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햇살이 골짜기에 머물다 가고
세상이 줄줄이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물거미와 장구벌레 같은 것들도 파장을 그으며
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므로
한없이 고통스럽고 두려운 우리는
그것이 한 개의 돌이거나 지평선에 드러누운
나무들이라 할지라도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없다
밤의 상상력은 공포의 산물이다
우리는 밤낮으로 지나는 골목에서도
문득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밤이 거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주의 만물들에게는 모두 끝이 있다. 시작과 함께 끝이 전제되어있는 것은 천리(天理)다. 우주의 만물들은 빛나고 경이로운 탄생과 함께 반드시 어둡고 쓸쓸한 죽음의 시간, 곧 어둠의 시간들을 동반하게 된다. 날이 저물면서 귀소(歸巢)하는 미물들처럼 우리들 인생도 언젠가 귀천(歸天)하게 될 것이다. 시인은 문득 문득 뒤돌아보면서 그것을 느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