 중국 등을 항공과 철도로 연결하고 이를 크루즈와 연계하는 ‘동북아권 셔틀 크루즈’ 항로 개설을 통해 극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성도 제기했다.특히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정기페리 항로의 개설을 시작으로 북한 고성항을 연결한 ‘통일페리’ 추진과 포항국제물류센터와 냉동·냉장창고를 기반으로 러시아 농수산물의 신선유통을 비롯해 이를 통한 일본과 동남아를 연계한 3자 무역의 가능성도 제안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국제물류센터 냉동창고를 기반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을 연결하는 콜드체인 클러스터를 조성해 영일만항이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국제여객부두와 추가 항만배후단지 건설과 같은 기반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20-01-01

10조 건설비용 최대 역사 미래 100년 바꿀 시작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이 코앞에 다가왔다. 대구와 경북의 가장 큰 현안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는 오는 21일 의성과 군위 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투표에서 결정된다. 사실상 최종 이전지 선정 절차만을 남겨둔 상황이다.이와 관련,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제 우리는 통합신공항 입지 결정에 발맞춰, 새로운 대구 미래 100년의 토대가 될 획기적인 공간구조전략을 마련함으로써 신청사와 신공항이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대구’, 새시대·새역사를 써내려 가겠다”고 말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은 대구와 경북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면서 “공항을 만드는데 10조원이 들고 공항에서 대구로 가는 지하철을 만들고 KTX를 연결하면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개항시점인 2026년 이용객은 490만 명으로 전망된 상태다. 특히, 통합신공항은 항공산업, 물류, 유통, 비즈니스, 관광 등을 아우르는 지역의 산업·관광 중심공항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항공수요는 통합신공항 개항시점(2026년) 490만 명을 시작으로 2050년에는 950만 명에 이르러, 항공여객 1천만 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분석됐다,문제는 500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다. 대구와 경북 통합신공항을 연결하는 공항철도가 있어야 하며, 중·장거리 항공 노선의 증설도 필수다. 여기에 대구와 경북을 찾는 관광객을 붙잡아 둘 수 있어야 한다. 또 현재의 대구공항과 K-2 군부대의 이전 후 개발 로드맵도 나와야 하는 실정이다.지역 관계자는 “2020년 대구와 경북이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면서 “지금부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후 로드맵을 만들고, 실행에 옮기며 실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항철도 연결… 대구·경북의 생활이 바뀐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기존 대구 시민과 경북 도민의 생활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차량을 이용해 구미·군위·칠곡에서 대구를 오가던 사람들이 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다. 새로운 공항 고속도로의 건설은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우선 대구와 통합신공항을 연결하는 철도(공항철도) 건설이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대구에서 군위·의성 후보지까지 거리는 30∼50㎞ 가량으로 30분 이내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오는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0월 1일 제4차 국가철도망(2021∼2030년) 구축 계획에 통합신공항 공항철도를 반영해달라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제4차 국가철도망 의견 수렴을 마치고 지자체 의견에 대한 타당성 용역 등을 거쳐 2021년 상반기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을 확정 고시할 예정이다.대구시 등에 따르면, 공항철도는 기존 경부선과 중앙선을 활용해 대구와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를 30분 이내에 연결하는 고속화 철도망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대구시는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공항철도 건설이 포함되면, 즉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하지만 대구와 통합신공항을 연결하는 공항철도의 노선은 미정인 상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경부선(서대구역 또는 동대구역)∼통합신공항 이전지(군위 우보 또는 군위 소보의성 비안)∼중앙선으로 이어지는 공항철도 노선을 협의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대구시 관계자는 “출발점은 경부선 서대구역 또는 동대구역으로 하되 출발점이 어디가 되더라도 서대구역 정차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초 대구시 정책에 따라 2021년 개통 예정의 KTX서대구역사에 공항터미널(민자 유치 1천억원)을 짓고 서대구 역세권 개발과 연계하기 위해서다.뿐만 아니다. 공항철도의 일부 노선이 전철화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서울역∼인천공항역과 같은 서비스를 대구와 경북의 시도민이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대구시 신청사와 서대구역세권 개발… 통합신공항과의 시너지12월 22일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 예정지로 달서구 두류정수장 부지를 선정했다. 두류정수장 부지는 15만8천660㎡의 공유지와 151㎡의 사유지다. 현재 당산로(폭 20m)와 당산로 30길(12m), 당산로 36길(12∼17m), 야외음악당로(20m)와 접해 있다. 또 도시철도 2호선 감삼역에서 250m, 두류역과 죽전역에서 500m∼1㎞에 위치해 있다. 대구 전역을 연결하는 버스정류장이 39개, 대구의 교통 대동맥인 달구벌대로에 인접해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이 뛰어나다.대구시는 “통합신공항과 서대구역세권, 대구 신청사가 거의 일직선에 위치해 있다”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 신청사 건립 예정지는 오는 2021년 준공되는 서대구 KTX역과 지근거리다. 또 대구광역권철도(구미∼서대구KTX∼경산), 대구산업선철도(서대구KTX∼구지 국가산단), 달빛내륙철도(서대구KTX∼함양∼상주), 도시철도 4호선(순환선) 등 다양한 교통망이 계획 중이다. 서대구·성서·남대구IC가 근접해 있는 등 서부권 미래교통망 구축을 통한 낙후된 서부권 발전을 통한 대구 도심 균형발전이 기대된다는 것이 대구시의 입장이다.앞서 지난 해 9월 대구시는 서대구역세권과 통합신공항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은 “2018년부토 서대구 역세권 개발 TF팀을 가동했다”면서 “광역철도망 건설은 6개 사업으로 추진하며 8조1천326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후적지 개발과 공항의 성장권영진 대구시장은 “이제는 완전히 다른 각도로 종전 부지와 고도제한 및 소음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난 대구 도심 3천300만㎡(1천만 평) 부분들을 앞으로 장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 인가를 동시 고려하는 개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대구공항 후적지에 세워지는 신도시의 기본은 ‘수변도시’라고 강조했다.그는 “벤치마킹할 지역은 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가 옮겨간 푸트라자야 모델”이라며 “수변과 수변을 연결하는 랜드마크 상업지역 부분들은 싱가포르 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마리안 베이가 있는 클락키 모델을 차용해서 할 것”이라고 했다. 권 시장은 “신도시 내부는 대구만의 독특한 스마트시티로 연결을 할 것”이라며 “내부 교통망은 트램을 통한 모든 내부교통망을 연결한다”고 말했다.배기철 동구청장도 “일반적인 신도시 도시개발 개념을 탈피해서 대구·경북의 미래를 열 수 잇는 새로운 최첨단 스마트 도시로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공항 후적지는 새로운 신공항과 연결되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을 상징하는 통합신공항과 연계된 랜드마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대구시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공항후적지 개발의 새로운 구상 용역에는 세계적인 도시계획 건설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생산유발 효과는 20조∼30조원으로 보고 있다.사업의 시행은 국내외 건설사, 공기업 등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이 진행한다. 대구시는 특수목적법인에 국내 투자에 관심이 있는 해외자본 유치도 병행한다. 최근 대구시를 찾은 중동지역 부호기업 관계자가 대구공항 후적지 개발에 대한 설명도 하고 이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전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의 대구공항처럼 항공사의 적자운영과 중·장거리 노선의 이탈이 이어진다면, 지역의 관문공항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 부산에어는 대구공항에서 완전 철수한다. 이미 정기 노선 대부분을 철수한 데 이어 남아있던 노선 역시 내년부터 운항 중단할 계획이다. 부산에어는 내년 3월 29일부터 대구∼제주 노선과 대구∼타이베이 노선에 대한 비운항 조치 및 대구공항 철수를 두고 막바지 검토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대구 서구의 박모(38) 씨는 “현재 대구공항에는 동남아나 유럽 등 없는 노선이 많다. 그 가격도 인천공항에 비해 비싼 것이 사실”이라면서 “통합신공항이 성공하려면, 지역민이 인천이나 김해공항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20-01-01

