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 숲 속 거미줄에이슬이 걸려있다다들 눈부셔라, 눈부셔라 하지만이슬이 마를 동안눈먼 먹이감도 걸리지 않을다 드러나 버린 거미줄안개 낀 삶의 막막함에, 때로는밥보다 시가 더 필요한 날도 있겠지만허공의 어둠을 훑어 이슬을 낚으면틀림없이 배가 고프다이슬을 낚는 거미는 배가 고프다라고 토로하는 시인의 마음속에는 삶의 무게를 절감하는 아픔이 스며있다. 안개 낀 삶의 막막함 때문에 이슬 맺힌 아침 산책길에 나선다. 우리는 때때로 이러한 막막함 때문에 먼데를 보기도 하고 해 저문 강둑에 나서기도 하고 깊이 담배를 빨아당길 때도 있다. 이것이 인생이 아닐까.시인
2011-06-21
어미소가 송아지 등을 핥아준다막 이삭 피는 보리밭을 핥는 바람아, 저 혓자국!나는 그곳의 낮아지는 저녁해에마음을 내어 말린다저만치 바람에들국菊 그늘이 시큰대고무릎이 시큰대고적산가옥청춘의 주소 위를 할퀴며흙탕물의 구름이 지나간다아, 마음을 핥는 문밖 마음저녁 햇볕 아래 어미소가 송아지의 등을 핥아주는 풍경을 제시하면서 시인도 누군에게 무엇인가에게 위로받고 부드러운 챙김을 받고싶은 마음을 풀어놓고 있다 비단 이 시인뿐이겠는가. 우리네 한 생에는 그런 느낌에 젖을 때가 종종 있다. 나보다 더 성숙되고 부드러운 어떤 대상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은 때가 있는 것이다. 풍경과 내면이 잘 어울린 한 폭의 그림이 정겹다.시인
2011-06-16
날이 저물어가면서 잠시저녁햇살이 골짜기에 머물다 가고세상이 줄줄이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물거미와 장구벌레 같은 것들도 파장을 그으며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므로한없이 고통스럽고 두려운 우리는그것이 한 개의 돌이거나 지평선에 드러누운나무들이라 할지라도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없다밤의 상상력은 공포의 산물이다우리는 밤낮으로 지나는 골목에서도문득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밤이 거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우주의 만물들에게는 모두 끝이 있다. 시작과 함께 끝이 전제되어있는 것은 천리(天理)다. 우주의 만물들은 빛나고 경이로운 탄생과 함께 반드시 어둡고 쓸쓸한 죽음의 시간, 곧 어둠의 시간들을 동반하게 된다. 날이 저물면서 귀소(歸巢)하는 미물들처럼 우리들 인생도 언젠가 귀천(歸天)하게 될 것이다. 시인은 문득 문득 뒤돌아보면서 그것을 느끼고 있다.시인
2011-06-15
목련이 왔다온 혈관에 등이 켜졌다그대에게 가는 발밑이 환해졌다만우절이 지났다꽃잎 같은 눈이 내렸다밤새 목련이 우는 소리 들었다창가에 발만 동동 굴렸다아침, 목련이 젖어 있었다꽃잎마다 몸부림친 흔적 보였다짧은 봄몽환에 사는 사내 하나 두고목련이 갔다목련 꽃등이 꺼져버린 지 오래다. 차갑고 황량한 시간들을 견딘 목련나무에 하얗게 꽃등이 켜지는 것을 시인은 사랑이 찾아온 것으로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은 잠깐 머무르다 꺼져버리는 목련 꽃등처럼 가슴 속에 반짝 빛을 발하다가, 아니 사랑의 환희와 기쁨을 느끼게 하다가 금방 스러져버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짧고, 그래서 아프고 아쉬워서 더 아름다운 그 애절한 사랑 말이다.시인
2011-06-14
찔레꽃 찔레꽃 고향의 찔레꽃동무들아 잊었는가그 꽃을 잊었는가지는 잎 애처러운 언덕에가는 봄날지금쯤은 고향언덕의 찔레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산언덕으로 번져가는지 모른다. 봄날은 다 가는데 그 봄날의 빛살 따라 흩어져간 어린 시절 동무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아득한 그리움에 우리는 눈을 감는다. 코끝으로 싸아한 찔레꽃 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다. 아름다웠던 고향의 언덕을 우리는 일생동안 우리들 눈 속에 가슴속에 세워두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1-06-10
공중(空中)이란 말참 좋지요중심이 비어서새들이꽉 찬저 곳그대와그 안에서방을 들이고아이를 낳고냄새를 피웠으면공중이라는말뼛속이 비어서하늘 끝까지날아가는새떼공중은 비어있다. 그러나 막연히 비어있는 공간만은 아니다. 비어 있어서 얽매이지 않고 무한한 자유와 여유를 간직한 곳이다. 그 순수하고 자유로운 공간에서 아이낳고 살아가고 싶다는 시인의 순수한 마음을 본다. 그리고 새떼들은 그냥 그 공간을 향유하고 있는 것도 아님을 말하고 있다. 새들은 그곳에 살기위해 그들의 부질없는 무게들을, 뼛속까지 비워내고 거기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온갖 소유에 얽매인 우리네 인간들에게 던지는 암시가 깊다.시인
