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나비 노릇노릇
꽃 속에 숨고 싶었는데
해 저물도록 그 짓거리
해보고 싶었는데
서산의 해도 늘어져 유채다발인데도
꽃 속에 길을 잃고 나는 환장하겠는데두
등신같이 등신같이
고맙습니다하고 돌아서는 그들 배경의 풍력 발전기로
호미곶 바다는 풍구처럼 바람을 불어 놓았다
처녀애의 치마가 봉긋 나비처럼 부풀렸고 , 어머나 어머나
곧 노랑 꽃술 냄새로 지워졌다
저 나이 때 정곤이가 어느 유채 밭이랑에다
나를 세워놓고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
그냥 독사진이다.
이제는 한반도의 해돋이 명소로 더 많이 알려진 호미곶. 사시사철 바람을 안고 있는 거기. 꼭 변경 같은 느낌으로 쓸쓸하게 엎드려있는 구만리에서 시인은 어린 시절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고 있다. 노랗게 핀 유채밭에서 찍은 독사진 한 장. 어느듯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시인은 아슴 아슴 가슴에 떠오르는 고왔던 시절과 무심히도 흘러가버린 세월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먼 곳을 바라본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