환동해 바닷길 열렸다… 이제 우리는 대륙으로 떠난다

포항이 환동해와 유럽을 잇는 관광과 인적·물적 교류의 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영일만항은 포항시를 출발해 아시아 동쪽 끝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럽 대륙의 끝자락 포르투갈까지 가는 육로 여행의 출발지가 될 것이다. 바로 그 길을 오토바이 타고 완주한 조경국이 본지 연재기사를 통해 ‘새로운 길과 만난 유라시아 횡단 여행자’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왕복 38000km. 지구 둘레에 맞먹는 그 먼 거리를 함께 달릴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기대한다.◇ 네오 로만티카 호 타고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앞으로 몇 년 동안은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포항 영일만항에 정박한 크루즈 네오 로만티카 호를 보고서야 블라디보스토크에 다시 간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선체 길이만 249미터, 배수량 5만7천 톤, 1천800명의 승객과 600명의 승무원이 탈 수 있는 네오 로만티카 호는 모든 시설이 갖춰진 바다 위 작은 도시였다. 솔직히 이렇게 큰 배를 타 본 적은 없었다.이전까지 동해와 블라디보스토크, 부산과 시모노세키, 여수와 제주도를 잇는 그리 크지 않은 페리를 승선한 경험이 전부니 네오 로만티카 호에 오르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어둠이 내린 영일만항에 닻을 내리고 선내에 불을 환하게 밝힌 네오 로만티카 호의 위용은 대단했지만 “크루즈 중에서는 중간급”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모르게 “그래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큰 배가 있다는 건가.현재 운항 중인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는 로얄 캐리비안 사의 ‘심포니 호’, 선체 길이가 324미터, 배수량 23만 톤이다. 우리가 잘 아는 타이타닉 호의 선체 길이는 270미터였다. 타이타닉이 건조된 건 이미 100년 전이니 그 사이 더 크고 화려한 배를 타고 여행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끊임없이 선박 건조 기술을 발전시킨 셈이다.네오 로만티카 호의 선사는 이탈리아 제노바에 본사를 둔 코스타 사다. 네오 로만티카 호까지 포함해 모두 15척의 크루즈를 운영 중이다. 1854년 문을 연 해운회사니 그 역사가 깊다. 이렇게 오랜 세월 자신의 업을 지킨 회사를 보면 비결이 무얼까 궁금하다. 작은 헌책방을 7년차 겨우겨우 버티며 꾸리고 있는 자영업자의 처지에선 165년은 실감나지 않는 연력이다.부둣가에서 간단한 승선 환영식이 열리는 걸 보곤 배에 올라 카드를 받았다. 객실을 출입하고 신용카드 대신 물건을 구입하거나 음료를 주문할 때 사용할 카드였다. 그리고 배정받은 객실을 찾았다. 11층까지 객실, 공연장, 레스토랑, 사우나, 수영장 등 승객을 위한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객실이 있는 7층에 내리고서도 방을 찾기 위해 긴 복도를 걸어가야 했다. 바다가 보이는 깨끗한 방에 들어서고야 크루즈 승객이라는 실감이 났다. 크기는 작지만 여느 호텔 객실과 다르지 않았다. TV는 물론이고 냉장고, 화장실까지 갖추었다. 항해 중에도 배가 워낙 커선지 흔들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예민한 승객들은 뱃멀미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동안 바다에 떠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편안했다.◇ 포항, 환동해 크루즈 관광의 중심지를 꿈꾸다포항에서 크루즈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유라시아 횡단을 떠나던 날의 설렘이 다시 밀려왔다. 물론 지난 5월에 떠날 때는 지금의 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오토바이 오버랜더(대륙횡단여행자)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과 차림이란 저렴하고 남루한 것이니. 크루즈가 있다 해도 탈 생각은 못했을 테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행기를 제외하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동해항에서 떠나는 페리 밖에 없었다. 적어도 3개월 전에는 예약해야만 오토바이를 선적할 수 있었다. 떠나는 날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오가는 사람과 물량이 적으니 일주일에 한 번 출발했고 그나마도 얼마 전 선사의 사정으로 휴항 중이다. 북한과 땅이 맞닿아 있지만 섬나라나 마찬가지인 우리에게 대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비행기와 배 밖에 없다. 저렴한 비용으로 물류를 이동하기 위해선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어야지만 북한과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 한 기약할 수 없으니 바다를 통하는 것이 최선이다.현재로선 포항이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잇는 유일한 접점이다. 이 접점은 오가는 사람과 물건이 늘어날수록 더 큰 힘을 낼 것이다. 포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여행이 성공을 거두려면 블라디보스토크만이 아니라 금강산, 일본의 삿포로나 니가타를 연결하는 항로를 만들어야 할 테다. 아무리 배 안에서 즐길거리가 많다 해도 항구에 정박해 여행할 수 있는 곳이 한 곳 뿐이라면 크루즈 여행의 매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만약 포항에서 출발해 금강산, 블라디보스토크, 삿포로를 여행하는 일주일 코스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을까. 우리뿐만 아니라 러시아, 일본 관광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포항시가 앞장서 크루즈 시범 운항을 시작한 이유는 미래를 위해 포항을 환동해 거점, 해양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사람과 물류가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시범운항은 큰 디딤돌을 놓은 것이라 생각한다. 출항 전 환영행사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출항을 계기로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환동해 국가와 도시간 교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시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포항시뿐만 아니라 경북도와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유라시아로 향하는 뱃길을 만들고 외연을 넓히는 일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우리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한반도, 거기다 남북으로 분단된 작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건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경제와 문화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해도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건 변하지 않는 현실이고 끊임없이 하늘과 바다에 길을 내어야하는 처지다. 언젠가 통일이 되어 남북도 자유로이 오갈 수 있겠지만 그 전에 모든 가능성을 열고 길을 만들어야 한다. ‘유라시아 역사 기행’(민음사, 2015)의 저자 강인욱 교수(경희대학교 사학과)는 그의 책에서 “한국은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바닷길의 중심이자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출발점”이라며 “자고로 한반도는 이러한 지정학적 조건으로 북방의 이웃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유라시아 역사의 일부를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바닷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책 내용을 일부 옮긴다. 그의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20세기 한국의 문화 역량은 대개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재창조하는 것으로 ‘한반도와 바다’의 교류에 기반한 것이었다. 21세기가 되면서 그 교류의 길은 ‘유라시아 대륙-한반도-바닷길’로 넓어지고 있다. 장차 시베리아 철도가 이어지고 남북의 길이 트인다면 한국은 바다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교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크루즈를 띄운 포항은 이제 ‘교류의 중심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셈이다. 옛 신라의 황금시대는 먼 이민족들과의 교류로 열렸다. 경주와 가까웠던 포항이 그들과 물물교환 하던 항구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는 항상 되풀이 되고 또 진보한다. 평화와 번영은 문을 열고 길을 만들어야 찾을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의 재미… 다양한 볼거리와 편안한 쉼32시간, 포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크루즈를 타고 가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지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흥겨운 이벤트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객실로 배달되어 오는 뉴스레터를 보면 매 시간마다 열리는 이벤트와 공연이 빼곡하게 소개되어 있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심심할 틈이 없다. 여유가 있다면 이런 여행을 마다할 사람이 어딨겠나 싶다.3년 전 유라시아 횡단을 떠나겠다 결심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전까진 블라디보스토크는 한 번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가진 적이 없는 곳이었다. 3년 사이 블라디보스토크는 ‘핫한 여행지’로 떠올랐고, 최근 우리와 일본 사이가 틀어지며 대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래선지 모르겠지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할 때도 돌아올 때도 한국 관광객을 쉽게 거리에서 숙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시아 동쪽 끝자락에 있으되 유럽의 풍경을 가진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가 차량(오토바이든 자동차든)을 이용해 육로로 유럽을 갈 수 있는 유일한 기점이다. 오토바이를 배에 태우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내려 통관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고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블라디보스토크 세관에서 오토바이를 받을 때 여행자(6명이 같은 날 유라시아 횡단 여행을 시작했다)들 모두 “여행하기도 전에 지칠 지경”이라고 푸념했을 정도였으니까. 시작부터 고생이었다. 고생은 여행이 끝나면 항상 부풀려지는 법이지만 많은 유라시아 횡단 여행자들이 집에서 출발해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다시 시동을 걸 때까지가 가장 힘든 기간이었다고 고백했으니, 이건 분명 사실이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두려움과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그렇게 두려움과 긴장감을 안고 도착했던 블라디보스토크를 이렇게 편안하게 크루즈를 타고 다시 여행할 줄은 정말 몰랐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때까지 배 안에서 편안하게 즐기며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몇 개월 전의 고생했던 기억이 눈 녹듯 사라졌으니까.경남 진주에서 ‘소소책방’을 운영하는 조경국은 1974년 태어났다. 대학에선 국제관계학을 공부했고, 몇몇 직장을 옮겨 다니며 기자와 편집기획자로 근무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낯선 도시의 바람과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으며,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필사의 기초’ ‘책 정리하는 법’ 등의 저자다.