2011-06-07
2011-06-02
썩지 않는 꽃안전벨트 하나 매고70미터 베셀 90도 깍아지른 쇠벽에아로새긴 꽃440볼트혼신의 전력을 바쳐단 일획에 그려져야 하는 꽃피 튀기며 피었다일순간 사라지고 마는 이 꽃처럼살자던 한 굳은 맹세이 시에서의 용접꽃은 그냥 용접할 때 일으나는 불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안전벨트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70미터나 되는 베셀에 매달려 용접작업을 할 때 일어나는 불꽃을 말한다. 아주 위태롭고 절박하고 긴장된 상황 속에서 피는 꽃이다. 순간적으로 피었다 사라지는 불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한 꽃처럼 삶도 열정적으로 살아가겠다는 굳은 맹세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더욱 감동적이다.시인
2011-06-01
저 모시나방숲 속 여기 저기 노닐었을 것이다거미줄에 걸리기 전까지거미랑 함께저 산왕거미숲 속 군데군데 차지했을 것이다새 부리에 찍히기 전까지작은 쇠박새와 함께하루의 날개짓이 시작되는 아침헉!목덜미 써늘한 공유모시나방과 거미와 새와… 나어디 거미줄에 걸린 모시나방 뿐이랴.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해 목덜미 써늘한 공유에 들 때가 어디 한 두 번일까. 우리네 삶이 모시나방처럼 자유롭고 아름다운 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미련 없이 그 써늘한 공유에 몸을 맡기는 것은 아닐까. 물고 물리는 생태계의 순환을 바라보면서 시인의 마음의 눈은 우리 인간을 향하고 있다.시인
2011-05-31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이고 나면어김없이 아프다아버지 왜 이렇게 먼 곳까지 오셨어요아버지의 쓸쓸한 생애는부산 근교 함경남도 단천 동산에 묻히셨어요얘야, 고향도 떠나왔는데 어딘들 못 가겠느냐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다시는 시를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아픈 꿈의 머리맡에서 누가이마를 짚어주는 듯했는데밥 많이 먹으라는 언니의안부전화가 걸려왔다가슴 아픈 가족사가 걸쳐져 있는 아름다운 시구의 시이다. 이미 돌아가신 이북 출신의 아버지를 프랑스에 유학 와 있는 딸의 꿈에 나타난 것이다. 꿈 속에서 조차 모국어를 잃어버리고 불어로 꿈을 꾼 딸의 마음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면서도 기러기처럼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시인
2011-05-30
하야시 유미와 나는 여행 중이었다유미는 고베를, 나는 서울을 생각하지 않았다고베의 그녀는 지진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고나는 유미 없는 고베를 알고 있었다고베의 유미에게 편지를 쓴다. 안녕 유미지진 많은 도시에 사는 하야시 유미는 아이들을 가르치고고베의 아이들은 지진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고베의 유미, 하야시 유미는 서울을 알지 못하고서울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안녕 고베유미는 고베의 지진에 대해 말한 적이 없고나는 그리운 유미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고베애 하야시 유미가 산다오래 전 일본의 고베 지방을 강타한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오랫동안 전쟁이나 지진이 없었던 일본으로서는 엄청난 재앙이었고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고베는 이국적인 도시이고 아름다운 해양도시다. 시인이 잠시 같이 여행한 하야시 유미라는 고배 거주 여성과의 인연의 한 자락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같이 여행하면서도 그 엄청난 참상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왜 였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바가 있지 있지 않을까.시인
2011-05-26
