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혈관에 등이 켜졌다
그대에게 가는 발밑이 환해졌다
만우절이 지났다
꽃잎 같은 눈이 내렸다
밤새 목련이 우는 소리 들었다
창가에 발만 동동 굴렸다
아침, 목련이 젖어 있었다
꽃잎마다 몸부림친 흔적 보였다
짧은 봄
몽환에 사는 사내 하나 두고
목련이 갔다
목련 꽃등이 꺼져버린 지 오래다. 차갑고 황량한 시간들을 견딘 목련나무에 하얗게 꽃등이 켜지는 것을 시인은 사랑이 찾아온 것으로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은 잠깐 머무르다 꺼져버리는 목련 꽃등처럼 가슴 속에 반짝 빛을 발하다가, 아니 사랑의 환희와 기쁨을 느끼게 하다가 금방 스러져버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짧고, 그래서 아프고 아쉬워서 더 아름다운 그 애절한 사랑 말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