2020-01-01

천년의 신라여 다시 일어나 영원하라

천년 왕국 신라의 고도 경주.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이자 세계적 문화유적도시 경주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19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경주가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나는 길에 청신호가 켜지게 된 것이다.경주는 실크로드의 동쪽 시발점이자 고대 동서양 문명교류의 거점도시로서 불교문화와 유교적 전통문화가 함께 발달했다. 8세기경 최고 번성기에 179만호(戶)가 거주하기도 한 경주는 세계 4대 고대도시에 속하기도 했다. 서라벌과 함께 4대 고대도시에 속했던 장안(중국), 콘스탄티노플(동로마), 바그다드(이라크) 등은 이미 국가 주도로 복원사업 등이 활발히 추진돼 세계적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풍부한 문화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경주는 세계적 관광도시 대열에 끼지 못했다.이번에 마련된‘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은 천년 신라궁성인 월성과 황룡사 등 신라 왕경의 중심권역 내에 있는 8대 핵심유적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뒷받침한다. 이번 국회 통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예산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돼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2020년 경자년(更子年) 새해를 맞아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 제정 배경과 과정, 미래상 등에 대해 알아본다.□추진 배경경주는 신라의 천년 왕도이자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 수도이다. 고대사의 비밀을 간직한 수많은 유적과 문화재가 즐비하다. 세계문화유산 2건, 지정문화재 300건을 보유하고 있는 노천 박물관이다. 또 불교문화의 정수, 영남 유림의 거점, 동학의 발상지일 뿐 아니라 고대 실크로드의 동단(東端)이기도 하다.이 같은 경주시가 세월이 바뀌고 관광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함에 따라 지난 박근혜 정권 때인 지난 2014년부터 월성, 황룡사, 월정교를 복원해 천년고도의 모습을 재건하자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8개 복원·정비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전무해 언제든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범위 및 예산경주시는 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찬란했던 신라 천년의 왕경의 모습을 찾기 위해 1971년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 추진해 왔으나 1979년 정권 교체 및 사업여건의 불확실로 중단됐다. 2007년에 와서 문화관광부와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경주역사문화도시조성기본계획’이 수립돼 2006년부터 2035년까지 30개년 4단계로 사업이 계획됐고, 2011년 ‘경주고도보존계획’이 수립돼 차별화된 고도의 계획적 관리를 기준으로 역사적 골격회복·역사·문화·환경 조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목적으로 진행돼왔다.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신라왕경 핵심유적 8개 복원·정비를 위해 2014년 4월 28일 신라왕경 8개 핵심유적에 대해 2025년까지 9천450억 원을 투자해 경주의 정체성 회복과 대표 고도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주요 과제로는 △월성(신라왕궁)복원 2천700억 원 △황룡사복원 2천900억 원 △동궁과 월지복원 630억 원 △월정교 복원 421억 원 △쪽샘지구 발굴정비 1천545억 원 △대형고분 재발굴·정비 273억 원 △신라방리제 발굴·정비 620억 원 △첨성대 주변 발굴·정비 362억 원 등이다.□현재 추진 상황경주시에서는 2014년부터 신라왕경 8대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에 2019년 현재 3천58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책사업으로 꾸준히 추진해 왔다. 월성 신라왕궁 복원 정비사업은 현재 중심 건물터와 서문지, 서성벽 및 남성벽 일부를 발굴 중이다.월성해자 정비·재현 공사는 담수해자로 설계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승인받아 2019년 12월 착수, 정비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동궁과 월지 복원 정비사업은 앞으로 정전, 편전 침전, 회랑 등이 단계적으로 복원될 예정이다.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사찰로 알려진 황룡사 복원·정비사업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현재 황룡사 복원정비 사업의 지속적인 연구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교육·홍보를 위한 황룡사역사문화관을 운영 중에 있다. 향후 새로운 3D 입체 영상물도 제작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황룡사 담장, 남문지, 중문지에 대한 발굴조사를 완료했으며, 중문 복원을 위한 기본설계도 마무리된 상태다.신라방 복원정비 사업은 신라방 조성을 통해 신라의 화려한 주거형태 및 생활상 복원을 위해 복원 대상지 토지매입이 90%로 구체적인 발굴을 위한 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대형고분군 재발굴 전시 사업은 2016년 대릉원 일원 대형고분 발굴·활용 기본 계획을 바탕으로 2018년 발굴조사를 완료해 11월에 문화재청 승인을 받았으며, 2019년 사업을 착수했다.첨성대 주변 발굴 정비사업은 주변 사유지 매입과 발굴조사를 완료했다. 2019년 상반기에 문화재청 승인을 받아 석교 복원 및 주변 수로의 복원·정비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릉원 일원 정비사업은 2018년 8월 천마총 리모델링사업을 준공해 찬란한 유물들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고 바로 다가가도록 디지털 영상기법을 적용해 새로운 모습으로 공개하고 있다.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우리 민족의 역사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이 찬란했던 신라왕도의 골격을 실제로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복원 완료 시점신라왕경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2020년 12월이다.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현재 복원사업 내용을 참고하고 경북도지사와 경주시장의 의견을 들어 5년 단위 종합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이 새로 만들어지게 된다. 새로 만들어질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에 따라 2021년부터 실행돼 2차, 3차 등 5개년 계획이 지속 수립·추진된다. 앞으로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수도 있다.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과 관계전문가의 세밀한 검토를 거쳐 추진해 나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 대상지가 세계유산지구 내에 위치하고 있어 세계유산센터 협의 관련 절차를 철저히 이행해 사업을 진행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신라왕경 복원 후 경주는 어떤 모습일까월성에 신라왕국 중심건물과 동·서·북쪽에 문지와 성벽이 복원되고, 월성 해자가 정비·재현돼 물길이 흐르고, 동궁과 월지·첨성대·계림을 포함한 왕궁경역이 복원 정비되면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큰 볼거리를 제공하게 되고 경주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 도시로서의 위상이 제고될 것이다.또한 황룡사 9층 목탑·금당·회랑 등 황룡사 원래의 모습이 복원돼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호국불교의 성지로서 삼한통일의 기를 어어 받아 남북통일의 염원을 이루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경주시 신라왕경조성과 측은 “신라왕궁에서 월정교를 지나 도당산에서 신라왕도를 조망하고 민족의 영지인 남산을 걸으며 신라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1-01

수직의 땅 위(창수령)에서, 수평의 땅 끝(대진 바닷가)에서 ‘삶의 해답을 찾는 여정’

