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김영승 시인은 `반성`이라는 연작시를 써온 시인이다. 시를 쓴다는 일 그 자체가 그이 삶이며 일상의 행적인 시인의 시는 많은 울림을 동반하고 있다. 무언가에 취해 쓴 글씨를 제정신으로는 알아보지 못한다. 다시 취해서야 알아 볼 수 있었던 그 한 문장은 시인의 생활의 한 갈피뿐 아니라, 취해서든 멀쩡한 제정신으로 앉아서든 무언가를 쓰고 있는 강건한 자세와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