날 잡아봐라노랑나비 노릇노릇꽃 속에 숨고 싶었는데해 저물도록 그 짓거리해보고 싶었는데서산의 해도 늘어져 유채다발인데도꽃 속에 길을 잃고 나는 환장하겠는데두등신같이 등신같이고맙습니다하고 돌아서는 그들 배경의 풍력 발전기로호미곶 바다는 풍구처럼 바람을 불어 놓았다처녀애의 치마가 봉긋 나비처럼 부풀렸고 , 어머나 어머나곧 노랑 꽃술 냄새로 지워졌다저 나이 때 정곤이가 어느 유채 밭이랑에다나를 세워놓고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그냥 독사진이다.이제는 한반도의 해돋이 명소로 더 많이 알려진 호미곶. 사시사철 바람을 안고 있는 거기. 꼭 변경 같은 느낌으로 쓸쓸하게 엎드려있는 구만리에서 시인은 어린 시절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고 있다. 노랗게 핀 유채밭에서 찍은 독사진 한 장. 어느듯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시인은 아슴 아슴 가슴에 떠오르는 고왔던 시절과 무심히도 흘러가버린 세월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먼 곳을 바라본다.사진
2011-05-24
술에 취하여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술이 깨니까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다시는 술마시지 말자고 써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김영승 시인은 `반성`이라는 연작시를 써온 시인이다. 시를 쓴다는 일 그 자체가 그이 삶이며 일상의 행적인 시인의 시는 많은 울림을 동반하고 있다. 무언가에 취해 쓴 글씨를 제정신으로는 알아보지 못한다. 다시 취해서야 알아 볼 수 있었던 그 한 문장은 시인의 생활의 한 갈피뿐 아니라, 취해서든 멀쩡한 제정신으로 앉아서든 무언가를 쓰고 있는 강건한 자세와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시인
2011-05-13
명아주 길을 간다쑥부쟁이 길을 간다내가 팔 흔들며옷깃 날리며 갈 때길 보도블럭 틈새를 비집고 나온 풀들나와 같이 길을 간다머리 위에는 또길가는 달둥글게잘도 굴러가는데구르다 빙글 번쩍먼 빛을 쏘는데명아주 길을 간다쑥부쟁이 길을 간다그 길로 나도 간다달도 간다길은 어디로 언제고 열려있다. 그 길로 자연도 인간도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다간다. 자연스럽게 태어나고 살다가 자연스럽게, 태연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길을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의 시간 속 우리는 이 지구라는 별에서 잠깐 반짝거리다 가버리는 것이리라. 소멸이 아니라 영속이고 진행이다.시인
2011-05-12
거기 있다는 걸 안다빈틈을 노려 내가 커다란 레프트 훅을 날릴 때조차 당신은 유유히 들리지 않는 휘파람을 불며 나의 옆구리를 치고 빠진다크게 한 번 나는 휘청이고저 헬멧의 틈으로 보이는 깊고 어두운 세계와 우우우, 울리는 낮게 매복한 소리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완악한 힘에 맞서 당신을 안아버리는 이 짧고 눈부신 한낮부러진 내 갈비뼈 사이의 텅 빈 간격으로 잠입하는 당신에 대해당신의 그 느린 일렁임에 대해나는 단지 말하지 않을 뿐이다천천히 저녁이 열리면이 헐거움을 놓치지 않으며 길고 가늘게 드러나는 당신,빈틈을 노려 내가 복부를 공격할 때조차 당신은 정확히내 팔 길이만큼만 물러서면 나를 조롱한다. 당신이거기 없다는 걸 안다우리는 살아가면서 정체불명의 존재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실존하는 것들, 어쩌면 그것은 눈이 보이고 만져지고 들리는 실존의 대상보다도 더 질기고 분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작용을 할 때가 있다. 섀도복싱이란 가상의 대상을 염두에 두고 혼자 그 가상의 대상과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고 싸우는 것 중에는 이런 것들이 허다하다.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싸워야하는….시인
2011-05-10