경북 출신 작가들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발전 과정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그들 시와 소설에 대한 면밀한 탐구와 문학적 배경이 된 도시에 관한 연구는 충분하지 못했다. 중견 문학평론가 이경재가 본지 연재기사를 통해 경북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라 할 수 있는 현진건, 이상화, 이육사, 조지훈, 한흑구, 김동리, 박목월, 권정생, 김주영, 이문열, 김원일, 김원우, 성석제, 김연수 등의 문학적 궤적을 따라가며 빛나는 ‘경북문학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다시 읽다아일랜드의 문인 오스카 와일드(1854~ 1900)는 “예술이 삶을 모방한다기보다 삶이 예술을 모방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유미주의자의 궤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곰곰이 되씹어보면 적지 않은 진실을 담고 있다.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새롭게 조형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처음 출판되었을 때부터 많은 이들에 의해 ‘젊음의 문학’ 혹은 ‘젊음의 소설’로 일컬어졌던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민음사, 1981) 역시도 한동안 예술을 사랑하고 참된 삶의 가치를 고민하는 청춘들에게는 따라 배워야만 할 젊음의 필독서로 인식되었다. 시라고 보아도 무리 없는 유려한 문체 속에 담겨진 그 진지하고 현학적인 분위기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매혹적인 대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설령 ‘젊은 날의 초상’에 바친 이러한 찬사가 과장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결코 이 말을 부정할 수가 없다. 처음 문학에 뜻을 두었던 여드름 투성이의 10대 소년이었던 나에게는 예술을 지망하는 청년의 진정성을 표상하는 작품으로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이 ‘젊은 날의 초상’이기 때문이다.문청(문학청년)으로 이 책을 처음 읽은 후에, 나의 젊음도 ‘젊은 날의 초상’에 나오는 영훈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얼마나 많은 다짐을 했던가? 특히나 폭설이 내리는 창수령을 넘어 동해바다를 향해 가던 영훈의 여로는 문청이라면 의당 다녀와야만 하는 일종의 순례길로 내게는 깊이 각인되었다.그리해서 친구 몇 명과 함께 학기를 마치자마자 떠나서 조우했던 창수령은 내 영혼의 어딘가에서 지금도 폭설을 맞으며 의연하게 서 있다. 이제 그 현학적 분위기와 유려한 미문의 한계도 짚어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눈 내린 창수령을 넘어 푸른 대진 바닷가로 향하는 영훈의 모습은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성장소설인 ‘젊은 날의 초상’은 중편 ‘하구’, ‘기쁜 우리 젊은 날’, ‘그해 겨울’로 이루어진 연작장편소설이다. 이 세 편은 소년기를 벗어나 청년기에 들어서는 삼년 여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하구’가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형이 사업을 하는 강진에 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합격하기까지의 이야기라면, ‘기쁜 우리 젊은 날’은 대학에 입학한 후에 문학과 술과 사랑과 번민으로 시끌벅적한 대학시절의 이야기이다. 시기상 마지막에 해당하는 ‘그해 겨울’은 영훈이 대학을 그만두고 참된 가치를 찾아 방황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은 날의 초상’에서 펼쳐진 3년간의 시간은 이문열의 젊은 시절 약력(검정고시와 서울사대 입학, 그리고 뒤이은 낙향)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세 편의 중편 중에서 경북을 주요한 무대로 한 것은 ‘그해 겨울’이다. 영훈은 “애초부터 잘못 지어진 옷”과 같았던 대학생활이 가져온 피로와 혼란, 그리고 가까운 친구의 죽음으로 자극된 허무와 절망에 내몰려 경상북도 어느 산골의 술집 겸 여관에서 방우(허드레일꾼)로 지낸다. 영훈이 방우 생활을 하던 경북의 산골은 이문열 작가의 형이 운영하던 곳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작가는 ‘귀향을 위한 만가’(작가가 쓴 작가의 고향(조선일보사, 1987)에서 “내 나이 스무 살 때 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역시 여기저기 다니며 고생하시던 큰형님이 고향 장터 거리에다 여관 겸 술집을 여시고 계셨는데, 서울사대를 첫 번째 휴학하고 떠돌던 내가 그리로 돌아간 것이다. 그 여관 겸 술집에 대해서 ‘그해 겨울’에 비교적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영훈은 나름대로 만족함을 느끼며 방우 생활을 하지만, 이내 그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길 위에 선다. 참된 가치를 스스로 찾기 위해서 그리고 모종의 결단을 요구하는 내면의 목소리에 따르기 위해서 대진(경북 영덕군)의 바닷가를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이 여로의 클라이맥스는 700미터 높이의 창수령(蒼水嶺)이다. 수직의 땅 끝에 위치한 창수령에서 영훈은 아름다움의 본질을 감각하고 그에 헌신할 자신의 삶을 예감한다. 이 때 묘사되는 창수령의 모습은 한 편의 시라고 보아도 모자람이 없으며, 한국문학사가 가닿은 가장 아름다운 문장들 중의 하나이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영훈이 넘었던 창수령은 영덕군과 영양군을 연결하는 해발 700m의 고갯길로서, 고대부터 영양, 봉화 등 내륙 주민이 영덕 영해시장과 동해안을 연결해주는 핵심적인 길이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이 고향인 이문열에게 창수령은 무척이나 익숙한 곳이었으며, 그러한 육화된 체험이 있었기에 수십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감동을 주는 명문장을 낳을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때로 목숨을 걸기도 하며 다양한 공간을 횡단하여 바닷가에 도달했을 때, 바다는 영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 허망한 침묵 앞에서, 수평의 땅 끝에 이른 영훈은 “신도 구원하기를 단념하고 떠나버린 우리”를 구원할 그 무엇도 이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역설적으로 그 완전한 침묵은 영훈에게 삶의 의지를 가져다 주고, 끝내는 자신이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갈 힘을 준다.허무와 절망에 대한 철저한 깨달음이 새로운 삶에 연결된다는 이 역설적인 인식은 실존이 본질에 선행(先行)하며 따라서 인간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주어진다는, 그렇기에 백지와도 같은 삶을 채워나가는 것은 무거운 짐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물일 수도 있다는 실존주의에 맞닿아 있다.이러한 깨달음은 갑작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준비를 거쳐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바닷가로 오는 여정에서 만난 친척 누나는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인생의 쓴 잔을 마신 적이 있는데, 고뇌하는 영훈에게 “절망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라는 말을 이미 해주었던 것이다.영훈의 여로에는 배신한 과거의 동지를 죽이기 위해 대진으로 가는 칼갈이 사내가 함께 했다. “나는 죽이러 가고 자넨 죽으러 가는 것”이라는 칼갈이 사내의 말처럼, 영훈과 칼갈이 사내는 일종의 거울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영훈이 바다에서 미래를 채워갈 삶의 의미를 구하고자 했다면, 칼갈이 사내는 바다에서 과거를 구원할 삶의 해원(解寃)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훈이 그 의미를 구할 수 없었던 것처럼, 칼갈이 사내 역시 해원에 실패한다. 그렇기에 둘은 오랫동안 지니고 있던 약병(감상)과 칼(망집)을 함께 바다에 던진다. 완전한 무(無)의 철저한 깨달음을 통해 가능성으로 충만한 현재는 둘 앞에 새롭게 되살아나는 것이다.‘그해 겨울’을 가득 배우는 색채의 이미지도 참으로 아름답다. 창수령을 넘을 때는 삼십년래의 폭설이 내려서 작품이 온통 순백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이 순백의 색채는 고뇌하는 영훈의 배경색으로는 참으로 적당하다. 이외에도 불과 물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서, 이 작품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영훈은 방우로 지낼 때 남포동과 장작불의 빨간 불빛을 보며 큰 영혼의 위로를 받는다. 대진 앞바다의 푸른 빛깔도 생명이라는 절대의 가치를 환기하기에 모자라지 않다. 이러한 불과 물의 이미지는 시련과 정화, 그리고 재생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성장소설로서의 ‘젊은 날의 초상’이 지닌 주제의식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킨다.학창 시절부터 여러 번 읽어온 작품이지만, 이번에 읽으며 새롭게 눈에 띈 사람들과 공간이 있다. 그것은 처음 본 영훈에게 흔쾌히 밥과 술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집이다. 길에서 만나는 “행인은 모두가 나의 좋은 길동무”이고, 잠자리는 밤늦도록 불이 켜진 채 두런거리는 방이나 시골 동장의 집이나 혹은 동방(洞房)이나 4H회관에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심지어 영훈은 자신을 검문한 전투경찰과 한 패가 되어 술추렴을 하고, 전투경찰의 하숙집에서 아침과 해장술까지 대접받을 정도이다.이 따뜻한 마음의 장삼이사들로 인해 영훈의 여로는 속까지 훤히 비치는 고향길을 돌아다니는 것처럼 훈훈하고 편안하다. 이들이야말로 200리에 가까운 영훈의 여로를 채우는 진짜 주인공들이며, 지식으로 가득찬 “창백한 폐병쟁이”보다도 더욱 통렬하게 영훈의 지적 허영을 조소하는 거리의 성자(聖者)들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창수령에는 왕복 2차선으로 잘 포장된 지방도로가 지나가고 있으며, 그 밑으로는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강산은 이토록 빠르게 변할지라도, 그곳의 주인인 성자들의 모습만은 그대로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문학평론가 이경재연재기사의 필자는…1976년 인천에서 태어난 이경재는 서울대학교에서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숭실대학교 국문과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문학과 공간의 연관성 탐구’를 지속하고 있는 그는 ‘단독성의 박물관’ ‘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 등의 책을 썼으며, 제29회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자다.

2020-01-01

‘신공항 건설’로 하늘길 열고 물류·관광 바닷길 개척한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경북도민 여러분.동해의 일출과 더불어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둠을 헤치고 세상을 비추는 태양처럼 밝고 환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변해야 산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없이 되뇌며 달려온 2019년이었습니다. 환골탈태의 각오로 공직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었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도약의 주춧돌을 놓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국비 4조4천664억원 확보, 신라왕경 특별법과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등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포항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구미 상생형 일자리와 스마트산단,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등의 대형국책 사업도 유치했습니다. 대구·경북의 숙원이었던 통합신공항 이전 절차도 확정해 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도민 여러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2020년은 그동안 추진해온 변화와 혁신을 성장으로 이끌어내야 할 중요한 해입니다. 성장, 민생, 동행에 초점을 두고 청년일자리 창출과 저출생 극복, 주력산업 구조전환과 관광산업 활성화에 집중해 행복경제, 미래경북의 큰 틀을 완성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경북의 하늘길을 여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신공항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영일만항은 환동해 거점항으로 만들어 물류와 관광의 바닷길을 열겠습니다.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겠습니다.일자리 만들기도 청년, 4050, 고졸 취업자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1조원의 금융자금을 지원하겠습니다.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한 10대 예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출생과 보육만큼은 경북이 나서서 책임지고 지원하겠습니다. 도로·철도 사업의 새로운 기획을 통해 국가계획에 반영시키는데 집중하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응해 공익형 직불금과 농어촌진흥기금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한편으로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변화할 시기를 놓치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도태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역의 진정한 변화와 성장은 대구와의 통합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인구는 줄어들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서 하나처럼 운영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문화·관광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신공항과 영일만항으로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행정통합까지 나아가는, 하나된 대구·경북의 로드맵을 그려가고자 합니다.존경하는 도민 여러분.2020년은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비롯해서 새마을운동 50주년, 6·25전쟁 70주년, 101회 전국체전 등의 대규모 행사가 우리 경상북도에서 개최됩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경북 재도약의 전환점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저를 비롯한 경상북도 모든 공직자들은 푸른 새바람으로 좋은 일들을 많이 만들겠다는 녹풍다경(綠風多慶)의 자세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도약과 영광의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경자년(庚子年) 한 해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0-01-01

