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길을 간다
내가 팔 흔들며
옷깃 날리며 갈 때
길 보도블럭 틈새를 비집고 나온 풀들
나와 같이 길을 간다
머리 위에는 또
길가는 달
둥글게
잘도 굴러가는데
구르다 빙글 번쩍
먼 빛을 쏘는데
명아주 길을 간다
쑥부쟁이 길을 간다
그 길로 나도 간다
달도 간다
길은 어디로 언제고 열려있다. 그 길로 자연도 인간도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다간다. 자연스럽게 태어나고 살다가 자연스럽게, 태연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길을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의 시간 속 우리는 이 지구라는 별에서 잠깐 반짝거리다 가버리는 것이리라. 소멸이 아니라 영속이고 진행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