산그늘 두꺼워지고 흙 묻은 연장들허청에 함부로 널브러지고마당가 매캐한 모깃불 피어오르는다 늦은 저녁 멍석 위 둥근 밥상식구들 말없는, 분주한 수저질뜨거운 우렁된장 속으로 겁없이뛰어드는 밤새 울음물김치 속으로 비계처럼 둥둥별 몇 점 떠 있고 냉수 사발 속으로아, 새까맣게 몰려오는 풀벌레 울음베어문 풋고추의 독한,까닭 모를 설움으로능선처럼 불룩해진 배트림 몇 번으로 꺼뜨리며 사립 나서면태지봉 옆구리를 헉헉숨이 가쁜 듯 비틀대는농주에 취한 달의 거친 숨소리아, 그날의 위대했던 반찬들이여어린 시절 시골의 어느 저녁 식구들이 한데 모여 저녁을 먹던 일을 회상한 내용의 시다. 비록 힘든 하루의 노동이었지만 마당에 멍석을 펴고 둘러앉아 저녁밥을 같이 먹는 거기에 행복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리라. 일에 지친 어른들은 말없이 숟갈을 들고, 가만히 그 옆에서 아이들이 숟가락을 드는 밥상머리에 저녁별이 떠오르고 풀벌레 울음소리가 섞여들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위대한 식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리라.시인
2011-05-09
무금선원에 앉아내가 나를 바라보니기는 벌레 한 마리가몸을 폈다 오그렸다가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배설하고알을 슬기도 한다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한낱 기어 다니는 벌레와 같다는 노스님의 깨달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인간의 한 생도 우주의 섭리를 반복하는 특별하지 않는 평범한 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정신,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 좀더 겸허하고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시인
2011-05-05
봄에가만 보니꽃대가 흔들린다흙밑으로부터밀고 올라오던 치열한중심의 힘꽃피어퍼지려사방으로 흩어지려괴롭다흔들린다나도 흔들린다내일시골 가가비우리라 피우리라광활하고 거대한 우주 속에서의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란 미미하기 짝이 없지만 나름대로의 한 태(態)를 가지고 있는 소중한 실존적 존재이다. 우주 속에서의 `나` 또한 소중한 존재가치를 가진다. 봄이 되어 새 순을 내기 위한 자연의 용트림은 힘겹고 괴롭다. 우리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한 생을 위한 어떤 시작이거나 출발은 더 힘들고 어려움의 연속인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를 새로움의 출발점에 내 세우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1-05-03
따뜻한 손이쓰린 부위를 만져주고 간다참 많이 상처를 받았구나흉터의 손을 마주치면그 손을 덮쳤을 시퍼런 날들딱지 떨어지길 기다리는다른 손이 매만졌을 안타까움얼굴은 보지 못했으나흉터의 손에는오랜 세월휘어진 소나무 어지러운 나이테그런 것을 따라 흘렀을긁은 물결이 넘실댐을 알겠다나를 이끌어준 손이 어디 한둘이랴그 손의 내력을 읽지 못한그 손의 내력을 생각하는 밤내 잠의 이마를 꼭 짚어주고 가는 손흉터의 손이나를 쓰다듬어 주고 간다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몸에 혹은 마음에 얕고 깊은 갖가지 상처를 입고 살다간다. 잘 지워지지 않고 목숨의 끈을 놓을 때까지 가지고 가는 것을 흉터라고 하는데, 육신적인 것은 물론이지만 가슴속에 새겨진 흉터는 정말 오래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아픔이지만 세월 지나면 아름다운 상처가 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시인
2011-05-02
잔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도롱이벌레의 아침을걱정하는 마음이 하나 있다가슴 붉은 곤줄박이 한 마리바람에 흔들리는 도롱이 집을쪼을까 말까 몇 번 망설이다가주머니 속 애벌레 꿈틀거리는 것 보고부드러운 입맞춤을 하고포롱포롱 햇살 속으로 날아갔다그 나무 아래 잎 다 떨군빈 나무 밑둥 아래 밭냉이 콩버무리좀씀바귀 새싹 튀어오르고봄볕 줄기 따라 애기팔랑나비 날아가고 있다`나는 상처를 사랑했네`(2001)아직은 새순이 되살아오기에는 이른 초봄의 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생명에 대한 애틋한 애정과 자연과의 조화로운 질서를 노래하고 있다. 강자의 약자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면서 약육강식의 비정함이 판을 치는 이 시대를 향해 던지는 깊고 따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시인
201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