친환경첨단산업 토양 다지고두류신청사 시대 만반의 준비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더욱 건강하시고, 소원 성취하시기 바랍니다.올해는 지난 1960년 2월 28일 독재정권에 집단항거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운동인 2.28 민주운동이 60주년이 되는 해이자 1907년부터 1908년 사이에 국채를 국민들의 모금으로 갚기 위하여 전개된 국권회복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의 기념일인 2월 21일을 시민의 날로 선포하는 첫해입니다. 또한 6·25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자 새마을운동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이 역사적인 해를 맞이하면서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과 자랑스러운 대구·경북 공동체를 우리에게 물려주신 선열들께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올 한해 저를 비롯한 대구시청 모든 공직자들은 시민의 삶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막중한 소명감을 가지고, 중단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대구의 희망찬 미래를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와 자세로 일하겠습니다.올해는 새로운 대구 건설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소중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대구시는 그동안 전통산업과 뿌리산업 위주였던 산업체질을 친환경 첨단산업으로 개선하고 물, 미래형자동차, 의료, 로봇, 스마트시티로 대표되는 5+1 미래 신성장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켜서 대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국내 유일의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9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고 한국물기술인증원이 11월에 개소해 입주 물기업에 대한 전주기 원스톱지원체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됐으며, 테크노폴리스 진입도로와 수성알파시티에서 자율주행 실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는 지난 7월 스마트웰니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많은 의료 기업이 규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신사업에 진출하고 161개의 로봇기업이 입주해 대구가 로봇산업의 중심도시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전환기를 맞았습니다.물류 혁신의 아이콘 쿠팡 등 10개 기업이 대구에 둥지를 트면서 3천842억 원의 투자와 2천400여 명의 고용을 이끌어 냈고, 이래에이엠에스(AMS)의 미래형 일자리 노사정 상생협약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는 등 활발한 기업 유치로 좋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시민이 시장이 되어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한 대구시청 두류신청사 시대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오는 1월 21일 최종후보지가 결정될 통합신공항 건설과 이전터 개발의 청사진도 멋지게 만들겠습니다.2·28 민주운동 60주년 기념행사와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 조성 등 대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정신을 시민들과 함께 계승하고 세계화하는데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고 ‘2020 대구 경북 방문의 해’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걸음도 성큼 내딛도록 하겠습니다.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2020년 새로운 대구건설을 위한 역사적 도전에 시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새해 시민 여러분 모두의 가정과 일터에 만복이 깃드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0-01-01

‘특구도시’ 날개 단 포항… 4차 산업혁명시대 신성장동력으로

시승격 후 70년 동안 포항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고, 경쟁력 있는 도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현재 많은 지방 도시들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합계출산율 1.0 선이 무너지며 지방소멸 위험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른 지방들과 마찬가지로 포항시도 주력산업 정체, 인구감소, 도심공동화 등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포항이 각종 국가 특구 지정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다. 이에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변화를 맞아 미래 산업 선도도시로서 포항의 특구지정 현황과 미래전략을 살펴본다.□ 미래 성장 동력의 새로운 날개, ‘포항국가전략특구’‘포항국가전략특구’는 최근 국가로부터 지정된 바이오 에너지 나노를 중심으로 미래형 먹거리산업을 이끌어갈 ‘강소연구개발특구’를 필두로, 이차전지 신소재 등 부품소재 산업 고도화에 앞장설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와 포스코에서 추진 중인 ‘포항 벤처밸리’ 조성 사업을 함께 묶어 구성돼 있다.이들 국가전략특구는 각 특구 분야별 특화분야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특구별 신성장산업 발굴과 육성, 성과를 극대화해 혁신성장과 민간 활력을 높이고자 함이 목적이다. 특히, 지난 8월 22일에는 특구별 관련사업 육성정책 수립, 지역 내 다양한 유관기관 협력 및 투자기관의 지원을 받는 플랫폼 구축을 위해 ‘포항 국가전략특구추진단’이 발대식 및 비전선포식을 가지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국가전략특구추진단’을 통해 전도유망한 예비창업자와 인재가 스스로 정착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 조성으로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이 발굴 육성되고, 그들이 성장해 신성장산업 육성은 물론 우수한 기업을 키워 낼 수 있는 선순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소연구개발특구지난 2019년 6월 19일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주목받는 ‘포항 강소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됐다. 강소특구는 기존의 대형화된 연구개발(R&D)특구를 보완하기 위해 2017년 12월 정부에서 발표된 새로운 연구개발특구 모델이다. 국내 최고의 연구개발과 기술상용화 역량을 보유한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기술핵심기관으로, 이들로부터 3㎞ 내에 기술 사업화와 생산시설이 입주할 수 있는 포항테크노파크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를 배후공간으로 지정하고, 바이오, 나노, 에너지 등 첨단 신소재와 인공지능(AI) 분야를 특화산업으로 선정했으며,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 극복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포항시는 특구 내 연구소기업과 첨단기술기업, 공공연구기관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R&D사업화를 지원하고, 연구소기업과 첨단기술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혜택과 함께, 핵심기관으로 구성된 ‘강소특구지원단’을 구성하는 등 성공적인 특구운영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산업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포항이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신산업 육성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으며, 지역의 핵심 산업 거점으로 육성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포항시는 지난 7월 23일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산업단지 2개 구역(약 17만평)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 특구에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전기차 등에 사용된 이차전지를 재사용 재활용하는 사업이며, 이차전지 생산 및 리사이클링 기술, 설비를 갖춘 혁신기업인 에코프로GEM, GS건설 등 중 대기업들이 특구사업자로 참여한다.배터리 리사이클링이 가능해지면 핵심원재료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며, 제2의 반도체라 불릴 만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시장에서 포항이 미래 이차전지 기술개발 혁신도시로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특구지정을 발판삼아 포항시는 단기적으로 이차전지 소재산업 종합클러스터인 ‘가속기 기반 배터리파크(ABC-M : Accelerator Based Cluster for Material)’를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산업 국가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포항은 4년간 1천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기업 투자유치 활성화는 물론 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설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 벤처밸리미래의 성장을 견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혁신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창업자들이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는 문화 확산에 있다.이에 포항시는 포스코와의 연계를 통해 ‘포항 벤처밸리’ 조성으로 포항의 우수한 인프라와 기술사업화 역량을 활용한 과학기술 R&D산업화, 벤처창업까지 모두 연동되는 지역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특히, 지역 내 창업 여건이 녹록치 않은 점을 감안해 포스텍 동문기업 연구소를 집중 유치하고, 우수한 벤처를 발굴 육성해 글로벌화 후 포항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가는 한편 포항지역 내 벤처기업 협의체 구성과 벤처 지원을 위한 1조원 펀드 조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9월 19일 지역벤처기업, 창업보육기관 및 지자체 간의 유기적인 소통을 위한 ‘벤처밸리 기업협의회’를 발족했으며, 벤처기업 운영에 필요한 안건을 주기적으로 논의하고 맞춤형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등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이러한 ‘포항 벤처밸리’ 조성으로 벤처기업의 가치와 세계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일만 관광특구경북도가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촉진 등을 위해 포항시 영일만 일대를 지난 2019년 8월 11일 관광특구로 지정한 것 또한 주목할 만 하다. 영일만 관광특구는 포항시 환호동에서 송도동을 잇는 약 2.41㎢(약 73만평)로 우리나라 관광특구로는 33번째다. 영일만 일대는 환호공원, 영일대해수욕장, 중앙상가 영일만친구 야시장, 죽도시장, 포항운하, 송도솔밭 도시숲 등 여러 관광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포항의 관광메카로, 연간 11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특히 영일만관광특구는 경상북도 내 유일한 도심 속의 바다를 끼고 있는 관광특구라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이에 경북도와 포항시는 관광특구 지정과 함께 국·도비와 민자유치를 포함 7천497억을 2023년까지 투자해 관광코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특구지정으로 탄력받을 사업도 꽤 많다. 우선적으로 포스코 야경과 국제불빛축제,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싱싱한 포항물회와 호미곶 해안선이 내려다보이는 ‘영일대 해수욕장’ 일대는 우수한 해양관광 자원을 품고 있어 이번 지정으로 포항관광의 브랜딩 효과 및 대외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관광트렌드에 부합하는 관광명소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이 외에도 △해상케이블카 설치 및 컨벤션 유치 △특급호텔 및 워터파크 등 오션테마랜드 유치 △환호 메이커스 사업 △구도심권(중앙동일원) 도시재생사업 △옛 포항역 부지 도시개발사업 △송도(동빈내항) 재개발 △포항운하 개발 본격추진 △영일만대교 △국지도 20호선 명품교량 연계 복합개발 △형산강과 바다를 잇는 수변공간 조성사업 등이 영일만 관광특구 지정으로 날개를 달 것으로 분석된다.이철우 경상북도 지사는 “이번 관광특구 지정을 계기로 포항지역에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지역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20-01-01

