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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식사...이 재 무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11-05-09 21:31 게재일 2011-05-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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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늘 두꺼워지고 흙 묻은 연장들

허청에 함부로 널브러지고

마당가 매캐한 모깃불 피어오르는

다 늦은 저녁 멍석 위 둥근 밥상

식구들 말없는, 분주한 수저질

뜨거운 우렁된장 속으로 겁없이

뛰어드는 밤새 울음

물김치 속으로 비계처럼 둥둥

별 몇 점 떠 있고 냉수 사발 속으로

아, 새까맣게 몰려오는 풀벌레 울음

베어문 풋고추의 독한,

까닭 모를 설움으로

능선처럼 불룩해진 배

트림 몇 번으로 꺼뜨리며 사립 나서면

태지봉 옆구리를 헉헉

숨이 가쁜 듯 비틀대는

농주에 취한 달의 거친 숨소리

아, 그날의 위대했던 반찬들이여

어린 시절 시골의 어느 저녁 식구들이 한데 모여 저녁을 먹던 일을 회상한 내용의 시다. 비록 힘든 하루의 노동이었지만 마당에 멍석을 펴고 둘러앉아 저녁밥을 같이 먹는 거기에 행복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리라. 일에 지친 어른들은 말없이 숟갈을 들고, 가만히 그 옆에서 아이들이 숟가락을 드는 밥상머리에 저녁별이 떠오르고 풀벌레 울음소리가 섞여들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위대한 식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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