포항 ‘배터리 산업생태계’ 조성… 대구·경북의 미래 이끈다

‘새 먹거리를 찾아라.’산업혁명이 거듭되는데서 알수 있듯 시대를 주도하는 먹거리도 변하기 마련이다. 대구·경북도 그동안 지역을 먹여 살려온 전통의 철강과 전자산업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친 상태다. 성장동력을 끌어내는 지난한 작업이기도 하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3차례로 나눠 점검해 본다. 철강도시 포항을 거점으로 추진하는 배터리 산업편이다.글 싣는 순서1. 배터리 산업2. 스마트 산단3. 바이오 산업포항은 철강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에서 변신을 꾀해야 한다는 오랜 숙제를 안고 있다. ‘2018 경북도 및 포항시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포항시민들도 포항이 첨단산업도시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산업에 목말라 있던 포항은 올해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기회를 잡았다.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라 불릴 만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는 분야다. 특히, 포항은 RD(연구·개발)기관인 포항가속기연구소, 포스텍이차전지연구소가 있어 배터리 리사이클 산업을 선도하기에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지정포항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계획으로 전국 10개의 1차 협의대상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7월 24일 최종 확정됐다. 포항 영일만1산단과 블루밸리산단 두 지역(약 17만평)은 오는 2023년까지 7개의 실증특례, 1개의 메뉴판식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사업에 참여하는 6개 특구사업자는 재정 및 각종 세제지원, 부담금 감면, 연구개발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규제자유특구란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샌드박스 등 규제 특례와 지자체·정부 투자계획을 담은 특구계획에 따라 지정된 구역을 말한다.포항시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대한민국 최고의 배터리산업 선도도시로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은 이차전지 핵심기업인 에코프로와 음극재 공장건립을 추진 중인 포스코케미칼 등의 관련 기업이 모여 있고, 우수한 전문연구인력을 가진 포스텍과 배터리 소재 RD 기관인 방사광가속기연구소, RIST 이차전지소재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최고의 차세대 배터리산업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면서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은 폐(廢)배터리를 분해한 다음 순수 자원(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으로 다시 쓰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우수한 미래산업이다”라고 설명했다.포항시는 앞으로 혁신 인프라와 지리적 강점을 바탕으로 배터리 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앞으로 조성될 ‘가속기 기반 차세대 배터리파크’와 연계해 기업의 신규투자 및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지원함으로써 포항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도 정립할 계획이다.△배터리 관련 기업 포항 러시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산단은 포항지역 주력 산업인 철강산업 불황으로 공장용지를 분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3년 동안 분양률이 1%대에 머물렀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지난해 12월 17일 포항시는 국내 유일의 전기버스 배터리팩 생산기업인 (주)피엠그로우, 이차전지 음극재용 음극활물질 생산기업인 (주)뉴테크엘아이비와 200억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피엠그로우는 오는 2021년까지 70억원을 투자해 블루밸리임대전용 산업단지 내 9천900㎡의 부지에 전기차 배터리팩 생산 공장 및 리유즈리사이클 RD센터를 건립하는 데 합의했다. 뉴테크엘아이비도 오는 2021년까지 약 130억원을 투자해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내 4천188㎡ 부지에 이차전지 음극재용 음극활물질 생산 공장을 신설하기로 약속했다.특히, 피엠그로우가 신설하기로 한 전기차 배터리팩 생산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03.GW(버스 1천200대 규모 배터리)급 전기차 배터리팩 제조가 가능해져 전기차 생산벨트 구축에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피엠그로우는 이차전지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배터리팩을 주력제품으로 개발·상용화에 성공해 국내는 물론 중국의 대규모 전기버스 제조회사에 수출하는 한편, 전력관리 통합솔루션인 EMS(에너지관리시스템)·PMS(전력관리시스템)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확보한 유망기업이다. 뉴테크엘아이비는 흑연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10배 이상인 실리콘을 활용해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증가시키고, 소형화할 수 있는 이차전지 음극재용 음극활물질을 연구·개발(RD)하기 위해 설립됐다.이보다 앞서 경북도와 포항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체재를 갖춘 포스코케미칼과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초 착공을 목표로 오는 2021년까지 2천500억원을 투자,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내 7만8천㎡(2만3천평)의 부지에 음극재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포스코케미칼은 기존의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과 함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설비 구축을 통해 국내외 주요 전지회사에 공급하고, 인조흑연계 음극재를 국산화함으로써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이차전지 시장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 그룹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화학 및 탄소소재 전문기업인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4월 이차전지 소재사업 강화를 위해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양극재 회사인 포스코ESM을 합병, 포스코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하고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의 통합을 통한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해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지역 산·학·연·관 배터리 산업으로 하나 되다산업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 눈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와 함께 배터리산업은 산업의 심장으로 비유될 정도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서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드론·첨단로봇·사물인터넷(IoT) 등 주요 기기들이 배터리가 기본적인 전제로 충분한 역할을 해줘야 가능한 만큼, 모든 사물이 배터리와 연결되는 BoT(Battery of Things·사물배터리) 시대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포항시를 비롯해 에코프로GEM, 포스코케미칼, 포항공대, 한동대, 포항대, 제철공업고등학교, 흥해공업고등학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경북테크노파크. 포항테크노파크, 나노융합기술원,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포항지역 산·학·연·관 13개 기관은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전부터 ‘차세대 배터리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갖는 등 배터리 혁신산업을 선도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협약을 통해 배터리 관련 핵심기업 유치 및 신규 일자리 기반 구축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협력하기로 다짐하고 힘을 합쳐왔다.포항지역은 방사광가속기와 포항테크노파크(포항TP) 포항산업기술연구원(RIST) 등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상당하다. 에코프로와 포스코케미칼 등 세계적 배터리 기업이 영일만산단에 각각 공장을 설립하는 등 인프라 투자에 나선 상태다. 더욱이 포스코그룹이 차세대 이차전지를 개발, 글로벌 시장 선도를 목표로 배터리 소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차전기 연구센터를 개소했다. 포스코 이차전지 연구센터는 전기차 주행거리 증대를 위한 고용량의 양극·음극재 제품 개발과 배터리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지소재 신공정 기술 개발, 차세대 전지를 위한 핵심소재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한다.포항시는 △이차전지에 대한 연구개발 △이차전지 소재 부품 생산 △배터리 완성품 생산 △전기차 생산 플랫폼 등 배터리 혁신산업의 전 주기적 체계를 형성하고자 국내 배터리 3대 제조사인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관련 앵커기업을 유치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포항시 관계자는 “가속기의 분석 능력을 기반으로 미래형 차세대 배터리 첨단소재 개발, 기존 배터리 성능 및 안정성 혁신 등을 통한 미래 핵심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대학 및 고등학교, 연구소, 기업, 행정의 공동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내 배터리 혁신 산업인력을 양성, 배터리 산업생태계 조성에 활력을 더하고 포항형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2020-01-01

‘열기꽃 필 무렵’ 동해바다에는 뜻밖의 선물이 우리를 기다린다

겨울 바다가 풍성한 낚시터가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어종, ‘겨울 바다의 불꽃’이라고 불리는 열기 덕분이다. 열기는 쏨뱅이과 양볼락과의 물고기로 정식 명칭은 ‘불볼락’이다. 전체적으로 불그스름한 빛깔을 띠기 때문에 불볼락이라는 학명이 붙은 것인데 어째서 ‘열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아마도 ‘불’이라는 단어의 기의 때문일 것이다. 아니다. 한겨울에도 낚시인들의 가슴을 달아오르게 하는 화끈한 물고기인 까닭인 지도 모른다.열기 낚시는 오직 겨울에만 한다. 수직으로 줄을 내리는 외줄낚시인 점에서 우럭 어초침선 낚시, 농어나 민어 외수질 낚시와 방법이 유사하나 결정적인 차이는 바늘의 개수에 있다. 열기 낚시는 무거운 추에다가 ‘카드 채비’라고 하는 줄줄이 바늘을 달아 사용한다. 보통 여섯 개에서 열 개 정도를 쓰는데, 베테랑 조사들은 열다섯 개, 스무 개짜리 채비를 쓴다. 바늘에는 크릴새우나 오징어를 끼운다. 간혹 생미끼와 함께 루어의 일종인 ‘웜’을 달아서 낚시하기도 한다.열기가 머무는 곳이 주로 수심 30m 이상의 깊은 바다이기 때문에 80호(300g)짜리 봉돌을 사용하며, 채비 내리고 올리기와 수심층 파악에 용이한 전동릴이 유리하다. 바늘 열 개에 열기가 모두 걸려 줄줄이 사탕처럼 올라올 때, 낚시꾼들은 “열기꽃이 피었다”고 외친다. 열기꽃은 겨울 바다의 동백인 셈이다.12월 말, 찬바람이 부는 경주 감포의 한 항구에서 일행과 함께 새벽 낚싯배에 올랐다. 배에는 나처럼 열기꽃을 잔뜩 따려는 낚시꾼들이 대여섯 명 더 있었다. 추위를 피해 선실에 도란도란 모여앉아 누군가는 졸고 또 누군가는 열기 낚시 무용담을 늘어놓는 사이 포인트에 도착했다. 열기도 우럭처럼 어초 주변에 모인다. 선장은 인공 어초와 자연초를 오가면서 열기를 공략할 것이라고 한다.수심 50m권으로 첫 채비를 내렸다. 채비가 바닥에 닿은 후 2~3m 정도 채비를 띄워야 바닥 걸림을 피할 수 있다. 그러다가 입질이 없다 싶으면 채비를 조금씩 내리면 된다.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세기(細技)’에서 베테랑과 초보의 조과 차이가 확연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줄 관리다. 바늘 여러 개가 달린 채비를 사용하다보니 이리 엉키고 저리 엉키는 일이 다반사다.엉킨 바늘을 풀고 채비를 다시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옆 낚시꾼은 아이스박스를 가득 채운다. 줄 관리를 잘 못하면 내 낚시도 망치지만 옆 사람과 줄이 엉켜 다른 사람의 낚시에도 피해를 입힌다. 열기 낚시는 첫째도 줄 관리, 둘째도 줄 관리다. 선장이 내리라고 할 때 채비를 내리고, 올리라고 할 때 올리는 ‘명령 수행 능력’ 또한 요구된다.배가 어초 위를 지나는 순간 뱃머리 쪽에 자리 잡은 꾼의 낚싯대가 초릿대를 까딱거리기 시작한다. 입질이 온 것이다. 이제 앞에서부터 차례로 다른 꾼들에게도 입질이 올 것이다. 열기 낚시의 성패는 “열기를 태우느냐 태우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입질이 온다고 해서 바로 감아올리면 열 개의 바늘 중에 한 마리만 걸려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열기는 호기심이 왕성한 물고기라서 한 녀석이 바늘을 물고 있는 걸 보면 나머지 무리들도 따라 나와 바늘을 무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낚싯대가 아래로 쿡쿡 처박을 때 릴을 한 바퀴 정도만 감아 들이고, 또 입질이 올 때 한 바퀴, 또 한 바퀴, 이렇게 하면 낚싯줄의 장력이 팽팽하게 유지되면서 먼저 바늘을 물고 있던 열기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주렁주렁 매달려 다른 열기들을 끊임없이 불러 모으게 된다. 낚싯줄에다가 충분히 “열기를 태웠다”고 판단되면 그때 전동릴을 감아올린다. 검푸른 겨울 바다, 수면 아래서 붉은 꽃잎들이 피어오르는 순간 누군가 외친다. “열기꽃이 피었다!”줄줄이 피어 올라오는 겨울 바다의 동백꽃을 바라보며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얼른 바늘에서 열기를 떼어내고 빈 바늘에 미끼를 달아 다시 채비를 내려야 한다. 열기 낚시는 손이 굉장히 바쁜 낚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조과를 장담할 수가 없다. 내리고 올리고 떼고 달고 풀고 하는 일련의 과제들을 그때 그때 착실하게 수행해야만 쿨러를 가득 채울 수 있다. 나는 열기를 가득 태우지는 못해도 서너 마리씩 꾸준하게 잡아 올리며 어느새 쿨러를 꽤 채워 나가고 있었다.동해 남부권에서 열기 낚시를 하다보면 뜻밖의 손님 고기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가장 흔하게 만나는 녀석은 쏨뱅이다. 얼마나 맛있으면 ‘매운탕의 황제’라고 불리는 귀한 고기다. 열기 네댓 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올 때 쏨뱅이도 한두 마리 함께 올라오는 경우가 잦다. 간혹 우럭이나 볼락이 걸려 올라오기도 한다. 다 맛있는 생선들이다. 감성돔 낚시꾼들에게 홀대받는 황놀래기가 잡힐 때도 있다. 이 황놀래기는 칼집을 내 구워 먹으면 옥돔 못지않게 맛이 뛰어나다. 다양한 손님 고기와의 만남은 생미끼 낚시가 지닌 매력이다.그런데 이날 낚시에서는 그야말로 귀빈과 조우할 수 있었다. 입질의 형태가 열기와는 다른 데다가 초릿대를 우악스럽게 잡아당기는 힘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물 위로 꺼내 보니 30㎝가 조금 안 되는 돌돔이었다. 돌돔이 어떤 물고기인가? ‘바다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최고의 낚시 대상어이자 맛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횟감의 제왕이다. 비록 ‘뺀찌’(작은 돌돔을 칭하는 낚시꾼 방언)였지만, 뜻밖의 횡재에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함께 낚시한 일행은 귀한 말쥐치를 한 번에 두 마리나 낚아 올리는 쾌거를 거두었다. 말쥐치는 제주권 찌낚시나 외줄낚시, 루어 낚시의 일종인 러버지깅에서나 가끔씩 볼 수 있는 고기인데, 동해권에서 30㎝급의 대물 쥐치 두 마리가 낚싯대 한 대에 걸려 올라오는 일은 정말 보기 드물다. 쿨러를 가득 채운 열기와 함께 돌돔과 말쥐치까지 획득한 우리는 쾌재를 부르며 입항했다.중국의 대문호인 루쉰의 산문에 ‘조화석습(朝華夕拾)’이라는 말이 있는데, 직역하면 “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다”는 의미다. 아침에 바다에 가득 핀 열기꽃을 따 담았는데, 진정한 꽃 줍기는 저녁에 시작된다. 열기 요리의 향연이 펼쳐진 것이다. 열기는 어떻게 요리해도 다 맛있는 생선이다. 회를 치면 특유의 차친 식감과 단맛이 일품이고, 구이는 그 어떤 생선도 감히 비길 수 없는 고소한 맛이다. 매운탕을 끓이면 얼큰하면서 풍미 깊은 국물과 함께 촉촉하고 담백한 생선살을 맛볼 수 있다.일행들과 함께 아침 꽃을 저녁에 주우며, 아니 열기꽃을 저녁에 먹으며 불콰하게 취하는 동안 밤이 밀물로 밀려왔다. 동짓날이 막 지난 겨울밤은 왠지 짧아진 느낌, 아침이 어느새 머리맡에 와 있었다. 까치 소리에 반갑게 깨어 펜션 마당을 산책하는데, 담벼락 위로 고개를 내민 동백나무에 어제의 열기꽃보다는 작고 수줍게 동백꽃 몇 송이가 눈망울을 밝히고 있었다. 낚시꾼은 한 계절을 먼저 사는 사람들이다. 차가운 겨울바다에서 봄을 예감하며, 쿨러를 가득 채운 조과에 벌써 마음에는 동백, 홍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벚꽃, 라일락이 만발했다.길고 지루한 겨울을 즐겁게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낚시를 하는 것이다. 겨울 바다가 쏘아 올리는 아침 태양을 바라볼 때, 태양의 열기가 눈시울과 가슴으로 옮겨 와 ‘살아있다’는 자각에 저절로 뭉클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열기’를 품에 안고 ‘열기’를 줄줄이 낚아 올리면, 낚싯줄에 매달려 나부끼는 열기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되어 마음의 근심과 슬픔, 권태를 모두 닦아줄 것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열기꽃 필 무렵’,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저 붉고 아름다운 열기꽃을 따러 가자. 끝/이병철(시인)

2019-12-29

포항지진 촉발지진으로 결론… 대구 신청사는 달서구로

2019년 기해년(己亥年) 대구·경북에서는 다양한 이슈가 쏟아져 나왔다. 대구시의 100년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읍지인 대구시 신청사 최종이전지 선정을 놓고 대구지역 4개 구·군이 각축을 벌였고, 포항에서는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 운영과 관련해 포항시의원 주민소환 투표가 대구·경북 최초로 열리기도 했다. 독도에서 119구조헬기가 추락하며 국민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고, 촉발지진으로 규명된 포항지진은 특별법 제정이라는 또다른 과제를 넘어서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본지는 기해년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대구·경북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대구시 신청사 두류정수장 터로대구시 신청사는 중구 동인동에 건립된 현 청사가 시설이 낡고 공간이 비좁다는 지적이 나오며 지난 2004년 처음으로 건립 논의가 제기됐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입지 선정의 어려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되다 15년 만인 지난 4월 대구시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본격화됐다. 신청사 건립 입지 후보로는 중구와 북구, 달서구, 달성군 등 4개 구·군이 출사표를 냈다. 공론화위는 신청사 입지 선정을 시민참여단의 공론민주주의 방식으로 결정키로 하고 지난 20일부터 2박3일 시민 252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참여한 가운데 합숙평가를 진행한 끝에 달서구 두류정수장 터를 이전지로 결정했다. 대구 신청사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준공될 예정이다.◇포항지진특별법 국회통과 앞둬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발생 초기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포항지열발전소의 영향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이에 지진 발생 4개월여 만인 2018년 3월 민·관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을 발족시키고 심층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1년간의 조사 끝에 정부조사단은 포항지진을 인위적 요소와 자연적 요소가 결합한 ‘촉발지진’으로 결론냈다. 이번 발표를 통해 포항은 ‘지진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게 됐다. 포항시와 지역사회는 곧바로 ‘포항지진특별법’제정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지만 여야가 끊임없는 정쟁을 벌이며 현재까지도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통합신공항 이전 절차 순항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2016년 7월 정부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본격 시작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신공항이 미래 대구·경북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최우선 과제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전 후보지는 단독후보지인 군위군 우보면 일대와 공동후보지인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일대 2곳으로 선정됐다. 통합신공항의 장래 항공수요는 개항시점인 2026년 490만 명을 시작으로 2050년에는 9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며 대구·경북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전세계와 직접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년 1월 21일 이전후보지 2곳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 이전지가 결정된다.◇구미형일자리사업 구체화‘노사 상생형’일자리 창출 모델은 지역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기업, 근로자, 주민 등 경제주체들이 서로 근로여건, 투자계획, 복리후생, 생산성 향상 등에 대해 합의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이다. 이중 ‘구미형일자리’사업은 지난 6월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의한 ‘광주형일자리’에 이어 국내 두번째로 구체화됐다. 경북도·구미시는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공장 신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구미형일자리 사업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LG화학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구미국가산업5단지 내 부지 6만여㎡에 5천억원을 투자해 연간 이차전지 양극재 6만t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해 주요 소재 품목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1천여명에 달하는 고용인력을 창출한다.◇포항 영일만항 인입철도 준공북방교류협력의 거점항만으로 떠오르고 있는 포항 영일만항은 산업철도 부재로 인해 내륙지역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지난 18일 영일만항 인입철도가 건설 6년 만에 개통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영일만항 인입철도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KTX포항역에서 포항영일만항까지 이어지는 11.3㎞의 단선철로로 지난 2013년 11월 착공에 들어 간 후 지난해 완공 예정이었으나 포항지진 등으로 사업추진이 잠시 주춤했고, 합동조사 및 안전성 검증을 거쳐 지난 8월 공사를 마쳤다. 지난달 화물열차로 영업시운전 등 최종점검까지 모두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경북도와 포항시 등은 영일만항이 인입철도 개통으로 오는 2036년 일반화물 35만3천t 규모의 화물을 열차에 실어 운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태풍 ‘미탁’ 영덕·울진에 물폭탄지난 10월 초 한반도로 북상한 제18호 태풍 ‘미탁’은 울진, 영덕, 경주, 포항 등 경북 동해안지역을 집중 강타했다. 미탁은 울진에 최대 582.8㎜의 폭우가 내리는 등 2∼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경북지역에만 1천40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입혔고 사망자 9명, 부상자 5명 등 인명피해도 냈다. 행정안전부는 울진, 영덕, 삼척 등 3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 주민 대상으로 생계구호를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공공요금 감면, 예비군 훈련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경북도도 빠른 피해복구를 위해 재해복구비로 6천428억원을 책정하고 가장 피해가 큰 울진에 3천596억원, 영덕에 1천754억원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독도 119구조헬기 추락 7명 사망지난 10월 31일 오후 11시 26분께 ‘우리 땅’ 동쪽 끝 독도에서 이륙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HL-9619호 헬기가 인근 200∼300m 지점에서 해상으로 추락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헬기에는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선원과 보호자 각 1명, 소방대원 5명 등 모두 7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색당국은 사고 직후부터 독도 해역에 해경·해군 함선을 1일 2∼49척 가량 투입하며 39일간 수색을 펼쳤다. 소방대원 3명과 선원 1명의 시신은 발견했으나 나머지 3명은 끝내 발견하지 못한 채 수색이 마무리됐다. 사고를 계기로 울릉도·독도 응급환자를 신속 치료·이송할 수 있는 획기적 의료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경북도 소방본부는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헬기 상시배치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으며 인력수급, 예산확보 등이 문제 해결이 관건으로 꼽혔다.◇상주∼영천고속도로 연쇄추돌사고지난 12월 14일 오전 4시 44분께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행선 영천방면 26km 지점에서 차량 21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또 6∼7대의 차에 불이 나 소방당국이 2시간여 만에 진압했다. 같은날 오전 5시 27분께는 1차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5㎞ 떨어진 하행선 상주방면 30.8㎞ 지점에서 블랙 아이스(Black Ice)로 인해 차량 22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새벽에 내린 비로 노면에 블랙아이스가 생겨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블랙아이스란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녹았던 눈이나 비가 얇은 빙판으로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는 결빙 취약구간에 바닥열선을 설치하거나 도로에 작은 홈을 파는 ‘그루빙’을 설치하는 등 도로 살얼음 후속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포스코 8 to 5 근무제 긍정 반응포스코 노사는 지난 9월 9일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과시키면서 근무시간을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에서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에 지난 11월 18일부터 포스코 전체 직원 1만7천500여명 가운데 교대근무자 6천500여명을 제외한 1만1천명은 1시간 일찍 출근해 1시간 늦게 퇴근하는 삶을 살게 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포스코ICT 등 포스코와 업무적으로 연관이 큰 그룹사나 협력사도 사전 준비를 거쳐 포스코와 동시에 ‘8 to 5근무제’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워라밸’문화에 발맞춰 1시간 이른 출퇴근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이는 경영이념으로 ‘기업 시민’을 강조하며 임직원이 행복하고 보람이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생각도 반영됐다. 운영 1개월 여가 지난 현재 대다수 직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고 있다.◇포항 시의원 주민소환 결국 무산포항시 남구 오천읍 주민들로 구성된 ‘오천읍SRF반대 어머니회’는 지난 9월 30일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 자유한국당 소속 이나겸·박정호 포항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 투표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부를 냈다. 어머니회 측은 “주민들이 혐오시설인 포항 SRF 운영을 반대하는데도 두 시의원이 무시한 채 포항시의 입장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주민소환제 청구는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 선거구 유권자 20%가 서명하면 가능하다. 오천읍 유권자수는 4만3천463명이므로, 유효서명인이 8천693명을 넘으면 다음 단계가 진행된다. 이들이 선관위에 접수한 청구인 수는 이나겸 의원 1만1천223명, 박정호 의원이 1만1천193명으로 주민소환투표 청구요건을 충족했다. 대구·경북 최초의 기초의원 주민소환 본투표가 18일 진행됐다. 하지만 사전투표와 거소투표를 포함한 투표율이 21.75%(9천577표)로 개표 요건인 33.33%(1만4천661표)를 넘기지 못하며 무위에 그쳤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소모적인 갈등 해소와 화합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머니회 측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박동혁기자phil@kbmaeil.com

2019-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